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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헌법재판부 간통죄 위헌 결정

■ 공무원연금개혁, 말말말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헌법재판부 간통죄 위헌 결정

 

[한국일보 사설-20150227금] 족쇄 푼 간통죄, 사회 건강성 지킬 보완책 따라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가 국가가 법률로 간통을 처벌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간통죄 처벌 규정은 제정된 지 62년 만에 폐지됐다. 간통죄 폐지는 부부와 가족관계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충격 완화를 위해 법 폐지에 따른 보완책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

 

헌재가 7대 2의 압도적 의견으로 간통죄 위헌 결정을 한 것은 개인자유 보호라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1953년 간통죄 처벌 규정 제정 이후 진행된 네 차례의 헌법재판에서 논점은 명확했다. 폐지론은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 자유를, 존치론은 일부일처주의 유지와 가족제도 보장을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그때마다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많아 모두 합헌으로 판단했다.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질서유지와 공공복리를 위해서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다소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그동안의 일관된 견해였다.

 

하지만 헌재는 이번 결정문에서 “결혼과 성에 대한 국민의 의식이 변화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다 중요시하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국가가 이를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적정하다고 보기 어렵게 됐다고 봤다. 간통죄가 가정이나 여성 보호에 별 도움이 안됐을 뿐 아니라 실효성도 없다는 게 대다수 재판관들의 판단이다.

 

여성의 사회ㆍ경제적 위상이 남성과 비슷해지고 호주제가 폐지되면서 ‘피보호 대상이 아니라 자기결정권의 주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오히려 여성계를 중심으로 폐지론이 적극적으로 제기된 점도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한다. 간통죄 폐지 결정이 나오자 실제로 여성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단체도 대체로 인권을 존중한 정당한 판결이라는 반응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간통죄 폐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완전히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두 명의 헌법재판관이 소수의견에서 “간통죄는 선량한 성도덕의 수호, 혼인과 가족제도 보장 등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존재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듯이 여전히 사회적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간통죄 폐지로 인한 사회적 파장을 줄이고 법적 안정성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다. 간통죄 폐지가 사생활 보호를 절대적인 가치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 해도 개인의 자유에는 그만큼 책임도 따르게 마련이다. 우선 여성들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불평등 없이 홀로 설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위자료나 양육비가 형편없이 적은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배우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물론, 자녀 양육권이나 양육 비용을 물리게 하는 법적 장치도 필요하다.

 

간통죄 폐지에 따른 성 관념 등 가치관의 혼란도 물론 우려되는 부분이다. 심리적 안전핀제거효과로 인해 혼인과 배우자에 대한 책임감이 가벼워지고 불륜이 늘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건전한 성의식과 책임감으로 법 없이도 가정을 지켜 낼 수 있도록 하는 일은 국민 개개인의 몫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227금] 민주적 가치 성찰케 하는 ‘간통죄 위헌’

 

헌법재판소가 형법의 간통죄 처벌 규정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100년이 넘게 존속돼온 실정법이자 미풍양속 보호라는 도덕적 지지를 받아온 형법 규정이 폐지되는 데 따른 사회문화적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적 형사사법 원칙에 비춰보면 당연한 귀결이며 오히려 때늦은 결정이다. 헌재는 1990년부터 2008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간통죄 규정을 합헌으로 판단한 바 있다. 이제라도 위헌 결정이 난 것은 국가가 개인의 자유 영역에 지나치게 개입해온 우리 형사사법 체계 전반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는 상징적인 의미도 지닌다.

 

헌재는 다수의견에서 “비록 비도덕적인 행위라고 할지라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그다지 크지 않거나 구체적 법익에 대한 명백한 침해가 없는 경우에는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제도 보호와 부부간 성적 성실의무라는 명분이 있더라도,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좀더 넓게 보자면, 국가가 옳고 그름의 판단자로서 추상적인 위험을 근거로 개인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결정이다. 우리나라와 북한, 대만, 이슬람권 국가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간통죄가 유지되는 나라가 없다는 점에서 세계적 추세에도 맞는다.

 

물론 법리적 정당성과는 별개로 부작용을 걱정하는 시선도 없지 않다. 오랫동안 유지되던 간통죄가 갑자기 폐지됨으로써 간통 행위에 정당성이 부여된 것처럼 착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헌재 결정은 간통과 같은 성적 사생활의 영역에 국가가 형벌권을 동원하면서까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일 뿐,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파탄시키는 부정행위에 대한 도덕적 비난마저 부인한 것은 아니다. 형법이 아닌 민사·가사법을 통해 법적 책임은 여전히 물을 수 있다. 헌재의 소수의견이 지적한 것처럼, 이혼 과정에서 경제·사회적 약자가 보호되지 못하고 자녀의 인권과 복리가 침해되는 일이 빚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선 국회와 법원이 새로운 상황에 맞춰 실질적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법과 판례를 적극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번 헌재 결정은 단지 간통죄라는 하나의 쟁점을 떠나 민주공화국에서 공권력과 개인의 관계라는 법철학적 문제를 성찰하는 계기도 제공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민주사회의 기반이 되는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양심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등 개인의 자유 영역은 날로 위축되고 있다. 성적 자기결정권에 뒤지지 않는 본질적인 권리들인데도 국가권력이 과도하게 개입하기 때문이다. 개인은 국가의 결정이라면 내밀한 사생활까지도 내보여야 하는 피동적 존재가 아니라 불가침의 자유와 권리를 지닌 주권자라는 게 헌재 결정의 밑바탕이며, 이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영역에서 관철돼야 할 헌법 원리다.

 

 

 

[중앙일보 사설-20150227금] 역사 속으로 사라진 간통죄

 

간통죄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이 땅에서 사라졌다. 불륜을 나라가 처벌하는 간통죄는 대한제국 형법이 공포된 당시부터 110년간 유지돼 왔다. 법 제정 당시엔 오랜 축첩 역사로 인해 일부일처제를 기초로 한 혼인제도가 수시로 위협받는 현실을 보호한다는 바람직한 의도가 있었다. 그러나 일부일처제 혼인 관행이 정착되면서 이 법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도전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혼인제도의 보호’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충돌하며 간통죄는 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에 서 왔다. 그래서 한 개의 법에 대해 1990년부터 다섯 차례나 헌법소원이 제기되고, 네 번의 합헌 결정 끝에 다섯 번째 만에 위헌 결정이 이뤄진 보기 드문 기록을 남겼다.

 

  시대적 요청과 과잉 금지 위반, 실질적으론 유명무실해진 법을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등의 이유를 들어 폐지하는 게 마땅하다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 하지만 이번 위헌 결정에 이르는 과정은 우리 사회에 또 다른 과제를 안겨 줬다. 먼저 다섯 차례나 위헌 심판이 이뤄진 것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고, 위헌 심판의 논점은 같은데 결론이 뒤바뀜으로써 헌재의 권위가 훼손될 수 있으며, 헌법소원 만능주의라는 좋지 않은 관행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간통죄의 쟁점은 간통을 형사처벌하는 것이 온당하냐는 것 하나였다. 그러나 법으로만 따지고 보면 네 차례나 합헌 결정이 나왔고, 이번 합헌 의견을 낸 안창호·이정미 재판관의 논리도 타당했다. 법적으로는 다툴 여지가 여전히 많은 사안이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형사처벌이나 형량을 정하는 것은 입법 사안이지 헌재의 판단을 구할 사안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헌재도 과거 합헌 결정 당시 “간통죄 폐지 여부에 대한 입법부의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간통죄는 오랜 논란거리였고, 아무리 합헌 결정을 해도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고, 기소돼도 형사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사문화된 법이었다. 이런 경우엔 국회가 시대적 요청을 반영해 새로 입법을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순서다. 그럼에도 입법부는 민감한 사안을 회피하고 자신들의 일을 사법부로 떠넘겼다. 이 같은 ‘사법에 의한 입법’은 권력분립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가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

 

  또 전문가와 사회단체 등에선 이번 결정에 대해 수긍하는 반응이 많지만 일각에선 ‘결혼의 의무감이 엷어질 것’ ‘불륜에 면죄부를 주게 될 것’이라는 등의 부정적 여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간통죄 폐지는 간통에 대해 형사적 처벌을 하지 않는다는 것뿐이고 윤리적·민사적 책임까지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결정으로 불륜에 대한 응징수단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민사적으로 위자료 기준을 징벌적 수준으로 높이는 등의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간통죄 폐지가 사회윤리의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경향신문 사설-20150227금] 개인의 자기결정권 중시한 ‘간통죄 위헌’

헌법재판소가 형법의 간통죄 처벌 규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배우자 있는 사람이 간통한 경우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간통한 상대방도 같은 처벌을 받도록 한 형법 241조는 효력을 잃었다. 국가가 법률로 간통을 처벌하는 것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자유를 침해한다는 게 헌재 판단이다. 내밀한 사적 영역까지 국가 형벌권이 지나치게 개입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간통죄 처벌에 따른 사회질서 유지 등 공익보다 시민 개개인의 자유와 법익을 중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헌재는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의지와 애정에 맡겨야 한다”며 형벌로 이를 강제하는 것은 국가권력의 과도한 개입이라고 했다. 또한 “간통행위가 처벌되는 비율이나 사회적 비난 정도에 비춰 예방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실효성도 낮다고 봤다. 실제 간통죄 고소 사건은 매년 줄어들고 있으며, 고소되더라도 수사·재판 과정에서 취하되는 일이 많다. 기소된 경우도 실형 선고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고소하려면 이혼을 전제해야 하는 만큼, 간통죄가 혼인제도 보호라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보다 불륜 배우자에 대한 응징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있어왔다. 국제적으로도 대만 등 극소수 국가에만 간통죄 처벌 규정이 남아 있을 뿐 대부분 사라지는 추세다. 사생활과 개인의 감정을 법으로 통제하는 일은 시대착오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앞서 헌재는 4차례 헌법재판에서 간통죄를 합헌으로 결정한 바 있다. 공공복리를 위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다소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헌재의 견해였다. 이번에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결혼과 성에 대한 인식 변화 등 시대상을 반영한 합리적 판단으로 평가한다. 다만 일각의 우려도 외면할 일은 아니다. 간통죄가 사라짐으로써 성과 관련한 도덕관념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새길 필요가 있다.

 

최근 발표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를 보면 기혼 남성의 36.9%, 기혼 여성의 6.5%가 배우자 외 상대와 성관계를 가진 적이 있다고 한다. 간통죄 폐지에 따른 법적·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결과다. 불륜으로 파탄 사유를 제공한 배우자에 대해선 민사적 배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위자료 액수를 징벌적으로 증액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특히 남성의 외도가 상대적으로 많은 현실을 고려해 민법에서 성평등을 강력히 보장하는 조치가 절실하다. 간통죄 폐지가 혼인의 신성함을 저버려도 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선 안될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0150227금] 시대의 흐름을 따른 간통제 위헌 결정

62년 전에 제정된 형법상 간통죄가 폐지됐다. 1990년부터 간통죄의 위헌 여부를 심리해 온 헌법재판소가 마침내 다섯 번째 심판에서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재판관 9명 중 7명이 찬성하고 2명은 반대했다. 폐지에 찬성한 재판관들은 “간통죄는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반면에 반대한 두 재판관은 “간통죄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 존재 의의를 찾을 수 있고 선량한 성도덕의 수호, 혼인과 가족 제도 보장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간통죄는 고조선의 8조 법금(法禁)이나 구약성경의 십계명에도 유사한 규정이 있을 만큼 역사가 깊다. 그러나 프랑스가 이미 220여년 전에 관련 규정을 폐지하는 등 세계 각국은 간통죄를 없앤 지 오래다.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유교권 국가들도 거의 폐지했다. 우리나라와 대만 정도만 마지막 보루처럼 간통죄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가부장적 문화와 유교적 전통이 지배하는 사회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위헌 결정은 무엇보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세계적 흐름을 따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자기결정권이란 국가나 타인의 강요를 받지 않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간통죄가 폐지됐다고 해서 부부 간, 남녀 간의 성도덕이 해이해져서는 곤란하다. 사회와 국가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가정이 흔들리면 전체 사회나 국가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 정조 수호의 의지가 없이는 부부 간의 사랑과 신뢰도 보장할 수 없고 건강한 가정을 유지하기 어렵다. 간통죄 폐지를 간통의 합법화 또는 불륜의 허용으로 해석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단지 이번 결정의 취지는 성적인 문제는 사생활의 영역이므로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일 뿐이다. 헌법재판소가 2009년에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해서도 위헌 결정을 내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이혼율이 가장 높은 국가인데,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가장 중요한 이혼의 원인이라고 한다. 이번 결정이 혼외 정사를 부추기거나 그 결과 가뜩이나 높은 이혼율을 더 높이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최고 징역 2년형까지 선고할 수 있지만 간통죄의 처벌 조항이 부정행위를 막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다시 말하면 부정행위를 자제하고 부부 간의 정조 의무를 지키는 것도 결국은 각각의 배우자가 판단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다.

 

결혼한 남녀 중에 간통을 저지르는 비율이 남성이 더 높다고 보면 간통죄 폐지 결정에 대해 여성들의 걱정이 클 것이다. 그러나 심리적인 문제일 뿐 현실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본다. 또한 결혼한 남녀의 부정행위에 대한 형사상 처벌은 사라지지만 민사재판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혹여 간통죄의 폐지가 가정 파탄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고 여성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민사법상의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여성계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간통 행위에 대한 징벌적 위자료 액수를 높이는 등의 방법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227금] 사적 영역에 대한 국가개입, 간통죄 뿐만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어제 재판관 7 대 2의 의견으로 간통죄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1953년 형법이 만들어진 이후 62년간 존속해온 형법상 간통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간통죄는 혼인제도를 유지하고 여성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헌재가 간통죄에 위헌결정을 내린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성인들 간에 일어나는 극히 사적인 개인행동에 국가가 마치 자상한 부모라도 되는 듯 개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국가권력의 횡포요 남용에 다름 아니다.

 

간통죄는 사라지게 됐지만 간통죄처럼 국가가 필요 이상으로 사적 영역에 개입하거나 윤리를 강제하는 소위 사법의 공법화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헌재의 이번 결정과 역행하는 법 인식의 대혼란이 초래되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사적 자치를 침해하는 온갖 법령과 규제가 그렇고 업무상 배임죄도 마찬가지다.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얼마든지 다툴 수 있는 민간 자치 영역에 국가가 공권력을 동원해 시시콜콜 간섭하고 형사처벌을 통해 엄벌하려 드는 것이다. 10여개 경제민주화 관련 법률의 거의 전부가 이런 과잉처벌이며 사적 영역을 공법으로 처벌하는 국가주의적 법률들이다. 윤리 도덕과 국가의 징벌권을 혼동하는 법률의 타락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벌금 이상의 형벌을 1회 이상 받은 전과자가 1100만명(2010년)으로 15세 이상 인구의 26.5%나 되는 것도 사적 영역이나 단순한 행정규제 위반을 범죄화한 과잉입법, 과잉규제의 결과다. 실제 전과자의 70%가 일반형법이 아닌 행정규제 위반이라는 보고가 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사법의 공법화 결과 온 국민이 전과자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간통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이다. 하지만 비난받는 것과 국가가 형벌로 처벌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국가가 나서서 윤리의 철퇴를 휘두르는 것은 전근대적 법의식이다. 간통을 결혼 계약의 파기로 해석하더라도 위자료나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적 구제면 충분하다. 사적 영역이 살아나야 공적 영역도 그 경계가 분명해진다.

 

 

■ 공무원연금개혁, 말말말

 

[중앙일보 사설-20150227금] 박원순 시장의 '공무원연금' 발언, 신중하지 못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무원연금’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박 시장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무원들이 박봉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기대는 게 연금”이라며 “이런 것을 없애면 우수한 인재들이 공무원으로 오겠는가”라고 말한 대목 때문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반대하거나 미온적이란 뉘앙스가 풍기는 말이다. 당장 새누리당은 “연금개혁에 어깃장을 놓는 발언”(김무성 대표)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서울시는 어제 부랴부랴 대변인 명의로 보도자료를 내고 “공무원연금은 우수한 인재를 잡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이런 걸 고려해 타협을 통해 합리적으로 결정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였다. 공무원연금 개혁 자체를 반대한다는 뜻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발언의 의도가 어디에 있든, 박 시장의 발언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했고 내용적으로도 신중치 못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재정파탄과 후세대에 대한 과도한 부담을 막기 위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국가적 과제다. 합리적인 안을 도출하기 위해 연금개혁 대타협기구가 가동되고 있다. 박 시장이 개혁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면 논의가 진행 중인 시점에서 혼선을 일으키는 이유가 뭔지 묻고 싶다.

 

  더욱이 박 시장은 가장 많은 지방 공무원을 갖고 있는 수도 서울의 시장이자 야권의 차기 대선 후보로도 거론되는 유력 정치인이다. 발언의 무게가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파장을 미리 가늠하지 못했다면 경솔하고 무책임한 것이고 알면서도 ‘우수한 인재’ 운운했다면 공무원들에게 점수를 따려는 얄팍한 발상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227금] 국회 공무원연금특위, 회의자료 공개않는 이유 뭔가

국회 차원의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공무원연금개혁특위에 3월28일까지 복수의 잠정안을 제출해야 할 '대타협기구'는 두 달째 삐걱대다 25일 산하 노후소득분과위 공무원단체 측 위원 2명이 퇴장하는 파행을 빚었다. 이래서는 특위가 4월까지 최종 단일 합의안을 만들어 늦어도 5월 초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한 지난해 말의 여야 합의를 지킬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공무원단체 등의 반발과 야당의 '태업'을 극복하고 개혁을 이뤄내려면 개혁을 주도하는 여당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위와 대타협기구가 정부 등에 요구해 받은 관련 자료나 각종 회의·공청회 자료와 논의 내용을 정리해 특위 홈페이지 등에 상세히 공개하는 게 방안 중 하나다. 그래야 개혁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내 공무원단체와 야당을 압박할 수 있다. 국민 10명 중 7명이 공무원연금 개혁에 찬성한다는 것만으로는 주춤해진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 새 동력을 얻기 어렵다. 현재 특위는 그 흔한 홈페이지 하나 없다. 특위가 설치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일정 일부만 소개할 뿐이다. 반면 노사정위원회는 다양한 자료와 논의내용을 정리해 그때그때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6일 "공무원연금 개혁의 가장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는 정부도 공무원단체도 아닌 바로 우리 국민"이라고 말했다. 옳은 지적이다.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느라 지난 10년간 혈세 15조원을 썼고 개혁을 미루면 향후 10년간 55조원을 더 써야 하는 게 우리 현실 아닌가. 개혁 논의에 필요한 기초정보들이 통제될수록 국민은 물론 전문가들조차 실상을 알기 어렵다. 투명하고 공개적인 논의도 물 건너간다. 깜깜이식 운영은 밀실논의를 부추겨 여당이 기득권층에 휘둘릴 소지만 키울 뿐이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50227금] 국회의원 징계안 처리, 이번에도 슬쩍 넘어갈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위원장 김재경)가 그제 전체회의를 열어 9건의 국회의원 징계안을 징계심사소위에 회부했다. 이 징계안은 민간인 중심으로 운영되는 윤리심사자문위가 징계 의견을 제출한 사안들인데, 새누리당 김진태 조명철 홍문종 심재철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양승조 장하나 박영선 의원 등 8명이 대상이다. 윤리특위는 징계심사소위를 통해 이들 의원의 징계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나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해온 전례에 비춰 얼마나 실효성 있는 결과가 나올지 의문이다.

 

2012년 5월30일 개원한 19대 국회에서 현재까지 국회윤리특위에 올라온 의원 징계안은 37건에 이른다. 그러나 징계처리가 확정된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윤리특위가 이런저런 핑계로 결정을 차일피일 미뤄온 탓이다. 징계 건 대부분이 여야 정쟁 과정에서 발생한 저급한 막말과 관련된 것들이어서, 징계심사 과정이 또 다른 정쟁을 유발해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운 이유도 있다.

 

이전 국회도 마찬가지였다. 18대 국회는 윤리특위 회부 징계안 58건 중 실제로 징계가 확정된 것은 단 1건이었다. 강용석 의원(무소속)의 여대생 성희롱 건이었는데 윤리특위가 확정한 의원 제명안마저 본회의에서 부결돼 30일 출석정지에 그쳤다. 17대(회부 37건) 16대(13건) 15대(44건)에선 징계 결정이 한 건도 없었다. 결정을 국회 임기만료까지 미루거나 자진 철회로 폐기됐다.

 

이렇듯 유명무실한 징계안 처리에 대한 비난여론이 빗발치자 국회는 2010년 5월부터 민간인들로 구성되는 윤리심사자문위를 운영해고 있다. 하지만 자문위가 아무리 징계안을 제출해도 강제조항이 없어 윤리특위가 무시해버리면 그만이어서 실효성이 거의 없다. 사정이 이러니 국회에서 의원 품위와 어울리지 않는 저급한 막말과 인신공격이 여전히 판을 친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막말 등으로 무려 4건의 징계안이 제출된 상황이다. 이런 징계안을 마치 훈장으로 여기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여야는 한동안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경쟁을 벌였고, 국회의원 징계 강화도 그 중 하나였다. 그러나 관심이 좀 멀어지는 듯하자 언제 그랬냐 싶게 여야가 자신의 이익에 관한 한 사이 좋게 짬짜미를 하고 있다. 뻔히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한국일보 사설-20150227금] 대학 존재가치 건드린 중앙대 학사구조계획

 

중앙대가 현재 고교 3학년이 대학에 입학하는 2016학년도부터 학과제를 폐지하고 단과대학별로 신입생을 모집하겠다고 발표했다.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이라는 방침에 따르면 내년 신입생은 2학년 1학기까지 세 학기 동안 단과대학별로 전공기초 및 교양 과목을 수강한 뒤 2학년 2학기 때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중앙대는 문ㆍ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이 도입되는 2021학년도 이후에는 인문ㆍ사회, 자연공학, 예술ㆍ체육, 사범, 의예ㆍ약학ㆍ간호 등으로 모집단위를 더 넓히겠다는 것이다. 서울대를 비롯한 상당수 대학들이 모집단위를 학부나 계열 등으로 광역화하는 추세이긴 하나 학과제는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과 자체를 폐지하고 학사업무를 단과대학으로 통합하는 중앙대의 시도는 대학교육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파격으로 여겨진다.

 

학교측의 고민을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기업의 현실적 수요를 대학이 충족시키지 못하고, 이로 인한 취업난 등으로 대학교육 무용론이 일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 신입생들이 수능 성적 위주로 학과를 선택하다 보니 전공 만족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점도 감안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인구 감소로 인해 현재의 구조로는 대학의 생존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반영됐을 것이다.

 

그럼에도 중앙대의 ‘너무 나간’ 시도는 심각한 부작용과 후유증을 낳을 수 밖에 없다. 우선 전공간 서열화를 더 심화시킬 것이고, 필연적으로 대부분의 인문사회학을 비롯, 취업전선에서 점점 배제되는 학문의 퇴출로 이어질 게 뻔하다. 학생의 전공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으나, 취업난으로 학생의 선택지가 제한적일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돈 안 되는’ 학과는 없애버리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그렇잖아도 중앙대는 2008년 두산에 인수된 이후 수 차례 일방적인 학과 구조조정으로 홍역을 치러왔다. 2013년에는 비인기학과 4개를 폐지했고 작년에는 대학원의 9개 학과를 없애고 인문ㆍ예체능 계열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기업식 구조조정’이니 ‘두산대’니 하는 비아냥이 나온 이유다. 교수 평가에서도 학문적 업적이나 연구성과는 취업성적이나 학생 선호도 등에 밀려날 것이다.

 

박용성 이사장은 과거 두산중공업 회장 시절, 대학은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직업교육소’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우리 대학들이 신규노동력 공급 측면에서 외국보다 과도한 부담을 지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더라도 대학을 온전히 직업교육소와 동일시 하는 인식은 최고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존재의의를 근본적으로 왜곡하는 것이다. 대학교육 전반에 미칠 엄청난 영향을 생각해서라도 섣불리 밀어붙일 일은 아니다. 재고해야 마땅하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227금] 조합원이 주인 되는 ‘조합장 선거’ 돼야

 

3월11일 치러지는 농협, 수협, 축협과 산림조합장 전국 동시선거에 나설 후보자 등록이 25일 끝났다. 입후보자는 모두 3520여명으로 평균 2.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 아래 처음 시행하는 이번 동시선거에 담긴 의미는 크다. 불법·탈법 선거를 막아 조합원의 올바른 선택을 이끌어내고, 특히 조합원이 조합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 280만 조합원들이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닭이다.

 

지금 농·축·수산업과 이들 분야 종사자들은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농·수·축산 부문이 대폭 개방됨에 따라 국내 업계의 시장점유율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경쟁력이 있는 일부 업종을 빼고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엄혹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조합들은 난관을 타개하는 데에서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이들 조합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농협을 두고 “농산물 판매는 뒷전이고 돈장사(은행 등 신용사업)에만 신경을 쓴다” “조합원이 아니라 임직원을 위한 조직이다” 따위 비판이 끊이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이겠는가. 다른 조합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조합장의 책임이 무거움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중요한 대출 결정을 비롯해 자신에게 주어진 막강한 권한을 엉뚱하게 쓴 사람들이 많았다.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도 여럿이다. 조합장이 조합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는 상태에서 조합이 제대로 운영되기를 바랄 수는 없다. 그런 만큼 4년간 조합을 이끌 책임자를 잘 뽑아야 한다. 그래야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농업협동조합법)일 길이 열린다.

 

이를 위해서는 모름지기 정책선거가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유감이다. 이번 선거를 규율하는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이 합동연설회와 정책토론회를 가로막고 있어서다. 이 법으로는 후보자가 자신을 알리는 어깨띠를 두르고 유권자한테 직접 명함을 돌리거나 개별적으로 지지를 호소하는 정도가 가능하다. 물론, 후보자가 농협 누리집에 연설문 등을 실을 수도 있지만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돕기에는 힘이 달린다. 그런 가운데서도 조합원들이 더 나은 인물을 고르기 위해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금품 살포나 비방 등으로 선거 분위기를 흐리는 후보를 엄벌해야 한다. 선관위가 적발한 불법 선거운동 사례가 벌써 370여건에 이른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227금] 황교안 법무장관의 ‘막가파’ 언행

현직 검사의 청와대 ‘편법 파견’ 문제에 대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25일 국회에서 한 답변 내용은 ‘억지와 궤변’이라는 말로는 모자랄 지경이다. “검사였다는 신분 때문에 특정 직역 취업이 불가능한 것은 헌법이 정한 직업 선택의 자유에 어긋날 수 있다” “대통령이 공약한 내용은 검찰의 법무부와 외부기관 파견의 제한이었다. (청와대에 검사를 파견하지 않겠다는) 공약은 없었다.”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황당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말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는 의미와 맥락이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황 장관의 말은 아무런 의미 연결도, 최소한의 논리 구조도 갖추지 못했다. 청와대에 파견되는 검사들이 형식상으로만 사표를 내는 것일 뿐 파견근무를 마친 뒤 신규 임용 형식으로 검찰에 금의환향한다는 것은 만천하가 아는 일이다. ‘직업 선택 자유’니 하는 말 자체가 애초 성립하지 않는데도 그는 엉뚱하게 갖다 붙였다. ‘외부기관 파견’도 마찬가지다. 청와대가 외부기관이 아니라면 검찰의 내부기관이라는 말인가. 황 장관은 초등학생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엉터리 논리를 펼쳤다.

 

따라서 황 장관의 답변은 결코 ‘말’이라고 할 수 없다. 그것은 그냥 소리일 뿐이다. ‘주구’가 권력을 보위하기 위해 내지르는 소리일 뿐이다. 그는 이미 상식이니 논리니 이성이니 하는 따위의 거추장스러운 장식품을 벗어던진 것으로 보인다. 오직 주인에게 귀염을 받고, 계속 그 자리에 남아 권력의 단맛을 누리겠다는 일념만 번득인다.

 

문제는 이런 인물이 한 나라의 법을 총괄하는 부서의 수장을 맡고 있는 기막힌 현실이다. 최소한의 논리도 없이 황당한 충성심만으로 똘똘 뭉친 법무장관 아래서 ‘법과 정의’가 무너지고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다. 황 장관은 사실 그 자리에서 물러나도 훨씬 오래전에 물러났어야 한 인물이다. 그런데 물러나기는커녕 이제 국회에 나와 터무니없는 사실 왜곡과 엉터리 주장으로 국회와 국민을 우롱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막가파 법무장관’을 과연 언제까지 지켜보아야 하는가.

 

 

[중앙일보 사설-20150227금] 한·중 FTA, 남북 경협과 아시아시장 확대 발판 돼야

 

한국과 중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사실상 타결’을 선언한 지 석 달여 만에 자유무역협정(FTA)에 가서명했다. 양국 정부가 발표한 협정문에서 나타난 최종 합의 내용을 보면 개방 품목은 넓히되 개방 수준은 낮게 잡았다. 양국 모두 교역 품목의 90% 안팎의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으나 관세 인하 기간이 최장 20년으로 길고, 예외 조항을 많이 두어 개방의 효과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양국이 일단 낮은 수준에서라도 FTA를 조기에 체결한다는 데 협상의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개방 수준을 놓고 왈가왈부하기보다는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비록 개방 수준이 낮다고는 하지만 한·중 FTA로 연간 54억4000만 달러 이상의 관세 인하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다양한 대중국 수출 증대 방안을 강구하자는 얘기다. 그러자면 그간의 가공무역을 통한 원·부자재 수출 방식을 탈피해 중국의 13억 내수시장을 직접 겨냥한 소비재 완제품 수출에 주력하고, 한류 열기와 서비스업을 연계한 복합적인 수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번 한·중 FTA 협정문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의 하나는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310개 품목에 원산지 지위를 부여해 ‘한국산’으로 중국에 수출할 길을 열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통해 개성공단 이외의 남북경협지역도 원산지 지위 적용 대상에 추가로 포함시킬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중 FTA를 활용해 개성공단 생산 제품의 판로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북한의 경제특구를 제2의 개성공단으로 발전시킬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즉 한·중 FTA를 잘만 활용하면 남북한의 경협 확대와 북한의 간접적인 개방까지 이끌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한·중 FTA에는 중국 측의 요청으로 ‘관세지역과 제3국 가입’ 조항이 포함됐다. 차후에 홍콩과 마카오, 대만까지 한·중 FTA에 가입할 여지를 둔 것이다. 만일 한·중 FTA가 중국은 물론 대만·홍콩·마카오를 포함하는 거대 중화권 FTA로 확대된다면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양자 간 FTA 체결로 단번에 아시아 최대 시장을 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중 FTA를 중·장기적으로 아시아 시장 확대 전략으로 활용해야 할 이유다.

 

 이제 한·중 FTA는 양국 간 정식 서명을 거쳐 국회 비준만 받으면 발효된다. 한·중 FTA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국회의 비준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보다 적극적인 활용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서울신문 사설-20150227금] 우려되는 민노총의 4월 총파업 선언

민주노총이 4월 총파업을 선언하며 강경 투쟁에 돌입했다. 민주노총은 그제 기자회견을 갖고 노동시장 구조조정 중단과 3월 말까지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 등을 요구했다. 요구 조건이 수용되지 않으면 4월 24일부터 전국에서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부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올 춘투(春鬪)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올해 민주노총이 강경노선을 택할 것이라는 점은 예상됐다. 지난해 12월 당선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쌍용자동차 지부장 출신의 강경파로, ‘즉각적인 총파업’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을 정도였다.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정당한 요구를 하고 투쟁에 돌입하는 것은 노조의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이번처럼 임금인상 등 특정 현안이 아니라 포괄적인 정치, 사회 이슈를 놓고 먼저 총파업 선언부터 하는 것은 명분을 얻기 어렵다고 본다. 결국 ‘정치투쟁’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더구나 불황 속에 허덕이는 올해는 총파업을 하기에는 시점이 너무 좋지 않다. 한국 경제는 이미 일본식 장기 저성장 늪에 빠져 있고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고 있지 않다. 가계부채가 1100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일자리 부족과 장기불황으로 노동자, 서민들은 하루하루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런 어려움 속에 박근혜 정부는 올해를 경제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보고 공공, 노동, 교육, 금융 등 4대 부문의 구조개혁에 매진할 것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노동, 공공 부문의 구조개혁에 우선순위가 놓여져 있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에 들어가면 정부의 구조개혁 일정은 전면 차질을 빚게 된다. 경기 회복에도 직접적인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총파업 선언은 3월 말로 예정된 노사정위원회의 대타협과 4월 말까지 마련하게 돼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 등을 저지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제체질 개선을 위해서라도 노동·공공 부문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는 손을 대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다. 민주노총은 거리에 나서서 투쟁을 할 게 아니라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해 요구 조건을 관철하려는 노력을 하는 게 정도다. 일방적인 요구 사항을 내놓고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파업을 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총파업으로 정부의 발목을 잡으면 결국 경제 살리기에 실패하게 되고 이로 인해 노동자와 서민의 삶은 더욱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서울신문 사설-20150227금] 北 핵무장 가속 중인데 대비 이렇게 굼떠서야

 

북한이 2020년까지 최대 100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조엘 위트 미국 국무부 전 북한담당관이 워싱턴 특파원 대상 브리핑에서 내놓은 불길한 시나리오다. 미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2015년 미국 군사력 지수’ 보고서에 담긴 내용은 더욱 걱정스럽다. 북한이 노동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을 만큼 소형화 기술을 갖췄다고 파악했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에 관한 한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라는 경각심을 가질 때다.

 

다만 이런 정보가 얼마간 과장됐을 수도 있다. 북한이 머잖아 4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왔지만, 지레 호들갑을 떨며 불안을 증폭시키는 건 우리에게 이롭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북이 사실상의 핵 보유국에 근접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대응은 느슨하기만 해 보인다. 윤병세 외교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6자회담 재개와 관련, 적절한 수준의 비핵화 진정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6자회담이 중단된 이후에도 북이 핵무장을 착착 강화해 왔음을 모르지 않을 텐데도 말이다.

 

우리의 대응이 보다 입체적이어야 한다. 당장엔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 북이 최소한 핵동결을 전제로 6자회담 틀 안에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 끝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최악의 시나리오도 상정할 필요가 있다. 북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어제 박근혜 정부 2년을 평가하며 “북을 해치기 위한 대화만을 고집하고 있다”고 했다. 즉 “남조선이 추구하는 통일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제도 통일”이라는 비난이었다. 뒤집어 보면 주민의 삶은 피폐해지든 말든 세습체제를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북이 핵 개발에 더 절망적으로 매달릴 것이란 추론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대화와 북핵에 대한 ‘맞춤형 확장 억제’라는 투 트랙으로 접근하는 게 옳다. 남북 간이든, 6자회담 등 다자 회담이든 대화의 물꼬는 터 놔야 한다. 하지만 위트 전 담당관은 “한국 정부가 통일을 얘기하지만 현실적으로 핵무기 50~100개를 보유한 북과 어떻게 통일을 추진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렇다. 한가로이 ‘통일대박’ 타령만 하다 북핵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재앙 그 자체다. 백조가 유유히 호수 위를 떠다니는 동안 물밑의 두 발은 바쁘지 않은가. 북 핵미사일이 발사되기 전 선제 타격으로 무력화하는 킬 체인과 사후 요격용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 구축을 서두를 때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227금] 黨이 정부에 우선하면 포퓰리즘 유혹 더 커진다

 

새누리당이 앞으로 정책을 주도하겠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 출범 2주년인 지난 25일 새누리당은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한다. 형식상 합의였지만, 새누리당의 요구였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2년 전에 세운 국정과제 중 계속 갖고 갈 것, 과감하게 수정할 것, 새롭게 할 것을 잘 생각해봐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향후 국정 과제를 대폭 수정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새누리당의 의도를 모르진 않는다. 연말정산 소동에 건강보험료 개편 중단 파동까지 겪었던 터다. 정책 혼선을 막고,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공조는 마땅히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당이 정부에 우선하는 국가의 정책 프로세스가 과연 맞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우선 집권여당 따로, 정부 따로일 수가 없다. 모든 정당의 집권은 정부를 장악하는 것으로 실현된다. 그래서 집권여당과 정부는 일심동체다. 지금 총리와 두 부총리도 새누리당 의원이다. 새누리당이 내 탓, 네 탓 따지며 정부를 책망할 게 못 된다.

 

새누리당은 지금 일사불란하게 경제살리기를 외치는 모양새지만, 경제를 불어터진 국수 꼴로 만든 데에는 당의 책임도 막중하다. 소위 경제민주화 운운하며 기업과 기업인을 잠재 범죄자로 죄악시하고, 벌을 세우는 독소조항과 의원입법을 마구 찍어온 과정의 결말이다. 대통령은 오래전 경제민주화 법률 제정이 다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아직도 당내에는 버젓이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돌아가고 새 지도부는 법인세 인상까지 운운한다. 2012년 총선과 대선, 2014년 지방선거 등을 치렀지만, 새누리당의 정강정책이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과 뭐가 다르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정강정책이 있기나 한가. 보수와는 거리가 먼 오렌지족, 야당에 있어야 더 어울릴 의원들이 당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이 정부 위에 군림하면 정책은 선거전략의 종속변수가 될 게 뻔하다. 포퓰리즘 유혹에 더 흔들릴 것이다. 지금 새누리당은 입법과 행정을 혼동하는 원초적 권력이 되고 싶은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227금] 인천공항 中企 면세점 '제로', 관세청은 할 말이 없나

 

인천공항공사가 중소·중견기업에 배정했던 면세점 4개 구역이 모두 유찰됐다. 유일하게 사업자로 선정됐던 화장품업체 참존이 23일까지 내야 할 임대보증금 277억원을 내지 못해 역시 낙찰이 취소됐다. 다른 3개 구역은 지원하는 기업이 아예 없었다. 당국은 재모집 공고를 낼 계획이지만 참여할 중소기업이 있을까 의문이다. 면세점은 초기투자비가 엄청나고 재고부담이 크다. 특히 공항면세점은 임차료가 비싸 이익을 내기 어렵다. 중소·중견기업이 들어갔다가 딱 망하기 쉬운 사업이다.

 

풍경은 2013년 10월22일로 돌아간다. 이날 관세청은 서울세관에서 백운찬 당시 청장 주재로 면세산업 상생협력위원회를 열었다. ‘면세산업을 통한 중소·중견기업 성장 지원책’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2018년까지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을 15곳으로 늘리고 중기제품 매장 면적비율도 12%에서 25%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이었다. 2018년까지 국내 면세점에서 약 5000억원의 중기 매출이 추가로 발생하고 1500명의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떠벌렸다.

 

같은 날 김해공항에선 그간 세 차례 유찰됐던 면세점 제2구역 4차 입찰이 있었다. 중소·중견기업 몫으로 배정된 이 사업권은 듀프리 토마스줄리코리아가 따냈다. 이 회사는 연 매출이 40억달러가 넘는 세계 2위 면세점기업 스위스 듀프리가 한국에 세운 업체다. 한국 중기로 위장한 글로벌 업체에 면세점을 내준 것이다. 중기를 살리는 게 아니라 ‘재벌 대기업’을 막겠다며 만든 얼치기 인기영합정책의 참담한 결과였다. 그날로부터 1년 반 뒤 정부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현실을 인천공항에서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면세점은 한국이 개척한 신시장이다. 매출 6조8000억원(2013년)으로 세계 1위다. 3위인 중국은 지난해 9월 하이난성 싼야시에 세계 최대 면세점을 개장하며 글로벌 마케팅에 시동을 걸었다. 더 키워도 시원찮을 판인데 우리는 경제민주화 광풍과 대·중소기업 이분법에 갇혀 한발짝도 전진이 없다. 당국은 이 어리석음의 결과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227금] 가계부채 대책 언제까지 대증요법에만 매달리나

 

기존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시중금리보다 낮은 2%대 후반의 장기·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게 하는 '안심전환 대출상품'이 3월 말 출시된다. 금융위원회가 26일 밝힌 가계대출 구조개선 프로그램 세부 추진방안의 핵심 내용이다. 가계부채 수준이 지난해 8월 시행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제 완화와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최근 급격한 증가세를 보인 데 따라 이의 위험성을 완화하려는 조처의 일환이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 정책이 다시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는 상충 효과를 고려하면 정부의 고민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의 절대 수준을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이라기보다 금융위가 앞서 발표한 수익공유형 모기지와 마찬가지로 미봉책에 가깝다는 평가다. 당장 대출자들이 저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면서 증가하게 될 주택금융공사의 대출재원 20조원을 은행이 일방적으로 흡수하도록 한 대목은 관치금융 논란을 넘어 가계에서 은행으로까지 위험을 확대하는 시스템 리스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와 별개로 가계부채는 위험한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밝힌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089조원으로 한해 동안 67조6,000억원이나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의 두 배나 되는 증가세(6.6%)도 문제지만 통상 가계부채 위험 수준인 60%를 넘어서 이제는 전체 GDP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정부는 가계부채 수준에 대해 관리 가능하다고 얘기하지만 전문가들이 꾸준히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가격이 급락할 경우 경제에 핵폭탄급 파장을 몰고 올 수도 있다. 정부가 가계부채에 대해 기준과 원칙 없이 대처할 경우의 위험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이미 우리 가계부채는 또 다른 경제위기를 우려할 수준에까지 도달했다는 사실을 정책당국자들이 명심하기 바란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227금] 사려 깊지 않은 김무성 대표의 원전 발언

 

한번 입 밖에 낸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 말을 신중하게 해야 하는 이유다. 고위공직자일수록 파급력이 큰 만큼 더욱 절제해야 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원전 발언은 그런 면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김 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부산시 당정협의에서 "고리 1호기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파악해보니 부산시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고 말해 정부가 원전 폐로 방침을 사실상 굳힌 것으로 전했다.

 

김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바로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그의 경솔한 발언으로 벌써 고리 1호기의 폐로 결정이 난 것처럼 세상이 시끄럽다. 당장 일부 부산시민은 환영 의사를 내비치며 정부가 폐로 로드맵을 밝혀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고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폐로 혹은 계속운전 신청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황급히 해명했지만 전혀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집권 여당의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한 말이기 때문이다. 그가 정부 입장을 알아보고 이를 공개하는 것은 월권이다. 공당의 대표는 그런 일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첫 원전인 고리 1호기는 2007년 6월 폐로될 예정이었지만 전력난 해결을 위해 2017년 6월까지 연장 가동되고 있으며 6월까지 재연장 가동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재연장 가동을 놓고 그동안 시민사회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찬반이 치열하게 엇갈려온 마당에 여당 대표가 불쑥 정부 입장이라면서 무책임한 발언을 해 불난 집에 부채질한 꼴이 됐다.

 

원전은 국내 전력공급의 30%를 담당하고 있다. 아무 대책 없이 폐로를 주장할 일이 아니다. 물론 안전성 확인 없이 재연장 가동을 결정해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판단해야 한다. 판단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몫이다. 때마침 26일에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열려 월성 1호기 재가동 여부를 놓고 온종일 논의를 이어갔다. 김 대표의 발언은 월성 1호기 재가동 여부를 판단하는 데도 영향을 준 셈이 됐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특파원 칼럼/박현(워싱턴 특파원)-20150227금] 미국은 부자증세, 한국은 부자감세

 

미국은 감세정책의 ‘원조’ 국가다.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1980년대 초반 이른바 ‘공급주의 경제학’에 매료돼 대규모 감세를 단행했다. 감세를 하면 근로·투자 의욕이 고취돼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이것이 세수 확대로 이어진다는 일부 보좌진의 설득에 넘어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선 결과가 달랐다. 세계 최대 부국이라는 미국도 1980년대 말에 대규모 감세 여파로 재정이 흔들렸다. 민주당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1990년대 증세를 하면서 재정을 안정시켰다.

2001 년 집권한 공화당의 조지 부시 대통령도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대규모 감세를 했다. 그 규모가 10년간 1900조원에 이르렀다. 결과는 대규모 재정적자였다. 2009년 집권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위기의 급한 불을 끈 뒤인 2013년 재정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증세를 단행했다.

 

오바마가 취한 증세의 방식은 소득 상위 1%를 대상으로 한 소득세 인상이었다. 이런 부자증세는 30여년 동안 승자독식 경제모델을 추구한 결과 중산·서민층의 살림살이는 팍팍해진 반면 부가 소수에 집중된 ‘1% 대 99%’ 사회로 바뀐 점이 반영된 것이다. 오바마는 더 나아가 내년엔 부자증세의 범위를 더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의 증세 캠페인은 기업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그는 미국 기업들이 외국에서 올리는 이익을 외국에 유보해놓아도 세금을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원래 보수정권은 안정을 중시해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펴는 반면에, 진보정권은 복지를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미국의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보수정권이 탕진한 재정을 진보정권이 수습하느라 진땀을 빼는 형국이다.

 

우리나라는 이와 많이 다르다. 우리는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감세 기조를 이어왔다. 미국의 감세정책에서 영향받은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라는 세계적인 기조를 따른 것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6년께 급증하는 복지 수요에 대응해 증세를 고민한 것이 이런 흐름을 거스르려는 첫 시도였다. 당시 그는 ‘비전 2030’ 실현을 위해 중장기 조세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보수언론 주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무위에 그쳤다.

 

당시 참여정부는 자영업자 소득탈루 등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감면 축소, 세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최대한 복지재원 확보에 나서고, 이것으로도 모자랄 경우 재원 마련 방안은 국민적 논의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증세 논의는 다음 정부에서 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신용카드·현금영수증 사용 확대 등을 통해 과세 기반을 넓혀 나름대로 재원을 확충했다.

 

그러나 정작 다음 정부인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규모 부자감세(연간 약 20조원)를 단행했다. 참여정부 시절 모아놓은 재원마저 그렇게 바닥을 냈다. 이 부자감세는 항구적인 만큼 현 정부에서도 계속 시행하고 있다. ‘감세의 원조’ 미국에선 그 폐해를 깨닫고 부자증세로 방향을 틀었는데도 우리는 이를 그대로 놔두고 있는 것이다.

 

최근 ‘증세 없는 복지’ 논쟁을 보면서 과연 우리 정치권이 지난 10년 동안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뭘 했는지 다시 묻게 된다. “지하경제 양성화와 지출 구조조정을 먼저 하고, 만일 안 된다면 국민적 합의에 따라 (증세를) 한다는 게 청와대와 정부의 입장”이라는 최근 최경환 부총리의 말은 10년 전에 들었던 소리와 똑같다. 10년 전 진보정권에서 했던 고민을 보수정권이 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겪어본 바로는 문제를 차기 정부로 미루겠다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김정하(정치국제부문 차장)-20150227금] 비례대표 확대를 논하기 전에

 

중앙선관위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대폭 늘리자고 제안했다. 25일 국회에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통해서다. 현재 지역구 246명, 비례대표 54명으로 돼 있는 국회 구조를 지역구 200명, 비례대표 100명으로 바꾸자는 내용이다. 선관위는 비례대표 확대의 명분으로 지역주의 완화를 내세웠다. 선관위의 안은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비례대표를 권역별로 뽑고 지역구에서 아깝게 떨어진 후보 일부를 해당 권역의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형태다. 새누리당은 호남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영남에서 비례대표 당선자를 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역주의 완화라는 대의명분이야 대찬성이다. 하지만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과연 이 제도가 정치개혁을 촉진할지에 대해선 강한 의구심이 든다. 전국구(全國區)가 전국구(錢國區)라는 얘기를 듣던 시절도 있었다. 당 주변에서 A의원은 50억원, B의원은 30억원 하는 식으로 재력가 비례대표 의원이 얼마를 쓰고 배지를 달았는지가 화제로 떠돌던 게 불과 엊그제다. 그나마 요즘 돈 공천 문제는 많이 나아졌다지만 계보 심기 논란은 여전하다.

 

  지역구 공천은 아무리 당 대표라도 마음대로 못한다. 그러나 비례대표 공천은 당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19대 총선만 해도 새누리당(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 비례대표엔 ‘박근혜 키즈’가, 민주통합당(한명숙 대표 체제) 비례대표엔 친노·운동권 출신이 대거 입성했다. 엉망진창이었던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공천은 두 말 할 것도 없다. 비례대표가 두 배로 늘어나면 비례대표 공천을 통한 특정 세력의 사당(私黨)화 논란이 훨씬 거세질 게 뻔하다. 지역구 선거였다면 진작에 걸러졌을 수준 이하의 의원이 대거 양산될지 모른다. 19대 국회에서도 논란을 빚은 의원 중 유독 비례대표가 많았다는 느낌이다. 최근 만난 여당의 중진은 “솔직히 지금 지역구 의원 중에도 전문가가 수두룩한데 비례대표를 둘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예전부터 정치권·학계 일각에선 비례대표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독일 모델의 영향이다. 하지만 독일에서 성공한 제도가 정치·역사적 조건이 크게 다른 한국에서도 잘될 것이란 보장이 어디 있나. 비례대표 확대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당 대표직 폐지와 같은 철저한 당내 민주화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비례대표 공천 시스템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무턱대고 비례대표 숫자만 늘리는 건 득보다 실이 클 것 같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석종(논설위원)-20150227금] 김치 냄새 논란

오지여행가 한비야씨가 방송에서 지역마다 사람들에게 특유의 냄새가 난다는 얘길 한 적이 있다. 북미나 유럽 사람에게는 고기 내장 삶는 냄새, 중동 유목민은 양털 냄새, 아프리카 원주민은 빙초산 냄새, 동남아인에겐 오징어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한국인에게서 시큼털털한 묵은 김치 냄새가 난다는 말을 한다고 했다. 냄새 때문에 지하철 타기가 고역이란다. 그는 이게 다 음식이나 기후, 혹은 풍토 때문일 뿐이라며 서로 역지사지하면 그 냄새도 역겹지 않다고 말했다.

 

생물학자 권오길 교수는 ‘김치의 과학’이란 글에서 우리에겐 특유한 김치유전자가 있다고 했다. 그 유전자가 없는 외국인이 김치 냄새에 코를 막고 구역질을 하는 건 당연하단다. “우리가 꿀릴 게 뭐가 있는가. 몸에서 마늘, 김치 냄새 좀 나면 어때….” 그는 김치가 한국인의 자랑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어쨌든 외국인들에게 김치와 마늘은 냄새만 맡아도 고역인 게 분명하다. 개화기 의사로 할동한 미국인 앨런은 조선의 김치맛에 매료됐는데, 역한 냄새가 나는 마늘은 빼고 김치를 담가 먹었다고 <조선견문>에 썼다. 한때 외국에서 김치 냄새 때문에 수난을 겪은 유학생들 이야기를 숱하게 들었다. 여행객들이 항공기에 김치를 실었다가 폭발(?)하는 황당한 일도 심심찮게 일어났다. 이처럼 냄새 때문에 냉대받던 김치가 요즘은 서양에서도 각광받는 건강식품이 됐다. 김치와 김장문화는 인류무형유산에도 등재됐다.

 

외국인들이 한국인을 비하할 때 ‘김치’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이번에는 제87회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버드맨>에서 주인공(마이클 키튼)의 딸이 한국인의 꽃집에 갔다가 “여기서 더러운 김치 냄새가 진동해(It all smells like fucking kimchi)”라고 말하는 장면 때문에 한국 비하 논란이 일고 있다고 한다. 영화사 측은 “신경질적인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한 대사일 뿐 비하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국 대표 음식인 김치가 부정적인 표현에 동원된 것이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영화의 표현 하나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권오길 교수는 “풋내 나는 겉절이 인생이 아닌 농익은 김치 인생을 살아라”라는 게 ‘김치 민족’의 자존심이라고 했다.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정기홍(논설위원)-20150227금] 포수와 엽총

산짐승을 잡을 때 주로 엽총(獵銃)과 공기총을 사용한다. 사냥하는 사람을 포수라고 말한다. 대포 포(砲)에 손 수(手) 자를 쓴다. 손으로 대포를 쏜다는 뜻이다. 옛날에 호랑이와 멧돼지, 토끼를 잡으려고 대포를 쏘았을까. 아마도 포나 총에 화약을 넣었으니 근대에 와 통칭해 정의한 것이 아닌가 싶다. 포수의 사전적인 뜻은 ‘총포(銃砲)를 이용해 야생 짐승이나 새를 잡는 사람’이다. 더하자면 Y자로 생긴 고무줄 새총도 꿩 등 작은 날짐승을 잡는 데 한몫을 거뜬히 한다.

 

사냥하는 포수의 모습은 멋이 있다. 근사한 사냥복에 잡은 꿩과 토끼를 허리춤에 차면 미국 서부 개척 시대를 그린 영화에 등장하는 총잡이 못지않다. 타깃을 겨누는 자세도 영화 ‘황야의 무법자’에서 권총을 빼든 총잡이의 그 모습이다. 그런 매력의 포수에게 요즘 들어 수렵철이 아니면 보기 어려운 숨은 곡절이 있다. 일본이 을사늑약 직전 의병 활동에 나선 포수들을 없애려고 ‘군사경찰 훈령’을 만들어 총포와 탄약 등을 마음대로 개인이 소유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포수의 직업은 오랫동안 쇠락의 길을 걷게 됐고 지금은 취미 생활 정도로 자리하고 있다. 겨울 수렵철에 3개월여간 수렵허가 지역에서만 포수질을 허락한다.

 

엊그제 50대 남성이 돈과 치정 문제로 세종시의 편의점에서 사냥총인 엽총으로 3명을 숨지게 하고 자신은 자살했다. 추억의 포수를 생각하기가 살벌할 정도다. ‘총의 나라’인 미국에서 종종 일어나는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을 보는 듯하다. 미국은 헌법에 총기 소유를 인정하고 있을 만큼 한 집에 한 정 이상의 총기류를 갖고 있는 나라다. 미국이 개인의 총기류 소지를 허용한 것은 서부 개척 시대에 불안한 치안을 유지하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호신용 총을 갖지 않으면 어느 순간 불상사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개인에게 허가를 내준 총기의 수는 16만정 정도라고 한다. 이 가운데 엽총이 3만 7000정 정도이다. 공기총은 9만 6000여정으로 가장 많다. 공기총도 개인이 집에 갖고 있는 것은 5만 9880정이고 경찰이 관리하는 것은 3만 6415정이다. 엽총류와 살상 능력이 큰 5.5㎜ 공기총은 중요 부품을 경찰서와 파출소, 지구대에서 보관한다. 수렵장 운영 기간에만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 총을 내준다.

 

이번 사건 과정에서 총기의 허가와 반출에 큰 문제가 없었다지만 최근 들어 멧돼지 등 야생 짐승이 민가에 자주 출몰하면서 관리가 다소 느슨해진 것은 아닌가. 미국에서도 남부와 서부 지역 말고 동북부에서는 총기 관리가 보다 엄격하다. 최근에 총기 사고가 빈발하자 보완책을 심도 있게 논의 중이다. 하지만 미국총기협회의 힘이 커 잘 먹히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가 총을 자유롭게 소지할 수 있을까. 가부는 ‘좋은 총기’와 ‘나쁜 총기’의 사용의 문제다. 보완책을 더 갖추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허원순(논설위원)-20150227금] 전신이식

 

경제가 발전하면서 깨끗한 위생, 균형잡힌 영양으로 수명은 획기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가 나쁘면 산해진미도 소용없다. 틀니 브리지 임플란트 같은 인공 신체가 치아 쪽에서 먼저 발달한 현실적인 이유일 것이다. 입안의 인공장기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자리잡았다. 의족, 의안에다 요즘은 인공관절도 꽤 쓸 만하다. 미국선 인공안구가 실용화됐다는 보도다.

 

하지만 몸속 장기는 현대 의과학으로도 만들기 어려운 모양이다. ‘아일랜드’ 같은 상상도 있기는 하다. 복제된 자기가 격리된 무균지대에서 길러져 진짜 본인에 이상이 생길 때 장기를 교체하는 비즈니스다. 그러나 영화일 뿐 내장 장기는 아직은 이식이 현실적 대안이다. 간도, 심장도 이식된다. 수험생이 부모에게 신장 한 쪽을 떼준 정도는 화제 축에도 못 낀다. 한때 장기이식 희망자들이 법적 논란 등을 피해 중국을 찾더니 요즘은 인도가 각광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생명윤리와 결부되면서 어디서나 논란이 이어진다.

 

이탈리아의 신경외과의가 전신이식 수술이 2년 내 가능하다고 주장해 화제다. 학술지에 전신이식 개념을 소개하고 프로젝트 참여자도 모으겠다고 한다. 살아있는 사람 머리에 숨진 사람의 몸을 붙인다는 것이다. 뇌에서 척추, 온몸의 뼈까지 미세한 신경조직을 연결할 수 있다면 노벨상이 문제일까. 이 의사는 윤리문제가 진짜 걸림돌이라 했지만 윤리는 종종 후행적 문제였다. 복거일의 과학소설 ‘내 몸 앞의 삶’에 나온 대로다. 25년 복역을 마친 40대가 딸 결혼을 위해 거금을 받고 60대와 육신교환 수술을 한다는….

 

이미 1970년대에 미국에서 원숭이의 몸과 머리를 바꾸는 수술이 시도됐다. 지난해 중국 하얼빈의대는 쥐를 대상으로 비슷한 시험수술을 했다. 결국 인체도 대상이 될 것인가. 성공 확률보다 더 궁금한 것은 치료받은 사람의 정체성이다. ‘누가 주체, 즉 나인가’ 하는 질문이다.

 

왜 머리 교체가 아닌 전신이식이라고 부를까. 몸이 다 바뀌어도 자기정체성의 기준은 여전히 머리라는 뜻인가. 심장 이식자의 경우 음식 기호가 달라지고 성격도 변한다는 연구를 보면 감정의 일부는 가슴에 존재할 수도 있는 모양이다. 유물론이냐, 유심론이냐의 역사적 단서가 생물학을 넘어 의과학에 달린 상황이라는 말도 된다. 현대 생물학의 한계는 어디까지일지…. 의과학은 인간존재의 철학적 물음들을 근본에서부터 흔들게 될 것 같다. A의 머리와 B 신체로 다시 일어선 그는 A인가, B인가. 그 규정은 또 누가 하나. 단지 법적 문제를 넘어 철학적 질문으로도 이어진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문성진(논설위원)-20150227금] 푸티니즘의 발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젊어 한때 위험 불감증을 의심받았다. 구소련의 첩보기관인 KGB에 들어간 1975년부터 워낙 훈련과 업무에 저돌적이다 보니 주변에서 '겁 없음'을 그의 치명적 단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겁 없는 푸틴은 강력한 추진력으로 KGB에서 승승장구했고, 1996년 대통령 총무실 부실장으로 크레믈린에 입성하고는 불과 4년 만에 그 자신이 대통령 자리를 꿰찼다.

 

대통령이 된 푸틴은 강한 러시아를 표방했다. 구소련 붕괴 후 도탄에 빠진 경제를 살리고 정치적으로도 강대국의 지위를 회복시키겠다는 다짐이었다. 결과는 러시아 국민들이 열광할 정도였다. 집권기간인 2000~2008년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은 4배 늘었고, 수출이 3배 증가하면서 외환보유액은 10배로 불어났으며, 주가지수는 12배나 뛰었다. 2008년 1차 임기를 마친 푸틴은 70~80%의 높은 국민 지지율을 뒤로 한 채 총리로 잠시 물러나 있다 2012년 다시 대통령에 복귀했다.

 

돌아온 푸틴에 대한 열망은 더 뜨거워졌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국민 여론조사 결과 84%가 "푸틴이 대통령직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역대 최고의 지지율이다. 2018년 러시아 차기 대선 승리가 확실해 보인다. 러시아 대통령직만 20년, 총리직에서 막후 실력을 행사한 4년을 포함하면 무려 24년의 대단한 권세다. 과연 '현대판 차르'라 불릴 만하다.

 

유럽의 많은 정당들이 푸티니즘에 매혹돼 있다. 그리스의 시리자와 스페인의 포데모스 같은 극좌정당은 물론 프랑스의 극우정당 국민전선(FN)까지 푸틴 대통령과의 연대를 대놓고 자랑한다. 유럽 내 이런 정당이 11개나 된다.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을 강탈한 푸티니즘을 옹호하다니 선진 유럽 정당들의 맹종을 납득할 수 없다.

 

푸틴이 가장 존경한다는 제정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도 경제개혁과 국가주의를 앞세우며 강한 러시아를 표방했다. 그러나 표트르는 인권탄압과 침략전쟁으로 역사에 큰 오점을 남겼다. 푸틴과 푸티니스트들은 표트르의 전철을 밟으려는가. 포퓰리즘에 대한 대중의 열광은 순간에 불과하지만 그 행위에 대한 역사의 지탄은 영원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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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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