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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서울신문]

1. 北 6차 핵실험 중단이 위기설 잠재울 관건이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가 급격하게 불안해지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서 미국이 칼빈슨 핵추진 항공모함 전단의 항로를 바꿔 한반도 해역으로 급파했다. 일본 기지에 있는 로널드 레이건 항모 전단도 급파될 태세고 대형 강습상륙함도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등 도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담겨 있다.

미군의 가공할 전략무기들이 한반도로 속속 집결하는 것과 맞춰 시리아 폭격을 감행한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에 북한 폭격을 결행할 것이라는 루머가 난무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4월 북폭설’, ‘김정은 망명설’ 등 확인도 되지 않은 온갖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어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직접 ‘한반도 안보 상황의 과장된 평가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할 정도로 국민들이 동요하는 것도 사실이다.

작금의 상황은 19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불거졌던 한반도 위기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당시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의 영변 핵실험 기지 폭파를 계획했다가 타협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국민이 겪었던 불안과 ‘코리아 리스크’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번엔 15일 태양절이나 25일 인민군 창건일에 맞춰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과 연관돼 있다.



실제로 1차 핵실험은 노동당 창건일에 맞춰 2006년 10월 9일 감행했고 5차 핵실험은 지난해 9월 9일 북한 정권 수립일에 결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예측불허의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대응을 결정할 경우 호전적인 김정일 정권과의 무력 충돌 및 전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런 긴장 고조가 우발적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진행 중인 6차 핵실험을 전면 중단해 한반도 위기를 가라앉혀야 하는 1차적 책임이 있다. 김정은 정권의 목적은 자멸이 아니라 생존일 것이다. 북한이 도발을 통해 체제 결속을 강화하고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는 속셈이지만 결국 정권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엄중한 상황 인식이 필요하다.

중국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반대에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북핵 문제의 본질을 깨닫고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확실한 수단을 제시하기 바란다. 미국은 북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무력 사용을 옵션에 두고 있다고 하지만 한국 정부의 승인 없이 일방적으로 군사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30년 가까이 끌어 온 북핵 문제를 단시간 내에 해결하기는 어렵다. 선제타격 등 무력 해법의 유혹이 크겠지만 북한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금융 제재와 중국을 통한 대북 제재 강화 조치가 더 효율적이다. 수백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한반도가 전쟁터가 될 무력 충돌은 결코 북핵의 해법이 돼선 안 된다.



2. 안 후보 딸 재산 공개, 문 후보도 아들 문제 밝혀야

5·9 대선이 진흙탕 싸움으로 전개되고 있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양강 구도를 형성한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서로 흠집 내기 바쁘고, 다른 후보들도 이런 흐름에 뛰어들고 있다. 사상 유례없이 짧은 선거 기간에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커질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벌써 흑색선전과 흠집 내기 등 네거티브가 판치는 역대 최악의 선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두 후보 간 프레임 전쟁은 한마디로 상대를 거꾸러뜨리기 위한 네거티브 전쟁이다. 더불어민주당 문 후보는 국민의당 안 후보를 적폐세력과 연대한 ‘적폐후보’라고 공격하고 있고, 안 후보는 문 후보를 청산돼야 할 ‘계파후보’로 몰아치고 있다. 자식 문제까지도 공격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문 후보 장남의 고용정보원 특혜 채용 의혹과 안 후보 딸의 재산 형성 과정 등이다.

안 후보 측은 어제 딸 설희씨의 재산이 예금 1억 1200만원과 2만 달러 상당의 자동차 한 대라고 밝혔다. 재산 형성 과정도 “부모와 조모로부터 오랜 기간에 걸쳐 받은 것과 본인의 소득(원화 기준 연 3000만∼4000만원) 일부를 저축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문 후보도 아들의 채용 의혹에 문제가 없음을 스스로 입증해 보여야 한다.



기왕에 상대방 후보가 제기한 문제라면 후보 자신을 위해서도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맞다. 사실관계를 확인해 주지는 않고 무조건 의혹 공세라며 깔아뭉개고 상대 후보에 대한 역공을 펴는 태도는 옳지 않다.

정책과 비전을 도외시한 후보자들의 이런 네거티브 공세는 결국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가로막는다. 당선만 되고 보자는 식의 네거티브 프레임 전쟁으로는 밝은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우리는 국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와 헌재의 파면 결정 과정을 지켜보면서 도덕성은 물론 정책과 비전을 겸비한 유능한 지도자를 뽑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경험했다.

대선에서 네거티브가 전혀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모아 우리 앞에 놓인 안팎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어떤 선거보다 중요한 선거다. 추잡한 네거티브 공세에 열을 올릴 게 아니라 정책과 비전을 놓고 양자든 3자든 대본 없이 끝장 토론을 벌여야 한다. 국가 안보와 경제, 인권과 복지, 통일과 개헌에 대한 자신의 정책과 청사진을 밝히는 것이 후보자들의 도리일 것이다. 국민도 누가 대통령감인지 알고 뽑아야 할 것이 아닌가. 그것이 국민의 알 권리다.



3. 훈민정음 상주본, 실물 확인과 보존 처리 시급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하 상주본)이 그제 사진으로 공개됐다. 9년 만에 나타난 상주본의 모습은 분노를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했다. 2008년 세상에 알려질 당시와 달리 아랫부분이 불에 그슬린 흔적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진만 있을 뿐 실재 여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존재를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으니 딱하다.

상주본은 국보 70호로 지정된 간송본과 함께 남아 있는 단 두 권의 훈민정음 해례본 가운데 하나다. 발견 당시만 해도 간송본에 비해 보존 상태가 좋고, 표제와 주석 등이 16세기에 새롭게 더해진 것으로 확인돼 학술적, 문화재적 가치가 더 큰 것으로 평가됐다. 당시 문화재청의 현장 조사 결과 서문 4장과 뒷부분 1장이 없어졌지만 간송본과 동일한 판본으로 보존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판명됐다.

이렇듯 귀중한 문화재가 국가의 보호에서 벗어나 훼손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자칭 소장자는 상주본이 공개된 직후 골동품상과의 소유권 분쟁에 휘말리자 실물을 감추고, 보관 장소나 상태 등을 일절 함구해 왔다. 법원이 “상주본을 골동품상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함에 따라 세 차례에 걸쳐 강제집행과 압수수색이 이뤄졌지만 책을 찾지는 못했다.



2015년 3월에는 자칭 소장자의 집에 화재가 발생해 상주본의 소실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실제로 이번에 공개된 사진의 불에 탄 자국은 당시 화재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법원의 판결을 거스르며 문화재를 훼손한 사람에게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문화재청은 미비한 처벌 규정을 이참에 정비해야 한다.

상주본을 사진이나마 공개한 것은 자칭 소장자가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했기 때문이다. 그는 상주본을 1조원대 재산으로 신고했지만 선관위가 실물 존재에 의문을 표시하자 사진을 내보인 것이다. 문화재가 개인의 영달을 위한 도구로 쓰이고 있는 현실에 참담함을 금할 길 없다.

상주본은 2011년 대법원으로부터 소유권을 인정받은 골동품상이 국가에 무상 기증했다. 소유권은 이미 국가에 있다. 따라서 상주본의 소유자일 수 없는 자칭 소장자는 생떼를 쓰지 말아야 한다. 문화재청은 보존 처리로 더이상의 훼손을 막기 위해서라도 실물의 존재부터 확인하라. 무엇보다 중요 문화재는 사유재산이더라도 당연히 공공성을 무시하면 안 된다. ‘제2의 상주본’이 나오지 않도록 소유권은 보장하되 횡포는 막는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



[조선일보]

4. 中, 6차 북핵실험시 '원유공급 중단' 이번만은 실행해야

중국 정부가 최근 북이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경우 '양자(兩者)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의 뜻을 이미 북에 통보했다고 한다. 유엔 대북 제재와 관계없이 중·북 두 나라만 관련된 문제에 대해 모종의 조치를 한다는 것이다. 한·중 6자 회담 수석대표들도 10일 추가 도발 시 더 강력한 유엔 안보리 결의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함께했다. CCTV, 환구시보 등 중국 공산당 선전 기관들마저도 북이 전략적 오판을 한다면 미국의 군사 개입을 부를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중국이 북에 통보했다는 '양자 조치'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북한이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원유 공급 중단일 수도 있고,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근로자 강제 송환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무엇이든 이번엔 그 양자 조치로 북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북의 내성(耐性)만 강화시켜 줄 뿐이다.



중국은 북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증강시켜 온 3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조금 조이는 듯하다가 슬그머니 풀어주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또 그렇게 해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중국 정부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북은 김일성 출생 105년인 4월 15일과 군 창건 기념일인 25일을 전후한 시기에 6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핵실험 준비는 이미 완료된 상태다.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이번 주말쯤 한반도 해역에 도착하고 미사일 탐지·추적 능력을 갖춘 이지스 구축함 2~3척을 추가로 배치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이에 대한 대비 차원이다.



북이 미사일을 쏠 경우 미국이 실제 요격을 시도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북 미사일에 대한 요격이 성공할 경우 북이 군사적으로 우리에게 보복할 수 있다. 이것이 어떤 상황이라는 것을 중국도 잘 알 것이다.

중국은 지금도 매년 30만~50만t 규모의 원유를 북에 보내고 있다. 북의 원유 도입량 거의 전부다. 중국이 단둥 지역에서 북 신의주로 연결된 송유관을 잠그기만 해도 북은 오래 견딜 수 없다. 근로자 강제 송환을 통해 현금 유입을 막는 정도로는 북의 핵 보유를 막을 수 없다. 지금은 마지막 수단까지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다.



중국은 북핵 폐기보다 북한 정권 안정을 중요시하는 기본 방침을 갖고 있다. 이 기본 방침이 이 위험한 상황을 초래했지만 이젠 중국 국익을 송두리째 흔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북한 정권을 흔들 결심을 해야 북핵과 그로 인한 불행과 파국을 막을 수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북핵과 관련해 단둘만의 대화를 가졌다고 한다. 대북 원유 공급 중단도 논의됐기를 바란다.



5. 규제프리존法도 '적폐'라는 건가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놓고 정치적 공방이 이어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국민의당은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통과시키는 입장이나 민주당에서 막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문재인 민주당 후보 측은 "이 법은 박근혜 정부가 입법 대가로 대기업에 돈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는 대기업 청부 입법"이라면서 "안철수 후보가 '이명박 박근혜 정권' 계승자임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규제프리존 특별법도 '적폐'라는 식이다.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에서 27개 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정부가 발의한 법안이다. 부산의 해양 관광과 사물인터넷 도시기반서비스, 전남의 드론과 에너지신산업 등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이자 미래 성장 산업들이다. 이 정책은 일본 아베 총리가 '일본 재생'을 목표로 2013년 도입한 국가전략특구 사업과 비슷하다.



일본은 이런 적극적인 시도와 규제 철폐로 경제 활력을 되살렸다. 2월 실업률이 22년 만에 가장 낮은 2.8%까지 내려갔다. 그런데 우리는 일부 제한된 지역에서나마 규제를 풀어 신산업을 육성해보자는 시도조차 1년 넘게 국회에 묶여 있고 심지어 정치적 먹잇감이 됐다.

만사를 이렇게 정치적으로 비틀고 왜곡해서 보는 사람들이 중소기업을 육성한다면서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킨다고 한다. 정부 청(廳)을 부(部)로 바꾼다고 산업이 살아난다는 발상 자체가 70년대 사고방식이다. 문 후보나 안 후보가 중소기업 취업자에게 세금으로 월급을 보태준다는 것도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산업과 기업은 이윤을 내야 지속 가능하고 그러려면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세계 1위의 민간 드론 기업인 중국의 DJI만 해도 한 청년이 20대에 창업해 불과 10년도 안 돼 세계를 석권했다. 규제가 적은 중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성공 기업들이 쏟아진다. 이 뻔한 답을 놓고 '대기업 청부 입법'이니 '무슨 정권의 계승자'니 하면서 정치놀음을 한다. 이대로면 희망이 없다.



[세계일보]

6. 美 전직 대통령들의 우정 행보가 부러운 이유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텍사스 휴스턴 자택을 찾았다고 한다. 그는 양말 수집광인 부시 전 대통령에게 건강 회복을 기원하며 양말을 선물했다.

1992년 대선 때 맞붙었다가 패자가 된 부시는 백악관을 떠나면서 후임자 클린턴의 성공을 기원했다. 그는 편지에 이렇게 썼다. “빌에게. 이 글을 읽을 때 귀하는 우리의 대통령일 것입니다. 귀하의 성공은 이제 우리나라의 성공입니다. 열심히 응원하겠소.” 패자가 손을 내밀자 승자도 맞잡는 것을 잊지 않았다. 클린턴은 6년 뒤 요르단 국왕 장례식에 가면서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부시를 초대했다. 22세의 나이 차를 뛰어넘어 두 사람은 친구가 됐다. 

지난해 9월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워싱턴의 국립흑인역사문화박물관 개관식 때 휴대전화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흑인 참석자들을 찍어주기도 했다. 부시가 등을 툭 치며 “사진 좀…”이라고 하자 현직 대통령이 흔쾌히 사진사 노릇을 한 것이다. 미셸 오바마 여사가 부시를 옆에서 껴안는 장면도 화제가 됐다. 미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했음은 물론이다. 전·현직 대통령들의 포용 행보에 국민들은 통합의 감동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어떤가. 국립현충원에 묻힌 전임 대통령의 묘소에 참배하는 것조차 좌우를 따진다. 전임 대통령을 포용이 아니라 청산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임 이명박 전 대통령을 취임식 이후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별도의 자리를 마련해 의견을 교환하기는커녕 전임자의 흔적 지우기에 열중했다. 자원외교 수사와 4대강 사업 감사 등 전임자의 비리를 찾아내느라 권력을 동원했다. 이런 흔적 지우기는 매번 계속돼온 한국 정치의 폐습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임 정권의 고위 공직자들이 쇠고랑을 차거나 정책이 뒤바뀌는 일은 우리에게 꽤나 익숙한 풍경이다.

대선 후보들은 너나없이 국민 통합을 소리 높이 외친다. 그러나 통합은 말로만 되는 게 아니다. 국민 통합을 강조하기 전에 대통령끼리라도 포용하는 것이 먼저 아닌가. 전임자를 존중하고 감싸 안는 미국 전직 대통령들의 우정을 언제까지 부러워해야 하나.



7. 국민 혈세 축내는 선거보조금 먹튀 방지 서둘러야

2012년 18대 대선 때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중도 사퇴하면서 거액의 선거보조금을 챙기자 ‘먹튀’ 비난이 빗발쳤다. 토론회에서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러 나왔다”고 했던 이 후보는 투표일을 사흘 남겨놓고 갑자기 사퇴했으나 공직선거법에 따라 나랏돈으로 지원하는 선거보조금 27억3500만원은 한 푼도 반납하지 않고 고스란히 가져갔다.



2014년 지방선거 때도 통진당 소속 단체장 후보들이 줄줄이 사퇴해 선거보조금 28억원, 여성 후보 추천보조금 4억8000만원 등 32억여원을 살뜰히 챙겼다. “국고보조금만 챙기는 정당”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은 선거법의 허점 탓이다. 선거법엔 모든 공직후보 등록 마감 후 이틀 내 지급 규정만 있고 후보 사퇴 시 반납 규정은 없다. 보다 못한 당시 새누리당이 후보에서 사퇴하면 선거보조금을 반환하도록 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중앙선관위도 개정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들의 비협조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런 혈세 낭비 현상은 대선뿐만 아니라 총선이나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도 똑같이 반복된다.

‘선거보조금 먹튀’가 새삼 주목받는 것은 5·9 대선에서도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한 자릿수에 불과해 중도 사퇴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대선에서 5개 정당은 선거보조금 421억여원을 국회의원 의석비율에 따라 배분을 받게 된다. 민주당 123억여원, 자유한국당 119억여원, 국민의당 87억여원, 바른정당 63억여원, 정의당 27억여원이다. 혈세 낭비와 중도 사퇴에 따른 유권자의 혼란을 막기 위해선 ‘후보 사퇴 시 보조금 반환’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들 정당은 선거보조금과는 별개로 선거비용을 보전받고 있다. 득표율이 15% 이상이면 이번 대선 비용 제한액 509억원의 범위 안에서 선거비용 전액을, 15% 미만 10% 이상이면 절반을 보전받게 된다. 국고에서 선거보조금을 나눠준 뒤 선거비용을 썼다고 해서 다시 국고에서 채워 주는 것은 명백한 이중 지급이다. 선거공영제로 포장된 정치 적폐다. 이 또한 개정이 시급하다.



[매일경제]

8. 책임보다 손실을 택하는 국민연금의 비합리적 행동

대우조선해양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한 사채권자의 자율 채무조정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우조선 회사채 1조3500억원의 29%인 3900억원어치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이 채무조정안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사채권자 측에 만기 연장 회사채 우선상환과 영구채 금리 인하 내용 등을 담은 채무재조정 수정안을 제안했지만 국민연금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제 개최될 것으로 예상됐던 투자위원회도 열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오늘과 내일 중에 투자위원회를 열어 최종 입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이는데 반대 기류가 강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어제 "분석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자료를 근거로 채무조정안을 수용하라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정부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특정 기업을 다급히 살리기 위해 국민 노후자금의 손실을 감내하는 선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채무조정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위해 오는 17, 18일로 예정된 사채권자 집회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선업 경기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정부 과실은 도외시한 채 사채권자들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는 불만도 강한데 국민 노후자금을 책임진 국민연금이 제기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했다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려 문형표 전 국민연금 이사장이 구속되는 등 곤욕을 치렀던 트라우마 때문에 채무조정안에 반대하는 것이라면 곤란하다. 사채권자의 자율 채무조정에 실패하면 대우조선은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에 들어간다. 이렇게 되면 법원이 주도하는 강제 채무조정이 불가피한데 국민연금 같은 회사채 투자자는 원금 손실률이 90%에 달한다.



반면 채무조정안에 동의하면 50%만 출자전환되고 나머지는 3년 유예기간을 둔 6년 만기 회사채로 바뀌지만 회수는 가능하다. 합리적 기준으로 보면 P플랜보다 채무조정이 유리한 셈이다. 결국 국민연금의 채무조정안 반대는 배임이나 직무유기 책임 논란을 피하기 위해 더 큰 손실을 감수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최순실 트라우마' 탓에 연금 가입자들은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생 가능성과 채무조정 조건 등을 깐깐하게 따져야 하겠지만 궁극적 목표는 '손실 최소화'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9. 사드·소녀상 윽박지르는 中·日 넛크래커에 낀 한국 외교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그제 임성남 외교부 1차관과 만났다.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항의 표시로 자기 나라에 돌아갔다가 85일 만에 귀임한 뒤 우리 정부 관계자들을 차례로 면담하고 있는데 임 차관에 앞서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도 만난 바 있다. 그는 임 차관과 면담 후 시리아와 북한 문제에 대해 한일 양국이 연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는데 소녀상 이전과 위안부 합의 이행 등 일본 측 요구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지만 계속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중이다.

중국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지난 10일부터 방한해 정부 쪽 업무 상대 외에 이번 대선에 나서는 각 정당의 유력 후보들을 만나고 다닌다. 어제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오늘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자리를 같이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각각 일정을 맞추지 못해 측근이나 선대위 관계자들을 대신 면담한다고 한다.



우다웨이의 각당 대선 후보 측과 면담 일정은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 측의 반대 입장을 되풀이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실제로 유승민 후보가 사드를 방어용이라고 설명하자 헛기침하며 딴청을 부리거나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중단 요구에는 특별한 대답을 하지 않았던 걸 보면 우다웨이의 의도가 쉽게 확인된다.

나가미네 대사와 우다웨이 대표의 행보는 소녀상과 사드 등 관심 현안을 놓고 윽박지르며 일방적인 주장만 펼치는 전형적인 못된 강대국의 모습이다. 상대에 대한 배려나 막후 조율을 기본으로 하는 국가 간 외교에서 취해야 할 최소 요건마저 제쳐놓고 자기들 입장만 쏟아내는 것 아닌가.



현직 대통령 탄핵 후 최고권력 공백 상태인 우리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양면에서 눌러 호두를 까는 도구인 넛크래커에 낀 신세처럼 돼버렸다. 더욱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선제타격을 포함한 군사적 대응까지 검토 중이어서 한반도 문제를 쳐다보고만 있어야 하는 처지로까지 가고 있다.



아무리 정권 교체를 앞둔 과도기라 하더라도 외교 고립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외교는 국가의 명운을 가르는 일이니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중심을 잡고 수행돼야 한다.



[한겨레]

10. ‘검찰은 개혁대상’ 재확인시켜 준 우병우 영장 기각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에 대한 직권남용 등 혐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또 기각됐다. 지난해 첫 수사 때부터 봐주기 논란이 일더니 결국 “100% 구속”이라던 박영수 특별검사의 큰소리도, “50명이나 조사했다”던 특별수사본부 관계자의 강변도 다 거짓으로 드러났다. 직권남용죄 자체가 까다로운 죄목이라고는 하나 검찰 조직에 손상이 갈 만한 대목을 피해 간 것도 영장 기각의 한 요인이 됐음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공룡 검찰’은 역시 개혁 대상임을 재확인시켜 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우 전 수석 구속영장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적용하지 않은 두 가지 혐의를 추가했다. 최순실씨의 이권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케이스포츠 클럽’ 사업과 관련해 대한체육회를 감찰하려 한 직권남용 혐의와 세월호 참사 수사 외압 사실을 부인한 국회 청문회 위증 혐의 등이다. 대신 광주지검의 해경 압수수색을 방해한 혐의는 미수에 그쳤다는 이유로 제외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 감찰 역시 미수에 그쳤다는 것과 비교해보면 법리상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 때문에 세월호 수사 외압 행사에 개입한 검찰 고위층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특히 ‘검찰 농단’ 수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검찰이 과연 성역 없이 수사했는지 의문이다. ‘정윤회 문건’ 사건은 본말을 뒤집은 전형적인 왜곡수사였다. 관련 경찰관이 자살하고, 구속됐다 나온 경찰관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우 전 수석이고 서울중앙지검장이 김수남 검찰총장이다. 진실을 거짓으로 뒤집은 책임이 청와대와 검찰에 있다면 지금이라도 잘못을 바로잡아야 하는데 검찰은 그럴 의지가 안 보인다.

검찰이 은폐·조작한 사건은 한둘이 아니다. 대부분 권력과 연결돼 있음은 물론이다. 우 전 수석 비리를 수사하려 ‘윤갑근 특별수사팀’까지 꾸려놓고 발표조차 못하고 문닫은 일은 검찰 사상 전무후무한 치욕적 사례로 남아 있다. 당시 ‘우병우 수사를 우병우에게 보고하면서 했다’는 비아냥까지 들었는데도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법무부 검찰국장은 거의 매일,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은 중요한 국면마다 우 전 수석과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온 국민이 이런 검찰을 주시하고 있는데도 검찰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쪽을 택했다. 형사처벌 대상이 안 되면 외부 감찰이라도 자청해야 하는데 그냥 덮었다. 특별검사를 다시 임명해서라도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검찰개혁이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주요신문칼럼



1. [서울신문][이호준의 시간여행] 개미마을의 봄

지하철 3호선 홍제역을 출발한 마을버스를 타고 10분쯤 달렸을까? 어느 순간부터 버스가 숨을 헐떡거린다. 급경사가 시작된 것이다. 창밖의 풍경도 조금씩 채색을 바꾼다. 언제 도심을 지나왔느냐고 시침 떼며 묻듯, 납작하게 엎드린 집들이 강낭콩처럼 박혀 있는 풍경이 이어진다.

여기는 서울시 홍제동의 언덕바지에 자리 잡은 개미마을. 이제는 서울에서 보기 드문 달동네다. 이곳을 찾는 사람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 십상이다. 말 그대로 시간여행이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을 바꾸는 시간이, 개미마을에서는 벽마다 박제된 채 걸려 있다. 텅 빈 골목에는 병아리 닮은 노란 햇살이 게으르게 뒹굴고 있다. 주민들은 모두 일터에 나갔는지 안 보이고, 젊은 남녀 몇 명만 낯선 나라에 온 듯 이리저리 카메라를 들이댈 뿐이다.

개미마을의 유래는 6·25 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휴전 후 폐허 속을 헤매던 사람들이 이 언덕에 올라가 천막을 치거나 판자를 엮어 바람을 피하기 시작하면서 마을이 형성됐다.

처음에는 ‘인디언촌’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옹기종기 들어선 천막이 서부영화에 나오는 인디언 마을 같아서였다나? 그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1983년부터는 개미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동네의 중간쯤에서 언덕으로 올라가니 할머니 한 분이 텃밭을 매고 있다. 밭이래 봐야 손바닥만 하지만 거기서 소일도 하고 가족의 부식도 가꾸는 모양이다.

이 동네는 바늘 꽂을 만한 땅도 밭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아! 꽃도 피었다. 집집마다 벽화로만 꽃이 핀 줄 알았더니 밭둑에도 피었다. 여린 손을 내밀고 있는 돌나물 군락에 제비꽃들이 나란히 서서 봄을 노래하고 있다. 대처보다 조금 늦긴 하지만 이곳에도 완연한 봄이 온 것이다.

맨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니 마을 구조는 간단하다. 한가운데로 난 큰길을 중심으로 집들이 양쪽으로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중간중간에는 작은 골목들이 생선가시처럼 가지를 치고 있다. 그 작은 골목의 끝에는 어김없이 가파른 언덕이나 계단이 있다. 어느 계단은 얼마나 길게 뻗어 있는지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언덕 끝까지 차곡차곡 자리 잡은 집들은 형태도 다양하다. 제법 번듯해 보이는 집도 있지만 마지못해 모양만 갖춘 집들이 더 많다. 대개는 세월의 때가 켜켜이 얹혀 있다. 지붕은 요즘 보기 드문 슬레이트가 많다. 원래 기와였던 지붕도, 비가 새다 보니 여기저기 천막으로 메우는 바람에 아예 천막지붕이 돼 버렸다.

이 마을도 ‘재개발이냐 보존이냐 문화특구 지정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오고 간 지 오래다. 재개발을 주장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맞서는 형국이다. 문제는 가파른 산자락이고 용적률 확보가 안 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재개발을 추진할 만큼 경제적 가치가 없다는 데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인들 시간의 덫을 피할 수 있을까. 머지않아 이 마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 닥칠 것이다. 아쉽다고 말하면 세상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겠지? 황금색의 봄 햇살이 ‘누추’를 감싸는 마을을 천천히 벗어난다. 금세 질주하는 차들과 인파 속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떠나온 마을을 돌아보며 혼자 중얼거린다. 특별한 곳에 다녀온 게 아니야. 고작 몇십 년 전이었다고. 그 시절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았다고….



2. [서울신문][씨줄날줄] 타르보사우루스 바타르

우리말 ‘배달’이 몽골어 ‘바타르’(bataar)와 깊은 연관 관계를 맺고 있다는 학설이 있다. 바타르라면 낯선 단어가 아니다. 몽골의 수도가 바로 울란바타르(울란바토르)다. 울란바타르는 ‘붉은 영웅’을 뜻한다고 한다. 바타르는 곧 영웅이다.



타르보사우루스 바타르는 7000만 년 전 후기 백악기에 살았던 공룡이다. ‘놀라게 하는 도마뱀’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10~12m의 키에 몸무게는 5~6t이었다. 몽골과 옛 소련 탐사팀이 고비사막에서 화석을 처음으로 찾아냈다. 학명에 바타르를 넣은 것은 몽골 땅에서 몽골인이 참여해 찾았다는 자부심의 표현이다.

타르보사우루스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이라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고, 그림책으로도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타르보사우루스의 화석은 지금까지 몽골과 주변에서만 발견됐다. 한반도에서도 살았는지 아직은 확인되지 않았다.

타르보사우루스는 공룡의 대명사 티라노사우루스의 직전 시대를 살았던 공룡이라고 한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아시아에서 발견된 육식 공룡 중 가장 크다. 타르보사우루스는 티라노사우루스보다 조금 작다고 하지만, 종이 다른지는 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있다. ‘폭군 도마뱀’이라는 뜻을 가진 티라노사우루스는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에서도 타르보사우루스를 괴롭히는 공룡으로 나온다.

최근에는 한반도에서도 다양한 공룡 화석이 발견되고 있다. 1972년 경남 하동에서 공룡 알 화석, 1973년 경북 의성에서 초식 공룡의 앞다리 뼈, 1982년 경남 고성에서 공룡 발자국 화석이 보고됐다. 1996년 전남 해남에서는 익룡과 새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2000년대 이후에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화석들이 대량으로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타르보사우루스 화석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검찰이 고비사막에서 도굴해 국내에 들여온 타르보사우루스 화석을 몽골에 돌려주기로 했다. 당연한 결정이지만, 또한 쉽지 않은 결정인 만큼 박수를 보낸다. 타르보사우루스에 가렸지만 프로토케라톱스 화석도 포함되어 있다. 키 1.8m에 180㎏ 남짓한 프로토케라톱스는 타르보사우루스의 먹잇감이었다고도 한다.

검찰이 몽골에 화석을 돌려보내며 도굴 과정의 현장검증을 고비사막에서 하면 어떨까 싶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주도하는 연구팀이 훼손된 화석 산출지를 정밀 발굴하면 더욱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문화재청은 해외 문화유산 보호 사업을 적극 펼치고 있다. 국가 신뢰도를 크게 높일 것이다.



3. [조선일보][일사일언] 신조어 '스몸비'

아내가 물었다. "스몸비 알아?" 영어 신조어는 꽤 친숙하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이 단어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무엇을 뜻하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듣자하니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걸어 다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화창한 일요일 오후 왜 '스몸비'인지 궁리해보았다.

우선 '스비'가 아닌 이유. '스마트폰'은 네 음절이지만 'smartphone'은 두 음절이다. 영어에서는 '스마트'가 한 음절이기에 '스'만 떼어낼 수 없다. 마찬가지로 한국어 '스몸비'는 세 음절이지만 영어 'smombie'는 두 음절이다. 즉, 한국어 '스몸비'에서는 '좀비'를 연상하기 힘들지만 영어 'smombie'는 'zombie'와 거의 비슷하게 들린다.

물론 'smartphone'과 'zombie'를 합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phombie' 'phonbie' 등도 구글에서 적잖이 검색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한국어가 주로 단어의 첫 글자를 합쳐 신조어('금사빠' '답정너')를 만드는 데 반해 영어는 'smombie'처럼 앞 단어의 첫 글자와 뒤 단어의 끝 글자를 합치는 경우가 많다(한국어로 치면 '뽀통령').



하긴 영어에서는 단어의 첫 자음을 치환하는 수법이 흔히 쓰인다('hokey-pokey' 'roly-poly'). 이것은 단어의 강세가 의미 구별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smartzom'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똑똑한 smart 뿌리줄기 rhizome'를 떠올리기 쉽다.



이렇듯 영어는 합성어를 만드는 방식이 한국어와 다르기에 영어 신조어가 유입되어도 입에 착 달라붙지 않을 때가 많다. 한국어의 조어법에 맞아야 확장성도 커진다. 이를테면 '셀카'는 '폰카' '몰카' 등과 짝을 이루지만, '셀피'는 한국어 생태계에 섞여들지 못한다[영어에서는 'helfie(머리카락 셀카)' 'belfie(엉덩이 셀카)' 등으로 확장된다]. '스몸비'도 한국어에 정착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스몸비는 중요한 사회 현상이어서 이를 일컬을 단어가 꼭 필요하다. '스마트폰'과 '좀비', 당신이라면 어떻게 합치겠는가?



4. [중앙일보][양선희의 시시각각] 연애세포는 동면(冬眠) 중

얼마 전 30대 후반의 전문직 미혼 후배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하루는 그녀의 어머니가 “지금 난자를 냉동보관해두면 어떻겠느냐”고 묻더란다. 나중에 결혼해 불임으로 고생할 가능성을 미리 대비하라는 거였다. 어머니는 친구들도 나이 들어 결혼 안 한 자녀들이 많다 보니 엄마들끼리 모이면 이런 정보를 교환한다고 하더란다. 후배는 “결혼할 생각은 없지만 후에 아이가 갖고 싶으면 기증정자로 아이를 만들면 되겠다는 생각에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했다.

요즘 우리 연배 엄마들끼리 모이면 하는 얘기가 자식들 연애 걱정이다. 연애를 안 해서다. 연애하는 자식을 둔 엄마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30대인데 첫 연애도 못했다거나 소개팅도 안 하고 소개해준대도 거부만 하는 자식들 때문에 속 터지는 부모도 많다.

통계적으로도 드러난다. 통계청의 자료(2015년 기준)를 보면 우리나라 20~30대 여성의 미혼비율이 해당 인구의 절반을 넘는 55.2%였다. 숫자로 보면 더 심각하다. 이 연령대 여성은 663만 명인데 이 중 결혼한 여성은 297만 명. 10년 전만 해도 440만 명(전체 765만 명)은 기혼이었다. 나이 50살까지 한 번도 결혼하지 않는 여성이 2025년엔 10명 중 한 명꼴(10.5%)이 될 거란다. 이웃 일본도 남성 4명 중 한 명, 여성 7명 중 한 명이 나이 50세까지 평생 미혼이다.

결혼과 연애를 포기한 청춘들을 일러 ‘N포 세대’로 부른 지는 꽤 됐다. 우리 사회는 불안정한 일자리, 높은 집값과 교육비 부담 등의 사회문제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그래서 해결책도 이런 사회문제를 해소하면 젊은이들이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해서 저출산 문제를 해소할 것이라는 데로 모아진다. 정말 그럴까?

물론 사회여건 때문에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이들도 많다. 한데 꼭 그렇지 않은 경우도 너무 많다. 번듯한 전문직 남녀들도 결혼을 기피하고, 아예 혼자 살기로 작정하는 인구는 점점 늘어간다.

요즘은 ‘싱글 웨딩’ ‘비혼식’이라는 말도 있다. 아예 결혼 포기 선언을 하고, 평생 혼자 살 것을 다짐하는 의식이다. 주로 혼자 혹은 동성의 친구들끼리 드레스나 턱시도를 차려입고 촬영을 하는 싱글웨딩 사례가 늘면서 기존 웨딩스튜디오들도 ‘싱글웨딩 촬영 전문’ 간판을 내걸기 시작했다. 비혼식은 지난해 말 방송인 박수홍이 그동안 결혼식 축의금으로 낸 돈이 아깝다며 평생 독신을 선언하는 비혼식을 해서 축의금을 돌려받고 싶다고 말한 후 큰 호응을 얻는 화두가 됐다.

많은 젊은이들이 결혼을 못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피하려는 경향도 보인다. 어쩌면 연애세포가 동면(冬眠) 중이거나 결혼하지 않는 게 시대의 풍조 혹은 문화가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혼도 연애도 하지 않는 젊은이들에게 이유를 물어봤더니 “귀찮다”는 대답이 많았다. 한 똘똘한 젊은이는 이런 농담인 듯 농담 아닌 농담 같은 말을 했다. 여성은 똑똑한 척하는 민폐형 여주인공에게 목숨 걸고 헌신하며 ‘X고생’ 하는 남주인공이 나오는 드라마처럼 살고 싶어 하고, 남성들은 남자들만 나오는 요즘 영화처럼 여성은 없거나 조연인 세상에 살고 싶어해 만나지지 않는다는 거다.

남녀 간의 낭만적 감성은 TV 드라마를 통해서나 소비하는 세상이 된 건지도, 또 남녀 혹은 세대 간에 나름의 이유 있는 어긋남으로 인해 우린 결혼 없는 세상을 향해 달려가는지도 모른다. 냉동난자와 기증정자로 아이가 태어나는 ‘결혼 없는 출산’이 이상하지 않은 세상을 조만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어쨌든 일자리와 소득 정책으로 결혼을 장려하면 출산이 늘 거라는 ‘낭만적’ 생각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개인의 행복과 가족을 보호하는 건 사회의 의무다. 청춘들의 연애·출산과 가족 등 행복과 직결된 인간의 자산을 보호할 방법을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인간관계에 대한 전통적 사고의 틀을 깨는 혁신적 발상이 요구되는 ‘4차 관계혁명’의 길 위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5. [국민일보][영화이야기] 장수 스타들

‘케 세라 세라’로 유명한 가수 겸 배우 도리스 데이가 지난 3일로 95세가 됐다. 1948년에 데뷔해 귀엽고 발랄한 모습으로 록 허드슨, 케리 그랜드 등과 짝을 이뤄 50∼60년대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으로, 또 따뜻한 목소리의 뛰어난 가창력을 갖춘 가수로 일세를 풍미한 그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 자신이 세운 ‘도리스 데이 동물재단’이 벌이고 있는 동물보호운동에 여념이 없었지만 이제는 캘리포니아주 카멜시의 자택에 칩거하면서 간혹 발코니에 나와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을 보일 정도라고. 그래서 측근들은 그가 100세까지 문제없이 살 것이라고 말한다.

하긴 이미 100살을 넘긴 스타도 있다. ‘할리우드 황금기 최후의 생존자’ 커크 더글러스는 지난해 12월로 100살을 맞았다. 1946년 데뷔한 뒤 9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한 그는, 대부분의 주연 배우가 만년에는 조연급으로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2004년의 마지막 출연작 ‘환상(Illusion, 마이클 구어지안)’까지 주연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이혼과 스캔들 투성이인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과 달리 두 번째 결혼한 부인 앤과 60년 넘게 잉꼬부부로 해로하는가 하면 장남 마이클 더글러스가 아카데미상까지 받는 등 자식농사도 잘 지어 더 부러울 게 없어 보인다.

이밖에도 장수하고 있는 할리우드 스타로는 커크 외에 100세를 맞은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가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의 멜라니역으로 유명한 그는 지난해 7월 만 100세가 됐다.



‘워터프론토(1954)’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에바 마리 세인트(93), 애거서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 앤젤라 랜스버리(92)와 노래, 춤, 연기 등 못하는 게 없는 팔방미인, 디즈니 영화 ‘메리 포핀스(1964)’의 유쾌한 굴뚝청소부 딕 밴 다이크(91), 흑인 최초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 시드니 포이티어와 ‘칼립소의 제왕’으로 칭송되던 미성의 흑인 가수 겸 배우 해리 벨라폰테(이상 90) 등은 아흔을 넘었다.

장수한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스타들의 모습은 될 수 있는 한 오래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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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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