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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18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가짜 한우고기’에 언제까지 속아야 하나

서울 시내 정육식당의 절반이 한우 등급을 속이거나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해 팔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대형 정육식당 30곳을 점검한 결과 허위표시 판매 등 불법행위를 한 15개 업소를 적발했다는 게 서울시의 발표 내용이다. 그중 6개 업소는 낮은 등급의 한우를 높은 등급으로 속여 팔았으며, 9곳은 원산지와 고기 종류·등급·부위명 등을 표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제 잇속을 챙기려 먹을거리를 속여 파는 부도덕한 행태가 언제까지 계속되려는지 개탄스럽다.

한우 등급이나 원산지를 속여 파는 것은 손님은 안중에도 없이 이익을 더 많이 남기려는 그릇된 욕심 때문이다. 관악구 A식당은 3등급 꽃등심을 1등급으로 높여 팔았다. 1등급은 ㎏당 1만 9000원, 3등급은 1만 3800원이니 1㎏당 5200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셈이다. 이처럼 원산지를 속이고 한우로 둔갑시킬 경우에는 이문이 3~4배나 된다고 한다. 강남구 B식당은 미국산 쇠고기를 한우불고기라며 몇배 비싸게 팔다 덜미를 잡혔다. 소비자들이 한우 등급이나 가짜 한우를 식별하기 어려운 점을 노려 덤터기를 씌운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등급 허위표시나 가짜 한우고기 판매가 서울지역만의 문제도, 또 정육식당만의 문제도 아니라는 점이다. 전국적인 현상이다. 전국한우협회에 따르면 2010년 6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5년 동안 수도권 지역 정육점과 음식점 등 8318곳에서 파는 한우고기 시료를 채취해 유전자검사를 한 결과 3.4%(284곳)가 가짜 한우였다고 한다. 2008년 ‘가축 및 축산물 이력관리법’ 시행 이후 감소세를 보인다지만 여전히 ‘가짜 한우’가 근절되지 않고 유통된다는 얘기다. 

한우의 속임수 판매는 소비자에게 부당한 손해를 끼치는 것은 물론 생산자인 농민에게도 피해가 돌아가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축산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가짜 한우가 사라지지 않는 데는 제도상의 허점도 있을 것이다. 적발되더라도 속임수로 얻는 이익보다 처벌이 작다면 근절하기 어렵다. 돈벌이에 눈이 멀어 생산자와 소비자를 우롱하는 악덕 업주들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명품 한우’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도 뿌리를 뽑아야 한다.

2. 한강 팔당호까지 확산된 녹조류 사태 

수그러들 줄 모르는 폭염과 가뭄으로 전국 하수면에 녹조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식수원으로 사용되는 주요 강과 호수도 예외가 아니다. 금강 대청호와 영산강, 낙동강 등에 조류경보 첫 단계인 ‘관심’ 단계가 발령된 상황이다. 며칠 전에는 수도권 식수원인 한강 팔당호에서도 녹조가 관찰됐다. 텔레비전 화면으로 비쳐진 녹조의 색깔이 마치 크레용을 칠해놓은 듯 진하다.

녹조가 발생하는 원인은 기온 상승과 하천의 오염에 있다. 날씨가 더워지거나 생활 오폐수에 섞여 버려지는 질소나 인 등 화학물질 농도가 높아질수록 녹조가 많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식물 플랑크톤의 일종인 남조류가 이러한 영양염류를 빨아들여 대량 번식하면서 물빛이 초록색으로 변하게 된다. 심한 경우에는 물에서 악취를 일으키고 비린내가 나기도 한다. 아직 물고기의 집단폐사 사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여름철에는 수돗물 소비가 훨씬 늘어난다는 점에서도 녹조류의 발생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녹조가 심해지면 정수 과정에서 소독약을 더 풀어야 할 것이고, 따라서 먹는 물은 물론 생활용수 사용에 있어서도 심리적으로 위축받을 수밖에 없다. 불볕더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전기 사용에 이어 수도꼭지 트는 데조차 신경을 써야 한다면 그처럼 짜증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녹조 현상이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 기회에 확실히 밝힐 필요가 있다. 유속이 느려지면서 녹조류 발생 여건을 만들어 줬다는 것이다. 어류 생태계가 훼손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수질 문제가 사회적인 현안으로 떠오를 때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가 정치적인 공방으로 변질되는 것은 그렇게 유쾌한 모습이 아니다.

당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효과적인 대응책이다. 수돗물 안전을 위해서는 물론 생태계의 균형을 침해받지 않으려면 지자체와의 합동 작전으로 초동 단계에서부터 면밀한 대책이 따라야 한다. 녹조발생 구역에 대한 오염물질 저감 활동에 집중하는 한편 하천으로 유입되는 오폐수 차단에도 각별히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녹조가 그동안 별로 발생하지 않던 한강 수계에서도 발생했다는 점에서 올해는 보통 상황이 아님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녹조 라떼’에서 걸러진 수돗물을 마시는 상황만큼은 피해야 할 것이다.

[서울신문]

3. 가정용보다 더 비싸고 불합리한 학교 전기료

이번 주 개학한 초·중·고교도 폭탄 전기요금 걱정에 몸살을 앓고 있다. 폭염이 여전히 꺾이지 않은 가운데 개학한 학교들은 전기료 폭탄을 맞을까 봐 온갖 옹색한 방책을 다 동원하고 있다. 아예 단축 수업이나 임시 휴교에 들어간 곳도 있고, 층마다 번갈아 에어컨을 돌리는 탓에 속수무책으로 찜통 교실을 견뎌야 하는 모양이다. 참 딱한 이야기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만 문제가 아니다. 수십 명이 모인 교실에서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된 학생들이 수업을 못 할 정도라면 문제가 크다.

학교의 불합리하게 과다한 전기요금은 번번이 논란거리가 되긴 했다. 지난해 말 정부는 7~8월과 12~2월 일선 학교들의 전력 사용량에 따른 요금을 15% 할인해 주기로 했다. 해묵은 논란에 대한 임시방편이었던 셈이다. 그나마 이번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 파동이 없었더라면 납득할 수 없는 학교 전기요금 문제는 제대로 공론화되지도 못했다.

교육용 전기 요금은 산업용은 물론이고 주택용보다 더 비싼 현실이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불합리한 요금 체계는 1년 중 전력사용이 가장 많은 날 하루의 사용량을 기준으로 삼는 현행 기본요금 산정 방식 때문이다. 이 계산법으로는 연간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고른 산업용보다 교육용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학교의 기본요금이 산업용보다 17%나 비싸고 심지어 누진제가 적용되는 주택용보다도 높은 이유다.

올해 같은 폭염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 일선 학교들이 전기료 폭탄이 무서워 찜통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은 단순히 절약 차원의 이야기와 다르다. 저런 찜통 교실에서라면 무상급식 밥상은 뭐하러 차려 주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앞뒤 맞지 않은 제도는 당장 손을 봐야 한다.

전기요금 부과 체계에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한 이유는 이처럼 가정용 누진제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주택 전기료 땜질 처방으로는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 걱정했던 폭탄 전기요금 청구서가 속속 날아들고 있다. 평소보다 두세 배나 많아진 요금을 내는 것도 답답한데, 왜 이런 액수가 나왔는지조차 계속 안갯속이라면 정부의 존재 이유를 따질 수밖에 없다. 생색내기에 그친 임시 처방으로 뭉갤 게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누진제 개편안을 내놔야 한다. 한전이 전기요금을 매기는 검침일 기준이 왜 옆집하고도 들쭉날쭉 제멋대로인지도 의문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와 한전은 이런 미스터리도 속 시원히 풀어 주고 납득시켜 주길 바란다.

4. 정부·성주 주민, 사드 제3후보지 접점 찾길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어제 사드 배치 예정지인 경북 성주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황교안 총리와 함께 성주를 방문한 지 한달 만에 다시 찾았다. 그때는 과격 시위로 대화가 불가능했던 만큼 주민과의 실질적인 대화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와 사드 배치에 강력히 반발하는 주민들 간 입장 차로 서로 평행선만 달렸는데 이번에 대화의 물꼬를 트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한 장관은 이날 성주군청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사드 배치를 미리 설명해 드리지 못해 거듭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부지 결정 전 진작에 간담회가 열렸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 없다. 군사 기밀 등을 고려해 사드 배치를 전격으로 발표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지만 한 달 넘게 반발하는 주민들을 보고만 있었던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사드 배치 발표 후 보여 준 정부의 행보는 오락가락 그 자체였다. 국방부는 성산포대가 아닌 제3 지역이 거론되는데도 부인하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성주 내 다른 지역으로 배치 검토”를 말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입장을 바꿨다. 중요한 안보 정책이 정치적 판단에 따라 결정된 것 아니냐는 의혹과 불신을 정부 스스로 자초한 셈이다.

어제 간담회에서는 제3 후보지를 놓고 공식적인 대화가 오간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한 주민이 발언권을 얻어 “사드 배치 여부는 대통령이, 부지는 국방부 장관이 결정하는 만큼 다른 지역에 (배치)할 수 있도록 재가를 받아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장관은 이에 “지역 의견으로 말씀을 주시면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주민들이 강력히 항의하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고 한다.

주민 대표로 이뤄진 사드 배치 철회 투쟁위원회는 여전히 배치 철회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앞으로 정부와의 접점을 찾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하지만 사드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은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미 성주 참외 출하량이 줄어들고 관광객이 급감하는 등 성주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한다. 일부 정치인들까지 이를 정치 쟁점화하면서 정쟁으로 비화되는 것이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되겠는가. 그런 만큼 성주 주민들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주민 한 명이 제3 후보지를 언급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성주 지역 안보·유림 단체를 중심으로 한 제3 후보지 이전론이 힘을 얻어 가고 있다. 국가 안보를 위한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이해하고 있다는 얘기인 만큼 투쟁위는 제3 후보지 이전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주민 설득이 중요하다. 지금 주민들의 반발이 제3 후보지 인근의 김천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 장관뿐만 아니라 총리, 나아가 대통령까지 주민들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 대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5. ‘대북 확성기’까지, 할 말을 잃게 하는 방산비리

대북(對北) 확성기 도입 사업이 ‘검은 거래’ 의혹에 휩싸였다. 군 검찰이 사업을 관장한 국방부 심리전단과 관련 업체의 사무실을 최근 압수수색했다고 한다. 무기 도입과 관련한 방위산업 비리가 극성을 부리더니 하다하다 대북 심리전에 사용하는 확성기에까지 손을 댔단 말인가. 너무 놀라워 도저히 입이 닫히지 않는다.

고성능 확성기를 이용한 대북 심리전은 군 통수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지대한 관심 속에 추진돼 왔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13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북한에 대한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심리전 수단”이라고 했을 정도다. 실제 지난해 지뢰도발 당시 11년 만에 재개된 확성기 방송은 최전방 북한 군 장병들을 동요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한 바 있다. 오죽하면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가장 무서워한다고 하겠는가.

대북 확성기 방송은 지난해 남북 간 8·25 합의에 따라 중단됐다가 1월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이틀 뒤인 8일 정오부터 재개됐다. 우리 군은 대북 압박을 위해 확성기 방송을 더욱 확대하기로 하고 40대의 신형 확성기 도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심리전단이 방송용 음향장비를 생산하는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평가 기준을 조정했다는 의혹이 입찰 참여 업체들 사이에 제기됐다고 한다.

대북 확성기가 전방의 북한 장병뿐 아니라 내륙의 북한 주민들에게도 효력을 미치기 위해서는 최소 10㎞ 거리에서도 또렷하게 들려야 한다. 하지만 선정 업체의 확성기는 가청 거리가 겨우 3㎞에 불과했다니 폭 4㎞의 비무장지대(DMZ)도 넘어가지 못할 ‘모기소리’로 하나 마나 한 대북 심리전을 벌일 뻔했다는 얘기 아닌가. 사업비 183억여원도 크게 부풀려졌을 가능성마저 제기되니 복마전 같은 검은 커넥션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김포 등 경기 북부 지역에서 오히려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이 밤마다 귀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극성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대북 확성기 사업 비리는 사실상 이적행위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국가 안보를 갉아먹는 비리 장본인들을 철저히 색출해 엄벌해야 한다.

[동아일보]

6. 최경환·안종범 안 나오는 ‘서별관 청문회’는 의미 없다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어제 파행으로 끝났다.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해운산업의 부실 원인과 책임을 따지는 이른바 ‘청와대 서별관회의 청문회’의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가 맞섰기 때문이다. 여야는 ‘추경안 22일 국회처리, 23∼25일 서별관 청문회 개최’를 12일 합의했다. 국회법상 청문회 증인으로 세우기 위해서는 일주일 전인 어제까지 여야가 증인 명단에 합의해야 한다. 자칫 청문회 때문에 추경 처리가 물 건너갈 판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작년 10월 대우조선에 4조2000억 원의 공적자금 지원을 결정한 당시의 서별관회의 멤버였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전 대통령경제수석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우조선의 회계분식과 부실경영 실태를 이미 알고 있는 정부가 왜 이렇게까지 회생에 집착하는지, “서별관회의에서 청와대와 금융위원회가 대우조선 지원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홍 전 회장의 발언이 사실인지 규명하려면 이들 최종 결정권자의 청문회 출석은 필수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증인 요구를 ‘정치공세와 망신주기’로 규정하고 반대하지만 서별관회의를 주도한 핵심 인사를 증인에서 제외하는 것은 누가 봐도 비상식이다. 당시 회의에 참석하지도 않은 유일호 현 부총리가 대신 설명할 수 있다는 여당의 주장은 친박(친박근혜) 실세인 최 의원을 보호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추경과 청문회가 별개라는 새누리당의 주장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추경에는 1조4000억 원의 구조조정용 국책은행 출자금과 2000억 원의 조선업 고용안정금이 포함돼 있다. 청문회를 통해 대우조선 지원에 대한 당국의 책임을 엄정하게 물어야 구조조정용 자금을 지원할 명분이 선다. 

그러나 더민주당 김현미 예결특위 위원장이 “증인 채택이 안 된 상태에서 예결위를 가동하는 것은 국회의 심의 의결권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이라는 데 동의하기는 어렵다. 추경은 추락하는 경제를 떠받치기 위한 마지막 보루다. 여당은 증인 출석에 협조하되 야당은 9월 자금 집행에 차질이 없도록 추경안 심사에 속도를 내는 게 옳다.

대우조선의 실적은 1분기(1∼3월) 314억 원 순이익에서 2분기(4∼6월) 1조2209억 원 순손실로 전환됐다. 반짝 실적이 나더라도 언제든 새로운 부실이 드러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대우조선이 산은 자회사에 편입된 2000년 이후의 장부를 모두 검증하고 정확한 실적 전망을 토대로 구조조정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7. 노후 잠수정 폭발사고 對北작전 중 터졌으면 어쩔 뻔했나

북한 침투 겸 잠수함 정찰용으로 사용한 70t급 소형 잠수정이 16일 경남 진해 군항에서 수리하는 도중 폭발했다. 이 사고로 장교와 부사관 등 3명이 숨지고 장교 1명은 중상을 입었다. 군은 잠수정에 쌓여 있던 가스가 갑자기 폭발해 사상자들이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사용 연한(30년)을 넘겨 올해 말 퇴역시키려던 노후 잠수정이었다지만 군 장비 노후화 때문에 생때같은 군인이 목숨을 잃었다면 더욱 기막힌 일이다. 

정의당은 브리핑을 통해 “세계 10위권에 드는 국방예산을 소모하면서도 노후장비로 소중한 장병들이 목숨을 잃는 것은 국방부의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만일 노후 잠수정으로 대북(對北) 작전을 하다 이런 폭발 사고가 벌어졌으면 어땠을지 아찔하다. 북한 잠수정이 1996년 강원 강릉 해안에서 좌초했고, 1998년에는 속초 인근 해상에서 유자망 그물에 걸렸던 일도 있다. 우리 군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고물 잠수정’으로 그동안 북한 잠수함을 정찰하고 폭파하는 훈련이나마 제대로 했는지 의구심이 생긴다.

2월 부조종사 등 3명이 숨진 육군 헬기 추락사고는 항공기 노후화에 따른 부품 작동 불량 때문이었던 것으로 군 조사 결과 밝혀졌다. 2000년 이후 노후 전투기의 추락으로 숨진 조종사가 10명이나 된다. 최근에는 목 디스크 치료차 청평 국군병원을 찾은 23세 육군 병장에게 군의관이 소독용 에탄올을 주사하는 바람에 왼팔이 마비되는 의료사고까지 일어났다. 

대북 확성기 사업까지 특혜 의혹이 나오는 등 상층부에서는 방산 비리가 터지고 일선에서는 안전사고가 그치지 않으니 국민은 불안하다. 북의 핵과 미사일에 맞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한다 해도 군이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면 국가 보위가 흔들릴 수 있다.

8. 특별감찰관, 우병우 비리의혹 검찰에 수사 의뢰하라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비위 의혹을 감찰 중인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감찰 내용을 유출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그제 이 특별감찰관이 한 언론사에 “감찰 대상은 우 수석의 아들과 가족 회사인 ‘정강’”이라며 “특별감찰 활동의 만기가 19일인데 우 수석이 계속 버티면 검찰이 조사하게 넘기면 된다”고 알렸다는 취지의 소셜네트워크(SNS)를 인용한 보도가 나온 것이다. 어제 이 특별감찰관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도 (의혹을) 덮고 특별감찰관도 조사를 못 한다면 특검을 도입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혀 정치권으로 문제가 확대될 조짐이다.

특별감찰관법은 감찰 내용은 물론 감찰 착수 및 종료 사실도 공표하거나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맹점’을 포함하고 있다. 이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의 비위 의혹을 밝혀냈거나 혹은 제대로 밝혀내지 못해 그냥 덮는다고 해도 이 법대로라면 국민은 아무것도 모르고 넘어갈 공산이 크다. 만일 이 특별감찰관의 발언대로 우 수석이 ‘아직 힘이 있다’는 이유로 ‘버티면서’ 감찰에 협조하지 않고, ‘경찰도 눈치 보고’ 있다면 법의 허점을 이용해 국민을 우롱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우 수석에 대한 의혹은 1300억 원대의 강남역 부근 처가 부동산의 넥슨 매매 의혹을 비롯해 지난해 2월 진경준 검사장 승진 당시 인사 검증 소홀, 우 수석 부인의 농지법 위반 혐의, 의경으로 입대한 우 수석 아들의 운전병 보직과 관련한 서울지방경찰청 인사 개입 여부, 직원과 사무실도 없는 가족 회사 ‘정강’의 돈 2억여 원을 개인적 접대비 교통비로 쓴 의혹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우 수석 아들과 ‘정강’에 관련해선 우 수석이 현직에 있을 때 일어난 일이므로 성실한 답변과 자료 제출로 감찰에 응했어야 옳다.

지난해 1월 말 민정수석으로 승진한 우 수석은 뇌물 혐의로 구속된 진 검사장의 인사 검증을 소홀히 했다는 책임을 비켜 갈 수 없다. 그는 진 검사장이 넥슨의 비상장주를 보유해 100억 원 넘는 대박을 터뜨린 사실을 알면서도 문제 삼지 않았고, 올해 4월 진 검사장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자기 돈 주고 산 것이 무슨 문제냐’는 반응을 보였다. 진 검사장이 우 수석 처가와 넥슨 사이의 부동산 거래에 다리를 놔준 ‘특수 관계’여서 우 수석이 봐준 것은 아닌지 의심할 여지가 충분하다.

특별감찰관은 범죄행위가 명확하지 않더라도 범죄행위가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특별감찰관법에 나와 있는 그대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야만 한다. 검찰은 특별감찰관의 수사 의뢰 즉시 수사에 착수해 추상같은 자세로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

[매일경제]

9. 원샷법 잘 정착되도록 정부의 탄력적 법 운용 절실

원샷법으로 불리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 시행 첫날인 지난 16일 신청 업체가 4개나 됐다는 것은 산업계의 자발적 구조 개혁에 대한 높은 기대를 여실히 반영한다. 17일에도 1곳이 추가로 신청했다. 첫 신청의 주인공인 한화케미칼은 가성소다 분야 국내 1위로 염소·가성소다 공장을 화학업체 유니드에 매각하려 한다.

가성칼륨 1위인 유니드는 한화케미칼 공장을 인수해 가성칼륨 공장으로 개조할 계획인데 두 기업 간 인수·합병이 이루어지면 화학 분야의 성공적인 구조조정 사례가 될 것인 만큼 기대가 크다. 정부가 심의 후 늦어도 60일 이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니 이르면 다음달에 첫 원샷법 적용 기업이 탄생할 수도 있을 듯하다. 

한국 경제는 이미 구조조정에 들어간 조선과 해운 외에도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 많은 중후장대 산업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공급과잉에다 중국의 추격으로 경쟁력마저 떨어져 있는데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까지 겹치니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으면 아예 문을 닫아야 하는 지경이다. 정부는 이미 위기에 빠진 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통합도산법과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마련해 적용하고 있다.

행에 들어간 기업활력법은 위기 기업이 아닌 정상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미리 구조조정에 나서고 개별 기업을 넘어 해당 산업 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사업재편에 도움을 주도록 상법·세법·공정거래법 등 관련 절차와 규제를 간소화하고 세제와 연구개발 및 고용 안정 등을 한번에 지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원샷법으로 통한다.

기업들 사이에는 원샷법 적용 신청에 나서면 경영난에 빠진 것으로 찍혀 오히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인식도 있다는데 안 될 말이다. 정부와 금융회사들이 세제와 금융 지원을 확실히 보장해 이런 우려를 불식해줘야 한다. 우리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일본의 산업활력재생법은 1999년부터 시행된 후 648개의 정상 기업들이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왔고, 2014년엔 산업경쟁력강화법으로 확대 개정했다. 시행에 들어간 기업활력법이 기업들에 자발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촉발제이자 디딤돌이 되도록 운용의 묘를 최대한 살리기 바란다.

[세계일보]

10. 체제 홍보하던 고위외교관 탈북, 북은 엄중히 받아들여야

제3국 망명 신청설이 나돌던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최근 가족과 함께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태 공사는 북한대사관 내 서열 2위다. 지금까지 탈북한 북한 외교관 중 최고위급이다. 그는 북한 외무성 유럽연합(EU) 담당 과장, 구주국장 대리 등을 지낸 서유럽 전문가로, 그동안 북한 체제를 서방에 홍보하는 선전 업무를 수행했다. 한 강연에서는 “북한에 무상 교육, 무상 주거, 무상 의료가 제공되는 것을 안다면 사람들이 북한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될 것”이라며 “서방 언론의 왜곡 보도 탓에 북한이 잘못 알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랬던 그가 귀순한 것이다. 통일부는 탈북 동기가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자녀와 장래 문제”라고 했다. 그는 북한 내부 실상과 위장 선전 공세 간 괴리가 크다는 사실 때문에 절망했을 것이다. 올여름 평양에 복귀하라는 명령을 받고 고뇌 끝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올 들어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주민들에 대한 공개처형을 대폭 늘리고 공포정치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고 있다고 한다. 그 결과 전체 탈북자 수뿐 아니라 엘리트층의 탈북도 급증하고 있다. 4월과 5월에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들이 집단 탈북했고, 북한 외교관 여러 명이 입국했다는 얘기가 나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 체제가 과거보다 점점 내부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당국에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대남 도발 위협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인 반면 북한 간부와 주민에게는 ‘새로운 한반도 통일시대’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 것도 이런 현상과 무관치 않다. 엘리트층의 이반 현상을 계기로 북한 최고 지도부를 고립시키려는 정책구상으로 풀이된다.

영국 주재 대사관은 북한 외교관의 엘리트 코스로 꼽힌다. 태 공사의 탈북은 북한 당국에 큰 충격을 줬을 것이다. 외교관 등 해외 근무자들을 비롯한 북한 엘리트층에 엄청난 심리적 혼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 도미노가 본격화하는 징후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럼에도 북한 당국은 여전히 주민들의 불만을 외면하고 핵·미사일 개발에서 살길을 찾으려 한다. 그럴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열성적으로 체제를 옹호한 고위 외교관까지 등을 돌리는 이유부터 되새겨야 할 것이다.



주요 사설칼럼


1. [중앙일보][다니엘 린데만의 비정상의 눈] 매년 광복절 돌아오면 자유의 가치 생각하자

사흘 전이 광복절이었다. 매년 찾아오는 8월 15일은 공휴일이란 것 말고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날 나도 쉬엄쉬엄 일을 좀 보다가 저녁에 JTBC ‘비정상회담’에 함께 출연했던 멤버들과 즐거운 모임을 열었다. 공휴일을 맞아 이처럼 가족·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매년 광복절에 그 의미를 다시 한번 기억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945년 4월 30일 아돌프 히틀러가 지하 벙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나치 독일이 무너졌고, 8월 15일엔 일본까지 무조건 항복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이 침략해 식민지나 점령지로 삼았던 조선·대만·만주와 동남아시아 각지는 전쟁이 끝나면서 오랫동안 잃었던 가치를 회복했다. 바로 자유다. 조선은 남북으로 분단됐지만 자기 언어와 문화를 자유롭게 누릴 수 있게 됐다. 광복절은 자유를 상징하게 됐다.


한국은 지금 독재가 아닌 민주적인 정치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국민에게 자유는 너무나도 당연한 기본 권리다. 하지만 아직도 지구상에는 자유를 아주 먼 나라의 이야기로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문명이 충돌하고 테러가 잦아지며 나라뿐 아니라 종교와 사상도 서로 갈등하기 일쑤인 ‘극단의 시대’의 피해자들이다.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 때문에 차별당하고 노예나 인질로 잡혀가거나 목숨을 잃는 시리아·이라크 국민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더 나은 미래를 찾으려고 고향을 떠나는 난민도 마찬가지다. 테러단체 보코하람에 납치돼 팔려 가는 아프리카 여성들도 비극적이다. 독립을 이뤘지만 내전으로 고통받는 남수단 국민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가까운 북녘 땅의 동포들도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그 많은 사람에게 언제쯤 진정한 자유가 찾아올까?

진정한 자유란 다른 사람의 자유를 해치지 않으면서 내 인생과 관련한 모든 선택을 스스로 내릴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한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억압하고 자유를 뺏을 권리는 없다. 자유가 최고 가치인 미국에서 한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면 앞으로 무슬림(이슬람 신자)의 출입국을 금지하겠다고 하는데 그에겐 그런 권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강한 사람이 권력을 앞세워 약자의 자유를 억압하면 악당이 되지만 약자의 자유를 지켜주면 전설이 된다. 광복절을 자유의 가치를 생각하며 모든 사람의 진정한 자유를 얻을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는 가치 있는 날로 만들었으면 한다.


2. [연합뉴스]<윤고은의 참새방앗간> 이 여름, 올림픽이 드라마를 못 이기네

"에휴 이번 올림픽 최악이구만 왜 결방하는 거야"(네이버 아이디 'whdt****')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드라마를 못 이기고 있다. 

시청자들이 "올림픽이 재미없다"며 정규 프로그램 결방에 대한 불만을 토해내면서 지상파 방송 3사가 편성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4년마다 한번 열리는 올림픽은 태생적으로 많은 이야기와 드라마를 안고 있어 시청자에게도 환영받는다. 꼭 "대~한민국!"을 외치지 않더라도, 우사인 볼트나 마이클 펠프스의 경기를 지켜보는 데 있어 시청자의 국경은 무의미하다. 

그래서 방송사로서도 정규 편성 대신 올림픽 중계방송을 하는 게 웬만하면 '남는 장사'가 되곤 했다. 올림픽 중계방송 광고 특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리우 올림픽은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으니, 바로 한국과 정반대의 시간표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주요 경기가 '모두 잠든 후에' 펼쳐지니 광고가 잘 붙을 리가 없다. 이미 '사상 최악의 올림픽 광고 판매 실적'이란다.


이런 상황에서 밤 9~12시나 아침 7~9시에 한국 대표팀의 경기가 잡히면 방송사로서는 절체절명의 기회가 된다. 그나마 사람들이 깨어있고, 특히 밤 10시 전후는 '프라임타임'이라 한국 선수들이 선전만 해준다면 예년만 못한 올림픽 열기를 후반부에라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한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폭염이라 시청자들이 밤잠을 설칠 준비가 돼 있기도 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 대표팀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방송사로서는 막판 반등도 꾀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 16일 밤 10시부터 방송 3사는 일제히 드라마를 결방하고 여자배구 8강전을 중계했다. 한국 대표팀이 네덜란드에 패하자, 동시 중계에 대한 시청자의 비난을 무릅쓰고 올림픽을 선택했던 방송 3사에는 원성이 밀려들었다. 특히 시청률 20%를 넘나들고 있는 '닥터스'를 결방한 SBS에 비난의 포화가 집중됐다. 

지난 14일 오전 7시부터 펼쳐진 남자축구 8강전은 더 뼈아프다. 일요일 아침이고, 한국 대표팀 경기에 대한 관심이 높았기에 승리했다면 이후 올림픽 중계방송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는 분기점이었다. 

하지만 한국팀은 온두라스에 패했고, 방송 3사 동시 중계의 시청률 총합이 무려 30.5%에 달했음에도 시청률에서 확인한 이날의 열기는 뒤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렇다보니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의 결방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진다. 방송 3사가 나란히 같은 경기를 중계하는 것에 대한 원성도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듯 하다. 우리 선수들의 승전보가 잇따랐다면 그러한 목소리는 인터넷에서도 설 자리가 넓지 않았을 것이다. 

잠 못 이루는 이 더운 여름밤 지구 반대편에서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고 감동적인 소식이 팡팡 터져주면 좋으련만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이 한국의 드라마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현재 방송 3사 드라마들의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3. [서울신문][문화마당] 공부합시다!/김민정 시인

한동안 제목에 ‘공부’가 들어가는 책이 유행이었다. ‘공부’가 얼마나 어마무시한 단어냐면 어떤 제목에 끼워 넣든 보는 즉시 자세부터 고쳐 먹게 만드는 뉘앙스를 가졌다는 걸 그때 톡톡히 알았던 듯싶다. 예컨대 편집자인 내가 만든 책을 재미삼아 예로 들어 살짝 변주해 봐도 이런 쓰임이 나온다. 공부가 선생이다, 오늘 공부가 좋아서, 공부하기 좋은 책, 공부의 정거장, 나의 사적인 공부, 엄마의 공부, 생각하는 공부…. 왠지 책 몇 권은 너끈히 기획할 수 있겠다 싶은 자신감을 자만처럼 거만하게 갖게 하는 데는 아마도 ‘공부’라는 단어의 그 끝 간 데 없는 깊이와 넓이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온몸으로 알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공부, 학문이나 기술을 배운다는 말이 그 공부라 할라치면 우리는 그 누구도 평생 공부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우리는 평생 공부로부터 모자란 사람이고 그렇듯 모자란 채이니 평생 실수를 반복하며 살다갈 수밖에 없음이 당연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실수하는 사람의 모든 실수를 그때마다 이해하고 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소한 제 밥벌이를 걸었을 때의 실수는 확실히 지적하고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함이 옳다. ‘나’를 넘어서서 ‘우리 모두’에게 폐해를 끼칠 수 있다면 그 관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수백 권의 책을 만들면서 십수 년을 출판사에서 일해 왔지만 여전히 나는 편집일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조판을 마친 작가들의 원고가 백지에 얹어져 내 책상 위에 올려져 있을 때의 설렘도 잠시, 연필을 쥔 채 교정과 교열을 해 나가면서 내가 놓친 단어와 문장이 없나 자꾸만 되짚다 보면 잦은 한숨이 절로 새어나오며 앞서 이 일을 장인처럼 해내던 선배들의 굽은 등이 태산처럼 점점 부풀려져 보인 적 많았었다.

그 긴장감을 평생 등뼈처럼 곧추세워야 한다는 일침인지 책이 나온 뒤에 눈 밝은 독자들의 전화를 종종 받게 된다. 작가와 몇몇의 편집자가 뜯어먹을 지경으로 달라붙어 훑은 원고인데도 여지없이 오타가 나오고 비문이 나오고 미처 잡지 못한 오류가 발견되니 흔히 책은 끝나도 영영 끝나는 게 아니라는 말도 상투적으로 통용된다지만 그때마다 독자 게시판에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잡음을 안내하면서 일견 고마운 마음에 안도하게 되는 것도 솔직한 속내다. 내 사소한 실수를 사실로 받아들여 평생을 잘못된 정보 속에 살아갈 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내가 끼친 악행은 얼마나 큰 것이런가.

지난 광복절에 대통령이 경축사를 읽으며 큰 실수를 했다. 하얼빈 감옥과 뤼순 감옥을 어떻게 헷갈릴 수 있었는지 좀처럼 납득이 되지 않지만 뭐 인간은 타고나기를 실수할 수밖에 없다고 줄곧 얘기해 왔으니 나름의 이해라는 걸 해보려 하는데 이제 남은 건 아무래도 사과이며 바로잡음의 자세가 아닐까 한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일로 밥벌이를 삼은 이들도 물론이거니와 그들이 준비해 온 바를 아무런 의심 없이 낭독하기에 바빴던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모자람에 잘못했습니다, 머리 숙임과 동시에 모두 앞에 그 실수를 인정함으로써 이참에 다같이 역사 공부 한번 제대로 해보자 하는 건강하고 열린 결말을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각설하고, 최소한 지금 우리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저마다 공부란 걸 하고 있는지 제 밥벌이를 걸고 스스로를 한번 들춰 볼 필요는 있겠다. 1983년에 발표된 윤시내의 노래 ‘공부합시다’가 그 시절엔 히트곡으로, 이 시절에는 명곡으로 왜 회자되는지 그 안팎의 의미는 다들 한번씩 새겨 볼 필요는 있겠다.


4. [서울신문][김석동의 한끼 식사 행복] 막국수, 향토 음식에서 국민메뉴로

막국수는 메밀이 많이 나는 강원도의 향토 음식이다. 원래는 메밀가루를 반죽하여 칼국수처럼 얇게 밀고 칼로 썰어 면을 만들어서 끓는 물에 삶은 후 식힌 다음 김치 국물에 말아 먹거나 매운 양념장에 비벼 먹었던 음식이다. 지금은 메밀가루에 밀가루나 전분 등을 섞어서 반죽한 후에 기계 국수틀에서 눌러 뽑아 사리를 만들기 때문에 예전보다는 더 쫄깃한 면발을 즐길 수 있다.


면 위에 양념을 더하고 지역 특성에 따라 김치, 오이, 삶은 계란, 가자미, 명태, 닭고기, 김, 깨 등 다양한 고명을 얹는다. 국물은 동치미 국물 또는 소뼈, 멸치 등으로 고아낸 육수를 사용하거나 섞어 쓰기도 한다. 그대로 먹으면 비빔막국수, 육수를 부으면 물막국수가 된다.

막국수를 주 메뉴로 하면서 면을 만드는 국수틀이 있으면 대체로 기본에 충실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집이다. 그래도 굳이 더 맛을 따진다면 이름난 집들이 있다. 막국수 하면 춘천 막국수가 떠오를 정도로 막국수의 역사는 강원도 일대에서 시작되었다. ‘샘밭 막국수’는 춘천의 3대 막국수집으로 꼽히는 막국수계 원조 명가 중 하나로 3대가 46년째 이어 오고 있다. 메밀을 많이 쓰고 전분이 아닌 곡식을 섞어 메밀향이 좋다. 여기에 열무김치를 곁들이면 시원하게 한 끼를 즐길 수 있다.


사골을 우려내어 동치미 국물과 섞은 육수가 일품으로, 그 맛을 못 잊어 그쪽으로 갈 일이 있을 때는 조금 돌더라도 들렀던 집이다. 멀리서 오는 단골손님이라고 해서 기념으로 막국수 대접을 선물 받은 적도 있다. 서울에도 진출해서 서초동에 지인이 경영하는 ‘샘밭 막국수’가 등장했다. 춘천 막국수집의 할머니가 재료를 갖고 직접 다니면서 맛을 지도했다고 한다.


을지로4가역 좁은 골목 안쪽에 또 다른 막국수 명가 ‘춘천산골막국수’가 자리잡고 있다. 1952년 춘천에서 개업해서 서울로 이사 왔다. 전분을 섞어 면을 쫄깃하게 뽑아 낸다. 메밀 함량을 더 높이고 싶어도 식감을 즐기는 손님들이 꺼려해 예전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고명으로 얹어 주는 매콤한 닭무침은 막국수와 궁합이 잘 맞는다. 큰 주전자에 주는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부어 먹으면 제격이다. 막국수 외에도 미리 주문해야 하는 토종닭을 비롯해 감자전, 닭무침 등 메뉴가 다양해 싸고 맛있게 손님 접대를 할 수 있다. 단, 저녁때는 엄청 왁자지껄한 분위기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서울 통인동 서촌에 ‘잘빠진메밀’이라는 자그마한 지하 막국수집이 등장해서 마니아들을 즐겁게 한다. 메밀, 물, 소금만 써서 젊은 주인(민성훈)이 직접 반죽하는 100% 메밀면을 쓴다. 메밀은 제분한 지 2주일을 넘기지 않는다. 육수는 메밀, 채소, 사골을 각각 끓여 깊은 맛을 낸다. 비법은 강원도 양양의 유명한 막국수집에서 사장이 직접 배워 왔다고 한다.

이제 내공 있는 막국수집들이 동네마다 생겨나고 있다. 막국수의 고유한 풍미를 보여 주고 있는 서민 식당들이 전국 곳곳에 포진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덧 막국수는 강원도 향토 음식에서 한국인이 즐겨 찾는 대표 음식의 하나가 됐다.


5. [동아일보][횡설수설/고미석]탁구의 ‘우리 영식이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인 김연경(28)은 누리꾼들 사이에 ‘우리 누나’로 통한다.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국내 팬들이 애정과 친근함의 표시로 ‘우리 형’으로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한일전에서 30점을 기록하며 역전승을 이끈 ‘우리 누나’에 이어 ‘우리 동생’을 배출했다. 남자 펜싱의 박상영 선수(21). 

펜싱 에페 결승전에서 10 대 14로 뒤진 상황, 그는 “할 수 있다”고 혼잣말을 한 뒤 내리 5득점을 따내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카메라에 잡힌 ‘할 수 있다’ 장면은 온 국민에게 벅찬 감동을 선사했다.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역전 드라마의 기적을 만든 ‘긍정 청년’은 그때 이후 ‘우리 동생’으로 통한다. 이제 ‘우리∼’ 시리즈의 새 가족으로 ‘우리 영식이’가 합류했다. 

탁구 대표팀의 정영식 선수(24). 남자 단식 16강전에선 세계랭킹 1위 마룽 선수에게 역전패한 데 이어, 남자 단체 준결승전에선 랭킹 4위 장지커 선수에게도 패했다. 경기에 지고도 핑퐁 스타로 주목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탁구가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지금까지 금메달 30개 중 26개는 중국 차지였다. 패배가 뻔히 예상되는데도 우리 영식이가 거침없는 투지로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쳐 세계 최강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올해 나이 스물넷이니 4년 뒤엔 한국 탁구가 만리장성을 넘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사람들은 결과로도 환호하지만, 과정으로도 감동한다. 정영식 선수의 투지와 근성, 정말 멋졌다. 내가 꼭 이기고야 말겠다,TV 너머로까지 느껴지는 투지에 나도 무언가를 위해 저렇게 열심히 간절히 바란 적이 있었나 생각했다.” 누리꾼은 ‘외계인 중국에 맞서는 지구 대표’라며 우리 영식이의 패기와 근성에 환호했다. 정 선수는 말한다. “주변에서 중국 절대 못 이긴다는 말을 하지만 솔직히 한계가 어디 있나 싶다.” 훈련장에 제일 먼저 나와 불을 켜고, 가장 늦게 불을 끄는 선수가 바로 우리 영식이다. 지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진정한 올림픽 스타들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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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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