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22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 규제 풀 대상이 '맥주 보이'뿐인가
야구장에서 생맥주를 파는 ‘맥주 보이’가 전면 허용됐다. 주류 소매점에서 선물용 와인을 택배로 배달하는 서비스 규제도 풀렸다. 현행법상 불법이지만 현실적으로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치맥 배달’에 대해서도 국민 편의를 고려해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정부 당국의 이 같은 결정은 최근 동일 사안에 대해 규제 강화로 결정했다가 여론의 거센 반발로 입장을 번복한 것이라 뒷맛이 개운치 않다.
정부는 그동안 일상생활에서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이른바 ‘손톱 밑 가시’를 없애겠다고 수도 없이 다짐했지만 이런 규제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 자체에 어리둥절한 국민이 적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불특정 장소에서 음식을 조리해 판매하는 행위를 허용할 수 없다며 맥주 보이의 생맥주 판매를 규제하기로 했고, 국세청도 허가된 장소에서만 주류 판매를 허용하는 것이 주세법에 맞다는 결정을 했다가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은 것이다. 프로야구 역사가 우리보다 앞선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핫도그, 도시락과 함께 생맥주 이동 판매를 허용하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진 전형적인 탁상 규제라는 비판이 거셌다. 식약처는 결국 야구장을 술 판매가 허용되는 넓은 의미의 ‘영업장’으로 해석해 맥주 보이를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와인 택배나 치맥 배달 역시 비슷한 사례다. 국세청은 지난해 기획점검을 벌인 끝에 통신판매로 술을 판매한 소매점 업주들에게 과태료 2억 6800만원을 부과했다. 고객이 술을 사려면 직접 매장을 방문해야 하는 현행법 때문이다. 치킨 배달 때 맥주를 주문하거나 짜장면을 배달할 때 고량주를 주문하는 것도 현행법 위반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법 때문에 국민이 본의 아니게 법을 어기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세금을 거둬 국가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국세청이나 국민의 위생을 책임지는 식약처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허위 영수증 발급으로 인한 주류 탈세액이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현실을 눈감을 수 없는 노릇이고, 가짜 양주의 유통을 막고 청소년 음주를 방지하려는 취지 역시 올바른 방향이다. 그럼에도 상거래 자체가 온라인으로 바뀌는 현실에서 오프라인 상거래만 고집하는 규정은 누가 봐도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이자 소비자인 국민들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는 처사다. 말로만 규제 완화를 외치기 전에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규정이나 법규는 과감하게 손을 봐서 국민의 불편을 덜어 줘야 한다.
2. 시대착오적인 전경련의 어버이연합 지원 의혹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을 회원사로 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에 거액을 지원한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파문이 커지고 있다. 어버이연합의 사무총장 차명계좌로 의심되는 계좌에 2014년 세 차례에 걸쳐 전경련 명의로 1억 2000만원이 입금된 사실을 보여 주는 문건이 나왔다. 전경련이 건전한 시민운동을 펴는 단체에 사회공헌 차원에서 기부하는 행위 자체를 따질 수는 없다. 문제는 지원한 어버이연합이 지금까지 보여 준 행태가 상식적인 시민운동과는 거리가 멀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에 기부가 아닌 뒷돈을 대주고, 시민운동이 아닌 집회·시위에 나서도록 부추겼다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어버이연합은 2006년 5월 8일 어버이날에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국민들에게 전파한다’는 취지로 출범한 이래 거리집회 위주로 활동했다. 야당 인사나 진보단체 행사를 규탄하거나 아예 맞불 시위를 벌였다. 세월호 유족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조롱하는 ‘반세월호’ 집회를 벌이는가 하면 한·일 양국 간의 위안부 합의를 규탄하는 집회에 맞대응해 지지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시국 현안마다 발 빠르게 나서 정부와 여당 편을 들어 왔다. 집회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에서 불법적인 집회가 아닌 이상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어버이연합의 자발적인 의지가 아닌 전경련의 자금 지원 아래 또는 권력기관의 요구에 따라 ‘계획된’ 시위나 집회를 가졌다면 사정은 전혀 다르다.
전경련은 정관 1조에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라고 밝힌 사단법인이다. 설립 목적에 맞지 않는 일을 집행할 경우 정관 개정 등의 정해진 절차를 밟아야 하는 단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어제 전경련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이유다. 전경련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어정쩡한 태도를 보일 때가 아니다. 의혹의 실체가 사실일 경우 엄중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시대착오적일 뿐만 아니라 정치 개입이자 인위적인 여론 몰이인 까닭에서다. 검찰은 어버이연합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전경련이 돈을 주게 된 경위, 전경련의 배후가 있는지, 청와대 행정관이 집회를 지시했는지, 재향경우회가 집회 참가자들의 일당을 댔는지 등을 철저하게 밝혀야 하는 것이다. 검찰과 전경련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3. 신산업 육성하겠다는 '산업 개혁'기대 크다
정부가 ‘산업 개혁’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공공·금융·노동·교육 등 기존의 4대 개혁에 산업 분야를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제 “산업 개혁은 구조조정을 하면서 신(新)산업에 대한 정책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한 구조조정이 과잉 투자가 이루어진 분야의 부실 기업을 정리하는 차원에 머물렀다면 산업 개혁이란 구조조정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산업 분야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8%로 낮춘 것이 엊그제다. 정부 또한 3.1%를 고수하던 성장률 전망치를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총선 이후 입법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정치 구도가 형성된 데 따른 고육지책의 성격이 없지 않다지만 너무나도 당연한 정책 방향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알파고가 보여 준 인공지능(AI)의 발전 수준에 충격을 느끼며 새로운 산업혁명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20세기적 산업 구조를 21세기적 산업 구조로 바꾸어 가겠다는 정부의 개혁 천명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기존의 제조업 중심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 가야 할 필요성을 지적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유 부총리는 “신산업은 ‘고위험 고수익’인 만큼 세제 지원이나 투자 분담이 필요하며 정책 지원도 백화점식으로 모두 다 할 수 없으니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고 말했다. 지원 대상으로는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바이오신약, 헬스케어 산업 분야가 일단 물망에 올라 있다고 한다. 이번만큼은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구조조정을 머뭇거려서도 안 된다. 총선을 앞두고 대량 실업이 우려되는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총선 이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먼저 구조조정을 언급하고 나선 분위기 변화는 산업 개혁의 호기로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는 “제대로 된 구조조정에는 협조하겠다”면서도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확실한 실업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구조조정에 따른 최선의 실업 대책을 세워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은 야당의 요구와 관계없는 정부의 책무다.
누구보다 정부가 잘 알고 있겠지만, 산업 개혁은 재경부의 일방 독주만으로는 성과를 거둘 수 없는 복잡다단한 과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신산업 관장 부처는 물론 창의력 있는 인재를 공급할 교육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처가 협력해 정교한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산업 개혁은 특성상 기존 4대 개혁과 달리 각 부처의 정책 팀워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헛심만 쓰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유 부총리는 산업 개혁을 제대로 진두지휘해 부총리의 역할을 충실히 해 주기 바란다.
[동아일보]
4. 19대 마지막 국회, 민생법안 처리로 '불명예' 씻으라
19대 국회의 마지막 임시국회가 어제 한 달 일정으로 열렸지만 법안을 심의한 상임위는 한 곳도 없었다. 이달 중 일정이 잡힌 상임위도 법제사법위가 유일하다. 국회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데 대해 여야는 “소속 상임위에 낙선 위원이 많아서” “선거 직후 임시국회가 생소해서” “본회의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서”와 같은 군색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라는 총선 민심을 벌써 잊어버렸는지 묻고 싶다.
한국경제는 성장률이 추락하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위기를 맞고 있다. 전경련이 30대 그룹을 조사한 결과 신규채용 예정인원은 12만6394명으로 작년보다 4.2% 줄었다. 16개 그룹이 채용을 축소할 계획이다. 경기 악화와 정년 연장으로 기업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절박한 현실에서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 4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재계는 호소한다.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국회가 4월 임시국회에서 민생-경제 법안들을 처리해야만 조금이나마 불명예를 씻을 수 있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의 경제활성화법은 실패로 판명됐고 서비스법도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총선 민심은 집권당의 오만에 염증을 느껴 야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어줬지만 경제의 발목을 잡는 야당의 막무가내 행태에도 넌더리를 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피치가 총선 직후 “국회에서 구조개혁을 위한 주요 법안 통과가 더 어려워졌다”며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잠재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 의미를 정치권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총선 후 야당 일각에서 친(親)시장-친기업 움직임이 나타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더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자인 최운열 서강대 교수는 20일 당선자 대회에서 “의원 모두가 친기업인이 돼야 경제가 산다” “성장이 최대의 복지요, 최고의 분배다”라고 강조했다. 서비스법에 야당이 한사코 반대한 의료산업을 포함하자는 말도 했다.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금기시하던 기업 구조조정에 협조의 뜻을 밝힌 것도 바람직하다.
20대 국회의 의회권력을 장악한 거야(巨野)가 경제정책에서 현실노선으로 전환하면 국민과 기업, 국내외 투자자의 불안을 줄이고 경제의 성장엔진을 재가동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달여 남은 임시국회에서 서비스법과 노동개혁법, 규제프리존특별법의 통과에 과연 야당이 어느 정도 협조할지 국민이 매서운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다.
[이데일리]
5. 야권의 변신 실제 행동으로 이어져야
요즘 야권의 변신 움직임이 부쩍 두드러진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기업 구조조정’을 들고나온 것부터가 그렇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는 그제 “본질적이고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 상임대표는 “구조조정을 넘어선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며 한술 더 떴다.
구조조정은 그동안 야권이 금기시하던 사안이다. 사회안전망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대량실업과 지역경제 위축이 불가피한 구조조정을 수용하기가 곤란한 탓이다. 그러나 지금은 부실기업을 마냥 끌고가다간 나라 경제가 결딴난다는 지적이 공감대를 넓히는 분위기다. 구조조정과 신산업 육성을 아우르는 ‘산업 개혁’을 추진하는 정부나 구조조정이 절박한 재계로선 그야말로 불감청고원이다.
더민주 당선자대회에서는 ‘기업과 경제를 옥죄는 정당’이란 비판에 대한 반성도 나왔다. 김 대표의 경제 브레인으로 통하는 최운열 비례대표 당선인은 “성장이 최대의 복지요 최고의 분배”라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의료 분야도 포함시키자고 말했다. 청년 일자리가 화급한 터에 유독 의료만 산업화를 막아선 안 된다는 논리로, 의료 민영화 우려를 내세워 극력 반대해 온 기존 당론과는 정면 배치되는 주장이다.
야권은 4·13 총선에서 ‘경제 심판론’을 내걸었으나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세월호 특검, 국정교과서 폐기, 전·현직 대통령 청문회 등의 정치 문제부터 끄집어내 많은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두 야당 내부에서 강력한 제동이 걸리고 김 대표와 안 대표도 ‘경제와 민생 우선’을 재차 확인하면서 논란이 진정되는 모양새다.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야권의 변신 움직임이 과연 행동으로 옮겨지느냐다. 말뿐이어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김 대표가 구조조정의 전제조건으로 지난한 ‘실업대책’을 내세워 실효성을 스스로 떨어뜨린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경제 정당’을 거듭 표방했으나 당내 강경파에 밀려 번번이 흐지부지되곤 했던 전례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권의 책임 있는 행동이야말로 ‘3당 체제’를 만들어 준 민의에 보답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들이 변화의 과정을 주시하고 있다.
[매일경제]
6. 野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전향적 태도에 주목한다
기업 구조조정을 금기로 여겼던 야당이 총선 후 달라진 자세를 보이고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그저께 "본질적이고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실업 문제에 대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더민주도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도 "미시적 구조조정 정도가 아니라 거시적 관점에서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실제로 이 문제를 다룰 당내 태스크포스를 만들기로 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야당 지도부에 협조를 구하면서 정부와 야당 간 구조조정 협의 채널도 가동될 것이라고 한다.
과거 야당은 전통적 지지 기반인 노동계 눈치를 살피며 기업 구조조정 문제를 아예 외면하거나 무작정 반대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총선 후에는 지도부 공백으로 우왕좌왕하는 여당보다 앞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함으로써 한국 경제의 가장 절박한 이슈를 선점하려 하고 있다. 어차피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다면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잡아 책임 있는 수권정당으로 평가받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동안 야당의 반대가 구조조정의 가장 큰 걸림돌이 돼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태도 변화는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야당 일각에서는 언제든 고용 불안을 빌미로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올 수 있다. 노동계 지원으로 당선되거나 지역경제 타격을 우려하는 의원들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김종인 대표가 협조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사회안전망 구축'과 관련해 정부 조치가 미흡하다며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려 할 수도 있다. 여·야·정이 진정한 협치의 정신을 살리지 못하면 사공 많은 배가 산으로 가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구조조정은 속도가 생명이다. 부실 정리는 기업의 썩은 살을 도려내는 외과 수술이라 어느 정도 출혈은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집도를 맡은 채권단과 정부,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여야가 대승적으로 문제를 풀어가지 않으면 필요 이상의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 야당은 고용과 지역경제 충격을 줄이면서 구조조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입법과 예산 배분 과정에서 책임 있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땜질 처방으로 좀비기업을 연명시키는 게 아니라 부실의 근원을 완전히 없애는 성공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7. 서비스법에 의료 포함해야 한다는 최운열의 苦言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당선자가 20일 열린 당선자대회 강연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 적용 대상에 보건의료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한 말은 귀담아들어야 할 주장이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은 서비스법에 의료 분야가 들어가면 의료 민영화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했는데 당론을 거스르면서까지 강조한 배경에는 현실적 절박함이 있다. 한국 경제를 지탱했던 수출 제조업이 무너지고 청년실업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현실이 그것이다. 최 당선자는 "이 시대의 최대 화두가 청년 일자리이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최대 복지라면 의료 분야를 산업화해 국가에 기여하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역설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금융통화위원회 위원과 서강대 부총장 등을 역임한 최 당선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비례대표로 추천한 인사로 4·13 총선에서 선거대책위원회 국민경제상황실장을 맡았고 경제 공약 설계에도 깊이 관여했다. 그런 그가 당론과 배치된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당내에서 논란이 되자 개인 소견이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서비스산업이 일자리 창출의 보고라는 점에서 그냥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서비스산업은 전체 고용의 70%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취업유발계수(산출액 10억원당 직간접 취업자 수)가 전체 산업 평균보다 훨씬 높다. 보건복지만 해도 19명으로 전기전자 등 일반 제조업의 2배가 넘는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서비스법이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의료 민영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대해왔다. 그러나 서비스법과 의료 민영화의 관련성이 별로 없고 더불어민주당 주장을 받아들인다 해도 의료관광객 유치 등 보건의료 분야에서 발생할 이득을 고려하면 반대할 명분이 약해진다. 더불어민주당은 취업에 목말라 있는 청년들을 생각하며 깊은 고심 끝에 내놓은 최 당선자의 고언을 외면하지 말고 19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서비스법을 통과시켜주길 바란다. 이는 제1당을 넘어 수권 정당으로 가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8. 임금피크제 없는 정년연장 결국 청년고용 축소로
올해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됐지만 기업 10곳 중 6곳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기업의 신규 채용도 축소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 300곳을 조사한 결과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은 42.7%에 불과했다. 이들 기업 중 42.3%는 "정년 연장으로 신규 채용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응답했다. 30대 그룹 중 16개 그룹이 올해 신규 채용 규모를 작년보다 줄일 계획이라는 우울한 소식도 들린다. 정년 연장이 신규 채용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국회가 2013년 60세 정년을 의무화하는 고령자 고용촉진법 개정안 통과 때 이미 예견됐었다. 정년 연장은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가져오는 만큼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도 동시에 진행했어야 했는데 일방적으로 정년 60세 의무화만 처리했기 때문이다. 313개 전체 공공기관은 지난해 말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했지만 민간 기업은 노조가 임금이 삭감된다며 강력 반발하면서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정년 연장은 올해 300인 이상 기업에 적용되고, 내년에는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전면 확대될 예정이니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꺼리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게 뻔하다. 문제는 기업들의 채용 여력이 줄어들면 청년들이 가장 먼저 고용절벽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년 연장이 청년 채용에 걸림돌이 되지 않으려면 임금피크제가 정착돼야 한다. 정부는 저성과자 해고와 노조의 동의가 없더라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양대 지침을 현장에 배포했지만 노동개혁법이 19대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낮아졌으니 이 역시 무력화될 것 같다. '사실상 실업' 상태인 청년이 100만명이 넘는 상황에서 기득권층이 정년 연장만 챙기고 임금피크제는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와 국회, 기업, 노동계는 노동시장 구조를 개선하는 데 대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중앙일보]
9. 선거 참패하고도 집안싸움만 하는 새누리당
새누리당 원로들이 4·13 총선 이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참패의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새누리당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원유철 당 대표 권한대행이 21일 주최한 상임고문단 오찬 회동에서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막중한 국가위기 앞에서 집권당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모습”이라고 질타했다. 유준상 상임고문도 “선거에 져놓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기는커녕 계파싸움만 해대니 국민의 화가 풀리겠나”고 나무랐다.
원로들의 지적대로 새누리당이 지난 한 주간 보여준 행태는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역대 총선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하고도 그 참패의 핵심 책임자 중 한 명인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세우려던 것부터 민심을 거스르는 행동이었다. 총선 전날까지 “다시 받아줄 일 없다”고 못 박았던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을 슬그머니 추진하면서 “김무성, 죽여버려” 같은 막말을 퍼부은 친박 핵심 윤상현 의원을 끼워넣은 것도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반면 “당의 정체성에 반한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공천에서 배제돼 무소속으로 당선된 유승민 의원의 복당에 대해선 친박과 비박계가 찬반으로 갈려 싸우기 바빴다.
새누리당의 이런 혼란상을 보면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의 뜻은 물론 원내 2당으로 몰락한 신세의 의미조차 깨닫지 못한 듯하다. 벌써 국정 현안을 야당이 주도해 나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앞다퉈 한계기업 구조조정과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을 촉구하며 야당의 금기를 깼다. 경제와 민생을 앞장서 챙겨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이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반면 새누리당이 총선 이후 보여준 모습은 책임의식 상실과 차기 당권을 노린 계파싸움뿐이다. 이런 무책임하고 안이한 자세로는 내년 대선을 비롯해 어떤 선거에서도 무너진 유권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새누리당은 이제라도 집안싸움을 멈추고 중도개혁파를 중심으로 뼈를 깎는 쇄신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다음달 초 선출될 새 원내지도부를 합리·개혁적인 인사들로 구성해 변화 의지를 입증해야 할 것이다.
[부산일보]
10. 지역대학 기부는 지역 인재 양성과 발전의 원동력
요즘 대학의 경영난이 기업 못지않다. 국·공립과 사립 중 사립이 더 그렇다. 재정 보충을 위해 사립대학들은 기부금 모집에 총력을 쏟는다. 하지만 실적이 너무 저조하다. 부산지역 사립대학 전체가 한 해 동안 받은 기부금이 서울 한 사립대학 기부금의 4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기보다 '뒤집어진 운동장'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립대 측은 경영 합리화 조치가 미흡한 데 대한 정부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기부금 모집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실적은 충격적이다. 2014년 전국 153개 사립대의 재학생 1인당 기부금 수입 규모를 비교했더니 부산은 최하위권이 대부분이었다. 135위인 경성대(4만 3천 원)를 비롯해 대부분이 100위권 밖이었다. 2014년 대학별 전체 기부금 수입 규모도 마찬가지였다. 동명대 103위(5억 3천만 원), 영산대 95위(6억 원), 경성대 93위(6억 3천만 원), 동서대 85위(7억 3천만 원)로 집계됐다. 부산지역 사립대 중 상위 20위권 내에는 한 곳도 없었다. 이에 반해 대구지역은 부산보다 형편이 나았다. 영남대(9위), 대구가톨릭대(11위), 계명대(14위) 순이다.
기부금이 적은 대학은 여러모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립대학들은 한편으로는 자구책 차원에서, 다른 한편으론 교육 당국의 평가에서 점수를 잘 받기 위해 기부금 실적 경쟁을 벌인다. 그런데 같은 기간 부산지역 사립대 전체의 기부금 수입(160억 원)은 1위를 차지한 서울 한 사립대(507억 원)의 32%에 불과했다. 이 같은 기부금 격차는 학교간 경쟁에서 뒤처지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의 격차가 사회적 문제로 고착화된다고 진단한다.
대학 간 무한경쟁은 학생수의 격감이 가장 큰 요인이다. 학생수는 갈수록 주는 걸로 예측된다. 지역 사립대 관계자들은 문을 닫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로 위기감을 느낀다고 한다. 대학의 부실은 학교에만 그치지 않는다. 인재가 없으면 지역사회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학교, 동문, 지역사회가 고민할 문제다.
주요 신문칼럼
1. [머니투데이][광화문]'백투더 퓨처'이코노미
“타이거즈가 거의 꼴찌라구. 바둑 국수 조훈현 9단이 국회의원? 서울 명동에는 중국사람 천지고?”
1985년 전후로 유행했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백투더퓨처'에는 시간여행 얘기가 나온다. 영화 속 시간배경인 1985년에서 30년 전인 1955년과 30년 뒤인 2015년을 오가는 것이 시리즈의 골격을 이룬다.
타임머신 기계 오류로 1955년으로 돌아간 주인공이 기계 고장을 바로잡아줄 과학자에게 건넨 1985년 풍경 묘사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1985년에서 왔다면 그때 미국 대통령은 누구지?”
“로널드 레이건이요.”
“뭐 레이건, 영화배우 레이건? 그 삼류 배우 놈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기도 안 차다는 듯) 그럼 장관은 자니 카슨인가?”(참고: 레이건은 1940~60년대 영화배우로 활동하다 정치인으로 변신해 70년대 주지사를 거쳐 80년대 대통령이 됐다. 자니 카슨은 30년 이상 방영됐던 유명 토크쇼의 진행자로 활동당시 지명도로는 레이건보다 더 알려졌던 인물이다.)
난데없이 시간 여행 얘기를 꺼낸건 무섭도록 변해온 기업환경과 금융사와 기업 등의 변신 때문이다. 말머리의 타이거즈와 ‘뗄래야 뗄 수 없는’ 해태제과는 이달 말 상장을 위한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21세기에는 타이거즈가 해태가 아니듯 해태제과도 옛 그 회사가 아니다. 해태제과는 1945년 설립된 옛 해태제과의 제과사업 부문을 넘겨받아 2001년 설립한 다른 회사로 2005년에는 경쟁사인 크라운제과가 경영권을 인수하며 주인도 완전히 바뀌었다.
주력제품도 조금씩 바뀌면서 '부라보콘'과 '맛동산'도 향수를 자아내지만 사람들은 '허니버터칩'의 해태를 더 많이 기억한다. 그런 해태가 ‘부채비율을 낮추고 해외로 더 뻗어나가려고’ 다시 상장을 하는 것이다.
상전벽해의 사례는 또 있다. 도로명 주소 때문에 기억하기 힘들지만 행정구역상 서울 중구 저동(명동성당으로 올라가는 고갯길쯤이라고 말해야 쉽다)에는 유서깊은 영화관이 있었다. 한때 30대 대기업에 속했던 벽산그룹의 중앙극장이 그 곳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의 영화를 상영하면서 명동의 대표적인 문화 공간이었던 이 곳에는 증권사 건물이 들어선다.
황소상(상승장을 의미)과 더불어 여의도 증권가의 터줏대감인 대신증권이 30여 년 만에 둥지를 옮기는 것이다. 대신증권에게 명동은 ‘영광의 터전’이었다는게 회사의 설명이다. 회사를 인수한 고(故) 양재봉 대신증권 명예회장의 진두 지휘로 명동 옛 국립극장 사옥을 매수해 사옥을 지었던 1976년 이후로 상당기간 업계 수위권을 달렸다.
영광의 무대였던 명동에서 대신증권을 비롯해 자산운용·에프앤아이·저축은행 등 전 계열사가 한데 모여 금융 그룹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여의도에서 내실을 다진 만큼 재도약한다는 선언인 셈이다.
벽산그룹(중앙극장)과 대신증권 모두 둥지를 옮기고 오간 데는 회사의 부침도 함께 한다. 벽산은 IMF 외환위기와 2008~2009년 금융위기 와중에 그룹 위상이 예전같지 않아지면서 모태 같았던 극장부지를 팔 수 밖에 없었다. 대신증권은 1980년 증시침체로 회사가 어려워져 애초의 명동사옥을 팔아야 했고 여의도로 옮기면서는 오랜 기간 신영증권과 한지붕 두가족 생활을 했다.
회사들이 바뀐것처럼 명동도 바뀌었다. 가장 비싼 땅이라는 곳(명동 8가길)들의 주인은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이 북적거리는 화장품 업체들이 됐고 우리은행은 명칭과 지배구조가 계속 바뀔 여지가 있다.
'백투더 퓨처'의 드로리안같은 타임머신을 탄다면 색다른 과거와 새로운 미래에 놀랄지 모른다. 걸그룹 소녀시대나 걸스데이의 아이돌들은 트로트가수나 국민이모가 돼 있고 이세돌은 알파고의 스승으로 인공지능의 대부가 됐을 수도 있다. 변화나 변동성은 금융투자회사들에게는 위기이자 기회다. '한국판' 골드만삭스나 JP모간이 아닌 K-뷰티나 한류에 버금가는 스톡 한류나 한국형 IB의 미래가 현재 진행형이다.
2. [이데일리][허영섭 칼럼]송중기한테 배워야지 말입니다
유시진 대위, 아니 송중기의 인기가 꺾일 줄을 모른다. 텔레비전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송혜교와 짝을 이룬 뛰어난 연기력으로 국내외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덕분이다. 드라마가 이미 세계 30개국에 수출된 데다 며칠 전 종영과 함께 열린 팬미팅에 일본인, 중국인을 포함해 4000명도 넘게 몰려들었다니, 인기의 부피를 실감하게 된다.
이런 추세라면 그를 향한 박수갈채가 앞으로도 꽤 상당 기간 이어질 것 같은 분위기다.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전지현이 ‘천송이 신드롬’을 불러일으켰고, 최근 ‘응답하라 1988’에서 이혜리·박보검 등의 새로운 스타가 탄생한 데 이어진 후속타다. 물론 이들에 앞서서도 배용준을 비롯해 이영애·고현정·김수현·장근석·박해진 등이 한류를 이끌어 왔다.
한류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 정치인들도 어떻게 하면 이들 연기자들처럼 국민의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집권 새누리당이 순식간에 몰락한 반면 창당한 지 두어 달밖에 안 된 신당에 정당투표가 쏟아졌다는 점에서 기존 정치인들이 신망을 잃었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다.
그런 점에서, 송중기가 어느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이 눈길을 끈다. 자신이 연기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작가 입장이 되어 ‘이 대사를 왜 썼을까’라며 생각한다”고 밝힌 부분이다. 작가의 의중을 떠올리며 대본에 충실하려고 애쓴다는 것이니, 간질거리는 표현조차 시청자들의 가슴을 사로잡은 비결이다.
물론 그의 인기가 타고난 꽃미남 덕택에 일정 부분 먹고 들어가는 효과가 없지 않았을 터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안방 시청자들을 휘어잡기 위해서는 연기로 보여줘야 했다. 그가 작가의 입장에서 대본을 곰곰이 들여다봄으로써 그 문제를 해결했다는 뜻이다.
정치인들에게도 보수·진보를 떠나 유권자들의 주문이 있기 마련이다. 민의를 대변해 이렇게 처신하고 저렇게 말하라며 각자마다 대본을 부여받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그 대본을 무시하고 자기들 멋대로 무대를 휘젓고 다녔으니 믿음을 저버릴 수밖에 없었다. 입으로는 국민을 떠받든다고 하면서도 밑바닥 민심을 거들떠보지 않은 결과다.
정치인들이 국민으로부터 받은 대본 내용이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도 아니다. 내용으로 치자면 지극히 상식적이고 기본적이다. 기본에 충실하기만 해도 됐을 것을 나 몰라라 뿌리친 것이었으니, 유권자들이 가만히 두고 볼 리 만무했다. 아예 대본을 거두고 배우들을 갈아치웠다.
걱정되는 것은 이번에 새로 선출된 당선자들조차 그동안의 그릇된 선례를 따라갈지 모른다는 조짐이다. 국민들은 정치 지형의 획기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여야 정당은 주춤거리는 모습이다. 민의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내부적인 분위기는 여전하다. 공천 갈등으로 내쫓은 사람들의 복당 문제나 서로 네탓으로 돌리며 당내 계파싸움에 몰두하는 모습은 한심하다 못해 처절하다.
그러나 이번에 확인됐듯이 민심은 냉혹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평소에는 모르는 척하면서도 심판을 내릴 때는 여지가 없다. 눈밖에 난다면 이미 늦어버린 시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다수당이 되었고,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고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번 ‘태양의 후예’에서 여주인공 역을 맡았던 송혜교의 언급도 가슴에 담아둘 필요가 있다. “언제나 마지막 작품인 듯이 연기한다”는 마음가짐이 그것이다. 언제라도 마지막인 듯이 소신껏 뜻을 펴라는 권유다. 다음에 또 공천을 받겠다며 어영부영 지도부의 눈치만 살피며 끌려다니다간 죽도 밥도 안 된다. 국회의원도 송중기와 송혜교로부터 연기를 배워야만 한다.
3. [서울신문][길섶에서]할머니들의 성금/강동형 논설위원
아름다운 것에는 다 그만한 까닭이 있다. 참되고 바르다는 의미를 가진 ‘진정성 있는 말과 행동’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
4월 21일자 서울신문 사회면에 작지만 아름다운 기사가 실렸다. 김복동(90)·길원옥(87) 위안부 할머니 두 분이 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규슈 지역 구마모토현 주민들을 위해 써 달라며 130만원을 성금으로 내놨다는 얘기다. 할머니들은 “우리는 일본 사람들과 싸우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주한 일본대사관 앞 ‘수요 집회’에 참가하는 시민들에게도 성금 모금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고 한다.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간 최대 현안인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10억엔을 출연하기로 합의했지만 위안부 관련 단체와 할머니들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며 합의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성금 130만원은 보상금 10억엔에 비해 턱없이 적은 액수다. 그러나 할머니들의 성금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건 진정성 있는 말과 행동 때문일 것이다. 할머니들의 고운 마음이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로 이어졌으면 한다.
4.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