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11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세계일보]
1. 탈북자 관리시스템 무용지물 만들어선 안돼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해 국내에 들어온 것은 당국이 치밀한 작전을 펼친 결과로 보인다. 이들이 동남아 제3국을 경유해 입국한 것은 해당국가의 외교적 입장을 고려한 조치다. 탈북자 입국은 인도주의 차원에서 당연한 일이다. 이들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식당 매출이 급감했는데 북한 당국의 외화 상납 요구는 강화돼 곤경에 처했다고 한다. 북한으로 돌아가면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의 입국 경위와 발표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얘기도 제각각이다. 이들이 근무한 북한 해외식당이 어디인지에 대해 중국 저장성이라는 주장과 동남아 국가라는 주장이 엇갈린다. 북한은 중국과 동남아 등 12개국에서 130여곳의 식당을 운영하는데 이 중 100여곳이 중국에 있다. 중국 내 식당이었다면 중국 정부의 용인과 한·중 간 조율이 있었을 것이다. 대북 제재에 대한 협력 차원이라는 해석도 있다. 중국의 탈북자 정책 변화 징후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발표 배경과 시점이다. 정부는 이들이 입국한 다음날 이 같은 사실을 전격 발표했다. 지금까지 신변 보호를 이유로 탈북자 입국 확인조차 꺼리던 정부가 조사도 하지 않고 서둘러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어제 “이 같은 사례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번 발표는 탈북을 준비 중인 사람들에게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북한의 대남 선전용 매체는 탈북자들을 ‘인간 쓰레기’라고 비난했고, 중국 동북 3성을 관할하는 선양 주재 한국총영사관은 교민들에게 ‘북측이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긴급 안전공지문을 발송했다. 그러니 무리한 발표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통일부 대변인은 “같은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이 한꺼번에 탈북해 입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대북 제재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것이 서둘러 발표할 이유가 되는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국가정보원이 이번 사건을 주도하면서 탈북자 관리시스템 마저 무용지물로 만들었다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탈북 관련 외교 시스템을 무너뜨린 것은 대외관계에서 나쁜 전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천만한 일이다. 총선이 임박한 시점이어서 논란의 소지도 크다. 정부는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놔야 한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남북관계가 엄중한 시점에서 이런 식의 논란은 국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울신문]
2. 재벌 대물림 경영 전 '인성교육' 먼저 시키라
이번에는 현대가(家)다. 현대가 3세인 정일선 현대 BNG스틸 사장의 갑질 역시 가관이었다. 정 사장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고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이다. 그의 횡포는 배우만 캐스팅하면 그대로 개그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도 손색없다. 운전기사용 수행 매뉴얼이 A4 용지로 100여장이나 된다는 사실부터 어처구니가 없다. 빨리 가자는 명령이 떨어지면 교통법규를 모두 무시하고 불법 운행해야 하며 그러지 않으면 벌점에 감봉, 퇴직 처분됐다. 길이 막히면 수행 기사들은 운전 중에도 뒤통수를 맞거나 폭언과 폭행을 수시로 당했다. 매뉴얼을 어기면 정신교육을 받게 했다는데, 대체 정신교육은 누가 받아야 했을지 의문스럽다.
가당찮은 행실에 공분이 쏟아지니 정 사장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실었다. 눈곱만큼의 진정성을 찾기 힘든 졸속 사과는 혹 떼려다 혹 붙인 꼴로 역풍을 맞고 있다. “젊은 혈기에 자제력이 부족했다”는 사과 내용에 여론은 아연실색이다. 46세나 된 중년이 젊은 혈기를 핑계 삼는 태도를 납득할 사람은 없다. 그런 사고방식 자체가 소아병적이라는 비판이 들끓는 이유다.
갈수록 태산이다. 제 정신 박힌 오너라면 상상할 수 없는 천박한 행태들이 사흘이 멀게 들통난다. 수행 기사를 노예처럼 부린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셔터를 내렸다고 경비원을 때린 ‘미스터 피자’ 정우현 MPK 회장 사건이 며칠 전 일이다. 안하무인의 횡포를 일부 오너들의 인격장애로만 넘길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정 사장과 이 부회장은 능력과 별개로 경영 세습의 특혜를 누린 재벌 3세들이다. 노비문서 같은 매뉴얼로 지탄받는 것도 개긴도긴이다. 재벌 금수저 세계에는 비상식적인 비서 매뉴얼이 상식으로 통하고 있는지도 짚고 넘길 일이다.
‘재벌 갑질’이라는 말이 국어사전에 정식 등재돼야 할 판이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40, 50세가 넘어도 기본 인성조차 갖추지 못한 재벌 후손들을 참고 보기 힘들다. 고질이 된 갑질병을 고치려면 일벌백계의 징벌이 따르는 수밖에 없다. 세계 경영사에 유례없는 대물림 경영에 제동이 걸리지 않으려면 재벌가는 지금이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이다. 천방지축 3, 4세가 기업의 얼굴에 구정물을 튀기지 않도록 인성 교육부터 제대로 시켜야 한다. 기업은 고객 없이 설 수 없다.
3. 최고 사전투표율, 최고 총선투표율로 이어지길
8, 9일 이틀간 진행된 20대 총선 사전투표율이 12.2%로 최종 집계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사전투표에는 전국 유권자 4210여만명 중 513만여명이 참여했다. 이는 2014년 지방선거 사전투표율 11.5%보다 0.7% 포인트 올라간 역대 최고치다. 높아진 사전투표율이 최종 투표율까지 끌어올렸으면 한다. 하지만 여야의 극심한 공천 갈등으로 인한 정치 불신 등으로 최종 투표율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당초 예상된 사전투표율 14~15%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이제 끝난 사전투표에 크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투표 당일날 얼마나 투표하는가다.
이번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경제위기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인한 안보위기 등 안팎으로 헤쳐 나가야 할 파고가 높다. 파고를 넘으려면 능력 있는 국회, 멀리 내다보는 국회가 있어야 한다. 19대 국회처럼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밤낮 끼리끼리 이해관계에 얽혀 싸움질이나 해서는 위기 극복은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구호로 ‘문제는 경제다’를 내걸고 있지만 ‘문제는 정치다’라고 생각하는 유권자들도 많다. 함량 미달의 국회가 경제는 물론 국가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보는 까닭에서다.
제대로 된 국회라면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올바른 정책은 입법으로 힘을 실어 주고, 그렇지 않다면 바로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국회와 행정부가 견제와 균형의 추를 유지해야 민주주의도, 국가도 발전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간의 정치는 외려 국정의 난맥상만 초래하는 진원지가 됐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할 일을 안 하고, 계파의 이익과 기득권 앞에서는 여야 모두 한통속이었다. 이런 정치를 확 뜯어고치려면 적극적인 투표 참여가 필수다.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 더민주는 80~110석, 국민의당은 원내교섭단체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체 지역구 253곳의 3분의1 정도가 안갯속이라고 한다. 여야 선거 판세가 혼전 양상을 보이면서 유권자들을 향한 각 당의 구애작전도 치열하다. 유세 과정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막말과 선심성 공약들이 난무하고 있다. 일부 후보들의 군부대 이전 공약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체 부지 선정과 재원 대책 등도 없이 안보와 직결된 사안을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식이다. 무책임한 공약을 일삼고, 막말을 서슴지 않는 후보 등에 대해서는 유권자들이 가차 없이 투표로 심판해야 한다.
4. 北 집단탈출 보고도 核 개발 미망 못 벗나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의 지상분출시험 장면을 그제 공개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평북 철산군 동창리 서해미사일발사장에서 진행된 분출시험을 직접 시찰한 뒤 “적대 세력들에게 또 다른 형태의 핵 공격을 가할 수 있는 확고한 담보를 마련했다”며 신형 ICBM에 보다 위력적인 핵탄두를 장착해 미국 본토 등을 타격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의 엄혹한 제재 국면에서도 핵과 미사일 개발의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김정은의 아둔함이 안타깝다. 집단탈출 등 심각한 내부 동요조차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의 한국행은 김정은 정권으로선 실로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과거에도 1987년 김만철씨 일가족 탈북 등 집단탈출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변경의 주민들이 가족들을 데리고 탈북한 것이지 이번처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13명이 ‘한 배’를 탄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잘 알려져 있듯이 해외 북한 식당 종업원들은 부모가 대부분 출신 성분이 좋은 평양 주민들이고, 그들 역시 북한 내에서 김정은의 처 리설주의 모교인 금성학원 등 예능 명문학교를 졸업한 재원들이다. 자긍심 또한 대단하다고 한다.
관계 당국의 심층조사가 필요하겠지만 기득권층, 또는 체제수호 세력의 일원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 그들이 북한 체제에 등을 돌리고 집단탈출한 것이다. 해외 북한 식당 종업원들은 공동 숙식, 합동 출퇴근 등 엄격한 통제를 받으며 근무한다는 점에서 이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한국행을 결심한 것은 그만큼 대북 제재 이후 사정이 절박했다는 방증으로도 읽힌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해외 북한 식당도 심각한 타격을 입고 경영난에 봉착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외화 상납 요구는 가중되고, 충족되지 않으면 문책받을 게 불 보듯 뻔하니 좌불안석 아니었겠나.
대북 제재 이후 김정은 정권은 ‘제2의 고난의 행군’ ‘군자리 정신’ 등을 강조하면서 주민들의 인내를 종용해 왔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북한 주민의 식량 배급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정도 줄었다. 주민들의 삶은 피폐해지는데 핵과 미사일 개발에는 아낌없이 돈을 쏟아붓고 있으니 과연 나라 운영을 책임진 집권자의 양심을 갖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김정은의 ‘핵공격 수단 다종화·다양화’ 지침에 따라 핵탄두 기폭장치, 대기권 재진입체 등을 공개하는 등 핵·미사일 능력을 과시하는 데 혈안이 돼 있지 않은가.
해외에서 운영 중인 북한 식당은 12개국에 130여개가 있다. 여기서 근무하는 종업원을 포함해 전 세계에는 5만명 이상의 북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핵·미사일 개발에 쓰이는 외화 벌이에 나서고 있다. 이들도 눈과 귀가 있다. 엄격한 통제 속에서도 한국 TV드라마를 보고 남북의 현격한 국력차와 북한의 폐쇄성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에 확인됐다. 김정은 정권이 핵·미사일 개발의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집단탈출이 도미노처럼 이어지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핵을 포기하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
5. 막판여론 공표 막는 '깜깜이 선거', 표심 왜곡시킬 판
각 당이 어제 자체 판세를 분석한 결과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포함한 4·13총선 예상 의석수를 새누리당은 145석 내외, 더불어민주당은 100석 이하, 국민의당은 35석 내외로 추정했다. 주요 여론조사기관 4곳이 선거일 6일 전 여론조사 공표 금지 때까지의 조사 결과와 정당 지지율을 합산해 새누리당 157∼175석, 더민주당 83∼100석, 국민의당 25∼31석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 것과는 차이가 크다. 어느 당이 엄살을 부리고 어느 당이 위기를 맞고 있는지, 또 어떤 돌풍이 불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선거’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연일 “새누리당 과반수가 깨지게 되면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어려움이 닥쳐올 수 있다”고 호소해 지지층 사이에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민주당이 어제 “새누리당에서 엄살과 쇼를 부리고 있는데 180석 정도의 거대 여당이 출현할 것”이라며 야권 지지층의 경계심을 자극하는 것과 딴판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만이 “새누리당이나 더민주당 지지자지만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선 3번 찍겠다는 유권자가 많다”며 ‘깜짝 놀랄 만한 결과’를 자신했다. 누구 말이 맞는지 헷갈린다. 공직선거법이 선거일 6일 전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유권자들은 각 당의 주장만 사실 여부도 알지 못한 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선진국 가운데 여론조사 결과를 선거일 전 일주일 넘게 공표를 금지하는 나라는 이탈리아 정도에 불과하다. 국회가 1월 정당만이 무선전화 안심번호를 이용해 여론조사를 할 수 있도록 선거법을 개정한 것도 유권자의 ‘정보 비대칭’을 증폭시켰다. 정당들은 이동통신사에서 안심번호를 구입해 당내 경선에 활용하고, 여론조사 공표 금지 이후에도 내부적으로 계속 여론조사를 실시해 선거 전략을 세우고 있다. 유권자들은 정당들이 발표하는 판세 분석이 정확한 것인지, 선거 전략인지 알 수가 없다.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흑색선전이 유통돼 표심이 왜곡될 수도 있는 일이다.
2002년 야권에서 노무현-정몽준 대통령 후보 단일화를 여론조사로 한 이후 14년이 지난 지금도 각 정당은 여론조사로 후보를 공천하고, 여론조사를 무기로 표심을 흔들고 있다.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에 등록된 20대 총선 관련 여론조사가 9일 1403건으로 2014년 지방선거 때의 1.7배다. 특히 자동응답시스템(ARS) 조사는 응답률도 떨어지는데 등록 기준의 문턱이 낮아 부실한 조사를 심의위가 걸러내지도 못하고 있다. 사람과 정책을 보고 판단해야 할 선거를 오차범위가 크고 오류도 많은 여론조사에 의존하는 것은 ‘외주 민주주의’라는 비판이 나온다. 부실 여론조사를 걸러내는 조건으로 여론조사를 선거 하루 전까지 공표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
[이데일리]
6. 정일선 사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가(家) 3세인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이 ‘운전기사 갑질 매뉴얼’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정 사장은 그동안 운전기사들에게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는데 이러한 사실이 운전기사 증언으로 드러난 것이다. 회사측은 A4용지 140장에 달하는 ‘수행 기사 매뉴얼’을 만들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기사가 ‘가자’라는 문자를 받으면 번개같이 뛰어나와 출발 30분 전부터 대기하고 정일선 사장이 빨리 가자고 할 때는 신호·차선·버스전용차로를 대부분 무시하라는 내용도 담겨있다. 기사들이 이를 지키지 못하면 정 사장은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하고 주먹으로 기사 머리를 내리치는 폭행도 일삼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기사들이 매뉴얼을 지키지 못할 때마다 벌점을 받고 벌점 누적에 따라 정신 교육·견책·감봉·퇴직 조치가 취해졌다고 한다. 이 정도면 업무 매뉴얼이 아닌 ‘노예 매뉴얼’이나 별로 다를 바 없다.
정 사장은 고(故) 정몽우 전(前)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두 아들 중 장남이다. 고 정몽우 전 회장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넷째 아들이다. 정 사장의 할아버지 정주영 명예회장은 “이봐, 해봤어?”라는 말로 함축되는 기업가정신을 선보이며 국내 산업화를 이끈 위인이다. 정 사장도 지난 7일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신뢰와 혁신으로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100년 역사를 창조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지 않았던가. 그러나 회사 구성원인 기사에게 온갖 갑질을 하면서 고객을 섬기겠다는 정 사장의 발표는 별로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기업 총수들의 갑질 논란은 정일선 사장만이 아니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前) 부사장을 비롯해 김만식 몽고식품 전 명예회장,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 등 총수 갑질이 잊을만 하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의 그릇된 행태가 ‘반(反)기업 정서’를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 않는가. 무한 경쟁시대를 맞아 기업 총수들이 맞서 싸워야 할 상대는 회사 종업원이 아닌 글로벌기업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7. 치솟는 미세먼지와 오보… 환경부 장관은 뭐하나
주말 전국을 강타한 미세먼지로 국민이 큰 고통을 겪었다. 사흘 연속 계속된 미세먼지는 국민의 일상을 망가뜨리고 건강을 위협했다. 서울의 농도는 주의보 발령 기준인 2시간 이상 ㎥당 150㎍을 훨씬 넘는 241㎍까지 치솟았다. 본격적인 황사철을 맞아 불청객의 습격은 더 잦을 것으로 보인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할 정도로 건강에 치명적이다. 초미세먼지는 숨을 쉴 때 폐나 심장에 침투해 각종 질환을 일으키는 ‘침묵의 살인자’로도 불린다. 디젤차 도심 진입 제한 등 선진국이 미세먼지 감축에 힘을 쏟는 이유다.
환경부의 대처는 실망을 넘어 공분을 자아내게 한다. 가뜩이나 예보 정확도가 62%에 그쳐 불신이 큰데 이번에는 사흘 내내 오보를 냈다. 예보를 맡은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8일 농도를 ‘보통’으로 발표했지만 4시간도 안 돼 ‘주의보’ 수준으로 치솟았다. 상춘객이 많았던 토·일요일은 더 심했다. 수도권 농도를 ‘나쁨’ 수준이라고 했는데 실제론 숨이 턱턱 막히는 ‘매우 나쁨’ 수준까지 급상승했다. 올 초 대통령 업무보고 때 예보 정확도를 높이겠다고 한 환경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더 한심한 것은 인력·장비·예산 타령만 한다는 것이다. 예보 전담자가 12명뿐이고, 장비 개선 예산이 없으며, 기상청과의 통합 운영도 안 된다는 주장이다. 재임기간이 38개월로 현 정부 최장 국무위원인 윤성규 장관은 도대체 뭘 하고 있단 말인가. 효율적 조직 운영도, 예산 확보도 장관의 책임 아닌가.
윤 장관은 사즉생의 각오를 보여야 한다. 미세먼지는 발생 요인이 복합적인 만큼 중국과의 환경외교를 강화하고, 당장 예보의 선진화에 나서야 한다. 특히 경유 승용차 도입 허용에 따라 2005년 565만 대였던 경유차가 지난해 862만 대로 급증한 것에 대한 정책 재설계도 필요하다. 자동차 제조사의 배기가스 조작사건에서 봤듯 ‘클린 디젤’의 허구성이 드러나고 있다. ‘소극 행정’이 윤 장관의 장수 비결이란 소리가 들린다. 미세먼지에도 소극적인 장관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매일경제]
8. 아베노믹스 한계 드러낸 엔고 후폭풍 대비해야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달러당 엔화 환율은 작년 6월 초 125엔으로 고점을 찍은 후 올해 1월까지 줄곧 120엔 선을 오르내렸다. 하지만 지난주 말에는 108엔 선까지 밀렸다. 그만큼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뛴 것이다. 미국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뜻을 내비치면서 달러 강세가 멈춘 데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엔화 수요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갑작스러운 엔고는 아베노믹스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공격적인 통화 살포다. 아베노믹스가 가시화한 2012년 9월부터 작년 6월까지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38%나 추락했다. 엔저 공습 덕분에 일본 기업들 이익이 급증하면서 닛케이지수는 9000선에서 2만 선으로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0개월 새 엔화 가치가 16% 가까이 반등하면서 엔저와 기업 이익 증대의 선순환 고리는 끊어졌다.
일본 기업들이 올해 들어 엔고 때문에 날린 이익만 5조엔(약 53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익이 줄어든 기업들은 임금 인상을 더욱 꺼리게 되고 이는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를 더욱 위축시켜 디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것이다. 아베노믹스의 세 가지 화살(통화 살포, 재정 확대, 구조개혁) 가운데 유일하게 작동했던 통화정책이 엔고라는 거센 역풍을 맞으면서 자칫 아베노믹스 전체가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회의론도 팽배해 있다.
이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아베노믹스 3년의 경험은 무엇보다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소홀히 하면서 무작정 돈을 풀어 경기를 띄우려고 하면 일시적인 성과는 거둘 수 있어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일본의 양적완화(QE)와 마이너스 금리 정책 실험은 뜻밖의 역풍으로 무위에 그칠 위험을 안고 있다.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엔고로 일본 기업과 수출 시장 경합도가 가장 높은 한국 기업들이 어느 정도 반사이익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일본 정부가 다음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무리하게 엔고 저지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지만 더욱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통한 엔저 공습은 언제든지 재개될 수 있다. 기업들은 그전에 흐트러진 수출 전략을 재정비하고 정부는 각국 통화 가치의 경쟁적 평가절하를 막을 국제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9. 공공기관장 빈자리 총선 후 '정피아'로 채워선 안돼
현재 기관장 자리가 비어 있는 공공기관은 7개이고 총선 후 3개월 이내에 임기 만료로 공석이 되는 공공기관장 자리도 20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번 4·13 총선 출마 때문에 중도하차한 기관장은 13명인데 이 중 5명의 자리가 아직 비어 있다. 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자리는 5개월째 공석이고, 지역난방공사는 2월 사장 공모를 했지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면서 재공모에 들어갔다. 지난달 사장이 사임한 코레일은 아직 공모 절차를 시작도 하지 않았다. 7월까지 기관장 임기가 만료되는 공공기관은 21곳이지만 사장 공모에 들어간 곳은 3개뿐이다.
공공기관장 인사와 공모 절차가 이렇게 늦어지자 낙선자나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낙천자에게 주려고 의도적으로 늦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선거가 끝난 후 '정피아(정치권 마피아)'들이 공공기관 요직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는 현상이 잦았는데 더 이상 이런 구태가 반복돼선 안된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새로 임명된 금융공공기관의 사외이사 중 상당수가 정피아로 채워진 걸 보면 공공기관장 인사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민간 금융기업의 사외이사 기준을 강화해놓고 정작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등의 사외이사에는 정피아가 득세하게 해놓은 것이다.
전문성이 떨어지고 잿밥에만 관심 있는 정치인들을 공공기관으로 내려보냈다가 경영을 망친 경우는 한두 번이 아니다. 인천공항공사가 대표적이다. 세계 최고의 서비스를 자랑했던 이 공기업은 정피아 CEO들이 줄줄이 정치판으로 떠나면서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다. 언제까지 공공기관을 정치인들이 스펙 관리나 하는 놀이터로 방치할 것인가.
전문성 없는 수장의 폐해, 걸핏하면 발생하는 경영 공백으로 인한 조직의 경쟁력 상실은 수도 없이 봐왔다. 총선 후 낙선자들이 위로 선물이라도 받듯 우수수 공공기관장 자리를 꿰차는 것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국민의 이런 우려를 불식하려면 전문성 있는 인물을 배치하는 투명한 인사를 서둘러 단행해야 한다.
10. 은행 일임형 ISA 과열경쟁·불완전판매 막아야
증권사에 이어 은행도 오늘부터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판매하는데 준비가 제대로 됐는지 걱정이다. 지난달 14일 신탁형 ISA를 출시하며 공격적인 판촉전을 벌였으니 일임형에 대해서도 가입자 유치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일찌감치 모델포트폴리오를 제시한 데 이어 고액의 경품까지 내걸었다고 하니 재테크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이 대거 몰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지 않아도 ISA는 파격적인 비과세 혜택으로 출시 12일 만에 100만명이 가입할 만큼 인기가 높다. 매년 2000만원까지 5년 동안 투자할 수 있는데 수익금 200만원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탁형은 가입자가 알아서 상품을 고르는 것이라 논란의 소지가 별로 없지만 일임형은 금융회사가 가입자 성향에 따라 투자 상품을 정해 운용하는 것이라 손실이 나면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 일임 경험이 없는 은행 직원들이 가입 실적을 채우는 것에 급급해 상품 설명을 소홀히 한다면 후유증이 생길 게 뻔하다. 일임형 ISA는 예금과 적금뿐 아니라 위험이 높은 주식형 펀드와 파생결합증권에도 투자하기 때문에 원리금을 보장받을 수 없다. 은행 창구 직원이 안전한 금융상품인 것처럼 현혹해 가입을 유도하면 큰일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주요 은행 부행장들을 소집해 과당경쟁을 자제할 것을 주문했는데 말로만 그쳐서는 안된다. 은행 창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세심하게 살피고 수시로 암행 감찰을 시행해 불완전판매 등 문제점이 있으면 즉시 바로잡아야 한다. 운용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지도 감시할 필요가 있다. 은행들도 과당경쟁보다는 영업 직원들의 자산관리 전문성 강화와 더 많은 운용 인력 확보, 안정적 시스템 구축에 신경 써야 한다. 금융시장의 주류인 은행들은 국민 재테크 통장인ISA의 성공적 정착에 막중한 책임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명심하기를 바란다.
주요 신문칼럼
1. [한국일보][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타인의 성취
음악회에 잘 가지 않는다. 어쩌다 간 음악회도 자발적으로 갔다고는 말할 수 없다. 누가 표를 보이며 같이 가자고 할 때쯤 되어야 마지못해 따라나서곤 했으니. 그렇게 간 음악회에서 실망한 적은 없었다. 그곳에서 나는 어느 때보다 강한 삶의 의지와 사랑으로 충만했다. 그 시간 동안엔 문학적 열정도 꿈틀거렸으니 음악회에 갈 때와 돌아올 때의 나는 같지 않았다. 얼마 전, 오랜만에 자발적으로 음악회에 갔다. 그 음악회를 연 피아니스트와 아는 사이라 가끔 만나지만 그의 연주회에 간 것은 처음이었는데, 늘 접하던 클래식 공연의 틀을 깬 구성부터가 신선했다.
시간이 갈수록 더해가는 열정적 연주에 감동해 얼마나 열심히 손뼉을 쳤던지. 열심히 손뼉을 치면 어깨뼈가 아플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 음악회에서 나는 그의 성취를 무척이나 부러워했다. 사실 나는 손뼉을 치다가 주변의 시선을 곧잘 받았을 정도로 어디서든 타인이 이룬 성취에 열심히 갈채를 보내는 편이다. 내가 가장 높이 샀던 것은, 그날의 성공적인 공연을 가능하게 했을 그의 끈기였다. 예술가라면 누구나 재주와 끈기가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임을 알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예술의 성패를 가르는 예술가의 훌륭한 자질은 끈기이고, 어떤 면에선 재주 이상으로 갖기 힘든 것이다. 두 가지 모두를 가진 그를 보며 부러움을 느끼지 않았다면, 나는 목석이나 다름없는 사람이었을 터.
2. [한국일보]헝가리 작가 산도르 마라이 태어나다
산도르 마라이(Sandor Marai)는 헝가리 작가다. 그는 지금은 슬로바키아 코시체(Kosice)가 된 헝가리(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카싸(Kassa)에서 1900년 오늘(4월 11)일 태어났다.
청년 시절 독일서 유학했고, 신문 등에 독일어로 문학 비평 등 기사를 썼다. 나치 준동이 시작된 30년대 중반 그는 독일어를 버렸고, 48년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자 조국을 떠났다. 그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1989년까지 이탈리아 미국 스위스 등지를 떠돌다 머물다 했다. 왕정, 좌익 독재, 우익 독재, 두 차례 대전과 파시즘 공산주의 20세기 자유주의…. 20세기 거의 모든 이념과 체제를 겪으며 그는 가난한 모국어와 함께 내내 고독했다. 그 고독을 그는 이렇게 썼다.
“인간은 사랑을 갈구하지만 도움을 받을 수는 없다네. 없고 말고. 이것을 깨닫고 나면 강인해지고 외로워진다네.”(‘결혼의 변화’ 김인순 옮김, 솔)
“고독은 사람을 파괴할 수 있다. 그러나 유혹한 다음 무덤 속에 내팽개치는 세상에 아첨하는 것보다는 이러한 실패, 붕괴가 사색하는 인간에게 더 어울린다. … 혼자 남아 대답하는 것…”(‘하늘과 땅’)
“사람들은 고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친밀함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하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한동안 일종의 우정으로 보였던 친밀함을 후회하게 되지.”(‘열정’)
그이 조국은 그를 인민의 적으로 대했고, 책 출간을 금했다. 헝가리 문학 작품을 헝가리어로 읽지 못하는 세계인을 동정한다는 도저한 자부심의 헝가리인들은 다만 독일어 번역본으로 그를 은밀히 사랑했다고 한다.
소비에트 말년인 88년 헝가리 출판사들이 비로소 책 출간을 제의하자 마라이는 조국이 민주화되기 전에는 책을 안 내겠다고 거부했고, 문학비 건립 제안에도 냉소했다. “모든 기념비 공동의 운명은 개들이 발치에 오줌을 눈다는 것이다.”
‘열정’에서 그는 아흔 살쯤 되면 늙는 양상도 달라져 “서글픔이나 원망 없이 늙는다”고 썼다. “고귀한 천, 가족 모두 힘을 합해 온갖 정성과 꿈을 엮어 만든 몇 백 년 묵은 비단이 그렇게 낡는다.” 그리고, 1943년 이후 평생 쓴 ‘일지’에 “지나치게 오래 사는 것은 분별 없는 짓”이라 쓰고 얼마 뒤인 89년 2월 21일 자살했다.
3. [서울신문][길섶에서] 핑크 카펫/박홍기 논설위원
지하철로 출퇴근한다. 많은 이들과 스치며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지하철엔 별별 풍경이 다 있다. 그중 하나가 핑크 카펫이다. 작년에 등장했다. 영화제에 나오는 레드 카펫을 본뜬 듯싶다. 어감도 나쁘지 않다.
핑크 카펫은 좌석이다. 긴자리 양쪽 끝에 지정돼 있다. 의자도, 발판도, 등받이 뒤쪽도 분홍색이다. 동그란 스티커에는 ‘내일의 주인공을 위한 자리입니다’, 바닥에는 ‘내일의 주인공을 맞이하는 핑크 카펫’이라고 씌어 있다. 임신부를 위한 배려석이다.
출근길 핑크 카펫은 여성들의 독차지다. 임신부가 앉지만 여학생, 젊은 여성, 중년 여성 등의 좌석일 경우도 허다하다. 북적댈 때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서 있는 승객에겐 ‘배려’처럼 생각한 적도 있다. 공간이 넓어져서다.
퇴근길엔 주인이 없다. 먼저 앉는 승객이 임자다. 얼굴이 불그스레한 젊은이가 졸다 일어나자 중년 남성이 얼른 차지한다. 이어 대학 점퍼를 입은 여성이 이어폰을 끼고 눈을 감는다. 핑크 카펫에라도 지친 몸을 기대고 싶어서일까. 문구가 눈에 띄지 않아서일까. 출근길과는 영 딴판이다. 핑크 카펫을 비워 놓았으면 싶다. 임신부들이 부담 없이 앉을 수 있도록.
4. [서울신문][고전으로 여는 아침]알랑거리는 말에 다친다
신흠은 만물이 생동하는 봄을 맞아 임금에게 덕을 쌓고 왕업을 닦으라는 뜻으로, 조정에 임할 때 경계해야 할 일 임조잠(臨朝箴), 한가로이 거할 때 경계해야 할 일 연거잠(燕居箴), 학문에 힘쓸 일 진학잠(進學箴), 하늘의 도를 본받을 일 체건잠(體乾箴) 등 네 가지 잠을 지어 올렸습니다.
임금은 모름지기 신하를 얻기 위해 애써 노력해야 한다면서 ‘독한 약에 병이 낫고, 알랑거리는 말에 다친다’고 진심에서 우러나온 충언을 올리고 있습니다. 또 ‘좋은 계책을 수용하고, 기쁜 마음으로 행하라’고 하면서 ‘사람을 잘 취해야 왕도가 열릴 것’이라고 말합니다.
귀에는 거슬려도 곧은 말이 일을 성공으로 이끌며 당장 듣기는 좋아도 아첨하는 말이 일을 망치니, 의견이 다른 신하도 포용해야 훌륭한 정치를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한 말입니다.
어떤 일을 결정할 때에 듣기 좋은 말을 따르고 싶어 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그러나 귀에 대고 알랑거리는 말을 칼날 피하듯 피하고, 거슬리는 말을 보약 마시듯 기꺼이 들이켜겠다는 자세가 있을 때라야 바른 판단이 서고 바른 행동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신흠(申欽·1566~1628)
조선 중기의 문신. 자는 경숙(敬叔), 호는 상촌(象村), 본관은 평산. 홍문관 대제학, 좌의정 등을 역임했다. 이정귀·장유·이식과 함께 조선 중기 문장사대가로 일컬어진다. 신중한 성품과 뛰어난 문장 실력으로 선조의 신망을 받아 항상 문한직을 겸해 맡았고, 당대 사림들에게 추앙받았다.
5. [머니투데이][광화문]공중파의 몰락
“어떻게 했길래 공중파 방송이 망할 수 있단 말인가?”지난 4월1일 밤 12시. 홍콩의 양대 공중파 방송 중 하나인 ATV(AsiaTelevision Ltd) 채널은 끝내 폐쇄됐다. 파란색 정지화면 위에 “프로그램 신호가 중단됐다”는 자막만 뜰 뿐이다. ATV는 사실상 문을 닫았다.
한 때 홍콩 방송·연예계를 호령했던 이 공중파 TV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ATV의 실타래가 꼬인 결정적 사건은 2011년 7월6일 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TV는 정규 방송 도중 긴급 자막으로 ‘장쩌민 전 중국 국가 주석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ATV는 이어진 10시30분 정규 뉴스 시간에 또다시 장 전 주석의 사망을 비중 있게 다뤘다.
하지만 ATV의 이 보도는 불과 하루 만에 ‘세기의 오보’로 바뀌었다. 중국 정부의 입으로 관영 언론인 신화통신이 사망 사실을 정면 부인했기 때문이다. ATV는 곧바로 “6일 밤 장쩌민 선생의 별세 보도를 철회한다”며 “시청자와 장쩌민 선생에게 사과한다”고 오보를 인정했다. 장 전 주석은 같은 해 10월 신해혁명 100주년 기념식에 모습을 보이며 건재를 알렸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오보를 낸 ATV의 사주가 왕정으로 바로 장쩌민 전 주석 외조카라는 점이다. 장 전 주석 사망 여부를 어느 매체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ATV는 정반대로 시대의 오보를 날렸다. 이후 ATV는 감당하기 힘든 위기를 맞는다. 홍콩 정부가 ATV에 일제 조사를 벌여 41개 시정 명령을 내리는가 하면, ATV의 공중파 무료 채널 면허가 연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장쩌민 오보는 상징적 사건일 뿐 ATV 내부는 이미 곪을대로 곪아있었다는 목소리도 높다. 여기에는 실질적 사주인 왕정의 역할이 한 몫 했다는 평이다. 왕정은 2010년 3월 ATV 지분 52.4%를 확보하며 ATV를 홍콩의 CNN으로 키우겠다고 야심을 보였다. 그러나 실제 행보는 CNN과 거리가 멀었다.
시청률의 관건인 드라마 제작을 중단하는가 하면 감봉과 직원 재교육 정책으로 능력 있는 직원들을 내쫓다시피 했다. 한때 700명을 넘던 직원들은 400여명으로 뚝 떨어진데다 충원된 직원들의 경험미숙으로 크고 작은 방송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위기는 숫자로도 입증됐다. ATV의 적자는 2012년 3억4000만 홍콩달러(505억원)에 이어 2013년에는 3억7800만 홍콩달러로 치솟았다.
망하는 기업들이 그렇듯 내부 분쟁도 엿보인다. ATV의 2대 주주인 대만 왕왕그룹 차이옌밍 회장은 2012년 왕정 등의 방만한 경영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며 홍콩 법원에 주주 권리 보호 소송을 제기했다. 2014년 홍콩 법원은 차이 회장의 손을 들어주며 왕정 측에게 지분 10.75%를 제3자에게 매각하라고 주문한다.
왕정은 새 투자자를 찾아 나섰지만 깨진 독에 물을 붓겠다는 투자자는 없었다. 급기야 홍콩 상무경제부는 2015년 3월 ATV의 공중파 무료 채널 면허를 연장하지 않고, 2016년 4월 1일 자로 면허를 끝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ATV 몰락의 진짜 이유는 바로 시청자들의 외면이었다.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리지 않자, 광고 수입이 급감했고, 수준 높은 프로그램 제작은 꿈도 꾸지 못했다. 이는 다시 시청률 저하로 이어지며 끝없는 악순환을 낳았다. 가장 참담한 장면은 시청자들이 59년 역사의 ATV 면허 연장에 관심조차 없고, ATV 채널이 사라졌어도 전혀 아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60개가 넘는 유선방송과 위성TV가 있는 홍콩 TV 환경을 탓할 일이 아니다. 공중파도 고객이 외면하면 얼마든지 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삶의 여기저기에 대입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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