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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  경향신문 〕

1. 역대 최악 오존 습격, 벌써 작년 기록 육박

시민 건강을 위협하는 ‘고농도 오존' 현상이 올 들어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여름이 절반 정도 지난 7월24일 현재 오존경보 발령 횟수는 역대 최다였던 지난해 발령 횟수에 육박했다. 오존경보가 발령되면 야외활동 시 건강 피해가 우려되지만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4일 서울시 대기환경정보,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 등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오존경보 발령 횟수는 225회로, 역대 최다 기록이던 지난해 전체 발령 횟수 234회를 곧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오존경보가 33회 발령된 서울에서는 올해엔 24일 현재 32회를 기록했다. 고농도 오존 현상이 주로 6~8월에 일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오존경보 발령이 2배가량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셈이다. 

이처럼 오존경보가 급증한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과 경유차 증가 등을 꼽고 있다. 지난 22일 불볕더위가 나타났던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선 하루 동안에만 11곳에서 오존경보가 발령됐다. 경유차는 햇빛과 만나면 광화학 반응을 일으켜 오존을 생성시키는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유기화합물을 배출한다.

서울시는 올해 오존 고농도 현상이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오존 대책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현황 조사를 추진하는 등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대응도 시급하지만 지금부터 준비해야 내년·내후년 여름의 고농도 현상에서 시민 건강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오존 농도가 0.01ppm만 높아져도 시민들의 호흡기계 질환의 상대위험도는 1.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환경부는 아직 특별한 오존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는 미세먼지 대책만 포함돼 있고 오존은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환경부는 지난 12일 배포한 보도 자료에서 오존경보가 지난해보다 조금 낮거나 유사한 수준일 것이라는 안일한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장기간 노출돼야 건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큰 미세먼지에 비해 오존은 짧게만 노출돼도 직접적인 건강 피해가 일어난다. 오존은 마스크나 공기청정기 등으로 일부 저감하는 것이 가능한 미세먼지와 달리 대피하는 것 말고는 피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정부의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고농도 오존 발생 시 행동요령은 시민들에게 거의 전파돼 있지 않은 상태다. 주로 오존경보가 발령되는 오후 2~4시 사이엔 오존이 많이 발생하는 곳을 아예 가지 않는 것만이 건강 피해를 입지 않는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권역별로 오존경보가 발령되면 해당 지역의 자동차 진입을 제한하거나 오존 관련 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장의 영업을 제한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도입은 요원한 상태다. 서울연구원은 2014년 ‘고농도 오존의 시민 건강 영향과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오존주의보가 발령되면 보육시설·초등학교의 실외학습을 제한하고, 관련 사업장의 조업시간을 단축하며, 자동차 운행 자제를 요청하는 오존 대응방안 등을 마련하도록 제시한 바 있다.



일본 도쿄도는 국내 오존주의보 발령 기준인 0.12ppm보다 낮은 0.1ppm에서도 어린이·학생의 건강 피해 예방을 위해 어린이집·학교 등에 오존 정보를 통보하고 있다. 결국 현재로서는 오존경보가 발령되면 개인이 알아서 피할 수밖에 없다. 고농도 오존이 발생하는 여름철 오후 시간에 야외활동을 하는 초·중·고 학생들이나 인쇄소·세탁소 등 영세 사업장 종사자들은 이미 무방비로 오존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입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



〔  국민일보 〕

2. 文대통령 “北 평창행 결단만 남았다… 끝까지 기다릴 것”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결단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며 “성급하게 기대하지도 말고 반대로 비관하지도 말고 마지막 순간까지 문을 활짝 열어두고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200일을 앞두고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G(game)-200, 2018 평창을 준비하는 사람들’ 행사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북한이 참가할 수 있도록 열어뒀다.


이젠 북한의 결단만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2020년에는 일본에서 하계올림픽이 열리고 2022년은 중국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며 “한·중·일에서 연이어 열리는 올림픽이 동북아 평화를 더 강고하게 만드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평창 동계올림픽에 ‘치유 올림픽’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한 국내 정치상황 때문에 국민들이 오랫동안 힘들었지 않느냐”며 “동계올림픽을 보란듯이 성공시켜 상처받은 국민들이 대한민국에 대해 다시 자부심을 갖게 되고, 치유받고 위안받고 희망까지 갖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평창 방문은 내년 2월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국민적 관심을 고조시키기 위한 행보다. 개막 200일을 앞둔 현재 국내에서 동계올림픽 개최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 상황을 ‘붐업’시키기 위한 차원이라는 의미다.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홍보대사로 위촉된 문 대통령은 행사장에서 정찬우 김연아 홍보대사로부터 홍보대사 명함을 건네받고 함께 화보 및 영상도 촬영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홍보대사로 위촉됐으니 모든 힘을 다해 동계올림픽을 국민 모두가 자부할 수 있는 대회로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을 상대로는 “기업들, 특히 공기업이 올림픽을 위해 좀 더 많은 후원을 해주길 부탁드린다”며 재정적 후원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또 행사에 참석한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올림픽에 북한팀이 온다면 개마고원 감자를 좀 가져왔으면 한다”고 하자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마고원 감자와 강원도 감자가 만나는, 한민족 축제의 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문 대통령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 정부 인사들과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등 체육계 및 후원사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했다.




〔  동아일보 〕

3. “최저임금 너무 올라”… 한국 떠나는 기업들

국내 1호 상장기업인 경방이 최저임금 등의 여파로 주력 공장 시설의 베트남 이전을 확정했다. 섬유산업이 쇠퇴하는 가운데 감당하기 힘든 최저임금 인상이 겹쳤기 때문이다. 경방은 국내 공장의 추가 해외 이전과 사업 철수도 검토하고 있어 한국 근대 산업계를 이끈 기업이 더 이상 국내에서는 해당 분야에서 사업을 펼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김준 경방 회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대 10%로 예상했던 최저임금 인상 폭이 16%이상 되면서 더 버티기 힘들 것으로 판단돼 오늘 이사회를 열고 광주공장 일부 시설의 베트남 이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방은 현재 국내에서 광주 광산구 장덕동, 경기 용인시,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가장 최신식 설비를 갖춘 광주 공장의 면사를 생산하는 5만5000추(생산단위) 중 절반가량인 2만5000추를 베트남 빈증성으로 이전하겠다는 것이다. 

광주 공장에서 설비를 이전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200억 원이다. 베트남의 인건비는 한국의 10분의 1 수준으로 연간 임금 상승률도 7% 안팎이어서 이전 비용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게 경방 측의 분석이다. 광주 공장의 생산인력 150여 명에 대한 구조조정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1919년 민족자본으로 세운 경방은 국내 섬유산업을 이끈 1세대 기업이다. 김 회장의 할아버지인 고 김용완 경방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여섯 차례나 지냈다. 김용완 회장의 아들이자 김준 회장의 아버지인 고 김각중 명예회장도 전경련 회장을 지낼 만큼 경방은 국내 산업과 재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경방에 앞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전방 역시 공장 3곳과 인력 600여 명을 해고하는 방안을 놓고 최종 결론을 앞두고 있다. 조규옥 전방 회장은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나머지 인력들도 모두 해고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방직산업의 해외 이전과 구조조정 여파로 연관 산업의 연쇄적인 도산이나 일자리 상실도 우려되고 있다. 국내 방직산업의 현재 고정인력은 500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방직업체가 만든 실로 직물을 만들거나 염색을 하는 업체 등 전방위 관련 산업까지 고려하면 1만 명이 훌쩍 넘는다.



〔  문화일보 〕

4. 조선중앙통신,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 주장 보도

남북한 및 해외 여성단체는 24일 일제가 지난 1907년 강압 체결한 ‘정미7조약’(한일신협약) 110년을 맞아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 등을 주장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6·15공동선언 실천 북측위원회 여성분과위원회와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여성본부, 재일본조선민주여성동맹 중앙상임위원회, 재일한국민주여성회 명의로 발표한 ‘일본의 정미7조약 날조 110년에 즈음하여 해내외의 온 겨레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게재했다.



통신에 따르면 호소문은 “일제가 저지른 만고죄악은 세월이 가고 세기가 바뀌어도 결코 잊을 수 없으며 우리 민족에게 끼친 특대형 국가범죄에는 시효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미7조약은 정미년인 1907년 7월 24일 체결된 조약으로 일제가 대한제국으로부터 법령 제정권과 관리 임명권 등을 빼앗는 것을 골자로 하는 7개 항목의 조약이다.

이들 단체는 또 호소문에서 2015년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굴욕적이며 비법적인 일본군 성노예 합의를 전면 무효화하고 폐기해 버리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일본에 재침의 길을 열어주고 민족의 이익을 팔아먹는 일본과의 군사협정 체결과 ‘동맹 강화’를 저지하기 위한 활동을 더욱 힘차게 벌여나가자”고 주장했다. 



〔  서울신문 〕

5. 20대 ‘희망고문’ 軍 복무 18개월

문재인 정부가 군 복무 기간을 현행 21개월에서 18개월로 3개월 단축하겠다고 밝히면서 사회적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임기 내 줄이겠다”는 방침만 정해지고 적용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대 예정자와 이들의 가족들은 “하루속히 단축된 복무 기간을 적용하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19일 군 복무 기간을 2020년까지 18개월로 3개월 단축하는 안을 담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는 적용 시기나 군 병력 감축에 따른 병력 구조 개편 계획 등을 아직 확정 짓지 못했다. 국방부도 “구체적 시기는 미확정 상태”라고 밝혔다.

입대 예정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학업과 병역, 그리고 취업에 이르는 ‘인생 스케줄’이 꼬여버렸다는 항변도 쏟아진다. 올해 하반기에 카투사(주한미군 배속 육군) 지원을 계획했던 김승진(21)씨는 24일 “복무 기간이 언제 18개월로 줄어들지 알 수 없다 보니 카투사에 떨어지면 공군에 지원하겠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 같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대학생 최모(22)씨는 “졸업을 생각하면 입대를 미룰 순 없고, 그렇다고 21개월을 복무하긴 싫고, 마냥 단축되기만을 기다리면 휴학을 한 번 더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문연구요원’을 준비해 온 입대 예정자들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석·박사 과정을 준비하는 대학생이 주로 지원하는 36개월간의 대체복무제로 현재 폐지 위기에 놓여 있는 상태다. 서울의 한 공과대학에 재학 중인 김모(23)씨는 “학부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해 전문연구요원에 지원할 계획이었는데,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폐지되면 인생 계획을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면서 “하루빨리 군 복무기간이 18개월로 단축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병무청에 따르면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발표된 19일과 다음날인 20일 이틀 동안 군 복무 기간이 언제부터 단축되는지 묻는 민원 전화만 300여건 가까이 쏟아졌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군 복무 기간 단축이 필요하다면 감축 계획 정도만 발표하면 되는데 구체적 방안 없이 3개월이라는 기간만 섣불리 발표해 혼란을 야기했다”면서 “구제금융(IMF)사태 이후 출산율이 급락해 병력 부족이 뻔한 상황에서 병력 감소 추이를 살펴본 뒤 복무 기간을 줄여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군은 현재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와 막바지 실무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 전후 입대한 병사 간 복무 형평성 문제를 최소화하고, 3개월치의 병사 월급이 남는 문제 등을 해소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복무 기간이 18개월로 줄어들어 나중에 입대한 병사가 21개월 복무 기간을 적용받아 먼저 입대한 병사보다 전역이 빠른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 군 관계자는 “26개월에서 24개월로 복무기간을 단축했던 2003년 당시 이미 입영한 이등병은 6~7주, 병장은 1~2주 등 계급별로 복무기간 단축 혜택을 차등해 적용했다”면서 “18개월로 줄어들더라도 복무 기간 ‘역전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세계일보 〕

6. 전문가 빠진 채…닻 올린 '신고리 공론화위'

신고리 5·6호기의 영구 중단 여부 결정 과정을 책임질 공론화위원회가 24일 공식 출범했다. 문재인정부 ‘탈원전’ 정책 추진의 향방뿐 아니라 대한민국 에너지정책의 패러다임을 좌우하는 공론 절차가 시작된 것이다. 공론화위는 앞으로 3개월 동안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관한 공론화 작업의 설계·관리를 담당하게 되고, 공론화위가 선정한 시민배심원단이 공사 중단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문 대통령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탈원전’ 의지를 거듭 밝힌 상황에서 공론화위가 출범함에 따라 공정성 확보 여부가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공론화위원장과 8명의 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위원장은 진보 성향인 김지형 전 대법관이 선정됐다. 김 위원장은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대법관을 지냈고, 퇴임 후 삼성전자 반도체질환 조정위원장과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공론화 위원은 인문사회·과학기술·조사통계·갈등관리 4개 분야에서 각 2명씩 선정됐다. 원전 에너지 전문가는 포함되지 않았다. 8명의 위원 가운데 3명이 여성이고, 30대가 3명 포함됐다. 이들은 이날 오후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위촉장을 받은 직후 첫 회의를 열고 향후 위원회 운영방향을 논의했다. 공론화위는 지역별·세대별 안배를 통해 시민배심원단을 선정한 뒤 대국민 설문조사나 TV토론회 등을 통해 배심원단의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첫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사회적 합의라는 구색을 맞추기 위해 위원회를 한다는 오해가 생기지 않아야 할 것”이라며 “전문가 중심의 논의가 적합하다는 견해도 일리 있는 생각이기 때문에 위원회가 전문가 논의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홍 실장도 “정부는 앞으로 어떠한 간섭 없이 공정과 중립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나가고, 최종결과가 나오면 이를 그대로 수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론화위는 90일의 활동기간이 끝나는 10월21일까지 최종 공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매주 목요일 정례회의를 열고 투명성 확보를 위해 회의록을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하기로 했다. 공론화위가 활동에 착수함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회의 신고리 5·6호기 공사 임시 중단 결정 과정에서 첨예하게 드러난 찬반 갈등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취임한 백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신고리 5·6호기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고 설계수명이 다 된 원전을 연장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원전 설계수명 60년을 감안하면 2019년 마지막으로 상업 가동에 들어가는 신한울 원전 2호기 설계수명이 끝나는 2079년에 ‘원전 제로’가 되기까지 62년이 남게 된다”고 말했다. 한 


수원 노조와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문 대통령이 사실상 ‘탈원전’을 천명한 만큼 공론화 절차가 요식행위에 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당 ‘문재인정부의 졸속 원전정책 진상규명 및 대책마련 특위’는 이날 공론화위 출범에 대해 “(위원 명단을 보면) 전문가가 없고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선정됐는지 알 수 없어 공론화위원회의 정당성을 찾을 수 없다”며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제왕적 명령을 받들기 위한 정체불명의 기구”라고 비판했다. 



〔  조선일보 〕

7. "앞으로 100년은 빅데이터 싸움" 구글·MS·아마존 年36조원 투자

지난 15일(현지 시각) 미국 오리건주 더댈러스에 있는 구글 데이터센터. 약 3만1000㎡(약 9300평) 부지에는 가로 60m, 세로 150m, 높이 10m가 넘는 초대형 건물 세 동이 나란히 서 있었다. 데이터센터의 동·서·남쪽은 약 3m 높이 철제 울타리로 둘러싸였고 출입이 가능한 정문 초소는 보안 요원이 24시간 상주하면서 출입자를 일일이 확인했다.

구글이 군사 시설을 연상케 할 정도로 보안을 유지하는 이유는 구글 사용자의 데이터 정보가 보관돼 있기 때문이다. 이곳을 포함해 전 세계 15곳 서버 250만여 대에 사용자 30억명이 만드는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쌓인다. 구글 데이터센터에 현재 보관된 데이터양은 최소 15엑사바이트(EB·1EB는 10억7000기가바이트)에 이른다. 4단 캐비닛 3072억개 분량이다.

구글 데이터센터에서 차로 약 두 시간 떨어진 농촌 지역 프린빌 외곽에는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애플과 페이스북의 데이터센터가 들어서 있다. 페이스북 데이터센터는 총면적 3만㎡(약 9000평) 건물 두 동으로 구성돼 있다. 데이터센터 뒤편에서는 세 번째 데이터센터를 짓는 공사도 진행되고 있다. 이미 건물 외관은 거의 완성됐고 내부에 서버를 반입하는 최종 작업이 한창이었다.

공장이 필요 없는 인터넷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건설에 현금을 쏟아붓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작년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 3사는 데이터센터 건립 등 데이터 수집에만 315억달러(약 36조원)를 투자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 인터넷 기업들도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은 "지난 100년간 석유가 세계 산업을 이끌었다면 앞으로는 데이터가 세계 산업을 이끌 것"이라며 "이 경쟁에서 밀려나면 국내 기업들은 세계 데이터 기업들의 하도급업체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  중앙일보 〕

8. “국정원이 후보 검증” 원세훈 파일 파장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재판에서 그가 선거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케 하는 녹취록이 공개됐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김대웅)는 24일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국정원이 작성한 ‘전(全)부서장 회의’ 녹취록과 ‘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일명 SNS 장악 보고서) 등을 증거로 채택했다.

녹취록에는 2009~2012년 국정원 부서장 회의에서 원 전 원장이 발언한 내용이 담겨 있다. 국정원은 최근 이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이를 재판에서 공개한 뒤 증거 채택을 요청했다. 2013년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당시 국정원은 원 전 원장의 발언 중 상당 부분이 삭제된 상태의 녹취록만 ‘국정원 특별수사팀’에 넘겼다.

이날 재판에서 공개된 녹취록 원본에는 원 전 원장이 “(2010년) 지방선거에서 국정원 지부가 후보를 검증해서 나가게 해라” “(정부 비판적) 기사가 못 나가게 하든지 보도 매체를 없애버릴 공작을 해라. 잘못할 때마다 쥐어패는 게 정보기관이 할 일”이라고 말한 것으로 적혀 있다. “심리전이라는 게 대북 심리전도 중요하지만 우리 국민에 대한 심리전도 중요하다” “좌파들이 국정 발목을 잡으려는 걸 차단하는 데 여러분들이 앞장서 달라” 등의 말도 있다.

재판부는 ‘SNS 장악 보고서’도 증거로 채택했다. 이 문건은 2011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분산서비스거부공격(디도스)을 수사한 ‘디도스 의혹 특별검사팀’이 전 청와대 정무수석실 김모 행정관 집에서 압수한 청와대 문건이다. 여기에는 “좌파 절대 우위인 트위터의 빈틈을 파고들어 SNS 인프라를 구축하고 좌파 점유율이 양호한 페이스북을 집중 공략해 여론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등 이른바 ‘댓글 부대’ 운영과 관련한 지침이 적혀 있다. 디도스 특검팀은 활동을 끝내면서 이 문건을 검찰에 넘겼지만 검찰은 원 전 원장 재판에 활용하지 않고 청와대에 반납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 측은 “피고인은 지속적으로 총선·대선을 언급하면서 (국정원을) 정권 또는 대통령에 대한 보좌기관처럼 생각한 게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운동을 국가안보라고 인식하고 정부·여당에 반대하면 종북으로 규정해 공격하도록 지시한 것은 국정원장의 지위를 이용해 대선에 관여한 선거운동”이라며 원 전 원장에게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구형했다. 이로써 2015년 7월 대법원이 일부 증거의 증거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항소심 판결을 파기한 지 약 2년 만에 국정원 댓글사건 재판의 심리가 마무리됐다.


선고공판은 다음달 30일에 진행된다. 이날 문무일(56) 검찰총장 후보자는 ‘SNS 장악 보고서’ 의혹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의 질의를 받고 “취임하면 (문건을 수사 없이 청와대에 반납했다는 의혹에 대해) 진상을 조사해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  한겨레 〕

9. 담합기업 과징금 2~3배 강화…선진국 수준으로 올린다

문재인 정부가 담합기업에 대한 과징금을 지금보다 2~3배 강화해서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5일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담합 행위 근절을 위해 과징금의 법상 최고한도를 대폭 올리겠다고 밝혔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담합행위에 대한 과징금 최고한도가 관련 매출액의 10%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 유럽연합 등 선진국은 2~3배 높은 수준이다. 미국은 과징금 최고한도가 관련 매출액의 20%이고, 유럽연합과 영국은 관련 매출액의 30%다.


관련 매출액은 담합 행위와 관련된 기업의 매출액으로, 건설사가 입찰담합을 했을 경우 입찰금액이 관련 매출액으로 간주한다. 공정위가 실제 담합행위에 부과하는 과징금은 선진국에 비하면 더욱 작다. 한국은 담합 관련 과징금 평균 부과율이 관련 매출액의 5% 수준이다. 반면 공정위가 미국·유럽연합 등 주요 선진국의 담합 관련 과징금 평균 부과율을 조사한 결과 23% 수준으로, 한국의 4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김상조 공정위원장 취임 이후 엄정한 법집행을 위한 과징금 강화 차원에서, 부과기준율 상향 조정, 상습 법위반자에 대한 제재 강화, 과징금 감경 축소와 같은 법개정이 필요없는 개선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과징금 수준을 강화하려면 법상 최고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근절하려면 불법행위로 기대되는 이익보다 적발 시 제재로 입게 되는 불이익이 더 커야 한다”면서 “외국 경쟁당국의 사례 등을 적극 참고해 과징금 부과 관련 현행 제도의 적절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또 담합 근절을 위해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19일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2018년 소비자 분야에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담합이라고 특정한 것은 처음이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공약에서 담합 관련 집단소송제 도입을 약속했으나, 기업들의 반대와 법무부의 소극적 태도로 무산된 바 있다. 공정위는 담합 관련 집단소송제 도입 방법으로 현행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을 개정하는 방안과, 별도의 집단소송법을 제정하는 두 가지가 있다고 밝혔다.



〔  한국일보 〕

10. '마약풍선’ 흡입, 판매하면 3년 이하 징역

일명 ‘마약풍선’으로 불리며 최근 유행처럼 번졌던 해피벌룬의 원료인 아산화질소가 환각물질로 지정된다. 환경부는 해피벌룬의 원료 아산화질소를 환각물질로 지정하는 화학물질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25일 밝혔다. 의료용 보조 마취제나 휘핑크림 제조에 사용돼 온 아산화질소는 마취나 환각 효과가 있어 무분별하게 흡입할 경우 방향감각 상실이나 질식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이다.


이를 들이마시면 몸이 붕 뜨는 기분이 들거나 일시적인 환각 현상이 유발돼 최근 유흥주점이나 대학가 주변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과다 흡입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사고가 발생하자 이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용을 제외하고 아산화질소를 흡입하거나 흡입 목적으로 소지, 판매, 제공되는 것이 금지된다.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아산화질소가 환각물질로 지정돼도 식품첨가물이나 의약품 등 본래 용도로 판매, 사용하는 데에는 제한이 없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화학물질로 인한 국민 건강피해 예방을 위해 적극 대처하겠다”며 “화학물질 오남용 피해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주요신문사설


​〔 머니투데이 〕

​1. [박재범 정치부장 칼럼] '쇼통'이 무섭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다음날, 청와대 인선과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 '홍보수석'을 임명하며 명칭을 '국민소통수석'으로 바꾼다. 속으로 웃었다. “소통을 강조한다고해서 굳이 직책 이름에 소통을 붙일 것까지 있나”. 혁신, 녹색, 창조 등 좋은 단어들이 정권을 거치며 희화화된 것을 지켜본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소통’ 아닌 ‘쇼통’ 정부라는 비꼼이 따라붙는다. ‘보여주기’에만 능하다는, 내용은 없다는 비판이다. 난 솔직히 이 비아냥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쇼통’이 놀랍고 무섭다.  우선 ‘쇼통’은 감성적이다. 감성을 건드리는 것 만한 소통법은 없다. 무엇이 감성적인지 감성적으로 알고 접근한다는 이유에서다. 요샛말로 ‘느낌적인 느낌’이다. 누군가의 기획과 연출, 각본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몸이 알고 있다. 문 대통령이 메르켈 독일 총리와 회동 후 걸어가 베를린 교포를 만난 현장을 보자. 

청와대 경호실장은 문 대통령에게 교포들이 회담장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상황을 설명한다. 차에 타기 전 손 한번 흔드는 정도의 반응을 기다린 보고였다. 문 대통령은 아예 교민들이 모인 곳으로 갈 마음을 먹는다. 그리곤 메르켈 총리에게 양해를 구한다. 메르켈 총리는 “그들도 독일 국민”이라고 말한 뒤 문 대통령과 동행한다. 문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 경호실장 모두 ‘느낌적인 느낌’으로 소통을 고민한다. 그 결과 멋진 ‘쇼통’이 만들어진다. 여기까진 새롭고 놀랍다. 

무서운 것은 쇼통의 다양한 방식이다. 문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가 교포를 만나는 장면은 동영상으로 공유된다. 청와대 참모의 설명, 현장 분위기를 담은 자료 등은 없다. 분위기를 전달할 사진이 있으면 그대로 올린다. 청와대 홈페이지는 그다지 중요한 곳이 아니다. 공식 보도자료 등을 올리는 e춘추관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는 이곳을 ‘제한적’으로 이용한다. 사진과 동영상은 페이스북, 트위터에 올리고 공유된다. 

박근혜 정부때 설치된 문서 감지기 철거 장면은 페이스북 동영상으로 국민 모두가 접한다. ‘청와대→보도자료→브리핑→기사→독자’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대선 때부터 그랬다. 현안에 대한 입장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올렸다. 마크맨들에게 휴대폰 전화통화보다 페이스북 ‘새로고침’이 더 중요한 업무였다. 지금 청와대 출입기자들도 마찬가지다. 청와대 일과가 끝날 전해지는 문재인 펀드 청산 뉴스, 문 대통령의 반려견 소식 등은 공식 브리핑이 아닌 페이스북에서 듣는다. 

다양한 플랫폼은 국민과 직접 소통을 꾀하는 문재인 정부에게 축복이다. 사실 대국민 직접 접촉을 원했던 것은 참여정부다. 언론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 ‘청와대 브리핑’을 만들었고 청와대 수석을 비롯 참모진들은 그곳에 장문의 글을 썼다. 논리적 반박, 이성적 설득을 했다며 자화자찬했고 자족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적을 설득할수록 적만 늘어났다. 

반면 지금은 다르다. 언론을 불신하지도, 그렇다고 신뢰하지도 않는다. 특정 언론에 대한 ‘빚’도, ‘악감정’도 없다. 있는 그대로 대한다. 언론을 활용하거나 이용하겠다는 개념도 없다. 기존 언론의 ‘활용’, ‘이용’을 위해 ‘홍보’가 구시대의 접근이었다면 지금은 ‘소통’이 필요했다고 본 것이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다양하게 ‘소통’하고 ‘쇼통’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다양한 소통을) 이제 조금씩 시작하려 한다”고 했다. 지금의 ‘쇼통’은 시작도 아니라는 거다.  그래서 무섭다. 정작 언론은, 우리는 촛불 이후 ‘주권자 국민’보다 여전히 정권과 ‘관계’에만 주력하는 것은 아닌지…. 국민과 소통은커녕 계몽이라는 과거 패러다임에 갇혀 있는 게 아닌지…. 언론인으로서, 답답하고 무섭다.



​〔 서울신문 〕

2. [박상숙 문화부장] 용서보다 먼저 있어야 할 것

 “나, 오늘 화이트야!”
문화계 블랙리스트 얘기가 나오자 고은 시인은 입고 온 하얀색 남방을 내보이며 농을 걸었다. 얼마 전 본지가 창간 113주년 기념행사로 개최한 시 낭독회를 위한 저녁 자리. 연극배우 손숙이 자신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걸 얘기하며 시인을 향해 “선생님도 그렇잖아요?”라고 묻자 내놓은 멋들어진 대답이었다. 백팩을 메고 청년처럼 나타난 노시인의 유머에 웃음이 터졌다. 코미디 같은 시대 상황을 격조 있게 비트는 내공이 남달랐다.

사실 블랙리스트는 저질 코미디 같은 유치한 발상에서 시작됐다. 2차대전 후 소련과 체제 및 군비 경쟁에 몰두했던 미국은 자신들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해 ‘삐딱한’ 인사들을 가려내기 시작했다. 1949년 소련의 핵실험 성공에 조바심이 나던 차에 “반공”을 외치며 등장한 정치인 조 매카시에게 미국 정치권은 반색했다. ‘매카시즘’은 고분고분하지 않은 인사들을 길들이고자 했던 연방수사국 국장 에드거 J 후버에 의해 조장됐고, 극우 언론의 호들갑(미국 어디든 공산주의자들이 없는 곳이 없다)에 광풍으로 번졌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트럼보’는 바로 블랙리스트의 폭풍우를 지나온 할리우드 이야기다. 천재 시나리오 작가 달턴 트럼보는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혀 의회 청문회에 불려나간 할리우드 영화산업계 종사자 43명 중 하나였다. ‘알고 있는 공산당원을 대라’는 으름장에도 ‘고자질’을 거부한 트럼보를 비롯한 10명은 ‘할리우드 텐’으로 불리며 의회 모독죄로 감방에 처박혔고 일자리를 잃었다. 생계를 위해 가명으로 시나리오를 양산하던 그가 동료 이름으로 쓴 ‘로마의 휴일’은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았으나 오스카 트로피가 그에게 전해진 건 사후 17년이 지나서였다. 할리우드를 20년간 억누른 블랙리스트는 영화인의 재능만 허비한 채 별무신통하게 끝났다.

반복은 역사의 숙명인가 보다. 일제강점기에 일상화된 검열과 억압은 대한민국 건국 이후에도 지속됐다. 정통성이 취약한 정권일수록 코웃음 나오는 블랙코미디를 엄숙하게 일삼아 왔다. 전직 대통령과 닮아 방송 출연을 금지당하거나 신문 연재소설에서 군인 출신 경비원을 시니컬하게 묘사했다는 이유로 작가가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 고문을 당했다는 얘기가 ‘전설’처럼 떠다녔다. 흘러간 줄 알았던 옛이야기는 지난 10년간 더욱 교묘하게 전개됐고, 직전 정권에선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총동원돼 시계를 거꾸로 돌렸다.

이번 주는 블랙리스트 진상 규명에 중요한 분수령이다. 사흘 뒤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에게 1심 선고가 내려진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약속했던 블랙리스트 진상 조사 위원회도 이르면 주 내 돛을 올린다. 도 장관은 필요할 경우 직접 진상 조사위에 참여하고 문체부 내 관련자도 세세하게 들여다보겠다며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했다.

탄력 붙은 적폐청산 작업을 둘러싼 불편한 기색은 그래도 여전하다. 촛불 집회와 태극기 시위를 동일 선상에 놓고 국론 분열 운운하며 국정 농단에 대한 단죄를 위험한 정치 보복으로 몰아간다. 그래서일까. 요즘처럼 용서와 화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적도 없었던 듯하다. 문제는 선후에 있다. 일본의 논객 우치다 타츠루에 따르면 시비를 판정하지 못하는 사회는 망할 수밖에 없다. 영어의 정의에는 재판이란 뜻도 있다. 먼저 추상같은 법의 심판으로 정의를 세우고서야 용서를 꺼낼 수 있다. 법정에서도 형을 선고한 뒤 벌을 유예해 주지 않나. 용서는 그다음이다.




​〔 조선일보 〕

3. [윤용로 칼럼] 정신'과 '공무원 정신'의 위기

미국 레이건 행정부에서 재무부장관과 백악관 비서실장을 역임한 도널드 리건의 일화이다. 리건이 글로벌 투자은행인 메릴린치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간부들에게 "(제자리에서) 뛰어보세요"라고 하면 간부들은 "얼마큼 뛸까요"라고 대답했단다. 리건이 나중에 재무부장관이 되어 간부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자 재무부 관리들은 "무슨 말씀입니까?"라면서 의아해했다고 한다. 상대적이긴 하지만, 영리 추구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민간 회사와 정책 대안을 위한 토론이 활발한 공직사회의 상반된 조직문화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경제학자 슘페터는 자본주의 경제가 생산성이 높고 활력 있는 이유를 '기업가 정신'에서 찾았다. 위험을 무릅쓰고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 기업 생태계에 '기업가 정신'이 쇠퇴하고 있다는 걱정이 많다. 작년 11월 발표된 세계기업가정신발전기구(GEDI)의 세계기업가정신지수(GEI)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3위로 중하위권 수준에 머물렀다. 미래가 워낙 불확실한 데다 반기업 정서 등 불리한 외부 요인이 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 것을 방관할 수는 없다.


기존 기업들이 몸을 움츠리는 것도 문제지만 더욱 암울한 것은 우리의 미래인 청년들의 도전정신도 희미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모 대학에서 실시한 취업·진로의식 설문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대부분 대기업(24.3%)이나 공기업·공무원(22.0%) 등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했고, 창업을 희망한 학생은 2.8%에 불과했다. 미국 대학생의 창업 의사 비율 20%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다.

민간 부문의 '기업가 정신'만큼 정부 부문에 필요한 것이 '공무원 정신'이다. '공무원 정신'은 공식 용어가 아니어서 정의하기 어렵지만 국가와 국민에 대한 충성심과 애정을 바탕으로 국가 발전을 위한 정책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자세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요즘은 공무원이 일반 직장인으로 변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공직자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달라졌고 그에 따라 사기도 저하된 것 같다. 조직 내의 의견 개진 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은 데다 세종시 이전으로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토론은 고사하고 의사소통에도 비효율성이 커졌다고 한다. 자신의 업무에 대해 지적받으면 소신을 가지고 반박하는 모습도 찾기 어렵다. 주말에 급한 업무가 있는데 부하직원들에게 일하자고 하기가 겁난다는 어느 공직자의 푸념도 떠오른다.

기업과 정부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가 정신과 공무원 정신이 희박해져 가는 현재 상황은 매우 염려스럽다. 더구나 지금은 혁신으로 승부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기이다. 시간이 많지 않은 우리 기업과 정부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한가한 이야기라고 할지 모르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조직문화의 확립이다.

혁신으로 무장하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기 어려운 세상이다. 정부를 향해 규제 완화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기업 내부 구성원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는 기업 내 규제 완화를 병행해야 한다. 정부도 공직자가 국익을 위해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세종특별시 문제에 대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유능한 우리 젊은이와 인재들이 상명하복의 경직된 시스템에 좌절하여 퇴사하거나 보신주의에 안주해서는 희망이 없다. 물론 조직문화를 바꾸는 일은 무척 어렵고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이런 노력 없이는 10여 년째 답보 상태인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 진정한 선진국으로 갈 수 없다고 믿는다.



​〔 동아일보 〕

3. [고미석 칼럼] 스마트폰-자율과 규율 사이

자녀에게 언제쯤 스마트폰을 사주는 것이 좋을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62)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스무 살인 제니퍼 아래 세 살 터울로 로리와 피비 1남 2녀를 둔 그는 아이들이 14세 때까지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았다. 친구들은 다 갖고 있다고 불평해도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 14세가 넘어서도 식사 시간은 물론이고 저녁부터 잠잘 무렵까지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했다. 미성숙한 아이들에게 조절 능력을 가르치기 위한 규율이었다. 

▷빌 게이츠의 교육관은 자신의 성장 환경에서 영향을 받았다. 변호사인 그의 아버지는 주중에 TV를 아예 켜지 않았다. 독서 습관과 스스로 생각하는 근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다. 그 대신 밥상머리에선 아들과 대화를 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개발한 스티브 잡스는 어땠을까. 생전에 이런 질문을 받고 그가 내놓은 답변이다. “아이들은 아이패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집에서 스마트폰을 쓸 수 있는 시간도 통제한다.”

▷우리는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다 의존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뾰족한 해법을 못 찾고 있다. 스마트폰 소지와 사용을 금지하는 학교가 있지만 앞으로는 이마저도 못하게 생겼다. 어제 서울시교육청이 공개한 학생인권종합 3개년 계획(2018∼2020년) 초안에 따르면 교사들의 스마트폰 압수는 사실상 금지된다. 당장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잖아도 하루 종일 스마트폰에 매달려 사는 터라 수업 집중도가 떨어지고 중독 증상을 보이는 학생도 많다는 지적이다. 

▷여성가족부는 5월 전국의 초중고교생 141만 명 대상 조사에서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 약 13만5000명이라는 결과를 내놨다. 10명 중 1명꼴로 스마트폰 중독에 빠진 우리 아이들의 치유법을 찾는 것이 여가부의 시급한 목표다. 내년 교육감 선거를 앞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학생 인권을 명분으로 교사들의 판단과 재량에 따른 학생지도권을 침해하는 것은 합리적인가. 스마트한 세상을 만든 게이츠와 잡스는 자녀 인권을 존중하지 않아서 엄격한 규율을 적용했을까. 자율도 좋지만 규율 역시 중요한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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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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