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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20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제주공항은 중국 항공사들의 안방인가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면서 제주∼중국 노선의 항공 수요도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수요 증가에 따른 이득의 대부분은 중국 항공사가 가져가고 국내 항공사는 낮은 점유율에 허덕이고 있다. 제주와 중국을 오가는 하늘길을 사실상 중국 항공기들이 독차지하면서 제주 공항이 마치 중국 항공사들의 안방이 돼버린 듯한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주∼중국 항공편은 현재 25개 노선에 주 350편이다. 이 가운데 20개 노선 304편이 중국 항공사 몫이다. 국내 항공사는 5개 노선 46편에 불과하다. 노선의 80%, 항공편의 86.9%를 중국 항공사가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용객도 중국 항공기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2012년 28.1%에서 2013년 52.3%, 2014년 76.8%, 2015년에는 83.8%로 급증 추세다.


근시안적인 정책 탓이다. 제주도는 1998년 외환위기 직후 관광 활성화를 명분으로 ‘일방향 항공자유화 제도’를 시행했다. 우리 정부의 운수권 허가 없이도 외국 항공사가 제주 공항에 자유롭게 취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제주를 찾은 중국인이 1998년 1만 5000명에서 2014년 286만명으로 늘어난 것이 그 결과다.

문제는 갈수록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식이라면 관광객이 늘어난다고 박수만 칠 일도 아니다. 우리의 일방향 자유화 조치로 인해 중국 항공사는 자유롭게 제주 공항에 취항할 수 있지만 국내 항공사가 중국에 운항하려면 중국 정부의 운수권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중국이 좀처럼 노선 개설을 허가하지 않고 있어 국내 항공사는 수년째 발목이 잡혀 있다. 중국 어선들이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안 우리 영해에 드나들며 마구 고기를 잡아가는 것이 불법이라면 제주 항공노선에 대해서는 갖다 바친 꼴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불평등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양국 간 전면 쌍방향 자유화 제도를 채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아니라면 제주~중국 노선만이라도 한국~산둥, 한국~하이난다오 노선처럼 쌍방향 자유화를 시행하도록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2025년 개항 예정인 제주 신공항도 중국 항공사들에게 고스란히 넘어갈 수밖에 없다.

[서울신문]

2. 성의없고 턱없이 미흡한 옥시 보상안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 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가 피해자들에게 보상안을 제시했다.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든 시점에서 책임 업체의 보상안까지 나왔으니 옥시 파동은 마무리 단계를 밟는 모양새다. 옥시는 지난 주말 피해자들과의 비공개 만남에서 사망자나 상해 피해자에게 최대 1억 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겠다고 했다. 1·2등급 판정 피해자에게는 1억원 이상을 제시했다. 옥시가 보상액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처음이다.


옥시 파동은 세계적으로도 유사 사례를 찾기 힘든 어처구니없는 소비자 집단 사망 피해 사건이다. 오죽했으면 온 국민이 생활용품 공포증을 앓고 있겠는가. 그런 사안의 중대함을 따질 때 옥시의 사태 인식은 너무 안이해서 허탈할 정도다. 교통 사고나 산업재해 사고의 사망 위자료 기준액보다는 그래도 높게 책정했다며 선심을 쓰는 듯한 입장이다. 사망 사고가 일어난 지 5년이나 지나 검찰 수사를 앞두고서야 영혼 없는 사과를 하더니 이제 와 기껏 불의의 사고들에 갖다 댈 일인가. 이 사건은 불가항력의 돌발 사고가 아니라 부도덕한 기업이 조직적·지속적으로 소비자들의 피해를 외면하고 은폐한 결과다.


소나기만 피하겠다는 얕은 계산으로 일관하는 옥시의 몰염치에 분통이 터진다. 그런 마당에 우리 사법부의 물러 터진 처벌 의지도 납득할 수가 없다. 옥시의 영국 본사를 건드리지 않고 어물쩍 눈감으려는 수세적인 자세가 답답할 뿐이다. 핵심 책임자인 존 리 전 옥시 대표의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한 탓에 옥시 본사와 다른 책임자들에 대한 수사는 더 어려워졌다. 검찰은 이달 말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가뜩이나 늑장 수사를 시작했던 검찰이 고작 이 정도 선에서 수사를 매듭짓겠다는 발상이라면 손가락질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국민 생명을 우습게 본 해외 기업은 정신이 번쩍 들게 단죄해야 한다. 옥시의 해외 책임자들이 검찰 소환을 거부하고 뭉개는 상황은 모멸감마저 느껴진다. 해외 기업들이 유독 한국 소비자들을 만만하게 보는 이유가 멀리 있지 않다. 국가적 손해를 봐도 제대로 항의하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만 앓는 우리 정부의 ‘새가슴’ 대처와 늑장 부실 조사, 솜방망이 처벌 탓이다. 검찰은 옥시 본사와 책임자들의 과오가 명백히 가려질 때까지 기왕에 잡은 칼을 내려놓지 않아야 할 것이다.

3. 추경 서두르되 두루뭉술한 편성·집행 안된다

추가경정예산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조선·해운 업계의 구조조정이 임박해 대량 실직의 조짐이 보이면서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엊그제 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추경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기자 간담회에서 “추경이 필요하다고 속단할 수 없다”고 한 데서 추경 편성 쪽으로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도 그제 “추경 편성에 한 발짝 다가갔다”며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했다. 지난달 “추경 요건에 맞지 않는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과 대비된다.


최근 경제 상황을 보면 추경 편성은 불가피해 보인다. 우선 지난해 소폭 개선됐던 고용 여건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기준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만여명 증가한 2645만명이다. 지난 2월과 4월에도 취업자 증가가 20만명대에 머물러 지난해 평균 34만명에서 크게 떨어졌다. 고용과 직결되는 수출과 소비도 부진하다. 올 1분기 수출액은 1156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3% 이상 감소했다. 같은 분기 민간 소비도 전기 대비 0.2% 줄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일자리의 근간인 수출과 내수 모두 좋지 않은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청년 실업률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해운·조선 업계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올 하반기 재난적 수준의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경제계에선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률 3.1% 달성을 위해선 20조원대 추경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8조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다행히 지난 4월까지 국세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조원 넘게 더 걷히는 등 추경 재원 조달 여건은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추경은 내용 못지않게 시기가 중요하다. 경기 활성화와 실업 대책으로서 효과를 내려면 늦어도 8~9월에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7월 초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돼야 한다.


지금까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추경이 편성되면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 주로 투입됐다. 고용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SOC 분야 사업은 고용 효과가 일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청년 인턴 같은 청년 일자리 정책도 마찬가지다. 이런 정책은 일시적인 고용 수치 개선엔 도움이 되지만 지속성이 떨어진다. 유 부총리도 얼마 전 올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과 관련해 “구조 개혁에 박차를 가해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추경 편성에 대한 바람직한 방향이다.


따라서 추경이 편성된다면 단순히 일자리 개수만 늘리는 데 쓰여선 안 될 것이다. 수치적인 성과가 낮아도 경제 활력을 높이거나 지속적인 노동이 가능한 부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신성장 동력이 될 사업에 쓰일 양질의 일자리 창출, 보육이나 노인 돌보기 같은 안정적 일자리를 보장하는 복지 서비스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그만큼 정교하고 치밀한 추경 편성과 집행이 필요하다. 아르바이트나 일용직 등 비정규직 일자리는 아무리 늘어나도 경제 활력만 떨어뜨린다. 정부가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4. 與 중진·원로 뒷방서 나와 수습 힘써야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탈당파들의 복당 승인 과정을 둘러싼 새누리당 내홍 사태가 어제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 정진석 원내대표의 만남을 계기로 일단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김 위원장이 정 원내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여 칩거 사흘 만인 20일 당무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권성동 사무총장은 교체하기로 했다. 민생 등 산적한 현안을 제쳐 둔 채 집안싸움에만 골몰해 국민을 크게 실망시킨 새누리당은 하루속히 혼돈에서 벗어나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여당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친박계와 비박계 모두 자숙·자중해야만 한다.


총선 참패 이후에도 계속되는 계파 갈등은 새누리당에 내재된 위기의 실체를 여실히 보여 준다. 친박계와 비박계 모두 내심 “결국 갈라설 것”이라는 극단적 결심을 굳히지 않고서야 이렇듯 사생결단 싸우겠는가. 김 위원장은 어제 정 원내대표를 만나 작심한 듯 새누리당의 실상을 비판했다. 애당심은커녕 동지애도 없고, 신뢰·윤리·기강조차 무너져 내린 엉망진창 상태라는 것이다.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갈라서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뜻 아니고 무엇인가. 당의 혁신을 위해 외부에서 모셔 온 김 위원장의 진단을 내부 구성원들은 뼈아프게 반성해야만 한다.


이번 사태가 진정된다 해도 계파 정치를 청산하지 않는 한 새누리당 위기의 본질은 사라지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동지애도 없는 상황에서 언제라도 계파 갈등은 재연될 수 있다. 특히 당 대표를 뽑는 8월 전당대회는 ‘예고된 전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자칫하다가는 진짜 당이 쪼개지는 파국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진즉 20대 국회가 개원했지만 진흙탕 집안싸움에만 매몰돼 국정을 팽개치고 있는 여당에 국민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당내 화합과 혁신도 못 하면서 어떻게 국민 통합과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단 말인가.


새누리당에는 복당 의원 2명을 제외하고도 4선 이상 중진 의원이 19명이나 된다. 한때 지도부를 맡았던 원로들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이번 사태 과정에서 이들 중진과 원로들의 중재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소장 강경파들의 격한 전투적 언어만 난무했다. 중진들은 당내 세력 판도의 주판알을 튕기며 뒷방에 숨었고, 원로들은 당내 역학 구도에서 뒷전으로 밀려났기 때문일 것이다. 이래선 안 된다. 중진과 원로, 특히 계파를 이끄는 최경환·김무성 의원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당을 수습해야 한다. 언제까지 국민이 집권 여당의 지겨운 집안싸움을 지켜봐야 한단 말인가.

[동아일보]

5. 개헌을 위한 몇가지 기준

20대 국회의 개원과 더불어 개헌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10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주도하던 원포인트 개헌이 정당 대표들과의 약속에 따라 제18대 국회로 미뤄진 이래 개헌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숙제였다.


그동안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되었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 범위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기 때문에 개헌이 과연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개헌의 필요성을 직시해야 한다. 


평균수명이 5년에도 미치지 못하던 과거 헌법들에 비해 현행 헌법은 근 30년에 이르는 압도적인 최장수 헌법이지만, 그로 인해 현실과 맞지 않게 된 부분도 적지 않다. 또한 대통령의 임기 문제나 권력구조 문제 이외에도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해서도 손보아야 할 것이 적지 않다. 


예컨대 3공화국 당시 위헌으로 결정되었던 것을 유신헌법에서 헌법 규정으로 만들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국가배상청구권의 제한에 관한 제29조 제2항의 문제는 반드시 손질해야 할 조항이며, 그 밖에도 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정보 인권 조항의 필요성, 글로벌 시대에 맞는 외국인의 인권 보장 등 인권 보장의 현실화와 관련하여 논의되고 있는 것이 적지 않다.


물론 개헌의 중심 화두는 여전히 국가조직일 것이다. 특히 대통령제를 유지할 것인지,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 개편할 것인지에 따라 헌법 질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각각의 주장이 그 나름의 논거를 가지고 있으나, 향후 개헌의 준비 과정에서는 몇 가지 기준이 먼저 설정될 필요가 있다.


첫째, 30년 만의 개헌이기 때문에 차후에도 30년이 지나야 개헌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한 세대에 한 번 있는 개헌이므로 이 기회에 바꿀 수 있는 것은 모두 바꾼다는 생각보다는 합의가 가능한 것, 개헌이 꼭 필요한 것부터 단계적으로 바꾸도록 해야 하며 필요에 따라 차기 개헌은 언제라도 가능하다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둘째, 같은 맥락에서 이념적 갈등이 극심한 사항은 개헌의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예컨대 보수와 진보 사이에 갈등이 첨예한 영토 조항 문제나 경제 조항 문제를 개헌 대상에 포함시킬 경우에는 여타 조항들에 대한 합의조차 흔들리게 될 우려가 크다.


셋째, 개헌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것과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엄밀하게 구분되어야 한다. 통일에 대한 대비는 전자에 해당할 것이지만, 권력구조의 개편은―비록 전자와 무관하지 않지만―후자에 해당한다. 전자는 중장기 과제로 볼 수 있는 것이지만, 후자는 당장의 성공 조건을 따져야 한다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양자의 구별이 중요한 것이다.


예컨대 의원내각제로의 개헌은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이 통일 이후의 사회 통합에 유리할 수 있고, 그런 맥락에서 우리도 통일헌법의 정부 형태를 의원내각제로 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당장 정부 형태를 의원내각제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그 성공 조건, 즉 국회와 국회의원들에 대한 신뢰, 정당에 대한 신뢰를 더 높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개헌의 필요성은 명백하다. 그러나 개헌을 통해 동상이몽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만일 개헌을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이용하려 들면, 지난해 말에 선거구 재획정 시한을 앞두고 여야가 서로 다른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하던 경우처럼, 개헌이 지연되면서 모두에게 상처만을 남기게 될 수 있다. 개헌은 개헌의 본질에 맞게 진행되어야 하며,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가운데 헌법의 이념과 원리가 올바르게 발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겨레]

6. 9월이면 북한이 무릎 꿇는다는 막연한 대북전략

정부가 오는 9월까지 북한과 어떤 형태의 대화나 교류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19일 밝혔다. 이런 방침은 범정부 차원의 내부 검토를 거친 뒤 결정된 것이라고 한다. 이 고위 관계자는 그때쯤이면 북한이 견디지 못하고 태도를 바꿀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9월이면 북한 핵실험 이후 안보리 제재 결의 2270호가 나온 지 6개월 되는 시점이다. 6개월 정도 대북 압박·제재를 하면 정말로 북한 핵 문제를 포함해 모든 것을 우리 정부 뜻대로 풀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인데, 적이 걱정스럽다.


정부 고위 관계자의 이런 발언은 박근혜 정부가 그동안 보여온 대북 기조와 일치한다. 그동안 정부가 보여온 것은 ‘대화 배제, 대북 압박’을 통해 북한의 굴복을 끌어내겠다는 전략이었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은 아프리카까지 가서 북한 봉쇄 작전을 폈다. 1970년대식 대결 외교가 되돌아온 듯했다. 윤병세 외교장관도 쿠바·러시아·불가리아 등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들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면서 북한 고립화 외교를 펼치고 있다. 박 대통령은 13일 국회 개원 연설에서도 “비핵화 없는 대화 제의는 국면전환을 위한 기만일 뿐”이라고 북한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면서 “성급히 북한과 대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서 모처럼 형성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모멘텀을 놓친다면 북한 비핵화의 길은 더욱 멀어질 뿐”이라고 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압박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압박 전략이 실효를 거둘지는 매우 의문이다. 6개월 동안 물샐틈없이 압박하면 북한이 무릎 꿇고 나올 것이라는 것은 우리 정부의 희망 사항일 뿐 현실적인 정세 판단에 따른 전망이라고 할 수 없다. 지난 경험을 보면, 북한은 대화의 길이 막히고 대북 압박이 커질 때마다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쏘는 식으로 더 거세게 반발해 왔다. 북한 핵 문제는 대북 압박만으로는 풀리지 않는다. 현실적인 방안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국제적 공조를 긴밀하게 펴되, 동시에 북한과의 다각적인 대화의 장을 마련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풀 길을 찾는 것이다. 대화 없는 압박은 반발만 불러올 뿐이고 그 결과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이 아닌 악화가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막연한 소망에 의지해 대북 압박에 모든 것을 걸 것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중앙일보]

7. 청와대, 조속히 당·청 관계 회복 나서라

유승민 의원 복당 결정으로 격화됐던 새누리당의 내분이 19일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의 회동으로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 “복당 표결 과정이 강압적이었다”며 사흘째 칩거해온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정 원내대표가 찾아와 사과의 뜻을 밝히자 “진정성이 있다면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출범한 지 겨우 한 달인 집권당 지도부가 간신히 붕괴 위기를 넘긴 것이다. 이제 김 위원장이 속히 업무에 복귀해 당을 정상화하는 일이 남았다.


유 의원 복당 표결 과정이 다소 격앙된 분위기 속에 진행된 측면은 있다. 그러나 그의 복당은 4·13 총선에서 나타난 호된 민심을 받들기 위해 비대위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였다. 새누리당 참패의 핵심 원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눈 밖에 난 정치인을 강제로 쫓아내 유권자의 선택권을 배제하려던 데 있기 때문이다. 출범 2주일 동안 허송세월만 해온 비대위가 늦게나마 유 의원의 복당을 결정한 건 모처럼 할 일을 한 것이다.


당의 주류인 친박들은 이런 당헌·당규에 따른 비대위의 복당 결정에 극력 반발하며 뒤집기를 시도했다. 복당 논의 과정을 주재하고 표결 결정에 찬성한 김 위원장마저 뒤늦게 표결 분위기를 문제 삼아 당무를 거부했다. 청와대도 복당 결정 당일인 16일 잡혀 있었던 고위 당·정·청 회의를 전격 취소했다. 총선 두 달 만에 처음 열리기로 돼 있던 이 회의에선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과 부실기업 구조조정 등 긴급한 현안들이 논의될 예정이었다. 이런 중요한 회의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건 복당 결정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려는 의도였다고밖에 볼 수 없다.


청와대와 친박이 앞으로도 민심 대신 대통령의 뜻과 계파 이익을 앞세우는 행태를 버리지 못한다면 당내 갈등은 언제든 다시 폭발할 개연성이 크다. 이는 당·정·청 조율 기능 마비와 국정 공백으로 이어져 민생에 큰 피해를 안길 것이다. 당장 사흘 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브렉시트 투표에 따라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또 신공항 선정을 놓고 원수처럼 갈라진 영남권 민심을 다독여야 하는 등 나라 안팎에 현안이 쌓여 있다. 집권세력이 내분이나 벌일 때가 아니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당무에 복귀하는 대로 조속히 당·정·청 회의를 열고, 정 원내수석과 유기적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해결책은 박 대통령의 태도 변화다. 유 의원의 복당을 비롯해 자신의 뜻에 역행하는 당의 행태가 야속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총선에서 확인된 민의에 부응하기 위한 집권당의 불가피한 자구책이다. 대통령 임기가 1년8개월 남은 상황에서 당이 내년 대선을 겨냥해 청와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대통령은 당의 엇박자를 비판만 할 게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유 의원 등 국정 현안을 놓고 청와대와 의견을 달리하는 여당 의원들을 ‘배신자’로 낙인찍는 대신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한 ‘자산’으로 포용하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8. ‘정운호 게이트’ 현관 비리 의혹의 몸통 밝혀야

검찰이 현직 검사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1억원의 금품을 받은 단서를 잡고 조사 중이다.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의 브로커로 활동했던 이동찬씨도 검거했다. 이에 따라 판검사 출신 전관(前官)을 넘어 현관(現官) 비리 의혹의 몸통이 드러날지 주목되고 있다.


검찰은 현직 검찰 간부 박모 검사와 정 대표 사이에서 돈 심부름을 한 것으로 지목된 A씨를 긴급 체포해 조사했다. 정 대표는 최근 검찰에서 “2010년 박 검사에게 전달해달라며 A씨에게 1억원을 줬다”고 진술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서울메트로 입점 과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무마하기 위해 청탁성 자금을 건네도록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박 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사실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또 브로커 이동찬씨가 검거되면서 ‘정운호 게이트’ 핵심 인물들의 신병이 모두 확보됐다. 이씨는 최 변호사가 맡았던 정 대표 사건, 송창수 전 이숨투자자문 대표 사건에 깊숙이 개입한 인물이다.


지금까지 현관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는 답보 상태를 면치 못했다. 박 검사 조사로 현관 수사의 물꼬를 트게 됐지만 곁가지에 불과하며, 이제 시작일 뿐이다.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와 관련된 부분은 아직 뚜껑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해외 원정 도박 사건으로 수사받던 정 대표가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을 받고 ▶3차 수사 후 도박 혐의 기소 때 횡령 혐의가 빠지고 ▶정 대표 측의 보석 요청에 검찰이 ‘재판부가 알아서 해달라’고 한 과정은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최 변호사가 수사·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법원에 어떤 로비를 벌였는지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고리들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한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시민들을 납득시키기는 힘들 것이다.


검찰은 현재 대우조선해양과 롯데그룹을 대상으로 전방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 수사가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검찰 자신의 손부터 살펴야 한다. 검찰은 검사장 출신이 한 해 100억원을 벌고, 어떻게 123채의 오피스텔 쇼핑이 가능했느냐는 국민의 물음에 응답할 의무가 있다.

[매일경제]

9. 휘발유차량도 조작한 폭스바겐, 퇴출까지 고려해야

독일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및 사기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한때 세계 1위 자동차업체였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기만적이고 퇴행적이다.


엊그제 검찰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골프 1.4 TSI 차량이 국립환경과학원의 배출가스 인증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자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를 두 차례나 조작해 불법 판매해 왔다고 한다. 이 같은 배출가스 조작은 독일 본사가 직접 지시했으며, 폭스바겐 한국법인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본사 지시에 따라 질소산화물 배출 수치를 조작하고 소프트웨어를 교체할 경우 별도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국내 법까지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골프 1.4 TSI는 지난해 3월부터 국내에서 총 1567대가 팔렸고 배출가스 조작 경유차량 12만5000대가 지금도 돌아다니는 점을 감안하면 폭스바겐으로 인한 우리 국민의 직간접적인 피해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더욱 괘씸한 것은 폭스바겐의 안하무인 행태다. 폭스바겐은 경유차 배출가스 조작이 밝혀진 후 취해진 환경부의 리콜 요구를 7개월째 뭉개고 있다. 2011년에도 에어컨을 켜면 배출가스 기준치를 초과한다는 사실이 적발돼 리콜 요구를 받았으나 이 역시 강제 리콜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회장이 직접 나서 조작 사실을 시인하고 배상금이나 세금을 부담하기로 했으나 한국 정부와 소비자는 철저하게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는 지금이라도 정부의 명예를 걸고 폭스바겐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대로 대응해야 한다. 폭스바겐이 국내 인증 절차를 기만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향후 폭스바겐 차량에 대해서는 일일이 자동차 한 대 한 대 철저하게 인증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실제 도로 주행 시 배출가스에 대해서도 기습점검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조금이라도 위법 사실이 밝혀지면 즉시 수입 판매를 중지시키는 것이 옳다. 소비자들도 리콜 요구, 환불 요구, 민사배상 소송 등 자력 구제를 적극 강구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가 대체 언제까지 국민 건강과 소비자 피해는 내팽개치고 통상마찰 핑계만 댈 건지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10. 전·현직 검찰 비위 사건 롯데 수사에 묻히면 안된다

전직 검사장인 홍만표 변호사와 부장판사 출신인 최유정 변호사 구속으로 이어진 '정운호 게이트'의 핵심 브로커 이동찬 씨가 지난 18일 체포되면서 전·현직 법조인 비위 의혹 사건이 다시 여론의 관심을 끌고 있다. 검찰은 현직 검사가 수사 상황을 누설하고 2010년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1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도 포착하는 등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운호 게이트'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인 진경준 검사장의 넥슨 주식 대박 사건과 더불어 세간에 주목을 받고 있는 사건이다. 두 건 모두 수사 결과에 따라 법조계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하지만 롯데그룹과 대우조선해양 등 대기업 비리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사정이 시작되면서 두 사건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전·현직 검사장 수사에 부담을 느껴 의도적으로 파급력이 큰 사건을 들고나온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 홍 변호사의 전관로비 의혹이나 진 검사장의 넥슨 주식 특혜 시비를 밝히는 데 어려움이 있어 여론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기업 비리 수사에 나섰다는 것이다. 검찰은 롯데나 대우조선에 대한 수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의심을 해소하려면 한 점 의혹도 없이 진실을 밝혀야 한다.


현재 홍 변호사는 탈세 등 일부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금품로비 등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변론권 행사의 적절한 범위를 넘어선 적이 없다"며 극구 부인하고 있다. 진 검사장 사건 역시 직위를 이용한 편의 제공이나 뇌물수수, 차명주식 여부, 자금 출처에 대해 말을 바꾼 이유 등 궁금한 점이 많다. 이에 대해 검찰은 명확하게 밝힐 책임이 있다. 전·현직 법조인 비위 사건이 롯데나 대우조선 수사에 묻혀서는 곤란하다. 질질 시간을 끌다가 진실을 규명하지 못하고 흐지부지된다면 국민적인 저항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검찰은 명심해야 한다. 두 사건에 검찰의 자존심이 걸려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주요 신문칼럼

1. [머니투데이]그 일 안 하면 안 돼요?

누구나 언제나 무언가를 한다. 나 또한 언제나 무언가를 한다. 그것이 주로 '읽거나 쓰거나 걷거나'다. 이 일은 내가 좋아하는 놀이다. 나를 느끼고 즐기고 꽃 피우는 노래다. 나에게 다가가고 나를 펼치는 춤이다. 나에겐 읽고 쓰고 걷기가 1순위다. 다른 일은 2, 3 순위다.


읽고 쓸 때는 머리가 일을 한다. 에너지가 위로 오른다. 걸을 때는 몸이 일을 한다. 에너지가 아래로 내려간다. 이로써 머리와 몸은 균형을 맞춘다. 한참 읽고 쓰면 몸이 걷자고 한다. 한참 걸으면 머리가 읽고 쓰자고 한다. 나는 이 리듬이 좋다. 머리와 몸이 어울려 돌아가는 삼박자가 즐겁다. 왈츠처럼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당신은 어떤가? 밤낮으로 일에 쫓기는 분에게 묻는다.


- 그 일 안 하면 안 돼요?

= 안 돼.

- 안 하면 어떻게 되요?

= 할 일이 없어.

- 할 일이 없으면 좋잖아요.

= 그럼 심심해서 못살아.

- 그럼 좋아하는 일을 하시죠.

= 그게 뭔데?


이 분은 은퇴한 뒤에도 바쁘다. 돈이 없는 건 아닌데 어떻게든 일을 벌이고 돈을 벌려고 한다. 하지만 이 분에게 삶은 지루하다. 무료하다. 일을 거두면 지루함만 남는다. 무료함만 남는다. 은퇴 전이라고 별로 다르지 않다. 직장은 좋아서 다니는 게 아니다. 일은 재미로 하는 게 아니다. 내키지 않는 일에 시달리고 집에 와서 퍼진다. TV를 켜고 뒹군다. 집사람은 잔소리만 한다. 아들은 컴퓨터만 두드린다. 딸은 스마트 폰만 만지작거린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고, 아들과 딸은 하고 싶은 공부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받는 스트레스를 시시한 오락으로 푼다. 영화 보고, 쇼핑하고, 수다 떨고, 먹고 마시고, 꾸미고……. 어쨌든 심심할 틈이 없다. 내면의 나를 대면할 겨를도 없다. 


지금껏 나는 이러고 산 게 아닐까? 시답잖은 일에 마음 쓰면서 휩쓸려 다닌 게 아닐까? 단 한 번도 내 안의 바다에 잠기지 못한 채. 넓고 푸른 바다에서 자유롭지 못한 채. 깊고 고요한 바다에서 평화롭지 못한 채. 파도처럼 철썩이고 출렁이면서. 서로 부대끼고 밀고 밀치고 아우성치고 부서지면서.


누구나 언제나 무언가를 한다고 다 똑같은 건 아니다. 나와 일의 관계에 따라 일의 질이 달라진다. 삶의 향기가 바뀐다. 같은 일이라도 내 안에서 우러나면 놀이다. 노래다. 춤이다. 나를 드러내는 예술이다. 나를 이루는 성취다. 그렇지 않으면 짐이다. 노동이다. 투쟁이다. 나를 옥죄는 억압이다. 나를 파는 장사다. 나는 어떤가? 내 일은 놀이인가? 노동인가?

2. [동아일보][특파원 칼럼/전승훈]“내 증오를 선물하지 않겠다”

지난주 프랑스 대표팀이 출전하는 ‘유로 2016’ 축구 경기가 있는 날 파리 에펠탑 인근의 ‘팬 존’을 찾아갔다. 8만 명이 한꺼번에 모여 응원할 수 있는 샹드마르스 광장 입구는 경계가 삼엄했다. 무장 경찰로부터 몸수색을 2, 3차례 받은 뒤 팬 존에 들어서니 한 손에 맥주를 든 응원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이후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겁이 나게 마련이지만 역시 프랑스인들은 어떤 위험에도 노는 것은 절대 포기할 수 없나 보다.


요즘 파리에서 가장 힘든 사람은 경찰이 아닐까. 파리 테러 이후 국가 비상경계 태세 아래에서 파업과 시위, 훌리건 난동까지 하루도 쉴 날이 없다. 노동법 반대 시위가 과격해지면서 경찰 ‘증오’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5월에는 경찰관이 탑승한 경찰차가 화염병에 불탔다. 시위 현장에선 ‘모든 이가 경찰을 증오한다’는 등 경찰 혐오 구호가 난무한다.


다음 달 초 3년간의 파리 특파원 생활을 마친다. 파리 테러, 브뤼셀 테러, 이집트 폭탄 테러, 시리아 난민캠프, 그리스 재정 위기 현장을 다니며 종군기자 같은 생활을 했다. 유럽은 5년 전 프랑스로 연수 왔을 때의 평화로움과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다. 제3세계에서 벌어지던 야만적인 테러가 이제 유럽 한복판에서 일어난다.


북한에서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할 때마다 프랑스인들은 내게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날까 봐 불안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내가 “적어도 한국에서는 카페에 앉아 있다가 총을 맞는 일은 없다. 파리가 더 불안하다”고 말하면 프랑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지난주 발생한 사건들은 과연 이곳이 민주주의와 이성이 빛나던 유럽이 맞나 싶을 정도다. 프랑스에서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한 테러리스트가 경찰관 부부 자택에 침입해 세 살배기 아들이 보는 앞에서 아빠와 엄마를 잔인하게 살해했다. 영국에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앞두고 여성 정치인이 대낮에 총격을 받고 숨지기도 했다.


도대체 얼마나 큰 증오가 쌓여 있기에 이렇게 인간성을 저버린 끔찍한 일들이 발생하는 걸까. 증오 범죄란 인종, 피부색, 민족, 종교, 성(性) 정체성,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가해지는 무차별 폭력이다. 시리아 내전 5년의 증오로 IS가 탄생했다. 대규모 난민이 발생하고, 유럽이 문을 걸어 잠그는 과정에서 브렉시트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청년 실업, 부의 불평등에 대한 증오도 인터넷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07년 한국계 미국인 조승희가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총기 난사를 한 다음 날 나는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있었다. 당시 한국인이란 이유로 입국이 거절당할까 봐 불안에 떨었지만 어떤 제지도 받지 않았다. 그런데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올랜도 테러 사건 이후 “테러범 출신 국가의 이민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내가 받은 충격은 작지 않았다.


트럼프의 방식으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특정 국가에 ‘이민 금지’ 딱지를 붙이는 일은 증오를 더 키울 뿐이다. 지난해 파리 테러 당시 아내를 잃은 앙투안 레리는 “그들은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을 빼앗아 갔지만 나는 그들에게 내 분노를 선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한 16일 사망한 영국의 조 콕스 하원의원의 남편도 “모두 힘을 합쳐 내 아내를 죽인 증오와 맞서 싸워 달라”고 호소했다. 두 사람의 차분하고 이성적인 대응은 유럽의 문명사회를 지킬 마지막 희망이다.

3. [중앙일보][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100엔짜리 인생이라 해도

직업, 없다. 남자친구, 없다. 꿈? 물론 없다. 16일 개봉한 일본 영화 ‘백엔의 사랑’(사진)의 주인공 이치코(안도 사쿠라)는 전문대를 졸업한 후 일자리 찾을 생각도 없이 도시락 가게를 하는 엄마에게 기대 살아가는 서른두 살의 여자다. 헝클어진 머리에 목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화가 난 표정으로 어기적어기적 걷는다. 열심히 하는 일이라고는 초등학생 조카와의 게임뿐. 자신에게 관심 없는 세상과 그런 세상에 구애하지 않겠다는 포기가 만들어낸 기운 빠지는 인생을 살던 이치코. 어느 날 이혼해 집에 돌아온 여동생과 머리채를 뜯으며 싸우다 홧김에 집을 뛰쳐나온다.


어쩔 수 없이 독립했으나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100엔(약 1100원)짜리 물품들을 판매하는 잡화점에서 심야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100엔 100엔 100엔 생활, 싸요 싸요 뭐든 싸요!”라는 노래가 늘 흘러나오는 곳. 그러다 잡화점에서 바나나를 사는 복싱선수 카노(아라이 히로후미)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그를 보기 위해 체육관을 찾았다가 ‘다이어트하러 왔느냐’는 관장의 오해로 복싱을 시작하게 된다는 내용.

여기까지 보고 나면 ‘알 만하다’ 싶다. 한심하게 살던 청춘이 새로운 꿈과 사랑을 만나 성공을 향해 달린다는 내용이겠거니. 하지만 영화는 단순하지 않다. 이치코의 멋들어진 성공담 대신, 100엔 숍을 찾아오는 ‘100엔짜리’ 인생들을 그리는 데 공을 들인다. 하루 18시간씩 일하다 우울증에 걸린 점장, 유통기한 지난 음식을 훔쳐 가는 할머니, 있는 힘껏 노력한 적도 없으면서 포기는 빨랐던 한물간 복서…. 그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한 번쯤은 이겨보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된 이치코의 변화를 담담하고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감동의 포인트는 이치코의 변화하는 눈빛이다. 복싱을 시작한 이치코가 밤낮없이 줄넘기를 하고, 계단을 뛰어오르고, 매대 사이에서 끊임없이 섀도 복싱을 할 때 보는 이의 마음도 덩달아 뜨거워진다. 내 것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삶에 처음으로 애착을 갖게 된 순간, 열정을 쏟아부어 노력하고 싶은 대상을 발견한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반짝이는 눈빛. 남들에겐 100엔짜리로 보이는 인생이라 해도, 나에겐 이것밖에 없으니 최선을 다해 싸워보겠다, 이런 결심의 순간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무엇보다 주인공의 외면과 내면의 변화를 실감 나게 연기한 배우 안도 사쿠라의 공이 크다. 안도는 이 영화로 올해 일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4. [서울신문][오늘의 눈] 태양의 서커스와 공시생/윤창수 사회2부 기자

천막 지붕에서 떨어져 내리는 물은 꽃, 동물 등 온갖 무늬를 만들어 낸다. 뱀으로 분장한 소년은 머리와 무릎을 붙이고 꼬아 마치 진짜 뱀으로 환생한 듯하다. 조금 전까지 무대 바닥에 있던 수영장이 배우가 뛰어들자 사라져 버린다.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서 공연 중인 태양의 서커스의 신작 ‘루지아’다.


태양의 서커스는 1982년 거리공연을 하던 캐나다 예술가들이 만든 문화기업이다. 퀘벡은 영어가 공용어인 캐나다에서 프랑스어를 쓰며 아직도 분리 독립운동이 계속되는 등 고유의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바로 이런 문화적 힘이 캐나다 퀘벡 지역을 세계 사회적경제의 3대 메카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태양의 서커스는 중국 푸싱그룹과 미국 자본에 팔린 상태지만, 캐나다인들은 여전히 퀘벡의 문화적 전통이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런 기대를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라 토후’다.


우리나라 난지도와 같은 쓰레기 매립지 위에 태양의 서커스 본사와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라 토후는 이익이 아니라 인간을 생각하는 사회적경제인 비영리단체로 퀘벡을 아트 서커스 도시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곳이다. 쓰레기장에서 나온 재활용품으로 극장 건물을 세우고, 자퇴생과 같은 취약계층에게 서커스를 비롯한 예술을 가르치며, 자체 축제로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1인당 연간 4500만원에 이르는 퀘벡주 총생산(GDP)의 7%를 라 토후와 같은 사회적경제가 차지하고 있다. 퀘벡에서 사회적경제 운동이 시작된 것은 1990년대 중반이다. 당시 퀘벡의 사회적 운동가들은 주로 이민 여성이었던 근로자의 인권운동 ‘빵과 장미’를 성공시키는 등 약자와 소수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1990년대 활동했던 운동가들의 자녀가 성장해 지금의 사회적경제를 이끌고 있다. 캐나다 사회적경제 협의체인 샹티에의 낸시 님탄은 “1980년대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는 우리보다 훨씬 독립적이고 첨단 기술로 무장돼 있다”며 “젊은이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사회적경제가 더욱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대학생들은 협동조합을 만들어 학생주택을 건설하고 식당, 금융업, 도시농업, 정보기술(IT)업 등에 진출하고 있다.


라 토후의 서커스학교 졸업 공연으로 인체를 통해 물의 흐름을 만들어 내는 퀘벡 젊은이들을 보면서 노량진에서 시험 공부에 매달리는 30만~40만명에 이르는 공시생이 떠올랐다. 공무원은 사회에 봉사하는 보람된 직업이지만, 공무원이 되려고 청춘을 몇 년 동안 영어 단어 외우는 데 쏟는 것은 아까운 일이다. 세계의 젊은이들이 사회적경제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사회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안타깝다.


“겨울이 너무 춥고 기니까.” 태양의 서커스와 같은 거리공연이 발달한 이유를 물은 기자에게 던진 라 토후 감독의 대답이다. 아주 간단한 이유로 재능 발현 기회를 찾은 캐나다 청춘처럼 한국의 젊은이들도 창의성을 발휘할 다양한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5. [매경이코노미][HEALTH] 80세 이상 4명 중 1명…치매 원인과 예방법-생선·채소 먹는 ‘333수칙’ 뇌건강 지켜

우리나라 80세 이상 노인의 4명 중 1명이 앓고 있다는 치매. 60세 이후 5년이 지날 때마다 치매 발병 위험은 2배씩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매는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인지 능력에 장애가 생겨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 상태를 뜻한다. 한번 진행되기 시작하면 새 정보를 머릿속에 저장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치매가 생긴 후에 일어난 일은 기억하지 못해도 그 이전의 것은 정상적으로 기억할 수 있는 이유다.


뇌 기능을 떨어뜨려 치매의 원인이 되는 질환은 무수히 많으며, 그중 85% 정도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알츠하이머다. 알츠하이머는 베타아밀로이드(beta-amyloid)라고 부르는 나쁜 단백질이 과도하게 축적돼 신경세포를 죽이는 병이다. 김기웅 중앙치매센터장은 “공장의 제조 공정에서 한 번씩 불량품이 나오는 것처럼, 우리 몸속 단백질 대사 과정에서도 한 번씩 실수가 생겨 나쁜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면역 체계가 이런 단백질을 청소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축적되면서 뇌세포를 공격해 죽이게 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 외에도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생기는 치매, 알코올성, 외상성 치매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치매의 최고 위험 요인은 연령이다. 고령화 진행으로 치매 발병률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두 번째 위험 요인은 학습 등 두뇌 활동의 부족이다. 교육을 적게 받은 사람일수록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 김 센터장은 “신경세포가 죽는 알츠하이머병을 생각하면 쉽다”면서 “학력이 높고 두뇌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은 신경세포 간에 다양한 회로가 형성된다. 그러다 보면 신경세포 중 하나가 죽어도 다른 통로가 많기 때문에 영향을 덜 받는다. 반면 교육을 많이 받지 않고 두뇌를 많이 쓰지 않을 경우 신경세포의 길이 단조롭기 때문에 세포 손상이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위험 인자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 대사성 질환과 우울증이다. 대사성 질환은 혈액순환에 문제를 일으켜 혈관성 치매, 알츠하이머성 치매 위험을 높인다. 당뇨, 고지혈증은 치매 유병률을 1.5~2배가량 높인다고 알려졌다. 우울증 역시 치매 위험을 높인다.


그다음은 잘못된 식습관이다. 김 센터장은 “무조건 몸에 좋은 음식을 많이 먹는다고 좋은 게 아니다. 충분한 비타민과 함께 신경세포 재생에 도움이 되는 불포화지방산이 포함된 식단을 규칙적으로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특히 뇌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는 녹황색 야채와 등푸른 생선이 꼽힌다”고 설명했다.


김기웅 센터장은 이 같은 위험 요인을 알고 대비하는 것이 치매 발병 위험을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333수칙도 있다. 3가지(운동·식사·독서)를 권하고, 3가지(절주·금연·뇌손상 예방)를 금하고 3가지(건강검진·소통·치매 조기 발견)를 챙기는 것이다. 또 치매상담콜센터(1899-9988)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김 센터장은 “치매 진단을 받은 후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완치약은 없지만 약물을 통해 증상을 조절하고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다만 치매 예방에 좋다며 검증되지 않은 주사나 약물을 고가에 파는 경우가 있는데, 병원의 공식 처방제 외에는 주의해야 한다.” 김 센터장의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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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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