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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서울신문]

​1. 시진핑, “한국이 중국의 일부”라는 궤변 해명하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고 발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제 월스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이달 초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내용을 10여분간 설명했다”고 전했다. 동북아 역사를 부정하고 한민족의 자존과 명예를 무시한 망발이 아닐 수 없다.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중국은 우리 정부와 국민에게 즉각 해명하고 사죄해야 한다.

정부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이야기”라며 미국과 중국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명확한 입장 표명을 회피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어제 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당신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한국 국민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만 말했다. 발언의 진위도 확인해 주지 않은 채 사과도 없이 얼버무리고 만 것이다.



“지난 수천년간 한중 관계의 역사에서 한국이 중국의 일부가 아니었다는 점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명백한 역사적 사실”이라는 정부의 논평처럼 한국은 고대로부터 중국의 속국이 아니었다. 중국에 조공을 바치기는 했지만 독립국의 지위는 계속 유지했다. 시 주석이 이런 역사적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중국 정부는 2002년부터 ‘동북공정’이란 이름으로 발해와 고구려 역사를 자국 역사의 일부로 편입하는 왜곡 작업을 펼쳐 왔다. 시 주석이 왜곡 역사관을 처음 내보인 것도 아니다. 2010년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항미원조전쟁 참전 제60주년 좌담회’에서 당시 부주석이었던 시 주석은 “제국주의가 중국 인민에게 강요한 것이었다”며 북한의 6·25 남침에 참전한 것을 ‘정의로운 전쟁’이었다고 미화했다. 아베 총리 등 일본 우익들이 심심찮게 외쳐 대는 “일본군의 중국 침략과 난징 대학살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 만약 시 주석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중국 침략을 부정하고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아베의 역사관보다 오히려 더 위험하다.

다만 시 주석이 실제로 이렇게 말한 것인지, 트럼프 대통령이 오해하거나 들은 것을 과장해 말한 것인지, 혹은 통역 실수인지 등은 확인되지는 않았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중국에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명백한 사실로 확인된다면 중국에 더 강력히 해명과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 중국은 자국 위주의 역사관만을 고집하는 국수주의적 태도로는 21세기 선진 대국으로 대접받을 수 없다. 일국의 최고 지도자는 국가와 국민의 품격을 대변한다. 주변국에 상처를 줬다면 해명과 함께 사과하는 게 마땅하다.



2. 남성 육아휴직 빈익빈 부익부여서야

남성 육아휴직자가 부쩍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1분기의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212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2%나 늘었다. 수적 증가만큼이나 주목할 대목은 남성 육아휴직자의 비중이다. 남성 육아휴직자는 이번에 처음으로 전체 육아휴직자의 10%를 넘었다.

육아휴직 아빠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여성이 출산에 양육까지 도맡아서는 바닥 없이 추락하는 저출산 실태를 막을 수 없다. 하지만 남성 육아휴직자의 증가치는 여전히 선진국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 육아휴직 제도가 정착된 스웨덴, 노르웨이, 독일 등은 20%를 모두 넘어선다. 갈 길이 아직은 멀다.

남성 육아휴직을 권장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업문화를 개선하는 일이 급선무다. 그와 아울러 이즈음에서 되짚어 봐야 하는 것이 남성 육아휴직의 대기업 쏠림 현상이다. 남성 대기업 노동자의 육아휴직은 일년 새 5% 포인트 늘어났지만, 중소·영세기업 노동자는 2.6% 포인트나 오히려 떨어졌다. 배경은 간단하다. 육아 휴직 결심은 임금이 높은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쉬울 수밖에 없다. 아무리 육아휴직이 절실한 상황이어도 당장 가계 수입이 없어 생계가 힘들어진다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중소기업의 남성 육아휴직 문화를 장려하려면 정부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물론 지금도 완전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에게 육아휴직을 허용하는 중소·영세 사업주에게는 지원금을 늘려 주고 있다. 중소기업 사업주 지원 상한액을 한 명당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늘리고 대체 인력을 활용하는 사업주에게도 지원금 지급 기간을 늘렸다.

하지만 당국의 이런 정책적 배려와 지원은 꾸준히 확대돼야 한다. 일·가정 양립 정책의 혜택마저 부익부 빈익빈이 돼서는 곤란하다. 지난해 롯데그룹이 올해부터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하기로 해 큰 박수를 받았다. 그런 소식에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는 이들이 많아져서는 안 될 것이다.



육아휴직을 독려하고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중소기업에는 더 큰 세제 혜택 등 우대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육아휴직 이용률이 10% 증가하면 직원 한 사람이 창출하는 기업 이윤이 3.2%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꿈쩍도 않는 저출산율을 끌어올리는 실마리는 가까이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조선일보]

3. 180억 기부자에 훈장 아닌 세금 폭탄 주고 7년 괴롭힌 나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일 장학재단에 거액을 기부한 황필상씨에게 수원세무서가 증여세 140억원을 물린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황씨가 소송을 낸 지 7년 5개월 만이다. 황씨는 회사 주식 90%(당시 180억원 상당)를 모교인 아주대에 기부해 장학재단을 설립했었다.



이 재단을 이용해 무슨 이득을 취할 목적이 아닌 순수 기부란 것은 법원도 인정했으나 2심은 증여세 부과에 사안별로 예외를 둘 수 없다며 세무서 손을 들어줬다. 좋은 뜻으로 전 재산에 가까운 돈을 장학금으로 내놓은 사람에게 기부금과 별도로 140억원의 세금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그것은 국가가 아니라 강탈범과 다를 게 없다.

황씨는 말로 못 할 고통을 겪어야 했다. 재판이 7년을 넘기며 연체 가산세가 붙어 세금은 225억원으로 불어났고 사는 집까지 압류당했다. 선의를 베풀었다 맞은 이 날벼락을 보면 기가 막힌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은 공익 재단 등에 5% 이상 주식을 기부할 경우 증여세를 매기도록 돼 있다. 재벌들이 재단을 이용해 편법 상속하는 것을 막기 위해 20년 전 만든 조항이다. 그러면서 황씨 경우와 같은 선의의 기부자를 위한 조항을 두지 않았다.



황씨 사건이 벌어지자 '말이 되느냐'는 논란이 일었지만 정부와 국회는 수수방관했다. 국회가 지난해 개정 논의를 했지만 중단 상태다.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법을 고치지 않는 국회나 재판을 질질 끈 사법부 모두 이렇게 무책임할 수 없다. 자신이나 제 가족이 이런 일을 당했다면 아마 난리를 피웠을 것이다.

사회를 위한 기부자에게 훈장을 못 줄망정 이런 고통을 주는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빌 게이츠 같은 창업자들의 기부는 대부분 주식으로 이뤄지지만 여기에 세금을 매기진 않는다. 선진국에선 오히려 소득공제 혜택까지 준다. 이번 기회에 주식을 포함해 다양한 기부 방식을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세법을 고쳐야 하지만 그에 앞서 문제를 뻔히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우리 사회에 절망을 느끼게 된다.



4. 전인권·정의당 몰매 공격 文 지지세력이 바로 적폐다.

19일 대선 2차 TV 토론회가 끝나고 나서 정의당이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 공격에 시달렸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문 후보에게 질문을 집중했던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정의당에는 '같은 진보끼리 왜 공격하느냐'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SNS에서는 심 후보를 비난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민주당 송영길 선대위 총괄본부장도 가세해 '정의당의 정의가 아닌 듯하다'고 했다.



정의당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은 '앞으로 정의당 비례대표 안 찍겠다'는 글이 넘쳐났다. 한때 정의당 홈페이지는 접속 지연 현상까지 발생했다. 급기야 정의당 사무총장이 이제 그만 해달라고 호소했다.

가수 전인권씨는 안철수 후보를 칭찬했다가 문 후보 지지자들로부터 '적폐 가수'라고 뭇매를 맞았다. 그럼에도 전씨는 19일 안 후보를 따로 만나 지지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전씨는 민주당 경선 때 안희정 지사를 지지한다고 했다가 비슷한 일을 당했다. 안 지사는 당시 "질린다"고 했었다. 전씨는 촛불 집회에서 노래를 불렀던 사람이다. 그런데도 이런 고초를 겪는다. 이들에겐 문 후보를 지지하지 않으면 다 적(敵)이다.

토론회에서 문 후보는 전씨가 당한 일에 대해 "제가 한 건 아니지 않으냐. 그리고 그런 식의 문자 폭탄은 옳지 않다"고 했다. 문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당부한 적도 있고, 어제는 전씨에 대해 촛불 집회 공연 감사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문자 폭탄, 18원 후원금 같은 행태에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란 말을 한 사람도 문 후보다. 어느 것이 진심인가. 진짜 적폐가 문 후보 바로 곁에 있다.



[이데일리]

5. '주적(主敵)'을 주적이라고 왜 말 못하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안보관이 새삼 관심사로 떠올랐다. KBS가 그제 주최한 심야토론에서 안일한 안보관을 드러냄으로써 국민들의 불안을 불러일으켰다. 대선 지지율에서 양강 구도를 이룬 두 후보의 안보관이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면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더구나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대응 움직임으로 한반도 긴장이 일촉즉발 국면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가장 실망스러운 대목은 북한이 우리의 주적(主敵)임을 끝내 못 박지 않은 문 후보의 모호한 대북관이다. 그는 “북한이 주적이냐”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질문에 “국방부가 할 일이지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며 슬그머니 넘어갔다. 평양의 눈치를 보는 것도 아닐진대 스스로 국군통수권자가 되겠다는 입장에서 주적을 밝힐 소신조차 없대서야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가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앞서 북쪽에 미리 물어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색깔론’으로 덮으려 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지적대로 안보는 대통령후보의 본질에 관한 문제다. 보수권인 홍·유 후보와 상반된 입장에 있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사드배치 및 국가보안법 문제와 관련해 문 후보의 말바꾸기를 작심한 듯 성토한 것도 그런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안 후보는 김대중 정부의 불법 대북송금에 대한 황당한 평가로 비난을 자초했다. 자신의 표밭인 호남 민심을 의식한 발언이겠지만 불법에 공도 있고 과도 있다니, 해괴하기 짝이 없다. 햇볕정책은 시각에 따라 공과 과가 엇갈릴 여지가 있을지 모르나 적어도 불법송금은 ‘무조건 잘못한 것’이라고 선을 긋는 단호함을 보였어야 했다.

이번 토론은 역대 대선 사상 처음으로 원고나 각본 없이 긴박감 있는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단편적으로나마 후보들의 민낯을 여과 없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토론자가 많은 탓에 좌충우돌과 중구난방으로 이어져 심층 토론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점이다. 그런 중에서도 후보들의 안보관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나름대로 중요한 소득이다. 앞으로 남은 기간에 더 검증이 이뤄져야만 한다.



6. 미·중 간에 ‘한반도 책략’ 시작됐는가

한반도와 중국의 역사적 관계가 새로운 외교 현안으로 떠올랐다. 한국이 중국의 일부였느냐 하는 역사인식이 그것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중국의 일부였다”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최근 미·중 정상회담 과정에서의 언급을 공개한 것이 발단이다. 시 주석의 왜곡된 역사관도 문제지만, 그런 내용을 여과없이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도 문제가 있긴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개한 내용을 보면 얘기가 상당히 구체적이다. “중국과 한반도(Korea) 역사에 대해 말했다. 수천 년 역사와 수많은 전쟁에 대해서”라는 내용으로 미뤄 두 사람이 북핵 해법을 논의하면서 과거 중국과 한국의 역사 관계에 대해서도 상당한 대화를 주고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시 주석이 주로 말했을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듣는 쪽이었을 것이다.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앉아 이런 얘기를 꺼낸 의도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미국으로부터 한국 문제에 대한 기득권을 인정받으려는 뜻이었을 것이다. 더욱이 북한과 혈맹관계를 유지하면서 핵·미사일 도발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후원자 역할을 자처해 온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명백한 역사왜곡이다.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이었다는 내용의 ‘동북공정’ 의도를 다시 드러낸 듯한 느낌이다. 한반도 역사를 고조선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 이후 삼국시대와 고려, 조선왕조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은 일관되게 독립국가 체계를 유지해 왔다. 그 과정에서 중국과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협력관계였다. 중국과 전쟁을 치르기도 했지만 을지문덕과 연개소문 장군은 각각 수·당나라의 침략을 물리치는 눈부신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얘기가 나온 배경이다. 북한이 무력도발을 계속 감행할 경우 현 김정은 체제를 물리치고 새로운 지도체제를 들이세운다는 구상이 미·중 간에 논의됐을 법도 하다. 그럴 경우 중국이 한반도에 대한 주도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중국에 대해 시 주석 발언의 사실관계 확인에 그칠 일이 아니다. 이미 강대국들 사이에 ‘한반도 책략’이 시작됐을 가능성에 대비해야만 한다.



[중앙일보]

7. 대법원 "주식 기부라도 공익 목적이면 면세" 판결

어제 대법원이 황필상 수원교차로 창업주의 180억원대 주식 기부에 세무서가 140억원대 증여세 폭탄을 물린 사건에 대해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1심 황씨 승소, 2심 수원세무서 승소로 엎치락뒤치락한 끝에 7년여 만에 상고심 결론이 난 것이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까지 열어 내놓은 이번 판결의 의미는 매우 크다. 공익적 주식 기부의 비과세 문제와 관련한 첫 판단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익 기부를 장려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을 존중·반영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황씨는 2002년 비영리재단인 '구원장학재단'을 설립한 뒤 여기에 자신이 보유한 수원교차로 주식 지분 90%(평가액 180억원)와 현금 15억원을 출연했다. 이를 모교인 아주대에 기부했다. 그러나 6년 뒤 수원세무서가 증여세를 부과하면서 날벼락이 떨어졌다. '상속?증여세법'상 공익재단 등에 현금이 아닌 회사 주식을 기부하면 전체 발행 주식의 5%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세금을 매기도록 한 게 근거였다. 기업의 편법 상속?증여를 막기 위한 조항이었다. 

당연히 황씨는 "기부하는 데 일일이 법 공부하고 해야 하느냐. 기부가 무섭다"며 억울해했다. 이어진 소송전에서 1심은 "편법 증여가 아닌데도 기계적으로 법을 해석해 공익사업의 재원 확보에 지장만 초래할 것"이라며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 2심은 "사안별로 예외를 인정해선 안 된다"며 뒤집었다.



이번에 대법원은 상속·증여세법상 '기부금 출연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아니라면 과세하지 않는다'는 특칙을 적극적으로 해석했다. 결국 "황씨가 기부 직후 주식 보유비율이 10%라서 최대주주에 해당하지 않아 비과세요건을 충족한다"고 봤다. 기부금 출연 후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했다면 더는 회사에 대한 지배수단이 없어 증여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이 장기화되면서 황씨가 내야 할 세금은 연체 가산세가 붙어 225억원으로 늘어났다. 살고 있는 아파트까지 압류당했고 건강도 나빠졌다고 한다. 정부는 이번 판결을 국내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는 촉진제로 삼고 황씨 같은 선의의 피해자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8. 미, 테러지원국 재지정까지 검토 … 북한은 오판 말아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포함해 "모든 것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2008년 이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나아가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6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도발할 경우 강력한 행동을 취할 것임을 경고한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이미 강도 높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도 실질적인 효과는 그리 크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을 조만간 테러국가로 지정할 수 있다는 틸러슨의 발언은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북한과 손을 완전히 끊으라는 분명한 메시지다. 북핵 해결에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이끌어내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일본 요코스카 해군기지의 로널드레이건 항모에서 북한과 양자나 다자 회담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현시점에서는 아니다"고 분명히 선을 그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협상 대상이 아니고 포기 대상임을 강조한 것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유엔본부에서 북한을 향해 “우리와 싸우려고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의 발언은 북한이 김일성의 생일인 지난 15일에 핵실험을 하지 않은 대신 군창건일인 오는 25일 6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경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부에선 싱가포르에 있던 미 항공모함 칼빈슨함이 한반도로 즉각 투입되지 않고 호주 서부 해상에서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항모의 한반도 주변 해역 진입 시기는 군사작전상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는 사안이다. 중요한 것은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지다. 미국 지도부의 잇따른 발언은 바로 이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은 상황을 오판하지 말고 자신의 고립된 처지를 곰곰이 챙겨봐야 한다. 



[매일신문]

9.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공공시설

장애인들의 이동 수단인 휠체어는 발과 같은 꼭 필요한 보조 기구다. 휠체어가 있다고 해서 모든 곳을 마음껏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도심 외곽지 등 먼 거리에 위치한 공공시설의 경우 더욱 그렇다. 힘들게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 시설을 이용해 공공시설을 오가는 교통편인 셔틀버스를 타려고 해도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승강 시설을 갖추지 않아 휠체어로 셔틀버스에 탈 수 없어서다. 장애인들로서는 나들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처럼 장애인들의 문화 향수와 나들이 꿈을 좌절케 하는 사례는 대구미술관과 달성군의 비슬산 자연휴양림 경우가 대표적이다. 대구 수성구 삼덕동 대구미술관은 도시철도 2호선 대공원역에서 미술관을 잇는 셔틀버스가 30분 간격으로 운행되지만 승강 시설이 없어 휠체어는 이용할 수 없다. 2.5㎞를 ‘알아서’ 찾아가야만 한다. 비슬산 휴양림은 더욱 열악하다. 미술관과 달리 일반 차량은 아예 출입이 통제된다. 대신 ‘반딧불이 전기차’가 운행되지만 역시 휠체어로는 어쩔 수 없어 발길을 돌리기는 마찬가지다. 

 
이 같은 일은 장애인에 대한 배려 부족과 무관심, 행정 편의주의가 빚은 결과다. 문화 소비자로서 장애인들을 배려하는 최소한의 고민조차 않았다는 증거다. 작은 식당에서도 장애인 보행권 확보와 편리한 접근을 위해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요즘이다. 그럼에도 이런 대형 공공시설이 들어선 지 오래됐으나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것은 안일한 대구 행정의 좋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관련 규정의 미비 탓도 있다. ‘교통 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법’으로 시내버스가 저상버스를 도입해 운영하는 것과 달리 이들 시설에는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굳이 지난 2월 이 같은 불편 해소를 권고한 까닭도 같다. 먼저 당국은 장애인 접근을 어렵게 하는 공공시설의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관련 예산을 확보해 장애인의 이용도가 높은 공공시설부터 개선에 나서야 한다. 미비한 규정과 기준도 마련해 임기응변 처방보다 제도적으로 해결되도록 해야 한다. 늦으면 또 다른 차별이다. 공공시설 혜택은 국민 누구나 누려야 한다.



[한국일보]

10. 대선 TV토론, 5자 틀 깨기 어려우면 진행자 역할 키워야

그제 열린 대선후보 2차 TV토론은 공식 대선레이스 돌입 후 처음 열린 자리인데다 시간총량제와 자유토론 등 다양한 방식을 도입해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었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2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된 이날 5자 토론회 시청률이 지난 13일 1차 TV토론의 2배를 넘어 26.4%를 기록한 것은 유권자들의 관심과 갈증을 보여 주는 증거다.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30% 안팎의 국민들이 변경기준으로 TV토론을 꼽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이날 토론 역시 성과 만큼 과제도 많이 남겼다. 무엇보다 5명의 후보가 사회자와 함께 120분의 시간을 나눠쓰다 보니 상호 검증 및 공방을 소화하기에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다. 둘째는 자유토론으로 역동성을 높였다고 해도 선두주자 1~2명에 공세가 집중되다 보니 토론이 청문회처럼 방어와 해명으로 흐른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런 탓에 비언어적 요소의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스탠딩 토론의 취지 역시 말 그대로 '체력 테스트'로 전락한 느낌이다.

이런 식이면 TV토론은 짧은 시간에 상대를 흠집내고 약점을 울궈먹는 네거티브 순발력과 임기응변의 경연장 이상이 되기 힘든다. 일자리ㆍ성장전략ㆍ복지 등 미래지향적 정책공약이나 국가통합 비전 등 큰 그림을 둘러싼 생산적 논쟁을 기대하면 실망하기 십상이다. 토론 과정에서 "주적은 저쪽인데 왜 나를..."이라는 황당 발언이 나오고 "언제적 대북송금 특검을 갖고..."라는 자조적 일침이 나온 것도 무리가 아니다.

대선 TV토론은 내달 9일 투표일까지 4차례(중앙선관위 3회, JTBC 1회) 더 남아 있다. 후보들 간에 어렵사리 합의한 절차와 방식을 이제 와서 크게 바꾸기는 쉽지않을 것이다. 그래도 TV토론의 중요성에 공감한다면 개선하고 보완하는 게 당연하다. 우선 여론조사 등 객관적 자료에 의해 우열이 뚜렷이 드러난 5명에게 똑같은 시간과 기회를 제공하는 기존 틀에 효율성 잣대를 가미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2자 혹은 3자 집중 토론이 어렵다면 전체 토론시간이라도 늘리는 게 옳다. 형평성을 이유로 후보당 9분 내에서 상대를 검증하고 자신을 팔라는 게 말이 되는가.

아울러 진행자의 역할을 단순 '시간 관리자'에서 '논점 촉진자'로 확대하는 것은 당장 할 수 있다. 자유토론이라고 해도 특정인에게 질문이 집중되거나 공방이 겉돌면 진행자가 개입해 논점을 정리하고 명확한 대답을 요구해야 한다. 시비가 두려워 이 역할을 포기한다면 '스탠딩만 미국식이고 진행은 한국식'이라는 비아냥을 피할 수 없다.





주요신문칼럼



1. [서울신문][데스크 시각] 법인세 인상 언급 전에 정부 씀씀이부터 따져 보자

하루에 1000만원씩 매일 쓰면 얼마가 지나서 1조원을 다 쓸 수 있을까. 기자가 기획재정부를 출입하던 시절 예산실 간부들이 던졌던 질문이다. 답은 ‘1조÷(1000만원×365일)=273.8’, 273년을 써야 한다. 조 단위 돈에 대한 현실감이 적은 사람들에게 그 돈이 어떤 의미인지 알려 주려고 하는 질문이다. 하기사 1억원 모으기도 버거운데 올해 정부 예산 400조 5000억원은 그저 거대하다는 느낌뿐이다.

대선 후보들은 대통령을 하겠다는 ‘그릇’에 맞게 큰 돈에 대한 발언도 쉬운 모양이다. 아동수당, 기초노령연금 등을 신설하거나 확대하겠다는데 이 실행에는 조 단위 돈이 들어간다. 이 돈의 출처는 제대로 거론되고 있지 않다. 유력한 후보는 법인세 인상이다. 우리나라의 10% 후반대인 법인세 실효세율이 선진국의 30% 안팎인 실효세율의 절반 수준이라 그 유혹이 강하다.

공무원들이 은퇴하고 사업을 하거나 회사를 차리면 잘되는 경우보다는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를 대기업 관계자는 이렇게 분석했다. 계획 세울 때 돈이 자연히 생길 거라고 생각하니까. 고위공무원 출신의 민간인은 내기 골프를 예로 들면서 돈에 대한 집착이 약해서라고 평가했다.

공무원들은 공직에서 사업을 할 때 예산을 받는다. 국세청이 세금으로 걷고 기획재정부가 나누는데 사업의 공익성과 필요성만 설득하면 된다. 설득 대상이 국민이 아니라 국회의원 등 정치인과 공무원이다 보니 공감대 형성이 일반인 대상보다 쉽다. 10원, 100원 따지며 치열하게 고민해 보지 않는다. 남의 돈이니까.



​민간에서 정부 조직으로 파견 갔던 한 기업인은 왜 언론에서 ‘혈세’라고 쓰는지 실감했다고 했다. 정부 예산은 조금이라도 불용되면 다음 연도에 예산을 받아 오는 것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그해에 예산을 다 쓰려고 난리를 친다고 했다. 예산 집행이 3년 이상의 중장기 계획이면 마지막 해에 몰아 쓰는 관행도 낭비를 조장한다.

법인세 인상 등 증세를 논하기 전에 정부의 씀씀이 방식부터 고민해 봐야 한다. 불용예산이라도 합리적으로 절약해 발생한 경우라면 되레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관행적으로 정부 예산을 지원해 시장구조를 왜곡해 놓은 경우는 없는지도 점검해 봐야 한다. ‘사교육 절감용’이라고만 하면 학교 규모와 상관없이 도서관 신·증축 예산이 집행되고, 저출산이라는 슬로건만 달면 출산·양육과 상관없는 사업이어도 예산 따기가 쉽다. 늘 해왔던 사업들이 4차 산업혁명이 눈앞에 왔다는 현재와 미래에도 필요한지 짚어 봐야 한다.

올 연말이면 기업소득환류세제도가 끝날 예정이다. 대기업이 거둔 이익에서 투자, 임금증가, 배당 등에 쓰지 않는 돈에 세금을 매기는 법안인데 대선이 끝나면 연장 여부에 대해 논란이 붙을 거다. 반(反)기업 정서가 강해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연장하고, 임금 증가에 협력업체를 포함한 직원들의 복지 확대를 넣자. 투자에선 비수도권 지역이나 취약지구에 대한 투자에 가중치를 부여하자. 나아지고 있는 경기 지표가 ‘반디’(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수출 확대에 따른 현상이라 체감 경기는 여전히 춥다.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데 정부 차원에서 드는 돈이 2300억원이라고 한다. 이 돈 들여서 수십조원의 돈을 불필요하게 더 걷는 정권을 만들 수는 없다. 예산도 매년 꼭 늘어나라는 법은 없다. 정부는 더 걷기 전에 내부 단속을 하고, 기업들이 먼저 근로자와 협력업체를 위해 더 쓰게 해야 한다.



2. [세계일보][정여율의 문학기행] '열림'의 상상력이 필요한 시대

대선 후보들의 TV토론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좋은 토론의 본질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많은 사람들은 ‘토론에서 이기는 법’을 아는 것이 토론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토론에서 상대방을 제압하려면 뛰어난 논리와 화술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승패를 가리기 어려운 난상토론,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이 난무해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의 토론에서 실제로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듣는 능력’이다. 때로는 진정한 토론을 위한 질문이라고 보기도 힘든 공격적 발언이 쏟아질지라도, 상대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진의를 해석하며 흔들리지 않는 사람, 자신에게 쏟아지는 온갖 질문과 비판에 열린 마음으로 임할 줄 아는 사람이 결국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다.

우리 마음은 창문을 닮았다. 마음을 열어두면 세상 모든 것을 향해 활짝 개방되지만, 마음을 닫으면 단단한 벽이 돼버린다. 창문은 열려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비바람을 막기 위해서는 잠시 닫아둘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열기 위한 것이 창문이다. 정호승 시인은 ‘창문’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속삭인다.



“창문은 닫으면 창이 아니라 벽이다/ 창문은 닫으면 문이 아니라 벽이다/ 창문이 창이 되기 위해서는/ 창과 문을 열어 놓지 않으면 안 된다/ … /나는 세상의 모든 창문이/ 닫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열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아는 데에 평생이 걸렸다.” 시인의 담담한 고백이 가슴을 울린다.



좋은 시는 이렇게 읽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독자의 마음을 활짝 열어 젖힌다. 세상의 모든 창문이 닫힘을 위해서가 아니라 열림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 그것이야말로 타인과 나의 다름을 존중하는 내면의 힘이다. 



그런데 막상 타인을 향해 마음의 창문을 활짝 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 종일 끊임없이 말을 한다 해도, 돌아보면 그 말들은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말이 아니라 오히려 마음을 숨기기 위한 말일 때가 많다. 김중일의 시 ‘창문의 소용돌이’는 마음이라는 창문을 통해 우리가 소통하는 모든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시인은 창문이 “사라지려는 힘과 나타나려는 힘이/ 같은 힘으로 떠밀고 있는” 존재임을 발견한다. 창문으로는 온갖 사람들의 천태만상이 다 보인다. “어디서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나지? 자신이 만든 요리에 감탄하는 조리사”도 보이고, “유행가를 흥얼거리며 창문에 불어넣은 입김이 사라지기 전에 잽싸게 싸인 연습을 하는 가수지망생”도 보인다.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창문을 꼭꼭 닫아 놓지만, 열린 마음으로 타인의 삶을 상상하는 사람에게는 닫힌 창문마저도 어떤 간절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김중일 시인은 ‘사거리가 보이는 창문, Heat Roller’라는 시에서 이렇게 속삭인다. “여보세요, 하나의 창문 속에/ 너무 많은 창문을 숨겨놓으셨네요/ 저 창문들/ 언제 다 읽을까요.”



단열과 방음을 위해 이중 삼중으로 덧댄 현대사회의 창문들처럼, 우리 마음은 이렇게 여러 겹의 창문들로 겹겹이 숨겨져 있다. 이쪽에서는 한사코 창문을 닫아 놓고 있어도, 닫힌 창문 뒤로 꽁꽁 숨은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관찰력과 통찰력이야말로 우리 시대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리더십일 것이다.



3. [아시아경제][초동여담] '나'라는 이데올로기

미국의 한 심리학자가 1만5000여건의 결혼 기록을 검토해보니, 이름 첫 글자가 같은 사람들의 결합이 눈에 띄게 높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조엘(Joel)은 제니(Jenny)와, 알렉스(Alex)와 에이미(Amy), 도니(Donny)와 데이지(Daisy) 같은 경우 말이다.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이 자신의 저서 '인코그니토'에서 소개한 내용이다. 그는 책에서 “그 사람에게서 자신과 같은 부분(이름의 첫 글자)을 발견하고 자기 자신을 떠올린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무의식적 자기애' 내지는 익숙한 것을 보면서 느끼는 일종의 '안락감'으로 해석한다.”고 했다. 

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영화 ‘어바웃타임’에서 남자는 원하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는 인생에서 ‘사랑’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 사랑하고픈 여자를 만났고, 여자가 모델 케이트 모스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과거로 돌아가 ‘처음’ 만난 자리에서 케이트모스 이야기를 꺼낸다. 여자는 반색했고 둘은 연애의 커튼을 부드럽게 열어낸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결국은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의 변형일 수 있겠다. 남녀 관계 뿐이겠는가. 자녀에 대한 극진한 사랑 역시 나의 분신이라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타임지의 수석 편집자이자 작가인 제프리 클루거는 ‘옆집의 나르시시스트’라는 책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대표적인 나르시시스트로 꼽았다. 그는 ‘트럼프 모기지’ ‘트럼프 파이낸셜’ ‘트럼프 초콜릿’ ‘트럼프 생수’ 등의 이름을 붙인다. ‘트럼프 대학’도 있다. 상대방을 공격하고 막말을 일삼는 것도 나르시시스트의 전형적인 행동이라고 한다. 본인이 가장 소중하기 여기는 ‘자기’와 결을 달리 하는 타인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응징 밖에는 대응책이 없다고 여기는 것 아닐까. 

이처럼 지나친 자기애는 ‘나’가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고 일종의 이데올로기가 된다. 때로는 지향하는 가치도 '나'에 우선하지 못한다. 결국 내가 잘돼야 한다는 의식 혹은 무의식이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백범 김구 선생은 상하이임시정부를 찾아가 “문지기라도 시켜달라”고 했다는데, 지금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나의 존재감’ 찾기에 골몰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자기애는 끊임없이 벗어나보려 해도 완전히 떨쳐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얼마나 멀리 떨어질 수 있느냐만 있을 뿐이다. 이제는 그렇게 말해도 상투적인 소리로 들릴 뿐이겠지만, 그럼에도 민주사회에서 공직은 국민의 심부름꾼이거나 머슴이라는 게 본질이다. '나'만 잘 돼봤자 '우리'는 별 볼 일 없게 된다. 

제프리 클루거의 말이 와 닿는다. "자신감, 야망, 매력, 자기애는 전부 인간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복잡한 교향곡에서 꼭 필요한 화음들이다. 제대로 연주하기만 한다면 이러한 화음은 풍부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제대로 연주하지 못하면 그저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자아의 북소리에 지나게 않게 된다."



4. [아시아경제][허진석의 몸으로 쓰는 이야기] 공룡의 침묵

'쥐라기 공원(Jurassic Park)'은 1993년에 나온 미국 영화다. 마이클 크라이튼이 쓴 소설이 원작이다. 코스타리카 서해안에 있는 어느 섬에 최신 기술로 복원한 공룡들을 풀어놓은 테마파크가 들어선다. 공룡학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일반 공개를 앞두고 정밀 점검에 나선다. 최첨단 시스템이 작동을 멈추자 공룡들이 통제를 벗어나 날뛰고, 전문가 일행은 공룡에 쫓겨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공룡은 멸종해버린 동물이다. 약 2억5000만 년 전에서 6500만 년 전까지를 전성기로 본다. 인류의 기원을 약 250만 년 전에 살았을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보아도 인간과 공룡이 마주칠 일은 전혀 없었다. 현생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이라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20만 년 전에야 나타났으니 말해 무엇 하리. 그러나 다른 주장도 있다.

'창조과학'이란 성경의 창조론을 과학적 사실로 믿고 진화론을 부정하는 기독교 신앙운동이다.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젊은 지구 창조론'. 성경(창세기)을 근거로 우주가 6000년 전에서 1만 년 전 사이에 엿새에 걸쳐 창조됐다고 한다. 둘째 '오랜 지구 창조론'. 신이 긴 시간에 걸쳐 생명체들을 창조했다는 주장이다. 창세기의 '하루'는 24시간이 아니라 지질학적 연대기라는 것이다. 셋째 '지적설계론'. 우주와 생물을 '지적 존재'가 설계ㆍ제작했다는 주장이다.

창조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인류가 공룡과 함께 살았을 수 있다. 창조과학자들은 성경(욥기 40장 16~18절)에서 공룡을 본다. "저 억센 허리를 보아라. 뱃가죽에서 뻗치는 저 힘을 보아라. 송백처럼 뻗은 저 꼬리, 힘줄이 얽혀 터질 듯한 저 굵은 다리를 보아라. 청동관 같은 뼈대, 무쇠 빗장 같은 저 갈비뼈를 보아라." 성경에 '베헤못'으로 나오는 이 풀 뜯어 먹는 동물이 공룡이라는 것이다.

이 주장은 원형심리나 집단무의식 차원에서 공룡을 용(龍)의 원형으로 보는 견해와 통한다. 용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강력한 존재로서 두려움의 대상이다. 동양에서는 존엄하고 상서로운 존재인 반면 서양에서는 악의 결정체로서 타도 대상이라는 점만 다르다. 공룡과 함께 지내며 생명을 위협받은 고대 인류의 공포가 현대로 이어져 용의 이미지로 형상화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쥐라기 공원에서 공룡들이 포효하는 장면을 재미있게 보았다. 정말 그랬을지는 모른다. 공룡은 파충류로서 뱀이나 도마뱀, 악어, 거북 따위가 그 떨거지다. 이들 가운데 어떤 놈도 고함치거나 울부짖지 않는다. 나는 공룡의 멸종 원인이 화산폭발이나 행성충돌로 인한 지구환경의 변화가 아니라 그들의 침묵일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소통의 부재, 이해의 단절은 곧 고립과 개개의 소멸로 이어진다. 침묵이 진실로 금(金)인 경우는 많지 않다. 

우리는 '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목은 생명이 지나가는 길목이다. 혈관, 숨관, 식도, 신경 등이 통과한다. 뇌에서 보내는 신호도 목을 거쳐 온몸으로 전달된다. 그러나 나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신체기관은 목울대라고 생각한다. 이곳을 울려 만든 소리로 생각을 신호(언어)로 전환해 무리에 전함으로써 지적 동물로서 신이 베푼 자연을 지배하는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5. [세계일보][양경미의 영화인사이드] 할리우드 영화 왜 강할까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두 달가량은 극장가 비수기다. 이 때문에 소위 대박 나는 한국영화가 드물다. 올해 3월에는 예년에 비해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 32%에 불과했다. 반면 할리우드 영화는 다양한 소재로 인기를 끌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영화가 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비수기여서 그럴까? 그렇지만은 않다.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3월 중 총 관객 수는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이다.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한국영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이유다. 해법을 할리우드에서 찾을 수 있을까.

할리우드 영화들은 미래지향적이며 희망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 ‘라이프’는 우주 탐사라는 미래를 담고 있고 ‘컨택트’는 미지의 문명과의 조우를 다룬다. ‘히든 피겨스’는 1960년대 우주 개발에서 큰 역할을 한 흑인 여성들이 겪는 부조리한 인종차별을 비판하고 있지만 결국은 이를 극복하는 미국의 저력을 그리고 있다. 영화 ‘파운드’ 역시 별 볼일 없던 믹서기 세일즈맨 레이 크록이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회사인 맥도날드 경영자로 성공하는 신화를 보여준다. 과거를 담고 있되 꿈과 희망을 제공한다.



반면 한국영화는 과거를 담고 사회 부조리를 지적하지만 미래와 희망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따라서 영화를 본 관객들로 하여금 비관적인 생각을 갖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2016년 큰 인기를 끌었던 ‘밀정’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그리고 저예산에서도 ‘귀향’ ‘동주’까지 그렇다. ‘내부자들’ ‘아수라’ ‘더킹’ ‘마스터’ 그리고 ‘재심’ ‘프리즌’까지 사회비판 영화도 결코 희망을 주지는 못한다.

객석에 감동을 안겨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영화의 흥행은 관객들에게 얼마만큼 감동을 건네는가와 연관이 있다. 영화 ‘핵소고지’는 오키나와에서 홀로 수많은 부상병을 구한 실제인물 도스의 활약을 그리며 미국의 우월함을 전한다. 2009년 제작된 ‘챈스 일병의 귀환’에서는 이라크 전쟁에서 전사한 실제인물 챈스 일병의 유해 운구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는 전사자에 대한 예우와 유해에 깊은 조의를 표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에게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하고 동시에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시나리오 구조도 탄탄하다. 할리우드는 철저한 분업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인다. 그러나 한국영화는 감독이 연출을 맡고 시나리오까지 직접 담당할 뿐만 아니라 제작사를 소유하기도 한다. 영화에 있어 탄탄한 이야기 구조는 생명과도 같다. 할리우드 영화는 좋은 시나리오 구조를 가지고 있는 반면 한국영화는 유사한 패턴의 이야기 구조를 반복하면서 관객을 모으는 데 실패한다. 시나리오 작가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관객을 모을 수 있다.

한국영화는 과거에 비해 성장하고 발전했다. 그러나 지금의 정체에서 벗어나려면 과거보다 미래를, 절망과 비관보다 희망을 관객들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국내시장이 할리우드 영화에 잠식당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또한 세계시장에 상업적으로 진출할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의 강세 이유를 보면 한국영화가 나아갈 길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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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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