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경향신문]
1. 해군 잠수함 미사일 콜드런치, 북에 해킹당해
북한이 해군 잠수함의 콜드런치 기술을 해킹한 것으로 25일 드러났다. 콜드런치는 잠수함 발사관 내부에서 고압의 압축공기시스템을 이용, 미사일을 사출시킨 뒤 공중에서 점화하는 기술이다. 최근 북한 신포급 잠수함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콜드런치 기술의 급속한 진전을 감안하면 해킹한 우리 해군 기술을 활용했을 가능성도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국방 사이버 조사 분야에 정통한 군 간부 ㄱ씨는 “북한군 정찰총국과 관련된 해커조직이 잠수함을 건조하는 국내 방산업체를 해킹해 콜드런치 기술을 절취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어 “해킹이 북한 SLBM의 콜드런치 방식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배경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킹당한 기술이 2020년 전력화 예정인 장보고-Ⅲ 잠수함(3000t급)에서 나온 것인지, 전력화가 마무리된 장보고-Ⅱ 잠수함(1800t급)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장보고-Ⅲ급은 수직발사관을, 장보고-Ⅱ급은 어뢰발사관을 이용한 콜드런치를 각각 적용하고 있다.
예비역 해군장성 ㄴ씨는 해군의 3000t급 잠수함 설계도가 해킹당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북한이 다수의 SLBM발사관을 장착한 3000t급 잠수함도 건조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북한의 과거 잠수함 건조 수준을 감안할 땐 해킹을 통해 장보고-Ⅲ급 설계 기술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과 경찰 관계자들은 관련 수사 여부조차 확인을 거부했다. 다만 “노코멘트”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수사 당시 기무사 고위 관계자였던 ㄷ씨는 “확인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말했다. 당시 해킹 수사를 맡은 경찰 한 간부는 “사이버테러 담당부서에서 방산업체 해킹을 수사한 것 외에는 잘 모른다”고 언급을 피했다. 고위 간부 ㄹ씨는 “우리는 NCND 할 수밖에 없는 사안으로, 군쪽에서 창구는 군쪽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2. ‘노무현 서거 촉발’ 태광실업 세무조사 진실 밝힌다
국세청 적폐청산기구 격인 국세행정 개혁 태스크포스(TF)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촉발시킨 태광실업 세무조사의 진상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행정 TF는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정치적 세무조사’ 의혹이 짙은 10여건도 조사하고 있다. 연내에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세행정 TF의 내부 자료 요청이 국세기본법상 비밀유지 규정에 어긋난다며 국세청이 난색을 표해 난항이 예상된다. TF는 외부위원 10명, 내부위원 8명으로 구성된 독립기구다. 안원구 전 서울국세청 세원관리국장은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강병구 국세행정 개혁 TF 단장을 만나 태광실업 세무조사와 관련해 겪은 일들을 상세히 얘기해줬다”면서 “이 사건은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한 명백한 정치적 세무조사”라고 밝혔다.
안 전 국장은 당시 한상률 국세청장으로부터 태광실업 세무조사에 참여하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한다. 국세청은 2008년 7월 노 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인 박연차 회장이 운영하는 태광실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이 세무조사는 검찰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로 이어졌고,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6개월 만인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은 서거했다.
국세행정 개혁 TF는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포함해 10여건을 ‘정치적 세무조사 진상조사 대상’으로 선정하고 관련자 의견 청취, 국세청 내부 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강병구 TF 단장은 이와 관련, “최근 언론에 보도된 ‘블랙리스트 연예인’ 소속 기획사가 부적절한 세무조사를 당했다는 의혹 등을 포함해 필요하면 외부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진상조사 대상 사건이 국세기본법에 부여된 절차와 규정을 따라 적절하게 진행됐는지 국세청 내부 자료를 통해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세행정 개혁 TF는 최근 회의에서 국세청 측에 관련 내부 자료를 요청했다. 다만 국세청은 ‘개별 사건에 대한 비밀유지 원칙’을 이유로 외부위원의 내부 자료 접근은 원칙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세행정 개혁 TF는 연내에 진상조사 결과를 내놓고, 정치적 세무조사 재발방지 방안을 만들어 한승희 국세청장에게 권고할 예정이다. 하지만 권고안은 법적 효력이 없다.
따라서 국세청의 개혁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강 단장은 국세청 개혁과 관련해 “국정원처럼 국세청장이 개혁 의지를 갖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한 청장 취임 직후 외부위원이 참여하는 국세행정 TF를 발족하면서 과거 정치적 세무조사의 진상을 조사하겠다고 밝혔었다.
[동아일보]
3. 실업의 그늘… 구직급여 지급액 사상최대
올 상반기(1∼6월) 새로운 직업을 찾는 실직자에게 지급된 구직급여가 사상 처음으로 반기 기준 2조50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구직급여 상한액이 올 4월부터 늘어난 이유도 크지만 그만큼 일자리를 잃고 구직에 나서는 실업자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조선업 등 고임금 업종의 구조조정이 계속되면서 이 분야 실직자들이 증가한 게 영향을 미쳤다.
25일 통계청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지급된 구직급여 액수는 2조5659억 원으로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2조5000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상반기(2조4170억 원)와 비교하면 6.2% 늘어난 것이며 지난해 하반기(2조2670억 원)보다는 13.2% 증가한 수치다.
실업급여 중 하나인 구직급여는 실직자가 재취업을 준비하는 동안 정부에서 지원받는 돈을 가리킨다. 나이와 재직기간 등에 따라 실직 전 평균 급여의 50%(월 최대 150만 원)가 90∼240일간 지급된다. 올 상반기 월평균 구직급여 수급자 수는 39만6288명으로 지난해 상반기(39만5525명)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크게 늘어난 것은 올 4월 구직급여 상한액이 4만3000원에서 5만 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정부는 고용 악화에 대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구직급여 지원액을 높이기로 했다.
구직급여는 적어도 최저임금의 90%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자연스럽게 오른 측면도 있다. 하지만 구직급여가 늘어난 더 큰 이유는 국내 고용환경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조선, 자동차 등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주축 제조업의 구조조정 여파가 컸다. 조선업과 자동차업이 밀집해 있는 울산과 경남에선 분기(3개월) 기준으로 올 1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구직급여 신청자가 각각 1만 명과 2만 명을 넘어섰다.
20대 이하 청년층의 구직급여 신청자 수가 점차 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올 1분기(1∼3월·3만8600명)와 2분기(4∼6월·4만9300명) 20대 구직급여 신청자는 전년 동기보다 각각 0.3%, 1.3% 늘었다. 지난해 4분기(10∼12월·3만6300명)에 6.4% 증가한 후 전년 동기 대비 세 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60대 이상 고령층을 제외한 다른 연령층은 지난해 4분기에 신청자 수가 급격히 늘었다가 올해 들어서는 다시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유독 20대에서 구직급여 신청자가 증가하고 있다. 최악의 취업난 속에 20대가 어렵게 취업을 하고도 일자리의 질이 낮아 정착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기업이 20대를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으로 많이 뽑고 이들 중 계약 연장에 실패한 사람이 적지 않은 탓도 크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직급여와 관련한 통계는 일반고용통계와 다르게 고용보험을 낼 정도로 괜찮은 직장의 수치를 대변해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악화된 구직급여 수치가 최악의 일자리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만큼 정부가 일자리 정책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화일보]
4. 인권위 “구속 피의자 가족 접견 과도한 제한은 피의자 방어권 침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구속 피의자가 유치장에 구금돼 경찰 조사를 받는 동안 외부인 접견을 제한당한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25일 인권위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6월 20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체포돼 6월 29일까지 유치장에 구금됐다. 담당 경찰관 B 씨는 A 씨 구금 당일 가족을 포함한 비(非) 변호인 접견 제한 조치를 했는데, 관련 공문은 그 다음 날 공지했다.
이후 같은 달 27일 접견 제한의 내용을 ‘변호인과 가족을 제외한 사람의 접견 금지’로 변경했다. A 씨 사건은 결국 증거가 불충분해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인권위는 “‘피의자 유치 및 호송 규칙’ 제35조 2는 수사 담당자는 피의자 접견을 금지하는 사유를 기재해 형사과 수사지원팀 유치인 보호 주무자에게 통지해야 하고, 그 사유가 소멸했을 때는 지체 없이 접견 등을 금지한 결정을 취소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하지만 B 씨 등이 수사지원팀으로 보낸 ‘피의자 면회 접견 금지 요청’ 공문에는 접견 제한 사유를 기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B 씨는 “진정인이 여러 증거에도 불구, 마약 투약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당시 마약 사용 혐의로 내사를 받고 있던 진정인의 친구와 가족이 서로 아는 사이였기 때문에 몰래 짜고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었다”며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피진정인이 주장하는 통모나 증거인멸에 관한 주장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더불어 “접견 제한 조치의 이유도 적시하지 않은 공문으로 실제 접견을 제한하고 하루 뒤 유치인 보호 담당자에게 통지하는 등 적법 절차도 준수하지 않아 정당한 공무 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권위는 “인권위는 진정인의 경우처럼 수사 단계에서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한 경우 가족과의 접견까지 제한되면 제3자에게 정서적, 법률적 도움을 받을 가능성 자체가 차단될 수 있다”며 “가족 등 비변호인의 접견 제한은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명백한 경우에 한해 적법하게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인권위는 경찰청장에게 구속 피의자의 비변호인 접견 등을 금지할 경우 당사자에게 구체적 내용과 접견 금지 사유, 불복 방법을 서면 또는 휴대전화 문자 전송 등 방식으로 신속하게 고지하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서울신문]
5. 1급 실종… 갈 길 먼 책임장관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이 넘었지만 각 부처 1급(고위공무원 가급) 인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청와대가 주도하는 ‘검증 지연’이 원인으로 꼽힌다. 그 이면에는 정권 교체에 따른 ‘코드 맞추기’와 ‘외부 입김’ 등도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25일 각 부처에 따르면 이날 현재 1급 인사가 마무리된 곳은 총리실과 농림축산식품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공정거래위원회 정도다. 반면 교육부와 환경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은 아직 1급 인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했다. 이 중 교육부는 1급 5자리 중 3자리가 공석 또는 직무 대행 상태다. 환경부는 조직 개편이 확정되지 않아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장관조차 없어서 각각 인사에 손을 못 대는 상황이다.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는 1급 6명 중 4명의 거취가 불확실하다. 실물 경제를 이끄는 산업통상자원부는 1급 9자리 중 3자리가 비어 있다. 일자리를 관장하는 고용노동부도 1급 6자리 중 2자리가 공석이다. 통일부는 1급 6명 중 절반 이상 교체설만 나돌 뿐, 후속조치가 따르지 않고 있다. 해양수산부 등 일부 부처는 구체적인 ‘1급 인사안’을 청와대에 보냈지만 ‘결재’가 떨어지지 않아 발령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급 인사가 지연되는 이유 중에 청와대 검증 탓도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경제부처의 한 1급 후보자는 검증에 걸려 내정이 취소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미경 검증이 인사가 지연되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위관료 출신의 한 공공기관장은 “(정치권 등) 외부에서 ‘이 사람은 된다, 안 된다’ 식의 압력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검증을 명분으로 ‘(전 정권 인사) 솎아내기’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인사가 지연되면서 국정에 가속도가 붙기는커녕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사표를 내고도 자리를 지키는 1급도 상당수다. 1급은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고, 관련 부처와 공조 체제를 구축하는 ‘실무 사령관’에 해당된다. 강제상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장차관이 있다고 해도 1급이 없으면 국정이 톱니바퀴처럼 굴러가기 어렵다”면서 “책임장관제는 부처 인사권을 과감히 장관에게 넘겨주는 데서 출발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6. 北, B-1B 비행 몰랐다
북한은 23일 밤부터 24일 새벽까지 이뤄진 미국 공군 전략폭격기 B-1B 랜서 편대의 최근접 비행 작전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25일 “괌에서 이륙한 B-1B 2대가 일본방공식별구역과 한국방공식별구역을 거쳐 북방한계선(NLL) 이북의 북한 동쪽 국제공역에 진입할 때까지 원산 인근의 대공 방어 레이더망이 가동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한 전투기들이 대응 기동에 나서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B-1B 랜서는 원산 인근에 배치된 북한 SA-5 지대공미사일의 사거리가 150㎞인 점을 고려해 이 사정권 밖에서 움직였다”며 “정확한 체공시간을 공개할 수는 없으나 B-1B 랜서는 동북쪽 해상에서 일정 시간 머무르기까지 했다. 하지만 북의 반응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 방공망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의미로, 유사시 북폭 때 한·미 연합군이 유리한 입장에서 작전을 전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5월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 참관 아래 신형 반항공요격 유도무기체계 시험사격에 성공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한 바 있지만 야간 방공망은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입국 금지국에 북한·베네수엘라·차드 3개국을 새롭게 추가하는 3차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다음달 18일 발효되는 이번 명령의 적용 대상국은 기존 이란·시리아·리비아·수단·예멘·소말리아 중 수단을 제외한 5개 나라와 신규 적용 대상인 3개 나라를 합쳐 모두 8개국이다. 북한과 베네수엘라는 기존에 포함된 이란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불량국가로 지목한 3개국이다. 이번 명령에도 북한 외교관의 입국은 허용되는 데다 북·미 간에 사실상 인적 교류가 없는 상태임을 고려할 때 실효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7. 해외자원 투자, 한국은 '샤워실 바보'
광물자원공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해외 자원 개발 붐을 타고 볼리비아 리튬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볼리비아 정부와 양해각서를 5번이나 체결했다. 이명박 정부는 해외 자원 개발 성공 사례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프로젝트는 지지부진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해외 자원 개발은 '부실과 비리'로 낙인찍혔다. 볼리비아 리튬 사업은 시작 6년 만인 2015년 제대로 개발도 해보지 못한 채 끝났다. 볼리비아 정부는 중국 업체와 리튬 개발 계약을 맺었다.
그로부터 2년 후. 전기차 수요가 늘면서 전기차용 리튬 이온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리튬·니켈·코발트의 가격은 연일 급등하고 있다. 이달 현재 리튬 가격은 ㎏당 142.9위안(21.6달러)으로 2015년 9월 44위안(6.7달러)의 3배 수준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코발트 가격은 두 배가 됐고, 니켈 가격은 2년 만의 최고치다.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업계는 아우성을 치고 있지만 정부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한국은 자원 가격이 오를 때 샀다가, 떨어졌을 때 헐값에 내다 파는 '샤워실의 바보' 같은 해외 자원 개발을 해왔다. 물이 차다고 뜨거운 물을 많이 틀고 다시 뜨겁다고 찬물을 많이 트는 꼴이다.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자원 개발 정책이 정권 변화에 따라 '냉·온탕'을 오간 것이다.
반면 중국과 일본은 일관된 해외 자원 개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중국은 해외 자원 투자를 2011년 714억4000만달러에서 작년에 823억5000만달러로, 일본은 같은 기간 497억4100만달러에서 두 배인 1069억4700만달러로 늘렸다. 반면 한국의 투자는 114억6400만달러에서 27억8000만달러로 급감했다. 일본과 중국은 자원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자 '저렴하게 자원을 확보할 기회'로 보고 투자 자금을 늘렸지만, 우리는 정반대로 대폭 줄인 것이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권 때처럼 대통령 말 한마디에 앞뒤 안 가리고 자원 개발에 뛰어드는 것도 문제고 정권에 따라 하다 말다를 반복하는 것도 문제"라며 "해외 자원 개발은 성공 확률이 10~15%에 불과, 기술·자본을 오랜 시간 축적하며 경쟁력을 키우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도 장기 투자를 통해 성공한 사례가 있다. 포스코대우는 지난 2000년 미얀마 가스전 탐사권을 얻은 뒤 13년 동안 2조3000억원을 투자해 2013년부터 중국에 가스를 판매하고 있다. 포스코대우는 1970년대 미국·유럽·일본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탐사를 시도했다가 포기한 곳에서 향후 25년간 판매할 수 있는 가스전을 발견해 냈다. 향후 연간 2500억~3000억원의 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런 사례는 극히 일부다. 박근혜 정부에 이어 현 정부도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을 '적폐'로 취급하면서 투자가 얼어붙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해외 자원 개발 사업 투자액은 최근 5년 동안 4분의 1토막이 났다. 신규 사업 수도 2011년 71건이었던 것이 2013년 33건으로 급락했고, 지난해에는 10건에 그쳤다. 올해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말까지 해외 자원 개발에 대한 석유공사·가스공사·광물자원공사·한국전력공사 등 자원 공기업의 투자 회수율은 36.7%였다. 해외 자원 개발이 비판받는 것은 이같이 더딘 성과 탓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외 자원 개발은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의 투자 회수율만 갖고 부실이라고 단정 짓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자원 가격은 사이클에 따라 변동이 일어나기 때문에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매각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박맹언 부경대 교수는 최근 이명박 정부의 자원 개발 논란과 관련, "경제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무분별하게 추진한 데다 유가 하락을 예상하지 못했고, 손실을 최소화하지 못한 과실은 있지만, 과거의 잘못 때문에 당장 헐값에 팔거나 자원 개발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며 "길게 내다보고 경제성이 없는 것은 빨리 처분해 새 광구나 자산을 확보하는 등 해외 자원 개발 투자를 계속해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8. 이번엔 고용압박 … 정부 ‘청구서’에 기업 숨 막힌다
문재인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기업들이 ‘트릴레마(삼중고)’에 빠졌다. 정부가 요구하는 ‘고용 증대’, 내년부터 본격화하는 ‘임금 인상’,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 등 세 가지 변수가 서로 얽혀 한쪽을 풀려면 다른 한쪽이 꼬여버린다. 동시에 모든 것을 달성해야 하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 기업들의 경영 딜레마다.
정부는 25일 저성과자의 해고를 가능케 하고, 각종 근로조건의 변경을 쉽게 하는 내용의 ‘양대 지침’까지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양대 지침은 박근혜 정부 노동개혁의 상징과도 같은 정책이었다. 이번 양대 지침 폐기로 정부가 친노동 정책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경제성장 동력의 핵심인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경제단체 및 연구원의 분석 결과 중국 사드 보복 경제 손실(최대 22조4000억원),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115개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최대 38조5509억원), 미국의 통상압력(최대 6조원) 등 일곱 가지 경제 충격에 따른 피해 금액이 최소 64조원에서 최대 106조원에 이른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기업을 배려하기는커녕 개혁의 대상으로만 취급한다는 지적이 재계의 불만이다.
새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대규모 정규직 전환, 대기업 비정규직 상한제 등을 추진해왔다. 최근엔 파리바게뜨·만도헬라 등에는 파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직접 고용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이런 노동정책은 주요 경쟁국들이 4차 산업혁명에서 앞서가기 위해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에 주력하는 행보와는 거꾸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각종 노동 관련 정책은 기업의 한정된 예산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서로 상충하는 딜레마”라고 말했다.
기업이 연구개발(R&D)이나 시설투자를 늘리는 것도 여의치 않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등에 쓰일 재원이 줄어드는 탓이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투자 예산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제품 경쟁력을 떨어뜨려 해외 업체와의 경쟁에서 도태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끊임없이 대기업에 청구서를 내밀고 있다. 복지 실현을 위한 법인세율 인상, 통신요금 인하, 복합쇼핑몰 휴일 영업 제한 등은 대기업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한 정책이다.
반면에 기업들을 지원하는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규제완화 등에도 귀를 막고 있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한국을 추격하는 중국 기업과 대비된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기업의 경쟁력을 올리는 정책 뒷받침이 없다면 향후 상황이 정부 예상과 반대로 흐를 수 있다”며 “노동생산성을 높이지 않고 노조에 치우친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지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
9. 천식 가습기살균제 피해 질환으로 공식 인정
천식이 정부가 인정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질환으로 확정됐다. 폐섬유화 질환과 태아피해에 이어 세번째다. 환경부는 25일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제2차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위원장 환경부차관 안병옥)’에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천식피해 인정기준이 심의·의결됐다고 26일 밝혔다.
피해구제위원회는 지난달 10일 개최된 제1차 회의에서 역학·독성·환경노출·법 분야 전문가 등 총 15명으로 구성된 폐이외질환검토위원회가 마련한 천식기준안을 심의했으나, 보다 심도 있는 검토를 위해 차기 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결정을 보류한 바 있다. 피해구제위원회는 25일 회의에서 가습기살균제 노출 증거력, 일반 천식의 질병 경과와 차별성 등을 검토해 기존 상정안을 보완한 천식피해 인정기준을 의결했다. 이번 천식피해 인정기준 의결로 천식은 폐섬유화 질환과 태아피해에 이어 정부가 인정하는 세번째 가습기살균제 피해질환이 됐다.
환경부는 천식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질환으로 공식 인정됨에 따라 건강보험공단 진료자료를 분석하는 ‘천식피해 조사·판정 프로그램’을 개발해 조사판정 대상자를 선정하고, 피해신청자가 제출한 의무기록 등을 전문위원회에서 조사·판정해 의료비 등 필요한 지원을 할 계획이다. 서흥원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장은 “이번에 천식기준을 마련한 것처럼 앞으로도 조사 연구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계속하여 과학적 근거가 확보되면, 간질성폐렴 등 다른 호흡기질환과 장기 피해, 기저질환, 특이질환 등으로 피해 인정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일보]
10. 김명수 “판사 블랙리스트 재조사 당장 결정”
김명수 대법원장이 25일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에 대해 “즉시 검토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사법부 수장으로서 내홍의 불씨인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진화하고 법원 조직을 안정시키는 작업이 가장 시급하다고 본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처음 출근해 6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해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당장 급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오늘부터 시작되는 제 임기에서 가장 먼저 이야기할 부분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추가조사 방식에 대해서는 “잘 검토해서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특정 성향을 갖는 판사들의 신상자료를 관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올 3월 법원 내 최대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학회가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 등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계획하자 행정처가 이를 축소하라는 지시를 하면서 관련 의혹이 불거졌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난 4월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를 꾸려 이 사건을 조사하게 했고, 진상조사위원회는 “사법부 블랙리스트는 없다”는 결론을 냈으나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관련 의혹이 모두 해소되지 못했다며 추가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 대법원장 공식 취임식은 26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다.
주요신문칼럼
1. [시사인]홍대와 이태원, 우리동네도 안전하지 않다
사무실 동료와 서울 마포구 포은로에서 점심을 먹고 산책하다 호젓한 카페 앞에 잠시 멈춰섰다. 여백이 많은 공간 안으로 낮볕이 들고, 몇개의 나무 테이블과 잎이 넓고 줄기간 긴 식물이 심어진 화분들이 보였다. 카페 통유리 창을 가린 직물 커튼은 그 초록과 얼마나 잘 어울리던지. 그슴 슴한 풍광을 두루 담은 호시절이라는 카페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언젠가 시의 이름으로 삼아야지 마음먹었다.
글쓰며 사는 처지라 아무래도 단어 앞에서 마음을 먹고자하면 홀연히 낯선 문장이 찾아오고 그 낯선문장에서 다시 멀고도 가까운 이야기가 발생한다.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식물때문에 호시절을 보낸 어머니가 있고 동물때문에 호시절을 맞는 아버지가 있으며 그 둘을 먼곳 에 두고 그리워하는 자식들의 호시절이 있다. 이상하지만 어떤 시의 호시절은 시가 되지 않았을 때 이기도 하다. 문득 같은 사무실에서 하루대부분을 함께 보내는 동료의 호시절이 궁금해졌고 이렇게 손님이 없어서 세는 어떻게 내고 사니 카페 호시절의 안전이 염려됐다. 포은로는 망리단길의 본래이름이다. 요즘 그 길에서 모든 공간은 호시절이기도 하고 호시절이 아니기도 하다.
포은로를 찾는 사람이 많아 지면서 그 일대공간 임차료가 부쩍 올랐다는 소식, 홍대나 이태원처럼 ‘젠트리피케이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소식은 이제 더는 새삼스러울게 아니었다. 그러나 실제로 집세가 너무 올라 오랜 망원동 생활을 접을 예정이라는 친구의 말은 새삼 놀랄만한 것이 었다. 그 말이 곧 내가 사는 동네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서울에선 최소한의 공간적 호사를 누리기지 쉽지 않다. 노원구에 사는 한 친구에게 그곳이 아파트값 상승률 1위 동네더라하고 소식을 전하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올라봤자 이 돈으로 다른 동네 못가는게 함정. 억 단위의 빚을 지고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한 이가 큰돈으로도 갈 수 있는 동네가 없다고 말하는 건 어떤 시절의 보증일까. 쫓기듯 이사하며 사는 가운데도 내집 마련이 삶의 호시절을 증명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내쫓기며 사는 많은 이들의 상상속에서 삶의 호시절을 보장하는 건 건물주가 되는 길뿐이다. ‘내쫓기다’라는 단어 앞에서 쓰고 엮고자 마음먹은 이들이 있었다.
출판사 유음과 함께 지난 금요일, 신촌 공씨 책방에서 현장잡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면이 아니라 현장에서 고작 작은 선풍기 서너 대가 돌아가는 푹푹 찌는 지하실에서 헌책들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30여명이 함께 헌책을 깔고 앉아동료작가들의 새로운 시와 산문과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었다. 그렇게 현장에서 한문학의 동시다발적인 첫 독자가 되어서 우리는 공간에 마지막까지 머무르는 자가 되어주는 일이 얼마나 문학적인 것인지 정치적인 것인지, 개인적인 것인지, 공적인 것인지 생각했다.
그때작가와 독자는 자본으로부터 내쫓김에 저항하는 공간의 일속으로 과연 헌 책은 호시절의 지난 책일까. 그런 책들을 모아 파는 책방은 헌공간이기만 할걸까. 그 시절 우리가 자주 머물렀던 공간은 다 어디로 감쪽같이 사라지게 된 걸까 함께 의논해볼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 나는 그곳에서 마포구 포은로에서 서대문구 신촌로까지 걷는 기분으로 호시절이라는 시를 읽었다. 공씨 책방은 회기동 경의대앞에서 시작해청계천과 광화문을 거쳐 신촌에서만 25년을 머문 개업기간이 40여년이나 된 1세대헌책방이다.
최근 건물주에 의해 내쫓길 위기에 처했다. 학창시절 내가 자주 가던 책방은 중앙 서점이었다. 주눈치를 보며 서점한구석에 앉아 낮볕속에서 책을 읽는 일은 호사였다. 지금도 그곳은 거기 있다. 아직 거기 현재함으로써 호시절적인 공간을 생각한다. 그 공간이 오래된 책방이라는 건 혹은 작은 동네다방이라는 건 얼마나 다행스러운일인지.
사무실 동료와 서울 마포구 포은로에서 점심을 먹고 산책하다 호젓한 카페 앞에 잠시 멈춰섰다. 여백이 많은 공간 안으로 낮볕이 들고, 몇개의 나무 테이블과 잎이 넓고 줄기간 긴 식물이 심어진 화분들이 보였다. 카페 통유리 창을 가린 직물 커튼은 그 초록과 얼마나 잘 어울리던지. 그슴 슴한 풍광을 두루 담은 호시절이라는 카페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언젠가 시의 이름으로 삼아야지 마음먹었다.
글쓰며 사는 처지라 아무래도 단어 앞에서 마음을 먹고자하면 홀연히 낯선 문장이 찾아오고 그 낯선문장에서 다시 멀고도 가까운 이야기가 발생한다.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식물때문에 호시절을 보낸 어머니가 있고 동물때문에 호시절을 맞는 아버지가 있으며 그 둘을 먼곳 에 두고 그리워하는 자식들의 호시절이 있다. 이상하지만 어떤 시의 호시절은 시가 되지 않았을 때 이기도 하다. 문득 같은 사무실에서 하루대부분을 함께 보내는 동료의 호시절이 궁금해졌고 이렇게 손님이 없어서 세는 어떻게 내고 사니 카페 호시절의 안전이 염려됐다. 포은로는 망리단길의 본래이름이다. 요즘 그 길에서 모든 공간은 호시절이기도 하고 호시절이 아니기도 하다.
포은로를 찾는 사람이 많아 지면서 그 일대공간 임차료가 부쩍 올랐다는 소식, 홍대나 이태원처럼 ‘젠트리피케이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소식은 이제 더는 새삼스러울게 아니었다. 그러나 실제로 집세가 너무 올라 오랜 망원동 생활을 접을 예정이라는 친구의 말은 새삼 놀랄만한 것이 었다. 그 말이 곧 내가 사는 동네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서울에선 최소한의 공간적 호사를 누리기지 쉽지 않다. 노원구에 사는 한 친구에게 그곳이 아파트값 상승률 1위 동네더라하고 소식을 전하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올라봤자 이 돈으로 다른 동네 못가는게 함정. 억 단위의 빚을 지고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한 이가 큰돈으로도 갈 수 있는 동네가 없다고 말하는 건 어떤 시절의 보증일까. 쫓기듯 이사하며 사는 가운데도 내집 마련이 삶의 호시절을 증명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내쫓기며 사는 많은 이들의 상상속에서 삶의 호시절을 보장하는 건 건물주가 되는 길뿐이다. ‘내쫓기다’라는 단어 앞에서 쓰고 엮고자 마음먹은 이들이 있었다.
출판사 유음과 함께 지난 금요일, 신촌 공씨 책방에서 현장잡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면이 아니라 현장에서 고작 작은 선풍기 서너 대가 돌아가는 푹푹 찌는 지하실에서 헌책들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30여명이 함께 헌책을 깔고 앉아동료작가들의 새로운 시와 산문과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었다. 그렇게 현장에서 한문학의 동시다발적인 첫 독자가 되어서 우리는 공간에 마지막까지 머무르는 자가 되어주는 일이 얼마나 문학적인 것인지 정치적인 것인지, 개인적인 것인지, 공적인 것인지 생각했다.
그때작가와 독자는 자본으로부터 내쫓김에 저항하는 공간의 일속으로 과연 헌 책은 호시절의 지난 책일까. 그런 책들을 모아 파는 책방은 헌공간이기만 할걸까. 그 시절 우리가 자주 머물렀던 공간은 다 어디로 감쪽같이 사라지게 된 걸까 함께 의논해볼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 나는 그곳에서 마포구 포은로에서 서대문구 신촌로까지 걷는 기분으로 호시절이라는 시를 읽었다.
공씨 책방은 회기동 경의대앞에서 시작해청계천과 광화문을 거쳐 신촌에서만 25년을 머문 개업기간이 40여년이나 된 1세대헌책방이다. 최근 건물주에 의해 내쫓길 위기에 처했다. 학창시절 내가 자주 가던 책방은 중앙 서점이었다. 주눈치를 보며 서점한구석에 앉아 낮볕속에서 책을 읽는 일은 호사였다. 지금도 그곳은 거기 있다. 아직 거기 현재함으로써 호시절적인 공간을 생각한다. 그 공간이 오래된 책방이라는 건 혹은 작은 동네다방이라는 건 얼마나 다행스러운일인지.
2. [청년의사] ‘심사위원 실명제’ 말고 ‘심사자 실명제’ 도입해야
대한민국은 위원회 공화국이다. 수많은 위원회가 있다. 법적으로 위원회는 세 가지로 구별할 수 있다. 의결기구, 심의기구, 자문기구.
의결기구인 위원회는 가장 강력한 위원회다. 관할 범위의 안건에 대하여 위원회가 ‘의결’해야 정책을 집행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법상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의결기구다.
한편 심의기구인 위원회는 ‘심의’만 하면 된다. 보건의료기본법상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심의기구다. 그러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2010년 3월에 국무총리 산하에서 보건복지부 산하로 이관된 후 2016년 9월까지 구성되지 않았다. 이처럼 심의위원회는 쉽게 무시할 수 있는 기구에 불과하다. 보건의료분야 대부분의 위원회는 심의위원회에 불과하다.
더 존재감이 없는 것이 자문기구인 위원회다. 헌법 제90조 제1항은 국정의 중요한 사항에 관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하여 국가원로로 구성되는 국가원로자문회의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자문’을 구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그런데 만일 대통령이 국가원로자문회의에 자문을 구한 뒤 모든 것은 국가원로자문회의에서 결정했다는 식으로 말해도 될까? 그건 무책임한 변명이다. 권한이 있는 대통령 자신이 책임지고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문은 결정을 하는데 참고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법 제66조 제1항은 심사평가원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심사평가원에 진료심사평가위원회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문상으로는 그 성격이 애매하다. 그러나 다른 위원회와 달리 진료심사위원회는 ‘심의’가 아닌 ‘심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거의 모든 사람들은 진료심사위원회를 ‘심사기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심사위원이 ‘심사’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심평원은 내부적으로 진료심사위원회를 ‘자문기구’로 격하시키고 심사위원은 ‘자문위원’으로 격하시켜 운용해 왔다.
그래서 심사위원회와 심사위원은 심평원의 정식 결재라인에서 아예 배제되어 있다. 그래서 정식 결재라인에 있는 심사직원들은 필요하면 심사위원회나 심사위원에게 ‘자문’을 구한다. 물론 하기 싫으면 안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심사기준이나 심사결과에 의학적 의문이 제기되면 심사직원들은 ‘모두 의사인 상근심사위원이 결정한 것’이라는 식으로 답변을 해 왔다. 자문위원회, 자문위원으로 격하시켜 놓았으면서 이럴 때는 마치 결정권한이 있는 위원회나 위원인 것처럼 책임을 돌린 것이다.
물론, 심사직원들이 자문을 구한 안건에 대해 심사위원회에서 내린 결론은 거의 존중된다. 그렇다고 해서 심평원이 내부적으로 규정한 자문위원회라는 성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진정으로 심사위원회를 존중한다면 정식 결재라인에서 결재권한이 있는 위원회로 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심평원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체 심사 물량 중에 심사위원이 관여하는 것은 정말 지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거의 대부분의 심사는 심사위원의 관여 없이 심사가 진행된다. 물론 심사위원의 수가 제한되어 있어 그럴 수밖에 없다는 해명도 가능하다.
그러나 전체 심사 물량을 심사위원회의 관할 하에 두고 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심사위원의 감독 하에 심사직원이 간략심사를 하는 것과 심사위원이 직접 심사를 하는 것으로 구별하여 운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심평원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필자는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 위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똑같이 ‘심사위원회’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나 산재재심사위원회와 진료심사위위원회는 운영되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 산재재심사위원회는 관할 범위 내 모든 안건에 대하여 정확하게 의결권을 가지고 의결을 한다. 이 위원회를 정식 결재라인에서 배제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심평원 심사위원회를 자문기구로, 심사위원을 자문위원으로 운용한다면 ‘심사위원 실명제’가 아니라 ‘심사자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 정식 결재라인에서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이 심사결정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자문위원에 불과한 심사위원에게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된다. 그리고 민원이 제기되면 심사 결정을 한 심사자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 심사자가 심사기준과 심사결과의 의학적 논거에 대해 민원인에게 직접 설명해 주어야 한다. 때로 토론도 하고 설득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런 모습이 책임 있는 행정이다.
3. [경남도민일보]
태양이 떠오르는 이른 아침에, 혹은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면서 하늘을 발갛게 물들이는 석양 무렵 송전탑을 가끔 본다. 고향 동네에 고압 송전탑이 있기 때문이다. 들판을 가로질러 줄을 매달고 서 있는 송전탑, 혹은 몇겹 산등성이마다 거대한 거인처럼 서있는 송전탑. 그런 송전탑을 보면 (시각적으로)멋지다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하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그 멋지게 보이는 송전탑은 괴물이기도 하다.
어제 뉴스 모니터에서, 전기를 만들어내는 발전시설은 빨리 늘어나는데 비해 그 전기를 먼 곳으로 보내는 송전시설은 빠르게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기사가 내 눈을 끌었다. 한국전력 통계로 보면 2006년부터 작년까지 발전설비용량은 약 62%가 증가했지만 송전선은 약 1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며칠 전 이런 신문 기사도 있었다.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공장은 생산 라인을 증설하는 데 전기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자체가 주민들 반대로 인근 지역에 건설될 발전소와 송전선 공사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송전선 건설 문제는 이처럼 국민 생활과 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고 해서 주민들의 반대를 존중해 공사를 불허한 지자체를 나무랄 수 있을까? 혹은 반대 주민들을 이기주의라고 쉽게 단정할 수 있을까? 경남만 하더라도 밀양 송전선 비극이 있었고, 그 비극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 후유증으로 사이 좋던 시골마을 사람들끼리 갈등으로 대립하고 있다. 또 성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창원시 월영동·북면, 함안 군북 등지에서도 새 송전선 건설을 놓고 당국과 주민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전체 국민으로 보면 전기는 편리하고 이로운 것이지만 송전선과 지척에 있는 주민에게는 불안과 고통이다. 그리고 송전선로 바로 아래 혹은 바로 옆에 있는 집, 가게, 논밭, 산 주인은 막연한 고통과 불안이 아니라 실제 경제적으로 큰 손실이 생긴다. 송전선 바로 아래에 있는 집이나 논밭, 산을 좋아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좋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장거리 송전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전기 수요가 많은 곳(예를 들면 수도권) 인근에 발전소를 지어야 한다. 그리고 이미 있는 송전선로나 새로 건설해야 하는 송전선로도 대안을 찾아야 한다. 고속도로나 국도를 활용하면 어떨까? 고속도로와 국도의 토지와 시설은 이미 국가 소유이고 전국 어디에나 연결된다. 고속도로와 국도 지하에 송전선을 설치하거나 혹은 도로 위에 송전탑을 설치하면 어떨까? 일부에서는 송전선 지중화에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설치된 송전탑도 주민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제대로 보상을 해주고 설치했다면 아마도 지중화하는 것만큼이나 많은 돈이 들었을 것이다. 특히 과거에 임야와 논밭을 가로질러 설치한 송전선은 대부분 제대로 보상이 되지 않았다. 순서대로 따진다면 이들 송전선부터 제대로 보상하거나 걷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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