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중앙일보]
1. 또 네거티브로 얼룩진 TV 대선토론, 달라져야 한다
23일 밤 ‘사전 원고 없는 스탠딩 형식’으로 두 번째 치러진 대선후보 TV토론회는 2시간 내내 네거티브 공방으로 얼룩졌다. 네거티브 문제는 지난 1차 TV토론에서도 큰 흠결로 지적된 바 있다. 그러나 2차 토론에서 개선은커녕 후보간의 진흙탕 공방은 더욱 심화됐다. 장시간 토론을 시청한 유권자들 뇌리엔 후보들 간의 낯 뜨거운 말싸움 외엔 남은 것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토론회 주제는 외교안보와 정치개혁이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홍준표 후보의 대학 시절 성추행 의혹을 놓고 사퇴 공방이 벌어졌다. 이어 ‘송민순 문건’과 가족 불법채용 의혹, 말바꾸기 논란 등을 놓고 난타전이 계속됐다. 추궁당한 이는 동문서답으로 피해 가거나 “당신은 그런 적 없나”며 받아치기 일쑤였다. 정책 토론은 당연히 뒷전이었다. 국민들은 지지율 선두인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진검 승부를 기대했지만 다른 후보들의 공방전에 두 사람의 토론이 가려지면서 검증다운 검증이 이뤄지지 못했다.
대선까지 빠듯한 일정을 감안하면 TV토론은 후보들의 능력을 측정할 유일한 기회다. 남은 세 차례의 TV토론(중앙선관위 2회, 중앙일보·JTBC 1회)만큼은 달라져야 한다. 상대방 약점 우려먹기나 임기응변 순발력을 가리는 경연장이 되지 않게끔 개선과 보완이 절실하다.
5명 후보 전원이 참여하는 토론 외에 지지율에서 앞서는 2자 혹은 3자만의 별도 토론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18분간 주어진 발언 시간을 특정 후보 공격에만 쏟아붓는 폐단도 막아야 한다. 이래선 현재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후보들의 대북·안보관을 비롯한 핵심 사안에 대해 심층토론을 끌어낼 수 없다.
주요 쟁점에 대한 시간제한을 없애고, 질문권도 균형 있게 배분한 뒤 끝장토론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 바른정당이 경선 후보 토론에 이 방식을 도입해 호평받은 바 있지 않은가. TV토론에 대한 후보들의 의식도 변해야 한다.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대신 본인의 능력을 국민에게 알릴 최고의 무대로 TV토론을 인식하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2. 미국의 ‘외과수술식 북한 공격’ 묵인 시사한 중국
25일 북한의 건군절(인민군 창건)을 앞두고 한반도 상황이 또다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김정은 정권이 대북 압박 공조에 나선 미·중을 향해 결사항전 의지를 거듭 나타내는 등 도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만약 추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미국이 그어 놓은 레드라인을 넘어서면 ‘예방적 타격’과 같은 파국적 상황을 피할 수 없음을 북한은 명심해야 한다.
요즘 상황을 보면 북한이 의도적으로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는 듯하다. 북한은 지난 21일 “수소탄에서부터 대륙간탄도로켓(ICBM)에 이르기까지 가질 건 다 가지고 있다”며 “평화를 위해 특단의 선택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22일에도 “미국이 대결을 바란다면 끝까지 가겠다”고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말뿐 아니다. 북한 내 움직임으로 보아 김정은 정권은 도발 준비도 하는 듯하다. 북한은 최근 풍계리 핵 실험장 인근 주민들을 대피시켰다고 한다. 전례로 보아 핵실험을 준비 중일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정권이 지난 20여 년간 구사했던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이 계속 통할 걸로 믿으면 이는 오산 중 오산이다. 북한은 세상 바뀐 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이 영원한 우방으로 여겼을 중국부터 태도가 급변했다. 시진핑 정부의 공식 입장을 대변해 온 관영 매체의 논조를 보면 중국의 대북 정책이 얼마나 변했는지 알 수 있다.
최근 환구시보는 “한·미 양국이 38선을 넘어 북한을 공격하면 중국도 즉각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전례 없는 이야기를 했다. “미국이 고려하는 ‘외과수술식 공격’에 대해서는 외교적 수단으로 반대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문맥상 핵 실험장이나 미사일 발사장 등을 골라 때릴 경우 외교 채널을 통한 반대 정도에 그칠 거란 얘기다. 사실상 묵인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이뿐만 아니라 그전엔 전혀 없던 대북 송유 중단 얘기까지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다.
미국 쪽 상황을 보면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 공격 가능성은 훨씬 더 농후해 보인다.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이 건군절 직후인 26·27일께 동해에 진입해 특단의 사태에 대비하게 된다. 이에 맞춘 듯 26일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 상원의원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대북 정책을 설명한다고 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설명회가 비공개로 열린다는 점이다. 비공개인 이유가 군사 기밀이 새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면 미국이 북한에 대한 예방적 타격을 고려 중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 종전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김정은 정권은 깨달아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열린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밀약을 맺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세상 바뀐 줄 모르고 도발을 일삼았다간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된다는 걸 김정은 정권은 잊어선 안 된다.
[서울신문]
3. “北 공격해도 군사개입 안 할 것”이라고 한 中 언론
중국이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외부 타격이 있어도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시사해 주목받고 있다. 관영 환구시보는 최근 ‘북핵, 미국은 중국에 어느 정도의 희망을 바라야 하나’라는 사평(社評)을 통해 “미국이 고려하는, 북한 주요 핵시설 등의 ‘외과수술식 공격’에 대해선 일단 외교적인 수단으로 억제에 나서겠지만, 군사적 개입은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민감한 외교 사안에 대해 중국 당국의 입장을 대변해 온 환구시보가 25일 북한 창건 85주년을 맞아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 가능성에 대해 강력한 경고에 나섰다는 의미가 있다.
북·중 양국이 1961년 체결한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에 규정된 군사 개입 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측면도 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의무를 위배한 것으로 규정, 중국의 자동 군사 개입 의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다만 한·미 군대가 38선(휴전선)을 넘어 북한을 지상에서 침략, 북한 정권을 전복시키려 한다면 즉시 군사적 개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반도의 불안정한 안보 환경의 근원이랄 수 있는 북한 핵시설 타격에 대해서는 자동 개입을 하지 않겠지만,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한 전면전에는 개입할 수 있다는 ‘선별적 자동 개입 원칙’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시 원유공급 축소 규모에 대해선 ‘인도주의적 재앙이 일어나지 않는 수준’으로 선을 그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한 군사·경제 제재에 북한은 물론 한국과 미국 모두에 중국의 마지노선을 제시한 의미가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중국의 핵무기 불용 의지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보유는 북·중 우호조약상 중국의 ‘자동군사개입’ 의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북한 핵시설에 대한 미국 등의 타격 용인과 대북 원유공급 축소 시사는 북한의 안보·경제를 치명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선택이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북핵 문제에 대한 양국 협조 기조가 뚜렷해지는 흐름 속에서 중국의 국가 이익 기준에 맞춰 고강도 제재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의 ‘유례없는 협조’를 극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유일한 후원국인 중국의 강력한 경고를 북한이 이번에도 무시할 경우 파멸 이외에 다른 길은 없다. 북한은 추가 핵실험을 보류하고 북·중 고위급 대화 등을 통해 국제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4. 사상 최악 대졸 실업, 일자리 나누기로 돌파를
우리나라 실업자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대학 나온 사람’이다. 최근 통계청 조사를 보면 올해 1~3월 전체 실업자 117만명 가운데 대졸 이상이 54만 3000명(46%)으로 학력별로 가장 많다. 분기 기준으로 대졸 이상 실업자가 50만명을 넘은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대졸 실업자가 크게 느는 것은 고학력자들이 원하는 직업과 갈 수 있는 일자리 간의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과 근로조건이 갈수록 벌어지는 현실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시간이 걸려도 좋은 일자리를 찾으려는 구직자가 늘고 공무원 준비 학원이 ‘공시족’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커다란 경제적·사회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여전히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신규 채용에 오불관언이다. 특히 은행권의 무책임한 처사는 도를 넘어섰다. 지난해 국내 4대 은행들은 평균 1조 4000억여원의 당기 순이익을 냈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미 올 1분기에 사상 최대치인 1조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4대 은행 가운데 올 상반기 대졸 신규 채용 일정과 규모를 확정한 곳이 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 지난해 신규 공채도 전년보다 무려 39%나 줄였다. 막대한 과실을 자기들끼리 독점하고 대졸 청년 실업에 대해선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의 극치다.
대졸 실업 해소는 민간경제를 활성화해 잠재 성장률을 높이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일자리를 늘려 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저성장 상태에서 장기적 방안은 될지언정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는 턱없이 한가한 대책이다.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한시적인 특단의 처방이 필요한 상황이다.
고소득자의 임금 동결과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 나누기를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이상 미룰 수 없다. 대선이 끝나는 대로 국회가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합의 처리해야 하는 이유다.
재원 조달이 선결 과제이긴 하지만 ‘청년고용 의무할당제’를 확대하는 것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몇 년간 한시적으로 현행 3%인 공공기관의 청년 고용 비율을 확대하고, 민간 기업에 대해서도 기업 규모에 따라 고용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협약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세계일보]
5. ‘송민순 문건’, 북풍 아니라 국가안보 문제다
어제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안보 이슈가 재점화됐다.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북한에 미리 의사를 물어보라고 했는지 여부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북한 의사 사전 타진을 뒷받침하는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의 문건과 관련해 “북한에 물어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후보는 “(11월)16일 이미 기권이 결정됐다”면서 “이제 안보팔이 장사, 색깔론은 끝내야 한다”고 반격했다.
문 후보 측은 TV토론에 앞서 2건의 문건을 공개했다. 문 후보 측의 대변인인 김경수 당시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이 작성한 청와대 자료에는 11월16일 인권결의안에 관한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번에는 기권으로 하는 것으로 하자”라고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박선원 당시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이 11월18일 작성했다는 자필 메모에는 송 전 장관과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등이 북한에 보낼 문안을 논의한 내용이 담겨 있다. 김 대변인은 “인권결의안 관련 회의는 문 후보가 주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어제 공개된 문건은 11월16일 기권 결정이 내려졌다는 문 후보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송 전 장관은 16일 회의 직후 “기권해서는 안 된다”는 자신의 호소 편지를 받은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틀 뒤 재차 회의가 열렸다고 반박했다. 회의의 성격을 놓고 문 후보 측은 송 전 장관을 다독이는 자리였다고 설명하는 반면 송 전 장관은 문 후보가 “일단 남북 경로로 확인해보자”고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한다.
양측은 인권결의안 표결과 관련해 북한과 접촉한 사실은 인정한다. 다만 문 후보는 기권 결정을 통보하는 차원에서 간접적으로 북한의 반응을 판단해 본 것이라고 했다. 이는 그제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공개한 김 전 국정원장의 육성과 맞지 않는다. 김 전 국정원장은 “(북한에) 찬성 분위기를 한 번 던져봤다. 북한의 반응을 떠보기 위해서”라고 했다. 사전에 북한에 의사를 타진했다는 소리로 들린다. 북한이 당시 격한 반응을 보인 점에 비춰볼 때 기권 결정 전에 의사를 확인했을 개연성이 짙다.
문 후보는 ‘송민순 문건’과 관련해 “선거를 좌우하려는 제2의 NLL사건으로 본다”고 했다. 이번 사안을 안보팔이 정치 공세로 치부해선 안 된다. 핵과 미사일을 머리에 이고 사는 우리로선 안보는 국가와 국민의 생존권이 걸린 중대사다. 유권자에겐 대선후보의 안보관과 ‘송민순 문건’의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6. 문자테러, 지역감정 조장하면서 국민통합 외쳐서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어제 통합정부추진위 출범식에서 “편가르기 정치, 분열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며 “인재들을 폭넓게 기용해 대한민국 드림팀이라고 말할 수 있는 국민대통합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국민과의 약속, 미래비전선언’에서 “보수, 진보의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역설했다. 두 유력 후보가 공히 통합을 강조하고 있으나 상황은 되레 역주행하고 있다. 자기와 생각이 다른 쪽을 공격하는 반민주적 행태가 더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문재인 후보의 팬클럽인 온라인 카페 ‘문팬’에 “댓글 (공격) 지원 요청한다”는 제목과 함께 문 후보 관련 기사 링크가 첨부됐다. 2007년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문 후보의 요청으로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직전 북한에 물어봤다는 걸 입증할 메모를 송민순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 공개했다는 기사였다. 링크 된 포털 사이트 뉴스에는 12시간 만에 댓글 1만4000여 개가 달렸다. 대부분 송 전 장관을 인신공격하는 내용이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19일 2차 TV토론에서 문 후보를 비판했다가 항의 전화와 비난 댓글로 곤욕을 치렀다. 안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가수 전인권씨 역시 SNS상에서 ‘적폐 가수’라는 공격을 받았다. ‘문빠’로 불리는 문 후보의 극성 지지자들이 댓글과 문자 폭탄으로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것은 새로운 형태의 폭력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번 대선에서 영호남 지역대결 구도가 완화됐지만 지역감정을 부채질하는 망국적 언행이 여전하다고 한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겸 상임선대위원장은 17일 전북 전주 유세에서 “문재인은 대북 송금 특검을 해서 우리 김대중 대통령을 완전히 골로 보냈다. 문재인은 거짓말과 변명으로 호남을 무시한다”고 했다.
국민통합을 외치는 문·안 후보의 다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통합을 저해하는 무책임한 언행부터 단속해야 한다. 문 후보는 전씨가 공격받은 데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제가 한 일이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적절치 않은 처신이다. 문 후보나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다른 정당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협치를 하려면 지금부터 서로 상처 주는 일은 삼가야 한다.
[이데일리]
7. ‘북한인권안 기권’ 의혹, 진실은 무엇인가
노무현 정부가 2007년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기권하면서 북한 측 반응을 먼저 타진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이 결정에 적극 동참했다는 것이 논란의 초점이다. 앞서 “북한은 주적인가”라는 토론회 질문에 답변을 회피했던 문 후보의 대북 안보관을 검증하는 또 하나의 단서다.
엊저녁 중앙선관위 주최로 열린 TV토론에서도 이와 관련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거짓말로 들통 날까봐 계속 말 바꾸기를 하는 것 아니냐”라며 문 후보를 추궁했고, 문 후보는 “구태의연한 색깔론이 실망스럽다”며 역공을 시도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역대 정부에 남북관계 악화 책임이 있다”며 차별성을 강조했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도 “거짓말하는 사람은 지도자 자격이 없다”며 공격에 가세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진실 공방이 아니라 그때 결정의 적절성을 가리는 게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의혹은 일과성 논란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장관에 의해 제기됐다는 점에서도 정확한 사실 여부가 가려져야 한다. 송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발간한 ‘빙하는 움직인다’ 회고록에서도 관련 내용을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참여정부의 기권 방침에 강력 반대했던 입장에서 진실을 밝히겠다는 취지일 것이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이 당시 노 대통령 주재의 안보정책조정회의 발언자료 등을 제시하며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유권자들로서는 여전히 혼란스러울 뿐이다. 의사를 타진했든, 결과를 통보했든 북한 측에 우리 입장을 전달한 것만은 사실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북한 인권문제 표결에 기권했다는 자체가 북한의 눈치를 봤다는 뜻이다.
문 후보 측은 오히려 “송 전 장관이 ‘외교부에서 북한과 접촉한 결과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더라도 북한이 크게 반발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고 주장한다. 물론 송 전 장관이 개인적으로 기억에 혼란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국정원을 포함한 다른 관련부처에서도 이에 관련된 자료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 유권자들의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도 조속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8. 美 ‘동해’ 표기 외면, 외교부는 뭘 했는가
호주를 방문 중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그제 “칼빈슨호가 며칠 안에 동해에 도착할 것”이라면서 동해를 ‘East Sea’가 아닌 ‘Sea of Japan(일본해)’로 표현했다고 한다. 미군도 지난 5일 북한 탄도미사일이 떨어진 동해 해상을 ‘일본해’로 표기했다. 우리 정부의 거듭된 ‘동해’ 표기 요청에도 미국은 못 들은 척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외교당국의 전략 부재와 무능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강제할 수 없지 않으냐”는 식으로 책임을 피하려 한다면 외교부의 존재 이유가 없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거론됐다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한국은 중국의 일부”라는 발언의 대응도 한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명백한 역사왜곡의 망언인데다 양국 정상이 그릇된 인식을 토대로 한반도 운명을 논의했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분명한 해명을 요구하는 게 순서다. 하지만 외교부는 ‘일고의 가치가 없는 이야기”라며 대충 넘어가려 했다. 미온적이라는 비판에 마지못한 듯 “사실이 파악되는 대로 필요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래서야 우리 주권을 제대로 지킬 수 있겠는가.
이러한 사태는 우리 외교가 처한 엄혹한 현실을 새삼 일깨운다. 미·중은 한국이 없는 자리에서 북핵 문제를 논의하며 모종의 ‘빅딜’을 했다고 한다. 당사자인 우리는 그 실체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다. 일본 아베 총리는 노골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구애를 보내며 밀월관계를 추구하고 있다. 미·일 정상은 벌써 2번이나 만났으며 다음 달에도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고 한다. 대통령 궐위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외교당국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가 간 외교는 잠시라도 틈을 보이면 국익에 커다란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우리 앞날은 험난하기만 하다. 미·중, 미·일 관계의 변화는 남북관계는 물론 한반도 정세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강대국 외교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자칫 ‘투명 국가’로 전락하는 일은 결단코 없어야 한다. 오늘부터 모나코에서 ‘동해’ 표기가 논의될 국제수로기구(IHO) 총회가 열린다. 28일에는 미국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이 있다. 외교당국은 나라가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회담에 임해야 한다.
[매일신문]
9. 경제교류·협력 확대, 급할수록 기반 조성이 먼저다
사드 문제로 중국과의 무역 마찰이 커지자 대구경북이 중국 이외 국가와의 경제협력과 통상교류 확대 등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주력 시장인 일본`대만`베트남과의 협력 관계를 더욱 다지는 한편 상대적으로 교류가 적은 아세안 국가와의 교류 확대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는 현실에서 지역 통상구조 변화와 경제위기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시장 다변화 전략은 무엇보다 중국에 편중된 지역 경제구조를 바꾸는 기회인 동시에 지속 가능한 성장, 발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대구시는 일본과의 협력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도쿄와 오사카, 후쿠오카 등 직항 노선이 연결된 5개 도시를 중심으로 통상교류를 넓혀나가고 문화`관광 등 다방면에서 협력 관계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최근 무역사절단 파견과 투자 유치 설명회 개최, 전시회 참가 등을 통해 교류 기반을 확대한다는 방침은 올바른 방향 설정이다.
경북도의 경우 11월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계기로 베트남과의 통상교류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베트남이 동남아 한류 확산의 중심지라는 점을 활용해 현지에 경북도 통상투자지원센터를 열고 한류 우수 상품전 개최, 글로벌 청년 보부상 등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 중이다. 베트남을 아세안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적극 활용해 아세안 국가와의 교류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 또 한국 방문 촉진 등을 위해 입국 제도 개선 등 국가적 지원책도 뒤따라야 한다.
2020년 외국인 방문객 4천만 명 유치를 목표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일본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일본 정부는 외국인 입국 절차 간소화 등을 서두르고 있다. 종전 중국 부유층에 국한된 복수 관광비자를 최근 중산층까지 확대 방침을 발표한 것만 봐도 문화`관광교류 확대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게 한다.
제3국과의 경제협력 확대는 눈앞의 이익만 생각해 건성으로 추진할 일은 아니다. 양국 관계나 상호 이익은 고려하지 않고 단편적이고 일회적 교류에만 매달리는 것은 오히려 마이너스다. 당장은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꾸준히 관계를 넓혀가는 중장기 전략 등 차분한 접근법이 필요한 이유다.
10. 중국, 북핵 해결에 ‘大國’다운 전향적인 모습 보여야
중국이 미국의 북한 핵시설 타격을 용인하고, 대북 원유 공급을 축소하는 등의 초강경 메시지를 내놓아 주목된다. 이 메시지가 관영 매체를 통해 나온 것인 만큼 실현 가능한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중국의 조치 가운데 초유의 강경책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북한 핵실험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북핵 저지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을 갖게 한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평(社評`사설)에서 “중국이 취할 수 있는 북핵 문제 해결책에는 한계가 있다”며 북한과 한미 양측 모두에게 중국의 선택 가능한 방안을 제시했다. 외교적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되, 여의치 않을 경우 북한 정권 붕괴나 지상 전면전은 용인할 수 없지만, 대북 원유 공급 축소와 북한 핵시설에 대한 제한적 타격은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환구시보가 민감한 외교 사안에 대해 중국 당국의 입장을 대변해 온 매체임을 감안하면 ‘북한 핵시설 타격 용인’이라는 문구는 임의로 쓸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중국이 미국의 압박에 밀린 탓인지 모르겠으나. 북한 핵실험과 한반도 긴장 상태를 엄중한 사태로 규정하고, 이번에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이 북한 핵시설 타격에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기 위해서다. 아무리 좁게 해석하더라도, 제재와 대화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중국이 고강도 제재 방향으로 선회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중국은 북핵과 관련해 어정쩡한 태도를 고수하다 북한을 제어하는 데 번번이 실패한 전력이 있다. 중국은 한국과 국제사회의 기대에는 전혀 부응하지 못하면서 북핵 문제의 주도권만 잡으려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북한이 핵실험을 일삼고, 한반도 긴장이 이만큼 높아진 데는 중국의 책임이 절대적으로 크다.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굴기(崛起`우뚝 섬)만 있을 뿐, 화평(和平)은 없는’ 어설픈 외교 전략만 보여준 채 체면을 구겨왔다. 이번만큼은 실효성 있는 제재와 조치로 북핵 문제를 해결해 ‘대국’(大國)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주요신문칼럼
1. [매일경제][클래식 산책] 지친 삶을 살아갈 용기를 주는 `불멸의 명곡`
몇 해 전 초등학생 아들이 불멸의 명곡이란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는데 쉽게 알아듣도록 설명하는 것이 의외로 어려웠다. 불멸의 명곡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시대를 앞서갈 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변함없이 인류에게 영감을 주는 작품을 일컫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사랑받는 클래식 음악으로 손꼽히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나는 파리의 노트르담 봉스쿠르(Notre Dame de Bon Secours)라는 19세기 성당에서 무반주 모음곡 전곡 녹음 중에 이 글을 쓰고 있다.
이 작품이야말로 혁명과 전쟁과 문화의 변혁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우리 가까이에 여전히 살아남은 불멸의 명곡의 대표주자라 하겠다. 음악은 사람의 영혼을 정화시킨다. 꿈꾸게 하고 삶의 어려움을 극복할 용기를 준다. 특별히 나에게 바흐의 음악이란 에너지와 영감의 원천이다. 내겐 오랜 습관이 있는데, 에너지가 고갈되거나 일상에 치여 감각이 무뎌졌을 때 아주 천천히 바흐의 느린 악장을 연주한다.
활의 움직임과 심호흡이 하나가 되어 오직 음악의 흐름을 따라간다. 복잡한 생각과 굳어진 몸이 비워질 때까지 오롯이 음악과 마주한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르고 나면 새 순이 돋아나듯 어느새 내 안에 세상을 마주할 용기가 솟아난다. 그렇게 바흐의 음악은 단지 기쁨을 주는 것을 넘어서는 지적이면서도 매우 영적인 작품이다.
예를 들어 내가 앙코르 곡으로 즐겨 연주하는 느린 스페인 춤곡인 사라방드는 간결하면서도 깊은 의미를 내포한 시를 읽는 느낌을 준다. 각 악장마다 나름의 독특한 개성이 살아있는, 섬세하고 투명하고 때론 파격적이기까지 한 이 음악이 주는 만족감은 결코 지나치는 법이 없다. 이러한 무궁무진한 내용을 담고 있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기에 수많은 해석이 존재하는데, 여기에 정답이란 없고 섬세한 뉘앙스를 다양한 주법으로 표현하는 신선한 즐거움이 있을 뿐이다. 카잘스에서 빌스마에 이르기까지, 또한 여러 바로크 연주자들에 의한 연구와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직도 멈추지 않는다.
애호가로서 바흐 음악의 맛을 제대로 보기 위한 제안이라면 프렐류드, 알라망드, 쿠랑트, 사라방드와 같이 모음곡을 이루는 각 악장의 뜻을 찾아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나아가 15~16세기에 형성된 이 음악 형식이 도대체 어떻게 오늘날까지 사라지지 않고 존재할 수 있었는지를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재즈 연주자와 현대 작곡가 심지어 팝 가수들마저 바흐의 음악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하는지. 지금 이 순간에도 바흐의 음악은 살아 꿈틀대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2. [강원일보사][발언대] 추락버스 사망 `0'의 기적
지난해 7월19일 경찰청은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7월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사태 등 정치적인 혼란으로 보류된 상태로 유지되다가 이번 2017년 4월5일 정부의 교통사고 줄이기 종합대책 발표로 인해 재추진돼 빠르면 올 연말부터 모든 도로에서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가 이뤄 질 예정이다.
이토록 안전띠 착용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만큼 안전띠 착용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 줄이기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월 중앙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일명 `금오공대 버스사고' 역시 안전띠 착용의 중요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떠나던 관광버스가 도로변 5m 아래로 추락했으나 44명의 학생 모두 가벼운 부상만 입었던 이유가 바로 전원 안전띠를 착용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누군가는 자동차의 모든 부속품 중에서 안전띠를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 꼽기도 하는데, 문제는 우리나라의 안전띠 착용률은 2014년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도로안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30개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법의 시행에 앞서 더욱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의식 전환이다.
안전띠 착용의 중요성은 단지 단속을 회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는 더 이상 교통사고로 안타까운 생명을 잃지 않도록 모든 도로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을 생활화해 교통안전 선진화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3. [중앙일보][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프로 독신’에게도 희망을
오랜만에 재밌는 일본 드라마를 한 편 발견했다. 지난해 가을 일본 TBS에서 방영돼 인기를 모은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사진)는 드라마다(한국에선 ‘채널W’에서 방영 중). 독특한 제목은 헝가리 속담에서 왔다는데 확인은 어렵다. 아무튼 이 드라마는 사회·경제적인 이유로 인생의 정면 승부에서 ‘도망’을 선택한 일본 젊은이들의 현실을 발랄하게 그린다.
주인공은 미쿠리라는 20대 여성인데,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실패해 대학원으로 ‘도망’쳤다. 학업을 마치고 계약 사원으로 취직했지만 계약 기간이 끝나자 다시 무직. 얼떨결에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는 히라마사라는 30대 남자의 집에 파트타임 가사 도우미로 나가게 되는데, 하면 할수록 가사일이 적성이란 걸 깨닫는다.
히라마사 역시 미쿠리의 도움으로 삶의 질이 향상됐다고 느끼며 ‘수요’와 ‘공급’의 접점을 맞이한 두 사람. 부모의 귀촌으로 살 곳이 없어진 미쿠리가 히라마사의 집에 입주해 가사일을 하는 형태의 ‘계약 결혼’을 제안한다. 그리고 가사 노동을 돈으로 환산해 월 19만4000엔(약 202만원)의 급여를 받는 진짜 계약서를 쓴 후 둘은 함께 살게 된다는 내용이다.
허황된 이야기인데 흥미로운 지점이 많다. 취업률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일자리의 질은 여전히 좋지 않은 일본의 상황, 결혼 없이 혼자 살거나 동거만 하는 등 삶의 방식은 다양해졌는데 제도나 인식은 미비한 현실 등을 꽤 설득력 있게 그리기 때문이다. ‘결혼하지 않는 젊은이’가 사회문제로 제기되면서 일본에선 최근 새로운 결혼의 형태로 ‘연대(連帶) 결혼’ ‘가성비 결혼’ 등의 신조어가 생겨났다. 이 드라마는 실제 이런 결혼을 시도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에 대한 (판타지 가득한) 보고서라고도 할 수 있다.
방영 당시엔 ‘프로 독신’이라는 유행어도 만들어냈다. 히라마사처럼 혼자 사는 데 익숙해져 결혼이라는 변화를 피하려는 사람들을 뜻한다. 그러나 프로의 길은 험난한 법. 주거비는 부담스럽고 가사일은 힘들며 부모님에겐 늘 죄책감을 느낀다. 하여 히라마사도 계약 결혼으로의 ‘도망’을 선택한 것이다.
한국에도 ‘프로 독신’은 늘어가지만 이들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는 찾기 어렵다. 이 ‘정치의 계절’에도 1인 가구 유권자들을 배려한 선거 공약이라곤 거의 볼 수 없으니 하는 말이다. 홧김에 ‘연대 결혼’이라도 하고 싶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그저 ‘하늘이 정해준’ 일주일 치 설거지로 주말을 보내는 1인 가구의 푸념 되시겠다.
4. [매경이코노미][최영옥의 백 투 더 클래식] 레이첼 포저
비발디나 바흐로 대변되는 바로크 음악은 오늘날 화려하고 풍성한 음악에 비해 담백한 편이다. 하지만 일단 그 매력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렵다. 철현으로 연주되는 오늘날의 현악기와 달리 바로크 시대 악기들은 양의 창자를 꼬아 만든 거트현(gut strings)이다. 철현보다는 소리가 작고 온도와 습도에 민감해 잦은 조율이 필요하지만 철현에 비해 음색에 깊이와 따뜻함이 있고 복잡한 배음을 소화하는 장점이 있다.
세월 저 너머의 작곡가들의 숨결을 듣는 맛도 적지 않다. 눈길을 끄는 화려한 테크닉은 없지만 서서히 마음을 파고드는 우아한 서정성이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최근 바로크 시대의 향취를 재현해내려는 현악기 연주자가 많이 등장한다. 영국의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레이첼 포저(Rachel Podger, 1968년~)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녀는 바흐 음악 연주에 있어서 일찌감치 인정을 받으면서 ‘30대 젊은 나이에 바로크 연주의 정상에 서다’라는 평을 받았다. 그녀가 보여준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작품들은 바로크 음악의 대부 지기스발트 쿠이켄(SigiswaldKuijken, 1944년~) 이후 가장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영국계 아버지와 독일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포저는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대다수 저명 연주자와 다소 다른 길을 걸었다. 일찍부터 조기 음악 수업을 받았던 것이 아니라 대안학교에서 공부하며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가 사춘기를 보낸 곳은 흔히 ‘슈타이너 학교’로 불리는 저명한 대안학교인 독일 카셀의 발도르프 학교(Freie Waldorfschule Kassel). 이곳에서는 단순한 예체능 활동에서 더 나아가 음악과 말과 내적 의미를 몸의 동작으로 표현하는 조화된 동작(eurythmy)을 통해 우주적 조화와 관계의 의미를 깨닫는 교육을 시킨다. 바로 이런 균형감각이 그녀의 말과 연주에 깊숙하게 스며들어 있다.
19세 때까지 슈타이너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포저는 이후 영국으로 돌아와 페리하트를 사사하고, 길드홀 음악연극학교에서 미카엘라 콤베르티와 데이비드 타케노 문하에서 바로크 바이올린 공부를 계속했다. 그녀가 본격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동료들과 함께 바로크 전문 연주 단체인 플로릴레기움(Florilegium)과 팔레디언 앙상블(ThePalladian Ensemble)을 조직해 연주 여행과 레코딩 작업을 시작하면서다. 이후 1992년부터 네덜란드의 레이블인 ‘채널 클래식’의 간판 독주자로 활약하며 1급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00년 세계적인 현악 전문지 스트라드는 포저를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로서는 유일하게 ‘새 천년을 이끌어갈 젊은 연주자’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고음악계에서 그의 입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순간이다. 현재 런던 길드홀의 바로크 바이올린 교수이자, 독일 브레멘대의 바로크 바이올린 교환 교수로 활동하며 후진 양성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로크 시대 음향을 고스란히 가져오는 원전(原典)연주의 매력은 과거 시대의 향취를 다시 피어올리는 맛에 있다. 포저 연주의 남다름은 그 안에서도 바이올린의 메탈 현이 만들지 못하는 따뜻함과 힘이 더해진다는 점이다. 그 여운은 오래 깊숙이 남는다. MSG를 치지 않은 음식의 부드러운 담백함처럼.
5. [서울신문][씨줄날줄] 전설의 고려버거
영화 ‘파운더’는 맥도날드 창업자 레이 크록의 성공 신화를 다룬다. 보고 나면 씁쓸하다. 재주는 곰(맥도날드 형제)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크록)이 크게 벌었으니 말이다. 1954년 보잘것없던 미국의 세일즈맨 크록이 우연히 맥도날드 형제의 가게에서 30초 만에 햄버거가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이거다”라며 무릎을 친다.
성실하고 정직한 맥도날드 형제는 품질 관리를 위해 가게 한 곳에만 매달렸지만 크록은 그들을 설득해 프랜차이즈 사업권을 따냈다. 그 후 그는 맥도날드 형제로부터 아이디어와 상표권을 헐값에 사들여 오늘의 맥도날드 왕국으로 키웠다.
햄버거는 콜라와 함께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다. 세계 4위 부자이지만 ‘6살 식성’을 지닌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아침 식사 메뉴도 햄버거다. 그는 돈을 많이 벌었을 땐 특별히 베이컨과 치즈 비스킷이 들어간 3.17달러짜리 햄버거를, 일이 잘 안 풀리는 날에 소시지만 들어간 2.61달러짜리 햄버거를 먹는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햄버거를 달고 살아 의사로부터 햄버거 금지령을 받았을 정도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햄버거 사랑으로 유명하다.
2009년 북한 최초로 햄버거 가게 ‘삼태성’(三台星·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등 3명의 큰 별을 의미)이 평양에 문을 열었다. 북에서는 햄버거를 ‘다진 소고기와 겹빵’이라고 불렀는데 2011년 김정일이 현지식으로 표기하라고 해서 ‘함버거’로 바꿨다. “햄버거 한 번 먹으면 모르지만 세 번 먹으면 제 맛을 알고 다섯 번째부터는 중독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북한 시민들에게 인기다.
최근 ‘태양절’(김일성 생일)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 한 기자가 북한 고려항공의 햄버거를 ‘전설의 고려버거’라고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조너선 카이먼 기자는 지난 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서 고려버거를 “북한의 국영항공사 고려항공에서 승무원이 제공하는, 비밀스러운 나라(북한)만큼이나 신비로운 버거”라고 비꼬았다. “고려버거는 차가운 상태로 제공되고 종이 냅킨이 한 장 깔렸다”며 “버거 빵 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고기와 가공된 치즈, 채 썬 양배추와 상추 한 장이 들어간다. 그리고 약간의 달콤한 맛이 나는 브라운 소스도 뿌려져 있다”고 묘사했다.
하늘 위에서 만나는 기내식은 여행 중에 먹는 음식이라 고유의 맛 이상의 설렘을 갖게 하는 매력을 지닌다. 하지만 고려항공의 기내식은 세계 최악의 기내식 1위로 꼽힐 만큼 악평을 받는다. 그 이유는 고려버거만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주요신문사설
[중앙일보]
1. 또 네거티브로 얼룩진 TV 대선토론, 달라져야 한다
23일 밤 ‘사전 원고 없는 스탠딩 형식’으로 두 번째 치러진 대선후보 TV토론회는 2시간 내내 네거티브 공방으로 얼룩졌다. 네거티브 문제는 지난 1차 TV토론에서도 큰 흠결로 지적된 바 있다. 그러나 2차 토론에서 개선은커녕 후보간의 진흙탕 공방은 더욱 심화됐다. 장시간 토론을 시청한 유권자들 뇌리엔 후보들 간의 낯 뜨거운 말싸움 외엔 남은 것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토론회 주제는 외교안보와 정치개혁이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홍준표 후보의 대학 시절 성추행 의혹을 놓고 사퇴 공방이 벌어졌다. 이어 ‘송민순 문건’과 가족 불법채용 의혹, 말바꾸기 논란 등을 놓고 난타전이 계속됐다. 추궁당한 이는 동문서답으로 피해 가거나 “당신은 그런 적 없나”며 받아치기 일쑤였다. 정책 토론은 당연히 뒷전이었다. 국민들은 지지율 선두인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진검 승부를 기대했지만 다른 후보들의 공방전에 두 사람의 토론이 가려지면서 검증다운 검증이 이뤄지지 못했다.
대선까지 빠듯한 일정을 감안하면 TV토론은 후보들의 능력을 측정할 유일한 기회다. 남은 세 차례의 TV토론(중앙선관위 2회, 중앙일보·JTBC 1회)만큼은 달라져야 한다. 상대방 약점 우려먹기나 임기응변 순발력을 가리는 경연장이 되지 않게끔 개선과 보완이 절실하다.
5명 후보 전원이 참여하는 토론 외에 지지율에서 앞서는 2자 혹은 3자만의 별도 토론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18분간 주어진 발언 시간을 특정 후보 공격에만 쏟아붓는 폐단도 막아야 한다. 이래선 현재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후보들의 대북·안보관을 비롯한 핵심 사안에 대해 심층토론을 끌어낼 수 없다.
주요 쟁점에 대한 시간제한을 없애고, 질문권도 균형 있게 배분한 뒤 끝장토론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 바른정당이 경선 후보 토론에 이 방식을 도입해 호평받은 바 있지 않은가. TV토론에 대한 후보들의 의식도 변해야 한다.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대신 본인의 능력을 국민에게 알릴 최고의 무대로 TV토론을 인식하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2. 미국의 ‘외과수술식 북한 공격’ 묵인 시사한 중국
25일 북한의 건군절(인민군 창건)을 앞두고 한반도 상황이 또다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김정은 정권이 대북 압박 공조에 나선 미·중을 향해 결사항전 의지를 거듭 나타내는 등 도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만약 추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미국이 그어 놓은 레드라인을 넘어서면 ‘예방적 타격’과 같은 파국적 상황을 피할 수 없음을 북한은 명심해야 한다.
요즘 상황을 보면 북한이 의도적으로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는 듯하다. 북한은 지난 21일 “수소탄에서부터 대륙간탄도로켓(ICBM)에 이르기까지 가질 건 다 가지고 있다”며 “평화를 위해 특단의 선택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22일에도 “미국이 대결을 바란다면 끝까지 가겠다”고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말뿐 아니다. 북한 내 움직임으로 보아 김정은 정권은 도발 준비도 하는 듯하다. 북한은 최근 풍계리 핵 실험장 인근 주민들을 대피시켰다고 한다. 전례로 보아 핵실험을 준비 중일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정권이 지난 20여 년간 구사했던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이 계속 통할 걸로 믿으면 이는 오산 중 오산이다. 북한은 세상 바뀐 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이 영원한 우방으로 여겼을 중국부터 태도가 급변했다. 시진핑 정부의 공식 입장을 대변해 온 관영 매체의 논조를 보면 중국의 대북 정책이 얼마나 변했는지 알 수 있다.
최근 환구시보는 “한·미 양국이 38선을 넘어 북한을 공격하면 중국도 즉각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전례 없는 이야기를 했다. “미국이 고려하는 ‘외과수술식 공격’에 대해서는 외교적 수단으로 반대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문맥상 핵 실험장이나 미사일 발사장 등을 골라 때릴 경우 외교 채널을 통한 반대 정도에 그칠 거란 얘기다. 사실상 묵인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이뿐만 아니라 그전엔 전혀 없던 대북 송유 중단 얘기까지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다.
미국 쪽 상황을 보면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 공격 가능성은 훨씬 더 농후해 보인다.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이 건군절 직후인 26·27일께 동해에 진입해 특단의 사태에 대비하게 된다. 이에 맞춘 듯 26일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 상원의원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대북 정책을 설명한다고 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설명회가 비공개로 열린다는 점이다. 비공개인 이유가 군사 기밀이 새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면 미국이 북한에 대한 예방적 타격을 고려 중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 종전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김정은 정권은 깨달아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열린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밀약을 맺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세상 바뀐 줄 모르고 도발을 일삼았다간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된다는 걸 김정은 정권은 잊어선 안 된다.
[서울신문]
3. “北 공격해도 군사개입 안 할 것”이라고 한 中 언론
중국이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외부 타격이 있어도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시사해 주목받고 있다. 관영 환구시보는 최근 ‘북핵, 미국은 중국에 어느 정도의 희망을 바라야 하나’라는 사평(社評)을 통해 “미국이 고려하는, 북한 주요 핵시설 등의 ‘외과수술식 공격’에 대해선 일단 외교적인 수단으로 억제에 나서겠지만, 군사적 개입은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민감한 외교 사안에 대해 중국 당국의 입장을 대변해 온 환구시보가 25일 북한 창건 85주년을 맞아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 가능성에 대해 강력한 경고에 나섰다는 의미가 있다.
북·중 양국이 1961년 체결한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에 규정된 군사 개입 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측면도 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의무를 위배한 것으로 규정, 중국의 자동 군사 개입 의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다만 한·미 군대가 38선(휴전선)을 넘어 북한을 지상에서 침략, 북한 정권을 전복시키려 한다면 즉시 군사적 개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반도의 불안정한 안보 환경의 근원이랄 수 있는 북한 핵시설 타격에 대해서는 자동 개입을 하지 않겠지만,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한 전면전에는 개입할 수 있다는 ‘선별적 자동 개입 원칙’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시 원유공급 축소 규모에 대해선 ‘인도주의적 재앙이 일어나지 않는 수준’으로 선을 그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한 군사·경제 제재에 북한은 물론 한국과 미국 모두에 중국의 마지노선을 제시한 의미가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중국의 핵무기 불용 의지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보유는 북·중 우호조약상 중국의 ‘자동군사개입’ 의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북한 핵시설에 대한 미국 등의 타격 용인과 대북 원유공급 축소 시사는 북한의 안보·경제를 치명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선택이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북핵 문제에 대한 양국 협조 기조가 뚜렷해지는 흐름 속에서 중국의 국가 이익 기준에 맞춰 고강도 제재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의 ‘유례없는 협조’를 극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유일한 후원국인 중국의 강력한 경고를 북한이 이번에도 무시할 경우 파멸 이외에 다른 길은 없다. 북한은 추가 핵실험을 보류하고 북·중 고위급 대화 등을 통해 국제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4. 사상 최악 대졸 실업, 일자리 나누기로 돌파를
우리나라 실업자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대학 나온 사람’이다. 최근 통계청 조사를 보면 올해 1~3월 전체 실업자 117만명 가운데 대졸 이상이 54만 3000명(46%)으로 학력별로 가장 많다. 분기 기준으로 대졸 이상 실업자가 50만명을 넘은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대졸 실업자가 크게 느는 것은 고학력자들이 원하는 직업과 갈 수 있는 일자리 간의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과 근로조건이 갈수록 벌어지는 현실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시간이 걸려도 좋은 일자리를 찾으려는 구직자가 늘고 공무원 준비 학원이 ‘공시족’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커다란 경제적·사회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여전히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신규 채용에 오불관언이다. 특히 은행권의 무책임한 처사는 도를 넘어섰다. 지난해 국내 4대 은행들은 평균 1조 4000억여원의 당기 순이익을 냈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미 올 1분기에 사상 최대치인 1조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4대 은행 가운데 올 상반기 대졸 신규 채용 일정과 규모를 확정한 곳이 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 지난해 신규 공채도 전년보다 무려 39%나 줄였다. 막대한 과실을 자기들끼리 독점하고 대졸 청년 실업에 대해선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의 극치다.
대졸 실업 해소는 민간경제를 활성화해 잠재 성장률을 높이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일자리를 늘려 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저성장 상태에서 장기적 방안은 될지언정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는 턱없이 한가한 대책이다.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한시적인 특단의 처방이 필요한 상황이다.
고소득자의 임금 동결과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 나누기를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이상 미룰 수 없다. 대선이 끝나는 대로 국회가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합의 처리해야 하는 이유다.
재원 조달이 선결 과제이긴 하지만 ‘청년고용 의무할당제’를 확대하는 것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몇 년간 한시적으로 현행 3%인 공공기관의 청년 고용 비율을 확대하고, 민간 기업에 대해서도 기업 규모에 따라 고용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협약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세계일보]
5. ‘송민순 문건’, 북풍 아니라 국가안보 문제다
어제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안보 이슈가 재점화됐다.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북한에 미리 의사를 물어보라고 했는지 여부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북한 의사 사전 타진을 뒷받침하는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의 문건과 관련해 “북한에 물어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후보는 “(11월)16일 이미 기권이 결정됐다”면서 “이제 안보팔이 장사, 색깔론은 끝내야 한다”고 반격했다.
문 후보 측은 TV토론에 앞서 2건의 문건을 공개했다. 문 후보 측의 대변인인 김경수 당시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이 작성한 청와대 자료에는 11월16일 인권결의안에 관한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번에는 기권으로 하는 것으로 하자”라고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박선원 당시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이 11월18일 작성했다는 자필 메모에는 송 전 장관과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등이 북한에 보낼 문안을 논의한 내용이 담겨 있다. 김 대변인은 “인권결의안 관련 회의는 문 후보가 주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어제 공개된 문건은 11월16일 기권 결정이 내려졌다는 문 후보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송 전 장관은 16일 회의 직후 “기권해서는 안 된다”는 자신의 호소 편지를 받은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틀 뒤 재차 회의가 열렸다고 반박했다. 회의의 성격을 놓고 문 후보 측은 송 전 장관을 다독이는 자리였다고 설명하는 반면 송 전 장관은 문 후보가 “일단 남북 경로로 확인해보자”고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한다.
양측은 인권결의안 표결과 관련해 북한과 접촉한 사실은 인정한다. 다만 문 후보는 기권 결정을 통보하는 차원에서 간접적으로 북한의 반응을 판단해 본 것이라고 했다. 이는 그제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공개한 김 전 국정원장의 육성과 맞지 않는다. 김 전 국정원장은 “(북한에) 찬성 분위기를 한 번 던져봤다. 북한의 반응을 떠보기 위해서”라고 했다. 사전에 북한에 의사를 타진했다는 소리로 들린다. 북한이 당시 격한 반응을 보인 점에 비춰볼 때 기권 결정 전에 의사를 확인했을 개연성이 짙다.
문 후보는 ‘송민순 문건’과 관련해 “선거를 좌우하려는 제2의 NLL사건으로 본다”고 했다. 이번 사안을 안보팔이 정치 공세로 치부해선 안 된다. 핵과 미사일을 머리에 이고 사는 우리로선 안보는 국가와 국민의 생존권이 걸린 중대사다. 유권자에겐 대선후보의 안보관과 ‘송민순 문건’의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6. 문자테러, 지역감정 조장하면서 국민통합 외쳐서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어제 통합정부추진위 출범식에서 “편가르기 정치, 분열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며 “인재들을 폭넓게 기용해 대한민국 드림팀이라고 말할 수 있는 국민대통합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국민과의 약속, 미래비전선언’에서 “보수, 진보의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역설했다. 두 유력 후보가 공히 통합을 강조하고 있으나 상황은 되레 역주행하고 있다. 자기와 생각이 다른 쪽을 공격하는 반민주적 행태가 더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문재인 후보의 팬클럽인 온라인 카페 ‘문팬’에 “댓글 (공격) 지원 요청한다”는 제목과 함께 문 후보 관련 기사 링크가 첨부됐다. 2007년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문 후보의 요청으로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직전 북한에 물어봤다는 걸 입증할 메모를 송민순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 공개했다는 기사였다. 링크 된 포털 사이트 뉴스에는 12시간 만에 댓글 1만4000여 개가 달렸다. 대부분 송 전 장관을 인신공격하는 내용이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19일 2차 TV토론에서 문 후보를 비판했다가 항의 전화와 비난 댓글로 곤욕을 치렀다. 안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가수 전인권씨 역시 SNS상에서 ‘적폐 가수’라는 공격을 받았다. ‘문빠’로 불리는 문 후보의 극성 지지자들이 댓글과 문자 폭탄으로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것은 새로운 형태의 폭력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번 대선에서 영호남 지역대결 구도가 완화됐지만 지역감정을 부채질하는 망국적 언행이 여전하다고 한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겸 상임선대위원장은 17일 전북 전주 유세에서 “문재인은 대북 송금 특검을 해서 우리 김대중 대통령을 완전히 골로 보냈다. 문재인은 거짓말과 변명으로 호남을 무시한다”고 했다.
국민통합을 외치는 문·안 후보의 다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통합을 저해하는 무책임한 언행부터 단속해야 한다. 문 후보는 전씨가 공격받은 데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제가 한 일이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적절치 않은 처신이다. 문 후보나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다른 정당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협치를 하려면 지금부터 서로 상처 주는 일은 삼가야 한다.
[이데일리]
7. ‘북한인권안 기권’ 의혹, 진실은 무엇인가
노무현 정부가 2007년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기권하면서 북한 측 반응을 먼저 타진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이 결정에 적극 동참했다는 것이 논란의 초점이다. 앞서 “북한은 주적인가”라는 토론회 질문에 답변을 회피했던 문 후보의 대북 안보관을 검증하는 또 하나의 단서다.
엊저녁 중앙선관위 주최로 열린 TV토론에서도 이와 관련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거짓말로 들통 날까봐 계속 말 바꾸기를 하는 것 아니냐”라며 문 후보를 추궁했고, 문 후보는 “구태의연한 색깔론이 실망스럽다”며 역공을 시도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역대 정부에 남북관계 악화 책임이 있다”며 차별성을 강조했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도 “거짓말하는 사람은 지도자 자격이 없다”며 공격에 가세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진실 공방이 아니라 그때 결정의 적절성을 가리는 게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의혹은 일과성 논란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장관에 의해 제기됐다는 점에서도 정확한 사실 여부가 가려져야 한다. 송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발간한 ‘빙하는 움직인다’ 회고록에서도 관련 내용을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참여정부의 기권 방침에 강력 반대했던 입장에서 진실을 밝히겠다는 취지일 것이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이 당시 노 대통령 주재의 안보정책조정회의 발언자료 등을 제시하며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유권자들로서는 여전히 혼란스러울 뿐이다. 의사를 타진했든, 결과를 통보했든 북한 측에 우리 입장을 전달한 것만은 사실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북한 인권문제 표결에 기권했다는 자체가 북한의 눈치를 봤다는 뜻이다.
문 후보 측은 오히려 “송 전 장관이 ‘외교부에서 북한과 접촉한 결과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더라도 북한이 크게 반발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고 주장한다. 물론 송 전 장관이 개인적으로 기억에 혼란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국정원을 포함한 다른 관련부처에서도 이에 관련된 자료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 유권자들의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도 조속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8. 美 ‘동해’ 표기 외면, 외교부는 뭘 했는가
호주를 방문 중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그제 “칼빈슨호가 며칠 안에 동해에 도착할 것”이라면서 동해를 ‘East Sea’가 아닌 ‘Sea of Japan(일본해)’로 표현했다고 한다. 미군도 지난 5일 북한 탄도미사일이 떨어진 동해 해상을 ‘일본해’로 표기했다. 우리 정부의 거듭된 ‘동해’ 표기 요청에도 미국은 못 들은 척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외교당국의 전략 부재와 무능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강제할 수 없지 않으냐”는 식으로 책임을 피하려 한다면 외교부의 존재 이유가 없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거론됐다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한국은 중국의 일부”라는 발언의 대응도 한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명백한 역사왜곡의 망언인데다 양국 정상이 그릇된 인식을 토대로 한반도 운명을 논의했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분명한 해명을 요구하는 게 순서다. 하지만 외교부는 ‘일고의 가치가 없는 이야기”라며 대충 넘어가려 했다. 미온적이라는 비판에 마지못한 듯 “사실이 파악되는 대로 필요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래서야 우리 주권을 제대로 지킬 수 있겠는가.
이러한 사태는 우리 외교가 처한 엄혹한 현실을 새삼 일깨운다. 미·중은 한국이 없는 자리에서 북핵 문제를 논의하며 모종의 ‘빅딜’을 했다고 한다. 당사자인 우리는 그 실체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다. 일본 아베 총리는 노골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구애를 보내며 밀월관계를 추구하고 있다. 미·일 정상은 벌써 2번이나 만났으며 다음 달에도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고 한다. 대통령 궐위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외교당국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가 간 외교는 잠시라도 틈을 보이면 국익에 커다란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우리 앞날은 험난하기만 하다. 미·중, 미·일 관계의 변화는 남북관계는 물론 한반도 정세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강대국 외교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자칫 ‘투명 국가’로 전락하는 일은 결단코 없어야 한다. 오늘부터 모나코에서 ‘동해’ 표기가 논의될 국제수로기구(IHO) 총회가 열린다. 28일에는 미국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이 있다. 외교당국은 나라가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회담에 임해야 한다.
[매일신문]
9. 경제교류·협력 확대, 급할수록 기반 조성이 먼저다
사드 문제로 중국과의 무역 마찰이 커지자 대구경북이 중국 이외 국가와의 경제협력과 통상교류 확대 등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주력 시장인 일본`대만`베트남과의 협력 관계를 더욱 다지는 한편 상대적으로 교류가 적은 아세안 국가와의 교류 확대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는 현실에서 지역 통상구조 변화와 경제위기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시장 다변화 전략은 무엇보다 중국에 편중된 지역 경제구조를 바꾸는 기회인 동시에 지속 가능한 성장, 발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대구시는 일본과의 협력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도쿄와 오사카, 후쿠오카 등 직항 노선이 연결된 5개 도시를 중심으로 통상교류를 넓혀나가고 문화`관광 등 다방면에서 협력 관계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최근 무역사절단 파견과 투자 유치 설명회 개최, 전시회 참가 등을 통해 교류 기반을 확대한다는 방침은 올바른 방향 설정이다.
경북도의 경우 11월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계기로 베트남과의 통상교류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베트남이 동남아 한류 확산의 중심지라는 점을 활용해 현지에 경북도 통상투자지원센터를 열고 한류 우수 상품전 개최, 글로벌 청년 보부상 등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 중이다. 베트남을 아세안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적극 활용해 아세안 국가와의 교류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 또 한국 방문 촉진 등을 위해 입국 제도 개선 등 국가적 지원책도 뒤따라야 한다.
2020년 외국인 방문객 4천만 명 유치를 목표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일본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일본 정부는 외국인 입국 절차 간소화 등을 서두르고 있다. 종전 중국 부유층에 국한된 복수 관광비자를 최근 중산층까지 확대 방침을 발표한 것만 봐도 문화`관광교류 확대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게 한다.
제3국과의 경제협력 확대는 눈앞의 이익만 생각해 건성으로 추진할 일은 아니다. 양국 관계나 상호 이익은 고려하지 않고 단편적이고 일회적 교류에만 매달리는 것은 오히려 마이너스다. 당장은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꾸준히 관계를 넓혀가는 중장기 전략 등 차분한 접근법이 필요한 이유다.
10. 중국, 북핵 해결에 ‘大國’다운 전향적인 모습 보여야
중국이 미국의 북한 핵시설 타격을 용인하고, 대북 원유 공급을 축소하는 등의 초강경 메시지를 내놓아 주목된다. 이 메시지가 관영 매체를 통해 나온 것인 만큼 실현 가능한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중국의 조치 가운데 초유의 강경책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북한 핵실험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북핵 저지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을 갖게 한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평(社評`사설)에서 “중국이 취할 수 있는 북핵 문제 해결책에는 한계가 있다”며 북한과 한미 양측 모두에게 중국의 선택 가능한 방안을 제시했다. 외교적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되, 여의치 않을 경우 북한 정권 붕괴나 지상 전면전은 용인할 수 없지만, 대북 원유 공급 축소와 북한 핵시설에 대한 제한적 타격은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환구시보가 민감한 외교 사안에 대해 중국 당국의 입장을 대변해 온 매체임을 감안하면 ‘북한 핵시설 타격 용인’이라는 문구는 임의로 쓸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중국이 미국의 압박에 밀린 탓인지 모르겠으나. 북한 핵실험과 한반도 긴장 상태를 엄중한 사태로 규정하고, 이번에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이 북한 핵시설 타격에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기 위해서다. 아무리 좁게 해석하더라도, 제재와 대화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중국이 고강도 제재 방향으로 선회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중국은 북핵과 관련해 어정쩡한 태도를 고수하다 북한을 제어하는 데 번번이 실패한 전력이 있다. 중국은 한국과 국제사회의 기대에는 전혀 부응하지 못하면서 북핵 문제의 주도권만 잡으려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북한이 핵실험을 일삼고, 한반도 긴장이 이만큼 높아진 데는 중국의 책임이 절대적으로 크다.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굴기(崛起`우뚝 섬)만 있을 뿐, 화평(和平)은 없는’ 어설픈 외교 전략만 보여준 채 체면을 구겨왔다. 이번만큼은 실효성 있는 제재와 조치로 북핵 문제를 해결해 ‘대국’(大國)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주요신문칼럼
1. [매일경제][클래식 산책] 지친 삶을 살아갈 용기를 주는 `불멸의 명곡`
몇 해 전 초등학생 아들이 불멸의 명곡이란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는데 쉽게 알아듣도록 설명하는 것이 의외로 어려웠다. 불멸의 명곡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시대를 앞서갈 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변함없이 인류에게 영감을 주는 작품을 일컫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사랑받는 클래식 음악으로 손꼽히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나는 파리의 노트르담 봉스쿠르(Notre Dame de Bon Secours)라는 19세기 성당에서 무반주 모음곡 전곡 녹음 중에 이 글을 쓰고 있다.
이 작품이야말로 혁명과 전쟁과 문화의 변혁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우리 가까이에 여전히 살아남은 불멸의 명곡의 대표주자라 하겠다. 음악은 사람의 영혼을 정화시킨다. 꿈꾸게 하고 삶의 어려움을 극복할 용기를 준다. 특별히 나에게 바흐의 음악이란 에너지와 영감의 원천이다. 내겐 오랜 습관이 있는데, 에너지가 고갈되거나 일상에 치여 감각이 무뎌졌을 때 아주 천천히 바흐의 느린 악장을 연주한다.
활의 움직임과 심호흡이 하나가 되어 오직 음악의 흐름을 따라간다. 복잡한 생각과 굳어진 몸이 비워질 때까지 오롯이 음악과 마주한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르고 나면 새 순이 돋아나듯 어느새 내 안에 세상을 마주할 용기가 솟아난다. 그렇게 바흐의 음악은 단지 기쁨을 주는 것을 넘어서는 지적이면서도 매우 영적인 작품이다.
예를 들어 내가 앙코르 곡으로 즐겨 연주하는 느린 스페인 춤곡인 사라방드는 간결하면서도 깊은 의미를 내포한 시를 읽는 느낌을 준다. 각 악장마다 나름의 독특한 개성이 살아있는, 섬세하고 투명하고 때론 파격적이기까지 한 이 음악이 주는 만족감은 결코 지나치는 법이 없다. 이러한 무궁무진한 내용을 담고 있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기에 수많은 해석이 존재하는데, 여기에 정답이란 없고 섬세한 뉘앙스를 다양한 주법으로 표현하는 신선한 즐거움이 있을 뿐이다. 카잘스에서 빌스마에 이르기까지, 또한 여러 바로크 연주자들에 의한 연구와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직도 멈추지 않는다.
애호가로서 바흐 음악의 맛을 제대로 보기 위한 제안이라면 프렐류드, 알라망드, 쿠랑트, 사라방드와 같이 모음곡을 이루는 각 악장의 뜻을 찾아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나아가 15~16세기에 형성된 이 음악 형식이 도대체 어떻게 오늘날까지 사라지지 않고 존재할 수 있었는지를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재즈 연주자와 현대 작곡가 심지어 팝 가수들마저 바흐의 음악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하는지. 지금 이 순간에도 바흐의 음악은 살아 꿈틀대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2. [강원일보사][발언대] 추락버스 사망 `0'의 기적
지난해 7월19일 경찰청은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7월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사태 등 정치적인 혼란으로 보류된 상태로 유지되다가 이번 2017년 4월5일 정부의 교통사고 줄이기 종합대책 발표로 인해 재추진돼 빠르면 올 연말부터 모든 도로에서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가 이뤄 질 예정이다.
이토록 안전띠 착용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만큼 안전띠 착용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 줄이기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월 중앙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일명 `금오공대 버스사고' 역시 안전띠 착용의 중요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떠나던 관광버스가 도로변 5m 아래로 추락했으나 44명의 학생 모두 가벼운 부상만 입었던 이유가 바로 전원 안전띠를 착용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누군가는 자동차의 모든 부속품 중에서 안전띠를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 꼽기도 하는데, 문제는 우리나라의 안전띠 착용률은 2014년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도로안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30개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법의 시행에 앞서 더욱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의식 전환이다.
안전띠 착용의 중요성은 단지 단속을 회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는 더 이상 교통사고로 안타까운 생명을 잃지 않도록 모든 도로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을 생활화해 교통안전 선진화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3. [중앙일보][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프로 독신’에게도 희망을
오랜만에 재밌는 일본 드라마를 한 편 발견했다. 지난해 가을 일본 TBS에서 방영돼 인기를 모은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사진)는 드라마다(한국에선 ‘채널W’에서 방영 중). 독특한 제목은 헝가리 속담에서 왔다는데 확인은 어렵다. 아무튼 이 드라마는 사회·경제적인 이유로 인생의 정면 승부에서 ‘도망’을 선택한 일본 젊은이들의 현실을 발랄하게 그린다.
주인공은 미쿠리라는 20대 여성인데,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실패해 대학원으로 ‘도망’쳤다. 학업을 마치고 계약 사원으로 취직했지만 계약 기간이 끝나자 다시 무직. 얼떨결에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는 히라마사라는 30대 남자의 집에 파트타임 가사 도우미로 나가게 되는데, 하면 할수록 가사일이 적성이란 걸 깨닫는다.
히라마사 역시 미쿠리의 도움으로 삶의 질이 향상됐다고 느끼며 ‘수요’와 ‘공급’의 접점을 맞이한 두 사람. 부모의 귀촌으로 살 곳이 없어진 미쿠리가 히라마사의 집에 입주해 가사일을 하는 형태의 ‘계약 결혼’을 제안한다. 그리고 가사 노동을 돈으로 환산해 월 19만4000엔(약 202만원)의 급여를 받는 진짜 계약서를 쓴 후 둘은 함께 살게 된다는 내용이다.
허황된 이야기인데 흥미로운 지점이 많다. 취업률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일자리의 질은 여전히 좋지 않은 일본의 상황, 결혼 없이 혼자 살거나 동거만 하는 등 삶의 방식은 다양해졌는데 제도나 인식은 미비한 현실 등을 꽤 설득력 있게 그리기 때문이다. ‘결혼하지 않는 젊은이’가 사회문제로 제기되면서 일본에선 최근 새로운 결혼의 형태로 ‘연대(連帶) 결혼’ ‘가성비 결혼’ 등의 신조어가 생겨났다. 이 드라마는 실제 이런 결혼을 시도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에 대한 (판타지 가득한) 보고서라고도 할 수 있다.
방영 당시엔 ‘프로 독신’이라는 유행어도 만들어냈다. 히라마사처럼 혼자 사는 데 익숙해져 결혼이라는 변화를 피하려는 사람들을 뜻한다. 그러나 프로의 길은 험난한 법. 주거비는 부담스럽고 가사일은 힘들며 부모님에겐 늘 죄책감을 느낀다. 하여 히라마사도 계약 결혼으로의 ‘도망’을 선택한 것이다.
한국에도 ‘프로 독신’은 늘어가지만 이들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는 찾기 어렵다. 이 ‘정치의 계절’에도 1인 가구 유권자들을 배려한 선거 공약이라곤 거의 볼 수 없으니 하는 말이다. 홧김에 ‘연대 결혼’이라도 하고 싶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그저 ‘하늘이 정해준’ 일주일 치 설거지로 주말을 보내는 1인 가구의 푸념 되시겠다.
4. [매경이코노미][최영옥의 백 투 더 클래식] 레이첼 포저
비발디나 바흐로 대변되는 바로크 음악은 오늘날 화려하고 풍성한 음악에 비해 담백한 편이다. 하지만 일단 그 매력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렵다. 철현으로 연주되는 오늘날의 현악기와 달리 바로크 시대 악기들은 양의 창자를 꼬아 만든 거트현(gut strings)이다. 철현보다는 소리가 작고 온도와 습도에 민감해 잦은 조율이 필요하지만 철현에 비해 음색에 깊이와 따뜻함이 있고 복잡한 배음을 소화하는 장점이 있다.
세월 저 너머의 작곡가들의 숨결을 듣는 맛도 적지 않다. 눈길을 끄는 화려한 테크닉은 없지만 서서히 마음을 파고드는 우아한 서정성이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최근 바로크 시대의 향취를 재현해내려는 현악기 연주자가 많이 등장한다. 영국의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레이첼 포저(Rachel Podger, 1968년~)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녀는 바흐 음악 연주에 있어서 일찌감치 인정을 받으면서 ‘30대 젊은 나이에 바로크 연주의 정상에 서다’라는 평을 받았다. 그녀가 보여준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작품들은 바로크 음악의 대부 지기스발트 쿠이켄(SigiswaldKuijken, 1944년~) 이후 가장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영국계 아버지와 독일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포저는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대다수 저명 연주자와 다소 다른 길을 걸었다. 일찍부터 조기 음악 수업을 받았던 것이 아니라 대안학교에서 공부하며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가 사춘기를 보낸 곳은 흔히 ‘슈타이너 학교’로 불리는 저명한 대안학교인 독일 카셀의 발도르프 학교(Freie Waldorfschule Kassel). 이곳에서는 단순한 예체능 활동에서 더 나아가 음악과 말과 내적 의미를 몸의 동작으로 표현하는 조화된 동작(eurythmy)을 통해 우주적 조화와 관계의 의미를 깨닫는 교육을 시킨다. 바로 이런 균형감각이 그녀의 말과 연주에 깊숙하게 스며들어 있다.
19세 때까지 슈타이너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포저는 이후 영국으로 돌아와 페리하트를 사사하고, 길드홀 음악연극학교에서 미카엘라 콤베르티와 데이비드 타케노 문하에서 바로크 바이올린 공부를 계속했다. 그녀가 본격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동료들과 함께 바로크 전문 연주 단체인 플로릴레기움(Florilegium)과 팔레디언 앙상블(ThePalladian Ensemble)을 조직해 연주 여행과 레코딩 작업을 시작하면서다. 이후 1992년부터 네덜란드의 레이블인 ‘채널 클래식’의 간판 독주자로 활약하며 1급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00년 세계적인 현악 전문지 스트라드는 포저를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로서는 유일하게 ‘새 천년을 이끌어갈 젊은 연주자’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고음악계에서 그의 입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순간이다. 현재 런던 길드홀의 바로크 바이올린 교수이자, 독일 브레멘대의 바로크 바이올린 교환 교수로 활동하며 후진 양성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로크 시대 음향을 고스란히 가져오는 원전(原典)연주의 매력은 과거 시대의 향취를 다시 피어올리는 맛에 있다. 포저 연주의 남다름은 그 안에서도 바이올린의 메탈 현이 만들지 못하는 따뜻함과 힘이 더해진다는 점이다. 그 여운은 오래 깊숙이 남는다. MSG를 치지 않은 음식의 부드러운 담백함처럼.
5. [서울신문][씨줄날줄] 전설의 고려버거
영화 ‘파운더’는 맥도날드 창업자 레이 크록의 성공 신화를 다룬다. 보고 나면 씁쓸하다. 재주는 곰(맥도날드 형제)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크록)이 크게 벌었으니 말이다. 1954년 보잘것없던 미국의 세일즈맨 크록이 우연히 맥도날드 형제의 가게에서 30초 만에 햄버거가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이거다”라며 무릎을 친다.
성실하고 정직한 맥도날드 형제는 품질 관리를 위해 가게 한 곳에만 매달렸지만 크록은 그들을 설득해 프랜차이즈 사업권을 따냈다. 그 후 그는 맥도날드 형제로부터 아이디어와 상표권을 헐값에 사들여 오늘의 맥도날드 왕국으로 키웠다.
햄버거는 콜라와 함께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다. 세계 4위 부자이지만 ‘6살 식성’을 지닌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아침 식사 메뉴도 햄버거다. 그는 돈을 많이 벌었을 땐 특별히 베이컨과 치즈 비스킷이 들어간 3.17달러짜리 햄버거를, 일이 잘 안 풀리는 날에 소시지만 들어간 2.61달러짜리 햄버거를 먹는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햄버거를 달고 살아 의사로부터 햄버거 금지령을 받았을 정도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햄버거 사랑으로 유명하다.
2009년 북한 최초로 햄버거 가게 ‘삼태성’(三台星·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등 3명의 큰 별을 의미)이 평양에 문을 열었다. 북에서는 햄버거를 ‘다진 소고기와 겹빵’이라고 불렀는데 2011년 김정일이 현지식으로 표기하라고 해서 ‘함버거’로 바꿨다. “햄버거 한 번 먹으면 모르지만 세 번 먹으면 제 맛을 알고 다섯 번째부터는 중독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북한 시민들에게 인기다.
최근 ‘태양절’(김일성 생일)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 한 기자가 북한 고려항공의 햄버거를 ‘전설의 고려버거’라고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조너선 카이먼 기자는 지난 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서 고려버거를 “북한의 국영항공사 고려항공에서 승무원이 제공하는, 비밀스러운 나라(북한)만큼이나 신비로운 버거”라고 비꼬았다. “고려버거는 차가운 상태로 제공되고 종이 냅킨이 한 장 깔렸다”며 “버거 빵 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고기와 가공된 치즈, 채 썬 양배추와 상추 한 장이 들어간다. 그리고 약간의 달콤한 맛이 나는 브라운 소스도 뿌려져 있다”고 묘사했다.
하늘 위에서 만나는 기내식은 여행 중에 먹는 음식이라 고유의 맛 이상의 설렘을 갖게 하는 매력을 지닌다. 하지만 고려항공의 기내식은 세계 최악의 기내식 1위로 꼽힐 만큼 악평을 받는다. 그 이유는 고려버거만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반응형
LIST
'뉴스스크랩'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년 4월 25일 신문을 통해 알게 된 이야기들 (0) | 2017.04.25 |
---|---|
2017년 4월 25일 신문 브리핑 (0) | 2017.04.25 |
전자신문·디지털타임즈 등 주요 IT뉴스 요약 (0) | 2017.04.24 |
2017년 4월 24일 신문을 통해 알게 된 것들 (0) | 2017.04.24 |
2017년 4월 24일 신문을 통해 알게 된 이야기들 (0) | 2017.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