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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한국일보]

1. 용산기지 기름유출 미군은 은폐하고 정부는 방조했다

서울 용산의 주한미군기지 일대에 90건가량의 기름 유출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녹색연합 등 환경ㆍ시민단체들이 미 국방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그동안 정부가 통보받은 유출사고 건수(5건)는 물론이고 언론, 국회를 통해 알려진 기름 유출사고 건수(13건)보다 훨씬 많다. 주한미군이 사고 대부분을 은폐했고, 우리 정부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기름 유출사고 내용을 보면 더욱 충격적이다. 주한미군 기준으로 ‘최악의 사고’에 해당하는 1,000갤런 이상의 사고가 7건이나 발생했다. 미군은 그 중 2건만 한국 정부에 알리고 나머지 5건은 숨겼다. 또 ‘심각한 사고’(110갤런 이상~1,000갤런 미만)에 해당하는 유출 사고도 25건이나 됐다. 피해 규모가 워낙 커서 사실상 용산 미군기지 전체가 오염된 상태라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용산 미군기지 기름 유출로 인한 주변 토지와 지하수 오염은 심각한 상태라는 조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지난해 서울시 검사결과, 녹사평 인근 지하수에서는 1군 발암물질인 벤젠과 중추신경계 손상을 초래하는 석유계 총탄화수소가 허용치의 500배를 초과해 검출됐다. 비난 여론이 일자 환경부는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미군기지 내부 조사를 했으나 조사 결과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조사 결과 공개를 요청하는 소송을 내 1,2심에서 “용산 미군기지 내 지하수 오염 결과를 공개하라”는 결정이 나왔는 데도 요지부동이다. “자료를 공개할 경우 부정적 여론이 형성될 우려가 있다”는 주한미군의 요청을 받아들인 때문이다.



이번 시민단체 발표도 정부가 자료 공개를 거부하자 미국 정보자유법(FOIA)에 따라 미 국방부에 해당 자료를 요청해 받은 것이다. 국민의 안전보다 주한미군의 처지를 더 중시하고 있으니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주한미군의 사고 은폐가 가능했던 것은 느슨한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 환경조항’탓이다. 현행 조항은 오염사고 시 한국 당국에 대한 통보가 의무화되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한미 간 협의를 통해 불합리한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한미 간에는 올해 말까지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하는 용산 미군기지 환경오염을 누가 책임질지 여부가 쟁점으로 남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972년 채택한 환경정책 지침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는 오염자 부담 원칙이 통용되고 있다. 마땅히 주한미군 측이 정화책임을 져야 한다.



[연합뉴스]

2. 우병우 소환한 검찰, 더 물러날 데가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온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다시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는다. 최순실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 6일 오전 출두할 예정이다. 물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11월 검찰의 1기 특수본에 처음 소환됐다.



당시 검찰 수사는 한마디로 허무맹랑했다. 점퍼 차림에 팔짱을 끼고 앉아 있는 우 전 수석 앞에, 검사가 두 손 모으고 서 있는 사진이 언론에 보도됐다. 만약 검찰의 치욕사를 쓴다면 앞자리에 오를 만한 장면이었다. 우 전 수석은 지난 2월 18일 박영수 특검에 두 번째로 소환됐다. 특검은 이튿날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시간에 쫓긴 특검이 혐의사실을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순실 사태가 표면화한 이후 우 전 수석이 검찰에 불려 나가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검찰의 명예 회복을 기대하는 마음이 앞선다. 

오래전부터 검찰 내부에 '우병우 사단'이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 그럴 만큼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권의 실세 중 실세로 꼽힌다. 최순실 사태가 터지기 전에도 우 전 수석은 이런저런 추문에 휘말렸다. 대표적인 것이 작년 7월의 진경준 전 검사장 사건이다. 재력가로 알려진 우 전 수석의 처가와 게임업체 넥슨 사이에 수상한 부동산 거래가 있었고, 우 전 수석과 가까운 진 전 검사장이 이를 도와줬다는 의혹이었다.



이와 관련 이석수 전 청와대 감찰관은 우 전 수석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도 우 전 수석과 부인,장모를 검찰에 고발했다. 평소 같으면 큰 파문이 일었을 만하지만, 지금은 관심권 밖에 있다. 그만큼 최순실 국정농단의 '쓰나미'가 너무 엄청났다.

이번에 검찰이 먼저 밝혀야 할 혐의점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관한 것이다. 우 전 수석은 처음 이 의혹이 제기됐을 때 진상을 덮으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요지의 '대응 문건'을 만들어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작년 10월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건에 의존해 그런 발언을 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대통령 주변 비리 차단에 앞장서야 할 민정수석이 이런 짓을 했다면 직무유기 혐의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으론 우 전 수석이 주도적으로 만들었다는 이 '대응 문건'이 사태 초기의 청와대 대응을 엉뚱한 방향으로 오도했을 가능성도 주목된다. 아울러 우 전 수석은 청와대 지시를 따르지 않는 문체부 등의 공무원을 표적 감찰하고 퇴출 압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부분은 박영수 특검도 영장에 적시했던 내용이다. 아울러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가 터진 후 검찰의 해양경찰 수사 과정에 외압을 행사했는지도 검찰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을 소환하기에 앞서 50명 가까운 참고인을 조사했다고 한다. 그중에는 세월호 사고 당시 변찬우 광주지검장과 윤대진 광주지검 형사2부장도 포함돼 있다. 변 전 지검장은 세월호 관련 수사를 총괄 지휘했고, 윤 부장검사는 전담 수사팀을 이끌었다. 검찰로서는 우 전 수석 소환에 앞서 나름 열심히 준비한 것 같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결과다.



우 전 수석은 해경 본청을 압수 수색하는 수사팀에 '해경 상황실 전산 서버를 제외하라'고 압력을 넣은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그런 우 전 수석이지만 검찰에 나와 순순히 혐의 사실을 인정할 것 같지는 않다. 검찰이 반증 자료를 얼마나 충실히 준비했는지가 관건이다. 검찰 조직은 그동안 우병우 전 수석으로 인해 수모를 당할 만큼 당했다.



어떤 경우에는 불가항력이었지만 어떤 것은 자초하기도 했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우 전 수석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자 '나중에 검찰이 다시 영장을 청구하면 100% 발부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단순히 검찰에 대한 믿음을 표시한 것 같지는 않다. 검찰 혼자 모르고 있을 수도 있지만, 이젠 더 물러날 데가 없다.



[경향신문]

3. '작계 5027’까지 해킹당한 군의 안보 무능

지난해 12월 군 전산망 해킹사건 이후 군 당국이 수사를 진행한 결과, 1급 군사기밀인 ‘작전계획 5027’도 함께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그젯밤 작계 5027이 해킹당했다는 KBS 보도가 나간 후 입장자료를 내고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광범위하게 수사 중이며, 수사가 끝나는 대로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작계는 북한의 선제공격에 대비한 한·미 연합군의 전시 군사작전 계획이다. 여기에는 국면별, 상황별 한·미 양국의 군사 대응뿐 아니라 양국군 부대의 배치와 진격 경로 등 극비 정보가 들어있다. 일부만 적에 유출돼도 군 작전의 근간을 바꿔야 하는 군사 기밀자료가 실제로 유출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창군 이래 초유의 정보 유출을 대하는 국방부의 대응이 영 이상하다. 국방부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들어 추가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한·미 양국군의 전쟁 계획을 폐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엄청난 정보유출을 확인하고, 수사가 막바지라면서도 유출된 자료가 무엇인지는 밝힐 수 없다는 것이다. 기밀 유출을 시인하면 북한이 작계 등 기밀자료를 확보했을 경우 그 내용이 진짜 기밀이라는 점을 확인해주는 셈이 된다는 이유도 댔다. 기밀이 유출된 것도 황당한데 북한을 이롭게 하기 때문에 진실을 밝히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신뢰를 잃은 국방부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당혹스럽다. 

군 당국은 지난해 9월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해킹 시도를 처음 발견해놓고도 한 달 반 동안 기밀 유출 사실을 인지하지조차 못했다. 군 당국은 군 전산망이 내·외부망으로 엄격히 분리돼 있기 때문에 작계 등이 들어있는 내부망은 안전하다고 해명했지만 거짓으로 드러났다. 군의 안보 무능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이다. 

국방부는 안보 현실이 엄중하다며 시민이 반대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는 서두르면서 정작 컴퓨터 안에 들어있는 1급 기밀도 지키지 못했다. 군의 무사안일과 직무태만, 비밀주의 등을 더 이상 방치·허용해서는 안된다. 사이버 안보의 중요성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도 없다. 국방부는 반년 이상 수사를 진행해놓고도 해킹의 전모를 밝히지 못했다. 이런 국방부의 능력과 의지로는 사이버 안보를 지켜낼 수 없다. 국회나 다른 국가기관이 직접 나서 진상을 밝히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매일경제]

​4. 석달만에 슬그머니 돌아온 日대사 한일관계 여전히 복병많다

부산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일본으로 귀국했던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어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월 9일 소녀상 문제로 주한 일본대사 일시 귀국 조치라는 초강수를 두었지만 석 달 만에 나가미네 대사를 슬그머니 복귀시킨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지난 3일 나가미네 대사의 복귀 배경을 설명하며 한국 대통령 선거 관련 정보 수집과 차기 정권에 대한 대비, 북한 핵과 미사일 대응을 위한 한일 간 긴밀한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바람직한 견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주한 일본대사의 귀임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한일 관계에는 여전히 많은 복병이 도사리고 있어 걱정스럽다. 가장 민감하면서도 풀기 힘든 사안은 2015년 12월 양국 정부가 발표한 위안부 합의 문제다. 일본은 한국의 차기 정부도 위안부 합의를 계승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등 유력 대선주자들은 재협상 또는 협상 파기를 주장하고 있으니 이 문제로 한일 관계가 다시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국민 여론을 이유로 재협상을 요구하고 일본 정부가 이를 거부한다면 양국 관계는 위안부 합의 이전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위안부와 소녀상 외에도 일본 각료들의 끊임없는 독도 망언과 역사 교과서 왜곡, 일본의 우경화 등 한일 관계를 위협하는 악재는 한둘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협력과 연대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핵과 미사일 위협은 물론 중국의 패권주의에 맞서려면 한일 양국의 공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최근 6차 핵실험을 강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일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다룰 예정이라 한일 공조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안보 문제뿐만 아니라 한일 양국은 다른 분야에서도 협력할 여지가 많다. 우선 소녀상 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진 한일 통화스왑 협상과 고위급 경제협의를 재개할 필요가 있다. 나가미네 대사 복귀를 계기로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를 진전시켜 한국의 차기 정부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5. 미세먼지 원인 오락가락, 이래서야 제대로 된 대책 나오겠나

봄기운이 완연해졌지만 하늘을 뿌옇게 뒤덮은 미세먼지 때문에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들어 3월 말까지 전국 미세·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횟수는 총 130회로 지난해보다 71.7% 늘어났다. 전 국민이 미세먼지로 불편을 겪고 있지만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세먼지 주요 원인이 중국 탓인지 국내 탓인지도 각종 통계와 연구자료가 나올 때마다 매번 달라 답답하기만 하다.

환경부는 대기질 예보모델을 돌려본 결과 지난달 17일부터 21일까지 수도권 상공을 채운 미세먼지 중 중국에서 유입된 양이 80%를 넘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지난해까지 미세먼지 발생 원인이 국내 영향 50%, 국외 영향 30~40% 정도라고 밝힌 바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최근 조사 결과 초미세먼지의 경우 국내 유발 요인이 더 컸다. 정부의 대응을 보면 미세먼지에 대한 원인 규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6월 정부가 내놓은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은 화력발전소 감축, 친환경차 도입 확대 등 중국발 미세먼지 차단과는 거리가 먼 국내용 유발 요인 차단에 집중됐다. 중국 요인이 훨씬 큰데 원인 규명을 제대로 못하거나 외교 문제로 비화하는 것을 우려해 중국에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미세먼지의 배출원과 배출량을 확실히 파악하는 것이 필수다. 제대로 된 원인 규명 없이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겠는가.

최근 중국발 미세먼지로 인해 한국과 일본에서 2007년 한 해 3만여 명이 조기 사망했다는 국제공동연구진 연구 결과도 나왔다. 정부는 최근 미세먼지 명칭을 변경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을 뿐 정작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중국발 미세먼지 저감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는 중국과의 공동연구를 확대해 원인을 찾고 국내외 미세먼지 기여율 분석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미세먼지 집계에 있어 누락되고 있는 사업장, 공사장, 건설폐기물 노천소각 등의 배출량을 반영해 통계의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년 뒤 한국이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 1위 국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를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중앙일보]

6. 전시작전계획까지 북한 사이버 해킹으로 빼앗기다니

북한의 해킹으로 국방전산망에 있던 전시작전계획이 탈취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초에 국방전산망이 해킹당한 것을 파악했지만 지금까지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말을 아껴 왔다. 그러다가 언론 보도로 작전계획 유출이 확인된 것이다. 작전계획은 북한의 침공에 대비한 군사 2급 비밀로 전시에 우리 군의 행동요령이 담겨 있는 중요한 문서다. 그런 비밀자료가 북한에 빠져나갔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러한 사실을 숨기고만 있는 국방 당국의 행태는 한심한 수준을 넘어 안타깝다.

북한의 국방전산망 해킹은 지난해 9월 23일 시작됐다. 국방부가 인지한 것은 12월 5일이었다. 국방부는 두 달 이상 까맣게 몰랐다. 북한의 악성코드에 감염된 군 PC는 국방망에 연결된 내부용 700대와 외부 인터넷용 2500대 등 5000대 이상이라고 한다. 이 중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PC도 포함돼 있다. 악성코드에 감염된 PC는 북한이 원하는 자료를 외부로 유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얼마나 많은 군사비밀이 빠져나갔는지 입을 다물고 있다. 공개될 경우 국민 비난과 국제 망신을 우려해서인가.

해킹 과정을 보면 절로 혀가 차진다. 사이버 보안 절차인 ▶인터넷과 국방망 분리 ▶보안점검 ▶전산망 관제 등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이 가운데 하나만 이뤄졌어도 해킹을 막을 수 있었다. 해킹이 시작된 곳도 모든 정보를 보관하는 국방통합데이터센터(DIDC)였다. 이 때문에 국군기무사 등이 DIDC를 관리하는 사이버사령부만 집중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책임져야 할 사람은 국방부 장관이다. 그동안 사이버 능력 향상에 소홀해서다.

사이버사령부가 창설된 2010년 이후 사령관만 여섯 번째다. 그것도 곧 전역할 사이버 문외한을 사령관에 임명해 왔다. 사이버 작전을 해야 할 사이버사령부는 엉뚱한 보안을 맡고 있다. 중국군은 사이버 인력이 10만 명이고 북한도 6000명이지만 우리 군은 고작 600명이다. 사이버 전력을 육성하지도 않았다. 국방부의 사이버 정책도 사이버 작전에 어두운 정보화기획관에게 맡겨 두고 있다.

장차 전쟁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자동화·무인화·로봇화로 이뤄진다. 모두 해킹 대상이다. 북한의 사이버 해킹도 지난해 두 배로 증가했다. 중국은 사이버를 핵처럼 활용하는 추세다. 이제부터라도 국방부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사이버 보안과 정책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기 바란다. 어느 때보다 사이버 리더십이 중요한 시기다.



7. 공무원·군인연금에 치인 나랏빚

나랏빚이 처음 1400조원을 넘어섰다. 기획재정부의 4일 국가결산 자료를 보면 지난해 중앙·지방 정부의 국가채무에다 공무원연금·군인연금 충당부채 등을 더한 광의의 국가부채는 1433조원으로 집계됐다. 경부고속도로(약 11조원)를 131개 팔아야 갚을 수 있다.

좁은 의미의 국가부채, 즉 국가채무의 증가 속도부터 심상찮다. 지난해 627조원으로 2011년 400조원 돌파 후 5년 만에 600조원을 넘어섰다.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 박근혜 정부가 툭하면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경기부양에 나서고 증세 없는 복지정책을 고집한 결과다. 물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아직 40%를 밑돌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못 미치는 게 위안이다. 하지만 수년간 증가 속도를 감안하면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더 큰 위기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적자 구조다. 두 연금의 수입·지출의 틈을 메우기 위해 앞으로 들어갈 세금은 현재가치로 752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국가채무 규모를 능가하는 데다 전체 나랏빚 증가액 140조원의 3분의 2를 두 연금 충당액이 차지했다. 두 연금의 불합리한 수급 개혁이 얼마나 절박한지 수치로 보여준다. 향후 정부 씀씀이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저성장·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복지 수요는 팽창하고, 13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가 부실화돼도 공적자금으로 메워야 한다.

재원 마련 대책 없이 공무원 일자리 늘리기 같은 포퓰리즘 퍼주기 공약을 남발하는 대선을 앞두고 있어 더욱 걱정스럽다. 예산 지출을 통제하는 재정건전화법도 시급하지만 공무원을 함부로 늘리지 못하게 하는 법이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다.



[매일신문]

8. 계속된 가짜 기름 유통, 단속 강화와 막을 제도 서둘러야

대구와 경북경찰이 최근 대구경북에서 많은 양의 가짜 기름을 만들어 차량과 연료용으로 판매한 혐의로 주유소 업주와 석유 판매업자 등을 구속하거나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단속된 이들은 기름값 인상으로 부담을 느낀 차량 운전자나 기름 사용자들에게 값싼 가짜 기름을 수십억원어치 팔아 수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가짜 석유는 판매자나 사용자 모두 가짜 기름 사용에 따른 뒷감당은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에 짬짜미했다. 가짜 기름은 주로 경유에다 값싼 등유를 섞은 가짜 경유였다. 지난해 김경수 국회의원이 2012년부터 2016년 8월까지 적발된 1천282건의 가짜 석유제품의 내용을 분석한 결과도 그렇다. 단속된 가짜 석유제품 1천282건 중 가짜 휘발유는 74건에 그쳤다. 가짜 경유는 1천238건으로 전체의 96%였다.



가짜 경유의 유통도 다양하다. 가짜 경유를 주유소에 대는 흔한 방법 외 이번 적발 사례처럼 불법 개조 차량을 몰고 다니며 팔고 있다. 가짜 경유 제조도 더욱 정교해 단속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었다. 정품 경유보다 절반 가까이 싼데다 판매 방법과 가짜 경유 제조 기술의 진화로 가짜 경유 제품 수요와 공급을 효율적으로 막을 방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가짜 경유의 유혹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가짜 경유 등 가짜 기름의 악영향은 분명하다. 그런 만큼 당국은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가짜 기름 사용으로 차량 엔진 손상 등에 따른 차량 수명의 단축과 같은 개인적인 손실은 제쳐놓고라도 사회적 해악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무엇보다 환경오염이 그렇다. 가짜 기름을 쓰면 일산화탄소와 총탄화수소와 같은 유해성 대기오염 물질 배출이 5~25% 증가한다. 이를 제대로 걸러낼 수 없어 기준치를 넘는 매연 배출은 피할 수 없다. 게다가 가짜 기름 유통은 불법이다. 수십억원의 거래에도 탈세를 막기 어렵다.



공유 자원인 환경을 미래 세대로부터 빌려 쓰는 입장이라 제조자와 사용자의 자제를 바라고 싶지만 어찌 이를 바라겠는가. 방법은 제조자와 사용자에 대한 단속`처벌 강화 그리고 가짜 기름 제조를 막을 기술적 장치 마련뿐이다. 이는 당국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9. 무섭게 늘어나는 나랏빚…국가 파산, 남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가 부채가 1천400조원을 넘어섰다. 2016년 한 해 140조원가량 늘어 정확히 1천433조원이다. 국가 부채는 국가 채무에다 4대 연금 충당 부채, 공기업 부채 등을 합한 총량 개념이다. 여기에서 공무원`군인연금 충당 부채를 제외하면 반드시 갚아야 하는 국가 채무는 627조원이다. 전년 대비 35조7천억원 늘었다. 국민 1인당 1천224만원의 빚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16 회계연도 국가결산’을 보면 매년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게 확연하다. 나라 살림살이의 지표인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전년 대비 15조원 감소한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세금 등 세입은 늘었어도 지출은 예상보다 감소한 탓이다.



이처럼 국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공무원`군인연금 충당 부채가 90조원 이상 늘어난 데다 재정지출을 메우는 국채 발행이 증가한 때문이다. 그런데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2011년 국가 채무는 400조원이었다. 5년 만에 200조원이 늘어 이제 600조원을 돌파했다. 증가율로 따지면 G20 국가 중 한국의 부채가 가장 빠르게 늘었다. 다른 OECD 국가와 비교해 아직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는 정부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가 어려운 이유다.



더 큰 문제는 나랏빚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고령화와 저출산, 일자리 예산 등 매년 복지 지출이 늘면서 돈 쓸 데가 수두룩하다. 세금이 덩달아 늘어나지 않는 한 적자는 기정사실이다. 흥청망청 예산 등 재정 누수도 심각하다. 정치권도 혈세 쓰는 데 골몰하고 있다. 이러다 ‘쌍둥이 적자’로 허덕이는 미국 꼴 나지 말라는 법 없다.



“2033년쯤 되면 국채로 복지 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국가재정 파산 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한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이 섬뜩하다. 지금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으면 빚으로 떠받치는 사회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예산을 함부로 쓰지 못하도록 법으로 감시`통제해야 한다. 지난해 입법예고 해놓고 그대로 밀쳐놓은 ‘재정건전화법’ 처리도 급하다. 장기적으로 공적 연금에도 다시 손을 대야 한다. 빚더미 위에 올라앉은 뒤에 허둥지둥하면 이미 때는 늦다.



[이데일리]

10. 빚쟁이 정부, 빚쟁이 국민

지난해 재무제표상 국가부채가 140조원이나 급증하면서 전체 1433조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사상 처음으로 140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정부가 어제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2016 회계연도 국가결산’ 결과다. 이런 추세라면 국가부채가 국가자산(현재 1962조원)을 잠식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비슷한 규모에 육박하고 있는 가계부채와 함께 이른바 ‘쌍끌이 부채’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장부가액이 아니라 실제 현금주의에 입각한 중앙·지방정부 채무(D1)도 627조원 규모를 나타냈다. 2011년 400조원, 2014년 500조원을 넘은 데 이어 다시 2년 만에 600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국민들이 가계부채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1인당 약 1224만원에 해당하는 국가채무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는 얘기다. 그야말로 ‘빚쟁이 정부’에, ‘빚쟁이 국민’이다.

이처럼 급증하는 국가부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이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라는 사실도 심각하다. 지난해만 해도 90조원 이상 늘어남으로써 전체 부채의 절반이 넘는 752조원에 달했다. 공무원·군인연금 제도가 근본적으로 고쳐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국가부채 누적 속도는 더욱 빨라지게 될 것이다. 신규 임용자가 계속 추가되면서 충담 부담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아직 국가부채가 견딜 만하다며 느긋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정부 입장을 이해하기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재정 건전성이 양호한 수준이라고 하지만 안심만 하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전년보다 15조원 이상 줄어든 것도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더 많이 거둬들였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국민들은 계속되는 불황 속에 마른 수건 쥐어 짜이듯이 이래저래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앞으로 국가재정 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대권 경쟁에 나선 후보들마다 돈을 풀겠다는 복지공약으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는 중이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뚜렷한 복안도 없이 일단 쓰고 보자는 심산이다. 한 번 시행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것이 복지정책이다. 지금 이 순간도 국가부채가 늘어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주요신문칼럼



1. [아시아경제][초동여담] 두릅을 사야 할 때

봄이 오면 생각나는 음식이 여럿 있다. 만물이 깨어나고 활력을 되찾는 계절이라 식욕도 막 생동하고 그러나 보다. 식욕만큼은 겨울잠에서 깨지 않으면 좋으련만, 매년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기란 쉽지 않다. 봄이 제철인 음식은 싱그럽게 입맛 돋우는 것들이 많다. 그중 제일 앞줄에 서는 것이 두릅이다. 이맘때 시장에서 두릅을 팔고 있는 가게를 만나면 이제 완연한 봄이구나 싶다.



좌판에 가지런히 놓였지만 제법 기운차게 뻗은 두릅의 싹을 보면 장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저것들이 겨우내 움츠려있다 저렇게 솟았구나. 괜스레 쌉쌀한 맛이 입안에 도는 것 같아 침을 꿀꺽 삼키기도 한다. 이걸 살까 말까 머뭇거리면서도 머릿속에서는 데친 두릅을 초장에 찍고 있다. 이렇게 두릅 파는 가게 앞에서 서성이는 발걸음은 이미 봄나들이다.

그런데 팔고 있는 두릅들을 보니 종류가 다양하다. 땅두릅, 참두릅에 개두릅까지 있다. 봄기운을 흠뻑 느끼고 싶은데 자칫 엉뚱한 것을 사면 어떡하나 걱정이 앞선다. 차이는 뭘까. 두릅은 두릅나무에 달리는 새순을 말한다. 두릅나무 중 독활이라는 나무의 어린 순은 땅에서 난다. 이게 땅두릅이다. 이와 구분하기 위해 나무에서 나는 순은 참두릅이라고 한다. 개두릅은 엄나무의 순이다. 세 가지 두릅에 우열이 있는 것은 아니고 각자 좋아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 공통된 맛은 쌉쌀함이다. 이 맛이 봄의 기운을 북돋는다. 몸에 활력을 주기 때문에 봄철 춘곤증에도 좋다.

두릅은 주로 회로 먹는데, 회라고 해서 날로 먹는 것이 아니라 데친 두릅을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것이다. 이렇게 먹는 두릅회는 막걸리와 궁합이 잘 맞는다.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을 마신 뒤 잘 데쳐 연한 두릅을 초고추장에 찍어 입에 넣고 씹으면 두릅의 싱그러운 쓴맛과 초고추장의 새콤한 맛에 막걸리의 취기가 어우러져 제대로 봄의 정취가 느껴진다. 그 한입에 두릅이 왜 '산채의 제왕'이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다.

느긋한 주말 오후 공기 좋은 산자락에 자리 잡은 집 앞 마당에서 먹는다면 그 느낌은 더욱 강렬할 것이다. 하늘은 파랗고 볕마저 따사롭다면, 그래서 누구나 눈 지그시 감고 고개 주억거리는 완벽한 봄날이라면, 그 한입에 가늠할 새도 없이 혀 위로 쏟아지는 봄기운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런 경험을 한 날이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였고, 싱싱한 참두릅이 있었고, 정읍에서 공수한 막걸리가 있었다. 그날 숯 피워 한우 등심도 굽고 장어도 구웠는데 또렷하게 기억에 아로새겨진 것은 두릅이 준 봄의 맛이다. 무르지 않게 두릅을 살짝 데쳐 냈고 초장은 따로 만들었다. 준비를 마쳤다면 두릅의 쌉쌀함과 초장의 새콤함에 막걸리의 적당한 산미가 어우러질 차례다.



여기에 피부에 와 닿는 봄기운 보태려면 밖으로 나서야 한다. 소박한 돗자리면 충분하다. 이 음식과 자연의 조화는 다음 한입, 다음 한 잔을 부른다. 그러다보면 봄에 취한다는 말이 실은 이렇게 봄기운 흠뻑 담은 음식 곁들이면 취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을 줄인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이날 봄에 취한 아내의 얼굴, 그 해사하게 웃던 모습은 매년 봄이 오면 생각나는 장면이 됐다. 두릅은 몸에 활력을 주고 피로를 풀어준다. 독특한 향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백설희는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고 노래했지만 매년 봄은 오고 그 봄날의 느낌은 언제까지나 선연할 것만 같다. 그래서 봄은 스트레스에 지친 아내를 위해 두릅을 사야 할 때다.



2. [세계일보][신병주의 역사의 창] 문종이 앵두나무 심은 뜻은…

오늘은 식목일이다. 식목일은 2006년까지 공휴일이었으나, 공휴일이 너무 많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가장 만만한(?)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다. 아무래도 국토 황폐화를 막기 위한 산림녹화 사업이 어느 정도 정착되어 식목일을 따로 지정할 필요성이 사라진 것도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식목일에 나무 심기가 전국적으로 장려되던 시기 필자도 초등학교 4학년 식목일에 작은 동산에 한 그루 나무를 심은 것이 특히 기억이 난다. 선생님은 그 나무를 자신의 나무로 정해주고 매일 물을 주게 했는데, 졸업 후 30여 년 만에 찾은 그곳에 무성히 자란 나무를 보고 큰 보람을 느낀 적이 있다. 

‘문종실록’에는 문종이 왕세자 시절 한 그루의 앵두나무를 심은 기록이 나온다. 앵두는 앵도(櫻桃)라고도 하는데, 꾀꼬리가 잘 먹고 생김새가 복숭아와 비슷하다 하여 ‘앵도’라는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효심이 뛰어난 문종은 세종께서 몸이 편안하지 못하자 친히 복어(鰒魚)를 베어서 올려 세종이 이를 맛보게 하였고, 세종은 기뻐하여 눈물을 흘리기까지 하였다.



문종은 또 경복궁 후원(後苑)에 손수 앵두나무를 심어 직접 물을 주면서 정성껏 길렀다. 그리고 앵두가 익는 철을 기다려 세종께 올렸다. 세종은 이를 맛보고서 “외간(外間)에서 올린 것이 어찌 세자가 손수 심은 것과 같을 수 있겠는가”라고 하며 앵두를 즐겁게 먹었다고 한다. 

문종의 효심이 깃든 나무여서인지 창덕궁과 창경궁에도 앵두나무가 많이 심어졌고, 눈이 밝은 관람객이라면 현재도 궁궐 곳곳에 숨어있는 앵두나무를 찾을 수가 있다. 조선시대에는 현재의 궁궐 과수원에 해당하는 장원서(掌苑署)에서도 앵두를 수확해서 주로 종묘 제사에 올리는 데 활용하였다. 성종 때에는 장원서에서 수확한 앵두가 ‘살이 찌고 윤택하지 않다’는 이유로 담당 관리가 문책을 당하기도 하였다. ‘중종실록’에는 1512년 여름에 ‘앵두를 승정원, 홍문관, 예문관에 내렸다’는 기록이 보이는데, 앵두 수확은 궁궐 신하들의 마음을 풍성하게 해주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문종은 8세에 왕세자로 책봉되어 29년간 세자로 있으면서, 질환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세종을 잘 보필하면서 많은 업적을 만들어 낸 숨은 공로자였다. 세종의 업적으로 알려진 측우기 발명, 4군6진 개척에 활용한 화차(火車) 발명, ‘고려사’ 편찬은 실상 문종이 주도한 것이었다. 1450년 2월 세종이 승하하자, 문종은 예법을 다해 헌신적으로 2년3개월간의 삼년상을 치렀다. 그러나 이것은 건강 악화로 이어졌고, 문종이 37세의 짧은 생을 마감하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문종실록’에도 “세종이 병환이 나자 근심하고 애를 써서 그것이 병이 되었으며, 상사(喪事)를 당해서는 너무 슬퍼하여 몸이 바싹 여위셨다. 매양 삭망절제(朔望節祭)에는 술잔과 폐백을 드리고는 매우 슬퍼서 눈물이 줄줄 흐르니, 측근 신하들은 능히 쳐다볼 수가 없었다”는 기록이 이를 잘 보여준다. 식목일인 오늘 아버지 세종을 위한 문종의 효심을 떠올리면서, 주변에 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3. [중앙일보][취재일기] 유임만 있고 개선은 없는 슈틸리케 경질 논란

한국 축구는 더 이상 ‘아시아의 호랑이’가 아니다. 프로축구 무대에선 천문학적인 자금을 앞세운 중국과 중동에 사실상 주도권을 내줬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9회 연속 본선 진출은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아시아 최종예선에 참가 중인 한국의 현재 상태는 ‘빨간불’이다. 7경기를 치른 현재 4승1무2패, 승점 13점으로 이란(17점)에 이어 A조 2위다. 본선 자동 진출이 가능한 순위(각 조 2위까지)라지만 3위 우즈베키스탄(12점)과는 승점 1점 차라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경기력은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원정 3경기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1무2패에 그쳤다. 홈에서 열린 4경기는 모두 이겼지만 매번 한 골 차 박빙의 승부였다. 앞으로 3경기를 남겨 둔 우리나라가 조 2위를 지킬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단조로운 전술과 뻔한 선수 기용, 남 탓하는 태도로 일관하는 울리 슈틸리케(63·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에 대해 경질 여론이 들끓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의 판단은 달랐다. 3일 기술위원회에서 난상토론 끝에 유임을 결정했다. 이용수(58) 축구협회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은 “2년7개월의 재임기간 중 최근 몇 경기만으로 감독의 지도력을 평가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문제는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력에 대해 축구협회와 대표팀 구성원들의 해석이 다르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표팀 관계자는 “선수들은 툭하면 남 탓하는 감독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전술과 선수 선발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축구협회 설명과는 달리 지난 2년여 동안 감독과 선수 간 불신의 골만 깊어졌다. 감독 교체를 통해 선수단 내부에 퍼진 부정적 분위기를 일신할 기회가 있었지만 축구협회는 이를 거부했다.

축구협회는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도 제시하지 못했다. 코치진 보강, 대표팀 운용방식 개선, 체계적 지원 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프로축구연맹의 협조를 얻어 대표팀 소집기간을 며칠 늘려 보겠다”고 밝힌 게 전부다.

월드컵 본선 진출은 한국 축구의 미래와도 직결된다. 일각에서는 월드컵 본선행이 좌절되면 축구협회 예산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리그 흥행도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슈틸리케 유임을 결정한 뒤 “한국 축구는 지금껏 위기상황을 잘 극복해 왔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축구협회의 현실 인식이 그래서 걱정스럽다.



4. [매일신문][매일춘추] 심리분석과 60갑자의 재조명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그레고리력)은 조선 말 갑오경장부터 사용되고 있다. 그 이전에는 이 땅에는 두 가지의 달력이 사용됐다. 날짜를 표시하는 태음력과 농사를 짓고자 24절기를 기준으로 하는 태양력이다. 60갑자는 태음력과 태양력이 함께 표시되는 동양의 달력 구조인데 그 역사는 정확하지 않다. 삼황오제(三皇五帝) 시대부터라고 하는 것을 보면 기원이 정확하지 않지만 5천여 년 전으로 보는 경우도 많다.



현대사회에서는 60갑자의 달력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할머니`할아버지들을 위한 큼직한 글씨의 달력 속에 일진(日辰)이라는 것으로 그 흔적이 남아있다. 현대의 농부들은 과학적 영농법을 사용하므로 더는 60갑자의 달력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60갑자의 달력을 사용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는데 바로 역술인들이다. 그들은 연월일시를 60갑자로 표현된 것을 사주(四柱)라고 하여 인생의 길흉화복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세상의 구조가 복잡해져서 사주에 나타난 길흉화복의 내용만으로 다 설명이 어려워지면서 신뢰가 떨어지고 심지어 미신이라고 폄하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같은 사주의 소유자(1962년 9월 25일 申시 출생)는 전국에 약 100여 명이 있는데 그들이 같은 길흉화복을 겪을까? 

필자는 ‘시대가 달라지면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60갑자를 재조명하는 것으로 온고지신(溫故知新)에 의미를 둔 작은 실천을 하고 있다.



농작물은 봄`여름`가을`겨울에 따라 싹이 트고 성장하며 열매를 맺어 마지막에는 잎사귀가 다 떨어지고 겨울을 지난다. 그런 과정의 이치가 60갑자에 담겨 있으므로 그것을 사람의 심리구조와 연결하면 각 개인에 고유한 성격의 특성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분석을 정확하게 하면 강점을 통해 직업이나 진로를 알 수 있고 보완점을 인식해 아동의 학습지도법과 개별적 심리치유의 방법과 대안을 찾을 수 있다.

현재 심리분석법의 주류는 서양의 MBTI 방식인데 각자 사람이 가진 성격 구조를 몇 가지 유형별로 통합적이고 획일화된 내용으로 설명하는 것이 얼마나 정확할까? 인문학에 대한 깊이는 동양이 서양보다 우위에 있다는 사실은 서양에서도 인정하는 추세가 아닌가? 

동양의 많은 정신적 문화적 유산이 서양문물에 가려져서 빛을 잃는 경우가 많다. 옛것이라고 오래된 구식이라고 함부로 버리지 말자. 오천 년 역사와 함께 온 것이라면 반드시 그 이유가 있고 어쩌면 그 속에는 세상을 보는 지혜가 담겨 있을 수 있다.



이런 문구가 떠오른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5. [한국일보][고은경의 반려배려] 남극 생선 '메로' 씨 말리는 한국

일식집에 가면 ‘메로’구이 메뉴가 있다. 부드러운 흰색 속살에 달콤한 양념이 더해져 입맛을 돋운다. 반찬으로 나오는 경우엔 머리 부위가 나와 살이 많지는 않다. 따로 주문하려고 가격을 보면 다른 생선구이보다 비싸 망설여진다. 워낙 비싼 생선이다 보니 지난해 가을에는 메로 가격 5분의 1에 불과한 기름치를 메로로 속여 팔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메로가 비싼 이유는 그만큼 귀한 생선이기 때문이다. 남극 심해에 사는 메로(파타고니아 이빨고기)는 멸종위기종으로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가 어획량, 조업지역을 정해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대략 9∼20㎏ 나가지만 최대 2.3m 길이에 200㎏까지 자라기도 하며 수명은 50년쯤 된다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먹던 메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얼마 전 방문한 인천 송도에 있는 극지연구소에서 우리나라가 메로에 미치는 영향을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오는 11월 남극 장보고 기지에서는 처음으로 펭귄을 비롯한 남극 야생 생물 서식 연구를 시작할 예정인데, 여기에는 우리나라가 메로를 남획하는 점이 일조했다.



우리 어선들은 지난 2011년부터 남극해에서 메로와 크릴을 불법으로 조업해 2013년 예비불법어업국으로 지정됐는데 해양 보전과 연구에 기여하고, 불법조업을 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노력으로 2015년 4월에서야 해제됐다. 즉 남극 생태계 보전을 위한 연구는 선택이 아닌 의무였던 것이다.



우리가 왜 파타고니아 이빨고기를 메로라고 부르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언뜻 들으면 일본어 같기도 하다. 실제 일본에서도 메로로 통용된다. 하지만 메로는 일본어가 아니라 스페인어로 지중해에 주로 사는 농어과 식용어를 뜻한다. 주 어획국인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는 메를루짜 니그라(Merulza Negra.검은 대구)라고 불린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일본판에 따르면 일본에선 2003년 이전 긴무츠(銀ムツ. 은 게르치)라는 이름으로 유통됐는데 다른 게르치과와 혼동된다는 이유로 사용하지 못하게 했고 대신 남미 국가의 영향을 받아 메로라고 부르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이재봉 박사는 우리나라도 어선들이 거래하는 남미 국가들이 메를루짜, 메로라고 부르는 데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 어선들이 불법어업국이라는 오명을 쓸 만큼 메로를 많이 잡는 것에 비해 우리 밥상에 자주 오르지 않는 이유도 있었다. 우리나라가 잡은 메로의 대부분을 미국이나 일본에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메로의 몸통을 주로 스테이크로 먹고 있다고 한다. 고급 식당에 갔을 때 메로 머리구이만 나오는 게 그제야 이해가 됐다. 

일본과 미국에서 주로 먹는 메로 소비량의 80%는 불법 어획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조사가 있다. 우리나라는 주 소비국은 아니지만 수익을 위해 불법어업국이라는 낙인이 찍히면서도 두 나라의 소비를 가능하게 해 메로의 멸종을 앞당기고 있다. 미국에선 소비자들의 구매가 해양생태계를 보존할 수 있다며 메로 불매운동도 벌인 바 있다. 이제는 우리도 메로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떻게 잡혔는지 제대로 알고 먹어야 한다. 또 외화벌이 품종이라며 메로를 마구잡이로 잡아 수출할 게 아니라 오히려 보존하는 데 힘을 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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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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