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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이데일리〕
1. 위안부 재협상, 10억엔 기금부터 돌려줘라
문재인 정부 들어 전임 박근혜 정부 당시 이뤄진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재협상을 내세우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있어서는 겉도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7일 G20 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나 취임 후 처음 가진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에 대해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재협상 방침을 언급한 반면 아베 총리는 기존 합의의 이행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견해 차이만 확인한 셈이다.
북한 핵·미사일 제재방안에 있어 일본과의 공조 대응이 중요하기 때문에 위안부 재협상 문제를 본격 거론하기 어려운 측면을 충분히 이해한다. 이날 양국 정상회담에서도 그동안 끊어졌던 셔틀외교를 재개한다는 정도로만 합의가 이뤄졌을 뿐이다. 위안부 문제가 한·일 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는 원칙적인 입장이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이런 식이라면 결국 말의 공방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아무런 성과도 없이 변죽만 울리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주목되는 것은 외교부와 여성부의 후속 조치다. 새 정부에서 임명된 강경화 외교부장관이나 정현백 여성가족부장관이 위안부 재협상 문제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의 경우 조만간 민간 전문가들로 위안부 합의 검증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그동안의 합의·이행과정 전반에 걸쳐 점검 작업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정 장관도 지난 주 취임사에서 “위안부 문제에 진솔하고 용기 있는 자세로 대응하자”며 일본 정부의 출연금으로 운영 중안 화해치유재단 사업의 재검토 방침을 천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위안부 합의가 잘못됐다면 우선 일본 정부로부터 받은 10억엔의 화해치유재단 기금을 되돌려주는 것이 먼저다. 기금을 받아 피해자 지원사업을 벌이면서 합의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딘지 옹색하다. 더구나 일본 정치 지도자들 사이에 위안부 관련 망언이 이어지는 마당이다. 대신 정부 재정에서 그 돈을 지출하든지, 아니면 국민 모금으로 충당하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민족적 자존심을 찾아야 할 것이다.
〔서울신문〕
2. 中, ‘오불관언’ 태도 버리고 북핵 공조 동참하라
어제 막을 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북핵 대응에 관한 한 동북아 주변국의 견해차가 더 분명하고 노골화됐음을 뚜렷하게 보여 준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에 반대하며 한목소리로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철회를 주장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사드 배치의 뜻을 접으라고 요구했다. 그동안의 완곡한 어법마저 내버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아베 일본 총리가 연쇄 회담을 통해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다짐하며 주변국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는 동안 시 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를 아랑곳 않고 사드 배치 반대만을 외치며 의기투합한 것이다.
G20 정상들이 그제 채택한 공동성명에 북핵의 ‘핵’ 자도 담지 못한 것은 최근 유엔 안보리의 북한 규탄성명 채택 무산과 함께 동북아를 중심으로 신냉전 질서가 새롭게 펼쳐지고 있는 현실을 상징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정상회의가 임박한 시점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으나 G20 정상들은 다자논의의 총합이라 할 공동성명에 이를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았다. 한·미 정상의 다각적인 노력에도 중? 러의 반대에 막혀 북을 한마디도 꾸짖지 못했다.
“G20 정상회의가 세계에 안정을 가져다주기는커녕 오히려 불안감만 부추겼다”는 지적은 비단 영국 일간지 가디언만의 통찰이 아니라고 본다. 이번 G20 정상회의는 북핵에 대한 국제사회의 질서정연한 대응이 더이상 여의치 않은 상황에 봉착했음을 드러낸 장이 됐다. 가디언의 지적처럼 “트럼프와 시진핑, 푸틴, 메르켈이 북한 문제에 어떻게 합의해야 할지 모르거나, 할 수 없는 현실”에 다다른 것이다. 북핵을 둘러싼 동북아의 역학은 이제 강 대 강의 대치 국면을 당분간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북한의 추가 도발과, 이를 ‘레드라인’을 넘어선 것으로 간주할 미국의 대응이다. 군사적 옵션에 여전히 신중한 미 행정부지만 북의 도발이 지속된다고 보면 그들의 인내도 언제 한계에 다다를지 점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중국에 거듭 촉구한다. 평화적 북핵 해결의 첫 단추는 북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이며, 이를 압박할 비군사적 수단을 총동원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 핵 탑재 ICBM완성으로 북이 통제 불능의 ‘게임체인저’ 지위를 확보하면 동북아의 평화는 물론 중국의 안위도 장담하기 어려운 국면에 놓이게 된다. 북한에 대해 ‘혈맹’ 운운하며 미국의 패권주의만 경계할 것이 아니라 당장 코앞의 화약고부터 불붙지 않도록 나서야 한다. 원유공급 중단, 교역 중단 등 아직 중국은 북한을 억지할 힘을 갖고 있다. 때를 놓쳐 이 유용한 카드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오불관언’(吾不關焉·그 일에 상관하지 아니함)식 태도를 버리기 바란다.
〔조선일보〕
3. 文 대통령, 송영무·조대엽 임명 강행 再考하길
오늘내일이 문재인 정부와 야권의 관계를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전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再)송부를 요청하면서 그 시한을 10일로 정했다. 만약 오늘까지 국회가 보내지 않으면 문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해도 법적 문제는 없다. 11일쯤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얘기가 청와대와 여권에서 나온다.
문 대통령이 그런 방침을 갖고 있다면 재고(再考)해야 한다. 두 사람을 장관으로 만들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대가로 국정의 많은 부분을 잃을 수 있다. 지금 야당들은 두 사람만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송 후보는 국방장관 후보자로서 방위산업체와의 유착 관계를 의심받았다. 방산업체를 대변하는 로펌으로부터 한 달에 3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방산 비리 척결을 요구하는 국민 입장에서 볼 때 꼭 송 후보자를 임명해야만 하는 이유가 뭔지 이해하기 어렵다.
조대엽 후보자는 음주운전 경력 외에도 자신이 사외이사로 경영에 관여한 회사가 임금 체불 등 근로기준법을 여러 차례 어긴 것으로 밝혀졌다.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노동 관련 법률을 위반했다면 장관으로서 어떤 리더십을 갖고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청와대·여당은 과거 야당 시절 이런 하자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했는가.
문재인 정부는 '여론만 보고 간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러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을 그대로 임명해야 한다는 의견보다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다. '그대로 임명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20%밖에 안 된다는 조사도 나왔다. 대통령 지지율이 80% 안팎인 상황에서 이런 정도라면 국민들도 장관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임명을 강행한다면 국회가 전면 중단될 가능성이 높고 그 책임은 문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당장 추가경정예산안이나 정부조직법 심의가 뒤로 밀리고 다른 장관 후보 청문회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무회의는 언제 제 모습을 갖출지 기약할 수 없게 된다.
오늘로 문재인 정부 출범 두 달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때만 해도 협치(協治)를 강조하고 야당들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그 말과 반대로 한 경우가 더 많았다. 이번에 두 사람 임명을 강행하면 협치라는 말의 껍데기조차 사라질 것이다.
〔동아일보〕
4. 최저임금 1만 원 강행에 협상장 떠난 소상공인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석 중이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표 위원 5명이 남은 회의에 불참하기로 했다. 주유소 PC방 미용실 등 규모가 영세한 업종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지급안이 지난주 회의에서 부결되자 보이콧을 선언한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안과 관련해 노동계(1만 원)와 경영계(6625원)의 격차가 3375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임금 인상에 따른 타격이 가장 큰 업종 대표가 빠진 셈이다. 위원회는 당초 15일 최저임금을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중소 상인이 빠진 상태에서 일정을 강행한다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1인 가구 근로자의 표준생계비가 월 215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현행 월 135만 원꼴인 최저임금만으로는 기본적인 생활을 하기에도 벅찬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3년에 걸쳐 15.7%씩 올려 2020년에 1만 원을 맞추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도 달성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도 홈페이지를 통해 “최저임금위를 통해 결정되는 구조라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을 정도다. 3년에 나눠 하기도 힘든 임금 인상을 단번에 하겠다는 노동계의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당장 정규직이 되기 힘든 소득 하위계층에게는 그나마 있던 단기 일자리마저 줄어드는 나쁜 소식이 될 수 있다. 이미 햄버거 가게에는 무인주문 시스템이 등장하고 셀프 주유소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미주리주는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죽이고 있다는 이유로 시급 10달러였던 임금을 7.7달러로 내리기로 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표가 빠진다고 해도 정부 노동계 대기업 측 위원 중심으로 최저임금 안건을 처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핵심 당사자가 빠진 의결이 전체 경제를 고려한 사회적 합의라고 보기는 어렵다.
〔중앙일보〕
5. 추미애, 국민의당에 사과하고 복귀 설득하라
국회가 올스톱한 지 닷새째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국민의당의 ‘문준용씨 특혜의혹 증거 조작’ 사건과 관련해 연일 강경 발언을 이어가는 데 격분한 국민의당이 야당들의 국회 보이콧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심사와 정부조직법 개정, 인사청문 일정 등 문재인 정부의 시급한 현안들이 모조리 발이 묶였다.
그러나 추 대표는 자신의 사과를 요구하는 국민의당에 대해 “대선 조작 게이트는 북풍 조작에 버금가는 것”이라며 오히려 발언 수위를 높였다. “미필적 고의 의혹이 짙다”며 형사책임론까지 거론해 “집권당 대표가 사실상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반발도 샀다. 이런 추 대표의 공세에 민주당 원내지도부조차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문준용씨 증거 조작’ 사건은 전적으로 국민의당 잘못이다. 자체 진상 조사 결과 “일개 평당원의 사기극이었다”고 결론 낸 것도 ‘꼬리 자르기’란 비난을 사기 충분하다. 하지만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 검찰 수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굳이 집권당 대표가 ‘머리 자르기’ 같은 험한 말을 써가며 국민의당을 공격한 건 어느 면으로 봐도 부적절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집권당인 민주당이 정국을 주도하려면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당장 추경안은 한 달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고,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송영무·조대엽 장관 후보자 인사 처리도 첩첩산중이다. 이런 마당에 집권당 대표가 연일 야당을 몰아붙이는 발언으로 분란을 부채질하는 건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추 대표는 그렇지 않아도 튀는 언행으로 당 안팎에서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증거 조작’ 사건과 관련해선 뚜렷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안철수·박지원 전 대표의 연루설을 주장해 국민의당으로부터 ‘정계개편 노림수’란 반발을 샀다. 여당 대표가 이런 식이라면 결코 문재인 정부가 주장해온 ‘협치’를 성사시킬 수 없다. 여권 내에서 추 대표의 돌출적 행태를 견제하는 시스템을 찾아볼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청와대나 총리실, 당 원내지도부 모두 추 대표가 논란을 일으킬 때마다 푸념만 할 뿐 말리거나 바로잡으려 나서는 이가 없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80%를 넘나든다지만 대통령 인기만으로 국정을 꾸려갈 순 없다. 추 대표에게 달렸다. 부적절한 발언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국민의당의 국회 복귀를 설득해야 한다. 금주에도 국회가 공전되면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은 추 대표가 져야 할 것이다.
국민의당도 추 대표의 발언을 핑계로 할 일을 미루고 있을 때가 아니다. ‘증거 조작’ 사건에 직간접으로 책임 있는 모든 당 간부들이 국민 앞에 나와 사과해야 한다. 안 전 대표 역시 포괄적 차원에서 국민에게 용서를 빌어야 할 것이다.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면 여당 대표의 말꼬리를 붙잡아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로밖에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매일신문〕
6. 그릇된 기업문화가 키운 직장 내 성추문`성차별
박인규 대구은행장이 최근 불거진 직장 내 성추행`성희롱 파문과 관련해 7일 뒤늦게 공식으로 사과했다. 몇몇 중간 관리직 직원들이 비정규직 여직원을 상대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강요하거나 성희롱하는 등 추문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고개를 숙인 것이다. 박 행장은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은행장 직속의 인권센터 설치를 포함해 성희롱 예방 교육과 조직문화 혁신,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 후속 계획을 내놓았다.
이에 앞서 대구은행은 지난달 자체 감사 결과를 벌여 사건 당사자인 과장 이상 책임자급 4명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대기 조치했다. 경찰과 노동청도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등 의혹을 조사 중이다. 현재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 일부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사건의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으나 추문이 사실로 드러나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어떤 이유로든 이런 비열한 행위로 직장 동료를 괴롭히고 피해를 입힌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당국은 드러나지 않은 피해 사례가 더 없는지 낱낱이 조사해야 한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추문은 비단 대구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주류 회사인 금복주가 결혼한 여직원에게 사직을 강요하거나 인사 차별을 일삼다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최근에는 중견기업인 한국OSG 고위 임원이 수년간 여직원을 상대로 여러 차례 성희롱을 해오다 노동청 조사에서 모두 사실로 밝혀지기도 했다. 여기에다 지역을 대표하는 금융기관인 대구은행까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비판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지역민에게는 큰 충격이다.
직장 내 여성 직원에게 가해지는 이런 성범죄와 성차별은 단순히 개인의 일탈 행위나 관행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성 평등 의식 부재 등 구조적인 문제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있다. 무엇보다 건전해야 할 직장 환경과 기업 문화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그릇된 기업 문화 때문에 이런 부끄러운 일들이 계속 이어지고 피해자에게는 씻을 수 없는 수치심과 상처를 준다는 점에서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조직 구성원의 인식 전환과 기업 문화 개선이 직장 내 성범죄 재발 방지 노력의 첫걸음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세계일보〕
7. 위기의 쓰나미 앞에서 머리띠 두르는 자동차 노조
민주노총 산하 국내 자동차 3사 노조가 모두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달 29일, 현대차 노조는 지난 6일 각각 임금·단체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절차를 밟는 중이다. 한국GM도 지난 7일 파업을 결의했다. 자동차 업계가 국내외 판매 부진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데도 노조들은 제 호주머니 채우기에 급급하다. 기아차 노조는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하되 총액임금은 기존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는 회사안을 거부하고 총액임금을 더 높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는 직원 1인당 3000만원이 넘는 성과급·임금 인상을, 한국지엠 노조는 월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과 통상임금(424만여원) 500% 성과급 지급 등을 주장하고 있다.
노조 요구가 터무니없는 억지임은 자동차 생산과 수출 실적을 들여다봐도 단박에 알 수 있다. 올 상반기 생산량은 전년보다 현대차 0.7%, 기아차 3.5%, 한국지엠 4.3%씩 일제히 감소했다. 수출도 4년 연속 내리막길이다. 특히 한국지엠은 작년까지 지난 3년간 누적 순손실 규모가 2조원에 이르고 올해도 적자가 예상된다. 어려운 경영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노조는 해마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한국자동차 업계에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세계 주요 시장 점유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중국·서유럽에서의 점유율 하락세가 뚜렷하다. 특히 사드 보복으로 중국에서의 부진이 눈에 띈다. 자동차 생산량 순위도 5위 자리를 이미 인도에 내주고 6위로 밀려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일본과 유럽연합(EU)의 경제연대협정(EPA) 타결로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런 판국에 현대차는 2000여대의 버스 주문을 받아 놓고도 노조의 증산 거부로 계약이 잇따라 취소당하는 일마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전에 집무실에 상황판을 걸어놓고 재벌 그룹의 일자리 동향을 기업별로 파악하겠다고 선언했다. 국가 재난 수준의 청년 실업 사태를 감안하면 반가운 소식이긴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이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기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생산 활동을 가로막는 자동차노조의 행패야말로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최악의 적폐가 아닌가. 청와대는 일자리 상황판에 노동 적폐 항목도 마땅히 추가해야 한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한 기본 전제조건이다.
〔매일경제〕
8. 6년만에 복원된 한일 셔틀외교 활용해 닫힌 빗장 열어보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한 독일 함부르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7일(현지시간) 만나 정상 간 셔틀외교를 복원하기로 한 것은 양국 관계에 큰 의미를 갖는 결정이다. 셔틀외교는 한일 정상 간에 실무형 상호 방문 형식으로 갖는 만남인데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 간 합의로 시작됐다가 2011년 1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도쿄 방문을 마지막으로 이후 중단됐다. 이번 셔틀외교 복원 합의로 두 정상이 기회 있을 때마다 만나 각 분야에서 협력을 논의하면 그동안 양국 간에 드리워졌던 빗장을 걷어낼 수 있을 것이다.
양국 정상은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갈등에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아베 총리는 합의 이행을 강조한 반면 문 대통령은 한국 국민 다수가 정서적으로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가 양국의 다른 관계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문 대통령이 강조한 대목에서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의 상징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양국은 가해자와 피해자로 얽힌 아픈 역사를 갖고 있지만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서 경제와 문화, 인적 교류에서 어느 나라보다 밀접해야 하는데 감정의 앙금이 비정치적 분야까지 가로막고 있으니 빨리 풀어야 한다. 역사와 현실을 나눠 다루는 투트랙의 실용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만남에서 두 정상이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데 주목한다. 문 대통령은 "과거 역사적 상처를 잘 관리하면서 미래지향적이고 성숙한 협력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인 한국과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정상 간 긴밀한 소통을 토대로 협력하자"고 화답했다. 독일에서의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 후 공백 상태였던 정상외교를 복원한 점도 의미가 크다. 아베 총리와의 셔틀외교 복원 합의 외에도 한·미·일 정상회담과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훨씬 강한 제재와 압박을 가하기로 했고, 한·중·일 정상회담도 이른 시일 내 갖자고 의견을 모았으니 나름 성과를 거둔 셈이다.
〔국민일보〕
9. 애플·인텔 제치고 세계 1위 올라선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2분기 60조원의 사상 최대 매출과 14조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리며 명실상부하게 세계 1위 IT기업에 올랐다. 세계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을 분기 영업이익에서 처음 앞서고 24년간 세계 반도체업계 1위를 고수해온 인텔을 매출액에서 처음 넘어설 것이라고 하니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등공신은 반도체다. 지금 반도체는 대호황 사이클에 들어섰다. 3∼5년 전 과감한 선제투자를 한 것이 열매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1983년 주변의 부정적 전망에도 이병철 당시 회장이 ‘도쿄 선언’을 통해 반도체산업에 진출했다. 경영자의 혜안과 선제적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에 이미 투자한 15조6000억원 외에 2021년까지 2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단비 같은 소식이다.
반도체 경기는 부침이 심하다. 축포에 안주해선 안 되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따돌리고 미래 먹거리 사업을 찾는 게 발등의 불이다. 총수가 없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맞게 투명한 경영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시급하다.
기업 투자는 생산과 고용을 늘리고 소비 증가를 가져오는 등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재정을 푸는 것보다 민간이 나서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미국 순방 때 수행한 기업인들에게 자신도 ‘친기업’이라며 “새 정부 경제 개혁의 핵심은 기업하기 좋고,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달 말에는 재계 총수들과 회동도 가질 것이라고 한다.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 드라이브에 맞춰 다른 기업들도 투자와 고용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는 기업들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하는 데 전력을 쏟아야 한다.
〔한국경제〕
10. 재확인한 '북-중 혈맹'…한·미·일 협력 더 강화해야
한국과 미국, 일본 정상이 어제 독일 함부르크에서 회담을 하고 북한에 ‘훨씬 강화된 제재와 압박’을 가하기로 했다. “북한이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대화로 복귀하도록 최대한의 압박을 지속한다”는 데 합의했다. G20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연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에 대한 직접적 군사 대응은 배제했지만 3국이 대북 공조 의지를 확고히 다지는 ‘삼각공조’를 복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3국 정상은 북한에 확실한 메시지를 주는 동시에 대북 제재에 소극적인 중국과 러시아도 압박했다. 무엇보다 미국의 태도는 단호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개인과 기업에 대해 추가 제재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은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의 대북 규탄 성명이 채택되지 못하자 제3국의 대북 석유수출 제한, 북한의 노동자 송출 차단 등 독자적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압박만 가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채널을 통해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중·러가 실제 행동에 나서기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그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북한과 혈맹(血盟) 관계를 맺어왔다”고 한 마당이다. “북핵은 북한과 미국의 문제”라고도 했다. 그간 ‘쌍중단(雙中斷: 북한 도발과 한·미 군사훈련 동시 중단)’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대북 원유공급 중단 같은 실효적 대책은 내놓지 않은 중국이다. 중국은 오히려 한국의 사드 배치 철회에 외교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대북 제재에서 중국의 역할에 모아졌던 기대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일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해양동맹’과 북·중·러의 ‘대륙동맹’ 간 대립 구도가 구축되는 양상이다. 이는 대북 제재와 관련, 더 이상 중국에 큰 기대를 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북 압박과 제재도 결국 한·미·일 3국이라는 기본축을 중심으로 더 긴밀한 공조를 통해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 북한과 중국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이제 곤란하다. 문재인 정부는 냉철한 현실 인식 토대 위에서 대북 정책에 임해야 한다.
주요신문칼럼
〔데일리안〕
1. '무도 구멍' 박명수의 웃김이 개운치 않은 이유
최근 슬럼프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던 ‘무한도전’에 네티즌의 찬사가 쏟아졌다. 2주째 방영되고 있는 진짜 사나이 특집 때문이다. 바캉스 가게 해주겠다며 멤버들을 차에 태우고는 군부대로 데려가 입소시킨 설정이다. 군대에서 당황해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큰웃음 빅재미’를 줬다. 멤버들 중에서도 특히 박명수가 실수를 연발할 때 엄청난 폭소가 터졌다. 근래 예능에서 드물었던 큰 웃음이다. 인터넷에선 화제 만발이다. 시청률도 14.5%로 치솟았다.
하지만 박명수를 보며 웃을 수만은 없었다. 그는 70년생, 만 47세다. 한 마디로 세칭 ‘아저씨’인 것이다. 아저씨를 갑자기 군대라는 극단적인 환경 속에 집어넣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집단적으로 관찰하는 구도다. 더군다나 박명수는 군 면제자다. 아저씨라서 체력적으로 약할 뿐만 아니라, 군대라는 환경 자체를 경험해본 적이 없는 사람인 것이다. 생전 처음 당하는 일이니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당황하는 것을 ‘멘붕’이라며 하나의 웃음 코드로 치는데, 사람을 일부러 그런 환경 속에 몰아넣고 즐기는 것이 웃음 코드인 시대는 정상일까?
일요 예능 ‘진짜 사나이’에서도 반복됐던 일이다. 군대는 고사하고 한국적인 문화와 한국어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샘, 헨리, 엠버 등 외국인을 군대에 집어넣고 당황해하며 실수하는 모습을 구경거리로 삼았다. 그들이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할 때마다 사람들은 박장대소했는데, 이번 ‘무한도전’에서 그 현상이 반복된 것이다.생고생 리얼버라이어티의 시대에 고생이 강조되며 고생의 강도가 올라간 결과 군대가 일상화됐다. 처음 ‘1박2일’에서 야외 취침을 했을 때 너무 가학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게임 벌칙으로 싸늘한 날씨에 연못물에 잠시 몸을 담갔을 때도 가학예능 논란이 터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그런 수위에 둔감해졌고, 더욱 강한 고생을 요구했다. 나중엔 입수가 일반화되면서 한 겨울에 얼음을 깨고 물을 뒤집어쓰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래도 가학적이라는 지적은 나오지 않았다.고생 그 자체가 웃음코드가 되자 ‘정글의 법칙’처럼 고생시키는 게 목적인 예능들이 등장했다. 과거 ‘청춘불패’는 일본에서 대스타 대접을 받는 한류 스타에게 5시간 동안 생굴따기를 시키는 등 고생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런 고생 때문에 진심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이 나오면 ‘리얼’이라며 찬사를 보낸다.
군대는 이런 고생 코드의 종합판이며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리적 고생뿐만 아니라 심리적 압박, 인격적 모욕까지 더해져 연예인들을 그야말로 ‘멘붕’에 빠뜨린다. 그때 나타나는 연예인들의 바보 같은 모습이 사람들을 웃긴다.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바보를 가장하며 일부러 실수하는 모습에 대중은 폭소를 보낸다. 군대예능에선 가장 수준이 아니라 진짜로 바보가 되어 진심으로 실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큰 웃음이 터진다.사람이 진짜로 바보가 될 정도로 얼을 빼는 환경에 집어넣는 것이 윤리적으로 정당한 일일까? 대중이 웃기만 하면 연예인에게 무엇을 시켜도 되는 것일까? 47세 허약체질의 아저씨를 군 훈련소에 집어넣고 구경하는 설정이 개운치 않은 이유다.
〔서울신문〕
2. [그때의 사회면] 사보이호텔 기습 사건/손성진 논설주간
1975년 5월 30일자 신문에 ‘서울지검 깡패 두목에게 10년 구형’이라는 짤막한 기사가 실렸다. 조폭계에서는 큰 사건으로 여겨지는 ‘사보이호텔 기습 사건’의 재판 기사다. 이 사건은 발생 당시에는 보도되지 않았다. 징역 10년을 구형받은 정학모(당시 33세) 피고인의 혐의는 명동 일대 ‘전라도파’ 두목으로 그해 1월 2일 오후 3시쯤 부하들로 하여금 사보이호텔 커피숍을 습격해 ‘신상사파’ 조직원 3명을 폭행해 중상을 입혔다는 것이었다. 정씨의 부하가 신상사파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데 대한 보복이었다.
이 사건이 주목받은 이유는 조폭 세계의 큰 변화를 초래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당시까지 서울의 조폭 무대는 육군 상사 출신인 신상현씨가 두목인 신상사파의 위세가 가장 강했다. 이 신상사파에게 흉기로 무장한 ‘전라도파’가 도전해 조폭계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는 것이다. ‘전라도파’ 또는 ‘호남파’의 실제 두목은 오종철이라는 인물이었다. 이날 졸개들을 데리고 호텔을 덮친 행동대장은 1980년대 이후에 조폭 두목이 된 조양은씨였다. 기사에 나오는 정학모씨는 나중에 진로 사장, LG스포츠단 사장, 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거물이 된다. 김홍일씨와도 가까웠고 2003년 나라종금 사건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주범 오씨와 조양은씨는 도피 생활을 하다 3년 후 검찰에 출두해 무슨 이유에선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보복은 보복을 낳았다. 1976년 3월 오씨는 복수심에 불탄 신상사파의 사주를 받은 ‘서방파’ 두목 김태촌씨로부터 습격을 당해 중상을 입는다. 조씨와 김씨는 몇 년간 쫓고 쫓기며 복수혈전을 벌이게 된다. 이후 1980년대 들어 조양은의 ‘양은이파’와 김태촌의 ‘서방파’는 전국구 조폭으로 부상, 이동재의 ‘OB파’와 함께 3대 조폭으로 불렸다. 그런데 사보이호텔 사건에 대해서는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다고 한다. 신상사파가 이 사건으로 타격을 입었을지언정 몰락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조씨와 오씨, 그 윗선 조창조씨는 신상사파에게 쫓기다 신씨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고 한다.
또한 조씨 등이 습격하면서 흉기를 썼고 ‘칼잡이 시대’가 시작됐다고 하지만 왜곡된 것이라고 한다. 반면에 김태촌씨는 칼잡이였다. 김씨는 ‘범죄와의 전쟁’이 치러지고 있던 1990년 5월 검거돼 2009년까지 복역하고 출소했다가 2013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조씨는 1980년 신군부하에서 범죄단체조직 혐의로 붙잡혀 15년간 복역하고 출감했다. 옥중에서 약혼한 동시통역사와 결혼식을 올리고 영화 ‘보스’를 제작하는 등 화제를 뿌리기도 했지만 이런저런 사건에 연루돼 교도소를 들락거렸고 지금도 수감돼 있다.
〔동아일보〕
3. [이슈&트렌드/전승민]HUS가 햄버거병이 아닌 까닭
비과학적인 주장이 대중에게 설득력을 가질 때 사회가 얼마나 큰 손실을 입는지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한국인의 유전자는 광우병에 취약할 수 있다’는 검증되지 않은 이론 하나 때문에 전 국민이 거리로 나선 사실을 우리 국민 대다수가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와서 미국 소가 광우병 위험이 더 크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최근 우리 사회에 새롭게 논란이 되는 사건이 있다. 한 4세 아이가 대장균의 일종인 O-157에 감염돼 생기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에 걸린 것이 발단이다. 피해 아동 가족은 발병 원인을 그날 먹은 ‘햄버거’로 보고 제조 및 판매업체인 ‘맥도날드’를 고소했다. HUS의 또 다른 이름이 ‘햄버거병’. 실제로 아이가 통증을 호소하던 날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었다는 점이 이유로 지목됐다.
HUS가 햄버거병이라는 명칭을 갖게 된 건 35년 전인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에서 햄버거가 HUS의 원인이 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래에 이 병의 발생 원인이 햄버거 때문이라고 확인된 경우는 찾기 어렵다. 이 사실은 인터넷에서 HUS(Hemolytic-uremic syndrome)라는 단어나 문장으로 검색만 해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검색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11년 독일에서 일어난 수천 명의 대규모 대장균 감염 사태다. 이 사건 당시 수백 명이 HUS에 걸렸으며 그중 수십 명이 사망했다. 당시 원인은 햄버거가 아니라 유기농 채소로 지목됐다.
소시지로 인해 발병한 노르웨이 사례, 원인을 발견하지 못하고 과일이나 채소, 육류 또는 유제품으로 추정하는 루마니아 사례도 눈에 들어온다. 당연한 것이 대장균의 감염 경로는 사람이 먹는 모든 음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HUS의 발병 원인으로 각종 채소, 과일, 고기, 우유, 요구르트, 치즈 등을 들고 있다. 감염된 사람이나 동물과의 접촉도 원인이 된다. 오염된 손을 입에 대거나 그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어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물놀이 등을 할 때도 감염된다. 이쯤 되면 HUS를 햄버거병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과연 타당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
HUS의 원인균인 O-157에 감염되면 3∼8일의 잠복기가 지나야 증상이 나타난다. 감염 원인을 밝히려면 발병 시간부터 3∼8일 사이에 무엇을 먹었는지를 살펴보고, 접촉한 사람이나 동물을 두루 조사해야 한다. 햄버거를 먹은 지 2시간 무렵부터 설사를 시작했다는 주장은 햄버거가 원인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근거도 될 수 있다. 햄버거 업체를 두둔할 의도는 추호도 없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대중의 손가락 끝은 햄버거와 맥도날드를 향하고 있다. 맥도날드 한국지사는 책임 소재가 분명해지면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러 매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기업체가 피해자에게 책임 의식이 없다’는 공격이 난무한다. 한 누리꾼은 “맥도날드는 사회적 책임 의식이 없으니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전국적인 햄버거 기피 현상도 보인다. 주말에 방문했던 경기도 일원의 한 햄버거 가게 직원은 “최근 일주일 사이 고객이 50% 이상 감소한 것 같다”고 했다.
피해 아동과 가족은 가슴이 찢어질 일을 당했다. 고소를 통해 조사를 요청하는 것은 그들의 권리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대기업이 불쌍한 피해자를 배려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과연 성숙한 사회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근거 없는 책임론보다는 과학적 조사 결과가 문제 해결의 기준이 되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4. 병사 처우 개선 없이 국방력 강화 없다
대한민국 헌법 제39조 2항은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병사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언제나 군은 조직적 특수성(특별 권력관계)을 이유로 구성원의 인권을 침해해 왔고, 병영의 장막 뒤에 숨어 각종 사건을 축소·은폐하기에 바빴다. 창군 이래 수십 년간 군인은 이 땅의 ‘이등 시민’이었다.
칸트의 영구평화론에 기원을 두고 있는 ‘제복 입은 시민’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나치 군인을 부정하는 개념어로 확립되었고 군인도 시민과 동등한 시민적·정치적·사회적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 하는 이론적 토대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 군은 두 번의 쿠데타에 군대가 동원되는 것을 막지 못했고, 오랜 군사독재를 거치며 안보 위기론과 색깔론을 명분 삼아 시민의 인권을 유린하며 권력 남용을 정당화해 왔다. 이로 인해 군대는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되었고 시민들의 불신 속에 대군불신(對軍不信)이라는 사자성어까지 생겼다.
2014년 육군은 28사단 윤 일병 집단구타 사망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폭로로 인해 외적의 침입이나 내란이 아닌 상황에서 육군참모총장이 경질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당시 군에서는 인권침해가 횡행하여 사기·전투력 저하와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했고 심지어 ‘이래서야 국가를 어떻게 믿고 자식을 군에 보낼 수 있느냐’는 여론이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여론에 힘입어 인권단체들이 입법 청원한 군인복무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현재 시행 1년을 맞이하고 있다. 군인이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권리’를 법률에 명문화한 것만으로도 상당한 진전이라고 평가된다. 법 시행을 통해 군인 스스로 그동안 불분명했던 기본권 보장에 대해 인지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더 넓은 의미에서의 기본권 보장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의 군인은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징집된 시민이다. 따라서 국가가 이들의 사회권적 기본권을 보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군 병력 유지 및 강화 차원에서 본다고 해도 적절한 숙식과 의복의 제공, 진료권 보장은 건강한 병력 유지에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현재 군은 막대한 예산을 사용함에도 교도소 재소자보다 못한 급식, 비현실적인 병사 월급, 부실한 의료 장비와 의료진, PX 민영화, 질 낮은 군복과 군화, 열악한 복무 여건 등 군인들의 사회권적 기본권을 온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만에 내년도 병사 월급을 기존 21만원에서 최저임금의 30% 수준인 40만원으로 인상시켰다. 또 2022년까지 최저임금 50% 선까지 인상하기로 했는데 이때 병장 월급은 67만원이 된다. 2013년 군인권센터가 육군 병사 3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군인권실태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월급에 대해 51%가 군 생활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응답했고, 집으로부터 용돈을 받는 병사는 72%에 육박했다. 군 복무가 가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에게 애국페이를 강요하는 것은 중단돼야 한다.
우리나라 국방비의 대부분이 무기에 투자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장병 복지나 복무환경 개선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사회권적 기본권은 자유권적 기본권과 달리 정부가 정책적으로 예산을 조정하지 않는다면 개선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방비에서 차지하는 의료·복지 예산의 비중을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 군대 내 인권 상황 개선이 곧 병력에 대한 투자라는 인식이 절실하다. 군인의 처우에 인색하면서 국방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청년들은 사랑하는 가족과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젊음을 희생하며 국방의 의무에 응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이 군에서 배워 오는 것은 자긍심이 아니다. 인간 이하의 대우 속에 불합리에 굴종하고, 불의를 인내하는 일에 익숙해질 뿐이다. 군은 ‘애국’이란 명분으로 거대한 부조리를 재생산한다. 이렇듯 존엄성을 훼손당한 제대 군인들이 끊임없이 사회로 던져지는 현실에서 국방의 의무는 절대 신성할 수 없다.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군대는 화려한 수사나 요란한 신무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군인의 자긍심에서 비롯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매일신문〕
5. [매일칼럼] 과학은 과학으로 다루어야
지난주 한 언론계 선배가 SNS상에 이런 사연을 올렸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던 민주당 고정 지지층들로부터 걱정 어린 메일과 카톡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취임 두 달째지만 전에는 없던 일이라는 거다. 소통하고, 자신을 낮추고, 격식 없고…. 입을 댈 곳이 별로 없던 대통령이었는데 요즘은 걱정하는 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들의 걱정거리는 한미 관계도, 한중 관계도, 사드 문제도, 대북 문제도 아니라고 했다. 4대강과 탈원전 정책이었다. 과학은 과학으로 다루어야지, 정치로 다루면 안 된다는 걱정의 소리였다고 전했다.
4대강 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4년 만에 4대강을 다 파 엎어놓을 정도의 혁명적인 생태 환경 변화이니 환경론자들의 공격 표적이 된 건 당연하다. 그렇다고 16개나 지어놓은 4대강의 보(낙동강이 8개로 제일 많다)를 다 철거하자는 이야기까지 나가는 건 ‘오버’다.
보를 철거하면 ‘녹조 라떼’도 없어지고 자연친화적인 하천으로 재탄생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지천과 지류의 축산 폐수와 공장 폐수 등 주요 오염원을 제거하거나 정화하는 게 정답이라는 이들도 많다는데 이건 여론이 아닌가. 또 해마다 닥치는 물난리는 어떻게 해결하나. 건기에 썩은 바닥을 드러내는 하천의 민얼굴이 친환경인가. 골치 아픈 문제의 원인을 모두 4대강 사업에다 미루고 있는 건 아닌가. 보를 없애면 문제는 다 해결되는가. 아닐 거다. 그런데도 막무가내다.
탈석탄발전, 탈원전 문제도 그렇다. 안전도 하고, 생산원가도 싸고, 환경오염도 덜 되는 그런 ‘착한’ 에너지원은 아직 지구상에 없다. 위험하든가, 돈이 많이 들든가, 공급이 불안정하든가, 싼 맛은 당기지만 환경오염 우려가 있든가, 아니면 민원이 많다든가. 다 약점이 있다. 그런데도 이것저것 재보지도 않고 다 ‘스톱’이란다.
다 좋다. 탈석탄발전도 좋고, 탈원전도 좋다. 더욱이 대선 공약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2020년까지 30년을 넘기는 원전은 고리 1~4호기, 월성 1호기, 한빛(영광) 1`2호기, 한울(울진) 1`2호기 등 무려 9기에 달한다. 정부의 방침대로 수명연장을 하지 않는다면 스톱이 확실하다. 이들의 발전 용량을 다 합하면 무려 760만㎾를 넘는다. 최신공법(1기당 150만㎾)으로라도 5기 이상의 원전 발전 용량이다. 공정 30% 가까이 진행된 고리 5, 6호기는 스톱이 됐고 7, 8호기까지. 거기에 신한울 3, 4호기나 신고리 7, 8호기까지. 모두 물 건너간 거나 다름없다. 영덕의 천지원전 역시 삽질을 시작한 건 아니니 같은 운명을 맞을 거다.
계획됐던 이 많은 원전의 발전 용량은 뭘로 대체를 할 것인가. 답이 영 시원치 않다. 정부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상당량을 대체하겠다고 한다. LNG발전은 가격도 싸고 안전하고 원료 수급이 안정적이며 친환경적인가? 그렇지 않다. 신재생에너지가 답인가? 아니다. 더 불확실하다. 안정적이지도 경제적이지도 않다. 그런데도 매년 전력 수요 증가는 폭발적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하나의 전력 사용량이 중소도시와 맞먹는다지 않은가.
다수 국민들에게 탈석탄발전, 탈원전은 내 문제가 아니다. 강 건너 불이다. 이럴 땐 객관적일 수 있고 의연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로 친환경 신재생을 내걸겠지만 막상 전기요금이 30%, 40% 오른다고 한다면 강 건너 불이 아니라 발등의 불이 된다. 그땐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 주머니의 돈이 더 나가는데 과연 탈원전, 탈석탄발전이라고 손을 들어줄까? 또 걸핏하면 블랙아웃 걱정을 해야 한다면 정답이 될 수 없다. 히터와 에어컨 스위치 위에서 손을 벌벌 떠는 상상은 유쾌하지 않다. 그래서 무리라는 말이 나오는 거다.
이런 의구심과 불안감을 해소하고 국민들을 납득시켜야 한다. 적폐 세력의 ‘저의’가 내포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다.
주요신문사설
〔이데일리〕
1. 위안부 재협상, 10억엔 기금부터 돌려줘라
문재인 정부 들어 전임 박근혜 정부 당시 이뤄진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재협상을 내세우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있어서는 겉도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7일 G20 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나 취임 후 처음 가진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에 대해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재협상 방침을 언급한 반면 아베 총리는 기존 합의의 이행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견해 차이만 확인한 셈이다.
북한 핵·미사일 제재방안에 있어 일본과의 공조 대응이 중요하기 때문에 위안부 재협상 문제를 본격 거론하기 어려운 측면을 충분히 이해한다. 이날 양국 정상회담에서도 그동안 끊어졌던 셔틀외교를 재개한다는 정도로만 합의가 이뤄졌을 뿐이다. 위안부 문제가 한·일 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는 원칙적인 입장이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이런 식이라면 결국 말의 공방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아무런 성과도 없이 변죽만 울리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주목되는 것은 외교부와 여성부의 후속 조치다. 새 정부에서 임명된 강경화 외교부장관이나 정현백 여성가족부장관이 위안부 재협상 문제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의 경우 조만간 민간 전문가들로 위안부 합의 검증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그동안의 합의·이행과정 전반에 걸쳐 점검 작업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정 장관도 지난 주 취임사에서 “위안부 문제에 진솔하고 용기 있는 자세로 대응하자”며 일본 정부의 출연금으로 운영 중안 화해치유재단 사업의 재검토 방침을 천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위안부 합의가 잘못됐다면 우선 일본 정부로부터 받은 10억엔의 화해치유재단 기금을 되돌려주는 것이 먼저다. 기금을 받아 피해자 지원사업을 벌이면서 합의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딘지 옹색하다. 더구나 일본 정치 지도자들 사이에 위안부 관련 망언이 이어지는 마당이다. 대신 정부 재정에서 그 돈을 지출하든지, 아니면 국민 모금으로 충당하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민족적 자존심을 찾아야 할 것이다.
〔서울신문〕
2. 中, ‘오불관언’ 태도 버리고 북핵 공조 동참하라
어제 막을 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북핵 대응에 관한 한 동북아 주변국의 견해차가 더 분명하고 노골화됐음을 뚜렷하게 보여 준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에 반대하며 한목소리로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철회를 주장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사드 배치의 뜻을 접으라고 요구했다. 그동안의 완곡한 어법마저 내버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아베 일본 총리가 연쇄 회담을 통해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다짐하며 주변국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는 동안 시 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를 아랑곳 않고 사드 배치 반대만을 외치며 의기투합한 것이다.
G20 정상들이 그제 채택한 공동성명에 북핵의 ‘핵’ 자도 담지 못한 것은 최근 유엔 안보리의 북한 규탄성명 채택 무산과 함께 동북아를 중심으로 신냉전 질서가 새롭게 펼쳐지고 있는 현실을 상징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정상회의가 임박한 시점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으나 G20 정상들은 다자논의의 총합이라 할 공동성명에 이를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았다. 한·미 정상의 다각적인 노력에도 중? 러의 반대에 막혀 북을 한마디도 꾸짖지 못했다.
“G20 정상회의가 세계에 안정을 가져다주기는커녕 오히려 불안감만 부추겼다”는 지적은 비단 영국 일간지 가디언만의 통찰이 아니라고 본다. 이번 G20 정상회의는 북핵에 대한 국제사회의 질서정연한 대응이 더이상 여의치 않은 상황에 봉착했음을 드러낸 장이 됐다. 가디언의 지적처럼 “트럼프와 시진핑, 푸틴, 메르켈이 북한 문제에 어떻게 합의해야 할지 모르거나, 할 수 없는 현실”에 다다른 것이다. 북핵을 둘러싼 동북아의 역학은 이제 강 대 강의 대치 국면을 당분간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북한의 추가 도발과, 이를 ‘레드라인’을 넘어선 것으로 간주할 미국의 대응이다. 군사적 옵션에 여전히 신중한 미 행정부지만 북의 도발이 지속된다고 보면 그들의 인내도 언제 한계에 다다를지 점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중국에 거듭 촉구한다. 평화적 북핵 해결의 첫 단추는 북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이며, 이를 압박할 비군사적 수단을 총동원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 핵 탑재 ICBM완성으로 북이 통제 불능의 ‘게임체인저’ 지위를 확보하면 동북아의 평화는 물론 중국의 안위도 장담하기 어려운 국면에 놓이게 된다. 북한에 대해 ‘혈맹’ 운운하며 미국의 패권주의만 경계할 것이 아니라 당장 코앞의 화약고부터 불붙지 않도록 나서야 한다. 원유공급 중단, 교역 중단 등 아직 중국은 북한을 억지할 힘을 갖고 있다. 때를 놓쳐 이 유용한 카드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오불관언’(吾不關焉·그 일에 상관하지 아니함)식 태도를 버리기 바란다.
〔조선일보〕
3. 文 대통령, 송영무·조대엽 임명 강행 再考하길
오늘내일이 문재인 정부와 야권의 관계를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전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再)송부를 요청하면서 그 시한을 10일로 정했다. 만약 오늘까지 국회가 보내지 않으면 문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해도 법적 문제는 없다. 11일쯤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얘기가 청와대와 여권에서 나온다.
문 대통령이 그런 방침을 갖고 있다면 재고(再考)해야 한다. 두 사람을 장관으로 만들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대가로 국정의 많은 부분을 잃을 수 있다. 지금 야당들은 두 사람만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송 후보는 국방장관 후보자로서 방위산업체와의 유착 관계를 의심받았다. 방산업체를 대변하는 로펌으로부터 한 달에 3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방산 비리 척결을 요구하는 국민 입장에서 볼 때 꼭 송 후보자를 임명해야만 하는 이유가 뭔지 이해하기 어렵다.
조대엽 후보자는 음주운전 경력 외에도 자신이 사외이사로 경영에 관여한 회사가 임금 체불 등 근로기준법을 여러 차례 어긴 것으로 밝혀졌다.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노동 관련 법률을 위반했다면 장관으로서 어떤 리더십을 갖고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청와대·여당은 과거 야당 시절 이런 하자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했는가.
문재인 정부는 '여론만 보고 간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러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을 그대로 임명해야 한다는 의견보다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다. '그대로 임명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20%밖에 안 된다는 조사도 나왔다. 대통령 지지율이 80% 안팎인 상황에서 이런 정도라면 국민들도 장관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임명을 강행한다면 국회가 전면 중단될 가능성이 높고 그 책임은 문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당장 추가경정예산안이나 정부조직법 심의가 뒤로 밀리고 다른 장관 후보 청문회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무회의는 언제 제 모습을 갖출지 기약할 수 없게 된다.
오늘로 문재인 정부 출범 두 달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때만 해도 협치(協治)를 강조하고 야당들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그 말과 반대로 한 경우가 더 많았다. 이번에 두 사람 임명을 강행하면 협치라는 말의 껍데기조차 사라질 것이다.
〔동아일보〕
4. 최저임금 1만 원 강행에 협상장 떠난 소상공인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석 중이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표 위원 5명이 남은 회의에 불참하기로 했다. 주유소 PC방 미용실 등 규모가 영세한 업종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지급안이 지난주 회의에서 부결되자 보이콧을 선언한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안과 관련해 노동계(1만 원)와 경영계(6625원)의 격차가 3375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임금 인상에 따른 타격이 가장 큰 업종 대표가 빠진 셈이다. 위원회는 당초 15일 최저임금을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중소 상인이 빠진 상태에서 일정을 강행한다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1인 가구 근로자의 표준생계비가 월 215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현행 월 135만 원꼴인 최저임금만으로는 기본적인 생활을 하기에도 벅찬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3년에 걸쳐 15.7%씩 올려 2020년에 1만 원을 맞추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도 달성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도 홈페이지를 통해 “최저임금위를 통해 결정되는 구조라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을 정도다. 3년에 나눠 하기도 힘든 임금 인상을 단번에 하겠다는 노동계의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당장 정규직이 되기 힘든 소득 하위계층에게는 그나마 있던 단기 일자리마저 줄어드는 나쁜 소식이 될 수 있다. 이미 햄버거 가게에는 무인주문 시스템이 등장하고 셀프 주유소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미주리주는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죽이고 있다는 이유로 시급 10달러였던 임금을 7.7달러로 내리기로 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표가 빠진다고 해도 정부 노동계 대기업 측 위원 중심으로 최저임금 안건을 처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핵심 당사자가 빠진 의결이 전체 경제를 고려한 사회적 합의라고 보기는 어렵다.
〔중앙일보〕
5. 추미애, 국민의당에 사과하고 복귀 설득하라
국회가 올스톱한 지 닷새째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국민의당의 ‘문준용씨 특혜의혹 증거 조작’ 사건과 관련해 연일 강경 발언을 이어가는 데 격분한 국민의당이 야당들의 국회 보이콧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심사와 정부조직법 개정, 인사청문 일정 등 문재인 정부의 시급한 현안들이 모조리 발이 묶였다.
그러나 추 대표는 자신의 사과를 요구하는 국민의당에 대해 “대선 조작 게이트는 북풍 조작에 버금가는 것”이라며 오히려 발언 수위를 높였다. “미필적 고의 의혹이 짙다”며 형사책임론까지 거론해 “집권당 대표가 사실상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반발도 샀다. 이런 추 대표의 공세에 민주당 원내지도부조차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문준용씨 증거 조작’ 사건은 전적으로 국민의당 잘못이다. 자체 진상 조사 결과 “일개 평당원의 사기극이었다”고 결론 낸 것도 ‘꼬리 자르기’란 비난을 사기 충분하다. 하지만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 검찰 수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굳이 집권당 대표가 ‘머리 자르기’ 같은 험한 말을 써가며 국민의당을 공격한 건 어느 면으로 봐도 부적절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집권당인 민주당이 정국을 주도하려면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당장 추경안은 한 달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고,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송영무·조대엽 장관 후보자 인사 처리도 첩첩산중이다. 이런 마당에 집권당 대표가 연일 야당을 몰아붙이는 발언으로 분란을 부채질하는 건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추 대표는 그렇지 않아도 튀는 언행으로 당 안팎에서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증거 조작’ 사건과 관련해선 뚜렷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안철수·박지원 전 대표의 연루설을 주장해 국민의당으로부터 ‘정계개편 노림수’란 반발을 샀다. 여당 대표가 이런 식이라면 결코 문재인 정부가 주장해온 ‘협치’를 성사시킬 수 없다. 여권 내에서 추 대표의 돌출적 행태를 견제하는 시스템을 찾아볼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청와대나 총리실, 당 원내지도부 모두 추 대표가 논란을 일으킬 때마다 푸념만 할 뿐 말리거나 바로잡으려 나서는 이가 없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80%를 넘나든다지만 대통령 인기만으로 국정을 꾸려갈 순 없다. 추 대표에게 달렸다. 부적절한 발언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국민의당의 국회 복귀를 설득해야 한다. 금주에도 국회가 공전되면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은 추 대표가 져야 할 것이다.
국민의당도 추 대표의 발언을 핑계로 할 일을 미루고 있을 때가 아니다. ‘증거 조작’ 사건에 직간접으로 책임 있는 모든 당 간부들이 국민 앞에 나와 사과해야 한다. 안 전 대표 역시 포괄적 차원에서 국민에게 용서를 빌어야 할 것이다.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면 여당 대표의 말꼬리를 붙잡아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로밖에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매일신문〕
6. 그릇된 기업문화가 키운 직장 내 성추문`성차별
박인규 대구은행장이 최근 불거진 직장 내 성추행`성희롱 파문과 관련해 7일 뒤늦게 공식으로 사과했다. 몇몇 중간 관리직 직원들이 비정규직 여직원을 상대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강요하거나 성희롱하는 등 추문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고개를 숙인 것이다. 박 행장은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은행장 직속의 인권센터 설치를 포함해 성희롱 예방 교육과 조직문화 혁신,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 후속 계획을 내놓았다.
이에 앞서 대구은행은 지난달 자체 감사 결과를 벌여 사건 당사자인 과장 이상 책임자급 4명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대기 조치했다. 경찰과 노동청도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등 의혹을 조사 중이다. 현재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 일부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사건의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으나 추문이 사실로 드러나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어떤 이유로든 이런 비열한 행위로 직장 동료를 괴롭히고 피해를 입힌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당국은 드러나지 않은 피해 사례가 더 없는지 낱낱이 조사해야 한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추문은 비단 대구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주류 회사인 금복주가 결혼한 여직원에게 사직을 강요하거나 인사 차별을 일삼다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최근에는 중견기업인 한국OSG 고위 임원이 수년간 여직원을 상대로 여러 차례 성희롱을 해오다 노동청 조사에서 모두 사실로 밝혀지기도 했다. 여기에다 지역을 대표하는 금융기관인 대구은행까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비판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지역민에게는 큰 충격이다.
직장 내 여성 직원에게 가해지는 이런 성범죄와 성차별은 단순히 개인의 일탈 행위나 관행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성 평등 의식 부재 등 구조적인 문제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있다. 무엇보다 건전해야 할 직장 환경과 기업 문화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그릇된 기업 문화 때문에 이런 부끄러운 일들이 계속 이어지고 피해자에게는 씻을 수 없는 수치심과 상처를 준다는 점에서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조직 구성원의 인식 전환과 기업 문화 개선이 직장 내 성범죄 재발 방지 노력의 첫걸음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세계일보〕
7. 위기의 쓰나미 앞에서 머리띠 두르는 자동차 노조
민주노총 산하 국내 자동차 3사 노조가 모두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달 29일, 현대차 노조는 지난 6일 각각 임금·단체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절차를 밟는 중이다. 한국GM도 지난 7일 파업을 결의했다. 자동차 업계가 국내외 판매 부진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데도 노조들은 제 호주머니 채우기에 급급하다. 기아차 노조는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하되 총액임금은 기존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는 회사안을 거부하고 총액임금을 더 높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는 직원 1인당 3000만원이 넘는 성과급·임금 인상을, 한국지엠 노조는 월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과 통상임금(424만여원) 500% 성과급 지급 등을 주장하고 있다.
노조 요구가 터무니없는 억지임은 자동차 생산과 수출 실적을 들여다봐도 단박에 알 수 있다. 올 상반기 생산량은 전년보다 현대차 0.7%, 기아차 3.5%, 한국지엠 4.3%씩 일제히 감소했다. 수출도 4년 연속 내리막길이다. 특히 한국지엠은 작년까지 지난 3년간 누적 순손실 규모가 2조원에 이르고 올해도 적자가 예상된다. 어려운 경영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노조는 해마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한국자동차 업계에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세계 주요 시장 점유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중국·서유럽에서의 점유율 하락세가 뚜렷하다. 특히 사드 보복으로 중국에서의 부진이 눈에 띈다. 자동차 생산량 순위도 5위 자리를 이미 인도에 내주고 6위로 밀려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일본과 유럽연합(EU)의 경제연대협정(EPA) 타결로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런 판국에 현대차는 2000여대의 버스 주문을 받아 놓고도 노조의 증산 거부로 계약이 잇따라 취소당하는 일마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전에 집무실에 상황판을 걸어놓고 재벌 그룹의 일자리 동향을 기업별로 파악하겠다고 선언했다. 국가 재난 수준의 청년 실업 사태를 감안하면 반가운 소식이긴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이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기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생산 활동을 가로막는 자동차노조의 행패야말로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최악의 적폐가 아닌가. 청와대는 일자리 상황판에 노동 적폐 항목도 마땅히 추가해야 한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한 기본 전제조건이다.
〔매일경제〕
8. 6년만에 복원된 한일 셔틀외교 활용해 닫힌 빗장 열어보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한 독일 함부르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7일(현지시간) 만나 정상 간 셔틀외교를 복원하기로 한 것은 양국 관계에 큰 의미를 갖는 결정이다. 셔틀외교는 한일 정상 간에 실무형 상호 방문 형식으로 갖는 만남인데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 간 합의로 시작됐다가 2011년 1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도쿄 방문을 마지막으로 이후 중단됐다. 이번 셔틀외교 복원 합의로 두 정상이 기회 있을 때마다 만나 각 분야에서 협력을 논의하면 그동안 양국 간에 드리워졌던 빗장을 걷어낼 수 있을 것이다.
양국 정상은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갈등에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아베 총리는 합의 이행을 강조한 반면 문 대통령은 한국 국민 다수가 정서적으로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가 양국의 다른 관계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문 대통령이 강조한 대목에서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의 상징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양국은 가해자와 피해자로 얽힌 아픈 역사를 갖고 있지만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서 경제와 문화, 인적 교류에서 어느 나라보다 밀접해야 하는데 감정의 앙금이 비정치적 분야까지 가로막고 있으니 빨리 풀어야 한다. 역사와 현실을 나눠 다루는 투트랙의 실용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만남에서 두 정상이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데 주목한다. 문 대통령은 "과거 역사적 상처를 잘 관리하면서 미래지향적이고 성숙한 협력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인 한국과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정상 간 긴밀한 소통을 토대로 협력하자"고 화답했다. 독일에서의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 후 공백 상태였던 정상외교를 복원한 점도 의미가 크다. 아베 총리와의 셔틀외교 복원 합의 외에도 한·미·일 정상회담과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훨씬 강한 제재와 압박을 가하기로 했고, 한·중·일 정상회담도 이른 시일 내 갖자고 의견을 모았으니 나름 성과를 거둔 셈이다.
〔국민일보〕
9. 애플·인텔 제치고 세계 1위 올라선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2분기 60조원의 사상 최대 매출과 14조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리며 명실상부하게 세계 1위 IT기업에 올랐다. 세계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을 분기 영업이익에서 처음 앞서고 24년간 세계 반도체업계 1위를 고수해온 인텔을 매출액에서 처음 넘어설 것이라고 하니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등공신은 반도체다. 지금 반도체는 대호황 사이클에 들어섰다. 3∼5년 전 과감한 선제투자를 한 것이 열매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1983년 주변의 부정적 전망에도 이병철 당시 회장이 ‘도쿄 선언’을 통해 반도체산업에 진출했다. 경영자의 혜안과 선제적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에 이미 투자한 15조6000억원 외에 2021년까지 2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단비 같은 소식이다.
반도체 경기는 부침이 심하다. 축포에 안주해선 안 되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따돌리고 미래 먹거리 사업을 찾는 게 발등의 불이다. 총수가 없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맞게 투명한 경영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시급하다.
기업 투자는 생산과 고용을 늘리고 소비 증가를 가져오는 등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재정을 푸는 것보다 민간이 나서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미국 순방 때 수행한 기업인들에게 자신도 ‘친기업’이라며 “새 정부 경제 개혁의 핵심은 기업하기 좋고,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달 말에는 재계 총수들과 회동도 가질 것이라고 한다.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 드라이브에 맞춰 다른 기업들도 투자와 고용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는 기업들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하는 데 전력을 쏟아야 한다.
〔한국경제〕
10. 재확인한 '북-중 혈맹'…한·미·일 협력 더 강화해야
한국과 미국, 일본 정상이 어제 독일 함부르크에서 회담을 하고 북한에 ‘훨씬 강화된 제재와 압박’을 가하기로 했다. “북한이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대화로 복귀하도록 최대한의 압박을 지속한다”는 데 합의했다. G20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연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에 대한 직접적 군사 대응은 배제했지만 3국이 대북 공조 의지를 확고히 다지는 ‘삼각공조’를 복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3국 정상은 북한에 확실한 메시지를 주는 동시에 대북 제재에 소극적인 중국과 러시아도 압박했다. 무엇보다 미국의 태도는 단호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개인과 기업에 대해 추가 제재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은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의 대북 규탄 성명이 채택되지 못하자 제3국의 대북 석유수출 제한, 북한의 노동자 송출 차단 등 독자적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압박만 가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채널을 통해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중·러가 실제 행동에 나서기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그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북한과 혈맹(血盟) 관계를 맺어왔다”고 한 마당이다. “북핵은 북한과 미국의 문제”라고도 했다. 그간 ‘쌍중단(雙中斷: 북한 도발과 한·미 군사훈련 동시 중단)’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대북 원유공급 중단 같은 실효적 대책은 내놓지 않은 중국이다. 중국은 오히려 한국의 사드 배치 철회에 외교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대북 제재에서 중국의 역할에 모아졌던 기대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일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해양동맹’과 북·중·러의 ‘대륙동맹’ 간 대립 구도가 구축되는 양상이다. 이는 대북 제재와 관련, 더 이상 중국에 큰 기대를 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북 압박과 제재도 결국 한·미·일 3국이라는 기본축을 중심으로 더 긴밀한 공조를 통해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 북한과 중국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이제 곤란하다. 문재인 정부는 냉철한 현실 인식 토대 위에서 대북 정책에 임해야 한다.
주요신문칼럼
〔데일리안〕
1. '무도 구멍' 박명수의 웃김이 개운치 않은 이유
최근 슬럼프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던 ‘무한도전’에 네티즌의 찬사가 쏟아졌다. 2주째 방영되고 있는 진짜 사나이 특집 때문이다. 바캉스 가게 해주겠다며 멤버들을 차에 태우고는 군부대로 데려가 입소시킨 설정이다. 군대에서 당황해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큰웃음 빅재미’를 줬다. 멤버들 중에서도 특히 박명수가 실수를 연발할 때 엄청난 폭소가 터졌다. 근래 예능에서 드물었던 큰 웃음이다. 인터넷에선 화제 만발이다. 시청률도 14.5%로 치솟았다.
하지만 박명수를 보며 웃을 수만은 없었다. 그는 70년생, 만 47세다. 한 마디로 세칭 ‘아저씨’인 것이다. 아저씨를 갑자기 군대라는 극단적인 환경 속에 집어넣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집단적으로 관찰하는 구도다. 더군다나 박명수는 군 면제자다. 아저씨라서 체력적으로 약할 뿐만 아니라, 군대라는 환경 자체를 경험해본 적이 없는 사람인 것이다. 생전 처음 당하는 일이니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당황하는 것을 ‘멘붕’이라며 하나의 웃음 코드로 치는데, 사람을 일부러 그런 환경 속에 몰아넣고 즐기는 것이 웃음 코드인 시대는 정상일까?
일요 예능 ‘진짜 사나이’에서도 반복됐던 일이다. 군대는 고사하고 한국적인 문화와 한국어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샘, 헨리, 엠버 등 외국인을 군대에 집어넣고 당황해하며 실수하는 모습을 구경거리로 삼았다. 그들이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할 때마다 사람들은 박장대소했는데, 이번 ‘무한도전’에서 그 현상이 반복된 것이다.생고생 리얼버라이어티의 시대에 고생이 강조되며 고생의 강도가 올라간 결과 군대가 일상화됐다. 처음 ‘1박2일’에서 야외 취침을 했을 때 너무 가학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게임 벌칙으로 싸늘한 날씨에 연못물에 잠시 몸을 담갔을 때도 가학예능 논란이 터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그런 수위에 둔감해졌고, 더욱 강한 고생을 요구했다. 나중엔 입수가 일반화되면서 한 겨울에 얼음을 깨고 물을 뒤집어쓰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래도 가학적이라는 지적은 나오지 않았다.고생 그 자체가 웃음코드가 되자 ‘정글의 법칙’처럼 고생시키는 게 목적인 예능들이 등장했다. 과거 ‘청춘불패’는 일본에서 대스타 대접을 받는 한류 스타에게 5시간 동안 생굴따기를 시키는 등 고생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런 고생 때문에 진심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이 나오면 ‘리얼’이라며 찬사를 보낸다.
군대는 이런 고생 코드의 종합판이며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리적 고생뿐만 아니라 심리적 압박, 인격적 모욕까지 더해져 연예인들을 그야말로 ‘멘붕’에 빠뜨린다. 그때 나타나는 연예인들의 바보 같은 모습이 사람들을 웃긴다.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바보를 가장하며 일부러 실수하는 모습에 대중은 폭소를 보낸다. 군대예능에선 가장 수준이 아니라 진짜로 바보가 되어 진심으로 실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큰 웃음이 터진다.사람이 진짜로 바보가 될 정도로 얼을 빼는 환경에 집어넣는 것이 윤리적으로 정당한 일일까? 대중이 웃기만 하면 연예인에게 무엇을 시켜도 되는 것일까? 47세 허약체질의 아저씨를 군 훈련소에 집어넣고 구경하는 설정이 개운치 않은 이유다.
〔서울신문〕
2. [그때의 사회면] 사보이호텔 기습 사건/손성진 논설주간
1975년 5월 30일자 신문에 ‘서울지검 깡패 두목에게 10년 구형’이라는 짤막한 기사가 실렸다. 조폭계에서는 큰 사건으로 여겨지는 ‘사보이호텔 기습 사건’의 재판 기사다. 이 사건은 발생 당시에는 보도되지 않았다. 징역 10년을 구형받은 정학모(당시 33세) 피고인의 혐의는 명동 일대 ‘전라도파’ 두목으로 그해 1월 2일 오후 3시쯤 부하들로 하여금 사보이호텔 커피숍을 습격해 ‘신상사파’ 조직원 3명을 폭행해 중상을 입혔다는 것이었다. 정씨의 부하가 신상사파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데 대한 보복이었다.
이 사건이 주목받은 이유는 조폭 세계의 큰 변화를 초래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당시까지 서울의 조폭 무대는 육군 상사 출신인 신상현씨가 두목인 신상사파의 위세가 가장 강했다. 이 신상사파에게 흉기로 무장한 ‘전라도파’가 도전해 조폭계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는 것이다. ‘전라도파’ 또는 ‘호남파’의 실제 두목은 오종철이라는 인물이었다. 이날 졸개들을 데리고 호텔을 덮친 행동대장은 1980년대 이후에 조폭 두목이 된 조양은씨였다. 기사에 나오는 정학모씨는 나중에 진로 사장, LG스포츠단 사장, 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거물이 된다. 김홍일씨와도 가까웠고 2003년 나라종금 사건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주범 오씨와 조양은씨는 도피 생활을 하다 3년 후 검찰에 출두해 무슨 이유에선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보복은 보복을 낳았다. 1976년 3월 오씨는 복수심에 불탄 신상사파의 사주를 받은 ‘서방파’ 두목 김태촌씨로부터 습격을 당해 중상을 입는다. 조씨와 김씨는 몇 년간 쫓고 쫓기며 복수혈전을 벌이게 된다. 이후 1980년대 들어 조양은의 ‘양은이파’와 김태촌의 ‘서방파’는 전국구 조폭으로 부상, 이동재의 ‘OB파’와 함께 3대 조폭으로 불렸다. 그런데 사보이호텔 사건에 대해서는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다고 한다. 신상사파가 이 사건으로 타격을 입었을지언정 몰락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조씨와 오씨, 그 윗선 조창조씨는 신상사파에게 쫓기다 신씨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고 한다.
또한 조씨 등이 습격하면서 흉기를 썼고 ‘칼잡이 시대’가 시작됐다고 하지만 왜곡된 것이라고 한다. 반면에 김태촌씨는 칼잡이였다. 김씨는 ‘범죄와의 전쟁’이 치러지고 있던 1990년 5월 검거돼 2009년까지 복역하고 출소했다가 2013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조씨는 1980년 신군부하에서 범죄단체조직 혐의로 붙잡혀 15년간 복역하고 출감했다. 옥중에서 약혼한 동시통역사와 결혼식을 올리고 영화 ‘보스’를 제작하는 등 화제를 뿌리기도 했지만 이런저런 사건에 연루돼 교도소를 들락거렸고 지금도 수감돼 있다.
〔동아일보〕
3. [이슈&트렌드/전승민]HUS가 햄버거병이 아닌 까닭
비과학적인 주장이 대중에게 설득력을 가질 때 사회가 얼마나 큰 손실을 입는지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한국인의 유전자는 광우병에 취약할 수 있다’는 검증되지 않은 이론 하나 때문에 전 국민이 거리로 나선 사실을 우리 국민 대다수가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와서 미국 소가 광우병 위험이 더 크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최근 우리 사회에 새롭게 논란이 되는 사건이 있다. 한 4세 아이가 대장균의 일종인 O-157에 감염돼 생기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에 걸린 것이 발단이다. 피해 아동 가족은 발병 원인을 그날 먹은 ‘햄버거’로 보고 제조 및 판매업체인 ‘맥도날드’를 고소했다. HUS의 또 다른 이름이 ‘햄버거병’. 실제로 아이가 통증을 호소하던 날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었다는 점이 이유로 지목됐다.
HUS가 햄버거병이라는 명칭을 갖게 된 건 35년 전인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에서 햄버거가 HUS의 원인이 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래에 이 병의 발생 원인이 햄버거 때문이라고 확인된 경우는 찾기 어렵다. 이 사실은 인터넷에서 HUS(Hemolytic-uremic syndrome)라는 단어나 문장으로 검색만 해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검색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11년 독일에서 일어난 수천 명의 대규모 대장균 감염 사태다. 이 사건 당시 수백 명이 HUS에 걸렸으며 그중 수십 명이 사망했다. 당시 원인은 햄버거가 아니라 유기농 채소로 지목됐다.
소시지로 인해 발병한 노르웨이 사례, 원인을 발견하지 못하고 과일이나 채소, 육류 또는 유제품으로 추정하는 루마니아 사례도 눈에 들어온다. 당연한 것이 대장균의 감염 경로는 사람이 먹는 모든 음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HUS의 발병 원인으로 각종 채소, 과일, 고기, 우유, 요구르트, 치즈 등을 들고 있다. 감염된 사람이나 동물과의 접촉도 원인이 된다. 오염된 손을 입에 대거나 그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어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물놀이 등을 할 때도 감염된다. 이쯤 되면 HUS를 햄버거병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과연 타당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
HUS의 원인균인 O-157에 감염되면 3∼8일의 잠복기가 지나야 증상이 나타난다. 감염 원인을 밝히려면 발병 시간부터 3∼8일 사이에 무엇을 먹었는지를 살펴보고, 접촉한 사람이나 동물을 두루 조사해야 한다. 햄버거를 먹은 지 2시간 무렵부터 설사를 시작했다는 주장은 햄버거가 원인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근거도 될 수 있다. 햄버거 업체를 두둔할 의도는 추호도 없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대중의 손가락 끝은 햄버거와 맥도날드를 향하고 있다. 맥도날드 한국지사는 책임 소재가 분명해지면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러 매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기업체가 피해자에게 책임 의식이 없다’는 공격이 난무한다. 한 누리꾼은 “맥도날드는 사회적 책임 의식이 없으니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전국적인 햄버거 기피 현상도 보인다. 주말에 방문했던 경기도 일원의 한 햄버거 가게 직원은 “최근 일주일 사이 고객이 50% 이상 감소한 것 같다”고 했다.
피해 아동과 가족은 가슴이 찢어질 일을 당했다. 고소를 통해 조사를 요청하는 것은 그들의 권리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대기업이 불쌍한 피해자를 배려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과연 성숙한 사회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근거 없는 책임론보다는 과학적 조사 결과가 문제 해결의 기준이 되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4. 병사 처우 개선 없이 국방력 강화 없다
대한민국 헌법 제39조 2항은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병사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언제나 군은 조직적 특수성(특별 권력관계)을 이유로 구성원의 인권을 침해해 왔고, 병영의 장막 뒤에 숨어 각종 사건을 축소·은폐하기에 바빴다. 창군 이래 수십 년간 군인은 이 땅의 ‘이등 시민’이었다.
칸트의 영구평화론에 기원을 두고 있는 ‘제복 입은 시민’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나치 군인을 부정하는 개념어로 확립되었고 군인도 시민과 동등한 시민적·정치적·사회적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 하는 이론적 토대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 군은 두 번의 쿠데타에 군대가 동원되는 것을 막지 못했고, 오랜 군사독재를 거치며 안보 위기론과 색깔론을 명분 삼아 시민의 인권을 유린하며 권력 남용을 정당화해 왔다. 이로 인해 군대는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되었고 시민들의 불신 속에 대군불신(對軍不信)이라는 사자성어까지 생겼다.
2014년 육군은 28사단 윤 일병 집단구타 사망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폭로로 인해 외적의 침입이나 내란이 아닌 상황에서 육군참모총장이 경질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당시 군에서는 인권침해가 횡행하여 사기·전투력 저하와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했고 심지어 ‘이래서야 국가를 어떻게 믿고 자식을 군에 보낼 수 있느냐’는 여론이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여론에 힘입어 인권단체들이 입법 청원한 군인복무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현재 시행 1년을 맞이하고 있다. 군인이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권리’를 법률에 명문화한 것만으로도 상당한 진전이라고 평가된다. 법 시행을 통해 군인 스스로 그동안 불분명했던 기본권 보장에 대해 인지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더 넓은 의미에서의 기본권 보장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의 군인은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징집된 시민이다. 따라서 국가가 이들의 사회권적 기본권을 보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군 병력 유지 및 강화 차원에서 본다고 해도 적절한 숙식과 의복의 제공, 진료권 보장은 건강한 병력 유지에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현재 군은 막대한 예산을 사용함에도 교도소 재소자보다 못한 급식, 비현실적인 병사 월급, 부실한 의료 장비와 의료진, PX 민영화, 질 낮은 군복과 군화, 열악한 복무 여건 등 군인들의 사회권적 기본권을 온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만에 내년도 병사 월급을 기존 21만원에서 최저임금의 30% 수준인 40만원으로 인상시켰다. 또 2022년까지 최저임금 50% 선까지 인상하기로 했는데 이때 병장 월급은 67만원이 된다. 2013년 군인권센터가 육군 병사 3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군인권실태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월급에 대해 51%가 군 생활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응답했고, 집으로부터 용돈을 받는 병사는 72%에 육박했다. 군 복무가 가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에게 애국페이를 강요하는 것은 중단돼야 한다.
우리나라 국방비의 대부분이 무기에 투자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장병 복지나 복무환경 개선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사회권적 기본권은 자유권적 기본권과 달리 정부가 정책적으로 예산을 조정하지 않는다면 개선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방비에서 차지하는 의료·복지 예산의 비중을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 군대 내 인권 상황 개선이 곧 병력에 대한 투자라는 인식이 절실하다. 군인의 처우에 인색하면서 국방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청년들은 사랑하는 가족과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젊음을 희생하며 국방의 의무에 응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이 군에서 배워 오는 것은 자긍심이 아니다. 인간 이하의 대우 속에 불합리에 굴종하고, 불의를 인내하는 일에 익숙해질 뿐이다. 군은 ‘애국’이란 명분으로 거대한 부조리를 재생산한다. 이렇듯 존엄성을 훼손당한 제대 군인들이 끊임없이 사회로 던져지는 현실에서 국방의 의무는 절대 신성할 수 없다.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군대는 화려한 수사나 요란한 신무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군인의 자긍심에서 비롯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매일신문〕
5. [매일칼럼] 과학은 과학으로 다루어야
지난주 한 언론계 선배가 SNS상에 이런 사연을 올렸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던 민주당 고정 지지층들로부터 걱정 어린 메일과 카톡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취임 두 달째지만 전에는 없던 일이라는 거다. 소통하고, 자신을 낮추고, 격식 없고…. 입을 댈 곳이 별로 없던 대통령이었는데 요즘은 걱정하는 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들의 걱정거리는 한미 관계도, 한중 관계도, 사드 문제도, 대북 문제도 아니라고 했다. 4대강과 탈원전 정책이었다. 과학은 과학으로 다루어야지, 정치로 다루면 안 된다는 걱정의 소리였다고 전했다.
4대강 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4년 만에 4대강을 다 파 엎어놓을 정도의 혁명적인 생태 환경 변화이니 환경론자들의 공격 표적이 된 건 당연하다. 그렇다고 16개나 지어놓은 4대강의 보(낙동강이 8개로 제일 많다)를 다 철거하자는 이야기까지 나가는 건 ‘오버’다.
보를 철거하면 ‘녹조 라떼’도 없어지고 자연친화적인 하천으로 재탄생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지천과 지류의 축산 폐수와 공장 폐수 등 주요 오염원을 제거하거나 정화하는 게 정답이라는 이들도 많다는데 이건 여론이 아닌가. 또 해마다 닥치는 물난리는 어떻게 해결하나. 건기에 썩은 바닥을 드러내는 하천의 민얼굴이 친환경인가. 골치 아픈 문제의 원인을 모두 4대강 사업에다 미루고 있는 건 아닌가. 보를 없애면 문제는 다 해결되는가. 아닐 거다. 그런데도 막무가내다.
탈석탄발전, 탈원전 문제도 그렇다. 안전도 하고, 생산원가도 싸고, 환경오염도 덜 되는 그런 ‘착한’ 에너지원은 아직 지구상에 없다. 위험하든가, 돈이 많이 들든가, 공급이 불안정하든가, 싼 맛은 당기지만 환경오염 우려가 있든가, 아니면 민원이 많다든가. 다 약점이 있다. 그런데도 이것저것 재보지도 않고 다 ‘스톱’이란다.
다 좋다. 탈석탄발전도 좋고, 탈원전도 좋다. 더욱이 대선 공약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2020년까지 30년을 넘기는 원전은 고리 1~4호기, 월성 1호기, 한빛(영광) 1`2호기, 한울(울진) 1`2호기 등 무려 9기에 달한다. 정부의 방침대로 수명연장을 하지 않는다면 스톱이 확실하다. 이들의 발전 용량을 다 합하면 무려 760만㎾를 넘는다. 최신공법(1기당 150만㎾)으로라도 5기 이상의 원전 발전 용량이다. 공정 30% 가까이 진행된 고리 5, 6호기는 스톱이 됐고 7, 8호기까지. 거기에 신한울 3, 4호기나 신고리 7, 8호기까지. 모두 물 건너간 거나 다름없다. 영덕의 천지원전 역시 삽질을 시작한 건 아니니 같은 운명을 맞을 거다.
계획됐던 이 많은 원전의 발전 용량은 뭘로 대체를 할 것인가. 답이 영 시원치 않다. 정부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상당량을 대체하겠다고 한다. LNG발전은 가격도 싸고 안전하고 원료 수급이 안정적이며 친환경적인가? 그렇지 않다. 신재생에너지가 답인가? 아니다. 더 불확실하다. 안정적이지도 경제적이지도 않다. 그런데도 매년 전력 수요 증가는 폭발적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하나의 전력 사용량이 중소도시와 맞먹는다지 않은가.
다수 국민들에게 탈석탄발전, 탈원전은 내 문제가 아니다. 강 건너 불이다. 이럴 땐 객관적일 수 있고 의연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로 친환경 신재생을 내걸겠지만 막상 전기요금이 30%, 40% 오른다고 한다면 강 건너 불이 아니라 발등의 불이 된다. 그땐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 주머니의 돈이 더 나가는데 과연 탈원전, 탈석탄발전이라고 손을 들어줄까? 또 걸핏하면 블랙아웃 걱정을 해야 한다면 정답이 될 수 없다. 히터와 에어컨 스위치 위에서 손을 벌벌 떠는 상상은 유쾌하지 않다. 그래서 무리라는 말이 나오는 거다.
이런 의구심과 불안감을 해소하고 국민들을 납득시켜야 한다. 적폐 세력의 ‘저의’가 내포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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