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2016년 4월 27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 노동 관련법 개정 없이 원활한 구조조정 어렵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어제 산업·기업 구조조정 협의체 3차 회의에서 “구조조정 부작용 방지를 위해 노동개혁 4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실업 문제에 대비하려면 고용안정, 근로자 재취업 지원 등을 위한 고용보험법, 파견법 등의 입법이 시급하다”면서 “여야 각 당에 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요청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날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기업과 산업 상황에 따라 3단계 트랙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고용 부문의 구조조정이 수반되는 것은 어떤 단계든 불가피하다. 충격파를 최소화하려면 하루빨리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서둘러 입법에 나서도 시원치 않을 정치권은 시늉으로만 일관하고 있어 임 위원장의 ‘정치권에 법 개정 요청’ 발언도 나왔을 것이다.

지금은 정치권이 노동 관련법을 놓고 기싸움을 벌일 때가 아니다. 경과야 어떻든 이제는 명분보다 실리를 좇지 않으면 안 된다. 주지하다시피 노동개혁 4개 법안은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말한다. 새누리당은 총선 이후에도 제19대 국회 회기 안에 ‘노동개혁 4법’을 일괄 처리해야 한다는 뜻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밝히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파견근로자보호법이 비정규직을 양산할 우려가 있다며 ‘처리 불가’ 방침을 고수한다. 다른 3개 법안도 지금의 형태로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국민의당은 파견근로자법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3개 법안은 수용할 수도 있다는 뜻을 피력한 적도 있다. 구조조정으로 고통받을 근로자를 생각하고 정치력을 발휘한다면 의견 접근을 보지 못할 엄청난 견해차는 아니다.

정부가 밝힌 구조조정 3단계 트랙의 제1트랙은 정부가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경기민감 업종의 구조조정, 제2트랙은 채권단의 신용위험평가를 바탕으로 하는 상시적 구조조정, 제3트랙은 해당 산업이 자발적으로 인수·합병과 설비 감축에 나서는 공급과잉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다. 조선·해운 분야는 제1트랙으로 먼저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철강과 석유화학도 그 뒤를 따르게 될 것이다. 전통적인 주력 산업으로 종사자도 그만큼 많은 업종에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몰아닥치고 있는 상황을 걱정하지 않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정치권만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는 것은 불과 보름도 지나지 않은 총선 민심에 대한 배반이다.

3당은 당장이라도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부문의 부작용을 입법 차원에서 어떻게 줄여 나갈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은 파견근로자법을 제외한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의 분리 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협상 과정에 걸림돌이 된다면 ‘노동개혁’이라는 표현도 양보해야 할 것이다. 야당도 파견근로자법의 장단점을 정부·여당과 다시 한번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은 없는지 고심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여야는 구조조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기존 법안도 보완해야 할 것이다. ‘민생·경제 법안을 최우선 처리한다’는 엊그제 원내총무 회동의 합의문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지 말라.

2. 박 대통령 '소통정치' 각계각층으로 보폭넓혀야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 방문 후 빠른 시일 내에 여야 3당 대표를 만나고, 3당 대표와의 회동을 정례화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안에 따라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어 여야와 정부가 서로 소통해 가면서 일을 풀어 나가자고 정치권에 제안했다. 박 대통령이 어제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총선 후 처음으로 직접 밝힌 향후 ‘소통 정치’ 구상이다. 여소야대라는 물리적 한계에 봉착한 상황에서 국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고, 두 야당과의 접촉면을 넓혀 민생 문제 등을 타개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안팎의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야당과의 소통을 확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구조조정과 북핵 위기 등 경제위기와 안보위기가 복합적으로 몰아치는데 대통령과 야당, 여당과 야당이 ‘따로국밥’처럼 겉돌아서는 위기 극복은커녕 국민의 불안감만 커질 뿐이다. 박 대통령이 언급했듯 3당 체제를 탄생시킨 이번 총선은 서로 밀고 당기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양당 체제에 대한 국민의 변화 욕구가 표출된 것 아닌가. 협력도 하고 견제도 하면서 민생 살리기와 경제 활성화 등을 이끌어 내는 게 대통령과 여야 3당의 책무라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국회, 특히 야당을 배제한 채 국민을 상대로 한 직접 정치에 몰두해 왔다. 국민에게 정치인들의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고 역설했지만 총선 결과는 야당 승리, 여당 참패로 귀결됐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독선적인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심판이라는 해석도 내놨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인정하기 어려운 분석일 것이다. 어제 간담회에서도 박 대통령은 스스로 “국민과 국가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지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며 다시 한번 국회를 탓했다. 국민의 생각과는 여전히 간극이 있다.

박 대통령은 “지금 교과서로 배우면 북한에 의한 통일이 된다”며 한국사 국정 교과서 강행 방침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또 인적 개편 등을 통한 국정쇄신 방안에 대해서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 모든 사안들은 거야(巨野)의 핵심 요구 사안들이다. 야당과의 협치가 쉽지 않을 것을 예고해 주는 것 같아 아쉽다. 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각계각층과의 협력과 소통을 잘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청하고 이해하는, 진정성 있는 소통이 되길 기대한다.

3. 웃음 강요하다구류 받은 갑질 고객

은행원에게 웃으라고 강요하며 행패를 부린 30대 남성이 구류를 선고받았다. 즉결심판에서 이런 처분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은행 창구에서 이 남성은 막무가내식 횡포를 부렸다. 여직원에게 서비스직이 왜 이렇게 불친절하냐며 일할 때는 웃으라고 강요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현금 5000만원을 올려놓고 자신이 보는 앞에서 직접 돈을 세어 보라고 강요했다. 이런 가당찮은 갑질로 1시간 넘게 은행 직원을 못살게 굴었다.

세상의 누구도 타인에게 웃으라고 강요할 권리는 없다고 법원은 판결했다. 서비스직에 종사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의 감정까지 마음대로 좌지우지해도 된다는 발상은 몰지각하기 짝이 없다. 이번 판결에는 여러 모로 새겨볼 만한 의미가 있다. 서비스 종사자의 인격을 함부로 대하는 상식 밖의 갑질을 일삼다가는 법의 따끔한 회초리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다.

현대사회에서 타인의 서비스를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산업이 발달하고 서비스업이 증가하면서 감정노동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1770만여명의 국내 임금 근로자 가운데 최소 560만명이 감정노동 종사자로 파악된다. 전체 근로자 열 명 중 세 명꼴이다. 많게는 전체 노동자의 절반쯤 차지한다는 통계도 있다. 이런데도 이들의 스트레스 강도는 극심하다. 서비스 종사자라는 이유로 감정적 학대를 견뎌야 한다는 호소가 심각한 수준이다. 2013년 노동환경연구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특히 여성 감정노동자의 약 절반이 우울증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약 30%는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했다.

감정노동 피해는 건성으로 넘어갈 수 없는 사회문제다. 지난달 감정노동자의 적응장애와 우울증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이 개정됐다. 이런 법적 장치도 필요하지만 고통받는 감정노동자가 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 언어폭력이나 일방적인 갑질을 거절하거나 법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감정노동자보호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덮어놓고 고객이 최고라는 인식은 후진사회에서나 통한다. 사업주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무조건 고객이 왕일 수는 없다. 기업 스스로 직원들의 감정을 소중한 노동자원으로 인식하고 몰지각한 고객의 횡포에는 선을 긋도록 노력해야 한다. 제도적 보상보다 예방 노력이 몇 배 절실한 문제다.

[이데일리]

4. 고뇌와 우울증에 빠진 '아픈청춘'들

우울증을 겪는 젊은층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20대 남성 환자가 2010년 1만 5800명에서 2015년 2만 2200명으로 늘었다는 것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발표다. 무려 40%나 증가한 규모다. 이에 비해 20대 여성 환자는 같은 기간 3만명에서 2만 9500명으로 소폭 줄었지만 절대 수로는 남성보다 월등히 많게 나타났다. 정신과 마음이 아프다는 얘기다.

젊은층이 이같이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은 이유가 뻔하다. 취업 준비에 따른 각종 스트레스와 결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결과다. 그만큼 세상살이가 어렵게 됐다는 뜻이다. 인생에 대한 원대한 포부를 안고 한창 꿈과 이상을 꽃피워나가야 하는 이들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이 우울증에 빠져 있다는 것은 국가 전체적으로 봐도 심각한 문제다. 청년들의 좌절과 정서적 장애는 사회적인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에 이어 인간관계, 집 장만, 취업, 꿈마저 내려놓은 ‘7포 세대’라는 자조섞인 말까지 등장하고 있지 않은가. 부모 재산과 직업에 따라 자녀들 운명이 정해진다는 ‘금수저·흙수저’ 논란에도 기성세대에 대한 짙은 반감이 실려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젊은이들이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이 9.2%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취업을 한다고 해도 허드렛일 수준에 지나지 않는 등 여건이 열악하기 짝이 없다. 그나마 바늘구멍보다 좁은 대기업 취업문을 뚫고 입사에 성공했어도 입사하자마자 희망퇴직 대상으로 삼은 경우도 없지 않다. 절망감에 빠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젊은 세대가 우울증에 빠진 데는 기성세대의 책임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정치권과 정부가 무능한 탓이다.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갈등,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등 사회적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청년고용을 촉진하는 각종 법안이 국회에서 낮잠 자고 있는 게 지금의 현주소다. 청년층에게 도전정신만 요구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기회의 사다리’부터 만들어 주는 게 온당하다.

[매일경제]

5. 내수위축 부를 김영란법 서둘러 손질해야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부정청탁 금지법(김영란법)이 우리 경제를 너무 위축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속으로 많이 했다"며 "위헌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공직자 골프 문제에 대해서도 "좀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그동안의 금지령을 풀고 허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건의한 다음달 6일 임시공휴일 지정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내수활성화 의지를 보였다.

오는 9월 28일 시행을 앞두고 있고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에 대해 심리 중인 김영란법은 반부패, 뇌물수수 방지를 위해 마련됐지만 식사대접, 선물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 소비 위축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농수축산업계와 소상공인들은 이 법으로 인해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며 시행 연기와 예외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사립학교 교원 등 민간 영역까지 포함시킨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 것이다. 부패 척결이라는 명분도 중요하지만 내수를 얼어붙게 만들 소지가 크다면 박 대통령 말처럼 국회 차원에서 서둘러 손질해야 한다. 헌재가 헌법소원에 대한 결론을 앞당겨 내리는 것이 논의의 물꼬를 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국제기구와 한국은행이 올해 한국 성장률을 2% 후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저성장이 고착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4%로 작년 4분기(0.7%)에 이어 2분기 연속 0%대에 머물고 있다. 민간소비는 0.3% 감소하면서 작년 4분기(1.4%)보다 급격히 둔화되는 모습이다. 소비절벽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내수를 살릴 수 있는 어떤 진작책이라도 강구해야 한다. 대한상의가 임시공휴일 카드를 들고나온 것도 이런 이벤트를 통해서라도 인위적으로 소비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8월 14일 임시공휴일처럼 고궁이나 숙박시설 할인,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면 가라앉은 경기에 숨통을 틔우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6. 조선·해운 구조조정, 빅딜 포함 과감한 해법 내놓길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6일 '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를 마치고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구조조정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이날 회의에서는 조선·해운은 신속한 구조조정 산업으로, 건설·철강·석유화학은 설비 과잉 업종으로 우선순위를 달리하기로 결정했다. 진짜 사즉생의 각오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조선·해운 업종에 경고등이 켜진 것은 2010년부터다. 이제껏 미루다가 손쓸 수 없는 지경이 됐고, 특히 수출 물류의 대동맥인 해운업은 양대 해운사가 용선료 협상에 실패해 법정관리로 갈 경우 업종 자체가 사라질 판이다. 이런데도 철강·석유화학·건설 구조조정을 업계 자율에 맡기겠다니 또 화근을 키우는 것 아닌가 걱정이다.

조선·해운 구조조정 방안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치고는 인력 감축, 비용 절감 외에 딱 부러진 게 없다. 금융당국이 나서서 합병·빅딜은 없다고 선까지 그었다. 이런 식이라면 또다시 국민 혈세로 산업은행에 수혈하고, 산은은 이 돈으로 부실회사를 자회사로 떠안겠다는 구상이 아닌가 싶다. 산은은 이미 STX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등을 자회사로 편입해 구조조정 시기를 늦추다가 산업 전체 경쟁력을 악화시켰다. 대우조선의 경우 단순히 업황 불황에 의한 대규모 부실이 아니라 분식회계 의혹까지 발생한 만큼 대주주인 산은과 정부 당국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이 선행돼야 한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일가의 주식 처분 과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는 물론 대주주의 사재 출연, 노조의 고통 분담 역시 전제돼야 한다. 

조선업계 '빅3'는 지난해 8조5000억원 적자를 냈고,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지난 3년간 당기순손실이 각각 1조원을 상회한다. 조선·해운 5개사의 지난해 부채 총액은 78조원이다. 전대미문의 기록이다. 이번에도 구조조정을 어정쩡하게 했다가는 금융권은 물론 국가 경제 전체가 휘청거릴 판국이다. 금융당국은 경제 논리를 최우선으로 산업경쟁력 강화라는 한 가지 목표만 갖고 임해야 한다. 합병이든 빅딜이든 이 같은 목표에 가장 부합하는 처방을 도출해 하루속히 실행에 옮기기 바란다.

7. 내달 6일 임시공휴일 지정 소비침체 숨통 틔워라
대한상공회의소가 다음달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5월 5일 어린이날과 주말 사이에 낀 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면 나흘 황금연휴가 생겨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28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는데 지난해 8월 14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거둔 경제적 효과를 감안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당시 메르스 사태로 침체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지정한 임시공휴일은 내수 진작 효과가 1조31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백화점, 관광업, 음식업, 숙박업 등의 매출이 크게 늘어나고 철도, 고속도로 이용객도 급증했다. 이번에는 전국 대다수 초·중·고교가 이날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한 데다 정부도 5월 1~14일을 '봄 여행주간'으로 설정한 상태라 내수 살리기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상의가 임시공휴일 카드를 들고나온 것은 이런 이벤트를 통해서라도 인위적으로 소비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4%로 작년 4분기(0.7%)에 이어 2분기 연속 0%대에 머물고 있다. 민간소비는 0.3% 감소하면서 작년 4분기(1.4%)보다 급격히 둔해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등의 진작책으로 소비가 반짝했지만 다시 소비절벽이 현실화하고 있어 걱정이다.

정부가 지난해 임시공휴일처럼 고궁이나 숙박시설 할인,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면 가라앉은 경기에 숨통을 터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지난해에도 시행을 불과 열흘 앞두고 지정해 즉흥적이라는 논란이 많았는데 이번에도 충분히 논의하고 준비할 시간을 갖지 못한 점은 아쉽다. 

지난해 한국노동조합연맹의 설문조사 결과 임시공휴일에 쉴 수 있는 근로자는 전체의 65.6%에 불과했다고 한다. 사정상 쉴 수 없는 중소기업의 경우 통상임금의 150%인 휴일수당을 지급해야 해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임시공휴일을 남발해선 안 된다. 이를 지렛대 삼아 소비 침체 터널을 어떻게 탈출할지 근본 처방을 고민해야 한다.

[중앙일보]

8. 낙하산 보내면서 공공개혁 하겠다는 뻔뻔한 정부

총선이 끝나자 ‘정·관피아(정치권·관료+마피아)’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부채가 100조원이 넘는 한국전력에는 총선에서 낙선한 조전혁 전 의원이 감사위원 자리를 꿰차고 이성한 전 경찰청장이 신임 감사로 추천됐다. 부채비율 6900%의 한국광물자원공사 신임 감사에는 김현장 2012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이 임명됐다. 광물자원공사는 민간기업이라면 진작에 파산했을 수준의 부채비율 때문에 지난달 인력 20%를 줄이는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도 역주행 인사를 했다는 얘기다. 참 뻔뻔한 정부다.

공공기관알리오시스템에 따르면 전체 340개 공공기관 가운데 공석이거나 임기 만료로 연말까지 낙하산 대전이 펼쳐질 기관장 자리는 97개에 달한다. 이들 기관에 이번 총선에서 낙천·낙선된 친박 인사들을 앞세운 정·관피아가 속속 들어서면 그동안 벌여온 공공기관 정상화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이 자원개발·택지개발처럼 역대 정부의 과도한 공약 실현에 동원되면서 깊어진 방만경영 해소를 위해 2013년 말부터 경영혁신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낙하산 인사의 창궐로 공공기관 개혁은 물속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낙하산 사장이 총선·도지사 출마를 위해 잠시 거쳐 가는 곳으로 전락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수용능력 포화상태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낙하산 사장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던 여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역대 정부의 반복적 과잉투자로 빚 134 조원의 부채공룡이 됐다.

낙하산 기관장과 감사는 정부가 공약을 이유로 무모하게 투자 드라이브를 걸거나 직원이 과도한 복지후생을 누려도 태생적 약점 때문에 뒷짐만 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데도 낙하산을 내려보내서는 공공개혁이 잘될 리 없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임원 선임체계부터 투명화해야 한다. 경영능력이 인정된 민간기업 출신에게도 기회를 주고 능력이 있으면 내부 승진을 허용해 경쟁의 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 기관장에게는 강력한 권한을 주되 경영 성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부산일보]

9. 국민 생명 다루는 병의원 비리 발본색원 해야

병의원은 시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다룬다는 점에서 높은 도덕성과 투명성을 요구 받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개보험 제도에 따라 국민들이 낸 건강보험료가 절대적인 수입원이라는 점에서 병의원은 우리 사회의 공적 인프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익과 공공성 추구란 상반된 가치를 균형 있게 추구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일부 병의원들은 이 같은 책무를 망각한 채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거나 환자와 짬짜미가 돼 요양급여를 불법 수령하는 등 불·탈법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적발된 부산·경남 산부인과 3곳은 4년간 사진관 업주들에게 1만 4천여 명의 산모 개인정보를 넘기고 그 대가로 1억여 원어치의 의료장비 대금을 대납하도록 했다. 사진관 업주들은 이 정보를 이용해 산모들에게 아기 사진 촬영의 영업을 벌였다고 한다. 사진관 업주들이 병원의 묵인 아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 신생아실에 맘대로 들락거리며 산모 개인 정보를 촬영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가뜩이나 면역력이 약한 아기들이 외부에 노출돼 심각한 감염은 되지 않았을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또 부산 남부경찰서에 구속된 서 모 씨의 경우 6년 동안 소위 '사무장 병원'을 운영하며 대장 용종 절제술을 한 것처럼 허위 진료서를 꾸며 20여억 원의 요양급여를 부정 수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과잉 경쟁 탓에 많은 병의원들이 경영난에 시달리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 같은 불법 의료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병의원의 고질적 비리를 발본색원하기 위해서는 보건당국과 건강보험공단의 강한 책임감이 요구된다. 특히 태반의 불법 행위에는 환자와 보험회사 등이 연루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민 각자의 각성도 필요하다고 하겠다.  

[매일신문]

10. 2·18 안전문화재단의 올바른 자리매김을 기대한다
2`18 안전문화재단이 2003년 대구 지하철 사고 이후 13년 만에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다. 대구는 일찌감치 과거의 어처구니없는 참사를 오늘의 생생한 교훈으로 승화시켜야 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제야 사고 희생자`부상자에 대한 추모 및 복지사업을 벌이게 됐다는 점에서 부끄러움과 다행스러운 마음이 교차할 수밖에 없다.

재단은 법인 설립을 위한 사업자 등록을 마쳤고 이번 주에 사무실 개소, 다음 달 사무국장과 직원을 뽑는다. 지난달 이사진과 감사가 선임됐고, 사무국 구성까지 완료하면 제 틀을 갖춘다. 재단의 임무는 피해자들을 위한 장학 및 안전복지사업, 연구`기술지원사업, 추모공원 조성 등이다.

지하철 참사 후 재단이 출범하기까지는 살얼음 위를 걷는 듯 너무나 위태로웠던 것이 사실이다. 피해자 단체끼리 다투고 반목하고 대립했던 과거가 있었다. 대구시는 팔짱만 낀 채 피해자 단체와 거리를 두려는 모습마저 보였다. 오랜 진통 끝에 지난해 2월 피해자 단체 간에 합의가 성사되면서 재단 설립의 숙원을 이루게 됐다.

재단 출범 전에 벌어진 일을 거론한 것은 옛 상처를 헤집자는 뜻이 절대 아니다. 아픈 과거를 교훈 삼아 다시는 다투고 갈등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사진 면면과 집행부 구성, 사업 방향 등을 보면 과거와 같은 일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기에 일말의 우려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재단은 피해자의 추모`복지사업에 집중해 대구를 ‘안전도시’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해야 한다. 또다시 반목과 대립이 빚어진다면 희생자`부상자에 대한 모욕 행위나 다름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재단 운영진이 시민과 함께해야만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재단 출범을 축하하며 올바른 자리매김을 기대한다.

주요 신문칼럼


1. [머니투데이]우리나라 이름이 대한민국인 이유

우리 나라의 국호(國號), 즉 나라 이름이 왜 대한민국(大韓民國)일까?

이 질문에 대해선 그동안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답변이 통용됐다. 하지만 이런 설명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선 정확한 검증 작업이 그다지 이뤄지지 않았다. 

A: 중국에서 신해혁명을 일으켜 청(淸)을 무너뜨리고 1912년에 세운 나라 이름을 중화민국이라고 했는데 대한민국을 중화민국의 민국을 모방한 것이다.
B: 대한민국의 민국은 미국과 같은 민주국가를 가리키는 말의 준말이다. 

동국대학교 황태연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펴낸 『대한민국 국호의 유래와 민국의 의미』(청계, 2016. 4)는 왜 우리나라 국호가 대한민국이 됐는지를 여러 가지 사료(史料)를 발굴해 검증하고 있다. 나아가 한반도가 통일된 이후에도 국호는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황 교수는 대한민국의 연원에 대해 '확실한' 설명을 내놓는다. "대한민국의 대(大)는 '하나로 통합해 크다'는 의미다. 한(韓)은 마한 진한 변한의 삼한(三韓)처럼 우리나라를 가리키는 고유의 말이다. 민(民)은 말 그대로 백성이며 국(国)은 나라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은 '삼한을 통일한 큰 한으로서 백성의(백성이 주인인) 나라를 가리킨다"는 설명이다. 

"한이 우리나라를 가리킨다는 것은,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기 전부터 일본에서는 정한론(征韓論)이 제기됐고, 조선시대에도 명․청(明淸) 외교문서에서 조선을 한(韓)으로 부른 사례가 많이 나온다. 민국은 조선왕조실록, 특히 영․정조 실록에 많이 등장한다. 왕조실록을 번역하면서 민국을 '백성과 나라로 번역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백성의 나라'를 뜻하는 한 단어"라는 지적이다. 

민국(民國)의 어원은 30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경(書經)』에 나오는 '민유방본(民惟邦本) 본고방녕(本固邦寧)'이 민국의 어원이라는 것이다. 민유방본은 '백성은 오직 나라의 근본'이라는 뜻이고 본고방녕은 '근본이 튼튼해야 나라가 편안하다'는 말이다. 두 말을 이으면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고, 그 근본(백성)이 튼튼해야 나라가 평안하다'는 민국이 성립된다. 

황 교수는 "중화민국에서 가져왔다면 3.1운동 직후 자주독립 국가를 되찾기 위해 수립한 상해 임시정부가 국호부터 자주적이지 않고 사대주의적이며, 민주국가의 준말이라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규정한 헌법1조는 동어반복"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한반도 통일국가의 국호도 대한민국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한다. '남한의 대한민국과 북한의 조선인민민주공화국에서 일부를 떼 내 국호를 정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은 역사성과 민족성과 합리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라는 민국과 옛날부터 통일 한반도를 가리키는 대한을 합한, 대한민국이야말로 명실상부한 통일 한국의 국명으로 손색이 없다"는 설명이다. 

황 교수는 "대한민국의 영문이 'Republic of Korea(ROK)'인데 이것도 대한민국의 원래 뜻에 맞게 'National State of GreatKorea(NOK 또는 NGK'로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 [연합뉴스]<윤고은의 참새방앗간> 주토피아의 유토피아를 꿈꾸다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돌연 하늘로 간 팝스타 프린스의 앨범 3개가 25일 빌보드 차트 톱10에 올랐다. 

인터넷에서도 그의 음악과 전성기 시절 영상을 돌아보는 움직임이 활발한데, 그중에서도 2007년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결정전인 슈퍼볼 하프타임쇼에서 그가 펼친 우중 공연이 많이 회자되고 있다. 

157㎝의 작은 거인이 폭우 속에서 펼친 공연에 관객들은 온몸이 흠뻑 젖는 가운데 열광적으로 환호했고, TV 앞에 앉은 전세계 시청자도 열광했다. 그 환호와 열광의 순간만큼은 이념도, 종교도, 인종도, 국경도 부질없었고,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였다. 이 광경을 보고 있으면 마치 누군가 귀에 대고 "뭐가 그리 복잡한가. 우리는 똑같은 사람 아닌가. 같이 즐거워하자"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역주행 흥행 중인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가 24일까지 누적 관객수 44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국내에서 개봉한 외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틀어 최고의 흥행 기록이고, 역대 국내 개봉 애니메이션 중 5위의 기록이다. 

'주토피아'의 마지막 장면에서 팝스타 가젤의 콘서트 장면이 프린스의 슈퍼볼 하프타임쇼와 오버랩된다. 

각양각색의 동물들이 가젤의 노래에 맞춰 흥겹게 몸을 흔들며 즐거워한다. 키 큰 기린도, 육중한 코끼리도, 손바닥만 한 쥐들도, 느림보 나무늘보도 하나가 돼서 '위 아 더 월드'를 연출한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네, 핵실험을 하네, 연일 시끄럽다. 같은 이슬람국가임에도 상극인 사우디와 이란의 신경전,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의 만행으로 지구촌은 위태위태하다. 물론, 굳이 해외로 가지 않아도 우리는 한반도 안에서 매일같이 분열과 갈등의 현장을 마주하고 경험한다. 

'주토피아'가 흥행하는 것은 뒤늦게 이 영화의 메시지와 스토리에 눈뜬 어른 관객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메시지는 바로 '위 아 더 월드'다. 

'주토피아'는 종족의 생리와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던 때는 '롱롱 타임 어고'였고, 이제는 교양있고 세련되며 진화된 동물들이 모두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주토피아라는 이상적인 사회를 무대로 한다. 키도, 몸무게도, 생김새도, 먹이도, 성향도 다 다르지만 다채로운 동물들이 모두 한 도시에서 평화롭게 살아간다. 이념이나 종교나 종족의 차이는 존중될지언정, 분쟁이나 불화의 대상이 되지 않고 서로의 차이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훌륭한 문화 속에서 보존된다. 

영화는 이러한 '수준 높은 평화'가 분열주의자의 획책으로 위기에 봉착하고,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가치관 아래 잘 묻어두었던 그릇된 편견과 힘의 논리가 다시 스멀스멀 수면 위로 기어 올라오면서 벌어지는 혼란을 그린다. 

최근 신드롬을 일으키며 막을 내린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인류애와 평화의 가치를 촌스러운 방식으로 시청자에게 주입하려 해 빈축을 샀다면, '주토피아'는 같은 메시지를 아닌 척하면서도 상당히 세련된 방식으로 운반해 깊은 울림을 준다. 

작은 흑인 가수 프린스의 죽음이 전세계적으로 일으킨 보라빛 추모와 애도의 물결, '주토피아'의 세계적 흥행 물결 아래 공통으로 놓인 '위 아 더 월드'의 공감대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될 수는 없는지 생각해본다.

지진으로 발밑이 뒤집히는 판에 여기저기서 이어지는 '네 편, 내 편' 싸움이 신물 나는 요즘이다. 

3. [서울신문][길섶에서] ‘작은 결혼식’/구본영 논설고문

셰익스피어는 “남자가 (여성을) 설득할 때는 화사한 4월”이라고 했다. 그의 말이 맞는 듯 4월이 되니 청첩장이 하나둘 쌓이고 있다.

시인 하이네가 그랬다. “결혼 행진곡을 들으면 언제나 싸움터로 향하는 군대 행진곡을 떠올린다”고. 가슴 설레는 사랑으로 맺어진 인연일지라도 막상 결혼 생활은 남녀가 서로 부딪치는 험난한 과정이기 십상이란 뜻일 게다.

하긴 요즘 결혼식 하객들도 한바탕 전투를 치르기 일쑤다. 몇 주 전 세 건의 결혼식에 초대받았다. 서울 강북에서 열린 선배 아들 결혼식엔 축의금만 대신 전달하고 강남이 식장인 친지 딸 결혼식에 얼굴을 비춘 뒤 친구 아들 피로연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 계획을 짰다. 하지만 계획은 철저히 어긋나 버렸다. 교통난으로 늦게 도착한 세 번째 결혼식 피로연은 벌써 파장이었고, 다른 커플의 하객들로 채워질 참이었다.

우리네 결혼식 풍속도가 늘 이렇다면 딱한 노릇이다. 숱한 고통을 이겨 내야 할 인생의 전장이 기다리고 있는데 새 출발 하는 남녀가 큰돈을 들이고도 쫓기듯 혼례를 치러야 한다면…. 집 주변의 학교 강당, 혹은 교회·성당 등에서 치르는 ‘조촐한 결혼식’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4. [서울신문][공희정 컬처 살롱] ‘동네’에서 다시 시작하자

한때 동네는 신나는 놀이터였고, 따뜻한 집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와 숙제는 뒤로한 채 아이들과 골목을 누비며 놀았다. 송글송글 땀이 맺히고 가쁜 숨이 턱에 차오를 때쯤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우리들은 그 집으로 달려가 맛난 간식을 함께 먹었다. 낮은 담장 너머로 고만고만한 집들이 늘어선 곳, 우리는 그곳을 ‘동네’라 불렀다.

작지만 마당 한쪽엔 나무 한 그루쯤 있어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꽃 피고 지는 사계절을 볼 수 있었다. 볕 잘 드는 곳에 놓인 항아리에선 간장·된장·고추장이 익어 가는, 그런 곳이었다.

그러나 개발이란 이름 아래 동네는 사라지기 시작했다. 기억의 흔적조차 쫓아갈 수 없게 변해 버린 그곳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높은 아파트들이 들어섰다. 현관문만 열면 옆집이지만, 누가 사는지 쉽게 알 수 없었다. ‘누구네’라는 호칭보다 ‘몇 호집’이라는 숫자로 서로를 불렀다. 더 큰 세상, 더 풍요로운 일상을 꿈꾸며 미련 없이 모든 걸 내놓은 순간부터 변하기 시작한 동네. 우리가 찾는 큰 세상은 쉽게 보이지 않았고, 풍요로운 일상도 거저 얻어지지 않았다. 때로는 길을 잃고 헤매기도 했고 지쳐 돌아가고도 싶었지만, 돌아갈 동네가 없었다. 그런데 요즘 ‘동네’가 살아나고 있다.

37년 동안 일요일 낮 12시면 안방극장을 들썩이게 하는 ‘전국노래자랑’. 노래 좀 한다는 사람들은 무대에 올라 한껏 자신의 솜씨를 뽐내고 싶었다. 하지만 수백 명의 경쟁자를 물리쳐야 하는 치열한 예선 때문에 ‘동네 스타’들은 마음 졸이며 몇 날 밤을 뒤척였다. 이제 제작진이 이들을 찾아 나섰다. 이집 저집 숨겨 둔 사연 들어 가며 울고 웃다 보면 슬그머니 잊혀진 동네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일명 ‘동네 스타 전국방송 내보내기’, 상당히 감동적이다.

‘동네 변호사’도 있다. 소박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에 나타난 좌충우돌 괴짜 변호사. 동네 사람들 말은 무조건 믿어 주고, 법 없이도 살 사람들이 당한 억울함은 어떻게든 풀어 주려 했다. 그는 근엄하기 짝이 없는 판검사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았고, 돈으로 못 할 것 없다는 부자들 앞에서도 당당했다. 거창한 사회 정의보다 내 이웃의 삶이 소중하다 믿는 그를 사람들은 ‘동네 변호사’라 불렀다. 이런 사람 있는 곳이 진짜 동네구나 싶었다.

그뿐 아니다. ‘동네의 영웅’도 있다. 영웅들이 지키려고 한 것은 결국 일상의 행복과 평화였다. 누군가 그리울 때 슬며시 다가와 시시콜콜 이야기 들어 주고, 맛있게 익은 김치 한 조각 얹어 따뜻한 밥 한 그릇 나눠 먹을 수 있는 그런 일상. 그것을 지켜 주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고 했다. 그 말도 일리 있어 보였다.

그런데 왜 갑자기 동네일까.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동네를 찾게 한 것일까. 생각해 보면 동네는 우리 삶의 원점이다.

조금은 촌스럽고, 미성숙하고, 찌질하지만, 나와 내 이웃이 매일매일 부딪치며 숨쉬는 곳이다. 길을 잃었을 때 원점으로 돌아가면 어디로 가려 했는지 보이듯 동네엔 우리가 숨겨 놓은 인생 지도가 있다. 사실이 의견인 듯, 의견이 사실인 듯 엇갈리고, 참과 거짓이 아무렇지 않게 자리바꿈하는 세상에서 더이상 헤매고 싶지 않은 우리들은 그래서 동네를 찾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인생 지도 들고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5. [연합뉴스]한국어가 더 유창한 노무라는 일장기…매킬로이는 아일랜드 대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스윙잉 스커츠 클래식에서 우승한 노무라 하루(24)는 알려졌듯이 한국계 일본인이다.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일본 요코하마에서 태어난 노무라는 초, 중, 고등학교를 모두 한국에서 다녔다. 문민경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자랐다. 일본어보다 한국어가 더 유창한 까닭이다. 골프를 하기 전에는 한국의 '국기'(國技) 태권도를 했다.

노무라는 '경계인'(境界人)이다. 

경계인의 사전적 정의는 소속됐던 집단을 떠나 다른 집단으로 옮겼을 때, 원래 집단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을 금방 버릴 수 없고, 새로운 집단에도 충분히 적응되지 않아서 어정쩡한 상태에 놓인 사람이다. 노무라는 이 사전적 정의에 딱 맞는 '경계인'이다.

가치관이 형성되고 언어를 비롯한 생활 습관이 자리를 잡는 아동·청소년기를 보낸 한국이 노무라의 원래 소속 집단이라면 성인이 되어서 옮겨간 일본은 적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집단이다.

노무라는 작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한화금융 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공식 인터뷰에서 "한국에 있으면 한국 사람도 아니고, 일본 가면 또 일본 사람도 아니고…"라고 말한 바 있다. '경계인'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과 일본은 제한적으로 복수 국적을 허용한다. 대개 노무라처럼 한국과 다른 나라 국적을 다 취득할 수 있는 여자는 만 22세 때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노무라는 22세 때 일본 국적을 선택했다. 아무래도 일본이 프로 무대 규모가 더 크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노무라는 오는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일본 대표 선수로 참가할 게 거의 확실하다. 일본어보다 한국어가 더 유창한 선수가 일장기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하는 상황이 벌어질 판이다. 

일본골프협회나 일본올림픽위원회 입장은 알려진 게 없다. 다만 한국어보다 일본어가 더 익숙한 선수가 태극 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한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상상해보면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지금은 세계랭킹 3위지만 작년까지 세계랭킹 1위였고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부에서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는 로리 매킬로이는 아일랜드 대표 선수로 출전할 예정이다.

매킬로이의 국적은 영국이다. 그는 영국의 정식 국명인 '그레이트 브리튼과 북아일랜드 연합왕국'(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의 수장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신민이다.

하지만 그의 정체성은 '아이리시'(Irish)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아일랜드골프협회 소속으로 뛰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그는 아일랜드 대표 선수로 국제 대회에 출전했다. 

북아일랜드는 가톨릭 국가 아일랜드가 영국에서 독립할 때 영국에 잔류한 곳이다. 가톨릭교도보다 영국 국교인 성공회 신자가 더 많은 지역이다. 아일랜드 섬 전체에서는 가톨릭교도가 절대다수지만 북아일랜드에서는 가톨릭이 소수다. 매킬로이 부모는 가톨릭이다. 

그는 정치적, 종교적 이유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아일랜드 대표 선수였기 때문에 올림픽도 아일랜드 대표로 나가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킬로이의 선택에 영국 국민과 아일랜드 국민의 반응은 따로 언급할만한 게 없다. 

브라질 대표로 유력한 미리암 나글(35)은 8살 때 독일로 생활 터전을 옮긴 부모를 따라 브라질을 떠났다. 그는 독일에서 아동, 청소년기를 보냈다. 고등학교는 미국에서 다녔고 대학도 미국에서 마쳤다.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등 골프 선수 경력도 대부분 미국에서 쌓았다. 

독일에서 만난 독일인 남편과 가정을 꾸린 나글은 인생 대부분을 독일인으로 살았다.

그는 그러나 지난해 브라질골프협회의 권유를 받고 먼지 쌓인 브라질 국적을 되찾았다. 나글이 브라질 국민 대다수가 일상어로 쓰는 포르투갈 어를 구사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나글의 선택에 브라질이나 독일에서 어떤 언급을 했는지 역시 특별히 적을 게 없다.

지난 1999년 제1회 한일 여자프로골프 대항전 한국 대표팀에는 미국 국적 펄 신(49)이 포함됐다. 9살 때까지 신지영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살던 그는 부모와 함께 미국에 이민을 가서는 14살 때 미국 국적자가 됐다. 

일본과 대항전을 앞두고 너무나 현격한 전력 차이 탓에 일방적인 패배가 걱정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는 일본 쪽 양해를 구해 펄 신을 대표로 뽑았다.

펄 신은 아마추어 시절 미국-영국 골프 대항전 커티스컵에 미국 대표로 출전한 바 있었다. 펄 신은 이듬해 열린 2회 대회 때도 태극 마크를 달고 출전했다. 펄 신은 '고국'에 대한 헌신으로 상당한 찬사를 받았다. 한국 기업의 후원도 줄을 이었다.

2004년 제5회 한일 여자프로골프 대항전에도 미국 국적 교포 크리스티나 김(32)이 한국 대표 선수로 출전했다. 김초롱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출전한 크리스티나 김은 펄 신과 달리 팬들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 한국프로골프협회에는 "외국인에게 태극 마크를 달아줬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크리스티나 김은 이후 한국과 인연을 끊고 산다.

노무라뿐 아니라 미셸 위(미국·한국 이름 위성미), 리디아 고(뉴질랜드·한국 이름 고보경), 이민지(호주), 대니 리(뉴질랜드·한국 이름 이진명), 케빈 나(미국·한국 이름 나상욱)도 엄밀하게 말하면 '외국인'이다.

한국 골프가 만약 지금 같은 수준에 올라오지 못해 리우 올림픽에 파견할 마땅한 선수가 없는 상황을 상상해봤다. 그래서 대한골프협회가 대리 리나 케빈 나, 리디아 고, 미셸 위, 노무라 등에게 부탁해 그들이 태극 마크를 달고 리우 올림픽에 나선다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태극기와 일장기를 나란히 새겨 넣은 노무라의 캐디백을 보면서, 매킬로이와 나글의 선택을 전해 들으면서 든 생각이다.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들의 선택이 우리가 아니라도 그들을 적대시하거나 백안시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반응형
LIST
Posted by 늙은최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