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5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매일신문]
1. 김무성의 무공천 결정, 여당 대표직 포기인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4일 대구 동갑과 동을, 달성군 그리고 서울 송파을과 은평을 지역에 대한 무공천을 결정했다. 이유는 “잘못된 공천을 최소한이나마 바로잡아서 국민께 용서를 구하는 것”이라 했다. 이들 지역은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안 의결이 최고위원회의에서 보류된 곳이다. 김 대표가 선거관리위원회 후보등록 만료일인 25일까지 최종 의결하지 않으면 무공천은 확정된다. 단수 추천 후보 5명은 출마와 선거를 포기해야 한다. 선거 차질은 어쩔 수 없고 피해는 오롯이 국민과 유권자 몫이다.
선거를 불과 20일 앞두고 이런 일이 벌어진데는 무엇보다 그의 책임이 크다. 특히 이 같은 중대사를 다른 최고위원들과의 의견수렴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했다니 납득할 수 없다. 한마디로 감정적이고 신중치 못한 처사일 뿐이다. 그가 내세운 무공천 결정 이유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다. 무원칙과 자의적인 공천 심사 활동으로 여론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는 이한구 위원장을 비롯한 공관위원들의 공천 횡포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또 그는 당으로서도 달리 대처할 물리적인 여유조차 없는 상황에서 결정했다. 과연 당 대표에 걸맞게 떳떳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급박하게 한 것은 말하자면 벼랑 끝 전술이다. 그의 또 다른 속내를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그는 “후보 등록이 끝나는 내일까지 최고위를 열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당의 항복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그가 말한 ‘살아 있는 정당, 건강하고 활기찬 정당으로 만드는 길’과는 너무 멀어 보인다.
아울러 그는 “전국 253개 지역구 중 꼭 경선해야 하는 161곳 가운데 141곳에서만 열려 국민공천제가 100% 관철되지 못했다”며 국민에게 사과했다. 속 보이는 해명이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체면치레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공천 과정의 숱한 문제는 하루 이틀에 그치지 않았지만 그는 오랜 시간 침묵했다. 그의 결정은 몽니처럼 비칠 수밖에 없다. 무공천은 당사자는 물론 후보를 잘 뽑아야 할 국민과 유권자의 투표권 박탈과 다름없는 전횡일 따름이다. 도대체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결정인지 되새겨볼 일이다.
2. 기업 채용장려금, 부작용 막고 효과 높여야
전문 인력 부족으로 애를 먹는 지역 중소기업이 전문`핵심 인력을 신규 채용하면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는 채용장려금 제도를 확대하겠다고 대구시가 발표했다. 연구개발과 경영, 제조업`서비스업 분야 핵심 인력을 채용할 경우 1인당 최대 1천500만원까지 장려금을 지역 기업에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시가 확정한 ‘창조전문인력 채용지원’과 ‘중소기업 핵심인력 고용창출 지원’사업은 낮은 임금 등을 이유로 대구를 빠져나가는 우수 인력의 유출을 막고 지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당근책이다.
대구시는 지난해 이 정책을 처음 도입했다. 6억원의 예산으로 지역 중소기업에 전문 인력 45명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올해는 지원금 규모를 16억원으로 늘려 140명의 인재를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심각한 청년 실업난과 지역 고용창출 효과만 놓고 따져볼 때 미미한 수준이나 우수 인력이 대구에서 일할 수 있도록 여건과 환경 등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정책 효과나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최대 2년간 지원하지만 그 이후는 기업의 몫이라는 점에서 걸림돌이 한둘이 아니다. 게다가 어렵게 모은 우수 인재들이 지역에서 계속 일한다는 보장도 없다. 자칫 혈세만 쏟아붓고 아무런 정책 효과가 나지 않는다면 곤란한 일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정책 확대도 중요하나 지역 기업이 제대로 인력을 뽑는지, 계속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지 등을 정확히 심사`평가해야 한다. 노무현정부 때 청년 고용을 유도하기 위해 채용장려금 정책을 시행한 바 있다. 당시 일부 기업이 지원금에만 눈독을 들이고 제도를 악용하는 등 제도적 허점도 많았다. 노무현정부 5년간 4조원을 쓰고도 고용률은 추락해 결국 청년 실업 대책은 실패했다.
대구시도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진단과 평가, 감독이 뒤따라야 한다. 또한 우수 인재들이 대구에 자리 잡고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근로 분위기를 만드는 등 사후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수 인력 확보의 핵심은 많은 강소기업과 좋은 일자리다. 채용장려금 정책이 이를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3. 유승민이냐 새누리당이냐, 곤혹스러운 유권자
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유승민 문제’는 일단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공은 유권자에게 넘어갔다. 이제 유권자는 새누리당과 유 의원 중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에 따라 새누리당과 유 의원 중 한쪽은 치명상을 입을 것이다.
유 의원의 손을 들어주면 새누리당은 최대 지지 기반에서 민심 이반이란 역풍을 맞는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의 손을 들어주면 유 의원은 정치적 미래를 기약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 유권자의 선택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회피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소중한 권리의 포기이다. 따라서 유권자는 잘잘못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평가해 최선이 아니라면 차악의 선택이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
유 의원 공천 파동에서 새누리당이 보여준 자세는 매우 비겁했다. 처음부터 공천 배제를 결정해놓고도 발표를 미뤘다. 결국 유 의원은 무소속 출마 시한에 쫓겨 탈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새누리당의 목표는 바로 이것이었다. 유 의원 공천 탈락의 후폭풍을 우려한 꼼수였다. 공당이라면 당당하게 결정하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새누리당의 ‘무결정’은 누가 봐도 부끄러운 책임 회피다.
유 의원도 공과를 균형 있게 평가받아야 한다. ‘유승민 파동’을 불러온 데 대해 유 의원 본인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는 의견도 분명히 있다. 복지정책 방향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과 불화(不和)한 것은 시각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원내대표로 있을 때 청와대의 반대에도 정부의 시행령에 대한 수정권한을 국회 상임위에 부여한 국회법 개정안을 야당과 합의해 통과시킨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원내대표에서 물러날 때에 이어 무소속 출마 선언을 할 때도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한 것은 ‘오버’했다는 비판도 있다. 우리나라가 독재국가인 것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반된 평가는 유권자를 혼란시켜 선택을 매우 어렵게 한다. 과연 유권자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전국의 관심이 여기에 쏠려 있다.
[이데일리]
4. 막오른 4·13 총선, 정책대결은 없는가
드디어 공천 폭풍이 지나가고 어제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4·13 총선의 막이 올랐다. 후보 등록은 오늘까지다. 후보 등록이 끝나면 본격적인 선거판이 펼쳐진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여야는 곧 선거대책본부를 꾸리고 선거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경제개혁법안의 발목을 잡았다며 ‘야당 심판론’으로 지지를 호소할 방침이다. 더민주당은 보수정권의 ‘잃어버린 8년’을 앞세워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심판론으로 맞선다는 전략이다.
유권자들은 혼란스럽다. 여야 모두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막장 공천으로 찍을 후보가, 지지할 정당이 없다고 하소연이다. 새누리나 더민주나 말로는 개혁공천을 내세웠지만 총선 이후 당내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계파 간 진흙탕 싸움으로 공천심사의 원칙과 기준이 오락가락했다. 보복 공천, 돌려막기 공천 등 구태가 횡행했다. 새누리당 친박계의 유승민 의원 찍어내기와 비박계 몰아내기, 더민주당의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친노·비노 간의 다툼이 대표적이다. 국민의당도 후유증이 심하다.
정치권이 막장 공천을 반성하고 그나마 책임있는 정당의 모습을 보이려면 이제라도 정책으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에 드리운 그림자는 짙다. 수출은 14개월째 감소세고 내수는 얼어붙어 있으며 청년실업은 사상 최악이다. 대외 환경도 불안하다. 북한의 핵위협으로 안보부터가 위기다. 어느 당이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 안보를 굳건히 할 믿음직한 세력인지 정책으로 보여주기 바란다. 실체 없는 ‘심판론’이 아니라 생산적인 정책 대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표로 심판해야 한다. 여야의 공천 결과는 나라살림을 떠맡겠다는 공당의 수준이 고작 이 정도인가 할 정도로 한심하다. 그렇다고 방관하면 정치판의 변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정당과 후보자의 공약을 꼼꼼하게 살펴 어느 후보가, 어느 당이 앞으로 4년간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능력과 자격이 있는지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정치개혁은 물 건너가고 19대에 이어 또다시 불임국회를 맞게 될지 모른다.
5. 한류의 나아갈 길 보여준 '태양의 후예'
현재 국내에서 방영되고 있는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중국에서도 관심을 집중시키는 등 국내외적으로 맹렬한 인기몰이 중이다. 16부작으로 예정된 이 드라마는 아직 8회밖에 안 나갔는데도 벌써 해외 27개국 수출이 성사됐고 다른 나라들과도 상담이 진행 중이어서 훨씬 더 많이 팔릴 것이라는 게 제작사 측의 전망이다. 정치권의 한심한 공천 싸움에 크게 낙담한 시청자들에게는 모처럼 기분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태후’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가는 수출 계약이 이뤄진 나라의 면면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금까지 미국을 포함해 일본,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의 기획사들이 앞다퉈 판권을 사갔다. 스웨덴과 스페인, 러시아, 홍콩, 대만, 싱가포르도 마찬가지다. 보통 종영이 임박해 계약이 이뤄지던 지금까지의 관행에 비춰보면 ‘태후’에 쏠리는 관심은 매우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아직 한류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함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특히 중국에서의 열기는 상상 이상이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의 해시태그가 52억 회를 기록함으로써 공전의 화제작으로 꼽혔던 ‘별에서 온 그대’(12억 8000만회)의 4배를 이미 넘어섰다. 오죽하면 중국 공안이 ‘송중기(주인공) 상사병 주의보’를 발령했겠는가. 미주의 반응도 뜨겁다. 미국의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비키가 4주일 동안 방영한 ‘태후’는 세계 최신작 50여편 가운데 압도적 1위의 조회를 기록했고, 월간 비키 이용자 4000만명이 자발적으로 올린 자막이 이미 32개 언어에 이른다.
한류는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이 정식 연구 사례로 삼을 만큼 이제 동남아권이나 맴돌던 차원을 벗어나 세계적 문화상품으로 발돋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 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태후’를 직접 언급하며 “좋은 문화 콘텐츠 하나가 경제·문화적 가치를 낳을 뿐만 아니라 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한다”고 강조한 데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류는 우리의 미래 먹거리로서 무한한 가치를 지닌다. 과감한 투자와 치밀한 기획만 뒷받침된다면 세계에서 얼마든지 통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다. 한류의 나아갈 길을 새롭게 제시한 ‘태후’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서울신문]
6. 사병들에게 뚫리는 방탄복 입게 한'군피아'
국방부가 철갑탄을 막을 수 있는 고성능 방탄복을 개발하고서도 일반 방탄복을 장병들에게 지급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밝혀졌다. 장병들의 목숨과 직결되는 방탄복인 까닭에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국방부와 방위산업체의 검은 뒷거래에서는 가능했다. 적발된 당시 군 장성과 퇴역한 ‘군피아’ 등은 장병들의 생명을 지켜 주는 군장비마저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는 수단으로 삼았다. 충격적이다. 자기 자식이라면 철갑탄에 숭숭 뚫리는 방탄복을 입혀 경계 근무를 세울 수 있을지 따져 묻고 싶다.
이른바 다목적 방탄복 사업은 부정·부패로 얼룩졌다. 국방과학연구소는 2010년 28억원을 투입해 첨단 나노기술을 이용한 ‘액정 방탄복’을 만들어 성능시험까지 통과했다. 2012년부터 각 군이 쓰도록 결정했다. 액정 방탄복은 북한이 2006년 전차·군함 등을 뚫는 철갑탄을 일선 부대에서 사용한 데 따른 대응이었다. 그러나 액정 방탄복 사업은 2011년 취소되고 2700억원 규모의 다목적 방탄복 사업으로 바뀌었다. 2014~2015년 장병들에게 보급된 3만 5200벌이 철갑탄 방탄복이 아닌 일반 방탄복인 이유다. 독점공급권까지 딴 삼양컴텍은 2011년 이미 불량 방탄복 납품으로 찍혔던 방산업체다. 그런데도 봐줬다. 해야 할 일을 저버리고 해선 안 될 일을 저지른 것이다.
뚫리는 방탄복 비리를 주도한 육군 소장 출신 국방부 1급 간부는 삼양컴텍으로부터 특혜 대가로 4000만원을 받고 아내를 계열사에 위장 취업시킨 뒤 꼬박꼬박 월급을 챙겼다. 육군 영관급 장교는 이 업체에 관련 기밀을 넘겨주고 5100만원을 받은 데다 퇴직한 뒤 이사로 채용됐다. 육군사관학교 교수도 허위 방탄 시험성적서를 발급해 주고 1억 1000만원어치의 주식을 받고 이 업체의 연구소장으로 들어갔다. 현직과 전직, 뒤 봐주기와 금품 제공 및 취업 보장 등 부패 고리의 전형을 여실히 보여 줬다.
북한은 하루가 멀다 하고 무력시위를 벌이며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방산비리는 명백히 반국가 범죄다.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북한을 이롭게 하는 이적 행위나 다름없어서다. 뚫리는 방탄복은 장병들마저 위험에 노출시켰다. 이제 방산비리가 터질 때마다 발본색원을 내세울 게 아니라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중하게 죗값을 물어야 한다. 업체 선정의 투명성 확보와 철저한 검증을 위한 실질적인 실천도 필요하다. 군이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이 불안감을 떨치게 하는 게 최선인 까닭이다.
7. 이런 공천으로 20대 국회에 뭘 기대하겠가
여야의 무원칙한 공천이 극심한 후폭풍을 불렀다. 정체성 논란 끝에 새누리당을 떠난 유승민 의원과 주호영·류성걸 등 대구 지역구 의원, 친이계 이재오(서울 은평을) 의원 등이 어제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김무성 대표가 유·이 의원 지역구 등 5개 선거구 무공천을 고집하면서 여권은 종일 벌집 쑤신 분위기였다. ‘막장 공천’이란 면에서 도긴개긴이었던 야권도 어수선하긴 마찬가지다. 원조 친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에게 “미쳐도 곱게 미쳐라”라는 말을 들으며 친노 운동권을 솎아 내는 시늉을 했던 김종인 대표가 친문 세력의 비례대표 독식을 묵인, 가까스로 봉합된 내홍은 문재인 전 대표가 복귀하면 언제든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이런 공천 여진은 여야가 자초했지만, 20대 국회에서 국정 혼선으로 이어진다면 통탄할 노릇이다.
작금의 공천 여진으로 정당 민주주의가 한계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치열한 토론으로 의견의 간극을 좁히고, 그래도 이견이 남으면 다수결로 결정을 내리고 패자는 이에 승복하는 게 민주주의의 요체다. 탈당 후 무소속 출마자가 줄을 잇는다는 건 여야의 공천 과정에서 이 기본 원리가 작동하지 않았음을 뜻한다. 특히 여당 지도부가 유승민 의원에 대한 공천 여부를 결정도 않고 탈당을 유도한 것은 무책임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그가 탈당하자 대구 동을 후보로 이재만 전 구청장을 단수 공천했고 김무성 대표는 이곳을 포함한 5개 선거구 후보에 대한 최고위 추인을 거부했다. 자당 대표에게 “김무성 죽여 버려”라고 막말했던 친박 윤상현 의원은 무소속으로 나오겠단다. 국민의 눈엔 국정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할 여당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그런데도 여당 지도부는 이런 민심을 제대로 못 읽는 것 같다. 김 대표가 뒤늦게 공관위의 5개 선거구 공천에 직인을 찍지 않겠다고 버티며 어제 한때 당내 갈등은 비등점을 향해 치닫지 않았나. 이 공관위원장은 탈당한 유 의원을 향해 “당에 침 뱉으며 자기 정치 위해 떠났다”고 해 분열된 여권이 선거 후 한 배를 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4·13 총선 이후가 사뭇 걱정스럽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안보와 경제 양쪽으로 위기인 상황에서 출범할 20대 국회가 제대로 국정을 ‘선도’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무한 정쟁에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입법 기능이 마비된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으로 평가됐지만, 20대 국회는 한 술 더 뜰지도 모르겠다. 각 당의 공천에 불복한 인사들이 대거 무소속으로 나올 선거 판도로 볼 때 그렇다는 말이다. 여야가 선거 결과가 나오자마자 친여·친야 무소속 당선자들까지 뒤엉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이합집산과 권력투쟁을 벌이는 시나리오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번 공천은 여야 모두 참담하게 실패했다. 여론조사에 의한 상향식 공천이든, 새 인물 발탁을 위한 전략 공천이든 계파 패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는 점에서다. 여야 양쪽 열성 지지층조차 투표장에 나가고 싶지 않을 정도의 막장극이었다. 이제 고장 난 정당 민주주의, 그리고 총선 이후의 의회 민주주의를 되살리려면 유권자들의 옥석을 가리는 밝은 눈에 마지막 기대를 걸어야 할 듯싶다.
8. 안하무인 재벌 3세 갑질 처벌 못 하나
그야말로 삼류 코미디에나 나올 일이다.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의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오는 갑질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는 3세 경영인이다. 국내 굴지의 건설사인 대림그룹 창업주인 고 이재준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이준용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그의 갑질은 재벌을 고발한 영화 ‘베테랑’의 한 장면인가 싶을 정도다.
이 부회장은 운전기사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 자신과 눈이 마주치지 않게 백미러를 접고 운전하라는 위험천만한 지시도 했다. 10초 안에 휴대전화 문자 답변하기 정도는 횡포 축에도 못 끼었다. 운전 중인 기사의 뒤통수를 때리거나 사이드미러를 접고 달리라고도 주문했다니 어떤 심리 상태였는지 궁금하다. 더 가관인 것은 대림산업은 이런 오너의 상식 밖 갑질을 견디라는 수칙까지 만들어 수행 기사를 뽑았다. ‘실언하실 경우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잘 인내하면 차후 배려해 주신다’는 문구까지 넣었다. 분노조절이 잘 안 되는 오너의 감정받이가 돼 주면 후사하겠다는 뜻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재벌가 사람들의 안하무인 행실은 잊힐 새도 없이 터진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이 경고가 될 법도 하건만 도무지 나아진 게 없다. 금수저 하나 물고 태어난 것 말고는 경쟁력이 없는 재벌 자녀들이 사실상 많다. 부모 잘 만나 그룹 주인 자리에 무임 승차한 오너들의 저급한 처신은 반재벌 정서만 굳힌다. 기업과 사회 발전에 이만저만 해악이 아니다. 지금이 어떤 때인가. 단군 이래 최악이라는 청년 실업에 젊은이들이 절규한다. 반듯한 직장은 고사하고 아르바이트로 하루 벌어 하루 사느라 미래 계획은 꿈도 못 꾸고 자포자기한다.
록펠러 가문의 후손과 월트 디즈니의 손녀가 스스로 세금을 더 내려고 한다는 소식이 그제 외신을 탔다. 참 달라도 어쩌면 이렇게도 다른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는커녕 동냥을 못 줄 거면 쪽박이라도 깨지 말라고 했다. 시대착오적인 재벌 갑질은 가뜩이나 흙수저라서 좌절하는 청춘들을 허탈감으로 무너지게 만든다.
사과 한마디 없이 뭉개는 이 부회장과 대림산업은 여론이 무섭지 않은 모양이다.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갑질하는 오너의 기업은 사회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대물림 경영을 계속할 재벌들은 이참에 머리 맞대고 ‘자녀 훈육 십계명’부터 만들라.
[한겨레]
9. 대통령 관심 전시회 반대한 게 경질 사유인가
이달 초 전격 교체된 김영나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자신의 경질 배경에 청와대의 압력이 작용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관심을 보인 전시회 개최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보복 경질을 당했다는 것이다. 자질 부족이나 특별한 과오가 아니라 대통령의 심기를 받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기관의 장을 물러나게 했다면 이는 민주주의 국가, 문명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제가 된 전시회는 르네상스시대부터 현대까지 프랑스의 장식명품들을 소개하는 것인데, 카르티에, 루이뷔통, 에르메스 등 명품 업체들이 현재 판매중인 고가의 상품들이 별도로 진열된다고 한다. 김 관장은 이처럼 상업성이 강하기 때문에 국립박물관에서 열기는 부적합하다며 반대한 것이다. 전시회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박물관에서 개최할 만한 품격을 갖췄는지는 전문가인 김 관장이 누구보다 잘 판단할 수 있다. 그렇게 문화예술적인 관점에서 내린 판단은 존중되는 게 정상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가 보고 싶다며 관심을 표명했다는 이유로 청와대가 나서 김 관장의 판단을 찍어누르고 전시회 성사를 압박한 것은 정치 논리로 문화마저 재단하는 권위주의 시대의 전형적 행태다. 그 연장선상에서 김 관장을 교체까지 했다면, 공직자가 대통령의 뜻을 조금이라도 거스르면 어김없이 쫓겨나는 ‘심기 인사’가 문화계마저 옥죈 셈이다.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문화융성’은 문화·예술인들이 자유를 만끽하는 분위기 속에서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하지만 현 정부는 권력에 대한 충성과 획일적인 코드를 문화계에도 강요하는 퇴행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이 상영된 뒤 영화제를 통제 아래 두려는 부산시의 집요한 움직임이 대표적 사례다. 이로 인해 국제적 망신을 산 것도 모자라 청와대까지 나서서 더 큰 웃음거리를 만들고 있다. 문화가 융성하기는커녕 말라죽는 형국이다.
[매일경제]
10. 中기업 포상관광 유치할 인프라 확충 서둘러라
중국 건강보조식품 유통기업 아오란그룹의 직원 6000명이 포상관광차 오는 27일부터 6박7일 일정으로 인천을 방문한다고 한다. 158편의 항공기를 타고 입국하는 이들을 위해 관광버스 140대, 가이드 280명이 동원되고 26개 호텔 1500개 객실이 예약되는 등 인천은 유커 특수를 맞았다. 28일 월미도 문화의거리에서 열리는 '치맥 파티'에는 무려 1500마리의 치킨이 공수된다고 한다. 이들은 나흘간 인천에 머물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촬영지 등을 둘러볼 예정이라고 하니 '한류'가 유커 유치에 큰 힘을 발휘한 셈이다.
중국 기업들은 조직원들의 성과 보상과 동기 유발을 위해 회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인센티브 여행을 확대하는 추세다. 이번 아오란의 포상관광은 2011년 중국 바오젠그룹 소속 임직원 1만명이 크루즈 선박을 이용해 제주도를 방문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5월에는 중국 톈스그룹 직원 6500명이 프랑스 니스를 방문해 파란색 단체복을 입고 해변에 '톈스의 꿈은 훌륭하다'는 문구를 몸으로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이 니스에서 쓰고 간 돈은 2000만유로(약 245억원)가 넘어 유커가 세계 관광 시장의 지형을 바꿀 만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번 아오란그룹의 방한으로 인천시가 얻는 경제효과가 12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하니 중국 기업의 포상관광 유치야말로 내수 부진에 시달리는 우리에게 대박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프랑스는 유커의 주머니를 열기 위해 백화점 유커 전용 매장 설치, 고속철 운행 연장, 오픈카 퍼레이드 제공 등 민관이 공조해 이들을 모셨다는데 우리도 단체여행객이 불편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인천시는 이들의 단체회의 때 식사 장소가 모자라자 송도컨벤시아 지하 주차장까지 식당으로 꾸미고 호텔도 부족해 시흥, 부천, 수원 등으로 분산했다고 한다. 6000명의 손님을 받아놓고 식사, 잠자리, 버스 이동 등이 매끄럽지 못할 경우 불만이 제기될 것이 틀림없다. 우리에게 절호의 기회이니만큼 이들이 만족하고 돌아갈 수 있게 서비스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또한 중국인들의 크루즈 여행 수요도 늘고 있으니 각 지자체별로 단체여행객 지속 유치를 위한 관광 인프라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데일리안] 봇물터진 재혼 소재 드라마가 현실을 못담는 이유
근래에 재혼 드라마가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재혼 소재의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재혼에 관한 캐릭터가 드라마에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노릇이라는 분석이 많다. 재혼이란 다시 혼인하는 것이니 이혼을 한 사람들이 많아야 가능하다. 결혼한 상태에서 결혼하는 것은 이중 결혼에 해당한다. 재혼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요컨대, 이혼을 한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에 재혼이 늘어날 것이다. 물론 재혼한 사람이 늘어난다면 말이다. 이혼 가정이 한국에 많아 지고 있는 것은 많은 통계자료들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적어도 이런 통계자료에 따른다면, 재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중요한 문제이지만, 사회적으로 이에 대한 코칭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방송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 있다.
드라마는 사람들의 관심 사항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드라마에 재혼 소재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이해할만하다.
재혼 소재의 드라마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돌싱과 미혼의 커플이 등장하는 경우다. 연인으로 연하남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를 적극 반영하는 추세다. 또한 남녀 둘 다 돌싱인 경우도 있다. 팽팽한 긴장감이 돌 때도 종종 있다. 잠재적인 돌싱과 재혼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남편이 바람 등 불륜을 일으키고 헤어진 뒤 복수하듯이 재혼에 성공하는 모습들 그리는 경우도 있다. 이때 백마탄 왕자가 등장하기도 한다. 심지어 가족 구성원 안에서 서로 재혼 때문에 갈등을 하거나 궁금증을 일으키는 애피소드를 만들기도 한다.
재혼에 대한 소재는 결국 전통적인 가치관안에서 작동하는 것이다. 드라마 '세번 결혼하는 여자'도 있었는데, 스스로 자신과 결혼이라는 메타포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런 유형의 결말은 흔하지 않은 것이었다.
어쨌든, 재혼 소재 자체보다는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다뤄내고 있는가일 것이다. 일부에서는 현실을 제대로 이뤄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노릇일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이들에게 이런 재혼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불과한 것이다. 자신들에게 해당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을 제대로 다루는지 별관심이 없을 것이다.
그럴수록 이런 드라마의 흐름은 현실과 멀어지고, 정작 재혼 커플들에게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이런 지적은 이해를 할 수 있는 점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현실을 제대로 다루는 것은 결국 다큐나 시사프로그램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가 커버할 수 없는 점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드라마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드라마는 문화 컨텐츠의 영역에 있는 것이다. 문화 콘텐츠란 무엇인가. 그것은 현실의 결핍이나 한계를 넘어 이상적인 무엇인가를 담아내는 것이다.
작가들은 그렇게 교육 받는다. 현실을 그대로만 보여주면 누가 드라마를 보느냐고 말이다. 현실 플러스, 더해지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재혼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점이 있어야 한다. 그것을 우리는 흔히 소망이나 꿈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이 너무 심해지면 환타지가 되거나 몽상이라는 평가를 듣게 된다. 현실적인 소망을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대리적으로 충족 시켜주는 재혼 소재의 드라마이어야 한다.
다만, 현실적인 소망의 드라마라면 어느 한 쪽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설득력도 떨어지는 법이다. 더구나 본질이 흥미와 재미를 중심에 두고 있다면 더욱 더 그렇다. 누군가의 상처와 고통을 고려한다면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혼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엄존하고 있다. 그것이 본질이고 재미와 현실탈출의 바람은 그 이후다. 예컨대, 환타지 드라마 처럼 고색창연한 삶이 갑자기 펼쳐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이겠다.
무엇보다 현실을 벗어난 소망스런 상황이 천편일률적이어서는 더욱 곤란한 것이다. 사람들의 삶이 다양한데 픽션의 작품들이 획일적이라면 장르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2. [머니투데이]우리 '송중기'가 '뚫리는 방탄복'를 입는다면…
요즘 수요일과 목요일만 되면 대한민국 남성들이 급격히 외로워진다는 밑도 끝도 없는 얘기가 있다.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빠진 여성들이 '본방 사수'를 위해 남편이나 남친에게 시간을 내어주지 않기 때문이란다. 재방, 삼방까지 시청하고 분석하며 예측까지 하는 열혈 여성 시청자들을 주변에서 보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배우 송중기. 극중에서 해외에 파병된 군 장교, 유시진 대위로 등장하는데 그 인기가 총선에 출마하면 압도적으로 당선될 기세에까지 이른다. 중국에서는 송 배우 때문에 중년 부부가 이혼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언론 보도까지 있었으니 가히 뭇 남성들의 부러움을 받고도 남음이다.
특히 감정이입에 각별한 재능이 있는 일부 시청자들은 송 배우가 극중에서 위험한 전투를 치를 때마다 마음을 졸인다고 한다. 행여 다칠까(물론 극중에서다) 노심초사하는 어머니, 혹은 연인의 심정으로.
인생에서 이런 무한 사랑을 받은 적이 있었는지 개인적 경험 여부를 따져보는 건 일단 뒤로 미루자. 그보다도 더 슬프고 화가 나는 소식이 있기 때문이다. 엊그제 나온 감사원의 발표 말이다. 국방부가 28억원을 들여 철갑탄을 막을 수 있는 방탄복 개발에 성공하고도, 총알이 숭숭 뚫리는 일반 방탄복을 만드는 '삼양컴텍'이란 업체에 2700여억원에 이르는 독점사업권을 줬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세금 28억원을 헛돈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더 많은 세금을 주고 특정 업체의 사업 발전을 도왔다는 얘기다. 이게 다 돈이나 일자리를 대가로 받고 그랬단다. 누가? 우리나라 군인들이. 국방부 1급 공무원은 이런 식으로 업체를 도와주고 부인을 위장 취업시켜 월급 받게 하고, 나중에는 자신도 취업하는 대담함을 보여줬다.
실제 국방부는 2014년부터 2년간 이 업체로부터 3만5200여벌의 일반 방탄복을 넘겨 받아 국외 파병부대에 지급했다. 감사원은 이 비리에 연루된 전직 장성 3명과 영관급 장교 5명, 공무원 2명과 삼양컴텍 임직원 3명 등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수사 참고자료를 제공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삼양컴텍은 1980년대 최루탄 팔아 떼돈을 번 삼양화학그룹의 계열사다. 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 때 데모 막기 위해 쓰였던 이 업체의 최루탄은 독하기로는 세계 최고였다.
삼양화학은 독점공급의 대가로 비자금을 만들어 전두환 전 대통령쪽으로 건네는 등 그동안 '군산복합체(軍産複合體) '를 거론할 때마다 심심치 않게 등장하던 업체였다. 최루탄에서 방탄복으로 화려하게 부활하는 과정에서 여러 군인들을 알뜰살뜰 챙기는 걸 잊지 않았다. 감사원은 삼양화학 관련 기업에 2008년 2월부터 2014년 5월까지 몸 담은 퇴역 장성 등 육군 전직 장교들은 모두 29명이라고 밝혔다.
어떤 여성 시청자는 '태양의 후예'를 가리켜“내 평생 이토록 정의로운 인물들만 등장하는 드라마는 처음”이라며 “송중기는 군인 정신에 투철한 인물로 등장한다”고 말했다. 김은숙 작가가 만들어낸 유 대위는 정의로운 군인의 표상이라는 말이다. '정의로운 군인', 이 얼마나 신선한 단어의 조합이란 말인가.
그래서인지 군대를 경험하지 못한 주변의 여성 시청자들중 상당수는 우리나라 모든 군인들이 송중기에 준하는 직업 정신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였다. 이쯤되면 국방부가 나서서 송중기에게 상이라도 줘야 할 판이었다. 우리 군인들의 위상을 드높였으니 표창 감도 이런 표창 감이 없다. 그런데 뚫리는 방탄복이 등장하면서 이 모든 것이 '판타지'에 불과하다는 게 또다시 증명됐다.
방산비리는 잊을 만하면 나오는 단골메뉴다. 그렇게 많은 장관과 장성들이 온갖 추잡한 비리로 군복을 벗고 옥살이를 했는데도 모자라지 않는가 보다. 지긋지긋하다.
국민 세금을 펑펑 쓰면서, 아군에게 해를 입히는 짓을 하는 건 매국노에 다름 아니다. 이적행위를 하는 군인이라니. 그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애국심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가뜩이나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쏘고, 청와대를 공격하겠다고 하는 판에 군의 기둥이 돼야 할 장성과 장교들이 한 통속이 되어 이런 비리를 저질렀다니 허탈하다. 아들을 군에 보낸 어머니, 애인을 군에 보낸 '곰신들'의 한숨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유 대위 같은 우리나라의 수많은 올바른 군인들을 생각하면 더욱 더 안타깝다.
이제 그만해야 한다. 혹시라도 지금도 방산업체와 어울려 청탁, 접대, 뇌물 등을 받거나 받을 예정이라면 이쯤에서 자수하고 광명 찾아야 한다. 그것이 정의로운 군인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극중 송중기가 뚫리는 방탄복을 입고, 전투에 나섰다가 변이라도 당한다면 우리의 열혈 시청자들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진짜 그럴 일은 없겠지만, 있어서도 아니 되겠지만 뚫리는 방탄복을 입은 우리 군인들이 행여 다치기라도 한다면, 그땐 우리 어머니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 국방부, 우리 군에겐 최고의 악몽이 될 것이라고 감히 단언한다.
3. [머니투데이] [광화문] "tvN이 지상파를 위협한다고?"
CJ E&M의 tvN이 올 10월로 개국 10년을 맞는다. ‘벌써?’ 하다가 ‘드라마는 tvN’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제대로 컸네!’라는 생각에 이른다. “지상파방송보다 tvN이 낫다”는 얘기는 낯설지 않다. 올 1월16일 종영한 ‘응답하라 1988’의 마지막회 평균 시청률은 19.6%(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이하 동일)를 기록, tvN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tvN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겠지만 우선 콘텐츠를 발굴하고 제작하는 실무자들의 밝은 눈과 노력을 들 수 있다. 최근 마니아층을 만들고 방송을 끝낸 ‘시그널’(평균 시청률 12.5%)은 드라마작가가 지상파에서 거절당한 사연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tvN의 결실 앞에서도 CJ E&M은 웃을 처지가 못 된다. CJ E&M은 2014년 게임사업을 매각한 직후 적자를 냈다. 지난해 비로소 527억원의 흑자(매출 1조3473억원)로 돌아섰다. 잘 나간다고 하는 tvN이 5%대 영업이익을 올리며 효자 노릇을 한 덕이다. 나머지 3개 부문은 여전히 적자다.
냉정하게 CJ E&M은 연간 매출 150억원을 올리면서 1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공연사업’은 안 하는 게 맞다(2014년 기준). 하지만 CJ가 그러면 가뜩이나 어려운 공연예술시장은 더 큰 시련을 맞이할 것이다. “돈 이 되는 사업만 한다”고 비판받을지 모른다.
그래서 콘텐츠사업을 하는 CJ의 자세는 비즈니스 공식으론 설명이 안 되는 그 무엇이 있다. 거기에는 스스로 부여한, 외부에서 요구하는 ‘책임’마저 읽힌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인수합병) 인가 심사가 시작되는 모양이다. 당국이 법에 근거해 합당한 의사결정을 할 것으로 믿지만 ‘유료방송시장의 재편 필요성’이나 ‘문화콘텐츠산업 투자활성화’도 중요하게 검토할 항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tvN의 성공스토리와 CJ E&M의 상황을 살펴보니 이번 M&A가 대한민국 콘텐츠산업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CJ가 오랫동안 공들여 키운 CJ헬로비전을 파는 이유는 콘텐츠와 플랫폼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즉, 방송플랫폼을 포기하는 대신 문화콘텐츠에 ‘올인’한다는 결정이다. CJ 내부에선 “M&A 성사로 확보할 1조원의 자금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1조원은 CJ E&M이 tvN에 10년간 투자한 제작비 규모다.
지상파가 이번 M&A에 반대하는 이유도 콘텐츠산업 측면에서 봐야 한다. 일부 지상파는 반대 근거 중 하나로 “CJ E&M이 지상파를 위협할 수준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야말로 ‘지상파의 사익’을 앞세운 논리다. 20년간 7조5000억원을 투자한 CJ가 콘텐츠산업에 집중하기 위해 사업을 조정하는 데 ‘자신들을 위협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반대하니 말이다.
논리도 궁색하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자료(2014년)를 보면 2005~2014년 온미디어를 포함한 CJ계열PP(방송채널사업자)는 144% 성장했지만 같은 기간 지상파계열 PP의 광고매출은 무려 235% 늘어났다. 이와 별도로 지상파4사는 81% 성장했다. CJ의 성장에 긴장하면서 “지상파의 미래가 안 보인다”고 한탄하지만 숫자는 그들의 주장과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여전히 지상파의 위력이 막강한데 문화콘텐츠에 투자할 의지 대신 남의 성장에 태클을 거는 모양이다.
적자여도 CJ는 영화·음악·공연부문까지 포기하지 않고 제2, 제3의 tvN 사례를 만들고자 한다. 이제 막 꽃을 피운 tvN의 성공사례 앞에서 콘텐츠산업 육성을 향한 CJ의 의지를 꺾을 이유는 없다.
4. [동아일보][지금 SNS에서는]우유 같은 여자, 치즈 같은 여자
여자를 굳이 우유와 치즈에 비유해야 한다면 무엇을 고르시겠습니까. 아래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댓글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던 한 의사의 의학 칼럼입니다.
“치즈와 우유의 유통기한의 차이는 어떤 것이 있을까? 치즈는 유통기한이 길다. 솔직히 유통기한이 조금 지나도 그냥 먹는다. 하지만 우유는 어떤가? … 1등급 우유인데 유통기한이 3일 지난 것을 마실 것인가? 3등급 우유지만 유통기한이 3일 남은 것을 마실 것인가?”
계속 읽어 보면 의학 칼럼이라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입니다.
‘정상적인 남자는 결혼에서 아이를 원한다. 남자와 그 부모가 생각하는 (여성의 가임기) 마지노선은 34세다. … 남자 측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개할 수 있는 여자 나이의 상한선은 32세다. … 34세 넘은 미혼 여성이 좋은 남편감을 만날 가능성에 기대를 건다는 것은 조금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남자가 자기 나이를 고려해 만나는 여자의 나이를 연장할 것이라는 것은 매우 큰 착각 중의 하나이다.’
저는 간담이 서늘해졌습니다. 동서고금 막론하고 젊은 여자 좋다 하듯, 어쩌면 다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또 어쩌면 머지않아 저는 질풍처럼 지나간 20대를 한탄하며 싱크대 하수구에 버려질 상한 우유 신세가 될지도 모릅니다.
글 제목은 ‘30대 전문직보다 20대 전문대 여자가 먹힌다’입니다. ‘30대 후반의 능력남은 30대 중반 여성을 만날 이유가 없다는 것을 당신은 명심해야 한다’는 의사의 충고입니다. 2014년에 쓰인 글이지만 최근 SNS 유명인이 ‘진정한 개저씨(개와 아저씨의 합성어) 칼럼을 발견했다’며 이 글을 공유하면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이 의사의 주장에 동의한 남성들은 ‘역시 배우신 분. 용기 있는 의사 선생님의 글에 박수를 쳐라’라며 댓글을 달았습니다. ‘남자는 42세 넘어가도 정자가 만들어집니다. 여잔 42세 넘어가면 폐경기가 와서 난자가 안 만들어져요. 남녀가 똑같다고 주장하는 여자는 자원입대부터 하고 보시죠?’
이윽고 유치찬란한 남녀 댓글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분기탱천한 여성들은 2010년 항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30대 여교사와 15세 남학생의 불륜 기사를 댓글로 달았습니다. 30대 여성도 얼마든지 매력적이라는 점을 증명한다는 겁니다.
남성들은 반격했습니다. ‘여자는 나이 들면 가치가 떨어지는 거야, 상폐녀(상장폐지녀·주식시장에 빗대어 결혼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당한 여자라는 뜻의 신조어)야’라는 글과 함께. 상황이 심각해지자 글을 올린 의사는 “여성의 나이가 장애물이 되는 현실을 알게 됐고 이런 불편한 진실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여성 혐오적인 내용을 담으려고 쓴 글은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댓글 전쟁이 이성 혐오로 번진 뒤였습니다.
저는 여성의 매력을 아이를 낳을 수 있느냐 없느냐로 재단한 것이 애초 이 칼럼의 문제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령 출산이 가지는 난점과 그 난점의 극복을 의학적 관점에서 조망한 것이 아니라 남자들이 나이 든 여자를 대하는 태도를 마음대로 정의하며 엉뚱한 결론을 내립니다.
설사 서술된 글이 팩트에 매우 가깝다고 한들, 이 글에서 사용된 비유는 비판을 피할 여지가 없습니다. 최근엔 여성 팬층이 두꺼운 인디밴드 가수 윤모 씨가 “음악에서 ‘자궁냄새’가 나면 듣기 싫어진다”고 발언한 사실이 SNS를 통해 밝혀져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윤 씨는 “모성에 대한 공포를 함의한다”는 둥 이해 불가능한 사과문을 올려 조롱의 대상이 됐습니다.
그래도 저는 굳이 골라야 한다면 치즈를 고르겠습니다. 남녀를 막론하고 사람은 저마다의 특색을 안고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맛을 내는 치즈에 가깝다고 믿습니다. 제가 푸른곰팡이가 서린 블루치즈를 좋아하듯, 상대가 느끼는 매력은 ‘개취(개인의 취향)’라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만 덧붙이고자 합니다. “의사 선생님, 1960년대생인 저의 어머니께선 나이 서른일곱에 4.2kg의 건강한 제 막냇동생을 순산하셨습니다. 제 걱정은 제발 참아주세요.”
5. [중앙일보][노트북을 열며] ‘아재 개그’야 고맙다
누군가 내 진심을 알아주면 정말 고맙다. 사소한 일상의 대화에서도 고맙거나 섭섭한 상황은 속출한다. 분위기 좀 띄우려고 꺼낸 농담이 차갑게 내팽개쳐졌을 때의 난감함이란….
그런 상황에서 한동안 썰렁하다는 말이 유행했다. “아 추워”라는 반응이 확산됐고 농담을 한 당사자가 스스로 덜덜 떨면서 화제를 돌리는 임기응변도 탄생했다. 그렇게 재미없는 농담은 ‘썰렁 개그’라는 이름으로 한동안 인기를 모았다. 썰렁 개그는 서로 무안할 정도로 어색한 농담 때문에 망친 분위기를 회복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최근엔 썰렁 개그의 자리를 ‘아재 개그’가 대신하고 있다. 아재는 아저씨의 낮춤말. 아저씨가 어떻게든 웃기려고 구사하는 농담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웬만해선 누군가를 웃기기 힘든 센스 없는 아저씨들에게 가슴 아픈 표현인데 이게 반복되면서 하나의 개그 장르가 됐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아저씨 입장에서 참 감사한 일이다. 나이가 들수록 뒤처지는 유머 코드를 보완해 주니까. 예전에는 처참한 실패로 끝났을 농담이 아재 개그라는 문패를 달고 부활한다. 아재 개그의 예를 들면 대충 이런 식이다. 초등학생들의 난센스 퀴즈와 비슷하다.
문: 딸기가 회사에서 잘리면? 답: 딸기시럽(실업)
문: 전화로 세운 건물은? 답: 콜로세움
문: 세상에서 가장 큰 여자는? 답: 태평양
문: 누가 치고 갔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답: 친자확인
헛웃음이 나오는 문답이지만 묘하게 중독성이 있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자녀를 둔 아재들에겐 더 그렇다. 하나라도 외워서 아이들에게 써먹고 싶어진다. 아재 개그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실패해도 오히려 소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굳이 외워서 준비한 문답이 아니어도 허접한 농담에는 “아이, 아재 개그”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부정적인 반응에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 ‘아재 개그’라는 자녀의 한마디엔 ‘아빠 웃기려고 한 건 알겠어. 그래도 그건 아니지’라는 다정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누가 작명을 했는지 아재의 한 사람으로서 고맙다. 가족과의 소통에서 좌절감이 커지는 중년을 위로하는 것 같다. 여간해서는 웃지 않는 사춘기 자녀에게 자신 있게 농담을 건넬 용기를 준다. ‘안 웃기면 어때, 아재 개그인데’라고 버틸 수 있는 안전한 구조 덕분이다.
아재 개그가 왜 유행하는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성과주의에 내몰린 이 시대의 중년들이 그만큼 짠했기 때문에 생겨났을 수도 있다. 아재들을 위로하고 싶은 사회 구성원들의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모였을지도 모른다. 늘 부족하다고 지적받는 처량한 아재들을 위해 이 사회가 준비한 집단예능이라고 믿고 싶다. 그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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