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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삼성-환화 자유 빅딜

■ 공무원연금 개혁안

■ 최경환 경제팀 2015년 경제정책 방향 화두 : 구조개혁

■ 김영란법 처리 서둘러야

■ 디플레이션 공포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삼성-환화 자유 빅딜

 

[한국일보 사설-21041127목] '선택과 집중' 화두 일깨운 삼성-한화 빅딜

 

삼성그룹이 어제 석유화학과 방위산업 부문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했다. 석유화학부문인 삼성종합화학ㆍ삼성토탈과 방위산업부문인 삼성테크윈ㆍ삼성탈레스를 한화그룹에 넘기는 빅딜이 이루어진 것이다. 계약 규모는 1조9,000억원대에 달한다. 김대중 정부 때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넘기는 등 5개 그룹에 대한 강제 빅딜은 있었으나 기업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이 같은 대형 거래가 이루어진 것은 드문 일이다. 또 삼성그룹이 1999년 삼성자동차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주요 계열사를 포기하거나 매각한 것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두 회사만 남기고 화학부문에서 사실상 철수하고 그룹 구조를 전자, 금융, 건설ㆍ중공업, 서비스 등으로 단순화하게 된다. 한때 석유화학과 방위산업은 삼성그룹 내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었지만 ITㆍ전자 부문이 급성장하면서 글로벌 주력 사업이 된 지금 매출 규모나 발전 가능성 면에서 석유화학과 방위산업에 많은 관심과 투자를 할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부문에 강점을 가진 한화그룹에 사업을 넘기고 삼성그룹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 역량을 키울 수 있게 됐다.

 

삼성그룹은 이번 거래를 우리 산업과 기업의 구조조정과 체질개선을 통해 저성장 국면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글로벌 환경이 급변하고 경제위기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경쟁력을 강화해 국가경제의 효율화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화그룹도 이번 빅딜로 자산 규모를 50조원대로 늘리고 재계 서열 10위에서 9위로 한 계단 올라선다. 한화그룹은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인수를 통해 방위사업 부문 매출이 1조원 규모에서 약 2조6,000억원으로 늘어나 이 분야 1위가 될 전망이다. 또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인수로 석유화학사업 부문 매출이 18조원으로 올라 국내 1위 업체가 된다. 한화그룹은 비로소 규모의 경제를 누리게 됐고 그룹 성장의 모태인 방위사업과 석유화학사업 분야를 국내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게 됐다.

 

이미 해외에서는 기업경쟁력을 확보하는 수단의 하나로 빅딜이 자주 이용된다. IT기업이든 제조업체든 불필요한 사업부분은 과감히 매각하고 새로운 사업부문은 인수ㆍ합병을 통해 시장을 넓히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지금까지 현실에 안주해 과감한 변신을 꾀하는 경우가 드물었다는 평가가 많다. 국경이 사실상 사라진 글로벌 환경에서 기업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 기업이 이런 환경에서 생존하려면 빅딜 등을 통해 기업체질을 대폭 개선하고, 새로운 환경에 최적화할 수 있도록 몸집을 만들어야 한다. 국가경제 효율화를 위해 더 많은 빅딜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사설-20141127목] 삼성·한화 자율 빅딜 … 선택과 집중은 시대의 흐름

 

삼성그룹이 석유화학과 방위산업 분야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이번 사업 재편은 매각대금이 1조9000억원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라는 점, 정부나 금융기관의 압박이 아닌 두 그룹의 자율적인 판단이란 점, 그리고 그룹 내부에서 사업부를 뗐다 붙였다 하던 소극적 구조조정에서 벗어나 과감히 외부로 매각한 점 등에서 돋보인다. 한국 산업사에 남을 만한 일이다.

 

 이번에 매각하는 계열사들은 비주력 사업이었다. 삼성은 주력인 전기전자 부문이 세계 시장에서 협공당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경쟁 상대가 애플 등 세계 초일류기업들인 만큼 ‘글로벌 1위’를 기대하기 어려운 분야에선 손을 떼는 등 그룹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화학과 방산이 주력인 한화로서는 규모의 경제 확보가 중요하다. 한화는 이번 인수합병(M&A)을 통해 방산 부문 매출이 2조6000억원으로 국내 1위에 오른다. 화학 부문도 정유에서 석유화학까지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한화가 이번 빅딜을 통해 1982년 한양화학(현 한화케미칼) 인수, 2002년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인수에 이어 다시 한번 성공적인 M&A의 DNA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세계를 돌아보면 빛의 속도로 M&A가 진행 중이다. 미국 구글은 최근 3년간 126건의 M&A를 단행했다. 따라잡기 힘든 기술장벽이 존재하거나 충성도가 높은 사용자가 많은 기업, 매출액은 미미하지만 엔지니어와 팀원이 똑똑하고 우수한 인재들이면 과감하게 거액을 쏟아부어 인수합병하는 게 대세다. 반대로 기존의 주력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흔하다. 미국 IBM은 PC사업을 중국 레노버에 넘겼고, 구글은 휴대전화 제조를 위해 인수했던 모토로라를 레노버에 매각했다. GE도 프랑스 알스톰의 발전설비를 인수하면서 100년 전통의 가전사업부를 내놓았다.

 

 선진국 기업들은 고부가가치 사업에 집중하고, 기존 주력 사업을 넘겨받은 중국 기업들은 전 세계 범용제품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하는 윈-윈 게임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 기업들은 그동안 한 번 벌여 놓은 사업은 좀체 접지 못했다. 하지만 더 이상 ‘수평적 계열화’나 ‘선단식 경영’ ‘문어발 확장’은 지속불가능하다. ‘대마불사론’도 사라진 지 오래다. 핵심 사업에 집중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미래의 성장동력까지 발굴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한국 경제도 정부가 재정을 확대하고 돈만 푼다고 되살아나지 않는다. 산업의 체질 개선과 구조조정 없이는 제2의 도약을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지금 전 세계의 키워드도 핵심 위주의 사업 재편, 이른바 핵심 역량 강화다. 또한 M&A가 제대로 효과를 내려면 ‘골든타임’이 중요하다. 이번 삼성·한화의 자율 빅딜이 국내 기업들의 과감한 사업 재편에 촉매제가 되길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41127목] 삼성과 한화, 기업가정신 살아있다 !

 

패배감에 젖어들던 재계에 충격 … "잠이 확 달아났다"

다른 기업들도 구두끈 확실히 조여매고 정신 집중하라

김승연 회장, 이재용 부회장 기업가기질 확실히 보였다

한국 기업사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빅딜의 선례 남겨

정부도 구조조정 관련 법과 제도 정비에 박차 가하라

 

삼성그룹이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등 방위산업 부문 계열사와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정유화학 부문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전격 매각하기로 했다는 한경 특종보도는 모처럼 속이 시원한 반가운 뉴스다.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고 대기업에서부터 소비자까지 패배감에 사로잡혀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매매금액만 총 2조원에 육박하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더구나 외환위기 당시 정부 주도의 빅딜과 달리 두 그룹이 자발적으로 한 전략적 판단이 맞아떨어진 빅딜이다. 한국 기업의 능력이 그만큼 성숙했다는 반증이다. 이번 M&A가 점차 일상성에 매몰되고 졸음에 잠겨들고 있는 국내 경제계에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한국 제조업은 전례없는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 기업의 거센 추격과 미국 일본 등 선진기업의 노골적 견제 속에 실적도 줄줄이 추락하는 중이다. 이대로 가면 한국 제조업이 어느 순간 ‘퍼펙트 스톰’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온 터다. 더 늦기 전에 선제적 사업재편이 절실했다.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선택과 집중 말고는 다른 돌파구가 없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이번 빅딜은 하나의 분명한 ‘현상 돌파’다. 삼성으로서는 비주력 사업부문의 과감한 정리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전자, 소재 등 핵심사업 중심으로의 재편이 가능해졌다.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도 추동력이 더해질 게 분명하다. 한화 역시 이번 딜로 방위산업과 화학산업에서 단번에 국내 1위로 올라서게 됐다. 이 여세를 몰아가면 글로벌 시장도 노려볼 수 있는 위치다. 한마디로 화끈한 착점이다. 이런 빅딜이 한국 산업 전반으로 파급되면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과잉 중복 산업의 비효율성 등이 일거에 해소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한국의 기업가 정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삼성과 한화의 기업가 정신이 여전히 살아있음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사실 이런 빅딜은 파는 쪽도, 사는 쪽도,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기업가 정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사되기 어렵다. 대기업의 역할이 무엇인지 유감없이 보여준 이번 M&A로 삼성, 한화 등 대기업을 바라보던 일각의 부정적 시각도 상당부분 불식될 것이다.

 

이제 정부와 정치권이 화답할 차례다. 무엇보다 규제개혁에 박차를 가해주기 바란다. 특히 사업재편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인수합병, 노동, 공정거래 등의 규제정비는 시급하다. 김승연 한화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기업가적 기질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부수적 효과도 거두었다. 멈추지 말고 전진해가자. 다른 기업들도 거듭 자세를 추스르자. 우리 경제에 막힌 것이 뚫리는 느낌이다.

 

 

■ 공무원연금 개혁안

 

[한국일보 사설-21041127목] 새정치연합 공무원연금 대응 너무 무책임하다

 

어제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적연금발전TF 위원장인 강기정 의원이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사회적 합의기구가 구성되기 전에는 당의 자체 개혁안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앞서 새정치연합은 25일 새누리당이 발의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해당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원회에 상정하는 것도 반대해 무산시켰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새정치연합의 자체 개혁안에 대해서는 정부 측에 요청한 여러 자료를 자의적으로 종합한 것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비켜갔다. 그러면서 정밀한 추계 과정을 거쳐 자체 안을 확정하고, 사회적 합의기구가 구성될 때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새정치연합이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뭘 하겠다는 것인지, 의지는 있는 것인지조차 짐작하기 어렵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만 줄곧 들이대고 있으니 그렇다. 국민의 대의기관이라는 국회의 기능에 비춰본다면 역할을 망각하고 있는 처사다. 이해당사자가 있고,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모든 법안의 제ㆍ개정은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야만 한다는 소리인가. 그간에 이루어진 법안의 제ㆍ개정이 이런 방식으로 처리됐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치에 맞지 않고 모순된 말만 되풀이하면서 해야 할 행동은 미루고 있으니 진의를 의심받고, 얄팍한 꼼수를 쓴다는 말을 듣는 것이다. 미래의 지속 가능한 지급을 위해서는 지금의 연금지급 구조로는 세금을 갔다 부어도 모자랄 형편이고, 받는 연금을 깎자 하니 공무원의 저항이 거센 게 지금 형국이다. 나라 형편과 국민의 이해, 공무원의 이해가 확연히 엇갈리는 이 사안에서 우선은 정치권이 국가적 이해와 사회적 갈등 조정에 앞장서는 게 마땅하다. 야당이 제 할 바를 하지 않고,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만 들먹이는 것은 책임을 비껴가겠다는 속셈이고, 의지가 없다는 점을 실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노사정 합의 도출의 어려움에 비춰 예를 든다면 극단적 이해상충으로 사회적 합의가 언제 가능할지 기약이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합의안이 마련된다면 극단적으로 말해 정치권은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그냥 본회의에서 찬성표만 던지면 된다.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들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 합리적 반대를 반영하는 것은 정치권이 당연히 할 일이며, 이러한 여론수렴과 설득 역시 사회적 합의로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니 새정치연합도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이라는 문턱을 만들어 여당의 발목을 잡을 일이 아니다. 조속히 자체 안을 마련해 여당과 공무원을 상대로 협의에 나서야 한다. 제1야당으로서 국가적 현안에 책임 있는 자세로 행동하길 당부한다.

 

 

[중앙일보 사설-20141127목] 야당도 공무원연금 개혁안 내놓고 얘기하자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일부 모습을 드러냈다. 보험료를 28.6% 더 내고 연금을 13.2% 덜 받는 것이 골자다. 연금이 297만원을 넘지 않도록 상한선을 설정하고 초과분은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담았다. 지금까지 토론회만 열더니 개혁안 초안까지 진도가 나갔다니 일단은 진일보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의 행보가 여전히 아리송하다. 강기정 공적연금발전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은 26일 “향후 전문가 토론회, 정밀한 시뮬레이션 등을 거쳐 우리 안을 확정한 후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의기구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최종안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지난 25일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상정되는 것을 무산시켰다.

 

 새정치연합은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 기구에 공무원노조를 포함시켜 합의안을 만들자는 건데, 2009년 개혁 때 노조가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원래 개혁안이 대폭 후퇴한 전례를 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 때문에 합의기구를 고집하고 거기에다 최종안을 내겠다고 하니 진정성에 의심을 받는다. 개혁안이 후퇴하면 그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새정치연합 개혁안 초안은 개혁 강도가 약해 보인다. 공무원이 퇴직 후 받는 연금과 퇴직수당 합계는 새누리당 안과 다를 바가 없지만 보험료 인상 목표치가 새누리당 안(10%)보다 1%포인트 낮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안보다 2080년까지의 재정 절감액이 40조원 정도 적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규 공무원과 기존 공무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한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장기적으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하나로 합쳐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신규 공무원의 연금 조건을 국민연금과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

 

 새정치연합은 하루빨리 개정안을 확정해 법률 개정안을 제출해야 한다. 여야가 각자의 안을 갖고 치열하게 토론해서 합의안을 도출하는 게 정도다. 이 과정에 공무원의 의사를 적극 반영하면 될 일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41127목] 공무원연금 개혁 결국 이렇게 물 건너가나

 

공무원연금 개혁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새정치민주연합의 반대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함에 따라 연내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됐다. 문희상 대표는 26일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며 법안 처리에 부정적임을 거듭 확인했다. 하지만 여당이 당론 발의한 법안 논의의 첫 절차인 상임위 상정조차 막은 것은 야당의 명백한 월권이다.

 

절차 문제를 넘어 새정치연합이 과연 공무원연금을 개혁할 의지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야당 대표와 정책위의장, 상임위 간사까지 매번 되풀이하는 '사회적 합의'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과거 정부에서 사회적 협의체라는 허울 탓에 연금 개혁이 아닌 개악이 된 사례까지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이해관계자인 공무원 집단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은 사실상 개혁 추진을 '사보타지'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공무원을 마치 철밥통이나 지키려는 '욕심쟁이'로 매도한다거나 공무원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것 아니냐는 야당의 주장도 사실을 호도하는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공무원 집단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단지 경제 문제일 뿐이다. 다시 말해 재원조달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데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막대한 재정적자가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야당이 제시한 법안 처리 방향과 시점도 역시 모호하다. 강기정 당 공적연금발전 태스크포스 위원장은 이날 '더 내고 덜 받는 식으로 개편한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적 합의기구가 만들어질 때까지 절대 야당안을 내놓지 않겠다"면서 당내 일부의 내년 4월 법안 처리도 '비현실적'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공무원연금 개혁에 관한 한 새정치연합은 독자적인 안(案)도, 처리계획도 없다는 식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대부분의 국민이 동의하는 대목이다. 새정치연합은 공무원 표심에 눈치 보기를 계속할 것인지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 최경환 경제팀 2015년 경제정책 방향 화두 : 구조개혁

 

[한겨레신문 사설-20141127목] 번지수 잘못 짚은 경제부총리의 ‘정규직 과보호론’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저녁 출입기자들이 참여한 정책세미나에서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로 기업이 겁이 나 인력을 뽑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정규직 과보호론’을 제기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전날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이 ‘해고의 절차적 요건 합리화’를 언급했는데, 최 부총리의 발언은 같은 맥락으로 들린다. 즉 정규직 고용유연성을 높이겠다는 정부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 부총리의 이번 발언은 노사정위원회의 노동시장 개혁안 논의를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정규직 과보호를 해소하고 고용유연성을 높인다는 것은 결국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하거나 임금 체계를 기업에 유리하게 개편하겠다는 뜻이다. 만약 정부가 이런 뜻을 담은 노동시장 개혁안을 다음달 중 열리는 노사정위 회의에 들고나온다면 황당한 일이다. 애초 정부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축소에 개혁안의 초점을 맞추는 듯했는데 엉뚱하게도 정규직의 고용 불안 등을 야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와 차별이 심한 것은 우리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병폐이며 고질적인 문제다. 여기에는 단지 노동 관련 법령뿐만 아니라 거시경제 정책, 사회안전망, 기업의 고용 관행 등 여러 현안과 의제들이 얽혀 있어 일시에 해법을 찾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정규직 과보호론에 근거한 제도 개편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전체 노동시장의 고용불안을 부추겨 내수 기반을 더욱 약화시킬 게 뻔하다.

 

노동시장의 현실을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정규직 과보호론은 근거도 박약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3년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의 정규직 고용보호지수는 34개 회원국 중에서 23위에 머물고 있다. 일부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경직된 태도를 비판할 수는 있겠으나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의 정책 역량은 비정규직의 처우와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경영계 일각에서도 정규직 보호 완화를 경계하는 시각이 있다. 경영계는 그동안 총량적인 노동시장 유연화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구체적인 형태와 방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예컨대 대한상공회의소의 경우 정리해고 요건의 완화보다 각 사업장에서 임금과 직무의 탄력적인 조정 등 내부의 질적 유연화가 우선적인 과제라고 주장한다.

 

정규직 과보호론에 근거한 고용유연화 방침은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짚은데다 사회적 갈등과 소모적인 정치 공방만 야기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가 거두는 게 마땅하다. 상생의 노사 관계, 고용 안정 등을 통한 성장잠재력의 회복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 될 일이 아니다. 노사정위원회나 국회에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서 철저히 타당성을 검증하고 공감대를 쌓는 과정을 거쳐야 진정한 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

 

 

[경향신문 사설-20141127목] 경기부양 이어 구조개혁마저 헛발질할 텐가

 

최경환 경제팀이 내년 경제정책 방향의 화두를 구조개혁으로 잡았다고 한다. 올해 재정확장과 금리 인하로 경기부양의 마중물을 놓은 만큼 내년에는 구조개혁을 통해 체질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생산, 소비, 투자는 물론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얼어있는 점을 감안하면 확장정책은 실패로 끝나는 분위기지만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체질 개선이 절실한 터여서 이제라도 구조개혁에 나서겠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방향과 방법을 뜯어보면 걱정이 앞선다.

최 부총리는 그제 기자단과의 세미나에서 노동개혁에 대해 “정리해고를 쉽게 하기보다는 임금체계를 바꾸는 등 여러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간부의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 검토’ 발언이 된서리를 맞은 뒤 내놓은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정규직 보호 합리화 균형 추진’에 대한 단초를 보여준 셈이다. 정규직 과보호로 기업이 겁이 나 인력을 못 뽑느니, 정규직을 한번 뽑으면 60세까지 정년을 보장하느니, 기업이 임금을 감당할 수 없느니 하는 말도 덧붙였다. 정리해고 완화가 반발에 부딪히자 임금 경직성 완화 카드를 꺼낸 셈이다. 기업 역할에 대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규직을 ‘악’으로 규정하고, 이들의 임금을 낮춰야 기업도 살고 비정규직 처우도 개선될 수 있다는 셈법에 어리둥절하다. 내수진작을 위해 가계소득 증대가 절실하다며 임금인상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등을 거론해온 그간의 발언이 식언이었는지, 대다수의 노동자가 정년 전에 쫓겨나는 현실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 기업에 요구되는 체질 개선은 정규직 임금을 깎는 게 아니라 수출부진과 저성장 기조에 걸맞은 전략을 짜고, 혁신하는 것이다.

 

금융개혁 접근법도 납득하기 어렵다. 최 부총리는 “금융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에서 5%로 줄고 일자리는 5만개 이상 사라졌다.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시중에 풀린 자금이 금융사들의 보신주의로 제대로 돌지 않고 있다며 담보 위주의 여신관행을 개혁하겠다고 얘기한다. 현상은 맞지만 원인 진단이 틀렸다. 한국 금융이 이 지경이 된 것은 정권이 금융기관장 자리를 전리품으로 여기며 정책금융 운운하면서 은행돈을 쌈짓돈 쓰듯 한 데서 비롯됐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이명박 정권의 고려대 인맥에 이어 현 정부에서는 대통령 동창인 서강대 금융인회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하는 게 현실이다. 구조개혁은 방향을 제대로 잡은 뒤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결과지상주의에 함몰돼 번갯불에 콩 볶듯 할 일이 아니다.

 

 

■ 김영란법 처리 서둘러야

 

[경향신문 사설-20141127목] 당·정, ‘김영란법’을 빈 껍데기로 만들 셈인가

 

국회 정무위원회가 반년 만에 심사를 재개하기로 한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퇴행시키려는 움직임이 노골적이다. 국민적 여망이 담긴 ‘원안’은 고사하고, 원안에서 대폭 후퇴한 정부수정안보다도 퇴보한 빈 껍데기 김영란법안을 당정이 추진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비공개 당정협의에서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보고받은 김영란법 ‘검토안’은 법안의 핵심 내용을 형해화해 “부정청탁금지와 이해충돌방지”라는 법의 목적을 무색하게 한다. ‘김영란법’의 골간은 공직자가 일체의 금품과 향응을 받지 못하게 하고, 가액이 100만원을 넘으면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을 불문하고 형사처벌토록 한 것이다. 지난해 8월 국회에 제출한 정부수정안은 직무관련성이 없으면 형사처벌을 면제해 공직자들의 ‘부패 출구’를 널찍이 열어놨다. 권익위의 ‘검토안’은 솜방망이 정부수정안을 더욱 개악(改惡)해 외려 부정청탁을 ‘조장’하는 꼴이다. 우선 부정청탁의 개념을 완화·축소하고, 부정청탁 예외 사유를 4개에서 7개로 늘렸다. 부정청탁 처벌도 1차 부정청탁은 면해주고, 동일한 부정청탁을 반복할 때만 과태료를 물리는 식으로 후퇴했다. 부정청탁을 받은 공직자의 ‘의무 신고’도 ‘임의 신고’로 바꾸고, 이해충돌금지 부문도 완화했다. 이러한 방안이 통과된다면, 공직사회의 적폐를 도려낼 강력한 부패방지법이라는 본디 취지는 설 땅이 없어진다. ‘김영란법’이 아니라 부정청탁을 양성화한 “박근혜 정부의 ‘박’영란법”이라고 불러야 할 판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 대통령은 공직사회 혁신과 관피아 척결을 외치며 김영란법 원안 처리를 다짐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김영란법을 원안 그대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런 당정이 청렴 혁신과 부정부패 근절을 위한 핵심 내용을 무력화해 외려 부정청탁을 합법화시키고, 직무관련성이 없는 100만원 이하의 금품수수를 전면 허용하는 ‘부패조장법’을 만들겠다는 것인가. 김영란법 원안 처리를 극구 회피하는 건 결국 그것으로 불편해질 국회의원과 공직자들이 기득과 부패 카르텔을 벗고 싶지 않기 때문일 터이다.

 

정부와 여당은 ‘꼼수’를 포기하고 누더기가 된 김영란법을 원상복구해 처리해야 한다. 현재 야당이 원안과 가까운 법안 2개를 발의해둔 상태다. 국회 정무위의 본격적인 법안 심의, 대안 마련 과정이 온전히 김영란법 원안을 복원하는 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0141127목] ‘김영란법’ 어떤 형태로든 시행돼야 한다

 

방위산업 비리 혐의로 구속된 김모 전 해군 대령의 공소장을 보면 부패의 몰골이 얼마나 추한지 거듭 깨닫게 된다. 미국 방위산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고 소해함 부품을 도입한 최모 전 해군 중령의 경우 범죄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뇌물을 매월 한 번씩 39개월간 쪼개 받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계좌 추적을 피하려 해사 동기생 부인과 아들의 통장을 이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해사 선후배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며 비리 커넥션을 형성한 정황도 밝혀졌다.

 

관피아(관료+마피아), 군피아(군인+마피아)의 이런 전형적 부패상은 제정을 앞두고 있는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논의에 적지 않은 함의를 던져 준다. 제아무리 법을 촘촘하게 만든다 한들 범의(犯意)를 지니고 있는 한 얼마든 빠져나갈 구멍이 있으며, 따라서 법을 시행하는 데 규정 못지않게 실효성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지나치게 엄격한 법규로 인해 사문화(死文化)돼서도 안 되고, 반대로 너무 조항이 느슨해 있으나 마나 한 법이 돼서도 안 되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그제 김영란법 검토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면서 불거진 법 조항 후퇴 논란은 바로 이런 법의 엄중성과 실현성의 조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일깨운다. 권익위는 보고서를 통해 김영란법 원안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법 적용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며 일부 완화를 주장했다. 대체 어떤 행위까지를 부정청탁으로 볼 것인지 명확하지 않고 법 적용 대상 또한 지나치게 넓어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취업 제한도 너무 엄격해 원안대로 하면 국무총리의 자녀는 아예 국내 취업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시민사회 진영은 사안별로 이런저런 예외를 두는 것이야말로 김영란법을 빈껍데기로 만드는 것이라며 권익위의 수정 의견에 극력 반발하고 있다. 시행도 해보기 전에 이런 식으로 후퇴한다면 관피아 척결과 부패 청산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여야는 김영란법 제정을 늦출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안 될 말이다. 김영란법 원안을 고수하자는 의견과 실천 가능하도록 조정하자는 의견은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런 이견은 법 시행 후 얼마든 수정·보완할 수 있는 문제다. 지금 중요한 것은 법의 내용보다 타이밍이다. 공직사회 부패 척결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응축된 현 시점에서조차 김영란법을 제정하지 못한다면 세월호 이후를 향한 개혁의 동력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반년이 됐는데도 지금껏 절충점을 찾지 못한 여야가 한심하다. 여야는 올해 안에 김영란법을 제정한 뒤 내년 상반기 중 보완 입법을 검토해야 한다.

 

 

■ 디플레이션 공포

 

[서울신문 사설-20141127목] 몰려오는 D의 공포… 구조개혁 서둘러야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의 공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그제 “한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같은 불황에 빠지지 않으려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간 민간 연구기관에서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이미 진입했다고 발표한 적은 몇 번 있지만, 국책연구기관이 이 같은 주장을 한 것은 처음이다.

 

KDI의 성격상 기획재정부와 일정한 교감 아래 발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도 디플레이션 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경제에 디플레이션의 징후는 이미 이곳저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4개월째 1%에 머물고 있다. 가계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 1060조원이나 된다. 기업들의 수익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성장률도 3%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성장·저물가’로 요약되는 전형적인 디플레이션의 징후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는지 아니면 디플레이션의 문턱에 와 있는지를 놓고 논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디플레이션은 한번 진입하면 침체와 불황의 악순환이 거듭된다. 징후를 보인 것만으로도 정부는 디플레이션 타개를 위해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취임 직후 일본식 장기불황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41조원의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펼쳤지만 주택시장이나 주가가 반짝 반응하는 데 그쳤을 뿐 목적했던 경기부양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디플레이션을 벗어나기 위해 금리인하 등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최근 중국도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디플레이션을 우려한 조치다. 일본, 유럽연합(EU) 등 세계 주요 국가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재정통화 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돈을 푸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경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기업 투자를 유도해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규제를 없애 경쟁력 있는 기업이 성장하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경직된 노동시장을 개혁하는 일도 필요하다. 최 부총리가 어제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로 기업이 겁이 나서 인력을 못 뽑는 상황”이라며 “한 곳에서는 구인난, 다른 한 곳에서는 구직난을 호소하는 것이 현실인데, 노동시장 개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가 내년에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경제전문가 3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4%가 내년 경제상황을 나타낼 키워드로 ‘구조적 장기침체’를 첫 번째로 꼽았다. 내년 한국 경제도 저성장의 덫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내년부터 노동, 금융, 교육, 공공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구조개혁에 착수하겠다면서 경제정책 방향을 경기부양에서 체질개선으로 선회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다만 구호에 그치지 않는 구체안을 내놓아야 한다. 디플레이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장기침체의 덫에 빠진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1041127목] 디플레 핑계로 돈부터 찍어내자는 포퓰리즘 증후군

 

결국 KDI까지 나섰다.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금리를 더 인하하라는 권고다. 한국은행을 압박하는 전선이 형성된 상황이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 한은이 발표한 ‘11월 소비자 동향조사’를 보면 소비심리는 14개월 만에 최악이다. 41조원 규모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사상 최저수준으로 금리가 인하됐는데도 침체된 경기가 꿈쩍을 않는다. 당연한 듯 캠퍼 주사를 더 달라고 아우성이다.

 

돈 풀어 경기를 살리자는 주장은 곳곳에서 불거진다. 하지만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일본이 20년 동안 해왔던 낡은 정책이요 미국이 이제 거둬들이고 있는 정책이다. 한경 보도에 따르면 올 들어 회사채 발행 잔액은 192조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4% 줄었다. 초저금리에도 기업들이 투자보다 빚갚기에 급급하다는 얘기다. 금리 수준이 아니라 수익구조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과 한계기업이 속출하는 게 근본 문제다. 어제 발표된 통계청 자료를 봐도 국내 기업의 지난해 순이익률은 3.9%, 최근 5년 사이 최악이다. 과당경쟁 구도 속에 밑도끝도 없이 좀비기업들이 물귀신 작전을 펴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없이는 금리정책의 실효성도 떨어진다. 부실이 정상기업에까지 전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통스럽지만 그게 정공법이다. KDI도 며칠 전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했다. 기업 100곳 중 15개가 은행이자도 못 벌 정도로 부실이 심각하다. 돈 풀어 경기를 살릴 수 있다면 성능 좋은 화폐 발행기만 갖추면 될 것이다. 경제정책까지 포퓰리즘에 오염시킬 수는 없다. 금융 완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풀려나온 돈이 흘러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하수구를 청소하고 물길도 정비해야 하는 것이다. 선제적 구조조정과 규제혁파를 통한 생산성 혁신이 아니고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 최근의 반짝 부동산경기도 그렇지 않았나. 돈 풀어 경기 살리자는 부두 경제학을 누가 주장하고 있나.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41127목] 예산국회 파행 새누리당 배짱부리기 탓이 크다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 및 부수법안 심의 시한을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어제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지원) 예산과 관련한 합의를 새누리당이 연거푸 번복했다”며 의사일정 보이콧을 선언했다. 또 국회의장이 지정한 세입예산안 부수법안에 담뱃값 인상 관련 지방세법 개정안이 포함된 것도 여당의 일방통행인만큼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타협 노력은 않고 ‘할 테면 해 보라’는 식으로 시간 흐르기만을 기다리는 듯하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예산안 자동ㆍ단독처리까지 염두에 둔 배짱이겠지만, 자칫 큰 역풍을 초래할 악수(惡手)가 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국회 일정이 모두 중단되는 파행이 빚어져도 내년도 예산안과 부수법안은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심의 시한인 오는 30일을 넘기면 다음달 1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돼 여당의 단독처리가 가능하다. 다시 말해 과거의 ‘날치기 소동’ 없이도 예산안이 처리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걸 믿고 여당이 비타협적 태도만을 고집하는 건 옳지 않다. 누리과정 합의에 대한 잇단 번복 책임도 있지만, 부자증세 없이 담뱃값 같은 서민증세만 추진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는 야당의 주장에는 결코 무시돼선 안 되는 국민적 반감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지금이라도 쟁점인 누리과정 예산과 담뱃값 인상 관련 법안 처리에 대한 타협에 나설 경우, 당장 정략적 계산부터 배제해야 한다. 누리과정 예산은 상임위 차원에서 사실상 지원액을 확정해 예결위에 올리자는 야당의 주장이나, 아예 지원액을 정하지 않고 예결위에 올리자는 여당의 주장 모두 무리가 있다. 국회운영 원칙에 따르면 일단 상임위에선 지원액 규모를 정해서 올리는 게 맞고, 예결위에선 전체 예산의 틀에서 상임위 지원액에 대한 조정이 이루어지는 게 당연하다. 그러니 여당은 상임위 차원의 지원액을 정하는 데 동의하고, 야당은 예결위 차원의 액수 조정을 용납하는 걸 전제로 타협점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ㆍ여당이 부자증세는 외면한 채 담뱃값이나 주민세, 자동차세 같은 사실상의 서민증세만 추진하는 건 공평과세 차원에서도 분명한 잘못이다. 국회의장이 관련 쟁점에 대한 정치적 합의 없이 담뱃값 인상 관련법을 부수법안에 지정한 건 성급했다. 그러나 지정 부수법안엔 소득세법과 법인세법도 포함된 만큼, 야당도 자체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 개정안을 제출해 지정 부수법안 틀 내에서 부자증세를 계속 추진 할 수 있는 길이 없지 않다. 따라서 야당도 ‘앓느니 죽자’는 식의 섣부른 보이콧보다는 끝까지 원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요구된다. 여야가 내심 각자의 명분만 적당히 마련하겠다는 속셈으로 국회 파행을 의도적으로 방치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한겨레신문 사설-21041127목] 아무 규제나 ‘단두대’에 보내려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규제들을 한꺼번에 단두대에 올려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규제를 “우리가 쳐부술 원수” “암 덩어리” 등이라고 표현했던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이런 발언은 규제 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소신과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이런 섬뜩한 단어들을 여과 없이 토해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는 매우 의문이다.

 

잘 알다시피 단두대는 프랑스 혁명 당시 왕족과 귀족, 정적들을 처형한 공포정치의 상징물이다. 너무나 많은 생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것처럼, 우리 사회의 규제들도 마구잡이로 목이 싹둑 잘려나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우선 앞선다. 대통령이 먼저 흥분하면 아랫사람들 사이에서는 충성심 경쟁이 가속화돼 필요 이상으로 ‘오버’하는 것이 관료사회의 생리다. 그렇지 않아도 무차별적인 규제 완화의 조짐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관광 진흥을 이유로 환경보호 규제를 풀고, 해외 환자 유치를 빌미로 의료 규제를 완화하는 조처가 서비스 산업 육성이니 투자 활성화니 하는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대통령의 강경한 발언까지 겹쳐지면 이런 흐름은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 노동계에서 “기존의 ‘정리해고 요건’을 단두대로 보내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박 대통령이 구사하는 언어의 섬뜩함은 그 자체로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박 대통령은 예전에는 건조하지만 그래도 정제된 언어를 구사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섬뜩하고 살벌한 느낌을 주는 단어들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가뜩이나 대통령의 소통 부재가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언어들은 그 자체로 사회를 경직시킨다. 자극적인 단어의 남발은 국가 최고지도자가 초조함과 강박증에 사로잡혀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런 살벌한 언어가 아니라 따뜻한 온기와 촉촉한 감정이 묻어나는 언어들이다. 그래서 고단한 삶에 지친 국민을 다독이고 위로하는 말이 더 많아져야 한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에서도 나타났지만 박 대통령은 진정성이 담긴 ‘따뜻한 말 한마디’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언어는 사용하는 사람의 의식을 그대로 반영한다. 박 대통령이 자꾸만 국민의 염원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달려가는 것 같아 씁쓸하다.

 

 

[한겨레신문 사설-20141127목] 이성 잃은 교육부의 ‘자사고 감싸기’

 

서울시교육청과 교육부가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가운데, 교육부가 자사고에 한껏 힘을 실어주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26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교육감의 지정 취소 권한을 축소하는 것은 물론,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교를 두둔하는 독소조항까지 담고 있다.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을 보면 자사고 지정과 취소는 교육감의 권한이다. 그런데 시행령에는 자사고 지정 취소 때 교육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는 규정이 들어 있고, 하위 법령인 훈령에서는 한발 나아가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받도록 돼 있었다. 하위 법이 상위 법을 제약하는 엉터리 법체계였다. 이를 인식했기 때문인지, 교육부는 규제개혁 차원에서 해당 훈령 내용을 삭제할 방침이었다. 그러던 교육부가 지난 9월 태도를 바꿔, 오히려 기존 훈령에 맞춰 상위 법령인 시행령을 바꿨다. 이번 입법예고는 그 훈령을 재확인하면서 시행규칙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이처럼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법령 개정은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정책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이번 개정안에서 특목고·자사고 등의 지정 취소 자체를 어렵게 만든 대목은 교육부가 과연 ‘교육’을 관장하는 기관인지 의심하게 만든다. 부정한 방법으로 회계를 집행하거나 학생을 선발한 사실이 드러나도 학교 관계자가 이로 인해 금고 이상의 형 또는 중징계 처분을 받았을 때만 지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으니, 비리를 저질러도 어떻게든 벌금이나 경징계로 마무리짓기만 하면 봐주겠다는 노골적인 신호인 셈이다. 또 지정 목적과 다른 교육과정을 운영해도 역시 금고 이상의 형이나 중징계만 피하면 지정 취소를 면할 수 있게 했다. 특목고·자사고가 특단의 교육적 목적을 위해 지정된 게 아니라 그저 입시용 특권학교일 뿐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교육부가 온전히 자인한 꼴이다.

 

일반고 황폐화 등 여러 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자사고를 유지하려면 그만한 교육적 존재 가치가 있어야 한다. 교육부는 이제라도 도를 넘은 ‘자사고 감싸기’를 그만두기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20141127목] 아이를 개집에 가둔 장애인 복지시설

 

전남 신안군의 한 장애인 사회복지시설에서 심각한 인권침해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원장은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장애인들을 개와 함께 개집에 감금하기도 했다. 장애인의 발목에 쇠사슬을 찬 상태로 밥을 먹이거나 잠을 재운 사례도 있었다. 올해 열한 살인 남자아이는 20차례나 쇠사슬로 결박당하고 개집에 갇혀 밤을 지냈다고 한다.

 

 원장은 지자체로부터 2억32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았으나 일부는 종교서적 등 장애인 복지와 무관한 데 사용했다. 장애인 36명의 통장에서 생활비 등 명목으로 5년간 5억4900만원을 인출했다. 원장은 나중에 문제가 되자 장애인들에게 급히 사후 동의서를 받았다고 한다. 인권위가 원장을 검찰에 고발한 만큼 혐의가 드러나면 사법 처리될 것이다.

 

 문제는 시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군청 담당자가 2011년 인권침해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장애인·노인·아동 등 취약계층 복지시설의 인권침해와 비리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때부터 집단 복지시설의 인권유린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매년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전국 장애인거주시설 602곳의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한 결과 44곳에서 문제가 발견됐다. 8곳은 수사를 의뢰했고, 3곳은 인권위에 조사를 맡겼다. 복지부는 인권침해 의심시설에 대해 지자체·경찰청 합동으로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시설 종사자들에 대한 예방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특별점검과 예방교육은 이전부터 정부와 많은 지자체에서 꾸준히 해 왔다. 전국적으로 은밀히 벌어지는 복지시설의 인권침해와 비리를 뿌리 뽑으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일단 법을 개정해 아동·장애인 인권침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 문제가 있으면 지원액을 대폭 삭감하거나 시설을 폐지하는 등 재정적 불이익을 강화해야 한다. 대규모 집단 복지시설의 한계와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장기적으로 그룹홈 등 소규모 형태로 바꿔가는 것도 시도해 볼 만하다.

 

 

[경향신문 사설-20141127목] ‘권력형 성범죄’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골프장 경기진행요원(캐디)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아온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결국 재판에 회부됐다. 전직 3부 요인이 성범죄로 법정에 서는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부끄럽고 개탄스러운 일이다. 박 전 의장이 기소된 다음날엔 유명 서울대 교수가 학생 수십명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저질러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앞서 전 검찰총장과 전 국립중앙의료원장도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바 있다. 갑을관계를 이용한 ‘권력형 성범죄’가 분야를 불문하고 만연했다는 증좌다.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권력형 성범죄는 왜 끊이지 않는가. 권력의 작동 방식에 익숙한 가해자들이 이를 교묘하게 악용하기 때문이다. ‘갑’의 지위를 가진 인사들은 성범죄를 저질러도 저항하기 어려울 듯한 ‘을’들을 표적으로 삼는다. 어제 공개된 서울대 수리과학부 ㄱ교수 사례가 대표적이다.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ㄱ교수가 수년에 걸쳐 22명의 학생을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ㄱ교수는 학생과의 식사 자리나 연구실에서 신체 접촉을 시도했으며, 학생이 거부할 경우 화를 내거나 협박했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ㄱ교수 사건을 오랫동안 공론화하지 못한 데 대해 “교수와 학생은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보다 더 철저한 갑을관계이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취업에 반영되는 학점은 교수의 고유 권한이고, 대학원에 가면 교수 손에 평생 운명이 달린 격이라 저항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실제 김엘림 한국방송통신대 교수가 1945년 해방 이후 2012년 말까지 성희롱 관련 판례·결정례 304건을 분석한 결과, 3분의 1인 109건의 가해자가 대학교수로 나타났다고 한다.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성범죄 대책은 주로 반사회적 일탈자들에 초점이 맞춰져왔다. 권력형 성범죄는 대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사회적으로도 성공과 출세를 선망하는 풍토 탓에 이른바 ‘지도층’의 성범죄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관대했다. 박 전 의장 사건에서 보듯 검경은 수사 과정에서 편의를 봐주는 등 특혜를 베풀고 법원도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는 등의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직장과 학교에서 ‘성(性) 갑질’의 공포에 떠는 여성들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된다. 여성대통령이 이끄는 나라, 성폭력을 4대 악의 하나로 규정한 정부 아닌가. 권력형 성범죄야말로 일벌백계 차원에서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번주는 성폭력방지법 제6조에 따른 ‘성폭력 추방 주간’이다.

 

 

 

[서울신문 사설-20141127목] 北核 옹호 청와대 수석을 굳이 감쌀 이유 있나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발탁된 김상률 숙명여대 영어영문학부 교수를 놓고 말들이 많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미국 9·11 사태 등에 대해 그가 갖고 있는 생각과 철학이 과연 교문수석이라는 자리에 어울리느냐 하는 것이다. 그는 “북한의 핵무기 소유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민족 생존권과 자립을 위해 약소국이 당연히 추구할 수밖에 없는 비장의 무기일 수 있다”고 했다. 9·11 테러에 대해 “부시 행정부가 악용해 세계를 전쟁의 공포와 인권의 사각지대로 만들었다”고 했는가 하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보유 의혹에 대해서는 “자주 국방의 자위권 행사”라고 했다. 문제가 되자 김 수석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벼랑끝 전술을 쓴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동떨어진 소리일 뿐이다. 알카에다가 저지른 9·11 테러에 대한 독단적 인식은 ‘묻지마 반미’의 인상마저 풍긴다.

 

10년 전 학자로서 저서를 통해 주장한 것을 지금 와서 왈가왈부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 또한 없지 않지만 “일부 표현상의 오해의 소지” 운운하는 형식적 사과 몇 마디로 넘어갈 일은 아니다. 학문과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자기 주장을 개진하는 일개 교수의 입장이라면 정색을 하고 따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수석비서관이라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은 이상 그냥 덮고 넘어갈 일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월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서도 “미사일 발사와 핵 개발로 대한민국에 위협을 가하고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핵 폐기’를 재차 강조했다. 국가정책 기조가 바뀐 것이 아니라면 북한의 핵보유를 옹호했다는 구설에서 자유롭지 않은 사람을 굳이 청와대 중요 자리에 앉힐 이유가 없다.

 

박 대통령이 유독 강조해 온 국정 기조가 바로 ‘비정상의 정상화’다. 이번 교문수석 인사야말로 똑떨어진 비정상 케이스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여당 일각에서도 청와대 인사 시스템의 심각한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 준 것이라며 김 수석을 추천한 사람을 공개하고 임명 과정과 인사평가 상세 내용을 국민 앞에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인사가 아무리 파행을 빚어도 좀처럼 책임을 추궁하지도, 두드러진 개선 노력을 보이지도 않으니 ‘인사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 아닌가. 최소한의 이성과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갈 자리, 안 갈 자리쯤은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더 이상의 적격 논란은 의미 없다. 김 수석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하는 게 옳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41127목] 아직도 이런 증시 부양책이 필요한 때인가

 

금융위원회가 뜸 들이던 ‘주식시장 발전방안’을 어제 내놨다. 증시의 구조개선으로 중장기 발전을 꾀하고, 수급을 개선하며, 떠나간 투자자들이 증시로 되돌아오게끔 신뢰 회복에 주안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예정보다 두 달가량 발표가 늦어지면서 김이 빠져 시장 반응도 미지근하다.

 

제목이 발전방안이지만 내용은 부양책에 가깝다. 수년째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가 답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책을 나열한다고 증시가 살아날 것 같지는 않다. 기관들의 주식투자 한도를 늘려주면 곧바로 주식수요가 늘 것으로 믿을 만큼 투자자들이 순진하지도 않다. 유가증권시장의 개별종목 선물옵션도 고사 직전인데 코스닥 종목에 선물옵션을 허용한다니 별다른 감흥이 없는 것이다.

 

아직도 증시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여긴다면 난센스다. 주가는 국내외 정치 경제상황과 기업활동의 총체적 결과이자 예측치다. 성장잠재력이 갈수록 약해지고 간판기업들의 수익성도 악화일로인데 증시만 좋을 수는 없다.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하고, 우량기업의 상장여건을 개선하며, 불공정행위를 근절한다면 투자자들이 제 발로 돌아올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41127목] 기촉법 상시화 또한 구조조정의 충분조건 아니다

금융위원회와 법무부는 26일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상시화 방안' 공청회를 열어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공청회에서 공개된 방안은 내년 말이 시한인 기촉법을 2016년부터 일몰기한이 없는 상시법으로 법제화하는 게 골자다. 구체적으로 법 적용 대상을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에서 모든 기업으로 넓히고 국내 금융기관으로 한정돼 있는 채권단 범위를 해외 금융기관과 공제회·연기금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약정체결 단계에서 자금지원을 거부하는 금융기관의 배상 책임, 기업 신용위험평가에 대한 기업의 이의제기 절차 등도 명시됐다. 지난해 12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쌍용건설 사례 등에서 드러난 기촉법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2001년 5년 한시법으로 제정된 기촉법은 부실 징후가 있으나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채권단 주도로 회생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2006년·2010년·2013년 세 차례에 걸쳐 효력이 연장돼 내년 말 일몰을 앞두고 있다. 정부가 기촉법의 상시화를 추진하는 것은 신속하고 효율적인 구조조정에 기촉법이 그만큼 효율적이고 절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 구조조정이 일상화된 현재의 경제여건을 생각하면 정부의 선택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올 들어 팬택과 동양그룹 사태 등 기업 구조조정 관련 사안이 줄줄이 발생한데다 불황기를 맞아 기업 위기가 나타날 가능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촉법 상시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국가 경제와 투자자에게 큰 후유증을 남긴 동양그룹 사태에서 보듯이 구조조정 법안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법 내용이나 형식보다 중요한 것은 부실징후 기업을 가려내는 시스템을 확실하게 갖춰 선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사달이 벌어지고 난 다음의 처방은 사후약방문일 따름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41127목] 14개월만의 최저… 백약이 무효인 소비심리

 

한국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이달 103으로 10월보다 2포인트 더 하락했다. 지수가 105로 내려갔던 지난달에도 세월호 참사 직후 수준(105)으로 뒷걸음쳤다고 난리가 났는데 이달에는 아예 지난해 9월 이후 14개월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고 말았다. 게다가 지난달 124까지 올랐던 주택가격전망CSI마저 이달 119을 기록해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10월에는 경기를 살린다며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연 2.0%까지 내렸는데 다음달의 소비심리는 되레 위축됐다. 추락하는 소비심리에 백약이 무효인 셈이다.

 

그동안 확장적 재정운용과 금리인하, 부동산부양책 등을 강하게 밀어붙인 정부로서는 정책실패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 물론 우리 앞에 놓인 안팎의 경제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심각한 내수부진으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8%에서 3.5%로 낮아지면서 경기회복 기대가 꺾이는 악순환이 고착하고 있는데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까지 급전직하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와 엔저 드라이브 또한 우리 경제를 옥죄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소비심리 악화의 책임을 면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 여론조사 업체 닐슨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4·4분기 한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52로 세계 평균인 98의 절반 수준을 맴돌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해 말 이후 세계 소비자신뢰지수는 꾸준하게 오르는 반면 한국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만 유독 소비심리가 저조한 것이 실상이라면 원인을 따져보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돈을 풀고 금리를 내리는 정책의 적실성을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그것만으로 경제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심리를 해소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가계가 맘껏 소비하고 기업이 힘껏 투자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쏟았는지 정부 스스로 반추해볼 시점이다. 만에 하나라도 있을 수 있는 정책 처방의 미비함까지 샅샅이 찾아내는 데 주저한다면 소비심리 회복 또한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야! 한국사회/강정수((사)오픈넷 이사)-20141127목] 창조경제와 디지털 포석

 

2014년 11월 미국 나사(NASA)는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400만㎡ 크기의 모펫필드 공항과 이 공항 옆에 위치한 에임스 연구센터 건물 중 16만㎡ 면적을 60년 동안 구글한테 장기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구글이 나사에 지급하는 비용은 11억6천만달러다. 구글은 또한 동일 공간에 11만㎡ 크기의 연구건물을 추가로 건설하기로 나사와 합의했다. 모펫필드 공항은 3만2천㎡ 크기의 격납고를 가지고 있다. 세계 최대규모 중 하나다. 구글은 이 공항과 연구소를 인공위성 제작, 우주 연구, 로봇 프로젝트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2013년 구글은 건강, 질병, 생명과학, 정보기술(IT)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200여개의 연구기관과 함께 ‘세계 유전학 및 건강 연맹’을 결성했다. 연이어 2014년 11월 구글은 이용자 누구나 자신의 유전자를 저장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글에 저장된 유전자는 인간 질병 치료를 위해 유전학 연구에 이용된다.

 

자동주행 자동차를 직접 제작해서 시장에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는 구글은 12월 20개의 대형 기구를 하늘에 띄운다. 10㎞ 높이의 지구 상공을 떠다니는 구글의 기구는 아프리카 등 인터넷망이 깔리지 않은 나라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글이 이처럼 사업 영역을 다각화한 것은 2009년부터다. 구글의 매출 중 90%는 검색광고 등 광고수입이다. 광고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구글은 인터넷 광고가 영원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2009년 신규 사업을 전담하는 연구조직인 엑스 랩(X Labs)을 설치한다. 같은 해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기타 책임자’(Director of Other)를 맡으면서 이 연구조직을 총괄한다. 검색과 광고 이외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아나선 구글 연구조직은 자동주행 자동차, 구글 글라스, 무인비행기, 인터넷 기구, 우주 연구 등을 세상에 선뵈고 있다.

 

변화를 일찌감치 인지하고 적절한 시점에 새 사업영역에 투자하는 구글의 디지털 포석은 구글이 경제적으로 가장 여유있던 2009년에 시작되었다.

 

디지털 포석을 국가 차원에서 고민하는 곳은 독일이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에 안방 시장을 모두 내준 독일 입장에서 자국의 경제 미래는 어둡다. 자동차, 기계산업, 재생에너지 등이 넉넉하게 경제를 살찌우던 2011년, 독일 정부는 산업계, 학계, 시민사회 등과 함께 디지털 포석을 준비했다. 다양한 위원회 운영, 연구 활동, 아이티(IT) 정상회담 등 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독일 정부는 2013년 ‘산업화 4.0’을 발표한다. 노동자를 로봇으로 대체하는 제조업 생산성 혁신, 자동주행 화물차, 산업과 가정의 전기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에너지 지능, 위키피디아를 고려한 교육혁신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2025년까지 진행한다. 이를 위해 정부조직, 대기업, 중소기업, 연구기관 등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변화하는 디지털 사회에서 노동자와 노조의 역할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디지털 과제는 무엇인지, 기초과학연구와 대학교육의 새로운 방향은 무엇인지 등을 논의하고 디자인하는 다양한 토론이 독일의 디지털 포석에 동행하고 있다.

 

창조경제의 현주소는 어떤가. 스타트업 육성, 중요하다. 그러나 이는 정부의 몫이 아니라 시장의 역할이다. 디지털 혁신을 주도할 시장과 사회 동력을 잃고 있다. 아이티 강국의 과거가 덫이 되어 혁신을 가로막고, 대다수 개발자는 저가 노동력 시장에서 무력함에 빠져 있다.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은 정치적 위협에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디지털 사회에 대한 새로운 정치 및 경제 비전이 절실하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이상언(중앙SUNDAY 차장)-20141127목] 좋은 대학이 똑똑한 학생 고르는 법

‘넛지(Nudge) 효과를 활용해 에스컬레이터 사용자를 계단으로 유인할 방안을 제시하라’. 올해 고려대 수시모집 면접 문제 중 하나였다. 넛지를 설명하는 제시문이 제공되기는 했지만 수년 전 한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넛지』라는 책을 읽었거나 스웨덴에 피아노 건반처럼 만들어진 계단이 존재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 지원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질문이었다. 이 학교의 문제 중에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한다는 점을 사례를 들어 설명하라는 것도 있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한 많은 수험생들이 ‘멘붕’을 경험했다.

 

 영국의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는 까다로운 면접으로 악명 높다. 명문고 최우등생도 종종 이 과정에서 탈락해 논란을 빚곤 한다. 두 대학은 고교 2학년 때 치른 전국적 시험(약칭 ‘AS’) 성적을 토대로 6배수 안팎의 학생을 뽑은 뒤 인터뷰로 합격자를 가린다. 영국인이 쓴 『이것은 질문입니까』라는 책에 실린 두 학교 면접 문항의 예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옥스퍼드 수학과), ‘세상에는 사람이 너무 많지 않은가?’(옥스퍼드 인간과학부), ‘탐욕은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케임브리지 토지경제학과), ‘화성인을 만나면 인간의 생물적 특성을 무엇이라고 설명할 것인가?’(케임브리지 의대)

 

 초등학생도 다 아는 단어로 돼 있다. 미리 정해진 답이 있지도 않다. 각자 능력을 총동원해 ‘창조적’ 답변을 내놓고, 면접관은 이를 통해 지식·사고력·창의력 수준을 판단한다. 대답이 신선하면서도 나름의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좋은 점수를 받는다. 옥스퍼드대는 의대 지원자에게 ‘익사(溺死)하는 이유를 설명하라’는 문제를 낸 적이 있다. 호흡 기능을 과학적으로 잘 설명할수록 좋은 점수를 얻었지만, 어류·양서류와 달리 포유류는 익사하는 까닭을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얘기한 학생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서울대 수시 면접·구술 시험에는 고난도의 수학 지필고사가 포함돼 있다. 문과계열 지원자도 피할 수 없다. 학생부 성적을 믿을 수 없으니 ‘똑똑한 학생’을 직접 골라내겠다며 만든 제도다. 원하는 학생이 참으로 다르다. ‘우리는 뉴턴을 잘 아는 학생이 아니라 뉴턴처럼 생각할 학생을 원한다’. 케임브리지대 웹사이트에서 본 글귀다. 그리고 90대 0, 케임브리지대와 서울대의 노벨상 수상자 배출 성적표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손동우(논설위원)-20141127목] 관사(官舍)

 

대통령이나 의원내각제 국가의 총리 등 국가원수나 행정부 수반은 경호상의 이유 등으로 관저(官邸)라는 국가시설물에서 주거한다. 한국의 청와대, 미국의 백악관, 영국의 다우닝가 10번지, 프랑스의 엘리제궁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국무총리나 각군 참모총장 등은 공관(公館)으로 불리는 자신들의 주거공간을 갖고 있다. 시장이나 군수 등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는 관사(官舍)라는 명칭의 주거공간이 제공된다. 또 시골 초등학교 등에는 교사들의 편의를 위해 ‘사택(舍宅)’이 마련돼 있는 경우도 있다. 국민이나 시민의 세금으로 유지·관리되는 공직자들의 주거공간이 ‘입주자’의 직위 등에 따라 관저, 공관, 관사, 사택 등으로 명칭을 달리하는 셈이다.

 

그런데 관저나 공관에 비해 유독 관사는 ‘호화 시비’가 잦은 편이다. 지난 7월 경남도는 12억원을 들여 지사 관사를 재건축하려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히자 이를 백지화하기도 했다. 경남도는 “기존 관사가 노후해 생활이 불편한 데다 접견·회의가 불가능해 관사 기능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재건축 계획을 세웠으나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평당 1000만원을 호가하는 호화 관사 신축은 예산낭비”라며 일제히 비난했다. 특히 야당은 홍준표 지사가 2008년 한나라당 의원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를 ‘아방궁’으로 비난한 것을 겨냥해 “노 대통령이 대출과 사비로 지은 사저는 부지매입비와 공사비를 합쳐 12억원이었다”며 “홍 지사는 세금으로 아방궁을 지으려는 자신을 먼저 되돌아봐야 한다”고 비꼬았다.

황정수 전북 무주군수가 이주여성들을 위한 활동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자신의 관사를 내놓았다고 한다.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251㎡(76평)인 군수 관사는 리모델링을 거쳐 내년 4월부터 다문화가족 협동조합 사무실, 검정고시반 교실, 고민상담실 등으로 변신하게 된다는 것이다. 황 군수는 “오랫동안 농업인으로 생활해봐서 이주여성들의 고통을 잘 안다”고 말했다. 뭐든지 “해봐서 잘 안다”고 호언장담했던 어느 전직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들을 보살피기는커녕 황제 골프·테니스에다 빈번한 해외여행을 하면서 세 과시를 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고두현(논설위원)-21041127목] 콘돔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는 기발한 피임법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섹스 직전 레몬을 반으로 잘라 여인에게 건넸다. 레몬 속의 시트르산(酸)에 살정 성분이 있다는 걸 알았던 것이다. 특수제작한 황금구슬도 희한했다. 직경 18㎜의 이 구슬이 정액의 자궁경부 진입을 막는다고 생각했다. 그는 회고록에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임신을 피하려고 할 때 이 구슬을 사랑의 성지 그 밑부분에 밀어넣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썼다.

 

나중에는 황금구슬과 콘돔을 동시에 활용했다. 피임 목적뿐만 아니라 성병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했다. 그는 이 ‘안전 두겁’을 ‘영국 옷’이라고 불렀다. 근대식 콘돔이 1706년 영국왕 찰스 2세의 주치의에 의해 발명됐다는 걸 염두에 둔 것이다. 어쨌든 그는 콘돔 덕분에 평생 132명의 여성과 관계하면서도 피임에 성공했다고 한다.

 

사실 콘돔의 역사는 길다.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동물의 내장을 사용했다고 한다. 양의 창자와 물고기 껍질, 붕어의 부레, 동물 가죽, 거북의 등껍질 등을 썼다. 중국에서는 기름을 바른 비단 종이나 염소 내장으로 귀두용 콘돔을 만들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아마포로 만든 콘돔이 등장했다.

 

15세기 말 네덜란드 상인들은 ‘감촉이 고운 가죽’으로 만든 콘돔을 일본에 들여왔다. 이전과 달리 이 가죽 콘돔은 음경 전체를 덮었다. 질병 방지가 아닌 출산 통제용으로 썼다는 첫 기록은 1605년 가톨릭 신학자 레오나르두스 레시우스의 신학서 ‘정의와 법에 관하여’에 나온다.

 

현대적인 콘돔의 소재는 천연고무인 라텍스에서 출발했다. 그 뒤 폴리우레탄이라는 합성섬유가 개발되면서 성능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최근엔 색상이 다양한 컬러콘돔과 갖가지 향을 담은 향기콘돔, 밤에 빛나는 야광콘돔 등 기발한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콘돔시장의 강자로 꼽힌다. 해외에서도 성능이 좋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사정이 좀 다른 것 같다. 지난해 3월 상륙한 영국 브랜드 듀렉스가 약진을 거듭하더니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업계 통념을 깬 파격적인 마케팅 덕분이라고 한다. 20~30대를 염두에 두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연애, 피임 정보를 제공하고 케이블TV 광고까지 내보냈으니 그럴 법도 하다.

 

피임약과 함께 자유연애를 가능케 한 ‘위대한 발명품’으로 꼽히는 콘돔. 그 내밀한 역사만큼 시장도 은근하면서 친밀한 감성 터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양이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임웅재(논설위원)-20141127목] 단두대와 파견법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은 구제금융 지원 조건으로 우리 정부에 노동 시장 유연화와 정리해고 법제화 등을 요구했다. IMF의 압력에 못 이겨 한 해 전 노동계의 반대로 무산됐던 파견근로제는 노사정 합의를 거쳐 이듬해 7월 시행됐다. 하지만 노조를 지지기반으로 삼았던 야당에서 여당으로 변신한 김대중 정권은 노동계의 요구를 상당 폭 수용했다. 기업 구조조정으로 실업률이 치솟은 것도 부담스러웠다.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위해 도입된 파견근로자보호법이 원청회사의 직접고용을 강제하는 법으로 변질된 출발점이다. 파견근로 허용업무는 26개에서 2007년 특허전문가 업무 등 32개로 늘었지만 요즘 들어 3~4개 업무에만 활용될 뿐이다. 제조업 직접생산공정 등에 대한 근로자 파견이 불법이라서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울산공장의 부품 협력업체와 사내 하도급업체 200여곳에 사무실·작업장 등을 공장 밖으로 이전해달라고 요구했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9월 현대차 생산라인에서 2년 넘게 근무한 사내 하도급업체 직원들에 대해 '현대차 근로자'라는 판결을 내리자 내놓은 궁여지책이다. 영세업체들은 이전 비용과 대체 부지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제조업 현장의 분위기가 이런 판에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일자리 창출과 투자 등을 가로막는 규제들을 한꺼번에 단두대에 올려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노동 시장 개혁 없이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다"며 이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일본은 노동 시장 개혁을 잘 못했기 때문에 비정규직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최 부총리의 발언은 근로자파견에 관한 한 완전히 틀렸다. 일본은 건설·안전·의료·항만운송 관련 업무에 한해서만 파견근로를 금지하고 있다. 파견근로자 사용업무·사유·기간을 제한하지 않는 미국·영국·독일·호주 등에는 못 미치지만 우리보다 훨씬 유연한 편이다. 고용 유연화를 위해 도입된 파견근로법은 대폭 수술해야 한다. 그러지 못할 바에는 단두대로 보내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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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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