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과 검찰 수사
■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 파동
■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발표한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과 검찰 수사
[한국일보 사설-20141210수] 김기춘 실장, ‘고소’가 아니라 ‘퇴진’할 때다
언론사를 상대로 한 청와대의 고소는 거의 병적인 수준이다. ‘문고리 3인방’ 등이 ‘정윤회씨 국정개입 보고서’를 보도한 <세계일보>를 고소한 데 이어 이번에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김 실장의 지시로 문건이 만들어졌다’는 <동아일보> 보도와 관련해 기사를 쓴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세월호 사건 때도 그랬지만 청와대가 걸핏하면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이제는 청와대한테 고소를 당하지 않은 언론사를 먼저 세는 편이 빠를 지경이다.
김 실장의 고소 소식을 들으며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은 그가 생각하는 ‘명예’는 과연 어떤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다. 지금은 김 실장의 명예가 문제가 아니라 나라 전체의 명예가 땅에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가 자신들이 만든 보고서를 스스로 ‘찌라시’라고 규정한 순간 한국은 이미 국제적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왕조시대 구중궁궐에서나 있을 법한 치열한 권력암투, 무너진 공직 기강, 서로 물고 뜯는 권력의 난맥상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국민은 이 땅에 살고 있는 게 부끄러울 지경이 됐다. 그런데 김 실장은 한가하게 자신의 명예 타령이나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나라의 명예를 더럽힌 책임을 묻자면 박근혜 대통령 다음으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바로 김 실장이다. 문제의 정윤회씨 보고서가 작성된 것부터가 ‘비서실장 교체설’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 문건을 보고받고 그대로 덮어버린 사람도 김 실장이고, 문건 유출 사실을 알고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화를 키운 사람 역시 김 실장이다. 정윤회씨 문건 파동 하나만으로도 김 실장은 입이 열 개가 있어도 모자랄 형편이다.
이번 문건 사건을 통해 드러난 김 실장의 노회하고도 약삭빠른 모습은 이미 세간의 웃음거리로 등장했다. 문고리 3인방의 윗사람인지 아랫사람인지 모를 아리송한 위치, 그러면서도 교묘한 줄타기를 통해 자리를 보전하는 데는 철두철미한 모습이 쓴웃음을 자아낸다. 비서실장의 무책임하고 그릇된 처신에 손가락질이 쏟아지고 있는 마당에 언론사 고소를 통해 그가 무슨 명예를 건지겠다는 것인지 참으로 모를 일이다.
김 실장이 지금 할 일은 고소가 아니라 청와대를 떠나는 일이다. 그가 비서실장으로 버티고 있는 한 검찰 수사는 어떤 결과가 나와도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게 돼 있다. 하루빨리 비서실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만이 그나마 남아 있는 명예라도 지킬 수 있는 길임을 김 실장은 깨닫기 바란다.
[경향신문 사설-20141210수] 국민이 궁금한 건 유출 경위 아니라 ‘진실’이다
검찰에 묻고 싶은 게 있다.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관련 고소 사건을 수사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박관천 경정이 작성했다는 ‘찌라시’의 유출자와 유출 과정을 밝혀내는 일인가. 온 나라를 혼란으로 몰아넣은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는 일인가.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검찰의 행보 때문이다.
검찰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서울경찰청 정보분실 소속 경찰관 2명을 체포했다. 이들로부터 문건을 넘겨받은 한화그룹 직원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청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 동향’ 문건 외에 언론에 보도된 다른 문서의 유출 과정까지 모두 수사할 것이라고 한다. 유출 문제에 관한 한 전방위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비선 개입 의혹의 실체를 파헤치는 데는 소극적이다. 검찰은 처음부터 ‘십상시 회동’의 실재 여부에만 수사를 집중해왔다. 이 회동이 없었다면 문건은 허위이고, 그렇다면 문건에 나오는 다른 의혹은 확인할 필요도 없다는 입장이다. 논리적으로 타당한 이야기일까. 문서의 일부 내용이 거짓이면 문건 전체가 거짓이 될까. 더욱이 박관천 경정이 작성한 문건에는 애초 폭로된 것보다 많은 정보가 포함돼 있음이 속속 드러나는 터다. 일부 내용은 실제 정황과 맞아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요컨대 ‘판’은 계속 커지는데 검찰은 애써 외면하는 형국이다. 의혹의 초점인 정윤회씨가 오늘 출석할 예정이지만, 검찰의 의지가 없다면 정씨 조사도 해명만 듣는 통과의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서 “고발된 사건을 중심으로 수사하되, 수사 단서가 있고 범죄의 단초가 되면 수사 대상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건 유출·명예훼손 사건을 먼저 마무리한 뒤 다른 의혹으로 넘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수사 기법상으로 맞는 말일지 모르나 검찰의 양태에 비춰보면 믿기 어렵다. 검찰은 세계일보 보도가 나오자마자 고소한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을 열흘이 넘도록 조사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조사 없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일은 불가능하다.
검찰의 난처한 처지를 짐작 못하는 바는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문건 내용을 “루머”(12월1일) “찌라시”(7일)로 규정한 터다. ‘수사 가이드라인’을 넘어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수준 아닌가.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왜, 무엇을’ 수사해야 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유출자가 경찰관이든 누구이든 사건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본질은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 여부다. 이 부분을 밝혀내지 못하는 한 의혹은 덮어지지 않는다.
■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 파동
[한겨레신문 사설-20141210수] 조현아 부사장 사퇴로 끝날 일 아니다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파문을 일으킨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9일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조 부사장은 5일 미국 뉴욕에서 객실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 방식을 문제 삼아 이륙 중이던 항공기를 되돌려 사무장까지 내리게 한 일이 <한겨레> 등에 보도되면서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형식은 자진 사퇴이지만 사실상 여론의 질타를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 언론에까지 화제가 된 이번 사태는 물의를 빚은 당사자의 사퇴로 깔끔하게 마무리된다고 할 수 없다. 대한항공은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기업 문화와 고객서비스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번 사태가 불거진 뒤 대한항공의 최초 대응 방식은 실망스러웠다. 조양호 회장의 첫째 딸이기도 한 조현아 부사장을 감싸기 위해 앞뒤도 맞지 않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특히 8일 저녁 사과문 형식으로 발표한 대한항공의 보도자료는 비난 여론을 더욱 거세게 했다. ‘승객에게 불편을 끼쳐 사과드린다’고 말문을 열었으나 곧바로 조 부사장의 당시 지시와 조처는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운송 능력에서 세계 10위권에 들어가는 ‘국가대표 항공사’가 기본적인 자정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땅콩 회항’ 사건에서는, 총수 가족 출신의 힘 있는 임원은 조직 안에서 어떠한 견제도 받지 않고 전횡을 일삼는 ‘황제 경영’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대한항공은 일등석 승객에 대한 땅콩 응대 매뉴얼을 중시할지언정 승무원의 인격과 인권 보호, 승객의 편의와 관련한 낮은 의식 수준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이는 임직원 1만8000여명에 이르는 회사를 총수 가족의 전유물처럼 생각하는 천박한 기업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로 인해 조 부사장은 임직원 사기를 크게 떨어뜨리고 회사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자신의 행동에 대가를 치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앞으로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려면 대한항공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 노력과 별개로, 정부와 사법 당국의 엄중한 감시와 통제도 필요하다. 항공운수업은 정부가 정시성, 안전성, 고객서비스 만족도 등을 수시로 평가해 운수권과 노선 배분을 결정한다. 그만큼 공공성이 강한 고도의 규제산업이라는 뜻이다. 국토교통부는 조 부사장 사퇴와 상관없이 사고 당시 대한항공의 항공 관련 법규 위반 여부를 철저하게 조사해서 시정되도록 해야 한다. 또 참여연대가 검찰에 고발하기로 한 만큼 형사적 책임도 가릴 필요가 있다.
[경향신문 사설-20141210수] ‘조현아 땅콩 회항’ 사건이 남긴 것
기내 서비스를 문제 삼아 이미 출발한 항공기를 되돌리고 승무원을 내쫓은 이른바 ‘땅콩 회항’의 장본인인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이 보직에서 물러났다고 한다. 그의 부친이자 한진그룹 최고의사결정권자인 조양호 회장이 소집한 긴급 임원회의에서 조 부사장이 퇴진 의사를 밝히자 조 회장이 이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항공 부사장과 등기이사직은 계속 유지할 것으로 알려져 임시방편적 퇴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대한항공은 ‘오너 3세 슈퍼 갑질’의 사회적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주요 외신들까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등 국제적 이슈로 떠올랐는데도 조 부사장을 옹호하고 모든 책임을 승무원에게 전가하는 어처구니없는 작태를 연출했다. 특히 조 부사장에 의해 비행기에서 쫓겨난 승무원 사무장을 향해서는 “매뉴얼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변명과 거짓으로 둘러댔다” 운운하며 ‘오너 일족’을 보호한답시고 승무원을 인간 이하로 깔아뭉갰다. 이런 상식 이하의 행태가 더욱 강력한 비난 여론을 낳고, 시민단체가 조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상황에까지 이르자 어쩔 수 없이 백기를 든 것 같다.
이번 사태는 한국적 재벌 문화의 폐해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총수의 혈육이라는 이유로 경영능력은 물론 최소한의 상식조차 갖추지 못한 채 항공사의 주요 정책을 쥐락펴락하며 전횡을 일삼는 천민자본주의적 습성이 대중 앞에 낱낱이 폭로된 것이다. 어디 한진그룹뿐이겠는가. ‘땅콩 회항’ 같은 수많은 부조리 사례들이 그동안에도 무수히 저질러졌거나 저질러지고 있을 것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일을 그동안 켜켜이 쌓인 적폐를 일소하고 새로운 조직문화를 뿌리내릴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오너 임원’이 항공운항의 법규와 원칙 따위는 헌신짝처럼 무시하며 이미 출발한 항공기를 제 집 자가용쯤으로 여기고, 기장은 임원의 위세에 눌려 울며 겨자 먹기로 불합리한 지시를 따르는 항공사의 비행기를 타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북한의) 고려항공이 대한항공보다 낫다”는 트위터 게시물을 인용해 비꼬기까지 하지 않았는가. 조 부사장이 물러났다고 이미 발생한 사건이 없던 것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항공업무를 관리·감독하는 국토교통부가 이미 진상조사에 착수했고, 검찰 수사도 시작될 것이다. 법과 원칙에 따른 당국의 엄정한 조치가 오너 말 한마디면 떠난 비행기도 되돌아오는 ‘항공 후진국’의 불명예를 씻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발표한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
[한겨레신문 사설-20141210수] 주민자치에 역행하는 지방자치 개편안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지발위)가 8일 발표한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은 지방자치의 본질인 주민 직접 참여의 원칙을 상당 부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지발위 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이뤄져야 하며, 그 기준은 주민 직선 원칙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지발위는 서울과 6대 광역시 기초의회를 없애고, 서울(특별시)을 뺀 나머지 광역시의 구청장·군수는 주민 직선 대신에 임명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2018년까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의 정당공천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의 정당공천은 지난 대선에서 여야 모두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할 정도로 부정적 인식이 많이 퍼져 있다. 하지만 공천을 폐지하면 정당 민주주의가 지역의 밑바닥에 제대로 뿌리내리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따라서 기초선거의 정당공천 폐지 여부는 좀 더 충분한 토론을 거쳐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필요하다.
문제는 서울과 6대 광역시의 기초의회를 없애겠다는 발상이다. 이는 정당공천 폐지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로, 지방자치 본질과 직접 맞닿아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시·군·구의 기초의회에 대해선 이제까지 여러 비판이 제기되어온 게 사실이다. 기초의회가 주민보다 지역 토호의 이권을 보호하는 장치로 기능한다는 비판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초의회를 없애자는 건 ‘빈대 무서워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기초의회가 올바르게 정착하지 않고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성공할 수 없다. 요즘 여야 정당에서 논의하는 오픈프라이머리 등 숱한 정치개혁안의 성패도 궁극적으론 가장 밑바닥의 민주주의 안착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초의회의 부족한 점은 보완해 나가야지, 그걸 이유로 의회를 없애자는 건 주민자치에 역행하는 일이다.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에서 주장해온 교육감 직선제 폐지 문제에 대해선, 지발위가 명시적으로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개선방안을 계속 논의하겠다고만 밝혔다. 교육감 직선제가 시행된 건 2007년부터고 지방선거와 전국 동시선거를 치르기 시작한 건 불과 4년 전인 2010년부터다. 그런데 벌써 폐지를 거론하는 배경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교육감 직선제 역시 ‘주민의 직접 참여’라는 주민자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며, 그렇다면 지금 직선제 폐지를 꺼낼 이유가 없다.
[중앙일보 사설-20141210수] 새 판 짠다는 각오로 지방자치 혁신해야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가 열린 지 내년으로 20년을 맞는다. 주민들이 지역대표를 직접 선출하고 지역 운영에 참여하며 지방권력의 감시에 나서는 지방자치제도의 취지는 누구나 공감한다. 하지만 그동안 비효율과 비리·전시행정 등 적잖은 부작용이 드러난 것도 사실이다. 시대와 행정 환경이 달라지면 자치제도도 이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 주민 자치와 참여라는 지방자치의 근본 정신은 살리되 과감한 개혁으로 현장 행정서비스의 효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지발위)가 그간 거론된 폐해를 줄이고 효율을 높일 20개 개선안을 담아 지난 8일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을 내놓은 것은 시의적절하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에 나온 종합계획을 바탕으로 지방자치의 새 판을 짠다는 각오로 과감한 지방자치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
지발위가 내놓은 방안 중 기초 단체장·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 추진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다. 공천제 폐지는 지자체에 대한 중앙정치권의 입김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지난 대통령 선거의 각 당 공약 사안이기도 했다.
인구가 100만 명을 넘은 도시를 자치권만 확대해 특정시·특례시 등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안은 환영할 만하다. 인구가 늘었다고 도시의 지위를 무조건 높여 공무원 직급과 자리를 기계적으로 늘려 주는 기존 제도는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발위가 제시한 특별시·광역시의 구·군 의회 폐지 방안은 충분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무급 봉사직으로 출발했다가 유급 지방권력으로 변질돼 간다는 지적을 받아온 기초의원직은 당연히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치단체장의 비대해진 권력을 적절히 감시하고 주민의사를 대변하는 순기능마저 포기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예산 감시와 지방권력 견제를 위한 촘촘한 보완장치를 우선 마련해야 한다. 균형과 견제라는 민주주의 원칙은 지방자치에도 당연히 적용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발위가 내놓은 교육감 직선제 개선 추진안은 교육감 선거의 적폐를 도려내겠다는 것으로서 바람직하다. 그동안 교육감 선거는 유권자의 무관심 속에 치러지는 ‘깜깜이 선거’, 보수와 진보가 편을 갈라 다투는 ‘진영 선거’, 후보자들끼리 선거 후 인사를 미끼로 거래하는 ‘매수 선거’의 문제점이 반복돼 왔지 않은가. 이 때문에 교육감 직선제는 시·도지사와 러닝메이트제나 임명제 등으로의 대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와 국회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자주성·전문성을 고려하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복리를 위해 과감한 결정을 해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41210수] 발달 지체증 겪는 成年 지방자치 수술해야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지발위)가 그제 지방자치 발전 종합계획을 내놓았다. 교육 및 지방자치의 연계·통합을 전제로 교육감 선출 방식을 고치는 등 20개 부문 개선 방안을 담았다. 그간 드러난 지방자치의 고질을 치유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처방전 격이다. 그러나 서울·광역시 기초의회 폐지 추진 등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이 수술 계획을 거부할 뜻을 비치는 등 정파 간 논란이 뜨겁다. 그럼에도 지역 주민의 권익과 삶의 질을 고양하긴커녕 중앙정치 뺨치는 정쟁과 특권 누리기가 체질화된 ‘그들만의 지방자치’는 안 된다는 여론도 비등한다. 여야는 이제 국민의 눈높이에서 구체적 지방자치 수술안을 절충해 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가 성년(成年)을 훌쩍 넘긴 지는 오래다. 1991년 지방의회 의원 선거가 치러진 이후 1995년 단체장의 주민 직선제가 부활한 지 올해 20년째를 맞았다. 하지만 나이만 어른이지 미숙아 단계에서 퇴행적인 모습도 자주 연출하고 있다. 주민 삶의 질과는 동떨어진 호화 청사 건립에 열을 올리는 지자체들을 보라. 재정자립도가 극히 낮은데도 마구 전시성 사업을 벌이는 단체장들도 부지기수였다. 수술 방식을 둘러싼 각론상의 이의 제기는 경청해야겠지만, 지방자치제의 전면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사실 그 자체는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 맥락에서 현행 교육감 선출제도도 문제가 드러난 만큼 합리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직선제로 ‘정치교육감’이 양산돼 초중고 교육 현장이 정치 논리에 휘둘렸다는 여당의 주장에 동의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간 서로 당적이 다른 시·도 교육감과 광역단체장들이 사사건건 부딪치기 일쑤였다. 복지 정책을 집행하면서 어느 단체장이 무상보육 예산 편성을 앞세우면 교육감은 무상급식을 최우선하는 식으로 엇박자를 낸 게 대표적 사례다. 지발위도 이를 감안해 교육감·광역단체장 러닝메이트제나 간선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심지어 유권자의 무관심 속에서 치러지는 교육감 직선제 대신 직선으로 선출된 광역단체장이 임명하는 안도 대안에 포함시켰다. 새정치연합 측이 “교육감 선거를 없애겠다는 건 민주주의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라고 지레 반발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지발위 안을 입법화해 결실을 맺는 일은 정치권의 몫이 아닌가.
그 연장선상에서 특별시와 광역시 자치구의 기초의회 폐지 제안의 타당성 여부를 짚어 봐야 한다. 서울과 광역시의 구·군의회는 어차피 대도시 전체가 같은 생활권인데 광역의회와 별도로 옥상옥처럼 둘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대부분 생업을 갖고 있는 기초의원들 일부가 이런저런 인허가 비리까지 저지르거나 외유성 해외 시찰로 물의를 빚으면서 무용론을 부추긴 건 사실이다. 그러나 풀뿌리 민주주의의 모종밭 격인 기초의회를 폐지하기보다는 다른 견제 장치로 의원들의 일탈을 막는 게 낫다는 반론도 설득력은 있다.
지금 국민들은 비효율 고비용의 중앙정치가 지방자치에 고스란히 이식되고 있다는 데 절망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6·4 지방선거 전까지 여야가 앞다퉈 주장하다 슬그머니 거둬들인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다시 긍정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기초의원을 무급 명예직으로 환원하는 방안도 중앙정치에 예속된 기초의회의 정상화 방안으로 진지하게 검토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41210수] 선거과잉 정치중독 줄이는 것이 지방자치 개혁
대통령 직속의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을 내놨다. 출범 20년 만에 디폴트 지경인 자치제도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개혁안이다. 서울과 광역시의 구의회를 폐지하고, 광역시에서는 시장이 구청장을 임명하자는 것이다. 직선제인 교육감 선출방식도 개선하자는 주장이다. 기초 단체장·의원만큼은 정당공천을 배제하자는 내용도 들어 있다.
기초 지자체와 교육행정에까지 만연된 정치과잉의 폐단에서 벗어나자는 취지일 것이다. 동네행정과 학교운영까지 과도한 선거바람에 휘둘리는 현실을 보면 충분히 공감가는 내용들이다. 지난 6월 선거로 민선 6기가 이미 출범한 상태다. 지자체 20년이 지난 것이다. 그간 몇몇 지역에서 성공적인 자치행정의 모델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부분적인 성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지방자치가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가 근래 끊이지 않았다. 당초 무보수로 시작한 지방의회는 기초의원까지도 연봉 수천만원짜리 ‘꽃공직’이 됐다. 명예직이 고보수 권력직으로 둔갑한 것이다. 광역의원은 유급 공무원으로 보좌관까지 두겠다는 판이다. 하지만 성과는 초라하다. 지방의회들은 이권과 관련된 스캔들을 경쟁적으로 만들어낸다. 비리로 쫓겨난 단체장도 10%가 넘어 일부 지역에선 임기를 끝까지 채운 군수가 없을 정도다. 포퓰리즘에 물들어 지방재정은 오히려 악화됐다. 선거법위반으로 주민들이 대거 사법처리되는 일도 관행처럼 굳어진다.
이 모든 것이 정치과잉 때문이다. 우선 선거가 너무 많다. 지금과 같은 시스템에서 선거는 민주주의를 타락으로 몰고간다. 선거부터 확 줄이는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반발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중앙정치가 지방정치를 식민지로 만든 정도다. 명분만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아니라 중앙정치의 연장이요 확장이다. 지방자치는 타운홀미팅 같은 소박한 정치풍토라야 한다. 정부는 조속히 관련법 개정에 나서라. 과잉 민주주의의 거품을 빼자.
[서울경제신문 사설-20141210수] 지방자치발전위원회의 교육감 직선제 개선안 더 논의를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8일 서울과 6대 광역시의 자치구·군 의회 폐지, 시도교육감 선출방식 개선 등을 권고하는 지방자치발전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광역시의 구청장·군수는 광역시장이 임명하도록 했다. 다만 서울시는 시장의 인사권이 지나치게 비대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적용범위에서 제외했다. 지발위는 2017년까지 국민적 합의를 거쳐 개편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1995년에 도입된 지방자치제도가 그간 많은 문제점을 노출해온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 나왔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 20개 세부과제 대부분은 법률 제·개정이 전제된 것이고 완전한 방안도 아니기 때문에 추후 국회 논의과정에서 수정, 보완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치권은 6·4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의원의 정당공천 폐지를 주장하다 유야무야해지는 바람에 국민의 비난을 받은 만큼 이 안(案)을 토대로 대안 모색을 위한 진지한 논의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한가지 유감스러운 점은 당초 지발위가 추진하려던 교육감 직선제 폐지안이 최종안에서 사라진 것이다. 현행 지방자치제도 이상으로 시도교육감 직선제의 폐해는 국민 대부분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진보와 보수진영 교육감이 번갈아 교체될 때마다 교육현장의 혼선과 혼란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자립형 사립고 지정 취소, 9시 등교, 유치원 군별 모집제 등이 대표적이다. 더욱이 매번 교육감 선거 이후 되풀이되는 선거법 위반 해프닝은 어린 학생들에게도 보여주기 부끄러운 대목이다.
지발위는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지 않는 대신 간선제와 임명제, 도지사와의 러닝메이트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국민에게 의견을 묻겠다고 한다. 물론 민주적 기본권리를 확대한 교육자치에 반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교육감 직선제가 교육현장에 남긴 상처가 큰 점을 감안해 이번만큼은 전제조건 없이 제대로 된 개선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41210수] 특별감찰관제 보완해 '비정상 권력' 발호 막아야
여야가 장기 표류해온 특별감찰관 후보자 선정 논의를 시작했다. 특별감찰관제는 지난 3월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해 6월에 발효했지만 인선 작업이 지체되면서 반년 가까이 시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여야는 3명의 후보를 추천하는데 합의했지만 그 중 1명이 사퇴하고 새누리당이 야당 몫 후보자의 경력을 문제 삼으며 임명 절차가 중단됐다. 여야는 이른 시일 안에 후보자를 인선해 조속히 특별감찰관제가 시행되도록 해야 한다.
한 동안 잊혀졌던 특별감찰관제가 주목을 끈 것은 ‘정윤회 문건’을 계기로 청와대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대통령 친척 및 측근의 비리를 막는 임무를 수행할 특별감찰관제가 제대로 시행됐다면 이번과 같은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했을 거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이 사건 수사를 맡고 있는 검찰이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을 밝혀낼 것을 기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어서 특별감찰관제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여야가 후보자를 선정하고 대통령이 한 명을 지명해 특별감찰관이 임명된다고 해서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때부터 제기됐던 빈 껍데기라는 비판은 여전히 남는다. 현행 특별감찰관법은 감찰 대상을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청와대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회장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포함되지만 정윤회씨와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일컬어지는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ㆍ안봉근 제1ㆍ2부속비서관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치권에서 감찰 대상을 ‘비서관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당초 법안 심의 때는 국회의원과 장ㆍ차관까지 대상에 넣었다가 정작 법안을 통과시킬 때는 제외해 여야가 기득권 지키기에 한통속이 됐다는 비난을 샀던 점을 감안해 이번 기회에 이 부분도 다시 논의해야 한다.
법률적으로 독립적인 지위를 갖는 특별감찰관이 감찰의 개시와 종료, 기간 연장 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사전 허가를 받도록 돼있는 점도 논란거리다. 대통령이 특별감찰관의 실질적 독립성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면서까지 수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압수수색과 강제소환 등 강제수사권이 없고 자료 요구와 청문 조사만 가능하게 돼있어 ‘이빨 빠진’ 특별감찰관에 그칠 우려도 크다.
특별감찰관 인선 작업을 계기로 졸속으로 처리됐던 제도의 실효성 문제도 진지하게 논의돼야 한다. 청와대 비선 실세와 측근들의 국정개입 의혹은 특별감찰관제의 권한과 위상의 확대 필요성을 확인시키고 있다.
[한국일보 사설-20141210수] 평창올림픽 분산 개최 진지하게 검토해보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국인 한국과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국 일본이 경기 장소를 서로 바꿔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이후 분산 개최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바흐 위원장의 언급은 그가 추진하는 ‘어젠다 2020’에 기반한 것으로 분산 개최 등을 통해 환경파괴를 줄이면서 적은 비용으로 올림픽을 치르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의 경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갈등으로 준비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는 상황이다.
바흐 위원장이 ‘어젠다 2020’을 들고 나온 것은 올림픽 개최 희망 도시가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는 달리 올림픽이 투자대비 효율이 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각국의 도시들이 유치를 꺼리거나 포기하는 경우까지 나왔다.
2022년 동계올림픽도 카자흐스탄 알마티와 중국 베이징만 후보 도시로 남아있다. 노르웨이 오슬로도 최종 후보에 올랐으나 정부가 올림픽 개최에 필요한 54억달러의 예산을 지원할 여력이 없다면서 오슬로가 요청한 재정지원안을 거부한 것이다.
올 2월 열렸던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도 54조원이 투입됐으나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완전히 실패작으로 기록됐다. 2006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던 이탈리아 토리노는 썰매 경기장을 폐쇄했고, 1998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던 일본 나가노는 100억달러가 넘는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치른 그리스는 심각한 재정 압박으로 유럽의 금융위기를 촉발했다. 멀리 볼 것도 없다. 인천 아시안게임에 2조원이 넘는 돈이 투입됐고 인천시가 부담한 1조2,500억원은 부채로 고스란히 남았다. 여기에 도시철도 건설비 등을 따지면 내년부터 한 해에 5,000억원이 넘는 원리금을 갚아야 한다. 결국 복지비용 등에 투입될 돈으로 빚을 막는데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경우 경기장 건설비용 등으로 12조원에 가까운 사업비가 투입된다. 국고의 지원을 받더라도 부담이 적지 않다. 대회가 끝나도 경기장 운영 등을 위한 유지비만 매년 100억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원도는 현재 동계올림픽 관련 수지타산과 무관하게 6,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강원도와 평창지역은 분리개최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존심 문제이기도 하거니와 경기장 공사가 이미 시작되었기 때문에 분산 개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장 건설에 대한 매몰비용 등을 감안하더라도 대회 이후의 후유증을 고려하면 IOC의 권고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올림픽 한번 치르고 재정이 거덜나면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에게 돌아갔던 사례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 사설-20141210수] 위기관리 재촉하는 주택담보대출 경고음
지난 10월 가계대출 증가액이 사상 최대치를 또 다시 갈아치웠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에 따르면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7조8,000억원 증가한 730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예금취급기관은 은행을 포함해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우체국예금 등 금융기관을 망라한다. 10월 가계대출 증가액 가운데 5조4,000억원(69.2%)은 주택담보대출로 파악됐다.
가계대출 급증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대출규제 완화 등 전방위 금융완화 조치에 더해 잇단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이자 부담이 줄어든 데 따른 결과다. 특히 10월엔 가을 이사철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반영돼 주택구입자금 및 전세보증금 인상분 충당을 위해 대출액이 더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결정 후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크게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므로 가계대출 급증 현상도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가계대출 증가로도 이미 가계부채 상황이 위험한 지경이라는 지적이 많다.
현재 가계대출을 포함한 전체 가계부채 상황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이다. 미국 양적완화 종료 및 금리인상 현실화에 따라 내년 중 국내 금리가 인상될 경우, 빚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하는 가구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 한은 총재조차 최근 “금리가 오르면 한계가구 중 일부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계가구란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 즉 부채상환부담률이 40%가 넘고, 금융자산보다 금융부채가 많은 가구를 말한다.
가계부채 증가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는 잇단 경고에 따라 금융당국도 가계대출 증가세를 누그러뜨리는 조치를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LTVㆍDTI 규제를 일부 복구하는 방식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 동안의 금융완화책이 지나친 측면이 없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수정하는 건 맞다. 하지만 무차별적인 대출선 조이기는 자칫 금융사에 규제를 빌미로 대출금리를 올리는 ‘꼼수’를 부릴 여지를 주기 십상이다. 그 경우 한계가구, 또는 전세보증금 인상분을 고스란히 대출로 채워야 하는 서민들은 실질적인 대출금리 인상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대출 증가세를 적정선에서 관리하되, 서민들의 저금리 대출선은 최대한 유지되도록 섬세한 정책조합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사설-20141210수] 국제 유가 하락 앉아서 즐길 때 아니다
국제 유가가 곤두박질하고 있다. 속도도 빠르다. 지난 6월 이후 40% 넘게 급락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텍사스유(WTI) 값은 전날보다 4.2%(2.79달러) 하락한 배럴당 63.0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09년 7월 이후 5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확대, 이에 맞선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강경 대응과 세계 경제 둔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당분간 유가가 더 내릴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유가가 배럴당 43달러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가 하락은 세계 경제에 엇갈린 영향을 미친다. 러시아나 브라질 등 원유 수출국엔 악재요, 대표적 원유 수입국인 독일·일본 등엔 호재다. 세계 경제 전체로는 실보다 득이 많다는 쪽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국제 유가가 30% 하락하면 선진국 경제 성장률이 0.8%포인트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에도 유가 하락은 일단 호재다. 골드먼삭스는 유가가 20% 하락하면 한국 성장률이 1.0%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은 지난해에만 약 1000억 달러어치의 원유를 수입했다. 유가 하락은 대개 물가 안정은 물론 수출·소비에도 도움을 줘 경제 선순환의 활력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유가 하락을 마냥 반길 일도 아니다. 저유가는 ‘독이 든 성배’일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가 하락을) 일부 경제학자는 침체의 징조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고 보도했다. 가뜩이나 중국·일본에 치여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는 우리 기업의 수출 길을 더 어렵게 할 것이다. 그럴 경우 저유가는 디플레이션 압력만 높이고 수요를 더 떨어뜨릴 수도 있다. 게다가 유가 하락은 강한 달러를 불러 신흥국의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도 있다. 앉아서 저유가를 즐길 생각은 버려야 한다. 유가 하락이 몰고 올 세계 경제의 지각 변동에 대비해야 한다. 우선 우리 경제 체질을 단단히 다져놓고 어떤 충격과 영향이 올지 면밀히 주시하고 대응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20141210수] 문건파동과 별도로 정치개혁 속도 내야
시끄러운 비선 문건 파동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정치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여야는 이 추세를 멈추지 말고 15일 시작되는 임시국회 내에 입법화를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 당내 혁신위가 마련한 개혁안을 새누리당 의원총회가 추인한 건 의미가 적잖다. 당은 국회법에 따라 예정된 본회의나 상임위 회의가 전혀 열리지 않을 때나 국회의원이 구속됐을 경우 의원 수당 지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얼마 전까지 이런 ‘무노동 무임금’에 대해 적잖은 의원의 반발이 있었으나 결국 사회와의 형평 차원에서 수용됐다. 이는 무분별한 장외투쟁에 제동을 거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혁신안대로 하면 의원들의 편법 모금창구라는 비판을 받아온 ‘돈 받는 출판기념회’는 앞으로 사라지게 된다. 당은 현직 대통령·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원과 후보자는 집회 형태로 출판물을 판매하거나 입장료 형태로 대가성 금전을 받지 못하도록 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입법 과정에서 비밀리에 전달되는 금품을 단속하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
당은 의원들이 자의적으로 정해온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을 선관위 산하에 설치되는 독립적인 기구에 맡기는 방안을 마련했다. 마침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위에서도 선거구획정위를 외부 독립기구로 설치하는 법안을 발의한 만큼 이른바 게리맨더링(선거구 조작)이 사라질 토대는 마련됐다.
하지만 새누리당 혁신위가 마련한 불체포 특권 개선안은 유보됐다. 당은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된 후 72시간 내에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동으로 가결된 것으로 간주하는 개선안을 마련했으나 의원들이 헌법과의 충돌 가능성을 들어 추가적인 법률 검토를 요구한 것이다. 당은 신속한 검토를 통해 이 부분도 혁신안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정리해야 할 것이다.
의원 특권 포기 등 정치 개혁은 세월호 사태로 한국 사회에 대두된 국가 대개조의 일환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개혁은 공천제도의 혁신이다. 공정한 공천이야말로 당내 민주화와 소신 있는 국회 활동을 보장하는 핵심이다. 여야는 이 부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경향신문 사설-20141210수] 어이없는 홍 지사의 경남FC 축구단 해체론
2부 리그로 강등된 프로축구 경남FC가 팀 해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구단주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그제 “특별 감사 후 팀 해체를 결정하겠다”고 공식 언급했다고 한다. 평소에도 거친 입담을 보여주는 홍 지사는 이날 작심한 듯 “프로는 과정이 필요 없다. 결과만이 중요하다. 따라서 결과가 나쁘면 모든 것이 나쁜 것이다. 이것이 아마추어와의 차이”라고 쓴소리를 쏟아냈다는 것이다.
홍 지사 말대로 경남의 강등이 리더십 부재와 선수들의 프로 근성 부족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130억원이나 되는 예산을 쓰고도 참담한 결과를 낸 데 대해 구단주가 질책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홍 지사가 ‘구단 해체론’을 들고 나온 것은 대단히 충격적이며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고 본다. 경남은 지난 2005년 도민주 공모로 창단됐다. 그동안 FA컵에서 2차례나 준우승을 차지했고 숱한 국가대표를 키워냈으며 국가대표팀 감독(조광래)을 배출하는 등 대한민국 축구의 젖줄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홍 지사는 이런 명문구단의 역사와 전통을 싹 무시하고 단 한 번의 강등에 책임을 물어 팀을 없애버리겠다고 나섰다.
실수를 할 수 있고 실패도 할 수 있는 것이 스포츠다. 축구 선진국인 유럽과 남미 등에서는 승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실패를 딛고 재기하고, 경기력을 키워 다시 정상에 도전하는 것이 스포츠의 정신이고 스포츠가 주는 감동 아닌가. 그럼에도 홍 지사가 구단 해체라는 극약처방을 내놓은 것을 두고 축구계에서는 핑계 김에 자신의 정치적 실익도 없이 재정이나 축내는 ‘앓던 이’를 뽑아내려 한다고 비판한다. 자신이 선임한 사장과 임원 등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도 구단주의 책임 회피라는 말도 나온다.
예산 지원의 어려움을 겪는 구단은 경남만이 아니다. 또 대전, 대구, 강원, 광주 등 4개 구단은 이미 2부리그에서 뛰었다. 올해 대전과 광주는 1부리그로 승격했고 강원은 살림살이를 줄여서 첫 흑자로 돌아섰다고 한다. 도민구단을 수익성의 잣대로만 보면 안된다. 지역사회 통합과 주민들의 즐거움 등 공공재적 가치가 더 크기 때문이다. 특히 경남FC는 창단 당시 4만여명의 도민이 주주로 참여한 특별한 구단이다. 따라서 홍 지사가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독단적으로 팀을 해체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된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제2의 창단 각오로 팀을 쇄신해 도민과 팬들에게 더 많은 사랑과 응원을 받는 구단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1041210수] 여야 정치혁신 입법 속도 높여야
여야의 정치혁신 방안이 얼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은 그제 의원총회를 열어 당 보수혁신위원회가 마련한 1차 혁신안을 추인했다. 국회의원에 대해 ‘무회의 무세비’ 원칙을 적용하고, 국회의원의 자의적인 선거구 획정을 막기 위해 국회 대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두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새누리당이 마련한 혁신안은 그동안 다짐했던 방안에 비해 적지 않은 대목에서 내용이 후퇴했다. 대표적인 것이 불체포특권 폐지 무산으로, 당초 당 혁신위는 정부가 법원의 영장을 받아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72시간 내에 표결 처리하되 이를 어기면 자동 가결된 것으로 간주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달 11일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반발에 막혀 무산됐고, 이후 혁신위는 ‘자동가결’ 조항을 ‘72시간 후에도 재차 표결이 가능하다’고 수정했으나 그제 의총에서 거듭 추인을 받지 못했다. 수정방안 역시 헌법에 저촉된다는 게 의원들의 반대 이유였으나 기실 불체포특권 철폐에 대한 의원들의 거부감이 작용한 결과라 할 것이다. 국회의원 출판기념회를 현장 판매를 불허하는 조건으로 허용하기로 한 것도 퇴색한 혁신안이다.
긍정적으로 평가할 대목도 물론 있다.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선거구 조정안에 대해 여야가 수정안을 내지 못하도록 한 것은 자의적 선거구 획정의 악폐를 끊을 방안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본회의나 상임위원회가 열리지 못하면 그 기간만큼 해당 항목의 의원 세비를 삭감하기로 한 것과 국회의원 겸직 허용 대상을 대폭 축소한 것도 긍정적이다.
관건은 실천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야 보배이듯 제아무리 좋은 방안을 마련해도 입법으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말짱 헛일이다. 그런 점에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좀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새정치연합은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이후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원칙 도입 등 이런저런 혁신안을 논의해 왔으나 차기 당지도부 선출을 둘러싼 계파 간 신경전 등에 떠밀려 무엇 하나 확정하지 못했다. 말만 앞세우는 정당이라는 비판을 면하려면 이제라도 즉각 자체 혁신안을 내놓고 여당과 공통분모를 찾아 입법 작업에 나서야 한다. 지난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논란을 빚은 정당공천 존폐 등 보다 큰 틀의 정치제도 개선 논의를 이어 가기 위해서라도 의원특권 폐지 문제는 연내에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1041210수] 동해까지 점령한 中 불법어선 방치 안 된다
중국 어선들이 서해와 남해에 이어 동해까지 우리 해역을 포위하다시피 하며 불법 어업을 자행하고 있다. 불법으로 우리 영해에 들어온 중국 어선들이 최신형 쌍끌이 방식으로 수산 자원의 씨를 말리고 있다. 여기에 불법 어업을 막는 우리 해경들의 인명 피해도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어제 해양수산부는 10∼12월 성어기를 기준으로 잠정조치수역(공동어로구역)에서 2000~3000척의 중국 어선이 조업하고 있으며 이들 어선은 감시가 어려운 야간이나 악천후를 틈타 우리측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넘어와 불법 조업을 일삼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오징어철을 맞아 우리 동해안에 출몰하는 중국 어선 탓에 어민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오징어로 널리 알려진 울릉도의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 울릉수협을 통해 위판된 오징어는 2003년 7323t에서 2013년 1774t으로 뚝 떨어졌다. 10년 사이 75%가 줄어든 것이다. 최수일 울릉군수는 최근 중국 어선의 남획에 따른 피해를 막아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기까지 했다. 최 군수는 편지에서 “중국 어선 때문에 생계에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수차례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하게 된 것”이라고 호소했다.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북·중 간 공동어로협상이다. 2004년에 맺어진 이 협약에 따라 장비와 기술이 모자라는 북한 당국이 입어료를 받고 동해 어장 일부를 중국 어선에 넘겨줘 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국가 간 중간 수역 경계를 오가며 일삼는 교묘한 불법 조업 행위를 단속하기조차 어렵게 됐다. 이 수역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은 2004년에는 140척이었으나 2013년에는 1326척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은 소규모 쌍끌이 어선으로 선단을 이루던 지금까지의 생계형 싹쓸이 조업과는 차원이 다르다. 투기 자금이 유입되고 ‘호망 어선’이라는 최신형 대형 어선까지 등장한 가운데 기업형 약탈 어업 행태를 보이고 있다. 중국 어선이 기상악화를 피해 가끔 울릉도 연안으로 들어오면서 해저지진계 고장, 해양심층수 취수관 유실 등 해양 시설물 피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서해안에서 해적 행위에 버금가는 불법 조업을 일삼던 중국 어선이 동해안에까지 나타나 싹쓸이 조업으로 우리 어자원을 황폐화하는데도 이를 방관한다면 해양 주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주권과 관련된 사안인 만큼 중국 어선의 영해 침범과 불법 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은 그런 것이다. 중국 정부 눈치를 볼 일이 아니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41210수] 슈퍼달러의 재현, 신흥국 금융위기 터질 수도
달러 강세가 신흥국 경제에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엊그제 발표한 분기보고서에서 “달러 부채를 잔뜩 갖고 있는 신흥국들의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며 강달러가 신흥국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달러 가치는 주요 10개국 통화 대비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6월 말 기준 신흥국 해외채권 발행 잔액(2조6000억달러)의 75%인 2조달러가 달러표시 채권이다. 또 해외은행들의 신흥국 대출 잔액도 3조1000억달러에 달한다.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은 이런 천문학적 부채의 원리금을 부풀릴 수밖에 없다. 중국 러시아 브라질 멕시코 등이 대표 국가다. 클라우디오 보리오 BIS 통화경제국장은 “신흥국 통화의 평가절하가 지속될 경우 국제 금융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달러강세 충격이 신흥국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활황인 금융시장이 속으로는 더 취약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달러 강세가 위험한 것은 과거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강달러는 역사적으로 신흥국 위기의 전조였다”며 1980년대 남미 위기와 1990년대 말 아시아 및 러시아 위기를 들었다. 두 번 모두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로 신흥국의 외채 부담이 급증, 외환위기로 이어졌다. 최근 상황이 더욱 우려되는 것은 유가하락까지 겹쳐서다. 유가급락은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를 더 부추기게 마련이다. 문제는 슈퍼달러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일본과 유럽 경기가 계속 부진한 데다 미국의 금리인상도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경험이 있고 36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이 있는 한국은 직접 위험구간에 있지는 않다. 원화가치도 1년간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슈퍼달러가 가져올 파장과 신흥국 동향에 그 어느 때보다 비상한 관심이 필요하다. 셰일가스 등장과 유가급락, 강달러로 에너지시장은 물론 국제정치질서와 산업구조까지 재편되고 있다는 점에도 유념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41210수] 국민연금 운용공사 분리독립에서 생각할 점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공단에서 기금운용본부를 분리해 공사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다. 458조원의 자산을 비전문적으로 또 비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만큼 기금운용본부를 공사화해 독립성, 자율성,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취지는 이해가 간다. 지난해 수익률이 4.16%로 세계 8대 연기금 중 꼴찌인 만큼 운용시스템을 전면 개정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 그렇다고 공사화만이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공사라고 해서 독립성이 강해지고 운용전문성이 높아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정치권이나 힘있는 자가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연금을 정책에 이용하려는 연금사회주의자들의 발호를 막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성과급 체계가 불가능해 전문성을 높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국민연금 규모가 점점 커지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자산규모가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30%를 넘었고 2022년 1000조원, 2034년엔 2000조원을 돌파해 세계 최대 규모 연금이 될 전망이다. 이 ‘연못 속의 고래’를 감당하기 어렵다. 칠레나 스웨덴이 국민연금을 여러 펀드로 분할해 경쟁시키고 국민이 선택하도록 했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현재 30%인 민간 위탁 비중을 확 높이거나, 운용주체를 규모가 비슷하게 몇 개로 분할하거나, 투자자산 종류에 따라 분리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민영화하면 그만이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에게 걷어서 노인들에게 나눠주는 세대 간 부조다. 또 자산 주기상 2043년 이후엔 거액이 인출되면서 자산이 모두 지출된다. 이런 상황에서 운용기구를 단일 주체로 공사화하는 것은 짧은 수명을 가진 거대한 괴물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 또 정권마다 연금을 동원해 기업을 통제하려는 유혹을 받게 된다. 지금도 국민연금을 통해 특정 산업정책을 명령하거나 재벌을 혼내자는 주장이 넘치고 있지 않나. 뻔히 보이는 결과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41210수] 금융사 지배구조모범규준, 시행연기로 끝날 일 아니다
정부가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시행시기를 연기한다는 소식이다.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는 10일 모범규준을 안건으로 상정해 바로 시행한다는 게 애초 목표였으나 다음 금융위원회가 열리는 24일 이후로 상정시기를 늦춘다는 것이다. 연기 배경에 대해 금융위는 일정상 무리가 있어서라고 밝혔지만 거센 반대 목소리가 쏟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입법예고 기간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모범규준이 상위법의 법적 근거 없이 금융회사의 경영권을 제약하고 국회 입법권을 침해한다며 금융위에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대기업 계열 금융사들도 주식회사는 주주가 주인이고 대표이사와 임원 선임은 주주 대표기관인 주주총회의 권한인데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은 주주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경영권을 무력화하려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위가 이 같은 건의를 받아들여 보완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한 것은 올바른 선택이다. 모범규준은 지난달 공개 당시부터 주주대표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삼은 월권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우리도 인사권 침해 우려 등을 들어 개선안이 재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모범규준은 금융당국이 이미 발표한 금융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과 부합되지 않는다. 정부는 선진화 방안에서 '천편일률식' 해법이 없음을 인정하고 제도의 문제가 아닌 사람과 관행의 문제 해결을 지배구조 개선의 기본방향으로 제시하지 않았는가. 모든 금융사에 똑같이 적용하겠다는 모범규준이 과연 이런 방향에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시행시기를 연기한 것은 이런 문제점들을 인식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이다. 모범규준 시행을 서두르기보다 재계와 금융권의 목소리를 더 귀담아들어야 한다. 그런 연후에 주주자본주의에 어긋난다고 판단되면 폐기까지 염두에 두고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41210수] MB 자원외교 문제 있다고 셰일가스 개발예산 막나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요청했던 580억원의 셰일가스·오일 광구 지분확보 예산이 국회에서 전액 삭감됐다. 2년 연속이다. 광구 지분이 있어야 우리 기술진을 보내 탐사·시추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는데 거꾸로 가고 있다. 이명박(MB) 정부의 부실한 자원개발 투자에 따른 국회의 과민반응으로 꼭 필요한 자원개발 사업까지 된서리를 맞은 격이다. 미국이 불을 붙인 셰일가스·오일붐은 석유 중심의 세계 에너지 시장과 석유화학 산업의 판도를 바꿀 잠재력을 갖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에너지 패권을 미국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유가하락을 불사하며 산유량을 유지하는 등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셰일가스 개발을 위해 2011년부터 석유공사 등에 3년간 1조1,100억원을 출자했으며 대부분 미국·캐나다 셰일가스 개발사 지분 확보에 투자됐다. 석유공사가 23.7%의 지분을 가진 미국 텍사스주 이글포드 광구는 곧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탐사·시추에 활용할 기술개발을 위해 지난해 말부터 4년간 정부 예산 등 400억원을 투자하는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탐사·시추기술을 확보해도 우리가 운영권을 가진 광구가 없으면 빛을 볼 수 없다. MB정부의 자원개발 투자에 대한 국정감사 등을 핑계로 관련 예산을 무조건 삭감하는 것은 포퓰리즘적인 정치논리일 뿐이다. 광구 지분 확보는 탐사·시추 관련 산업 육성과 석유화학 산업의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셰일가스를 가공해 나오는 에탄의 제조원가는 원유에서 정제한 나프타의 절반에 불과할 정도다. 중국이 시추기술을 개발해 셰일가스를 양산한다면 국내 석유화학 산업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다. 정부는 석유화학 업계 인수합병(M&A) 및 구조조정까지 시야에 넣은 전방위적 셰일가스 청사진을 제시할 책무가 있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아침 햇발/박용현(논설위원)-20141210수] 대통령 되겠다면 이동헌군에게 답하라
지난 주말 한 입시업체의 대입 설명회는 인산인해였다. 2시간 넘게 진행된 설명회는 정신을 쏙 빼놨다.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 변환표준점수, 가·나·다 모집군의 대이동, 충원 합격의 비밀…. 난해한 셈법과 고난도 지원 전략이 강사의 현란한 언변을 타고 쏟아졌다. 수능이 ‘실력’ 대신 ‘운’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전락했다고들 개탄하는데, 대입 설명회에서 느낀 것은 수백, 수천의 변수가 얽힌 대입 자체가 이미 ‘복불복 요지경’이라는 점이다. 오죽하면 수십만~수백만원짜리 컨설팅까지 받아가며 지원 대학·학과를 고를까.
그렇다면 차라리 추첨으로 뽑으면 어떤가. 네덜란드는 경쟁 없는 개방형 대입이지만, 지원자가 몰리는 의학계열 등은 추첨을 한다. 상위권 학생일수록 당첨 확률을 높여줌으로써 ‘실력’이란 요소를 가미한다. 그래도 불만이 나오는지라, 2000년부터는 정원의 50%를 먼저 시험으로 선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이렇게 뽑은 학생들이 추첨 입학생들보다 학업 성취가 뛰어나지 않았다. 상당수 대학은 다시 시험을 폐지했다. 독일에는 정원의 20%를 ‘지원한 지 오래된 순서’로 뽑는 전형도 있다. 생경한 제도라고 치부할 게 아니라, 거기에 숨어 있는 사회·철학적 배경을 곱씹어볼 일이다.
수능과 같은 전국적 시험이 ‘공정하다’는 믿음도 신화에 불과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한 달에 수백만원씩 들여 ‘대입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학생과 급식비조차 낼 형편이 안 되는 가정에서 자란 학생이 공정한 경쟁을 치른다고 말하는 것은 저 누가 즐겨 하는 ‘유체이탈 화법’이다. 비슷한 조건에서 이뤄낸 성취를 보여주는 내신이야말로 공정한 평가방식일 것이다.
그렇다면 내신으로만 선발하면 어떤가. 미국 텍사스주는 1997년 ‘톱 10% 법’을 도입했다. 각 고등학교의 상위 10% 졸업자를 인기 있는 주립대학들에 우선 입학시켜 주는 제도다. 캘리포니아주도 비슷한 제도를 두고 있다. 우리로 치면 ‘강남’ 같은 곳에선 불만이 있을 터, 2012년 위헌 소송이 제기됐다. 하지만 연방대법원까지 오간 끝에 지난 7월 합헌이라는 결론이 났다.
현재의 입시로는 진정한 잠재력을 평가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입시 전문가이자 인간지능 연구의 권위자인 로버트 스턴버그 코넬대 교수는 인재의 조건으로 ‘분석·창조·실용 지능’과 ‘공동선을 추구하는 지혜’를 제시한다. 전통적인 시험은 분석 지능 한 가지만 평가할 뿐이란다. 그는 창조·실용 지능과 지혜까지 평가하는 대안 시험을 개발해 미국 터프츠대 입시에 적용했다. 그랬더니 소외계층 학생들의 합격률이 저절로 높아졌다.
어느 하나의 대안이 100% 정답은 아닐 수 있다. 대학 개혁과 노동·복지 시스템 개편이라는 여러 난제와도 맞물려 있다. 복잡하지만 풀지 못할 문제는 아니다. 우리는 고교 평준화, 대입 본고사 폐지, 과외 금지 등 굵직한 교육개혁의 기억을 갖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를 주도한 건 독재자들이었다. 하물며 주권자들의 민주적 결단으로 이 피폐한 교육 현실을 개혁하는 게 왜 불가능한가.
미래의 인재들이 쓸모없는 경쟁에 매달리느라 창의성을 고갈시키고 공동선의 지혜를 배우지 못한다면 나라의 미래 또한 암울하다는 게 스턴버그 교수의 문제의식이다. 이번에 수능 만점을 받은 부산 대연고 이동헌군도 똑같은 말을 했다. “입시 경쟁으로 인해 개성이 매몰되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지 못”하는 이 시스템을 바꾸고 싶단다. 2017년 대선을 준비하는 정당·주자들은 지금부터 사명감을 갖고 그 답을 찾아가기 바란다. 아마추어 대통령의 급조 공약으로는 결코 풀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이영희(문화스포츠부문 기자)-20141210수] '시련은 셀프'가 아닌 겨울이었으면
갑작스레 추위가 들이닥치니 몸과 마음이 덜그럭거린다. 한동안 감기 기운에 머리가 띵하더니 어제부턴 오른쪽 어깨가 말썽이다. 하지만 배부른 투정일 뿐이란 걸 안다. 어떤 이들에게 추위는 삶을 위협하는 직접적인 재앙이다. 지난가을부터 회사 근처 한 빌딩 앞에서 박스집을 짓고 잠을 자는 노숙자가 있다. 요 며칠 영하의 추위가 찾아왔는데, 박스집은 아직 그대로다.
겨울은 가난하고 나이 든 이들에게 혹독한 계절이다. 쪽방촌에 가는 노인들은 작은 전기장판의 온기에 의지해 겨울을 난다. 몇 년 전에는 전기가 끊겨 촛불을 켜놓고 잠이 들었던 할머니와 손주가 화재로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2011년 한양대에서 발표한 추위와 노인 사망률 관계에 관한 논문을 보면, 하루 중의 최저온도가 섭씨 1도씩 낮아질 때 65세 이상 노인의 전체 사망률은 0.27%, 호흡기계·심혈관계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각각 0.52%·0.32% 증가한다. 당연히 그 피해는 주로 빈곤층에 집중된다. 겨울철에 소득의 10% 이상을 난방비로 쓰는 가구를 ‘에너지 빈곤층’으로 칭하는데,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8%에 달하는 약 130만 가구가 이에 해당한다는 조사도 있다.
‘사계절이 뚜렷한 아름다운 우리나라’라고 초등학교 때 배웠다. 하지만 이런 통계를 보고 있으면 사계절이 뚜렷한 건 불운이 아닐까 싶어진다. 겨울을 힘겹게 나는 이들을 위한 ‘에너지 복지’에 대한 관심도 아직은 미미한 실정이다. 내년부터 에너지 빈곤층에 연료 구입에 쓸 수 있는 쿠폰이나 카드를 제공하는 에너지바우처(Energy Voucher) 제도가 실시된다고 한다. 하지만 겨울 한 철(12~2월) 기준으로 가구당 10만원 상당을 지급한다니 생색내기에 그친다는 지적이 많다. ‘겨울=불우이웃 돕기의 계절’ 공식도 깨진 지 오래다. 냉기로 가득한 본인의 연말을 챙기느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서일 게다.
지난 주말 방영된 tvN 드라마 ‘미생’에 이런 대사가 나왔다. “시련은 셀프(self)다.” 회사에서의 불합리한 대우를 묵묵히 감내하고 있는 주인공이 체념하듯 내뱉는 말이다. 맞다. 홀로 감당하고 극복해내지 않으면 안 되는 시련이 인생에는 즐비하다. 하지만 이 겨울, 추위로 인한 시련만은 ‘셀프’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체온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온기조차 누릴 수 없어 스러지는 생명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서둘러 주위를 둘러봐야 한다. 겨울은 이제 시작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조호연(논설위원)-20141210수] 브라운관 TV
서기 3000년을 기준으로 인류에 가장 영향을 미친 사람 100명을 꼽는다. 이런 발상을 담은 책 <서기 3000년>은 첫번째로 생명과학자를 소개한다. 진화론의 과학자 찰스 다윈이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예수·석가모니는 그 뒤였다. 그럴 만한 것이 그의 업적은 인류 영생의 비법 개발이었다.
이 책은 2600년경 인류 영생이 실현되는 것으로 그리고 있는데, 정작 이 과학자는 사고로 사망한다. 그런데 필자에게 100명 중 한 사람을 뽑으라고 한다면 독일 물리학자 브라운을 추천할 것 같다. 브라운관 TV의 브라운관을 개발한 그 브라운 말이다.
TV는 지난 60여년간 세계인의 삶과 정신을 함께 지배했다. 이만큼 인류를 사로잡은 ‘종교’는 없었다. 수십억명을 한결같이 매혹시킨 신이 역사에 등장한 적 있었는가. 이런 측면에서 브라운은 서기 3000년 동안 가장 영향력있는 100명 가운데 한 명으로서 자격이 충분하다. 이처럼 TV는 현대인의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된 지 오래다.
몇 년 전 미국에서 30일간 TV 시청을 중단하는 실험을 한 결과 조사 대상자들에게서 흡연, 음주, 심한 우울증, 의사소통 단절 등의 병적 증상이 나타났다. 실험에 참가한 120가구 중 92가구는 TV를 끊지 못했다고 한다. 어떤 마약보다 더 중독성이 강한 것이다. 정신과 의사들에 따르면 TV 속 세계가 현실이며 현실이 오히려 허위라고 생각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른바 TV증후군이다. TV에 빠져 사고력과 판별력이 모자란 ‘바보’가 되는 것이다. 점차 인터넷과 휴대폰에 자리를 내주고 있지만 TV의 위상은 아직 건재한 상황이다.
브라운관 TV가 머지않아 사라진다는 보도다. 아직까지 브라운관 TV를 제조 중인 일본과 인도 업체들이 내년 중 생산을 중단할 것을 결정했다고 한다. 액정 TV 등 첨단 TV에 밀려나는 것이다. 브라운관 TV의 퇴장 소식을 들으니 한 시대가 저무는 느낌이다. 물론 TV는 앞으로도 진화를 거듭하며 살아남을 것이다. 그동안 인류는 TV의 노예요, 로봇이었다. 브라운관 TV 시대 이후에도 인류는 여전히 TV에 지배당할 것인가.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오형규(논설위원)-20141210수] 하이힐
“피녀(彼女)들의 ‘하이힐’이 더한층 가벼움을 늣길 때가 왓다. /육색(肉色)의 ‘스터킹’ /극단으로 짧은 ‘스카트’.”(1933년 김기림 ‘봄의 전령-북행열차를 타고’ 중에서) 여성의 옷차림에서 먼저 계절을 느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시인 김기림도 짧은 스커트, 스타킹과 더불어 하이힐을 ‘짙은 에로티시즘과 발랄한 흥분’이라고 표현했다.
여성의 하이힐(high heel)에 대한 로망은 남성의 이해수준을 넘어선다. “지미추를 처음 신은 순간, 넌 네 영혼을 악마에게 판 거야.”(‘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섹스 앤드 더 시티’에서 주인공 캐리가 강도에게 외치는 말은 더 노골적이다. “펜디 백이나 반지, 시계는 다 가져가도 좋으니 제발 마놀로 블라닉만은 건드리지 말아주세요.”
스틸레토(굽이 뾰족한 힐)를 신으면 마술처럼 몸매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여성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뉴욕에선 스틸레토를 신기 위해 ‘레그 워크’란 준비운동이 유행할 정도다.
하이힐의 원조는 16세기 베네치아를 꼽는다. 에두아르트 푹스의 《풍속의 역사》에 따르면 당시 하이힐은 두 가지 용도였다. 오물로 뒤덮인 길을 건너는 실용적 용도와, 몸매를 최대한 돋보이게 하는 미적 용도다. 하이힐을 신으면 엉덩이가 올라가고 넘어지지 않기 위해 배를 들이밀고 가슴은 내밀게 돼 풍만함이 두드러지게 된다는 것이다.
과거 하이힐은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17세기 절대왕정 시대에 태양왕 루이 14세의 초상화는 초핀(굽 높은 슬리퍼)을 신은 모습이 대부분이다. 귀족들 사이에 초핀이 유행하며 굽이 최대 40㎝에 달한 적도 있다. 굽높이가 곧 신분의 상징이었다. 프랑스혁명 이후 굽이 낮아졌지만, 1970년대 들어 디스코 열풍 속에 잠시 남성 하이힐이 유행하기도 했다.
하이힐은 대개 굽이 7~8㎝인데 10㎝를 넘으면 킬힐(kill heel)이다. 세계 톱모델들이 20㎝ 이상인 킬힐로 런웨이를 걷다 넘어지는 일도 다반사다. 하이힐은 발가락이 휘는 무지외반증, 하지정맥류, 요통 등을 유발해 ‘현대판 전족’이란 악명이 높다. 그래선지 올해 단화가 유행이고, 이른바 ‘운도녀(운동화 신고 출근하는 도시여성)’도 늘고 있다.
최근 프랑스에서 남성들이 하이힐을 신은 여성에게 호의적이란 연구결과가 나와 흥미롭다. 하이힐 여성이 장갑을 떨어뜨렸을 때 남성이 주워줄 확률이 단화를 신은 여성보다 50% 높았다고 한다. 여성이 하이힐을 포기 못 할 만하다. 미(美)는 고통에 반비례하는 것일까.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문성진(논설위원)-20141210수] '시리 체제'의 균열
[IMG01]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책장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저서 '중국 통치(The Governance of China)'가 꽂혀 있다. 동료들에게 주려고 여러 권 구입했다고 한다. 이 책을 보고 중국식 사회주의를 이해하기를 바란다는 말도 했다. 중국에서 페이스북 사용이 차단돼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인 듯하다. 시진핑을 알아야 중국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음을 저커버그가 제대로 간파하기는 했다.
중국에서는 요즘 시진핑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태세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위대한 시왕(習王)'까지 거론될 정도다. 부패 척결 드라이브에 찬사가 더해지면서 숭배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에 대한 유죄 선고가 확정되자 한 네티즌은 "시 주석의 영명한 결단은 14억 중국인의 복"이라고 극찬했고 인민일보는 "시 주석은 인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당원 간부와 군중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다"고 썼다.
반면 시진핑과 더불어 '시리 체제'의 한 축을 담당해온 리커창 총리의 입지는 점점 축소되는 분위기다. 중국에서는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것이 총리의 역할인데 요즘의 리커창은 존재감조차 찾을 수 없다. 급기야 홍콩 시사잡지 '정경'에는 리커창이 실무형 총리로 전락하고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는 소식까지 실렸다. 시진핑 1인 지배체제가 굳어져 총리를 포함한 정치국 상무위원 6명은 모두 들러리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 이 잡지의 분석이다.
시진핑 독주체제는 진시황이 6개국을 무너뜨리고 천하를 석권한 형세에 견줄 만하다. 다만 시스템 붕괴에는 반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얼마 전 공개석상에서 "시 주석은 덩샤오핑 이래 누구보다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권력을 공고화했다"면서 "인접 국가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중의 열망도 부담이다. 저우융캉의 몰락을 목도한 중국 인민은 벌써 장쩌민과 원자바오 등 더 큰 특권의 피를 요구하고 있다. 시리 체제의 붕괴와 더불어 공포정치와 권력투쟁이 싹트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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