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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25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 北 핵실험 하면 할수록 파멸만 재촉할 뿐

북한이 언제든 기습적으로 핵실험을 감행할 준비를 갖췄다고 한다. 이르면 북한군 창건일인 오늘이나 늦어도 제7차 당대회가 예정된 다음달 초를 전후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가 떨어지기만 하면 5차 핵실험 버튼을 누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 정보 당국은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동향을 면밀히 관찰해 왔으며 최근 들어 새로운 핵실험을 위한 준비를 끝마쳤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례없이 포괄적이고 강력한 제재를 받으면서도 5차 핵실험을 감행하려는 북한의 만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사실 북한의 무모함은 상상을 초월하지만 최근 들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미사일을 쏴대는가 하면 핵탄두부터 대기권재진입체까지 죄다 공개하며 핵과 미사일 능력을 자화자찬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제도 또다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기습 발사하지 않았는가. 이 모든 게 “핵 공격 능력의 믿음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김 제1위원장의 무모한 지시에 따른 것이니 더욱 기가 찰 노릇이다. 당과 군의 핵심 기관들이 그의 지시를 관철하는 데에만 매달리고 있을 뿐 주민들의 피폐한 삶에 대한 고민은 안 보인다.

무리수를 두다 보니 실패도 잇따른다. 지난 3월 18일 발사한 노동미사일은 얼마 날지도 못하고 공중 폭발했는가 하면 지난 15일 처음 발사한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또한 몇 초 만에 폭발해 발사 인력 등이 그 자리에서 폭사(爆死)했다. 그제 발사한 SLBM은 최소 비행거리인 300㎞에 크게 못 미치는 30㎞를 날아가는 데 그쳤다고 한다. 김 제1위원장이 지켜본 탓에 북한은 ‘대성공’이라고 호들갑을 떨지만 전력화까지는 3~4년 정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북한은 이처럼 핵 위협 극대화를 위해 총력적으로 핵 투발수단 다양화에 매달리고 있다.

뉴욕을 방문하고 있는 리수용 북한 외무상은 그제 AP통신과의 회견에서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중지하면 핵실험을 중단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핵실험 중단의 전제조건으로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앞서 그는 “핵에는 핵으로 대응한다”고 위협한 바 있다. 애당초 성격이 달라 흥정 대상이 될 수 없는 한·미 군사훈련과 핵실험을 연계한 이번 발언도 핵실험 중단에 방점이 찍혔다기보다는 5차 핵실험을 위한 ‘명분 쌓기’ 공산이 크다. 북한이 잘못된 선택을 하는 준비를 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5차 핵실험은 북한 정권의 재앙이 될 것이다.

이미 한·미·일 3국을 비롯해 국제사회는 5차 핵실험 이후의 추가 제재 방안 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대북 원유수출 완전 차단, 고려항공 영공통과 금지, 북한 근로자들의 대북 송금 차단 등이 추가 제재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차 핵실험에 따른 제재로 북한 주민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는 것은 지난번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집단탈출 사실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국제사회는 지금보다 더욱 강력한 제재에 나설 수밖에 없다. 김 제1위원장은 스스로 파멸의 길을 재촉하지 않길 바란다.

2. 폐 손상이 황사 때문이라는 뻔뻔한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망 피해의 최대 책임 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에 대한 소비자들의 원성이 자고 나면 더 커지고 있다. 사망자의 70%가 사용한 제품을 만든 책임이 밝혀졌는데도 무성의한 발뺌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이제라도 피해 수습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도 시원찮을 판에 피해자들의 폐 손상이 황사 때문일 수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하고 있다. 검찰의 본격 수사로 꼼짝없이 책임을 물어야 할 상황이 닥치자 대형 로펌인 김앤장의 도움을 받아 이런 의견서를 새로 제출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매를 번다”며 격분하고 있다.

영국에 본사를 둔 옥시의 무책임한 처사에 국내 소비자들은 온라인 불매 운동을 펼칠 조짐이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지 며칠 전에도 옥시는 무성의하기 짝이 없는 이메일 사과문을 내놨다. 그러면서 말 바꾸기를 하는 것은 책임을 최대한 회피하고 검찰 수사에 물타기를 하려는 꼼수라고밖에 볼 수가 없다. 옥시는 문제의 제품과 인체 피해의 연관성을 실험하는 연구용역을 진행하면서도 파렴치한 술수를 부린 의혹이 속속 불거지고 있다. 연구용역을 조작하게 뒷돈을 줬다는 의심을 받는 데다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연구 결과는 의도적으로 외면했다는 의혹까지 터져 나왔다.

검찰은 영국 본사로 수사를 확대하고 전·현직 임원을 소환할 방침이다. 정화조 청소용으로 쓰는 화학물질이 소비자의 생명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돈벌이만 생각했던 기업이라면 어떤 사정에서라도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 당국의 대응과 수습 태도에도 각성이 필요하다. 다국적 기업 옥시의 오만하고 몰염치한 태도가 그동안 우리 당국이 일관해 온 소심하고 수세적인 대처 탓과 무관하다고는 보기 어렵다. 안이한 대응으로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이 정부한테도 크다는 사실을 국민이 잘 알고 있다. 문제의 제품들을 오랫동안 사용한 소비자들의 걱정이 심각하다. 폐 말고 만성 비염,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도 살균제 탓이 아닌지 불안에 떨고 있다. 환경부는 다음달부터 피해 사례를 추가로 접수하기로 했다. 폐질환 이외의 추가 피해 여부를 따져 피해 진단 기준과 지원책을 마련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 그래야 국민 집단 불안증을 조금이라도 덜어 줄 수 있다.

3. 마지막 임시국회 면피성 법안 처리 안 돼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어제 만났다. 3당 원내대표는 ‘청년 일자리 창출 등 민생·경제 법안을 최우선 처리하고,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무쟁점 법안도 우선 처리한다’는 합의문도 내놓았다. 합의문에는 ‘19대 국회가 마지막 임기까지 최선을 다하여 대화와 타협, 상생의 정치로 가능한 입법을 최대한 실천하겠다’는 구절도 들어 있다. 임기 내내 정쟁만 일삼고 민생 현안은 내팽개치다시피 했던 제19대 국회가 마치 회개한 듯한 분위기다. 하지만 4월 임시국회가 개회하고 사흘이나 지나 법안 처리를 논의했다는 것 자체가 순서가 뒤바뀐 일이다. 총선 민심이 ‘경제 살리기’에 있다고 입을 모은 3당이었으니 임시국회를 서두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임시국회에 임하는 3당의 자세에선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적극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최소한의 제스처로 욕이나 먹지 말자는 이심전심만 보인다.

3당 원내대표는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발전기본법 등은 합의하지 못했다. 하지만 규제프리존특별법에는 의견이 상당 부분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별 특화 산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 주고 세제에서도 혜택을 주는 내용으로, 투자 확충과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전국 14개 시·도가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공동건의문을 냈을 만큼 지역 공통 현안이다. 야당이라고 큰 틀에서 반대할 이유는 없다. 여기에 상임위 심의를 거쳐 법사위에 넘겨진 93개에 법안 가운데 상당수는 무쟁점 법안이다. 일회용 주사기의 재사용을 금지하는 의료법 개정안과 ‘신해철법’으로도 불리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 개정안,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여야가 정쟁을 벌이느라 처리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런 법안을 통과시키고 업적이라고 내세운다면 낯부끄러운 일이다.

4월 임시국회는 3당 원내대표의 합의문 수준을 뛰어넘어야 한다. 합의문 내용의 이행에 그친다면 제19대 국회에는 더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그저 무쟁점 법안을 통과시키는 절차가 남아 있을 뿐이 아닌가. 한 달 남짓이면 국회가 여소야대로 재편될 상황에서 야당이 반대하는 여당의 개혁 법안 처리가 쉽지 않다는 것은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 법안들이 국회에서 정쟁이 아닌 경제 효과 차원에서 치열하게 논의가 오가는 모습을 국민은 보고 싶다. 경제 살리기에 대한 각 당의 관점이 구체적으로 제시됐을 때 제20대 국회도 시간 낭비 없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이데일리]

4. 거듭되는 열차사고 안전불감증 걱정된다

전남 여수에서 22일 무궁화호 열차가 탈선해 기관사가 숨지고 승객 8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로 기관차와 객차 4량이 탈선했고 사고 구간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되는 등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지만 기관사가 선로 변경 구간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과속 운행을 한 데 따른 전형적인 인재임에는 틀림없다. 다행히 새벽시간대여서 탑승 승객이 27명에 불과해 사상자가 많지 않았지만 자칫 초대형 참사로 이어질뻔 했다. 

지난달 11일 경부선 신탄진역 부근에서 화물열차 탈선사고가 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또다시 열차사고가 난 것은 코레일의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사고 지점은 상행선으로 달리다 다시 하행선으로 바뀌는 곡선 구간으로 기관사가 속도를 시속 50㎞ 이하로 줄여야 하는데도 127㎞로 달렸다고 한다. 기관사가 소중한 승객의 목숨을 담보로 마치 곡예 운전하듯 하니 사고는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기관사 교육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코레일은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있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국토교통부 역시 코레일에 대한 관리 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점에서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탈선사고가 최근 잇따른 데에는 최고경영자 공백에 따른 코레일 전체 조직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최연혜 전임 사장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출마하기 위해 물러난 후 사령탑 부재에 따른 고질적인 안전불감증과 기강해이가 사고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 안전을 챙기는 막중한 자리를 걷어차고 금배지를 달기 위해 사퇴하는 모습도 볼썽사납지만 최고경영자 공백에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코레일의 위기관리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2년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정부당국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외쳤다. 그러나 탈선사고가 잇따르는 것은 구호만 요란했을 뿐 바뀐 것은 거의 없음을 보여주는 예다. 이번 열차사고도 기관사가 안전관리 매뉴얼만 철저히 지켰어도 예방할 수 있었다. 코레일은 해이해진 조직 기강을 하루빨리 바로잡아 안전관리 체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5. 흡연 경고그림 담뱃갑 상단에 둬야

정부의 ‘흡연 경고그림 담뱃갑 상단 배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최근 본회의를 열어 흡연 폐해 경고그림 위치를 담뱃갑 상단으로 규정한 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안 조항을 철회할 것을 권고했다. 권고가 받아들여지면 경고그림 위치는 담배회사 자율에 맡겨진다.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정부 방침에 반대해 온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규개위 권고는 재고돼야 한다. 경고그림 부착은 흡연자에게 혐오감과 경각심을 주어 금연을 유도하려는 의도에서다. 효과를 높이려면 경고그림이 눈에 잘 띄도록 하는 게 당연하다. 하단에 두면 경고그림이 진열대에 가려져 효과가 반감될 게 뻔하다. 규개위 권고는 담배회사의 반발을 의식한 눈치 보기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규개위는 ‘경고그림 상단 배치’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 상단 배치의 효과가 좋다는 입증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정을 잘 모르고 하는 얘기다. 경고그림을 도입한 80개국 중 51개국, 63.8%가 상단 배치를 명시했다. 올해 새로 도입하는 21개국 중 18개국도 상단에 넣기로 했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경고그림을 위쪽에 두는 게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성인 남성 흡연율은 43.1%(2014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국민 건강과 흡연에 따른 경제·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금연은 중요한 정책 과제다. 금연정책은 담뱃값을 올리는 가격통제 위주였다. 하지만 지난해 담뱃갑을 2000원이나 올렸지만 담배 세수가 전년보다 3조5608억 원이나 늘어난 데서 보듯 가격 정책은 한계가 있다. 

2020년까지 성인 남성 흡연율을 OECD 평균(29%) 수준으로 낮추려면 비가격 정책이 중요하다. 경고그림 도입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관련 법안이 첫 발의된 2002년 이후 14년 만이다. 정부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유해 경고그림의 상단 배치를 관철시키길 바란다. 현재 담뱃갑 면적의 50% 이상인 경고그림 넓이를 캐나다(75%), 호주(95%)처럼 더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만하다.

[한겨레]

6. 검찰과 법원의 '좌익효수' 감싸기

‘좌익효수’란 아이디로 인터넷에 악성 댓글 등을 단 국가정보원 직원 유아무개(42)씨에게 최근 법원은 모욕 혐의만 인정하고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그가 익명으로 몰래 쏟아낸 각종 악성·저질 정치개입 발언의 ‘죄상’에 비하면 너무 가벼운 판결이다. 그런데 법원의 ‘면죄부 판결’ 뒤에는 검찰의 ‘봐주기 기소’가 있었다. 검찰과 법원이 힘을 합쳐 국정원 직원의 명백한 불법행위를 눈감아주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지난해 11월 유씨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애초 국정원 댓글 특별수사팀이 발견한 유씨의 선거 개입 게시물 등 수백개의 글을 제외한 채 10개의 글만 기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별수사팀은 유씨가 2011~2012년에 당시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를 비난하는 글을 비롯해 선거 개입 게시물과 댓글을 수백건이나 올린 것을 파악하고 상세한 수사기록까지 남겼으나, 정작 기소 단계에서는 이런 혐의가 모두 빠져버렸다.

검찰은 애초부터 유씨 비호에 급급했다. 유씨한테서 입에 담지 못할 수치스러운 모욕을 당한 인터넷 방송 진행자 ‘망치부인’ 이경선씨가 고소장을 냈는데도 검찰은 2년간이나 수사를 질질 끌었다. 검찰이 좌익효수의 신원확인조차 하지 않던 사이에 이씨는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좌익효수가 국정원 직원이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패소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검찰은 이미 유씨의 범죄행각을 속속들이 알면서도 뭉그적댔고, 마지못해 기소하면서도 중대한 범죄혐의를 모두 빼버린 것이다. 이러고도 검찰이 법과 정의를 외칠 수 있는지 한숨만 나올 뿐이다.

검찰의 알맹이 없는 ‘축소 기소’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법원의 면죄부 판결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이창경 판사는 판결문에서 “유씨가 선거와 관계없이 매우 저속하고 과격한 표현으로 비방 댓글을 지속적으로 달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으니 모순도 그런 모순이 없다. 다른 사건과 비교해볼 때 형평성도 없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페이스북에 박원순 서울시장을 지지하는 글을 올린 서울시 공무원이나,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시국선언 전교조 교사 등에 대해 법원은 어김없이 유죄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여권 편향’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좌익효수 엉터리 기소 사실이 드러난 이상 관련자들과 검찰 지휘라인에 대한 철저한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 또 검찰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마땅히 추가 기소를 해야 한다. 검찰과 법원의 국정원 감싸기는 법치주의의 기본을 뒤흔들고 사법기관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리는 행위다. 

[중앙일보]

7. 대주주도 구조조정의 고통을 분담하라

구조조정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면서다. 새누리당은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대표는 “정부가 청사진을 그려주면 협력할 것은 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대통령과 정부, 여야 국회가 미래를 준비하는 산업구조개혁의 청사진을 함께 만들자”고 했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입장 차가 적지 않다. 실업자 대책, 고통 분담, 국민 세금 지원 등 합의가 어렵거나 정치력을 동원해 풀어내야 할 난제가 첩첩산중이다. 이걸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구조조정은 물론 대한민국 경제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그 시금석이 해운업종이다. 해운업은 조선업과 함께 세계 경제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매출은 줄고 용선료 부담은 늘었다. 빚을 빚으로 갚는 악순환이 8년째 이어져 왔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부채는 각각 4조8000억원, 5조6000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29일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한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도 지난 주말 이사회를 열어 자율협약 신청을 의결했다.

자율협약이란 채권 금융회사들이 빚 상환을 연기해 주면서 부실기업을 회생시키는 절차다. 보통은 부실기업 측이 경영권 포기각서와 사재 출연 등 자체 경영 정상화 방안을 내놓고 채권단과 물밑 조율을 거친다. 한진해운은 그러나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전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일각에선 사재 출연 압박 등을 피하기 위해 한진 측이 선수를 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산은 측은 “사전에 경영권 포기각서를 제출하고 진정성 있는 자구 노력을 보여준 현대상선과 비교된다”고 꼬집었다. 현대상선 현정은 회장은 지난달 300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대주주 일가의 행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은 두 딸과 함께 보유 중인 한진해운 주식 97만 주(약 27억원)를 자율협약 발표 하루 전인 21일까지 모두 팔아치웠다. “원래 계획된 일정”이라고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다. 한진해운 주가는 자율협약 신청 사실이 알려진 22일 하루에만 7.5% 급락했다. 가뜩이나 최 전 회장은 남편인 조수호 전 회장이 타계한 뒤 경영권을 맡아 무리한 확장 경영으로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 당국이 내부자 거래 여부를 조사 중이라니 결과를 지켜볼 일이지만 하필 민감한 시기에 그래야 했는지 의문이다. 제일 먼저 배를 버린 난파선 선장과 뭐가 다른가.

구조조정은 진검 승부다. 피가 튀고 뼈가 부서지는 고통이 따른다. 노동자는 해직의 숙명을 강요받는다. 조선업 구조조정에만 최소 2만여 명의 실직자가 쏟아질 것이라고 한다. 그런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여주려고 국민 혈세도 투입된다. 대주주가 열과 성을 다해도 노동자의 눈물을 다 닦아주기는 어렵다. 하물며 한진처럼 대주주부터 나몰라라 해서야 어떻게 노조에 희생과 양보를 요구할 수 있겠는가. 여·야·정 협의로 어렵게 싹튼 구조조정의 불씨가 맥없이 사그라질까 걱정이다.

8. 북한 핵포기·국제사회와의 공존만이 살길이다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5차 핵실험 강행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북한이 지난 주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실험을 기습적으로 실시했다. 다음달 초로 예정된 제7차 당대회를 앞두고 핵 공격 역량을 갖췄음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김정은이 지난달 15일 미사일 발사 실험과 핵탄두 폭발 실험을 함께 지시한 사실을 고려할 때 5차 핵실험도 이미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

바닷속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는 잠수함이 발사하는 SLBM은 효과적인 방어수단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북한이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탄도미사일 중에서 가장 위협적인 무기다. 게다가 SLBM이 수면 위에서 캡슐을 벗은 뒤 점화돼 공중으로 치솟는 콜드론치(cold launch) 기술 등이 지난해 12월 시험발사 때에 비해 의미 있는 진전을 보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전 배치 시기를 향후 2~3년 안으로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핵무기가 북한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최후 수단이라는 믿음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달라지지 않는다. 필연적으로 아시아 핵무장 도미노를 초래할 북한의 핵무기 실전배치를 국제사회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한·미·일 3국은 이미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더욱 강력한 제재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군사적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가 과거처럼 유명무실하게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헛된 희망을 서둘러 깨는 게 좋다. 정부도 국제공조를 더욱 긴밀히 해 빈틈없는 대북제재를 이끌어야 한다. 중국과의 긴밀한 협조는 필수적이다.

아울러 핵 포기, 국제사회와의 공존만이 살길이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북한에 보내야 한다. 이란과 쿠바와의 관계 진전에서 보듯, 핵을 포기한 북한에 대해 미국이 결코 적대적일 이유가 없음을 납득시켜야 한다. 그래서 대화 테이블로 북한을 끌어내야 한다. 그것이 북한의 핵 도발에 대한 가장 크고 효과적인 무기다.

[한겨레]

9. 혐오 앞세운 ‘극우 기독교’ 정치화, 위험하다

차별과 혐오를 공공연히 내건 기독교 정당 두 곳이 20대 총선에서 3%가 넘는 득표율을 올렸다. 당이 갈라지지 않았다면 국회에 비례대표 의원을 보내는 일이 현실화할 뻔했다. 동성애와 이슬람 반대를 주장하는 극우 기독교 정당이 활개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건강한 상식을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현상이다.

23일치 <한겨레> 토요판이 보도한 내용을 보면, 기독자유당 후원회장을 맡은 서울시내 대형교회 목사는 총선이 끝난 뒤 신도들 앞에서 “4년 후엔 3~4배로 커져서 원내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기독자유당은 선거가 끝난 뒤에도 ‘반기독교 악법 저지 1000만 기독교 서명운동’을 벌이며 위세를 키워가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극우 기독교의 정치세력화에 보수 개신교계가 조직적으로 힘을 실었다는 사실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비롯한 개신교 주요 기관이 기독자유당을 지지하고 대형교회 목사들도 가세했다. 극우 기독교 운동은 이번 총선에 앞서서도 우리 사회의 전진을 가로막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 2007년 이후 성별·장애·종교·지역·인종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여러 차례 국회에 제출됐으나 보수 기독교의 조직적 반대로 무산됐다. 2014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한 ‘서울시민 인권선언’이 성소수자 차별 금지 내용이 빌미가 돼 좌초한 데도 보수 기독교의 반대운동이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소수자 차별과 약자 혐오는 박애와 관용을 가르치는 기독교 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일부 기독교 세력의 이런 위험한 질주를 막으려면 기독교계 전체가 각성해 참다운 기독교 정신으로 돌아가는 자정운동을 펴는 것이 필요하다. 인권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인권 감수성을 키우는 민주교육도 강화돼야 한다. 특히 차별금지법을 하루빨리 제정해 반인권적 혐오세력이 발붙일 수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경향신문]

10.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모녀의 수상한 주식 매각

한진해운 전 회장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과 두 딸이 한진해운의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신청 결정 직전에 보유하던 한진해운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 매각량은 전체 주식의 0.39%인 96만여주로, 시가로 치면 31억원 규모이다. 최 회장 일가의 주식 매각이 완료된 이튿날 한진해운 이사회는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율협약 신청을 결의했다. 한진 측은 최 회장의 주식 매각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반면 최 회장 측은 “2015년 유수홀딩스에서 한진해운을 떼낼 때 보유 지분 매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보고한 상태”라며 “계획에 따라 이뤄진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석연치 않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만나 한진해운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자율협약 신청 등 고강도 자구책을 촉구한 게 지난달 말이다. 특수관계인인 최 회장 일가가 이런 움직임을 모를 리 없다. 자율협약은 대주주의 경영권 포기를 통한 본격적 채무 재조정을 의미한다. 결정이 내려지면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함께 대주주가 갖고 있는 주식은 감자 조치된다. 

최 회장은 2006년 남편인 조수호 전 회장이 숨진 이후 경영권을 맡았지만 무리한 확장 경영으로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등 부실을 키웠다. 2013년에는 영업적자가 3000억원이 넘어 마른 수건을 짜내던 시절임에도 거액의 보수를 받고 퇴직금 산정 기준을 높이는 등의 방법으로 회사 돈을 빼갔다. 한진그룹에 한진해운을 넘긴 뒤에는 외식업에도 진출하면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상황이다. 경영부실을 초래한 장본인이 부실 책임은커녕 아무런 일 없었다는 듯 활동하고, 마지막 남은 사익까지 챙겨가는 모습에 허탈감마저 든다. ‘수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사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자본시장법은 내부자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거나 손실을 회피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 회장 일가의 지분 처분 경위와 주가 변동 내용을 철저히 따져야 한다. 문제가 확인되면 합당한 처벌을 내려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해운사 대주주나 채권단의 늑장 구조조정으로 인한 투자자 손실 문제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해운사들은 매년 적자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거액의 회사채를 판매했다.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투자자 손실은 불 보듯 뻔하다. 동양그룹이 기업어음을 불완전 판매해 거액의 손실을 떠넘긴 사례는 기억에도 새롭다.

주요 신문칼럼

1. [머니투데이] [법과 시장]결혼유지가 최선의 노후대비다

바야흐로 '노후대비' 열풍시대다. 한국 베이비붐 세대의 시작연도인 1955년생이 올해 62세, 종료연도인 1964년생이 올해 53세. 베이비붐세대가 900만명이라고 하니 어림잡아 한국인구 5천만명의 1/5. 한국인 다섯 명 중 한 명이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퇴직한 후 뭘 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중이거나 이미 퇴직해 새로운 소득원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중이다. 그러니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가 전국민적 관심사요, 각종 노후대비용 보험, 연금, 투자상품이 홍수처럼 쏟아질 수밖에.
그런데 노후대비를 염려하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 황혼이혼이 퇴직 후 경제생활에 미치는 영향이다. 보통 결혼기간 20년 이상의 부부가 이혼하는 것을 황혼이혼으로 분류하는데, 2015년 통계에 의하면 2015년 11만5510건의 이혼사건 중 결혼기간이 20년 이상인 부부가 28.7%를 차지했다. 황혼이혼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트렌드다.

문제는 황혼이혼이 노후생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2014년 대법원이 퇴직금과 연금도 이혼시 재산분할대상이 된다고 판결한 후 공무원 연금법이 개정돼, 올해부터 공무원 이혼시 배우자의 분할연금수급권이 적용되며 앞으로 다른 연금법들도 점차 개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혼하면 쪽박찬다'는 얘기가 더 이상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사례를 보자.

올해 50세인 A씨는 20년간 공무원생활을 해 65세부터 월 160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A씨는 현재 결혼기간 20년인 처와 이혼수속을 밟고 있는데 이혼하게 될 경우 결혼기간인 20년동안의 공무원연금 절반을 처에게 줘야 한다. 은퇴까지 남은 10여년간의 상승분을 고려하더라도 A씨는 은퇴 후 월 100만원이 안되는 소득밖에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A씨의 다른 재산은 7억짜리 집 한 채인데 대출 2억 빼면 5억, 이혼시 처와 절반 나누면 2억 5천이 된다. 퇴직시까지 10여년 남았으니 조금 더 모은다 하더라도 A씨는 3억원 정도의 자금과 100만원 이하의 월소득으로 20년의 노후를 버텨야 한다. 3억원 미만의 작은 집을 한 채 마련한다면 최저생계비수준(2015년 1인 최저생계비는 65만원) 정도의 생활을 해야하는 것. 여기에 자녀들의 학자금과 결혼자금지원까지 생각하면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다.

A씨의 사례는 황혼이혼을 하는 부부들의 평균적인 경우다. 베이비붐 세대의 평균자산은 5억원을 약간 넘는 수준인데, 황혼이혼으로 자산을 반씩 나누고 퇴직금과 연금까지 반으로 줄어든다면 이혼 후 당장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퇴직 후 이혼하려던 계획을 수정하는 경우도 생긴다. 올 7월 명예퇴직예정인 은행원 P씨는 1년 전 퇴직과 동시에 명예퇴직금 5억을 포함한 재산 7억원을 반씩 나누고 이혼하기로 합의했지만 얼마 전부터 생각을 바꿨다. 불행한 결혼생활에서 해방되고 싶어 덜컥 이혼하자고 했지만 정작 퇴직이 몇 달 후로 다가오니 지금 재산의 반으로 노후를 살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진 것이다. 재산분할을 피하기 위해 별거를 제안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처가 수용할지는 미지수. 이럴 줄 알았다면 처와의 관계개선에 더 노력해 볼 걸 하고 후회중이다.

이혼상담을 하다보면 중년 이상의 남성들은 '평생 내가 먹여 살렸는데 왜 내가 재산을 나눠주느냐'는 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미안하지만 그건 본인생각일 뿐이다. 분할비율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어쨌든 이혼하면 배우자가 재산의 상당부분을 가져간다. 나눠주기 싫어도 법원이 강제로 나눠주게 만든다. 그러니 재산을 두 배로 불릴 자신이 없다면 배우자와의 관계를 개선해야 그나마 노후가 편안하다. 노후대비 재테크 고민할 시간의 반만 써서 배우자와의 관계개선을 고민하라. 결혼유지가 최선의 노후대비다.

2. [서울신문][씨줄날줄] 음주운전 처벌 기준/임창용 논설위원

얼마 전 대법원에서 국민적 공분을 샀던 ‘크림빵 뺑소니’ 사건에 대한 확정판결이 있었다. 피고는 지난해 1월 새벽 청주의 한 도로에서 만삭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사들고 귀가하던 남성을 치고 달아났었다. 사망자의 안타까운 사연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대법원은 피고에 대해 징역 3년 실형을 확정했다. 피고는 사고 전 소주 4병을 마셨다고 자백했다. 다만 이를 증명할 근거 부족으로 음주운전 혐의는 무죄로 결론 나 아쉬움을 남겼다.

이 사건은 운전자가 술을 마시는 순간 자동차가 도로 위의 흉기로 돌변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줬다. 한국교통연구원 등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사망 교통사고 중 음주사고가 15%를 차지한다. 미국에선 교통사고 사망자의 3분의1이 음주운전 때문이라는 통계도 있다. 그래서 각국에선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다. 서구에서 단속 기준이 가장 강한 나라는 스웨덴이다. 1990년 처음으로 혈중 알코올 농도 단속 기준을 0.05%에서 0.02%로 대폭 강화했다. 러시아와 폴란드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2002년 0.03%로 기준치를 낮췄다.

상당수 국가에선 아직 우리나라와 같은 0.05%를 적용하고 있다. 다만 청소년이나 사업용 운전자에 대해선 더 낮은 기준치를 적용하는 나라들이 많다. 독일이나 캐나다에선 청소년은 수치와 관계없이 술 냄새만 나도 단속된다. 0.00%여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은 21세 이하인 운전자는 알코올 농도가 0.02% 이상이면 처벌받는다. 이들 나라에선 버스·화물차 등 사업용 운전자도 0.00~0.03%의 엄격한 잣대를 적용받는다. 대형 음주운전 사고를 예방하려는 취지다.

처벌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벌금과 구금 등 형사처벌과 운전면허 행정처분을 병과하고 있다. 다만 처벌 방식에 따라 강화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어 면밀한 연구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의 사례조사 및 분석에 따르면 형사처벌보다는 행정처분이, 형사처벌에서 구금형보다는 벌금형이 효과가 높다는 의견도 있다. 북유럽의 몇몇 나라에선 알코올 수치가 같더라도 개인의 수입에 비례해 벌금을 부과한다.

검찰과 경찰이 어제 상습 음주운전자의 차량을 몰수하는 등 음주운전 처벌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음주 차량 동승자, 음주운전을 예상하면서도 술을 판 식당 주인까지도 처벌 대상이다. 집행 과정에서 재산권 침해나 여러 대의 차량 소유자와의 형평성 문제 등 논란도 예상된다. 그러나 음주운전과 관련해 동승자(일본)나 주류 판매자(미국, 일본), 차량 제공자(핀란드)에 대한 처벌은 이미 다수의 나라에서 하고 있다. 정교하고 강력한 실천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차제에 음주 단속 기준을 강화하거나, 소득에 따라 벌금을 달리 부과하는 북유럽 방식도 도입했으면 한다.

3. [동아일보][@뉴스룸/조종엽]‘온통 당신이 되는 날’

17일은 마술적 사실주의의 거장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타계한 지 2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그의 소설 ‘백년의 고독’을 오랜만에 꺼내들었다. 주인공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는 주변의 모든 것에서 사랑하는 소녀 레메디오스를 떠올린다.

“나른한 오후 두 시의 공기 속에 있는 레메디오스, 장미가 조용히 발산해 내는 향기 속에 있는 레메디오스, 나방들이 뒤덮고 있는 물시계 안에 있는 레메디오스, 아침 빵에서 솟아오르는 김 속에 있는 레메디오스, 어디에나 있는 레메디오스, 영원히 존재하는 레메디오스….”

사랑에 빠진 이들의 상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한가 보다. 이별 뒤에도 마찬가지다.

“길을 지나는 어떤 낯선 이의 모습 속에도/바람을 타고 쓸쓸히 춤추는 저 낙엽 위에도/뺨을 스치는 어느 저녁의 그 공기 속에도… 길가에 덩그러니 놓여진 저 의자 위에도/물을 마시려 무심코 집어든 유리잔 안에도/나를 바라보기 위해 마주한 그 거울 속에도/귓가에 살며시 내려앉은 음악 속에도/네가 있어”(넬 ‘기억을 걷는 시간’)

좀 비약해 보자. 이처럼 낯선 사람, 심지어 솟아오르는 김이나 의자 속에 ‘당신’, 즉 숭배하는 대상이 있다면 우리는 낯선 것들을 얼마든지 사랑하고 반길 수 있을 거다. 구약성경에서 신이 아브라함 앞에 낯선 나그네로 모습을 드러내고 아브라함이 나그네 일행을 왕같이 대접한 것처럼 말이다.

사랑에 빠진 이들이 적어서일까. 사회에서 낯선 이라면 곧 사회적 약자일 텐데, 우리 현실은 약자를 환대하기는커녕 조롱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최근 한부모 가정을 희화화한 케이블TV 개그가 논란이 됐다. 사실 지상파도 오랫동안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우스갯거리로 만들어 왔다.

사회적 약자 캐릭터가 개그에서 조롱당하지 않고 오히려 성찰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웃음을 선사할 수는 없을지 생각해 본다. 발달장애인이 ‘동네 바보 형’이 아니라 서양 중세의 광대 캐릭터처럼 등장할 수도 있을 거다. 범인과는 다른 지혜를 갖고 있으며 헛소리를 통해 영주의 잘못을 꼬집기도 했던 광대 말이다. 어눌한 말투로 ‘사장님 나빠요’라며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에 공감을 일으켰던 ‘블랑카’ 같은 모델도 있지 않나.

“사랑하는 사람의 수만큼, 그리움의 수만큼, 억울한 죽음의 수만큼 제주에는 당신이 많다… 감귤이 당신이 되고, 은대금잔의 제주 수선화가 당신이 되고, 흔들리는 아기동백이 당신이 된들 이상할 것이 없다. 저자거리의 옥돔 돌돔이, 전복 소라 멍게가 어느 날은 당신이 되고 말 것이다. 들판의 감자와 고구마가 무 배추 당근이 또 당신이 되는 날도 올 것이다.”

병마와 싸우다 지난해 1월 세상을 떠난 주용일 시인의 시 ‘제주에는 당신이 많다’의 한 구절이다. 한국에서는 굶는 이들 앞에서 폭식하는 일이 벌어지더니 미국에서는 약자 조롱으로 구설에 오르는 일이 잦은 사람이 유력 대선 후보가 됐다. 이 시 구절처럼 ‘산꼭대기에서 바다 깊은 물속까지 삼라만상이 온통 당신이 되는 날’이 오기까지는 우리의 감수성이 아직 한참 모자란 것 같다.

4. [중앙일보][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내 인생에 기대를

TV를 보며 훌쩍대는 건 나이 드는 징조 같아 참아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요즘 ‘눈물유발자’는 JTBC ‘힙합의 민족’(사진)이다. 올해로 80세가 된 배우 김영옥씨를 비롯해 이용녀·양희경·이경진·문희경·최병주·염정인·김영임 등 평균 나이 65세의 ‘할머니급’ 여성 8명이 프로 래퍼와 팀을 이뤄 힙합 경연을 펼치는 프로그램. 실소를 자아내는 ‘병맛 예능’ 선호자인 터라 웃음이 터지길 기대하며 보기 시작했는데 웬걸, 배신을 당하고 말았다.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같은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이 한창 인기일 때 한 음악평론가에게 물었다. “한국 사람들은 노래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랩까지 잘하네요. 왜 그럴까요?” 그의 대답은 이랬다. “힙합이란 게 원래 억압받고 살아온 흑인들의 한풀이로 생겨난 장르잖아요. 우리야말로 ‘한의 민족’ 아니겠습니까. 랩으로 상대를 비판하는 ‘디스(diss·disrespect에서 나온 말)’도 그래요. 당쟁과 사화, 이게 다 디스의 역사예요. 하하.” 반쯤 농담으로 들었지만 ‘힙합의 민족’을 보면 살짝 알 것도 같다. 힙합의 소울(Soul)이란 이런 것인가.

그동안의 힙합 프로그램에서 젊은 래퍼들이 풀어낸 인생 스토리란 대개 가난한 환경을 딛고, 혹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음악의 길을 선택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짧게는 오십 몇 년, 길게는 팔십 년을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살아온 ‘할미넴(할머니+에미넴)’들의 사연은 ‘레벨이 다르다’. 누구는 전쟁을 겪었고, 암 투병을 했고, 이혼을 했고, 한때 삶에 지쳐 목숨을 끊으려 했다. 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신데렐라였지만 불운하게 뜨지 못했고, ‘딴따라’의 길을 반대하는 부모님께 들킬까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를 연습했다. 이런 이야기들이 리듬에 실려 주르르 흘러나오니, 김영옥 할머님의 이 말에 고개가 끄덕여질밖에. “얘들아, 이게 진짜 힙합이다.”

더 큰 감동의 순간은 ‘망하더라도 한번 해볼까’라는 도전을 넘어, 실제로 성장하고 있는 이들의 실력을 확인할 때다. 박자 감각이 영 없어 보이던 출연자가 조금씩 리듬을 타기 시작할 때, 아들뻘인 래퍼와 속사포랩 배틀을 멋지게 해냈을 때 가슴 찡한 위안이 찾아온다. “여든이든 아흔이든 하고 싶은 건 하면 된다”(김영옥)는 것, 노력하면 누구나 나아질 수 있다는 것. 1회 때 왜 이 프로에 출연했느냐는 질문에 한 출연자가 답했다. “내가 내 인생에 기대를 할 수 있잖아요.” 맞다. 내 인생에 대한 기대를 멈추지 않는다면, 할 수 있는 건 아직 너무 많다.

5. [동아일보][표정훈의 호모부커스]독서비망록

읽은 책을 잊지 않으려고 골자를 적어 둔 것, 독서비망록이다.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멤버 아트 가펑클은 홈페이지에 1968년부터 2015년까지 47년 동안 읽은 책 1227권을 정리해 놓았다. 읽은 날짜와 저자, 제목, 출간 연도, 전체 쪽수를 기록했다. 

‘가펑클 라이브러리’로 일컬어지는 이 온라인 독서비망록은 루소의 ‘고백록’부터 시작해 제임스 개빈의 ‘쳇 베이커’(한국어판 을유문화사), 헨리 키신저의 ‘세계 질서’까지 잡식성 광폭 독서의 경이로운 흔적이다. 고백록은 1968년에 처음 읽고 1983년에 다시 읽었다. 프랑스 역사학자 마르크 블로크의 ‘봉건사회’는 1982년에 제1권, 1991년에 제2권을 읽었다. 

조선 후기 문신 홍석주(1774∼1842)는 평생 읽은 책들을 분류하여 개요를 기록한 ‘홍씨독서록(洪氏讀書錄)’을 남겼다. 그는 자신의 동생이 ‘나처럼 마구 읽어 요령을 얻지 못할까 염려하여’ 독서록을 쓰기 시작했고, ‘일찍이 읽어 감명받은 것과 대개는 읽고 싶었으나 읽지 못한 책을 골라 제목을 나열하고 개요를 기록했다’.(‘역주 홍씨독서록’·이상용 역)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도 독서 기록이 있지 않을까. 이순신 연구가 박종평에 따르면 이순신이 직접 읽었다고 기록한 책은 류성룡이 보내준 ‘증손전수방략(增損戰守方略)’ ‘동국사(東國史)’, 독후감을 남긴 ‘송사(宋史)’뿐이다. 그러나 많은 책을 읽고 깊이 사색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흔적은 많다고 한다.

우리 시대에는 문학평론가 김현(1942∼1990)이 쓴 일기이자 유고, ‘행복한 책읽기’(문학과지성사)가 있다. 1989년 6월 18일 김현은 이렇게 적었다. ‘이제는 갈수록 긴 책들이 싫어진다. 짧고 맛있는 그런 책들이 마음을 끈다. 두껍기만 하고 읽고 나도 무엇을 읽었는지 분명하지 않은 책들을 읽다가 맛좋은 짧은 책들을 발견하면 기쁘다. 바르트의 어떤 책들, 그리고 푸코의 ‘마그리트론’….’

학교 독후감 숙제 탓에 책과 멀어졌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학교생활기록부에 독서활동 상황을 기록한다. 그런 생활기록부가 대입 전형에서 중요해질수록, 자발적으로 솔직하고 즐겁게 쓴 독서비망록은 드물어질 법하다. 중국 명나라의 이탁오가 말했다. “성정을 편안하게 하고 정신을 기르는 것이 바로 책 안에 있다.” 생활기록부 독서비망록이 자꾸만 성정을 불편하게 하고 정신을 위축시키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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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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