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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28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드디어 막 내린 서울인구 '1000만 시대'

서울 인구 ‘1000만 시대’가 막을 내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서울시 인구는 999만 9116명(재외국민 제외)으로, 10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올림픽이 열린 1988년 1014만 7107명으로 ‘1000만 시대’를 연 지 28년 만의 일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월까지 2만 4000여명이 서울을 빠져나가는 등 2010년 이후 순유출이 지속된 때문이다. 인구 감소가 서울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까 걱정스럽다.

‘탈(脫)서울’의 가장 큰 이유는 서민층의 과도한 주거비 부담 때문이다. 집 없고 돈 없는 서민들이 서울의 ‘미친 전셋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나머지 떠밀리듯 경기도 등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지난해 순유출 인구 13만 7000여명 중 61.8%가 전세난 등 주택 문제로 서울을 떠났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105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한 것도 하나의 요인이긴 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서민 등골을 휘게 하는 전·월세난이 서울을 등지게 한 셈이다.



지속적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도시발전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소비 및 투자 감소에 생산성이 줄면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게 뻔하다. 유출 인구의 대다수가 30~40대라는 점은 더욱 문제다. 청장년이 떠나는 도시에 미래가 있을 수 없다. 인구 감소→저출산의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크다. 전·월세난이 서민 가계를 옥죄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전세 난민들의 탈 서울 행렬을 막을 수 있는 특단의 서민주거 안정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물론 서울의 인구 감소를 꼭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서울은 정치·행정·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의 중심지다. 사람과 돈, 기술이 다 몰려 있다. 과밀화로 인해 내적으로는 열악한 주거여건, 교통 혼잡, 환경오염 등에 시달린다. 외적으로는 다른 도시와의 균형 발전을 가로막는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 인구 이동은 주거문제 뿐 아니라 경제·교육·문화 등 여러 요소와 연관돼 있다. 서울의 인구 감소를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없지 않다는 얘기다. ‘서울 1000만 시대’의 종언이 아니라 나라 전체의 바람직한 ‘집중 완화’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2. 자꾸만 드러나는 해외탈세 정황들

국내 방산 대기업들이 조세회피처의 페이퍼컴퍼니와 거래한 계약서가 발견됐다고 한다. 최근 국제탐사언론인협회와 공동분석을 통해 조세회피처에 회사를 세운 한국인 195명의 이름을 확인한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의 추가 폭로다.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더 확인할 필요가 있겠지만 파나마 법률회사의 유출자료에서 드러났다니 사실 자체만큼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과 현대로템 등 쟁쟁한 회사들이 거명된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삼성테크윈은 2001년 K-9 자주포를, 현대로템은 2009년 K-2 흑표전차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터키의 유령회사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서로 다른 이름으로 돼있지만 사실 같은 회사라는 점도 관심의 대상이다. 한때 코오롱의 탄약수출을 중개하는 등 국내 다른 업체들과도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 왔다고 한다.

이들 두 회사의 계약 상대방인 ‘KTR 리미티드’가 스위스은행에 계좌를 개설한 데다 회사 주주가 무기명으로 돼 있고 이사들이 차명 서비스에 전문으로 이름을 빌려주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도 뭔가 석연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회사 주소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현 씨가 페이퍼컴퍼니를 등록한 버진아일랜드의 같은 빌딩이라는 사실도 그러하다.



과거 하이닉스 자회사였던 하이디스 매각 과정에서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뒷거래가 오갔을 것이라는 정황도 새로 드러났다. 당시 하이디스 최병두 사장과 중국인 한궈젠(韓國建) 씨가 각각 1주씩 소유하는 형태로 설립한 ‘C&H 트레이딩’이 그 근거다. 하이디스가 중국 BOE그룹에 매각되고 5개월 뒤인 2003년 4월에 설립된 회사다. 더욱이 한궈젠 씨는 하이디스를 인수한 BOE그룹의 임원이었다.

국내 기업이나 부유층의 해외 탈세는 적지 않을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이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탈세혐의도 조세회피처를 통한 것이었다. 상호출자제한 대상 33개 대기업그룹이 조세회피처에 240개의 역외법인을 설립했다는 사실이 이미 확인됐고, 국제탐사언론인협회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도 ‘KOREA’로 검색된 자료가 모두 1만 500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 당국의 엄정한 조사가 따라야만 할 것이다.



[서울신문]

3. 실업청년 눈물 닦아줄 마지막 고용대책 되길

정부가 어제 ‘청년·여성 취업연계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6번째의 청년 고용 대책이다. 청년 직접고용지원금을 확대하고 육아휴직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 취업 정보와 면접 기회도 늘려 6만~7만명의 청년·여성 취업을 지원한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가장 눈에 띄는 대책으로 청년 근로자들에게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청년취업내일공제’(가칭)의 신설을 들 수 있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 인턴을 수료한 청년이 정규직으로 취업해 일정액을 저축하면 정부·기업이 지원금을 보태 2년간 최대 1200만원까지 자산을 불리는 방안이다. 청년 고용을 확대하고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완화한다는 취지다. 중기 취업을 꺼리는 이유의 하나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봉 격차임을 고려하면 이 제도로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는 효과를 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고용대책이 구직난으로 고통받는 청년 취업자와 구인난과 조기 이직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의 ‘미스 매칭’을 해소하고,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평가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이 전시성 행정이나 재탕 삼탕의 땜질식 대책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중소기업 취업 청년의 소득 지원 방안의 경우 고용부가 지난해 4월 발표한, 고졸 근로자에게 최대 3년간 30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와 비슷하다. 혜택을 받는 근로자가 418명에 그치자 1년도 안 돼 슬그머니 사라진 제도였다.

이번 청년 고용 대책이 조금이나마 진일보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실효성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점이다. 기업이 아닌 청년에 대한 직접 지원금을 늘리는 등 공급자 위주였던 일자리 대책이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동안 청년 일자리 대책이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과 세제·재정 지원을 통해 기업에서 고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기대 이하의 성과를 낸 것이 사실이다.

한정된 대기업 일자리만으로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린 것은 이해하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다. 지금 문제는 청년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청년들의 빠른 취업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취업 후 1년 이내에 퇴직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소기업의 비정규직으로 시작했더라도 경력을 쌓아 정규직으로 옮길 수 있도록 이동성을 높이는 정책이 시급하다. 인턴 일자리도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 때문에 청년들의 지원은 적고 정규직 전환율도 낮은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 들어 수십조원을 청년 일자리 창출에 쏟아부었는데 청년 고용 사정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청년 고용 정책의 근본적인 선회가 요구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서비스산업의 과감한 규제완화와 제조업 혁신, 고용 기득권 타파, 중소기업의 자생력 확보 등 우리 경제 전반의 구조적 개혁 없이는 청년 고용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4. 선거 지고도 민심 못 읽고 남 탓하는 여권

여권이 4·13 총선 참패 이후 국정 운영 동력이 떨어지면서 우왕좌왕하는 인상이다. 그제 새누리당은 20대 총선 당선자 워크숍에서 ‘총선 패인 분석 및 지지 회복 방안’ 보고서를 내놓았다. 공천 실패와 경제·민생 악화 등을 포함한 6가지 패인은 적확한 진단이었다. 하지만 이를 토대로 심기일전하긴커녕 친박 대 비박이 선거 패배 책임 소재를 놓고 저열한 입씨름만 벌였다니 혀를 찰 일이다. 범여권이 지금은 ‘네 탓’ 공방을 벌일 게 아니라 선거 민의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국정 쇄신에 힘을 모을 때라고 본다.

전쟁이든 선거든 이기고 지는 건 상사(常事)일 수 있다. 패배했을 때는 그 경로를 돌아보고 다른 길을 걷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부터 그제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모임에서 그간 지적돼 온 ‘마이 웨이’식 국정 운영 스타일을 바꿀 기미를 보였는지 의문이다. 더욱이 여당 당선자 워크숍 풍경은 딱하다 못해 민망해 보일 정도였다. 비박계 이종구 당선자는 “‘진박 마케팅’이 잘못돼 심판을 받았다”며 친박 실세라는 최경환 의원을 겨냥, “삼보일배를 하든, 삭발을 하든 행동으로 사죄하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그러자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김무성 대표가 야반도주한 것 아니냐”며 ‘옥새 파동’을 일으킨 김 전 대표에게 선거 책임을 통째로 떠넘겼다.

이런 책임 공방은 버스 지나간 뒤에 손 드는 격으로, 국민을 두 번 실망시키는 꼴이다. 여당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게 한 주요인이 뭔가. 떡 줄 유권자들은 꿈도 꾸지 않는데 친박은 ‘진박 후보’를 내리꽂는 데 급급하고 비박은 물갈이 공천을 무조건 반대하면서 피장파장의 오만한 자세를 보인 탓이 아닌가. 이제 와서 친박 대 비박 간 잘못이 7대3이니, 5대5니 따지는 것 자체가 국정에 무한 책임을 진 여당으로선 한심한 일이다. 이러느라 국정 공백이 생기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기 마련이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올 1분기 성장률은 0.4%로 지난해 메르스 사태 때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더군다나 글로벌 불황으로 세계 주요국이 겪고 있는 구조조정 태풍이 우리나라에도 이미 들이닥친 지 오래다. 총선 후 여소야대 정국이라 해도 새누리당은 엄연한 집권당이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소 잃고도 외양간 고칠 줄 모르는 듯한 여권의 태도가 진짜 문제라고 본다. 박 대통령과 친박·비박 모두 이제부터라도 소이(小異)를 버리고 총선 참패가 ‘내 탓’이라는 인식과 함께 국정 쇄신이라는 대동(大同)의 길로 나서기를 당부한다.



5. 법조계 민낯 들킨 수임료 20억 '정운호 사건'
100억원대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유명 화장품 브랜드 네이처 리퍼블릭 정운호 대표를 빼내기 위한 부당거래가 시간이 지날수록 법조계 비리로 번지고 있다. 정 대표를 구명하려는 로비는 마치 법조 비리의 종합 세트와 같다. 문제는 로비 창구에 거론된 법원과 검찰의 전·현직 인사들이 관련법을 위반했는지를 떠나 법을 지키는 서민들에게 좌절감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재벌들의 갑질이 만인에게 평등해야 할 법도 예외가 아닌 까닭에서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오간 천문학적인 수임료, 성공보수금을 따지는 것 자체가 오히려 식상하다.

사건은 정 대표가 서울구치소에서 부장판사 출신인 최모 변호사를 폭행하면서 불거졌다. 무려 20억원에 이르는 변호사 수임료를 둘러싼 갈등이 발단이다. 게다가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성공보수 격으로 별도의 30억원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보석 신청은 기각됐고 최 변호사는 30억원을 돌려줬다. 정 대표는 보석이 실패한 만큼 20억원도 반환을 요구했던 것이다. 전치 5주의 상해를 입은 최 변호사는 경찰에 고소했다. 사건의 얼개는 단순하다.

그렇지만 사건의 본질은 전혀 다르다. 법조계의 검은 거래에 있다. 우선 전관예우 차원에서 착수금에 성공보수를 미리 얹어 수임료를 높게 책정하는 실체가 드러났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이 형사사건의 변호사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화하자 착수금이 높아졌다는 소문이 나돌았던 터다. 또 정 대표는 구치소에서 있으면서 지인을 이용해 항소심 재판장까지 직접 만나 구명을 부탁했다. 옥중 지휘나 다름없다. 석연찮지만 해당 사건의 재판장이 바뀌었다. 심지어 정 대표의 자필 메모지에는 전직 유력 검사장 1명을 포함해 유력 법조인 등 8명의 실명이 적혀 있었다. 법조계의 어두운 이면을 다룬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와 매한가지다. 법조계의 부끄러운 민낯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 대표를 둘러싼 법조계의 뒷거래와 함께 제기된 의혹은 철저하게 규명돼야 한다. 정 대표 항소심에서 검찰의 원심보다 낮은 형량 구형도 납득할 수 없는 부문이다.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한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먼저 정운호 사건을 세세하게 짚어 봐야 한다. 또한 법원과 검찰도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법치 구현, 법의 신뢰는 삼두마차인 검사·판사·변호사의 입이 아닌 실천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유념하길 바란다.



[동아일보]

6. 혈세 900만 원씩 대줘 중소기업 '2년 임시직' 늘려서야

정부가 어제 발표한 ‘청년·여성 취업연계강화방안’은 기업 지원에서 청년 지원으로 재편한 것이 골자다. 그중 ‘청년취업 내일공제’가 눈길을 끈다. 중소기업 인턴을 거쳐 2년간 정규직으로 근무하면서 300만 원을 저금하면 정부와 기업이 900만 원을 보태줘 1200만 원의 목돈을 쥐게 한다는 것이다. 

‘고용률 70%’가 국정 핵심 과제인 박근혜 정부는 이번까지 6번째, 해마다 청년고용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그 성과를 체감하기 힘들다. 임시방편식 땜질처방에 그친 탓이다. 특히 대기업과 중기의 연봉과 근무환경 차이가 중기 취업을 기피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책도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멀다. 당장 한국노총과 민노총은 “생색내기 좋을 만큼의 한정된 지원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정부의 성과로 치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올해 1만 명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청년취업 내일공제’의 경우 정부가 600만 원을, 기업은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390만 원)에서 300만 원을 지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기의 평균 임금은 대기업의 62%에 불과한 만큼 어느 정도 임금 격차를 줄이는 일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돈을 보태준다고 중기 취업률이 얼마나 늘어날지 의문이다. 2년만 일하고 그만둔다면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부작용을 줄이고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연계방안이 필요하다. 

3월 청년실업률은 11.8%, 3월 기준 역대 최고치였다. 청년 고용절벽이 해소되지 않은 것은 기존 정책이 임시직 비정규직 위주의 일자리 늘리기에 치중한 데다 산업 재편이 지지부진했던 결과다. 당국은 기존 대책을 재탕 삼탕해 내놓을 게 아니라 지금까지 내놓은 정책이 왜 효과를 거두지 못했는지 따져봐야 한다. 단발성 대책보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과감한 구조개혁과 신성장동력 창출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가 근본적인 청년실업대책이라고 본다. 20대 국회에서는 노동시장의 경직성 완화를 위한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


7. '殺人 가습기 살균제’ 국회청문회로 정부책임 파헤쳐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살인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해 어제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청문회를 통해 사건 진상 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습기 살균제로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다국적 기업 옥시는 사과는커녕 책임 회피만 하고 있다”며 “정부는 기업의 횡포와 반(反)윤리를 적극적으로 규제해야 하고 국회 차원에서도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비대위원들이 전날 대통령의 언론간담회 같은 정치적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김 대표가 제기한 ‘옥시 사태’ 청문회는 엉뚱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문제야말로 기업과 정부의 무책임이 겹쳐 피해가 커진 ‘안방의 세월호 사태’나 다름없다. 김 대표의 제안에 대해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진상 규명을 위한 것이라면 찬성이지만 정치적 목적으로 변질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은 아직도 ‘그들만의 뜬구름’에 갇혀 국민의 삶과는 겉돌고 있다는 방증이다.

2006년 홍수종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살인 살균제의 심각성을 질병관리본부에 알렸을 때 바로 역학조사를 했다면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146명에 이르는 참사로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2007년 말 4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는데도 질병관리본부 담당 과장은 “(질병관리본부 담당인) 감염병은 아닌 것 같다”며 방관하다 2011년에야 역학조사를 벌여 살균제가 폐 질환의 원인임을 확인했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왜 지금까지 질병관리본부가 2007년 말 이를 묵살한 이유를 조사하지 않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질병관리본부만이 아니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건강 문제니까 복지부다, 제조물이니 산업통상자원부다, 환경 문제니 환경부다… 이런 식으로 부처 떠넘기기를 계속했다”고 지적했다. 외국에선 카펫 제조 공정에서 쓰는 독성물질이 호흡기와 직접 관련된 생활용품에 사용됐는데도 국립환경과학원, 산업통상자원부(옛 지식경제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어느 한 곳도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이 소송을 냈음에도 2013년 검찰이 “정부 조사가 나오기 전에는 수사가 어렵다”며 올 초까지 수사를 중단한 것도 기이한 일이다. 피해자들은 당시 진영 복지부 장관을 찾아가 눈물로 호소했으나 장관은 “해결해야죠” 한마디뿐이었다.

이제라도 정치권에서 살균제 사건을 규명하려는 것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모처럼 국민을 위한 ‘생활 정치’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청문회가 열리면 의원들은 철저한 준비를 통해 당시 정부 관리들이 왜 그렇게 무책임하고 무성의했는지 밝혀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회는 이번에야말로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8. 北은 5월 6일 노동당대회서 어떤 노선을 택할 것인가
북한의 조선중앙방송이 어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은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를 5월 6일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개회할 것을 결정한다”고 보도했다. 당 대회는 선출된 대표자들이 노동당의 새로운 정책과 노선을 추인하고 대규모 권력엘리트 개편을 하는 최고 기구다. 북한의 김정은은 36년 만에 열리는 이번 당 대회를 통해 명실상부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시대’를 대내외에 선포하면서 자신의 유일한 치적인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과시하려 들 것이다. 6일 대회 이전에 탄도미사일 발사나 5차 핵실험 등의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 결의 2270호를 통과시킨 지 5월 3일이면 두 달이 된다. 극심한 국제적 고립과 국제 제재를 겪는 만큼 북한이 대화와 타협의 새로운 노선을 택하기를 우리는 바란다. 그러나 고립과 제재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우상화를 위한 ‘김정은 노선’이나 핵 보유를 정당화하는 ‘핵 독트린’을 선포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어제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한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북이 이미 5차 핵실험 준비를 마쳤으며 김정은의 지시만 있으면 언제든 가능하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제 언론 간담회에서 북이 또 한 번 도발할 경우 국제사회와의 협조 속에 북한 옥죄기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도 “북한이 핵 및 미사일 도발을 계속할 땐 다른 옵션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기업과 개인까지도 제재 대상에 넣는 2차 제재를 시사했다. 

그러나 중국이 대북제재에 협조한다 해도 북한이 ‘숨을 거둘 때까지’ 제재하진 않을 것이 명백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그제 “미군 무기로 북한을 쳐부술 수 있지만 북한과 맞닿아 있는 한국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의 월등한 대북 억지력을 강조하면서 나온 말이지만 결국 한국이 북의 ‘핵 인질’로 잡혀 있다는 의미여서 개운치 않다. 북이 핵·미사일 도발을 해도 어쩔 수 없다는 뜻으로도 들려 김정은 정권은 쾌재라도 부르고 싶을 것이다. 제재만으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한 이상 우리의 생존권을 지킬 구체적인 대응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중앙일보]

9. 임시공휴일, 예측 가능해야 경제효과 커진다

정부가 오늘 국무회의에서 다음달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할 것이라고 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내수 경기 회복을 위해 임시공휴일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건의(25일)한 바로 다음 날 박근혜 대통령이 “긍정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지정이 기정사실화됐다. 확정되면 나흘간의 황금연휴가 생긴다. 5월 5일 어린이날과 주말 사이에 낀 6일도 쉬게 돼 8일 일요일까지 연휴가 되는 것이다.

사실 임시공휴일은 정부 수립 후 국가장(葬)을 제외하면 세 번뿐이었다. 서울 올림픽 개막일인 1988년 9월 17일, 한·일 월드컵 4강 자축일인 2002년 7월 1일, 그리고 광복 70주년인 지난해 8월 14일이다. 과거에는 나름 명분이 튼튼했던 데 비해 이번엔 명분이 다소 옹색하다. 임시공휴일을 남발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0.4%에 그치고 ‘소비 절벽’을 맞아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정부의 고심은 이해할 만하다. 대한상의 주장처럼 5월은 계절의 여왕이어서 무더웠던 지난해 8월보다 더 큰 경제적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당시 메르스 사태로 쪼그라든 경기를 살리려 지정한 임시공휴일의 내수 진작 효과는 1조31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됐다. 관광·숙박·음식·유통·운수업 등의 매출이 급증해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지정에 따른 우려가 적지 않다. 임시공휴일 시행을 불과 열흘 앞두고 즉흥적으로 서두르다 보니 현장에선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공공기관·대기업과는 달리 휴일수당 부담이 큰 중소기업 등 전체 사업장의 30~40%가 못 쉬는 만큼 상대적 박탈감도 커질 수 있다. 특히 맞벌이 부모들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문을 닫아 아이 맡길 곳이 걱정이다.

임시공휴일의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정부·지자체·기업이 모두 나서야 한다. 고속도 통행료와 유적지 입장료 면제에 그치지 말고 교통·숙박료 할인, 보육문제 등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당연히 사전 예고가 필수다. 앞으로는 적어도 몇 달 전에 지정을 예고해야 국민들도 사전에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게 올바른 정부의 자세다.


[매일경제]

10. 中企 취업청년 지원 실효성 높이는 게 관건이다

정부가 어제 발표한 청년·여성 취업 연계 강화 방안은 취업에 목마른 청년을 구인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과 직접 연계하는 것에 방점을 뒀다는 점에서 참신하다. 내용 중에는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이 2년간 300만원을 저축하면 정부와 기업이 지원금을 보태 최대 1200만원의 목돈을 만들어주는 청년취업내일공제(가칭)를 비롯해 지원자 모두에게 면접 기회를 주는 청년 채용의 날, 직업훈련과 인턴을 취업으로 연결시키는 고용디딤돌, 전일제 근로자가 필요에 따라 일정 기간 시간선택제로 근무하는 전환형 시간선택제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최대 7만명 고용을 지원해 올해 35만명 이상 취업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는데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정부는 여러 차례 청년고용대책을 내놓았다. 2013년 말 청년 맞춤형 일자리 대책을 시작으로 일자리 단계별 청년고용대책과 청년 해외취업 촉진 방안,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 등을 발표했다. 세부적으로 많은 지원 방안이 포함됐지만 기본 방향은 재정을 투입해 공공 분야 일자리를 늘리고 세제 혜택 등 지원을 통해 기업의 고용을 촉진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연간 15조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청년실업률도 갈수록 높아졌다. 지난 2월에는 12.5%로 통계 기준이 바뀐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고, 지난달에도 11.8%로 3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선과 해운 등 주력 산업의 구조조정과 수출 부진, 내수 침체로 고용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정부 정책만으로 청년실업을 해결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실효성 없는 정책을 남발하면 곤란하다. 재정 낭비는 말할 것도 없고 기업들이 지원금을 채용보다는 인건비 절감 수단으로 삼는 등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해 이번 대책은 청년과 기업을 연계하고 취업 당사자를 직접 지원하는 쪽으로 방식을 바꿨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효성을 높이려면 중소기업들이 근무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대기업과의 격차를 줄이면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하는 종합 처방이 절실하다. 이것이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핵심이며, 일자리 미스매치와 청년실업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이다.





주요 신문칼럼


1. [서울경제]형제 교육법 Vs 자매 교육법

“우리 아이는 도대체 왜 이럴까요?”

몇 달 전 컨설팅 연구소를 방문한 40대 초반의 K씨. 잘 나가는 여동생에 비해 늘 주눅 들어있는 장남이 고민이라고 했다. 컨설팅 결과, 장남에 대한 기대가 큰 나머지 여동생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훈육법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문제점 진단 후 장남의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훈육 솔루션을 내렸고, 현재는 엄마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원만한 모자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부모들은 아이를 양육할 때 출생순위별 심리적 특성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자녀를 원하는 방향으로 지도하기 어렵고, 부모 자식 관계가 어긋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컨설턴트로서 안타까운 때가 많다. 그렇다면 출생순위별 이상적인 지도 방법은 무엇일까? 

출생순위별 접근 분류는 외둥이, 같은 성별, 다른 성별까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외동은 따라가거나 경쟁해야 할 상대가 없어 독불장군이 되기 쉬운 유형이다. 이 경우 부모는 진솔한 대화를 통해 아이에게 부족한 점과 진로를 찾아 아이의 학습 활동을 지원해줌으로써 중심을 잡아주고, 아이가 어느 정도 관리가 된 이후에는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봐 주는 것이 좋다.

두 명 이상의 아이를 둔 경우에는 양육 방법이 다소 까다로워진다. 아이의 개별 성향 파악은 물론, 출생순위별 서열관계에 따른 경쟁구도까지 이해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형제와 자매는 다른데, 형제는 모든 관계를 수직적으로 맺는 경향이 짙고 자매는 수평적으로 맺는 편이다. 이러한 관계는 학업 결과에도 영향을 미쳐 컨설팅을 하다 보면 재미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형제관계에서 형이 공부를 잘하면 동생은 공부를 못하고, 형이 공부를 못하면 동생이 공부를 잘한다. 반대로 자매 관계에서는 언니가 공부를 잘하면 동생도 공부를 잘한다. 즉, 형제관계는 부모가 형 위주로 공부를 시키면 동생은 형이 가지지 않은 능력을 찾아 승부를 보고, 자매관계는 언니만 잘 가르쳐 놓으면 동생이 언니의 학습 태도를 그대로 모방하여 따라가는 것이다. 부모는 이러한 특성을 이해해 둘 사이의 가교 역할을 적절히 해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른 성별 형태를 갖고 있는 경우에는 첫째 중심으로 교육을 시키는 것이 좋다. 특히 K씨 사례처럼 오빠와 여동생의 관계일 경우 더욱 오빠 중심 교육이 필요하다. 여동생들은 오빠의 일거수일투족을 엄마에게 보고하는 오빠 전용 CCTV로 오빠가 감추고 싶은 부분을 콕콕 집어내고, 오빠가 자신보다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무시하고 깔보는 경향이 있다. 

만약 학습적인 부분에서도 오빠가 부족하거나 가정에서 공개적으로 오빠를 혼낸다면 오빠는 의기소침해지고, 냉소적이 되며, 엇나갈 가능성이 높으므로 오빠 중심 교육을 펼치는 것이 좋다. 반면 누나와 남동생 관계는 수평적인 관계로 자매 같은 남매의 모습을 보인다. 즉, 누나를 잘 키워놓으면 동생도 그대로 따라오게 되므로 엄마는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훈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모가 자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아이의 적성, 기질, 성향, 출생순위별 권력관계와 특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너는 왜 이러니? OO이는 잘하는데’라고 타박하고 전교 1등 친구의 공부법을 강요한다. 생각해보라. 지금까지 아이의 학업성적이 나의 정서를 치유하지는 않았는지. 현실은 간과한 채 허상 속의 ‘엄친아’를 쫓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부모는 어떤 출생 형태든지 아이가 주체가 돼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출생순위별 특성과 아이의 기본 성향을 고려한 학습 및 진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자녀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어렵다면 심리 검사를 진행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 눈앞의 자녀에 맞는 공부법과 보완점을 연구할 때 아이는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외모가 다르듯 모든 아이의 성격과 접근 법도 달라져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2. [프레시안]심장마비, 인공호흡 말고 가슴 압박만 하세요! 
심장은 산소가 녹아 있는 혈액을 온몸으로 내뿜어주는 펌프 같은 역할을 한다. 심장이 멈추면 산소의 공급도 멈추고, 인간의 생명은 산소 없이 5분 이상 유지될 수 없다. 이처럼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심장이 정지되었을 때 시행하는 응급 처치가 '심폐 소생술'이다.

일반인을 위한 심폐 소생술 가이드라인

흔히들 심폐 소생술이라 하면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응급 처치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외부에서 심장을 압축시켜 강제로 혈액을 순환시키는 처치이다. 가슴 압박으로 발생되는, 정상의 4분의 1에서 3분의 1에 불과한 혈액 순환만으로도 뇌의 손상을 지연시키고 심장이 다시 뛰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심장마비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심폐 소생술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각국이 이를 위한 교육이나 홍보 등 여러 노력을 진행하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가이드라인 제정이다. 전문가들이 표준화된 심폐 소생술 시행 방법을 결정하고, 이를 일선 현장에 권장해 심폐 소생술의 질적 향상을 도모한다.

유사한 노력이 국내에서도 진행 중이다. 대한심폐소생협회(KACPR)가 국내 실정에 맞는 심폐 소생술 가이드라인을 지난 2006년 제정했고 이후 5년 주기로 개정하고 있다. 올해도 대한심폐소생협회는 새로운 '심폐 소생술 가이드라인(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다.

우선 심장 질환에 대한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기존의 가이드라인에서는 의학적 치료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했었다. 지난 십수 년간 국내 심장마비 환자의 생존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심장마비 환자 중 심폐 소생술을 통해 생존하는 절대적인 비율은 여전히 낮다.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을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심장마비의 발생 자체를 예방하는 일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이러한 내용이 적극 반영되었다.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면 바로 119로 신고하세요

새로운 가이드라인에선 신속한 119 신고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기존에는 쓰러진 사람의 반응과 호흡을 확인 후 119에 신고할 것을 권장하였다. 하지만 일반인 입장에서 호흡을 관찰하고 이상 유무를 판단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행위이다. 그 결과 심장마비 상황에 대한 인지가 늦어져 가슴 압박이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면, 어깨를 두드리면서 "괜찮으세요?"라고 소리치고, 이에 반응이 없다면 호흡 확인 과정 없이 바로 119에 신고하라고 권고한다.

나이에 관계없이 119에 먼저 전화 신고를 권고한 점도 변화이다. 기존에는 소아에게 발생한 심장마비의 경우 2분간 심폐 소생술을 먼저 시행한 다음에 응급 의료에 신고하도록 권고하였다. 이는 소아의 심장마비는 성인과 달리 숨을 쉬지 못하여 발생한 심장마비가 가장 흔하므로, 신속한 인공호흡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의학적 근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반인에게 소아의 경우 성인과 다르게 심폐 소생술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개념을 교육하기 매우 어렵다. 이제는 거의 모든 국민이 휴대폰을 보유하고 있어 즉시 신고도 가능하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소아 역시 성인과 동일하게 신속한 119 신고를 우선하도록 권장한다.

119에서 신고를 받는 응급 의료 전화 상담원(Dispatcher)의 역할도 강조되었다. 응급 의료 전화 상담원은 심장마비 환자의 초기 응급 처치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구성원으로, 심장마비 환자와 신고자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응급 의료 전화 상담원은 신고자를 통해서 환자의 의식과 호흡 양상을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심장마비 상태 여부를 판단한다. 이 과정에서 심장마비 상태로 판단될 경우 신고자에게 '전화 도움 심폐 소생술'을 지도하여 119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심폐 소생술을 시행하도록 권고한다.

인공호흡 없이 가슴 압박만 시행하도록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가슴 압박만을 시행하는 '가슴 압박 소생술(hands-onlyCPR)'을 제안한 점이다. 최근 연구들은 심장마비 시간이 길지 않을 경우 가슴 압박만을 시행한 경우와 인공호흡과 가슴 압박을 동시에 시행한 경우에 생존율의 차이가 없다고 보고한다.

또한 일반인은 심폐 소생술 교육을 받은 후에도 인공호흡을 정확히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인공호흡하기를 꺼려해 아예 심폐 소생술을 시도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에 비해서 '가슴 압박 소생술'은 인공호흡을 하지 않기에 일반인도 쉽게 시행할 수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일반인 구조자의 경우 기존의 심폐 소생술 대신 '가슴 압박 소생술'을 시행하도록 권고한다.

정리하면, 새로운 가이드라인은 적용 가능성에 중점을 두었다. 높은 휴대폰 보급률을 바탕으로 신속한 119 신고의 중요성과 119 응급 의료 전화 상담원의 역할을 강조하고, 소아의 경우도 성인과 동일하게 '119 신고 우선'을 적용했다. 또한 일반인이 어려움을 느낄 수 있는 호흡 확인이나 인공호흡은 과감하게 생략하였다.

사실, 심폐 소생술 가이드라인은 적용 가능성이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가이드라인은 다른 국가의 심폐 소생술 가이드라인에 비하여 완성도가 높아 보인다. 국내의 여러 사회적 요인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제정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수 년 동안 정체 상태인 심장마비 환자의 생존율이 다시 오르기 기대한다.

언제 119에 신고해야 하는 걸까?

응급 의료체계 전반에서 사용되는 가이드라인은 심폐 소생술 한 가지만 있을까? 심폐 소생술 가이드라인만이 대중에게 알려져 있지만, 신속하고 표준화된 처치를 중시하고, 일반인의 직간접적 참여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응급 의료 체계의 특성상 여러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 국내에서도 표준 지침, 운영 지침, 업무 지침 등 수많은 '지침'이 이미 공표되어 응급 의료 체계 전반에서 사용 중이다. 지침의 수가 너무도 많아서 관련 종사자들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이런 지침들은 적용 대상이 의료인만으로 한정되어 있고, 내용도 전문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일반인 입장에서 응급 의료 체계를 어떻게 이용할지, 어떤 방식으로 응급 의료 체계에 참여할지, 그 어떤 가이드라인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의 부재는 응급 의료 체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대표적인 예로 119 신고 과정을 보자. 119 신고는 응급 의료 체계를 최초로 활성화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적절한 신고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전체 응급 의료 체계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 119에 신고를 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시민의 대다수가 막연하게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119에 신고하면 된다고 알고 있을 뿐이다. 관련 규정을 뒤져봐도, '응급 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있는 '응급 환자는 십 수 가지의 응급 증상이 있는 자를 말한다.'라는 언급이 전부다.

그 결과 119 신고의 기준이 개인마다 다르게 되었다. 극심한 가슴 통증이나 의식 저하 등의 이유로 119 구급대를 요청하는 경우가 다수이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단순 감기 증상을 이유로 병원 이송을 요청하는 사람도 있고, 술에 취한 일행을 무조건 병원에 데리고 가자는 사람도 있다.

기준이 없는 것은 개인만이 아니다. 구금자의 찰과상 소독을 위해서 매번 119 구급대를 요청하는 경찰서도 있고, 입소자의 외래 진료를 위해서 매달 이송을 요청하는 요양시설도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119 구급대가 이를 제한할 수단은 거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단순 약 처방이나 입원 대기 등 응급실 본연의 목적과 상관없이 응급실을 찾는 사람들, 질병의 위중한 정도와 상관없이 대학병원 응급실로만 몰리는 환자들 등 적절한 가이드라인의 부재가 전체 응급 의료 체계의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이런 환경에서는 응급 의료 서비스의 표준화나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도 없고, 그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국민들의 몫이다. 

변화한 응급 의료 체계에 맞는 가이드라인 필요

응급 의료 체계는 국민의 건강 및 안전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일종의 사회복지 체계이다. 효과적인 전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일반인, 119 구급대, 의료 기관 등 각 주체별 조건에 맞게 서비스의 종류를 설계해야 한다. 윤리, 문화, 교육수준, 법, 의료 환경 등 각종 사회적 요건도 고려되어야 한다. 응급 의료 체계 운영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국내 응급 의료 체계는 괄목할 만하게 성장하였다. 1980년대 중반 서울에서 첫 선을 보였던 119 구급대가 이제는 전국 어디서든 당연히 있어야 할 존재가 되었다. 몇몇 병원에서 수련의(인턴) 중심으로 운영되던 응급실이 지금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항시 근무하는 41개의 권역 응급 의료 센터와 101개의 지역 응급 의료 센터로 변모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양적 성장만으로는 부족하다. 변화된 응급 의료 체계에 조응하는 체계적인 가이드라인 제정이 필요하다.



3. [서울신문][문화마당] 슬픔의 최대치/최진영 소설가
적당한 불안과 슬픔, 우울은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다. 고요한 우울에 담겨 과거와 현재를 찬찬히 되짚으며 남루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때로 우리는 불안과 공포 때문에 치명적인 위험을 피하기도 한다. 슬픔이란 감정은 정말 중요한데, 슬픔은 나와 타인을 정서적으로 연결해 주는 마법 같은 힘을 가졌다. 당신의 슬픔이 나를 아프게 한다는 것, 나의 슬픔이 당신의 바쁜 발길을 돌린다는 것. 슬픈 영화와 음악에 위로받는 많은 사람을 생각해 보라. 슬픔에 대한 공감이 없는 사회는 온기 없는 폐허와 같다.

인종과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여러 고전 역시 인간의 고독과 고통, 슬픔과 상실을 주로 다룬다. 나는 낮고 고요하며 그늘진 감정을 아끼고 내가 그런 감정을 가진 인간인 것에 감사한다.

기쁨과 환희처럼 우울과 슬픔도 무척 맑고 순수한 감정이라는 것을 알고, 그것이 지닌 태양 같은 에너지에 경외감을 느끼며, 그로 인해 타인과 세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믿는다.

슬픔과 고통을 생각하듯 어릴 때부터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좋고 나쁨의 구분 없이 죽음 자체에 대해. 현실이 불행해 죽음을 떠올린다고 짐작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평온하고 만족스러울 때도, 소중한 사람과 즐겁게 지낼 때도 내 안에는 폐나 신장 같은 장기(臟器)처럼 죽음에 대한 생각이 들러붙어 있었다.

죽음을 생각하는 내 본심이 실은 ‘살고 싶지 않다’가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이는 ‘죽고 싶지 않다’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말이다. 그 두 마음은 각자의 중력과 속도를 가진 채 충돌하지도 멀어지지도 않으며 나의 붕괴를 막았다. 그리고 몇 해 전 나는 그 두 마음보다 더 큰 질량을 가진 본심이 있어 ‘살고 싶지 않다’와 ‘죽고 싶지 않다’가 그것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음을 알게 됐는데, 그것은 바로 ‘상실의 공포’다.

내가 사라지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라, 타인이 사라지는 게 두려운 것.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죽어 없어지는 것에 대한 공포. 나는 과연 그런 현실을 의연히 감당해 낼 수 있을까.

오랫동안 생각해 봤지만, 아직 자신이 없다. 오랫동안 생각해 왔기에 내게는 탄생도 죽음도 전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미리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해서 두려움과 슬픔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 순간의 감정은 언제나 최대치일 테니까.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304명, 304명보다 훨씬 더 많은 희생자의 가족들과 친구들이 겪고 있을 고통과 슬픔을 매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들의 슬픔은 최대치다. 피할 수 있었던 죽음이기에 더욱 그렇다. 구할 수 있었고 살릴 수 있었다는 걸 알게 됐는데, 왜 구하지 않았는지 모르고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현실을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견디고 있을까.

이제 곧 5월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과 성년의 날이 있는 5월. 그들의 자녀, 그들의 부모, 그들의 스승, 살아 있었다면 올해 성인이 됐을 많은 아이들. 진상을 밝히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유가족의 슬픔과 고통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 알게 될 때까지, 책임을 묻고 온전히 슬퍼하며 애도할 수 있을 때까지 보다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공감하며 함께해 주길.



4. [서울신문][길섶에서] 어느 날 점심/서동철 논설위원
점심 약속이 없을 때는 굳이 같이 밥 먹을 사람을 찾지 않는다. 오히려 신경 쓰지 않고 호젓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다. 오늘은 점심 메뉴로 세운상가 근처의 칼국수집을 떠올렸다. 주변의 작은 전자부품 가게 주인인 듯 혼자 오는 사람이 적지 않다. 몇 년 전 처음 갔을 때는 3500원이었는데, 그사이 4500원으로 오르기는 했다. 그래도 밥을 사겠다고 누굴 데려가기는 좀 민망하다.

다음에는 나름대로 ‘문화생활’을 하는 거다. 조계사 경내에 있는 불교중앙박물관으로 간다. 뜰에서는 소풍 나온 유치원생들이 돗자리를 펴고 앉아 김밥을 먹고 있다. 귀여운 것들…. 대웅전의 부처님도 흐뭇하시겠구나 싶다.

박물관에서는 옛 비석의 탑본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입구의 보령 성주사터 낭혜화상탑비부터 인상적이다. 최치원이 썼다는 비문의 한 대목은 이렇다. ‘대사는 장년부터 노년까지 스스로 낮추는 것을 기본으로 삼았다. … 집을 짓거나 고칠 때도 뭇 사람보다 앞장서서 노역했다. … 식수를 길어 나르거나 섶나무를 지는 일도 더러 몸소 하였다.’ 소박하게 묘사할수록 훌륭한 분이라는 믿음을 깊게 하는 매력 있는 글이다. 회사로 돌아오는데 괜히 웃음이 났다.



5. [서울신문][손성진 칼럼] 행복지수의 상승곡선을 보고 싶다
도대체 사는 목적이 무엇이냐는 철학적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은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뜬금없이 이런 논제를 꺼내는 이유는 한국의 행복지수가 늘 세계 중하위권이고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달 발표된 유엔의 행복지수 조사에서 한국은 150여개국 중 58위였다. 전년보다 11계단이나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는 27위다. 영국 기관의 조사에서는 우리가 100위권 밖이다.

우리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성적을 제일 중요시한다. 마찬가지로 “돈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돈을 인생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국가의 위치, 국민의 수준을 나타내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는 국내총생산(GDP), 국민총소득(GNI)과 같은 계량하기 쉬운 경제적, 물질적 지표들이긴 하다. 결국 돈인 셈이다.

그러나 경제적, 물질적으로 풍요롭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다. 풍요로운 국가의 행복지수가 낮고 빈곤한 나라의 행복지수가 높은 예는 얼마든지 있다. 잘 알다시피 1인당 GDP가 세계 120위인 부탄의 행복지수 순위는 그보다 훨씬 높다. 사람, 즉 국민이 추구하는 가치가 부귀영화를 넘어 행복이라고 인정한다면 우리의 정책 당국자들은 세계 바닥권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행복지수 문제를 가벼이 보아서는 안 된다. 1인당 GDP가 세계 28위인 한국이 왜 행복지수는 그보다 훨씬 낮은지 원인을 따지고 해결책을 찾아봐야 하는 것이다.

먼저 해야할 일은 역으로 행복지수 지표를 분석하는 일이다. 국민의 91%가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부탄은 1972년부터 ‘국민행복지수’(GNH·GrossNational Happiness)를 기준으로 삼아 통치하고 있다. 그 지표는 삶의 수준, 건강, 교육, 문화 다양성과 회복력, 생태적 다양성, 공동체 활력, 시간 활용, 바른 정치, 심리적 웰빙 등 9개 분야로 나뉘어 관리된다. 유엔 ‘행복보고서’의 6개 지표는 GDP, 건강수명, 사회적 지원, 사회적 신뢰, 선택의 자유, 관대함이다. OECD는 주거환경, 소득, 일자리, 공동체 생활, 교육, 환경, 정치참여, 건강, 삶의 만족도, 치안, 일과 삶의 균형 등 11개 항목이다.

정책 입안자들은 이런 지표들 중에서 특히 우리가 나쁜 점수를 받는 세부적인 지표들을 골라내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대다수 분야에는 이미 방점이 찍혀 주요 정책으로 다루고 있긴 하다. 청년 실업, 노인 빈곤, 부의 양극화, 미흡한 복지체계 등이다.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게 하고 행복지수를 떨어뜨리는 근본 원인들이다. 물론 낮은 수준의 정치도 빼놓을 수 없다. 그 밖에 공동체 생활이나 주거환경, 생태 보존 등도 정부나 지자체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관점을 바꾸어 궁극적으로 보면 개인의 행복을 국가가 정책적 노력을 통해 100% 보장해 줄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마음가짐과 사회 분위기다. 행복은 상대적인 것이다. 같은 월급 200만원을 받아도 어떤 사람은 즐거워하고 어떤 사람은 적다고 불평할 수 있다. 이임영 시인은 이렇게 풀이한다. “의식주의 해결과 아픈 곳이 없다면 그건 절대적 행복이다. 삶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행하다고 느끼는 건 상대적 행복의 결여 때문이다.” 불행은 현실이 그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때 소유욕 충족의 부재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욕심이 불행을 부른다면 행복을 부르는건 희망이다. 지금보다 훨씬 가난했던 1970년대에는 잘 몰라도 행복지수가 지금보다 높았을 것이다. 앞으로 더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었다. 가난해도 희망이 있으면 행복한 것이고 풍족해도 절망을 느끼면 불행하다.

청년이나 노인이나 우리 국민성의 나쁜 점은 너무 쉽게 비관하고 절망하고 포기한다는 것이다. 취업과 결혼을 포기하지 않도록 정부도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개인도 스스로 삶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 사회는 국가, 정부가 못 하는 일을 대신 맡아 주어야 한다. 셋이 삼위일체가 돼 희망을 잃지 않고 애쓴다면 우리의 행복지수는 상승곡선을 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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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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