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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17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미국 금리인상 유보, 일단 한숨 돌렸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0.25%∼0.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제로금리 시대’ 마감 선언에 따라 금리를 인상하리라던 당초 예상을 비켜간 것이다. “고용시장 개선 속도 지체에 따라 일자리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게 연준의 금리 동결 배경이다. 미국의 경제 사정이 금리 인상을 감당하기에는 아직 어려운 처지라는 뜻이다.


미국 경제는 잠시 호전되는 듯했으나 난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성장이 후퇴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연준이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3개월 전의 2.2%에서 2%로 하향 조정한 것이 그런 결과다. 세계은행도 최근 세계경제전망 수정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올해 예상 성장률을 종전의 2.7%에서 1.9%로 크게 낮춘 바 있다. 이런 여건이라면 당장 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브렉시트’라는 복병이 기다리고 있다. 오는 23일 실시되는 영국 국민투표에서 영국의 EU 탈퇴가 결정될 경우 기존의 세계 경제 질서가 무너지는 등 전대미문의 파급효과가 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연준으로서는 브렉시트 여부가 결정되기 전에 금리를 올림으로써 이중으로 불확실성을 키우지 않겠다는 의지가 작용했을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미국 금리 인상이 유보됨으로써 일단 안도의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때까지 시간적 여유를 벌게 된 것이다. 미국 금리가 인상된다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행이 미국 경제 동향을 내다보고 지난 9일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선제적 조치에 대해 새삼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미국의 금리인상 움직임이 꺾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브렉시트 투표가 부결되고 자체 고용시장 지표가 개선된다면 내달이라도 인상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하나의 변수가 되겠지만 금리가 한 차례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질 경우에 대해서도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브렉시트는 우리 경제에도 블랙홀이다.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한 치의 차질없이 위기를 극복해가야 할 것이다.

2. 내년 대선에서 개헌 공약 걸도록 하자

개헌이 갑작스레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한쪽에서 “개헌은 시대적 과제”라고 목청을 높이는 반면 다른 한쪽에선 “서민들은 먹고 살기도 힘든 판에 무슨 개헌 타령이나”며 핀잔이다. 다만 여느 사안과는 달리 개헌 찬반론이 여야와 보수·진보의 진영 논리를 떠나 전선이 어지럽게 형성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과 노선을 같이 하는 친박(親朴)계조차 내부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제20대 국회 개원 연설에 이어 어제 취임 기자간담회에서도 “개헌은 이제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며 개헌론을 폈다. 그가 ‘개헌 전도사’로 알려진 우윤근 전 의원을 국회사무총장으로 임명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정 의장이 운을 떼자 여야 중진들이 가세하면서 개헌론에 힘이 붙고 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청와대 측은 “개헌에 대한 입장은 달라진 게 없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시한 ‘개헌=블랙홀’ 공식을 수정할 뜻이 없다는 뜻이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비롯해 경제 난국 타개에 국력을 집중해야 하는 터에 개헌 논의가 모든 정치 및 경제 현안을 빨아들이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리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도 지금은 권력구조를 따지기보다 경제 살리기에 주력할 때라며 개헌 논의에 반대한다.


대통령 5년 단임제를 채택한 ‘1987년 체제’의 시효가 끝났다는 데 대해서는 대체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분위기다. 여기저기서 솟구치는 개헌 논의를 ‘블랙홀’이라며 덮기엔 한계가 있다. 문제는 시기다. 우 사무총장은 늦어도 내년 4월까지는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을 새 헌법으로 치른다는 전제에서다. 그러자면 연말까지는 개헌안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개헌론자들끼리도 이원집정제니, 대통령 중임제니 하며 동상이몽인 마당에 반대파까지 설득해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내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서두르다가는 자칫 그르치기 마련이다. 이런 맥락에서 내년 대선 때 주요 후보들이 저마다의 개헌안을 공약으로 내걸고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몇몇 정치인들이 권력구조를 멋대로 바꿔 가며 ‘그들만의 리그’를 계속하게 놔둬선 안 된다.

[서울신문]

3. 공공기관 개혁 강도 더 높여야 한다

정부가 어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2015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심의·의결했다. 116개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 A(우수) 등급의 성적표를 받은 공공기관은 20개(17.2%)로 2014년에 비해 5개 늘었고 E(아주 미흡) 등급 공공기관은 6개에서 4개로 줄었지만 D(미흡) 등급 공공기관은 9개로 동일했다.


지난해 전체 공공기관의 부채는 490조 5000억원으로 2014년(507조 2000억원)보다 16조 7000억원 감소했다. 공공기관 부채 비율이 191%를 기록해 처음으로 200% 밑으로 떨어졌다. 기획재정부는 “적극적인 부채 관리 노력의 결과로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의 부채가 주는 등 일부 경영 실적도 나아진 측면은 평가받을 만하다. 정부는 지속적인 공공 개혁의 성과라고 밝히면서 경영평가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문제점도 적지 않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335개 공공기관 수장의 지난해 업무추진비 집행 금액이 56억 6082만원으로 전년보다 3.8% 늘었다. 2014년에 전년보다 10% 이상 줄였던 업무추진비를 슬그머니 올린 것이다. 경영실적이 나빠져도 업무추진비를 대폭 늘린 기관들의 행태를 보면 과연 개혁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부채 비율 감소가 재무건전성에 도움이 되지만 경영의 건전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특히 공공기관들이 정부의 경영평가를 의식해 수치를 꿰맞추는 보여 주기식도 없애야 할 관행이다. 공공기관 스스로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중요한 이유다.


공공기관의 철밥통을 깨자는 성과연봉제 도입도 지지부진이다. 업무성과에 따라 급여를 차등화해 공공기관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다. 노조는 업무평가의 공정성을 의심하고 있지만 변화의 물꼬를 튼 뒤 점진적으로 합리적 방안을 찾으면 된다. 무턱대고 반대하는 것은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밖에 안 된다.


공공기관 개혁을 부르짖는 정부와 정치권의 이율배반적 행태도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올해 상임감사·감사위원에 대한 평가에서 우수등급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4·13 총선 이후 공공기관 감사 등의 자리에 여당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내려오고 있다. 낙하산 인사의 근절이 바로 공공기관 개혁의 출발점일 수 있다.

4. 대우조선 부실 방치한 산은 책임 엄중히 물어야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경영에는 산업은행의 부실 감독과 무능력이 결정적 뒷받침이 됐다. 대우조선의 주채권은행이자 최대 주주인 산은이 대우조선의 방만 경영을 방치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확인됐다. 한마디로 기가 막힌다. 기업의 재무 상태를 미리 점검하는 장치가 있는데도 산은이 손 놓고 있어 준 덕에 대우조선은 1조 5000억원의 분식회계를 할 수 있었다. 이런 사정을 보면 대우조선이 지금까지 굴러온 것도 신기하다.


막대한 분식회계로 영업이익을 뻥튀기한 대우조선은 임직원들에게 마구잡이로 성과급을 돌렸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급여를 깎아도 모자랄 판국에 눈먼 돈인 양 마구 써댄 것이다. 영업손실이 3조원을 넘었던 지난해 임직원 격려금으로 877억원을 퍼쓰는데도 산은은 전혀 제동을 걸지 않았다. 이뿐이 아니다. 조선업과 아무 관련도 없는 자회사를 문어발식으로 세우고 인수하는데도 산은은 못 본 척했다. 감독은커녕 출자 회사들에 경영관리단을 파견해 대주주랍시고 가당찮은 갑질까지 일삼았다. 그런 신선놀음을 할 시간에 최소한의 감독 역할만 했더라도 대우조선의 부실은 단속할 수 있었다.


무책임한 기업 관리가 통했던 배경은 간단하다. 전문 경영을 하려야 할 능력이 없는 권력 낙하산 인사들이 산은의 요직을 꿰찬 관행부터 명백한 한계다. 애초에 전문성을 요구받지도 않은 낙하산들이 굳이 낯 붉혀 가며 관리 기업의 부실을 감독하고 책임 경영에 땀을 뺄 이유가 없다. 대우조선의 차장급 직원 하나가 8년간 회삿돈 180억원을 빼돌려 초호화 생활을 하다 구속됐다. 무한 방임하는 감독 기관 밑에서 눈먼 돈 빼먹는 파렴치가 없기를 바란다면 그게 오히려 비상식적이다.


지난해 5조원의 적자를 낸 대우조선에 밀어넣은 혈세가 7조원이다. 방만 경영을 계속한 부실 기업을 왜 국민 혈세로 살려야 하는지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비판이 괜히 쏟아지는 게 아니다. 제 역할을 못 하는 산은을 정책 금융기관으로 계속 대접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늑장 면피 감사로 비난을 자초한 감사원은 전·현직 산은 행장 등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만 요구했다. 이 와중에 대우조선 노조는 파업까지 결의했으니 차라리 파산시키라는 성토가 커진다. 정부가 총체적 부실 덩어리를 어떻게 수술하는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난파선에서 흥청망청 혈세 잔치판을 벌인 대우조선과 그런 행태를 눈감아 준 산은 경영진부터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5. 신공항, 집단 세 과시로 선정에 영향 미쳐선 안 돼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이 임박했다. 타당성 검토 용역을 맡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막바지 심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그제 “신공항 부지 선정 결과 발표 때 선정 방식과 이유에 대해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탈락 지역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데 대한 설명 차원이라고는 하나 이미 입지를 내정해 놓고 그에 대한 해명을 준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특히 경남·경북·대구·울산 등 4개 광역단체장들이 힘을 과시하듯 일제히 ‘계획했던 신공항 입지 발표를 약속대로 반드시 이행하라’고 언론에 광고까지 내 이 같은 심증을 뒷받침하고 있다.


영남권에선 신공항 입지 문제를 놓고 10여년째 ‘밀양 대 가덕도’ 구도로 갈등을 빚어 왔다. 이 때문에 이미 5년 전 백지화된 전례가 있다. 그렇다고 갈등 수위가 그때보다 낮아진 것도 아니다. 현재 영남권과 정치권이 들썩이는 모양을 보면 오히려 그때보다 폭발의 잠재성이 더 커진 듯싶다. 정치권의 개입은 불씨를 더 키우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물론 일부 국회의원들까지 신공항 유치에 실패할 경우 불복하겠다는 뜻을 내비칠 정도다. 전문가들은 지금껏 오로지 경제 논리에 의해 입지가 선정돼야 하며, 어느 쪽이든 심사 결과에 승복할 것을 촉구해 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신공항 유치를 위한 궐기대회에서 실패할 경우 민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피켓까지 등장할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하다.


정부는 신공항 입지 발표 때 선정 방식과 이유에 대해 상세히 설명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해명이 나오든 유치에 실패한 쪽을 이해시키긴 어려울 것 같다. 지금의 상황이 5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당시 김황식 총리는 담화문에서 “가덕도와 밀양 모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운영상 상당한 장애가 있으며, 공항 규모에 비해 건설비가 과다하다”고 백지화 배경을 설명했다. 무엇보다 지역 갈등 유발에 대한 우려가 컸다.


당시 밀양과 가덕도는 19가지 세부 항목 평가 결과 100점 만점에 각각 39.9점, 38.3점을 받았다.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경제성에서 각각 12.5점과 12.2점을 받았다. 두 지역 모두 상당히 낮은 점수였다. 따라서 이번엔 양쪽 모두 사업비를 대폭 줄이는 등 경제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었다고 한다. 제안서를 보면 부산시는 5년 전 9조 8000억원이던 사업비를 5조 9000억원으로, 밀양은 10조 3000억원에서 4조 6000억원으로 낮췄다. 밀양의 경우 기존에 27개의 산을 깎아야 했던 것을 항공학적 기술을 적용해 4개만 깎아도 장애물을 피할 수 있도록 해 비용을 줄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가덕도 측은 안전을 문제 삼고 있다.


현재로선 선정 방식을 크게 바꾸지 않는 한 어느 쪽도 눈에 띄는 우세를 보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5년 전 백지화의 주된 원인이었던 환경 훼손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지역 갈등은 오히려 더 심화될 조짐을 보인다. 벌써부터 정권 심판, 불공정, 음모 같은 극단적 어휘들이 춤추고 있다. 아무리 필요한 시설이라도 그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크면 없느니만 못할 수 있다. 신공항이 극심한 국론 분열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냉정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

6. 무작정 시작한 보편복지 무상보육, '구조조정'해야 옳다

보편적 무상보육을 7월부터 선별적 무상보육으로 바꾸는 ‘맞춤형 보육’ 제도가 야당과 일부 어린이집의 반대로 흔들리고 있다. 취업 여성들이 0∼2세 아이를 맡길 곳이 부족하다는 여론에 따라 하루 12시간 이용 가능한 어린이집 종일반을 취업여성 위주로 운영하고, 전업주부와 육아 휴직자의 자녀들은 하루 6시간 맡기도록 구조조정을 한 것이 맞춤형 보육이다. 하지만 정부 지원이 줄어든다며 반발하는 어린이집 원장들이 내주부터 집단 휴원을 예고해 일하는 엄마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아무리 선진 복지국가라 해도 전업주부 아이들을 종일, 무상으로 돌보는 나라는 없다. 일본과 프랑스는 맞벌이가 아니면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없고, 영국 독일 스웨덴은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이용시간에 제한을 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출발부터 엄마의 취업 여부에 관계없이 모두 종일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잘못 설계하는 바람에 어린이집에선 자녀를 빨리 데려가는 전업주부만을 선호해 정작 보육이 절박한 취업 주부가 불이익을 당하는 구조였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전업주부의 종일반 이용을 제한하고 절감된 예산을 보육교사 처우 개선 등 보육의 질 향상에 쓰도록 정책을 바꾼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이런 취지에 공감한 야당도 지난해 9월 맞춤형 보육에 동의했고, 전년도 대비 1083억 원 증액된 보육 예산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시행을 불과 2주일을 앞두고 돌연 “맞춤형 보육 도입으로 피해를 볼 사람이 발생할 것이 눈에 보이는데 그냥 있을 순 없다”고 나선 것은 야당의 발목 잡기 고질병을 드러낸 것 같아 실망스럽다. 맞춤형 보육 도입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이 있다면 어린이집 원장들일 것이다. 정치권이 이들의 ‘조직적’ 반발에 휘둘려 정작 일하는 엄마들의 고통을 외면해선 안 될 일이다. 맞춤형 보육으로의 전환은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복지가 제공돼야 한다는 점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봐야 한다.

7. 유승민 복당 안된다는 친박, 총선참패 이전과 뭐가 다른가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어제 20대 총선 과정에서 탈당해 무소속 당선된 7명을 일괄 복당시키기로 했다. 비대위는 이미 복당을 신청한 유승민 강길부 윤상현 안상수 의원 등 4명의 복당을 무기명 투표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126석으로, 원내 제1당의 자리를 되찾았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가 가관이다. 유 의원 복당 결정에 반발한 일부 강경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이 “비대위 쿠데타”라고 반발했고, 김희옥 비대위원장은 “거취를 고민하겠다”며 오늘 예정된 고위 당정청 회의 참석까지 취소했다. 김 위원장이 사퇴하면 비대위는 마비된다. 새누리당 막장 드라마의 끝은 어디인가.


김 위원장이 거취 고민을 말한 정확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당 안팎에선 청와대와 친박계의 집중적인 압력 때문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탈당 의원 복당 문제는 새 지도부가 출범할 때까지 당 지도부 역할을 맡은 비대위의 전결 사항이다. 복당 결정에 절차적 하자도 없다. 만약 청와대와 친박이 유 의원 복당 결정을 힘으로 찍어 누르려고 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정당 민주주의에 반하는 패거리 정치다. 한 달 전 정진석 원내대표의 혁신위원장 선정과 비대위 구성을 친박이 좌초시킨 것 이상의 패권주의 행태다.


정치 경험이 없는 김 위원장은 처음부터 적격이 아니라는 관측이 많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혁신해야 한다” “계파 활동으로 통합을 해치는 구성원은 제명하겠다”고 했으나 과연 그런 다짐을 관철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친박은 자신들이 인정한 김 위원장 체제마저 마음에 안 든다고 갈아 치울 태세다. ‘당의 주인은 우리다. 누구든 도전하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식의 패권의식은 정상적인 공당(公黨)에선 있을 수 없다.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배신자’로 낙인찍힌 유 의원을 당에서 쫓아내는 과정은 졸렬했다. 민심이 떠나서 총선에서 참패한 주요 원인이 된 것이 당연하다. 청와대와 친박이 총선 참패라는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여소야대(與小野大)로 위상이 졸아들었는데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복당 결정까지 무산시키려 한다면 친박 패권주의에 넌더리 난 국민의 인내를 다시 한번 시험하는 일이다. 민심이 떠나간 당은 결국 존속 기반이 사라진다.

8. 세계경제 넘어 세계정치 흐름 뒤바꿀 브렉시트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23일(현지 시간) 실시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5일 기준금리를 현행 0.25∼0.50%로 동결하기로 결정한 뒤 재닛 옐런 의장은 “기준금리 동결의 한 요인이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라고 밝혔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어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면서 “우리나라는 영국과의 무역 금융 연계가 낮아 상대적으로 브렉시트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제정치의 흐름까지 바꿀 수 있는 브렉시트의 영향을 영국과의 무역 문제 정도로만 보는 것은 협소한 시각이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한 뒤 EU와 새로 자유무역협정(FTA)도 맺지 못할 경우 2030년까지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2.2%까지 손실이 예상된다. EU도 역내 시장 규모가 축소되면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영국과 EU의 경제적 손실에 따라 파운드화와 유로화 가치가 요동치면 국제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몰고 올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경제적 손실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개방과 통합을 추구하던 자유시장경제적 흐름이 꺾일 경우 발생할 국제정치의 변화를 더 크게 우려하고 있다.


미국 올랜도에서 발생한 이슬람국가(IS) 추종자의 테러 이후 영국의 브렉시트 지지 여론이 반대를 앞지르는 역전극이 벌어졌다. EU의 이민 정책으로 테러리스트들이 유입될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외국인에게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피해의식도 팽배해 있다. 국민투표 결과가 브렉시트 쪽으로 나온다면 주류 정치권과 경제사회적 기득권 계층에 대한 ‘대중의 반란’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공화당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주류 세력의 반대를 뒤엎고 대선 후보로 결정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과 영국같이 개방을 선도했던 나라가 고립주의, 국수주의의 길로 가는 것이 세계가 가장 우려하는 일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작년 총선에서 보수당 내 반(反)EU 세력을 달래고 같은 우파 성향인 독립당의 약진을 막기 위해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공약했다. 그 덕에 총선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자승자박이 됐다. 정치적 목적으로 내건 포퓰리즘 외교 공약이 자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어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반미(反美)면 어때”를 외쳤던 노무현 대통령 시절 한미 관계가 왜곡된 적이 있다. 외교든, 경제든, 복지든 표만 노리고 국익은 도외시하는 포퓰리즘은 결국 감당하기 어려운 대가를 요구하기 마련이다.


브렉시트는 경제 그 이상이다.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통합과 협력을 지향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성장했다. 브렉시트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서는 우리가 그동안 너무나 당연시했던 정신적 물적 토대가 바뀔 수도 있다. 미리 내다보고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중앙일보]

9. 전관 비리를 '변호사 처신 탓'으로 돌린 대법원 대책

대법원이 전관(前官)예우 논란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다. 연고관계에 따라 변호사를 선임하려는 시도를 차단하고 법정 밖에서의 변론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과연 이런 대책으로 전관 비리 의혹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제 대법원은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가 재판부와의 연고관계를 내세워 수임료 10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데 대해 사법부 차원의 대책을 밝혔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은 대법원에서 하루라도 함께 근무한 대법관에겐 배당하지 않고 법정 밖 변론과 전화 변론, 몰래 변론 등 부적절한 의견 전달 금지를 대법원 규칙으로 명문화하기로 했다. 가칭 ‘부당변론신고센터’도 개설하겠다고 했다. 요약하면 법원 외부의 불순한 접근을 차단하겠다는 얘기다.


이번 대책은 대법원의 안이한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대법원은 “사태의 근본 원인은 법관과의 연고관계를 사건 수임의 도구로 악용해온 일부 변호사의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사법부 역시 이러한 행태가 가능하도록 틈을 보인 측면은 없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았다”고 했다. 그러나 전관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근본 원인은 ‘일부 변호사의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라 재판의 불투명성과 폐쇄성에 있다.


법정에 제출된 증거와 진술을 토대로 실체적 진실이 가려지고 법리적 문제가 정리된다면 의뢰인들이 굳이 판사 출신 변호사의 인적 네트워크를 돈으로 살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지 못하다 보니 ‘전관’ ‘연고’를 앞세운 변호사와 브로커들의 영업 마케팅에 말려드는 것 아닌가. 책임을 내부(재판)가 아닌 외부(변호사 처신)로 돌리는 이번 대책은 법원이 얼마나 국민과 동떨어진 집단사고에 갇혀 있는지 말해주는 것이다.


그간 법조 비리가 터질 때마다 대책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대책의 틈새를 비집고 새로운 유형의 비리들이 고개를 들곤 했다. 대법원이 재판에 대한 근본적 반성 없이 미봉책으로 넘어가려고 한다면 사법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10. 성폭행 피해자 신상털기, 반인륜 범죄다

일부 삐뚤어진 네티즌이 전남 신안군에서 발생했던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신상털기’를 시도하다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의 회원 등 네티즌 5명은 신안군 성폭행 사건 피해자의 정보를 캐서 인터넷에 올리려다 엉뚱한 사람의 사진을 올리는 바람에 피해를 안겨준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


피해자가 기간제 교사라는 잘못된 이야기를 접한 이들은 사건이 발생한 초등학교 홈페이지에서 A교사의 사진을 찾아 인터넷에 올렸다. 하지만 이들이 신상 정보를 공개한 인물은 피해자가 아니었다. 뒤늦게 자신의 사진이 성폭행 피해자로 지목돼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음을 알게 된 A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네티즌 5명에 대한 고소장을 직접 경찰에 제출했다. 그는 이 일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다가 최근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성폭행 사건은 전 국민을 충격과 분노로 몰아넣은 흉악 범죄다. 그런 사건의 피해자 신상 정보를 캐서 인터넷에 올리려고 한 것 자체가 성폭행 못지않은 비윤리적이고 반인륜적이며 파렴치한 중범죄다. 극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피해자를 돕지는 못할망정 이런 시도를 한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희롱한 망나니 짓이다. 그릇된 정보를 인터넷에 올려 엉뚱한 사람을 피해자로 둔갑시킨 것도 마찬가지다. 사명감을 가지고 벽지에서 일하는 교사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인간적 어려움을 안겨줬다.


당국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고 강력하게 단죄해 사회적 경종을 울려야 한다. 일벌백계 차원에서 법이 허용하는 가장 강력한 처벌을 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올린 비인간적인 정보를 보고 킬킬거리며 ‘좋아요’ 등을 누른 네티즌에게도 책임을 물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


사람을 노리개 삼는 이런 비인간적인 사이버 범죄의 재발을 막으려면 정부는 물론 네티즌 차원의 대책도 필요하다. 인터넷에서 단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벌이는 이러한 일탈 행동을 근절하려면 사이버 공간의 자율적인 자정 기능부터 강화해야 한다. 인터넷 자정 시민운동을 기대한다.

주요 신문칼럼

1. [연합뉴스]<최재석의 동행> "사장님, 나빠요"

2000년대 초반 KBS2의 예능프로그램 '폭소클럽'에서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어눌한 한국어를 흉내 낸 코너가 큰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외국인노동자 '블랑카'로 분한 개그맨 정철규 씨의 "사장님, 나빠요"라는 대사는 당시 꽤 유행했다. 블랑카 코너가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가 처한 현실을 풍자적으로 잘 그렸다는 점에서 공감이 컸다.


10여 년이 지나 이 인기 개그 코너를 다시 떠오르게 한 일이 있었다. 경남 창녕의 한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우즈베키스탄 출신 등 외국인노동자 4명이 이달 9일 건축업자로부터 밀린 임금 440만 원을 모두 동전으로 받았다고 한다.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이들을 고용했던 건축업자는 자루에 담아온 100원짜리 동전 1만7천505개와 500원짜리 동전 5천297개를 컨테이너 사무실 바닥에 쏟아 뒤섞이도록 한 뒤 '가져가라'고 했다.

외국인노동자 4명은 지난달 중순부터 이 건설현장에서 급여를 주급으로 받기로 하고 일했다. 그런데 한 달 가까이 임금을 받지 못하자 현장에 출근하지 않았고 이에 화가 난 건축업자가 밀린 돈을 동전으로 지급했다는 것이다. 동전을 받은 노동자들은 합숙소인 원룸에서 밤새 100원짜리와 500원짜리로 나눴고, 다음날 단골 슈퍼마켓 주인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이후 슈퍼마켓 직원과 함께 동전을 차에 싣고 농협과 은행 등을 찾았으나 '동전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번번이 환전을 거절당했다. 창원시에 있는 한국은행 경남본부를 찾아가서야 겨우 지폐로 바꿀 수 있었다고 하니 그들이 느꼈을 인간적 모멸감이 어느 정도였겠는가.


요즘 외국인노동자는 전국 어디에서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만큼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이 많아졌다. 2015년 10월 통계청의 '외국인 고용조사' 발표에 따르면 그해 5월 기준으로 외국인 국내 취업자가 93만8천여 명이다. 연평균 10%의 증가세를 고려하면 현재 100만 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열심히 일하고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외국인노동자와 이주민들이 여전히 많다고 한다. 외국인노동자가 우리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일각의 주장도 현실을 모르는 얘기라는 게 이주노동자권익옹호단체들의 설명이다. 경기도 광주의 한국이주노동재단 이사장인 안대환(56) 목사가 지난달 말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은 우리 산업 현장의 현실을 잘 말해준다.


"1970∼80년대 지금 청년들의 바로 윗세대가 손가락이 잘려가며 하던 일을 이제 파키스탄이나 몽골의 노동자들이 대신하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경제구조가 고도화돼 자동차나 휴대전화 제조업이 주력이라 해도 부품을 만드는 절삭가공이나 사출금형 등의 작업은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청년들은 선반이나 밀링머신, 프레스 등의 위험한 기계는 다루려고 하지도 않지요."

지금은 바야흐로 '외국인 200만 명 시대'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194만3천여 명이다. 2000년 49만 명이었던 외국인이 불과 15년 만에 4배로 늘어났다. '단일 민족'을 고집하던 한국이 여러 나라 출신 외국인과 함께 사는 '글로벌 국가'로 변모한 것이다. 외국인과 이웃하는 광경이 더는 낯설지 않다. 하지만 이주민을 바라보는 인식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격차가 크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9∼10월 전국의 성인 4천 명과 청소년 3천640명을 대상으로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노동자와 이민자를 이웃으로 삼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31.8%였다. 스웨덴(3.5%), 호주(10.6%), 미국(13.7%)과는 아직 큰 차이를 보였다.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외국인노동자는 힘든 노동이 필요한 중소기업과 농촌에서 지금도 부족한 일손을 메우고 있다. 그들이 우리 사회가 지탱하고 발전하는데 일정한 역할을 하는 사회 구성원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저출산의 늪에서 오랫동안 못 벗어나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 판에 우리나라에서 일하겠다고 찾아온 외국인에게 멸시와 차별이 있어서 되겠는가. 


지하철을 타거나 길을 걷다가 생김새나 피부색이 우리와 다른 그들을 우연히 마주쳤을 때 왠지 주위를 경계하는 듯한 행동이나 눈빛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면 외면하지 말고 조용히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봐주자. 같은 세상을 사는 한국인의 사랑을 느낄 것이다. 사실 먹고 살게 부족했던 우리 아버지 세대의 많은 사람이 외국으로 건너가 온갖 설움을 견디며 '노동자' 생활을 한 것이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다.

2. [서울신문][씨줄날줄]가짜 손가락 수당/최광숙 논설위원

007 영화 ‘다이아몬드는 영원히’(1971년)에는 제임스 본드가 보안문을 통과하기 위해 가짜 지문을 엄지손가락에 붙여 지문인식기를 무사히 통과하는 장면이 나온다. 지금은 보안을 위해 지문뿐만 아니라 목소리, 손의 혈관, 얼굴 등을 활용한 다양한 생체인증 기술이 발달했지만 당시만 해도 그것은 ‘최첨단 기술’이었다.


공직사회에도 가짜 지문이 등장했다. 영화의 한 장면이 따로 없다. 공무원들이 야근 수당 등을 타 내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 해임된 경북의 소방공무원 2명은 초과근무 수당을 챙기기 위해 ‘가짜 손가락’을 만들었다가 적발됐다. 이들은 미술을 전공한 부하 직원의 도움을 받아 실리콘으로 손가락 본을 뜬 뒤 부하 직원들에게 맡겨 야근을 한 것처럼 지문인식기에 체크를 하도록 했다고 한다. 개당 20만원을 주고 가짜 손가락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실리콘 손가락 덕분에 이들은 연간 200만~400만원의 수당을 챙겼다.


사실 공무원들이 출퇴근 시간 조작으로 수당을 챙기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0년 전만 해도 지방자치단체의 서무 담당 공무원의 주요 일과 가운데 하나가 그 일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부서원들의 수당을 모아서 부서 회식비 등으로 썼을 정도로 조직 차원에서 이뤄졌다. 오랜 관행이다 보니 초과근무 수당을 챙기는 것을 문제 삼는 이들이 없었다.


정보기술( IT)이 발달한 이후에는 컴퓨터에 출퇴근 시간을 입력하거나 카드 인식기로 체크를 했다. 그런데도 다른 동료 직원들을 대신해 체크해 주는 등 공무원 야근 수당 조작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10여년 전 도입된 것이 지문인식기다. 본인만 체크를 할 수 있어 수당 비리가 사라질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나쁜 버릇은 쉬 고치기 어려운 법이다. 2014년 충북도청 한 직원은 음주 교통사고를 낸 뒤 경찰 조사를 끝내고 귀가하는 도중 잠시 사무실에 들러 지문인식기에 지문을 찍었다가 들통이 났다. 회식을 하거나 외국어 공부를 하러 학원에 다녀온 뒤 사무실에 돌아가 지문을 찍고 가는 경우는 다반사다. 심지어 귀가했다가 슬리퍼에 운동복 차림으로 지문을 찍으러 갔다가 걸린 공무원도 있다.


2014년 공무원 초과근무 수당이 연 2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밤늦도록 일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이런 식으로 수당을 훔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정부가 공무원 초과근무 수당 문제 개선을 위해 ‘초과근무 총량관리제’를 도입한 것도 그래서다. 일부 지자체 등에서는 지문인식기보다 한 차원 높은 정맥인식기로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수당 타 먹기에 관한 한 우리 공무원들의 ‘창의성’을 감안한다면 그것도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고질적인 수당 비리를 근절하려면 무엇보다 공무원의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 수당 비리는 분명 세금 도둑질이자 범죄다.

3. [동아일보][지금 SNS에서는]카톡방 언어성폭력을 보며

14일 오후 11시경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보다가 대학 후배가 올린 사진에서 손이 멈췄습니다. 고려대 남학생 8명이 1년 넘게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여자 동기와 선후배들의 실명을 언급하며 성희롱 대화를 나눈 이른바 ‘고대생 카톡방 언어 성폭력 사건’을 고발하는 대자보 사진이었습니다. 


부끄러운 학창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중학교 3학년 도덕 수업 시간이었습니다. 성(性)을 주제로 한 조별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제가 속한 조는 남학생들로만 구성돼 있었습니다. ‘나에게 이성이란’ 질문에 한 친구가 ‘욕망의 대상’이라고 썼고 저를 포함한 나머지는 이걸 보고 키득거렸습니다. 마침 그때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습니다. 


그런데 점심시간이 끝난 뒤에도 다들 조별 과제물에 적은 문제의 표현을 지워야 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그 과제물이 교탁 위에 올려져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수업을 하러 들어온 국어 선생님은 그 과제물을 하나씩 읽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조의 과제물을 본 순간 선생님의 표정은 일그러졌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나와.” 


그날 우리는 호되게 맞았습니다. 그리고 한 주 동안 수업을 듣지 못했습니다. 학생부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매일 반성문을 써야 했거든요. 교실에 돌아간 첫날 담임선생님은 “잘못 가르쳤다”며 매를 들었습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여성 인권과 성 평등을 주제로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하고 감상문을 써 내야 했습니다. 


고대생 카톡방 성폭력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다음 날인 15일 가해 학생들은 캠퍼스 곳곳에 대자보 형식의 사과문을 붙였습니다. 이들은 ‘언어 성폭력에 관련된 혐의를 모두 인정합니다. 형사처벌을 포함한 징계 역시 달게 받겠습니다’라고 사과했습니다. 


이들이 나눈 대화에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만큼 저속한 표현이 많았습니다. 단체방에 있던 한 학생이 문제 제기를 했는데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이들 중 한 명은 학교 양성평등센터 자원봉사자였고 다른 한 명은 페미니즘학회 회원이었습니다.


누리꾼들은 이들을 향해 ‘역겹다’, ‘추악하다’며 분노를 터뜨렸습니다. 사과문에 대해서도 진실성이 없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카톡 단체방에서 나눈 대화도 모욕죄로 처벌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만약 이들이 법정에 가더라도 초범이기 때문에 그 처벌은 벌금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사례에 비춰 봤을 때 징계도 그리 무겁지 않을 테고요. 성인이 되어서도 고쳐지지 않은 비뚤어진 사고방식이 이 정도로 고쳐질 수 있을까요. 이들은 사과문에서 ‘평생 반성하며 살겠다’고 했지만 그 말에 별로 믿음이 가지 않는 건 저 뿐일까요.

4. [중앙일보][마음산책]성인이 된 아이는 놓아주고 친구를 챙기세요

출가할 당시만 하더라도 스님이 되면 본인의 깨달음을 위해 수행만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다. 보살심을 발휘해서 중생 구제를 하더라도 우선은 내가 깨달은 후에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절에 있다 보면 실상은 절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절을 찾는 신도님께서 갑자기 힘든 일이 생겨 많이 괴로워하시는데 그분을 모른 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차라도 함께 나누면서 힘든 상황을 따뜻하게 들어주고 위로의 한마디라도 해드리면, 비록 문제를 해결해드리지는 못했지만 이야기를 들어준 것만으로도 조금은 홀가분해하신다. 어떻게 보면 심리상담가가 없던 그 옛날에는 종교인들이 바로 그런 역할을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최근 내게 힘든 심정을 토로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와 부모 사이 관계에서 비롯한 문제가 가장 많았던 것 같다.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가 말을 듣지 않거나 아니면 지금 힘든 아이 상황을 보는 것이 괴롭고 아이는 아이대로 부모의 지나친 간섭이나 기대, 아니면 반대로 무관심으로 인한 상처 때문에 아파한다.


예를 들면 서른이 넘은 아이가 결혼을 하려고 하지 않아 걱정이라고 하시는 분이 유독 많다. 부모 입장에선 아이가 미혼으로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치 부모 역할을 다 하지 못한 것 같아서 안타깝기만 하다. 마치 미완성인 그림을 보는 듯한 심정이신 것 같다.

더불어 결혼 말고도 부모님들은 아이의 직장 문제로 또 고민하신다. 요즘 워낙 취업이 힘들다 보니 몇 년째 취업 공부만 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답답하고 능력이 크게 없는 부모 처지가 미안하기까지 하다. 올해도 취직 시험에 떨어진 아이를 보면서 그만 공부하게 하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1년 더 지켜봐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기껏 어렵게 입사해서 한시름 놓았다고 생각하신 분들은 갑자기 아이가 직장을 때려치우고 장사를 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또 고민하신다. 장사 밑천이 없으니 부모 도움이 필요한데 노후를 위해 준비해둔 얼마 되지 않는 돈으로 아이를 도와주는 것이 맞는지, 그냥 없다고 하는 것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이렇게 아이 문제로 상담하시는 부모님을 만날 때마다 나도 함께 깊은 고민에 빠진다. 획기적인 문제 해결은 어렵지만 그분의 어려움을 함께 공감해드리고 지금 현재 상황을 좀 더 수용하면서 안정을 찾으시도록 몇 마디 해드려야만 할 것 같아서다.


예를 들면 미혼 자녀 때문에 걱정이라는 분께는 이렇게 말씀드린다. “저는 아이가 결혼을 안 한 것이 꼭 불행이라거나 미완성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전 세계 그렇게 많은 신부님, 수녀님, 스님들은 결혼을 하지 않고 사는데도 그분들은 본인 인생이 미완성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서두르다 보니 배우자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한 결혼 때문에 자신의 삶이 싱글 때보다 불행해졌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자식의 직장 문제로 고민하시는 분들께는 또 이런 이야기를 해드린다. “공무원 시험이나 각종 고시 같은 시험 준비를 하는 자녀가 작년에 이어 이번 시험에서도 떨어졌는데 본인은 아직 미련이 남아 있다고 한다면 아이에게 다짐을 받으세요. 딱 1년만 최선을 다해 공부를 하고 만약 내년에도 떨어지면 깨끗하게 단념하고 다른 길을 찾아보겠다고요. 그리고 직업의 종류는 3만 가지나 되는데 너무 하나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은 그리 지혜로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왜냐하면 실제로 꿈의 직장에 취직이 된 사람들 가운데도 상당수가 1~2년 안에 이직을 꿈꾸는 경우가 아주 많으니까요. 그냥 생각으로 직장을 고르는 것과 실제로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이야기해 주세요.”


마지막으로 노후 준비 자금으로 자녀를 도와주는 것이 맞는지를 물어보시는 분께는 이렇게 말씀드린다. “우리나라 노년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1위라고 합니다. 노년이 찾아왔을 때 자식들이 부모가 해준 것만큼 다시 해주면 참 좋겠지만 실상은 본인들 살기도 힘들고 바쁘기 때문에 그것이 쉽지가 않아요. 재산이 있으면 또 자식들 간에 다툼이 생길 수 있어 심리적으로 힘든 노년을 맞는 분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요. 그래서 성인이 된 자식은 본인의 삶을 살도록 좀 놓아주고 나 자신과 배우자, 친구들을 좀 더 챙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특히 은퇴 후 내 마음을 살찌울 공부를 한다던가 여러 친구들과 운동이나 취미, 종교, 봉사활동 등을 주기적으로 하면서 밥을 같이 먹는 것이야말로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은퇴 후 20~30년을 더 사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그 삶의 중심을 너무 자식으로만 두지 말고 나 자신과 배우자, 그리고 특히 친구들과 함께하는 충만한 삶으로 설계하세요.”

5. [중앙일보][시선 2035] 편의점과 숟가락

퇴근길에 종종 집 근처 편의점을 찾는다. 맞벌이 부부다 보니 밥솥은 텅 비어 있고, 녹초가 된 몸으로 밥을 해먹기엔 엄두가 안 나서다. 편의점에 들어서면 자연스레 라면과 삼각김밥, 햄버거로 손이 간다. 복학생 시절인 8년 전 자취를 했을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 나 혼자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항상 20대 대학생, 30대 직장인 등이 편의점 자리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3만 곳이 넘는 편의점 수만큼이나 이곳 음식은 젊은 층에게 일상이 됐다. 배문경 충북대 교수에 따르면 주 2회 이상 편의점 식품으로 끼니를 때운다는 대학생은 절반을 넘었다(52.2%). 하지만 맛 때문에 편의점 식품을 먹진 않았다.


대부분 쉽게 살 수 있고 시간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돈 없고 집밥과 거리가 먼 자취생들이 단골이다. 혼자 원룸에 살고 있는 친구는 “편의점 식품이 몸에 안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래도 혼자서 5000원, 1만원짜리 밥을 먹긴 부담스러우니 선택지는 편의점뿐”이라고 말했다.


직장에 나간다고 상황이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맛을 음미할 여유도 없이 허겁지겁 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해 한 취업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이 실제로 점심을 먹는 시간은 20분 미만이 53.2%였다. 빡빡한 점심시간 규정과 쌓여 있는 업무 속에 부랴부랴 식당 문을 나서는 셈이다. 그마저도 평균 6000~7000원인 점심값을 줄여보려고 싼 곳을 찾아다니기 일쑤다. 회사원 친구는 “바쁘면 샌드위치나 김밥으로 때우는 경우도 많다. 아침은 굶고 점심을 부실하게 먹으니 도리어 저녁·야식을 많이 먹게 된다”고 푸념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라는 말을 농담처럼 나누던 시절은 흘러가고 오직 생존을 위해 먹는 세상이 된 걸까. 천천히 밥알을 꼭꼭 씹어 가며 점심을 먹거나, 집에서 손수 만든 반찬과 국으로 저녁을 해결하는 건 ‘로망’이 된 지 오래다. 1식4찬을 갖춘 1000원짜리 대학교 학생식당 밥, 영양소를 다 갖췄다는 편의점 웰빙 도시락이 그나마 대안이 될 뿐이다. 값싼 편의점 식품에, 짧은 점심시간에 시달리는 20~30대는 갈수록 늘어 간다.


지난달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사고를 당한 19세 김씨도 마찬가지다. 고교생 티를 막 벗은 그의 가방 속 사진이 공개되자 모두의 시선은 같은 곳에 머물렀다. 손때 묻은 공구들 사이의 사발면과 나무젓가락, 그리고 쇠숟가락. 특히 컵라면과 숟가락은 비정규직 청년의 아픔을 대변하는 상징이 됐다. 정해진 수리 시간을 맞추기 바쁘지만 어떻게든 밥 한 숟갈 뜨고 싶었을 그의 모습이 그려졌다. 문득 김군과 함께 스크린도어 정비업체에 입사했다는 또래 비정규직 직원 16명의 가방 속도 궁금해졌다. 여러분은 식사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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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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