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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세계일보]

1. 우병우 수사는 검찰 개혁 의지의 시험대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오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다. 지난해 검찰 특별수사팀과 지난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이어 세 번째 소환이다. 앞서 특검팀이 우 전 수석에게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지난달 3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국정농단 핵심 관련자 가운데 구속을 면한 이는 우 전 수석뿐이다. 그에 대한 소환조사는 국정농단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검찰이 정권의 ‘실세 중 실세’였던 그를 이번엔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을지에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다. 

우 전 수석의 혐의는 직권남용과 직무유기가 핵심이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급 5명과 공정거래위원회 전 국장, 외교부 공무원들에 대한 ‘표적 감찰’을 지시하고 인사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가족회사 ‘정강’ 횡령 혐의, 의경 아들 보직 압력,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2014년 ‘정윤회 문건’ 사건을 기밀 유출 사건으로 축소토록 검찰에 압력을 가한 의혹도 있다. 그때 대통령 주변을 관리·감시하는 민정비서 역할을 제대로 했더라면 대통령 탄핵과 구속이란 헌정사의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박영수 특검은 지난달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 100% 발부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 소환에 앞서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당시 광주지검장인 변찬우 변호사를 불러 조사하는 등 한 달간 50여명의 참고인 조사를 마쳤다”며 영장 재청구에 자신감을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그간의 검찰 수사 행태를 보면 미덥지가 않다. 우 전 수석이 지난해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벌어질 당시 김수남 검찰총장 등 검찰 고위층과 집중 통화한 의혹에 대한 수사는 감감무소식이다. 최초 검찰 수사에서도, 특검수사에서도 그가 살아남은 이유는 검찰 내 ‘우병우 라인’이 건재하기 때문이라고 많은 이들이 믿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박 전 대통령 수사보다 더 어려운 게 우병우 수사”라고 말할 정도다.

검찰이 이번에도 미적댄다면 국민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시중엔 “우 전 수석이 ‘몇 년 정도 감옥에 들어가도 상관없으니까 다 끌고 들어가겠다’며 검찰을 협박했다”는 얘기까지 나돈다. 이런 마당에 국정농단 수사 ‘마지막 퍼즐’인 우 전 수석 처리에 좌고우면해선 안 된다. 이번엔 반드시 혐의를 밝혀내야 한다. 검찰 스스로 개혁 의지를 증명할 때다.


2. 시리아 화학무기 공습 참사, 반인륜적 전쟁범죄다

6년간의 내전으로 생지옥이 된 시리아에서 또다시 참상이 벌어졌다. 4일 시리아 북부 칸셰이칸 지역 주택가에서 화학무기 공습으로 어린이 11명을 포함해 주민 58명이 숨졌다고 한다. 사망자만 100명이 넘는다는 얘기도 있다. 현지 구호단체들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창백한 얼굴에 눈을 뜬 채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면서 의식을 잃었다. 증상으로 볼 때 화학무기인 염소가스나 사린가스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 내전으로 사람이 살 수 없는 참혹한 땅이 된 것도 모자라 독가스로 오염되고 있으니 끔찍하다.

국제사회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저지른 소행으로 보고 있다. 시리아 정부는 화학무기 공격을 부인하지만, 아사드 정권의 독가스 공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유엔이 공식 파악한 것만 해도 세 차례나 된다. 국제사회가 보복과 제재를 추진했으나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번번이 제동이 걸렸다. 반인륜적인 범죄행위를 응징하는 것마저 강대국 논리에 휘둘리고 있으니 어처구니없다. 이 같은 묵인 내지 방조가 화학무기 사용을 부추겼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국제사회의 각성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제사회는 이번 만행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과거와 같이 ‘정황’을 파악하는 데 그친다면 모르쇠로 버티는 한 책임을 추궁할 도리가 없다. 발뺌할 수 없는 명백한 증거를 찾아내 누구의 소행인지를 가려야 한다. 유엔 시리아 조사위원회(COI)는 화학무기 공격을 ‘전쟁범죄이자 인권법의 심각한 위반’으로 규정하고 진상 조사를 시작했다. 시리아 정부를 비호하는 러시아·중국도 조사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인류 존립을 위협하는 전쟁범죄를 모른 척한다면 자국 내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테러범죄를 비난할 자격도 없다.

한국은 시리아 사태를 강 건너 불로 볼 처지가 아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김정남 암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사용했다. 그것도 많은 사람이 붐비는 외국의 국제공항에서 벌인 테러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면서 ‘불바다’ 운운하는 마당에 남한 땅에 독가스를 퍼뜨리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일도 아닐 것이다. 2016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2500~5000t의 화학무기를 지녔으며 탄저균, 천연두, 페스트 등 다양한 종류의 생물무기를 자체 배양하고 생산할 수 있는 능력도 있다.


[서울신문]

3. 中, 北의 철없는 장난 방치해 ‘불량 형제’ 될 텐가

북핵을 주요 의제로 다룰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북한이 어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한 발을 쐈다. 이 미사일은 북한이 지난 2월 발사에 성공한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호로 일본과 괌 미군기지를 사정권에 둔 전략무기로 추정된다.


북한이 발사 준비 시간이 짧고 탐지가 어려운 이 전략무기를 사용해 무력시위에 나선 것은 ‘무역과 북핵’을 고리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빅딜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대응 성격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핵을)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가 하겠다”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혹시 흔들릴지도 모를 중국에도 경고한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체제 유지를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핵을 움켜쥐고 고비고비마다 벼랑끝 전술을 구사해 왔다. 국제사회에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달라며 생떼를 쓰고 있다.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이번 미사일 발사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의 이 같은 협박은 스스로를 옥죌 뿐이며, 한반도를 전화(戰火)의 위기로 몰아넣는 위험천만한 행위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번 미사일 도발로 북·미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행동을 포함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올라와 있다”며 사실상 무력 충돌 가능성을 열어 놓은 상태다.

미·중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전략을 가다듬는 시점에 뒤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으로 인해 중국의 체면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에서도 수세적인 상황에 몰릴 수밖에 없다. 난처한 입장에 빠진 중국은 북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현재까지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비록 말은 하지 않고 있지만 그동안 일관되게 유지해 온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이었는지를 분명하게 확인했을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중국의 태도가 중요하다. 우리와 미국이 혈맹관계이듯 중국과 북한 역시 혈맹관계다. 한국전쟁에 참가해 전사한 마오쩌뚱의 아들이 북한에 묻혀 있고, 중공 정권 수립 후 어려울 때 북한으로부터 경제 원조도 받았다. 그렇다고 해서 북핵을 용인하거나 방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남으려면 북한의 불장난을 멈추게 해야 한다. 그것이 똑같은 ‘불량 형제’로 찍히지 않는 길이다.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면 유엔 대북 제재의 완벽한 실행은 물론 그동안 음으로 양으로 지원해 온 도움도 모두 끊어야 한다.


4. 복지 포퓰리즘에 되레 뒷걸음질한 국민 행복도

지난 5년 동안 우리 국민이 느끼는 행복도는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4개 회원국을 조사했더니 우리 국민의 행복도는 2011년 30위였던 것이 지난해 33위로 뒷걸음질쳤다. 그사이 행복도가 크게 높아졌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꼴찌 수준이라니 착잡하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 자체는 2011년 23위에서 지난해 21위로 약간 올랐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측정한 활력도와 재정 지속 가능성, 복지 수요 등은 소폭이나마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각종 포퓰리즘 정책이 정쟁의 소재가 됐던 현실을 감안하면 맥이 풀리는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정부든 정치권이든 복지를 입으로만 떠들었지 정작 실속은 없어 국민 일상의 만족도는 후퇴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무형의 행복을 순위로 매기는 조사에 일희일비할 일은 물론 아니다. 그럼에도 국민 행복도의 하락에 한숨이 나오는 까닭은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개선될 여지가 없을 거라는 낭패감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쏟아져 나오는 포퓰리즘 공약들에 국민 불신은 극으로 치달을 판이다. 표심을 현혹하려는 사탕발림 공약들이 난무한다. 부채 탕감, 기본소득제, 국민 유급 안식년제 등 말만 들어도 귀가 솔깃할 복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수십조원 규모의 개인 부실 채권을 정리해 주겠다는 장밋빛 공약이 달콤하지만, 과연 그 재원을 어디서 마련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도 없다.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막연한 공약에 상실감만 더 커지지 않을지 벌써 걱정스럽다.

무차별 복지 행정이 국민 행복도를 높이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조사 결과의 의미는 거기에 있다. 국가 예산 중 복지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보건·복지·노동 분야를 포함하면 30%를 넘는다. 올해만 해도 복지 관련 예산은 130조원이나 된다.

여러 형태의 복지 정책 논란이 언제부턴가 기대보다는 피로감을 높이고 있다. 그 까닭이 무엇인지 대선 주자라면 백번 천번 따져 봐야 할 일이다. 불요불급한 선심성 정책에 알토란 같은 복지 예산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새나가고 있지나 않은지, 다수 국민의 행복 효용치를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데 밤잠을 설쳐도 모자란다.


[조선일보]

5. 중대한 美·中 회담 '제2 얄타' 안 된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트럼프 미 대통령이 4일 "북한은 정말 인류의 (가장 큰) 문제"라며 김정은 정권 문제를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제기하겠다고 재천명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도 "이번 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미·중 관계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와 시진핑의 정상회담은 우리 시각으로 7일 미국에서 열린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가 이렇게까지 큰 의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담 결과에 따라선 한반도 정세가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도 있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사전 브리핑에서 "(북한 문제 관련) 이제 시간이 다 소진됐고,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했다.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북한 선제 타격 옵션은 그동안 미 국방부 한반도 정책 담당자의 서랍 속에만 있는 것이었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 이후엔 한 번도 제대로 검토한 적이 없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르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국이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 따라 미국 주요 방송인 NBC가 지난 3일 간판 앵커를 오산 미군 기지로 보내 메인 뉴스를 진행했다. 최근 한반도 상황을 심각하게 보는 미국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NBC는 이날 톱뉴스를 북한 문제로 시작해 8분 동안 한반도가 위기 상황임을 강조했다. 북한이 어제 동해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이런 정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다. 국제무대에서 '한국'이 없어진 지가 벌써 5개월이 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기간에 취임했다. 그가 주한 미 대사를 인선하지 않고 있는 것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중국은 사드 보복 중이다. 정상 상황이라면 미·중 정상회담 전에 한·미가 중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단을 놓고 대화를 나눴을 것이다. 지금은 모든 것을 미국에 맡겨놓고 기다리는 것 외에 할 게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이번 회담을 우리 없는 자리에서 한반도 운명이 결정된 얄타 회담에 비유하기도 한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 지도를 놓고 얘기하는 대국이다. 한반도 운명이 어느 순간 바뀔지도 모른다. 이번처럼 중대한 회담을 넋 놓고 지켜봐야 한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존 매케인 미 상원 군사위원장 등 상원의원 26명은 4일 중국에 대한(對韓) 사드 보복 중단을 요구했다. 사드는 일차적으로 주한 미군과 증원 전력 보호를 목적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물론 주한 미군 보호는 우리 안보와 직결되는 것이지만 사드가 미국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중국이 한국에 보복하면 결국 미국과 대결하게 될 것이란 점을 명백히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선거판의 대선 후보들은 한 달 뒤에는 청와대에 들어가 국가를 이끌겠다는 목표로 나온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이토록 급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상황과 미·중 정상회담을 제대로 쳐다는 보고 있는지 알 수 없다.


6. 검증 회피하려는 대선 주자는 후보 자격 없다

노무현 청와대의 민정수석실이 2003년 4월 노 전 대통령 사돈 배병렬씨 음주 교통사고의 전모를 확인해 놓고도 음주 사실을 부인(否認)했다고 문화일보가 5일 보도했다. 음주 사고 당일 민정1비서실 보고 문건에는 사고 경위, 술 취한 배씨가 파출소 안에서 소란을 피우는 상황 등이 담겨 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민주당 문재인 후보였다.


이 문건이 맞는다면 당시 청와대가 대놓고 거짓말을 한 것이고 문 후보는 그 핵심 당사자가 된다. 문 후보 측은 "일반적 동향 보고라 민정수석에게 보고되지 않고 이호철 민정1비서관 선에서 종결 처리한 사안"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 사돈에 관한 일을 민정수석이 몰랐다는 해명을 그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사고 자체가 큰일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가 숨기고 거짓말하는 것은 문 후보가 청산한다는 '적폐'다.

어제 자유한국당은 문 후보 아들의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2006년 12월 한국고용정보원에 제출된 응시 원서와 이력서의 필적 감정 결과를 근거로 대필(代筆)·가필(加筆) 의혹을 제기했다. 문 후보 측은 "진본임을 알 수 없는 출처 불명 문서"라고 했으나 바른정당 쪽에서 "2012년 원본을 복사해 진본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10년 전 시작된 이 의혹이 계속 살아 있는 것은 문 후보 측 설명이 부족한 탓도 있다. '이제 그만하자'고만 할 문제는 아니다.

국민의당이 흥행 성공을 자랑했던 광주 경선에서 렌터카 17대를 동원해 선거인단 130여 명을 투표장으로 실어 나르고 운전자들에게 수당 221만원을 제공했다는 선관위 고발 사건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민주당 동원 의혹을 비판했던 국민의당이다. 남을 비판한 잣대는 자신에게도 들이대야 한다.

대선 후보 검증은 필수적이다. 특히 탄핵 이후 벌어지는 이번 선거는 더 그렇다. 일부러 근거 없는 의혹을 만들어내면 제기한 쪽이 책임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동문서답으로 피하지 말고 솔직하게 해명하는 게 낫다. 유권자가 다 쳐다보고 있다.


[매일경제]

7. ​전교조 볼모로 전락한 교육감, 직선제 폐지해야 한다

전교조 활동을 위해 무단결근한 교사를 두고 시·도 교육청의 '전교조 눈치보기' 행태가 도를 넘어선 수준이다. 전교조 도움으로 당선된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내년 교육감 선거에서 또다시 그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현행 법률마저 무시하는 지경이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전교조는 현직 교원에게만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도록 하는 교원노조법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다가 1심과 2심 재판에서 잇달아 '법외 노조' 판결을 받았다. 이로 인해 단체협약 교섭권, 노조 전임자 파견권 등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됐음에도 전교조 전임자 13명이 무단결근하며 수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 그런데도 서울·강원·경남교육청은 전교조 전임자에게 휴직을 허용해 교육부로부터 위법한 행정행위라는 지적과 휴직취소 요구를 받고 있다.


또 경기교육청은 무단결근한 교사 3명을 '직무 수행능력 부족'이라는 엉뚱한 이유로 직위 해제해 솜방망이 처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래 '중징계 사유'를 들어 직위 해제하면 월급의 70%를 주게 되는데 엉뚱한 이유를 적용하다 보니 월급 80%를 지급하고 또 이와 관련한 징계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전교조는 위법행위를 시정하라는 정부 요구를 막무가내로 거부하다가 법외노조 판결을 받았는데 최근에는 아예 우리 사법체계를 인정하지 않는 주장까지 일각에서 쏟아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했으니 전교조 법외 노조도 무효'라는 얼토당토않는 주장이다. 

엄정한 법률 집행으로 맞서야 할 교육감들이 그들의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이는 2007년 도입된 교육감 직선제가 그 원인이다. 교육감 직선제는 어떤 사람이 후보인지도 모른 채 투표한다고 해서 '깜깜이 선거'라 불리기도 하고 기호 1번을 당첨받으면 유리하다고 해서 '로또선거'로 불리기도 한다.


과열선거에 따른 후유증으로 교육감들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걸핏하면 교육감 임기가 중단되기도 했고 선거가 끝나면 보은 인사로 교육계가 조각조각 분열되기도 했다. 한때 일선 교사 70% 이상이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설문조사가 있을 정도로 교육감 직선제의 폐해는 이미 드러날 만큼 드러났다. 시도지사와 러닝메이트로 선출하거나 아예 임명제로 전환해야 한다.


8. 한국 이민정책, 외국인에 취업문 활짝 연 일본서 배워라

이민과 외국인 노동자 고용에 저항감이 컸던 일본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2014년 '50년 후 인구 1억명 사수'를 천명하며 이민 억제 정책 탈피를 선언한 이후 취업 이민 우대, 외국인 인재 영입, 유학생 확대 등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노동 인력 감소와 아베노믹스로 경기가 살아나면서 일손이 크게 부족해진 때문이다. 

일본의 대졸 취업률이 무려 97.3%(2016년 기준)에 달하자 일본 기업들은 글로벌 인재에 취업문을 활짝 열고 있다. 그 덕에 IT와 영어에 경쟁력 있는 한국 청년들이 대거 취업해 올해 1월 기준 4만812명이 일본에서 근무 중이다. 

특히 일본은 연구·기술자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외국인에 대한 영주권 발급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는 등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말 아베 신조 총리가 확정한 9개 분야 노동개혁 방안에도 '외국인 인재 영입 장려'가 포함됐다. 비숙련 노동자에 대한 이민 절차는 아직 까다로운 게 사실이지만 생산가능인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본의 취업 문호 개방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합계 출산율이 1.25명으로 일본(1.41명)보다 더 취약한데도 저출산 고령화의 열쇠가 될 수 있는 이민정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해 "2017년 중장기 외국인 이민정책 방향을 수립하겠다"며 사실상 논의를 1년간 미뤄둔 상태다. 지난 4일 법무부 주최로 열린 이민정책 국제 심포지엄에서는 "잘 관리된 이민정책을 통해 저출산과 경제적 경쟁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는데 체계적인 이민정책 수립에 나서야 할 때다. 

국내 등록 외국인은 2000년 49만명에서 지난해 205만명으로 4배 급증했다. 이 중 취업자는 96만명인데 전문·숙련 인력은 5만여 명에 불과하다. 외국인 200만명 시대를 맞아 노동시장과 사회 통합 등을 고려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되 비숙련자의 경우 사회적 비용이 커지는 만큼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또한 이민정책 수립의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무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문화관광부 등 4개 부처에 분산돼 있는 업무를 통합적으로 추진할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


[이데일리]

9. ‘쇼핑 뺑뺑이’ 덤핑관광 퇴출시켜야

중국의 한국관광 금지령으로 유커(遊客) 방문이 급감하면서 수면 아래 숨어 있던 ‘관광 한국’의 치부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이른바 ‘인두세 관광’이 대표적이다. 관광객을 유치하는 대가로 국내 여행사들이 중국 여행업체에 유커 한 명당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14만원까지 ‘세금’을 떼어준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왕복 항공료에 불과한 덤핑상품도 수두룩하다니 ‘관광 대국’ 구호가 낯 뜨겁다.

싸구려 덤핑관광은 필연적으로 ‘쇼핑 뺑뺑이’와 ‘바가지’로 이어진다. 웃돈을 얹어 주었으니 그 비용도 메우고 돈까지 벌려면 쇼핑을 강요하고 저질 숙식으로 덤터기를 씌울 수밖에 없다. 2015년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에서 “한국 관광은 쇼핑이 전부(71.5%)”라는 응답이 나온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니다.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은 나라”라는 오명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

관광객 숫자에 집착한 정부와 눈앞의 이익만 좇아 과당 경쟁을 벌이는 관광업계의 합작품이다. 정부는 관광대국을 지향한다는 거창한 구호를 앞세워 관광객 유치에는 힘을 쏟았지만 정작 숙박·음식·교통 등 기초 인프라 개선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업계는 업계대로 가격경쟁에 치우친 나머지 양질의 상품 개발이나 서비스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은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일본은 우리와 달랐다. 2012년 우리나라 외래 관광객이 1100만명일 때 일본은 830만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4년 후인 지난해 2400만명으로 우리의 1720만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2015년 총리를 의장으로 하는 ‘관광 비전회의’를 발족시키고 관광정책에 드라이브를 건 것이 주효했다. 비자 규제를 과감히 푸는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고품격 상품을 개발하는 등 민관이 총력을 펼친 결과다.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유커 단체여행에 의존해 온 관광산업은 지금 위기다. 하지만 체질을 다질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사드보복 탓만 할 게 아니라 ‘덤핑관광’, ‘뺑뺑이 쇼핑’을 뜯어고쳐야 한다. 저질 싸구려 구조를 제값을 받을 수 있는 고품질 구조로 탈바꿈시키고 동남아와 중동 지역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관광 한국’의 미래 전략을 새로이 짜야 할 때다.


10. 슬그머니 서울에 복귀한 일본 대사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일본대사가 그제 서울로 귀임했다. 주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일본 정부가 전격 소환을 결행한 지 85일 만에 이뤄진 조치다. 양국 간 국교가 정상화된 1965년 이래 주한 일본대사가 임지인 한국을 떠나 있었던 기간으로 따져도 최장 기간이다. 그가 굳은 표정으로 출국할 때와 달리 이날 슬그머니 입국한 모습부터가 대조를 이룬다.

나가미네 대사의 복귀로 양국 간 마찰관계가 조만간 정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주는 것만으로도 일단 다행이다. 외국에 파견된 자국 대사를 소환한다는 자체가 상대국 정부에 대한 강력한 불만의 표시임은 물론이다. 대사의 공백 상태가 이어지면서 자칫 외교단절에 버금가는 단계까지 사태가 악화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던져준 것이 그런 때문이었다.

양국 관계가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고 하지만 아직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마찰의 빌미가 된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이 시민단체에 의해 설치된 것이므로 우리 정부 차원에서 적극 개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일본 정부는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해당 지자체가 소녀상을 철거했으나 다시 설치된 데다 우리 외교부도 지자체와 시민단체 등 관련 당사자들에 대해 소녀상 철거를 요청하지 않은 게 아니다.

나가미네 대사는 귀임하면서도 소녀상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거듭 밝혔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직접 만나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가 이달 중 채택 예정인 2017년판 외교청서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내달 대선에서 집권하는 차기 정부에 대해 계속 압력을 넣겠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현재 양국 관계는 통화스와프 협상이 중단된 데다 고위급 경제협의가 연기되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자칫 독도 영유권 문제도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그러나 다툴 것은 다투더라도 협력할 것은 협력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동북아에서 중국이 패권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집착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식으로 투정을 부린다고 해서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여건이 아님을 깨닫기 바란다.



주요신문칼럼


1. [중앙일보][다니엘 린데만의 비정상의 눈] ‘딱딱한’ 독일인들이 봄이면 즐기는 것들

두꺼운 겨울옷을 접어 서랍 속에 넣으니 봄이 온 게 실감이 난다. 주말엔 친구들과 어울려 여의도에 가서 벚꽃놀이를 할까 싶다. 경리단길이나 홍대입구·연남동 같은 서울의 이른바 ‘핫플레이스’ 맛집은 봄나들이를 나온 사람들로 붐빌 것이다.

한국 친구 중에는 ‘딱딱하다’라는 이미지의 독일인들도 봄놀이를 즐기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4계절이 뚜렷한 곳이라면 나라와 지역에 상관없이 봄놀이를 즐기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독일에선 봄이 오면 집 밖으로 나가 자연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 우선 프륄링스푸츠(Fruehlingsputz)로 불리는 ‘봄맞이 대청소’를 하고 나서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호수나 숲, 바다나 강으로 가서 자연 속에서 봄을 맞는다.


내 고향 랑엔펠트엔 호수가 많은데 봄이 오면 주민들이 호숫가에서 바비큐를 하고 맥주를 마시며 밤이 이슥할 때까지 여유를 즐긴다. 한국의 한강변에 모인 사람들을 보면 그때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러나 뚜렷한 차이점이 하나 있다. 독일인들은 음식을 준비해 가지 치킨을 배달시키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독일에는 더욱 역동적으로 봄날을 즐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프륄링스뮈디히카이트(Fruehlingsmuedigkeit)라 부르는 ‘봄 피로감’을 없애려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상당수다. 독일 어디를 가도 호수와 강, 그리고 넓고 깊은 숲이 많아 자전거 타기에 안성맞춤이다. 자전거뿐만 아니라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는 사람도 다수다. 나는 열일곱 살 때 첫사랑과 첫 데이트를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면서 했다. 두 시간 동안 이를 탄 뒤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고 오후 내내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난다.

독일 소도시나 시골에선 조경을 하며 봄을 맞는 어르신을 쉽게 볼 수 있다. 독일인은 한국인처럼 일부러 벚꽃 구경을 가지는 않지만 꽃을 사랑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원마다 아름다운 꽃과 식물을 볼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선 란데스가르텐샤우(Landesgartenschau), 즉 ‘주(州) 조경박람회’를 열어 다양한 화초를 대규모로 전시한다. 고양 꽃박람회와 비슷하다.

독일인 중에는 약간 딱딱한 성격의 사람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독일인도 한국인처럼 봄만 되면 가슴이 설레고 표정이 밝아지며 걸음걸이가 생생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번 봄, 모든 사람이 사랑하고 아끼는 이와 함께 꽃을 즐기며 아름다운 봄놀이를 즐길 여유를 가지길 기원한다. 봄은 가만히 보내기엔 너무도 아까운 계절이니까.



2. [매일신문][매일춘추] 기억의 현장

겨울 끝자락에 아들과 싱가포르로 여행했다. 대학 진학 후 줄곧 서울에서 생활했고, 제대하고 어학연수 등으로 떨어져 지내다가 모처럼 시간이 맞아 갑작스레 출발했다. 아빠가 함께하지 못해 못내 섭섭한 눈치지만 나야 일상을 벗어날 절호의 기회인지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따라나섰다.



아들은 겨울방학 중에 교환학생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과 학교 근처 숙소에서 생활하며 우리 문화를 알리고 안내하는 봉사활동을 했다. 짧은 기간에 서로 꿈과 고민을 나누며 친해진 외국친구들, 그들과 다시 만날 약속을 해서 하루는 엄마 혼자 여행을 해야 하는데 괜찮겠냐고 거듭 물었다. 아이 셋을 당당하게 키운 대한민국 엄마를 어찌 알고 이런 걱정을 하는지….



출발부터 귀국까지 특별한 계획 없이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여행은 상상만으로도 설렌다. 자정 넘어 도착한 ‘창이’ 국제공항은 조명 탓인지 낯설었고, 한 무리의 단체 여행객이 빠져나간 이국의 대기실은 더운 나라에 미처 적응 못 한 피부처럼 바닥부터 번들번들 겉돌았다. 공항에서 도심에 이르는 길은 바다를 메워 건설된 동쪽 해안도로와 연결되어 밤 공기를 가르며 달리는 도시풍경이 신선했고 친절한 택시기사의 미소처럼 편안했다.



관광산업이 발달한 도시국가답게 외국인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잘 만들어진 안내 표지판, 그때그때 가고 싶은 곳은 MRT(도시철도)와 버스, 택시를 이용하고 웬만하면 걸어서 이동했다. 현지 친구들이 추천한 곳도 구석구석 찾아서 보고, 듣고, 먹고, 즐겼다. 가족이 함께라면 더없이 행복하겠지만 둘만이라도 떠나자. 타지에서 마주하며 동시에 느끼는 공감이란 단어, 어느 것에도 견줄 수 없는 단단함이 있다.



여행의 끝은 늘 그렇듯이 아쉽고 돌아갈 일상의 막연한 걱정으로 쉬 고단하다. 새벽 1시 30분, 출발이 지연되어 게이트가 제시간에 열리지 않았다. 서로만 믿고 조금 뒤에 확인한다는 게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깜빡 잠이 들었다. 짧은 순간 안내 방송으로 아들의 이름을 부르는 게 아닌가!



비몽사몽 내 이름은 지나쳤으나 다행히 엄마 귀에 걸린 이름, 부리나케 아들을 깨우고 신발 벗어들고 체면 따위 아랑곳 하지않고 달려갔지만, 자꾸 멀어지는 거리는 불가항력이었다.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고르는데 저 멀리 앞서간 아들이 전동카트를 타고 손을 흔들며 되돌아오는 영상, 믿을 수가 없었다. 공항직원의 도움으로 도착해 티켓체크하고 비행기에 몸을 실을 때까지도….



늦은 탑승, 이전에 두어 번 목격했던 어처구니없는 광경이 그날 내게도 일어났다. 이제껏 보살펴주던 엄마에서 보호받는 엄마로 역할이 바뀌는 자리, 내게는 소중한 기억의 현장이었다.



3. [서울신문][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세기의 사랑’으로도 미화할 수 없는 비극

세월호가 304명의 생명은 바다에 버려두고 험한 몰골로 저 혼자만 돌아왔다. 가슴이 멍하고 짠하다 못해 쓰리다. 이렇게 허망하게 많은 목숨을 앗아간 사건은 인간의 오만과 방종에 노여워진 신의 경고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신은 이렇게 엄청난 죽음을 허용한단 말인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영화 ‘포세이돈 어드벤처’(1972년)나 ‘타이타닉’(1997년)도 이런 질문인 동시에 재해로부터 방심하지 말라는 경고 또는 교훈의 의미로 제작됐을 터이다.



1912년 4월 14일 하느님도 가라앉히지 못할 배라고 불렸던 호화 여객선 타이타닉호는 첫 출항에서 빙산을 만나 두 동강이 났다. 배는 승선자 2200여명 중 1500여명을 4000m나 되는 깊고 어두운 대서양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리고 73년이 지난 1985년 바닷속에서 선체가 발견됐고, 이를 계기로 영화화됐다. ‘비극 속에 침몰한 세기의 사랑’을 보태 흥행에 성공했지만 그렇다고 이 엄청난 재난이 미화될 수는 없다.



1908년 미국의 1만 5000여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정치적 평등과 노동조합 결성,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일 정도로 열악했던 여성의 지위는 오히려 상류층으로 갈수록 더 남성 중심이었으며 여성은 종속적이었다. 이런 시대에 가부장적 질서에 숨막혀 하는 미국 상류층 로즈(케이트 윈즐릿)는 사교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머니와 권위적인 귀족 약혼자 칼(빌리 제인)과 함께 미국으로 향하는 타이타닉호 1등실에 타고 있다. 배가 출발하기 직전 부두의 선술집에서 도박으로 3등실 표를 얻은 가난한 화가 지망생 잭(리어나도 디캐프리오)도 영화처럼 가까스로 배에 오른다.



우연하게 잭은 바다에 투신하려는 로즈를 구하고 지상의 천국 1등실에 초대를 받는다. 허위와 허영, 허세로 가득한 저녁식사가 역겨웠지만 무사히 넘긴다. 그리고 로즈를 현실 세계인 3등실로 초대해 자유롭고 거칠 것 없는 파티로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둘은 사랑에 빠지고, 영화의 백미로 꼽히는 뱃머리 신으로 그들의 사랑과 운명을 암시한다.

이렇게 여객선이 아니라면 결코 한데 어울릴 수 없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한배를 타고 있다는 것은 세상의 축소판을 의미한다. 잭과 로즈, 칼은 전혀 만날 일조차 없는 사람들이지만 한배에서 만나 서로의 삶을 엿보게 된다. 잭은 가진 것 없지만 자유분방하다. 로즈는 답답한 삶에서 벗어나고자 하고 칼은 물려받은 부와 권세로 세상을 조롱하고 거들먹거리는 재미로 산다. 그는 부자일지언정 교양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피카소의 ‘아비뇽의 아가씨들’(1907년)은 이런 세상의 다양한 삶과 부류를 보여 주기에 아주 적합한 그림이다. 그가 매우 어려웠던 시절 소위 삐걱거리는 마루 때문에 세탁선이라 불렸던 작업실에서 제작한 이 그림은 5명의 벌거벗은 여인이 등장한다. 여인들은 각각 다른 방향에서 본 모습들이 한 화면을 이룬다. 배경을 분할하는 윤곽선이 입체적인 공간을 만들어 준다. 가운데 두 여인은 구상적이지만 얼굴과 몸은 보는 각도가 다르다.



양쪽의 세 여인은 오른쪽에서 본 모습과 왼쪽에서 본 모습이 섞여 있다. 또 왼쪽 눈은 정면을 보지만 오른쪽 눈은 옆을 쳐다본다. 앉아 있는 여인은 뒷모습이지만 얼굴은 정면을 향한다. 이렇게 피카소는 다빈치가 발명해서 미술사를 바꾸어 놓은 원근법과 명암법을 무시하고 한 사람을 정면과 측면, 뒷면에서 바라보고 그것을 한 그림 속에 그려넣어 마치 펼친그림처럼 조합해서 보여준다. 그의 유명세는 이렇게 한 방향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을 각각 보고 이를 조합해서 한눈으로 볼 수 있게 해 주는 데서 기인한다.

타이타닉에 타고 있는 영화 속 사람들은 피카소의 그림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하나의 세상을 그려낸다. 당시 부호들은 여행을 다닐 때도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가지고 다녔고 자신이 묵는 호텔이나 선실에 소장품을 걸어 장식을 했다고 한다. 예술을 사랑하고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어떤 이는 자신의 부와 예술적 소양을 드러내려는 속물근성 때문이기도 했다.

피카소의 그림을 보며 칼은 “피카소라니, 내 장담하지만 돈 한 푼 안 될 거요”라고 말한다. 그는 모든 것을 돈으로 보았다. 로즈의 어머니는 금광을 개발해서 갑작스레 큰돈을 번 몰리에게 ‘뉴 머니’라고 경멸하며 우월감을 느낀다. 칼과 어머니의 그런 속성에서 요즘 우리 사회 구성원의 일부를 떠올리게 되는 것은 기시감 때문일까.



하지만 이런 칼과는 달리 로즈는 피카소의 ‘볼라르의 초상’을 보며 “꼭 꿈속에 있는 것처럼 진실은 있지만 논리는 없지요”라고 말한다. 이는 현대미술을 보고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이다. 세상을 지탱하는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세상은 유지된다. 끝까지 배를 지키는 스미스 선장이나 배를 설계한 토머스 그리고 선원 조지프 G 벨과 배가 가라앉을 때까지 연주를 멈추지 않던 지휘자 월리스 하틀리, 의연하게 죽음을 맞는 페기 구겐하임의 아버지 벤저민 등이 그들이다. 그들의 존재는 참사 속에서도 세상의 도리와 원칙을 새삼 생각하게 한다. 적어도 인간에게 명예와 책임 그리고 도리라는 것을 버리면 무엇이 남을까.

돌아온 세월호가 우리에게 회한과 울분만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적어도 타이타닉에는 있었던 그들이 너무도 적었던 때문이다. 게다가 믿었던 국가가 개개인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믿기지 않았던 때문일 것이다. 세월호는 피카소의 입체파풍의 그림처럼 우리 사회의 번지르르한 앞면보다 옆면과 뒷면을 우리에게 동시에 보여 주었다. 하지만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우리가 아직도 그것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아름다운 사랑이라도 처절한 결말은 결코 어떤 사건도 미화할 수 없다. 문득 “무엇을 더 원합니까? 여기까지 올 동안 당신 도움 받은 적 없습니다. 우리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얼마나 더 죽어야 합니까? 얼마나 더 목숨이 필요합니까? 이제 여기엔 겨우 일곱 명이 남았을 뿐이니, 그렇다면 내 목숨을 받으십시오. 그리고 저들은 살려주십시오”라던 ‘포세이돈 어드벤처’의 스콧 목사의 절규가 떠오른다. 이렇게 외칠 수 있는 이가 있다면 진정 차기 대통령감이 아닐까.



4. [서울신문][문화마당] 22년 지기 친구를 만났다

현정이를 다시 만난 건 고등학교 졸업 이후 무려 7년이 지나서였다. 우리는 중학교 내내 붙어 다니며 별별 파란만장한 역사를 함께 써 나갔고, 그런 우정으로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해 같은 동아리까지 들어 또 3년을 함께 보낸 절친한 사이였다. 그런 친구와 단지 각자 사는 게 빠듯하다는 이유로 그렇게 오랫동안 못 만나게 될지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우연히 연락이 닿아 대학로 한복판에서 다시 만난 그녀는 여전히 내가 진심으로 믿고 좋아했던 단짝의 모습 그대로였다. 십대 시절 마치 세상의 주인인 양 함께 깔깔거리며 소리치다 또 아무도 모르게 소곤소곤 비밀을 나눴던 우리는, 오랜만의 해후가 무색하게 꼭 어제 만난 것처럼 웃고 떠들며 그간의 은밀한 상처들을 조용히 털어놓았다.



​그리고 앞으로 아무리 바빠도 자주 연락하자고, 이렇게 우리 우정의 새로운 챕터를 다시 써 나가자고 굳게 약속하고 헤어졌다. 하지만 이후 우리는 만나지 못했고, 영화처럼 또 7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3년 전 여름 첫 장편영화 촬영을 앞둔 나는 유년 시절을 보낸 성북구의 주택가들을 종일 이리저리 배회하며 돌아다녔다. 영화의 또 다른 얼굴이 될 로케이션 헌팅은 캐스팅만큼이나 중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특히나 저예산 독립영화의 프로덕션에서는 감독이 직접 발로 뛰며 찾는 게 여러 모로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로 멋지게 포장했지만, 사실 속내는 그저 괴롭고 속상했기 때문이었다.

예산은 빠듯한데, 준비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고, 시나리오는 여전히 마음에 안 들었다. 오랜 시간 꿈꿔 온 일을 너무나 제한적인 상황에 맞춰 얼렁뚱땅 해치워 버리는 느낌만 들었고, 그 어떤 과정도 즐겁지 않아 더더욱 괴로운, 그래서 할 수 있는 게 오직 걷는 것밖에 없었던. 그런 시기였다.

그날도 그렇게 잡다한 상념에 사로잡혀 종일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군가 동네 떠나갈 듯 큰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 젖혔다. 바로 현정이었다. 작은 승용차에 너댓 살쯤 되는 딸과 친구들을 가득 실은 그녀가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언제나 밝고, 명랑하고, 기운찼던, 그 시절 내 단짝의 얼굴 그대로였다.



우리는 반갑게 인사하며 어쩐지 기묘해 보이는 각자의 상황을 간단히 설명하고는, 금세 다시 볼 것처럼 기쁘게 헤어졌다. 이후 우리가 잠시나마 스치듯 인사할 기회를 잡았을 때는, 여러 우여곡절 끝에 내 첫 영화가 개봉한 무렵이다. 다시 영화처럼 순식간에 2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며칠 전 그런 현정이와 오랜만에 감격스러운 상봉을 했다. 제대로 약속을 하고 만나서 대화다운 대화를 나눈 건 대학로에서의 만남 이후 10년 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말의 어색함도 없이 꼭 중학생 때처럼 떡볶이와 김밥을 입속에 잔뜩 욱여넣은 채 수다를 멈추지 않았다.



이미 수십 번은 곱씹었을 그 시절 사건 사고들을 새로운 무용담처럼 늘어놓는가 하면, 또 난데없이 탄핵 인용을 축하하며 정체성을 숨긴 급진좌파로 마주해야 했던 고통스럽고 웃긴 일화들에 대해 경쟁적으로 털어놓기도 했다. 그리고 한순간 시간에 쫓겨 이젠 정말 자주 보자고, 꼭 열다섯 살 소녀들처럼 온 마음으로 활짝 웃으며 헤어졌다.

이제 우린 또 어떤 세월을 지나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될까. 아직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 먼 훗날의 만남을 고대하며, 나는 오늘 하루 또 이렇게 힘이 난다. 더 잘 살아야겠다.



5.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멀 해거드​

지난 해 세상을 뜬 뮤지션 중에는 데이비드 보위, 프린스 외에도 ‘컨트리 뮤직의 전설’ 멀 해거드(Merle R. Haggard)가 있었다. 그는 1937년 4월 6일 태어나, 79세 생일이던 2016년 4월 6일 별세했다. 역사상 가장 강렬한 전쟁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올리버 스톤 감독의 베트남전 3부작 1편 ‘플래툰’의 마지막 장면, 네이팜 탄으로 불바다가 된 전장을 나는 군 수송헬기의 프로펠러 소음을 덮듯 흐르던 배경음악 '오키 프롬 머스코기Okie from Muskoqee’의 그 가수다.

‘머스코기에서는 마리화나도 LSD도 하지 않고, 큰길에서 징집영장을 태우는 짓도 하지 않지… 샌프란시스코 히피들처럼 머리카락 치렁치렁 너절하게 기르지도 않으며… 머스코기 출신 오키란 걸 자랑으로 여기지.’ 오키(Okie)는 1930년대 대공황기에 일자리를 찾아 캘리포니아 등 대도시로 이주한 오클라호마 출신 농업노동자들을 일컫는 말. 원래는 ‘촌놈’처럼 조롱 섞인 말이었지만, 그들은 ‘방탕한’ 진보ㆍ자유주의자들과 달리 윤리와 전통을 중시하는 중남부 보수주의자들의 자부심을 저 단어에 입혔다.



1969년 해거드가 저 노래를 발표할 무렵은 베트남전 반대운동이 활발했고, 포크 가수들의 반전 평화 노래들이 거리를 휩쓸던 때였다. 해거드의 저 경쾌하고 반듯한 노래는 이를테면 반전운동에 대한 보수ㆍ애국주의자들의 ‘성가(聖歌)’였다. 평화주의자 올리버 스톤이 영화 끝 배경음악으로 저 노래를 택한 건, 일종의 아이러니였을 것이다.

해거드는 34년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오키의 3형제 중 막내로, 베이커스필드 외곽 컨테이너 집에서 태어났다. 45년 아버지가 뇌출혈로 숨진 뒤 어머니가 가족을 부양했고, 어린 해거드는 절도와 폭력 등으로 청소년 교화시설을 들락거렸다. 형이 쓰던 기타를 독학해 연주하고 노래하는 게 유일한 낙이었지만, 그 취미를 직업으로 택한 건 강도 혐의로 감옥살이까지 한 뒤인 1960년이었다. 

그런 그의 이력 탓에 69년 저 노래가 발표되자 ‘진의’를 두고 말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2001년 인터뷰에서 “당시 못 배운 미국인들의 진솔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 했고, “나보다 그 전쟁에 대해 모르는 시위대들의 주장에 화가 나기도 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는 클린턴과 오바마를 위해 노래한 민주당 지지자였고, 40대 때부터 거의 말년까지 마리화나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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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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