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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16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롯데그룹 수사 무리해선 곤란하다

검찰의 전면적인 수사 확대에 따라 롯데그룹 경영 비리가 베일을 벗고 있다. 호텔롯데가 제주리조트를 헐값에 합병했는가 하면 롯데케미칼이 해외로부터 원료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일본 계열사를 거치도록 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포함해 여러 정황이 포착된 상황이다. 지난 며칠 사이 주요 계열사들에 대한 2차례의 압수수색이 이뤄졌으므로 상당한 증거가 확보됐을 것이다.


대기업 비리를 규명하려는 검찰 노고에 응원을 보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우려가 없지 않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관리해 왔다는 ‘수상한 자금’에 대한 성격 규정이 그 하나다. 계열사들로부터 해마다 300억원을 받은 데 대해 검찰은 비자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롯데 측에서는 배당금 및 급여라고 주장한다.


재벌 오너들이 회사돈을 빼돌려 개인 금고에 숨겨놓는 비리에 대해 검찰이 철퇴를 가해 온 공적을 모르는 바 아니다. 혹시 다른 계좌나 금고에 비자금이 감춰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정당하게 받은 배당금이나 급여에 대해서까지 미리 범죄 혐의를 두는 태도는 옳지 않다. 오너라고 해서 배당금을 많이 받는 현실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신격호·신동빈 회장보다 배당금을 더 많이 받는 기업인도 더러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제2롯데월드 인·허가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문제도 그렇다. 화살이 이명박 전임 대통령의 주변을 향하는 듯한 조짐이지만 이런 식이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 된다. 이미 건물이 최종 마무리 단계에 이르러 공군 비행기의 이·착륙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진작부터 의혹의 소지가 거론됐었으나 검찰이 그냥 넘어가고 말았던 결과다. 정권의 눈치를 살피는 뒷북 수사가 안타깝다는 얘기다. 


롯데그룹 수사가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경기가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처지에서 기업 수사가 장기화된다면 국가적으로도 이로울 것은 없다. 수사를 철저히 진행하되 가급적 빠르게 끝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해 무려 8개월 동안 이어지고도 ‘먼지떨이 수사’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던 포스코 수사가 주는 교훈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검찰의 명쾌한 솜씨를 보여주기 바란다.

2. 대학 캠퍼스가 '성폭력의 소굴'인가 

고려대학교 남학생 8명이 카톡 단체대화방에서 지난해 7월부터 선후배 여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희롱한 사실이 최근 내부 고발로 드러났다. 대학 사회의 일그러진 성의식 단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참담한 현실이다. ‘지성의 요람’인 대학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믿기 어려운 ‘집단 언어 성폭력’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대학이 성범죄의 사각지대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성희롱 대책위가 공개한 A4용지 700장 분량의 대화 내용은 차마 필설로 옮기기 민망할 정도다. ‘새따(새내기 따먹기)’, ‘(술을) 샷으로 먹이고 쿵떡쿵’, ‘○○여대 축제가자, 다 따먹자’ 등 성희롱·성폭행을 암시하는 말들이 아무렇지 않게 오갔다. 가해자들은 반성은커녕 피해자들을 모욕하며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고도 한다. 지성인이라는 대학생들의 의식 수준이 이 정도라니 당혹스럽다.


고려대 측은 “사실관계를 파악해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미덥지 못하다. 고려대는 성폭력과 관련해 아픈 기억이 있다. 의대 본과 4학년 남학생 3명이 술에 취해 잠든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한 사건이 불과 5년 전 일이다. 그동안 성폭력 예방을 위해 어떤 조치들을 취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래서야 어디 딸자식을 둔 부모들이 마음 놓고 고려대에 보낼 수 있겠는가.


비단 고려대만의 일도, 학생들만의 일도 아니다. 여학생을 ‘빨통’ 등으로 비유해 물의를 빚은 국민대 카톡방 사건을 비롯해 서울대, 연세대, 건국대 등 대학을 가리지 않는다. 1993년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 이후 교수들의 성폭력 관행도 여전하다. 2014년 서울대 강모 교수의 성추행 파문이 대표적인 사례로, 신성한 상아탑이 일부 교수들의 그릇된 성범죄 온상이 된 지 오래다.


대학 내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데는 사건을 덮기에만 급급한 대학 측의 잘못이 크다. 쉬쉬할 게 아니라 가해 학생들을 일벌백계로 다스리고 성폭력 연루 교수는 다시는 교단에 서지 못하도록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 대학이 성폭력의 소굴이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정부와 대학이 머리를 맞대고 예방 대책을 서두르기 바란다. 이번 고려대 사태를 주시하는 이유다.

[서울신문]

3. 전문성 무시한 상임위서 좋은 정책나오겠나

국회가 ‘일하는 국회’로 탈바꿈하려면 상임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돼야만 한다. 우리 국회에는 전문 분야별로 16개의 상임위원회와 2개의 상설특별위원회가 구성돼 있다. 국회의원들은 본회의에 앞서 소속 상임위에서 특정 범주의 정책 사안이나 의안, 청원 등을 심사하고 법안을 직접 발의할 수 있다. 보좌진의 보필을 받는다 해도 전문성을 갖춘 의원들이 해당 분야 상임위를 맡는 것이 비전문가보다 생산성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그런데 20대 국회의원들의 상임위 배정이 문제투성이다. 한 의원은 재배정을 요구하며 농성까지 하고 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오랫동안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등을 지내 ‘언론개혁 전문가’로 주목받았지만 해당 분야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아닌 외교통일위원회로 배정됐다. 현대차 울산공장 노동자 출신인 무소속 윤종오 의원은 자신의 ‘전공’인 환경노동위원회가 아닌 외통위에 배치됐다. 국방 분야 문외한인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국방위로 갔고, 경영학과 교수 출신인 새누리당 김종석 의원은 경제 분야 상임위가 아닌 외통위를 배정받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출신 새누리당 김승희 의원을 안전행정위원회에 배치한 것도 난센스다.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은 국회의장에게 있는데 원내 교섭단체는 의석 비율에 따라 상임위별 의원 정수를 받은 뒤 당 내부에서 분배하고, 군소 정당이나 무소속 의원들은 남은 자리를 국회의장이 배정한다. 다선과 실세 의원들이 인기 상임위를 선점하기 때문에 힘없는 초선이나 비례대표, 군소 정당과 무소속 의원들은 전문성과는 관계없는 비인기 상임위로 밀려나는 일이 지금까지 허다했고, 20대 국회에서도 이 같은 구태가 반복된 것이다.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었던 상임위에서 해당 의원들이 어떤 열정을 갖고 일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국회 운영의 성패는 상임위 활동에 달려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일부 상임위원장 임기를 1년으로 변칙 적용해 나눠 먹기한 행태에 대해 “일하는 국회에 역행한다”는 비판 여론이 거센데 상임위 배정까지 전문성을 무시한다면 어쩌자는 말인가. “일하는 국회, 생산적인 의정 활동으로 국민에게 짐이 아닌 힘이 되는 국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원사는 그저 말치레에 불과했는지 묻고 싶다. 미국 의회가 상임위원장은 물론 상임위 배정에서도 전문성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까닭을 우리 국회가 되새기기 바란다.

4. 청산하자는 판에 파업 결의한 대우조선 노조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이 파업을 결의했다는 소식에 국민은 억장이 무너진다. 대우조선이 어떤 회사인가. 다시 입에 올리는 것도 거북하지만, 지난해 4조 2000억원의 혈세를 투입하고도 살아날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어마어마한 경영 부실만 누적됐다. 그 결과 대우조선을 비롯한 조선 3사에만 12조원의 세금이 다시 들어갈 판이라는 것을 노조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노조는 지난해 10월 임금을 동결하고 파업을 금지하는 내용의 동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더구나 동의서에는 ‘경영 정상화가 이루어질 때까지’라는 문구가 명문화돼 있다고 한다. 따라서 노조의 파업 결의는 명백하게 신의 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 하지만 동의서를 거론하기 이전에 대우조선 구성원으로서 무슨 낯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지 당황스럽다.


노조가 파업을 결의한 것은 인력 감축을 포함한 5조 3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에 대한 반발일 것이다. 하지만 인력 30% 이상, 설비 20% 이상을 줄이는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방안은 실효성 논란에 휩싸여 있다. 부실의 실상을 제대로 알고 내놓은 처방이냐는 것이다. 실제로 분식회계로 얼룩진 대우조선의 믿지 못할 경영 상황에서 어떤 부실이 어디서 새로 불거져 나올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어제 감사원은 대우조선이 2013∼2014년 영업이익 기준 1조 5342억원을 분식회계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그제는 일개 차장이 회사 돈을 180억원이나 빼돌려 검찰에 구속되는 일도 벌어졌다. 그런데도 8년 동안이나 횡령 사실을 몰랐다니 내부 감사 기능을 포함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회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청산 대상 회사에 세금 추가 투입이 웬 말이냐는 시중 여론을 노조는 듣고 있는지 한 번 묻고 싶다.


파업 결의에 정부는 “노조의 동의서는 현재도 유효하다”면서 “노조는 파업을 추진할 명분이 없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너무나도 당연한 대응이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4조 2000억원의 지난해 지원자금 가운데 아직 집행되지 않은 자금은 동결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동의서의 정신이 유지되길 바란다”면서 “채권단, 주주, 노조, 이해관계자들의 고통 분담이 전제되지 않으면 경영 정상화는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각 이해당사자와 협력해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벌여도 시원치 않을 노조다. 그럼에도 파업을 결의해 도덕적 배임에 나선 것을 두고 정부 구조조정 책임자의 경고가 이렇듯 뜨뜻미지근한 것도 국민은 불만스럽다.


한국 조선업은 지금 생사의 기로에 있다. 조선업이 구조조정 대상이 된 것은 그동안의 부실 경영도 부실 경영이지만도 기본적으로 새로운 수주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도 오늘의 상황을 남의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앞장서서 타개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대우조선 노조에 이어 현대중공업 노조도 17일 파업 찬반 투표를 벌일 것이라고 한다. 파업 결의가 마지막 생존의 몸부림이라는 것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정말 죽을 수밖에 없는 위기라고 생각한다면 노조 스스로 임금을 낮추어 회사를 살리겠다는 자구안은 왜 내놓지 못하는가.

5. 잡음 많은 맞춤영 보육 밀어일 일 아니다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될 어린이집 맞춤형 보육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0~2세 영아를 둔 외벌이 가구의 어린이집 이용 시간을 하루 6시간으로 제한한 게 맞춤형 보육의 핵심이다. 보육 수요가 더 큰 맞벌이 가구에 맞춰 이용 시간을 달리한 정책이다. 현재 영아는 부모의 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어린이집의 12시간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다. 맞춤형 보육은 복지사업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그러나 외벌이 가구 쪽도, 어린이집 쪽도 불만이 크다. 외벌이 가구의 영아가 차별을 받을 수 있는 데다 보육료와 운영비의 삭감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들은 맞춤형 보육에 대한 정부지원금이 종일반의 80%에 그쳐 운영난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맞춤형을 하더라도 종일반이 운영되는 상황에서는 달라지는 게 없는데 지원금이 줄면 보육교사의 임금이 줄고 보육 환경이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린이집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이유이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등은 그제 대규모 집회를 갖고 맞춤형 보육의 개선이나 시행 연기, 철회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오는 23~24일 어린이를 볼모로 삼는 집단 휴원도 예고했다.


맞벌이 보육은 부모와 자녀의 애착을 돕겠다는 취지와 달리 전업주부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줬다. 외벌이 가구는 자녀가 3명 이상일 때만 종일반에 보낼 수 있도록 규정했다. 현실 무시이자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차별적 발상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접근도 매한가지다. 일용직이나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은 종일반을 이용하기 위해 일을 하고 있다는 증빙서류를 제출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 때문에 전업주부들 사이에서 ‘위장 취업’을 해야 할 판이라는 씁쓸한 말까지 나오고 있다.


맞춤형 보육은 잡음이 많은 만큼 정교한 보완이 요구된다. 좋은 정책도 현실과 동떨어져서는 취지를 살릴 수 없다. 특히 무상복지는 한 번 시행하면 줄이기가 쉽지 않다. 정부는 우선 어린이집과 전업주부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보육료 인상과 보육 시간의 탄력적 운영 등 구체적인 방안을 내놔야 한다. 어린이집 측도 운영난이 공급 과잉에서 비롯된 점이 없지 않기에 정부와 대화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 역시 ‘탁상행정’이라고 비판만 할 게 아니라 국회 차원에서 깊이 논의하는 등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일정에 얽매여 밀어붙이다가는 혼란만 키울 수 있다.

[동아일보]

6. 산하기관 직원에게 아들 영어숙제 시킨 '미래부 갑질'

박근혜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 방문에 동행했던 미래창조과학부 A 사무관이 산하 기관인 K-ICT(코리아 정보통신기술) 본투글로벌센터 직원에게 고교생 아들의 영어숙제를 시킨 일이 뒤늦게 드러났다. A 사무관은 본투글로벌센터가 주최한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행사 지원을 위해 따라나섰다. 그런데도 파리 관광 차량 대여 비용과 가이드 비용까지 산하 기관에 부담시키는 갑질을 했다.


본투글로벌센터는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창조경제’ 일환으로 신생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기 위해 미래부가 만든 기관이다. 예산과 인사권을 쥔 공무원의 사적인 부탁을 산하 기관 직원이 거절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두 달 전 현대가(家)의 3세 사장이 운전기사에게 자신의 속옷과 양말, 운동복을 챙기도록 한 ‘갑질 매뉴얼’이 공개되면서 ‘금수저’가 천민자본주의를 만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번엔 ‘금밥통’의 공무원이 정부 주도 자본주의를 만났을 때의 추악한 민낯을 보는 느낌이다. 


이번 일을 무개념 공무원의 단순 일탈로만 볼 수 없다. 14조 원대 예산을 주무르는 미래부 공무원들이 세금을 쌈짓돈으로, 산하 기관을 밥으로 여기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래부는 창조경제와 K-ICT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매년 가파르게 예산을 늘려왔다. 지난해는 국감에서 연구개발(R&D) 예산 낭비가 가장 심한 부처로 산업부와 함께 꼽혔다. ‘미흡’ 판정을 받은 12건 사업에 총 2672억 원이라는 혈세가 낭비됐다. 


‘다음 정권에서 없어질 가능성이 가장 큰 조직’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인지 기강 해이도 심각하다. 롯데홈쇼핑 재승인 과정에서 미래부 공무원들이 서류 조작을 눈감아줬다는 의혹이 최근 불거져 수사를 받는 중이다. 2014년 6월 최양희 장관이 취임한 후 금품·향응수수, 음주운전, 동료 폭행, 심지어 성 관련 사건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직원만 5급 사무관에서부터 서기관 부이사관까지 38명에 이른다. 최 장관은 창조경제 이전에 미래부 공무원들의 기강부터 바로잡을 일이다.

7. 국민의당 김수민 비례대표 공천 내막도 의심스럽다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 관련 의혹은 4·13총선 당시 홍보 업무를 하면서 업체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는지가 핵심이다. 김 의원은 “개인적으로 착복한 건 없다”고 밝혔지만 어제 이상돈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장은 “당으로 유입된 돈이 없다”는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해 되레 의혹을 키웠다. 이와 별개로 나이 30세에 대학 시절 디자인 벤처기업을 창업한 경력이 전부인 김 의원이 어떻게 비례대표 후보 7번을 받았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공천 신청도 하지 않았는데 비례대표 명단 발표 당일 새벽에 결정됐다는 건 정상으로 보기 어렵다.


비례대표는 취약계층 대변자나 각 분야의 전문가를 국회에 들여보내 입법의 전문성을 보완하려는 것이 기본 취지다. 그러나 김 의원처럼 비례대표 선발 과정이 불투명해 말썽이 끊이지 않았다. 해산된 통합진보당은 2012년 총선 때 비례대표 부정 경선이 탄로 나면서 당이 갈라지고 결국 정당 해산의 한 사유가 됐다. 과거 비례대표는 공천을 대가로 거액을 주고받는 불법 공천헌금의 온상이기도 했다.


이번 국회에선 비례대표가 전문성과는 상관없는 상임위에 배정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언론 관련 시민단체에서 일한 경력으로 비례대표가 됐지만 언론을 다루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가 아닌 외교통일위에 배정되자 농성에 나섰다. 경영학자인 새누리당 김종석 의원이 외통위에,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출신인 새누리당 김승희 의원이 안전행정위에, 국방 관련 일을 해본 적이 없는 더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국방위에 배치됐다. “축구선수를 농구장에 놓아둔 격”이라는 추 의원 말대로 코미디일 뿐 아니라 세금 낭비다. 


비례대표는 자신을 국회의원으로 사실상 ‘임명’해준 당 대표에 충성을 바칠 수밖에 없다. 다음 총선에서 지역구 공천을 따내기 위해 당 실력자에게 줄을 서거나, 당을 위해 공헌했다는 것을 과시하려고 튀는 언행을 해서 물의를 빚기도 한다. 야당은 이런 비례대표를 더 늘리겠다고 총선 50일 전까지 선거구 획정의 발목을 잡았다. 선정 과정에 문제도 많고 전문성도 못 살리는 비례대표라면 차라리 없애는 게 낫다.

[중앙일보]

8. 한국 경제, 브렉스트 후폭풍에 철저히 대비해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 가능성이 눈앞에 어른거리고 있다. 먼 나라 얘기로 무심코 지내는 사이 브렉시트가 가시화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일본 증시가 1만5000선대로 맥없이 무너지고 중국 위안화값은 최근 5년 내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영국 증시에서는 나흘 사이에 160조원이 사라졌고, 국제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일본 엔화값이 급등하고 독일·스위스·미국 국채 금리는 제각각 마이너스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디언·더타임스 여론조사에서 탈퇴가 잔류를 7%포인트 앞지르면서 나타난 브렉시트 공포증이다. 쓰나미처럼 간발의 시차를 두고 국내 금융시장을 덮칠 상황도 조만간 가시화할 수밖에 없다.


브렉시트가 세계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영국의 EU 탈퇴가 몰고 올 경제적 파장에 대한 우려에서 나오고 있다. 영국의 EU 탈퇴는 미국·일본과 함께 세계 선진 경제권의 3대 축 가운데 하나인 EU가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세계 경제를 더욱 약화시키고 유럽의 정치·사회적 불안까지 야기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유럽은 오래전부터 하나의 문화를 공유하면서 정치·경제·사회가 하나로 맞물려 돌아가는 지역공동체였다. 이런 체제에서 분열과 고립주의는 언제나 큰 비용을 치렀다. 이런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EU는 1991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모태로 출발해 99년 단일통화 유로를 출범시키면서 하나로 뭉쳤다.


하지만 처음부터 불안한 동거가 시작됐다. 영국은 EU에 참가하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는 합류하지 않으면서다. 브렉시트는 결국 회원국 간 경제 격차를 극복하지 못한 데 따른 파국이다. 탈퇴파는 경제 체력이 다른 국가 간 살림 통합으로 영국이 끊임없이 경제가 취약한 회원국에 돈을 퍼주는 불평등 구조에 불만을 제기해왔다. 영국엔 EU 출신의 취업자가 220만 명에 달하는데다 대규모 난민까지 몰려들고 있다. 이들에 대한 주택·교육·보건 혜택을 더는 두고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경제주권을 되찾겠다는 탈퇴파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면서 23일(현지시간)로 임박한 국민투표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는 탈퇴파의 우위를 예고하고 있다. 영국의 EU 탈퇴가 현실화하면 28개 회원국 체제는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의 고립주의는 영국 수출 비중이 큰 아일랜드·벨기에·네덜란드에 직격탄을 날리고 도미노처럼 전 세계로 충격파를 던져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수출에도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은 외풍에 취약한 한국 경제에 치명적이다. 97년 외환위기로 국가부도 위기에 내몰린 데 이어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저성장 터널로 빠져든 한국으로선 다시 위기 앞에 설 수도 있 다. 정부와 기업은 브렉시트에 따라 벌어지게 될 후폭풍이 어느 정도의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충분히 예측하고 만반의 대비에 나서야 할 때다.

[매일경제]

9. 셋 중 하나 꼴 청년 실업 실효대책으로 개선해보라

어제 발표된 통계청의 5월 고용 동향을 보면 청년(15~29세)실업률이 9.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청년실업률은 올 2월 12.5%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뒤 매년 동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좀처럼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통계청의 공식 청년실업률은 이렇게 10%대 전후로 나오지만 주변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놀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지표보다 훨씬 많게 느껴지는 게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현대경제연구원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듯한 도발적인 분석을 내놓아 주목을 끌었다. 지난해 8월 통계청의 고용 동향을 토대로 분석한 것인데 공식 청년실업률은 8%로 발표됐지만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으로 불완전 고용 상태에 있거나 그냥 쉬고 있다고 응답한 취업 포기자를 합하면 체감 청년실업률은 34%까지 올라간다는 것이다. 


통계청은 공식 실업률 산정 때 취업을 희망하고, 취업이 가능하며, 구체적인 구직활동을 했음에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경우만 대상으로 삼는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국제노동기구(ILO) 권고로 아르바이트생이나 입사시험준비생을 실업자에 포함하는 고용보조지표도 쓰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여기에다 비자발적 비정규직과 쉬고 있는 청년을 더한 것이니 통계 기법에는 안 맞을지 몰라도 정부가 실업대책을 마련하는 데는 더 유용할 수 있을 듯하다.


정부가 청년 직접고용지원금을 확대하고 육아휴직제도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내놓았고, 청년 근로자들에게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방안까지 발표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당장의 효과를 내기는 힘들고 그사이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니 문제다.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투자와 생산성 제고를 통한 성장과 고용 확대가 우선이다. 채용 및 해고와 임금 탄력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개혁도 절실하다. 장기든 단기든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 꺾일 줄 모르는 청년실업률을 개선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10. 노인학대 예방·방지체계 보강 늦어져선 안된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둔 우리 사회에서 '노인학대'가 크게 늘고 있다니 걱정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4일 내놓은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 건수는 3818건으로 최근 4년 동안 11% 증가했다. 노인학대 36%는 아들이 저지른 일이었을 뿐 아니라 전체 70%는 가족·친족에 의한 학대였다고 하니 우리 사회의 충격적인 윤리 붕괴를 보여주는 일이라 할 만하다.


노인학대 86%는 집에서 발생했는데 앞으로도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비슷한 사례는 더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다행히 노인복지법이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개정됨에 따라 올해 말부터는 노인학대와 관련한 신고체계가 크게 보강되게 됐다. 노인학대를 알게 되면 보호·수사기관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직종이 기존 8개에서 다문화가족센터 종사자 등을 포함해 14개로 늘어난다. 가정문제라는 생각 아래 수수방관할 것이 아니라 이웃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대응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일이다. 개정된 노인복지법은 매년 6월 15일을 '노인학대 예방의 날'로 지정했다. 유엔이 2006년 제정한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보다 10년 늦은 대응인데 신고·보호조치와 더불어 효과적인 예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복지수준을 세계노인복지지표를 이용해 평가해보니 조사 대상 96개국 중 60위권에 머물렀다고 한다. 태국 베트남 중국 등 개발도상국에도 뒤지는 수준이다. 건강 취업 교육기회에서는 상대적으로 나은 평가를 받았으나 소득보장(82위)과 노인에 대한 우호적 환경(54위) 부문에서 나쁜 평가를 받았다. 어려운 상황에서 의지할 만한 친인척이나 친구가 있다고 응답한 노년층 비율이 60%로 세계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우리 사회가 경로사상을 중요시하는 유교 문화권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내년에는 14%를 넘어서며 '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는 만큼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에서 노인인권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 노인학대를 예방·근절하기 위한 인성교육과 가족윤리 회복 계획도 마련돼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연합뉴스]<윤고은의 참새방앗간> 스캔들: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

2013년 MBC TV에서 방송된 주말극의 제목은 '스캔들: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이다. 


유괴와 불륜, 치정, 폭력, 배신 등 온갖 막장 요소가 뒤섞인 이야기로, 1980년대부터 20여년에 걸쳐 벌어진 우리 사회의 온갖 비리를 주인공의 인생을 통해 그려냈다. 


여기서 '스캔들'은 매일같이 사회뉴스 톱을 장식하는 권력형, 금권형 비리와 범죄를 말하며, 제목은 영어 단어 스캔들(scandal)의 사전적 의미에 충실했다. 


그런가 하면 2008년 역시 MBC TV에서 방송된, 고(故) 최진실의 마지막을 기억하게 하는 작품의 제목은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이다.


여기서 '스캔들'은 중년 여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한 달콤한 사랑 이야기다. 

아무것도 이상할 게 없는 처녀-총각의 열애가 아니고 총각 톱스타와 별 볼 일 없는 싱글맘의 사랑 이야기라 호기심을 한껏 자극하긴 하지만, 부도덕한 추문은 아니다. 


한마디로 지금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 연예면 톱을 장식할 이야기. 그러나 법적, 도덕적 하자도 없고 누구에게 피해도 주지 않은 이 드라마 속 달콤한 '사건'은 많은 시청자를 즐겁게 만들었다. 


최근 한 달 남짓 사이 연예계에서 잇따라 스캔들이 터지고 있다. 전혀 달콤하지 않고 추잡한 성적 추문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과 궤를 같이한다. 


개그맨 유상무가 성폭행 논란에 휘말리더니, 한 배우는 '부적절한 관계'를 이유로 소송을 당했고, 지난 13일에는 세계적인 한류스타 JYJ의 박유천의 성폭행 피소 뉴스가 전해졌다. 


또 이보다 수위는 약하지만 방송을 통해 유명해진 한 셰프는 민감할 수 있는 사생활 영상이 유출돼 갑론을박 논란을 낳았다. 


한 달도 안돼 잇따라 터지는 강도 높은 스캔들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이젠 구설수 없는 연예인이 대단해 보일 지경임"(네이버 아이디 'cjsd****')과 같은 댓글이 이어진다. 

음주 운전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이 이들 '덕'에 가려질 정도다. 


스캔들은 실재하는 사건일 수도 있지만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추문으로 끝나기도 한다. 알고 보니 사실이 아닌 경우도 많고, 또 많은 일에서 사실과 진실이 다른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일단 스캔들에 휩싸이면 그 자체가 오명, 오점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특히 이미지로 먹고사는 연예계에서 한번 실추된 이미지는 회복하기가 어렵다. 


또한 연예계 스캔들은 당사자 자체도 피해지만 많은 팬들, 특히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다른 분야의 스캔들과 차원이 다르다.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스타가 부도덕한 일에 휩싸이는 것은 법적 문제를 떠나 그 파장이 크다. 한마디로 '19금' 콘텐츠에 대한 청소년의 접근을 차단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한방에 무위로 돌아간다. 


연예인에 대한 호기심이 2차, 3차 피해를 낳는 경우도 많다. 당장 박유천을 고소한 여성으로 누리꾼들이 여러 여성을 지목해 그 사진을 퍼뜨리는 행위는 '범죄'와 다름없다. 

요즘 최고 인기 드라마 tvN '또 오해영'에서는 오해영이 이보다 치명적일 수 없는 애정의 사각 관계에 휘말린다. 


평범한 30대 여성인 오해영은 라디오 방송과의 전화 연결에서 실수로 그 사실을 까발리면서 순식간에 모두가 아는 스캔들의 주인공이 돼버린다.


하지만 오해영의 스캔들은 이 땅의 여성들로부터 격한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법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아무 잘못이 없는, 오히려 피해자인 오해영이 조건 없이 사랑에 몸을 던진 결과로 벌어진 스캔들은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사랑,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외침이 터져나온다. 


연예계에서도 일련의 추잡한 스캔들 대신,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이나 '또 오해영'과 같은 달콤한 스캔들을 만나고 싶다.

2. [서울신문][씨줄날줄] 노인 학대 사회/강동형 논설위원

노인 학대가 사회문제로 처음 등장한 것은 1975년 영국에서 ‘매 맞는 할머니’라는 보고서가 쟁점이 되면서부터라고 한다. 그러나 노인 학대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우리나라는 2004년 노인복지법을 개정하면서 노인 학대의 예방과 조치에 관한 법 조항을 신설했을 정도다. 유엔이 6월 15일을 ‘세계 노인 학대 인식의 날’로 정한 것도 불과 10년 전의 일이다.

우리 사회는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전통적인 노인 공경 사상과 부모 부양에 대한 의무감이 약화되고 있다. 여기에 사회안전망까지 부실해 노인 학대가 사회적인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나라를 초고령사회, 14~20% 미만인 사회를 고령사회, 7~14% 미만인 사회를 고령화사회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고령인구가 13.1%로 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나라는 일본·독일·이탈리아 3개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30년 고령인구가 24.3%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2060년이 되면 고령인구가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40.1%에 이른다고 한다.


보건복지부가 어제 ‘세계 노인 학대 인식의 날’을 맞아 발표한 ‘2015 노인 학대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 학대의 유형은 물리적인 힘을 가하는 신체적 학대, 모욕을 주는 정서적인 학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성적 학대, 재산을 빼앗는 경제적 학대, 부양 의무자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는 방임적 학대 등 다양하다. 이 밖에 노인 스스로 자신을 돌보지 않고 자살에 이를 정도로 생명을 위협받는 자기 방임도 노인 학대의 한 유형이다. 노인 학대 신고 건수는 지난해 1만 1905건으로 2014년에 비해 12.6%나 증가했다. 충격적인 것은 노인 학대의 85.8%가 가정에서 이뤄지고, 아들과 딸, 며느리와 사위, 손자와 손녀 등에 의해 행해지는 패륜 범죄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학대 행위자가 노인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약물이나 알코올 남용, 정신장애 등의 증상이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다. 노인 역시 비슷한 처지에 있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요구된다.


노인을 학대하는 사회에서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 1위, 노인 빈곤율 1위라는 불명예를 갖고 있다. 노인 학대 문제를 더 방치해서는 안 된다. 노인 학대의 실태를 조사하고, 노인들의 취업 확대와 복지증진 등 사회안전망을 더 촘촘히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전문 상담원 확보와 노인보호 전문기관 및 자활기관과의 연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초고령사회인 독일이 노인들의 취업을 확대해 각종 노인 문제를 극복하고 있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3. [동아일보][윤세영의 따뜻한 동행]절정의 순간

무더운 날에 지하철역에서 일곱 살쯤 보이는 남자아이가 “엄마, 내 평생 이렇게 더운 날은 처음이야”라고 말해서 속으로 웃고 말았다. 어린아이가 평생이라니 가당치 않아서였다. 그런데 나 역시 세상모르던 10대에는 눈부신 20대까지가 삶의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러나 서른이 되고 보니 아직 제대로 인생을 시작도 하지 않은 젊은 나이가 아닌가. 그래서 조금 수정했다. “쉰을 넘기면 사는 재미가 없겠지”라고. 물론 그때는 쉰이 금세 온다는 걸 실감하지 못했다.


살아가면서 그렇게 거듭 ‘한평생의 상한선’을 수정해 가는 사람이 내 주변에 또 있다. 내가 젊은 나이일 때 50대였던 지인은 “난 칠십까지만 살 생각이야. 그 이상은 잉여의 삶이잖아”라고 말하더니 훗날 칠십을 목전에 두자 “요즘은 다들 건강하니 팔십이 예전의 칠십이야”라며 슬며시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80대가 된 요즘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시다. 물론 그분은 이제 더 이상 한평생의 데드라인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이제 어느 나이나 흔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어떤 나이든 살 만한 가치가 있음을 터득했기 때문이리라.


최근 미국에서 열두 살 여자아이가 10년 후 스물두 살의 자신에게 쓴 편지를 인터넷에서 보았다. 그 아이는 10년 후를 상상하며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펜을 꾹꾹 눌러 편지를 썼지만 그 다음 해에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그 편지를 읽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 아이의 평생이 너무 짧아 안타깝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평생의 길이가 절대적인 건 아닌 것 같다.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르고 산다면 말이다.


박우현 시인은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라는 시에서 ‘마흔이 되면/세상 끝나는 줄 알았다/이윽고/마흔이 되었고/난 슬프게 멀쩡했다/쉰이 되니/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예순이 되면/쉰이 그러리라/일흔이 되면/예순이 그러리라//죽음 앞에서/모든 그때는 절정이다/모든 나이는 아름답다/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라고 썼다.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가 절정이라면 우리는 지금 절정의 순간순간을 살고 있는 셈이다. 지금 이 순간이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그리하여 언젠가는 다시 그리워하게 될 순간들임을 기억한다면 평생 처음인 더위에 시달려도, 평생 가장 힘든 시기여도 조금은 위로가 될 것 같다. 

4. [동아일보][2030 세상/이어진]아픈 '코이안드리머'를 치료하며

사무실 뒷동산에 들풀들이 많이 자랐다. 인적이 뜸한 곳에는 토끼풀 무리가 무릎까지 닿을 기세다. 흠뻑 내린 비를 맞고 자란 초록은 하늘과 바람, 태양과 잘 어우러져 우리네 바쁜 일상 곁에서 초여름 뜨거운 생명력을 내뿜고 있는 중이다. ‘매미 울 때가 된 것 같은데.’


늘 도심 가운데에서 에어컨 바람과 아스팔트 열기로 맞던 여름과의 색다른 대면이 기분 좋으면서도 아직은 조금 어색하다. 그동안 만나던 평균 연령 75세의 보건소 고객님들은, 다양한 국적의 2030세대 보호 외국인 고객님들로 바뀌었다. 건너편 예방접종실에서 들려오던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출입국관리사무소 보호실 방과 방을 오가는 다양한 언어들로 대체되었다. 


비자 만료나 밀입국 등으로 불법 체류 중에 단속되어 우리 사무소에 입소하게 되면, 보호 기간에 간단한 건강검진과 필요한 진료를 받게 된다. 주로 젊은 친구들이 많은데, 진료실 책상을 사이에 두고 갓 입소한 내 또래의 보호 외국인과 마주하고 있노라면, 아직은 나도 낯설고 이 친구는 더 낯설어 서로 멋쩍게 웃는다. 


“안녕하세요” “여기 왜 오셨어요?” “한국말은 잘하세요?” “어디 아프거나 불편한 데 있어요?”로 시작되는 한국식(?) 진료가 시작된다. 짧은 한국말이 통하는 10명 중 여덟아홉에게 의사도 “여기? 아파? 안 아파?” “(가리키며) 약! 줄게!” “먹고(시늉), 발라(시늉), 오케이?” 손짓 발짓 짧은 한국말로 응대한다. 다행히 간단한 단어나 문장은 포털 사이트의 번역기를 이용하기도 하고, 외국인 근로자 관련 시민단체에서 제작한 각국 언어로 된 진료책자도 있어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는 ‘환자-의사’ 관계를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맥락이 존재한다.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출입국법을 위반한 범법 사실이 존재하고, 그 때문에 그동안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귀국하더라도 당사자가 원하는 수준의 치료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금전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이가 대부분인 데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국내 시스템에서 고가의 검사나 치료는 아무래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강제퇴거 전 보호소에 머무르는 기간에는 기본적인 건강관리를 위한 야외 운동시간, 여가시간, 관련 프로그램들이 제공되지만 제한된 공간과 제한된 행동, 여기에 체불임금이나 다른 법적 문제가 걸려 있는 경우 그들이 받는 스트레스 수준 또한 높다. 진료실에서 간혹 질병이 상당 기간 악화된 상태에서 마주하게 되는 불법 체류 외국인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과거 ‘코리안 드림’의 부푼 꿈을 안고 왔을 이들인데, 처음 잘못 끼운 단추로 인해 돈도 벌지 못하고 건강도 많이 상한 채 강제출국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대략 20만 명의 불법 체류 외국인이 있고, 이들 중 많은 수가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특히 각종 감염성 질환이나 치과질환, 만성질환 관리 불량,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 문제에 취약할 것으로 생각된다.


국내 불법 체류자 문제는 국민을 위한 엄정한 법 집행과 사회적 안전 측면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더불어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단속 후 퇴거집행까지 보호 외국인들의 인권 증진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두 마리 토끼를 균형 있게 잡아야 하는 것이다. 난민 문제, 이주민 정책 및 다문화 정책 또한 여름이 지나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 것 같다. 


이들이 보호 외국인 퇴거 준비를 하는 이른 새벽부터 밖이 훤하다. 남극에서 이맘때 받았던 편지에 적혀 있던 ‘극즉반(極卽反)’이 떠오른다. 이 친구들도 고향에 돌아가서는 바른 단추를 꿰어 다시 만나길. 오늘 아침 오른 뒷동산 풀밭은 어느 한쪽 부족함 없이 말끔하게 벌초가 되어 있다. 벌써 절반이 거의 지난 2016년의 중간결산이다.

5. [중앙일보][알베르토 몬디의 비정상의 눈]한국살이의 최대 고충은 너무 높은 집값과 보증금

지난 2년 동안 살던 집의 계약기간이 지난주로 끝나 이사를 했다. 한국에 와서 9년 동안 이사를 벌써 10번 이상 한 것 같다. 나라마다 주거 방식, 집의 형태, 부동산 시장의 규칙이 다르다는 점은 재미있는 일이다.


유럽의 대학생이나 젊은 직장인들은 집이나 아파트를 빌려 가능한 한 많은 사람과 함께 살면서 월세를 나눠 내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골치 아픈 일이 될 수도 있다. 서로 성격과 사는 방식이 맞으면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즐겁게 지낼 수 있지만 함께 사는 사람이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지나치게 시끄럽거나, 성격이 맞지 않으면 얼른 다른 집으로 옮길 수밖에 없다. 이러니 집을 나눠 쓸 사람을 구하는 일은 대기업 면접보다 더 까다롭고 진지하기 일쑤다.


남자들끼리 살면 집이 순식간에 지저분해지기 일쑤다. 여자끼리 살면 집은 깨끗하지만 싸움·질투·오해 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종종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되기 쉽다고 한다. 따라서 서로 사생활과 공간을 존중하면서 이성 친구들끼리 집을 나눠 사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이탈리아에선 이런 환경에서 살았다. 그러다 스물세 살 때 한국에 와보니 젊은이들은 주로 원룸·투룸·고시텔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혼자 사는 것이 편할 수도 있겠지만 이탈리아에선 함께 식사하고 대화를 나눌 사람이 필요한 데다 나눠 쓰더라도 널찍한 공용 공간이 필요해 원룸이나 고시텔에 대한 수요는 아예 없다.


원룸과 고시텔에서도 살아보고 한국 친구들과 셰어링도 하다가 결혼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집을 구하게 됐다. 그때도 역시 이탈리아와 문화적 차이가 컸다. 처음 부동산에서 보증금(전세) 금액을 들었을 때 귀를 의심했다. 유럽에선 보증금이라고 하면 통상 두어 달 치 월세다. 입주자가 한두 달 정도 월세를 안 내면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집에서 내보낸다.


한국 젊은이들이나 외국인들에게 보증금은 큰 부담이다. 외국인들은 신용대출을 받기 힘들고 전세담보대출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따라서 서울의 외국인들은 집 보증금이 몇 백만원밖에 안 되는 이태원이나 해방촌 같은 동네에 모여 살 수밖에 없다. 한국의 집값은 유럽이나 북미에 비해 정말 높은 편이지만 보증금 수준은 그보다 더하다. 단독주택보다 아파트를 선호하는 문화도 외국인에겐 적응이 쉽지 않다. 주거 문제가 해결되면 외국인들이 한국에 더욱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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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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