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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매일경제]

1. 재벌 자격수 김상조 공정위원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진보적 경제학자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새 정부 첫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과 경제개혁센터 소장을 지냈고 이번 대선에서는 문재인 캠프의 '새로운 대한민국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재벌개혁 공약을 가다듬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재벌 개혁에 앞장서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이제 김 후보자를 내세워 본격적으로 개혁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새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를 바라보는 경제계의 시각은 복잡하다.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김 후보자는 어제 지명 발표 후 "공정한 시장경쟁 질서 기반을 구축하고 법을 엄정히 집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독과점 폐해를 막고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 질서를 확립하는 건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다. 그러한 경쟁 질서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혁신적인 기업가를 키워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새 수장을 맞는 공정위가 그런 경쟁 질서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자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반드시 새겨들어야 한다. 새 정부가 현실을 무시하고 과욕을 부려 지나치게 급진적인 재벌 개혁을 밀어붙이면 자칫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다.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위 조사국 부활, 기업 경영을 위축시킬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를 밀어붙이고 대기업 지배구조의 무리한 재편을 시도하며 쾌도난마식으로 재벌 개혁을 이루려 한다면 엄청난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다행히 김 후보자는 현실을 잘 아는 개혁론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대선 캠프 내에서도 과격한 재벌 체제 수술론을 상당히 누그러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대선기간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정부 규제로 재벌 개혁을 일거에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개혁은 기존의 틀 안에서 점진적으로 해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 역시 현실적이고 점진적이며 예측 가능한 개혁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기에 그를 공정위원장 후보로 앉혔을 것이다. 김 후보자가 재벌의 저격수나 저승사자가 아니라 더욱 혁신적이고 건강한 대기업들을 키우는 경쟁정책 수장이 되기를 바란다.



[중앙일보]

2. '묻지마 ABP'는 금물이다

‘준비된 대통령’의 구호가 빈말이 아닌 모양이다. 문재인 정부의 첫 일처리 솜씨가 호평을 받고 있다. 전임 박근혜 정부는 야당이 법안 통과의 발목을 잡아 일을 하지 못한다는 불평이 입버릇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입법에 목을 매지 않고 행정조치를 발동해 산적한 현안을 유연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1호 업무지시로 내린 일자리위원회 설치에 이어 5·18 기념식에서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허용과 국정교과서 폐지가 줄을 잇고 있다.

이런 모습에 야당에서도 “무섭도록 일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전망에 대해 “잘할 것”이라는 의견이 75%에 달했다는 10~12일 리얼미터 조사가 현실에서 뒷받침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신중한 정책 판단이 필요하다. 국민이 열광한다고 해서 전임 정부와 반대로만 가거나 기존 정책을 모두 없애는 ‘ABP(Anything but Park·박근혜 지우기)’에 몰두하다 보면 자칫 국익에 손해를 끼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게다가 국민이 박수 치는 것은 불통과 무능의 리더십으로 일그러진 전임 정부와의 극명한 대비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성보다 감정적인 반응이 앞선다는 의미다. 이를 감안하지 않고 적폐청산이라는 명분 아래 분위기에 취해 앞 정부의 정책을 무조건 폐기하고 깔아뭉개서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와 오판에 빠질 수 있다.

역대 정부가 그런 오류를 줄곧 범해 왔고 박근혜 정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을 철저히 덮어버린 것이 대표적이다. 녹색성장은 내연기관 대신 전기로 움직이는 친환경 자동차는 물론이고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화력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과 직결된다. 4차 산업혁명으로도 연결될 수 있는 신성장 분야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철저히 녹색성장의 흔적을 지웠다.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는 저출산고령화위원회 활동 역시 외면했다.

새 정부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박근혜 정부의 정책도 가치 있는 것이라면 살려 나가야 한다. 창조경제는 실체가 모호해 논란을 빚었지만, 2013년부터 복원에 나선 창업생태계는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벤처 투자 실적을 거두면서 회생의 발판을 구축했다.



신규 벤처펀드 조성은 2015년과 비교할 때 17.9% 증가한 3조1998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3조원대를 돌파했다. 창업생태계가 활성화하자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도 늘어났다. 이 결과는 창업에서 자금 회수에 이르기까지 극심했던 규제를 풀고 융자가 아닌 투자 중심의 선순환 창업생태계를 구축한 덕분이다.

이런 점에서 다음달 말까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세울 정책기획자문위원회의 역할은 막중하다. 옥석을 가려 실효성 없는 정책은 손질하되 백년대계를 도모해 국익에 도움이 되는 정책은 살려 나가야 한다. 새로운 일자리가 많은 서비스산업 규제를 풀고 노동개혁에도 다시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소득 중심의 성장이 실현되고 문재인 정부도 성공할 길이 열릴 것이다.



[조선일보]

3. 北核 대화에는 진짜가 있고 가짜가 있다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16일 북한이 핵·미사일 관련 실험을 전면 중단하면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선 김정은 정권이 비핵화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대화의 조건을 낮춘 것이다. 그러자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북한이 핵실험을 중단하고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는 조치가 있다면 대화 분위기는 많이 진전될 수 있다"며 미국 측 조건 변화를 환영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미 양국이 북한과의 대화 조건에 합의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 양국의 신(新)정부가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을 막기 위해선 대화 조건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일단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현실적 문제를 드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1990년대 초 1차 북핵 위기 이후 20년 넘게 계속되는 북한의 전술에 기만당하는 역사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역시 제기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핵·미사일 도발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킨 후 실험 중단을 조건으로 중유·쌀·비료 등을 받아왔다. 그리고 회담에 임하는 척하다가 결정적인 국면에서 파국을 만들어왔다. 비핵화 추진 합의문을 만들고 검증은 거부하는 식이다. 국제사회가 이 전술에 속아 넘어가는 사이 북한은 핵실험을 거쳐 핵탄두 수십 개를 만들 수 있게 됐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 코앞까지 왔다. 북과의 협상은 불가피하다.



북핵을 없앨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 없다. 바로 이 사실을 북은 가장 큰 강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핵과 미사일로 일로매진하더라도 한·미가 결국은 '대화하자'고 나올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북은 트럼프의 예상 못한 행동으로 잠시 주춤했을지 모르나 미국이 대화 조건을 낮추는 것을 보고 자신들의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또 확인했을 것이다.



대화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그런데 선거로 뽑히는 한·미 정부에선 종종 대화 자체를 '업적'으로 과시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북은 이 생리를 잘 알고 이용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 위기를 벗어나고자 이런 유혹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언젠가 대화는 재개돼야 한다. 다만 이번만큼은 '검증 가능한 핵 폐기'냐, 아니면 '망하느냐'는 기로에 북을 세워야 한다. 지금은 더 강력한 대북 제재로 북의 숨통을 죄면서 그 효과와 북의 반응을 살펴야 할 때다. 중국도 상당한 정도로 대북 제재에 동참하기 시작했는데 또 제재의 동력을 잃어버리면 그 대화는 '진짜 대화'가 아니라 '가짜 대화'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4. '돈 봉투' 검찰 두 핵심에 대한 초유의 감찰​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21일 최순실 게이트 수사팀과 법무부 간부들이 밥 먹는 자리에 참석했다. 법무부 안 국장은 수사팀 검사들에게, 이 지검장은 검찰국 간부들에게 각각 70만~1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격려금'조로 건넸다고 한다.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법무부 감찰위원회와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엄정히 조사해 공직 기강을 세우고 청탁금지법 등 법률 위반이 있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며 "법무부와 검찰의 특수활동비 사용이 원래 용도에 부합하게 사용되고 있는지도 조사돼야 한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은 검찰 핵심 요직 중의 핵심이다. 그런 두 사람이 돈 봉투 문제와 관련돼 감찰을 받게 됐다. 초유의 일이다.

검사들 회식이 있던 날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기소한 지 나흘밖에 안 지난 시점이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부실 수사 논란이 일고 있는 마당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순실 게이트 사건의 수사 책임자였던 이 지검장이 우 전 수석과 수십 차례 통화한 것으로 드러난 안 국장 및 휘하 간부들과 함께 만났다는 사실 자체가 부적절했다. 거기에 더해 국민 세금을 마치 자신들 돈인 듯 서로 돈 봉투까지 돌렸다니 방만한 처신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가 두 사람만이 아닌 검찰 지휘부가 사용한 공금 전반에 대한 감찰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이 공약한 검찰 개혁이 여기서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대통령이 감찰 지시를 공개적으로 한 것은 그만큼 대통령의 검찰 개혁 의지가 크다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 공약은 검사들 비리까지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이 핵심이다. 수사권 조정은 기본적으로 수사는 경찰이 하고 검찰은 기소와 공소유지를 담당케 하겠다는 것이다. 이 방안이 현실화되면 이른바 '검찰 권력'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개혁의 적절성 여부는 앞으로 많은 검토와 토론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사태가 여기까지 온 것은 위의 눈치만 보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온 검찰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서울신문]

5. 법 바꿔 청와대 인수인계 체계 정비해야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논란을 빚었던 청와대 문서의 인수인계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에 따르면 인수인계와 관련한 이전 정부 청와대 참모진의 컴퓨터 하드웨어는 비어 있고, 남긴 것이라고는 ‘이 부서가 이런 일을 한다’는 7~8쪽짜리 현황 보고서와 회의실 예약 기록이 전부라고 한다. 가뜩이나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사실상 인수인계 문건이 전무한 상태에서 일을 시작해야 할 판이다.

동네 구멍가게조차 주인이 바뀌면 사소한 것까지 인수인계해서 새 주인이 장사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상식이다. 하물며 국정 운용의 최고 컨트롤타워인 곳의 실상이 이렇다니 딱한 일이다. 조국 민정수석이 국가정보원과 기무사령부, 검찰과 경찰 등의 보안감찰 책임자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종이·전자 문서에 대한 무단 파쇄, 유출, 삭제를 금지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정권 교체기마다 이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현행법에 청와대 문서의 인수인계 방식과 범위가 빠져 있는 탓이다. 문서를 어떻게 생산하고 보관해야 하는지만 명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전 정부가 인수인계 시스템에 관련 문건을 남기지 않았더라도 위법으로 보기 어렵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에 마련한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11조는 대통령과 보좌·자문·경호 기관, 인수위 등의 모든 자료는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도록 했다. 또 시행령 44조는 ‘인수를 끝낸 전자기록물은 물리적으로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삭제 또는 파기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15~30년까지 공개할 수 없는 지정기록물로 지정되면 실질적 인수인계는 불가능해진다. 모두 국가지정기록물로 넘어가면 국회의원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열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기록원에 이관하지 않은 문서가 임의로 지워졌는지, 인수받지 못한 자료가 무엇인지조차 파악하기 쉽지 않은 이유다.

비록 때늦긴 해도 이참에 법을 바꿔 청와대 문서 인수인계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새 법령에 ‘청와대에 무엇을 남겨 놓아야 한다’는 식의 강제 규정을 담을 필요가 있다. 이것이 가뜩이나 할 일 많은 새 정권 초에 반복되는 소모적인 논쟁을 막는 길이다. 이번 인수인계 때 고의적인 문서 파기나 삭제가 있었는지를 철저히 따지는 것은 당연히 먼저 해야 할 일이다.



6. 친박 복원 움직임에 대한 우려

자유한국당이 대선 패배 이후에도 변화를 모색하기보다 친박(친박근혜)계 복원 등 구태를 답습하고 있어 국민의 시선이 따갑다.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어제 SNS를 통해 “박근혜 팔아 국회의원 하다가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었고, 박근혜 감옥 간 뒤 슬금슬금 기어나와 당권이나 차지해 보려고 설치기 시작하는 자들”이라며 친박계를 맹비난했다.

 

​현재의 단일형 지도체제를 집단 지도체제로 바꾸려는 세력을 비판한 것이지만 친박계의 복원 움직임을 질타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 친박계 의원들은 “홍 전 지사가 제정신인지. 막말로 표심을 잃은 홍 전 지사가 여전히 성찰의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며 발끈했다.

물론 홍 전 지사의 책임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대선 과정에서 보여 준 막말은 전통적인 보수성향의 지지자들조차 등을 돌리게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당분간은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감과 지지자들에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마땅하다. 휴식차 떠난 미국에서 SNS를 통해 “신보수주의 이념을 중심으로 당을 새롭게 하겠다”며 당권 도전 의사를 내비치는 모습은 적절치 않다.

제1야당으로 새 출발이 필요한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지도체제를 정비하는 일은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의 탄핵과 대선 참패에 대한 책임과 성찰의 과정도 없이 곧바로 당권 경쟁으로 갈등을 빚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친박계 복원 움직임은 누가 봐도 어불성설이다. 대선 직후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 13명을 복당시키고,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 최경환, 윤상현 의원 등의 당원권 정지를 해제한 것은 성급한 결정이었다.



재판 중인 이완영, 김한표, 권석창 의원과 이완구 전 원내대표 등에 대한 면책도 마찬가지다. 당의 화합을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의석수를 늘리려는 정치공학적 판단에 급급했다는 비난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개혁 의지를 보여 주기는커녕 당원과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는 행위임이 틀림없다.

자유한국당의 국회 의석수는 107석으로 여전히 보수 세력의 중추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올바른 견제 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 개혁과 쇄신으로 새롭고 건강한 보수의 모습을 다시 찾아야 한다. “이념적 지향점도 바꾸고, 지도부도 바꾸고, 정신도 바꾸고, 자세도 바꿔야 한다”는 홍 전 지사의 말은 틀린 게 아니다.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환골탈태의 각오가 필요하다.



[노컷뉴스]

7. 이해찬 "한중 정상회담, 1차로 7월 G20회의서 가능"

문재인 대통령의 대중 특사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18일 "한중 정상회담은 7월 G20 회의가 열리는 함부르크에서 1차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특사는 이날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하면서 김포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중 수교 25주년이 8월 24일인데, 그 무렵 해서 또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그런 의견을 (중국에) 말씀드리도록 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금 한중 관계가 아주 경색돼 있어 경제교류나 한류, 또 인적교류, 관광 이런 부분들을 많이 풀어내는 데 역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훈령을 직접 주셨다. (시 주석에게) 친서를 전달할 예정이고, 훈령 내용에 따라 대통령의 뜻을 잘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특사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와 관련해서도 "대통령의 입장을 충분히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드릴 생각"이라며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시 주석과 우리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해서 공감대를 많이 이뤘기 때문에 가서 충분히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특사로 지명되고 나서 많은 분이 경색된 한중 관계를 푸는 계기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하셨다. 중국에 가서 우리 국민의 여망을 잘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8. 홍석현 "사드, 후보때와 생각 다를 수도" 발언에 해석 분분

미국 특사로 임명돼 17일 출국한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방침과 관련해 입장 변화로 볼 수 있는 발언을 하면서 해석이 분분하다. 

홍 특사는 이날 출국 전에 사드의 국회 비준을 추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에 대해 "후보 때 한 발언과 대통령이 돼서 (갖는 생각은) 상대가 있는 그런 문제니까 좀 차이가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의 발언을 내가 이해하기로는 미국과의 생각의 차이라기보다는 국내에서의 절차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정부의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 변화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을 낳았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우며 국회 비준 동의를 포함해 "사드배치는 다음 정부에서 결정할 일"이란 입장을 꾸준히 견지해왔다. 국민 의견수렴 없이 급박하게 진행된 사드 배치 과정의 절차적 문제점도 지적해왔다. 그러나 대선 이후 한미 관계를 고려했을 때, 또 사드 배치가 이미 결정된데다 일부 장비가 한국에 들어온 상황에서 사드를 반환할 수 없다는 지적에 수긍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사드 배치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며 사드 배치 자체에 대한 반대는 아니란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사드 배치 찬성 역시 테이블 위에 있다는 뉘앙스로 읽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야권 일각에서는 단순히 특사 방문에 앞서 한미동맹을 강조한 것 뿐이라고 반박한다. 

특사로 파견가는 와중에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할 수도 있는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닫힌 입장'을 내보이는 것 보다는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을 강조하는 것이 외교적으로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또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듣고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뒤 판단하겠다는 후보 시절의 뜻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발언이란 설명이다. 

문 대통령의 후보시절 캠프 관계자는 "이번 특사 파견은 '협상'을 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이야기도 듣고 대화를 하러 가는 것이다. 특사가 여러가지 개인적인 생각과 과거 경험을 토대로 포괄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겠지만, 대통령이 된 뒤 한미동맹과 내부 절차를 모두 고려해 수위 조절 정도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 정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9. 한·일 위안부 문제, 새 출구가 필요하다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 문제로 냉각 상태다. 특히 2012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갈등이 더욱 격화하면서 안보·경제 분야 협력마저 꽉 막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특사인 민주당 문희상 의원이 어제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나 ‘셔틀 외교’ 부활 등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관계에 새 돌파구가 열릴지 주목된다.

상황이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2015년 12월에 이뤄진 ‘위안부 합의’ 재협상이라는 뇌관이 잠복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범죄 인정이나 공식 사죄 없이 위안부 지원재단에 기금 10억엔을 출연하는 것이 당시 합의 골자다. 그럼에도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이라고 규정해 일방적이고 졸속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주철기 전 외교안보수석조차 “너무 서두른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할 정도다.

국제사회도 부정적이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는 최근 당시 합의가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명예회복, 진실규명과 재발방지 약속 등이 충분하지 않다”며 한·일 양국에 개정을 권고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아베 총리와의 첫 통화에서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국민 감정과 국제사회의 반응을 감안한 조치였다.

하지만 일본은 ‘또 골대를 옮기려는 것이냐’며 ‘재협상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위안부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길 기대한다”는 기존 태도를 재확인한 게 그것이다. 일본 정부는 유엔 고문방지위의 개정 권고에도 “한·일 합의는 준수돼야 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국가 간 합의를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잘못된 걸 알면서도 덮고 갈 수는 없다. 지난 합의로는 양국 관계의 획기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문 특사가 제시한 위안부 동원 강제성 인정과 진정한 사죄를 포함한 ‘제3의 길’은 주목할 만하다. ‘파기’나 ‘재협상’이 아니면서도 서로 수용 가능한 합리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위해 위안부 문제는 이제 출구를 찾을 때가 됐다.



10. 국정기획자문위 청사진 마련 기대한다

문재인 정부 임기 5년 동안의 정책 로드맵을 마련할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그제 출범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까지 떠맡게 되는 기구다. 새 정부가 과거와 달리 조기 대선을 거쳐 출범했다는 점에서 별도로 인수위원회가 가동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밝혔던 ‘나라다운 나라’의 실질적인 청사진을 만드는 임무를 떠맡은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다시 면밀히 검토하는 작업이다. 공약의 실현가능성을 따져보고 소요 재원을 확실히 파악해야 한다. 실행에 옮길 만한 공약 중에서도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 정치·외교·경제 등 6개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들과 함께 공약 검토에 착수하게 된다니, 새 정부의 갈 길을 제대로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전시성 공약을 얼마나 걸러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선거 막바지에 이르러 후보들마다 표심을 노린 선심성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냈고, 문 대통령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모든 공약을 가급적 긍정적인 입장에서 검토해야겠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공약에 있어서는 과감하게 추려내야 한다. 초기에 바로잡지 못한다면 앞으로 정책추진 과정에서 두고두고 발목을 잡히게 될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국민인수위원회도 동시에 구성된다는 사실이다. 말 그대로 국민 누구나 인수위원으로 참여해 자신이 원하는 정책 방향을 제안할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창구를 통해 수렴된 세간의 의견을 국정에 폭넓게 반영한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이 이번 정부의 ‘피플 파워’ 성격을 강조하는데 부합하는 조치다. 정책 마련 과정에서 서민들의 밑바닥 의견을 두루 청취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새 정부는 이미 출범하면서부터 중점 과제별로 정책 시행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의 첫 번째 지시로 일자리위윈회가 구성됐으며, 미세먼지 감축 대책도 본격 검토가 시작됐다. 정책추진의 골격과 방향을 잡는 데 있어 시간을 놓치면 곤란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100일 플랜’을 제시한 것도 마찬가지 의미다. 타이밍을 살리면서도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





주요신문칼럼



1. [경향신문][최희원의 IT세상] 랜섬웨어와 4차 산업혁명

한순간 디지털 인류는 멈춰서야 했다. 한 어머니는 컴퓨터에 저장해둔 여덟 살 딸과의 추억이 담긴 모든 사진을 강탈당했다. 어떤 회사 직원은 랜섬웨어로 사업상 필요한 파일을 잃어버려 해고당할까봐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악랄한 범죄자들에게는 인정사정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수익성만 좋다면 그들은 변종을 거듭하는 진화된 랜섬웨어를 만들 것이다. 며칠 전 사상 최대의 랜섬웨어가 사람과 사물을 가리지 않고 150개국에서 20여만개의 프로토콜(IP)을 공격했다. 피해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랜섬웨어는 개인보다 기업이나 병원 등을 표적으로 한다. 기업들은 데이터 몸값을 지불할 돈이 있기 때문이다.



랜섬웨어는 영국의 40여개 병원과 프랑스의 르노자동차, 미국 페덱스 등을 공격했다. 사상 최대 랜섬웨어 유포를 지켜보면서 비행기가 쌍둥이 빌딩으로 돌진한 9·11 테러나 둑을 넘어 자동차와 시골집들을 장난감 쓸어가는 듯한 동일본 대지진의 쓰나미를 텔레비전 화면으로 볼 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운영체제 윈도에서 감염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랜섬웨어는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랜섬웨어가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TV를 감염시킨 사실이 밝혀졌다. 보안전문가들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노린 랜섬웨어가 이미 몇 년 전부터 있었고, 이제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TV를 감염시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플레임’이라는 악성코드는 이란 등 중동 국가들의 컴퓨터에 침투해 사이버 스파이 활동을 해왔다. 2년 이상 이란의 핵 프로그램 관련 컴퓨터 등에 잠복해 있었다. 하지만 플레임의 존재를 파악하는 데는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보안전문가 미코 히포넨은 이를 보안백신산업 실패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보안산업이 결국 사이버 범죄자나 해커들의 수준을 따라갈 수 없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우리는 거의 매일 4차 산업혁명 관련 정보에 짓눌려 살고 있다. 디지털 시대 우리의 모든 삶은 컴퓨터와 네트워크로 둘러싸여 있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컴퓨터의 코드는 특히 감염에 취약하다. 자율자동차가 해커에게 장악돼 공격당한 사례를 우리는 이미 전해들었다. 자율주행차의 소프트웨어는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며, 수시로 업데이트되기에 해킹에 쉽게 노출된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4차 산업 시대가 되면 이번 랜섬웨어 유포로 인한 피해는 소꿉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네트워크가 하나로 촘촘히 연결되는 사물인터넷 시대와 4차 산업이 하나 둘 구현되기 시작하는 미래에는 한번의 사이버 공격이 치명적인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예견하고 있다. 소설 속 해커 케이스는 자유자재로 정보 네트워크에 침투해 중요한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훔치면서 살아간다. 사이버 스페이스와 정보화 사회, 인공지능, 그리고 국가를 뛰어넘는 거대 기업의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을 꼭 빼닮았다. 특히 인간의 감각기관과 신경망을 연결해 타인의 눈과 귀를 자신의 것처럼 활용하는 소설 속의 이야기는 그저 황당하고 흥미로운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었을 뿐이라고 생각됐다. 하지만 그것도 곧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는 매년 30만명의 다양한 환자가 당뇨펌프, 심장박동기 등 무선삽입형 의료장비를 이식받는 수술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삽입형 의료장비를 몸속에 장착하고 있는 이들만 수백만명에 달한다. 영화 <홈랜드>에는 테러리스트가 삽입형 심장박동기를 공격, 부통령을 살해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놀랍게도 인간의 몸이 사이버 공격 대상이 되는 현실을 그럴듯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는 <뉴로맨서>에 나오는 인간의 감각기관과 신경망을 해킹하는 첫 번째 단계가 될 수도 있다.

오늘날 네트워크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불안전해지고 있다. 한꺼번에 발생하는 폭발적 접속량, 보안 피해, 수년간의 임시기술패치 등을 네트워크가 처리하기 버거운 순간들이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세상을 장악해가고 있는 코드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실력 있는 화이트해커, 사이버전사들이 필요하다. 지난 정부는 4년 전 방송과 금융사 전산망을 마비시킨 3·20 사이버 테러사건이 터지자 2017년까지 해커 5000여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지금 어디에서 화이트해커 5000여명이 양성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려 있는 4차 산업혁명과 근간을 이루는 사이버 보안에 더 이상의 날림정책이 이어져서는 안된다. 화이트해커는 우리의 미래를 지켜줄 수 있는 사이버 보안관이자 무분별하고 무차별적인 범죄권력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권력이다. 모든 사람을 화이트해커나 프로그래머로 만들 수는 없다.



그럼에도 최소한 국민들이 4차 산업을 둘러싼 고도의 기술 작동방식을 이해하고, 정보 보안툴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준비하고 예방하지 않는다면 사이버상에서 동일본 대지진과는 비교도 안되는 거대한 재앙의 쓰나미가 우리의 삶을 한순간에 쓸어갈 수 있다.



2. [서울신문][이덕일의 역사의 창] 대륙사관, 반도사관

백암 박은식, 석주 이상룡, 성재 이시영의 공통점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이라는 점이다. 백암 박은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2대 대통령이었고, 석주 이상룡은 임시정부가 1925년 정치체제를 내각책임제로 바꾼 뒤 초대 총리인 국무령을 지냈고, 성재 이시영은 초대 법무총장을 역임했다.



그런데 이들에 단재 신채호를 더하면 다른 공통점이 있는데, 모두 ‘역사학자’라는 점이다. 백암 박은식은 ‘한국통사’(韓國痛史) 등을 저술했고, 석주 이상룡은 신흥무관학교의 국사 교재를 썼다. 성재 이시영은 중국학자 황염배(黃炎培?1878∼1965)가 ‘조선’(朝鮮)을 저술하면서 조선총독부와 일본인이 연구한 자료로 한국을 비하하자 1934년 ‘감시만어’(感時漫語)로 이를 논박했다.

황염배가 중국이 제2의 조선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위기감 속에서 ‘조선’을 저술했지만 왜곡된 내용이 많자 역사서를 저술해 이를 반박한 것이다. ‘조선상고사’의 저자 단재 신채호는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 네 분의 독립운동가가 역사학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독립운동에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내면의 논리가 한국사에 대한 이해와 확신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감시만어’에는 무원 김교헌의 저서들을 인용하고 있는데, 김교헌은 고종 때 성균관 대사성과 홍문관 부제학을 지낸 당대 최고의 학자이자 독립운동가였다.

그런데 박은식·이상룡·이시영·신채호·김교헌의 공통점이 또 있는데 모두 대륙사관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조선총독부가 반도사관의 틀에 맞춰 한국사를 왜곡할 것을 미리 알았다는 듯이 일관되게 대륙사를 주창했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고대사에 대해 저술했는데, 한결같이 현재의 한국 사학계 주류에서 잊혔거나 지워졌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이들이 시간이 남아돌아서 고대사를 연구한 것이 아니라 조선총독부가 한국 고대사에 집착했던 것이 현재의 침략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서였던 것처럼 “한국 고대사는 곧 현대사이자 독립운동사”라는 확신 속에서 고대사를 연구한 것이다.



그런데 이때부터 중요 쟁점의 하나가 고대 한(漢)나라의 식민지라는 한사군의 위치였다. 조선총독부는 아무런 사료적 근거 없이 한반도 북부에 한사군이 있었고, 남부에는 임나일본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철저한 사료적 근거를 가지고 이를 반박했다. 조선총독부는 ‘대동강 유역에 기자조선과 위만조선이 있었고, 그 자리에 낙랑군이 들어섰다’(‘조선반도사’)라고 주장했다. 즉 기자조선 자리에 위만조선이 있었고, 그 자리에 낙랑군이 들어섰다는 것인데, 아직도 한국 고대사학계 다수는 이 설을 추종한다.

반면 백암 박은식은 1911년 만주로 망명해 지은 ‘몽배금태조’(夢拜金太祖)에서 “영평부(永平府)는 기자조선의 경계”라고 서술했다. 지금의 허베이성 루룽(蘆龍)현 지역인 청나라 영평부가 기자조선 자리라는 것이다. 청나라의 역사지리학자 고조우(顧祖禹)는 역대 지리지를 참고해 편찬한 ‘독사방여기요’(讀史方輿紀要)의 ‘영평부’ 조에서 “영평부 북쪽 40리에 조선성이 있는데 한나라 낙랑군 속현이다”라고 했다. 낙랑군 조선현이 영평부 경내에 있었다는 것이다. 1911년 백암 박은식이 “영평부는 기씨 조선의 경계”라고 말한 것이 정확하다는 뜻이다. 낙랑군 조선현은 평양이 아니라 지금의 허베이성 루룽현에 있었다.

사실이 이런데도 아직도 반도사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한국 고대사학계 일부가 “평양에 낙랑군이 있었다”고 우기니까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고 망언한 것이다. 낙랑군이 지금의 허베이성 일대에 있었다는 중국 사료는 계속 쏟아지는 반면 평양이 낙랑군이라는 사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독립운동가 겸 역사학자들이 대륙사관을 주창한 것은 중국 고대 사료에 대한 객관적 해석의 결과다. 중국은 국가 주석까지 나설 정도로 역사 강역 문제를 국시의 하나로 다루고 있다. 우리가 이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국가의 존속 문제로 확대될지 모른다. 역사를 빼앗긴 민족이 훗날 강토까지 빼앗긴 것은 역사에서 많은 사례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3. [서울신문][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미술관, 마음의 위안처

어려운 일, 피곤한 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어딘가 편한 곳을 찾는다. 영화 ‘뮤지엄 아워스’(2012)에서 마음의 피난처는 미술관이다. 버거운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잠시 숨 돌릴 수 있는 공간, 수많은 사람들의 세파에 닳아버린 삶들이 담긴 그림들 사이로 또 다른 사람들이 오늘이라는 시간 속에 분주하게 때로는 무망하게 그림을 보는 일상 아닌 일상 속 시간이 멈추어 선 곳, 문득 떠난 낯선 여행지 같은 그곳이 바로 미술관이다.



캐나다에 사는 앤(마거릿 오하라)은 어느 날 존재조차 모르던 사촌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접한다. 연고자가 없어 유일한 친척 앤에게 연락이 와 빈에 왔지만 사촌도 도시도 다 낯설고 서툴다. 그래서 낯선 도시에서 두렵고 외로우면 조용히 미술관을 찾는다. 그러다 미술관 경비원 요한(보비 소머)에 의해 발견(?)된다. 음악 일에 종사하다 정년퇴직한 그는 그림 보는 일과 그림 보는 관객을 보는 재미로 미술관 일을 하던 중이다. 그런 그가 미술관에서 유독 오랜 시간을 보내는 앤을 발견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영화는 두 사람의 뜻밖의 만남을 통해 전개된다. 미술관과 빈이라는 도시를 표류하듯 방황하는 두 사람을 카메라는 정교하게 따라붙어 다큐멘터리처럼 미술품과 일상적 풍경 사이를 슬라이드 쇼처럼 교차하거나, 화면이 분할되어 두 개의 상황이 하나의 화면에 등장하면서 두 사람의 만남은 관객과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이런 영화의 전개방식은 영화보다 비디오아티스트로 더 잘 알려진 젬 코언 감독 덕택이다. 그의 작품은 뉴욕현대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그의 영화와 설치미술 작품들은 주로 다큐멘터리 기법을 차용해 영화도 미술, 음악도 아닌 중간영역에 둔다. 16㎜나 슈퍼 8㎜ 홈비디오를 써서 중심과 주변, 전경과 후경을 수시로 바꿔 주변과 중심을 뒤섞어 놓는데 영화에서도 카메라의 프레임은 액자가 되고 액자 속 그림의 주인공이 움직인다.



요한이 근무하는 미술관은 1891년 개관한 빈 미술사미술관이다. 독일의 건축가 G 젬퍼가 설계한 석조건물에 빈을 수도로 600년 동안 유럽을 지배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소장품과 17세기 중엽 레오폴트 빌헬름 장군이 수집한 약 40만점의 미술품이 보태져 서양미술사 전반에 걸친 진귀한 작품들로 가득한 미술관 중 미술관이다.



영화의 배경이 미술관이니 그림은 영화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이다. 병문안을 함께 간 요한은 코마 상태의 환자를 두고 렘브란트의 ‘자화상’과 아르침볼도의 ‘여름’(1563) 그리고 파티니르의 ‘그리스도의 세례’(1515~24)를 이야기한다. 파산 후 궁핍하고 쓸쓸한 노년기를 보낸 렘브란트의 자화상은 삶의 덧없음과 젊은 날의 회한을, 아르침볼도는 황제 막시밀리안 2세의 얼굴을 연작으로 그렸는데 ‘여름’은 인생의 가장 절정, 또는 건강했던 시절을 말한다. 파티니르는 루카복음 3장 1~18절과 21~22절을 소재로 ‘그리스도의 세례’를 그렸다. 요한의 그림 이야기는 죽음을 앞두고 있는 환자에게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아들”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하지만 ‘뮤지엄 아워스’에서 주인공은 단연 플랑드르의 화가 피터르 브뤼헐이다. 처음에는 ‘민간의 전설’ 즉 속담 등을 주제로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 같은 풍경 속에 수많은 개미같이 작은 인물들을 그렸지만 점차 교묘한 대각선 구도를 통해 화면에 질서를 주어 주제가 명료해지면서 화가로 정착했다. 특히 농민 생활을 애정과 유머를 담아서 사실적으로 표현하며 인물이 커지면서 ‘농민의 브뤼헐’이 됐다. 현존하는 작품으론 동판화 1점을 포함, 총 45점이 있다.

브뤼헐의 비중은 영화 도입부에서부터 확인된다. 그의 ‘눈 속의 사냥꾼’(1565)에서 까마귀가 나뭇가지를 차고 날아오르는 그림의 일부와 실제로 까마귀가 나는 일상은 영화에서 오버랩된다. 영화에 함께 등장하는 ‘우울한 날’(1565)과 ‘소떼들의 귀환’(1565)은 그의 대표작인 ‘계절’ 연작 중 일부다. 브뤼헐의 그림이 익숙한 건 1970년대 우리나라 크리스마스 카드와 달력에 많이 사용된 때문이다.

브뤼헐의 작품에는 주인공이 없다. 아니 화면을 개미 떼처럼 가득 채운 모두가 주인공이다. 그들은 숨은그림찾기 속 인물처럼 소리 없이 자신들의 자리에서 지지고 볶고 살아간다. 영화 속 앤과 요한도 마찬가지이다. 세상은 그들의 존재는 안중에 없다. 주변부의 인생을 살아가는, 그러나 스스로에게는 중심인 그런 사람들이다. 젬 코언은 시대와 상관없이 언제나 세상의 한 부분을 이루고 살아온 주변을 병렬 배치함으로써 삶과 사회, 삶과 죽음을 되뇌게 한다.

영화의 이해를 위해 그림을 병렬 배치해 보면 요한은 브뤼헐의 작품에서 숨은그림찾기를 하며 소일하다 앤을 발견하고 그녀가 마음을 열게 되자 한스 멤링의 누드화 ‘아담과 이브’(1485)를 함께 보며 알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로 발전한다. 그리고 브뤼헐의 작은아들 얀의 ‘큰 꽃다발’(1607)을 본다. 화병에 꽂혀 있는 꽃이란 결국 뿌리 없는 허공 중에 떠 있는 아름다움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런 화병 속 꽃 그림은 메멘토 모리 즉 덧없는 삶 혹은 유한한 삶에 대한 인식의 산물이다. 이는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예술에 나타나는 보편적인 주제이다.

결국 영화는 삶은 그 자체로 죽음의 연속이며, 처음부터 삶 안에는 죽음이 포함돼 있다는 몽테뉴의 말을 빌려 일상과 영화를 버무려 놓고 삶과 죽음을 한 공간에 놓아둔다. 그의 이런 화법 때문에 요한은 미술관 경비원이 아니라 미술관 그림들과 함께 있는 브뤼헐의 그림 속 사람처럼 보인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최악의 ‘영화’이고, ‘예술’을 선호하는 이들에겐 ‘작품’이 되는 이 영화는 대사보다는 화면에 몰입해야 보이고 읽히는 영화이다. 늘 익숙하게 지나치던 일상의 풍경들을 통해 새로운 의미와 가치 그리고 익숙함과 생경함을 동시에 슬며시 쥐어 주며 생의 비약, 허무의 초극을 동시에 보여 준다. 그래서 일상 속 미술관은 일상 너머의 미술관과 같은 장소임을 알게 해 준다.

몸도 쉬어야 하지만 마음도 정신도 휴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금껏 복지가 몸만 생각했다면 마음도 쉴 수 있는 헤아림이 포함된 문화복지를 말하는 것이다. 문화예술인들에게 돈만 지원해 주면 발전하고 융성(?)할 것이라는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 우리에겐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마음과 정신을 쉴 곳도 절실하다. 결코 사치가 아니다.



4. [세계일보][사이언스프리즘] '랜섬웨어' 피해 없으려면

​‘랜섬웨어’(ransomware)로 전 세계가 떠들썩하다. 랜섬웨어는 몸값을 뜻하는 ‘ransom’과 소프트웨어 제품을 뜻하는 ‘ware’의 합성어이며, 사용자의 컴퓨터에 불법으로 설치돼 사용자의 파일을 인질로 잡아 금전을 요구하는 악성 프로그램이다. 정보기술(IT) 발전으로 해킹툴이 고도화될 뿐만 아니라 해킹 제작·판매서비스까지 등장할 만큼 보편화되면서 랜섬웨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랜섬웨어는 해외에서 최근 대거 확산돼 세계 150개국에 피해를 입히고 있고, 국내에서도 감염된 업체의 피해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해킹 공격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랜섬웨어는 데이터 파일을 암호화하고, 사용자에게 300~600달러의 몸값을 비트코인으로 지불하도록 요구한다. 3일 안에 몸값을 지불하지 않으면 지불금액은 2배로 늘어나며, 7일 내에 지불하지 않게 되면 암호화된 파일은 삭제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랜섬웨어는 PC 내 다양한 문서파일, 압축파일, 데이터베이스(DB) 파일, 가상머신 파일 등을 암호화해 사용하지 못하게 만든다.

중요한 것은 이들에게 돈을 지불해도 암호화된 파일을 돌려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낮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랜섬웨어는 파일을 암호화하는 기술 자체를 보유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단순히 파일을 악성바이러스를 통해 못 쓰게 만드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결국 랜섬웨어는 돈을 벌기 위한 악성코드로, 요구하는 대로 돈을 계속 지불하거나 하라는 대로 해도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5. [세계일보][황종택의 신온고지신] 맹구우목(盲龜遇木)

인간 생명과 인권을 생각하게 하는 나날이다. 인간, 특히 부자관계는 하늘이 맺어준 천륜이기에 자기 마음대로 선택하거나 바꿀 수도 없는 절대적 관계이다. ‘부자유친(父子有親)’이라고 했다. 가정윤리의 실천덕목인 오륜(五倫)의 하나로서 부모는 자식에게 인자하고 자녀는 부모에게 존경과 섬김을 다하라는 뜻이다. 

한데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된 ‘선진국’에 속하면서도 ‘아동수출국’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1950년대 이후 국제 입양된 한국 아동은 전체 국제입양 아동(50만명)의 3분의 1이 넘는 20만명으로 추정될 정도다.

자녀는 비록 부모가 낳았다고 하더라도 독립된 생명과 인격체로서 존중돼야 한다. 인간은 이른바 소우주(小宇宙)다. 우주만물을 한 몸에 담을 정도로 사람 개개인의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 인간은 참으로 귀한 인연으로 태어난다.

고려 때 대선사 보조 스님은 ‘맹구우목(盲龜遇木)’과 ‘섬개투침(纖芥投針)’에 비유했다. 맹구우목은 ‘열반경’에 나오는 말로, 바닷속 눈먼 거북이가 1백년에 한 번 물 위로 떠오를 때 마침 바다 위를 떠다니는 널빤지에 뚫린 작은 구멍에 머리가 들어가게 되는 아주 드문 인연을 말한다. 섬개투침은 바늘을 땅 위에 세워 놓고 하늘에서 겨자씨를 던져서 그 겨자씨가 바늘에 꽂히는 참으로 희박한 확률을 뜻한다.

명심보감 훈자편(訓子篇)에 “사람들은 모두 구슬을 아끼나 나는 자녀의 현명함을 아끼노라(人皆愛珠玉 我愛子孫賢)”고 한 바는 어린이의 소중함을 잘 보여준다.

오늘 37주년을 맞은 ‘5·18민주화운동’을 비롯해 우리나라나 세계사에서 벌어졌던 전쟁 및 분규 같은 격변의 시대에 최대 희생자 중 하나는 어린이들이었다. 어린 생명들이 맘껏 꿈을 펼치는 세상을 희망한다. 귀하게 태어난 인간 생명과 인권의 가치가 빛나는 날을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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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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