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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6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슈퍼컴퓨터 개발, 계획대로 추진되려면

미래창조과학부가 슈퍼컴퓨터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고 한다.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하는 지식정보사회 구현을 앞당기기 위한 조치다. 이를 위해 향후 10년간 1000억원 이상의 개발자금을 투입한다는 잠정적인 계획도 마련됐다고 한다.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는 최초의 초고성능 컴퓨터 개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 우리 자체 역량으로 슈퍼컴퓨터를 개발키로 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그동안 전자·통신 분야를 비롯해 무인자동차, 로봇 등의 분야에서 나타난 국내 연구수준도 괄목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이다. 연구 여건만 제대로 갖춰진다면 당장이라도 우수 인력들이 달라붙을 것이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야심찬 계획을 마련한 데 대해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자 한다.

슈퍼컴퓨터란 대용량의 정보를 초고속으로 저장·처리·활용하는 것이 가능한 첨단 컴퓨터다. 따라서 기존의 보통 기술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도 척척 답변을 제시하게 된다. 최근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와 세계 바둑 최고수인 이세돌 선수의 시합에서 드러났듯이 슈퍼컴퓨터의 기능은 이미 사람의 사고능력을 뛰어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세계 각국이 개발경쟁에 뛰어든 결과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처럼 개발 계획을 마련한 것이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동안의 첨단기술 개발 추이를 살펴볼 때 선발주자들의 꽁무니를 따라가기 바쁘지 않을까 우려된다. 기왕이면 바짝 추격해서 단시일 내에 따라잡는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정부가 알파고의 3배 이상 빠른 슈퍼컴퓨터를 2020년까지 개발키로 목표를 잡은 것이 그래서일 것이다. 그 뒤에 이어지는 계획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장기간에 걸쳐 수행돼야 하므로 안정적인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아무리 중요한 계획도 해당부처 장관이 바뀌기만 해도 주춤해지기 마련이 아닌가. 하물며 앞으로 5년, 10년 뒤의 계획이라면 더더욱 장담하기 어렵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존폐 문제에 대해서조차 미리부터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슈퍼컴퓨터 개발계획과 함께 장기적인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2. 급증하는 해외소비 국내로 돌릴 방안은

국내에서는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자들이 외국만 나가면 돈을 펑펑 쓴다고 한다. 뭔가 잘못된 얘기다. 정부가 온갖 소비 진작책을 내놓으며 경기를 살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지금과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민계정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지출한 돈은 모두 26조 2700억원으로 전년보다 13.7%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도 사상 최대 규모다.

이에 비해 지난해 국내 소비지출은 708조 3700억원으로 2.7% 증가에 그쳤다. 통계청이 집계한 가계소비성향은 사상 최저 수준인 71.9%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해외 소비지출증가율이 국내 소비지출증가율의 5배도 넘었지만 소비자들이 인터넷 등으로 외국 제품을 직접 구매한 ‘해외 직구’나 외국 출장길에 업무용으로 쓴 금액 등을 포함하면 증가율은 훨씬 더 올라갈 것이다.

내수 부진이 국가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이것이 다시 소득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속에서도 해외 씀씀이는 대폭 커졌다는 얘기다. 주요 원인은 소득 수준 향상으로 외국 여행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한국관광공사에 의하면 지난해 해외 여행객은 1930만명을 넘어서 전년보다 20%나 늘어났다.

우리 국민이 외국에서 쓴 돈의 일부만이라도 국내로 돌렸다면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됐으리라는 점에서 진한 아쉬움이 배어난다. 그렇다고 요즈음 같은 국제화 시대에 무턱대고 외국 여행이나 현지 씀씀이를 자제하라고 요구하기도 어렵다. 그보다는 여행객들이 자발적으로 해외 소비를 국내 소비로 돌리도록 유도하는 정책 수단을 서둘러 개발하는 게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국내 관광 활성화가 절실하다. 외국의 어느 명승지 못지않은데도 홍보 부족으로 빛을 보지 못하는 관광지가 허다하다. 돈 있는 사람들이 맘껏 쓸 수 있도록 규제를 확 풀어 시설을 고급화하고 이용도 한결 편리하게 해야 한다. 연간 100만명도 넘는 골퍼가 외국에 나가 몇조원씩 쓰는 왜곡된 현상을 시정할 해법도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각종 소비재와 서비스에 매겨지는 세금을 낮춰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도 한국에서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하는 것도 요긴하다.

[서울신문]

3. 나랏빚 1300조의 절반이나 되는 연금부채

나라 살림살이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재정적자가 2009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은 38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가계부채가 12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국가부채도 1300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어제 정부가 발표한 ‘2015 회계연도 국가결산’에 따르면 관리재정수지는 지난해 38조원으로 집계됐다. 국가재정을 살피는 대표적 지표인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미래 세대를 위해 쌓아 둬야 하는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의 흑자를 뺀 것이다.

지난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4%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특히 세수가 예상보다 2조 2000억원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부양을 위해 11조 6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재정적자 규모가 커졌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1.8%로OECD 평균 115.2%와 비교하면 건전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문제는 재정적자 증가 추세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7.9%로 1년 만에 2.0% 포인트 늘었다. 올해 상황은 더 나쁘다. 연초부터 수출이 급감하고 내수도 심각한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등이 국가부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지난해 국가부채 1284조 8000억원 가운데 연금충당부채가 전체의 51.1%인 659조 9000억원에 이른다. 연금충당부채는 2013년 569조 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160조 3000억원이 늘었다. 지난해 반쪽짜리 공무원연금 개혁 탓에 증가율이 뚝 떨어져 16조 3000억원 증가에 그쳤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아직 본격적인 논의도 하지 못한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개혁의 시급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우리 국민들의 해외 지출액이 26조 2722억원으로 전년보다 13.7%(3조 1593억원)나 급증한 점도 재정 상태를 악화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의 선거공약 가운데 복지, 고용과 관련된 장밋빛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재원은 여야 합쳐 200조원이 훌쩍 넘는다. 재정건전성은 아예 고려조차 하지 않는 전형적인 묻지마 공약이란 비판을 면할 길 없다.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정부와 국민 모두 비장한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재정건전성이 무너지면 국가 경제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4. 국세청, 명예 걸고 한국인 역외탈세 추적해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가 외국 조세회피처에 유령회사를 세운 사실이 들통났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는 그제 전 세계 1150만건의 조세회피 자료를 폭로했다. 노씨는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2012년 페이퍼컴퍼니 3개를 설립했다. 그 자신이 주주 겸 이사로 취임한 문제의 회사들은 1달러짜리 주식 1주만을 발행했다. 노씨는 사업이 진행되지 않아 계좌 개설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삼척동자라도 탈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유령회사의 전형이다.

의혹의 진상은 추후 더 밝혀야겠으나, 세계가 주목한 ‘역대급’ 조세회피 폭로 자료에 그의 이름이 들었다는 사실부터 국민들 속을 뒤집는다. 바통을 이어 졸렬한 사고를 치는 것이 우리 전직 대통령 아들들의 전매특허인가 싶을 지경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똑같이 버진아일랜드의 탈세 유령회사가 발각돼 지탄을 받았던 게 불과 3년 전이다. 대통령의 아들이란 사람들이 번번이 탈세와 재산 도피 혐의로 세인의 손가락질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낯 뜨거운 일이다.

이번 폭로 자료에서는 주소를 한국으로 기재한 한국인도 195명이나 됐다. 이들의 탈세 수법이나 계좌 관련 정보와 명단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덜미가 잡힌 규모만 보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역외 탈세를 할 수 있었다는 정황은 파악되고도 남는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서민들은 울화가 치민다. 쥐꼬리 월급을 받더라도 유리지갑의 샐러리맨들은 십원 한 장까지 납세의 의무를 다하고들 있다.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할 역외 탈세를 일삼는 것은 사회 정의에 구정물을 끼얹는 중대하고 파렴치한 범법 행위다.

국세청이 이번에는 제 역할을 제대로 하길 기대한다. 3년 전 전재국씨를 포함한 182명의 역외 탈세 파동에서는 48명에게서 1324억원을 추징한 게 고작이었다. 국민들 눈에 국세청은 조세 정의를 세우는 일은 뒷전이고 세수 확보의 수단쯤으로 그때그때 탈세를 적발한다는 인상이 짙다. 해외 조세회피자가 국세청의 고발 의지로 단단히 벌을 받았다는 사례를 들어 본 적이 별로 없다. 국제 공조를 서둘러 한국인 명단을 확보하고 탈세 혐의자들을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검찰 수사도 강화해 해외 재산 도피는 아예 꿈도 못 꾸게 엄벌해야 한다.

5. 정책 꼼꼼히 보고 배례대표 정당 선택하길

서울 종로는 흔히 ‘정치 1번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종로에서도 세종로 사거리는 서울의 중심이자 대한민국의 중심이라고 해도 크게 과장은 아닐 것이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각 후보 진영이 앞다투어 유세전을 펼치는 선거운동의 핵심 요지다. 하지만 4·13 총선을 앞둔 세종로 사거리는 조용하기만 하다.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총선이 이곳에서는 남의 이야기인 것만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침저녁 수많은 직장인이 세종로 거리를 뒤덮다시피 하지만 대부분은 종로 선거구의 유권자가 아니다. 출근 시간 세종문화회관과 동화면세점 앞 버스 정류장에서는 분당과 일산을 비롯한 경기도 남부와 북부 지역 주민들이 광역버스에서 줄지어 내린다. 서울 지하철 1호선과 2호선 시청역과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가운데도 종로 유권자는 거의 없다.

그런데 이런 세종로 사거리에서 조용히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군소 정당 후보들이다. 유세차와 확성기, 그리고 유니폼 차림의 운동원을 다수 동원하는 유력 정당 후보들과 달리 이들의 선거운동은 조촐하기만 하다. 후보자는 건널목에서 녹색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열심히 명함을 건네고, 다른 한 사람이 핵심 공약을 담은 피켓을 들고 있는 정도다. 자기 선거구 유권자가 아닌 사람들이 대부분이니 광고용어로는 소구대상(訴求對象)을 완전히 잘못 짚은 캠페인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면 자신(自身)의 존재가 아닌 자당(自黨)의 존재를 알리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유력 정당들이 생산한 이슈에 우선순위가 밀린 자당 정책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당부다.

오는 13일 투표소에 가면 유권자는 두 장의 투표용지를 받게 된다. 한 장은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는 투표용지이고, 다른 한 장은 지지 정당을 고르는 투표용지다. 미래지향적 정책의 설득력 있는 이행 방안을 제시하는 정당에 국회 진출 기회를 주는 제도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제도라고도 한다. 실제로 군소정당의 정책 공약 가운데는 유력 정당에서 찾을 수 없는 참신한 내용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이 공약을 유권자들에게 알릴 기회는 많지 않다. 이번 총선에서 후보를 낸 정당은 21개에 이른다. 물론 정책 생산 능력이 없는 이름뿐인 정당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건전한 군소정당이 공약을 유권자에게 알릴 기회는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믿는다.

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축제’라고들 한다. 낡은 정치세력을 미래지향적인 정치세력으로 교체하는 한바탕 축제의 주체는 말할 것도 없이 유권자다. 지역구 의원은 유권자의 판단에 따라 인물과 능력 중심으로 투표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을 뽑는 지지 정당 투표는 직관만으로는 판단이 쉽지 않다.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선거공보를 꼼꼼히 읽어 보고 지지할 정당을 선택하는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다. 능력 있는 인물과 조화로운 정책이 국회에 넘쳐날 때 정치도 발전한다. 지지 후보와 지지 정당이 반드시 같아야 할 이유는 없다. 20대 국회가 얼마나 건강하게 태어날지는 유권자들에게 달려 있다.

[동아일보]

6. 봉은사·조계사 재정 공개, 종교계 과세로 이어져야

대한불교조계종이 서울 조계사와 봉은사, 인천 강화 보문사, 경북 경산 선본사 등 총무원 관할 직영사찰 4곳의 수입과 지출을 공개했다. 지난해 서울 강남 봉은사의 수입(일반회계)이 210억8700만 원으로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 조계사(200억4900만 원)보다 많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려졌다. 

조계종이 종단 차원에서 사찰 재정을 최초로 일반에 공개한 것은 불교계가 스스로 다짐했던 개혁의 첫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2012년 일부 승려들이 연루된 백양사 도박사건이 불거지자 조계종은 자성과 쇄신, 종책(계파) 해산 등을 선언했지만 이후에도 ‘금권선거’ ‘종단정치’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작년 초 종단 혁신을 모색하는 초유의 대중공사(大衆公事)가 열렸고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사찰 재정 투명화를 통해 신뢰받는 종단으로 거듭나겠다”며 직영사찰과 특별분담금사찰, 1년 예산이 30억 원 이상인 사찰을 대상으로 7월부터 재정 공개 계획을 밝혔다. 

당시의 다짐에 비해 공개 범위가 대폭 축소됐고, 시기도 아홉 달이나 늦춰졌지만 불교계 자정(自淨) 노력은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어느 조직이나 투명한 재정 공개가 개혁의 첫걸음이다. 재정 공개 대상을 모든 사찰로 확대하고 외부 회계 전문가 감사는 물론이고 예산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도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이미 2007년부터, 대부분 교회들도 주보에 헌금 명세를 싣고 매년 당회에 결산보고를 하고 있다. 재정의 투명한 공개는 다른 종교로도 확산돼야 할 것이다. 

차제에 종교인 과세 유예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세청 자료로 추산한 2014년 종교단체 기부금이 약 8조 원이다. ‘소득 있는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당초 2015년부터 종교인 과세를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일부 종교인들의 반발로 1년 유예되더니 작년 12월 통과된 법안에선 2018년으로 또 늦춰졌다. 선거를 의식해서라는 뒷말이 파다하다. 지난해 국가부채가 무려 1284조 원이다. 종교계가 스스로 세금 납부를 앞당기는 것도 사회 통합을 돕는 길이다.

[중앙일보]

7. 유권자 판단 흐리는 여론조사 정비 필요하다

총선을 1주일 앞두고 새누리당 자체 여론조사에서 원내 과반의석은커녕 135석 안팎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기존 ‘집 전화 여론조사’ 방식에 휴대전화 표본을 섞었더니 수도권에서 여당 후보의 확실 우세지역이 25곳 안팎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심야 긴급 선대위회의를 소집하는 등 호들갑이다.

하지만 정작 어리둥절한 건 유권자다. 어안이 벙벙한 걸 넘어 현기증을 느낀다. 불과 전날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은 수도권 122곳 중 40개 지역에서 우세한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총선 상황실을 포함해 언론에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 분석한 수치다. 그러니 고정 지지층의 위기감을 자극해 투표장에 내몰려는 새누리당의 엄살이란 말이 나온다.

새누리당이 선거 전략 차원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들쭉날쭉 활용한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이 판세 분석의 근거가 되는 조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은 건 사실이다. 가뜩이나 동일 지역에서 같은 시기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조사기관별로 상반되거나 지지율이 제각각이어서 혀를 차게 만드는 게 한국의 여론조사 시장이다. 100개가 넘게 난립한 조사 회사들이 응답률 2%가 되지 않는 자동응답기 조사를 마구잡이로 쏟아낸다. 표본과 응답률도 천차만별이다. 심지어 선관위는 이번 총선에서 왜곡이 의심되는 7개 여론조사기관, 53개 조사를 적발해 처벌했다. 전문가들조차 여론조사 결과를 믿지 못한다는 말이 나오는 지경이다.

문제는 이런 엉터리 여론조사 결과가 유권자의 표심을 출렁이게 하고 선거 판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선거 여론조사는 정치 현장에서 의사 결정과 건전한 여론 형성에 도움을 주려는 것이다. 조사의 공정성과 투명성, 신뢰성이 생명이다. 조사 과정과 결과는 엄정하고 객관적으로 관리돼야 한다. 그러려면 문항 내용과 표본 채취를 공개하고 안심번호를 활용해 신뢰성을 검증받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 총선을 계기로 선거 여론조사와 관련된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매일경제]

8. 北정권 검은돈 조세회피처 통한 세탁 차단해야

북한 정권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해 조세회피처 안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뒤 무기를 팔아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을 조달했던 정황이 포착돼 충격을 주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4일 파나마 최대 로펌 모색폰세카에서 유출된 조세회피처 자료 '파나마 페이퍼스'를 인용해 영국 은행가 나이절 코위가 북한인 김철삼과 공동으로 2006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인 'DCB파이낸스'를 세웠다고 보도했다. 코위는 김정일 정권 때인 1995년 입북해 북한 첫 외국계 은행인 대동신용은행을 설립하고 은행장까지 역임한 인물이다. 

이 회사를 세운 직후인 2006년 7월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했고 그해 10월에는 첫 핵실험을 실시했는데 여기에 DCB파이낸스를 통해 유입된 자금이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 그 후에도 DCB파이낸스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해 북한 정권에 검은돈을 공급하는 채널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2013년 핵 개발과 탄도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 확산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대동신용은행과 DCB파이낸스, 이 회사 중국 다롄 지점 대표 김철삼을 제재 대상에 올리기도 했다. 당시 미국은 DCB파이낸스가 북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한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와 단천상업은행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북한이 DCB파이낸스 같은 페이퍼컴퍼니를 조세회피처에 세우고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달 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으로 들어가는 자금과 물품의 길목을 막는 포괄적 제재 결의안을 채택했고 지난달 16일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정권의 자금줄을 차단할 목적으로 대북 제재 행정명령을 발동한 바 있다. 이처럼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무기를 팔아 자금을 마련한다면 제재 효과는 반감된다.

정부는 가급적 많은 국가들과 긴밀한 공조를 통해 북한 정권이 불법적으로 검은돈을 조달하지 못하도록 차단해야 한다. 그래야 대북 제재에 빈틈이 생기지 않고 궁극적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 수 있다.

[부산일보]

9. 토론회 불참 후보틀, '유권자 무시' 여론 깊이 새겨야

4·13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후보도 정책도 보이지 않는 '깜깜이 선거'가 계속되고 있다. 뒤늦은 선거구 획정에다 공천 잡음 끝에 본격적인 선거전의 막이 올랐지만 유권자에게 후보들은 여전히 '너무 먼 당신'이다. 당리당략에 따른 공천으로 누가 후보로 나오는지도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정국'이 한동안 계속된 데 이어 이번에는 입후보자들의 공약과 인물 됨됨이를 차분히 검증할 기회조차 봉쇄당할 판이다. TV 토론회를 노골적으로 기피하는 후보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선거운동에 전념하겠다" "(치열한 당내 경선 혹은 탈당으로)토론회를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정치 신인이 여러 차례 선거를 치른 후보와 토론을 벌이는 게 부담스럽다" 등 토론회에 불참하는 후보들이 내건 이유도 가지가지다. 하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되레 자신의 약점만 드러나 자칫 '안 한 것보다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정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마디로 유권자에 대한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과거 운동장이나 광장 등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던 합동연설회를 TV 브라운관으로 옮긴 방송 토론회는 공직선거법이 정한 법정 토론회다. 정당한 사유 없이 토론회에 불참하게 되면 4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까지 물리게 되어 있다. 후보 검증과 정보 전달이라는 '미디어 선거'에 대한 애초의 기대가 오로지 당선만을 노린 채 유권자 위에 군림하려는 후보들에게 일방적으로 무시당하고 있는 상황에 이른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유권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토론회 불참자에 대해 강력한 규제가 뒤따라야 마땅하다.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는 오만에 사로잡혀 유권자를 무시하는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공직선거법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또한, 이럴수록 투표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더욱 요청된다. 이참에 총선 슬로건으로 '당신의 투표를 응원합니다'를 내건 본보가 기획하고 있는 '유권자가 만드는 DIY 공약'과 후보들을 집중 검증하는 '상호 쟁점 질의'도 일독을 권한다. 

[매일신문]

10. 대구에서 무소속'야권 후보의 선전이 말해주는 것

대구 총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새누리당 독식 구조에 큰 균열이 가는 조짐이다. 현재까지 여론조사를 보면 12개 선거구 가운데 6곳에서 새누리당 탈당파 무소속과 야권 후보가 선전하고 있다. 수성갑은 김부겸 후보의 우세가 유지되고, 수성을도 주호영 후보가 이인선 후보에 앞선다. 북을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홍의락 후보가 양명모 후보를 큰 격차로 앞선다. 동갑에서는 류성걸 후보가 정종섭 후보와 치열하게 경합 중이고, 북갑과 달성에서는 권은희`구성재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새누리당 무공천 지역인 동을의 유승민 후보는 이미 당선 안정권에 진입했다.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대구 의석 가운데 최대 6석이 비새누리당 후보로 채워지게 된다. 물론 선거날까지 아직 8일이나 남았기 때문에 속단은 금물이다. 하지만 무소속과 야권 후보가 예상 밖의 선전을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새누리당이 전 의석에서 일관되게 우세를 달렸던 19대 총선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이는 대구 민심이 변하고 있음을 감지케 한다. 새누리당에 대한 일방적 지지에서 후보별 선택적 지지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대구에서 무조건 ‘1번’을 찍는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는 분석에 큰 무게가 실린다. 그 원인은 ‘공천 파동’에서 드러난 새누리당의 오만이라는 것이 일치된 견해다. 유권자의 뜻에 배치하는 후보를 일방적으로 꽂거나 이 지역, 저 지역으로 후보를 옮겨 심는 ‘돌려막기’ 공천으로 대구 유권자를 ‘핫바지’ 취급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새누리당은 이런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프랑스 정치학자 알렉시스 토크빌은 “모든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고 했다. 이는 지역 차원에도 해당하는 금언이다. 대구가 발전하고 못하고는 유권자가 대표를 잘 뽑느냐에 달렸다. 이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 후보의 인물됨과 정책을 꼼꼼히 비교`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이 없는 투표는 선거권의 실질적 포기나 마찬가지다.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이 절실한 때다.

주요 신문칼럼

1. [뉴시스][리뷰]스릴러로 변주한 멜로드라마, 임수정 조정석 이진욱 '시간이탈자'

공교롭게도 tvN 드라마 ‘시그널’이 먼저 방송되면서 김이 빠진 측면이 없잖다. 임수정, 조정석, 이진욱이 주연한 ‘시간 이탈자’는 꿈으로 연결된 과거와 현재의 남자가 한 여자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의 영화다.

1983년 1월1일, 고등학교 교사 지환(조정석)은 같은 학교 동료이자 애인인 윤정(임수정)에게 청혼하던 중 강도를 만나 칼에 찔려 의식을 잃는다. 2015년 1월1일, 강력계 형사 건우(이진욱) 역시 뒤쫓던 범인의 총에 맞아 쓰러진다. 생사를 오간 이들은 이때부터 꿈을 통해 서로의 일상을 보게 된다.

‘엽기적인 그녀’(2001) ‘클래식’(2003)의 곽재용 감독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한국영화다. 스릴러의 구조를 띄고 있으나 ‘감성추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결혼을 앞두고 예비신부를 잃은 남자의 안타까운 사랑을 추적극으로 풀어냈으나 결국은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다. 다시 태어나도 당신을 만나 사랑하겠다는 아날로그 감성에 대한 찬가다.

국민적 인기를 끈 ‘응답하라 1988’까지 본 관객들로서는 1980년대와 2015년을 오가는 이 영화 속 그때 그 시절 풍경에서 추억을 되새길 일이 딱히 없다. 후발주자의 어려움이다. ‘시간’을 이용한 스릴러도 너무 많이 나왔다. 누가 범인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대충 짐작은 간다. 지환과 건우가 어떻게 과거를 바꿀지, 과연 두 사람은 윤정(혹은 현재의 소은)을 살릴 수 있을지, 스릴러적 긴장감은 있다. 

요즘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영화가 번번이 흥행에 참패하면서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이 영화는 멜로드라마를 가미한 스릴러이고 여배우의 역할이 다른 스릴러에 비해 큰 편이라 흥행성적이 따라주면 여배우들에게 좋은 일일 것이다.

임수정은 ‘내 아내의 모든 것’(2012)이 정점이었다. ‘은밀한 유혹’(2014)을 거쳐 ‘시간이탈자’를 내놨는데, 이번 영화는 임수정의 기존 매력을 활용할뿐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녀의 숨은 매력을 발굴할 작품은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한효주, 천우희, 유연석의 ‘해어화’와 같은 날인 13일 개봉한다. 

2. [한국일보]막내 잃은 흰고래 벨루가의 눈물

지난 주말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살던 멸종위기종인 흰고래 벨루가 3마리 가운데 ‘벨로’(수컷)가 다섯살 나이로 폐사했다는 것이다. 벨루가가 야생에서 35~50년까지 사는 것을 감안하면 벨로는 너무나 일찍 죽었다. 롯데월드는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의뢰했고, 결과는 2주 뒤 나올 예정이다.

국내 수족관의 문제를 다루는 기사를 준비하고 있던 차에 나머지 2마리는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보기 위해 4일 이형주 동물보호활동가와 함께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으로 향했다. 매일 두 번씩 하던 벨루가 생태설명회는 중단된 상태였다. 3마리가 살았던 수조에는 벨리(9세.수컷)와 벨라(5세.암컷) 2마리만이 쉴새 없이 위 아래로 헤엄치고 있었다. 관람객들은 “귀엽다”를 연발하며 연신 휴대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한눈에도 수조는 고래 2마리가 헤엄치기에도 너무 비좁아 보였다. 롯데 측은 높이 7.5m, 1,250톤의 물이 담긴 수조로 공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 얘기는 다르다. 공간 자체도 좁지만 특히 수평으로 좁기 때문에 벨루가들이 위아래 수직이동만 가능하고, 관람객으로부터 몸을 숨길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야생에서 벨루가는 한번 잠수해 2, 3㎞를 이동하니 아무리 넓은 수조라고 해도 그들에겐 감옥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수조 속 벨루가에게 공간의 문제만 있는 게 아니다. 벨루가는 무리생활을 하는 동물이다.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무리를 지어 함께 살도록 하면 외롭지 않게 지낼 수 있을까. 이형주 활동가는 “오히려 좁은 공간 속 개체 간 갈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벨리와 벨로가 벨라를 공격하고, 벨라는 피부에 상처를 입은 채 계속 좁은 수조 안에서 도망 다니는 게 목격되기도 했다.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도 수컷 2마리가 암컷을 공격해 암컷 1마리를 좁은 보조수조에 격리해 오다 지난달부터는 수컷 1마리를 따로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전 징후가 없었냐는 질문에 롯데 측은 “어린 벨로는 면역력이 약해 평소 감기 등 잔병치레가 많았다. 폐사 전 식욕감퇴와 컨디션 저하 등 이상 징후가 있어 집중 관찰 중이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벨로만 유독 면역력이 약한 개체였을까. 이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들은 사육하는 것 자체가 건강한 개체도 면역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고 말한다. 벨루가의 모유 수유기간은 2년이다. 두살 때 포획된 벨로, 벨라는 젖을 떼기 전이나 떼자마자 붙잡혀 1년 7개월은 강릉 송어양식장에, 이후에는 수조 속에 갇힌 채 원하지도 않는 무리들과 살면서 먹이를 먹기 위해 몸을 돌리고 물을 뿜어내는 쇼를 해야만 했다.

롯데 측은 벨리와 벨라에 대해 최근 정밀 건강 검진을 실시했고 결과에 따라 추가 조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동물자유연대는 성명을 내고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으로 나오든 간에 근본적인 원인은 ‘야생동물의 인공시설 감금’이라고 했다. 벨로가 죽으면서 현재 국내에서 살고 있는 벨루가는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 3마리, 거제 씨월드 4마리,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2마리로 총 9마리가 됐다. 더 이상은 ‘벨로의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3. [서울신문][오늘의 눈]거꾸로 가는 국내 전기차 정책/박재홍 산업부 기자

사전 주문 27만대, 예상 매출 13조원. 미국의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출시하지도 않은 ‘모델3’를 통해 3일 만에 거둔 기록이다. 모델3는 아직 생산 작업에도 착수하지 않았다. 테슬라는 내년 하반기 생산에 들어가 2018년에야 차량을 받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27만명의 고객이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라는 것과 공개된 외부 디자인만으로 100만원이 넘는 돈(1000달러)을 기꺼이 지불했다.

전기차는 자동차 시장에서 여전히 뜨거운 아이템이다. 미래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로 재편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미래 시장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현재 미국이나 중국, 유럽 등은 재정 지원을 통해 전기차 보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2011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기차 지원책 발표 이후 최대 860만원(7500달러)의 지원금을 전기차 구매자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판매된 신차의 20%가 넘는 전기차 보급률을 자랑하는 노르웨이는 취득세와 부가세 면제 등 구입 시 지원뿐 아니라 충전시설, 톨게이트 비용 등 실질적 지원책도 확대 중이다. 중국은 정부 차원의 총력 지원을 펼치고 있다. 공용차량의 30%는 전기차로 구입하고 차량 가격의 최대 40%까지 보조금을 지원한다. 덕분에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11만대가 넘는다. 중국은 ‘중국 제조 2025’라는 정책 아래 2020년까지 자국 전기차 브랜드의 연간 판매량을 100만대 이상으로 늘리고 세계 시장 점유율도 7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 같은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지난해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인 비야디(BYD)는 중국 내에서 4만 3069대(1~10월)를 판매해 일본의 닛산과 테슬라 등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같은 기간 칸디(KANDI)와 중타이자동차(ZOTYE) 등도 각각 1만 7021대와 1만 5384대를 팔아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각국 정부가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고 전기차에 투자하는 이유는 하나다. 미래에 다가올 전기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최소한 자국의 도로에 전기차가 돌아다녀야 시장을 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 전기차 정책은 오히려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환경부는 오는 11일부터 전기차 급속충전 시설을 이용하는 데 당 313.1원을 부과할 방침이다. 급속충전만 사용할 경우 휘발유 자동차 대비 약 60%의 연료비에 해당하는 액수다. 환경부는 이를 통해 전기차 충전시설 확충 사업에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끌어들이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기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가장 큰 목적이 연료비 절약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조치가 전기차 보급 확대에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술력 측면에서 한국이 테슬라나 선진국에 전혀 뒤질 것이 없다고 보고 있다. 전기차 기술의 핵심은 배터리와 관련한 기술력인데 현재 LG화학과 삼성SDI 등 국내 업체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정부가 졸속 행정으로 업계의 발목만 잡는다면 이 같은 기술력도 중국이나 미국에 추월당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4. [서울신문][길섶에서]찬란한 봄/구본영 논설고문

몇 주 전 아침. 동네 뒷산을 산책하다가 양지 바른 곳에서 활짝 핀 진달래를 올 들어 처음 봤다. 봄꽃도 햇볕을 많이 받는 곳에서부터 피기 시작한다는 자명한 이치를 새삼 깨달았다.

봄이 되면 만물이 소생하고, 사람들은 저마다 희망으로 부푸는 것은 무슨 조화일까. 절반은 따스한 햇살 덕분일 듯싶다. 하긴 사람의 뼈조차 햇볕을 받으면 생성되는 비타민D 덕분에 튼튼해진다지 않나.

전직 의사 한 분이 보내 준 메일 글에서 비타민D 못잖게 ‘비타민M(문화)’이 필요하다는 대목을 읽고 무릎을 쳤다. 누구나 성장 과정에서 문화적 소양을 쌓아야 당사자도, 그가 속한 사회도 건강해진다는 취지에 공감했다.

문득 얼마 전 다니던 직장을 떠나 문화 분야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된 젊은 후배의 말이 떠오른다. “추운 겨울에 일터서 잘리지 않고 따뜻한 봄날에 새 출발을 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한. 들을 때는 걱정스러웠지만. 이제 와서 보니 축복해야 할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릴 적부터 ‘문화 비타민’이란 영양소를 듬뿍 섭취한 그가 이 봄에 찬란한 햇볕 세례까지 받으면서 새 길을 걷는다니….

5. [서울신문][양진건 유배의 뒤안길]미남의 이치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 때문에 송중기 앓이가 심하다. 드라마가 시작되는 밤 10시 이후에 남편은 부인의 감정이입에 방해되는 일체의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며, 가능하다면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좋다는 조언까지 나돌 정도다. 예로부터 여자들이 미남을 좋아하는 것은 인지상정인 모양이다.

유배인 중에 미남이라면 단연 김춘택(金春澤·1670~1717)이다. 그가 대궐에 들어서면 궁녀들이 난리였다. 그는 미남계를 이용해 궁녀들을 손아귀에 넣었고, 장희빈의 오빠 장희재의 처도 자신의 여자로 만들어 정보를 빼냈다. 또한 영조의 어머니인 숙빈 최씨와도 내연의 관계를 맺을 수 있어서 영조가 숙종의 아들이 아닌 김춘택의 아들이라는 소문을 만들기까지 했다. 김춘택이 죽자 숙빈 최씨도 공교롭게 얼마 안 있어 죽으니 소문은 증폭됐다.

제주 유배 중에는 석례라는 기생과도 관계가 깊었다. 김춘택의 매제인 임징하는 그녀를 두고 “백우(伯雨·김춘택)가 유배 와서 살고 있을 때 정을 두었던 사람”이라고 했는데 임징하가 제주에 유배를 오자 늙은 석례는 먼 길을 찾아와 연인이 남긴 ‘별사미인곡’을 부르기까지 했다. 그리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영조 문제로 김춘택은 조선의 역사에서 가장 불편한 이름 가운데 하나로 취급돼 왔다.

그런가 하면 박태보(朴泰輔·1654~1689)도 미남으로 당대 처녀들의 마음을 뒤흔들던 사내였다. 후일 남인의 탄핵으로 선천에서 유배 생활도 하지만 젊을 때 그에게 반한 어느 대갓집 여종이 상사병을 앓다가 죽음을 각오하고 박태보의 집을 찾아가 하루만이라도 함께 지내 줄 것을 요청했다. 오죽이나 미남이었으면 여종이 반상의 법도를 어기면서까지 그러했겠는가. 이에 아버지는 그녀의 요청을 들어 주라고 했다. 법도란 사람을 위한 것이고, 가엾은 여인이 원한에 차 죽으면 그 또한 도리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그 말에 따라 박태보는 그녀와 하루를 만나 준다. 소원을 푼 그녀는 아마도 평생 행복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남 때문에 행복하지 못한 여자도 있었다. 권진응(權震應·1711~1775)은 젊을 때 여행 중에 광주의 어느 아전 집에 며칠 머물렀는데 그 집의 딸이 그만 그에게 반해 버린다. 미남인 권진응을 보고 딸이 상사병을 앓기 시작하자 큰일이 날 것 같아서 아전은 그에게 자기 딸을 소실로라도 삼아 주기를 청했다. 오죽하면 아버지로서 그랬겠는가. 그러나 권진응은 끝내 거절을 한다. 그러자 아전의 딸은 상사병이 악화되더니 끝내 죽고 말았다.

미남 때문에 한 여자가 목숨까지 잃기도 했지만 그러나 그 불행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일 이후 권진응의 진로에 액운이 끼기 시작했다. 아마도 부녀의 원한 때문일 터인데 미남들은 매사 조심할 일이다. 제주 유배 중에 권진응은 송시열의 유배를 기리는 비석을 세우게 하고 직접 비문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꽃은 피면 지기 마련. “피지 않았을 땐 조바심에 더디 피는 걸 염려하다가(未開躁躁常嫌遅), 한창 피고 나면 시들어 떨어지는 것을 애태우며 다시 걱정한다(旣盛忡忡更怕衰)”라는 시도 있듯이 성쇠(盛衰)의 이치는 미남이든 미녀이든 마찬가지다. 그들 역시 유배인 정약용의 말처럼 “황혼의 시각 보내기가 새삼 어려운 줄을”(銷得黃昏一刻殊) 알게 될 때가 이제 곧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그리 애타지 말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치를 따르는 편안한 마음일 터이니 송중기와 함께 출연해서 얼핏 늙어 보인다는 송혜교가 그래서 더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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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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