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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경향신문〕
1. 평화를 위한 베를린 선언, 선언 넘어 실천 강령돼야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 베를린 쾨르버재단 연설을 통해 새 정부의 한반도 평화구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핵과 전쟁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 북한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추구,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새로운 한반도 신경제지도, 일관성 있는 비정치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 등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5대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반도 평화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서는 쉬운 일부터 해야 한다며 추석 이산상봉,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 행위 상호 중단 등을 제안했다. 남북정상회담도 공식 제안했다. 문재인판 ‘베를린 선언’인 셈이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구상은 새 정부의 한반도정책의 큰 방향과 원칙을 밝힌 점에서 무게를 갖는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한반도 정세가 엄중한 상황에서 북핵 문제의 최대 당사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천명한 것은 의미가 있다.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대해 분노와 실망감이 크지만, 그럴수록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대화가 절실하다. 위중한 정세를 고려하면 남북정상회담 제안이 시기상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은 핵문제 등 모든 한반도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자리다. 열 수만 있다면 언제든 여는 것이 맞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당사자이지만 동시에 그것을 종식시킬 수도 있는 결정권자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구상은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한반도 주변 정세를 고려할 때 자칫 비현실적인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북한 비핵화, 평화로운 한반도는 가만히 기다린다고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직접 당사국의 문 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북한은 물론 국제사회를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설득하고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구상이 빈말과 겉치레가 아니라면, 지속적이고 집요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문 대통령에 앞서 역대 대통령들도 독일에서 대북구상을 밝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은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져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꽃을 피웠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은 남북 대결로 귀결되었다. 구상을 실천하려는 적극적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은 대화를 포기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긴장이 높아질 때 가장 필요한 것이 대화다. 북한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평화를 회복하려는 굳은 의지와 열정이 있다면 북한이라는 문도 열릴 것이다. 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은 선언적 의미를 넘어 우리 모두의 실천 강령이 되어야 한다.
〔조선일보〕
2. 공대 교수들 "신고리는 국회서 전문가 참여 아래 결정을"
국내외 60개 대학 공대 교수 417명이 '탈(脫)원전 졸속 추진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냈다. 교수들은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백지화는) 국회 같은 공식 의사 결정 체계에서 전문가가 참여해 충분한 기간 논의한 후 정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현재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이 신고리 5·6호기 문제를 다룰 공론화위원회와 시민배심원단 구성·운영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국가 미래를 좌우할 원전 폐지 여부를 전문가를 배제하고 일반 시민 판단에 맡기는 것은 정부의 책임 회피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여론은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시민들 결정에 따라 원전을 폐지했다가 나중 그것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 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진작부터 '원전 제로'를 주장해왔다. 정부가 결론을 정해놓고 시민배심원단이라는 요식(要式) 절차를 거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10명 안팎이라는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 시민배심원단은 어떤 방식으로 대표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것인지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찬반 토론 과정의 설계 방식도 배심원단 판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신고리 5·6호기는 3년 9개월 심사를 거쳐 1조5000억원을 투입해 건설 중이고, 건설이 취소되면 보상비가 또 1조원 든다. 이것을 시민배심원의 51%가 찬성하면 백지화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90% 이상 찬성해야 되는 것인지는 또 누가 정하느냐는 것이다. 어떻게 해도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공과대 교수들이 제안한 것처럼, 국민 대표 기관인 국회에서 전문가들 의견을 충분히 듣고 여론 수렴도 폭넓게 한 후 결정한다면 절차 시비 같은 것은 생기지도 않을 것이다.
〔서울신문〕
3. 외국 나가고, 사망한 아동에게 지급된 양육수당
가정양육수당이 줄줄 새고 있다. 보육료 지원 정책의 일환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지 않는 0세부터 만 6세 아동에게 지급하는 양육수당이 최근 5년 동안 자격이 없는 해외 체류 아동이나 심지어 이미 사망한 아동에게 모두 974억원이나 잘못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해외에 장기 체류하는 아동에게 잘못 나간 양육수당 규모가 서울의 ‘강남 3구’에서 가장 많아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보건복지부가 국회 바른정당 홍철호(경기 김포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 5월까지 5년 5개월 동안 90일 이상 해외에 체류한 아동 16만 627명에게 총 973억 9300만원의 양육수당을 잘못 지급했다. 영유아보육법 제34조의 2 제3항에는 아동이 90일 이상 계속해서 해외에 머물면 양육수당 지원을 중단하게 돼 있다. 이중국적자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 장기체류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국민의 혈세가 허투루 쓰였다. 지난 5년간 사망한 아동 191명에게 지급한 양육수당도 7590만원이나 됐다.
급증하는 복지 수요로 재정이 부족한 마당에 이런 식으로 아까운 예산을 낭비해서야 되겠는가. 복지 담당 인력이 부족하니 일일이 인력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현실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로 나간 아동은 확인하기 어렵다 쳐도 사망한 아동에게 수당이 지급되는 게 말이나 되는가. 우리나라가 정보기술(IT) 강국으로서 행정전산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다는 게 헛말인가. 먼저 전산 시스템부터 손봐야 한다. 출입국 관리 자료를 집행 부서인 지방자치단체에서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도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부서 간 정보 공유의 벽이 높다면 홍 의원의 지적처럼 복지부는 법무부 출입국 정보 시스템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하루빨리 강구해야 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아동수당을 빠르면 내년부터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0세부터 만 5세 아동까지 매월 10만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하려면 연 2조 6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엄청난 돈이 또 들어간다. 아동수당을 신설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양육수당부터 새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검토 중인 아동수당과 양육수당 대상이 중복된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차제에 통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동아일보〕
4. 무디스의 경고…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달린 경제성적표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5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끌어내릴 수 있는 첫 번째 요인으로 구조개혁의 후퇴를 지목했다. 정부 재정 악화, 북핵 위험 고조와 함께 한국 경제의 3대 위험요소라는 것이다. 경제적 위험 요인이 가시화할 경우 현재 프랑스와 동급이고 일본보다 2단계 높은 한국의 신용등급(Aa2)을 내릴 수 있다는 경고다.
무디스가 주시하는 구조개혁의 첫째 대상은 노동시장이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생산성이 낮은 데다 신규 채용과 퇴출이 어려워 생산요소의 핵심인 노동력을 효과적으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고령화와 저출산 등 인구 문제, 고용 창출력이 높은 서비스업을 육성하지 못하는 현실도 한국 경제가 극복해야 할 구조개혁 대상이다. 이런 구조를 방치한 채로는 정부가 재정을 아무리 쏟아부어도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뿐,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희망이 있다면, 한국이 구조개혁에 속도를 낼 경우 국가신용등급이 지금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개혁을 통해 안정적이면서도 빠른 경제 성장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무디스의 전망이다. 구조개혁에 우리 경제의 성패가 달렸다는 얘기다.
과거 정부는 국가신용등급 상승을 정권의 치적으로 홍보했지만 등급 자체에 너무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무디스만 해도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10월 한국의 신용등급을 당시로서는 최고인 A1으로 유지하다가 불과 2개월 만에 6단계 낮은 투기등급(Ba1)으로 강등시킨 전력이 있다. 뒷북치는 경향이 있는 신용평가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법은 경제의 체질을 선제적으로 개혁하는 것이다. 노동 교육 금융 공공 등 분야별 개혁과 관련해 지난 정부에서 넘어온 과제가 산적해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이 정권과 상관없이 계속 추진할 과제와 개편할 과제를 선별하는 작업부터 시작하기 바란다.
〔중앙일보〕
5. 10년 뒤 성장률 0.4% … 저출산 막는 게 최고의 경기 대책
한국은행이 현재의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계속될 경우 10년 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어제 경고했다. 2000∼2015년 연평균 3.9%이던 경제성장률이 2016∼2025년 1.9%로 떨어지고 2026∼2035년에는 0.4%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추정이다. 고령화 속도가 워낙 가파른 데다 은퇴 뒤 사회안전망이 부족해 곧바로 소비가 위축되기 때문이다.
한은의 경고는 ‘추정’이라기보다는 ‘예정된 미래’에 가깝다. 정부가 지난 10여 년간 저출산을 막기 위해 102조원을 쏟아부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1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다. 내년이면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는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저출산·고령화는 먼 미래 국가 존망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당장 경기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됐다. 저출산 대책이 곧 경기 대책이라는 각오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더욱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특히 OECD 평균보다 훨씬 높은 육아 및 교육, 주거비 부담을 떨어뜨릴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한편으론 고령화 적응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부터 출산율을 높여도 그 효과는 20년 뒤에나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은은 정년을 연장하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면 성장률 둔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제안했다. 로봇·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술혁신으로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방법도 제시했다. 이런 정책을 통해 성장률 둔화 속도를 상당 폭 늦출 수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급한 건 컨트롤 타워다. 지금의 정책은 경기 대책 따로, 출산 대책 따로, 노후 대책 따로다. 긴급성과 우선순위가 잘 가려지지 않고 부처 이기주의가 판을 친다. 일본의 ‘1억 총활약상(장관)’처럼 인구부총리나 인구부 신설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때다.
〔매일신문〕
6. 학교 안전사고에 보험금 주기 싫다 소송 거는 건보공단
건강보험공단 구미지사가 지난해 경북의 중`고교에서 발생한 2건의 학생 사고와 관련, 치료비로 준 보험료를 돌려줄 것을 경북교육청에 요구하는 소송을 잇따라 냈다. 학생 안전을 책임진 교육청이 안전사고 예방 시설과 장비를 제대로 점검 않고 안전 교육을 않은 탓이라 판단해서다. 판결이야 나오겠지만 공단의 판단 기준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사고 발생이 과연 예측 가능하냐, 그렇지 않으냐이다. 지난해 2월 경북의 한 고교 복싱부 선수는 운동 중 팔꿈치에 맞아 코뼈가 부러졌고 공단은 100여만원을 부담했다. 같은 해 5월 경북의 한 중학교 야구부 선수는 공에 맞아 부상을 입었고 공단은 100여만원을 지급했다. 두 학생 모두 학교 내 활동으로 부상을 당한 사례였다.
공단은 두 사고 모두 예측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이를 막지 못한 교육청에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상황을 살펴보면 억지와 무리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복싱부 사고 경우, 교사가 주의 사항 공지 뒤 안전 장구의 착용까지 확인했다. 야구부 사고도 공을 던지는 연습 도중 갑작스러운 바람으로 눈에 모래가 들어가 공을 제대로 볼 수 없어 발생했다. 물론 사전 안전 교육과 준비운동도 마쳤다고 한다.
공단의 판단처럼 두 사고 모두 예측 가능했다면, 교사는 제자가 곧 사고를 당할 것을 알면서 보다 확실한 조치도 없이 체육 수업을 한 꼴이다. 과연 그랬을까. 또 체육 종목은 다른 교과와 달리 예측할 수 없는 돌발 상황이 많다. 이는 학생의 교내 안전사고에 대비해 교육부가 설립한 단체인 학교안전공제회의 연례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 2015년의 학교 안전사고 12만123건 가운데 체육 수업 때 일어난 사례만 3만6천708건, 전체의 30.5%로 가장 많았다.
이처럼 학교에서 되풀이되고 일상화된 안전사고 예방 교육에도 매년 10만 건 이상 사고가 나고 특히 체육 수업 시간이 가장 많다. 성장기 청소년은 기계가 아니다. 왕성한 신체 활동이 필요하다. 공단이 지금 같은 잣대를 들이대면 학교 현장에서의 체육 수업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차라리 아예 포기하는 것이 맞다. 공단은 무의미한 소송에 시간과 예산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매일경제〕
7. AI가 이끄는 4차 산업혁명 미래 보여준 매경실리콘밸리포럼
미국 샌프란시스코 남쪽의 실리콘밸리는 혁신의 심장으로 불린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세상을 바꾸고 있는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을 비롯한 글로벌 정보기술(IT) 최강자들이 집결해 있는 곳이다. 1930년대부터 지구촌의 기술 혁신을 이끌어온 실리콘밸리는 PC와 인터넷, 모바일 시대를 거쳐 이제는 인공지능(AI) 시대를 활짝 열어젖히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인재와 불확실한 미래에 모험을 거는 자본이 몰려들어 인류의 미래를 바꿔가고 있다. 바로 이곳에서 이 시대의 창조적 파괴를 주도하는 글로벌 리더와 한국의 기업인들이 모였다. 현지시간으로 5일과 6일에 열린 매경실리콘밸리포럼은 거대한 혁명의 물결을 현장에서 몸소 느끼며 새롭게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우리는 이곳에서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보았다. 갈수록 똑똑해지는 기계가 마침내 인류를 넘어서는 순간을 '싱귤래리티(특이점)'라고 정의한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지능의 미래를 제시했다. 또한 AI와 딥러닝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똑똑한 기계가 불러올 참으로 놀라운 창조와 파괴의 세계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AI가 이끌어갈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준비와 적응이 부족한 기업과 개인들에게는 엄청난 위험을 초래하지만 미래에 투자하며 혁신을 선도하는 이들에게는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큰 기회를 안겨줄 것이다. 2030년 AI가 창출할 부가가치는 중국과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을 합한 것보다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창출되는 부는 끊임없이 혁신하는 국가와 기업과 개인의 몫이 될 것이다.
매일경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대전략으로 '노바투스 코리아(Novatus Korea)'를 제안했다. 노바투스는 혁신과 변혁을 뜻한다. 개인과 기업, 도시와 국가는 끊임없는 혁신과 변화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이 불확실한 시대에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우리는 매경실리콘밸리포럼이 바로 그러한 시대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 젊은 기업가들은 이번 포럼을 통해 과연 무엇이 혁신의 심장을 뛰게 하는지에 관해 깊은 통찰을 얻었을 것이다. 그들이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틀을 깨는 상상력으로 과감한 투자에 나선다면 우리의 미래는 밝다.
〔세계일보〕
8. 남북 대화 ‘독창’만으론 평화 지킬 수 있겠나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독일 쾨르버재단 연설에서 “북한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지 않기를 바란다”면서도 “북핵문제와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포괄적 접근으로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겠다”고 역설했다. “언제 어디서든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도 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회담에서는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안 된다”며 “국제적으로 강한 대북제재와 압박을 높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결국 대화와 평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대화 언급과 평화협정, 남북정상회담 제안은 현재의 대북 압박 흐름과 엇박자가 난다. 출국 전 지시한 미사일 무력 시위와도 맥락이 이어지지 않는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의 운전석에 앉겠다는 입장을 관철했으니 실천하고자 하는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레드라인을 넘었다. 미국이 다시 군사옵션을 꺼내는 등 전례 없는 제재에 나서고 있다. 북핵·미사일 해결을 위한 대북 접근은 전략적이고 물샐 틈 없는 공조가 우선이어야 한다.
미국의 반응이 과열되면 한반도에 군사적 충돌을 가져올 수 있다. 문 대통령이 굳이 이 시점에 대화와 평화협정 등을 언급한 것도 북한의 반발을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대북 메시지가 공허하거나 헛돌아서는 의미가 없다. 김정은 위원장은 ICBM 도발 후 “미국에 선물 보따리를 자주 보내겠다”고 했다. 도발을 계속하겠다는 공개 협박이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6차 핵실험 가능성을 우려했다. 북한은 북핵 동결 입구로 들어가 비핵화 출구를 열자는 문재인정부 제안에는 관심을 보이지도 않는다.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외교안보를 자문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한·미 군사훈련 축소 또는 중단과 북한 핵동결과 바꾸자”고 했다. 이는 중국의 ‘쌍중단’과 궤를 같이한다. 집권당의 추미애 대표와 민주당 사드대책특위는 어제 “사드가 ICBM의 대책이 되지 않는다”고 엉뚱한 소리를 했다.
네빌 체임벌린 영국 전 총리는 1938년 뮌헨협정을 체결한 뒤 런던공항에서 “전쟁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얼마 뒤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는 2차대전을 시작했고 영국은 참혹한 전화에 휩쓸렸다. 체임벌린의 교훈은 평화에 대한 열망만으로 평화를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한겨레〕
9. 북핵 해결 위한 ‘한-중 협력 강화’ 바람직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한-중 정상회담이 6일 열렸다. 이번 회담은 두 정상의 첫 만남일뿐더러,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심각하고 북핵 문제를 둘러싼 이견도 표면화하는 상황에서 열려 특히 주목을 끌었다. ‘다자 회의 속 양자 회담’이라 외교적 상견례 정도로 끝날 법했는데도, 두 정상이 예정 시간을 훨씬 넘겨 1시간19분간 깊은 대화를 한 건 상황의 심각성을 반영한 지표일 것이다.
숱한 난제가 있음에도 두 정상이 북핵 해결을 위한 협력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건 바람직한 일이다. 이 발표가 단지 외교적 수사가 아닌,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한-중 협력을 강화하는 모멘텀으로 작용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두 정상은 한-중 사이의 최대 쟁점인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선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쪽은 “두 정상이 양국 간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이견이 있는 부분’이 사드를 뜻함은 물론이다. 사실 사드는 한국과 중국뿐 아니라 미국도 관련된 복잡한 사안이라, 한 번의 정상회담으로 쉽게 풀릴 일은 아니다.
두 정상이 사드 문제를 솔직하게 논의하고, 이 사안이 두 나라 관계를 악화시키는 걸림돌로 작용해선 안 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사드로 인한 두 나라 간 경제·문화·인적 교류의 위축을 우려한 건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중국이 한국 기업들에 대한 여러 형태의 제재를 어떻게 완화해갈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 더 중요한 현안은 한반도 위기의 핵심인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일 것이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북한이 아이시비엠(ICBM)급 사거리를 가진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북핵과 미사일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
모든 사안이 그렇지만 특히 북핵 문제에선 원칙적 입장 표명보다 구체적 행동에서 실질적으로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원할 뿐 아니라, 북한이 추가 핵실험 등을 자제하도록 압력을 넣는 게 필요할 것이다. 좋지 않은 외적 상황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치곤 두 나라의 신뢰를 쌓은 것 같아 다행스럽다.
〔한겨레〕
10. 중국, 북핵ㆍ미사일 제지 위해 더 능동적으로 간여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주요 20개국(G20) 회의가 열리는 독일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1시간여 이어진 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북핵ㆍ미사일 개발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문제였다. 양국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보유가 한중 양국은 물론 한반도 동북아 역내 안정과 평화에 위협이라는 인식을 같이 하고 근원적 해결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이 추가 도발을 못하도록 하는 한편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에 응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양국이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는데도 일치했다.
“남북 대화 복원 및 남북간 긴장완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자는 문 대통령의 주도적 노력을 지지하고 적극 협력해 가겠다”는 시 주석의 발언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한국의 중심 역할을 미국에 이어 중국에게서도 인정 받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사드 문제와 관련해서는 서로 “이견이 있는 부분”이라는 점을 확인하면서도 향후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기로 하고, 또 양국의 “신뢰 관계 회복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는 등 갈등을 해결해갈 토대를 다졌다고 평가할만하다.
눈여겨볼 대목은 문 대통령이 이날 회담에서 “지금까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평가하고 앞으로 중국이 더 많은 기여를 해줄 것을 요망한다”고 한 대목이다.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중국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도록 주문한 것이다. 중국은 북한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단적으로 엊그제 중러 정상회담 후 발표한 한반도 문제 관련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을 비난하면서도 북한의 핵ㆍ미사일 시험과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라는 ‘쌍중단’ 로드맵을 제시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이나 핵탄두 소형화를 진행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잊기라도 한 듯 자국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일언반구 없었다.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원유 공급 중단 같은 강력한 메시지가 될 카드가 있는데도 이의 활용을 주저하는 것은 북핵ㆍ미사일 개발을 방조하는 태도로 비칠 수도 있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 해법으로 제시한 쌍중단이나 비핵화ㆍ평화체제 동시 협상은 각론에서 이견이 있을지라도 기본 방향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기조와 다를 바 없다. 이런 구상이 구호에 머물지 않고 양국의 구체적 정책 협의로 진전되기 위해서라도 중국이 더 적극적으로 북한에 간여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때다.
주요신문칼럼
〔조선일보〕
1. [태평로] '이웃집 거실에서 자살하기'
2006년 7월 4일 북한은 모형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 7기를 동시다발로 발사했다. 이 중 2기는 미국 플로리다에서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이륙한 지 불과 몇 분 뒤 발사됐다. 미사일 7기는 당시 언론이 추정하던 북한 핵무기 보유량과 맞아떨어졌다. 북한은 디스커버리 이륙을 '발사 스위치'로 사용했다. 우주왕복선 발사를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이라고 가정하고 그에 대응하는 미사일 2기를 쏜 것이다.
북한이 보내는 메시지는 만일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한국과 일본이 즉각 보복 공격을 당할 것이란 협박이었다. 북한의 민감한 내부 정보를 다뤘던 고위급 탈북자들도 북한 핵미사일의 1차적 공격 목표가 서울과 도쿄라고 말하고 있다.북한은 '내일이 없는'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벼랑 끝 전술이다. 잃을 게 없는 자와 절대 싸우지 말라는 것은 전사(戰史)에 나오는 교훈이다. 북한은 이 교훈을 역으로 써먹는다. 북한은 핵무기를 터뜨리지 않고도 사실상 사용하는 중이다. 김씨 일가의 존립을 한국·일본의 안보와 억지로 묶는 듯한 계략을 병행하고 있다.
예일대 교수 폴 브래큰은 북한이 동북아라는 호화로운 거실에서 자기 머리에 총을 겨눈 채 방아쇠를 당기겠다고 위협하는 꼴이라고 했다. 진짜 방아쇠를 당기면 거실 전체가 엉망이 되기 때문에 상대방은 북한을 거칠게 다루지 못하고 뒤로 물러서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웃집 거실에서 자살하기'라고 했다.북한은 초불확실성 시대를 활용하고 있다. 핵무장은 김정은에게 집안과 체제를 존속시키는 유일한 동아줄이다. 체제 존속을 보장할 테니 핵무장을 포기하라는 것은 생명을 보존해줄 테니 심장을 꺼내달라는 제안처럼 들릴 것이다.
가까운 장래에 우리 정부가 '주도권'을 갖고 북한을 협상탁(協商卓)에 앉힐 수 있을까. 오히려 북한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우리가 정의의 보검(핵무기)을 절대로 내려놓지 않으리라는 것쯤은 알고 덤벼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조롱한다. 북한은 자신을 범에 비유하고 대화를 제안하는 한국 정부를 하룻강아지라고 비웃은 적도 있다.
북한은 곧 6차 핵실험을 할 공산이 크다. 북한은 벼랑 끝 전술을 쓰고 핵 협박을 일삼고 있지만 한국과 미국은 '레드 라인'을 넘지 말라는 모호한 말만 거듭하고 있을 뿐 단 한 번도 평양을 향해 진지한 최후통첩을 한 적이 없다. 북한의 핵무장은 한·미가 가진 결정권을 약화시킨다. 한국은 북한 도발에 대한 응징 규모를 함부로 결정하지 못할 것이다. 핵무기는 피도 눈물도 없는 방식으로 다뤄지고 있다. 동맹 관계도 민족도 핵 방아쇠를 쥔 자의 생존을 위해서는 하찮은 개념이다.
현재 핵보유국은 9국이다. GDP가 1조달러를 넘는 주요 핵보유국이든, 이스라엘·파키스탄·북한 같은 차하위 핵보유국이든 스스로 핵을 반납하고 비핵 선언을 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핵무기는 길을 잘못 들어선 것처럼 얼른 깨닫고 빠져나올 문제가 아니다.핵무기 없는 세상이 가능할 것처럼 앞장서온 미국의 고립주의도, 전략적 인내도, 봉쇄 정책도 실패했다. 미국의 전략은 상대편이 포기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가할 수 있는지 실험 결과를 채집하는 괴상한 대학원생 논문 같다.
유약한 한국 보수 지도자도, 천진난만한 한국 진보 정권도 내 생명을 100% 지켜줄 것 같지 않다. 그래서 결국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스스로 묻게 된다. 양욱 군사 전문가는 "핵무기는 오로지 핵무기로만 만류할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은 지난 70년 동안 핵무기 역사가 보여준 경험칙이다. 나는 한국도 핵무장을 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 믿는다.
어떤 한국 정치인이 핵무장만이 해결책이라는 주장을 담아 국민 지지 서명을 받는다면 기꺼이 내 이름을 올릴 것이다. 민간 차원에서 '핵무장에 관한 전략·정치 연구소'를 만들고 기부금을 받는다면 돈을 낼 것이다. 핵무기가 필요 없고 인내와 대화로 적을 설득할 수 있다는 낙관적 믿음은 잔인한 현실 앞에 무참히 깨지고 있다.
〔서울경제〕
2. [여명] 인간의 모순@AI의 정반합.future
# 한 상인이 창을 들고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곤 방패를 들고 “어떤 창도 막아낼 수 있다”고 자랑했다. 누군가 “어떤 방패도 뚫는 창으로 어떤 창도 막는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상인은 줄행랑을 쳤다.
# 한 연구자가 위조지폐를 잘 만드는 ‘제조자’ 인공지능(AI)과 어떤 위조지폐든 찾는 ‘감별사’ AI를 만들었다. 그리고 제조자가 만든 위조지폐를 감별사가 찾도록 했다. 감별사는 제조자가 만든 위조지폐를 찾아냈다. 제조사는 보완해 다시 만들었다. 이 과정을 수만 번 반복한 끝에 진짜에 가까운 가짜가 탄생했다.
앞 얘기는 우리가 잘 아는 ‘인간의 모순’이다. 두 번째는 지난 2014년 이안 굿펠로 구글 브레인 연구자가 만든 ‘대립적 생성 네트워크(GAN)’다. AI는 진짜와 가짜의 정반합 변증법을 통해 ‘완벽한 가짜’라는 ‘세상에 없는 새로운 진짜’를 만들었다. 지금의 GAN은 가상인물의 초상화를 그리고 한 줄을 멋진 그림으로 바꿔준다. 또 남자는 여자로 구두는 가방으로 바꿔서 그릴 수도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AI는 정해진 답만 찾을 뿐, 정답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이제 더 이상 사실이 아니다.
미래는 ‘마법 세상’처럼 느껴진다. 과학의 발전이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기술로 세상을 바꿔놓기 때문이다. 특히 AI의 발전속도는 ‘18개월마다 반도체 성능이 2배씩 좋아진다’는 무어의 법칙보다 빠르다. 2배씩 늘어나는 ‘승수’의 속도는 신문지로 달에 가는 것과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신문지 두께는 1㎜, 지구와 달의 거리는 38만㎞다. 격차가 아주 크다. 그러나 신문지를 단지 45번만 접으면 그 두께가 3,518만km나 된다. 승수의 발전은 슈퍼컴퓨터에도 적용된다. 1964년 1초에 100만번 계산했지만 50년 후엔 338억배 빨라진 3경3,860조번을 계산한다.
기술의 변화는 천천히 진행되는 듯하지만 어느 순간 확 바뀌는 ‘양질전환’의 과정을 거친다. 마치 1도나 99도나 같은 물이었지만 1도가 높아져 100도가 되면 액체에서 기체로 성질이 바뀌는 식이다. 정보기술(IT)은 PC에서 스마트폰·AI로 점프를 했고, AI도 2번의 암흑기를 거쳐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AI는 1940년대 첫 논의가 시작됐다. 1956년 개념이 세워졌고 1960년대까지 투자가 집중됐다. 그러나 1970년대 컴퓨터 성능이 못 따라와 암흑기를 맞았다. 그러다 1980년대 기술개발로 주목을 받다가 1990년대 “쓸모없다”는 인식 때문에 다시 암흑기를 겪었다. 반도체 발전과 함께 탄력이 붙었고 1997년 IBM 딥 블루가 체스챔피언을 눌렀다. 2000년대 딥 러닝 등이 등장했고 2011년 IBM왓슨이 퀴즈쇼에서, 2016년 알파고가 바둑에서 인간을 이겼다. 그리고 2014년 정반합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창조하는 GAN이 등장했다.
AI가 세상을 변화의 격동 속으로 몰아넣고 스마트폰보다 더 큰 변화의 쓰나미를 몰고 올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인텔·시스코·델에서 구글·애플·아마존·페이스북으로 넘어간 IT 혁명의 주도권도 AI 플랫폼 기업들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일부 미래학자들은 AI가 지각·인식·지식·추론 능력으로 학습하고 진화하다가 결국 강한 인공지능인 ‘마키나 사피엔스’가 될 것을 우려한다. 고대 그리스 연극에 등장하는 ‘기계장치를 통해온 신’이라는 의미로 ‘AI 신인류’를 지칭한다.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간이 AI처럼 정반합의 자기부정을 통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진화해 나간다면 AI가 인간을 앞서는 ‘특이점’이 오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변화의 시대에 어제의 논리로 대응하면 도태된다. 달걀은 깨지기 않기 위해 껍질에 싸여 있지만 병아리가 되기 위해선 깨고 나와야 한다. AI도 자기부정·자기소멸의 정반합으로 인간을 쫓아오고 있다. 무섭게 진화하는 AI가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다.
〔아시아경제〕
3. [윤제림의 행인일기 50]야구장에서
목동야구장에 왔습니다. 장맛비 속에 우산을 쓰고 왔습니다. 고교야구선수권대회첫날 마지막 경기입니다. 개막전부터 구미가 당겼지만, 굳이 이 게임을 골랐습니다. 동산고와 공주고의 시합입니다. 첫판부터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난, 이 두 학교의 대결이 더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동산’은 이 대회의 전설입니다. 1950년대에 내리 3연패를 해서 우승기를 영구보관하고 있는 학교입니다. 운보(雲甫) 김기창(金基昶) 화백이 그렸다는 ‘푸른 용’ 이 살아서 꿈틀거리는 깃발이지요. ‘공주’ 역시 이 대회 우승 경력을 비롯해서 빛나는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입니다. 긴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문답 하나로 충분합니다. “누가 나온 학교인가?” ‘류현진’과 ‘박찬호’. ‘메이저 리거’를 낳고 키운 학교지요. 오늘 경기는 현진학교와 찬호학교의 싸움입니다. 눈에 띄는 선수가 많을 것입니다. 투수만 보려는 것은 물론 아니지요. 한국야구를 넘어 ‘빅 리그’의 미래를 움직일 꿈나무들을 보고 싶은 것입니다.
당연히 설렘과 기대를 안고 왔습니다. 저 같은 생각으로 모인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 여겼습니다. 외야는 몰라도 내야는 제법 시끌벅적하리라 예상했습니다. 수천까지는 아니어도, 수백의 시선이 ‘일구(一球) 일구’에 환호하리라 짐작했습니다. 순정어린 박수갈채가 쏟아지는 정경을 떠올렸습니다. 한해, 800만 관중을 헤아리는 야구리그가 있는 나라니까요. 그런 나라의 대표적인 고교야구대회니까요. 올해 대회가 70년 역사상 제일 큰 규모라니까요. 주최 신문사가, 참가고교 동문들의 성원을 촉구하는 사고(社告)도 여러 번 냈으니까요. ‘고교야구가 살아야 한국야구가 산’다는 목소리도 어제 오늘의 것이 아니니까요.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제가 그린 장면들은 프로야구 중계 화면의 잔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면, 삼사십년 전 동대문야구장의 기억이었던 모양입니다. 운동장과 함께 사라진 추억의 풍경인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이웃나라 야구제전에서 부럽게 바라보았던 모습을 여기서도 보고 싶었던 게지요. 수만 명의 관중이 구름처럼 모여드는 고교야구대회. 본선에 오르기만 해도, 평생 영광으로 여기는 대회. 모든 경기가 전국에 중계되고, 게임마다 뉴스와 화제가 만발하는 대회. 모델이 야구공 하나를 들고, 운동장 한가운데 서 있는 것만으로도 CF 한편이 되는 대회. ‘고시엔(甲子園)’대회.
그러나, 오늘 여기 모인 관중 숫자는 셀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누군지도 알겠습니다. 선수들 어머니 아버지입니다. 지금, 있는 힘을 다해 소리를 지르는 남자는 ‘동산’ 투수의 아버지입니다. 방금 안타를 치고 나간 선수를 향해, 일어나 춤추는 여인은 ‘공주’의 간판타자 어머니입니다. 갑자기, 선수들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저는 불청객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선수들 이름을 잘 모르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옆 사람이 누군지, 뒷사람이 누군지 저만 모릅니다. 숙소 위치도 모르고, 선생님 이름도 모릅니다. 모두가 저에 대해 궁금해 할 것 같습니다. “저 사람은 누구지? 이 빗속에. 그것도 혼자서.”
저는 동대문야구장 시절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 때 이후로 고교야구 관람은 처음입니다. 고교야구는 아직도, 동창회와 향우회 현수막 아래 북과 꽹과리 소리가 시끄러울 줄 알았습니다. 교복차림의 후배들과 나이를 잊은 졸업생들이, 함께 교가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는 그라운드로 알았습니다.아뿔싸! 질금거리던 비가 폭우로 돌변합니다.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킵니다. 쉽게 잦아들 비가 아닙니다. 숫제 퍼붓는 수준인데다 강풍까지 합세해서, 운동장 전체가 삽시에 물바다가 됩니다. 결국, 2회를 넘기지 못하고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됩니다. 내일 아침 아홉시에 속개(續開)된다고 합니다.
혼자 돌아 나오려니 쓸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내 씁쓸해졌습니다. 주제넘게 한국 야구의 미래까지 걱정했습니다. 전문가들 앞이었다면, 물정모르는 발상에 낭만적 몽상이라고 면박이나 받을 까탈들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이 대회를 돔 구장에서 열 수는 없나.’ ‘일본 H구단은 고교야구를 위해 고시엔구장을 흔쾌히 내준다는데.’
홈구장을 고등학생들에게 내어주기 위해 H구단은, 열흘간 원정 스케줄을 짜거나 인근의 다른 구장을 이용한다지요. 세상 모든 일의 값어치는 그것과 관련된 이들의 마음씀씀이에 따라 매겨집니다. 그러한 배려와 대접이 주인공들의 행동을 변화시킵니다. 미래를 달라지게 합니다.제 원망의 대상은 그들만이 아니었습니다. “스탠드는 텅텅 비워놓고서, 류현진 박찬호만 끊임없이 나오길 기다리다니! 도둑 심보 아닌가. 시집이나 소설책 한 권 읽지 않으면서, 노벨문학상 작가를 기다리는 것과 뭐가 다르지? 뿌린 만큼 거두는 것 아닌가? ” 그래도, 최근에 들은 소식 하나로 궂은 심사를 달래봅니다. 화성 매향리 미군 사격장 자리에, 대규모 리틀야구장이 세워졌다지요. 시인
〔데일리안〕
4. 통신요금 개입하려는 정치권에 손들고 말 것인가
의료서비스에 대한 정치권과 정부의 개입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강제 건강보험제도를 낳았다. 그런데 최근 국정기획위원회가 통신요금을 통제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가계 지출에서 통신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자 이를 정치 이슈화해서 통신비 부담을 완화해주겠다는 공약이 대선 과정에서 나왔고, 이 공약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통신요금 통제가 현실의 문제가 된 것이다.
시장에서의 가격이 시장경쟁을 통한 기업가적 발견 과정에서 정보전달 수단으로서 얼마나 중요한 기능을 하는지는 미제스와 하이에크를 비롯한 오스트리아학파가 이미 잘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정치인들이 이렇게 아무 거리낌 없이 가격 결정에 개입하고, 또 대중이나 야당이 이에 대해 별로 반발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 대중과 정치권을 향한 설득 작업이 필요한 것 같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제기하려는 것은 시장 가격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데 대한 걱정이 아니라 정치와 법의 지배 문제다. 만약 선거에서 후보자가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통신비 가운데 기본요금을 철폐하겠다는 유형의 공약들을 경쟁적으로 내거는 것이 당선 확률을 높이는 유효한 전략이 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그런 공약을 내거는 것 자체를 불법화하는 선거법의 제정을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그런 선거법이 통과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정치라는 것을 이런 유형의 공약을 통해 시장에서의 분배결과를 다시 분배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은 것 같다. 사실 현재 정당의 이념 성향과 상관없이 특정 정당의 후보자가 이런 식의 공약을 내걸면 다른 정당의 후보자도 비슷한 공약을 내거는 경향이 있다. 이번 대선에서 강성노조에 대한 비판의 측면에서는 후보들 간 차별성이 있었지만, 소위 서민의 생계문제와 관련해서는, 예를 들어 통신비용 인하나 취약 계층의 부채 부담 완화 등에 대해서는 후보들 간에 차별성이 별로 없었다.
법의 지배를 잘 실천하는 사법부가 존재한다면 그런 공약을 무효화시키는 판결을 기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어떻게 그런 사법부를 가질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사실 대선 과정에서 이런 공약들이 제시될 때 이 공약으로 경제적 이득을 얻는 사람들이 부각되지만, 실제로 이를 실행하려고 할 때는 어김없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부상하고, 아울러 이런 가격 통제가 소비자들의 장기적 이익에도 반한다는 사실이 강조된다. 통신요금의 경우에는 통신사들이 그들이다.
통신요금 통제는 통신사들이 그들의 서비스에 대한 가격을 자신이 결정할 재산권을 침해한다. 그렇다면 통신사들이 그들의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가격 통제에 대해 사법부에 소송을 하고, 법원에서도 이들의 개별 재산권을 존중하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확고한 ‘법의 지배’ 원칙을 고수해주기만 한다면, 아마도 가격을 통제하려는 공약들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다.
그렇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실 따지고 보면 특정 이익집단의 이익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공공선택론의 결론이지만) 정부가 시장경제에 간섭할 수 있다는 논리가 엄연히 현행 헌법 속에도 들어 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통신사의 재산권 침해를 정당화하는 재판을 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사법부의 판사들이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이런 정부의 가격 통제를 정당화해주는 법률적 조항이 있기만 하다면 판사들이 정부의 가격 통제를 승인하는 판결을 내릴 공산이 높을 것이다.
이런 사법부의 ‘법의 지배’ 원칙을 지키려는 의지가 있는지 이전에 과연 이동통신사들이 법원에 정치권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배짱’이 있는지도 문제다. 통신사와 같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분야의 기업들은 다양한 규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정부와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런 정부의 가격 통제로 인해 손실을 입는 국내외 투자자의 경우에는 통신사와는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어쩌면 투자자 소송을 할 가능성은 있는 것 같다.
반복적으로 드러난 폐해에도 불구하고 가격 통제를 통해 손쉽게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는 정치권력의 태도도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자유의 대가는 끊임없는 불침번이라 했던가. 세상이 저절로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믿기에는 지금의 정치경제 시스템의 약점들이 너무 크다. 가격 통제에 대한 정치권력의 태도도 저절로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투자자 소송이든 아니면 그 무엇이든 어떤 ‘행동’이 없다면, 이 문제를 들여다보고 깊이 생각해보고자 하는 사람들도 없을 것이고, 따라서 가격 통제를 하려는 정치권력의 관습적 태도가 변화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프레시안〕
5. 최저임금, 왜 '을들의 전쟁'이 되나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지난 몇 년간 최저임금 인상은 근로빈곤 문제 해결과 소득 불평등 완화를 위한 정책 수단으로서 필요성이 커졌다. 특히 청년 등 주변부 노동의 문제가 부각되었고, 이들을 비롯하여 노동조합에 속하지 못한 많은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을 위한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경기 침체가 구조적으로 지속되면서도 체감 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함에도, 실질임금은 제자리에 머무르는 문제도 있다. 새 정부도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공약하였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처한 상황은 정부의 의지에 기대기에는 단순하지 않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중소상공인의 어려움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이해관계는 복잡하고 갈등은 첨예하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소상공인과 저임금 노동자, 청년이 서로의 노동의 가치를 두고 어느 쪽이 양보하는 문제인 것처럼 말하고는 한다.높아진 최저임금에 대한 관심과 최저임금 논의의 무게와 별개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의 논의는 여전히 고통스럽다. 어려운 경제적 여건 속에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상공인을 대표하여 회의장에 들어온 사용자 위원들의 가시 돋친 말을 듣다보면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들이 언제까지 대립하는 방식으로 논의해야 하는지 의문스럽다. 그들의 절실한 상황으로만 이해하기에는 논의가 생산적이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최저임금 수준이 과도하여 영세 사업주를 범법자로 내몬다고 하소연하고, 최저임금이 오르면 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심지어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 대다수는 중산층 가구에 속한다며 "저소득층 행세를 한다"거나 노동자 위원이 인용한 조사를 "조작된 데이터"라고 말하기까지 했다.특히 사용자 측에서는 매년 주장해오던 업종별로 차등을 두고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를 또다시 들고 나왔다. 올해 주장은 8개 세세분류 업종에 대해서 지불 능력이 떨어지므로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범법자'가 양산되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해당 업종이 지불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면, 거기서 일하는 사람의 최저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최저임금을 깎는 것이 답이 될 수 없다.
과잉 경쟁이나 임대료 및 본사 수수료 등 경영 상태를 악화시키는 다른 요인을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을 모색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자영업자들이 목소리를 온전히 낼 수 있는 창구가 없다보니 유일하게 논의에 참여 가능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용자 측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 중에서 누가 더 열악하고, 누가 더 불행한가를 두고 경쟁하는 방식으로 논의한다면,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더 불행한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서로 싸워야만 한다.
영세 자영업자와 저임금 노동자는 그동안 한국 경제에서 가장 고통 받고 있는 공동의 피해자이다. 청년들이 워킹푸어를 모면하고자 니트(NEET: Not currentlyengaged in Education, Employment orTraining) 상태가 되고, 니트 상태에서 벗어나더라도 워킹푸어가 되기 쉬운 것과 같이, 대체로 영세 자영업자와 저임금 노동자는 한국 사회의 근로빈곤층의 두 가지 존재 방식일 뿐이다. 지금 서 있는 위치가 다를 뿐, 겪고 있는 문제의 양상과 본질은 다르지 않다. 해고나 실직 상황 등의 상황에서, 고용 불안에 시달리면서, 노동시장에 어떻게든 남아있고자 할 때는 저임금 노동자가 된다. 만일 생계형 창업을 선택하면 영세 자영업자가 되는 것이다.
저임금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는 한국의 저소득과 장시간 노동 체제를 유지시키는 두 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6년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해보면, 자영업자 30%가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는다.기업이 고용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외면하고 구조 개혁이라는 미명으로 인력을 방출하면 생계형 자영업 창업으로 이어져서 과잉 경쟁을 유발한다. 치킨집이 전 세계 맥도날드 지점 수보다도 많은 상태나 한국 학생들의 진로는 치킨집으로 귀결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대기업은 저성장 시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골목 상권으로 '진출'한다.
이렇듯 기업은 책임을 방기하고 영세 자영업자와 저임금 노동자 모두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논의가 이들의 갈등으로 비쳐지는 상황이 더욱 서글픈 이유이다.최저임금은 우리 사회에서 일하는 사람의 삶에 대한 기준선을 정하는 문제이다. 특히 청년들에게는 자신의 노동이 평가받는 기준이자 대다수의 일터에 노동조합이 없는 현실에서 유일한 임금교섭 수단이다. 노동시장의 변화 속에서 미래 세대가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점이기도 하다. 이에 비해서 영세 자영업자가 겪는 문제는 업종, 지역, 규모에 따라 다양하다. 자영업자가 겪는 다양한 어려움이 최저임금 문제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것은 영세 자영업자가 다수 분포하는,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400만 명에게는 의미가 없다.
가맹점주에 대한 프랜차이즈 본사의 지배 구조 문제를 민주적으로 바꾸고, 상가 세입자와 건물주 사이의 관계를 평등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손님들의 지갑 두께를 두껍게 하는, 구매력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최저임금은 그런 방향으로 가는 시작이 되어야 한다.최저임금은 노동이 갖는 최소한의 기준 값이다. 건물 값보다 사람 값이 싼 나라, 기술 값보다 사람 값이 싼 나라에서, '일자리 절벽'의 공포가 이야기되는 시점에서 노동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저임금 문제는 자영업자들의 노동에도 밀착되고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
비록 사용자 위원들의 반대로 무산되었지만,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된 소상공인 지원 대책 건의안에서 그런 단초를 볼 수 있었다. 우리 사회의 많은 노동이 노동조합 밖에 있고, 심지어는 노동으로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와 저임금 노동자가 함께할 수 있도록 더욱 일상적이고 적극적인 연대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주요신문사설
〔경향신문〕
1. 평화를 위한 베를린 선언, 선언 넘어 실천 강령돼야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 베를린 쾨르버재단 연설을 통해 새 정부의 한반도 평화구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핵과 전쟁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 북한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추구,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새로운 한반도 신경제지도, 일관성 있는 비정치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 등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5대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반도 평화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서는 쉬운 일부터 해야 한다며 추석 이산상봉,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 행위 상호 중단 등을 제안했다. 남북정상회담도 공식 제안했다. 문재인판 ‘베를린 선언’인 셈이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구상은 새 정부의 한반도정책의 큰 방향과 원칙을 밝힌 점에서 무게를 갖는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한반도 정세가 엄중한 상황에서 북핵 문제의 최대 당사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천명한 것은 의미가 있다.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대해 분노와 실망감이 크지만, 그럴수록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대화가 절실하다. 위중한 정세를 고려하면 남북정상회담 제안이 시기상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은 핵문제 등 모든 한반도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자리다. 열 수만 있다면 언제든 여는 것이 맞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당사자이지만 동시에 그것을 종식시킬 수도 있는 결정권자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구상은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한반도 주변 정세를 고려할 때 자칫 비현실적인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북한 비핵화, 평화로운 한반도는 가만히 기다린다고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직접 당사국의 문 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북한은 물론 국제사회를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설득하고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구상이 빈말과 겉치레가 아니라면, 지속적이고 집요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문 대통령에 앞서 역대 대통령들도 독일에서 대북구상을 밝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은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져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꽃을 피웠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은 남북 대결로 귀결되었다. 구상을 실천하려는 적극적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은 대화를 포기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긴장이 높아질 때 가장 필요한 것이 대화다. 북한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평화를 회복하려는 굳은 의지와 열정이 있다면 북한이라는 문도 열릴 것이다. 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은 선언적 의미를 넘어 우리 모두의 실천 강령이 되어야 한다.
〔조선일보〕
2. 공대 교수들 "신고리는 국회서 전문가 참여 아래 결정을"
국내외 60개 대학 공대 교수 417명이 '탈(脫)원전 졸속 추진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냈다. 교수들은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백지화는) 국회 같은 공식 의사 결정 체계에서 전문가가 참여해 충분한 기간 논의한 후 정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현재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이 신고리 5·6호기 문제를 다룰 공론화위원회와 시민배심원단 구성·운영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국가 미래를 좌우할 원전 폐지 여부를 전문가를 배제하고 일반 시민 판단에 맡기는 것은 정부의 책임 회피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여론은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시민들 결정에 따라 원전을 폐지했다가 나중 그것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 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진작부터 '원전 제로'를 주장해왔다. 정부가 결론을 정해놓고 시민배심원단이라는 요식(要式) 절차를 거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10명 안팎이라는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 시민배심원단은 어떤 방식으로 대표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것인지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찬반 토론 과정의 설계 방식도 배심원단 판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신고리 5·6호기는 3년 9개월 심사를 거쳐 1조5000억원을 투입해 건설 중이고, 건설이 취소되면 보상비가 또 1조원 든다. 이것을 시민배심원의 51%가 찬성하면 백지화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90% 이상 찬성해야 되는 것인지는 또 누가 정하느냐는 것이다. 어떻게 해도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공과대 교수들이 제안한 것처럼, 국민 대표 기관인 국회에서 전문가들 의견을 충분히 듣고 여론 수렴도 폭넓게 한 후 결정한다면 절차 시비 같은 것은 생기지도 않을 것이다.
〔서울신문〕
3. 외국 나가고, 사망한 아동에게 지급된 양육수당
가정양육수당이 줄줄 새고 있다. 보육료 지원 정책의 일환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지 않는 0세부터 만 6세 아동에게 지급하는 양육수당이 최근 5년 동안 자격이 없는 해외 체류 아동이나 심지어 이미 사망한 아동에게 모두 974억원이나 잘못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해외에 장기 체류하는 아동에게 잘못 나간 양육수당 규모가 서울의 ‘강남 3구’에서 가장 많아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보건복지부가 국회 바른정당 홍철호(경기 김포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 5월까지 5년 5개월 동안 90일 이상 해외에 체류한 아동 16만 627명에게 총 973억 9300만원의 양육수당을 잘못 지급했다. 영유아보육법 제34조의 2 제3항에는 아동이 90일 이상 계속해서 해외에 머물면 양육수당 지원을 중단하게 돼 있다. 이중국적자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 장기체류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국민의 혈세가 허투루 쓰였다. 지난 5년간 사망한 아동 191명에게 지급한 양육수당도 7590만원이나 됐다.
급증하는 복지 수요로 재정이 부족한 마당에 이런 식으로 아까운 예산을 낭비해서야 되겠는가. 복지 담당 인력이 부족하니 일일이 인력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현실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로 나간 아동은 확인하기 어렵다 쳐도 사망한 아동에게 수당이 지급되는 게 말이나 되는가. 우리나라가 정보기술(IT) 강국으로서 행정전산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다는 게 헛말인가. 먼저 전산 시스템부터 손봐야 한다. 출입국 관리 자료를 집행 부서인 지방자치단체에서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도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부서 간 정보 공유의 벽이 높다면 홍 의원의 지적처럼 복지부는 법무부 출입국 정보 시스템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하루빨리 강구해야 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아동수당을 빠르면 내년부터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0세부터 만 5세 아동까지 매월 10만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하려면 연 2조 6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엄청난 돈이 또 들어간다. 아동수당을 신설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양육수당부터 새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검토 중인 아동수당과 양육수당 대상이 중복된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차제에 통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동아일보〕
4. 무디스의 경고…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달린 경제성적표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5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끌어내릴 수 있는 첫 번째 요인으로 구조개혁의 후퇴를 지목했다. 정부 재정 악화, 북핵 위험 고조와 함께 한국 경제의 3대 위험요소라는 것이다. 경제적 위험 요인이 가시화할 경우 현재 프랑스와 동급이고 일본보다 2단계 높은 한국의 신용등급(Aa2)을 내릴 수 있다는 경고다.
무디스가 주시하는 구조개혁의 첫째 대상은 노동시장이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생산성이 낮은 데다 신규 채용과 퇴출이 어려워 생산요소의 핵심인 노동력을 효과적으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고령화와 저출산 등 인구 문제, 고용 창출력이 높은 서비스업을 육성하지 못하는 현실도 한국 경제가 극복해야 할 구조개혁 대상이다. 이런 구조를 방치한 채로는 정부가 재정을 아무리 쏟아부어도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뿐,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희망이 있다면, 한국이 구조개혁에 속도를 낼 경우 국가신용등급이 지금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개혁을 통해 안정적이면서도 빠른 경제 성장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무디스의 전망이다. 구조개혁에 우리 경제의 성패가 달렸다는 얘기다.
과거 정부는 국가신용등급 상승을 정권의 치적으로 홍보했지만 등급 자체에 너무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무디스만 해도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10월 한국의 신용등급을 당시로서는 최고인 A1으로 유지하다가 불과 2개월 만에 6단계 낮은 투기등급(Ba1)으로 강등시킨 전력이 있다. 뒷북치는 경향이 있는 신용평가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법은 경제의 체질을 선제적으로 개혁하는 것이다. 노동 교육 금융 공공 등 분야별 개혁과 관련해 지난 정부에서 넘어온 과제가 산적해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이 정권과 상관없이 계속 추진할 과제와 개편할 과제를 선별하는 작업부터 시작하기 바란다.
〔중앙일보〕
5. 10년 뒤 성장률 0.4% … 저출산 막는 게 최고의 경기 대책
한국은행이 현재의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계속될 경우 10년 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어제 경고했다. 2000∼2015년 연평균 3.9%이던 경제성장률이 2016∼2025년 1.9%로 떨어지고 2026∼2035년에는 0.4%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추정이다. 고령화 속도가 워낙 가파른 데다 은퇴 뒤 사회안전망이 부족해 곧바로 소비가 위축되기 때문이다.
한은의 경고는 ‘추정’이라기보다는 ‘예정된 미래’에 가깝다. 정부가 지난 10여 년간 저출산을 막기 위해 102조원을 쏟아부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1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다. 내년이면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는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저출산·고령화는 먼 미래 국가 존망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당장 경기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됐다. 저출산 대책이 곧 경기 대책이라는 각오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더욱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특히 OECD 평균보다 훨씬 높은 육아 및 교육, 주거비 부담을 떨어뜨릴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한편으론 고령화 적응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부터 출산율을 높여도 그 효과는 20년 뒤에나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은은 정년을 연장하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면 성장률 둔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제안했다. 로봇·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술혁신으로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방법도 제시했다. 이런 정책을 통해 성장률 둔화 속도를 상당 폭 늦출 수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급한 건 컨트롤 타워다. 지금의 정책은 경기 대책 따로, 출산 대책 따로, 노후 대책 따로다. 긴급성과 우선순위가 잘 가려지지 않고 부처 이기주의가 판을 친다. 일본의 ‘1억 총활약상(장관)’처럼 인구부총리나 인구부 신설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때다.
〔매일신문〕
6. 학교 안전사고에 보험금 주기 싫다 소송 거는 건보공단
건강보험공단 구미지사가 지난해 경북의 중`고교에서 발생한 2건의 학생 사고와 관련, 치료비로 준 보험료를 돌려줄 것을 경북교육청에 요구하는 소송을 잇따라 냈다. 학생 안전을 책임진 교육청이 안전사고 예방 시설과 장비를 제대로 점검 않고 안전 교육을 않은 탓이라 판단해서다. 판결이야 나오겠지만 공단의 판단 기준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사고 발생이 과연 예측 가능하냐, 그렇지 않으냐이다. 지난해 2월 경북의 한 고교 복싱부 선수는 운동 중 팔꿈치에 맞아 코뼈가 부러졌고 공단은 100여만원을 부담했다. 같은 해 5월 경북의 한 중학교 야구부 선수는 공에 맞아 부상을 입었고 공단은 100여만원을 지급했다. 두 학생 모두 학교 내 활동으로 부상을 당한 사례였다.
공단은 두 사고 모두 예측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이를 막지 못한 교육청에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상황을 살펴보면 억지와 무리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복싱부 사고 경우, 교사가 주의 사항 공지 뒤 안전 장구의 착용까지 확인했다. 야구부 사고도 공을 던지는 연습 도중 갑작스러운 바람으로 눈에 모래가 들어가 공을 제대로 볼 수 없어 발생했다. 물론 사전 안전 교육과 준비운동도 마쳤다고 한다.
공단의 판단처럼 두 사고 모두 예측 가능했다면, 교사는 제자가 곧 사고를 당할 것을 알면서 보다 확실한 조치도 없이 체육 수업을 한 꼴이다. 과연 그랬을까. 또 체육 종목은 다른 교과와 달리 예측할 수 없는 돌발 상황이 많다. 이는 학생의 교내 안전사고에 대비해 교육부가 설립한 단체인 학교안전공제회의 연례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 2015년의 학교 안전사고 12만123건 가운데 체육 수업 때 일어난 사례만 3만6천708건, 전체의 30.5%로 가장 많았다.
이처럼 학교에서 되풀이되고 일상화된 안전사고 예방 교육에도 매년 10만 건 이상 사고가 나고 특히 체육 수업 시간이 가장 많다. 성장기 청소년은 기계가 아니다. 왕성한 신체 활동이 필요하다. 공단이 지금 같은 잣대를 들이대면 학교 현장에서의 체육 수업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차라리 아예 포기하는 것이 맞다. 공단은 무의미한 소송에 시간과 예산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매일경제〕
7. AI가 이끄는 4차 산업혁명 미래 보여준 매경실리콘밸리포럼
미국 샌프란시스코 남쪽의 실리콘밸리는 혁신의 심장으로 불린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세상을 바꾸고 있는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을 비롯한 글로벌 정보기술(IT) 최강자들이 집결해 있는 곳이다. 1930년대부터 지구촌의 기술 혁신을 이끌어온 실리콘밸리는 PC와 인터넷, 모바일 시대를 거쳐 이제는 인공지능(AI) 시대를 활짝 열어젖히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인재와 불확실한 미래에 모험을 거는 자본이 몰려들어 인류의 미래를 바꿔가고 있다. 바로 이곳에서 이 시대의 창조적 파괴를 주도하는 글로벌 리더와 한국의 기업인들이 모였다. 현지시간으로 5일과 6일에 열린 매경실리콘밸리포럼은 거대한 혁명의 물결을 현장에서 몸소 느끼며 새롭게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우리는 이곳에서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보았다. 갈수록 똑똑해지는 기계가 마침내 인류를 넘어서는 순간을 '싱귤래리티(특이점)'라고 정의한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지능의 미래를 제시했다. 또한 AI와 딥러닝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똑똑한 기계가 불러올 참으로 놀라운 창조와 파괴의 세계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AI가 이끌어갈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준비와 적응이 부족한 기업과 개인들에게는 엄청난 위험을 초래하지만 미래에 투자하며 혁신을 선도하는 이들에게는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큰 기회를 안겨줄 것이다. 2030년 AI가 창출할 부가가치는 중국과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을 합한 것보다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창출되는 부는 끊임없이 혁신하는 국가와 기업과 개인의 몫이 될 것이다.
매일경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대전략으로 '노바투스 코리아(Novatus Korea)'를 제안했다. 노바투스는 혁신과 변혁을 뜻한다. 개인과 기업, 도시와 국가는 끊임없는 혁신과 변화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이 불확실한 시대에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우리는 매경실리콘밸리포럼이 바로 그러한 시대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 젊은 기업가들은 이번 포럼을 통해 과연 무엇이 혁신의 심장을 뛰게 하는지에 관해 깊은 통찰을 얻었을 것이다. 그들이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틀을 깨는 상상력으로 과감한 투자에 나선다면 우리의 미래는 밝다.
〔세계일보〕
8. 남북 대화 ‘독창’만으론 평화 지킬 수 있겠나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독일 쾨르버재단 연설에서 “북한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지 않기를 바란다”면서도 “북핵문제와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포괄적 접근으로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겠다”고 역설했다. “언제 어디서든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도 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회담에서는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안 된다”며 “국제적으로 강한 대북제재와 압박을 높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결국 대화와 평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대화 언급과 평화협정, 남북정상회담 제안은 현재의 대북 압박 흐름과 엇박자가 난다. 출국 전 지시한 미사일 무력 시위와도 맥락이 이어지지 않는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의 운전석에 앉겠다는 입장을 관철했으니 실천하고자 하는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레드라인을 넘었다. 미국이 다시 군사옵션을 꺼내는 등 전례 없는 제재에 나서고 있다. 북핵·미사일 해결을 위한 대북 접근은 전략적이고 물샐 틈 없는 공조가 우선이어야 한다.
미국의 반응이 과열되면 한반도에 군사적 충돌을 가져올 수 있다. 문 대통령이 굳이 이 시점에 대화와 평화협정 등을 언급한 것도 북한의 반발을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대북 메시지가 공허하거나 헛돌아서는 의미가 없다. 김정은 위원장은 ICBM 도발 후 “미국에 선물 보따리를 자주 보내겠다”고 했다. 도발을 계속하겠다는 공개 협박이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6차 핵실험 가능성을 우려했다. 북한은 북핵 동결 입구로 들어가 비핵화 출구를 열자는 문재인정부 제안에는 관심을 보이지도 않는다.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외교안보를 자문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한·미 군사훈련 축소 또는 중단과 북한 핵동결과 바꾸자”고 했다. 이는 중국의 ‘쌍중단’과 궤를 같이한다. 집권당의 추미애 대표와 민주당 사드대책특위는 어제 “사드가 ICBM의 대책이 되지 않는다”고 엉뚱한 소리를 했다.
네빌 체임벌린 영국 전 총리는 1938년 뮌헨협정을 체결한 뒤 런던공항에서 “전쟁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얼마 뒤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는 2차대전을 시작했고 영국은 참혹한 전화에 휩쓸렸다. 체임벌린의 교훈은 평화에 대한 열망만으로 평화를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한겨레〕
9. 북핵 해결 위한 ‘한-중 협력 강화’ 바람직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한-중 정상회담이 6일 열렸다. 이번 회담은 두 정상의 첫 만남일뿐더러,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심각하고 북핵 문제를 둘러싼 이견도 표면화하는 상황에서 열려 특히 주목을 끌었다. ‘다자 회의 속 양자 회담’이라 외교적 상견례 정도로 끝날 법했는데도, 두 정상이 예정 시간을 훨씬 넘겨 1시간19분간 깊은 대화를 한 건 상황의 심각성을 반영한 지표일 것이다.
숱한 난제가 있음에도 두 정상이 북핵 해결을 위한 협력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건 바람직한 일이다. 이 발표가 단지 외교적 수사가 아닌,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한-중 협력을 강화하는 모멘텀으로 작용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두 정상은 한-중 사이의 최대 쟁점인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선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쪽은 “두 정상이 양국 간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이견이 있는 부분’이 사드를 뜻함은 물론이다. 사실 사드는 한국과 중국뿐 아니라 미국도 관련된 복잡한 사안이라, 한 번의 정상회담으로 쉽게 풀릴 일은 아니다.
두 정상이 사드 문제를 솔직하게 논의하고, 이 사안이 두 나라 관계를 악화시키는 걸림돌로 작용해선 안 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사드로 인한 두 나라 간 경제·문화·인적 교류의 위축을 우려한 건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중국이 한국 기업들에 대한 여러 형태의 제재를 어떻게 완화해갈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 더 중요한 현안은 한반도 위기의 핵심인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일 것이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북한이 아이시비엠(ICBM)급 사거리를 가진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북핵과 미사일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
모든 사안이 그렇지만 특히 북핵 문제에선 원칙적 입장 표명보다 구체적 행동에서 실질적으로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원할 뿐 아니라, 북한이 추가 핵실험 등을 자제하도록 압력을 넣는 게 필요할 것이다. 좋지 않은 외적 상황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치곤 두 나라의 신뢰를 쌓은 것 같아 다행스럽다.
〔한겨레〕
10. 중국, 북핵ㆍ미사일 제지 위해 더 능동적으로 간여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주요 20개국(G20) 회의가 열리는 독일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1시간여 이어진 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북핵ㆍ미사일 개발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문제였다. 양국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보유가 한중 양국은 물론 한반도 동북아 역내 안정과 평화에 위협이라는 인식을 같이 하고 근원적 해결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이 추가 도발을 못하도록 하는 한편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에 응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양국이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는데도 일치했다.
“남북 대화 복원 및 남북간 긴장완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자는 문 대통령의 주도적 노력을 지지하고 적극 협력해 가겠다”는 시 주석의 발언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한국의 중심 역할을 미국에 이어 중국에게서도 인정 받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사드 문제와 관련해서는 서로 “이견이 있는 부분”이라는 점을 확인하면서도 향후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기로 하고, 또 양국의 “신뢰 관계 회복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는 등 갈등을 해결해갈 토대를 다졌다고 평가할만하다.
눈여겨볼 대목은 문 대통령이 이날 회담에서 “지금까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평가하고 앞으로 중국이 더 많은 기여를 해줄 것을 요망한다”고 한 대목이다.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중국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도록 주문한 것이다. 중국은 북한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단적으로 엊그제 중러 정상회담 후 발표한 한반도 문제 관련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을 비난하면서도 북한의 핵ㆍ미사일 시험과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라는 ‘쌍중단’ 로드맵을 제시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이나 핵탄두 소형화를 진행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잊기라도 한 듯 자국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일언반구 없었다.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원유 공급 중단 같은 강력한 메시지가 될 카드가 있는데도 이의 활용을 주저하는 것은 북핵ㆍ미사일 개발을 방조하는 태도로 비칠 수도 있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 해법으로 제시한 쌍중단이나 비핵화ㆍ평화체제 동시 협상은 각론에서 이견이 있을지라도 기본 방향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기조와 다를 바 없다. 이런 구상이 구호에 머물지 않고 양국의 구체적 정책 협의로 진전되기 위해서라도 중국이 더 적극적으로 북한에 간여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때다.
주요신문칼럼
〔조선일보〕
1. [태평로] '이웃집 거실에서 자살하기'
2006년 7월 4일 북한은 모형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 7기를 동시다발로 발사했다. 이 중 2기는 미국 플로리다에서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이륙한 지 불과 몇 분 뒤 발사됐다. 미사일 7기는 당시 언론이 추정하던 북한 핵무기 보유량과 맞아떨어졌다. 북한은 디스커버리 이륙을 '발사 스위치'로 사용했다. 우주왕복선 발사를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이라고 가정하고 그에 대응하는 미사일 2기를 쏜 것이다.
북한이 보내는 메시지는 만일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한국과 일본이 즉각 보복 공격을 당할 것이란 협박이었다. 북한의 민감한 내부 정보를 다뤘던 고위급 탈북자들도 북한 핵미사일의 1차적 공격 목표가 서울과 도쿄라고 말하고 있다.북한은 '내일이 없는'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벼랑 끝 전술이다. 잃을 게 없는 자와 절대 싸우지 말라는 것은 전사(戰史)에 나오는 교훈이다. 북한은 이 교훈을 역으로 써먹는다. 북한은 핵무기를 터뜨리지 않고도 사실상 사용하는 중이다. 김씨 일가의 존립을 한국·일본의 안보와 억지로 묶는 듯한 계략을 병행하고 있다.
예일대 교수 폴 브래큰은 북한이 동북아라는 호화로운 거실에서 자기 머리에 총을 겨눈 채 방아쇠를 당기겠다고 위협하는 꼴이라고 했다. 진짜 방아쇠를 당기면 거실 전체가 엉망이 되기 때문에 상대방은 북한을 거칠게 다루지 못하고 뒤로 물러서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웃집 거실에서 자살하기'라고 했다.북한은 초불확실성 시대를 활용하고 있다. 핵무장은 김정은에게 집안과 체제를 존속시키는 유일한 동아줄이다. 체제 존속을 보장할 테니 핵무장을 포기하라는 것은 생명을 보존해줄 테니 심장을 꺼내달라는 제안처럼 들릴 것이다.
가까운 장래에 우리 정부가 '주도권'을 갖고 북한을 협상탁(協商卓)에 앉힐 수 있을까. 오히려 북한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우리가 정의의 보검(핵무기)을 절대로 내려놓지 않으리라는 것쯤은 알고 덤벼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조롱한다. 북한은 자신을 범에 비유하고 대화를 제안하는 한국 정부를 하룻강아지라고 비웃은 적도 있다.
북한은 곧 6차 핵실험을 할 공산이 크다. 북한은 벼랑 끝 전술을 쓰고 핵 협박을 일삼고 있지만 한국과 미국은 '레드 라인'을 넘지 말라는 모호한 말만 거듭하고 있을 뿐 단 한 번도 평양을 향해 진지한 최후통첩을 한 적이 없다. 북한의 핵무장은 한·미가 가진 결정권을 약화시킨다. 한국은 북한 도발에 대한 응징 규모를 함부로 결정하지 못할 것이다. 핵무기는 피도 눈물도 없는 방식으로 다뤄지고 있다. 동맹 관계도 민족도 핵 방아쇠를 쥔 자의 생존을 위해서는 하찮은 개념이다.
현재 핵보유국은 9국이다. GDP가 1조달러를 넘는 주요 핵보유국이든, 이스라엘·파키스탄·북한 같은 차하위 핵보유국이든 스스로 핵을 반납하고 비핵 선언을 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핵무기는 길을 잘못 들어선 것처럼 얼른 깨닫고 빠져나올 문제가 아니다.핵무기 없는 세상이 가능할 것처럼 앞장서온 미국의 고립주의도, 전략적 인내도, 봉쇄 정책도 실패했다. 미국의 전략은 상대편이 포기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가할 수 있는지 실험 결과를 채집하는 괴상한 대학원생 논문 같다.
유약한 한국 보수 지도자도, 천진난만한 한국 진보 정권도 내 생명을 100% 지켜줄 것 같지 않다. 그래서 결국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스스로 묻게 된다. 양욱 군사 전문가는 "핵무기는 오로지 핵무기로만 만류할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은 지난 70년 동안 핵무기 역사가 보여준 경험칙이다. 나는 한국도 핵무장을 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 믿는다.
어떤 한국 정치인이 핵무장만이 해결책이라는 주장을 담아 국민 지지 서명을 받는다면 기꺼이 내 이름을 올릴 것이다. 민간 차원에서 '핵무장에 관한 전략·정치 연구소'를 만들고 기부금을 받는다면 돈을 낼 것이다. 핵무기가 필요 없고 인내와 대화로 적을 설득할 수 있다는 낙관적 믿음은 잔인한 현실 앞에 무참히 깨지고 있다.
〔서울경제〕
2. [여명] 인간의 모순@AI의 정반합.future
# 한 상인이 창을 들고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곤 방패를 들고 “어떤 창도 막아낼 수 있다”고 자랑했다. 누군가 “어떤 방패도 뚫는 창으로 어떤 창도 막는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상인은 줄행랑을 쳤다.
# 한 연구자가 위조지폐를 잘 만드는 ‘제조자’ 인공지능(AI)과 어떤 위조지폐든 찾는 ‘감별사’ AI를 만들었다. 그리고 제조자가 만든 위조지폐를 감별사가 찾도록 했다. 감별사는 제조자가 만든 위조지폐를 찾아냈다. 제조사는 보완해 다시 만들었다. 이 과정을 수만 번 반복한 끝에 진짜에 가까운 가짜가 탄생했다.
앞 얘기는 우리가 잘 아는 ‘인간의 모순’이다. 두 번째는 지난 2014년 이안 굿펠로 구글 브레인 연구자가 만든 ‘대립적 생성 네트워크(GAN)’다. AI는 진짜와 가짜의 정반합 변증법을 통해 ‘완벽한 가짜’라는 ‘세상에 없는 새로운 진짜’를 만들었다. 지금의 GAN은 가상인물의 초상화를 그리고 한 줄을 멋진 그림으로 바꿔준다. 또 남자는 여자로 구두는 가방으로 바꿔서 그릴 수도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AI는 정해진 답만 찾을 뿐, 정답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이제 더 이상 사실이 아니다.
미래는 ‘마법 세상’처럼 느껴진다. 과학의 발전이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기술로 세상을 바꿔놓기 때문이다. 특히 AI의 발전속도는 ‘18개월마다 반도체 성능이 2배씩 좋아진다’는 무어의 법칙보다 빠르다. 2배씩 늘어나는 ‘승수’의 속도는 신문지로 달에 가는 것과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신문지 두께는 1㎜, 지구와 달의 거리는 38만㎞다. 격차가 아주 크다. 그러나 신문지를 단지 45번만 접으면 그 두께가 3,518만km나 된다. 승수의 발전은 슈퍼컴퓨터에도 적용된다. 1964년 1초에 100만번 계산했지만 50년 후엔 338억배 빨라진 3경3,860조번을 계산한다.
기술의 변화는 천천히 진행되는 듯하지만 어느 순간 확 바뀌는 ‘양질전환’의 과정을 거친다. 마치 1도나 99도나 같은 물이었지만 1도가 높아져 100도가 되면 액체에서 기체로 성질이 바뀌는 식이다. 정보기술(IT)은 PC에서 스마트폰·AI로 점프를 했고, AI도 2번의 암흑기를 거쳐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AI는 1940년대 첫 논의가 시작됐다. 1956년 개념이 세워졌고 1960년대까지 투자가 집중됐다. 그러나 1970년대 컴퓨터 성능이 못 따라와 암흑기를 맞았다. 그러다 1980년대 기술개발로 주목을 받다가 1990년대 “쓸모없다”는 인식 때문에 다시 암흑기를 겪었다. 반도체 발전과 함께 탄력이 붙었고 1997년 IBM 딥 블루가 체스챔피언을 눌렀다. 2000년대 딥 러닝 등이 등장했고 2011년 IBM왓슨이 퀴즈쇼에서, 2016년 알파고가 바둑에서 인간을 이겼다. 그리고 2014년 정반합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창조하는 GAN이 등장했다.
AI가 세상을 변화의 격동 속으로 몰아넣고 스마트폰보다 더 큰 변화의 쓰나미를 몰고 올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인텔·시스코·델에서 구글·애플·아마존·페이스북으로 넘어간 IT 혁명의 주도권도 AI 플랫폼 기업들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일부 미래학자들은 AI가 지각·인식·지식·추론 능력으로 학습하고 진화하다가 결국 강한 인공지능인 ‘마키나 사피엔스’가 될 것을 우려한다. 고대 그리스 연극에 등장하는 ‘기계장치를 통해온 신’이라는 의미로 ‘AI 신인류’를 지칭한다.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간이 AI처럼 정반합의 자기부정을 통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진화해 나간다면 AI가 인간을 앞서는 ‘특이점’이 오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변화의 시대에 어제의 논리로 대응하면 도태된다. 달걀은 깨지기 않기 위해 껍질에 싸여 있지만 병아리가 되기 위해선 깨고 나와야 한다. AI도 자기부정·자기소멸의 정반합으로 인간을 쫓아오고 있다. 무섭게 진화하는 AI가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다.
〔아시아경제〕
3. [윤제림의 행인일기 50]야구장에서
목동야구장에 왔습니다. 장맛비 속에 우산을 쓰고 왔습니다. 고교야구선수권대회첫날 마지막 경기입니다. 개막전부터 구미가 당겼지만, 굳이 이 게임을 골랐습니다. 동산고와 공주고의 시합입니다. 첫판부터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난, 이 두 학교의 대결이 더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동산’은 이 대회의 전설입니다. 1950년대에 내리 3연패를 해서 우승기를 영구보관하고 있는 학교입니다. 운보(雲甫) 김기창(金基昶) 화백이 그렸다는 ‘푸른 용’ 이 살아서 꿈틀거리는 깃발이지요. ‘공주’ 역시 이 대회 우승 경력을 비롯해서 빛나는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입니다. 긴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문답 하나로 충분합니다. “누가 나온 학교인가?” ‘류현진’과 ‘박찬호’. ‘메이저 리거’를 낳고 키운 학교지요. 오늘 경기는 현진학교와 찬호학교의 싸움입니다. 눈에 띄는 선수가 많을 것입니다. 투수만 보려는 것은 물론 아니지요. 한국야구를 넘어 ‘빅 리그’의 미래를 움직일 꿈나무들을 보고 싶은 것입니다.
당연히 설렘과 기대를 안고 왔습니다. 저 같은 생각으로 모인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 여겼습니다. 외야는 몰라도 내야는 제법 시끌벅적하리라 예상했습니다. 수천까지는 아니어도, 수백의 시선이 ‘일구(一球) 일구’에 환호하리라 짐작했습니다. 순정어린 박수갈채가 쏟아지는 정경을 떠올렸습니다. 한해, 800만 관중을 헤아리는 야구리그가 있는 나라니까요. 그런 나라의 대표적인 고교야구대회니까요. 올해 대회가 70년 역사상 제일 큰 규모라니까요. 주최 신문사가, 참가고교 동문들의 성원을 촉구하는 사고(社告)도 여러 번 냈으니까요. ‘고교야구가 살아야 한국야구가 산’다는 목소리도 어제 오늘의 것이 아니니까요.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제가 그린 장면들은 프로야구 중계 화면의 잔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면, 삼사십년 전 동대문야구장의 기억이었던 모양입니다. 운동장과 함께 사라진 추억의 풍경인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이웃나라 야구제전에서 부럽게 바라보았던 모습을 여기서도 보고 싶었던 게지요. 수만 명의 관중이 구름처럼 모여드는 고교야구대회. 본선에 오르기만 해도, 평생 영광으로 여기는 대회. 모든 경기가 전국에 중계되고, 게임마다 뉴스와 화제가 만발하는 대회. 모델이 야구공 하나를 들고, 운동장 한가운데 서 있는 것만으로도 CF 한편이 되는 대회. ‘고시엔(甲子園)’대회.
그러나, 오늘 여기 모인 관중 숫자는 셀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누군지도 알겠습니다. 선수들 어머니 아버지입니다. 지금, 있는 힘을 다해 소리를 지르는 남자는 ‘동산’ 투수의 아버지입니다. 방금 안타를 치고 나간 선수를 향해, 일어나 춤추는 여인은 ‘공주’의 간판타자 어머니입니다. 갑자기, 선수들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저는 불청객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선수들 이름을 잘 모르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옆 사람이 누군지, 뒷사람이 누군지 저만 모릅니다. 숙소 위치도 모르고, 선생님 이름도 모릅니다. 모두가 저에 대해 궁금해 할 것 같습니다. “저 사람은 누구지? 이 빗속에. 그것도 혼자서.”
저는 동대문야구장 시절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 때 이후로 고교야구 관람은 처음입니다. 고교야구는 아직도, 동창회와 향우회 현수막 아래 북과 꽹과리 소리가 시끄러울 줄 알았습니다. 교복차림의 후배들과 나이를 잊은 졸업생들이, 함께 교가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는 그라운드로 알았습니다.아뿔싸! 질금거리던 비가 폭우로 돌변합니다.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킵니다. 쉽게 잦아들 비가 아닙니다. 숫제 퍼붓는 수준인데다 강풍까지 합세해서, 운동장 전체가 삽시에 물바다가 됩니다. 결국, 2회를 넘기지 못하고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됩니다. 내일 아침 아홉시에 속개(續開)된다고 합니다.
혼자 돌아 나오려니 쓸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내 씁쓸해졌습니다. 주제넘게 한국 야구의 미래까지 걱정했습니다. 전문가들 앞이었다면, 물정모르는 발상에 낭만적 몽상이라고 면박이나 받을 까탈들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이 대회를 돔 구장에서 열 수는 없나.’ ‘일본 H구단은 고교야구를 위해 고시엔구장을 흔쾌히 내준다는데.’
홈구장을 고등학생들에게 내어주기 위해 H구단은, 열흘간 원정 스케줄을 짜거나 인근의 다른 구장을 이용한다지요. 세상 모든 일의 값어치는 그것과 관련된 이들의 마음씀씀이에 따라 매겨집니다. 그러한 배려와 대접이 주인공들의 행동을 변화시킵니다. 미래를 달라지게 합니다.제 원망의 대상은 그들만이 아니었습니다. “스탠드는 텅텅 비워놓고서, 류현진 박찬호만 끊임없이 나오길 기다리다니! 도둑 심보 아닌가. 시집이나 소설책 한 권 읽지 않으면서, 노벨문학상 작가를 기다리는 것과 뭐가 다르지? 뿌린 만큼 거두는 것 아닌가? ” 그래도, 최근에 들은 소식 하나로 궂은 심사를 달래봅니다. 화성 매향리 미군 사격장 자리에, 대규모 리틀야구장이 세워졌다지요. 시인
〔데일리안〕
4. 통신요금 개입하려는 정치권에 손들고 말 것인가
의료서비스에 대한 정치권과 정부의 개입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강제 건강보험제도를 낳았다. 그런데 최근 국정기획위원회가 통신요금을 통제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가계 지출에서 통신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자 이를 정치 이슈화해서 통신비 부담을 완화해주겠다는 공약이 대선 과정에서 나왔고, 이 공약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통신요금 통제가 현실의 문제가 된 것이다.
시장에서의 가격이 시장경쟁을 통한 기업가적 발견 과정에서 정보전달 수단으로서 얼마나 중요한 기능을 하는지는 미제스와 하이에크를 비롯한 오스트리아학파가 이미 잘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정치인들이 이렇게 아무 거리낌 없이 가격 결정에 개입하고, 또 대중이나 야당이 이에 대해 별로 반발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 대중과 정치권을 향한 설득 작업이 필요한 것 같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제기하려는 것은 시장 가격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데 대한 걱정이 아니라 정치와 법의 지배 문제다. 만약 선거에서 후보자가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통신비 가운데 기본요금을 철폐하겠다는 유형의 공약들을 경쟁적으로 내거는 것이 당선 확률을 높이는 유효한 전략이 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그런 공약을 내거는 것 자체를 불법화하는 선거법의 제정을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그런 선거법이 통과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정치라는 것을 이런 유형의 공약을 통해 시장에서의 분배결과를 다시 분배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은 것 같다. 사실 현재 정당의 이념 성향과 상관없이 특정 정당의 후보자가 이런 식의 공약을 내걸면 다른 정당의 후보자도 비슷한 공약을 내거는 경향이 있다. 이번 대선에서 강성노조에 대한 비판의 측면에서는 후보들 간 차별성이 있었지만, 소위 서민의 생계문제와 관련해서는, 예를 들어 통신비용 인하나 취약 계층의 부채 부담 완화 등에 대해서는 후보들 간에 차별성이 별로 없었다.
법의 지배를 잘 실천하는 사법부가 존재한다면 그런 공약을 무효화시키는 판결을 기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어떻게 그런 사법부를 가질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사실 대선 과정에서 이런 공약들이 제시될 때 이 공약으로 경제적 이득을 얻는 사람들이 부각되지만, 실제로 이를 실행하려고 할 때는 어김없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부상하고, 아울러 이런 가격 통제가 소비자들의 장기적 이익에도 반한다는 사실이 강조된다. 통신요금의 경우에는 통신사들이 그들이다.
통신요금 통제는 통신사들이 그들의 서비스에 대한 가격을 자신이 결정할 재산권을 침해한다. 그렇다면 통신사들이 그들의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가격 통제에 대해 사법부에 소송을 하고, 법원에서도 이들의 개별 재산권을 존중하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확고한 ‘법의 지배’ 원칙을 고수해주기만 한다면, 아마도 가격을 통제하려는 공약들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다.
그렇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실 따지고 보면 특정 이익집단의 이익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공공선택론의 결론이지만) 정부가 시장경제에 간섭할 수 있다는 논리가 엄연히 현행 헌법 속에도 들어 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통신사의 재산권 침해를 정당화하는 재판을 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사법부의 판사들이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이런 정부의 가격 통제를 정당화해주는 법률적 조항이 있기만 하다면 판사들이 정부의 가격 통제를 승인하는 판결을 내릴 공산이 높을 것이다.
이런 사법부의 ‘법의 지배’ 원칙을 지키려는 의지가 있는지 이전에 과연 이동통신사들이 법원에 정치권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배짱’이 있는지도 문제다. 통신사와 같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분야의 기업들은 다양한 규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정부와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런 정부의 가격 통제로 인해 손실을 입는 국내외 투자자의 경우에는 통신사와는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어쩌면 투자자 소송을 할 가능성은 있는 것 같다.
반복적으로 드러난 폐해에도 불구하고 가격 통제를 통해 손쉽게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는 정치권력의 태도도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자유의 대가는 끊임없는 불침번이라 했던가. 세상이 저절로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믿기에는 지금의 정치경제 시스템의 약점들이 너무 크다. 가격 통제에 대한 정치권력의 태도도 저절로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투자자 소송이든 아니면 그 무엇이든 어떤 ‘행동’이 없다면, 이 문제를 들여다보고 깊이 생각해보고자 하는 사람들도 없을 것이고, 따라서 가격 통제를 하려는 정치권력의 관습적 태도가 변화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프레시안〕
5. 최저임금, 왜 '을들의 전쟁'이 되나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지난 몇 년간 최저임금 인상은 근로빈곤 문제 해결과 소득 불평등 완화를 위한 정책 수단으로서 필요성이 커졌다. 특히 청년 등 주변부 노동의 문제가 부각되었고, 이들을 비롯하여 노동조합에 속하지 못한 많은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을 위한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경기 침체가 구조적으로 지속되면서도 체감 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함에도, 실질임금은 제자리에 머무르는 문제도 있다. 새 정부도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공약하였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처한 상황은 정부의 의지에 기대기에는 단순하지 않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중소상공인의 어려움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이해관계는 복잡하고 갈등은 첨예하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소상공인과 저임금 노동자, 청년이 서로의 노동의 가치를 두고 어느 쪽이 양보하는 문제인 것처럼 말하고는 한다.높아진 최저임금에 대한 관심과 최저임금 논의의 무게와 별개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의 논의는 여전히 고통스럽다. 어려운 경제적 여건 속에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상공인을 대표하여 회의장에 들어온 사용자 위원들의 가시 돋친 말을 듣다보면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들이 언제까지 대립하는 방식으로 논의해야 하는지 의문스럽다. 그들의 절실한 상황으로만 이해하기에는 논의가 생산적이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최저임금 수준이 과도하여 영세 사업주를 범법자로 내몬다고 하소연하고, 최저임금이 오르면 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심지어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 대다수는 중산층 가구에 속한다며 "저소득층 행세를 한다"거나 노동자 위원이 인용한 조사를 "조작된 데이터"라고 말하기까지 했다.특히 사용자 측에서는 매년 주장해오던 업종별로 차등을 두고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를 또다시 들고 나왔다. 올해 주장은 8개 세세분류 업종에 대해서 지불 능력이 떨어지므로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범법자'가 양산되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해당 업종이 지불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면, 거기서 일하는 사람의 최저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최저임금을 깎는 것이 답이 될 수 없다.
과잉 경쟁이나 임대료 및 본사 수수료 등 경영 상태를 악화시키는 다른 요인을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을 모색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자영업자들이 목소리를 온전히 낼 수 있는 창구가 없다보니 유일하게 논의에 참여 가능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용자 측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 중에서 누가 더 열악하고, 누가 더 불행한가를 두고 경쟁하는 방식으로 논의한다면,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더 불행한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서로 싸워야만 한다.
영세 자영업자와 저임금 노동자는 그동안 한국 경제에서 가장 고통 받고 있는 공동의 피해자이다. 청년들이 워킹푸어를 모면하고자 니트(NEET: Not currentlyengaged in Education, Employment orTraining) 상태가 되고, 니트 상태에서 벗어나더라도 워킹푸어가 되기 쉬운 것과 같이, 대체로 영세 자영업자와 저임금 노동자는 한국 사회의 근로빈곤층의 두 가지 존재 방식일 뿐이다. 지금 서 있는 위치가 다를 뿐, 겪고 있는 문제의 양상과 본질은 다르지 않다. 해고나 실직 상황 등의 상황에서, 고용 불안에 시달리면서, 노동시장에 어떻게든 남아있고자 할 때는 저임금 노동자가 된다. 만일 생계형 창업을 선택하면 영세 자영업자가 되는 것이다.
저임금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는 한국의 저소득과 장시간 노동 체제를 유지시키는 두 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6년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해보면, 자영업자 30%가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는다.기업이 고용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외면하고 구조 개혁이라는 미명으로 인력을 방출하면 생계형 자영업 창업으로 이어져서 과잉 경쟁을 유발한다. 치킨집이 전 세계 맥도날드 지점 수보다도 많은 상태나 한국 학생들의 진로는 치킨집으로 귀결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대기업은 저성장 시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골목 상권으로 '진출'한다.
이렇듯 기업은 책임을 방기하고 영세 자영업자와 저임금 노동자 모두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논의가 이들의 갈등으로 비쳐지는 상황이 더욱 서글픈 이유이다.최저임금은 우리 사회에서 일하는 사람의 삶에 대한 기준선을 정하는 문제이다. 특히 청년들에게는 자신의 노동이 평가받는 기준이자 대다수의 일터에 노동조합이 없는 현실에서 유일한 임금교섭 수단이다. 노동시장의 변화 속에서 미래 세대가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점이기도 하다. 이에 비해서 영세 자영업자가 겪는 문제는 업종, 지역, 규모에 따라 다양하다. 자영업자가 겪는 다양한 어려움이 최저임금 문제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것은 영세 자영업자가 다수 분포하는,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400만 명에게는 의미가 없다.
가맹점주에 대한 프랜차이즈 본사의 지배 구조 문제를 민주적으로 바꾸고, 상가 세입자와 건물주 사이의 관계를 평등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손님들의 지갑 두께를 두껍게 하는, 구매력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최저임금은 그런 방향으로 가는 시작이 되어야 한다.최저임금은 노동이 갖는 최소한의 기준 값이다. 건물 값보다 사람 값이 싼 나라, 기술 값보다 사람 값이 싼 나라에서, '일자리 절벽'의 공포가 이야기되는 시점에서 노동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저임금 문제는 자영업자들의 노동에도 밀착되고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
비록 사용자 위원들의 반대로 무산되었지만,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된 소상공인 지원 대책 건의안에서 그런 단초를 볼 수 있었다. 우리 사회의 많은 노동이 노동조합 밖에 있고, 심지어는 노동으로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와 저임금 노동자가 함께할 수 있도록 더욱 일상적이고 적극적인 연대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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