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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매일경제]
1. 롯데월드타워 오늘 개장, 사드 난관 뚫고 랜드마크로 우뚝 서길
국내 최고층 빌딩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오늘 공식 개장한다. 한국 대표 랜드마크를 목표로 세워진 이 건물의 개장은 롯데그룹뿐 아니라 국가적 경사이기도 하다.
123층 555m로 세계 다섯 번째이자 아시아 세 번째 고층빌딩인 롯데월드타워는 1987년 사업지 선정 이후 개장까지 꼬박 30년이 걸렸다. 성남 서울공항 항공기 이착륙 문제 등에 발목이 잡혀 허가가 20년 넘게 지연됐고 착공에 들어간 것이 2010년 11월이었다. 이후 사업비 4조원, 연인원 500만명이 투입되는 6년3개월간의 대역사 끝에 올해 2월 서울시 사용승인을 받았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관광산업은 21세기 첨단산업"이라며 "서울에 오면 고궁만 보여줄 수 없다. 세계적 명소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롯데월드타워 건립을 밀어붙였다. 그와 후계자 신동빈 회장의 대를 잇는 집념이 없었다면 오늘의 롯데월드타워를 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에는 해외관광객 500만명을 포함해 연간 5000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취업 유발 인원이 2만1000명, 경제 효과는 연간 10조원에 이른다. 랜드마크 빌딩이 관광산업을 부흥시킨 사례는 많다. 파리 에펠탑은 세워진 지 100년이 훨씬 넘었지만 여전히 유럽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세계 최고층 두바이 부르즈칼리파는 한 해 방문객 1000만명 유치를 통해 국내총생산의 5%에 달하는 50억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롯데는 지금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월드타워가 자리를 잡는 데도 얼마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건물 내에 들어서는 최고급 오피스텔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중국인 투자자들이 몸을 사릴 경우 분양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면세점 등 주변 상권 매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 건물을 세우기 위해 30년간 롯데가 들인 땀과 열정에 견주면 이 같은 문제는 사소한 것이다. 모쪼록 안전관리와 운영에 만전을 기해 서울을 상징하는 랜드마크이자 관광한국의 중추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이데일리]
2. 케이뱅크 출범, ‘은산분리’ 족쇄 풀어야국
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오늘 공식 출범한다. 우리나라에도 인터넷은행 시대가 비로소 막을 여는 셈이다. 미국(1995년)과 일본 (2000년) 등에 비하면 한참 늦은 출발이지만 금융혁신 아이콘으로서의 기대는 결코 작지 않다. 낙후한 금융시장에서 미꾸라지들을 자극하는 메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시장엔 벌써 긍정적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케이뱅크의 강점은 ‘무(無)점포 비(非)대면’ 거래로 인한 가격 경쟁력이다. 시중은행에 견줘 돈을 싸게 빌려주고 예금 이자는 더 많이 준다는 얘기다. 신용대출 금리는 시중은행보다 1~2%포인트 낮게, 예금 금리는 0.3∼0.7%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책정했다고 한다. 긴장한 시중은행들은 가격경쟁력을 키우려 군살을 빼고 모바일 앱 전용 상품을 늘리는 등 고객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자칫 반쪽짜리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된다. 조기에 안착하려면 대규모 자본 확충 및 투자가 절실하지만 ‘은산(銀産)분리’ 규제에 발목을 잡혀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한도가 10%(의결권 지분 4% 포함)로 묶여 있어 증자가 어렵기 때문이다. 족쇄를 풀어주려고 인터넷은행에 한해 한도를 34~50%로 늘려주자는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반대에 부딪쳐 있는 상태다.
케이뱅크는 초기 자본금 2500억원 중 절반 이상이 시스템 구축과 인건비 등으로 투입됐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지키면서 원활한 영업을 하려면 올해 말까지 대략 2000억∼3000억원 규모의 자본금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증자가 안 되면 영업에 차질을 빚을지도 모르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는 얘기다. 곧 본인가를 받을 카카오뱅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4차 산업혁명은 기존 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 등 야권 대선주자들은 경쟁적으로 4차 산업혁명과 핀테크를 통한 금융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혁신을 선도하겠다면서 인터넷은행의 발목은 놓아주질 않고 있다. 낡은 규제를 깨뜨리려면 말보다 실천이 앞서야 한다.
[서울신문]
3. 보수 단일화 앞서 공통분모 보여 달라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어제도 통합을 두고 설전만 벌였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는 바른정당을 향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문에 분당했는데, 가출 원인이 없어졌으니 돌아오는 것이 순리”라고 했다. 반면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은 ”대통령을 잘못 모셔 보수가 처참하게 실패했는데도 반성 안 하고 다시 정권을 잡겠다는 자유한국당이 배신자“라고 일갈했다.
홍 후보가 “TK(대구·경북) 정서는 살인범도 용서하지만 배신자는 용서하지 않는다”고 바른정당을 비난한 데 따른 역공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경선을 치를수록 세를 불려 가며 대세론이 허구가 아님을 보여 주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경선을 압도적 승리로 마무리해 가면서 당내에서는 ‘연대론’마저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보수진영을 양분하고 있는 두 당은 지리멸렬한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냉정하게 표현해 자유한국당 홍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를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판을 이끌어 가는 상수(常數)로 분류하기는 이르다. 그럴수록 진보 진영에 맞설 이른바‘ 반(反)문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두 후보가 의미 있는 변수로 작용해 달라는 것이 보수·중도 진영의 요구라고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단일화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대선 결과는 이미 예정돼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선 구도를 진보 후보 대(對) 중도·보수 후보의 양자 대결로 몰고 가지 않는 한 승산이 없다는 것은 세 당과 후보 모두 잘 알고 있다고 본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정운찬 전 국무총리,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의 잦은 회동 역시 ‘단일화 후보‘를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고, 국민 생활이 안정된 선진국은 대부분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자칫 세력 균형이 깨졌을 때 강한 쪽은 전횡을 저지르고, 약한 쪽은 논리 없는 극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은 우리의 정치 역사에서도 증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략적 사고로 단일화에 전력투구해야 할 보수 진영이 감정적인 설전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그런 점에서 “통합정부를 만들려면 공동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김종인 전 대표의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이제라도 보수·중도 각 정당은 정책과 비전의 공통분모부터 제시하기 바란다.
4. 北 옥죄는 美, 정상회담서 中 동참 끌어내야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행정명령 13382호, 13687호, 13722호 등에 의거해 북한 기업 1곳과 북한인 11명을 미국의 양자 제재 대상에 새로 추가하는 내용의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관여해 온 북한 관련 기관과 인사들을 포함시켰다.
재제 기업에 포함된 백설무역은 중국 동북부 다롄에서 위장회사를 차리고 석탄을 북한에 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만을 대상으로 한 제재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이다. 북한이 비핵화 이외에 다른 선택이 없음을 깨닫도록 하겠다는 미국 측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 줬다는 평가다.
미 행정부가 행정명령을 발동하기 전 미 하원 역시 석유 금수를 비롯한 강력한 신규 대북제재 법안(HR 1644)을 통과시켰다.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북한의 추가 전략도발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자칫 북한의 오판이 국제사회의 더욱 강력한 제재·압박에 직면할 것이라는 단호한 경고 메시지로 볼 수 있다.
군사적 압박도 병행하고 있다. 일명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 장거리 전략폭격 B1B 랜서가 지난달 15일부터 보름간 다섯 차례 한반도에서 전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밝힌 것처럼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계적으로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의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최근 미 공군의 군사훈련을 핵 폭탄 훈련으로 지칭하고 ‘파국적 후과는 전적으로 미제 호전광들이 지게 될 것’이라고 맹비난한 것도 북측의 위기 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미국의 강력한 대북 압박은 오는 6~7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메시지를 중국에 보낸 측면도 있다.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의 90% 이상이 중국 기업인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묵인 없이 북·중 무역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미국 행정부의 확고한 인식이다. 북한의 4, 5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의 강력한 대북 경제제재가 겉돌고 있는 것 역시 북한의 유일한 우방인 중국이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북핵·미사일 문제는 남북 문제인 동시에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들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국제적 사안이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간 첨예한 대립의 근저에는 미·중의 힘겨루기와 연관된 사안이다. 미국은 이번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미사일 도발 억제를 위한 중국의 확고한 협력을 끌어내야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미국의 세계 전략의 일환으로 결정된 주한미군 내 사드 배치와 이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 문제도 반드시 정상회담에서 거론돼야 한다. 중국의 사드경제 보복 중단를 촉구하는 미 하원 결의안을 미 행정부가 실행에 옮기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국민들은 한·미 동맹의 진정성을 믿을 것이다.
5. 엄혹한 남북 관계서 주목받는 스포츠 교류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남북 관계의 경색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남북 간 민간 스포츠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주목된다. 6·15 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는 어제 평창동계올림픽 테스트이벤트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여자아이스하키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북한선수단을 위한 남북공동응원단 발대식을 가졌다.
다섯 차례 열리는 북한 선수들의 모든 경기를 응원한다는 것이다. 북한도 평양 원정 우리 여자 국가대표축구단의 신변 안전과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담보서를 아시아축구연맹(AFC)을 통해 대한축구협회에 전해 왔다. 오는 7일 남북 맞대결 성사가 유력하다고 한다.
현재의 남북 관계는 과거 진보정권 때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최악의 상황이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사건 이후 금강산 관광이 10년 가까이 중단되고 있고,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2월 장거리 로켓 및 광명성 4호 발사로 개성공단이 폐쇄되는 운명을 맞았다.
남북 관계가 이처럼 강대강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국민의 안위와 민족의 생존을 도외시한 채 체제 유지를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골몰하는 북한 정권 탓이 크다. 중국과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역시 원인 제공자는 다름 아닌 북한 김정은 정권이다.
외교·안보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에 이르기까지 현재 우리가 직면한 위기 상황은 북한과의 관계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대화 창구는 완전히 닫혀 있다. 정부 누구도 관계 개선의 ‘관’자도 꺼내지 않고 있다. 정치·경제·외교적으로 압박하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엄혹한 현실 속에서 정치와 무관한 스포츠계가 중심이 돼 교류의 끈을 다시 잇는다는 것은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남북 관계 개선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핵과 미사일로 위협하는 것도 모자라 핏줄마저도 독살하는 정권과 대화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주변 동맹국의 입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지만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당사자들이 서로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해야 한다. 한반도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남북공동응원단은 ‘우리는 하나다’를 외친다고 한다. 남북 경색을 푸는 대화의 기회로 작용되길 바란다.
[매일신문]
6. 포스코, 흑자 5조원 달성과 함께 지역 기여도 더 높여라
포스코 권오준 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의 최고경영자 포럼에서 2019년 영업이익을 현재의 2배 수준인 5조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권 회장의 발언은 CEO의 자화자찬 수준이 아니라, 포스코 경영 상태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포스코가 그간의 비상경영 체제에서 벗어나 순조롭게 항해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포스코는 본사 주소를 포항에 두고 있는 지역 기업이다. 포항에 본사 기능이 있는지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지역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공생 관계다. 이런 포스코가 몇 년 동안 경영 부진과 정권과의 유착, 비리 수사 등으로 큰 혼란을 겪어왔기에 적잖은 우려를 자아낸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만 해도 포스코에 대한 극단적인 비관론이 횡행했지만, 권 회장의 뛰어난 경영 능력으로 이를 잠재웠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권 회장이 취임한 2014년 이후 포스코는 점차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고 있다. 권 회장이 ‘철강사업 고도화’ ‘비철강사업의 구조조정과 수익 향상’으로 목표를 정하고 포스코의 고유한 강점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결과일 것이다. 이는 전임 정준양 회장이 ‘탈(脫)철강사업’을 시도하다가 숱한 시행착오를 겪은 것에서 교훈을 얻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포스코는 서서히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정작 ‘포스코의 터전’이라 할 수 있는 포항은 엉망진창이다. 포스코가 최근 몇 년간 구조조정과 경비 절감 등을 단행하면서 포항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철강 관련 기업은 부도났거나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서민 경제마저 휘청거리고 있다. 포항 경제에 포스코의 비중이 절대적임을 감안하면 포스코의 책임은 엄중하다. 그 와중에 포스코건설 등 일부 계열사가 인력과 조직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다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포스코가 흑자 5조원을 목표로 하는 것은 축하받을 일이다. 그렇지만, 국민기업 포스코가 지역의 희생을 발판 삼아 자기 살길만 찾는다는 비판을 듣는다면 고 박태준 회장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부터 포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기여도를 높여가야 할 것이다. 지역과 기업은 함께 살아야 그 의미가 커진다.
7. 낙동강 물로 가뭄 해결, 꼼수 소리 안 나오게 제대로 해야
농어촌공사 경북본부가 4대강 사업으로 준공된 낙동강의 다기능 보(洑)의 물을 상습적인 가뭄지역에 농업용수로 대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 일부에서 이상 기후와 가뭄의 상시화로 빚어지는 극심한 농업용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여기에는 낙동강 보에서 가뭄지역을 잇는 관로 설치로 많은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 제2의 4대강 사업이라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이유이다.
농어촌공사가 추진 중인 사업은 정부의 ‘하천수 활용 농촌용수 공급사업 계획’이라는 가뭄 정책과 궤를 함께 하는 일이다. 즉 4대강에 설치된 16개 다기능 보 가운데 11곳의 보유 여유 수량으로 상습 가뭄지역에 용수를 공급하는 것이다. 특히 경북에서는 상주와 김천 등 낙동강 상류지역을 비롯한 상습 가뭄지역에 필요한 사업이다. 낙동강 보의 물로 만성적인 가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이어서다.
상주의 일부 지역은 이미 농어촌공사가 지난해 전국 처음 상주보 물을 이용하는 사업을 마쳐 상주 사벌면 일대 배 농사 농가 등 798㏊의 농경지에 물을 공급받는 혜택을 누렸다. 이에 농어촌공사는 추가로 구미보 물을 공급해 인근 농경지 4천565㏊에 물 부족 피해를 없앨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전국 17개 지구에 대한 하천수 활용 농촌용수 공급사업의 경북 유치에도 나섰다.
이명박정부 시절 전국 4대강 사업으로 모두 16개의 다기능 보가 설치됐지만 환경 파괴 논란은 여전하다. 심각한 녹조현상 등을 들어 보 해체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4대강 공사의 긍정적인 효과 또한 분명하다. 특히 반복적인 풍수해 재난 피해의 최소화나 가뭄 해소 기여가 그렇다. 다기능 보의 부작용을 줄이되 보유 수자원의 활용은 필요하다.
경북은 어느 곳보다 농업 비중이 크고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곳이다. 게다가 낙동강에는 대구경북 구간 6개 등 모두 8개의 다기능 보가 있다. 낙동강 보에 확보된 강물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곳이다. 낙동강 물의 효율적인 활용과 효과의 극대화로 제2의 4대강 사업이라는 의혹이 없게 해야 한다. 돈만 까먹고 쓸모없는 꼼수 사업이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제대로 해야 한다.
[중앙일보]
8. 뻔뻔한 김정남 암살 부인, 자멸의 길이다
김정은 정권의 나팔수인 일본 조선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어제 “김정남 암살의 북한 배후설은 모략”이라는 억지 주장을 폈다. 조선신보가 북한 입장을 대변해온 점으로 미뤄 지난달 31일 평양에 도착한 김정남의 시신을 이용해 김정은 정권이 어떤 장난을 칠지 두렵다.
지난 2월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이 북한 공작원의 사주로 변을 당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밝혔듯 10명의 용의자 중 독극물을 뿌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여성 2명을 제외한 나머지 8명 전원이 북한인이라는 사실은 이를 웅변해 준다.
그런데도 말레이시아 당국이 김정남의 시신뿐 아니라 용의자들의 신병도 북한에 넘긴 것은 전적으로 인질 협박 때문이었다.
북한은 사건의 배후 문제로 논란이 일자 외교관 등 자국 거주 말레이시아인 9명을 평양에 억류했다. 결국 조기 총선을 앞둔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가 정치적 타격을 걱정한 나머지 북한의 위협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김정남의 시신과 용의자들이 북한으로 넘겨지면서 세계적 이목을 끌었던 이번 사건이 미궁에 빠질 게 거의 확실하다. 이는 북한에 막무가내식 인질 협박도 통한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몹시 우려스럽다. 자국민의 안전이 달린 일이기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해도, 말레이시아 정부가 그토록 무력하게 백기를 들었다는 건 유감스러운 일이다. 비록 당사국은 아니지만 남북 문제와 관련된 김정남의 중요성을 고려해 볼 때 우리 정부도 사태가 이렇게 안 되도록 모종의 역할을 해야 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물론 가장 비난받아야 할 건 김정은 정권이다. 인질 협박이란 비열한 방법으로 잠시 사건을 덮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격이다. 아무리 북한이 우겨도 국제사회는 누구의 소행인지 뻔히 알고 있다. 백주 대낮에 천인공노할 암살 사건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인질 협박으로 이를 호도하려는 뻔뻔스러운 행위는 북한 정권의 고립과 멸망을 자초할 뿐이다.
9. 검찰, 우병우-고영태 의혹 확실히 풀어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됐음에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최순실의 측근이었던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관련 의혹들은 속 시원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우 전 수석이나 고씨에게 비리가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들을 수사하는 검찰에 켕기는 것이 있어 유독 그 칼날이 무딘 탓일까.
우 전 수석은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업고 최씨의 국정농단을 비호·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했다가 기각된 구속영장에는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급 5명과 공정거래위 전 국장, 외교부 공무원들에 대한 ‘표적 감찰’을 지시하고 외교부 인사에 개입한 혐의(직권 남용) 등이 포함돼 있다. 그는 2014년 ‘정윤회 문건’ 사건을 기밀 유출 사건으로 축소토록 검찰에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만약 그때 우 전 수석과 검찰이 제 역할만 했더라면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이런 악성종양이 되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문제는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의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우 전 수석이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합동수사단’의 요직에 측근을 앉히려 한 것 등 새 혐의를 조사 중이긴 하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이 지난해 말 검찰 수사를 전후해 김수남 검찰총장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등과 수차례 통화한 의혹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이래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지금부터라도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진실 규명에 적극 나서는 것만이 검찰 조직이 살길이다.
더 이상 검찰은 고영태 녹음파일도 외면해선 안 된다. 고영태씨가 최씨의 일을 처리하며 각종 이권에 개입했는지, 회사 자금을 횡령했는지, 국정농단 사건 폭로에 배후가 있는지 등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고씨는 정부가 추진한 ‘미얀마 K타운 프로젝트’와 인천세관장 인사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비록 ‘내부 고발자’일지라도 개인 비리나 음모가 있다면 찾아내 엄벌해야 정의를 바로세울 수 있다. 국민적 의혹이 너무 커져 버린 이상 검찰이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그냥 덮고 지나갈 일이 아니다.
10. 언제까지 ‘박근혜 사면’ 같은 네거티브에 매달릴 건가
나라가 융성하려면 지도자의 리더십이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정책과 비전으로 국민의 마음을 살 줄 알아야 큰 지도자다. 사소한 것을 트집 잡아 경쟁자의 약점을 침소봉대해선 안 된다. 19대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딴판이다. 느닷없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후보와 주변 인물들의 시대착오적 수준을 말해주고도 남는다.
안철수 국민의당 경선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지난달 31일 “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기자 질문에 “대통령이 사면 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위원회를 만들어서 국민의 뜻을 모으고 투명하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기자가 재차 “박 전 대통령도 사면위원회에서 검토할 여지가 있다는 건가”라고 묻자 안 후보는 “국민의 요구가 있다면 사면위원회에서 다룰 내용”이라고 했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안 후보 발언은 원론적이다. 사면을 대통령이 임의적으로 해선 안 되며 시스템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후보 측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청산해야 할 적폐 세력에 대한 구애 신호가 아니길 바란다”고 공격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발상과 뭐가 다르냐”고 비난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좌파와 얼치기 좌파가 우파 동정표를 노린 것”이라고 양당을 함께 비난했다. 최근 지지세가 급등한 안 후보에게 정치적 상처를 주겠다는 치졸한 의도가 엿보인다.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정책과 비전 대결을 벌이는 데도 시간이 부족하다. 조기 대선으로 차기 정부는 정권 인수위도 없이 5월10일 출범해야 한다. 유사 이래 처음으로 대통령이 파면당하고 구속까지 당하는 불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번에야말로 철저한 검증으로 반듯한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국민의 입장에선 각 후보가 비선인물은 없는지, 어떤 사람으로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갈 것인지를 두고 평가하기에도 바쁘다. 국민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정책에 대해 후보들이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고, 잘 설명하는지 누가 그 정책을 주도할지를 듣고 싶어 한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 소모적 ‘네거티브 캠페인’과 과감히 결별하는 결단력을 보여줄 지도자가 필요하다.
차제에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에 대한 엄격한 제도적 장치를 어떻게 마련할지 논의해야 한다. 안 후보는 “비리 정치인과 경제인에 대한 사면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문재인 후보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면 기준을 명료하게 정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고 답했다. 말만 늘어놓을 일 아니다. 사면권 행사 개선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해 국민 심판을 받아야 한다.
주요신문칼럼
1. [매경이코노미][편집장 레터] '빈 교실 어린이집'와 '동네 돌보미'
“우리 큰아들 이번에 국공립어린이집에 드디어…. 에헤라디야!!! 그런데 무려 6년을 기다렸어요. 맞벌이에 다자녀인데….”
지난해 초등학생 수는 총 267만명으로 5년 전 313만명보다 18% 줄었다. 그만큼 초등학교 빈 교실은 늘어났다. 반면 국공립어린이집은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보육의 질이 높아 많은 부모들이 선호하지만, 전체 어린이집의 7%에 불과하다. 최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13명이 남는 교실을 국공립어린이집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발의한 배경이다.
그러나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강경한 반대 입장이다.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별도 건물이 아닌 경우 영아 우는 소리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초등학생 학습권이 침해당할 수 있다는 이유다.
학부모 입장에서 판단하기에 ‘쌈박한’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국공립어린이집을 늘리자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방법론에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보육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에도 과연 남는 초등학교 빈 교실이 있을까? 몇 개나? 인근에 위치한 곳이 아니라면 그야말로 ‘그림의 떡’일 뿐이다.
‘어느 날 부르고뉴 와인 한 잔이…’라는 책이 있다.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에서 와인을 생산하는 박재화 씨의 에세이집이다. 2010년 한국에서 G20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G20 비즈니스 서밋’에서 제공된 와인이 바로 그녀가 만든 ‘루뒤몽 크레망’이었다. 그녀가 만든 또 다른 화이트 와인 ‘루뒤몽 뫼르소 2007’은 와인 만화책 ‘신의 물방울’에 실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도 했다.
‘프랑스까지 날아가 일본인 남자와 결혼해 둘이 함께 부르고뉴 와인을 만든다’는 독특한 인생 스토리에 끌려 읽은 그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그러나 와인 관련 내용이 아니었다. 잠시 스쳐 지나가듯 서술된 프랑스 육아 시스템에 관한 부분이었다.
프랑스에는 ‘Assistant Maternal’이란 제도가 있다. 120시간의 교육을 받고 PMI(ProtectionMaternelle et Infantile)라는 기관에서 허가를 받으면 본인 집에서 최대 4명까지 아이를 돌볼 수 있다. 자기 집에서 돌보는 것이 여의치 않으면 여러 명이 집을 하나 빌려 각자 돌보는 아이들을 함께 돌볼 수도 있다. 동네마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일명 ‘동네 돌보미’다.
다수 맞벌이 부부들이 “버는 돈의 대부분을 육아 비용으로 써버리는 것은 감내할 수 있다. 다만 믿을 수 있는 아줌마를 구하기 너무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생판 낯 모르는 사람을 이런저런 통로로 찾아 말도 못하는 어린아이를 맡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경험해보지 않은 이도 모두 공감할 터다.
그런데 그 맡기는 사람이 동네에 사는 아주머니라면? 아파트를 오다가다 얼굴을 본 적 있는 같은 아파트 주민이라면? 입주 돌보미가 아니니 비용은 훨씬 적게 들고, 같은 지역이니 아침에 아이 맡기고 저녁에 찾아오는 것도 크게 힘들지 않고, 더더군다나 안심할 수 있으니, 이렇게 ‘딱’인 해법도 없다.
일거리를 찾고 싶어도 엄두를 못 내는 중년 여성이나 경력 단절 여성에게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가계소득과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는 효과는 덤이다.
‘선진 외국의 저출산 대응정책 현황 파악 및 사례 연구에 관한 출장보고서’가 한둘이 아니다. 무얼 보고 와서 무슨 사례 연구를 하고 어떻게 벤치마킹했길래 지금 이 모양인지 궁금하다. 5월 ‘장미대선’을 앞두고 장관들 해외 출장이 잦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권 말 도덕적 해이에 기댄 외유든 뭐든, 가서 이런 거 하나라도 정확하게 보고 와서 적용한다면, 그나마 내 세금이 덜 아깝겠다.
2. [매경이코노미][신병주의 '왕의 참모로 산다는 것'] 죽음으로 단종을 지킨 성삼문
1456년 2월 세조를 제거하고 상왕 단종을 복위시키려는 거사가 사전에 누설됐고 주모자들은 줄줄이 압송됐다. 거사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은 성삼문(成三問, 1418~1456년). 그와 뜻을 같이했던 핵심 인물 6명은 ‘사육신(死六臣)’으로 불리며 지금도 충신의 대명사로 인식된다.
성삼문은 충청도 홍주(지금의 홍성) 적동리에서 태어났다. 본관은 창녕. 자는 근보(謹甫), 호는 매죽헌(梅竹軒)이다. 단종 복위운동에 함께 참여했던 도총관 성승의 아들이며, 어머니는 현감 박첨의 딸이다. 1435년(세종 17년) 생원시에 합격하고, 1438년에는 식년문과에 병과로 급제했으며, 1447년에 문과중시에 장원급제했다. 세종이 집현전을 설치한 후 인재를 모을 때 집현전 학사로 뽑혔으며, 세종의 총애 속에 홍문관 수찬·직집현전(直集賢殿) 등의 직책을 지냈다.
1442년에는 오늘날 유급휴가 제도의 기원이 된 사가독서(賜暇讀書·관리들에게 휴가를 줘 독서에 전념하게 하던 제도)를 북한산의 진관사에서 했고, 세종 곁에서 주요한 정책 과제를 연구했다. 세종이 훈민정음 28자를 만들 때 성삼문이 주도적으로 참여했음은 세종실록 기록에도 잘 나타나 있다.
1443년 훈민정음이 창제되고 1446년 반포되는 과정에서 명나라 요동을 13번이나 왕래하며 유배 중인 명나라의 한림학사 황찬을 만나 훈민정음을 정교히 완성하는 데 기여했다. 병으로 고생하던 세종에게 성삼문은 늘 곁에 두고 싶은 신하였다.
세종 사후에도 성삼문은 문종과 단종을 보필하며 ‘세종실록’ ‘역대병요’의 편찬 등 주요 사업을 수행했다. 특히 어린 단종을 부탁한 문종의 유명(遺命)은 성삼문에게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하지만 성삼문의 인생은 1453년 10월 10일에 일어난 계유정난으로 큰 전환을 맞이한다.
1453년(단종 1년) 좌사간으로 있을 때, 수양대군(후의 세조)이 황보인·김종서 등을 죽이고 정권과 병권을 잡았다. 정변의 성공으로 수양대군은 영의정 이하 모든 권력을 차지했지만 여전히 왕은 단종이었다. 수양대군은 김종서나 황보인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젊고 명망 있는 관리로 성삼문을 주목했다. 성삼문은 세종대부터 함께 중요한 국책 사업을 해온 동료기도 했다. 성삼문이 직접 계유정난에 가담하지 않았음에도 수양대군은 그에게 정난공신(靖難功臣) 3등의 칭호를 내리며 포섭하려 했다.
성삼문은 이를 사양하는 상소를 올렸지만 결국 공신에 책봉됐다. 단종이 여전히 왕이었기에 성삼문의 관직 생활도 계속됐다. 1454년에 집현전 부제학이 되고 예조참의를 거쳐 1455년에는 예방승지가 된다. 예방승지는 성삼문에게 가혹한 운명을 예고하는 직책이었다. 1455년 윤 6월 수양대군의 압박 속에서 단종이 상왕으로 물러나던 날 성삼문은 바로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상징하는 옥새를 전해주는 비서의 자리, 즉 예방승지의 직책에 있었다.
“세조가 선위를 받을 때에 자기는 덕이 없다고 사양하니, 좌우에 따르는 신하들은 모두 실색해 감히 한마디도 내지 못했다. 성삼문이 그때에 예방승지로서 옥새를 안고 목 놓아 통곡하니, 세조가 바야흐로 겸양하는 태도를 취하다가 머리를 들어 빤히 쳐다봤다.”
연려실기술에 담긴 내용이다. 향후 두 사람의 갈등을 예고한 장면이다.
성삼문은 직책상 수양대군에게 어쩔 수 없이 옥새를 전달했지만 그의 마음은 더 이상 세조의 신하가 아니었다. 성삼문은 집현전에서 동문수학했던 박팽년, 하위지, 이개, 유성원 등 뜻이 맞는 동지들을 규합하기 시작했고 무인인 유응부도 거사에 합류했다.
성삼문 등 단종 복위운동을 주도한 이들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1456년 6월 창덕궁에서 명나라 사신을 접대하는 자리에 세조는 단상에서 왕을 호위하는 별운검을 세우기로 하고 성삼문의 아버지인 성승과 유응부를 적임자로 지목했다. 시해를 모의한 주동자들이 직접 세조를 죽일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성삼문 등은 이날을 거사일로 잡고 세조와 세자(세조의 아들), 세조의 측근들을 제거하기 위해 보다 치밀하게 계획을 준비했다.
그런데 갑자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한명회 등이 연회 장소인 창덕궁 광연전이 좁고 더위가 심하다는 이유로 별운검을 세우지 말고 세자도 오게 하지 말 것을 청하자, 세조가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거사 주모자들 간에는 의견이 엇갈렸다. 유응부 등은 일이 누설될 가능성을 염려하면서 계획대로 일을 추진하자 했고, 성삼문과 박팽년은 ‘별운검을 세우지 않고 세자가 오지 않는 것은 하늘의 뜻이니 거사 날짜를 다시 계획하자’고 했다.
결국 거사는 연기됐고 유응부 등의 우려대로 내부의 밀고자가 나타났다. 거사가 연기되면서 불안해진 김질이 장인인 정창손을 찾아가 상왕 단종 복위운동의 전말을 알린 것이다. 정창손은 그길로 사위와 함께 궁궐로 달려가 세조에게 사실을 알렸다. 즉시 성삼문 등에 대한 체포령이 떨어졌고 단종 복위운동에 참여한 인사들이 줄줄이 압송됐다.
세조는 친히 국문을 하면서 이들을 협박하고 회유하려 했으나, 이들은 세조의 왕위 찬탈 부당성을 공격하면서 뜻을 굽히지 않았다. 성삼문은 “상왕이 계신데 나리가 어떻게 나를 신하로 삼을 수 있는가”라며 세조를 자극했다.
성삼문이 형을 당한 뒤 그의 집을 살펴보니 세조가 준 녹이 고스란히 쌓여 있었을 뿐 가재도구라고는 아무것도 없었으며, 방바닥에 거적자리만 깔려 있었다고 전해진다.
성삼문의 동지인 박팽년은 세조를 일컬을 때마다 ‘나리’라고 했고, 세조 재위 시절 충청도관찰사로 있으면서 올린 문서에는 ‘신(臣)’이라는 용어를 쓴 적이 한 번도 없음이 조사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그만큼 세조를 왕으로 인정하지 못한다는 의지가 강했다. 사육신을 비롯한 거사 참여자들 대부분은 엄청난 고문을 당했다. 성삼문은 모진 고문 속에서도 조금도 굴하지 않고 세조의 불의를 나무라고 또한 신숙주에게는 세종과 문종의 당부를 배신한 불충(不忠)을 크게 꾸짖었다.
격노한 세조가 무사를 시켜 불에 달군 쇠로 그의 다리를 태우고 팔을 잘라내게 했으나 그의 안색은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형장에서 성삼문은 사지를 찢기고 목이 잘려 전신이 토막 나는 참혹한 죽음을 맞이했다. 1456년 6월 7일이었다.
성승도 아들과 함께 참형을 당했다. 성삼문의 동생 삼빙(三聘)·삼고(三顧)·삼성(三省)과 아들 맹첨(孟瞻)·맹년(孟年)·맹종(孟終)과 갓난 아들, 손자 헌택(憲澤)까지 모두 죽음을 당했다. 성삼문 가문은 ‘멸문의 화’를 겪었으며, 성삼문의 처와 딸마저 노비로 팔려가는 비운을 당했다.
단종 복위운동 사건에 연루돼 죽음을 당하거나 화를 입은 인물은 사육신을 비롯해 권자신, 김문기 등 70여명에 이르렀다. 당시에는 역적이었으나, 16세기 이후 이들이 보인 충절과 의리는 후세 귀감이 된다. 사육신의 충절을 따르려는 사람들은 중앙 관직을 버리고 대부분 지방으로 돌아가 성리학 연구와 후진 양성에 힘을 기울이면서 조선 전기 사림파의 뿌리를 형성한다.
우리가 흔히 ‘사육신’으로 알고 있는 성삼문, 박팽년, 하위지, 이개, 유성원, 유응부 등 6명이 사육신으로 지칭되기 시작한 것은 남효온이 ‘육신전’을 저술한 것에서 비롯된다. 남효온의 문집을 통해 수양대군의 불법에 맞서 저항한 이들의 명성은 재야의 사림(士林)을 중심으로 널리 전파됐다. 남효온은 김시습, 원호 등과 함께 몸은 비록 살아 있어도 정신은 사육신을 계승한다는 뜻에서 ‘생육신’으로 불렸다.
성삼문 등이 공식적으로 복권된 것은 단종 복위운동이 일어난 후 230여년이 지난 조선 후기 숙종 때였다. 숙종은 1691년(숙종 17년) 사육신의 관작을 회복하고 국가에서 제사를 지내도록 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숙종은 사육신에 대해 ‘당세에는 난신이나 후세에는 충신’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사육신을 처형한 세조 입장도 적절히 고려하면서 성삼문 등 사육신을 복권한 것이다.
사육신 복권과 함께 1694년(숙종 24년) 11월 6일 노산군에게는 단종이라는 묘호가 올려졌다. 단종이 공식적으로 왕의 위상을 회복한 순간, 성삼문은 238년간 응축했던 울분을 사후에서 조금이나마 풀 수 있지 않았을까.
3. [매경이코노미][Health] 불면증·수면무호흡·과다수면 수면장애 탈출하기
입시, 취업, 과중한 업무, 퇴직, 노후 등 삶에 대한 중압감이 현대인의 정상적인 수면을 방해하고 있다. 수면장애를 경험하는 이들의 증가 속도를 보면 상황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수면장애 환자는 72만명을 웃돈다. 2010년 46만여명이던 수면장애 환자는 2013년 60만명을 넘어섰고 2015년에는 72만1000명으로 5년 사이 56% 이상 급증했다. 수면장애의 원인은 유형별로 조금씩은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관련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수면장애는 그 유형이 다양하다.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것도, 반대로 과하게 잠을 많이 자는 것도 수면장애다. 즉 정상적인 생체의 리듬을 이어갈 만큼의 적절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수면장애라 할 수 있다.
가장 흔한 수면장애 유형이 일차성 불면증이다. 쉽게 말해 밤잠을 설치는 유형이다. 여기서 ‘일차성’의 의미는 우울장애나 다른 신체 질환 등 특별한 요인이 없는 불면증이란 뜻. 이 같은 불면증은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높인다. 서울대병원 수면의학센터 정도언·이유진 교수팀이 서울대병원을 방문한 수면장애 환자를 분석한 결과, 불면증 환자(661명)는 수면장애가 없는 군(776명)에 비해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8.1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진 교수는 “수면 중에는 정상적으로 깨어 있을 때에 비해 10~20% 정도 혈압이 떨어지면서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린다. 불면증 환자는 숙면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정상적인 혈압의 감소 없이 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된다. 따라서 불면의 밤을 반복해서 보내다 보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다음은 수면무호흡증이다. 수면무호흡증은 잠을 자는 동안 호흡이 자주 끊기면서 몸속 산소 농도가 부족해지고 결국 고혈압·당뇨병·심근경색증·부정맥·뇌졸중·치매 같은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전날 밤에 잠을 충분히 자도 낮에 잠이 쏟아지는 과다수면증 역시 수면장애의 유형이다. 정상적인 수면 시간은 7~8시간 정도. 9시간 이상의 수면을 취하고도 졸린 증상이 지속된다면 과다수면증을 의심해야 한다. 그 밖에 꿈을 꾸는 중에 소리를 지르는 ‘렘 수면 행동장애’나 급작스럽게 잠에 빠져드는 ‘기면증’도 증가하는 추세다.
수면장애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자신의 증상을 제대로 알고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이 필요하다. 일시적인 불면증은 1~2주간 전문의 처방을 통해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수면제에 의존하게 되면 불면증이 오히려 악화되고 만성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향운 이대목동병원 수면센터장은 “심리적 스트레스가 해결되고 마음이 안정된 후에도 잘못된 수면 습관으로 잠들기가 힘들고 자주 깨는 일이 있다면, 불면증에 대한 인지행동치료를 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또 기본적으로 수면장애 예방과 극복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것이 권장된다. 잠자리의 소음을 없애고 조명을 안락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낮잠은 15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4. [강원일보][발언대] 위험한 봄바람
“봄이 되면 온갖 초목이 물이 오르고 싹이 트고 한다. 사람도 아마 그런가 보다.” 춘천 출신 소설가 김유정의 단편소설 `봄봄'에서 봄의 풍경을 묘사한 대목이다. 하지만 소방공무원인 내가 정의해야 하는 봄은 따뜻한 기온과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많이 불어 화재가 발생하기 좋은 최상의 조건이 형성되는 시기이며, 관광이나 수학여행, 지역별 행사가 늘어나면서 안전사고가 증가하는 시기다.
최근 3년간 화재발생 현황을 보면 도내 화재의 34.7%, 전국 대비 29.6%로 봄철 발생률이 가장 높고, 특히 3월은 농산폐기물 소각에 의한 화재 증가로 임야나 야외화재가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017년 봄철소방안전대책의 중점은 우선 기후적 요인으로 산불이 최우선이고, 두 번째는 공사장 및 부주의 안전관리, 세 번째는 석가탄신일 및 지자체 행사의 안전관리와 갑자기 대두된 대통령선거 안전대책이라고 하겠다. 우선 산불예방활동은 산림청 `산불조심기간' 공고에 따른 소방대책으로 논·밭두렁 및 쓰레기 소각행위 금지, 담배꽁초 무단투기 및 불법소각 행위 단속, 산불 예방을 위한 유관기관 공조태세 구축이다.
두 번째 공사장 안전관리 및 부주의 안전대책은 용접작업이나 화기취급시 안전수칙을 준수하도록 계도해 대형화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신학기 방과 후 이용시설의 소방특별조사와 국가안전대진단을 통해 부주의에 의한 화재발생을 차단하는 것이다.
또한, 여행주간인 5월 1~14일에 강원도를 찾은 수학여행 학생들이 다시 평창동계올림픽의 붐 조성에 동참할 수 있도록 각 학교에서 수학여행지 숙박시설의 안전점검을 관할 소방관서에 요청하면 소방관서에서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해 주는 `안심 수학여행 준비제'를 통해 손님맞이 채비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끝으로 석가탄신일과 어린이날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에는 야외활동 안전과 사찰 등 목조문화재 자율안전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등 대응체계를 구축할 것이며, 같은 기간 대통령 선거 안전대책도 병행해 추진하고자 한다.
연일 계속되는 산불과 사고소식이 잦아들게 하려면 유관기관 협업과 대국민 협조가 절실하며, 2017년 봄철소방안전대책은 소설의 결말과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점순이와의 봄장가, 봉필의 풍년 논농사처럼 모두 해피엔딩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5.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리드비터 주머니쥐
지리 조건 덕에 특별한 동물들이 많은 호주의 각 주는 저마다 상징 동물들을 정해두고 있다. 퀸즈랜드의 코알라, 뉴사우스웨일즈의 오리너구리, 남호주의 웜뱃(Southern Hairy-nosed Wombat), 서호주는 넘뱃(Numbat, 주머니개미핥기), 태즈매니아는 태즈매니아 데빌(주머니 곰), 노던테리토리는 붉은 캥거루, 수도 준주는 갱갱앵무새(Gang-gang Cockatoo)…. 대부분 멸종 위기종이거나 생존 기반이 취약한 종이다. 빅토리아주가 1971년 3월 선택한 건 ‘요정 주머니쥐’로도 불리는 리드비터 주머니쥐(Leadbeater’s Possum)다. 역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등급 분류상 ‘심각한 멸종위기종(CR)’이다.
리드비터 주머니쥐는 꼬리까지 몸 길이가 평균 33cm에 불과한 유대류로, 주머니하늘다람쥐과에 속하지만 활강을 못한다. 2000만 년 전부터 진화해온 원시 잔존 호주 고유종으로, 현재 빅토리아주 중부 고원 유칼리 숲의 제한된 지역에서만 서식한다.
화석으로만 존재하던 리드비터 주머니쥐가 학계에 처음 존재를 드러낸 건 1867년. 하지만 농지 개간 등으로 1900년대 들면서 대거 사라졌고, 1939년 대화재 이후 완전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다 호주 박물학자 에릭 윌킨슨(EricWilkinson)에 의해 1961년 4월 3일, 빅토리아주 캠바르빌 인근 숲에서 다시 발견됐다. 대중적으로야 도도새나 매머드에 비길 수 없겠지만, 학계는 마치 화석이 환생한 듯 기뻐했다. 생태 연구를 병행한 섬세한 보호정책이 진행됐다.
나무 구멍을 집 삼아 사는 리드비터 주머니쥐는 늙은 숲과 40년생 안팎의 젊은 숲이 어우러진 곳을 선호하며, 지표에서 6~30m 고도에 머무는 야행성 잡식 동물이다. 1년에 한 번 번식하며 한 번에 많아야 두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보호활동 덕에 80년대 최대 7,500마리까지 불어났으나 제한된 생존 공간과 자연 화재 등으로 개체수가 다시 급감, 현재는 약 1,500마리 가량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계는 향후 50년 내 리드비터 주머니쥐의 서식 생태계가 붕괴될 확률이 92%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한 생물종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도 거대한 자연 순환의 일부여서, 늘 용의자로 꼽히는 인간이 억울할 때도 때로는 있다.
주요신문사설
[매일경제]
1. 롯데월드타워 오늘 개장, 사드 난관 뚫고 랜드마크로 우뚝 서길
국내 최고층 빌딩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오늘 공식 개장한다. 한국 대표 랜드마크를 목표로 세워진 이 건물의 개장은 롯데그룹뿐 아니라 국가적 경사이기도 하다.
123층 555m로 세계 다섯 번째이자 아시아 세 번째 고층빌딩인 롯데월드타워는 1987년 사업지 선정 이후 개장까지 꼬박 30년이 걸렸다. 성남 서울공항 항공기 이착륙 문제 등에 발목이 잡혀 허가가 20년 넘게 지연됐고 착공에 들어간 것이 2010년 11월이었다. 이후 사업비 4조원, 연인원 500만명이 투입되는 6년3개월간의 대역사 끝에 올해 2월 서울시 사용승인을 받았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관광산업은 21세기 첨단산업"이라며 "서울에 오면 고궁만 보여줄 수 없다. 세계적 명소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롯데월드타워 건립을 밀어붙였다. 그와 후계자 신동빈 회장의 대를 잇는 집념이 없었다면 오늘의 롯데월드타워를 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에는 해외관광객 500만명을 포함해 연간 5000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취업 유발 인원이 2만1000명, 경제 효과는 연간 10조원에 이른다. 랜드마크 빌딩이 관광산업을 부흥시킨 사례는 많다. 파리 에펠탑은 세워진 지 100년이 훨씬 넘었지만 여전히 유럽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세계 최고층 두바이 부르즈칼리파는 한 해 방문객 1000만명 유치를 통해 국내총생산의 5%에 달하는 50억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롯데는 지금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월드타워가 자리를 잡는 데도 얼마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건물 내에 들어서는 최고급 오피스텔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중국인 투자자들이 몸을 사릴 경우 분양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면세점 등 주변 상권 매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 건물을 세우기 위해 30년간 롯데가 들인 땀과 열정에 견주면 이 같은 문제는 사소한 것이다. 모쪼록 안전관리와 운영에 만전을 기해 서울을 상징하는 랜드마크이자 관광한국의 중추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이데일리]
2. 케이뱅크 출범, ‘은산분리’ 족쇄 풀어야국
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오늘 공식 출범한다. 우리나라에도 인터넷은행 시대가 비로소 막을 여는 셈이다. 미국(1995년)과 일본 (2000년) 등에 비하면 한참 늦은 출발이지만 금융혁신 아이콘으로서의 기대는 결코 작지 않다. 낙후한 금융시장에서 미꾸라지들을 자극하는 메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시장엔 벌써 긍정적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케이뱅크의 강점은 ‘무(無)점포 비(非)대면’ 거래로 인한 가격 경쟁력이다. 시중은행에 견줘 돈을 싸게 빌려주고 예금 이자는 더 많이 준다는 얘기다. 신용대출 금리는 시중은행보다 1~2%포인트 낮게, 예금 금리는 0.3∼0.7%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책정했다고 한다. 긴장한 시중은행들은 가격경쟁력을 키우려 군살을 빼고 모바일 앱 전용 상품을 늘리는 등 고객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자칫 반쪽짜리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된다. 조기에 안착하려면 대규모 자본 확충 및 투자가 절실하지만 ‘은산(銀産)분리’ 규제에 발목을 잡혀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한도가 10%(의결권 지분 4% 포함)로 묶여 있어 증자가 어렵기 때문이다. 족쇄를 풀어주려고 인터넷은행에 한해 한도를 34~50%로 늘려주자는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반대에 부딪쳐 있는 상태다.
케이뱅크는 초기 자본금 2500억원 중 절반 이상이 시스템 구축과 인건비 등으로 투입됐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지키면서 원활한 영업을 하려면 올해 말까지 대략 2000억∼3000억원 규모의 자본금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증자가 안 되면 영업에 차질을 빚을지도 모르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는 얘기다. 곧 본인가를 받을 카카오뱅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4차 산업혁명은 기존 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 등 야권 대선주자들은 경쟁적으로 4차 산업혁명과 핀테크를 통한 금융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혁신을 선도하겠다면서 인터넷은행의 발목은 놓아주질 않고 있다. 낡은 규제를 깨뜨리려면 말보다 실천이 앞서야 한다.
[서울신문]
3. 보수 단일화 앞서 공통분모 보여 달라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어제도 통합을 두고 설전만 벌였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는 바른정당을 향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문에 분당했는데, 가출 원인이 없어졌으니 돌아오는 것이 순리”라고 했다. 반면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은 ”대통령을 잘못 모셔 보수가 처참하게 실패했는데도 반성 안 하고 다시 정권을 잡겠다는 자유한국당이 배신자“라고 일갈했다.
홍 후보가 “TK(대구·경북) 정서는 살인범도 용서하지만 배신자는 용서하지 않는다”고 바른정당을 비난한 데 따른 역공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경선을 치를수록 세를 불려 가며 대세론이 허구가 아님을 보여 주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경선을 압도적 승리로 마무리해 가면서 당내에서는 ‘연대론’마저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보수진영을 양분하고 있는 두 당은 지리멸렬한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냉정하게 표현해 자유한국당 홍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를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판을 이끌어 가는 상수(常數)로 분류하기는 이르다. 그럴수록 진보 진영에 맞설 이른바‘ 반(反)문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두 후보가 의미 있는 변수로 작용해 달라는 것이 보수·중도 진영의 요구라고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단일화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대선 결과는 이미 예정돼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선 구도를 진보 후보 대(對) 중도·보수 후보의 양자 대결로 몰고 가지 않는 한 승산이 없다는 것은 세 당과 후보 모두 잘 알고 있다고 본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정운찬 전 국무총리,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의 잦은 회동 역시 ‘단일화 후보‘를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고, 국민 생활이 안정된 선진국은 대부분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자칫 세력 균형이 깨졌을 때 강한 쪽은 전횡을 저지르고, 약한 쪽은 논리 없는 극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은 우리의 정치 역사에서도 증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략적 사고로 단일화에 전력투구해야 할 보수 진영이 감정적인 설전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그런 점에서 “통합정부를 만들려면 공동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김종인 전 대표의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이제라도 보수·중도 각 정당은 정책과 비전의 공통분모부터 제시하기 바란다.
4. 北 옥죄는 美, 정상회담서 中 동참 끌어내야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행정명령 13382호, 13687호, 13722호 등에 의거해 북한 기업 1곳과 북한인 11명을 미국의 양자 제재 대상에 새로 추가하는 내용의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관여해 온 북한 관련 기관과 인사들을 포함시켰다.
재제 기업에 포함된 백설무역은 중국 동북부 다롄에서 위장회사를 차리고 석탄을 북한에 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만을 대상으로 한 제재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이다. 북한이 비핵화 이외에 다른 선택이 없음을 깨닫도록 하겠다는 미국 측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 줬다는 평가다.
미 행정부가 행정명령을 발동하기 전 미 하원 역시 석유 금수를 비롯한 강력한 신규 대북제재 법안(HR 1644)을 통과시켰다.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북한의 추가 전략도발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자칫 북한의 오판이 국제사회의 더욱 강력한 제재·압박에 직면할 것이라는 단호한 경고 메시지로 볼 수 있다.
군사적 압박도 병행하고 있다. 일명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 장거리 전략폭격 B1B 랜서가 지난달 15일부터 보름간 다섯 차례 한반도에서 전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밝힌 것처럼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계적으로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의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최근 미 공군의 군사훈련을 핵 폭탄 훈련으로 지칭하고 ‘파국적 후과는 전적으로 미제 호전광들이 지게 될 것’이라고 맹비난한 것도 북측의 위기 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미국의 강력한 대북 압박은 오는 6~7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메시지를 중국에 보낸 측면도 있다.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의 90% 이상이 중국 기업인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묵인 없이 북·중 무역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미국 행정부의 확고한 인식이다. 북한의 4, 5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의 강력한 대북 경제제재가 겉돌고 있는 것 역시 북한의 유일한 우방인 중국이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북핵·미사일 문제는 남북 문제인 동시에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들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국제적 사안이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간 첨예한 대립의 근저에는 미·중의 힘겨루기와 연관된 사안이다. 미국은 이번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미사일 도발 억제를 위한 중국의 확고한 협력을 끌어내야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미국의 세계 전략의 일환으로 결정된 주한미군 내 사드 배치와 이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 문제도 반드시 정상회담에서 거론돼야 한다. 중국의 사드경제 보복 중단를 촉구하는 미 하원 결의안을 미 행정부가 실행에 옮기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국민들은 한·미 동맹의 진정성을 믿을 것이다.
5. 엄혹한 남북 관계서 주목받는 스포츠 교류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남북 관계의 경색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남북 간 민간 스포츠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주목된다. 6·15 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는 어제 평창동계올림픽 테스트이벤트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여자아이스하키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북한선수단을 위한 남북공동응원단 발대식을 가졌다.
다섯 차례 열리는 북한 선수들의 모든 경기를 응원한다는 것이다. 북한도 평양 원정 우리 여자 국가대표축구단의 신변 안전과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담보서를 아시아축구연맹(AFC)을 통해 대한축구협회에 전해 왔다. 오는 7일 남북 맞대결 성사가 유력하다고 한다.
현재의 남북 관계는 과거 진보정권 때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최악의 상황이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사건 이후 금강산 관광이 10년 가까이 중단되고 있고,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2월 장거리 로켓 및 광명성 4호 발사로 개성공단이 폐쇄되는 운명을 맞았다.
남북 관계가 이처럼 강대강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국민의 안위와 민족의 생존을 도외시한 채 체제 유지를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골몰하는 북한 정권 탓이 크다. 중국과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역시 원인 제공자는 다름 아닌 북한 김정은 정권이다.
외교·안보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에 이르기까지 현재 우리가 직면한 위기 상황은 북한과의 관계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대화 창구는 완전히 닫혀 있다. 정부 누구도 관계 개선의 ‘관’자도 꺼내지 않고 있다. 정치·경제·외교적으로 압박하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엄혹한 현실 속에서 정치와 무관한 스포츠계가 중심이 돼 교류의 끈을 다시 잇는다는 것은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남북 관계 개선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핵과 미사일로 위협하는 것도 모자라 핏줄마저도 독살하는 정권과 대화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주변 동맹국의 입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지만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당사자들이 서로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해야 한다. 한반도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남북공동응원단은 ‘우리는 하나다’를 외친다고 한다. 남북 경색을 푸는 대화의 기회로 작용되길 바란다.
[매일신문]
6. 포스코, 흑자 5조원 달성과 함께 지역 기여도 더 높여라
포스코 권오준 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의 최고경영자 포럼에서 2019년 영업이익을 현재의 2배 수준인 5조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권 회장의 발언은 CEO의 자화자찬 수준이 아니라, 포스코 경영 상태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포스코가 그간의 비상경영 체제에서 벗어나 순조롭게 항해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포스코는 본사 주소를 포항에 두고 있는 지역 기업이다. 포항에 본사 기능이 있는지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지역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공생 관계다. 이런 포스코가 몇 년 동안 경영 부진과 정권과의 유착, 비리 수사 등으로 큰 혼란을 겪어왔기에 적잖은 우려를 자아낸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만 해도 포스코에 대한 극단적인 비관론이 횡행했지만, 권 회장의 뛰어난 경영 능력으로 이를 잠재웠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권 회장이 취임한 2014년 이후 포스코는 점차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고 있다. 권 회장이 ‘철강사업 고도화’ ‘비철강사업의 구조조정과 수익 향상’으로 목표를 정하고 포스코의 고유한 강점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결과일 것이다. 이는 전임 정준양 회장이 ‘탈(脫)철강사업’을 시도하다가 숱한 시행착오를 겪은 것에서 교훈을 얻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포스코는 서서히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정작 ‘포스코의 터전’이라 할 수 있는 포항은 엉망진창이다. 포스코가 최근 몇 년간 구조조정과 경비 절감 등을 단행하면서 포항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철강 관련 기업은 부도났거나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서민 경제마저 휘청거리고 있다. 포항 경제에 포스코의 비중이 절대적임을 감안하면 포스코의 책임은 엄중하다. 그 와중에 포스코건설 등 일부 계열사가 인력과 조직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다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포스코가 흑자 5조원을 목표로 하는 것은 축하받을 일이다. 그렇지만, 국민기업 포스코가 지역의 희생을 발판 삼아 자기 살길만 찾는다는 비판을 듣는다면 고 박태준 회장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부터 포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기여도를 높여가야 할 것이다. 지역과 기업은 함께 살아야 그 의미가 커진다.
7. 낙동강 물로 가뭄 해결, 꼼수 소리 안 나오게 제대로 해야
농어촌공사 경북본부가 4대강 사업으로 준공된 낙동강의 다기능 보(洑)의 물을 상습적인 가뭄지역에 농업용수로 대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 일부에서 이상 기후와 가뭄의 상시화로 빚어지는 극심한 농업용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여기에는 낙동강 보에서 가뭄지역을 잇는 관로 설치로 많은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 제2의 4대강 사업이라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이유이다.
농어촌공사가 추진 중인 사업은 정부의 ‘하천수 활용 농촌용수 공급사업 계획’이라는 가뭄 정책과 궤를 함께 하는 일이다. 즉 4대강에 설치된 16개 다기능 보 가운데 11곳의 보유 여유 수량으로 상습 가뭄지역에 용수를 공급하는 것이다. 특히 경북에서는 상주와 김천 등 낙동강 상류지역을 비롯한 상습 가뭄지역에 필요한 사업이다. 낙동강 보의 물로 만성적인 가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이어서다.
상주의 일부 지역은 이미 농어촌공사가 지난해 전국 처음 상주보 물을 이용하는 사업을 마쳐 상주 사벌면 일대 배 농사 농가 등 798㏊의 농경지에 물을 공급받는 혜택을 누렸다. 이에 농어촌공사는 추가로 구미보 물을 공급해 인근 농경지 4천565㏊에 물 부족 피해를 없앨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전국 17개 지구에 대한 하천수 활용 농촌용수 공급사업의 경북 유치에도 나섰다.
이명박정부 시절 전국 4대강 사업으로 모두 16개의 다기능 보가 설치됐지만 환경 파괴 논란은 여전하다. 심각한 녹조현상 등을 들어 보 해체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4대강 공사의 긍정적인 효과 또한 분명하다. 특히 반복적인 풍수해 재난 피해의 최소화나 가뭄 해소 기여가 그렇다. 다기능 보의 부작용을 줄이되 보유 수자원의 활용은 필요하다.
경북은 어느 곳보다 농업 비중이 크고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곳이다. 게다가 낙동강에는 대구경북 구간 6개 등 모두 8개의 다기능 보가 있다. 낙동강 보에 확보된 강물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곳이다. 낙동강 물의 효율적인 활용과 효과의 극대화로 제2의 4대강 사업이라는 의혹이 없게 해야 한다. 돈만 까먹고 쓸모없는 꼼수 사업이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제대로 해야 한다.
[중앙일보]
8. 뻔뻔한 김정남 암살 부인, 자멸의 길이다
김정은 정권의 나팔수인 일본 조선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어제 “김정남 암살의 북한 배후설은 모략”이라는 억지 주장을 폈다. 조선신보가 북한 입장을 대변해온 점으로 미뤄 지난달 31일 평양에 도착한 김정남의 시신을 이용해 김정은 정권이 어떤 장난을 칠지 두렵다.
지난 2월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이 북한 공작원의 사주로 변을 당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밝혔듯 10명의 용의자 중 독극물을 뿌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여성 2명을 제외한 나머지 8명 전원이 북한인이라는 사실은 이를 웅변해 준다.
그런데도 말레이시아 당국이 김정남의 시신뿐 아니라 용의자들의 신병도 북한에 넘긴 것은 전적으로 인질 협박 때문이었다.
북한은 사건의 배후 문제로 논란이 일자 외교관 등 자국 거주 말레이시아인 9명을 평양에 억류했다. 결국 조기 총선을 앞둔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가 정치적 타격을 걱정한 나머지 북한의 위협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김정남의 시신과 용의자들이 북한으로 넘겨지면서 세계적 이목을 끌었던 이번 사건이 미궁에 빠질 게 거의 확실하다. 이는 북한에 막무가내식 인질 협박도 통한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몹시 우려스럽다. 자국민의 안전이 달린 일이기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해도, 말레이시아 정부가 그토록 무력하게 백기를 들었다는 건 유감스러운 일이다. 비록 당사국은 아니지만 남북 문제와 관련된 김정남의 중요성을 고려해 볼 때 우리 정부도 사태가 이렇게 안 되도록 모종의 역할을 해야 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물론 가장 비난받아야 할 건 김정은 정권이다. 인질 협박이란 비열한 방법으로 잠시 사건을 덮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격이다. 아무리 북한이 우겨도 국제사회는 누구의 소행인지 뻔히 알고 있다. 백주 대낮에 천인공노할 암살 사건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인질 협박으로 이를 호도하려는 뻔뻔스러운 행위는 북한 정권의 고립과 멸망을 자초할 뿐이다.
9. 검찰, 우병우-고영태 의혹 확실히 풀어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됐음에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최순실의 측근이었던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관련 의혹들은 속 시원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우 전 수석이나 고씨에게 비리가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들을 수사하는 검찰에 켕기는 것이 있어 유독 그 칼날이 무딘 탓일까.
우 전 수석은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업고 최씨의 국정농단을 비호·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했다가 기각된 구속영장에는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급 5명과 공정거래위 전 국장, 외교부 공무원들에 대한 ‘표적 감찰’을 지시하고 외교부 인사에 개입한 혐의(직권 남용) 등이 포함돼 있다. 그는 2014년 ‘정윤회 문건’ 사건을 기밀 유출 사건으로 축소토록 검찰에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만약 그때 우 전 수석과 검찰이 제 역할만 했더라면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이런 악성종양이 되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문제는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의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우 전 수석이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합동수사단’의 요직에 측근을 앉히려 한 것 등 새 혐의를 조사 중이긴 하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이 지난해 말 검찰 수사를 전후해 김수남 검찰총장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등과 수차례 통화한 의혹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이래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지금부터라도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진실 규명에 적극 나서는 것만이 검찰 조직이 살길이다.
더 이상 검찰은 고영태 녹음파일도 외면해선 안 된다. 고영태씨가 최씨의 일을 처리하며 각종 이권에 개입했는지, 회사 자금을 횡령했는지, 국정농단 사건 폭로에 배후가 있는지 등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고씨는 정부가 추진한 ‘미얀마 K타운 프로젝트’와 인천세관장 인사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비록 ‘내부 고발자’일지라도 개인 비리나 음모가 있다면 찾아내 엄벌해야 정의를 바로세울 수 있다. 국민적 의혹이 너무 커져 버린 이상 검찰이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그냥 덮고 지나갈 일이 아니다.
10. 언제까지 ‘박근혜 사면’ 같은 네거티브에 매달릴 건가
나라가 융성하려면 지도자의 리더십이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정책과 비전으로 국민의 마음을 살 줄 알아야 큰 지도자다. 사소한 것을 트집 잡아 경쟁자의 약점을 침소봉대해선 안 된다. 19대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딴판이다. 느닷없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후보와 주변 인물들의 시대착오적 수준을 말해주고도 남는다.
안철수 국민의당 경선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지난달 31일 “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기자 질문에 “대통령이 사면 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위원회를 만들어서 국민의 뜻을 모으고 투명하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기자가 재차 “박 전 대통령도 사면위원회에서 검토할 여지가 있다는 건가”라고 묻자 안 후보는 “국민의 요구가 있다면 사면위원회에서 다룰 내용”이라고 했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안 후보 발언은 원론적이다. 사면을 대통령이 임의적으로 해선 안 되며 시스템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후보 측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청산해야 할 적폐 세력에 대한 구애 신호가 아니길 바란다”고 공격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발상과 뭐가 다르냐”고 비난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좌파와 얼치기 좌파가 우파 동정표를 노린 것”이라고 양당을 함께 비난했다. 최근 지지세가 급등한 안 후보에게 정치적 상처를 주겠다는 치졸한 의도가 엿보인다.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정책과 비전 대결을 벌이는 데도 시간이 부족하다. 조기 대선으로 차기 정부는 정권 인수위도 없이 5월10일 출범해야 한다. 유사 이래 처음으로 대통령이 파면당하고 구속까지 당하는 불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번에야말로 철저한 검증으로 반듯한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국민의 입장에선 각 후보가 비선인물은 없는지, 어떤 사람으로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갈 것인지를 두고 평가하기에도 바쁘다. 국민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정책에 대해 후보들이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고, 잘 설명하는지 누가 그 정책을 주도할지를 듣고 싶어 한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 소모적 ‘네거티브 캠페인’과 과감히 결별하는 결단력을 보여줄 지도자가 필요하다.
차제에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에 대한 엄격한 제도적 장치를 어떻게 마련할지 논의해야 한다. 안 후보는 “비리 정치인과 경제인에 대한 사면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문재인 후보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면 기준을 명료하게 정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고 답했다. 말만 늘어놓을 일 아니다. 사면권 행사 개선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해 국민 심판을 받아야 한다.
주요신문칼럼
1. [매경이코노미][편집장 레터] '빈 교실 어린이집'와 '동네 돌보미'
“우리 큰아들 이번에 국공립어린이집에 드디어…. 에헤라디야!!! 그런데 무려 6년을 기다렸어요. 맞벌이에 다자녀인데….”
지난해 초등학생 수는 총 267만명으로 5년 전 313만명보다 18% 줄었다. 그만큼 초등학교 빈 교실은 늘어났다. 반면 국공립어린이집은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보육의 질이 높아 많은 부모들이 선호하지만, 전체 어린이집의 7%에 불과하다. 최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13명이 남는 교실을 국공립어린이집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발의한 배경이다.
그러나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강경한 반대 입장이다.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별도 건물이 아닌 경우 영아 우는 소리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초등학생 학습권이 침해당할 수 있다는 이유다.
학부모 입장에서 판단하기에 ‘쌈박한’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국공립어린이집을 늘리자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방법론에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보육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에도 과연 남는 초등학교 빈 교실이 있을까? 몇 개나? 인근에 위치한 곳이 아니라면 그야말로 ‘그림의 떡’일 뿐이다.
‘어느 날 부르고뉴 와인 한 잔이…’라는 책이 있다.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에서 와인을 생산하는 박재화 씨의 에세이집이다. 2010년 한국에서 G20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G20 비즈니스 서밋’에서 제공된 와인이 바로 그녀가 만든 ‘루뒤몽 크레망’이었다. 그녀가 만든 또 다른 화이트 와인 ‘루뒤몽 뫼르소 2007’은 와인 만화책 ‘신의 물방울’에 실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도 했다.
‘프랑스까지 날아가 일본인 남자와 결혼해 둘이 함께 부르고뉴 와인을 만든다’는 독특한 인생 스토리에 끌려 읽은 그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그러나 와인 관련 내용이 아니었다. 잠시 스쳐 지나가듯 서술된 프랑스 육아 시스템에 관한 부분이었다.
프랑스에는 ‘Assistant Maternal’이란 제도가 있다. 120시간의 교육을 받고 PMI(ProtectionMaternelle et Infantile)라는 기관에서 허가를 받으면 본인 집에서 최대 4명까지 아이를 돌볼 수 있다. 자기 집에서 돌보는 것이 여의치 않으면 여러 명이 집을 하나 빌려 각자 돌보는 아이들을 함께 돌볼 수도 있다. 동네마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일명 ‘동네 돌보미’다.
다수 맞벌이 부부들이 “버는 돈의 대부분을 육아 비용으로 써버리는 것은 감내할 수 있다. 다만 믿을 수 있는 아줌마를 구하기 너무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생판 낯 모르는 사람을 이런저런 통로로 찾아 말도 못하는 어린아이를 맡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경험해보지 않은 이도 모두 공감할 터다.
그런데 그 맡기는 사람이 동네에 사는 아주머니라면? 아파트를 오다가다 얼굴을 본 적 있는 같은 아파트 주민이라면? 입주 돌보미가 아니니 비용은 훨씬 적게 들고, 같은 지역이니 아침에 아이 맡기고 저녁에 찾아오는 것도 크게 힘들지 않고, 더더군다나 안심할 수 있으니, 이렇게 ‘딱’인 해법도 없다.
일거리를 찾고 싶어도 엄두를 못 내는 중년 여성이나 경력 단절 여성에게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가계소득과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는 효과는 덤이다.
‘선진 외국의 저출산 대응정책 현황 파악 및 사례 연구에 관한 출장보고서’가 한둘이 아니다. 무얼 보고 와서 무슨 사례 연구를 하고 어떻게 벤치마킹했길래 지금 이 모양인지 궁금하다. 5월 ‘장미대선’을 앞두고 장관들 해외 출장이 잦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권 말 도덕적 해이에 기댄 외유든 뭐든, 가서 이런 거 하나라도 정확하게 보고 와서 적용한다면, 그나마 내 세금이 덜 아깝겠다.
2. [매경이코노미][신병주의 '왕의 참모로 산다는 것'] 죽음으로 단종을 지킨 성삼문
1456년 2월 세조를 제거하고 상왕 단종을 복위시키려는 거사가 사전에 누설됐고 주모자들은 줄줄이 압송됐다. 거사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은 성삼문(成三問, 1418~1456년). 그와 뜻을 같이했던 핵심 인물 6명은 ‘사육신(死六臣)’으로 불리며 지금도 충신의 대명사로 인식된다.
성삼문은 충청도 홍주(지금의 홍성) 적동리에서 태어났다. 본관은 창녕. 자는 근보(謹甫), 호는 매죽헌(梅竹軒)이다. 단종 복위운동에 함께 참여했던 도총관 성승의 아들이며, 어머니는 현감 박첨의 딸이다. 1435년(세종 17년) 생원시에 합격하고, 1438년에는 식년문과에 병과로 급제했으며, 1447년에 문과중시에 장원급제했다. 세종이 집현전을 설치한 후 인재를 모을 때 집현전 학사로 뽑혔으며, 세종의 총애 속에 홍문관 수찬·직집현전(直集賢殿) 등의 직책을 지냈다.
1442년에는 오늘날 유급휴가 제도의 기원이 된 사가독서(賜暇讀書·관리들에게 휴가를 줘 독서에 전념하게 하던 제도)를 북한산의 진관사에서 했고, 세종 곁에서 주요한 정책 과제를 연구했다. 세종이 훈민정음 28자를 만들 때 성삼문이 주도적으로 참여했음은 세종실록 기록에도 잘 나타나 있다.
1443년 훈민정음이 창제되고 1446년 반포되는 과정에서 명나라 요동을 13번이나 왕래하며 유배 중인 명나라의 한림학사 황찬을 만나 훈민정음을 정교히 완성하는 데 기여했다. 병으로 고생하던 세종에게 성삼문은 늘 곁에 두고 싶은 신하였다.
세종 사후에도 성삼문은 문종과 단종을 보필하며 ‘세종실록’ ‘역대병요’의 편찬 등 주요 사업을 수행했다. 특히 어린 단종을 부탁한 문종의 유명(遺命)은 성삼문에게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하지만 성삼문의 인생은 1453년 10월 10일에 일어난 계유정난으로 큰 전환을 맞이한다.
1453년(단종 1년) 좌사간으로 있을 때, 수양대군(후의 세조)이 황보인·김종서 등을 죽이고 정권과 병권을 잡았다. 정변의 성공으로 수양대군은 영의정 이하 모든 권력을 차지했지만 여전히 왕은 단종이었다. 수양대군은 김종서나 황보인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젊고 명망 있는 관리로 성삼문을 주목했다. 성삼문은 세종대부터 함께 중요한 국책 사업을 해온 동료기도 했다. 성삼문이 직접 계유정난에 가담하지 않았음에도 수양대군은 그에게 정난공신(靖難功臣) 3등의 칭호를 내리며 포섭하려 했다.
성삼문은 이를 사양하는 상소를 올렸지만 결국 공신에 책봉됐다. 단종이 여전히 왕이었기에 성삼문의 관직 생활도 계속됐다. 1454년에 집현전 부제학이 되고 예조참의를 거쳐 1455년에는 예방승지가 된다. 예방승지는 성삼문에게 가혹한 운명을 예고하는 직책이었다. 1455년 윤 6월 수양대군의 압박 속에서 단종이 상왕으로 물러나던 날 성삼문은 바로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상징하는 옥새를 전해주는 비서의 자리, 즉 예방승지의 직책에 있었다.
“세조가 선위를 받을 때에 자기는 덕이 없다고 사양하니, 좌우에 따르는 신하들은 모두 실색해 감히 한마디도 내지 못했다. 성삼문이 그때에 예방승지로서 옥새를 안고 목 놓아 통곡하니, 세조가 바야흐로 겸양하는 태도를 취하다가 머리를 들어 빤히 쳐다봤다.”
연려실기술에 담긴 내용이다. 향후 두 사람의 갈등을 예고한 장면이다.
성삼문은 직책상 수양대군에게 어쩔 수 없이 옥새를 전달했지만 그의 마음은 더 이상 세조의 신하가 아니었다. 성삼문은 집현전에서 동문수학했던 박팽년, 하위지, 이개, 유성원 등 뜻이 맞는 동지들을 규합하기 시작했고 무인인 유응부도 거사에 합류했다.
성삼문 등 단종 복위운동을 주도한 이들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1456년 6월 창덕궁에서 명나라 사신을 접대하는 자리에 세조는 단상에서 왕을 호위하는 별운검을 세우기로 하고 성삼문의 아버지인 성승과 유응부를 적임자로 지목했다. 시해를 모의한 주동자들이 직접 세조를 죽일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성삼문 등은 이날을 거사일로 잡고 세조와 세자(세조의 아들), 세조의 측근들을 제거하기 위해 보다 치밀하게 계획을 준비했다.
그런데 갑자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한명회 등이 연회 장소인 창덕궁 광연전이 좁고 더위가 심하다는 이유로 별운검을 세우지 말고 세자도 오게 하지 말 것을 청하자, 세조가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거사 주모자들 간에는 의견이 엇갈렸다. 유응부 등은 일이 누설될 가능성을 염려하면서 계획대로 일을 추진하자 했고, 성삼문과 박팽년은 ‘별운검을 세우지 않고 세자가 오지 않는 것은 하늘의 뜻이니 거사 날짜를 다시 계획하자’고 했다.
결국 거사는 연기됐고 유응부 등의 우려대로 내부의 밀고자가 나타났다. 거사가 연기되면서 불안해진 김질이 장인인 정창손을 찾아가 상왕 단종 복위운동의 전말을 알린 것이다. 정창손은 그길로 사위와 함께 궁궐로 달려가 세조에게 사실을 알렸다. 즉시 성삼문 등에 대한 체포령이 떨어졌고 단종 복위운동에 참여한 인사들이 줄줄이 압송됐다.
세조는 친히 국문을 하면서 이들을 협박하고 회유하려 했으나, 이들은 세조의 왕위 찬탈 부당성을 공격하면서 뜻을 굽히지 않았다. 성삼문은 “상왕이 계신데 나리가 어떻게 나를 신하로 삼을 수 있는가”라며 세조를 자극했다.
성삼문이 형을 당한 뒤 그의 집을 살펴보니 세조가 준 녹이 고스란히 쌓여 있었을 뿐 가재도구라고는 아무것도 없었으며, 방바닥에 거적자리만 깔려 있었다고 전해진다.
성삼문의 동지인 박팽년은 세조를 일컬을 때마다 ‘나리’라고 했고, 세조 재위 시절 충청도관찰사로 있으면서 올린 문서에는 ‘신(臣)’이라는 용어를 쓴 적이 한 번도 없음이 조사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그만큼 세조를 왕으로 인정하지 못한다는 의지가 강했다. 사육신을 비롯한 거사 참여자들 대부분은 엄청난 고문을 당했다. 성삼문은 모진 고문 속에서도 조금도 굴하지 않고 세조의 불의를 나무라고 또한 신숙주에게는 세종과 문종의 당부를 배신한 불충(不忠)을 크게 꾸짖었다.
격노한 세조가 무사를 시켜 불에 달군 쇠로 그의 다리를 태우고 팔을 잘라내게 했으나 그의 안색은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형장에서 성삼문은 사지를 찢기고 목이 잘려 전신이 토막 나는 참혹한 죽음을 맞이했다. 1456년 6월 7일이었다.
성승도 아들과 함께 참형을 당했다. 성삼문의 동생 삼빙(三聘)·삼고(三顧)·삼성(三省)과 아들 맹첨(孟瞻)·맹년(孟年)·맹종(孟終)과 갓난 아들, 손자 헌택(憲澤)까지 모두 죽음을 당했다. 성삼문 가문은 ‘멸문의 화’를 겪었으며, 성삼문의 처와 딸마저 노비로 팔려가는 비운을 당했다.
단종 복위운동 사건에 연루돼 죽음을 당하거나 화를 입은 인물은 사육신을 비롯해 권자신, 김문기 등 70여명에 이르렀다. 당시에는 역적이었으나, 16세기 이후 이들이 보인 충절과 의리는 후세 귀감이 된다. 사육신의 충절을 따르려는 사람들은 중앙 관직을 버리고 대부분 지방으로 돌아가 성리학 연구와 후진 양성에 힘을 기울이면서 조선 전기 사림파의 뿌리를 형성한다.
우리가 흔히 ‘사육신’으로 알고 있는 성삼문, 박팽년, 하위지, 이개, 유성원, 유응부 등 6명이 사육신으로 지칭되기 시작한 것은 남효온이 ‘육신전’을 저술한 것에서 비롯된다. 남효온의 문집을 통해 수양대군의 불법에 맞서 저항한 이들의 명성은 재야의 사림(士林)을 중심으로 널리 전파됐다. 남효온은 김시습, 원호 등과 함께 몸은 비록 살아 있어도 정신은 사육신을 계승한다는 뜻에서 ‘생육신’으로 불렸다.
성삼문 등이 공식적으로 복권된 것은 단종 복위운동이 일어난 후 230여년이 지난 조선 후기 숙종 때였다. 숙종은 1691년(숙종 17년) 사육신의 관작을 회복하고 국가에서 제사를 지내도록 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숙종은 사육신에 대해 ‘당세에는 난신이나 후세에는 충신’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사육신을 처형한 세조 입장도 적절히 고려하면서 성삼문 등 사육신을 복권한 것이다.
사육신 복권과 함께 1694년(숙종 24년) 11월 6일 노산군에게는 단종이라는 묘호가 올려졌다. 단종이 공식적으로 왕의 위상을 회복한 순간, 성삼문은 238년간 응축했던 울분을 사후에서 조금이나마 풀 수 있지 않았을까.
3. [매경이코노미][Health] 불면증·수면무호흡·과다수면 수면장애 탈출하기
입시, 취업, 과중한 업무, 퇴직, 노후 등 삶에 대한 중압감이 현대인의 정상적인 수면을 방해하고 있다. 수면장애를 경험하는 이들의 증가 속도를 보면 상황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수면장애 환자는 72만명을 웃돈다. 2010년 46만여명이던 수면장애 환자는 2013년 60만명을 넘어섰고 2015년에는 72만1000명으로 5년 사이 56% 이상 급증했다. 수면장애의 원인은 유형별로 조금씩은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관련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수면장애는 그 유형이 다양하다.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것도, 반대로 과하게 잠을 많이 자는 것도 수면장애다. 즉 정상적인 생체의 리듬을 이어갈 만큼의 적절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수면장애라 할 수 있다.
가장 흔한 수면장애 유형이 일차성 불면증이다. 쉽게 말해 밤잠을 설치는 유형이다. 여기서 ‘일차성’의 의미는 우울장애나 다른 신체 질환 등 특별한 요인이 없는 불면증이란 뜻. 이 같은 불면증은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높인다. 서울대병원 수면의학센터 정도언·이유진 교수팀이 서울대병원을 방문한 수면장애 환자를 분석한 결과, 불면증 환자(661명)는 수면장애가 없는 군(776명)에 비해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8.1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진 교수는 “수면 중에는 정상적으로 깨어 있을 때에 비해 10~20% 정도 혈압이 떨어지면서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린다. 불면증 환자는 숙면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정상적인 혈압의 감소 없이 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된다. 따라서 불면의 밤을 반복해서 보내다 보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다음은 수면무호흡증이다. 수면무호흡증은 잠을 자는 동안 호흡이 자주 끊기면서 몸속 산소 농도가 부족해지고 결국 고혈압·당뇨병·심근경색증·부정맥·뇌졸중·치매 같은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전날 밤에 잠을 충분히 자도 낮에 잠이 쏟아지는 과다수면증 역시 수면장애의 유형이다. 정상적인 수면 시간은 7~8시간 정도. 9시간 이상의 수면을 취하고도 졸린 증상이 지속된다면 과다수면증을 의심해야 한다. 그 밖에 꿈을 꾸는 중에 소리를 지르는 ‘렘 수면 행동장애’나 급작스럽게 잠에 빠져드는 ‘기면증’도 증가하는 추세다.
수면장애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자신의 증상을 제대로 알고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이 필요하다. 일시적인 불면증은 1~2주간 전문의 처방을 통해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수면제에 의존하게 되면 불면증이 오히려 악화되고 만성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향운 이대목동병원 수면센터장은 “심리적 스트레스가 해결되고 마음이 안정된 후에도 잘못된 수면 습관으로 잠들기가 힘들고 자주 깨는 일이 있다면, 불면증에 대한 인지행동치료를 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또 기본적으로 수면장애 예방과 극복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것이 권장된다. 잠자리의 소음을 없애고 조명을 안락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낮잠은 15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4. [강원일보][발언대] 위험한 봄바람
“봄이 되면 온갖 초목이 물이 오르고 싹이 트고 한다. 사람도 아마 그런가 보다.” 춘천 출신 소설가 김유정의 단편소설 `봄봄'에서 봄의 풍경을 묘사한 대목이다. 하지만 소방공무원인 내가 정의해야 하는 봄은 따뜻한 기온과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많이 불어 화재가 발생하기 좋은 최상의 조건이 형성되는 시기이며, 관광이나 수학여행, 지역별 행사가 늘어나면서 안전사고가 증가하는 시기다.
최근 3년간 화재발생 현황을 보면 도내 화재의 34.7%, 전국 대비 29.6%로 봄철 발생률이 가장 높고, 특히 3월은 농산폐기물 소각에 의한 화재 증가로 임야나 야외화재가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017년 봄철소방안전대책의 중점은 우선 기후적 요인으로 산불이 최우선이고, 두 번째는 공사장 및 부주의 안전관리, 세 번째는 석가탄신일 및 지자체 행사의 안전관리와 갑자기 대두된 대통령선거 안전대책이라고 하겠다. 우선 산불예방활동은 산림청 `산불조심기간' 공고에 따른 소방대책으로 논·밭두렁 및 쓰레기 소각행위 금지, 담배꽁초 무단투기 및 불법소각 행위 단속, 산불 예방을 위한 유관기관 공조태세 구축이다.
두 번째 공사장 안전관리 및 부주의 안전대책은 용접작업이나 화기취급시 안전수칙을 준수하도록 계도해 대형화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신학기 방과 후 이용시설의 소방특별조사와 국가안전대진단을 통해 부주의에 의한 화재발생을 차단하는 것이다.
또한, 여행주간인 5월 1~14일에 강원도를 찾은 수학여행 학생들이 다시 평창동계올림픽의 붐 조성에 동참할 수 있도록 각 학교에서 수학여행지 숙박시설의 안전점검을 관할 소방관서에 요청하면 소방관서에서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해 주는 `안심 수학여행 준비제'를 통해 손님맞이 채비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끝으로 석가탄신일과 어린이날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에는 야외활동 안전과 사찰 등 목조문화재 자율안전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등 대응체계를 구축할 것이며, 같은 기간 대통령 선거 안전대책도 병행해 추진하고자 한다.
연일 계속되는 산불과 사고소식이 잦아들게 하려면 유관기관 협업과 대국민 협조가 절실하며, 2017년 봄철소방안전대책은 소설의 결말과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점순이와의 봄장가, 봉필의 풍년 논농사처럼 모두 해피엔딩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5.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리드비터 주머니쥐
지리 조건 덕에 특별한 동물들이 많은 호주의 각 주는 저마다 상징 동물들을 정해두고 있다. 퀸즈랜드의 코알라, 뉴사우스웨일즈의 오리너구리, 남호주의 웜뱃(Southern Hairy-nosed Wombat), 서호주는 넘뱃(Numbat, 주머니개미핥기), 태즈매니아는 태즈매니아 데빌(주머니 곰), 노던테리토리는 붉은 캥거루, 수도 준주는 갱갱앵무새(Gang-gang Cockatoo)…. 대부분 멸종 위기종이거나 생존 기반이 취약한 종이다. 빅토리아주가 1971년 3월 선택한 건 ‘요정 주머니쥐’로도 불리는 리드비터 주머니쥐(Leadbeater’s Possum)다. 역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등급 분류상 ‘심각한 멸종위기종(CR)’이다.
리드비터 주머니쥐는 꼬리까지 몸 길이가 평균 33cm에 불과한 유대류로, 주머니하늘다람쥐과에 속하지만 활강을 못한다. 2000만 년 전부터 진화해온 원시 잔존 호주 고유종으로, 현재 빅토리아주 중부 고원 유칼리 숲의 제한된 지역에서만 서식한다.
화석으로만 존재하던 리드비터 주머니쥐가 학계에 처음 존재를 드러낸 건 1867년. 하지만 농지 개간 등으로 1900년대 들면서 대거 사라졌고, 1939년 대화재 이후 완전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다 호주 박물학자 에릭 윌킨슨(EricWilkinson)에 의해 1961년 4월 3일, 빅토리아주 캠바르빌 인근 숲에서 다시 발견됐다. 대중적으로야 도도새나 매머드에 비길 수 없겠지만, 학계는 마치 화석이 환생한 듯 기뻐했다. 생태 연구를 병행한 섬세한 보호정책이 진행됐다.
나무 구멍을 집 삼아 사는 리드비터 주머니쥐는 늙은 숲과 40년생 안팎의 젊은 숲이 어우러진 곳을 선호하며, 지표에서 6~30m 고도에 머무는 야행성 잡식 동물이다. 1년에 한 번 번식하며 한 번에 많아야 두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보호활동 덕에 80년대 최대 7,500마리까지 불어났으나 제한된 생존 공간과 자연 화재 등으로 개체수가 다시 급감, 현재는 약 1,500마리 가량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계는 향후 50년 내 리드비터 주머니쥐의 서식 생태계가 붕괴될 확률이 92%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한 생물종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도 거대한 자연 순환의 일부여서, 늘 용의자로 꼽히는 인간이 억울할 때도 때로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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