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담배업체 주머니 불려주려 세금 올렸나
정부가 지난해 1월 1일 실시한 담뱃세 인상이 다국적 담배 회사들의 주머니만 불려줬다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필립모리스코리아와 BAT코리아는 담뱃세 인상 발표를 앞두고 담배 재고량을 크게 늘린 후 담배가격 인상후 이를 되파는 수법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업체는 이같은 꼼수를 부려 2000억 원이 넘는 세금을 내지 않아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담배 1갑당 594원의 개별소비세를 신설하고 담배소비세를 366원 인상하는 등 담뱃세를 1591.9원으로 올렸다. 담뱃세가 오르자 한 갑에 2500원이던 담배 가격이 4500원으로 껑충 뛰었다. 필립모리스와 BAT는
담뱃세 인상을 앞두고 인상 전 기준의 세금과 부담금을 내고 담배 재고량을 크게 늘린 후 담뱃세가 오르자 인상된 가격으로 팔았다.
이들 업체는 담배 보관창고에 해당하는 제조장에서 담배가 반출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담뱃세를 부과한다는 법규를 악용한 것이다.
이
들 업체들은 담배를 판매한 것처럼 세금을 미리 낸 후 담배를 임시 창고에 쌓아뒀다가 다시 제조장으로 반입해 재포장하는 치밀한
수법을 썼다. 또한 아직 제조하지도 않은 담배를 세금 인상전에 미리 담뱃세를 내는 방식도 썼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를
통해 필립모리스와 BAT는 각각 1691억여원과 392억여원의 차익을 거머쥐었다.
이
들 담배업체들이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온갖 탈법을 자행하는 동안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관계 당국은 담배 회사들이 담뱃값 인상 전과 인상후 발생하는 차익을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수수방관해
왔다. 정부당국의 미온적 대응에 당연히 국고로 들어가야 할 거액의 세수가 담배업체 주머니로 고스란히 들어간 것이다.
담
뱃세 인상이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명분에서 벗어나 외국 담배업체 매출만 늘려줬다면 이는 잘못된 제도임에 틀림없다. 감사원이 관련
부처에 이들 업체가 탈루한 세금과 가산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한 것은 옳은 결정이다. 정부는 이들 업체가 정당하지
못하게 벌어들인 수익을 다시 받아내는 방법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2. 여야 오기정치 버리고 국감 정상화하라
제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오늘 시작된다. 하지만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의 후폭풍으로 파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해임건의안 가결에 반발해 ‘국회일정 보이콧’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김 장관 해임건의안 수용을 촉구하며 단독 국감 불사론으로 맞서고 있다. ‘협치’가 무색하게 ‘여야의 대치 전선’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은 해임건의안 파문을 정세균 국회의장의 직권남용과 수적 우위를 앞세운 야당의 ‘날치기’로
규정하고 정 의장의 사과와 의장직 사퇴, 처리 무효선언을 요구했다. 특히 국회일정 전면 거부는 물론 정 의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기로 방침을 정하는 등 강경한 입장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국회의 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에 유감을 표명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더민주당 등 야당은 여당의 국회 일정 보이콧을 민의에 대한 역주행이라고 주장하며 국정에
책임있는 자세로 임하라고 촉구했다. 더불어 야당 단독으로라도 국감을 진행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특히 68년 헌정 사상 다섯
차례에 걸쳐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 가결되고 당사자들이 모두 사퇴한 사실을 지적하며 박 대통령에게 해임건의안 통과를 수용하라고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국감은 국회가 행정부의 국정 전반에 대해 실시하는 감사 활동으로 국회의 권리이자 의무다. 북한의 5차례 핵실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경주 지진 등에 대한 정부 대응에 문제가 없었는지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경기회복과 민생 문제, 실업난, 가계부채,
한진해운 사태 등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검찰 개혁,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파동,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 등 역시 속
시원하게 밝혀내야 할 현안이다.
해임건의안 파문이 정국의 불랙홀로 작용해 국감이 부실해져서는 안 될 일이다.
정부의 정책집행이 제대로 됐는지, 예산낭비는 없었는지를 따지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 당력을 다 쏟아도 모자랄 판에 여야가 감정과
오기의 정치로 정쟁에 몰두하는 것은 옳지 않다. 파행이 길어지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여야는 해임건의안 파문을 조속히
수습하고 국감을 정상화하길 바란다.
[서울신문]
3. 북핵 위협 커지는데 사드 부지 이젠 결정해야
정
부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제3후보지를 경북 성주군 초전면 성주골프장으로 사실상 결정하고 발표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어제 사드 배치를 위한 성주군내 제3후보지에 대한 평가 작업이 끝나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을
거쳐 조만간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후보지인 롯데스카이힐골프장은 기존 성산포대에서 약 18㎞ 정도 떨어져 있어 성주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크게 수그러들 전망이다. 하지만 김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어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는 남아 있다.
정
부가 사드 배치 지역을 성산포대로 결정했던 지난 7월 13일에 비해 현재 우리의 안보 상황은 더 위급한 상황이다. 북한은 9월
4일 한·중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시간에 맞춰 탄도미사일 3기를 발사하고, 9월 9일 5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도 모자라 6차
핵실험을 노골화하는 등 막가파식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이 유엔총회에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핵무력의 질적·양적 강화를 계속하겠다고 주장하고, 미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B1B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전개한 것까지 문제 삼으며 미국을 상대로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북한의 핵 도발에 대응하는 방어 수단인
사드 배치는 이젠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필수적 조치임을 정치권이나 국민이나 깨달아야 한다. 그런데도 사드 배치를 놓고 정치권이
완전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지역민들은 지역민대로 내 땅에는 안 된다며 이기주의를 버리지 못하는 현실은 안타깝고도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을 설득하는 1차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제3부지 발표 시일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최대한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 공을 들여야 한다. 나아가 경북지사와 성주군수, 김천시장 등 지역 관계자들도 주민 설득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지역민들의 사정이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국가 안보를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지역
주민들은 수용하겠다는 결단을 내려 주기 바란다.
모 든 지역의 주민들이 같은 생각을 한다면 과연 사드는 어디에 두어야 할까. 북핵 위험이 사라지면 사드는 당연히 철수할 것이다. 북한의 핵위협은 가상이 아닌 현실이 된 상황이다. 사드 배치 부지를 놓고 대치하는 소모적인 갈등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 북한의 폭탄이 실제로 떨어져도 이런 갈등을 계속할 수 있을까.
4. 세계 3위까지 뛴 가계빚 증가 속도
한국의 경제 규모 대비 가계부채가 세계 주요 40여개국 가운데 세 번째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결제은행(BIS)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8.8%로 1년 전 84.3%에 비해 4.5% 포인트나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증가 폭은 노르웨이(6.2%
포인트)와 호주(4.9% 포인트)에 이어 세계 주요 42개국 중 세 번째로 컸다. 우리의 가계부채 비율 역시 영국(87.4%)을
추월하며 여덟 번째로 높은 나라가 됐다.
우리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정상적인 궤도에서 벗어났다. 올해 2분기 기준
가계부채 규모는 1257조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전 분기와 비교해도 무려 54조원 이상 증가한 수치로 연내
1330조원 돌파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연내 미국의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 부채가 우리
경제에 치명적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강화하자 대출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등급이 낮아 시중은행 대출을 받지 못하는 서민층의 생계형 가계대출도 심각해지고
있다. 이른바 가계대출의 ‘풍선효과’다. 가계대출 구조가 악성화될수록 금리가 올랐을 때 가계 파산의 확률은 높아지게 마련이다.
가계 파산은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국가 경제에 직격탄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의 사슬을 끊어 내는 노력이 시급하다. 최근 가계대출
자금이 부동산 광풍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도 불안하다.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일주일 사이에 수천만원이 올랐을
정도다.
위험 수위에 다다른 가계 부채에 대한 경고음은 계속 울리고 있지만 정부가 내놓은 ‘8·25 가계부채 대책’은
달궈진 분양시장 안정화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가계부채를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정부가 최근 강남 재건축시장을
중심으로 과열된 부동산 시장에 추가 대책을 꺼내 들려는 조짐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8·25 대책’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만큼 모니터링 강화 정도의 대책으로 성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어설픈 대책으로는 상황만 악화시킬 뿐이다. 대출을
억제하는 근본적 대책이 시급하다. 정부가 실기하면 가계 부채 문제는 감당하기 어려운 사태로 빠져들 것이다.
5. ‘김 장관 해임 건의’에서 보여준 한국 정치의 퇴보
김 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 건의안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 새벽 여당이 퇴장한 가운데 야 3당이 건의안을 처리하면서 정국은 급격히 경색됐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출신 정세균 국회의장은 건의안 처리 전날 국무위원들의 저녁 식사 시간 할애를 놓고 수준 이하의 설전을 벌이더니 어제도 입씨름을 계속했다. 대정부 질문이 자정을 넘기면서 본회의 차수를 변경한 것과 관련해 새누리당이 국회법 위반 시비를 제기하면서다.
박
근혜 대통령이 건의안 수용 불가를 밝히면서 감정적 대치 전선은 더욱 가파르게 전개될 참이다. 협치의 전통이 축적되지 않은 한국
정치가 내진 설계 안 된 건축물처럼 흔들리며 가뜩이나 민생고에 지친 국민을 더 불안하게 할까 걱정이 앞선다. 20대 국회가 출범한
이래 여야는 틈만 나면 협치를 합창했다. 하지만 해임 건의안을 다툰 지난 23일 본회의장은 여야의 삿대질과 고성 등 불협화음만
가득했다. 4·13 총선으로 여소야대로 바뀌어 여야 간 공수만 교대했을 뿐 거야(巨野)는 밀어붙이고 소여(小與)는 의사 진행을
가로막는 구태는 그대로였다.
게다가 국무위원들이 여당의 의사 진행 지연술에 가세하는 전대미문의 볼썽사나운 풍경까지
벌어졌다. 여당이 과반수 의석을 가졌던 19대 국회에서는 야당이 이른바 국회선진화법과 필리버스터 조항을 활용하더니 이제는 여권이
이를 새롭게 응용하는 꼴이다. 후진적 한국 정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도 모자랄 판에 하향 평준화로 치닫고 있는 격이다.
박
대통령이 인사청문회에서 저금리 대출 등 몇몇 ‘하자’가 드러난 그를 장관으로 임명한 것 자체에 문제가 없진 않다. 그러나 그를
혹독하게 검증했던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조차 해임 건의를 반대하지 않았나. 김 장관 친모의 차상위계층 건강보험 혜택이나 전세 특혜
의혹은 충분히 해소됐다면서 말이다. 야권의 김 장관 해임 건의안이 무리해 보이는 이유다. 그가 장관에 임명된 후 대학 동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흙수저라 당했다”고 토로해 자질 시비를 자초한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야권이 정책 능력은 살펴보지 않은 채 해임 건의안을 밀어붙인 것 또한 힘자랑과 감정적 처사로 비칠 수도 있을 듯싶다.
국
정감사 일정이 차질을 빚는 등 정국 파행이 오래가면 국정을 책임진 여권에도, 수권 능력을 보여 줘야 할 야당에도 자충수가 될
것이다. 말 그대로 ‘해임 건의’안인 만큼 청와대가 이를 수용하지 않더라도 법리상 문제는 없다. 다만 수용하지 않는 첫 사례를
만드는 만큼 바람직한 선택일 리는 만무하다.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해 다른 출구를 찾거나, 김 장관 스스로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게
차선의 대안일 수도 있다. 여야 모두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국민의 싸늘한 시선을 의식한다면 먼저 대국적으로 양보하는 쪽이
박수를 받을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매일경제]
6. 민영화 파란불 우리은행 지배구조 개혁에 주목한다
우리은행 민영화에 청신호가 켜졌다. 정부는 예금보험공사 보유 우리은행 지분 51% 중 30%를 4~8%씩 쪼개 팔기로 하고 지난 23일까지 투자의향서(LOI)
를 받았는데, 한국투자금융과 한화생명을 비롯한 국내외 투자자 18곳에서 인수를 희망한 물량이 매각할 지분의
3~4배(82~119%)에 달했다. 중국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을 내세워 인수전에 뛰어든 것을 포함해 외국 자본들도 여럿 참여했다.
2010년 이후 네 차례나 경영권 지분 매각에 실패했던 것과 달리 이번 과점주주 매각은 흥행 성공을 기대하게 한다.
정
부는 투자 의향을 밝힌 18곳 중 적격 후보를 추려 11월 중 본입찰을 실시하며, 이때 매각된 지분이 예보 잔여 지분(21%)을
웃돌면 우리은행이 사실상 민영화된 것으로 본다. 예보가 여전히 형식상으로나마 최대 주주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사실상 민영화가
이뤄진다는 말은 곧 정부가 더 이상 우리은행 경영을 좌지우지하지 않고 새로운 과점주주들의 자율 경영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4% 이상 지분을 갖는 새 과점주주들이 각자 사외이사를 한 사람씩 내세우고 차기 행장도 이들 주도로 선임토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예보와 우리은행 간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
을 해지해 우리은행이 정부 입김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약속은 과점주주 매각 절차가 끝나는 즉시 완전히 이행돼야
한다. 실질적인 자율 경영을 위해 몇 가지 추가 조치도 필요하다. 특히 우리은행이 사실상 민영화될 경우 예보 지분을 근거로 한
감사원 감사의 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지분 매각이 마무리되면 16년째 정부가 경영권을 쥐고 있는
우리은행이 마침내 민간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가진 과점주주들이 자율 경영을 통해 경쟁력 강화를 꾀할 수
있는 체제는 국내 은행 지배구조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이참에 예보의 잔여 지분도 최대한 빨리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실질적인 지배주주 부상 가능성도 열어놓기 바란다.
7. 건보료 민원 6700만건, 언제까지 개편 미룰건가
지
난해 건강보험료 관련 민원이 6725만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 숫자가 고작 5107만명인데 건보료 민원이
6725만건에 달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보건복지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건보료 개편을 제외할 만큼 의지가
없다. 보다 못한 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21일 "정부가 건보료 체계 개편을 꺼리는 것은 (대선) 표심을 의식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을 정도다.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가 문제가 많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다. "생활고로 동반
자살한 '송파 세 모녀'는 월 5만원이 넘는 건보료를 낸 반면 수천만 원 연금 소득이 있는 나는 직장가입자인 아내의 피부양자로
등록하면 보험료가 0원"이라는 김종대 전 건보공단 이사장의 고백은 제도의 맹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퇴직·실직 후 소득이 줄었는데도
보험료는 2~3배 뛰어 '건보료 폭탄'을 맞는 가입자도 부지기수다. 자연히 탈법과 편법이 횡행한다. 건강보험 피부양자가 지난해
6월 기준 2000만명을 넘었고 퇴직 후 보험료를 덜 내려고 위장취업해 적발된 사람이 최근 5년간 8600명에 달했다.
건
보료 개편의 방향과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부유층이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재해 보험료를 한 푼도 안 내는 불합리를 개선하고
저소득층이나 퇴직자에게는 터무니없는 건보료를 물리지 않도록 종합소득 중심으로 부과체계를 바꾸자는 것이다. 문제는 안 내던 건보료를
내야 하는 피부양자들과 건보료가 오를 수 있는 고소득층의 반발이다. 정부가 미적거리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하 지만 해마다 폭증하는 건보료 민원에서 보듯이 국민적 분노가 폭발 직전이다. 단기적으로 현행 틀 안에서 임대·사업소득이 있는 경우 피부양자 등재를 제한하거나 퇴직·실직자의 경우 건보료 부담을 낮춰주는 등의 임시 조치라도 해야 한다. 정부·여당은 더 이상 회피하지 말고 대선을 앞둔 포퓰리즘 광풍이 닥치기 전 올해 안에 건보료 개편을 마무리 짓기 바란다.
[세계일보]
8. 대통령과 여야, 해임건의안 충돌로 국회 마비시킬 때인가
청와대 수용 불가 입장 밝혀 김 장관 스스로 결단 내리길 파행 책임 야 3당도 반성해야
박
근혜 대통령과 여야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놓고 정면충돌하면서 정국 파행과 국회 마비가 우려되고 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징후 등 안보 위기가 팽배한 상황에서 내부 분열로 국정이 정쟁에 발목잡히는 꼴이어서 개탄스럽다.
김
장관 해임건의안은 그제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과 무소속 의원 170명이 참여한 표결 결과 찬성 160표,
반대 7표, 무효 3표로 가결됐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통과는 13년 만으로, 20대 국회의 여소야대 위력을 재확인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해임건의안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제 오후 장차관 워크숍에서 “나라가 위기에 놓여있는 이런 비상시국에
굳이 해임건의의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농림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유감스럽다”고 했다. 이어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어제 “임명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장관에게 직무능력과 무관하게 해임을 건의했다는 점, 새누리당이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요청한 점 등을 감안해 박 대통령은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임건의안은 말
그대로 ‘건의’일 뿐이고 박 대통령이 이를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당·청 지적대로 이번 해임건의안은 본회의 처리 시 발생한
이른바 차수 및 의사일정 순서 변경 등에서 문제가 없지 않다. 국회법 규정대로 국회의장이 원내 교섭단체 간 협의 절차를
준수했느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렇더라도 국회가 결정한 만큼 대통령이 존중하는 게 정도이고 순리다.
과
거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것은 모두 다섯 차례이고 그때마다 해당 장관은 모두 사퇴했다.
2003년 노무현정부 시절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역대 어느 정권도 해임안 통과를
거스른 적이 없다”고 수용을 압박해 관철했다.
박 대통령의 건의안 수용 여부와 관계없이 김 장관이 먼저 거취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신에 대한 여러 의혹이 해명되고 사실과 다르더라도 ‘흙수저’ 운운하며 처신을 잘못해 공분을 샀다.
해임건의안을 자초한 측면이 적잖다. 국회 차원의 협조를 기대할 수 없는 처지에서 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할지도 의문이다. 결단을
내리는 것이 박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는 길이다.
20대 국회는 출범한지 몇 달도 안 돼 ‘새 정치’에 대한 국민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4·13 총선 민의였던 ‘협치’ 정신을 내팽개치고 극한 대립으로 치달아 역대 최악의 19대 국회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벌써 나온다. 이번 해임건의안 사태에서 보듯 입법 권력을 장악한 야 3당의 독주 탓이 크다. 지난달만 해도
상임위에서 추경안을 표결로 단독처리하는 등 ‘수적 우위’를 앞세운 실력행사를 서슴지 않았다. 이는 자신들이 성토했던 여당의
구태라는 점에서 반성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해임건의안 거부에 맞서 대여 공세로 일관한다면 파행 정국에 대한 책임과 비판 여론에
직면할 것이다.
새누리당이 해임건의안 처리에 반발해 국회일정 전면 보이콧을 예고한 것은 국정운영을 책임진 집권당의
자세가 아니다. 국회 마비로 인한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가뜩이나 경제난에다 지진사태로 고통받고 불안한 국민을 생각하는 결정을
내려주기 바란다.
9. 김영란법 혼선 최소화에 성패 달려 있다
부
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 시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공무원과 공공기관·사립학교 종사자,
언론인이 법 적용 대상이다. 법 적용 대상 기관이 4만919개에 달한다. 부정청탁이나 금품수수를 금지해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는
데 목적을 둔다.
법 적용 대상이 워낙 광범위한 데다 ‘직무 관련성’ 같은 핵심 개념이 엄밀하게 정의되지 않아 법
적용의 혼선이 우려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방대한 법 해설자료를 내놓았지만 일부 사례에 대해선 아직도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법 적용 대상자뿐 아니라 민간기업 임직원 등이 지금도 법 해설자료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이러니 시행 과정에서
적잖은 문제점이 발견될 것이다. 규제가 과도하다는 볼멘소리도 곳곳에서 나온다. 공직사회 등에선 벌써부터 모임이나 약속을 취소하는
경우가 줄을 잇는다. 오늘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선 의원 식사비를 국회에서 자체 결제한다고 한다. 관공서 부근 음식점 등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되 혼선은 최소화하는 데 김영란법의 성패가 달려 있다. 정부와 국회는 법에
문제가 있다면 바로잡는 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국회 입법과정에서 삭제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조항부터 복원해야 할 것이다.
사회 전반에 거품이 사라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경제적 충격을 줄이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2018년
음식물·선물·경조사비 가액 기준을 다시 검토할 방침인데, 그 전이라도 필요하다면 보완해야 할 것이다.
김영란법은 부패
없는 사회를 만들자는 법이어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선진사회로 나아가는 실험이기도 하다. 접대문화나 조직문화에 일대 변혁을
몰고올 것이다. 우리 모두 몸가짐을 바로 해야 할 때다. 우리 사회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매일신문]
10. 부적격자 국민임대주택 거주, 단속 안하나 못하나
무
주택 저소득층을 위한 국민임대주택에 고가의 외제차나 보트 등이 심심찮게 목격돼 부적격자 입주 문제점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본지가 최근 대구시내 1천 가구 규모의 한 장기 국민임대아파트를 취재한 결과 고급 외제차 등 10여 건이 눈에 띄었다. 서민은
꿈도 꾸지 못하는 이런 값비싼 제품이 30년 장기 임대아파트에서 적잖이 확인된다는 것은 아무리 편견을 갖지 않고 보더라도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그동안 부적격자의 국민임대주택 거주가 공공연히 이뤄지면서 큰 사회적 논란거리가 된 지 오래다.
무늬만 서민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자 최근 당국이 자격 요건 심사를 강화해 소득`재산은 물론 자동차 평가액까지 엄격히 따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편법을 동원해 서류상 입주 자격을 맞추고는 국민임대주택에 거주하는 부적격자가 없지 않다.
대구
시내 국민임대아파트 한 곳의 사례만 봐도 이 정도다. 대구 38개 단지, 경북 67개 단지 등 전국적으로 1천678개
국민임대아파트 단지로 확대하면 비슷한 의심 사례가 족히 수만 건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부가 영구임대, 전세임대, 행복주택 등
무주택 저소득 서민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계속 확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서류상 입주 자격을 갖춘 부적격자가 계속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정부 예산 지원을 받아 지은 국민임대주택이 이런 식으로 계속 운영되면 당장 무주택 서민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간다. 높은 입주 경쟁률 때문에 거주 비용이 낮은 임대주택에 살지 못하고 높은 민간주택 임대료를 감내해야 하는 서민
입장에서는 분통 터지는 일이다. 이런 현실은 형평성은 물론 사회정의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된다.
재산을 타인 명의로 돌려놓고 버젓이 국민임대주택에 들어와 사는 것은 남의 둥지를 빼앗아 알을 낳는 뻐꾸기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
지자체와 주택공사 등 관계기관이 입주 전에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수단이 없다면 입주 후에라도 철저한 재조사를 통해 옥석을 구분해야 한다. 의심 사례에 대한 소득`재산 파악은 당국이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일이다.
주요 신문칼럼
1. [서울경제]음악가들 사이에 골초와 주당이 많은 이유
새
로운 악상을 떠올리는 일은 정신적 노동 중에서도 매우 힘든 일에 속한다. 보통 정신적 노동을 직업으로 하는 이들 중에는 담배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데 작곡가 중 골초들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선 브람스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진한 커피와
함께 독한 담배를 몇 개비 피우고 작곡을 시작했다고 한다. 푸치니는 젊은 시절 교회의 파이프 오르간의 파이프를 몰래 빼내어 팔아
담배를 사 피울 정도의 지나친 애연가였다. 이들 외에도 창작의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담배로 풀었던 음악가들은 너무도 많아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이다.
술을 좋아하는 음악가도 많았다. 그중 작곡가 무소르그스키는 보드카를 좋아한 나머지 결국 알코올 중독 환자가 되고, 치료 중에도 술을 마셔 42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스트레스를 술로 이겨 내려다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음
악가 중 연주가들은 짧은 시간 안에 매우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공연이 시작되고 자신이 무대로 나가기 바로 직전에 몰려오는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물론 대부분 연주자가 이 긴장감을 이겨내고 무대에 서 자신의 기량을 펼치기 때문에
연주가라는 직업을 유지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공연하는 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한꺼번에 쏟아내야만 하는 매우 힘든 일이다.
그
래서 연주자들은 오래전부터 자신들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1950~60년대를 풍미한 최고의 테너 쥬세페 디
스테파노는 유흥과 여색을 좋아했다고 하는데 그의 전성기가 다른 테너들에 비해 짧았던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 후세의
평가다.
또
많은 성악가들이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가 많다. 성악가는 좋은 컨디션의 목소리를 위해 술이나 담배도 조심해야 하고 지나친
대화를 통해 목소리를 피곤하게 해서도 안 된다. 그렇다 보니 먹는 것에 집착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유명한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리허설과 공연 중에도 수북이 쌓인 과일들을 끊임없이 먹어댔다고 하며 지휘자인 주빈 메타는 매운 음식을 매우 좋아한다고 한다.
역사적인 성악가 엔리코 카루소는 만약 공연 전에 하나도 떨리지 않는다는 이가 있다면 그는 진정한 음악가가 아니라고 말했다. 창작을 위한 음악가들의 스트레스는 곧 음악을 하는 힘의 원천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2. [매일신문][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모둠
교 직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젊은 선생님 한 분이 자기 학교 교감 선생님에게 불려가 ‘왜 수업 시간에 학생들을 모둠 학습 대형으로 앉히지 않느냐’는 질책을 듣고서 생각이 많아졌다. 당장 아이들은 모의고사 문제 유형에 적응도 안 되어 있고, 고전문학은 기초도 안 되어 있는데 어떻게 모둠 학습을 해야 하나, 모둠 학습을 하지 않는 게 죄악인가 하는 물음부터 그 상황에서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자괴감까지, 교감 선생님의 한마디가 불러온 나비 효과는 제법 컸다.
나
는 명강사로 이름 높은 선생님들의 수업에서 모둠 학습 대형으로 앉히는 것 봤느냐고 위로해 주고, 모둠 학습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의 소통 속에서 학생들을 위한 길을 찾으면 길이 보일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나도 아직까지 찾고 있는
중이지만)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는 앞에서 이야기한 ‘모둠’이라는 말이 낯선 말일 수 있다. ‘모둠’이라는 말은
한자어 ‘조’(組)를 대체하기 위해 찾은 우리말이다. 1990년대 후반에 국어 선생님들이 ‘모이다, 모으다’라는 뜻을 가진 옛말
‘모도다’와 이것의 방언형인 ‘모드다’, ‘모두다’를 바탕으로 ‘모듬’ 혹은 ‘모둠’이라고 하였다. 경상도에서는 ‘모다
가이고’(모아 가지고)에서 보이는 것처럼 기본형 ‘모드다’에서 온 ‘모듬’을 선호했다. 그러나 서울 지역 선생님들이 ‘모둠’으로
썼기 때문에 지금 현재 ‘모둠’은 ‘초`중등학교에서, 효율적인 학습을 위하여 학생들을 작은 규모로 묶은 모임’이라는 뜻으로 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그런데 ‘조별 과제’, ‘1조, 2조’처럼 지금도 ‘조’라는 말을 사용한다. ‘조’는 ‘1번부터
5번까지는 1조, 6번부터 10번까지 2조’ 이런 식으로 임의로 묶어 놓은 집단에 어울린다. 이에 비해 ‘모둠’은 그 어원을
생각하면 학생들이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인, 능동적인 성격이 강한 것이다. 그렇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모둠’보다 ‘조’를
더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점수를 잘 받아야 하는 학생은 죽어라 해야 하고, 모둠원 잘 만난 학생은 무임승차도
가능하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하루는 집에 와서 너무 힘들다고 펑펑 울었다. 그룹 댄스, 리코더 합주하기, 릴레이 웹툰 그리기, UCC
만들기 등등의 의미를 알 수 없는 수행 평가는 많고, 또 대부분 모둠별 과제다 보니 잠은 잠대로 못 자고, 취약한 국어와 수학
공부는 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딸은 자기가 목표로 하는 대학에서는 예체능 과목이 들어가는데, 다른 모둠원들은 들어가지 않는다고
적극적이지 않아 친구 사이까지 나빠질까 걱정이라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모둠’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모둠 학습을 안
하는 것도 학생들을 위하는 한 방법이다.
3. [매일신문][매일춘추] 마음은 두 개의 침실이 있는 집
“마음은 두 개의 침실이 있는 집입니다. 한쪽 방에는 근심이 살고, 다른 방에는 기쁨이 삽니다. 인간은 그렇게 큰 소리로 웃어서는 안 됩니다. 큰 소리로 웃으면 옆방에 있는 근심을 깨우게 됩니다.” 프란츠 카프카의 말입니다.
저
는 하청 글쓰기 노동자입니다. 적당한 소음은 집중하기에 좋다는 말을 듣고 커피도 마실 겸, 글을 쓰기 위해 동네 커피숍에
갔습니다. 손님이 없는 층을 골라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펼쳤습니다. 잠시 후, 어디선가 서너 살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들의 손을
잡고, 젊은 엄마 둘이 제 곁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세 명의 아이들은 엄마들의 수다가 지겨운지, 가만히 있지 못하고 뛰어다닙니다.
엄 마들은 아이들이 뛰어다니든 말든 수다에 여념이 없습니다. 보다 못한 저는 뜨거운 커피도 있고 테이블 모서리에 혹시라도 아이들이 다칠까 봐, 엄마들에게 아이들이 뛰지 못하게 해달라고 조심스럽게 부탁을 했습니다. 제 부탁에 대한 대답은커녕, 아이들의 엄마는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합니다. “야, 엄마가 뛰지 말랬지! 조용히 하란 말이야!” 아이들이 멈칫하더니 다시 뛰어다니기 시작합니다. “야, 이리로 안 와? 맞아봐야 알겠어? 뛰지 말란 말이야!” 아이들은 엄마들의 고성에 멈칫하다가, 다시 뛰기를 반복하고, 그럴 때마다 엄마들의 고성도 반복되었습니다.
심
지어는 “야, 이 아저씨가 글 쓰는데 시끄럽다고 하잖아. 조용히 안 해!” 제가 들으라는 듯이 소리를 지릅니다. 아이들이 장난치며
뛰어다니는 소리보다 엄마들의 소리가 훨씬 더 높고 커서, 엄마들의 목소리에 제가 기겁을 할 지경이었습니다.
저는 이
난감한 사건을 겪으면서 ‘세상에 나쁜 아이들은 없고 예의가 없는 어른만이 있겠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두 가지의
마음이 부딪치는 것이 불편해서 제가 미리 자리를 뜨긴 했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이런 풍경은 커피숍이나 음식점에서 흔히 만날 수
있습니다. 제가 글을 쓰러 간 커피숍은 카프카의 말처럼 두 개의 침실이 있는 집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내가 기쁘게 웃을 때, 옆의
테이블에는 이별하는 연인이 마지막 차를 마시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소리 내서 크게 웃을 때, 어느 이웃은 입을 틀어막고
울음을 삼키고 있습니다.
사 람 사는 일이 근심과 기쁨을 마중하는 일입니다.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소리 지르는 엄마들을 생각하니, 공자의 사물잠(四勿箴) 생각도 따라옵니다. 비례물시(非禮勿視)하며 비례물청(非禮勿聽)하며 비례물언(非禮勿言)하며 비례물동(非禮勿動)이니라. “예가 아니면 보지 말며, 예가 아니면 듣지 말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며,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마라.” 너무 큰 소리로 웃으면 옆방에 있는 근심을 깨우게 된다는 카프카의 금언(金言)이 어쩌면 공자께서 말씀하신 예의 출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4. [한국일보][기억할 오늘]프리다 커츠웨이
프리다 커츠웨이(Freda Kirchwey)는 미국의 진보 자유주의 매체 ‘The Nation’
을 이끌며, 전간기 불황과 파시즘 세계대전 매카시즘의 시대를 헤쳐나간 저널리스트이자 페미니스트다. 시대의 가파름 탓도 있겠지만,
그는 자신의 반파시즘ㆍ반제국주의 신념을 자유주의적 가치와 원칙보다 앞세워 매체 지지자들과 불화하기도 했다.
커츠웨이는
신제국주의와 진보의 기운이 힘을 겨루던 1893년 9월 26일,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학자였던 그의 부모는 여성 참정권운동과
노동운동을 지지하던 평화주의자였다. 커츠웨이는 뉴욕 바너드 대학을 다닐 무렵부터 여성평화당(WPP) 당원이었고, 1915년 졸업한 뒤 뉴욕트리뷴 등 여러 매체 기자로 일했다.
18년 ‘The Nation’
에 입사했고, 33년 미국의 전국매체 최초의 여성 편집장이 됐다. 마거릿 생어 등의 활동을 지지하며 그는 26년 한 칼럼에서
“여성 혁명은 20세기 전반의 그 어떤 사회변혁보다 도드라진 성취를 이룰 것이다.(…) 첫 출항의 기대에 부푼 신출내기 선원의
열정과 불편처럼, 멀미를 극복한 여성들이 펼쳐나갈 미래의 진전된 시대를 나는 기대하고 있다”고 썼다. 35년에는 유럽의 파시즘을
우려하며 “향후 10년의 근본적인 대립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혁명이 아닌 파시즘과 민주주의의 대립이 될 것이다”라는 적확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파시즘에 맞서기 위해서는 미국과 러시아가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의 고립주의를 맹비난하며 조기 참전을 촉구, 자유주의 진영과 갈등을 빚었다. 뉴딜정책에 제동을 걸던 대법원을 개편하려던
루스벨트의 시도(루스벨트는 37년 대법관의 고령화를 핑계로 법관 수를 9명에서 최대 15명까지 늘리려고 했다)를 역성 들었고,
미국 내 친 파시즘 매체들에 대한 정부의 검열과 탄압에 찬성하기도 했다.
발행인의 반발에도 뜻을 굽히지 않고 37년 아예 매체를 사들였고, 40년대 독자들의 이탈로 경영이 위태로워지자 자신의 지분을 처분해 비영리기구(Nation Association)
를 설립하는 식으로 위기를 극복하기도 했다. 그의 완고함에 오랜 동지였던 노먼 토머스는 42년 커츠웨이가 억압자를 억압하기 위해
‘원칙의 억압(루스벨트 전체주의)’에 굴복하고 있다며 이렇게 썼다. “루스벨트도 그 누구도 영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번 수립된
원칙은 인간보다 끈질기게 지속될 것이다.”
커츠웨이는 55년까지 The Nation의 편집장으로 일했고, 76년 별세했다. 그의 신념은 때로는 위험했지만, 20세기 중반 미국의 이념적 시련과 인권적 성취에 큰 족적을 남겼다.
5. [동아일보][이슈&뷰스]코리아세일페스타, 세계 축제
‘고
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을 통해 20세기 경제성장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던 케인스는 ‘절약의 역설’을 통해 소비와 수요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보다 훨씬 전인 1778년 실학자 박제가 선생이 저서 ‘북학의’를 통해 “재물은 우물과
같다. 퍼 쓸수록 자꾸 차고, 이용하지 않으면 말라버린다”는 ‘우물론’을 주창하며 소비와 생산의 선순환을 통한 경제성장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우리 경제는 1960년대 중반 이후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거치면서 저축을 통해 부족한 자본을
공급하고 수출을 통해 시장을 개척해 나갔다. 이런 기조는 최근까지 지속됐다. 그래선지 ‘소비가 미덕’이라는 표현은 다소 우리에게
낯설다. 하지만 한국은 이미 선진국 문턱에 와 있고 국내 소비와 내수 확대를 통한 성장이 중요해졌다. 케인스와 박제가 선생의
이론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한국 경제는 수출과 내수활성화라는 양 날개를 통해 경제성장을 도모할 시점이 됐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해 정부는 대규모 쇼핑행사인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진행해 지난해 4분기(10∼12월) 민간소비와 국내총생산(GDP)
을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보완할 점도 드러났다. 우선 할인품목과 할인율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국가적 쇼핑행사에 전통시장과 중소기업이 소외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정례적
개최를 통해 국가적 브랜드로 정착시키고, 국내외 소비자가 손꼽아 기다리는 글로벌 쇼핑행사로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래서 올해는 이런 점들을 최대한 보완해 단순한 쇼핑행사에 머물지 않고 한류와 관광자원을 연계한 쇼핑관광축제 성격의 코리아세일페스타(Korea Sale FESTA)를 준비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해 대한상공회의소 등 민관이 힘을 합쳐 연초부터 준비했다.
이
달 29일부터 10월 내내 진행될 코리아세일페스타에는 제조업체를 대거 참여시켰고, 할인율은 대폭 확대했다. 품목도 소비자 선호도를
최대한 반영해 선정했다. 온라인쇼핑이 급성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온라인 업계의 참여를 대폭 확대했고, 온라인쇼핑몰 전용
특별할인주간도 마련했다. 해외 소비자를 위해서 중국 등 10개국에서 현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한국상품 판촉전도 개최할 예정이다.
소
상공인들의 참여를 늘리기 위해 전국 400개 전통시장과 가로수길 같은 유명 거리 상권을 참여시켰고, 중소 제조업체 우수상품
판매전도 개최할 예정이다. 축제 분위기 조성을 위해 케이팝 한류 스타가 대거 출연하는 개막공연을 서울 영동대로에서 개최하고, 이를
전 세계 120개국에 생중계할 계획이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홍콩의 메가세일 등 세계적인 쇼핑행사가 오늘날의
자리까지 성장하기에는 오랜 기간에 걸친 시행착오와 수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코리아세일페스타도 세계적 명품축제로 성장하기 위해
이러한 노력과 시간이 요구될 것으로 본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정보기술(IT)·
전자, 패션·의류, 화장품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상품과 5000년 동안 축적된 문화관광자원,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한류
문화콘텐츠 등이 있다. 우리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흥’도 좋은 문화자원이 될 수 있다. 이를 한데 모은 코리아세일페스타가 글로벌
대표 쇼핑축제로 발전해 국내외 소비자가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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