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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15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동남권 신공항, 승복 약속이 먼저다

동남권 신공항의 입지선정 발표가 임박해 오면서 지역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현재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는 밀양과 가덕도를 중심으로 주변 지역 주민들 사이의 마찰이 그것이다. 입지선정 결과에 따라 불만이 뇌관처럼 터져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게 현지에서 전해지는 소식이다. 같은 영남권이면서도 지역개발 이해관계에 있어서는 서로 한 치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도라 여겨진다.


가덕도나 밀양이 모두 신공항 입지로서 나름대로 경제적 타당성을 지니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가덕도는 기존 김해공항과 연계해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며, 밀양은 주변 지역으로부터의 접근성 면에서 유리하다. 영남권에서도 부산 주민들이 가덕도를 지지하는 반면 대구·경북과 경남, 울산 등 여타 지역 주민들은 밀양을 지지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하지만 어느 한 곳은 탈락해야 하는 운명이고, 어느 쪽이든 탈락한다면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문제다. 신공항 건설계획이 다시 추진되면서 이미 지난해 1월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들이 심사 결과에 승복하기로 굳게 합의했으나 이러한 약속이 깨져버린 듯한 분위기라는 얘기다. 과도한 유치경쟁을 자제하자는 약속부터 일찌감치 물 건너간 마당이다.


여기에 정치인들까지 끼어들어 마찰을 조장하고 있다는 게 더욱 심각하다. 자기들의 정치생명이 지역적인 이해관계에 직접 영향을 받게 되므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하더라도 지켜야 할 한계가 있는 법이다. 자기 지역이 탈락할 경우 승복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는 것은 선동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는 국가 행정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고, 정치가 올바로 굴러갈 수 없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이번에는 계획대로 추진돼야 한다. 하지만 경제 논리에 따라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 지역 이기주의를 앞세운 무리한 여론 조성이나 선동은 폐해만 초래할 뿐이다. 무엇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그대로 따르겠다는 정치인 및 단체장들의 다짐이 필요하다. 심사 결과가 발표되고도 승복하지 않는다면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공항이 지역 불화의 상징이 돼서는 안 된다.

2. 안철수 대표가 리베이트 의혹 결단해야

국민의당이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 구차한 변명으로 일관하며 자꾸만 진흙탕으로 빠져드는 모습은 안타깝기만 하다. 국회 개원 초부터 국민들에게 실망만 안겨주는 꼴이다. 이 사건의 핵심은 두 가지다. 김수민 의원을 포함한 당 관계자들이 홍보대행업체 두 곳에서 2억 4000여만원을 리베이트로 받았느냐와 당선권인 비례대표 7번이 어떻게 만 30살도 안 된 정치 초년병에게 돌아갔느냐 하는 것이다.


국민의당 사활이 의혹의 투명한 해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의당은 “부정부패로 기소되면 곧바로 당원권을 정지한다”고 당헌에 ‘깨끗한 정치’를 못 박았다. 지난 총선에서 ‘녹색 바람’을 일으켰던 비결이기도 하다. 이미 박준영 의원 공천헌금 사건으로 망신을 톡톡히 산 터에 또다시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지면서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처하는 국민의당 태도는 여간 실망스럽지 않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김 의원 등을 검찰에 고발하자 혐의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다가 곧바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어뜨린 것부터가 그렇다. 국민의당 관계자들은 문제의 리베이트가 당으로 들어오지 않은 사실을 들어 “기소하면 검찰이 망신당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김 의원이 운영하던 디자인업체가 당과 허위 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텐가.


“전체 다 조사하고 투명하게 말씀드릴 것”이라던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말과 달리 진상조사단이 공천 과정은 조사대상에서 아예 배제한 것도 석연찮다. 국민의당은 공천을 신청하지도 않은 김 의원이 어떻게 비례대표 후보 명단 발표 당일에 7번에 끼었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개나 소나 다 하는 자리가 아니다. 일반 국민은 상상도 못할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혜택을 누리는 게 국회의원으로, 그만큼 막중한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국민의당 측은 “김 의원에 대한 전략 공천은 관행”이라고 둘러대고 있으나 동네 아이들에게 눈깔사탕 나눠 주듯이 국회의원을 아무나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몹쓸 행태야말로 국민의당이 퇴출시키겠다는 ‘낡은 정치 관행’의 전형이다. 안 대표가 진정 ‘깨끗한 정치’를 계속 추구할 생각이라면 더 이상 비겁한 변명 뒤에 숨어선 안 된다.

[서울신문]

3. 공공기관 구조조정, 부작응 꼼꼼히 시켜대처를

정부가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공공기관들에 대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가기로 했다. 지난해 사회간접자본(SOC)과 농림·수산 분야 등의 87개 공공기관에 대한 기능 조정에 이은 2단계 구조조정인 셈이다. 그동안 부실 공공기관들이 중복 투자와 적자 누적으로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돼 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강력한 실천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제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밝힌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의 골자는 중복기능 조정과 비핵심 업무 축소, 독과점 체제 해소다. 이를 위해 기초전력연구원 등 5개 기관이 통폐합되고 석탄공사와 광물자원공사는 단계적으로 구조조정된다. 이 밖에 29개 기관도 중복 기능과 비핵심 업무에 대한 조정과 축소, 민간 개방을 통해 업무와 기능이 다듬어진다.


특히 부실 누적과 독과점 폐해가 심각한 에너지 분야 공공기관들에 대한 수술 강도가 셀 전망이다. 지난해 감사원은 그동안 해외 자원 개발에 총 36조여원이 투입됐지만 성과가 미미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석유공사는 석유 사업에 21조원을 쏟아부었지만 9조원을 건지는 데 그쳤다. 가스공사는 10조원 이상을 투입해 2조원, 광물자원공사는 4조원 가까이 퍼부어 3000억원만 회수했다. 이를 고려하면 이들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늦은 감마저 있다. 이번 구조조정에서 석유공사는 부서의 23%, 인력 30%를 줄일 계획이다. 광물자원공사도 신규 채용을 중단하고 2020년까지 118명을 감축한다. 독과점 사업을 민간에 개방해 경쟁체제로 바꾸는 것도 이번 방안의 특징이다. 한전이 독점한 전력판매업, 가스공사의 가스 도입 및 도매업 등이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개방된다.


이번 기능 조정안은 제대로 실천만 하면 해당 공공기관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계속 지적돼 온 공공기관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다만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르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전력 판매의 민간 개방에 따른 전기료 인상, 기관 통폐합과 감원에 따른 노사갈등,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 자원개발 역량 저하 등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워크숍에서 “사전에 철저하게 보완 대책을 수립해 부작용을 최소화해 달라”고 주문한 것도 그 때문이다. 개혁은 규모가 크고 강도가 셀수록 반발과 부작용도 클 수밖에 없다. 정교하고 현실적인 보완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4. 한국 만만히 보는 폭스바겐에 소비자 힘 보여야

배출가스 조작 의혹을 받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이다. 회사 임원을 처음 소환한 검찰은 관계자를 피의자로 전환해 심도 있는 수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지금까지의 수사 내용만 봐도 폭스바겐을 대충 조사하고 넘겨서는 안 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검찰이 수입 차량을 압수해 살폈더니 배출가스 미인증 차량이 600대가 넘었다.


지난해 9월 배출가스 저감 장치가 조작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폭스바겐은 세계 경유차 파동의 진원지가 됐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리콜 등으로 발 빠르게 대처했으면서도 우리한테는 별 대책 없이 뭉개 왔다. 거기다 차량 성능 조작까지 일삼은 사실이 줄줄이 들통나고 있다. 우리를 만만히 보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폭스바겐은 2010년부터 최근까지 수십 건의 연비와 배출가스 시험 성적서를 조작해 환경부를 속였다. 2011년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 조작으로 질소산화물이 다량 배출된다는 사실이 적발되고서도 환경부의 리콜 요청마저 무시했다. 당시 국산 차들은 관련 부품을 모두 교체했으나 폭스바겐은 환경부가 요구한 서류조차 내놓지 않고 버텼다.


배출가스 저감 장치 조작이 들통난 뒤 폭스바겐은 유럽과 미국에서는 호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결함 차량 환불에다 미 법무부한테서는 100조원이 넘는 민사소송을 당했다. 그런데도 우리한테만은 유독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분통 터지는 일이지만 그 빌미를 우리 스스로 던져 준 측면도 크다. 배출가스 조작과 오만한 태도가 계속 말썽이었는데도 여전히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 자동차가 폭스바겐이다. 그런 데다 즉각 검찰에 고발하지도 못하며 미적댄 한국 정부가 무서울 리 없다. 이래저래 한국 시장은 ‘호갱’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뒤늦게 검찰에 고발한 환경부는 수사 과정을 구경만 해선 안 된다. 신차 인증 과정의 꼼수와 조작에 또 속아 넘어가지 않게 자존심을 걸고 단속해야 한다. 불법 조작이 발각돼도 차종별 매출액의 고작 3% 이내로 과징금 상한선을 정한 대기환경보전법으로는 어림도 없다. 미국에서는 위반 차 한 대당 3만 75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히 자동차가 아니라 대기환경의 문제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기업에는 판매 중지 처벌이 가능한 특단의 대책도 검토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5. '87년 체제' 극복할 개헌 공론화 필요하다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개헌론이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원식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공식으로 제기한 이후 정치권에서 서서히 논의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내년이면 30년을 맞는 이른바 ‘87년 체제’가 수명을 다했다는 공감대 속에서 여야 중진들은 물론 일부 대선 주자들까지 개헌론에 합세하는 형국이다. 개헌론을 둘러싼 기류는 복잡하다. 집권 후반기를 맞은 청와대는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고 집권 실세인 친박계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과 관련해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에 동조하는 기류가 있다. 야권은 ‘87년 헌법’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급변하는 시대적 흐름에 비효율적이라는 인식 속에서 개헌론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87년 체제는 대통령 직선제와 5년 단임제,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 폐지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제9차 개헌을 통해 출범했다. 당시 6월 항쟁 이후 독재 청산이란 시대 정신을 구현한 87년 체제 덕에 장기 집권이 봉쇄되고 국민에 의한 평화적 정권교체가 정착되는 등 성과도 많았다. 하지만 과도하게 대통령 일인에게 권력이 집중된 통치 시스템에서 정권을 쥐려는 여야의 극한적 대립에 국정은 늘 불안한 상태로 유지됐다.


대통령 임기 5년 내내 이어지는 청와대의 독주가 논란이 됐고 주요한 국가 정책은 후임 대통령이 고의로 단절시켜 5년 이상 지속하는 정책 자체가 손으로 꼽을 정도다. 이명박 정권 시절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던 자원외교나 녹색성장 정책이 현 정부 들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고도성장기에 만들어진 87년 체제와 전혀 다른 상황이다. 현재의 국가 시스템은 저성장과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등의 구조적 문제는 물론 갈수록 커지는 빈부 격차에도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양당 체제를 무너뜨린 4·13 총선 민의 저변에 새로운 국가 통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경고가 담겨 있다.


집권 후반기 여소야대로 재편된 정국에서 개헌론이 화두가 되면 국정 동력이 급격하게 약화돼 각종 국정 개혁과 민생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개헌과 관련해 핵심 쟁점인 권력구조 개편 방안과 시기 등을 놓고 정당별, 차기 대선 주자별로 입장 차가 큰 것도 사실이다. 자칫 청와대가 우려하는 ‘개헌 블랙홀’로 빠져들 개연성은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럼에도 국가 백년대계를 새롭게 세워야 한다는 논의 자체를 언제까지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개헌 논의도 골든타임이 있다. 대선 정국에 올인하기 전인 올해 말까지가 적기다. 우리 국민도 성숙한 민주주의를 체험했다. 정치권이 경제와 민생이라는 당면 국정 현안을 제쳐 놓고 개헌에 몰두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국회는 시급한 국정 현안을 정상적으로 논의하면서 한쪽에서 개헌특위 등을 통해 로드맵을 차분하게 만들어 가는 투 트랙 방식으로 진행하면 된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대에 맞춰 가장 효율적인 국가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더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동아일보]

6. “교육부 때문에 경쟁력 추락” 10대 사립大 총장 나섰다

서울지역 10개 주요 사립대 총장들이 13일 대학 발전을 위한 ‘미래대학포럼’을 출범시키는 자리에서 교육부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학생선발권을 틀어쥔 정부가 수시로 바꾸는 입시제도, 지원금을 무기 삼아 획일적으로 밀어붙이는 대학 구조조정이 대학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지금의 대학이 지금 이대로 학생들을 길러 인공지능(AI)과 겨룰 수 있겠느냐”며 “대학은 지금 바뀌지 않으면 도태되는 문명사적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통제와 간섭이 어떻게 대학의 발목을 잡고 있는지, 총장들이 앞다퉈 지적한 것을 보면 어떻게 여태 침묵할 수 있었는지 답답할 정도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양교육 강화’ ‘취업·창업 지원’ 등 정책 방향이 오락가락하고 재정지원도 달라져 수험생들뿐 아니라 대학들도 눈치작전을 편다고 총장들은 한탄을 했다. 그럼에도 2009년부터 계속된 등록금 인상 억제 정책과 정치권의 반값 등록금 공약에 대학 재정난이 심각해져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피해는 대학과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대학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장기적 안목으로 개혁을 밀고 나가야 하는데 교육부는 연 2조 원 규모의 재정지원 사업을 내걸고 수시로 정책 방향을 바꾸면서 좌파 정권 뺨치는 ‘대학 하향 평준화’ 정책을 펴고 있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등록금을 최대 3배까지 올릴 수 있게 한 대학 개혁으로 교육 경쟁력 제고의 길을 터준 것과 거의 정반대다.


물론 대학들도 반성할 점이 적지 않다. 해외 명문대들은 지식 공유를 위한 온라인 강좌(MOOC) 제공 등 대학 혁신에 전력을 쏟는 데 비해 한국의 교수들은 자기 전공이나 강의 지키기 등 기득권에 매몰돼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마침내 10대 사립대 총장들이 입을 연 것은 의미가 있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현행 대입 수시모집 제도의 일정 제한을 허물고 연중 상시 모집 형태로 바꾸는 등 자율 개혁에 나설 태세다. 정부가 행여 총장들의 쓴소리를 괘씸하게 여겨 온갖 구실로 대학에 불이익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교육부가 대학의 ‘갑’ 노릇을 하는 한 대학 개혁은 불가능하다. 다양성과 자율성에 대한 총장들의 요구를 교육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중앙일보]

7. 강남 아파트발 양극화, 놔두면 망국병된다

이달 들어 강남 부동산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주로 재건축 단지다. 개포에서 시작해 반포→압구정→목동→여의도까지 확산하고 있다. 자고 나면 1000만원씩 오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2주 만에 1억원, 한 달 새 3억원 넘게 오른 곳도 있다. 압구정동 신현대의 가장 작은 평형인 85㎡ 아파트 값은 두 달 전 14억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16억원으로 뛰었고 그나마 지금은 매물도 자취를 감췄다.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반포 주공아파트, 개포동 1단지 등도 비슷하다. 이미 투기 조짐이 뚜렷하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너무 올랐다”며 투자에 신중하라고 당부할 정도다.


경기는 가라앉고 있는데 강남 재건축 아파트만 평당 분양가가 5000만원까지 치솟는다는 건 도무지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당국은 팔짱을 낀 채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금융당국이 대출 동향을 점검하는 게 고작이다. 그러는 사이 지방과 강남 간 부동산 양극화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과열의 1차 원인은 초저금리다. 크게 늘어난 부동자금이 강남 재건축에 몰렸다. 하지만 정부가 시장을 왜곡한 책임도 크다. 직전 최경환 경제팀은 집값을 띄워 경기를 살리겠다며 규제를 무차별 풀었다. 전매제한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유예, 청약 1순위 요건 완화,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이어 재건축 주민동의 요건을 2분의 1 찬성으로 완화했다. 여기에 빚을 내 집을 살 수 있도록 가계대출 규제도 크게 완화해 줬다. 시장을 정상화하는 데 그쳤어야 하는데 과하게 약을 쓴 것이다. 재건축 시장으로 돈이 몰릴 여건이 차고 넘칠 정도였으니 이래 놓고도 시장이 과열이 안 되길 바라면 그게 비정상일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뒷짐을 진 채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혹여 지금껏 강남발 부동산 훈풍을 기대해 손 놓고 있다면 오산이다. 강남 재건축이 경기부양을 이끄는 시대는 지났다. 강남이 아무리 달궈진들 지방은 차갑다. 고령화·저출산 시대의 덫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전국 주택가격은 0.09% 올랐다. 강남을 빼면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강남 대 비강남의 부동산 양극화는 또 다른 불평등을 부를 수 있다. 토마 피케티의 주장대로 ‘자산에 의한 부의 대물림’을 부추겨 사회를 크게 갈라놓을 수도 있다. 강남과 비강남의 대립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은 피해야 한다.


시장의 혼탁과 투기 광풍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정부는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과열을 막아야 한다.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투기세력을 가려내는 것은 기본이다. 재건축 때 초과이익의 50%를 환수하는 초과이익 환수제나 분양가 상한제를 예외적으로 강남 아파트에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장기 과제인 강북 개발 등 대체재 개발도 서둘러야 한다. 질질 시간만 끌다가 타이밍을 놓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된다. 투자자들도 신중해야 한다. 경제가 안 좋고 지방 부동산은 다 시원찮은데 강남 아파트만 나 홀로 고공행진을 계속할 수는 없다.

8. 노조 파업하는 대우조선에 혈세 쏟아부을 순 없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이 어제 파업을 결의했다. 노조는 “일방적 구조조정 저지와 고용 보장을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85%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회사와 채권단이 내놓은 자구안에 대해 전면 거부를 선언한 것이다. 자구안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20년까지 인건비와 생산 능력을 30% 줄이고 방산부문을 떼내 모두 5조3000억원을 절감할 계획이다.


이번 파업 결의가 불법은 아니다. 지난해 경영진이 거액의 손실을 은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급작스러운 실업의 위협에 노출된 근로자들의 불안감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하지만 자구계획 자체를 반대하는 파업은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대우조선은 2000년 이후 모두 7조원이 넘는 공적자금과 국책은행 자금을 지원받았다. 앞으로도 수조원을 더 받아야 생존을 기약할 수 있다. 부채비율이 7300%에 이르고 지난해부터 수주가 사실상 끊긴 상태다. 인력과 임금, 생산 설비를 그대로 두고도 회사가 살아날 방법이 있는지 노조에 묻고 싶다.


노조보다 훨씬 황당하고 억울한 건 국민들이다. 아무 상관없는 회사인데도 ‘기간산업’이란 이유로 혈세를 부담해야 한다. 평균 7000만원대인 대우조선보다 적은 연봉과 복지 혜택을 누리는 사람이 낸 세금도 적지 않다. 노조의 파업 결의는 국민들에게 귀족노조의 밥그릇 지키기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더구나 대우조선 노조는 지난해 10월 4조2000억원을 지원받을 때 ‘쟁의행위를 하지 않겠다’ 는 동의서를 제출했다. 상황이 좀 더 어려워졌다고 말을 뒤집는 노조를 보며 누가 지원을 말할 수 있겠는가.


혈세는 공짜가 아니다. 대우조선을 꼭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고한 것도 아니다. 대우조선 노조는 엄중한 현실을 직시하고 파업 계획을 접어야 한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어제 “조선업 불황에 따른 경영위기를 노사가 합심해 극복하기 위해 올해 임단협을 회사에 전부 위임했다”고 발표했다. 그래도 생존이 쉽지 않은 게 조선업의 현실이다. 노조가 파업하는 대우조선에 혈세를 쏟아부을 순 없다.

[매일경제]

9. 금리인하發 `부동산 버블` 조짐 내버려둬선 안된다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 서울 개포·반포·압구정 등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한 달 새 1억원 이상 치솟았고 신규 아파트 분양가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잠실주공 5단지, 목동 신시가지 7단지 등은 부동산 시장이 최고점을 찍었던 2006~2007년 매매가격을 넘어섰다. 올해 분양한 강남 재건축단지가 3.3㎡당 4000만원 안팎의 높은 분양가에도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가자 재건축조합들은 앞다퉈 분양가를 올리고 있다. 용산구의 한남더힐은 3.3㎡당 8000만원에 분양에 나서 고분양가 논란이 일고 있다. 대출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아파트 분양시장에는 분양권거래로 한탕을 노린 떴다방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상반기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0.46%에 그쳐 정부는 안정세로 보고 있지만 강남 재건축과 청약시장 이상과열은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들이 부동산 시장으로 꾸준히 흘러든 탓이다. 게다가 분양가상한제 폐지, 전매제한 완화, 재건축 시 추가이익 환수 유예 등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각종 규제를 걷어낸 영향이 크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옥좼지만 청약시장 과열이라는 풍선 효과를 낳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달아오르는 부동산 시장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수 있어 걱정이다. 금리 인하 소식이 발표된 직후 수도권 모델하우스에는 방문객이 대거 몰렸다. 


경기가 바닥을 기고 있는데 부동산 시장만 활황세를 보이는 것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아파트값 상승 추세는 2006~2007년 부동산 과열기와 비슷하지만 경제성장률은 당시(5%대)의 절반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섣불리 빚을 내 추격매수를 했다가는 가격 조정기에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실거주자가 아니라면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지난해 분양이 48만가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해 내년 하반기부터 입주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버블 붕괴는 사회에 심각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국토교통부는 전문가들을 모아 고분양가 확산, 투기세력 기승, 월세로 인한 주거비 부담에 대해 논의했다고 하는데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서둘러 투기세력을 색출해야 할 뿐 아니라 집단대출 규제, 분양가 상한제 일시 부활까지 염두에 두고 시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또한 부동산뿐 아니라 금융부문에서도 새로운 투자처를 만들어내야 한다.

10. 민간까지 파고든 北 해킹,사이버테러방지법 재추진을

북한이 SK, 한진 등 국내 방위산업 관련 대기업들을 해킹해 F-15 전투기 날개 도면, 현재 개발 중인 무인정찰기 정보 등 4만여 건의 문서를 빼갔다고 한다. SK그룹 계열사 17곳, 한진그룹 계열사 10곳 등 무려 160여 개 업체와 기관이 1년7개월 동안 해킹에 노출됐고 4만2608건의 서류 중 2만6000여 건이 군(軍) 관련 정보였다고 하니 아찔하다. 이번 사건은 특정 보안업체의 프로그램을 쓰는 기업과 기관들이 모두 해킹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허술한 사이버 보안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대한항공 등 대형 방산기업들은 별도 전산망까지 깔아뒀지만 무용지물이었다. 특히 북한이 사용한 '유령 쥐(Ghost RAT)'라는 프로그램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원격 제어 오픈소스 프로그램으로 고차원의 정밀한 프로그램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속수무책으로 뚫렸으니 그동안 우리 기업들의 보안 의식 및 투자가 소홀했다는 방증이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해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대담해지는 추세다. 2009년 7월 청와대와 미국 재무부 사이트 해킹, 2011년 4월 농협 전산망 해킹, 2013년 3월 언론사 및 금융기관 전산망 해킹, 2015년 10월 우리 정부 외교·안보라인 주요 인사 수십 명의 스마트폰 해킹에 이르기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사이버 공격이 행해지고 있다. 북한이 실전 배치한 사이버 전사만 5000명이 넘는다고 하니 개별 기업 수준에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19대 국회에서 끝내 불발된 사이버테러방지법의 처리가 시급하다. 이 법은 민간에 일정 수준의 정보보안을 의무화하고 국가사이버안보센터를 신설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이버 공격은 금융, 철도, 전력, 통신 등을 일거에 마비시켜 대한민국 전체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북한 해킹을 단순한 보안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 차원의 문제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20대 국회는 9월 정기국회에서 제일 먼저 사이버테러방지법부터 처리하기 바란다.

주요 신문칼럼

1. [주간경향][편집실에서]싸우지 않고도 여성들이 이기는 방법

이번호 마감을 하루 앞둔 목요일 밤. 퇴근 버스에서 후배 여기자가 페이스북에 쓴 글을 읽는 순간 가슴이 멎는 듯했다. “깜깜하고 까마득한 기분… 살아있다는 생동이 아닌 살아남았다는 생존, 내게는 자연스럽지 않은 다른 세계의 감각이었다. …지난 몇 주간 동일하지는 않지만 비슷하게 이름 지을 수 있는 감각들이 무기력했고 슬펐고 무서웠다.” 공감의 표시로 ‘좋아요’를 어느 때보다도 꾹 눌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이것뿐이었다. 자괴감이 밀려들었다. 많은 여성들이 날마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악몽 속에 사는 동안 여성을 상대로 한 살인사건은 계속 일어나도 고작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다니. 그 직전에 또 다른 후배 여기자가 글을 올렸을 때도 같은 심정이었다. “내가 이 여교사였다면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먹먹하다.” 무기력함과 먹먹함. 그랬다. 약 한 달 전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사건으로 움츠러들 대로 움츠러든 여성들은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으로 아예 숨조차 쉴 수 없는 지경에 빠졌다.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으로 참담함이 극에 달했을 때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두 건의 글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나는 미국 스탠퍼드대학 유명 수영선수의 성폭행 사건이었다. 사건은 지난해 1월 일어났지만 법원 선고가 지난 4일 있었다. 이 사건이 주목을 받은 건 피해 여성이 법정에서 읽은 장문의 글 때문이었다. 사건 이후 모든 것을 잃은 그는 자신이 당한 상황과 심정을 담았다. 다른 하나는 25년 전 ‘데이트 강간(date rape)’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당사자가 당시의 상황을 회고하는 글이었다. 시사주간 <타임>은 1991년 6월 3일자에 피해자 얼굴을 싣고 ‘데이트 강간’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글을 읽는 것은 고통이자 고문이었다. 가해자의 뻔뻔함과 당당함에 분노가 일었다. 동시에 경외감도 들었다. 또 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해 자신이 당한 끔찍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두 여성의 용기 때문이었다.


강남역 사건 이후 여성에 대한 남성의 공격을 제대로 바라보려는 남성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여성들은 여전히 피해자로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여성들의 분노는 당연하다. 사건이 나기 직전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현실문화)라는 책을 봤다. 영국의 여성 참정권 운동을 벌인 에멀린 핑크허스트(1858~1928)의 자서전이었다. 핑크허스트는 참정권을 얻기 위해 폭력시위를 이끌었고, 이때 전투파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은 ‘서프러제트’라고 불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싸우지 않고는, 폭력에 호소하지 않고는, 심지어 목숨을 버리지 않고는 편견과 모멸과 무관심에 대항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100년이 지난 한국의 여성들 앞에는 깨부술 수 없는 견고한 편견과 무관심의 장벽이 놓여 있다.


25년 전 데이트 강간 피해 여성은 단호히 말한다. “아무도 내가 겪은 일을 겪게 해서는 안 된다.” 스탠퍼드대 사건의 피해 여성은 이렇게 당부했다. “싸움을 절대 멈추지 말라.” 강남역 사건 이후 여성들이 보여준 것은 싸우겠다는 용기나 다름없다. 정녕 싸우지 않고도 여성들이 이기는 방법은 없는 걸까. 남성들이 앞장선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남성들이 답할 차례다. 공감을 넘어 의견을 표출하고 행동으로 연대를 보여줄 때다. 여성들의 싸움을 멈추게 하는 길은 결국 남성들에게 달려 있다.

2. [동아일보][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충고를 해도 미래지향형이 유리하다옳

은 말이 항상 먹히는 것은 아니다. 피드백이 대표적이다. 상사의 입장에서 무엇이 잘 되었고 잘못되었는지 후배 직원에게 이야기하면 전자는 먹히지만 후자는 옳은 소리라는 건 알겠는데 몸과 마음에서 거부하게 된다. 성인이 되어 누군가에게 ‘지적질’을 당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방어심리가 있으니까.


세계 최고의 리더십 코치인 마셜 골드스미스는 피드백보다는 피드포워드(feedforward)를 활용해볼 것을 제안한다. 피드백은 자동차로 치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천장에 붙어 있는 뒷거울에 해당한다. 이는 후방, 즉 과거를 돌아보며 주는 평가이다. 피드포워드는 앞, 즉 미래에 더 잘하기 위한 조언을 구하거나 주는 행위이다. 피드백이 “제가 지난 1년 동안 어땠나요?”라고 묻는다면 피드포워드는 “제가 앞으로 1년 동안 좀 더 나은 과장 역할을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묻는다. 미래에 대한 조언을 주고받는 대화에서는 서로 방어적일 필요성이 매우 낮아진다. 자동차 운전을 하려면 뒤도 봐야 하지만 대부분 시선은 앞 유리창을 향해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피드백도 필요하지만 우리는 더 많은 피드포워드를 주고받을 필요가 있다. 


12월에 인사 평가가 있다고 치자. 대부분의 사람은 평가 시기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막판에 상사에게 잘 보이려고 한다. 전략을 바꿔보자. 1년의 절반 정도가 끝난 이 즈음 작년 말이나 올해 초 상사와 논의했던 연간 목표를 갖고 상사에게 차 한잔을 마시자고 하면서 먼저 피드포워드를 요청해보라.


“부장님, 올해도 절반이 지나갔는데요. 남아 있는 반년 동안 제가 어떤 점들을 신경 쓰면 좀 더 제 역할을 잘할 수 있을지 조언 부탁합니다.”


물론 지난 반년 동안의 피드백도 요청하는 것이 좋다. 피드백을 줄 때까지 기다리는 직원과 스스로 먼저 요청하는 직원은 상사의 입장에서는 다르게 인식하게 된다. 게다가 미래에 대한 피드포워드를 요청하는 직원에 대해서 상사는 남다르게 평가하지 않을까.


이 기회에 내가 일하고 있는 팀에서 회의 등을 할 때 과거에 대한 논의에 시간을 많이 쏟는지, 아니면 미래에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논의에 시간을 많이 쏟는지 생각해보자. 최근 만난 한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장은 부하 직원들에게 과거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대신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 빨리 보고하도록 하고, 격주로 열리는 회의에서는 향후 계획에 대해서만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고 했다.


선배가 부하 직원으로부터 듣는 피드백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자. 먼저 후배들이 주는 긍정적 피드백에 너무 취하지 말자. 이러한 긍정적 피드백의 상당수는 거짓이기도 하다. “후배 직원들이 내 농담에 웃는다고 절대로 네가 웃겼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조언은 인사권을 쥐고 있는 상사에게 누가 안 웃어 주고 좋은 소리 하지 않겠느냐는 뜻이다. 회의에서 발표를 마치고 나서 후배에게 “내 발표 어땠니?”라고 묻는 것은 후배 입장에서는 “나한테 좋은 소리 한 번 해봐”라고 요청하는 것과 똑같은 질문이다. 만약 정말 앞으로 발표 실력을 높이고 싶어서 후배에게 진심 어린 피드백을 받고 싶다면 질문의 타이밍과 프레임을 바꿔야 가능하다. 발표 후가 아니라 발표 전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오늘 내 발표 잘 들은 후 네가 보기에 내가 잘한 것 한 가지와 개선해야 할 것 한 가지씩 적어 두었다가 내게 알려줄래? 다음 달에 더 중요한 발표가 있는데, 잘하고 싶어서 말이지.” 이렇게 되면 나보다 나이 어리고 직책 낮은 후배라 하더라도 좀 더 편하게 진정 어린 조언을 해줄 수 있다.


내 고객 중 한 기업의 임원은 1년 동안 리더로서 자신이 개선하고 싶은 행동을 한 가지를 정한 뒤 매달 7명의 상사, 동료, 부하 직원에게 피드백과 피드포워드를 구한다. 얼마 전 반년이 지나 여러 사람의 평가를 받았을 때 자신에 대한 평가가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임원의 경우 피드백과 피드포워드를 요청해 이런 결과를 얻은 것이다. 연말에 인사 평가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지금쯤 차 한잔하며 피드포워드를 구해보는 것은 어떨까.

3. [서울신문][박형주 세상 속 수학] 미술 작품 위작 가려내기

요즘 미술 위작품 얘기를 부쩍 자주 접한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는 1991년 작가가 위작이라고 선언했지만 미술관 측은 진품이라고 믿고 있어서 분쟁 중이다. 이우환 화백의 경우는 반대여서 그가 진품이라고 믿는 작품 13개를 경찰은 모두 위작이라고 발표했다.


감정을 위해서는 먼저 전문가가 육안으로 원작자의 작품 기법이나 사용 재료의 특성 등을 면밀하게 분석한다. 원작자의 화풍이 시기에 따라 변해 온 이력을 꿰뚫어야 하는 건 기본이다. 제작 시기나 사용된 재료 등을 알아내기 위해 화학적 방식이나 엑스레이와 적외선 분석 등의 방법도 쓰인다. 제작된 시기의 안료나 도구가 쓰였는지도 꼼꼼히 점검한다. 드러난 그림 아래에 숨겨진 밑그림을 파악해 제작 시기의 상이함을 알아내기도 한다. 물론 위작자들도 허송세월하는 게 아니라서 이런 방식의 허점을 파악하고 이용한다. 점입가경이다.


모방작이 다 나쁜 것만도 아니라서 문외한에게 혼란을 더한다.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박물관은 모방작도 하나 보관하고 있다. 고흐 사망 2년 후에 제작된 이 모방작이 진품보다 더 고흐의 화풍을 잘 보여 주기 때문이다. 고흐가 재정적 궁핍함으로 인해 싸구려 물감을 사용하는 바람에 진품에서 주홍색이 변색됐지만 이 모방작은 그런 문제가 없어서 오히려 고흐의 스타일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위작 가려내기의 한계에 대해 획기적으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 건 놀랍게도 수학자였다. 2008년 미국의 방송 제작 업체인 노바는 고흐의 작품 6개를 제시하고 이 중에 숨어 있는 위작품 하나를 찾아내는 챌린지를 진행했다. 참가 팀들이 이에 도전하는 과정은 다큐로 제작돼 PBS에서 방송됐다. 노바는 이 챌린지를 위해 유명 화가인 샬로테 캐스퍼스를 초빙해 진짜와 같은 수준의 위작을 만들어 냈고, 참가 팀들은 이걸 찾아내야 했다.


당시 프린스턴대학의 수학자 잉그리드 도브시 교수가 이끄는 팀은 웨이블릿이라는 수학 이론을 무기로 이 챌린지에 참가했고 성공적으로 위작을 가려냈다. 지금은 듀크대에 재직 중인 도브시 교수는 한걸음 더 나가서 고흐 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다’는 모방작도 가려냈다.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 사이 화풍의 유사성을 측정해 화풍을 시기적으로 분류하는 작업까지 해냈다.


도브시 교수의 관점은 원작자는 자기 생각의 표현에 집중하지만, 위작자는 원작과 동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모사 과정에서 구체적인 선과 곡선을 그려 낼 때 눈에 보이지 않는 ‘주저함’이 숨어 있을 거라고 추정했다. 그녀는 이 주저함을 수학적으로 정량화해 찾아냈다. ‘모방작에 숨어 있는 주저함의 정도’를 추적하다니, 놀라운 관점의 전환 아닌가.


수학적으로는 그림을 표현하면서 윤곽과 상세 정보로 나누어 표현하는 것인데, 이 방식은 1990년대 초반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수억 개의 지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때 이미 사용했다. 현장에서 수거한 지문 하나를 보관 중인 수억 개와 어느 세월에 하나하나 대조한단 말인가. 큰 윤곽만 비교해 아예 다른 건 배제하면 비교 대상이 수백만 개로 준다는 아이디어로 FBI는 이 난제를 해결했다.


FBI의 지문 데이터베이스나 고흐의 위작품을 가려내는 수학은 단지 유용할 뿐 아니라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세간을 흔드는 미술품 위작 논란도 이제 수학의 힘을 빌려 보길 권한다.

4. [주간경향][주간 여적]인부와 대학생

‘등록금 벌려던 대학생 포함 4명 사망’. 2011년 7월 2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이마트 탄현점 기계실에서 냉동기 보수작업을 하던 노동자 4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언론들은 대부분 제2보를 이렇게 내보냈다. 제1보는 ‘이마트 탄현점 인부 4명 사망’이었다. ‘인부들의 죽음’은 보통 관심을 못 받지만 사고 장소가 국내 최대 유통업체 이마트여서 취재진이 몰렸다.


희생자 중에 서울시립대 휴학생 황승원씨(당시 22세)가 있었다. 군 제대 후 다음 학기 등록금을 벌려고 아르바이트를 하다 한 달 만에 변을 당했다. 이 사실이 밝혀지면서 ‘인부들의 죽음’은 ‘대학생의 죽음’으로 격상됐다. 언론이 앞장섰다. “이마트 일산 탄현점에서 질식사한 노동자 중 한 명이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하던 ‘가난한 휴학생’으로 밝혀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야당 정치인들과 시민사회단체는 무거운 등록금으로 대학생들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말할 때 이 사고를 꺼냈다. 서울광장에서는 매일 반값등록금 공약 이행을 요구하는 촛불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해 ‘국가장학금’,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등이 마련됐다. ‘반값등록금’에 맞춰 이슈화가 진행되는 동안 숨진 3명의 존재와 황씨를 포함한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직접적인 원인은 지워졌다.

‘누군가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한다’는 문제만큼 한국인들을 분노하게 만들 수 있는 이슈는 드물다. 동료 시민의 교육받을 권리 앞에서는 이처럼 뜨거운 사람들이 역시 동료 시민인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보내는 무덤덤한 반응은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교육문제에 관한 공분조차 실상은 이런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대학 나올 기회는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하지만, 그 기회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서 낙오됐거나 자발적으로 다른 길을 택한 사람들이 겪는 고통과 불평등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학교 다닐 때 공부 못한 제 탓이기 때문이다.’ 언론이 ‘인부’들의 죽음을 중요하게 다루지 않고, 법원도 노동부도 노동자를 숨지게 한 기업에 약한 책임만 묻고, 세월호 참사 이후 ‘놀러가다 죽은 아이들에게 무슨 보상이냐’는 막말이 나온 이유다. 이마트 사고의 원인은 냉매가스에 의한 질식사. ‘인부’들에게 안전마스크라도 지급했다면 피할 수 있었다.


19세 노동자가 숨진 구의역 9-4 승강장은 조금 달랐다. 한국 사회를 작동시켜온 오래된 원리를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서’ 거부한다는 메시지로 가득 차 있었다. 황승원씨를 다시 떠올린다. 공부하려 했던 대학생, 위험에 내몰렸던 노동자, 누구와도 대체 불가능한 인간. 숨진 모두가 그러했다.

5. [머니투데이][광화문]형제 갈등이 초래한 롯데사태, 치킨게임은 막아야

​1 "롯데 경영권을 확보하면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 1인당 2억5000만엔(25억원) 지급하겠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2월 도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롯데홀딩스 주총을 앞두고 캐스팅보트를 쥔 종업원지주회를 겨냥한 승부수였다. 130여명으로 알려진 회원들에게 1인당 수십억의 현금을 주겠다고 회유할 정도로 다급함이 엿보엿지만 3월 주총은 신동빈 회장의 완승으로 끝났다. 

2 "지금 상황에서는 안되고, 신 전 부회장이 백기투항해야 한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만난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을 껴안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의 '원리더' 체제를 인정하지 않는 만큼 화해는 이르고 양측 감정의 골도 깊다고 밝혔다. 


3 "검찰 내사 사실을 인지하고 그룹 차원에서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는 첩보가 있어 압수수색이 불가피했다." 검찰은 10일 그룹 정책본부와 롯데호텔, 롯데쇼핑, 롯데홈쇼핑 등 계열사 6곳, 신 회장 평창동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사, 수사관 200여 명이 투입됐는데 2005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 당시 100여명, 2007년 삼성비자금 사건 때 40여명과 비교하면 단일기업 수사로는 최대규모 인원이 동원됐다. 검찰이 이번 사건에 어느 정도의 비중을 두고 있는지 알수 있다.


검찰 공세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10년간 35건에 달하는 인수합병(M&A)으로 재계 5위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비자금 조성, 배임 등 불법 행위를 처단하겠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 등 이명박 정부에서 특혜를 누린 롯데에 대한 수사가 MB계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포스코, 효성, CJ에 이은 친MB 기업에 대한 사정(司政)이라는 것.


하지만 재계 인사들은 사태 발단이 결국 형제간 분쟁이라고 지적했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반목이 검찰이라는 호랑이를 안방으로 불러 들였다는 것이다. 신동주측은 부인하지만 분쟁 과정에서 확보한 각종 자료, 제보를 검찰에 제공하고 수사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 의도가 '판흔들기'라면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 롯데 '원리더' 자리를 굳힌 신 회장은 자신을 겨냥한 검찰의 칼날에 노출됐다. 검찰이 14일에도 롯데건설, 케미칼, 제과 등 10여곳을 2차 압수수색하고 이인원 부회장을 비롯한 핵심 관계자 소환을 준비하는 등 롯데를 향한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파장 분위기였던 6월 롯데홀딩스 정기주총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설립한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의미있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동안 번번이 실패한 종업원지주회 설득에 진전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롯데홀딩스를 통해 양국 롯데를 지배하는 신 회장으로서는 검찰 수사 만큼이나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 주총을 마무리하고 귀국할 예정이다. 주총장에서 비자금 의혹을 제기하며 해임을 시도할 신 전 부회장을 막기 위해서는 신 회장이 자리를 지킬 수 밖 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대한 귀국을 서둘러야 한다. 창립 이후 최대 위기로 평가받는 현 국면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서는 신 회장이 직접 나서는 길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도 금도가 있어야 한다. 형제간 우애가 이미 물건너간지 오래라고 해도 이판사판식 '치킨게임'으로는 부정적 결과만 가져올 것이다. 땅에 떨어진 '롯데' 이미지도 문제지만 10만 임직원의 명예도 걸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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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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