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1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황교안 총리가 미세먼지 대책 책임져야
미세먼지가 연일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도 정부는 부처 간 영역 다툼으로 허송하는 모습이다. 환경부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관련부처들 사이의 기본입장 차이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 국무조정실을 둔 것인데 도대체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워낙 해법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는 게 아니다. 물밑에서 서로 해결책을 찾아 나가고 있을 것이라는 점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지난 주로 예정됐던 관계부처 차관회의가 연기되고는 다음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니, 이런 난맥상이 따로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세먼지가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며 특단의 대책 마련을 누차 지시했는데도 꿩 구워 먹은 소식이라면 내각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현재 가장 큰 쟁점은 경유값을 올리거나 경유차에 대한 환경개선부담금을 부활할 것이냐 하는 문제로 좁혀지고 있다. 경유차가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휘발유차에서도 만만치 않은 미세먼지가 배출된다는 분석을 가볍게 넘길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정부가 과거 수년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다는 차원에서 경유차를 장려했던 실책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가 그동안 경유차 소유주로부터 거둔 환경부담금 가운데 정작 대기 질 개선에 사용한 금액이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정책 선택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따지고 보면 자업자득인 셈이다. 화력발전소 문제도 전력 공급을 계속 확대해야 하는 필요성에 비춰본다면 쉽사리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여기에 소비자 단체나 환경단체들까지 가세해 저마다 목소리를 높여가는 중이다.
결국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한 다음 절충점을 찾아나갈 필요가 있다.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이 최대 당면 과제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차량 소유자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떠넘겨서는 정책이 성공하기 어렵다. 석탄발전을 줄이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각 부처의 입장을 떠나 국민 건강과 경제를 두루 살피는 안목이 요구된다.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부처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황교안 국무총리가 자리를 걸고라도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2. 국방부최전방으로 보내야 할까
각종 비리와 사건으로 바람 잘 날 없는 국방부가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이번엔 근무 태도가 불량한 군의관들을 격·오지로 좌천시키겠다는 구상 때문이다. 국방부 인사관리 훈령에 진료 중 친절하지 않거나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되는 등 불성실한 군의관들을 비(非)선호 근무지로 보내는 조항이 신설됐다고 한다. 이들에게 진료를 받게 될 해당 지역 장병들의 사기를 감안한다면 구설수 차원을 넘어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그동안 일부 군의관의 불성실한 진료 및 근무태도는 끊임없는 민원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계급이 자기보다 낮은 것을 핑계 삼아 환자가 아닌 부하로 거칠게 다루거나 의무병에게 주사와 조제를 맡겨 잦은 의료사고를 빚기도 했다. 엉터리 진료와 처방으로 목숨을 잃거나 장애를 떠안은 사례도 수두룩하다. 특히 제대가 가까운 말년 군의관들의 기강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불량 군의관을 손보겠다는데 누가 뭐래겠는가.
다만 방법이 문제다. 비선호 지역이란 교통이 불편하고 편의시설이 열악한 최전방 일반전초(GOP)나 서북 도서 등의 격·오지를 가리킨다. 불량 군의관을 골라내 최전방 장병들의 치료를 맡기겠다니 도대체 제정신인지 모르겠다. 앞으로 최전방에 배치됐다가 억울하게 덩달아 ‘불량 군인’ 딱지라도 붙으면 그 후유증을 어떻게 감당할 텐가. 이런 조치는 우수 병력의 최전방 지원을 유도한다며 봉급·휴가·부식·보급 등을 우대하는 ‘최전방 수호병제’를 2014년 말 도입한 국방부의 기존 정책과도 정면 배치된다.
격·오지 근무 장병들을 위로하고 우대하지는 못할망정 그들의 사기를 땅바닥에 떨어뜨리는 제도를 다른 곳도 아닌 국방부에서 시행하려는 발상은 충격적이다. 국방의 총본산에서 이런 한심한 발상이나 하고 있으니 우리 군에서 매국 행위나 마찬가지인 방산 비리와 병영 폭력을 비롯한 인권 침해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격·오지 근무가 벌이라면 국방부 수뇌부가 가장 먼저 받아야 한다는 항간의 비아냥을 가벼이 흘려들어선 안 되는 이유다.
군의관이든 누구든 불성실이 드러나면 영창에 집어넣든지 불명예 제대를 시키는 게 방법이다. 기존 방법으로도 군의 기강은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다.
[서울신문]
3. '원 구성 안 되면 세비 반납하겠다'는 약속 지켜라
20대 국회 개원을 위한 여야 협상이 힘겨루기만 반복하면서 좀체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장 및 주요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여야 3당의 셈법이 제각각이어서 또다시 원 구성이 법정 시한을 넘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법정 시한 내 원 구성에 합의한 바 있지만 허언(虛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여야는 7일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단을 선출하고, 9일 또다시 본회의를 개최해 18개 상임위원회를 구성함으로써 원 구성을 마쳐야 한다.
임기가 이미 그제부터 시작됐으니 의원들의 세비는 꼬박꼬박 쌓여 가고 있을 것이다. 임기 개시와 원 구성 시한의 불일치도 비합리적이지만 원 구성을 하지 못해 사실상 아무 일도 하지 않는데 세비를 타 간다는 것은 더더욱 용납할 수 없다. 이런 여론을 의식해 여야 3당 지도부 모두 총선 직후 ‘20대 국회 원 구성을 마칠 때까지 세비를 받지 않겠다’거나 ‘원 구성이 안 되면 세비를 반납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는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법정 시한 내 원 구성을 마치겠다는 굳은 다짐이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협상에 속도를 내 제때 원 구성을 마쳐야 할 것이다.
현재 여야 3당은 국회의장과 운영위원장·법사위원장·예산결산특위위원장의 배분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원내 2당이 된 새누리당은 원내 1당인 더민주에 국회의장을 양보하겠다던 입장을 바꿨다. 더민주는 국회의장은 물론 3개 핵심 상임위 중 최소한 하나의 위원장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원내 1, 2당이 나눠 갖는 게 합당하다던 입장에서 야당이 두 자리를 모두 가져야 한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각 당 나름대로 핵심 상임위 확보의 명분과 속셈이 있겠지만 국민 눈에는 그저 밥그릇 싸움, 감투 전쟁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자리다툼에 연연하느라 원 구성이 늦어진다면 그만큼 국정 공백기는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실업대책, 북핵 위기, 옥시 사태 등 지금 국가적으로 시급한 현안들이 얼마나 많은가. 원 구성을 못해 이 모든 현안들을 내팽개친다면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었던 19대 국회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일하는 국회’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스스로 그 다짐을 실천하려는 굳은 의지를 가져야만 한다. 원 구성부터 제때 해야 한다. 국민은 여야의 세비 반납 약속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4. IMD 국가경쟁력 추락시킨 후진적 경영관행
국가 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국가 경쟁력 순위는 61개 주요 국가 중 29위다. 지난해 25위에서 4계단이나 떨어졌다. IMD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후진적인 경영 관행을 지목했다. 대기업 오너의 갑질이나 소비자 안전을 도외시하는 경영자의 윤리 실종이 이 같은 결과를 낳은 것이다. 우리 경제가 어려움에 빠진 첫째 원인은 물론 세계 경제의 침체다. 그러나 이런 후진적 경영 관행이 기업의 경쟁력,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경제를 살리려면 맨 먼저 잘못된 경영 관행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였다.
IMD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은 2014년 이후 급락 추세다. 2011~2013년 3년 연속 22위 자리를 지켰으나 2014년 26위, 올해 29위로 떨어졌다. 순위를 매기기 위한 4대 평가항목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게 낮은 것이 기업 효율성이었다. 지난해 37위에서 올해 48위로 낮아졌다. 국가 경쟁력을 좀먹은 가장 큰 원인이 기업이란 의미다. 특히 세부 항목 중 경영 관행이 61위로 꼴찌다. 노동시장도 51위로 상당히 낮다. 금융이나 생산성이 30위권으로 중간지대에 자리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경영 관행을 다시 항목별로 보면 기업 윤리실천(58위)과 경영자의 사회적 책임(60위), 건강·안전 등에의 관심도(56위)는 거의 바닥 수준이다. 지난해 이후 잇단 기업 오너들의 갑질 행태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에서 보듯 기업윤리 실종이 가장 크게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IMD 국가경쟁력 지수는 설문조사 비중이 높아 조사 당시 사회·경제적 상황과 분위기에 많이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지난 수년간 국민들은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을 비롯해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과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의 수행 기사에 대한 폭행, 폭언 등 재벌가 후손들의 갑질을 눈으로 확인했다. 이들은 대기업 오너이면서도 사회적 책임의식, 도덕성은 갖추지 못했다. 회사 직원들을 노예 부리듯이 대하는 관행은 자기 회사는 물론 국가 경제 발전에도 걸림돌일 뿐이다.
국가 경쟁력 추락은 또한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분명히 보여 준다. 건강·안전에 대한 관심도 항목에서 거의 꼴찌(60위)를 기록한 것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 말고는 설명이 안 된다. 독성실험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은 살균제를 썼다가 수백 명이 사망한 황당한 사태를 외국 전문가들은 과연 어떻게 볼까. 사고 후에도 책임 회피에 급급한 기업들의 뻔뻔함, 이런 사태를 사실상 방치한 정부의 무책임은 하나같이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좀벌레와 다를 게 없다.
추락한 국가 경쟁력을 되살리려면 결국 낙제점을 받은 기업 경영 관행을 고치는 게 급선무다. 기업인들이 고객 만족도와 기업윤리 실천, 소비자 안전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기업은 오너의 소유물이기 이전에 사회와 국가, 종업원들을 위해 존재한다. 기업인들은 다 잊어도 이것만은 기억해야 한다.
5. 허술한 우범자 관리가 '수락산 살인' 불렀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묻지마 범죄’ 때문에 시민들의 불안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최근 발생한 서울 노원구 수락산 등산객 살인 사건이 대표적이다. 피의자 김모씨는 피해자인 60대 여성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김씨는 “산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을 죽이겠다”는 생각으로 흉기를 갖고 밤 10시쯤 수락산에 올라 범행을 저질렀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분노가 살인으로 이어진 전형적인 묻지마 범죄인 것이다.
비슷한 사건인 ‘강남역 살인 사건’에도 많은 국민이 공분했다. 최근엔 부산에서도 길을 가던 여성 2명이 도심 큰길 가에서 아무 이유 없이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극심한 경쟁과 빈부격차 등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개인의 분노를 불특정 다수에게 표출하는 흉포한 범죄에 해당한다. 신체적 방어 능력이 떨어지는 여성을 포함한 대다수 시민은 묻지마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하지만 수락산 등산객 살인은 정신적 질환과 연관된 강남역 살인 등과 달리 경찰의 우범자 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사건이다. 피의자 김씨는 강도살인죄로 대구교도소에서 15년간 복역하고 올 1월 출소했지만 4개월간 경찰의 우범자 관리 대상에서 누락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살인, 강도, 절도 등으로 3년 이상 형을 받은 사람 중 재범의 우려가 있는 사람은 관리대상 우범자로 등록되며 3개월에 1번 이상 첩보를 수집해 보고해야 한다. 전국에는 4만여명의 우범자가 있지만 이 중 10%가량은 김씨처럼 소재지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경찰의 해명처럼 출소 당시 소재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법적 근거도 없이 위치 추적이나 통신수사 등 실질적인 소재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인권 침해 소지를 최소화하면서 우범자 관리에 대한 법적·제도적 뒷받침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성인에게도 소년범에게 적용하는 것처럼 출소 단계에서 보호관찰 처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불특정 다수에게 현실의 분노를 표출하는 범죄자들 역시 경제적 불안감과 사회적 유대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다고 한다. 장기적으로 이들이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공동체와의 유대관계를 지속시키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사전에 범죄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
[동아일보]
6. 日정부 손들어준 위안부재단 위원장의 “치유금” 발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화해·치유 재단(가칭) 설립준비위원회 김태현 위원장이 어제 일본 정부가 출연할 10억 엔(약 107억 원)의 성격에 대해 “치유금이지 배상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했고,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명예를 존중해 주겠다고 하는 차원에서 출연되는 것이기 때문에 배상금으로 보기는 어렵다”라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지난해 12월 한일 합의에서 재단에 출연할 일본 정부 기금이 ‘사실상의 배상금’이라고 해석한 외교부 방침과 다르다. 합의 이행의 첫발인 위안부 지원 재단 설립부터 정부와 민간이 엇박자를 낸 것이다.
한일 위안부 협상 합의문에는 한국이 요구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그 대신 한일 양국은 위안부에 대해 ‘(일본)군의 관여를 인정’하고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는 표현에서 합의해 일본 측이 유리하게 해석할 소지를 남겼다. 이 같은 합의문을 발표하며 일본은 위안부 상처 치유를 위해 한국 정부가 설립한 재단에 일본 정부 예산 10억 엔을 출연한다고 밝혔다.
당시에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은 “(법적) 배상은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외교부는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책임을 표명하고 내각총리대신 명의의 사죄와 반성을 표명한, 사실상 배상 조치”라고 반박했지만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협상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차원에서 출연되기 때문에 치유금’이라는 김 위원장의 논리는 사실상 일본 입장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재단 운영 책임자가 일본 정부에 동의하는 입장이니 피해자들을 설득할 적임자인지 의문이다. 한일 양국이 첨예하게 다툰 기금의 성격조차 모른 채 위원장을 맡았다는 건가.
김 위원장은 회견 도중 외교부 당국자와 이야기를 나눈 뒤 “배상금이 아니라는 부분에 여러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는 여지는 남기겠다”며 발언을 정정했다. 그 뒤 방송 인터뷰에서는 출연금의 성격을 일본 정부의 입장과 우리 정부의 입장을 조정해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도 논란거리다. 첫걸음부터 삐걱거리는 위안부 지원 재단이 상처받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다시 아픔을 주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7. 北 김정은 특사 맞는 中, 북핵 개발 시간 벌어줄 참인가
북한의 외무상을 지낸 이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어제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 올 1월 4차 핵실험 이후 중국을 찾은 북의 최고위직이다. 최고지도자의 신임이 두터워 김정은 특사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해 김정은 방중(訪中)을 논의할 수도 있다. 북은 이수용 방중 직전인 어제 오전 강원 원산에서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를 시도했으나 이동발사대에서 폭발해 실패했다. 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더라도 핵과 미사일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준 셈이다.
북의 핵실험과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를 막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3월 2일 역대 가장 강력한 대북(對北) 제재 결의 2270호를 채택했다. 그로부터 3개월이 되는 2일까지 유엔 회원국들은 이행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와 별도로 미국 일본 유럽연합(EU)도 독자 제재에 나섰다. 북이 최근 군사당국 회담을 하자며 파상적인 대남(對南) 평화 공세를 벌인 데 이어 중국과의 대화에 나선 것은 국제사회의 제재가 점점 조여 오고 있지만 중국의 제재가 관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수용의 방중은 2013년 2월 3차 핵실험으로 유엔의 대북 제재가 발효되고 3개월 뒤 최룡해 당시 군 총정치국장이 특사로 중국을 방문한 것을 연상시킨다. 최룡해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6자회담 재개 등을 통한 문제해결 의사를 밝힌 뒤 중국의 대북 제재는 완화됐으나 이후 달라진 건 없다. 북은 휴전선 목함 지뢰 도발에 이어 4차 핵실험까지 하며 핵 능력만 고도화했다. 이번에도 한반도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정 논의의 병행을 주장하는 북-중 양국은 다시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처럼 핵개발에 필요한 시간만 벌어주는 협상 전술에 또다시 속아서는 안 된다.
어제 실패한 북의 무수단 미사일은 사거리가 3000∼4000km로 핵탄두를 탑재해 괌의 미군기지까지 공격할 수 있다. 북이 이수용의 방중에 맞춰 이를 쏘려고 한 것이 무슨 의미인지 중국이 모를 리 없다. 중국은 과거보다는 적극적으로 유엔 제재를 이행한다고 하지만 북이 붕괴하거나 북 주민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는 밀어붙이진 않는다. 북이 좀 더 버티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란 망상을 떨치지 못하는 것도 그런 중국을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이수용 방중은 중국이 과연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고, 그 책임을 다하는지를 국제사회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차제에 이수용이 핵 포기 외엔 살 길이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김정은에게 보고하도록 만들어야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도 중국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매일경제]
8. 금융위기 때 수준으로 떨어진 제조업 가동률
지난 4월 우리나라 전체 산업생산은 한 달 전보다 0.8% 줄었다. 석 달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광공업 생산은 지난 2월에만 반짝 회복세를 보였을 뿐 줄곧 감소세다. 서비스업 생산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경기 회복을 이끌어가기에는 역부족이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건 수출 부진으로 놀고 있는 공장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69%) 이후 7년1개월 만에 최저다.
제조업 가동률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일시적으로 60%대 초반까지 급락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원화값이 떨어지고 수출이 살아나면서 V자형 회복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주요 수출 시장 가운데 나 홀로 성장하고 있는 미국을 빼면 우리가 믿을 곳이 거의 없다. 그러므로 2011년 초 고점(82%)을 찍은 후 5년째 내리막을 걷고 있는 제조업 가동률이 금세 회복세를 탈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
4월 생산 감소와 가동률 하락에는 조선과 자동차 업종이 큰 몫을 차지했다. 국내 제조업체들은 지금도 평균적으로 생산 능력의 29%를 놀리고 있다. 수출 주력 업종 구조조정이 더딜수록 가동률은 형편없이 더 떨어질 수 있다. 그럴수록 단순히 부실기업의 연명을 위한 응급처방이 아니라 유휴설비와 인력을 과감히 줄이고 새로운 성장산업에 자원을 몰아주는 산업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수출 제조업의 썩은 살을 도려내고 새살이 돋게 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나타날 충격을 줄이려면 내수 서비스산업을 최대한 활성화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내수 서비스업 위주의 성장은 생산유발효과나 장기적인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 뚜렷한 한계가 있다.
2000년대 들어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제조업 구조조정을 소홀히 한 채 건설과 부동산에 집중적으로 자원을 몰아준 것은 잘못이었다. 정부와 금융권은 우리나라 주력 제조업이 총체적인 위기를 맞았다고 보고 그에 걸맞게 비상한 대응 전략을 보여줘야 한다.
[부산일보]
9. 병원 적자인데 '배당 잔치' 이사장 일가 부끄럽지 않나
백병원은 국내 최초의 민립 공익병원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인술제세'라는 이념 아래 설립된 백병원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현재 부산, 해운대, 서울 등 5개 규모로 커졌다.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인제대학교와 국내 최대 규모의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백병원의 외적 성장에 대한 시민들의 놀라움은 병원 비리가 낱낱이 밝혀지면서 실망과 분노로 변해 버렸다. 검찰의 수사 결과는 한마디로 '비리 백화점'으로 요약된다.
이 중 '간납업체'를 통한 백 모 전 이사장의 배당금 잔치는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백 전 이사장은 물품 구매를 독점하는 대행업체(일명 간납업체) I사를 설립하고 대표 박 모(구속) 씨를 통해 7년간 10억 2천만 원을 상납 받고 I사 소유의 30억 원을 빼돌려 개인 용도로 쓴 혐의를 받고 있다. 더욱이 백 전 이사장이 직·간접 지배한 I사 등 간납업체 두 곳은 연간 1천200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백 전 이사장 일가는 100억여 원의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간 백병원들은 적자에 시달렸음을 감안하면 오너 일가의 행태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윗선이 회사 돈을 빼돌리는 데 정신을 파는 사이에 의사들은 거액의 리베이트에 빠져 있었다. 백 전 이사장의 친척인 병원 부원장은 직원 채용 면접 문제와 모범 답안을 빼돌려 자신의 딸을 합격시키는 데 사용했다. 3명을 뽑은 당시 공채에는 328명이 몰려 10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한다. 병원 측은 부원장의 딸을 당장 합격 취소시키고 차점자를 구해 줘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병원 간납업체를 통한 오너 일가의 배당금 잔치 및 공금 빼돌리기 문제가 심각함을 보여 준다. 다른 대형 병원에서도 이 같은 비리가 횡행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의약품 외에 의료기기와 치료재료 구매 업무를 대행하는 간납업체 설립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재 조건이 없는 게 사실이다. 의료기관 개설자나 개설자와 특수관계인은 간납업체를 설립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검찰은 나머지 병원들의 리베이트 비리도 발본색원하길 바란다.
10. 부산 해수욕장 개장, 성패는 교통 문제 해결에 달렸다
해운대, 송도, 송정해수욕장이 1일 개장에 들어감으로써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막 올랐다. 올해는 전국에서 총 306곳의 해수욕장이 문을 여는데, 2015년 우수 해수욕장으로 선정된 해운대를 비롯하여 광안리, 송도, 송정, 다대포, 일광, 임랑 등 부산의 해수욕장이 특히 주목 받고 있다. 지난해 해수욕객 수 4천515만 명을 돌파한 부산이 해양수산부가 올해 예상하는 '해수욕객 1억 명 시대'에 얼마나 기여할지 기대를 모으기 때문이다.
올해 부산 해수욕장의 성패는 교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수욕장 개장과 함께 해운대가 '교통지옥'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 만도 한 게 주말마다 해수욕장에서는 각종 공연과 행사가 진행되며, 특히 해운대해수욕장으로 가는 길목인 벡스코에서는 3일부터 12일까지 '2016 부산 국제모터쇼'가 열려 극심한 교통 체증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 센텀시티몰 이용객까지 감안하면 가위 교통대란이 우려될 지경이다.
'바다의 도시' 부산의 명예가 걸린 만큼 부산시와 경찰청, 기초지자체들은 해수욕철 교통 대란을 해소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함은 물론이다. 불법 주·정차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통해 차량 정체를 미리 방지하고 우회로 확보 등을 통해 차량 흐름을 원활히 하는 데 공을 들여야 한다. 충분한 주차공간을 확보해 두는 것도 중요한 교통정책의 하나가 아닐 수 없다. 인파와 차량의 분산을 적극 유도하는 행사 운영의 묘도 필요하다.
해운대해수욕장이 '명품 해수욕장'으로 가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 온 게 해수욕객의 원성을 사 온 교통 문제였다. 해운대구청이 내외국인 관광객 만족도를 조사한 '해수욕장 운영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교통·주차시설에 대한 만족도 평가에서 특히 불만족 비율이 해마다 크게 나왔다. 지난해의 경우 주차장 바가지요금과 주차난에 대한 불만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의 바다로 가는 길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한 해 해수욕장 장사의 성패가 달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서울신문][씨줄날줄] ‘진짜’ 천안 명물 호두과자/서동철 논설위원
호두는 이란·이라크와 터키,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같은 러시아 남부 지역이 원산지라고 한다. 흔히 페르시아 호두(Persian walnut)라 부르는 것은 일찍부터 페르시아 상인들에 의해 교역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리스를 거쳐 지중해 연안으로 재배가 확산되면서 영국 호두(English walnut)로도 불렸는데, 이 역시 영국이 무역을 주도한 결과라는 것이다.
호두는 일찌감치 중국에도 전해졌다.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제단에도 올렸다는 신성한 먹거리를 페르시아 상인들이 교역 대상으로 삼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호두가 중국에 전해졌다는 한나라(BC 202~AD 220) 시대에는 실크로드를 이용한 동서 교류가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출발지는 다르지만 인도 불교가 실크로드로 중국에 전해진 것도 한나라 시대다.
그런데 오늘날 세계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엉뚱하게 미국산 호두다. 미국 호두의 역사는 이 나라의 다른 역사와 마찬가지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8세기 중엽 프란체스코 수도회 수도사들이 유럽에서 호두를 가져간 것이 시초라고 한다. 19세기 중엽 지중해 연안과 기후 조건이 비슷한 캘리포니아에서 재배를 본격화하면서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의 호두 수확량은 57만 5000t이었다. 세계시장의 4분의3을 휩쓰는 엄청난 양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호두 생산량은 1122t 정도라고 한다. 반면 수요는 연간 1만 4000t에 이른다. 국산 호두 보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호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고려시대라고 한다. 재상 유청신(?~1329)이 충렬왕을 호종하여 원나라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가져왔다는 것이다. 당시 호두나무를 심었다는 곳이 충남 천안시 광덕면 광덕사 아래다. 지금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400년생 호두나무 한 그루가 시배지(始培地)를 지키고 있다. 일대에서는 유청신의 후손인 고흥 유씨들이 여전히 호두나무 밭을 일구고 있다. 이렇듯 천안은 우리나라 호두의 성지(聖地)다.
2. [동아일보][송평인 칼럼] '메갈리아'식 여성혐오 편집증
편집증을 가진 사람은 타인이 자신을 박해하거나 악의를 가지고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비현실적인 생각에 시달리며 불안해한다. 편집증이 정신병적 단계에 이르면 조현병(調絃病)이라고 부른다. 강남 ‘묻지 마 살인’ 사건은 조현병 환자가 저지른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을 ‘여성 혐오’로 규정하고 끝까지 억지를 부리는 것 역시 편집증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살인자는 체포된 직후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 죽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루도 지나지 않아 그가 정신병력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럼에도 여성 혐오로 몰아가는 몰이는 계속됐다. 한 신문은 강남역 10번 출구 외벽에 붙은 포스트잇 1000여 건을 촬영해 일일이 문자화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추모공간을 만들어 기념하겠다며 포스트잇을 통째로 서울시로 가져갔다.
색깔이 붉은 훈제 청어(레드 헤링)는 냄새가 독해 사냥감을 쫓던 개가 그 냄새를 맡으면 혼란을 일으켜 사냥감을 놓치게 된다. 여성 혐오라는 잘못된 규정은 레드 헤링 효과를 일으켜 올바른 의제 설정을 방해했다. 정신질환자를 어떻게 관리하고 대처할 것인가 같은 본질적인 문제는 뒷전이 됐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 사건을 정신질환자의 문제로 보는 쪽을 여성 혐오 동조자로 몰아가는 태도다. 경찰은 “정신질환자의 범죄이지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여성 혐오를 옹호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2002년 한 정신질환자가 서울 광진구에서 교회 주차장을 통해 들어가 교회 부설 유치원의 아이들을 칼로 찌른 사건을 취재한 적이 있다. 유치원은 외부인의 자유로운 출입이 허용돼서는 안 되는 공간이다. 그 유치원은 길가에서 바로 교회 주차장을 통해 아무나 들어갈 수 있게 돼 있었다. 정신질환자는 김일성이 자기를 죽이려 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숨을 곳을 찾아 교회로 들어갔고 준비해 간 칼도 아닌 유치원에 있던 과도로 아이들을 찔렀다. 그가 “아이들이 나를 무시해서 죽였다”는 식으로는 말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이 김일성으로 보였다면 이것은 아동 혐오인가.
그때나 지금이나 정신질환자 관리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근대화를 속성(速成)으로 받아들이다 보니 ‘도시’의 특징을 정확히 이해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도시는 익명적이다. 바로 앞집에 사는 사람이 뭘 하는지도 모른다. 그 익명성 때문에 지하철을 타면 자기 옆에 앉은 사람이 정신질환자나 테러리스트일 수도 있는 곳이 도시다. 도시의 삶은 정신질환자나 범죄자의 적절한 격리를 조건으로 해서만 가능하다. 미셸 푸코는 ‘광기의 역사’와 ‘감시와 처벌’을 쓴 프랑스 학자다. 그가 독창적이었던 것은 서구에서 근대화 초기에 발생한 정신질환자나 범죄자의 격리에 주목하고 그런 격리를 서구 근대화의 한 주요한 특징(물론 그에게는 극복해야 할 특징)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이다.
정신질환자의 범죄에 취약한 것은 여성이 아니라 약자 일반이다. 약자에는 어린이와 청소년, 노인, 장애인도 포함된다. 어떤 경우에는 유치원생이 피해자가 됐고, 어떤 경우에는 여성이 피해자가 됐다. 서구 선진국의 대도시 도심에도 남녀 공용 공중화장실은 많다. 남녀 공용 공중화장실을 없애면 여성이 타깃이 된 범죄가 줄어드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해답이 될 수 없다. 범죄는 여성 공중화장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해답은 여성이 아니라 정신질환자에 주목할 때 찾을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일간베스트(일베)와는 대척점에 있으면서 여성 일베라고도 불리는 메갈리아라는 사이트가 유명해졌다. 메갈리아와 같은 사고방식에 동조한 여론이 적지 않았다. 이 사건을 여성 혐오 범죄로 단정했고, 더 이상 단정하기 어렵게 되자 경찰을 비판했고, 경찰도 비판하기 어려우니까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권 침해를 들고 나왔다.
편집증은 어떤 생각에 한번 사로잡히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증상이다. 살인자는 여성들이 자신을 무시했다는 망상에 사로잡혔다. 한번 여성 혐오라는 생각에 사로잡히자 어떤 진실에도 귀 기울이지 않은 것 역시 편집증적인 증상이다. 누구나 망상은 갖는다. 그러나 정상인은 사실에 맞춰 망상을 수정할 줄 안다. 그래서 정상이다.
호두과자는 1934년 천안역전 과자가게에서 태어났다. 지역 특산물인 호두를 넣은 호두 모양의 전에 없던 과자를 만들어 낸 창의성이 놀랍다. 호두과자를 가장 쉽게 살 수 있는 곳은 기차 안이었다. 천안을 지날 무렵 팔기 시작했던 ‘천안 명물’ 호두과자는 지역 대표 먹거리이자 여행 기념품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벌써 오래전에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어디에나 있는 흔한 주전부리가 되고 말았다.
여인홍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천안 광덕의 팥 가공시설과 밀 재배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호두과자 명품인증제를 천안시에 제안했다고 한다. 지역에서 나는 호두와 팥, 밀로 만든 호두과자에 천안시의 인증마크를 붙이라는 것이다. 천안시도 적극 검토를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진짜’ 천안 명물 호두과자라면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지갑을 열 사람은 많다.
3. [머니투데이][기자수첩]화랑협회장, "미인도 위작인 증거가 어딨어"
지난 3월 8일 오전,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고 천경자 화백의 차녀) 변호인인 배금자 해인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에게 뜻밖에 걸려온 전화 한 통의 내용이다. 전화를 건 인물은 가나아트, 학고재 등 전국 주요 화랑 모임인 한국화랑협회 박우홍 회장.(동산방 대표)
배 변호사는 지난달 29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일절 교류가 없던 박 회장이 대뜸 내게 전화해 언성을 높였다"며 "유족 대리인에게 편파적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에 대해 "배 변호사가 '당신은 왜 가짜를 진짜라고 보느냐'고 내게 묻길래 '가짜나 진짜라고 단정지으려 한다기 보다, 배 변호사가 전문가도 아닌데 무작정 틀리다(위작)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취지로 반문을 했던 것"이라고 했다. 전화를 건 의도에 대해서는 "'미술판'이 소란에 휩싸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아 전화를 건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작 시비는 미술 시장 불경기로 고민한다는 박 회장 근심을 깊게 만들 주제일 수 있다. 하지만 '어머니의 실추된 명예'를 두고 긴 세월 가슴앓이 해 온 유족 입장에서 '미술계 안정'은 뜬금없는 주제다.
국립현대미술관도 마찬가지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최근 "미인도 진위를 모르겠으니 일반인·전문가에게 그림을 공개해 널리 의견을 구하려 한다"는 서한을 유족 측에 전달했다.
김 교수 측은 "전문가 의견을 구한다는 얘기는 제 3자 의견을 빌어 과거처럼 가짜를 진짜로 둔갑시키려는 것"이라며 경계감을 감추지 않았다. 1991년 천 화백은 본인 작품으로 전시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미인도가 위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작가 견해는 인정되지 않았고, 미술관 감정 의뢰를 받은 한국화랑협회가 진작 판정을 내렸다. 유족으로서는 '여론몰이'도 우려할 수밖에 없다.
미인도 위작 시비는 수사기관으로 넘어갔다. 김 교수가 지난달 마리 관장 등 미술관 관계자 6명을 사자명예훼손·저작권법 위반·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하면서다. 미술계는 당국의 해법을 기다릴 때다. 유족에게 압박을 가하는 듯한 행동이나 미술 시장을 위한다는 행동이 외려 볼썽 사나운 일이 될 수 있는 시점이다.
4. [한국일보]이브 생로랑
“시대의 열정을 디자인한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Yves Saint Laurent, 1936~2008)이 8년 전 오늘(6월 1일) 별세했다.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에서 태어난 그는 병약하고 내성적이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종이 인형 만드는 걸 좋아했고, 어머니와 두 누이동생에게 옷을 만들어주는 걸 좋아했다고 한다. 14세 무렵 우연히 본 연극에서 극 자체가 아니라 무대와 의상에 매료돼 디자이너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고 한다.
1953년, 17세이던 그는 국제양모사무국이 주최한 디자인 컨테스트에 참가해 드레스 부문 3등을 차지했고, 이듬해 1등을 한다. 그를 눈 여겨 본 패션지 ‘보그’ 편집장 미셸 브뤼노프가 그를 크리스찬 디오르에게 소개했다는데, 디오르 역시 컨테스트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다. 19세에 디오르의 조수가 된 그는 2년 뒤(1957년) 타계한 디올의 유언에 따라 파리 최고ㆍ최대의 디자인그룹 ‘디올하우스’의 수석디자이너가 됐다.
그가 알제리 독립전쟁에 징집된 건 3년 뒤인 1960년이었다. 이미 두 차례 ‘디올하우스’의 영향력으로 징집 연기를 받은 그는 어쩔 수 없이 전장에 끌려갔고, 불과 20일 만에 군 병원에 입원한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이었다. 그는 군 병원에 이송돼 결코 섬세하지 않았을 진정제 처방과 전기충격 요법 등을 받는다. 그 일로 디올에서도 해고 당한다. 훗날 그는 자신의 약물 중독과 정신적 문제가 군대와 군 병원에서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를 구원한 건 연인이자 사업 파트너였던 피에르 베르제(1930~)였다. 그의 도움으로 62년 자신의 이름을 건 오토쿠튀르를 연 생로랑은 파리 패션의 금기를 허물어가기 시작했다.
여성 이브닝웨어 ‘르 스모킹(Le Smocking)’을 발표한 건 1966년이었다. 화려한 드레스 대신 턱시도와 바지, 느슨하게 매달린 넥타이를 결합한 여성 파티 정장은 60년대 성 해방의 시대를 선도한 혁명적 패션이었다. 68년의 누드룩(시스루드레스), 70년대의 히피룩 …. 그는 디자이너 기성복(프레타포르테)라인을 처음 연 디자이너였고,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생존 작가로는 첫 전시를 연 패션 디자이너였다. 베르제와의 연애는 76년 끝이 났지만, 둘은 사업 파트너로 평생 대체로 사이 좋게 지냈다.
5. [서울신문][오늘의 눈] 게임산업, 설익은 청사진 대신 숨통을/김소라 산업부 기자
‘치즈 인 더 트랩’(tvN), ‘동네변호사 조들호’(KBS), ‘운빨로맨스’(MBC)…. 웹툰을 브라운관에 옮겨 인기를 모은 드라마들이다.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내부자들’(2015)은 700만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네이버가 국내 웹툰을 영어, 중국어, 태국어 등 세계 각국 언어로 번역해 제공하고 NHN엔터테인먼트의 웹툰 플랫폼 ‘코미코’가 일본과 대만, 태국, 중국에 상륙하는 등 ‘웹툰 한류’의 확산 속도도 가파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유해매체’ 취급을 받았던 만화가 이제는 문화 콘텐츠의 보고(寶庫)로 자리잡은 것이다.
‘선정적인 하위문화’라는 오명과 규제의 칼날은 만화의 뒤를 이어 게임으로 향했다. 2011년 ‘셧다운제’ 도입을 기점으로 게임은 정치권과 정부로부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게임이 술, 도박, 마약과 함께 ‘4대 중독물질’로 규정되는가 하면 매출의 일부를 게임중독 치유 기금으로 징수하자는 법안도 발의됐다.
세계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국내 게임업계에는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2012년 10% 성장률을 기록했던 국내 게임산업은 2014년 2.6% 성장하는 데 그쳤고, 2010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새 게임업체는 30%, 종사자 수는 20% 가까이 줄었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게임 진흥’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책은 엇박자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게임의 규제 완화와 육성 방안을 발표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보건복지부가 ‘게임중독’에 질병코드를 부여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4년 국내 게임업계의 수출액은 29억 7383만 달러로 전체 콘텐츠 수출액의 56.4%를 차지한다. 게임산업의 부가가치액은 4조 7111억원(12.5%)으로 음악(1조 7647억원)과 영화(1조 5333억원)의 세 배에 이른다. ‘게임 강국 코리아’의 힘은 여전하지만 업계가 마주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은 텐센트 등 현지의 정보기술(IT) 거인들의 손을 잡지 않으면 발도 내딛지 못한다. 모바일 게임의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미국과 일본은 VR 게임 등 새로운 성장 엔진을 달아 앞서 나가고 있다.
20대 국회가 문을 열고 문체부의 게임 진흥 기본계획 발표를 앞두면서 게임업계가 거는 기대가 크다. 시대착오적인 규제를 고쳐 나가는 건 물론이지만, 게임업계의 피부에 와 닿지 못하는 ‘설익은 청사진’만 넘쳐나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앞서 국내 웹툰의 성공 비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저기서 ‘K 웹툰 육성’과 같은 구호들이 넘쳐나지만, 지금의 웹툰 생태계는 정부의 거창한 육성 정책에 힘입은 것이 아니다. 인터넷이라는 플랫폼 위에서 젊은 작가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세계를 펼치면서 가능했던 일이다.
지금 게임업계에 필요한 것 역시 젊은 IT 인재들이 역동성과 창의성을 발휘해 급변하는 세계 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 주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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