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2016년 4월 4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중앙일보]

1. 북한의 GPS 공격 언제까지 당할 텐가

북한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공격을 나흘째 계속하고 있다. 아직 큰 피해가 없다고는 하지만 GPS가 위치 혼선을 일으키거나 작동이 중지되면 위험천만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자칫 항공기나 어선이 충돌해 커다란 인명피해가 발생하거나 경계를 넘어 월북하는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더구나 북한의 GPS 교란은 여객기나 어선 등 민간 부문까지 무차별적으로 노린 공격이어서 정상국가의 행위로서는 믿어지지 않는 비열한 테러행위이자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북한은 지난달부터 계속되고 있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고, 이번GPS 교란 공격도 그런 반감의 표현이 분명하다. 하지만 국제제재는 말할 것도 없고 유례없는 대규모 군사훈련은 모두 북한이 자초한 것이다. 4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 핵탄두 소형화 및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주장, 신형 방사포 발사 등 계속 꼬리를 무는 도발에 대한 우리의 당연하고도 필수불가결한 대응이기 때문이다.

거듭 말하지만 어떠한 도발도 대한민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단호한 제재 의지에 조금도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 경제사정을 더욱 악화시키는 역효과만 낳을 뿐이다. 북한은 누구보다 북한에 재앙이 될 핵 무장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하루라도 빨리 진정성 있는 대화 의지를 피력해야 한다. 그런 북한을 국제사회가, 누구보다 먼저 한국이 두 손을 들어 환영할 것이라는 것을 조금도 의심할 필요가 없다.

이번 북한의 교란 공격에 대한 군 당국의 대응 태도는 지극히 실망스럽고 신뢰가 가지 않는다. 북한의 GPS 공격이 시작된 것이 2010년이고 줄곧 교란 범위와 강도가 확대되고 있는데도 우리 군 당국은 군용장비가 항재밍(anti-jamming) 기술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많은 어선이 GPS 이상으로 조업을 중단하는 등 무방비로 당하는 민간 피해는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GPS 공격이 전력망, 금융네트워크, 이동통신망까지 교란할 수 있으며 개인 차원의 국지적 교란 공격 가능성도 있는데 이에 대한 대비책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심대한 피해가 발생하면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는 국방부 성명 역시 결국 소 잃은 뒤에야 외양간을 고치겠다는 허언에 불과하다. 북한의 교란기술이 서울과 수도권에 미쳐 큰 피해를 볼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 아닌가. 하루빨리 북한의 전자전을 무력화하고 응징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것이다.

북한의 도발을 강력 규탄해 재발을 방지하고 군 당국에 적절한 대응 수단 확보를 촉구할 의무가 있는 정치권 역시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여야 모두 마음이 온통 총선이라는 콩밭에 가 있어 자기 당의 표만 계산할 뿐 정작 표를 줄 유권자들의 안보 불안을 해소시킬 의지는 조금도 없어 보인다. 고작 대변인 성명으로 북한을 비난하는 시늉만 해서는 결국 유권자들의 싸늘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2. 카카오의 대기업 지정, 성장판 막는 족쇄 안 돼야

인터넷 기업 카카오가 어제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됐다. 의약품 업체 셀트리온, 닭고기 가공업체 하림과 함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총자산이 5조원을 넘으면 상호출자를 제한하는 기업집단, 곧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한다. 국내 인터넷 기업의 대기업 집단 지정은 카카오가 처음이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성장 신화를 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카카오의 성공에는 승부사 김범수 이사회 의장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김 의장은 창업 4년 만에 지금의 카카오를 만든 핵심 서비스 ‘카카오톡’을 출시했다. 카카오스토리, 카카오게임으로 영역을 넓힌 뒤 합병 전략으로 덩치를 키웠다. 2014년엔 국내 포털 2위 다음을 합병했고 이어 록앤롤(김기사)·로엔엔터테인먼트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카카오의 계열사는 지난해 말 현재 모두 45개다. 벤처로 출발해 재벌 반열에 오른 것이니 축하할 만하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대기업 집단 지정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온갖 규제 때문에 성장판이 닫힐 수 있다. 규제 법령만 35개에 달한다. 상호출자는 물론 계열사 간 채무 보증이나 일감 몰아주기도 할 수 없다. 카카오의 경우 당장 하반기 출범 예정인 인터넷 은행 ‘카카오 뱅크’부터 문제가 될 수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업 지배를 금지하는 은산분리 때문에 카카오가 현행법상 대주주가 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기업 규제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야 한다. 지금 글로벌 경제는 온·오프 융·복합이 대세다. 페이스북·알리바바 등 인터넷 기업이 신산업의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낡은 규제론 신산업의 뒷다리를 잡기 십상이다. 업종별·산업별로 대기업 집단 요건을 차별화·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8년째 그대로인 자산 5조원 기준도 검토 대상이다. 자산 상위 기업에 대한 규제 효과는 적은 대신 자산이 적은 기업만 과잉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자산이 5조1000억원이지만 자산 348조원인 삼성과 똑같은 규제를 받게 된다. 재계는 이를 10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입장인데 일리가 있다.

3. 취지 좋지만 현실성 의문인 새누리의 임금 공약

새누리당이 3일 최저임금 인상과 정규직·비정규직 임금격차 축소 공약을 발표했다. 최저임금을 기업부담만으로 1만원까지 올리겠다고 다짐한 야당에 맞서 이런 공약을 내놓은 듯하다. 하지만 현실성 있는 내용인지는 의문이다.

새누리당의 최저임금 인상안은 현행 6030원인 시급을 4년 안에 최대 9000원까지 올린다는 것이다. 최하층의 소득을 중산층 소득(25~75%) 최저선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는 좋다. 하지만 불황에 고전 중인 영세상인·중소기업의 부담을 해소할 방안은 뭔지 궁금하다. 한국은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근로자 비율(14.6%)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 최저임금을 너무 올리면 감원하겠다는 중소기업이 50%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다. 새누리당은 근로장려세제를 활용, 1조6000억원까지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기엔 크게 부족한 액수다. 실질적으로 부담을 경감할 방안부터 분명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임금격차 해소 공약도 마찬가지다. 정규직의 절반에 불과한 비정규직 임금을 4년 뒤 80%까지 올리겠다는 취지는 좋다. 날로 심화되는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임금격차 완화는 절실하다. 하지만 현행 호봉제를 유지하면서 임금격차를 줄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기업들이 감원이나 채용 중단으로 맞설 게 뻔하기 때문이다. 호봉제를 역할·직무·성과급으로 바꾸고 고용을 유연화하는 한편 임금동결을 대가로 대기업의 단가 후려치기 중단을 유도해야 임금격차 해소의 길이 열릴 것이다.

이런 내용은 정부가 추진해온 노동개혁 5대 법안에도 들어 있었다. 이들 법안은 19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될 운명에 처해 있다. 전체 근로자의 10%에 불과한 대기업 노조의 포로가 돼 발목잡기로 일관한 야당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협상력 부족으로 밀리기만 한 끝에 손을 놓아버린 새누리당의 책임도 작지 않다. 정말 새누리당이 임금격차를 줄이고 싶다면 이제라도 노동개혁 법안 통과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는 게 우선이다.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내놓은 공약은 공약(空約)에 불과하다.

[이데일리]

4. 트럼프에 엄중 경고한 오바마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주말 워싱턴DC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북핵 등 한반도정책에 무지한 후보가 백악관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최근 ‘주한미군 철수’, ‘한·일 핵무장론’ 등의 잇단 돌출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공화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겨냥한 발언이다. 트럼프의 잇단 ‘허튼소리’에 오바마 대통령이 옐로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적이 아니라도 트럼프의 한반도 인식은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주둔 비용을 늘리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을 ‘안보 무임승차국’이라고 비난하더니 급기야 주한미군 철수까지 거론한 것이다. 그는 특히 “한국과 일본의 독자적 핵무장도 허용할 수 있다”고 했다. 동북아 지역의 핵무기 개발 경쟁을 불러올 수 있는 충격적 발언이다.

문제는 트럼프가 미국 유권자들의 상당한 동조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공화당 주류 세력의 반발이 크다곤 하지만 그는 현재 당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유력 대선후보다.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는 국가들이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도록 해서 그 돈으로 경제를 살리자는 트럼프의 주장에 공감하는 미국인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의 말을 헛소리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은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미국·중국·일본 정상들의 북핵 불용 의지를 재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을 전면적이고 완전하게 이행할 것”이라는 약속까지 받았다.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북한은 추가 핵실험을 시사하는 등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핵은 여전히 위협요인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언제든 미국에서 트럼프와 같은 주장을 하는 세력이 또 나올 가능성은 크다. 북핵 해결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미국의 대선 향배를 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트럼프 뿐 아니라 어느 후보에게든 한반도 안보 실상과 우리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미국의 대한(對韓) 외교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때가 왔다는 얘기다.

5. 경제회복 공약 내놓을 자격이 있는가

여야가 서로 경제활성화를 내걸고 선거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경제가 침체에 빠져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공략 수단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경제정책 수행에 발목을 잡은 야당을 심판해 달라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정을 직시하자며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기존의 성장론이나 분배론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이다.

새누리당은 어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를 줄이고 최저임금을 단계적으로 올려 중산층 하위권 수준으로 맞추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노인 기초연금도 빈곤층에 혜택을 집중시킨다는 전략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이에 맞서 20년 만기를 채울 경우 원금의 2배를 돌려주는 재형저축국채 도입과 금융상품 세금혜택을 서민층에 집중하도록 제도를 재정비하겠다는 공약을 추가 발표했다.

각각의 사안마다 국민들의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내놓은 정책일 것이다. 실제로도 그럴 것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을 왜 평소에는 꺼내놓지 않다가 선거철에 이르러서야 무더기로 쏟아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 19대 국회를 돌아보면 여야는 오히려 민생을 외면한 채 당리당략에만 몰두했다. 그러고도 지금 와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약속들이 가당치 않다.

선거운동이 이뤄지는 지금도 경제는 계속 수렁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던 수출은 15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내수도 ‘소비 절벽’에 부딪쳐 있다. 창고마다 재고품이 쌓인 탓에 백화점 진열대에서도 ‘바겐 세일’이 일상화돼 버렸다. 시내 점포나 사무실도 문을 닫는 경우가 늘어가는 중이다. 정치권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야 정당이 서로 한 표를 호소하며 전국 지역구를 누비고 있는데도 민심이 싸늘하게 식은 채 그다지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지금도 경제를 살리겠다며 온갖 공약을 제시하고 있지만 선거가 끝나면서 금방 휴지조각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여야의 약속에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선거용으로 꺼내든 공약만으로는 부족하다. 먼저 무릎을 꿇고 진정으로 사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울신문]

6. 한·일 군사교류와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별개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곳곳에 봄을 알리는 벚꽃이 한창이지만 엄동설한에 벚꽃은 어불성설이다. 때를 못 읽고 개화(開花)를 서둘렀다간 얼어 죽기 십상이다. 국제관계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지나치게 서두르는 듯한 인상이다.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도 양국이 북한의 핵 위협 억제를 위해 우리 측에 조기체결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한다. 우리 측은 “(협정을 위해선)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밝혔다니 옳은 대응이라고 본다.

일본은 2012년 협정 체결이 무산된 이후 줄곧 재추진을 강력하게 희망해 왔다. 북한 리스크가 점점 커지는데다 갈수록 보폭을 넓히는 중국의 군사적 행보를 감안하면 한·일 양국 간 정보교류의 확대를 더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본은 미국의 중재를 크게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을 위해 기존의 한·미, 미·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이어 한·일 간에도 조속히 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 초 대북 워게임에서 미국이 한·일 군사 당국자들을 같은 편으로 편성하는 등 미국의 조기 체결을 위한 분위기 조성도 활발한 듯하다.

우리도 점증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관련 정보의 수집 및 교류에 빈틈이 있어서는 안 된다. 2014년 12월 한·미·일 3국 간 정보공유약정을 맺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정보를 미국을 매개로 양국이 상호 공유하고는 있지만 즉응성(卽應性) 측면에서는 다소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언젠가는 양국 간 직접 정보교류의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GSOMIA는 국가 간에 군사기밀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맺는 것이기 때문에 먼저 해결돼야 할 과제들이 많다. 핫라인 개설이나 합동군사훈련 등의 군사교류와는 차원이 다르다.

신(新)안보법 발효로 일본은 이제 전쟁할 수 있는 국가가 됐다. 자국 내에서도 군국주의 회귀 비난이 거세다. 게다가 아베 신조 총리는 여전히 자기 육성으로는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런 일본과 군사기밀을 공유한다는 것에 많은 우리 국민들이 부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4년 전 이명박 정부가 사회적 공감대 없이 밀실 추진하다 낭패를 본 까닭이다. 일본의 군사정보는 우리에게 필수적이고 한·미·일 3각 안보협력도 중요하지만 대중관계 등 고려해야 할 외교적 요소도 만만치 않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신중해야 한다.

[매일경제]

7. 국회, 인터넷은행 막지 말고 `銀産분리 완화`에 답해라

카카오뱅크와 K뱅크가 지난해 11월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예비인가를 받은 지 꼬박 넉 달이 흘렀다. 연내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의 인터넷은행 지분제한 완화 규정을 담은 '은산분리 완화' 은행법 개정안이 여야 간 이견으로 국회에 계류돼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 

인터넷기업협회는 지난 1일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3곳에 인터넷은행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질의서를 보냈다. 한국핀테크포럼, 클라우드산업협회 등도 성명서를 내고 낡은 규제를 없애라고 촉구했다.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이 은행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기존 4%에서 5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다. 현행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당국 승인 시 은행 지분을 10%까지 보유할 수 있지만 4% 초과 지분은 의결권을 포기해야 한다.

'은산분리 완화'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ICT 기업들은 주도권을 행사하기 힘들어진다. 카카오와 KT의 지분율은 각각 10%(의결권 4%), 8%(의결권 4%)이고 나머지 지분은 금융회사가 나눠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금융지주 50%, K뱅크는 우리은행, 한화생명 등이 10%씩 보유한 1대주주다. 은행법이 개정돼야 증자 등을 통해 카카오와 KT가 책임경영을 할 수 있는데 그러지 않으면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4·13 총선 등을 고려할 때 연내 출범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인터넷은행을 도입한 나라들은 이미 은산분리 규제를 풀었다. 유럽은 은산분리 규제가 아예 없고, 일본은 인터넷은행에 한해 5% 지분제한을 풀었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도 알리바바, 텐센트 등 IT 기업들이 핀테크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재벌의 사금고화 등을 우려하며 은산분리를 고집하고 있다. KT뿐 아니라 카카오도 최근 대기업집단에 진입해 야당의 공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인터넷은행 진입에 있어 한국은 지각생인데 세계 흐름에 역행하는 규제 때문에 또 지연돼서는 안 된다. 이러다가는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말것이다. 과거에도 총선 이후 임시국회가 소집된 전례가 있는 만큼 19대 국회는 총선 이후에라도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8. 39년 만에 최저인 기업 투자 살릴 묘책 필요하다

정부가 투자와 소비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지만 기업 투자와 민간 소비는 최악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해 걱정이다.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고정자본형성 비중은 29.1%로 1976년 26.4% 이후 39년 만에 가장 낮았다. 총고정자본형성은 기업이 생산능력을 유지하거나 신규 사업에 투자한 자금에 따라 결정된다. 이 비중은 2008년 이후 계속 하락했는데 기업들이 신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서 추세를 바꾸지 못한 것이다. 

기업 투자는 올해 들어서도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2월 설비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5% 줄었다. 기업 투자가 부진하다 보니 일자리와 가계소득도 줄어 지난해 GDP 대비 민간 소비 비중은 49.5%로 떨어졌다. 2012년 이후 3년 연속 하락하며 199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투자와 소비가 저조하면 실업률도 증가하게 마련이다. 지난 2월 전체 실업률이 4.9%로 2010년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청년실업률은 12.5%로 통계치 작성 이후 가장 높았는데, 투자와 소비가 늘지 못한 것이 결정적 이유다. 

투자가 부진한 것이 기업 탓만은 아니다. 세계 경제 침체로 전자·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전 분야에 걸쳐 수요가 크게 감소한 것이 기업 투자를 막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이다. 글로벌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과감한 투자에 나서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민간 소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줄지 않고 있고, 고령화와 일자리 감소로 소득도 줄어들 테니 소비 증대를 기대하기 힘들다. 

기업 투자와 소비를 살리지 못하면 경제는 성장할 수 없다. 다행히 최근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자동차·스마트폰·철강 제품 등의 판매가 늘면서 산업생산과 체감경기가 좋아지고 있으니 이를 계기로 투자와 소비의 물꼬를 터야 한다. 

정부는 투자를 막고 있는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미래 성장동력 중심으로 산업 체질을 개선하는 등 경제 성장률을 장기적으로 높일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기업들도 기업가정신을 되살려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과 투자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9. 선관위, 유권해석 번복 등 잇단 헛발질 왜 이러나

20대 총선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거관리위원회가 연달아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3당 후보가 모두 단일화하지 않으면 이번 총선에서 '야권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쓸 수 없도록 2일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창원 성산구와 인천 지역에서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자 선관위 유권해석을 받아 유세차량이나 벽보·명함에 야권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써왔다. 선관위 유권해석은 '제2 야당을 빼놓고 어떻게 야권단일후보가 될 수 있느냐'는 반발에 봉착했다. 국민의당 후보가 제기한 '인쇄물 철거·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1일 인천지방법원이 받아들이자 선관위도 부랴부랴 유권해석을 번복했고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노회찬 정의당 후보는 창원시 성산구선관위의 지난달 22일 유권해석을 토대로 '야권단일후보'라고 표시해온 현수막·벽보·명함을 모두 바꿔야 한다. 허위사실 공포라며 상대 후보가 검찰에 고발한 탓에 법적다툼도 벌여야 할 판이다. 

이번 총선에서 선관위는 투표지 사전 인쇄와 투표 독려 영상을 놓고도 논란을 빚었다. 투표용지는 공직선거관리규칙에 따라 후보자 등록 마감 9일 후인 4일부터 인쇄한다. 그런데 서울 구로, 경기 남양주 등에서 미리 인쇄하자 더민주가 '야권후보 단일화를 반영하지 않으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인쇄시설이 부족할 때에는 시·군·구 선관위가 인쇄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구로·남양주 투표용지를 사전 인쇄한다는 사실은 3월 24일 후보 등록 이전에 결정돼 이미 후보들에게도 통보된 사안이니 야당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그럼에도 오래전에 예정된 총선을 놓고 인쇄시설 부족을 핑계 삼은 선관위는 행정편의주의나 준비 부족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선관위가 '알아들으면 최소 음란마귀'라는 제목으로 공개한 1분18초짜리 투표 독려 영상도 성관계를 연상시키는 선정적인 내용으로 논란을 빚자 열흘 만에 영상을 삭제하기도 했다. 

선관위는 총선에서 불법 행위를 엄단하겠다며 서슬이 퍼렇다. 그런데 정작 그들 자신은 유권자와 제대로 소통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들 스스로 야기한 혼란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도 지켜보게 된다.

[세계일보]

10. 정치혐오 부추기는 막말 정치인 심판해야

야당 반국가세력 낙인 대통령을 저격 대상 갈등 조장하는 구태
4·13총선이 중반에 접어들면서 네거티브 선거전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제·안보정책 공약이나 인물 경쟁보다는 상대 당,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는 막말 공세로 유권자를 현혹하고 있다. 특정 정당의 우세를 가늠하기 힘든 접전지역이 적잖아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이런 구태 양상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주말 유세전에서 야당의 테러방지법 처리 반대를 위한 국회 본회의 무제한 토론에 대해 “12시간씩 발언하기 위해 아기들이 차는 기저귀를 차고 연설했다고 하니, 국정 발목을 잡는 반국가세력에게 우리나라 미래를 맡겨서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개성공단 정상화 공약을 비판하며 “1년에 1억달러가 김정은에 가고, 그 돈으로 핵폭탄 만드는 걸 도와주는 그런 매국적인 정당은 이 땅에서 없어져야 한다”고도 했다. 아무리 선거판이라 해도 국정 파트너인 제1야당을 ‘반국가세력’ ‘매국 정당’으로 모는 건 집권 여당 대표로서 저급한 행태다. 

일여다야 구도로 치러지는 지역이 많다 보니 야권 후보단일화를 둘러싼 공방은 갈수록 치열하다. 새누리당 김 대표는 “운동권 세력이 발톱을 감추는 주특기”라고 일갈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서로 “분열 획책세력” “낡은 기득권 정치세력”이라며 험담을 퍼붓는다. 호남지역을 차지하기 위한 두 야당의 패권 다툼은 더민주 김종인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 간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졌다. 

광주 광산을에 국민의당으로 출마한 권은희 의원은 군복을 입고 총을 든 사진에 ‘박근혜 잡을 저격수, 권은희지 말입니다. 다음은 국보위 너다!’라는 문구를 담은 포스터를 그제 SNS에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요즘 뜨고 있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패러디했다고 하나 대통령과 김종인 대표를 ‘저격 대상’으로 삼은 내용은 비난을 살 만하다. 더민주 주진형 국민경제상황실 대변인은 지난달 말 새누리당 강봉균 선대위원장을 “집에 앉은 노인”이라고 막말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의뢰로 연세대 산학협력단이 조사한 설문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82.4%가 남남갈등 문제를 심각한 문제로 평가했고, 57.6%가 그 원인으로 ‘(정치인들이) 남남갈등을 정치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선거 때마다 이념갈등, 세대갈등, 지역갈등을 부추기니 정치혐오, 불신이 클 수밖에 없다. 자극적인 막말을 일삼고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인은 유권자 선택을 받을 자격이 없다.


 주요 신문칼럼


1. [매경이코노미][유경희의 ‘힐링의 미술관’] 사랑과 우정이 부딪칠 때…평시엔 남편(모리스), 여름엔 남편친구(로제티)와 보낸 제인요즘 재개봉된 영화 ‘쥴 앤 짐(프랑수아 트뤼포 감독, 1961년)’은 세 남녀 사이의 기묘한 사랑을 그린, 영화사의 빛나는 걸작이다. 한 여자가 절친인 두 남자와 모두 관계를 맺는다. 중요한 건, 그렇다고 두 친구(둘 다 글을 쓰는 작가다)의 우정이 완전히 끝장나지는 않고 지속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첫 남편인 쥴은 아내의 불륜을 묵묵히 참아낸다. 진정 그녀 곁에 남아 있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한 여자를 두 남자가 공유한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남자가 두 여자를 거느렸던 일이야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풍습이었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더 멀리 원시 모계사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지 않을까?! 한 여자를 사랑한 예술가 남자들은 어떻게 사랑과 우정 사이를 조절했을까?

2009년 영국의 BBC에서 ‘Desperate Romantics’라는 드라마가 상영됐다. 19세기 빅토리아왕조 시대에 라파엘전파(르네상스 대표 화가인 라파엘로와 미켈란젤로의 화풍을 비판하고 자연을 섬세히 관찰해서 표현한 초기 르네상스와 중세 고딕시대 미술로 돌아가자는 주장) 작가들의 예술과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라파엘전파 집단의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와 윌리엄 모리스는 절친한 친구였다. 두 사람은 한 여자를 사랑했다. 제인 모리스. 1839년 마부의 딸로 태어나 극도의 빈곤 속에 성장한 그녀는 17세 때 우연히 라파엘전파의 화가들 눈에 띄어 모델 요청을 받는다. 특히 유복한 가문 자제로 옥스퍼드대 출신의 모리스는 제인을 스케치하다가 사랑에 빠진다. 그녀의 서늘한 침묵과 생각에 잠긴 아름다움에 매료된 것. 제인은 디자이너, 공예가, 시인, 사회주의 개혁가였던 모리스와 약혼한 뒤 상류층 부인이 되기 위한 교양과 매너 수업에 매진한다. 감각이 뛰어나 금세 귀부인의 자질을 갖추게 된 그녀는 남편이 운영하던 공예장식 사업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2. [매경이코노미][최영옥의 백 투 더 클래식] 드보르작 ‘첼로협주곡’…비장함·향수 담은 한편의 드라마

연주자를 만나다 보면 이들이 언제부터 음악의 길을 가려 했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카운터테너 이희상과 쳄발리스트 김희정 역시 남다른 이유가 있다. 

학교 다닐 때 중창단 반주를 했던 이희상은 원래 피아니스트가 되고자 했다. 하지만 세계 3대 카운터테너 ‘안드레아스 숄’을 만나면서 진로를 바꿨다. 21살의 늦은 나이에 카운터테너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희상은 음악계에서 유명한 카운터테너로 자리 잡았다. 김희정도 비슷한 사연이 있다. 그는 피아니스트로서 바흐 음악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그러다 바흐 시대 건반이었던 쳄발로를 접하면서 쳄발리스트의 길로 들어섰다. 

동유럽 조그만 나라 체코의 작곡가였던 드보르작(Antonin Dvorak, 1841~1904년)도 인생의 전환점이 있었다. 바로 신대륙, 아메리카로부터의 초청이었다. 그것도 미국국립음악원장의 자격으로. 

말로만 듣던 신대륙, 새로운 개척의 땅 아메리카에서의 시간은 드보르작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했다. 그는 그곳에서 최대 걸작 교향곡 9번 ‘신세계’를 비롯해 현악사중주 ‘아메리카’, 피아노 삼중주 ‘둠키(Dumky)’, 첼로협주곡 b단조(Cello Concerto in bminor Op.104)를 남겼다. 

그중 드보르작의 첼로협주곡 b단조는 특히 첼리스트에게 있어서 신성시되는 곡으로 불린다. 이 곡이 없었더라면 첼로는 솔리스트가 되기 어려웠을 거라고 첼리스트들은 입을 모은다. 

b단조는 드보르작이 53세가 되던 해에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그해 여름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열린 음악회에 참석했던 드보르작은 빅터 허버트(Victor Herbert)라는 작곡가의 첼로협주곡 2번을 들으면서 대단히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드보르작은 당시로서는 대단히 드문 편성인 세 대의 트롬본을 사용한 점을 주목했다. 드보르작은 자신의 가장 위대한 작품이 될 첼로협주곡을 쓰기 시작했다. 드보르작은 첼로협주곡에 자신의 모든 경험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아메리칸 문화와 체코 슬라브 문화가 어우러진, ‘드보르작’만이 가능한 독자적인 스타일의 작품이 탄생했다. 마치 교향곡 ‘신세계’가 연상되는 듯 강렬함 속에 격정적인 첼로의 어우러짐이 인상적인 1악장. 도저히 딴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몰입하게 되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2악장에서는 남다른 선율미가 느껴지는데 드보르작의 첫사랑의 채취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첼로협주곡엔 뉴욕에 체류하던 드보르작의 향수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는 고향이 그리울 때마다 항구에서 증기기관선을 보거나 센트럴파크의 비둘기와 함께하는 것으로 그리움을 달랬다고. 그 애틋함을 달랬던 곳이 체코인들이 많이 모여 살던 아이오와주 북동부에 있던 스필빌이었다. 그곳에서 고국의 기운을 어느 정도 채운 뒤 돌아오는 길에 만난 나이아가라 폭포의 장관 또한 그의 가슴을 크게 흔들어놨다. 20세기 첼로의 거장 카잘스는 이 곡을 영웅의 생애를 담은 한 편의 드라마라고 했다. 여기서 영웅이 드보르작인지, 또는 사랑의 추억인지 한 가지로 꼬집어 말하긴 어렵다. 다만, 새로운 시대를 연 작곡가의 혼이 느껴지는 곡임은 분명하다.

3. [머니투데이]매주 월요일 아침, 당신 상사로부터 편지를 받는 다면

월요일 아침에 출근해 이메일 박스를 열었을 때, 당신의 '보스'로부터 동보 메일이 와있다면? 

인사고과를 책임지는 사람이니 그의 생각을 읽는 게 중요할 수 있고 업무 지침이 포함돼있을 수도 있으니 꼼꼼하게 읽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참 기운도 좋아." 하며 속으로 비아냥거릴지도 모른다.

이 보스는 뭔가 다르다. 특별한 사정(집안 상이나 휴가 등)이 아니면 빠트리지 않고 7년간 편지를 꾸준히 보낸 정성도 그렇지만 내용 측면에서 더 그렇다. 

"다 아시다시피 점심 때마다 한분씩 초대하여 점심 식사를 같이 하고, 회사 캠퍼스를 산책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략) 개인의 적성을 상세하게 파악하여 적합한 부서에 잘 배치시키기 위함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이러한 산책이 당사자에게는 평생의 추억이 될 수도 있겠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중략) 그 짧은 시간이 한 사람이 미래를 설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중략) 가능한한 편안하게 점심 산책 면담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만남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라는 제목의 편지는 '인맥의 정의'로 이어진다. 그가 생각하는 인맥은 '자연스러운 좋은 만남을 통해서 만들어진 삶의 추억의 합'이다. 자신과 점심이 직원에게 좋은 추억이 되길, 그래서 좋은 인맥을 맺는 관계로 이어지길 바라는 소원과 더불어 즐거움이 있는 좋은 만남을 만들어 좋은 인맥을 구축하는 한 주를 시작하라는 덕담으로 마무리된다.

주인공은 김정한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벤처경영학과 객원교수다. 김 교수는 학교로 옮겨가기 전까지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연구소장(전무)을 맡아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개발을 이끌었다.

'프롬 유어 보스'는 그가 10년 근무 중 7년을 직원들에게 보낸 월요편지를 엮어 만든 책이다. 책에 담긴 그의 편지를 읽으면 '그가 공학도인가' 싶다. 직원들의 인문학적 소양 함양에 기울인 그에 노력과 사유의 깊이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가끔은 시와 명언을 인용해 '사유'를 이끌어내지만, 어렵거나 실수했던, 즐거웠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다.

'단점을 즐깁시다'라는 편지에서는 단점을 극복하려는 노력보다는, 단점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기를 권한다. 단점이 있음을 아는 것이야말로 발전할 수 있는 축복의 기회라는 것. 물론 자신의 단점을 공개하고 그것 때문에 고민했던 경험을 토대로 한다.

"파도가 섬의 옆구기를/ 자꾸 때려친 흔적이/ 절벽으로 남았는데/ 그것을 절경이라고 말한다./ 거기에 풍란이 꽃을 피우고/ 괭이 갈매기가 새끼를 기른다./ 사람마다의 옆구리께엔 절벽이 있다/ 파도가 할퀴고 간/ 상처의 흔ㅇ적이 가파를수록/ 풍란 매운 향기가 난다./ 너와 내가 섬이다/ 아득한 거리에서 상처의/ 향기로 서로를 부르는" - '섬' 전문, 복효근 

복효근 시인의 '섬'을 인용한 이 편지의 제목은 '내면의 절경'이다. 그는 각자 내면에 아름다운 절경을 만드는 일이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용기를 갖고 견디는 힘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내면의 절경이 만들어진 사람이야말로 '아름다운 사람' 혹은 '아름다운 청년'이라고 칭한다. 그리고 묻는다. 어떤 절경을 만들고 싶냐고.

개인적 삶에 대한 사유와 사회인으로서 삶에 대한 사유로 재구성한 편지에 대해 삼성전자의 임원은 그를 "공감하는 동반자"로 칭했다. 신입사원으로 만나 대리가 된 직원은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 (그의) 접근법"을 추억하며 감사를 나타냈다. 

그가 미국에서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겪은 '어려움'을 통해 깨달은 극복방법을 보자. 그는 어려움을 이겨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는 사고'였다고 회고한다. 흔히 사람들은 비움을 말할 때 욕심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그는 거기에는 염려와 두려움도 포함된다고 강조한다. 결국 비움의 사고로부터 배운 것은 '현실을 직시하는 법'. 현실을 직시하는 것은 아프지만, 그 아픔이야말로 아름다운 미래를 안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가 편지에 가장 많이 쓴 단어 '생각'은 '현장'과 '체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의 편지를 그저 '교과서적인' 말로 치부하지 않고 모두가 귀담아 들은 이유다.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하는 제언 6가지 

1. 어려움의 본질을 분해하기 바랍니다,
2. 그러기 위해서 현실을 직시하기 바랍니다.
3. 현실을 직시하는 방법은 자기 합리화의 역과정이랍니다.
4. 그리고 그 역과정을 만드는 태도는 자신에게 엄격함이랍니다.
5. 구체적이 역과정의 방법은 본질에 대한 질문이랍니다.
6. 본질에 대한 접근은 아프답니다. 그러나 그 아픔은 여러분의 아름다운 미래를 잉태하고 있답니다.

4. [한국일보][편집국에서]한국이 중국보다 좋은 이유

4년 간의 베이징특파원 임기를 마치고 한 달여 전 귀국했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은 한국과 중국 중 어디가 더 좋으냐고 묻곤 한다. 답은 ‘한국이 100배는 더 좋다’다.

먼저 우리나라는 공기가 맑다. 비행기가 김포공항에 내린 순간 “와, 어쩜 이렇게 깨끗하지?”라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희미해진 눈이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마치 흑백TV를 보다 초고선명 TV로 바꾼 것 같았다. 베이징에서는 환기를 시키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아침에 출근해 창문부터 연다. 한 선배가 “제정신이야? 오늘 미세먼지가 얼만데”라며 핀잔을 주지만 “베이징에 비하면 이 정도는 정말 좋은 편이에요, 앞 건물도 보이잖아요”라며 웃는다. 손을 마주 잡은 연인의 얼굴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스모그에 시달리는 중국에 비하면 서울은 청정지역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서울 한복판엔 한강이 흐르고 남산도 있다. 베이징 도심엔 강도 없고 산도 없다. 서울은 골목길까지도 모두 관광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깔끔하다. 중국 관광객들에게 서울은 아름다운 도시일 수밖에 없다. 

음식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중국에선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지 않다. 여전히 하수구 기름이 유통되고 있고, 길거리 음식은 무슨 고기와 재료를 썼는지 확인할 수 없다. 공업용 원료로 쓰이는 멜라민을 넣은 우유와 분유에 대한 충격도 아직 가시지 않았다. 중국인이 해외 관광 때 분유를 싹쓸이하는 이유다. 중국인도 안 먹는 우유를 세 딸에게 먹일 순 없어 베이징에서는 수입 한국 우유를 5,000원 이상 주고 사 먹어야 했다. 그러나 한국에선 더 맛있고 고소하며 신선한 우유를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마음껏 마실 수 있다. 우유뿐 아니라 한국엔 정말 아무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산해진미가 넘쳐난다. 

길을 건널 때 긴장할 필요도 없다. 중국 생활에서 가장 어렵고 적응이 안 되는 게 길 건너기였다. 중국에선 사람보다 차가 우선이다. 사람은 차량의 흐름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법으로 돼 있다. 차량들은 사거리에서 언제든지 우회전을 할 수 있다. 횡단보도 신호등에 파란 불이 들어왔다 하더라도 길을 건너려면 고개를 열심히 좌우로 돌리며 차량들을 살펴야만 한다. 더구나 맞은편에서도 비보호 좌회전 차량이 횡단보도 안으로 덮쳐 올 때가 많다. 이런 상황이니 파란 신호등일 때도 길을 건너지 못하는 경우가 적잖다. 신호등을 보고 건너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무리 지어 건너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길을 건널 때마다 식은땀을 흘려야만 했다. 그러나 한국은 횡단보도 신호등에 파란불만 들어오면 차량들을 신경 쓸 필요 없이 안심하고 길을 건널 수 있다. 교통 질서 천국이다. 

중국 생활은 평소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얼마나 감사해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새삼 깨닫게 해 줬다. 이러한 것들의 예는 끝도 없다. 그 가운데 선거도 빼 놓을 수 없다. 중국의 최고지도자를 뽑는 건 14억명의 중국 인민들이 아니라 중국공산당이다. 야당도 없다. 반면 우리는 선거를 통해서 국민들을 위해 일할 대통령을 뽑고 투표로 집권당을 교체할 수 있는 민주주의 사회이다. 한 번 지지한 정당이 일을 잘 하면 격려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을 받들어야 할 지도자가 소통조차 안 하고, 살림살이는 갈수록 더 팍팍해지면서, 가장 활력이 넘쳐야 할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좌절할 수밖에 없다면 선거와 투표로 심판하면 된다. 중국은 이런 게 불가능하다.

공기가 없어야 비로소 공기의 소중함을 알 듯 민주주의가 없는 곳에 갔다 오며 정치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곧 총선이다. 중국인은 행사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소중한 한 표를 자랑스럽게 행사해 볼 생각이다.

5. [서울신문][고전으로 여는 아침]먼 것은 

조선 선조 때의 명재상 유성룡이 숲 속에 정자를 지었는데 이름을 ‘원지정사’라고 하였습니다. ‘원지’(遠志)는 원래 심기를 맑게 해 주는 약초 이름인데, 뜻이 확대되어 ‘마음을 다스린다’는 의미로도 사용되었습니다. 유성룡은 심기가 불편할 때 이 약초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마침 정자 뒷산에도 이 약초가 많이 있어 정자의 이름으로 삼았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글자대로의 풀이인 ‘먼 것에 대한 지향’이라는 의미도 함께 부여하였습니다.

‘먼 것’에 대해서는 매우 복잡하게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그는 ‘가까운 것이 쌓인 것이다’라고만 말하였습니다. 몇 자 안 되는 간단한 말이지만 먼 것에 도달하는 방법까지도 제시하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상하 사방의 가없는 공간이나 옛날로부터 흘러온 아득한 시간은 멀고도 먼 것이지만, 이것들은 모두 눈앞의 가까운 것들이 쌓여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지금 내딛는 한 발짝은 지극히 사소하고 작아 보이지만 이것이 쌓인다면 결국 언젠가는 보이지 않는 먼 곳까지 갈 수 있다는 말입니다. 시작이 없는 결과는 없으며, 또 과정이 없는 결과도 없습니다. 시작은 언제나 미미해 보이고 과정은 언제나 고달프지만 그러한 시작과 과정이 없다면 성취도 없을 것입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우리는 이 말을 무척 많이 들어왔기에 감동이 아니라 오히려 식상함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시공을 초월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참으로 소중한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곳을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곳을 거쳐야 하고, 다음 시간이 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시간이 지나가야 합니다. 먼 훗날의 모습이 어떠할지는 지금 이 순간, 이 자리가 결정해 줄 것입니다.

■유성룡(柳成龍·1542~1607)

조선 전기의 문신. 자는 이현(而見), 호는 서애(西厓), 본관은 풍산. 임진왜란 때 병조 판서와 영의정을 역임하면서 슬기롭게 국난을 극복하였다. 도학과 문장에도 이름이 높았고, ‘징비록’, ‘상례고증’ 등 많은 저술을 남겼다. 문집으로 ‘서애집’이 있다.

반응형
LIST
Posted by 늙은최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