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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서울신문]
1. 美·中 보란듯 ICBM용 신형 로켓 시험한 北
“북한이 미국을 갖고 놀았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는 미 수뇌부의 강경한 말의 성찬과 달리 엊그제 미국과 중국 외교 수장의 회담은 예상대로 한반도 비핵화에는 공감, 해법은 동상이몽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시사하는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참관했다는 사실을 어제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했다. 로켓엔진 시험은 미·중 외교회담이 열린 지난 18일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이 선제타격론을 비롯한 모든 대북 옵션을 고려하고 있는 미국에 굴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강대강 국면으로 치닫는 북·미 대결이 심히 우려스럽다.
틸러슨 장관과 왕이 외교부장의 첫 회담 성과라면 한반도 정세가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4월 시진핑 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중 정상회담의 사전조율을 겸한 두 장관의 대면은 구체적인 북핵 해법을 도출하기보다는 서로의 의중을 탐색하는 성격이 짙었다. 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이 “더 좋은 길을 선택하게 해야 한다”면서 강력한 대북 제재를 통한 중국 역할론을 강조했다. 반면 중국은 대화와 협상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6자회담 부활을 강조했다.
이런 해법의 차이 때문에 왕이 부장은 “양국 간 이견이 조기 대선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어느 정당 할 것 없이 대선 후보를 확정하는 작업에 눈코 뜰 새 없다. 선거일은 채 두 달도 남지 않았는데 정당의 후보는 20여명 가까이 난립하고 있다. 우선 눈길을 끌고 보려는 지르기식의 선심 공약과 달콤한 구호들이 쏟아진다. 가뜩이나 빠듯한 시간에 대선 후보의 자질과 도덕성, 공약 등을 제대로 검증할 수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압도적인 지지를 얻는 더불어민주당은 어제까지 5차 대선후보 합동 TV토론회를 열었다. 시중에는 “민주당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말이 떠돈다. 당과 후보들의 지지 여론이 그만큼 높다. 그런데도 유권자들은 토론에서 후보들의 국정 운영 철학과 정책 비전을 저울질할 수 있는 근거를 찾기 쉽지 않다. 원론적 질문에 돌아가면서 모범답안을 읽는 듯한 토론쇼라는 지적을 면치 못했다. 그나마 어제 토론회는 좀 나았다는 평가를 얻긴 했다. 후보들 간 격론, 방청객의 돌발 질문에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토론이 유의미하려면 그렇게 온도가 바짝 끌어 올려져야 한다.
다른 정당들도 일제히 후보 확정을 위한 공개토론에 들어갔다. 그제 예비경선 후보자를 6명으로 압축한 자유한국당, 바른정당도 어제부터 토론회를 시작했다. 후보 토론회는 요식 절차가 아니라 실질적 검증 장치가 돼야 한다. 사드 배치와 북한 핵, 일자리 해법, 개헌, 사회 양극화 등 당장 풀어야 할 국가 난제들이 쌓여 있다. 누가 얼마나 더 열린 사고로 국민을 설득하고 통합해 나아갈 수 있을지 최선의 카드를 찾아야 한다.
민주당은 모두 10회의 토론회를 거쳐 후보를 확정한다. 남은 토론은 최대한 생산적으로 후보의 자질을 살펴볼 수 있는 검증의 마당이 되게 해야 한다. 백화점식으로 주제를 늘어놓는 TV토론은 ‘재방송’이라는 혹평을 벗어날 수 없다. 몇몇 중요 현안을 주제로 압축해서 이런저런 제약 없는 심층토론을 벌이는 자리가 필요하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을 당해 번갯불에 콩 볶듯 치르는 대선에서 리허설을 거친 듯한 맹탕 토크쇼는 그야말로 전파 낭비일 뿐이다.
한 뼘이라도 더 나은 자질의 대통령을 그 어느 때보다 밝은 눈으로 뽑아야 한다. 빈곤한 철학, 절대적 역량 부족으로 눈먼 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국가 지도자를 다시는 우리 손으로 뽑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자세를 똑바로 잡고 눈을 크게 떠야 하는 까닭은 분명하다. 더러 실수를 하더라도 국정을 효율적으로 이끌 수 있는 철학과 소통의 리더십을 누가 더 가졌는지 훑고 또 훑어 봐야 한다.존재하는 것은 정상적이며 한두 번 의견 교환만으로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맞는 말이다. 단기간에 양국이 북핵 해법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화를 통한 해결’을 지난 20년간 국제사회가 기대해 왔으나 북핵 위기를 더욱 키웠다는 점을 중국은 알아야 한다.
북한에서 6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물론이고 의회에서도 대북 강경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1월 미 하원의 공화당 소속 테드 포 의원이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촉구하는 법안을 발의한 데 이어 공화당 소속 테드 크루즈 의원이 금주 중으로 상원에서 유사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2008년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 이후 상·하원에서 재지정 법안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처음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의 참화가 두 번 다시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에 동의를 한다면, 북한의 후견인을 자처하는 중국은 핵·미사일을 포기하도록 북한을 설득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국제사회에 내놓아야 할 것이다.
미·중 장관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해서도 논의를 했다. 중국은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중국 주장대로 사드가 대중 감시용이려면 레이더 설치, 요격미사일 안전거리 확보 등 모든 체계가 바뀌어야 하는데, 이는 한국 국민의 동의 없이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대국답지 않은 사드 보복은 이제 거둬라.
2. 맹탕·재탕식 대선토론 확 바꿔라
조기 대선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어느 정당 할 것 없이 대선 후보를 확정하는 작업에 눈코 뜰 새 없다. 선거일은 채 두 달도 남지 않았는데 정당의 후보는 20여명 가까이 난립하고 있다. 우선 눈길을 끌고 보려는 지르기식의 선심 공약과 달콤한 구호들이 쏟아진다. 가뜩이나 빠듯한 시간에 대선 후보의 자질과 도덕성, 공약 등을 제대로 검증할 수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압도적인 지지를 얻는 더불어민주당은 어제까지 5차 대선후보 합동 TV토론회를 열었다. 시중에는 “민주당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말이 떠돈다. 당과 후보들의 지지 여론이 그만큼 높다. 그런데도 유권자들은 토론에서 후보들의 국정 운영 철학과 정책 비전을 저울질할 수 있는 근거를 찾기 쉽지 않다. 원론적 질문에 돌아가면서 모범답안을 읽는 듯한 토론쇼라는 지적을 면치 못했다. 그나마 어제 토론회는 좀 나았다는 평가를 얻긴 했다. 후보들 간 격론, 방청객의 돌발 질문에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토론이 유의미하려면 그렇게 온도가 바짝 끌어 올려져야 한다.
다른 정당들도 일제히 후보 확정을 위한 공개토론에 들어갔다. 그제 예비경선 후보자를 6명으로 압축한 자유한국당, 바른정당도 어제부터 토론회를 시작했다. 후보 토론회는 요식 절차가 아니라 실질적 검증 장치가 돼야 한다. 사드 배치와 북한 핵, 일자리 해법, 개헌, 사회 양극화 등 당장 풀어야 할 국가 난제들이 쌓여 있다. 누가 얼마나 더 열린 사고로 국민을 설득하고 통합해 나아갈 수 있을지 최선의 카드를 찾아야 한다.
민주당은 모두 10회의 토론회를 거쳐 후보를 확정한다. 남은 토론은 최대한 생산적으로 후보의 자질을 살펴볼 수 있는 검증의 마당이 되게 해야 한다. 백화점식으로 주제를 늘어놓는 TV토론은 ‘재방송’이라는 혹평을 벗어날 수 없다. 몇몇 중요 현안을 주제로 압축해서 이런저런 제약 없는 심층토론을 벌이는 자리가 필요하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을 당해 번갯불에 콩 볶듯 치르는 대선에서 리허설을 거친 듯한 맹탕 토크쇼는 그야말로 전파 낭비일 뿐이다.
한 뼘이라도 더 나은 자질의 대통령을 그 어느 때보다 밝은 눈으로 뽑아야 한다. 빈곤한 철학, 절대적 역량 부족으로 눈먼 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국가 지도자를 다시는 우리 손으로 뽑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자세를 똑바로 잡고 눈을 크게 떠야 하는 까닭은 분명하다. 더러 실수를 하더라도 국정을 효율적으로 이끌 수 있는 철학과 소통의 리더십을 누가 더 가졌는지 훑고 또 훑어 봐야 한다.
3. 反 IS 테러전 참여 신중해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오는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반(反)이슬람국가(IS)연합 국제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시리아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등 이슬람 급진 무장단체 IS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개최되는 반IS 국제회의에 미 행정부의 관심은 클 수밖에 없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주재하는 이번 회의에는 모두 30개 남짓한 나라의 장관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장관은 지난주 방한한 틸러슨 장관과 회담한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회의 참석 사실을 알렸다.
물론 윤 장관이 틸러슨 장관과 회담하면서 회의 참석을 즉석에서 결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장관급이 참석하는 국제회의 관례상 벌써 오래전에 참석이 확정된 상태였다고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틸러슨의 방한은 고려할 것이 많은 국제회의 참석을 공표하는 데 적절한 기회를 제공했다고 외교부는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윤 장관의 반IS회의 참석은 틸러슨 장관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발표됐다. 그럼에도 우리가 당사자라고 할 수 없는 문제에 섣불리 개입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없지 않다.
대한민국은 모든 테러에 반대한다. 우리는 IS 못지않게 극악한 테러를 일삼는 북한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북한이 얼마나 무도한 집단인지는 김정남 독극물 암살 사건이 증명을 하고도 남는다. 나아가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동족의 생존권마저 위협하고 있지 않은가. 굳건한 한·미 동맹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은 다시 강조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우리의 국제관계 또한 어느 때보다 다변화되어 있다. 하나의 행동원칙만으로 복잡한 이해를 풀어갈 수 있는 시대는 벌써 오래전에 지났다는 사실은 외교부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이번 반IS 회의는 외무장관 회의에 이어 군사적 격퇴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실무 그룹 회의도 예정되어 있다. 각국 군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실무 회의에서는 미국이 마련한 IS 군사전략 재검토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 군 관계자가 참석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군 부대의 철수를 요구하는 이라크 무장단체의 김선일씨 살해사건은 여전히 국민의 뇌리에 또렷하다. 자칫 국민의 생존권이 위협받을 수 있는 국제회의 참석 결정은 신중에 신중을 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조선일보]
4. 野 "성과연봉제 폐지", 이 포퓰리즘이 청소해야 할 적폐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8일 공무원노조총연맹 출범식에서 "(집권하면) 공공 부문 성과연봉제와 성과평가제를 즉시 폐지하겠다"고 밝혀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문 전 대표만이 아니라 야권 대선 주자 대부분이 같은 공약을 하고 있다. 성과연봉제는 공공 부문 비효율을 개혁하기 위해 추진했던 것이다. 일하는 사람이나 안 하는 사람이나 똑같이 대우받는 게 지금 우리 공공 부문이다. 열정을 바쳐 일하는 분위기가 살아날 수 없다. 이 철밥통 풍토를 깨자는 게 성과연봉제다.
노조 반발 속에서도 어렵게 119개 공기업·준정부기관 종사자에게 새로 적용하고, 기존에 성과연봉제 대상이었던 공무원의 직급을 낮춰 범위를 확대했다. 야권 대선 주자들이 이것을 원점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100만 공무원' 표를 겨냥한 포퓰리즘이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말로는 개혁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반(反)개혁이란 사실을 잘 보여준다. 나라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그저 지금 편하게 나눠 먹자는 궁리뿐이다.
문 전 대표는 "정부 조직 개편 시 노조와 협의할 것"이라며 "정당 가입과 정치 후원 등 공무원의 정치 기본권 보장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공무원 노조 가입 범위 확대, 근로시간 면제제도 도입 등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공노총이 내걸고 있는 11대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우리와 같은 정치 풍토에서 공무원에게 정치 활동을 허용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헌법이 '공무원 정치적 중립'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문 전 대표 식이면 앞으로 공공 부문 개혁은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문 전 대표는 국민 세금으로 공무원 81만명 증원도 계속 주장했다. 여론조사상 지지가 반대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라에 해(害)를 끼치는 공약이다. 야당은 적폐 청산을 외치지만 정말 청소해야 할 적폐는 바로 이런 포퓰리즘이다.
[이데일리]
5. 세월호 인양, 갈등 끝내는 계기 삼아야
정부가 세월호 인양을 위한 점검 작업을 마쳤다고 한다. 어제 실시하려던 시험 인양 작업이 높은 파도로 보류됐지만 사나흘 뒤에는 다시 시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세월호 3주기인 내달 16일까지 세월호 선체가 목포 신항에 입항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참사가 발생한 지 3년이 다 돼가고 선체 인양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진실규명 논란은 아직 진행형이다. 우리 내부에서는 침몰 원인과 구조실패 책임,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 등을 놓고 여전히 편을 갈라 싸우고 있다. 세월이 흘렀지만 차가운 바닷속에서 숨진 어린 학생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희생자 304명 가운데 9명은 아직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내 편, 네 편으로 갈려 소모적 갈등만 벌이고 있는 것이다.
참사 이후 달라진 것도 없다. 세월호가 우리에게 던진 시대적 과제는 ‘안전 대한민국’ 건설, 바로 선 정부, 부정부패 척결 등이다. 그러나 메르스, 지진,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재난과 크고 작은 안전사고는 여전하다. 국민안전처를 신설했지만 정부 대책은 늘 허점투성이로 국민은 여전히 불안하다. ‘관피아’와 ‘정피아’ 등 부패사슬도 그대로다. 그제 소래포구 화재에서 보듯 국민의 안전불감증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세월호를 차질 없이 인양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무분별하게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유가족들의 상처만 깊게 할 뿐 진실 규명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선체를 온전히 인양하면 침몰 원인 등 모든 의문이 백일하에 밝혀져 불필요한 논란이 종식될 것이다. 정부와 국민 모두의 안전의식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실종자 가족의 슬픔도 조금은 풀릴 것이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인양 시기가 대선 정국의 한복판이라 자칫 정치적으로 이용되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세월호 선체 인양은 반목과 대결의 내부 갈등을 끝내고 화합과 통합으로 가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정파적 이해관계로 인양 시점과 선체 조사 등에 정치권이 개입하거나 선거에 이용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
6. 변죽만 울린 틸러슨의 베이징 회담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그제 베이징에서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첫 대면했지만 분위기는 부드럽지 않았다. 회담을 마치고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두 사람의 굳은 표정에서도 회담이 순조롭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북핵 문제에 대한 발표도 “우리는 공동 노력을 통해 북한 정부를 설득함으로써 더 좋은 길을 선택하게 해야 한다”는 원론적 수준에 불과했다.
중국이 한국에 대해 경제 보복을 진행하고 있는 사드 문제에 있어서도 거의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틸러슨 장관은 전날 윤병세 장관과의 서울 공동회견에서 “한국에 대한 경제적인 보복조치는 부적절하고 유감스럽다”며 중국의 자제를 촉구했으나 이날 왕이 부장과의 회견에서는 정작 아무런 언급도 없이 넘어갔다. 오히려 사드에 반대한다는 중국 측의 기존 입장만 확인됐을 뿐이다.
결국 틸러슨 장관의 이번 한·중·일 동북아 3국 순방은 한반도 정세 및 사드 문제에 있어 변죽만 울린 모양새에 그쳤다. 첫 방문국인 일본에서 “지난 20년간 미국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고 밝힌 데 이어 서울에서 “전략적 인내 정책은 끝났다”고 밝힌 정도에 불과했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 때보다 어조가 다소 강력해지기는 했지만 중국의 벽을 넘기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내달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북한이 그제 신형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실시한 것도 틸러슨 장관의 베이징 방문에 맞춘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었다. 미국의 대북 압박에도 불구하고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노골적인 의사 표시였다. “북한이 그동안 미국을 갖고 놀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 그대로다. 틸러슨 장관이 “북한 위협이 선을 넘을 경우 군사적 행동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니다.
이처럼 한반도 정세가 유동적인 가운데 우리 내부에서 사드 배치와 북한 제재 등에 있어 생각들이 서로 다르게 표출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의견의 일치를 보기는 어렵더라도 적어도 국가 안보와 관련한 문제에 있어서는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탄핵 정국으로 인해 한국이 이미 주변국 사이에서 동네북이 돼버린 처지다. 앞으로 대선 국면이 이어지면서 나라꼴이 더욱 초라해지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매일신문]
7. 경산 문명고, 이제는 국정교과서 혼란을 끝낼 때다
경산 문명고에서 벌어지는 국정 역사교과서 논쟁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답답하고 불편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국정교과서로 인해 학교`재단, 전교조`학부모가 편을 갈라 얼굴 붉히고 소송까지 벌이는 모습은 정당성 여부를 떠나 바람직하지 않다. 국정교과서를 강행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 모두 학생들을 위해 시작한 일이겠지만, 결과적으로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상처받게 한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문명고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신청하면서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다. 전교조와 야당, 시민단체 등이 국정교과서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국정교과서를 채택하겠다고 나선 문명고를 가만히 놔둘 리 없었다.
재단과 학교 측이 반대를 무릅쓰고 국정교과서 채택을 강행한 것은 다소 무리한 행동으로 보인다. 홍정택 재단이사장이 국정교과서에 남다른 의지를 갖고 있기에 시위 및 항의에도 흔들리지 않고 계속 버텼다는 것이다. 국정교과서 반대 측의 문제 제기 방식에도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문명고 교사와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판단해야 할 교과서 문제를 전교조`시민단체, 일부 학부모 등이 앞장서 반대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우리는 문명고의 국정교과서 채택이 옳고 그르다는 것을 굳이 논쟁하고 싶지 않다. 개인마다 생각과 관점이 다를 수 있다. 다만, 우려하는 것은 ‘어른’들의 이념 싸움이 학생들의 학습권과 정서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마치,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문명고의 국정교과서 사태에 고스란히 옮겨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뿐이다.
며칠 전, 대구지법이 문명고 학부모들이 낸 연구학교 지정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국정교과서를 당분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법원 결정을 계기로 문명고는 더는 국정교과서를 고집하지 않는 것이 옳다. 학교를 혼란 속에 놔두지 말고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을 위한 방향으로 정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교육은 어른들이 아닌, 학생들을 위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자칫하다간,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울지도 모른다.
8. 이 시국에 관광성 외유? 민심 아랑곳없는 김천시의회
사드 배치 등 중대 현안으로 지역 민심이 뒤숭숭한 상황에서 김천시의회 의원들이 관광성 해외 연수를 강행했다. 더욱이 김천시의회는 시의원 해외여행 경비를 최고 등급으로 일괄 인상하는 조례 개정도 추진하고 있어 의정 활동보다 해외여행에 관심이 더 많다는 눈총까지 받고 있다.
이달 16일 김천시의회 의원 17명 중 8명은 시의회 공무원 4명과 4박 6일 일정으로 두바이로 떠났다. 이들의 해외 연수에 소요된 예산은 총 2천만원이다. 그런데 “선진지 견학 차원의 해외연수”라는 이들의 설명과 달리 일정을 보면 두바이시청과 신재생에너지 박람회를 제외하고는 쇼핑몰, 고층타워전망대, 사막 사파리, 음악 분수쇼, 페라리 월드, 마리나워크 등 대부분 관광성 코스로 짜여 있다. 연수는 명분일 뿐 해외로 관광을 떠났다는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백번을 양보해 김천시의회 주장대로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견문을 넓히기 위해 해외 연수를 갔다고 치더라도 시기가 부적절하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성주 배치가 급박하게 진행되면서 김천도 초비상 상황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김천에서는 200일 넘게 사드 반대 집회가 열리는 등 언제 불상사가 발생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인 만큼 시의원들은 ‘비상 대기’를 해도 모자랄 판이다. 시의회가 국가 안보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사드 배치를 수용한다 하더라도 지역민의 상실감을 위로할 수 있는 반대급부를 정부로부터 얻어내기 위해 동분서주해야지 한가로이 선진지 견학이나 할 상황은 아니다.
더구나 최근 들어 김천시의회가 시의원 해외여행 경비를 여행지와 관계없이 가장 높은 등급에 맞춰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례 개정안을 공고한 것과 관련해서도 지역 여론이 곱지 않은 마당이다. 시의원들이 지역 현안은 외면한 채 여행 경비 올리는 데 관심을 쏟고, 지역구가 난리통인데 해외여행을 가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최고 덕목 중 하나는 지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인데, 김천시의회를 보면 지방의회 무용론이 왜 끊이지 않는지 이유를 알 만도 하다.
[세계일보]
9. ‘정치 품격’ 해치는 막말 정치인, 퇴출 1순위다
대선주자들의 거친 입이 또 말썽이다. 자유한국당의 대선 예비경선에 나선 홍준표·김진태 후보의 발언은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홍 후보는 그제 기자회견에서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유죄가 되면 노무현 대통령처럼 자살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8일에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민주당에서 1등 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쏘아붙여 고인을 욕보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은 “인륜을 저버린 추악한 언사”라고 반발했다.
홍 후보는 경쟁자인 김 후보를 ‘걔’, ‘애’라고 부르며 “앞으로 애들 얘기해서 열 받게 하지 마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우겠다는 자신의 출마 선언 장소(대구 서문시장)를 김 후보가 “거기 가면 박 전 대통령이 생각나지 않을까요”라고 비꼬자 막말로 응수한 것이다. 집권 여당의 대표까지 지낸 유력 정치인의 언행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김 후보는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는 말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그러나 개의치 않고 “‘망나니 특검’이 짐 싸서 집에 갔다”며 태극기 집회를 선동했다. 홍·김 후보의 험한 화법은 여권의 반노·반문 정서나 ‘박근혜 동정론’을 자극해 지지층을 결속하려는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이다. 경선전이 치열할수록 강도가 심해질 공산이 크다.
막말은 대선주자에게 국한된 게 아니다. 문 전 대표 측근인 손혜원 의원은 지난 9일 노 전 대통령 서거가 “계산된 것”이라고 발언해 경선캠프 홍보부본부장직을 사퇴했다. 문재인 캠프의 문용식 가짜뉴스 대책단장은 14일 SNS에 문 전 대표에 대한 유언비어 유포자를 비판하며 “저의 모토는 한 놈만 팬다. 걸리면 죽는다”라고 적어 설화에 휘말렸다.
상대를 향한 분노와 증오를 표출하는 막말은 갈등과 분열을 부추긴다. 사회 통합을 가로막고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암적 존재다. 미국 사회가 대선 이후에도 두 쪽으로 갈려 대치하게 만든 ‘트럼프 현상’은 대표적이다.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막말 정치인의 존재감은 커졌을지는 몰라도 우리 사회와 국민의 스트레스는 쌓이고 있다. ‘한국판 트럼프’, ‘홍트럼프’로 불리는 홍 후보는 자성해야 한다. 유권자들의 자세도 중요하다. 품격을 상실한 정치인은 지도자감이 될 수 없는 퇴출 대상 1순위다. 이들에게 지지를 보내선 안 된다.
[매일경제]
10. 다시 시작된 총수소환…검찰은 대기업 수사 최소화하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소환으로 13시간여 조사를 받은 뒤 어제 새벽 귀가했다. 검찰은 SK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111억원의 대가성과 최 회장 자신의 사면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청탁했는지 등을 추궁했다고 알려졌다. 특허권을 잃었다가 다시 부여받은 SK의 면세점을 놓고 박 전 대통령과 최 회장 간의 비공개 독대 때 오간 얘기도 검찰은 따졌다고 한다. 검찰의 기소에 관련된 기업 중에는 이미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외에 SK 말고도 롯데, CJ 등이 있으니 이쪽 관계자 소환 조사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내일로 예정한 박 전 대통령 소환 조사를 앞두고 제기된 13개 혐의 가운데 대기업 연루 부분을 확인하려는 것인데 핵심인 뇌물죄를 입증하기 위해 총수를 포함한 대기업 관계자들을 옥죄는 것으로 읽힌다. 박영수 특검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특수본은 지난 16일 SK그룹 전·현직 수뇌부를 참고인으로 소환하더니 곧바로 최 회장을 불렀다.
같은 잣대를 댄다면 면세점 특허권 박탈 후 재취득 과정을 거친 신동빈 롯데 회장이나 자신의 사면 청탁을 대가로 K컬처밸리사업에 투자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재현 CJ 회장도 검찰청사의 포토라인에 세울 듯한데 편한 마음으로 볼 수만은 없는 장면일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수사 장기화로 관련 기업들이 겪는 경영상의 어려움은 이미 곳곳에서 드러났고 갈수록 안팎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대기업 총수들에게 걸어둔 출국금지로 외국 기업을 놓고 벌이는 인수·합병(M&A) 경쟁에 지장을 받는 경우도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용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 측 보복의 직격탄을 맞는 롯데는 엎친 데 덮친 격의 이중 고초를 겪는 중이다.
검찰의 기업 수사는 실체 규명을 위해 필요하다. 청탁과 특혜 여부를 따져보고, 강압과 자발의 경계를 엄정하게 선 그어 줘야 한다. 하지만 특검 따로 검찰 특수본 따로 이중 삼중 겹치게 진행하면서 저인망식으로 바닥까지 긁어내는 수사에 버틸 기업은 없을 것이다. 질질 끌며 먼지 털어내듯 해서는 안 된다. 검찰 수사는 기업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최소화하기 바란다.
주요신문칼럼
1. [매경이코노미][신동민 셰프의 푸드오디세이] 스키야키 소고기를 가래(농기구)에 올려 구워먹은 데서 유래
야키라는 말이 들어간 일본 요리가 참 많다. 일본에서는 음식을 굽거나 볶아서 조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야키소바(소바·국수), 야키도리(도리·닭), 야키니쿠(니쿠·고기) 등 주로 재료 이름에 구이 혹은 볶음이라는 의미의 ‘야키’를 붙인다. 그런데 스키야키만은 그렇지 않다. ‘스키’는 농기구인 ‘가래’를 의미하는 것으로, 요리 재료명도 아니고 하다못해 ‘테판야키(테판·철판)’처럼 조리도구를 뜻하는 것도 아니다.
왜 요리 이름에 음식 재료도, 조리도구도 아닌 ‘가래(스키)’라는 농기구명이 붙었을까? 거기에는 스키야키의 유래가 얽혀 있다. 말 그대로 고기를 가래에 올려 구워 먹었기에 스키야키라고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이외에 얇게 썬 고기, ‘스키미(투명하게 비칠 정도로 얇게 썬 고기)’를 사용한 데에서 ‘스키야키’가 됐다는 설도 있고, 고기를 스기(삼나무)로 만든 얇은 판과 판 사이에 넣어 구워 먹었다 하여 ‘스기야키’가 됐다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일본에서는 나라 시대 이후 육식이 금지됐지만 에도 시대 후기부터는 몸을 보양하는 약으로서 고기를 공공연하게 먹곤 했다. 생선뿐 아니라 기러기, 오리, 사슴 등 다양한 육류를 재료로 활용했다. 에도 시대 스키야키는 두툼하게 썬 고기를 미소(일본 된장)로 만든 다레(일본식 양념장)에 넣어 끓이는 방식으로 조리했다. 메이지 시대 이후 소고기를 합법적으로 섭취할 수 있게 되면서 소고기와 와리시타를 사용한 스키야키가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했다. 와리시타는 기존의 미소가 아닌 간장, 설탕, 술 등을 섞어 만든 지금 형태의 다레를 뜻한다.
관서지방에서 발달했던 스키야키는 관동대지진 이후 관동지방에까지 전해졌는데, 두 지역의 스키야키 조리 방식은 좀 다르다. 관서식 스키야키를 만들 때는 뜨거운 팬에 고기를 먼저 구운 후에 고기가 거의 다 구워질 즈음 청주와 설탕, 간장을 살짝 붓는다. 고기 육즙과 청주, 설탕이 섞인 자작한 소스에 나머지 고기, 채소, 두부 등을 익혀 먹는다.
반면 관동식은 청주와 간장, 설탕, 술 등을 섞어 살짝 끓여낸 와리시타가 사용된다. 뜨거운 팬에 먼저 와리시타를 넉넉히 붓고 고기, 야채, 두부, 곤약 등을 넣어 익혀 먹는 것이다. 샤브샤브를 먹고 나면 남은 국물에 칼국수나 죽을 끓여먹듯이, 스키야키를 먹고 남은 육수에 우동이나 죽을 끓여 먹는다.
스키야키는 지역에 따라 기호에 따라 먹는 방법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개인용 작은 볼에 날달걀을 풀어 와리시타의 맛이 밴 고기와 채소 등을 찍어 먹는다. 고기, 채소 등을 다 건져 먹고 나면 삶은 우동을 넣거나 식은 밥을 넣어 죽을 만들어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필자가 처음으로 스키야키를 접한 것은 일식 요리를 배우기 위해 다녔던 서울의 한 요리학원에서였다.
그때 우리나라 불고기보다는 국물을 더 많게 해서 전골식으로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요리를 다 배우고 시식 시간이 돼서야 제대로 된 스키야키를 먹어볼 수 있었다. 젓가락으로 고기와 야채를 날달걀에 찍어 한입 먹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부드러운 소고기와 야채 등이 간장 베이스 국물과 조화를 잘 이뤘다고 할까?
그러고 보면 간장이라는 장은 정말 대단하다.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가는 구이나 육수 등 요리의 맛을 하나로 혼합시키는 소스로는 최고인 것 같다.
일본 유학 시절, 주머니 사정은 그닥이었지만 스키야키가 맛있는 음식인 것을 알기에 중저가의 스키야키 맛집을 찾아 이곳저곳 다녔던 기억이 난다. 당시 도쿄에 있었으므로 전골 스타일 스키야키를 많이 먹었다. 한국에서 맛본 것과 많이 다르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소스맛이 덜 강하고 야채나 재료들이 더 많고 깔끔했다.
이후 요리를 더 알게 됐고 금전적으로도 여유가 생기자 최고의 스키야키를 먹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쿄의 심장부, 치요다구의 소토칸다 인근에 있는 ‘이시바시’라는 스키야키 전문점을 찾았다. 이곳은 140년 역사의 전통 맛집으로 노포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분위기에서 스키야키를 즐길 수 있다. 전통이 있는 가게인데도 다른 곳에 비해 가격이 합리적이고 비교적 덜 달다는 점이 참 마음에 드는 곳이다. 가게가 작은 데다 점심 영업을 안 하고 주말에도 쉬기 때문에 한참 전 미리 예약을 해야 여유 있게 방문할 수 있다.
일단 주문을 하면 얇게 썬 A5 등급의 최상급 등심이 나온다. 그 비주얼만 봐도 싱글벙글 기분이 좋아진다. 그 옆으로 두부, 곤약, 대파, 쑥갓, 팽이버섯 등이 세팅되고 중간 크기의 넓고 둥근 철판이 준비된다. 이곳은 관서지방 스타일로, 질 좋은 소기름을 두르고 철판을 가득 메울 정도로 넓적한 고기를 한 점씩 놓고 간장소스를 뿌려 구워준다.
일단 달걀에 찍지 않고 한입 맛봤는데, 고기가 입안에서 스르르 녹아버렸다. 다음으로 준비된 야채와 두부 등을 구우면서 계속 고기를 서비스하는데, 조리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맛은 그저 감탄만 나올 뿐이다.
이 집은 마무리 밥도 인상적이다. 고기와 야채를 다 구워 먹은 뒤 남은 소스에 흰밥을 넣어 펴서 살짝 졸인다. 그리고 잘 저은 달걀을 밥 위에 듬뿍 올려 익혀주는데, 간장소스가 스며든 쫀득한 밥에 부드럽고 농후한 달걀이 어우러져 정말 일품이다. 스키야키를 한번 제대로 드시고 싶다면 꼭 한번 경험해보시기 바란다.
집에서 맛있게 요리해 먹는 것도 좋지만 전문식당의 맛을 즐겨보는 것도 소중한 경험이 된다. 일본의 정말 비싼 스키야키 전문점들은 직접 셰프들이 최상급의 소고기를 테이블로 들고 와 칼로 슬라이스해서 서비스한다. 그냥 바라만 봐도 입가에 미소와 함께 침이 고인다. 벌써부터 스키야키 미식여행을 떠날 수 있는 휴가가 기다려진다.
2. [매경이코노미][최영옥의 백 투 더 클래식] 빅토리아 뮬로바
지난 호에 ‘얼음 공주(Ice Princess)’ 힐러리 한 얘기를 했다. 이번에는 ‘얼음 여왕(IceMaiden)’이다. 러시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빅토리아 뮬로바(Viktoria Mullova, 1959년~). 슬라브인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이 인상적인 뮬로바의 연주 모습은 표정 없는 연주자들 중에서도 단연 압권이다. 얼음 여왕이라 지칭하는 이유다. 여기에 우여곡절 그녀의 삶도 여왕으로 불리는 데 한몫할 것이다.
범상치 않은 삶은 24살이던 1983년부터 시작됐다. 핀란드 공연 중에 당시 반주자며 연인이던 옛 소련 그루지아 출신의 지휘자 박탕 조르다니아(Vakhtang Jordania)와 함께 서방으로 목숨을 건 망명을 감행한 것이다. KGB의 감시를 따돌리기 위해 호텔방에 그녀의 분신과도 같던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그대로 둔 채 택시를 타고 스웨덴 국경을 넘었다. 소련은 격노했고, 당시 소비에트의 서기장이었던 유리 안드로포프(YuriAndropov, 1914∼1984년)가 그녀를 ‘인민의 적’으로 규정할 만큼 충격적인 일이었다.
1971년 카라얀 지휘 콩쿠르 우승자였던 조르다니아는 미국으로 망명한 후 훗날 국내 KBS와 대구시립교향악단 지휘를 맡았던 인물. 두 사람은 이 탈출을 위해 일 년 이상 준비했다고 알려져 있다. 미 대사관의 도움으로 워싱턴으로 넘어가기까지 그들의 탈출은 첩보 영화를 능가할 정도로 긴박하게 진행됐다.
탈출 직후 미국에 머물다 유럽으로 건너간 뮬로바는 마에스트로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특별한 사랑을 받았다. 26년 나이 차로 당시 큰 스캔들이 되기도 했던 이 사건은 1988년 아바도와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 일본 공연에서 알려졌다.
5년간 이어진 두 사람 사이에는 아들이 하나 있고, 현재 재즈 더블베이시스트로 활동하는 미샤 뮬로브 아바도다. 아바도와 헤어진 후에도 뮬로바는 그의 부고에 크게 가슴 아파했을 정도로 그에 대한 사랑을 오래 간직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바도와의 인연과 별도로 뮬로바의 음악 활약은 대단했다.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몬트리올 심포니,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등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계몽주의 시대 오케스트라, 혁명과 낭만의 오케스트라 같은 고악기 오케스트라와도 협연하고 있으며, 1990년대 중반부터 뮬로바 앙상블을 결성해 유럽에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약 20년을 메이저 음반 회사와 함께 많은 음악을 만들어내며 ‘얼음의 여왕’으로 도도하게 살아왔던 그녀의 연주관이 달라진 건 1991년 즈음 첼리스트 남편 매튜 베일리와 런던에 거주하면서부터. 그간의 음악들에서 좀 더 지평을 넓히고자 하는 음악적 욕망 때문이었다.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거트현을 사용하는 바로크 음악에 심취하면서 연주 스타일이 크게 바뀌었다. 바흐와 고음악 연구뿐 아니라 남편 매튜를 통해 재즈와 연합한 새로운 형태의 클래식 음악에도 도전 중이다.
요즘 그녀에게 생긴 변화가 있다. 바로 웃음이다. 웬만해선 웃지 않던 그가 미소 짓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 그러니 그녀의 새로운 도전이 흥미로울 수밖에. 그 속에 또 어떤 ‘얼음 여왕을 녹인 비밀’이 있는지 탐구해볼 일이다.
3. [중앙일보][문소영의 컬처 스토리] 인공지능 번역과 ‘컨택트’의 외계 언어 해독
방대한 한문 사료 『승정원일기』를 한글로 번역하는 작업에 올해부터 인공지능(AI)이 투입된다고 한다. AI는 초벌 번역만 한다지만 그것만으로도 앞으로 45년 걸릴 번역 기간을 18년으로 줄일 수 있으리라 한다. 무척 반가운 뉴스다. 하지만 반신반의하게도 된다. 과연 큰 시간적 격차만큼 사고방식과 문화 배경의 격차가 있는 먼 과거의 글을, 그것도 표의문자인 한자로 써진 것을 AI로 번역하는 게 쉬울까. 지난달 개봉한 SF영화 ‘컨택트’(원제 Arrival)에서 외계인 언어를 해독하는 것에 버금가게 어려울 것 같은데.
‘컨택트’에서 외계인은 손으로 먹물 같은 것을 뿜어 허공에 문자를 그리는데, 마치 서예가가 멋들어지게 일필휘지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그 외계 언어는 과거·현재·미래의 시제가 동사로 구분되지 않는 표의문자라고 하니 한자가 연상되기도 했다. 주인공 언어학자는 열린 마음으로 그 언어를 탐구하고 흡수하다가 점차 시간의 선형적 흐름의 한계를 벗어나 비선형적으로 과거·현재·미래의 사건들을 동시에 인식하게 된다. 언어의 형식이 단지 생각의 표현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 자체를 결정한다는 ‘사피어 워프 가설’에 따른 SF적 상상이다.
20세기 초에 나온 이 가설은 후대에 반박도 많이 당했지만 완전히 무시되지도 않는다. 언어가 사고방식에 결정적이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는 견해가 많은 것이다. 이건 나 자신도 실감한 것이다.
같은 글을 영문과 국문으로 모두 쓸 때가 종종 있는데, 같은 내용인데도 언어 구조와 단어가 다르기 때문에 내 생각의 전개도 미묘하게 달라지고, 따라서 문장과 단락의 구성도 달라지게 된다. ‘컨택트’의 언어학자가 외계 언어를 해독하는 과정에 외계인처럼 비선형적으로 사고하게 되면서 다시 그들의 말을 더 제대로 해독하게 되었듯이 번역가는 원저자의 언어적 사고방식대로 생각할 수 있어야 완전한 번역이 가능하다. 그런데 그것이 사실상 어렵기에 번역은 어쩔 수 없이 ‘제2의 창작’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AI는 어떨까. 『승정원일기』 번역에는 인공신경망 번역기술이 적용된다고 한다. 『승정원일기』 중 기존에 인간 연구원들이 번역해 놓은 영조 때 기록 20만∼30여만 문장 원문과 번역문을 입력한 후 이것을 바탕으로 AI가 기계학습을 통해 번역 모델을 생성하게 하는 것이다. 결국 『승정원일기』의 원저자인 옛 사람들보다는 현대 연구원들의 사고방식을 따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데이터가 점점 쌓여 가는 와중에 혁명적인 학습으로 옛 사람들의 사고에 근접하게 될까.
4. [중앙일보][이명현의 별 이야기] 우리는 다시 달로 간다
한 달에 달을 몇 번이나 보시나요? 달은 늘 밤하늘에 떠 있어서 언제든 달을 보고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 물리적으로도 달을 보기가 쉽지 않다. 초저녁에 뜨는 초승달은 금방 서쪽으로 넘어가 버린다. 새벽에 뜨는 그믐달은 작정을 해야만 볼 수 있다. 반달에서 보름달에 이르는 기간 동안은 그래도 밤하늘에서 쉽게 달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면 볼 수 없다. 보름달이 지나면 달이 늦게 뜨기 때문에 사람들이 잠든 심야에만 볼 수 있다. 이래저래 달을 볼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바쁜 일상을 살다보면 고개 한번 젖혀서 하늘을 올려다보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한 달에 정말 한 번이라도 달을 맘 편하게 볼 수 있는 날이 있을까 하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을 더 자주 보게 될 이유가 생겼다. 달을 향한 멋진 계획들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 전기자동차 예약 판매로 우리들을 흥분시켰던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가 또 꿈같은 일을 하겠다고 나섰다. 2018년 말께 사람을 태운 우주선을 달로 보내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과학 탐사가 목적이 아니라 관광이 목적이다. 돈을 받고 2명의 승객을 우주선에 태워 달에 가겠다는 것이다. 달에 착륙하는 것은 아니고 달 궤도를 돌고 근접해서 감상한 후 돌아오는 일정의 상업적인 달 여행이다.
머스크와 민간 우주 탐사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도 2020년대 중반까지 달에 과학 탐사 장비와 사람이 살 수 있는 주거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자재를 달로 나르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그의 궁극적인 목적은 달에 사람이 사는 주거지역을 건설하는 것이다. 달을 바탕으로 한 상업적인 시도가 시작된 것이다. 처음은 아니다. 문익스프레스라는 회사는 2016년에 민간회사로는 처음으로 미국 정부로부터 지구 궤도를 벗어난 상업적 우주 탐사를 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1972년 12월 아폴로 17호 우주인들이 달에 발을 디딘 후 아무도 달에 간 사람이 없다. 정말이다. 우리는 우주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지난 45년 동안 아무도 달에 가지 않았다. 이제 다시 달이다. 15년 이내에 달은 지구의 경제 공동체가 될 것이라는 것이 민간 달 탐사에 나서는 사업가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제2의 지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문익스프레스 홈페이지에는 ‘WE RETURN’이라는 문구가 크게 새겨져 있다. 우리는 다시 달로 간다. 당신은 한 달에 달을 몇 번이나 보십니까?
5. [서울신문][이은미의 뮤지엄 천국] 내 인생의 박물관
‘시네마 천국’은 영화를 좋아하는 소년 토토와 마을극장 영사기사 알프레도의 우정을 그린 영화다. 틈만 나면 마을에 있는 유일한 극장인 ‘시네마 천국’으로 달려가던 영화 속 주인공 토토는 고향을 떠나 로마에서 영화감독으로 성공한다. 이 영화는 영화와 더불어 성장하는 한 소년의 성장 이야기이기도 하다. 토토처럼 영화에 빠져 있던 소년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마음속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친 감동적인 영화의 기억 한 편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한 권의 책 또한 때로 인생을 바꾸어 놓는다. 책을 읽는 것은 우리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많은 사람이 ‘내 인생의 책’을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박물관은 어떠할까. 피카소의 유명한 입체파 그림이 박물관에서 만난 아프리카 가면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무용가 이사도라 덩컨은 젊은 시절 루브르 박물관의 열렬한 애호가였다. 특히 그리스 도자기 전시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작품 속 춤추는 동작을 따라 했다고 한다. 현대미술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데미안 허스트의 대표작인 동물 표본을 상기시키는 작품들은 런던에 있는 왕립외과대학 헌터리안 박물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내 인생의 박물관’을 꼽으라고 한다면 박물관이 일터가 돼 버린 지금은 하나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처음으로 나를 사로잡았던 박물관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어린 시절 자주 드나들었던 고향 대전의 과학관. 시내 한구석에 자리한 작은 과학관에 친구와 동생들, 때로는 혼자서도 찾아가 전시실 체험을 즐겼다.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가 말하는 ‘몰입’을 경험했다고 할까. 돌이켜 보니 아마도 이러한 경험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과학 소녀로 만들어 주었던 것 같다.
일반적으로 박물관 하면 떠올리게 되는 역사·고고 박물관에 처음 가 보았던 기억 또한 생생하다. 중학생 시절 서울 나들이에서 가족들과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했다. 약간 어두운 전시실에서 난생처음 사진으로가 아닌 진짜 고려청자를 접하고, 이걸 왜 천하제일 비색이라고 하는지 강렬한 호기심을 가졌다. 물론 그 당시는 답을 찾을 수 없었지만 가슴속 깊은 인상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박물관은 인류의 유형·무형의 문화유산을 수집, 관리, 보존, 연구, 전시, 교육하고, 이를 통해 문화 향유와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기관이다. 국제박물관협의회의 박물관, 즉 뮤지엄에 관한 정의에 따르면 소위 ‘박물관’뿐만 아니라 과학관, 민속촌, 수족관, 동물원, 식물원, 어린이박물관, 유적지 등이 모두 박물관에 포함된다.
박물관은 현대사회에서 대표적인 문화기관이자 평생학습 기관으로 각광받고 있다. 박물관은 친구와 가족, 때로는 혼자 방문해 다양한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의미 있는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장소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경험과는 다르게 박물관에서는 몸을 움직여 전시실을 돌아다니며 유물들과 대화하고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박물관이 담고 있는 인류 문화유산의 보물들은 직접 보고 느끼고 경험하면서 우리의 가슴과 머릿속에서 살아 숨 쉴 때 비로소 가치를 활짝 꽃피우게 된다.
우리나라 박물관 수가 1000개를 넘어섰다. 첫 박물관에 관한 기억 또한 어두운 전시실에서 만난 석기와 도자기에서 벗어나 다채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바뀌고 있다. 누군가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 삶을 바꾸는 ‘내 인생의 박물관’이 늘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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