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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이데일리]

​1. 공정위원장과 재벌의 만남 주목된다

공정거래위원장과 4대 그룹의 면담은 매우 신선한 발상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정부와 재계의 대화를 시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정책 소비자들의 관심도 모른 채 공무원들끼리 만든 정책은 ‘탁상행정’에 그치기 십상이라는 점에서 정책 결정권자와 이해당사자 간의 원활한 소통은 매우 바람직하다.

하지만 전제조건이 있다. 이런 만남은 정책 결정권자가 주로 듣는 자리여야지 자기 얘기만 내세워선 곤란하다. 국내외 시장 여건은 어떻게 돌아가고, 시장 참여자들의 요구는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해 정책에 반영하는 게 정책 결정권자들의 할 일이다. 행여 ‘완장’이 바뀌었음을 통고하는 자리가 된다면 과거 정권의 적폐를 되풀이하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제재 조치 이전에 충실한 사회적 대화를 통해 사회와 시장이 기대하는 방향으로 기업들이 변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강력하게 전달하는 것이 재벌과의 만남을 추진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는 김 위원장의 언급은 적잖이 우려된다. 시장 여건에 관계없이 새 정부의 통치철학에 맞추도록 재벌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논리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으름장을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로 비쳐진다.



김 위원장의 말마따나 “재벌은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이다. 우리 기업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기발한 독창력과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그 일등공신이 재벌들이다. 그렇다고 재벌의 잘못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청기업을 쥐어짜거나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 내부거래가 횡행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뛰어난 제품과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며 세계 경제에서 한국을 우뚝 세운 기업들의 눈부신 공적까지 애써 외면해선 안 된다. 불공정거래는 철저하게 응징하되 5년마다 바뀌는 정권의 잣대로 기업가 정신을 훼손하는 그동안의 관행에 이제는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대기업들도 공정위원장과의 만남을 계기로 ‘재벌다운 재벌’로 거듭나 사회의 존경을 받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2. 투기꾼 기득권만 용인한 부동산 대책

정부가 과열된 부동산경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청약조정지역에 한해서만 LTV·DTI 비율을 10% 포인트씩 내리도록 했다. 이른바 선별적 맞춤형 대책이라고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과도하게 위축되는 것을 피하겠다는 의지도 감지된다. 그만큼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6·19대책’이 미리부터 눈길을 끌었던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제시되는 부동산 대책이라는 점에서였다. 부동산 과열에 대한 새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없지 않았다. 더욱이 1360조원 규모에 이르는 가계부채 사태와 맞물려 특단의 방안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그러한 기대에 비춰 본다면 이번 대책은 상당히 미흡하다.



물론 이번 대책에서 정부가 나름대로 고심한 측면을 간과할 수는 없다. 서울 전역에서 입주 때까지 분양권 전매를 금지토록 했으며 경기도와 부산의 일부 지역을 청약조정지역으로 추가 지정했고 재개발 규제를 강화한 것이 그것이다. 상당히 세부적으로 접근했다는 흔적이 엿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과열 현상이 잡힐 것인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자칫 제재조치에 대한 내성만 키워줄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저소득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을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웬만한 지역에서는 집값이 오를 만큼 오른 상태다. 집값이 오른 경우에는 이미 거래차익 이득을 누리게 되었고, 실수요자들에 있어서는 그만큼 내집 마련의 꿈이 멀어져 버린 셈이다. 이번 대책도 발 빠른 투기꾼들의 기득권만 인정해주는 꼴로 끝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정부는 앞으로 상황에 따라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더욱 적극적인 대책을 도입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지금으로써는 엄포에 가까울 뿐이다. 과열지구의 떴다방 현장 단속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다루기 버거운 그물을 던지겠다는 발상 자체가 너무 안이하다. 정부가 정말로 부동산 투기과열을 잡으려는가 하는 의지가 문제다. 부동산 투기야말로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적폐라는 인식에서부터 단속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서울신문]

3. 문 대통령 '탈원전' 선언, 전력 '백년대계' 세워야

한국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가 멈춰 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전의 설계 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선 공약에서도 밝혀 왔던 ‘탈원전’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원자력의 위험성은 사고를 통해 증명됐다. 1986년에는 러시아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있었고 2011년에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쓰나미로 붕괴돼 엄청난 환경오염을 초래했다. 두 원전 사고의 후유증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은 지금도 방사능이 유출돼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탈원전 바람이 불고 있다. 원전 사고의 위험성을 인식한 탓이다. 독일, 스위스, 대만이 원전을 포기했고 원전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도 원전을 줄여 나갈 것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의 탈핵 선언에 따라 앞으로 우리나라도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설계 수명이 끝나는 원전은 연장하지 않고 폐기하게 된다. 문 대통령은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말해 건설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환경적인 측면에서 탈원전의 명분은 분명히 있다. 특히 원전의 치명적인 단점은 방사능 폐기물이다. 원전 발전의 부산물 또는 쓰레기인 폐기물은 방사능을 포함하고 있어 처리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 부지 선정도 지역 주민들의 반발 탓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경북 경주 방폐장 건설에 30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이런 이유 때문에 탈원전이 시대적 흐름이라 하더라도 탈원전에 대한 대책을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원전을 대신할 태양광과 풍력, 조력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의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원전은 발전 비용이 싸지만 다른 에너지들은 두 배가 넘는 비용과 부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전기료가 오를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는 전기료 인상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먼저 구해야 한다. 일본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가동을 중단했다가 최근 재가동에 들어간 것도 전기료 부담 탓이 크다. 다음으로, 우리나라는 아랍에미리트(UAE)에 한국형 원전을 수출한 원전 강국이다. 탈원전으로 원전 산업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원전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기업만 수백개나 된다. 산업적, 경제적인 피해를 어떻게 줄일지도 고심해야 한다.

정부는 원전과 함께 화력 발전도 단계적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당연히 발전량 감소도 피할 수 없는데 그에 대응할 다른 발전 수단을 차질 없이 마련해 만에 하나 전력 공급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원전은 포기하더라도 신재생 에너지의 개발은 또 하나의 신산업이 될 수 있다. 면밀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에너지 정책은 정권 따라 춤을 춰서는 안 되는 백년대계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작은 결정 하나라도 신중하게 하길 바란다.



4. '순혈주의' 외교부 강도 높게 개혁하라

외교부는 조직 내 순혈주의와 엘리트주의가 강한 집단이다. 출신 대학과 근무지 등으로 엮인 학벌·지역주의는 물론 과거 특혜 채용 비리에서 드러난 가족·온정 주의는 다른 부서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다. 2010년 유명환 장관 자녀 특혜채용 이후 조직·인사 개편을 약속했지만 피부에 와 닿는 변화는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야 3당이 반대하는 강경화 외교장관의 임명을 강행하면서 외무고시 중심의 폐쇄적 조직 문화를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외교부는 순도로 따지면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들이지만 우리의 외교 역량과 국가적 위상을 제대로 받쳐 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고질적인 외교부 순혈주의 폐해가 조직을 망가뜨리고 국익마저 훼손하고 있다는 뼈아픈 질책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외교부는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12·28 위안부 합의’의 주체가 됐고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 무사안일에 빠져 임무를 방기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한·미 당국이 사드 배치를 발표하던 그 시각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양복 수선을 위해 백화점에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참으로 아픈 대목이다.

강 신임 외교부 장관은 어제 기자회견을 통해 자성과 함께 조직의 변화를 다짐했다. 북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주인 의식을 지닌 능동외교를 약속했고 국민과 소통하는 외교의 방향을 제시했다. 14년 만에 임명된 비고시 출신인 강 장관이 시대정신에 부합한 외교부 개혁의 방향을 제시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느 조직이든 순혈주의는 대개 무사안일과 보신주의가 판치는 조직 문화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온실주의에 빠진 내부 경쟁력 복원은 시급한 과제다. 현행 외교부 부적격 외교관 퇴출 제도를 강화하는 제도적 개혁과 함께 4강 외교 중심의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동남아와 유럽 등으로 시야를 넓히는 다자외교도 시급하다.

궁극적으로 외교부의 개혁은 대외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외교 패러다임 혁신에 맞춰야 한다. 미국과 일본 근무 등 이른바 꽃보직 특혜 그룹이 독점한 핵심 조직에 전문지식과 균형감각을 갖춘 외부 전문가들을 수혈해야 한다. 강 장관은 유엔 무대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바탕으로 고질적 순혈주의를 타파하는 기수가 돼야 한다. 이번에 외교부 조직의 개혁을 하지 못하면 영영 기회는 없다.



​5. 법만 지켜도 재벌개혁 할 수 있다는 공정위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어제 출입기자 간담회를 통해 “재벌개혁은 일회적인 몰아치기식 개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소통을 위해 삼성, 현대차,SK, LG 등 4대 그룹과도 만나겠다고 했다. 앞으로의 재벌개혁 방향이 강압과 강제가 아닌 소통을 통한 자발적인 개혁으로 추진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재계는 김 공정위원장 등장에 긴장하며 그의 행보를 주시해 왔다. 재벌의 행태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며 개혁의 목소리를 높여 왔던 그가 적폐청산 대상에 재벌을 넣은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검찰’ 수장에 임명됐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의 경제는 4대 그룹으로의 경제력 집중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 5년간 30대 그룹의 자산은 쪼그라들었으나 유독 4대 그룹은 자산총액이 30% 이상 증가했다. 재벌이라고 해서 같은 재벌이 아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재벌 간에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김 위원장 말대로 대규모 기업집단(재벌)은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소수 몇 개 그룹으로 경제력이 집중된다면 한국 경제의 활력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건강한 기업 생태계 조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력 집중에 법 위반이나 하자가 없는지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 공정위의 존립 근거는 다름 아닌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이다. 공정위가 현재 45개 그룹의 내부 거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법 위반 행위가 발견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직권조사를 통해 철저히 대응할 것”이라는 김 위원장의 경고가 단순한 엄포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김상조 효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가맹점과 계약할 때 위법 의혹이 불거진 BBQ는 통닭 값 인상을 철회했다. ‘법을 지키라’는 시그널에 백기투항한 것이다.

칼집만 빼고도 효과가 있다면 굳이 칼을 꺼내 휘두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김상조 공정위’가 재계에 던진 화두는 다름 아닌 현행법 준수 명령이다. 이 단순한 화두가 재벌개혁의 시작이자 끝인 셈이다. 이제는 더이상 불법과 편법에 따른 부의 증식이 용납되지 않고 가능하지도 않을 것으로 믿는다. 그렇지만 김상조식 개혁이 기존의 시장 논리를 침해하거나 위축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재계가 과감한 메스에 부담을 느끼는 것도 이런 이유다. 먼 길 혼자 가기 어렵듯 개혁은 함께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4대 그룹 총수와 만나 흉금을 터놓고 협의하길 바란다.



[중앙일보]

6. 홍준표, 막말에 발뺌 말고 떳떳하게 책임져라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19일 "제가 어제 한 얘기는 중앙일보나 JTBC에 대한 내용은 한마디도 없었다"고 발뺌했다. 그는 하루 전인 18일 7·3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면서 "신문 갖다 바치고, 방송 갖다 바치고, 조카 구속시키고 겨우 얻은 자리가 청와대 특보 자리"라는 막말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중앙일보가 이 발언에 대해 법적 대응방침을 밝히자 홍 전 지사는 하루 만에 “왜 대한민국의 1등 언론이 사주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지탄을 받느냐. 오늘 마침 (특보직에서) 사퇴를 하려고 하던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엉뚱하게 말을 돌렸다.

홍 전 지사의 행태는 정치판에서 흔한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막말을 퍼부은 뒤 뒷감당이 안 되자 치사하게 빠져나가려는 술책이나 다름없다. 그는 "신문을 갖다 바쳤다"고 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중앙일보에 대한 모함이다. 홍 전 지사는 그동안 중앙일보가 문재인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선후보를 편든 게 무엇인지부터 밝혀야 한다. 중앙일보는 대선 과정 내내 엄정 중립을 지켰으며 오히려 당시 문 후보로부터 직접 제소를 당한 언론사도 중앙일보였다.

우리는 어제 홍 전 지사에게 주어와 목적어부터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한 바 있다. 그의 막말이 중앙일보,JTBC, 홍석현 전 회장을 겨냥했음은 초등학생 정도의 독해력만 갖춰도 다 안다. 그는 그런데도 "중앙일보나 JTBC에 대한 내용은 한마디도 없었다"고 우기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홍 전 지사는 자신의 정치적 비중에 맞게 처신해야 한다. 그는 한 달 보름여 전 대선에서 차점으로 낙선했다. 지금은 의석 107석을 거느린 제1야당 대표에 도전하는, 적어도 이 땅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힐 비중 있는 정치인이다. 그렇다면 주어와 목적어를 감추거나 비겁하게 발뺌하기보다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막말을 취소하고 사과하는 게 도리다. 그는 ‘웰빙 보수를 혁신하고 재건하겠다’고 외치기에 앞서 자신의 퇴행적인 막말 정치부터 바로잡는 게 예의가 아닐까 싶다. 



[매일경제]

7. 8년만에 열린 전국판사회의, 사법부 정치화를 염려한다

사법개혁을 논의하기 위해 19일 '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8년 만에 열렸다. 2003년 대법관 제청 파문과 2009년 신영철 당시 대법관의 촛불집회 관련 재판개입 논란이 벌어졌을 때에 이어 전국 판사회의로는 역대 세 번째다. 재판은 공정하게 진행하는 것 못지않게 공정하다고 받아들여지도록 신뢰 기반을 구축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번 판사회의는 그런 점에서 몇 가지 걱정스러운 요소도 안고 있다. 법원이 정치적인 영향을 받아 분열·갈등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법원 내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추진하던 법관 인사개혁 관련 학술행사를 법원행정처가 축소하도록 외압을 행사한 의혹 탓에 촉발됐다. 여기에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까지 추가돼 법원 진상조사위원회가 조사를 벌였지만 논란은 해소되지 않았다. 결국 양승태 대법원장 약속으로 이번 회의가 마련됐으니 사법부 개혁에 대한 열망과 기대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법조계에서는 '재판 안 하는 판사와 수사 안 하는 검사가 잘나간다'는 속설이 나돌 정도로 법원·검찰조직 관료화가 문제로 지적돼 왔다. 어떤 형태로든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사법행정·인사권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크다. 그러나 이번 회의는 공교롭게도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열렸다.



​회의 주도자와 참석자에 진보 성향 판사들이 다수다. 참가자들의 대표성, 회의 진행의 민주성에 대한 논란과 함께 정치적 영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그러잖아도 이번 사태 촉발에 앞장섰던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지난달 사표를 제출한 뒤 이틀 만에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를 임명하면서 청와대는 "대법원장 권한 분산, 법관 독립성 등 사법제도 개혁에 의지가 남다르다"고 평가해 삼권분립에 관한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 한국의 사법 신뢰도는 34개국 중 33위에 불과할 정도이니 사법부 신뢰를 높이기 위한 성장통은 불가피하다. 그렇다 해도 이번 회의에서 논의한 판사회의 상설화는 '판사 노조'로 비칠 수 있고 판사 블랙리스트 재조사 권한을 달라는 것은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정권이 바뀌자 특정 성향 판사들이 나서서 사법부를 흔든다는 인식을 줘서는 안 될 일이다. 그것은 사법부 신뢰를 더 추락하게 만들 뿐이다.



[한국일보]

8.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자연보호 생각하면 신중해야

설악산 오색약수터 케이블카 사업이 최근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행심위)의 사업 허가 결정과 이에 반발한 문화재위원 사퇴로 다시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강원 양양군 남설악 오색약수터에서 시작해 해발 1,480m 지점까지 3,500m에 이르는 케이블카 설치하려는 계획은 지난 십수 년간 여러 차례 구상됐으나 환경 훼손 가능성 때문에 불허됐다.



보완을 거듭해 수정된 양양군의 케이블카 설치 계획은 이 지역이 천연보호구역이며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이어서 거쳐야 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에서 결국 부결됐다. 이 결정을 행심위가 ‘문화재 활용’에 방점을 찍어 뒤집은 것이다.

산악이나 해양의 케이블카 설치 사업은 일률적으로 옳다 그르다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관광사업으로 개발을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사업 계획을 자연보호 논리만으로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무분별한 개발 사업을 허용해서도 안 된다. 관광 수익을 노리고 개발된 국내 20개 케이블카에서 수익이 나오는 곳이 고작 3개 정도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케이블카 설치는 결국 사업 지역별로 환경 문제와 기대 가능한 수익을 면밀히 검토해서 판단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다만 오색약수터 사업 논란을 두고는 강조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이 갈등은 근본적으로 자연보호냐 개발을 통한 경제이익이냐라는 가치가 상충하면서 벌어진 것이고, 설악산의 경우 해외에서도 케이블카 설치 사례가 전무한 천연보호구역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 논란은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존중하고 확대해 가야 하는가라는 판단과 무관하지 않다.

설악산에 이어 전국에서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거나 검토하는 지역이 30여곳에 이른다는 점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케이블카 사업은 지리산 소백산 치악산 속리산 등 국립공원지역에서만 10곳이 거론되고 있다. 모든 지역이 오색약수터처럼 엄격한 환경보호가 필요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행심위 판단처럼 자연문화재 활용에 방점을 둘 경우 사업 허가의 문턱이 전체적으로 낮아질 게 우려된다.

향후 설악산 오색약수터 케이블카 사업은 문화재위원회나 행심위 결정과는 별개로 환경부의 결정을 남겨 두고 있다. 지난해 양양군의 환경영향평가 신청에 원주지방환경청이 수차례 보완을 요구했고 군이 보완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최종 결정이 나지 않은 상태다. 결국 사업 최종 결정의 열쇠를 환경부가 쥐고 있다는 이야기다. 새 정부의 환경부가 지혜로운 판단으로 이 오랜 갈등을 해결해 갈 실마리를 풀어 주길 기대한다.



[한국경제]

9. 통신비 낮추는 길은 시장경쟁 활성화뿐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보고 받는 회차가 늘어날수록 정부의 통신비 개입 강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미래부가 네 번째 국정기획위 보고에서 관련 고시를 개정해 현재 20%인 선택약정할인율을 25%로 높이는 방안 등을 들고나온 게 그렇다. 요금인가제 폐지 등을 말하던 미래부가 국정기획위의 통신비 압박을 기회로 오히려 규제 권한을 더 키우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택약정할인은 2014년 10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과 함께 도입된 것으로 소비자가 단말기 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약정기간 통신비를 할인받는 제도다. 미래부는 단통법 도입 후 비판이 거세지자 선택약정할인율을 크게 올린 바 있다. 사업자들에 요금 인하를 사실상 강제하는 조치였다.

하지만 지금은 단통법의 지원금 상한 폐지가 거론되는 마당이다. 선택약정할인 역시 통신사 자율에 맡기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미래부는 기본료 폐지를 압박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비판이 비등하자 선택약정할인율을 더 높이는 데서 출구를 찾으려고 한다. 미래부는 고시만 개정하면 된다고 판단한 모양이지만, 고시 자체가 가격을 통제하는 월권 논란을 안고 있다. 더구나 정부가 이런 식으로 요금 인하를 강제하면 통신비는 사업자가 아니라 미래부 장관이 결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없어질지 모른다던 미래부가 국정기획위의 통신비 압박을 계기로 조직과 규제 측면에서 한껏 세(勢)를 불릴 기회를 포착한 형국이다.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에 보편적 요금제 등 일련의 통신비 인하 방안이 정부가 직접 통신요금을 설계하는 쪽으로 향하고 있는 게 그렇다. 나아가 이를 위한 입법을 국회에 압박하는 모양새 아닌가.

하지만 단통법에서 보듯 정부의 인위적인 통신비 개입은 또 다른 규제를 부를 뿐 성공한 적이 없다. 당장 와닿는 통신비 인하 방안일수록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하거나 ‘풍선효과’로 귀결된다는 점도 그동안의 교훈이다. 경쟁 활성화 말고는 통신비를 인하할 다른 방도가 없다.



[서울경제]

10. "좋은 일자리 만들려면 4차 산업혁명에 승부 걸어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신산업을 적극 육성함으로써 고용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속 가능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자면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성장 산업을 발굴함으로써 새로운 고용을 일으키는 틈새시장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경제신문이 1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일자리 희망포럼’에서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이야말로 양질의 일자리를 대량 창출할 수 있는 보고라면서 선진국에 뒤처진 글로벌 경쟁력을 서둘러 따라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의 최대 과제인 일자리나 경제활력도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더 좋은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인식 변화를 주문한 셈이다.



최영기 한림대 교수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새로운 노동규범과 사회보험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며 일자리 강국의 혁신전략을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포럼에서는 또 산업현장의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고용정책이 절실하다면서 이를 위해 민간의 창의성을 키우고 서비스 산업에 대한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일자리와 성장이 함께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4차 산업혁명의 강자로 올라서자면 민간이 주도하고 경제활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마침 일자리위원회와 경영계가 처음 회동해 신산업 육성과 고용시장 개선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온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는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1호 개혁’으로 노동시장 유연화에 나서기로 했다. 임금과 노동시간 등 근로 방식을 바꿔 일자리를 새로 만들겠다는 것이어서 엇비슷한 처지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자리 문제는 사회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고차원 방정식이다. 대책의 실효성을 따지고 단계별·부문별 실행계획을 마련해 끈질기게 추진해야만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전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주요신문칼럼



1. [뉴시스][정문재의 크로스로드] 철학자를 살해한 시민

정문재 부국장 겸 미래전략부장 = 칠순(七旬)의 철학자가 법정에 섰다. 그는 반(反)국가 범죄를 저질렀다. 최악의 경우 사형선고도 가능했다. 그는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침착한 어조로 스스로를 변론했다. 논리는 완벽했지만 호소력은 떨어졌다. 

재판정의 분위기는 처음부터 불리한 쪽으로 흘러갔다. 그의 인상부터 호감을 심어주는데 실패했다. 작달막한 몸매에 배까지 불룩 나왔고, 입술은 두껍고, 코는 납작했다. 사람들은 "순수한 영혼은 외모도 뛰어나다"고 믿었다. 생김새만으로도 그는 유죄 판결을 받기에 충분했다. 

죄인의 이름은 소크라테스였다. 시인 멜레토스는 BC399년 5월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의 신(神)을 거부하고,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고 고발했다. 아테네에서 신을 거부한다는 것은 국가를 부정하는 짓이었다. 

아테네 시민들은 신이 세상 곳곳에 깃들어 있다고 여겼다. 일종의 범신론(汎神論)이 아테네를 지배했다. 과두정에서 민주정으로 바뀌어도 이런 믿음은 그대로였다. 아테네 사람들은 관행이나 전통을 깨트리는 것을 금기시했다. 신의 뜻을 거스르는 짓이기 때문이다. 

민주적 절차도 신의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아테네 민주정은 추첨을 통해 공직자를 선출했다. 시민들은 추첨 결과는 곧 신의 섭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추첨제도를 통렬히 비판했다. 그는 "추첨을 통해 선원이나 건축가, 또는 플루트 연주자를 뽑지 않는다"며 추첨을 통한 공직자 선출을 비웃었다.

많은 배심원들이 법정에 들어서기 전부터 유죄를 확신했다. 아테네에서 신성모독은 공동체에 대한 위협을 의미했다. 누군가 신을 모욕하면 그는 물론 주위의 다른 사람들도 가혹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믿었다. 

시기도 소크라테스에게 불리했다. 아테네는 BC 404년 숙적 스파르타에 무릎을 꿇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28년 만에 막을 내렸다. 아테네는 굴욕적인 조건으로 스파르타에 항복했다. 아테네 시민들은 치욕과 좌절의 계절을 맞았다. 종전 직전까지 스파르타의 후진성을 마음껏 비웃다가 이제는 스파르타에게 자비를 구걸했다. 

아테네 시민들은 희생양을 찾았다. 소크라테스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몇 해 전 그는 아테네 시민들의 요구를 정면 거부했다. 철학자이기 앞서 상식을 갖춘 사람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였기 때문이다.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BC 406년 에게해 제해권을 놓고 아르기누사이 제도에서 한판 승부를 펼쳤다. 전투는 아테네의 승리로 끝났다. 전투가 끝날 무렵 폭풍우가 휘몰아쳤다. 악천후로 사상자 수습은 불가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병들의 시신이 아테네 바닷가로 떠내려왔다. 

6명의 제독이 직무태만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소크라테스는 배심원 평의회 의장 자격으로 재판을 진행했다. 물론 추첨을 통해 의장으로 뽑혔다. 시민들은 인민재판을 요구했지만 소크라테스는 '불법'이라며 거부했다. 시민들이 반역죄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했지만 소크라테스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시민들은 결국 다른 사람을 의장으로 내세워 6명의 제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아테네 시민들은 재판에서 소크라테스가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자신들의 진실을 확신했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의 공적(公敵)으로서 제거되는 게 마땅했다. 

확신은 예리한 칼과 같다. 확신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 지신의 믿음을 고집한다. 반대나 비판을 수용하지 않는다. 다른 목소리를 무시하고, 봉쇄한다. 그것이 '틀렸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물리력을 동원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확신은 편견의 다른 이름이다. 소크라테스가 죽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테네 시민들은 자신들의 확신을 한탄했다. 확신은 편견으로 드러났다. 그래서 이들은 소크라테스를 목 놓아 애도했다. 

고대 그리스시대처럼 지금도 확신이 공동체를 위협하고 있다. 나만이 진실이자 선(善)이라며 상대를 제압하려고 한다. 욕설과 노골적인 위협마저 '표현의 자유'로 정당화한다. 내 편에게 불리하면 객관적이고 정당한 인사 검증 자료조차 '불법 수집 자료'로 낙인을 찍는다. 문자폭탄을 통해 온갖 험한 말을 늘어놓고도 당연한 권리 행사로 여긴다. 

다른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도 동료 시민이다. 이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공동체의 구성원이다. 존중하고,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야 한다. 확신은 갖더라도 표현은 신중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증오와 반목만 확대 재생산될 뿐이다. 이러다가 시민들이 철학자를 죽이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2. [머니투데이][정유신의 China Story] 대륙의 새 먹거리 양로산업

유엔 조사에 따르면 중국은 2015년 기준 60세 이상 인구가 2억명이 넘고, 65세 이상도 1.3억명이다. 또 이중 몸이 불편한 양로대상자는 약 4063만명으로 60세 이상 고령자의 18%. 특히 알츠하이머환자는 무려 1350만명으로 세계 알츠하이머 총환자 수의 25%나 된다고 한다. 4명 중 1명이 중국 알츠하이머환자란 얘기다. 따라서 고령사회를 경험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중국 양로산업은 꽤 많은 비즈니스 찬스가 기대되는 시장인 셈이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양로에 대한 니즈는 많아도 당장 뛰어들기에는 체크할 점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첫째, 양로보험 등 사회보장제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현재 베이징, 상하이 등 일부 대도시에선 양로보험제가 시행되곤 있다. 하지만 대상자가 제한적이다. 양로보험의 재원이 되고 있는 ‘도시근로자 기본 의료보험’의 대상자, 즉 도시호적을 가진 근로자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현재 ‘도시근로자 기본 의료보험’ 가입자는 2.9억명으로 총인구의 20%. 따라서 나머지 80%를 구성하는 도시의 농민공과 농민의 대부분은 양로보험 혜택에서 제외돼 있다.

둘째, 중국의 웨이푸센라오, 즉 ‘부유해지기 전에 늙는 현상’도 체크할 점이다. 이는 1인당 연소득이 1045위안(약 770만원)으로 높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 사회가 고령화된 걸 빗댄 말이다. 중국 정부가 골치를 썩는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인데, 특히 현재 고령자들은 문화혁명 때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 소득이 더 낮다고 한다.



2015년 중국 고령자 생활조사에 따르면 도시고령자의 평균 연간소득은 2만3900위안(약 430만원), 농촌은 7620위안(약 137만원). 60세 이상 고령자 중 사회보장연금을 받는 비율은 28.5%로 매우 낮다. 그만큼 고령자 자체 수입으론 생활도 만만치 않고 따라서 40% 이상은 가족에 의한 부양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셋째, 고령자의 재택 양로서비스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는 점이다.



2016년 발표된 베이징 재택 양로서비스 리포트에 따르면 ‘재택 양로서비스나 목욕간호’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이 절반 이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중국 양로산업은 갈수록 비즈니스 찬스가 커질 것이라는 게 대다수 의견이다. 우선 중국 정부의 양로산업 육성에 대한 정책의지가 명확하다. 중국 국무원은 해외투자자들의 양로기관 설립을 장려하고 2020년엔 양로서비스 시장을 전면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다른 산업의 시장개방 때와 마찬가지로 개방과 함께 시장화, 즉 가격결정 시스템 개선, 행정심사절차 간소화 등도 빠르게 추진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가 성공사례로 자랑하는 인터넷플러스와 양로서비스를 결합해서 다양한 상품 개발을 유도할 것이라고 한다. 예컨대 노인 맞춤형 스마트상품, 헬스 웨어러블 디바이스, 헬스케어앱 등이 그것이다. 또한 30년 가까이 지속된 중국의 1가구1자녀 정책도 양로산업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분석됐다. 1가구1자녀 정책의 결과 부부 2명이 부양해야 할 노인은 양가부모 4명으로 부부 2명이 집에서 부양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워 산업화를 촉진할 것이란 얘기다. 

그럼 비즈니스는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을까.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춰지고 시장개방이 본격화할 때까진 첫째, 고수입 고령자(high-end)를 겨냥한 타깃 비즈니스 전개가 중요하다. 실제 성공사례를 봐도 대부분 하이엔드를 겨냥한 노인홈 운영이기 때문이다.



상하이의 한 미국계 노인홈에선 월 시설이용료 1만4000~1만6000위안(약 250만~290만원)의 고가라도 수요초과가 2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인기요인은 노인을 위한 각종 시설이 완비돼 있을 뿐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가 늘 대기 중이며 기본 의료보험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둘째, 가격이나 시설뿐 아니라 이노베이션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얘기했듯 중국은 인터넷, 모바일 기반이 잘 발달했다. 각종 단말기로 이용할 수 있는 양로서비스 앱을 개발할 경우 고령자 본인은 물론 이들의 가족들로부터도 높은 관심과 수요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3. [동아일보][횡설수설] 분노조절장애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 2001년 개봉한 영화 ‘친구’에서 교사가 고교생 주인공 동수와 준석을 패면서 던진 질문이다. 동수 부친은 장의사이고 준석 아버지는 전직 조폭 보스. 둘 다 선뜻 입 밖으로 꺼내지 않자 돌아온 무차별 매질. 동수는 순순히 받아들이지만 준석은 넘어진 채로 발길질까지 당하자 벌떡 일어나 교사와 한판 붙으려고 한다. 학생들에게 화풀이하듯 마구 주먹질하는 교사와 그래도 마지막엔 꾹 참는 준석. 누가 분노조절장애인지는 답이 나와 있다.

화를 참지 못하는 것은 생물학적 요인 탓일 수도, 사회생활하면서 겪는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나 불만 탓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그 결과는 예상하지 못한 범죄일 때가 있다. ‘묻지 마 범죄’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이 2003년 무렵이었다. 2014년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범죄자 총 174만여 명 중 우발적 범죄자가 15.5%(27만여 명)로 가장 많았다. 2009년 이후 해마다 분노범죄 발생건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경찰은 우려한다.

인터넷 수리기사 피살이나 외벽 도색작업자의 밧줄을 끊은 천인공노할 범죄, 지도교수를 상대로 한 사제폭탄 테러 등 최근 연이어 발생한 사건들은 모두 분노조절장애 범죄로 분류할 수 있다. 친절을 강조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늘어나면서 감정노동에 시달리다 끝내 폭발하는 사례들도 종종 일어난다. 피해자들은 대체로 사회적 약자이자 어려운 집안의 가장들이다. 강자가 여성 노약자 어린이 등 만만한 상대에게 해코지를 한다.

2013년 충북 청주에서 전 복싱 국가대표 선수가 ‘주먹이 운다’ 이벤트를 시작했다. 누구든 1만 원을 내면 왕년의 복싱선수를 마음껏 때릴 수 있었다. 흥부처럼 매품을 판 것이다. 수익금은 주변의 불우이웃을 돕는 데 썼다. 화도 풀고 남도 돕는 일석이조의 기획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회성 행사로는 분노지수를 낮출 수 없다. 분노를 촉발하는 불합리한 사회구조는 정치가 개선해야 한다. 그런데 정치권은 서로 싸우기에 바빠 국민의 분노를 달래줄 겨를이 없다. 화가 난다.



4. [서울신문][남순건의 과학의 눈] 천재과학자 이휘소, 그를 만나고 싶다

한국 출신 최고의 과학자는 과연 누구일까. 필자는 한 명의 이름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이휘소. 2015년 우리나라 첫 과학자 우표에 실린 그는 1935년생으로 여전히 우리 곁에 있었을 수도 있지만, 불행하게도 1977년 6월 16일 교통사고로 42세에 생을 마쳤다. 그의 연구기간은 20년도 안 되지만 그는 입자물리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업적을 남겼다. 우주 기원 이해에 필수인 표준모형을 완성하는 데 없어선 안 될 게이지 이론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 중 노벨상을 수상한 이들도 많다. 2013년 힉스와 앙글레는 한 입자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이 입자를 힉스 입자라 이름 붙인 주인공이 이들과 입자물리학계에서 함께 활동했던 이 박사다. 이 박사는 1979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와인버그와 함께 1977년에는 암흑물질의 질량 최소값을 추정하는 계산을 했다. 이 방법은 아직도 사용되고 있다.



이 박사는 한국 태생이지만 미국 국적을 취득하고 중국계 부인과 결혼했기 때문인지 국내에서 그의 흔적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그의 제자였던 고(故) 강주상 고려대 교수가 쓴 ‘이휘소 평전’을 통해 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는 어린 시절 부모가 모두 의사인 집안에서 유복하게 자랐다. 대학에서 의욕적인 젊은 교수를 만났고, 한국을 돕던 미국의 유학프로그램 덕에 미국에서 대학 공부를 다시 할 수 있었다. 가장 훌륭한 수리물리학 교과서 저자인 아프켄이 그가 다니던 오하이오 마이애미대 교수로 부임해 좋은 강의도 들을 수 있었다.

피츠버그대학원에서도 출중한 능력을 드러낸 그가 펜실베이니아대로 옮기려 하자 일부 교수들이 그를 붙잡았다. 펜실베이니아대 출신의 젊은 교수가 그의 전학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펜실베이니아대 물리학과에서도 매우 유연하게 전학하도록 해 주었다. 필자도 대학원장이라는 직책을 수행해 봤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제도들이 매우 경직돼 있어 좋은 학생이 시의적절하게 교육을 받기 어렵다.

그에게 최대의 행운은 그가 박사학위를 받았을 때가 입자물리학 분야의 전성기였다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입자들이 발견되고 이론적 발전이 비약적으로 일어났다. 소련의 인공위성 발사로 놀란 미국이 과학 전반을 개혁하고 대학마다 좋은 물리학 교수진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했다. 물론 이런 환경이 제공된다고 저절로 이 박사 같은 업적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가장 어려운 문제에 도전해 남보다 먼저 해결하는, 이런 일을 감당할 능력이 있었다.

사실 이 정도의 물리학자가 있는 다른 나라는 그를 기리는 사업과 이름을 딴 연구소를 만드는 것을 당연시한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일부 물리학자들의 노력으로 그의 생과 업적을 살피는 일이 간간이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특히 그와 같이 입자물리학에 뜻을 둔 젊은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활동은 매우 적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출중한 인물들이 마음껏 기회를 잡고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그의 이름을 딴 물리학연구소 하나쯤은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론물리연구소 설립은 큰 재원 없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정부가 하지 못하더라도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도 많다.



캐나다 최고의 이론물리연구소인 페리메타 연구소는 블랙베리로 큰돈을 번 라자리디스가 1999년 만들었다. 2000년 설립된 카블리 재단은 전 세계에 기초과학 특히 이론물리학과 천체물리학 연구소들을 세우고 운영비를 대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도 카블리 연구소가 있다. 이런 연구소가 조속히 한국에 설립돼야 한다. 오로지 젊은 세대의 장래를 위한 연구소여야 한다. 이 박사가 생전에 한국의 젊은 과학도들에게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많이 고민했던 것처럼 그의 뜻을 살리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연구소여야 할 것이다.



5.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피에호프스키 

나치 독일의 강제수용소에서도 적잖은 탈출 시도가 있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경우 공식적으로 모두 802명이 탈출을 시도했다. 그들은 SS친위대 군인의 총을 빼앗아 저항 끝에 사살되기도 했고, 변장을 시도하기도 했다. 울타리를 벗어난 이들은 대부분 반나절, 길게는 몇 달 내에 다시 체포돼 총살형을 당했다. 탈출에 성공한 이는 모두 144명. 331명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

1942년 6월 20일 가장 극적이고 과감한 탈출이 감행됐다. 폴란드인 카지미에시 피에호프스키(Kazimierz Piechowski, 1919~)는 우크라이나 출신 유지니우츠 벤데라(Eugeniusz Bendera, 1906~1988) 등 3명과 함께 친위대 장교복을 입고 수용소장이 타던 슈타이어(Steyr 220) 승용차로 ‘Arbeit Macht Frei, 노동이 그대를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문구가 새겨진 아우슈비츠 제1수용소 정문을 당당히 통과했다.



당시 그들에게는 물론 통행증이 없었지만, 정문 보초병들은 그들이 익히 아는 차와 피에호프스키의 호통- “(빨리) 열지 않으면 몸을 열어주겠다!(Open up orI’ll open you up!)”고 했다고 한다-에 눌려 차단봉을 올렸다. 그들이 선택한 승용차는 최고 가속력을 자랑하던 최신ㆍ최고급 승용차였지만, 중요한 건 속력이 아니라 위용이었고, 그들의 기지와 배짱이었다.

폴란드 드체프(Tczew) 출신 23세 청년 피에호프스키는 자신이 10살 무렵 가입해 익힌 ‘보이스카우트’ 정신이 저 모든 것을 이룬 동력이었다고 훗날 말했다. 갓 독립한 조국의 청소년단체가 회원들에게 고취한 독립심과 애국심, 단결과 용기. 전쟁은 9년 뒤 발발했고, 그의 마을은 4일 만에 점령 당했다. 그는 간신히 도피했지만 헝가리 국경 근처에서 체포돼 8개월간 여러 감옥을 거친 뒤 갓 문을 연 아우슈비츠로 이송됐다. 아우슈비츠의 첫 수감자는 유대인이 아닌 폴란드 정치범들이었다.

그의 유창한 독일어 능력이 큰 도움이 됐다. 만 2년의 수감생활 동안 그는 언어 능력 덕에 시신 운반과 창고 관리 등 다양한 업무에 투입됐다. 벤데라를 만나 친구가 된 것도 그 과정에서였다. 벤데라가 다음 처형자 명단에 포함된 것을 알게 된 그는 탈출을 결심, 쓰레기 처리반으로 위장해 울타리를 벗어난 뒤 창고에서 장교복과 무기, 차량을 훔쳐 탈출을 감행했다.

피에호프스키는 우크라이나를 거쳐 폴란드로 다시 잠입, 폴란드국방군 파르티잔으로 활약했고, 종전 후 공산 폴란드에서 국방군 경력이 문제가 돼 다시 7년간 옥살이를 했다. 33세에 출옥해 기술자로 살았고, 동구 민주화 후 두 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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