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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14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인공지능 한계 넘은 이세돌에게 박수를

‘인간 대표’인 이세돌 9단은 어제 진행된 알파고와의 4국에서 값진 승리를 거뒀다. 연속 세 차례의 쓰라린 패배를 맛본 뒤에 거둔 수확이다. 인공지능이 뛰어나긴 하지만 인간이 결코 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실히 확인시켜 준 것이다. 비록 5번기에서는 이미 승부가 가려졌을망정 마지막까지 불타는 의지를 꺾지 않고 투혼을 불사른 결과다.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박수를 쳐야 하는 것은 승리를 거뒀다는 것보다는 매 대국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이세돌 선수의 의연한 모습이다. 피를 말리는 초읽기에 몰리면서도 한 수, 한 수에 온힘을 쏟는 모습이야말로 세계 최고수로서의 자존심이다. 자신에게 쏠리는 세계의 눈길 때문에 중압감을 느끼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번 4국의 승리를 두고 인간의 완전한 승리라고 축배를 들기에는 이르다. 이세돌 선수가 나름대로 완벽을 기하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알파고의 완착이 몇 차례 이어진 덕분임을 무시할 수 없다. 인간이 완전하지 않듯이 사람이 만든 기계도 완전할 수 없다는 교훈을 깨우쳐주고 있는 셈이다. 무려 1202개의 중앙처리장치(CPU)가 알파고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다고 해도 한 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세돌 선수가 어제 승리를 거둠으로써 그동안의 연패로 인한 마음고생을 어느 정도는 덜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더욱이 첫 대국에서부터 불계로 패배하면서 상대방을 처음부터 가볍게 봤던 자책감도 없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올해 서른세 살인 그가 열두 살에 프로로 입단한 이래 지금처럼 곤혹스런 경우에 맞닥뜨린 적이 일찍이 있었을까. 일각에서 ‘불공정 게임’이라는 주장이 제기될 만큼 알파고는 최정예 선수로서의 기량으로 이세돌을 압박했던 것이다.

이제 알파고와의 남은 대국도 내일의 한 판이 마지막이다. 인공지능과의 싸움이 결국 인간의 패배로 끝나는 것이어서 서운하기는 하지만 이세돌 선수의 바둑은 새롭게 발돋움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내일 대국에서도 최대의 기량을 남김없이 발휘함으로써 인류 대표로서 손색없는 자긍심을 빛내주길 바란다. 마지막까지 바둑판을 응시하며 의연한 모습을 지켜주기를 기대한다.

[동아일보]

2. 숭숭뚫린 아동학대 방지 메뉴얼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계모가 “길에다 버렸다”던 ‘평택 실종 아동’ 원영이가 그제 주검으로 돌아왔다. 계모는 평소 원영이가 소변을 못 가린다는 이유로 때리고 굶기며 학대를 일삼다가 지난해 11월부터는 아이를 차가운 욕실에 가뒀다고 한다. 지난달 1일에도 아이에게 표백제와 찬물을 뿌려댄 계모는 다음 날 죽음을 확인하고 열흘간 시신을 베란다에 방치하다 암매장했다. 어린 자녀에게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할 수 있는 것인지 통탄스럽다. 

원영이의 죽은 한이나마 풀어줄 수 있었던 것은 아이가 입학할 예정이었던 학교에서 발 빠르게 경찰에 신고를 한 덕분이었다. 교육부가 지난달 발표한 매뉴얼에 따르면 초등학교는 입학식 다음 날까지 미취학 아동 현황을 파악하고, 입학식 5일 이내에 소재가 파악되지 않으면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가 주민센터에서 넘겨받은 취학 명부에는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만 있어 보호자의 연락처를 알 수 없다. 학교가 요청해도 주민센터가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자료 제공을 거부하면 알아낼 방법도 없다.

교육부는 매뉴얼을 발표하면서 부처 간 협조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했지만 개학 이후 열흘이 지나도록 달라진 게 없다. 일부 교육청에선 아직까지 미취학 현황을 집계하지 않는 등 늑장이다. 이래서야 아동학대에 대한 여론이 들끓고, 정부가 대책을 내놓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정부의 한가한 업무 대응 때문에 어디선가 희생당하는 또 다른 원영이가 나오면 어쩔 셈인가.

원영이는 계모의 학대로 사망했지만 아동학대의 80%는 친부모에 의해 이뤄진다. 원영이 남매는 계모의 학대를 피해 3개월간 평택 지역아동센터의 보호를 받았다. 그러나 친부가 친권을 앞세워 남매를 데려간 뒤에는 아동센터도 손을 쓸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2013년 울산 초등생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특례법이 개정됐다지만 아동센터의 예산 인력 권한이 뒷받침돼야 할일을 다할 수 있다. 그런데도 2016년도 아동학대 예산안(185억6200만 원)은 2015년도보다 26.5% 삭감됐으니 제2, 제3의 원영이를 막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3. ‘靑 공천개입설’ 파문 일으킨 윤상현 스스로 물러나야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어제 오후 늦게 김무성 대표 지역구(부산 중-영도)의 경선을 확정 발표했다. 당내에선 공천개입설 관련 막말 파문을 일으킨 윤상현 의원과 김 대표의 공천 여부가 동시에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윤 의원은 제외된 
것이다. 김 대표와 함께 ‘살생부 논란’을 촉발한 정두언(서울 서대문을) 김용태 의원(서울 양천을)의 공천이 확정됐고, 친박인 서청원 이인제 김을동 최고위원의 경선도 모두 확정됐다. 

문제는 “김무성 죽여버려” 욕설 녹취록 파문을 일으킨 윤 의원의 거취다. 이 위원장이 공관위에서 10일 만장일치로 결정됐고 최고위 추인까지 났던 김 대표 공천 심사 결과 발표를 지연시킨 것도 윤 의원 처리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이 위원장과 현기환 대통령정무수석의 극비 회동설이 나오면서 ‘보이지 않는 손’이 새누리당 공천 작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윤 의원의 파문을 최소화해 당을 파국에서 구하겠다는 이 위원장의 충정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친박(친박근혜)계의 지원으로 공천관리위원회를 맡았다. 그가 박근혜 대통령 임기 후반기의 총리 자리를 욕심내 지나치게 청와대의 눈치를 보면서 청와대와 친박의 구상대로 공천 발표를 끌고 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 위원장이 공정한 공천 관리를 미루는 사이 새누리당의 수도권 출마자 사이에서는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보다 심각하다” “윤상현의 말 한마디에 1000표씩 떨어져 나갔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삼권분립을 흔든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정무특보를 맡아 총애를 받아온 윤 의원이다. 그가 당 대표를 공천에서 떨어뜨리겠다는 취중 발언을 하고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공천을 받으면 당의 기강이 무너질 일이다.

새누리당 윤리위원회는 당의 명예를 실추해 국민의 신뢰를 추락시킨 행위를 해당(害黨)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당이 윤 의원을 윤리위에 회부해 누가 공천에 개입했는가를 낱낱이 조사하고 만천하에 알리는 사태를 피하려면 윤 의원 스스로 거취를 정리하는 수밖에 없다. 윤 의원 파문의 정리가 늦어질수록 총선 구도는 ‘청와대 대(對) 반(反)청와대’로 흐르게 되고 박 대통령의 레임덕도 앞당겨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울신문]

4. “뉴욕에 수소탄 쏠 수 있다”는 北의 속내 뭔가

북한의 핵 위협이 점입가경이다. 어제 한 핵 과학자가 선전매체 기고에서 “우리 수소탄이 미국 뉴욕 맨해튼에 떨어지면 온 도시가 잿더미가 될 것”이라며 미국까지 겨냥했다. 부산·포항이 북의 단거리 미사일 타격권임을 알리는 ‘전략군 화력 타격계획’이란 지도를 공개한 연상선상의 협박이다. 최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육·해·공과 수중에서 핵을 쏠 준비를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북측이 위협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는 배경을 진행 중인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신경질적 반응으로만 보긴 어렵다. 결국엔 국제사회의 여하한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핵 보유를 하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어제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존 C 스테니스호가 부산에 입항했다.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독수리(FE) 연습 기간에 ‘떠다니는 군사기지’를 북한의 코앞에 들이민 격이다.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인 셈이다. 어찌 보면 한·미가 이처럼 확고한 방위 의지를 보이자 김정은 정권이 수사적 차원에서 막가파식 표현을 동원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와 국제사회의 유례없이 강력한 대북 제재가 먹혀들어 김정은 세습체제의 위기감과 불안정성이 커졌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위협에 대해 과민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 북한의 비핵화 유도를 위해 제재의 길을 선택한 만큼 현시점에서는 빈틈없는 국제 공조가 관건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2270호가 발동 중인 터에 북한의 핵 공갈 수위가 높다고 해서 비핵화 의지가 약화돼선 안 될 말이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에 이어 어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비핵화 우선’을 언급한 것은 그래서 다행스럽다. 중국이 주장한 비핵화 및 평화체제 병행 추진과 관련해 한·미 간 온도 차가 있다는 ‘오해’를 해소했다는 점에서다. 북측이 핵 공갈 대신 핵 포기를 선택해야 할 이유다.

다만 북핵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고 본다. 김정은의 ‘핵탄두 경량화’ 완성 및 실전 배치 선언이 당장엔 허장성세일지 모르나, 그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는 사실까지 간과하지 말라는 뜻이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도 “북 노동신문에 실린 원형 물체를 실제 핵탄두로 볼 순 없지만 소형화를 위한 연구개발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했지 않은가. 안보 문제에 관한 한 최악을 상정해 대비하는 것이 최선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5. 정책·비전 없고 싸움판에 빠진 최악 총

4·13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 모두 당의 집권 비전과 제대로 된 정책도 제시하지 못한 채 공천 과정에서 이전투구에 빠져들고 있다. 여야가 선거구 획정을 놓고 정치공학적인 이해득실을 따지다가 이달 초에 겨우 선거구획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당의 집권 비전과 정책을 놓고 경쟁하는 모습보다는 여야 모두 생존을 위한 계파 싸움에 매몰돼 있는 양상이다.

공천과정에서 집권 여당의 위상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집권당으로서 안정된 국정운영을 위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대신 공천과정에 돌입한 이후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계 간 계파 갈등이 권력투쟁의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양대 계파가 유리한 공천룰을 확정하고, 자기 계파를 공천하기 위한 힘겨루기를 벌이는 과정에서 낯 뜨거운 ‘공천 살생부’와 ‘윤상현 의원 막말 파문’ 등이 터지면서 집권당으로서 부끄러운 모습을 국민들에게 여과 없이 보여줬다. 국가 안보와 경제 위기 속에서 정치 개혁, 국가 발전을 위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집권당의 본분을 잊어버린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야권 역시 수권정당으로서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연대·통합 논쟁에 빠져 감정싸움까지 치닫고 있지만 정작 야권의 비전과 정책 제시는 소홀히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제민주화를 바탕으로 한 ‘더불어 성장론’을, 국민의 당은 사회 격차 해소를 위한 ‘공정성장론’을 각각 주요 정책으로 제시한 이후 야권 통합 논란 속에 세부 내용조차 확정하지 못한 실정이다. 거대 담론만 있고 구체적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지리멸렬한 야권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이다. 제3세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국민의당은 야권연대를 거부하는 안 공동대표와 야권연대를 주장하는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의원이 대립하면서 분당 위기에 처했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내놓고 있는 정책 공약도 과거 무상시리즈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리 경제가 침체국면에 접어든 시점에서 여야 정당들이 생산적 정책으로 국가의 미래비전 제시에 주력해야 할 텐데 당장 눈앞의 선거 승리에 급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의 유턴기업 지원 확대나 더민주의 ‘셰어하우스형 임대주택’, 국민의당의 ‘컴백홈법’ 등이 대표적이다. 공약 실행에 소요되는 재원 조달 방안은 크게 고려하지 않고 표심을 유혹하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일이다. 총선 공약이 국가와 국민 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은커녕 특정 지역과 집단의 이익만 대변한다면 또 다른 부작용과 후폭풍을 낳을 건 누가 봐도 뻔하다.

20대 국회를 구성하는 4·13 총선은 지역과 국가 발전을 위한 미래 비전과 정책으로 당당하게 경쟁해야 한다. 올바른 공천을 통해 국민들의 여망인 정치 개혁을 실현하고 국가 경제를 살리는 지혜가 도출돼야 한다. 공천 과정에서 옥석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지금처럼 사탕발림식 재탕 삼탕식 공약으로 표심을 유혹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정치권이 끝내 소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결국 유권자가 총선에서 표로 심판할 수밖에 없다.

6. 원영이 숨지게 한 부모 살인죄로 처벌해야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줄로만 알았던 일곱 살 신원영군이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애초 부모가 길에 버린 것으로 알고 신 군을 수색해 왔던 경찰은 그제 경기도 평택의 한 야산에서 원영이의 시신을 찾아냈다고 한다. 제발 살아 돌아오길 기도했던 국민들의 한 가닥 희망은 이제 충격과 분노로 바뀌고 있다. 숨지기 전 원영이가 오랫동안 차디찬 욕실에 갇혀 찬물과 락스 세례를 받는 등 끔찍한 학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영하 12도의 엄동설한에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옷을 발가벗겨 찬물을 퍼붓고 욕실에 감금했다면 누가 봐도 살인행위나 다름없다. 건장한 어른들도 몇 시간 견디지 못할 환경에 20시간이나 울부짖는 아이를 방치해 결국 숨지게 했다면 더더욱 그렇다. 경찰이 오랜 폭행과 찬물 세례로 인한 저체온증, 오랫동안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한 영양실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원영군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소견을 바탕으로 계모와 친부에게 살인죄 적용을 검토하는 이유다.

이런 반인륜적이고도 악질적인 범죄는 살인죄로 처벌하는 것이 옳다. 더구나 이들은 아이가 죽은 후에도 “원영이 밥 잘 먹고 양치질도 했다”는 등 거짓문자를 서로 주고받고 원영이의 책가방을 구입하는 등 범죄 은폐 시도까지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원영이가 불행하게 짧은 인생을 마감한 데 대해 우리 사회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미 3년 전에 아동보호기관과 경찰도 학대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기 전이라 아동 학대를 신고해도 부모가 “내가 키우겠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아이를 격리할 수 없었다.

어떤 이유에서든 아이를 아동보호망의 사각지대로 내몬 것은 문명사회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맨발로 탈출한 인천의 16㎏ 소녀, 냉동상태로 발견된 부천 초등학생, 미라 여중생 등 아동학대의 끔찍한 사례들이 잊을 만하면 불거지고 있다. 아동학대 문제를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로 바라보고 당국은 물론 지역사회에서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이런 불행한 일을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아이는 마을이 키운다’는 말이 있듯이 이웃과 학교 등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촘촘하게 연결해 앞으로 제2의 원영이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매일경제]

7. 만능통장 ISA 불완전판매 철저히 막아야

'만능통장'으로 일컬어지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오늘부터 은행, 증권사 등 33개 금융회사에서 일제히 판매에 들어간다. 예·적금, 주가연계증권(ELS)과 주식·채권형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 여러 상품을 한 바구니에 담아 운용하는 방식이다. 투자 이익 200만~250만원까지 비과세되고, 한도를 초과하는 이익에 대해서는 기존 15.4%보다 낮은 9.9%로 분리과세되는 등 혜택이 많다. 해외 분산 투자할 경우 연 6% 수익도 가능하다고 하니 금리 1% 시대에 매력적인 상품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는 투자 상품이란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가입자가 스스로 상품을 고르는 신탁형이 있는 반면 금융회사가 자산을 구성하고 운용하는 일임형 상품도 있으니 성향에 맞게 따져보고 가입해야 한다. 

특히 금융당국은 ISA에 한해 은행에도 투자일임형 상품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는데 전문인력이 태부족이어서 우려가 적지 않다. 현재 '파생상품 투자권유 자문인력' 자격증을 갖춘 은행 직원은 약 3만8000명으로 전체 직원의 3분의 1도 안된다. ISA 판매를 앞두고 은행원들이 벼락치기로 공부해서 자격증시험에 응시했다고 하니 과연 그들의 운용 능력을 믿어도 될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회사들은 자동차, 해외여행권 등 고가의 경품을 내걸고 과열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과열 경쟁은 불완전판매라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걱정이다.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은 원금이 깨질 수도 있다는 점, 5년 가입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등 상품에 대해 제대로 알고 가입해야 한다. 자칫하다가는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 하락으로 대거 손실이 난 ELS처럼 될 수 있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연 0.1~1.0%의 수수료가 있다는 점 역시 간과해선 안된다. 금융당국도 ISA 열풍이 2007년 달아올랐다가 금세 식어버린 펀드 열풍처럼 되지 않게 하려면 불완전판매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8. 한국 사회갈등 치유할 행동계획 내놓아라

한국 사회가 계층·이념·노사·지역·세대 간 갈등 심화로 분노 사회를 넘어 원한 사회로 치닫는 데 대한 걱정이 크다. 국민대통합위원회 '한국형 사회 갈등 실태 진단' 보고서를 토대로 매일경제가 지난 11일까지 10차례 연재한 '내부 갈등에 무너지는 한국 사회' 기획기사에도 각계의 뜨거운 관심이 표출됐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 사회 갈등의 특징으로 불안을 넘어선 강박, 경쟁을 넘어선 고투, 피로를 넘어선 탈진, 좌절을 넘어선 포기, 격차를 넘어선 단절, 불만을 넘어선 원한, 불신을 넘어선 반감, 갈등을 넘어선 단죄 등 8가지를 진단했다. 우리 사회가 경쟁이나 불안·불만 단계를 뛰어넘어 포기·단절 등 극단적인 갈등 상태로 빠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 자살률은 12년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에 올라 있고 매년 법원에 접수되는 소송사건이 650만건에 이를 정도로 고소·고발이 난무한다. 층간소음·주차분쟁 등 생활 주변 문제에서부터 역사교과서 국정화,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편성, 노동개혁 입법 등 사회적 이슈에 이르기까지 소통과 타협보다 폭력과 투쟁이 앞서니 답답하다. 

한국이 선진국 관문이라 불리는 OECD에 가입한 지 올해로 20년인데 우리 사회 갈등 수준은 OECD 회원국 중 종교 분쟁을 겪는 터키에 이어 두 번째로 심각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런 갈등으로 국가 정책 결정과 진행이 차질을 빚으면서 연간 경제적 손실도 최대 24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 화합과 상생을 위해 2013년 국민대통합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으로 발족했고 이제 우리 사회 갈등 수준을 직시하게 된 것은 갈등 해결의 출발점이라 할 만하다. 이번 보고서는 우리 사회 갈등의 가장 심각한 원인으로 빈부 격차를 꼽고 근무시간을 지금보다 대폭 단축한 '반정규직' 신설과 빈곤층·소외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보강을 제시했다. 새로운 형태의 성찰적 시민운동, 교육개혁도 제시했는데 아직은 너무 추상적이고 공허하게 느껴지는 대책들이다.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정부, 정치권, 교육계, 경제계, 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이 각자 행동 방향과 역할을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분야별 액션플랜과 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매일신문]

9. 대구시, 동대구역 주변 교통 대책 있나

동대구복합환승센터가 완공되는 올해 말부터 대구 동구`수성구 일대는 최악의 교통난을 겪을 것이 분명하다. 도로는 그대로인데, 좁은 지역에 동대구역은 물론이고 고속버스`시외버스터미널에 백화점, 영화관, 호텔, 오피스텔, 유흥가까지 한꺼번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대구시에 여러 차례 환승센터 완공 전에 특단의 교통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해온 이유다.

또 다른 문제는 동대구역 주변에 수천 가구의 아파트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교통난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는 점이다. 동구청에 따르면 동대구역 주변의 주택재건축`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결과로 착공에 들어간 아파트가 2곳, 1천695가구이고 시공사를 선정한 아파트가 4곳, 3천200가구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들 아파트 상당수는 환승센터 시행사인 신세계가 최근 작성한 교통영향평가에도 반영돼 있지 않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무려 5천 가구에 가까운 아파트가 교통영향평가에서 제외돼 있으니, 기존의 교통영향평가를 그대로 믿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이들 아파트의 가구 수는 교통영향평가에 반영된 개발계획(아파트 1천106가구, 오피스텔 및 호텔 1천717실)의 2배가 넘을 정도로 많다.

이들 아파트의 입지도 정체가 심할 것으로 보이는 교차로 인근에 몰려 있어 우려를 더해준다. 착공한 아파트 2곳은 각각 공고네거리 및 신천네거리에 인접해 있고, 시공사를 선정한 2곳은 파티마삼거리와 동대구역네거리 인근이다. 교차로 혼잡과 차량 지`정체가 상습화될 수밖에 없다. 

동대구역 주변 교통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악화될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대구시도 환승센터 교통영향평가 분석보다 교통량이 많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구시로선 환승센터 주변 교통대책도 세우기 힘든 마당에 동대구역 주변의 교통대책까지 마련해야 하니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제대로 된 방안이 없을 경우에는 동대구역 주변과 동구`수성구 일대는 만성적인 교통대란 지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대구시는 특단의 교통대책을 세워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10. 아파트 관리비 비리, 제도`감시망 보완으로 뿌리 뽑아야

부가 지난해 전국 공동주택에 대한 외부회계감사를 실시한 결과 대구는 회계 부적합률이 4.1%, 경북은 8.2%로 낮게 나타났다. 국토부와 지자체 등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이 발표한 공동주택 회계감사에서 대구는 제주(2.7%), 울산(4.0%) 다음으로 부적합률이 낮았다. 경북은 도 단위에서 경남(5.3%)에 이어 부적합률이 낮아 지역 공동주택 대다수가 회계기준에 맞게 관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택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지난해부터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은 외부회계감사 등 관리비 진단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주민 3분의 2가 동의해 회계감사 대상에서 빠진 공동주택 54곳을 제외하고 대구는 542곳 중 514곳, 경북은 382곳 가운데 355곳이 최근 감사를 마쳤다. 

하지만 부적합률이 말해주듯 일부 아파트는 여전히 회계처리 기준을 어기고 관리비를 집행해 문제의 소지가 크다. 이런 엉터리 회계는 그만큼 비리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전국 8천319곳 가운데 19.4%가 회계처리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한 예로 경기도의 한 아파트는 관리소장이 공동 전기료를 과다하게 걷어 수천만원을 횡령했다가 적발됐고, 공사업체 선정 과정에서 입주자대표가 입찰서류를 위조해 특정 업체를 밀어주고 뒷돈을 받은 사례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국토부`한국감정원 등이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을 만들어 관리비 내용과 집행 실태를 단지 간 비교하고 감시하도록 유도해왔다. 관리비가 적정한지, 어떻게 쓰이는지 주민이 무관심하다면 비리 근절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주민의 힘만으로 상시 감시와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비리가 고질적이라는 의미다. 

정부는 관련 법규와 현행 관리업무 감시 시스템에 허점은 없는지 재점검해야 한다. 공동주택 관련 시스템을 일원화하고 회계감사 결과를 지자체에 제출`보고하도록 법 조항도 개정해야 한다. 감사를 방해하거나 허위 자료를 낸 관리업체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주민과 지자체, 정부 등 이중 삼중의 감시망이 아니고서는 관리비 비리를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매경이코노미][서평] 우리 아이들 | 금수저-흙수저 ‘기회격차’ 극복하려면

“가장 친한 친구가 그의 머리에 총을 두 번이나 쐈어요. 함께 자란 친구인데.”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산타아나 지역에 사는 라틴계 여성 소피아(21)가 말한다. 산타아나 주민들은 가난과 폭력의 거리에 살고 있다. 이곳에는 29개 갱단이 활개 치고 있다.

“아이에게 천박하고 더러운 쥐새끼 같은 놈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 아이는 실제로 그런 놈이 될 거예요.”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황폐한 흑인 빈민가에서 자란 일라이저(24)의 말이다. 어머니는 비행을 일삼는 그에게 자주 가슴에 못을 박는 저주를 퍼부었다.

로버트 D. 퍼트넘 하버드대 공공정책학 교수의 ‘우리 아이들-빈부격차는 어떻게 미래 세대를 파괴하는가(Our Kids-TheAmerican Dream in Crisis)’에 나오는 이야기다. 퍼트넘은 15년 전 베스트셀러 ‘나 홀로 볼링(Bowling Alone)’에서 미국의 공동체가 갈수록 시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신작에서는 아메리칸드림이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지를 고발한다.

퍼트넘은 자신이 고등학교를 다닌 오하이오주 포트클린턴 이야기부터 꺼낸다. 1950년대 이 도시는 아메리칸드림을 구현할 수 있는 곳이었다. 부잣집과 가난한 집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심지어 데이트도 했다. 가난을 영원한 족쇄로 여기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그런 고향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 이제 이 도시의 부자와 빈자들 간 계급 격차는 너무나 극명하게 드러난다. 해안도로 왼쪽은 아동 빈곤율이 1%에 불과하지만 맞은편은 51%에 이른다. 사람들은 길 건너편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더 이상 같은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물론 서로 결혼도 하지 않는다.

지난 사반세기 동안 미국의 계급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대졸자 가구 재산은 47% 늘었지만 고졸 이하 가구 재산은 17% 줄어들었다. 오늘날에는 가난하지만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이 대학에 가는 경우(29%)보다 부유하지만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학사모를 쓰는 경우(30%)가 더 많다.

고학력 전문직 부모들은 자녀를 키울 때 한 해 16만6000가지의 격려하는 말을 한다. 의욕을 꺾는 말은 3만6000가지에 그친다. 복지 수혜자 부모의 경우 격려는 2만6000가지에 그치는 반면 의욕을 꺾는 말은 5만7000가지나 내뱉는다.

문제는 경제적 불평등 그 자체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미국인들은 유럽 사람들에 비해 결과적인 불평등을 그다지 염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회의 평등까지 무너지는 건 용납하기 어렵다. 미국인 95%는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기회의 평등은 아메리칸드림의 핵심이다.

미국인들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불평등이 한 세대 안에서 생기는 불평등보다 나쁘다고 믿는다. 기회의 격차는 재능의 낭비를 초래해 사회 전체에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낳는다. 부자들만 목소리를 내는 민주주의는 정치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 

아메리칸드림 핵심인 기회의 평등 무너져

가난의 대물림 막을 수 있는 행동에 나서야 


퍼트넘은 특권이 부여되지 않은 아이들의 곤궁함에 대해 우리가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회 전체가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예컨대 아이들이 초기 뇌 발달의 결정적 시기인 유년기에 가난의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정부가 약간의 특별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있다. 아이가 태어난 첫해에 일을 하도록 요구하는 복지정책은 피해야 한다. 교사들이 틈만 나면 부자동네 학교로 떠나려 하지 않도록 가난한 지역 교사에게 2년 동안 2만달러를 추가 지급할 수도 있다. 

왜 그래야 하는가? 이 물음에 퍼트넘은 이렇게 답한다.

“가난한 아이들은 우리에게 속해 있으며 우리 역시 그들에게 속해 있다. 그들은 우리 아이들이다.”

2.[머니투데이] '달팽이 크림', 중국서 대박난 이유는? 

불황의 시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단어가 있다. 바로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다. 장기 불황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 뚜렷해지고 중산층이 감소하면서 가성비는 더욱 중요한 소비자 가치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검색하며 가성비를 따져보는 것은 익숙한 모습이 됐다.

‘가성비’는 IT업종, 외식업, 화장품 등 업계를 막론하고 ‘핫 키워드'(Hot Keyword)로 자리매김했다. 가성비가 높은 제품은 누구에게나 환영 받는다. 대륙의 실수, 샤오미 역시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으로 전 세계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쳤다.

주요 기업들의 전략도 브랜드 중심에서 가성비 중심으로 선회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갤럭시J7를, LG전자는 LG클래스를 출시했다. LG유플러스가 단독 출시한 ‘화웨이 Y6’는 출시 한 달 만에 2만대나 팔렸다. 중저가 휴대폰 판매 비중은 2014년 3분기 21%였지만 지난해에는 전체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요즘 외식업계에서 인기 있는 1만2900원짜리 한식뷔페, 2인분에 1만9800원짜리 스테이크전문점, 5000원짜리 순대국밥, 저가 생맥주전문점, 1500~2000원짜리 생과일 주스 등도 모두 가격 대비 품질 경쟁력을 높인 가성비로 성공한 아이템이다. 빽다방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장 큰 이유도 가성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태원 유명 레스토랑, 만원대 최고급 프랑스 요리…왜?'에서 1만원대 최고급 프랑스 요리를 파는 오레노의 비결을 소개한 바 있는데, 오레노 역시 탁월한 가성비로 성공했다.

화장품도 마찬가지다. 한불화장품 계열사인 잇츠스킨은 달팽이 점액을 넣은 피부 보습 화장품(일명 ‘달팽이 크림’)으로 중국에서 대히트를 쳤는데 이유는 가성비 때문이다. 2014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이용자들 사이에 가성비가 입소문이 나면서, 그 해 중국을 중심으로 달팽이 크림 매출이 전년 대비 7배 이상 급증했다. 2015년 총매출은 3096억원으로 전년보다 28% 성장했다. 지난달에는 세계 최대 면세점 업체인 DFS의 12개 매장에도 입점했다.

가성비가 좋은 아이템은 시대를 막론하고 인기를 끌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가성비에 대한 이야기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렉서스는 프리미엄 자동차 중에서 상대적으로 등급이 낮은 차종의 가격대에, 벤츠, BMW 등 등급이 높은 차종의 품질을 갖춰 시장 진입 1년 만에 벤츠, BMW 등이 장악했던 고급 자동차 시장을 30% 이상 잠식했다. 이렇게 가성비를 높임으로써 차별화와 비용우위를 동시에 추구한 전략을 ‘가치혁신전략’이라고 한다.

스와치 역시 75달러 수준의 세이코, 시티즌 등이 서로 차별화하기 위해 각종 기능 추가 경쟁을 벌일 때, 시계를 ‘패션 액세서리’로 정의하고 가격을 40달러로 낮춰 고객들이 시계 하나 값으로 액세서리 2개를 살 수 있게 만들었다. 스와치는 ‘패션 액세서리’라는 차별화와 ‘40달러’라는 비용우위를 동시에 추구함으로써 1970년대 후반부터 붕괴 위기에 몰렸던 스위스 시계 산업을 부흥시켰다.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가치혁신으로 성공한 상품들이 많다. 여성들이 하나쯤은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코치백도 마찬가지다. 대중(mass)과 명품(prestige product)을 조합한 매스티지(masstige) 상품인 코치백은 가격은 명품에 비해 싸지만, 품질 면에서는 명품에 근접한 상품이다.

최근 각광받는 비행기 ‘프리미엄 이코노미'(Premium Economy) 클래스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일반석보다 40% 정도 넓은 공간과 차별화된 음식을 제공하지만 가격은 비즈니스석의 60~70% 수준으로 차별화와 비용우위를 동시에 추구했다. 실제로 에어프랑스, 싱가포르항공 등 세계 유수 항공사들은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소비자의 프리미엄 니즈를 합리적인 가격에 충족시키는 이러한 ‘프리미엄 이코노미형 제품’은 단지 항공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걸쳐 거대한 트렌드로 번져가고 있다.

창업자 입장에서도 지출 면에서 투자비, 운영비 등은 줄이고 매출 상승 장치가 있는 가성비가 높은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 당분간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 흐름은 지속될 전망이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란 의미다. SK플래닛 광고부문은 2014년 11월 내놓은 ‘빅데이터 트렌드 보고서’에서 “경기 침체 장기화로 ‘실속과 실리’를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으며 △충동적 과시를 벗어난 실리 추구 소비 △적극적이고 능동적 소비 △윤리적 소비 등 세 가지 소비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클 포터는 ‘차별화’와 ‘비용우위’ 가운데 하나를 명확히 추구하지 않고 어중간하면 궁지에 몰리고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가성비를 높여 차별화와 비용우위를 동시에 이뤄내 ‘제대로 어중간’하면 성공할 수 있다. ‘제대로 어중간하다’는 의미는 차별화도 되어 있고, 고객 입장에서 지불할 만한 가격으로, 결론적으로 고객 가치를 혁신했음을 의미한다.

중요한 건 항상 고객 가치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스와치의 ‘패션 액세서리’도, ‘40달러’도 모두 고객이 원하는 가치로부터 나온 것이다. 가치혁신을 하려면 고객에게 가치가 적은 요소들을 줄여 가격 거품을 빼야 한다. 스와치의 경우 금속이나 가죽 대신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내부 디자인을 단순화했으며 부품도 150개에서 51개로 줄이고 나사 대신 초음파 봉합 방법을 채택해 경쟁사보다 비용을 30%나 절감함으로써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고객은 싸다고 무조건 지갑을 열지 않는다. ‘적절한 가격과 품질의 교집합’을 공략하는 것이 가치혁신전략의 핵심 포인트다. 또 가성비 시대에는 마케팅 포인트를 기존과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 실제 구매해야 할 이유를 찾아내 가장 효율적인 채널로 전달하지 못하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렵다. 

3. [매경이코노미][최영옥의 백 투 더 클래식] 슈베르트가 선물한 봄노래…‘봄에’ ‘들어라 종달새’ ‘봄의 찬가’

한해의 시작은 1월이지만 가끔 진정한 시작은 3월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요즘 같은 때, 이제는 누가 뭐래도 자신 있게 ‘봄’이라고 확언할 수 있는 3월에 들어서면 말이다. 물론 아직 일교차가 심하고 겨울옷을 집어넣어야 할지 고민되긴 하지만. 그래도 3월은 봄을 맞이하는 시작점이다. 

일생이 겨울이었던 것만 같은 작곡가가 있다. 프란츠 슈베르트. 오늘날 ‘예술가곡의 황제’ ‘낭만파 음악의 선구자’로 불리며 위대한 음악가 반열에 올라 있지만, 생전에는 단 한 번도 주목 받지 못했다. 베토벤을 존경했고, 후대인이 사랑하는 주옥같은 가곡을 무수히 남겼지만 그는 말할 수 없이 가난했다. 생활은 늘 궁핍했고 밥을 먹는 날보다 굶는 날이 더 많았다. 슈베르트가 ‘사실상 굶어 죽었다’고 강조하는 학자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빈 시립중앙묘지 32-A’. 30살로 세상을 떠난 슈베르트가 잠들어 있는 구역이다. 생전 그토록 존경했고, 장례식에서 관을 운구하며 ‘죽어서 그의 곁에 묻히고 싶다’고 했던 베토벤이 그의 옆에 묻혀 있다. 모차르트의 기념비도 서 있고, 요한 슈트라우스 2세와 브람스도 함께 잠들어 있으니 외롭지는 않겠지만.

겨우 30여년의 삶을 살다 갔지만 슈베르트에게도 분명 청춘이 있었을 것이고, 봄 또한 있었을 터. 그가 남긴 수많은 봄노래들, ‘봄에’ ‘봄의 찬가’ ‘들어라, 들어라! 종달새를’ 등이 이를 증명한다. 모두 슈베르트가 20대 시절 작곡했다. 

- 내가 한 마리 새라면 그곳 목장의 언덕에서 머물 텐데 작은 나뭇가지들 위에. 그리고 노래할 텐데 그녀에 대한 달콤한 노래를 -

- 온 세상이 매일 점점 아름다워져 어떤 모습을 나타낼지 모르겠다. 끊임없이 꽃이 피어나고 멀리 깊은 골짜기에도 꽃이 피어난다. 가난한 마음이 고통을 잊는다. 모든 것이 새로워지리라 -

한 마리 새라면 그녀를 위한 달콤한 사랑 노래를 부르고, 매일 아름다워져 가는 세상 속에서 모든 것이 새로워질 것이란 믿음을 가졌던 20대 청년 슈베르트는 이렇게 노래했다. 슈베르트 가곡 특유의 미풍이 살랑거리는 듯 피아노의 선율에 얹힌 부드럽고 따스한 노래가 그대로 ‘봄의 향기’가 돼 마음을 흔든다. 그에게도 막 물오른 인디언그린 같은 파릇한 꿈이 있었고, 생생한 기운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한편 가슴이 아파지면서.

그렇게 한때는 자기 인생의 봄날을 노래했던 그가 생의 마지막 앞에서는 그 ‘봄’을 잃어버렸음을 고백한다. 연가곡 ‘겨울 나그네’. 전체 24곡 중 제11곡인 ‘봄의 꿈’ 속에서 그는 실연의 슬픔 가운데 연인의 마을을 떠나 추운 겨울 여행길에 접어든 모습을 노래했다. 따스함이 펼쳐질 것만 같은 이 아름다운 봄날에 절망의 봄꿈을 꿨던 희대의 작곡가. 모쪼록 하늘에서는 안식하기를! 후대 사람들이 그가 남긴 선율에서 위안받고 행복하니 그것으로 위로가 되길 바랄 뿐이다.

4. [동아일보][특파원 칼럼/전승훈]누가 프랑스 교육이 평등하다고 했나

지난해 10월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만나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일반고 전성시대’라는 구호를 내걸었던 조 교육감은 취임 직후 일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을 취소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교육부가 제동을 걸었고 조 교육감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흐지부지됐다. 그는 “일반고를 부흥시킬 방안을 내놓기에 앞서 자사고부터 없애려 한 것은 성급했던 것 같다”고 인정했다.

대부분 ‘진보 교육감’이 평준화 교육, 대학 서열화 폐지를 거론할 때는 프랑스가 모범 사례로 거론된다. 조 교육감도 “일반고를 살리기 위해 프랑스의 공립학교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두 아이를 키워 보니 프랑스가 ‘평준화 교육’을 지향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

해마다 이맘때면 프랑스 교육부는 바칼로레아(대학수학능력시험) 합격률 등을 기준으로 평가한 전국 고교의 서열 순위를 발표한다. 지난달 16일에도 2015년 전국 4300개 고등학교(공사립 일반고, 직업고 포함)를 각 도별로 1등부터 꼴찌까지 매긴 리스트를 내놨다. 올해 순위에서 프랑스 최고 명문 고교인 ‘루이 르그랑’과 ‘앙리 4세’가 공동 2위에 올랐고, 파리 15구의 사립고교 ‘자닌 마뉘엘’이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프랑스에서는 사립고교는 물론 공립고교도 평준화가 아니다. 학군마다 있는 1, 2개의 명문고가 우수 학생을 선발한다. ‘루이 르그랑’은 프랑스 전역에서 최고 학생을 선발한다. 대부분의 고교에 우열반이 편성돼 있고 매년 성적 미달 학생의 10%는 유급된다.

등록금이 없는 파리의 국공립 대학은 1부터 13까지 숫자가 매겨져 있다. 바칼로레아만 합격하면 집 근처 대학에 갈 수 있기 때문에 프랑스 대학은 서열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프랑스에는 일반 대학 위에 ‘그랑제콜(Grandes ´Ecoles)’이라는 고등교육기관이 하나 더 있다. 전국 상위 5%의 수재들만 입학할 수 있는 명문대다.

에콜폴리테크니크(이공계), 국립행정학교(ENA), 고등상업학교(HEC·상경계) 등의 그랑제콜에 입학하려면 고교 졸업 후에도 보통 2년간의 준비반(프레파)을 거쳐야 한다. 프레파 학생들은 밤낮없이 공부하느라 빛을 보지 못한다고 해서 ‘두더지’로 불린다. 1시간에 100유로(약 14만 원)짜리 고액 과외도 받는다. 프랑스에 사교육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누구든 돈이 없어도 대학까지 공짜로 공부할 수 있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을 통해 키워내는 소수 엘리트 교육도 함께 존재한다. 그랑제콜 졸업생은 초봉이 일반 대학 졸업생의 2, 3배나 되고 프랑스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프랑스 학부모들이 명문고나 그랑제콜에 대해 질투하거나 적개심을 드러내는 것은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뛰어난 인재라면 특혜를 줄 테니 이 나라를 먹여 살리는 데 이바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프랑스인들의 사고다. 

지난해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선고유예를 받은 조 교육감이 최근 ‘일반고 전성시대’ 2라운드에 시동을 걸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달 24일 발표한 고교체계개편 보고서에서 “자사고뿐 아니라 외국어고, 국제고까지 일반고에 통합시키겠다”고 밝혔다. 일반고를 명문고로 키울 방안도 없이 잘나가는 학교부터 끌어내리고 보자는 그의 전략은 하나도 바뀐 게 없다.

5. [서울신문][고전으로 여는 아침] 정약용과 상추쌈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공직자의 청렴을 누누이 강조하였습니다. 그리고 청렴은 검소한 생활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여 자식들에게 항상 검소한 생활 태도를 권면하였는데, 특히 음식과 의복에 대해 자주 언급하였습니다.

그는 1810년 강진의 유배지에서 두 아들에게 훈계의 글을 지어 보냅니다. 글 속에서 “속이는 것은 모두 죄악이지만, 세상에 오직 하나 속일 것이 있으니 바로 자신의 입이다”라는 경구와 함께 다음과 같은 일화를 전해 줍니다.

“금년 여름 내가 다산(茶山)에 있을 때 하루는 상추로 쌈을 싸서 먹고 있었다. 마침 곁에서 보던 손님이 ‘쌈을 싸서 먹는 것이 상추를 절여서 먹는 것과 차이가 있습니까’라고 묻기에, 이것은 나의 입을 속이는 방법일세”라고 대답하였다.

의식이 풍요로운 현대인의 관점에서 본다면, 음식은 연명할 정도만 먹으면 되고 궁핍을 이겨 내기 위해서는 입조차 속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너무 극단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글을 통해 물질적인 향락보다는 정신적인 안락이 중요하다는 다산의 가르침을 되새겨 보고, 아울러 고난의 유배 생활을 지혜롭게 대처하였던 그의 해학(諧謔)을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정약용(丁若鏞·1762∼1836)

조선 후기의 실학자·문신. 자는 미용(美庸), 호는 다산, 당호는 여유당, 본관은 나주. 문장과 경학에 뛰어났고 실학은 물론 서학도 받아들였다. 정조의 지극한 신임을 얻어 경세의 뜻을 폈으나 정조가 죽은 뒤 옥사에 연좌되어 오래도록 유배 생활을 하였고 만년에는 귀향하여 저술로 여생을 보냈다. 벼슬은 진주 목사를 지냈다. ‘모시강의’, ‘논어고금주’,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심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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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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