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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21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 '검사 1억' 이어 '판사 10억', 확산되는 법조 비리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전방위 로비에서 비롯된 법조 비리 수사가 급기야 현직 부장급 검사와 부장판사 등 현관(現官)으로 확대되고 있다. 감사원, 경찰 등도 연루된 정황이 잇따라 제기됨에 따라 ‘게이트’의 전형을 보여 주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의 브로커로 활동했던 이동찬씨가 검거됨으로써 전관(前官)을 넘어 현관의 비리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 가는 형국이다. 전관예우는 현관의 도움 없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현관 수사는 당연한 수순이다.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검찰은 정 대표가 2010년 지하철 입점 로비와 관련한 감사원의 서울메트로 감사를 무마하기 위해 부장급 박모 검사에게 전달해 달라며 지인 최모씨에게 수표 1억원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최씨는 수표를 현찰로 바꿔 박 검사에게 건넸다는 것이다. 박 검사는 최근 뇌출혈 수술을 받고 입원해 있다. 수사 선상에 박 검사와 함께 박 검사의 고교 선배인 감사원 고위 간부 김모씨가 오른 이유다. 또 다른 현직 이모 검사는 정 대표의 도박 관련 정보를 정 대표에게 알려 줬다는 의혹 때문에 조사를 받았다. 구속 기소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와 고교 동문인 이 검사는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연과 지연이 얽힌 이 검사의 의혹에 대한 규명은 검찰의 몫이다.


현직 판사에 대한 수사도 활기를 띨 것 같다. 검찰은 브로커 이씨가 송창수 이숨투자자문 대표로부터 모 판사의 로비 명목으로 10억원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해 사실관계를 캐고 있다. 송 대표는 인베스트 사기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받았다가 1심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감형돼 풀려났다.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선고이기에 풀어야 할 대목이다. 최 변호사가 수임료 50억원에 선임계를 낸 사건이다. 또 정 대표의 항소심과 관련, 브로커와 저녁 식사를 한 사실이 드러나 사임한 부장판사도 조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검찰의 수사는 지금껏 제 식구를 감싸려는 듯한 미온적인 태도 탓에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검찰은 스스로 썩은 환부를 과감하게 도려내는 단호한 각오를 다지고 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 현관 수사는 한 치의 의혹이 없도록 있는 그대로 엄격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전관과 현관의 고질적인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까닭이다. 현관의 몸통, 지휘 계통에 주목하고 있다. 법조 비리 척결 차원에서다. 그래야 법 앞에 평등이라는 법치주의의 실현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

2. 서로 역지사지 않으면 여야 협치 갈 길 멀다 

20대 국회가 어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시작으로 본격 가동됐다. 경제 침체와 불확실한 안보 상황 등 복합 위기 속에서 여소야대 국회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했다. 그러나 국회가 산적한 국가적 난제들을 제대로 풀어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용렬하기 짝이 없는 친박·비박 갈등으로 총선에서 참패한 여당의 자중지란이 여전한 데다 말로는 협치를 다짐해 온 야권도 실제로는 여권 길들이기 공세를 펼 조짐을 보이면서다. 여든 야든 때 이른 대선 세몰이보다 민생을 먼저 챙기는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여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했음에도 19대 국회는 여야 간 무한 대치로 입법 마비 상태였다. 그런데도 국민은 지난 4·13 총선에서 어느 정당에도 과반수 의석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대신에 흑백 논리에 매몰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양당 정치를 퇴출하고 국민의당을 포함한 여소야대의 3당 구도를 정립했다. 이는 합리적 토론과 절충으로 선진적인 ‘숙의 민주주의’를 실천하라는 국민의 명령이었다고 할 수 있다. 여야도 민생을 위한 협치를 한목소리로 강조하면서 이런 민심에 부응하는가 했다.


그러나 원 구성 후 여야의 행태를 보면 그런 다짐이 자칫 구두선으로 끝날 참이다. 무엇보다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의 칩거와 복귀 등 계파 갈등에 발목이 잡힌 듯한 여당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면 ‘식물국회’가 아예 뉴노멀이 될 판이다. 과반수 의석을 가졌던 19대 국회에서도 국회선진화법의 벽에 막혔던 터에 이제 소수 여당이 친박과 비박으로 갈려 소모전을 벌이고 있으니 말이다. 국정의 무한 책임을 진 여당이라면 스스로 국정 동력을 소진하지 말아야 한다. 여당은 경위야 어떠하든 유승민·윤상현 의원 등에 대한 일괄 복당을 허용한 혁신비대위의 결정을 존중하는 선에서 내홍을 수습해야 할 것이다.


식물국회의 일상화를 막으려면 야권의 책임도 무겁다. 더민주 출신인 정세균 국회의장은 개원사에서 개헌론의 불을 지폈다. 하지만 야 3당 의석을 다 합쳐도 개헌선인 3분의2에 못 미치지 않나. 20대 국회에서는 여야가 협의하지 않으면 어차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20대 국회 벽두부터 벌어지고 있는 청문회 개최 공방이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정의당을 포함한 야 3당은 가습기 살균제, 어버이연합 사태, 정운호 법조비리 사건, 백남기 농민 중상 사건 등 4대 청문회에 합의한 데 이어 대우해양조선 부실화와 관련한 청문회도 추가할 기세다. 그러자 정치 공세로 변질될 것을 우려한 여당이 야권의 차기 대선 주자들을 겨냥한 ‘구의역 참사’ 청문회 개최로 맞불을 놓고 있다. 하지만 가습기 사건을 제외하곤 대부분 검경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사안이라 상임위에서 거르지 않고 청문회부터 여는 것은 생산적 국회와는 거리가 멀다. 혹여 대선을 앞둔 이슈 선점 경쟁만 가열되면 민생을 위한 협치는 물 건너가고 만다. 20대 국회가 초장부터 무차별 폭로전이나 정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여야의 공동 책임임을 유념할 때다.

3. IS 국내 테러 위협 가벼이 넘겨선 안 돼

국가정보원은 그제 “ISIL(이라크·레반트이슬람국가, IS의 다른 이름)이 주한 미군 공군시설과 국민을 대상으로 자생적 동조 세력들에게 테러를 선동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월 국내의 언론 보도 스크랩 업체를 해킹해 20명의 신상 정보를 털었으며, 이들 중 국내 복지단체 직원의 신상을 공개하기도 했다고 한다. ISIL은 지난해 11월에도 우리나라를 IS에 맞선 ‘십자군 동맹군’ 60개국에 포함한 뒤 테러 대상국으로 선동해 왔다.


IS는 최근 미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리비아·시리아군의 반격으로 그들의 본거지를 빼앗기는 등 세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생적 테러를 선동, 이를 추종하는 세력에 의한 테러 행위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총기 난사 사건도 IS를 추종하는 은둔형 외톨이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시리아와 예멘에서 발생한 연쇄 테러 사건도 맥을 같이한다. 아울러 영국 정보기관이 아시아 지역에서 테러가 발생할 것이라는 첩보를 정보기관에 통보까지 했다.


우리 국민에게까지 파고든 IS의 위협은 섬뜩하다. 우리나라도 테러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케 한다. 그러므로 이번 위협을 그저 위협에 그칠 뿐이라고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국민을 테러에서 보호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국가의 의무다.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예방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국내 IS 동조 세력의 동향도 상시 파악하며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불상사에 대비하기 바란다. 테러 대상으로 지목된 사람과 단체를 보호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최우선적인 일이다. 그런데도 신상이 공개된 복지단체 직원에 대한 보호 업무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니 책임 있는 국가 기관이라고 할 수 있겠나.


다행히 테러방지법이 지난 19대 국회에서 통과돼 지난 4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테러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며 정치권도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테러방지법에 따라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 기관은 테러를 막기 위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논란이 많던 테러방지법이 어렵게나마 국회의 문턱을 넘은 것은 IS뿐 아니라 북한의 테러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데 잘못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일 게다. 법을 남용하는 것도 경계해야겠지만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작은 허점도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동아일보]

4. ‘미친 재건축’에 ‘떴다방’ 판쳐도 국토부는 주시만 하나

아파트 분양권 거래액이 1∼5월에만 17조 원을 넘어섰다. 분양권에 붙은 웃돈(프리미엄)만 8000억 원이다. 총 거래 건수 5만4187건으로 나누면 한 건당 평균 1464만 원의 웃돈이 붙은 셈이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갈 곳을 잃은 부동자금이 수도권의 아파트 분양으로 쏠려서다. 강남구(8384만 원) 송파구(7781만 원) 등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분양권 프리미엄이 치솟아 ‘미친 전셋값’에 이어 ‘미친 재건축’이란 말이 나돈다. 그런데도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주말 “이상 과열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단계적인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미온적 논평만 내놨다.


수도권 민간택지나 전국 공공택지에서 분양된 아파트는 계약 후 6개월∼1년 동안 분양권을 거래할 수 없다. ‘불법 거래 처벌’이라는 주택법을 비웃는 듯 아파트 청약 당첨자가 발표되는 당일 밤 모델하우스 인근에는 ‘떴다방’들이 불야성을 이룬다. 투기세력이 정부의 단속 의지를 비웃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불법 거래는 분양계약자 이름을 그대로 둔 채 전매제한 해제 시점에 분양권을 매수인에게 넘기기로 공증을 한 상태에서 이뤄진다.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해 실거래가보다 낮춰 신고하는 ‘다운계약’은 보통이다. 


불법 전매의 밑바닥에는 정부가 ‘부동산 거품’이 터질 것을 두려워하는 한 절대 단속하지 못할 것이라는 음습한 공감대가 깔려 있다. 정부가 세종시 공무원들의 불법 전매도 처벌하지 않는 판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더 강력한 단속을 하는 것도 명분이 서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대출규제 대상에서 분양아파트에 대한 중도금 대출을 제외하면서 자초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갑자기 모든 대출을 죄는 식으로 급선회한다면 물 온도를 적절히 맞추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샤워실의 바보’가 되고 말 것이다. 지역별 시차를 두고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에 중도금 집단대출을 점진적으로 포함시키는 정책 조정이 시급하다. 돈과 시간이 있는 사람들만 분양권 불법 거래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며 대다수 국민은 침체된 주택시장에서 분노하고 있다.

5. 北대리인처럼 탈북자들 납치인지 따지는 民辯

4월 초 중국 내 북한식당인 류경식당을 집단 탈출해 국내 입국한 12명의 여종업원이 자유의사로 한국을 택한 것인지, 북한 주장대로 국가정보원의 납치인지를 가리는 심리가 오늘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신청한 인신 보호 구제 심사 청구를 법원이 수용했다지만 탈북자들의 입국 경위를 법정에서 따지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국정원은 ‘탈북 여종업원들이 북에 남겨둔 가족에 대한 걱정 때문에 공개 장소에 나서기를 원치 않는다’며 변호인을 대신 법정에 내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한국행을 결정했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경우 가족들이 ‘반역자 가족’으로 몰릴 수 있다는 점에서 민변의 소송은 적절하지 않다. 정신병원도 아니고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한국사회 적응 훈련을 하고 있는 탈북자들이 인신 보호 구제의 대상인지도 의문이다.


북 당국은 ‘남측의 납치’라고 주장하며 가족들을 내세워 탈북 여성들과의 대면 및 송환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류경식당의 동료 여종업원 7명은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이 남한 당국의 지시하에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이들은 함께 탈북하려다 막판에 포기한 사람들이다. 류경식당 종업원들 중 북으로 돌아간 이들도 있다는 것이야말로 국정원이 집단 탈북자들을 강제로 데리고 오지 않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런데도 민변은 탈북 종업원들의 접견을 국정원에 요구하다 거부당했다며 마치 북의 대리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해외 친북 인사들을 통해 북에 있는 이들의 가족 위임장을 근거로 인신 보호 구제 심사를 신청했다. 자유의사에 따라 보호를 요청한 북한 이탈 주민은 변호인 접견 대상이 아니고, 합동신문 과정에 있는 탈북자를 변호인이 접견한 전례도 없다. 


류경식당 집단 탈북자들에 대해 국정원이 비밀주의로 일관해 불필요한 의혹을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국회 정보위원회도 이미 이들의 자유의사를 확인했다. 민변이 납북자들의 가족을 위해서도 이렇게 발 벗고 나선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6. 박 대통령, ‘죽은 신공항’ 대선공약서 살려낸 책임 통감해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어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영남권 신공항에 대해 “인천공항에 이어 세계적 국제공항으로 건설돼야 한다”며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시도지사들에게 자제를 당부했다. 그러나 서병수 부산시장은 정 원내대표의 연설이 끝나기가 무섭게 “발표가 임박한 신공항 입지평가 용역이 특정 지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부산 가덕도에 신공항을 유치하지 못하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도부의 말발이 먹히지 않는 새누리당의 현주소다.


서 시장은 “이변이 일어나면 승복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시민 불복종 운동까지 지휘할 태세다. 가덕도 유치를 주장하는 부산과 경남 밀양 유치를 촉구하는 대구·경북·울산·경남의 5개 시도 광역단체장은 지난해 이미 입지평가 용역 결과가 나올 때까지 유치 경쟁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서 시장의 사퇴 운운은 명백한 합의 위반이다.


이에 질세라 대구·경북·울산·경남 4개 단체장도 지난달 부산의 ‘합의 파기’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5개 지역은 과거부터 새누리당 ‘텃밭’ 지역이고 단체장 모두 여당 소속이다.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으로 나뉘어 지긋지긋한 계파 투쟁을 벌이는 새누리당이 소속 대통령이 내걸었던 대선 공약 정책을 두고도 둘로 쪼개질 듯 막장드라마를 연출한다.


서 시장은 가덕도에 신공항 유치가 결정되면 대구·경북에 지역공항을 건설하자는 제안을 ‘상생안’이라고 제시했다. 그러나 신공항 문제가 또다시 주고받기 식으로 해결되는 나쁜 선례를 남겨선 안 된다. 그러지 않아도 여객은 없고 세금만 잡아먹는 공항들이 전국에 많이 있다. 영남권 공항은 가덕도든 밀양이든 하나를 선정해 인천공항 다음가는 허브공항으로 키워야 한다. 여객과 정부 지원이 분산되면 어느 곳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신공항 문제가 이토록 국가 갈등의 주요 현안으로 커진 것은 박 대통령 책임이 작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지역 갈등이 불거지자 2011년 대국민 사과까지 하며 백지화했다. 그러나 이듬해 대선에서 박근혜, 문재인 후보 모두 표심 잡기에 급급해 건설을 약속하면서 신공항 건설 문제가 되살아났다. 


박 대통령은 “정치적인 고려 없이 국제 기준에 맞춰 누구나 수긍할 수 있게 정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당장 친박인 서 시장부터 불복 운운하고 있다. 대선 때 철석같이 약속했다가 문제가 곪아 터지도록 사실상 방치하고, 총선 직전 진박(진실한 친박) 후보들이 “대통령 선물” 운운해도 방조했다. 박 대통령은 신공항 입지 발표가 나기 전에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당내 분란부터 해결해야 한다.

[이데일리]

7. 현대차, 특허 사냥꾼의 먹잇감 되나

현대·기아차가 미국 특허전문회사들에 의해 잇따라 소송전에 휘말리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어댑티브 헤드램프 테크놀로지스(AHT)는 지난해 7월 자사가 개발한 헤드램프 기술을 현대·기아차가 도용했다며 델라웨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기아차는 2012년에도 하이브리드 특허 침해로 피소돼 지난해 12월 미국 특허전문업체 파이스(PAICE)와 300억원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분쟁을 마무리했다. 한숨 돌리는가 했더니 또다시 특허침해 소송 위기를 맞은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가 특허소송 위기를 알리는 전주곡이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이른바 ‘특허 사냥꾼’들은 그동안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을 주된 먹잇감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자동차와 IT기술 융합이 가속화하면서 이젠 소송 대상이 자동차 업계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외 특허관리 전문회사의 기술특허 소송 가운데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한 소송이 42건(현대차 26건·기아차 16건)으로, 완성차 회사 중 포드(44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사실에서도 잘 알 수 있다.

특허 사냥꾼이 현대·기아차를 노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군침을 흘릴만한 먹잇감이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5월 현재 미국 시장점유율이 8.7%를 넘어섰다. 겉으로는 내로라하는 자동차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특허소송 배경인 원천기술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특히 전장 부품은 물론 요즘 자동차업계 화두인 친환경·스마트로 넘어오면 기술 경쟁력이 더욱 떨어진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한 치 양보 없는 소송전에서 확인됐듯이 기술 특허는 회사의 운명을 좌우한다. 특허전쟁에서 이기려면 원천기술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대·기아차도 예외는 아니다. 경쟁업체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한편 원천기술을 얻기 위한 노력을 펼쳐야 한다.


한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최강국이다. 스마트카 기반도 결국 ICT다. ICT 업계에서 스마트카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을 찾아 적극 지원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점입가경인 글로벌 특허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혁신만이 정답이다.

[매일경제]

8. 한국 양극화 해소, 노동시장 개혁서 해답 찾아라

20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노동·복지구조 개혁을 강조했다. 20대 국회가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를 제시한 만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도 책임 있는 자세로 이런 민생 문제에 대한 해답부터 내놓아야 할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우리 노동시장이 정규직 일자리를 과보호하면서 비정규직 처우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평균 임금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기업의 75%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53%로 떨어졌다. 또 비정규직의 평균 월급은 정규직의 43%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소득 상위 10%의 평균 소득은 2013년 하위 10%의 10.1배에 달했다. 이런 소득 불평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정 원내대표는 정규직·비정규직, 원도급·하도급, 대기업·중소기업 노동자가 각각 어떤 일을 하고 얼마를 받아가는지 표시하는 '일자리 생태계 지도'를 그리자고 제안했는데 이 또한 옳은 방향이다. 비정규직·중소기업·여성 근로자 등 노동시장 약자에 대한 실태 파악부터 정치적 고려 없이 정확하게 이뤄져야 할 일이다. 정 원내대표는 모든 노동자를 한꺼번에 대기업 정규직처럼 대우하는 '상향 평준화'는 어려운 만큼 기득권을 양보하면서 '중향 평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파견근로자보호법 등 노동개혁 4법도 국회가 이른 시일 내에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실적인 방향이면서 시급하게 달성해야 할 과제들을 정확하게 짚었다. 다만 정 원내대표는 이런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노사정 3자 간 사회적 대타협을 제안했는데 소모적인 방안으로 들린다.


노사정위원회는 2014년 9월 노동시장 구조개선특위를 설치한 뒤 모든 개혁 방안들을 놓고 토론하고 또 토론한 상태다. 심지어 노사정 대타협안까지 발표했으나 임금체계 개편, 근로자 파견 범위 등 구체적인 사안에 이르면 기득권에 막혀 한 치 앞도 나아가지 못했다. 또다시 노사정 대타협에 맡겨본들 갈등만 확인하고 시간만 허비할 뿐이다. 이제는 국회가 책임지고 전면에 나서서 노동개혁을 이뤄야 한다. 노동개혁 4법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도 책임 있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9. 갈 곳 잃은 돈 1000兆 생산적 투자로 물꼬 터야

한국은행 기준금리와 시중 실세금리가 사상 최저로 떨어지면서 갈 곳을 잃고 떠도는 돈이 크게 늘고 있다. 현금과 요구불 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을 비롯한 단기 대기성 자금은 모두 10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540조원)의 2배 가까운 수준이다. 같은 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40% 남짓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매우 급격한 증가세다. 


이제 수시입출식 예금 금리는 0.01%까지 떨어졌다.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도 1% 아래로 떨어져 물가 상승과 세금을 고려한 실질 이자는 마이너스다. 사정이 이러니 시중 자금은 언제든 갈아탈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이나 투기적 거래에 몰릴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 인하 후 일주일 새 5대 은행 예수금이 10조원이나 늘어난 것이나 아파트 분양권 웃돈을 노린 단타 거래가 과열로 치닫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지금 같은 초저금리에도 민간 소비와 설비 투자는 살아나지 않고 실물 경기와 괴리된 머니게임으로 자산시장의 거품만 일어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이미 위험한 수준에 이른 단기 부동자금이 생산적인 부문의 장기 투자로 흘러가도록 물꼬를 잘 터줘야 한다. 


무엇보다 3200조원 가까운 금융자산을 보유한 가계가 단기 고수익을 노린 투기에 휩쓸리지 않고 장기적으로 중간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투자상품을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 지금처럼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파생상품에 100조원이 몰리고 아파트 분양권 단타족이 급증하는 것은 그만큼 믿을 만한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좀비기업들을 신속히 정리해 상장기업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높이고 벤처기업을 키우는 크라우드펀딩을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이나 가계는 미래 불확실성이 클수록 투자를 꺼리게 되므로 정권 교체기 주요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10. 서해 남북 어민 수산물 공동판매 제안 전향적이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수역에서 남북한 어민의 수산물 공동 판매를 추진하자는 유정복 인천시장 제안에 눈길이 쏠린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에 공동으로 대처하고 어족 자원을 보호하면서 연평도 어민의 생업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목적 카드다. 북한 어민들이 잡은 수산물을 연평도 어민들이 저렴하게 사들여 대신 팔게 되면 남측 어민들에게는 물량 확보를 해결해주고, 북한 어민들은 판로 확보로 조업에 더 적극 나서 남북이 공동으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막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유 시장도 말했듯이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겠지만 성사되기만 한다면 민간 협력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것으로 남북 화해의 접점이 될 수도 있다.


중국 어선의 서해 NLL 수역 불법 조업은 최근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한강 하구 수역에서 우리 군과 해경 그리고 유엔군사령부로 구성된 민정경찰이 대대적인 중국 어선 퇴거 작전을 벌이며 단속에 나선 효과가 서해 연평도 인근까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우리 어선들이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 2척을 나포해 연평도로 끌고 와 해경에 넘긴 사건 후 정부는 뭐하고 있느냐는 비난 여론에 단속의 고삐를 조인 점도 작용했다. 


남북 간에는 2007년 10·4남북공동선언에 서해 NLL 해역에 서해공동어로구역 지정을 약속한 바 있다. 남북 어민의 공동 조업을 허용하자는 합의였지만 이후 남북 관계 경색으로 흐지부지됐다. 이와 관련해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4일 중국 어선 불법 조업 방지 대책으로 남북공동어로수역 설치를 주장하고 나섰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공동어로구역이 어렵다면 남북 간에 조업 규칙이라도 합의해 수산물을 거래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자고 가세했다. 유 시장은 국회를 방문해 이번 방안을 설명하고 통일부와 해양수산부에도 정식으로 건의하겠다는데 관련 부처와 청와대가 귀담아듣고 실행 방안을 강구해보기를 촉구한다.

주요 신문칼럼

1. [서울경제][무언설태]아무리 자식이 짐이라지만...

​자식도 버릴 수 있는 인스턴트 시대인가요? 프랑스 남성이 한국 여성과의 사이에서 낳은 두살배기 아들을 공원에 버렸다가 인천 경찰서에 구속됐습니다. 이 프랑스인은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한국인 여성과 동거하다 아이를 낳았으나 지난해 결별했답니다. 이후 프랑스에서 홀로 아들을 키우던 그는 아이를 친엄마에게 맡기려 했으나 거절당하자 공원 벤치에 버렸다고 합니다. 현대사회 젊은 남녀의 생명관이 씁쓸하기 그지없습니다. 


일본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모의고사에서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명칭)를 불법점령하고 있는 나라를 택하라”는 4지 선다형 문제가 등장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습니다. 통신은 “역사적 경위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용어 암기를 우선시하게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지식인과 학부모들에게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네요. 그나저나 똑똑한 일본 어린이라면 정답을 일본으로 골랐겠죠.


“아버지 돌 떨어져유∼.” 한국신용평가가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등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렸군요. 대우조선은 BB+에서 BB로, 현대중공업도 A+에서 A로 각각 내렸습니다. 등급 강등의 이유로 대우조선해양은 경영정상화의 불확실성이 증대된 점이, 현대중공업은 수주부진 장기화 우려를 들었답니다. 이중 우리가 몰랐던 내용이 하나라도 있었나요? 뒷북치는 데는 신용평가사 만한 곳이 없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전관예우를 차단하겠다며 판검사 출신인사에 대해 퇴직 이후 아예 변호사 개업을 금지하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우선 검사장·고등부장 이상의 고위직은 변호사 활동을 못하게 하되 현직 판검사의 정원을 70세로 크게 늘려 최대한 공직에서 일하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직 변호사들은 신규 경쟁자가 들어오지 않으니 좋고, 검찰은 정년이 대폭 늘어나니 역시 머리 좋은 법조인들입니다.

2. [매일경제]고통과 위로의 영화 '우리들'

예상치 못하게 이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작품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감상한 이유가 컸다. 나는 괜히 포스터를 원망했다. 눈물에 대한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두 소녀를 에워싼 고운 빛깔의 봉숭아꽃, 그리고 녹잎들. 햇살을 받아 투명함까지, 빛과 색들은 영화에 아픔일랑 없을 것이라 예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영화는 아팠다. 다분히 현실적이었고 그래서 공감도가 컸다. 가정(환경)에서의 차이, 거기에서부터 기인되는 아이 개인의 의식, 집단 따돌림, 기타 가정과 사회의 문제들. '우리들'은 초등학생 여아들의 집단 따돌림을 주 소재로 다루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 도처에서 널려있는 '사회적' 문제들을 알알이 짚어낸다.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친구들에게 선한(어쩌면 굴복) 자세를 취한다. 


성인인 지금에서야 인간관계에 있어 본인 의지대로 대상을 선택하고 나름대로의 처세를 취하겠지만 학창시절에는 다르다. 공부를 잘 하고, 이성친구와의 교제가 원활한 것 보다 동성 친구 간의 원활한 관계가 가장 중요했다. 좋은 교우관계를 갖는 건 권력을 쥐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나 할까. 친구들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힘 있는' 친구들을 우리는 '짱'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선'은 친구가 없다. 즉, 학교에서 힘이 없다. 그녀의 학교생활을 무기력하다.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거기에 친구들의 눈치까지 봐야 할 신세다. 영화의 첫 신(scene)에서 쉴새 없이 눈치를 보는 선의 표정은 선의 학교생활 전반을 압축한다. 그런 그녀에게 힘이 되어 줄 친구 한 명이 등장한다. 바로 '지아'라는 친구다. 친구가 없는 선과 새 친구가 없는 지아는 그렇게 친구가 된다. 선과 지아는 서로의 결핍을 채워나가며 가까이 지내지만, 결핍은 소녀들 개인의 내면에 또 다른 응어리로 자리잡는다. 경제력이 약한 선은 갖고 싶은 걸 살 수 있고 학원을 다닐 수 있는 지아에게 열등감을, 지아는 선 모녀의 단란한 모습에 부러움과 시샘을 느낀다. 두 소녀는 상황과 심경의 곡절로 인해 관계의 변화를 맞는다.


관계의 변화를 보여주면서 두 소녀의 가정사와 선과 지아를 따돌리던 '보라'의 사정도 보여준다.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고민과 상처가 있다. 결국 영화 ‘우리들’은 이 문제를 꼬집어 낸다. 우리가 연민의 시선을 보내는 선과 지아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는 고민과 아픔이 있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안고 있는 고통들은 관계라는 치료제를 통해 치유되어야 할 것들이다. 선의 동생 '윤'은 덩치가 큰 친구와 노느라 표면적 상처를 얻지만 마음의 상처는 받지 않는 천진한 어린이다. "그럼 언제 놀아? 친구가 때리고, 나도 때리고, 친구가 때리고 나도 때리고… 나 그냥 놀고 싶은데!"라는 대사에서 우리 모두는 움찔했을 것이다. 이것저것 재고 따지는 사회적 의식, 개인의 의지보다 타인의 시선으로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피동적인 우리들을 반성하게 만드는 대사다.


영화를 보며 눈물을 멈출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나를 둘러싼 관계(사람)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선이 처한 환경이 나의 어린 시절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해서, 그녀가 감내해야 할 고통의 정도를 잘 알아서, 뜨거운 눈물이 나온 것도 있다. 영화 '우리들'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가 된 시기에 이르기까지의 성장 통을 모두 담아낸다. 그 안에는 공감과 연민, 고통과 슬픔 모두가 존재한다. 게다가 감초 역을 톡톡히 해내는 '윤'은 귀여운 매력으로 감상자들에게 웃음까지 선사한다.


'나의 우리들(관계)'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 '우리들'. 개인과 사회문제 모두를 아우르는 이 영화는 알찬 작품이다. 어떤 장면 하나 버릴 것 없는 영화, 미사여구 없이도 아름다운 눈물을 쏟게 만드는 영화다. 상처 하나 없는 사람 없듯 위로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 또한 없다. 아픔의 조각들이 물들어 있는 듯 보이지만, 따듯한 시선이 배어있는 '우리들'은 소중한 사람과 함께 본다면 더욱 좋을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3. [동아일보][광화문에서/김갑식]좋은 관객? 나쁜관객?

“프랑스 공연을 마치고 왔는데 가장 크게 느낀 게 뭔가요?”


“‘좋은 관객’을 보고 왔다는 겁니다.”


지난달 김승업 충무아트센터 사장과 안호상 국립극장장과의 점심 모임이 있었다. 마침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립창극단 ‘변강쇠 점 찍고 옹녀’ 공연 뒤 첫 대면이라 자연스럽게 화제가 그쪽으로 옮아갔다.


안 극장장의 대답은 의외였다. 20년을 훌쩍 넘긴 ‘기자 짬밥’으로 예측한 답변은 공연 성과였다. 아니면 프랑스 공연장의 시설이나 요즘 파리 공연계 분위기 정도였다.


공연 장소인 테아트르 드 라빌은 현대 무용의 거장 피나 바우슈나 머스 커닝햄의 정기공연이나 화제작들이 오르는 곳이다. 관객의 호불호가 분명해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공연 도중 퇴장하는 관객들이 적지 않은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들이 의자에서 불쑥 일어나면서 생기는 소리는 공연자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다고 한다.


좋은 관객에 대한 안 극장장의 설명은 이렇다. “창극은 대부분 처음 본 공연일 텐데도 관객 1000여 명이 금세 웃으며 작품에 빠졌다. 공연장 측에서 우리 작품을 선택한 이유와 배경을 잘 이해하고 있는 관객들이었다.”


동석한 김 사장은 공연장과 관객의 관계를 동반자라고 정의했다. “공연장도 음식점처럼 자주 찾는 ‘단골손님’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벗’이 될 수 있는 관객들이 좋은 관객이죠.” 그는 몇 년 전 김해문화의전당 사장 재직 시절 뮤지컬 ‘미스 사이공’ 때 만난 그 벗들을 잊지 못했다. 부산에서 가깝지 않은 거리임에도 공연장을 찾은 일행은 이곳에서 작은 모임을 진행하면서 “큰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2주 전 국립극장에서 열린 ‘음악이 있는 생큐 파티’도 좋은 관객을 만날 수 있는 행사였다. 국립극장 패키지 티켓을 구입한 관객 50명을 상대로 공연장 로비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국립창극단과 국립무용단 등 상주 단체의 예술감독과 주역들이 참석해 관객들과 격의 없는 대화도 나눴다. 주요 공연의 장단점과 주역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너무 잘 알고 있어 기쁘면서도 부담이 느껴져 ‘무서웠다’는 게 안 극장장의 말이다.


요즘 베스트셀러 순위에선 ‘채식주의자’(한강)와 ‘종의 기원’(정유정)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독자들이 한동안 국내 소설을 외면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종의 기원’ 출간 뒤 얼마 되지 않아 한강 작가의 맨부커상 수상이 발표됐다. 정 작가가 3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 묻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이 책을 출간한 은행나무 측 설명은 다르다. 맨부커상의 화제성에 밀려 순위는 내려왔지만 절대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두 작품이 ‘쌍끌이’로 출판 시장을 이끌면서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긍정의 도미노’ 현상이다.


작품과 관객, 또는 독자와의 관계에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의 딜레마에 빠질 때가 있다. 좋은 작품이 있어야 좋은 관객들이 생기는 것인지, 아니면 작품이 좀 모자라도 인내하고 격려하는 좋은 관객이 있어야 좋은 작품이 탄생하는지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반대의 경우 꽤 명확하다. 작품 탓, 관객(독자) 탓으로는 문화와 그 사회의 수준을 높일 수 없다는 점이다. 과거 한국 영화는 한동안 볼 게 없다는 비난에 시달렸고, 최근까지 한국 소설도 그랬다.


좋은 관객이든 나쁜 관객이든 관객은 있어야 한다. 그 계기가 무엇이든 한번 찾아온 손님을 단골손님, 나아가 벗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4. [동아일보][챈들러의 한국 블로그]美 총기만큼 불안한 韓 안전불감증

“혹시 미국 집에 총을 갖고 있어요?” 


한국인 친구들이 내 미국 생활에 대해 궁금해할 때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다.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총기에 노출돼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나 또한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 댁에 가면 항상 문 위에 소총이 걸린 걸 보았고, 지금도 동네 스포츠용품 가게에만 가도 거의 모든 유형의 총을 등록해 구입할 수 있다. 경찰도 소총, 권총 등으로 항상 무장하고 다니기 때문에 그들을 때때로 두려워하게 된다. 


미국은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나라이지만 사회 안전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올랜도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은 총기를 소지할 수 있는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보여 줬다. 그러나 미국인의 총기 소유는 헌법에도 있는 국민의 기본 권리이기 때문에 규제가 쉽지 않다. 총기 소유는 이제 미국인들에겐 삶의 일부분이 됐다. 그래서 미국 사람들은 언제든 폭력적이고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지금은 총기 소지에 엄격한 한국 생활에 어느덧 익숙해진 것 같다. 물론 한국에서도 위험한 사건 사고가 가끔 일어난다. 이번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은 정말 비극적이고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보며 이렇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쉽게 총기를 소유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더 큰 사고가 일어났을지 생각해 봤다. 


한국에선 그래도 일반인들의 총기 소유가 금지돼 있어 미국보다 항상 더 안전하다고 느낀다. 콘서트나 클럽 등 사람이 많은 곳에 가도 총기 난사와 같은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밤늦게 길거리를 다녀도 습격당할 걱정을 안 할 것이다. 미국에 비해 한국에선 경찰을 그만큼 두려워하지도 않는 것 같다. 미국도 한국처럼 총기 소유를 엄격하게 관리하면 올랜도 총기 난사 사건과 같은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은 총기 사건에 대한 문제가 없는 대신 다른 유형의 안전 문제를 갖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 사회에서는 ‘안전 불감증’에 대한 문제가 자주 떠오른다. 한국에서 오래 지내면서 나 또한 안전 불감증 상황을 많이 목격한다. 학교 근처 골목길의 횡단보도 신호등이 파란불이어도 그냥 지나가는 택시를 자주 보게 되고, 길거리에 있는 소화전 바로 앞에 주차하는 차도 많다. 또 집 뒤에 있는 공사장에서 헬멧을 쓰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하루는 공연장을 갔는데 비상구 앞에 상자들이 쌓여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이런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더 큰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세월호와 판교 공연장 사고는 한국의 안전 의식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대형 사고라고 생각한다.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관계자들뿐 아니라 시민들의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하는 생각 때문에 최근까지도 이런 사고들이 계속 일어나는 것만 같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처음에 가장 어색했던 것은 ‘빨리빨리’ 문화이다. 이런 문화 속에서 더 빨리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 가끔은 안전이 뒷전으로 간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이제는 이 ‘빨리빨리’ 문화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구의역 스크린도어(안전문) 사고가 났을 당시 나는 2호선 지하철을 타고 있었다. 당시 지하철은 한 정거장에 10분씩 멈춰 있었다. 그때 나는 무슨 일이 생긴지도 모른 채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많은 사람과 한 공간에 있다는 사실에 불편했고, 약속 시간에 늦어 불안했다. 그랬던 나 자신이 참으로 부끄러웠다. 


물론 한국은 미국처럼 총기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안전 조치와 의식의 문제는 여러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 한국은 산업과 기술의 빠른 발전 덕에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안전 문화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성장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미국의 안전 의식이 굉장히 높다는 말은 아니다. 미국은 단지 총기 소유로 인한 위험 요소가 많기 때문에, 그 위험을 항상 의식하면서 산다. 


한국도 경제적, 사회적으로 발전한 만큼 위험 요소들은 곳곳에서 점점 더 생겨날 것이다. 안전 의식을 중요시하며 천천히, 그리고 꼼꼼히 관리해 나간다면 조금 더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지 않을까 싶다.

5. [동아일보][한옥에 살다/박선주]화려한 자태보다 존재의 이유를 보니…

한옥을 공부한다고 시작한 지가 30년이 넘어가고 있다. 그 처음의 순간부터 지금까지 꽤 긴 시간들이 3배속으로 돌린 무성영화 필름의 잔영처럼 눈앞을 지나간다. 그중에 어떤 놈을 골라 한옥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볼까? 섬을 돌아다니며 길섶에서 우연히 만났던 ‘방-정지(부엌)’ 달랑 두 칸의 오두막집부터 너른 마당에 몇 개씩 채를 거느린 고래등 같은 기와집까지 제 나름의 시간과 삶을 품은 우리의 집들이라는 것을 알기에 고민스러웠다.


전통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우리가 예전부터 살았던 집, 먹었던 음식, 입었던 옷들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사실 그것들이 우리에게 오기보다는 우리가 그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 그러나 그 방법과 초점에서 바른 길을 걷지 못한다면 전통을 지키는 일은 도리어 뒷걸음질을 치게 된다. 무엇이 정답인지를 알 수 없는 시간이 지금이 아닌가 싶다. 북촌 한옥마을을 찾아 그것을 전통한옥이라 배우고, 치마저고리면 한복인 것처럼 어디에도 없던 옷을 한복이라 입고 궁궐을 찾는 이들처럼 말이다.


몇 해 전 국립민속박물관 마당에 야외전시장을 꾸미면서 한옥이 들어갈 자리를 비워 두었다. 넓지 않은 크기지만 그 위치가 박물관으로 들어오는 이들은 누구나 지나는 길이라 매우 중요한 입지였다. 그곳에 집을 짓기로 했다. 땅의 크기에 맞는 신축이 거론되었다. 문화재로 지정된 가옥 중 적당한 것을 그대로 지어 보자고 했다. 그게 뭔 의미가 있을까? 영혼 없는 복제에 불과한 것인데…. 사람의 이야기가 함께 있는 집을 찾아다녔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지순한 기원은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2010년 3월 경북 영덕군 영해면 원구리에서 오촌댁을 만났다. 금방이라도 땅속으로 들어갈 듯한 그를 보는 순간, ‘아, 이거면 되겠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 험했던 집이 왜 그리도 맘에 들었던지.


뜻을 이해해 준 집안의 결정으로 오촌댁은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되어 영덕에서의 삶을 마감하고 박물관 마당으로 이건(移建)되었다. 공사 기간 중 집의 나이를 알 수 있는 상량이 적힌 부재와 명문기와까지 나와 집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실물까지 접하는 호사를 누렸다.


오촌댁은 그렇게 부활하게 되었다. 경북 영덕에서 1848년에 태어나 162년 동안 그 자리에서 영양 남씨 일가의 생활을 고스란히 담아 왔고 땅속으로 스러져 갈 운명 직전에 자신의 몸체를 그대로 지니고 국립민속박물관 마당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집을 이루고 있는 작은 부재는 물론이고 남겨져 있던 소소한 살림살이까지 모두 함께 가져왔다. 집에는 삶이 녹아 있고, 그 삶의 기록들은 그곳에 거주했던 가족들이 사용했던 물건에 그대로 묻어 있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버릴 수가 없었다.


한옥이 좋아 찾아다니는 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우리는 아름다운 집을 보면 그저 집의 외관에 감탄하며 그 자태를 감상하기에 바쁘다. 나도 초보 시절에는 당연히 그랬다. 발품을 팔아 찾아간 집 앞에서 그들이 내뿜는 모습에 일단 매료되어 그냥 찬사의 눈길을 주고 오기 바빴다.


그런데 어느 순간엔가 집이 거기 있는 이유가 보이기 시작했다. 잠시라도 마루 끝에 앉아 집이 바라보는 같은 풍광을 눈에 넣는다. “나 여기 이런 게 좋아 앉아 있어요”라고 하는 말을 듣게 된 것이다. 집은 우리가 보기 좋아 거기 있는 게 아니라 그 집에 사는 사람이 좋기에 터를 잡은 것이다. 집은 객관적인 사물로 여기기엔 그 속에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생명체라는 이야기다. 집과 같은 입장에서 앞에 펼쳐진 산과 내를 볼 수 있을 때 진정으로 우리 한옥이 지닌 의미에 동화되어 함께 느낄 수 있다.


집은 분명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하늘, 땅과 교감하면서 성장한다. 사람처럼 외형적인 성장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 단단하고 야무진 완성체가 되어 간다. 특히 한옥의 경우가 그러하다. 그래서 지금 국립민속박물관 마당에 앉아 있는 오촌댁은 이제 완전히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박물관을 찾는 많은 이들을 건강한 모습으로 맞이하고 있다. 마치 예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언제 보아도 듬직하고 대견해서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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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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