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경향신문]

1.[김명수 대법원장 지명]사법부 ‘대변혁 바람’ 예고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신임 대법원장에 사법부 개혁에 강한 신념을 갖고 있는 진보 성향의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58·사법연수원 15기·사진)을 지명했다. 김 지명자는 최근 불거진 대법원의 사법개혁 저지 의혹에 대해 비판적 입장이 강해 사법부에도 대대적인 개혁 바람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 지명자는 진보 성향의 우리법연구회 회장에 이어 법원 내 최대 학술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냈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지난 3월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한 분산 등을 주제로 한 사법개혁 관련 학술행사를 추진하다 대법원으로부터 축소 압박을 받기도 했다.

김 지명자는 현 양승태 대법원장(69·2기)보다 사법연수원 13기 아래이고, 1990년 임명된 윤관 대법원장 이후 처음으로 50대에 대법원장에 지명됐다. 특히 현직 지방법원장이 재임 중 바로 대법원장에 지명된 것은 처음이다. 대법관을 지내지 않은 인사가 대법원장에 지명된 것은 초대 김병로 대법원장과 3~4대 조진만 대법원장(1961~1968) 이후 49년 만이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김 지명자는 인권 수호를 사명으로 삼아온 법관으로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권리를 배려해 왔다”며 “법관 독립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갖고 사법행정 민주화를 선도하여 실행했으며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법부를 구현함으로써 국민에 대한 봉사와 신뢰를 증진할 적임자”라며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김 지명자는 부산 출신으로 1977년 부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현재 춘천지방법원장과 강원도선거관리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특허법원 수석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등을 지내며 법원 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김 지명자는 이날 “국민들 수준에 맞는, 법원 구성원 수준에 맞는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도록 청문회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며 “법원 현장에 있다 대법원장으로 지명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더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지명자는 지난 3월 대법원의 사법개혁 저지 의혹 직후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법원행정처가 사태를 축소하려 하는 등 잘못된 대응을 하고 있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지명자는 대법원이 판사들의 성향과 동향을 파악해왔다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의 진상규명도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지명자가 국회 인준을 거쳐 대법원장에 취임하면 판사 블랙리스트 재조사를 받아들이고,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를 뒷받침해 온 법원행정처 개혁과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 등 법원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사법개혁 과제들이 본격 추진될 것으로 법조계는 전망하고 있다. 


[국민일보]

2. 내년 예산 428조… 9년 새 최대폭 6.8% 증가

정부가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6.8% 늘린 428조원으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총지출 증가율 6.8%는 2009년(10.7%) 이래 9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정부는 복지공약 이행 등으로 지출이 늘어나는 만큼 중장기 국가재정운용계획에 15개 분야 56개 재정지출 구조조정 과제를 선정해 예산 효율성을 높여나가기로 했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복지·국방예산 지출 확대 등 영향으로 내년 총지출 증가율을 올해(3.7%)보다 배 가까이 높여 잡았다. 이는 재정지출 증가율을 연 평균 7%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문재인정부 공약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재정 건전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해 양호한 상황”이라며 “(총지출 증가율) 6.8%는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복지와 국방 분야 증가폭이 가장 컸다. 사병 봉급 인상을 포함해 군 인건비는 전년 대비 7.0% 증가한 13조원이 반영됐다. 이를 포함한 국방예산 증가폭은 7%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부터 매달 지급되는 아동수당 10만원과 월 25만원으로 인상되는 기초연금 재원이 반영되면서 복지지출은 총 예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140조원가량으로 잡혔다.

정부는 씀씀이가 늘어난 만큼 ‘새는 예산’은 확실히 잡겠다는 방침이다. 기재부는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강력한 지출 효율화 방안을 담았다. 정부는 우선 전세 위주로 설계된 주택 지원을 월세 위주로 전환키로 했다. 이를 위해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한 전세 대출을 줄이는 대신 저소득층과 신혼부부, 사회 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월세 대출 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또 문화예술진흥기금, 영화발전기금 등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6개 기금을 통합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교통 관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역시 특정 지역에만 편익이 발생하는 사업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구조조정에 착수키로 했다.


[동아일보]

3. 정부, 한전 앞세워 신재생에너지 가속

정부가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생산량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진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전은 2001년 김대중 정부의 전력산업 구조 개편에 따라 발전소를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등 6개 자회사로 분리하며 전력 생산에서 손을 뗀 지 16년 만에 국내 발전사업에 다시 뛰어들게 됐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 60조 원, 영업이익 12조 원의 거대 기업이 직접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신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국내 전력산업 전체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21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기로 하고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또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참여가 가져올 효과와 전기요금에 미칠 영향 등을 분석하기 위한 연구 용역도 발주할 계획이다. 현행 전기사업법에 따라 한전은 전력 구매와 송전, 배전 등 접속 계통 업무만 담당하고, 직접 전기를 생산 판매하는 건 금지돼 있다. 산업부가 한전의 발전사업 재진출을 허용하려는 것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의 전력 생산 비중을 20%로 높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한전의 참여로 지지부진했던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한전 자회사 및 민간기업 위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 참여를 독려해 왔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2010년 2.6%였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지난해 3.6%로 1%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다.  한전은 국내에서 발전소를 직접 운영하진 않았지만 필리핀, 요르단 등 해외에서 화력발전과 태양광 및 풍력발전 사업을 벌이며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노하우를 쌓아 왔다.


[문화일보]

4. 선풍적 인기 궐련형 전자담배 증세 추진 논란

국회와 정부가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비발화 가열 전자담배)에 대해 일반 담배와 같은 수준의 세금을 부과하는 증세를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반담배보다 낮은 세금이 부과돼 과세 공백, 세수 감소가 따른다는 취지에서다. 반면 업계는 큰 폭의 담뱃값 인상이 불가피하고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데다, 신규 투자와 고용의 퇴행을 불러 결과적으로 이제 막 생성되는 시장을 고사시킬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건강을 고려해 일반 궐련 담배보다 덜 해로운 것으로 알려진 궐련형 전자담배를 중장기적으로 ‘금연 가교’의 수단으로 고른 흡연자들도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이 많아 추이가 주목된다. 21일 국회,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은 필립모리스(PM) 코리아의 ‘아이코스’, 브리티시 아메리칸 ‘글로’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일반담배와 같은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별소비세법, 국민건강 증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이르면 22일 조세소위에서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궐련형 전자담배 연초 고형물 제조단가가 일반담배보다 높은 특성상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한 갑당 4300원인 ‘히츠’와 ‘네오스틱’의 가격이 6000원대로 오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히츠 한 갑당 세금은 부가세를 포함해 1739.6원, 일반담배는 한 갑당 3323.4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PM은 아이코스를 25개국, BAT는 글로를 2개국에 출시했는데 일반담배 대비 12∼55% 수준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며 “유해성이 저감된 전혀 다른 형태의 담배인데 세계적으로 한국에서만 일반 담배와 같은 세금을 부과하려 한다”고 말했다. 궐련형 전자 담뱃값이 오르면 양대 담배업체가 의욕적으로 벌인 투자와 고용 창출도 백지화되는 등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두 회사는 모두 경남에 공장을 증설했거나 증설할 예정이었다.

PM코리아가 양산 공장에 4500억 원을 투자해 800명가량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두는, ‘수출 중추’로 키우겠다는 계획은 수포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2000억 원을 투자해 네오스틱을 생산할 제 2·3공장 증축을 끝낸 BAT 코리아도 투자를 지속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소비자들 역시 지난 2015년에 이어 또다시 담뱃값을 인상하는 사실상의 ‘서민증세’로 전자담배를 포기하라는 처사일 뿐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로 바꿔 흡연 중인 한 소비자는 “유해성이 높은 제품의 대안으로 나온 제품을 한국 시장에서 정착도 하지 못하게 하고 다시 일반 궐련을 피우게 하는 게 올바른 보건 정책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5. 달걀 하루 2.6개 문제없다는데…

살충제 피프로닐이 나온 달걀을 평생 매일 2.6개씩 먹어도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고 식품당국이 발표했다. 그러나 산란계 농장 전수조사에 재조사, 보완조사를 반복하고 농장 3곳에서 새로운 살충제 성분까지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가라앉질 않고 있다.


최성락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은 21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식약처에서 정부합동브리핑을 갖고 “국민 중에서 달걀을 가장 많이 먹는 상위 2.5%가 살충제 최대 검출 달걀을 먹는다는 최악의 조건을 설정해 실시한 살충제 5종의 위해 평가에서 건강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5~18일 산란계 농장 1239곳을 전수조사해 확인한 살충제는 피프로닐, 비펜트린, 플루페녹수론, 에톡사졸, 피리다벤 등 5종이다. 조사에서 농장 52곳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부적합 달걀이 공급된 1617개 수집·판매업체를 조사한 결과 부적합 달걀 451만개가 압류됐고 농가로 반품된 243만개는 폐기됐다. 정부는 9개 제조가공업체 중 3개 업체가 부적합 달걀 35만개를 빵·훈제달걀로 가공 유통했다고 밝혔다.

살충제 비펜트린도 매일 36.8개까지 먹어도 독성 위험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이들 살충제보다 독성이 낮은 피리다벤과 에톡사졸, 플루페녹수론은 매일 555~4000개씩 먹어도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1일 허용치가 공개돼 있는 살충제 위해성 평가 결과를 일주일이나 지난 시점에 공개한 데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독성 분석을 진행한 권훈정(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한국독성학회장은 “5개 성분은 전혀 새로운 화합물이 아니다”라며 “독성시험을 이미 거쳐서 농산물에 쓰고 있었던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앞서 지난 18일 “1세 아이가 하루에 계란을 2개씩을 먹는다고 해도 살충제 독성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확인한 바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살충제 달걀 파동’에 대해 사과하는 한편 축산은 물론 국민 식생활과 영양까지 책임지는 종합적인 시스템 마련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을지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국민께 불안과 염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 과정에서 관계기관 간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이 있었고 또 발표에도 착오가 있었던 것이 국민 불안을 더 심화시킨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서 식품 안전에 대한 종합 계획과 집행을 위한 국가 식품관리 시스템을 마련하고 총리께서 직접 확인·점검·관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세계일보]

6. 文 “UFG는 방어용… 北, 훈련 빌미 도발 안돼”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을지훈련(을지프리덤가디언)은 방어적 성격의 연례 훈련”이라며 “북한은 평화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왜곡해서는 안 되며 이를 빌미로 상황을 악화하는 도발적인 행동을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연합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 첫날인 이날 청와대에서 을지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을지훈련으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을지 국무회의에선 연습용 국가비상사태 경보인 ‘을지2종 사태 선포안’과 국가총동원령 선포안이 의결·선포됐다.


문 대통령은 “이번 을지훈련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민·관·군의 방어태세를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 뒤, “오히려 북한은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 때문에 한·미 합동 방어훈련을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을지훈련의 방어적 성격을 강조한 것은 북한이 이를 북침용 훈련으로 주장하며 맞대응하는 군사적 도발을 끊임없이 해온 전례가 있어서다. 문 대통령은 “평화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며 “북한은 추가 도발과 위협적 언행을 중단하고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가 제시한 대화 메시지에 귀 기울이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과정에 적극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조선일보]

7. '毒性' 존재만으로 공포에 떤 1주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는 21일 '살충제 검출 계란 관련 추적 조사 및 위해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살충제 '피프로닐'에 최고 농도(0.0763㎎/㎏)로 오염된 계란을 매일 2.6개씩 평생동안 먹어도 안전하다(만성 독성)"고 밝혔다. 오염된 계란을 하루 동안 또는 한꺼번에 먹을 경우(급성 독성)엔 "1~2세는 24개, 3~6세 37개, 성인(20~64세)은 126개까지 섭취해도 괜찮다"고 했다.

최성락 식약처 차장은 "계란을 가장 많이 먹는 국민 상위 2.5%(연령대별 2~3개)가 살충제 최대 검출 계란을 섭취한다는 최악의 조건 아래에서도 피프로닐 등 살충제 5종이 든 계란은 건강에 큰 우려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살충제 계란의 건강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이날 정부 발표는 전국이 '에그포비아(달걀 공포증)'에 휩싸인 지 1주일 만에 나왔다. 그새 국민들은 걱정이 컸다. 식당에선 비빔밥, 김밥에 '계란 빼달라'는 주문이 이어졌고, 학교 급식 메뉴에선 계란이 사라졌다. 이는 식품 당국이 자초했다. 살충제 계란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국내산 계란은 안심하고 드시라"(류영진 식약처장)거나, "지금(18일)부터 출하된 계란은 안전하다"(김영록 농식품부 장관)고 했지만 재검사, 추가 검사를 통해 살충제 계란이 거듭 나왔다. 잘못된 정보 전달이 공포증을 키운 셈이다.

타이밍도 놓쳤다. 한 독성 전문가는 "살충제 농도 조사가 일단락된 당일(지난 18일)에 '매일 계란을 2.6개 먹어도 괜찮다'는 분석이 나올 수 있었다. 그 즉시 국민들에게 알리고 안심시켜야 했다"고 말했다. 100% 안전한 식품은 사실상 없는 게 현실이다. 수돗물엔 염소 소독 등의 결과로 발암물질이 미량이나마 불가피하게 나오고, 농수축산물에는 항생제 등 각종 유해물질이 검출된다.


권훈정 서울대 교수(한국독성학회 회장)는 "위험물질이 단순히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위험물질을)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중앙일보]

8. 대선비용 이중 보전 … 국고 321억원 샜다

지난 5·9 대선 때 후보 1인당 ‘509억원’(인구수×950원의 값)까지 선거자금을 쓸 수 있었다. 509억원짜리 ‘쩐(錢)의 전쟁’에서 대선자금을 조달하는 루트는 세 가지였다. ①후보 개인이 국민펀드 등을 조성하거나 ②선거보조금(정당에 국고로 지원하는 돈)을 타내고 ③정당이 특별당비 등을 모금하는 것이었다. 선거공영제·국가가 선거를 관리하고 비용을 부담하는 제도)에 따라 대선후보가 15% 이상 득표하면 ‘문재인펀드’ 같은 국민펀드 등은 선거 후 국고로 보전을 돕는다. 여기까진 선거공영제에 부합한다.

그러나 두 번째 방법인 선거보조금까지 선관위가 대선 이후 국고로 보전해 주는 바람에 수백억원의 세금을 낭비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국고로 지원하는 대선비용을 한 번 지원해 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선거 후 그만큼 다시 세금으로 선거비용을 갚아 주는 ‘이중 보전(지급)’이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대선이 끝난 뒤인 지난 7월 18일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에는 총 321억여원이 이중 보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별로는 ▶민주당 131억원 ▶한국당 103억원 ▶국민의당 87억원이었다.

중앙일보는 대선 100일(8월 16일)을 맞아 각 정당이 선관위에 제출한 대선 회계보고서(2017년 1월 1일부터 5월 29일까지 중앙당 수입·지출 총괄표와 대선 비용 지출 내역 등)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했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기간 중 선거보조금으로 123억여원을 받았으나 이후 기존 당 재정으로 지출한 돈까지 선거비용으로 썼다고 신고해 131억여원을 타냈다.


실제로는 선거보조금으로 254억원(123억+131억원)을 지원받은 셈이다. 한국당도 선거보조금으로 119억원을 지급받은 뒤 103억원을 선거비용으로 신고했고, 선관위는 103억여원을 전액 보전해 줘 실제론 총 222억원을 받았다. 국민의당도 86억여원을 받아 선거비용으로 쓴 뒤 다시 전액 보전받았다. 다만 바른정당과 정의당은 대선후보 득표율이 15% 미만이라 이중 보전이 없었다.

선거 후 이중 보전금 규모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중 보전으로 인해 선거가 끝나면 정당의 재산이 급증해 ‘선거테크’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중앙당의 재산은 지난해 말 82억4822만원에서 선거비용보전금이 지급된 뒤 7월 21일을 기준으로 163억1778만원으로 늘었다. 한국당 중앙당도 같은 기간 재산액이 539억1024만원에서 587억2226만원으로 뛰었다.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선거가 있는 해에 정당에 지원해 주는 선거보조금제도를 폐지하거나 중복지원을 하지 못하게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선거보조금을 포함해 문재인 후보는 대선기간 중 483억원을, 홍준표 후보는 341억원을, 안철수 후보는 431억원을 썼다고 선관위에 신고했다.

[한겨레]

9. MB “안보의식 강화” 지시하고, 원세훈 “국발협 도와줘라”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이 만든 재단법인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국발협)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뿐 아니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흔적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정치편향’ 논란에도 국발협은 지속해서 안보 강연을 확장했고, 이는 정부의 전폭적인 밀어주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로 국발협 예산을 지원했다’는 국정원 전직 직원의 증언이 아니더라도, 국발협과 국정원의 은밀한 관계를 드러내는 대목은 또 있다. 최근 검찰이 확보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2010년 말 녹취록에는 “거기(국발협) 문제가 많다. 섭외 능력이 없으니 그것 좀 해(도와)주고”라고 지시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2010년 8월 만들어진 국발협이 안보 강연에 나갈 강사 섭외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며 체계적 관리를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국발협이 군·공공기관 안보교육 등 적극적인 활동에 나선 시기도 2010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언과 맞물린다. 이 전 대통령은 2010년 12월 국무회의에서 ‘전 국민 안보의식 강화’를 주문했고, 행정안전부의 지시에 따라 전국의 기초·광역 지자체의 민방위 안보교육이 부활했다. 이듬해 3월 기획재정부는 286개 공공기관과 공기업에 일제히 안보교육을 지시하는 ‘공공기관 안보교육 실시 협조 요청 및 교육계획 제출 요청’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당시 기재부가 공문에 첨부한 안보전문 강사 명단 44명 가운데 70%(31명)가 국발협 소속이었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취임한 뒤인 2011년 2월 국방부는 국발협에 예비군 안보교육을 맡기기로 협약을 맺었다. 국발협은 그해 1323차례에 걸쳐 군부대에서 예비군을 상대로 강연했고, 2012년에는 정식계약을 맺고 동원훈련 안보교육 독점권을 따내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의 지시 뒤 국발협이 사실상 ‘정치편향’적인 안보교육을 독식한 셈이다. 국발협은 2014년 1월 법인이 청산됐으나, 소속 강사들은 박근혜 정부 때도 활발히 활동했다.

국정원이 조율하고 국발협이 내보낸 강사들은 각종 강연에서 문제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국발협 소속 강사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인물이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다. 김씨는 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강연에서 선거를 언급하며 “(북한은 대선이 있는) 2012년 도발을 벌이며 대남 적화전략을 관철시켜갈 것이고, 남한의 친북 좌파가 이들의 향도 노릇을 충실히 수행해갈 것”이라며 “남한의 동조세력은 평화협정과 미군 철수, 6·15 및 10·4 선언의 연방제만이 해법인 양 햇볕정책 복원을 선동해갈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김씨는 국정원 민간 여론조작 비선조직인 알파팀 리더로 활동했고, 그가 만든 한국자유연합 역시 국정원이 그 배후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최근 국정원의 온·오프라인 여론조작 사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점에 주목하며, 검찰의 칼끝이 이명박 정부에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법조계 인사는 “국정원 적폐청산이 진행되면 이명박 정부가 피해갈 수 없겠지만, 결국 검찰이 얼마나 구체적인 지시와 보고 관계를 드러내는지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신문칼럼


1. [초이스경제]'프렌차이즈 허가제', 직영점 없는 본사에 '포청천' 되길

좋든 싫든 오는 10월, 한국 프랜차이즈는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 인선을 마무리하고 혁신위 운영을 통해 오는 10월까지 자구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자구안을 내놓으면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내놓을 것이며 이는 곧 프랜차이즈 시장의 거대한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자구안 발표야 이전부터 예고했던 것이니 차치하고, 필자가 이번 발표를 보며 주목한 부분이 있다. 최영홍 혁신위원장의 발언 중 프랜차이즈 허가제에 대한 부분이다. 최 위원장은 “국내에 가맹본사 등록을 해놓고 가맹점 모집을 하지 않는 곳이 1000곳이 넘는다”며 “최소한 1~2년 정도는 사업을 해보고 그 성과에 기반 해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야지, 전혀 사업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및 프랜차이즈산업협회의 태도와 발표에 줄곧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던 필자에게 모처럼 공감하고 또 공감할 만한 부분이 생겨났다. 직영점 없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난립에 대해 오랫동안 분노와 함께 처참한 마음을 가눌 길 없었는데 10월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 생겨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사실 프랜차이즈 허가제나 이와 비슷한 정책은 한국을 제외한 유수한 나라에서 일찍이 도입했다. 미국에서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을 하려면 연방정부 산하 연방거래위원회에 '프랜차이즈 공개 서류', 일명 정보공개서를 반드시 등록하고 승인받아야 한다. 정보공개서가 요구하는 항목에는 가맹본부가 운영하는 직영점의 최근 실적, 운영·물류 매뉴얼 등 여러 항목이 포함된다. 이탈리아에서는 가맹본부가 최소 1년 이상 직영점을 운영해야 2개 이상의 가맹점을 모집할 수 있다. 중국은 1년 이상 경영 기간과 2개 이상 직영점을 확보해야 프랜차이즈 허가가 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프랜차이즈가 생겨난 직후부터 현재까지 직영점이 없어도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데 그 어떤 걸림돌도 없다. 브랜드에 대한 노하우가 없어도 영업력만 있으면 그 누구나 프랜차이즈 본사 타이틀을 달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프랜차이즈 사업을 정상적으로 시행하고, 가맹점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그리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실상은 그와 정반대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프랜차이즈에서 직영점이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브랜드에 대한 가치와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아 반응을 살핀다는 점과 함께 시시각각 일어나는 매장 내 애로사항을 즉시 눈치챌 수 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대한 노하우를 갖지 못하고 프랜차이즈를 전개해 나가다보면 현장에서 가맹점주들은 분명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본사는 어려움에 직면한 가맹점주들에게 그 무엇도 해줄 수 없다. 본사가 상호만 주고 아무 역할도 못하면 프랜차이즈라고 할 수 있을까? 하드웨어만 있고 소프트웨어는 없는 격이지 않을까?


인테리어와 간판만 만들어주고 식자재만 공급해주면 다가 아니다. 장사하면서 겪어야 하는 어려움에 대한 어드바이스가 있어야 하고 운영의 묘를 알려줘야 진정한 프랜차이즈 본사라 할 수 있다. 예컨대 프랜차이즈 이자카야 ‘청담이상’의 경우 운영 초기 본사에서 직영점을 세 개 운영하며 2,3년간 브랜드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왔다. 그렇게 노하우가 응축된 것을 가지고 프랜차이즈를 전개해 나갔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서 어떤 점 때문에 애로사항이 생기는지 미리 알 수 있었고, 가맹점주들에게 사전에 미리 공지를 해 줄 수 있었다. 청담이상이 직영점 없이 가맹점으로만 프랜차이즈를 전개해나갔다면 지금의 성공을 기대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미국 프랜차이즈인 ‘요거트랜드’를 한국에 들여온 한경기획 역시 마찬가지다.


‘요거트랜드’는 현재 스타필드 고양에 직영점을 오픈했고 추후에 홍대에 직영점을 추가로 오픈 할 예정이다. 미국의 성공적인 프랜차이즈를 들여왔음에도 한국시장에 맞는 서비스를 확립하기 위해 가맹점이 아닌 직영점으로 노하우를 쌓으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프랜차이즈는 기회다. 하지만 그 기회를 누군가는 악용한다. 직영점 없는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그 부류다. 프랜차이즈 허가제는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프랜차이즈가 가지고 있는 기회가 성공과 부를 가져다 주는 기쁨의 기회라는 것을 많은 이들이 알 수 있도록 말이다.


2. [경남도민신문]당신은 어느 계절이 좋은가요?

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있어 너무 좋다. 자연은 계절마다 삼천리강산의 광활한 무대를 특유의 아름다움으로 장식하고, 그 무대 위의 사람들은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계절마다 개성 따라 각양각색의 의상으로 꾸미고, 제각각의 역할을 하며 열심히 살아간다.

우리는 흔히 친숙한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사계절 중 어느 계절이 좋은가? 라는 질문을 주고받는다. 그러면 간혹 여름과 겨울이 좋다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봄, 가을이 좋다고 한다. 여름이 좋다고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여유가 많아 외국으로 휴가를 다녀오거나 국내 피서지 등에서 더욱 편히 보낼 수 있는 사람들, 그렇지 않으면 노출의 계절을 맞아 팔등신의 몸매를 한껏 자랑하고 싶은 사람들이 아닐까…?


그리고 겨울이 좋다고 하는 사람들은 스키 타기나 빙판 오르기, 겨울 등산 등 특별히 겨울철 취미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 아니면 값비싼 겨울옷을 치렁치렁 걸치고 돈 자랑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아무런 이유 없이 선천적으로 여름, 겨울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대단히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과드린다.

그런데 나는 ‘어느 계절이 좋으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선뜻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린다. 이는 평소 소신 없는 나의 성격 탓도 있겠지만, 질문을 받고 사계절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모두가 나름대로 너무 좋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계절이 다 좋은 것은 내가 농촌에서 태어나 자연에 묻혀 살아오는 동안 모든 희로애락을 연연의 사계절과 함께하였기 때문이다.

봄은 따뜻한 봄바람이 얼어붙은 대지를 녹이며 만물을 소생시키고 온갖 아름다운 꽃들을 피운다. 나는 그 들판에서 또래들과 소를 먹이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소먹이고 소 풀(꼴)을 베다 나르는 일, 때로는 부모님을 따라 논밭에 나가 잡초를 메야하는 일 등 모두 힘들고 귀찮은 일들이었다.


그러나 소꿉친구들과 양지바른 잔디밭에서 삐삐(빌기)를 뽑고, 언덕바지 찔레 덤불 밑에 살이 통통하게 찐 찔레 순을 꺾어 먹던 일, 또 앞·뒷산을 내 집 마당처럼 돌아다니며 참꽃을 꺾고, 칡을 캐 입술이 새까맣도록 먹던 일 등은 작은 즐거움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농촌의 아이들이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자연에서 간식거리를 찾아 헤매었던 것이란 생각으로 마음 한편이 아리다.

여름은 우리를 아프리카 깜둥이로 만들었다. 틈만 나면 마을 앞 황강으로 달려 나갔다. 그 넓은 백사장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천혜의 운동장이었다. 하얀 모래밭과 시원한 강물을 번 채로 들락거리며 피리와 모래무지를 잡기도 했다. 또 황강은 저녁이면 온 마을 남녀노소가 유유상종으로 모여 목욕을 하는 노천 공동탕이었고, 우리 악동들은 하루 저녁도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었다.


가끔은 마을 사람들과 멀찍이 진을 치고, 낮에 눈여겨 봐두었던 인근의 참외, 수박밭을 습격하여 서리했다. 또 여름철 하면, 새까만 꽁보리밥을 시원한 샘물에 말아 생된장에 풋고추를 찍어 먹었던 맛도 잊을 수가 없다. 성장하여서는 초여름, 밀 보리타작이 가장 힘들었다. 밭에서 말린 밀 보리를 모두 집으로 지게로 저다 날라 도리깨 타작을 해야 했다. 땀범벅이 된 온몸에 보리 가시랭이가 달라붙어 괴로웠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몸이 근지러워 지는 것 같다.

가을은 온 산야가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든다. 마을 곳곳의 감나무에는 여름내 푸른 잎 속에 숨어 있던 누런 감들이 주렁주렁 민낯을 드러내고, 들판에는 황금빛 벼들이 춤을 춘다. 또 추석 무렵이면 콩밭에 나가 누런 콩잎을 따고 풀을 뜯어말려 곧 들이닥칠 겨울철 소먹이거리를 장만해야 했다. 당시 농촌에서는 얼띤 사람보다 소가 더 대접을 받았다.


소는 농가의 재산 목록 1호이자 가장 큰 일꾼이었다. 오곡백과가 익어 마음은 풍요롭지만, 그것을 추수하는 일은 무척 힘들었다. 또 가을걷이가 끝나면 여름내 집안에 장만해 놓았던 거름을 논밭에 저다 내어 보리갈이를 해야 하는데 이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겨울은 유년 시절에는 그런대로 즐거웠다. 얇고 초라한 옷으로 추위에 떨기도 하였지만, 틈틈이 썰매도 타고, 연도 날리고, 딱지도 치며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봄부터 가을까지 그렇게 귀찮았던 소먹이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다고 할 일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아침저녁으로 소죽을 끓여야 했고, 어른들이 초가지붕을 새로 이기 위해 마름을 엮을 때는 추운 날씨에 손을 호호 불며 옆에서 짚을 떼서 아사줘야 했으며, 또 때로는 아버지를 따라 나무를 하려 다녀야 했다.

이렇게 어릴 적 사계절은 모두 나에게 작은 즐거움도 주었지만, 너무 많은 고생을 안겨줘 끔찍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고생들이 어느 것 하나 버리고 싶지 않은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내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선뜻 어느 한 계절만 좋다고 대답할 수가 없는 것이다.


3. [한국일보] 경제칼럼/팬텀 소득세

“형님, 이번에 큰 건 하나, 제대로 합시다.” 한국에서 온 전화다. “형님이 80억을 내. 내가 20억 댈게. 충남 안면도 알지? 거기에 100억짜리 관광지 개발 사업이라고!” 한국에서 건설 사업을 하는 흥부. 그 목소리에 이렇게 잔뜩 힘이 들어간 것은 처음이다. 놀부는 국제전화로 들리는 안면도의 갯벌이 영어로는 진주를 캔다는 뜻의 겟펄(get pearl)로 들렸다. 3년 전 일이다.

곧 바로 한국에 합작회사를 만들었고, 시민권자인 놀부가 대표를 맡았다. 놀부는 원래부터 미국에서 부동산 투자로 돈을 많이 벌고 있었다. 그래서 세금도 많이 냈는데, 이 한국 파트너십을 시작하고부터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았다. 모두 한국 회사의 손실 덕분(?)이다. 미국 이익을 한국 손실과 상계하고 나니, 종합소득이 제로가 되었다. 한국 회사는 한국에서 손실내고, 미국 파트너는 미국에서 이득보고. 운이 좋은 케이스다.

그런데, 분양을 시작한 금년부터 한국 회사가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보내 온 서류들을 갖고 회계사를 찾아갔다. "한국 회사에서 돈 한 푼 받은 것이 없는데, 도대체 왜 내가 미국에 그렇게 많은 세금을 내야하나?" 놀부의 말을 한참 듣고만 있던 회계사. 그의 답변에 놀부는 더 화가 났다. "잘 모르겠는데요..."


여기저기 만나보다가, 결국 마지막으로 놀부가 문을 두드린 곳이, 문 아무개 회계사. 진단은 명쾌했고, 해법은 간단했다. 첫 번째 문제는 팬텀 소득세. 팬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말하는 그 팬텀이 이 팬텀이다. 1970년대 우리의 팬텀기가 무서워 북한이 남침을 못했다는, 그 팬텀이 이 팬텀이다. 팬텀 소득세는 회사 장부상으로는 돈을 벌었지만, 투자자 개인은 돈 받은 것이 없을 때 생기는 개념이다.

대규모 사업은 여러 성격들의 돈이 모이기 마련이다. 거기에는 돈을 빨리빨리 회전시켜야 하는 사람도 있고, 길게 묵히는 것이 유리한 사람도 있다. 이렇게 각자의 상황이 다르고 그래서 사업의 방향이나 우선순위가 다를 때, 거기다가 계약서까지 애매하면 나중에 파트너들끼리 갈등을 겪는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얼굴은 어느 돈이나 똑같다. 근엄하고 동시에 인자하다. 그러나 그 돈의 주인 얼굴은 모두 다르다. 특히 그 돈이 국경을 넘어갈 땐, 그래서 두 나라의 세법과 회계기준이 복잡하게 얽힐 땐, 더욱 그렇다. 동업에 나와 같은 성격의 돈이 모일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자. 그래서 동업할 땐, 상대도 봐야 하지만 상대의 돈까지 봐야 한다.

반응형
LIST
Posted by 늙은최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