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9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파렴치 리베이트 의사 명단 공개하라
제약회사로부터 ‘검은 돈’을 받아 챙긴 의사와 병원 사무장 등 수백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2010년부터 최근까지 의약품 처방을 대가로 45억원대 리베이트를 받은 사람들이다. 의사만 해도 290여명에 이른다, 단속 대상에는 돈을 전달한 제약회사 임직원들도 160여명 포함돼 있다. 단일 리베이트 사건으로는 검거자 수가 역대 최대라고 한다. 정부가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겠다며 도입한 ‘쌍벌제’와 ‘투아웃제’가 무색할 뿐이다.
이번 적발된 수법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로 교묘했다. 어느 제약회사는 처음 거래하는 의료기관에 ‘랜딩비’라는 명목으로 처방 금액의 최대 750%까지 현금으로 되돌려줬다. 속칭 ‘상품권 깡’을 하거나 먹지도 않은 음식값을 카드로 결제한 뒤 현금으로 돌려받는 등의 수법으로 뒷돈을 마련했다고 한다. 유령회사와 다름없는 설문조사 대행업체나 도매상을 거쳐 의사들에게 현금과 법인카드를 제공하기도 했다.
단순히 돈을 주고받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일부 부도덕한 의사들은 간식 배달과 자녀 등교, 휴대폰 개통, 병원 컴퓨터 수리 등의 허드렛일은 물론 가족 생일 선물까지 챙기도록 했다고 한다. ‘감성 영업’이라는 핑계를 붙여 제약사 직원들을 노예처럼 부려먹은 것이다. ‘갑질’ 치고도 악질에 속한다.
제약회사가 의사에게 건네는 리베이트가 결국 환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게 문제다. 뿐만 아니라 약값 및 건강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건보 재정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뿌리 뽑아야 할 파렴치 범죄다. 하지만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잊을 만하면 터져나오곤 한다. ‘쌍벌제’와 ‘투아웃제’로도 근절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제약업계와 의료계의 말뿐인 자정노력에도 기대할 게 없다.
의약업계가 비리 관행을 스스로 정화하지 못한다면 법규나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 원천 차단하는 수밖에 없다.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의 명단을 전면 공개하고 정도에 따라 면허정지 등 발붙일 공간이 없도록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 소속 병·의원에 불이익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제약사의 경우 애꿎은 ‘노예 직원’만 처벌할 게 아니라 최고 경영자에게 책임을 묻는 방안도 적극 강구하기 바란다.
2. 섬마을 치안 대책, 뒷북으로 그쳐서야
경찰관이 상주하지 않는 외딴 섬마을의 경우 이장 등 마을 유지들이 ‘치안 지킴이’로 위촉될 것이라고 한다. 비상 연락망도 가동될 전망이다. 전남 신안의 여교사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경찰청이 마련하고 있는 재발방지 대책의 일환이다. 주민이 거주하는 섬마을이 전국적으로 4000개 안팎에 이르지만 그중 치안 시설이 없는 곳이 무려 70%에 이른다는 점에서 솔깃하게 들리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전형적인 뒷북 대응이다. 도서지역이라면 치안이 취약할 텐데도 아직 그러한 방안조차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씁쓰레할 뿐이다. 그러니까 ‘염전 노예’니, ‘새우잡이 노예’니 하는 사례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치안 수요가 많고 적고를 떠나 당연히 진작부터 시행됐어야 하는 대책이다. 이번 사건이 다행히 세상에 알려졌기에 망정이지 그동안 신고도 없이 묻혀 버린 불상사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뒷북 행정은 교육부 차원의 보완 대책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여교사를 낙도나 오지로 발령내지 않도록 한다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는 모양이다. 급한 대로 여론의 눈치를 피해 가려는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여성들이 군대에서도 남성들과 거의 비슷하게 훈련 받는 모습을 감안한다면 그런 발상 자체가 차별이다. 동일한 기준에 따라 근무를 시키면서도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변 여건을 개선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섬마을 학교의 관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부터가 문제다. 지어진 지 오래된 탓에 곰팡이가 끼거나 벌레가 나오는 경우를 제쳐놓는다 해도 외부인의 침입에 대처가 어렵다는 점만으로도 이미 절반쯤은 범죄에 노출된 셈이다. 사회 경험이 부족한 신규 임용자들을 우선 배치하는 관행도 고쳐져야 한다. 일선 교사들 사이에 낙도 근무를 두고 ‘유배지’라는 자조적인 평가가 나도는 이유를 되새겨야 한다.
이미 여러 대책이 제시됐지만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섬마을 학교 주변에 폐쇄회로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은 물론 관사의 잠금장치나 방범 창살 및 비상벨 시설이 조속히 보완돼야 한다. 지역별로 보건지소 등과 관사를 공동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현재 낙도 지역에서 근무하는 1100여명의 여교사들이 더 이상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시급한 보완책이 시행돼야 할 것이다.
[한국일보]
3. 20대 국회 원 구성 협사용 타결, 협치로 이어가길
여야가 8일 20대 국회 원구성 협상을 타결하고 9일 의장단 선출, 13일 18개 상임위원장 선출 및 개원식을 갖기로 했다.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맡고, 2명의 부의장은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몫이 됐다. 18개 상임위원장은 새누리당 8개, 더민주 8개, 국민의당 2개로 배분하되 쟁점이 된 상임위를 적절하게 나눴다. 비록 법정시한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더 늦지 않게 여야가 원구성 협상을 마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난항을 거듭하던 원구성 협상에 돌파구가 열린 것은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은 여당 몫’이라는 입장에서 물러섰기 때문이다. 늦게나마 새누리당이 여소야대를 만들어낸 총선 민의를 수용한 잘한 일이다. 하지만 하루만 일찍 결단을 내렸다면 20대 국회가 또다시 법정 시한을 어겼다는 지탄을 받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총선 결과로 나타난 명백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타성에서 비롯한 시행착오다. 현실 정치구도를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절충과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자세가 아니면 이런 시행착오는 거듭될 수밖에 없다.
총선 이후 민심의 흐름도 결코 정부 여당에 유리하지 않다. 한국일보가 창간 61년을 맞아 여론조사 전문기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총선 직후에 비해 상승했으나 여전히 30%대에 머물렀다. 새누리당 지지도는 30.0%로 총선 직후보다 다소 나아졌다 해도 더불어민주당 28.9%, 국민의당 19.3% 등 야당의 지지도 합이 50%에 육박하는 추세가 이어지는 데 비하면 크게 열세다. 새누리당의 지역 기반인 영남의 경우, 대구ㆍ경북 지역은 총선 후 지지도를 회복해 가고 있지만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은 계속 하락세라는 점도 새누리당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은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야당의 협력을 이끌어내지 않으면 국회운영과 국정을 원활하게 풀어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협치 외에 다른 길이 없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총선 직후 청와대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에서 협치 분위기 조성에 공감했다. 하지만 ‘임을 위한 행진곡’ 문제, 상시 청문회법 거부권행사, 원 구성 협상 난항 등으로 협치 분위기가 크게 흐트러진 게 사실이다. 여야는 이번 원 구성 협상 경험을 교훈 삼아 민심의 뜻이기도 한 협치의 토대를 재구축해야 한다. 친박 핵심인 김재원 전 의원의 청와대 정무수석 기용이 여권내부 결속과 소통에만 그치지 않고 여야간 협치 확대에도 기여하기 바란다.
[서울신문]
4. 국제 제재 비웃는 北 플루토늄 생산 재개
북한 김정은 정권이 결코 가서는 안 될 길에 들어서고 있다. 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견고한 대북 제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핵무기에 사용되는 플루토늄 생산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미 국무부 고위 간부의 전언이니 사실이 아닐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지금 영변 핵시설 내 5㎿급 원자로의 사용후핵연료를 빼내 식힌 다음 재처리 시설로 옮기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폐연료봉에서 핵무기 원료 물질인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작업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1월 4차 핵실험, 2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이 기존의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연쇄 도발을 감행하자 지난 3월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북한을 사실상 봉쇄하는 강력한 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엘리트층의 집단탈출 등 그 효과도 차츰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핵 도발 의지를 여전히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지난달 제7차 당 대회를 통해 핵개발을 계속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올 초부터 의심스러운 재처리 관련 활동이 포착되기도 했다.
북한이 이미 2013년 4월 5㎿급 원자로를 재가동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비춰 보면 지금까지 상당량의 폐연료봉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크다. 연간 원자로 가동에 사용된 8000개의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면 6㎏ 정도의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고, 이는 핵무기 2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이미 확보한 40㎏ 외에 매년 6㎏씩 지속적으로 비축할 수 있다는 얘기다. 농축 우라늄은 이와는 별개니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의 핵위협은 가중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급히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꺾어야만 하는 이유다. 더욱 공고한 제재 전선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으면서도 핵개발 ‘마이웨이’를 고수하는 것은 제재를 ‘종이호랑이’쯤으로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제재 강도가 약해지고 대화 국면으로 바뀐 그동안의 ‘학습효과’ 탓도 클 것이다. 실제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와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며 제재 전선에 균열을 내는 것 아닌가. 미국과 중국은 그제 “북한의 핵보유국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며 대북제재의 전면적 이행을 상호 약속했다.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한 치의 틈도 벌어져선 안 될 것이다. 북한도 핵무기에 집착하는 한 파멸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5. 12조 붓는 조선·해운 구조조정, 더 센 자구책 내놔야
정부가 조선·해운업계에 12조원에 이르는 구제금융을 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은행 등이 대출 형식으로 11조원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고, 정부가 현물출자를 통해 1조원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결국 조선·해운업계의 부실경영으로 누적된 엄청난 부채를 국민이 떠맡을 수밖에 없게 됐다. 우리나라의 기간산업인 조선·해운업의 붕괴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일 것이다. 그럼에도 위기 때마다 부담을 떠안은 국민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만큼 정부의 책임도 막중해졌다. 더이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지원이 되풀이되지 않게 할 과제를 국민으로부터 받았다. 이를 위해선 지금까지와는 확실히 차별화된 초고강도의 자구계획 실천이 불가피하다. 경영진의 부실경영 및 도덕적 해이 근절도 필요하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대한 무차별적인 낙하산 인사도 중단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금액을 쏟아부어도 사망선고를 받은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와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우선 구조조정 대상 기업과 국책은행에 대한 혹독한 자구책이 선행돼야 한다. 이미 지난해 4조 2000억원의 구제금융을 받은 대우조선해양은 2020년까지 국내외 자회사를 모두 매각하고, 인건비를 30% 절감하는 내용의 추가 구조조정안을 제출했다. 기존에 비해 진일보한 내용이지만, 비상상황임을 고려하면 여전히 미진한 감이 있다. 산업은행은 성과연봉제 도입과 함께 임원 연봉을 5% 삭감하고, 직원들의 올해 임금 상승분을 반납하겠다고 한다.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엄청난 부실 채권을 안고 있으면서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는 사실을 고려하면 삭감 폭을 더 늘려야 한다. 자구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대한 낙하산 인사 근절이다. 그동안 국책은행들은 경영 감시 등을 빌미로 지원 기업에 퇴직 임직원들을 끊임없이 내려보냈다.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소속기업의 국책은행에 대한 로비 창구로 변질됐다. 이는 국책은행의 부실을 가속화하는 부작용만 낳았다.
부실경영에 대해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 것도 꼭 필요하다. 국민 혈세를 지원받으면서도 방만경영을 하고, 부실을 은폐하는 경영진을 처벌하지 않고는 기업이 살아날 수 없다. 검찰이 어제 대우조선해양의 전 경영진에 대해 수사를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지난 수년간의 방만경영, 회계조작을 통한 부실 은폐, 도덕적 해이 등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곪을 대로 곪은 기업의 환부를 도려내지 않으면 구제금융이 아니라 ‘연명금융’이 될 게 뻔하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이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구제금융이 정치적으로 결정됐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금융당국이 결정한 행위로 애초부터 시장원리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본인의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의도가 엿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혈세를 동원한 구제금융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이뤄질 수 있다는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 이번 조선·해운업계의 구조조정이 만약 실패한다면 이 같은 폭로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 정부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구조조정에 임해야 하는 이유다.
[동아일보]
6. '대통령의 오른팔' 새 정무수석, 완정 찰 생각 말라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김재원 전 새누리당 의원을 새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임명했다. 4·13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한 직후부터 공천개입설 등을 둘러싸고 현기환 정무수석 문책론이 일었던 데 비하면 뒤늦은 인사다. 청와대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인정하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교체를 늦췄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청와대는 김 정무수석의 인선 배경으로 ‘대통령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를 들었다. 하지만 정무수석에게 가장 중요한 자격 요건은 청와대와 정치권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소통 능력이어야 한다. 현 전 수석은 이 점에서 많이 미흡했다.
김 신임 정무수석은 TK(대구경북) 출신의 핵심 친박에다 정무특보까지 지냈다. 그의 인선이 친정체제 강화에 무게를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여소야대 국면에서 대통령이 원만하게 국정을 이끌려면 야당과의 협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 정무수석은 ‘대통령의 오른팔’을 내걸고 나섰던 당내 경선에서조차 참패해 총선 ‘진박 마케팅’의 역풍을 체험한 사람이다. 또다시 진박 완장을 차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해서 박 대통령의 임기 후반을 어지럽히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어제 8선인 서청원 의원의 국회의장 불출마 선언 직후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야당에 ‘국회의장직 양보’를 밝혀 20대 국회 원(院) 구성 협상이 타결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다. 현 전 수석과 함께 ‘청와대 개입설’을 동반 퇴진시켰다는 추측도 나온다. 청와대가 정무수석 교체를 계기로 달라졌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야당과의 협상이든, 내부 혁신이든 새누리당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당청(黨靑)관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7. '클린 정당' 표방한 국민의당 비례대표 의혹
어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13총선 당시 회계부정 의혹으로 국민의당 회계책임자인 박선숙 의원 등 4,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국민의당이 비례대표 선정 직전 당 홍보위원장으로 영입한 김수민 의원(30·비례대표 7번) 관련 업체에 20억 원 상당의 일감을 몰아줬다는 혐의다. 김 의원도 리베이트로 수억 원을 받은 혐의로 고발됐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의원이 홍보회사를 통해 국고보조금을 빼돌린 사건과 유사한 행태다.
국민의당 안에서도 무명의 김 의원이 당선 안정권에 비례대표 공천을 받은 이유를 모르겠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가 대학 시절 교내 디자인 동아리에서 포장지 디자인을 한 허니버터칩이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지만 벤처동아리 수준의 업체에 당의 심벌과 로고까지 맡긴 경위를 아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작년 12월 창당선언문에서 “부패에 단호한 정당을 만들겠다”며 ‘클린 정당’을 표방했다. 당헌에도 “부정부패와 관련된 자는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을 정지한다”고 돼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 등을 영입하면서 ‘예외’가 생긴 것도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수사 결과 홍보비 빼돌리기 차원을 넘어 공천 헌금을 주고받은 검은 뒷거래가 확인된다면 당과 안 대표의 이미지엔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총선 당시 ‘녹색바람’을 일으키며 제3당으로 우뚝 섰지만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무성했다. 검찰은 국민의당 공천 의혹에 관해 신속하게 조사해 비리가 드러나면 일벌백계(一罰百戒)해야 한다.
[매일경제]
8. 부실대학 퇴출 구조개혁법 없이는 속도 안난다
서남대 구 재단이 서남대를 정상화하기 위해 의대를 폐과하고 부실대학인 한려대를 폐교하기로 결정했다. 현 정부 들어 첫 부실대학 퇴출이다. 자진 폐교를 결정한 것은 재단 설립자가 자신이 설립한 대학 4곳에서 897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형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서남대는 지난해 교육부 대학구조조정 평가에서 최하위인 E등급을 받는 등 6년간 부실대학 지정으로 재정지원을 받지 못해 버티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교육부는 2013년부터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정원 감축과 부실대학을 퇴출시키겠다고 외쳤지만 3년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제야 퇴출대학 1호가 나온 것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저출산으로 2023년 고교 졸업생 수는 40만명으로 줄어 대학입학정원(56만명)에 16만명이나 못 미친다. 학령인구 감소 속도를 고려하면 대학 구조조정은 더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정부의 대학구조개혁 작업이 지지부진한 것은 대학정원 감축을 강제할 수 있는 대학구조개혁법이 여야 이견으로 19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대학등급(A~E)을 매겨 정원을 차등 감축할 계획이었으나 법 통과가 지연되면서 재정지원 축소 외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 재정을 줄여도 대학들이 버티면 어쩔 도리가 없다. 프라임사업, 코어사업 등 재정지원으로 대학정원 감축을 유도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야당은 구조개혁법의 '잔여재산 귀속 특례 조항'이 부실대학 설립자들이 출연금 일부를 챙길 수 있도록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한계에 이른 부실대학에는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먹튀'에 대한 걱정 때문에 퇴출을 미루다보면 대학들은 공멸할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대학은 사회복지법인, 평생교육기관 등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교육부는 20대 국회에서 대학구조개혁법을 재추진할 계획인데 야당은 더 이상 반대하지 말고 부실대학 퇴출에 협조해야 한다.
9. 리콜 무성의 폭스바겐, 신차 인증 불이익 고려해야
국내에서 약 12만대의 배기가스 조작 차량을 판매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차량 리콜(결함 보완) 계획서가 세 번째 반려됐다. 지난 1월과 3월에 이어 지난 2일 내놓은 3차 계획서 역시 리콜 명령을 이행할 의사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는 평가와 함께 퇴짜를 맞았다. 전 세계적으로 배기가스 조작 경유차 1100만대 이상을 판매한 폭스바겐은 미국에서는 결함차량을 환불 조치하기로 했고 유럽에서도 환경 관련 세금을 부담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으나 한국에서만 유독 배짱과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이 같은 태도는 현행 리콜 제도의 맹점, 임의조작 차량에 대한 환불 및 사법 조치 규정 미비 등 법적 제도적 허점에 기인한다. 배기가스 조작 파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수입차 판매 1위를 달릴 만큼 기꺼이 폭스바겐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무개념도 문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임의조작 차량 과징금을 종전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올리고 사법 조치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폭스바겐에는 소급적용이 어렵다. 리콜 명령도 45일 내에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 보완·반려를 반복하면서 시간을 질질 끌 경우에는 강제할 방법이 없다. 특히 제품 조작이나 하자가 있을 경우 반품·환불은 상거래의 기본인데도 환불 요구 규정조차 없다. 한마디로 맹탕 같은 법과 정부의 무기력이 멸시를 자초한 셈이다.
환경부는 검찰 고발로 할 일 다 했다고 팔짱 끼고 있어서는 안 된다. 미세먼지로 인한 국민적 손해는 측정 불가일 만큼 심대하다. 배기가스 조작이라는 중대한 기만행위를 저지르고도 사죄와 반성은커녕 적반하장으로 정부와 국민을 무시하는 폭스바겐은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폭스바겐의 전체 신차 인증 과정을 한층 꼼꼼하고 엄정하게 살펴야 한다. 국가와 국민을 기만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개별 인증을 넘어 기업 자체에 대한 영업 정지 및 판매 중지 명령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부산일보]
10. 해운대관광리조트 승인 조건도로 확장 '하세월'
부산 해운대는 주말만 되면 교통지옥에 시달린다. 해운대지역 주민은 주말이나 퇴근 시간을 피해 다닐 정도다. 관광객들은 "전국 최악의 교통난"이라며 불평이다. 달맞이길 입구인 미포육거리에 해운대관광리조트 조성사업이 한창이다. 이곳은 상습 정체지역 중에서도 정도가 심한 곳이다. 기존 도로를 확장해 진입도로로 이용할 예정인데 부산시와 해운대구는 예산이 없다며 하세월이다. 관광리조트가 개장하자마자 주차장이 될까 걱정이 앞선다.
해운대관광리조트 사업은 바다와 온천 휴양시설로 관광객 유치가 목적이다. 기존의 왕복 2차로 도로 2개로는 아파트 882세대, 레지던스 561세대, 호텔(281실)과 물놀이 테마파크(1만 8천㎡)를 감당할 수 없었다. 부산시 건축위원회는 체증 해소책으로 왕복 2차로 도로 2곳을 왕복 4차로로 확장하는 조건을 달아 사업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이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두 도로 가운데 해운대 온천사거리~미포육거리(614m) 구간은 60%가량 보상이 진행됐지만 달맞이길 62번길(125m)은 예산 책정이 미뤄지고 있다. 사업비는 200억 원가량이다.
해운대구 벡스코 일대가 막히면 해운대구 전체가 옴짝달싹 못 하는 일이 일상사가 된 지 오래다. 여기에 해운대에서 가장 막히는 해운대 온천사거리와 미포육거리에 교통량이 더 늘어난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부산의 랜드마크인 해운대관광리조트가 완공되면 주말마다 수천 대의 차량이 밀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교통난을 조금이라도 완화하려면 해운대관광리조트 완공 예정인 2019년까지 도로 확장을 마무리해야 하나 지금으로선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 도로 두 곳 확장 외에 추가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교통전문가들의 충고다. 부산시와 해운대구는 추가대책은 고사하고 계획된 도로마저 미루고 있다.
해운대의 교통난은 개발이 동부산에 편중된 결과다. 하지만 도로확장을 조건으로 사업 허가를 내주었으므로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 삼아 동부산권에 대해 개발을 자제하고 교통난을 줄일 획기적인 방안 모색이 필요해 보인다.
주요 신문칼럼
1. [연합뉴스]<김성용의 저울달기> 시원한 여름나기 쿨맵시 어떨까요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지난달 중순엔 전국이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위로 뜨거웠다. 여름이 너무 일찍 찾아온 듯한 느낌이다. 기상청이 발표한 하계 3개월 기상 전망에 근거하면 올여름은 평년에 비해 폭염이 잦고 무덥고 습한 날씨가 자주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냉방기를 틀면 시원하지만 냉방병, 냉방비 걱정을 지울 수 없다. 전력 사용량 만큼 온실가스 증가로 지구도 더욱 후끈거린다.
여름철 실내 온도를 너무 낮추고 장시간 생활하면 두통과 어지럼증, 피부 건조증 같은 냉방병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더 심하다. 정부는 냉방온도를 26~28도로 맞추고 실내외 온도차를 줄일 것을 권한다. 냉방온도가 너무 낮으면 우리 신체의 '방위체력'이 저하된다. 방위체력은 체온 조절력, 면역력, 신체적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 등을 뜻한다. 외출시 기온 변화에 대한 즉각적 대처 능력이 떨어지고 불쾌감은 증가한다.
이맘때면 시원한 옷차림 얘기가 많이 나온다. 정부는 그간 쿨맵시 캠페인을 벌여 왔다. 여름이 한결 시원해지고 지구의 내일이 건강해진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환경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쿨맵시는 시원하고 멋스럽다는 의미의 쿨(cool)과 옷 모양새를 의미하는 순 우리말 맵시를 합친 말이다. 시원하고 편할 뿐 아니라 예절과 맵시를 함께 갖춘 친환경 옷차림을 말한다.
여름철에 많이 입는 면섬유는 땀을 잘 흡수하지만 건조 속도가 느린 단점이 있다. 운동량이 많아 땀을 많이 흘릴때는 건조도 빠른 합성섬유가 더 적당하다. 체내 열이 쉽게 방출되도록 하기 위해선 옷을 겹쳐 입지 않는 게 좋다. 칼라가 달리지 않은 반팔 상의, 무릎길이 스커트 등이 열 발산에 가장 좋은 패션 아이템으로 꼽힌다.
허리를 조이지 않는 디자인의 원피스가 시원한데 이는 굴뚝 효과 때문이다. 위쪽 방향으로 대류 및 환기가 증가해 방열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여밈이나 소맷부리 등이 열려 있으면 약간의 동작만으로 펌프질 효과가 발생해 체열과 땀을 신속히 배출할 수 있어 시원함을 더할 수 있다.
쿨맵시 옷감으로는 가는 실을 사용해 짠 것으로 가볍고 얇은 것, 피부로부터 적당히 떨어져 환기를 증가시키고 신체 곡선을 드러내지 않는 약간 빳빳한 것, 대나무나 마, 레이온 섬유같이 촉감이 차갑고 열 전도성이 큰 것을 권장한다.
넥타이를 꽉 매면 목의 혈류 속도가 감소하고 뇌혈관의 압력이 상승해 두뇌 회전을 방해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안압이 높아져 녹내장과 망막 손상, 시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주요 대기업에선 여름철 노타이 차림이 점차 일반화되고 캐주얼 형태의 복장이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1년 내내 노타이 복장이 자리 잡은 곳도 있다.
삼성은 '쿨비즈' 명목 아래 주말(휴일) 반바지 근무를 허용했다. 에너지 절감은 물론 직원들의 창의적인 근무환경 조성이 목적이다. 작년 사례를 들면 6월 말부터 9월 초까지 금융 계열사를 제외한 그룹 계열사 직원들은 모두 재킷을 벗고 반소매 셔츠를 착용했다. 6월 24일부터 8월 30일까지 주말과 휴일 근무자에 한해 반바지 출근을 허락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옛 제일모직 패션부문) 직원들은 평일에도 반바지 차림으로 근무했다. 2014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한해 시범 운영해 큰 호응을 얻은 반바지 근무를 작년부터 다른 계열사로 확대하고 있다고 삼성측은 전했다.
SK는 캐주얼 복장 근무가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에너지 절약을 통한 녹색성장 실천이란 슬로건을 달았다. 여름철에는 반팔이나 반바지 차림에서부터, 통기성 있는 가벼운 소재의 신발 착용까지 허용했다. 자유로운 복장 문화가 이미 그룹 전반적으로 정착된 모습이다. 물론 업무상 고객 접견이나 공식 행사 시에는 정장이나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을 권한다. SK하이닉스나 SK플래닛은 자율복장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 SK C&C는 비즈니스 캐주얼 제도가 정착돼 있다.
한화그룹은 하절기 간소복 차림을 5월 중순부터 각사별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장은 노타이, 반팔 등이며 사업장별로 별도 근무복이 있는 경우 근무복을 입는다. 또한 기존 비즈니스 캐주얼 시행 회사는 그대로 유지된다. 하절기 간소복 착용은 이미 정착 단계이고 현재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노타이 근무는 기본이다.
대한항공은 6월 1일부터 노타이 근무에 들어갔다. 노타이 근무 체제는 올해의 경우 9월 13일까지 예정돼 있다. 노타이 근무 대상은 국내외 전체 남자 임직원이다. 운항 및 객실 승무원과 접객 서비스 직원 등 제복을 착용해야 하는 직원은 제외된다. 해외 지점은 각 지역 기후 특성에 맞게 노타이 근무 여부를 결정한다. 대한항공은 2008년부터 노타이 근무 제도를 도입했으며 갈수록 길어지고 뜨거워지는 여름 날씨를 감안해 노타이 근무를 9월 중순까지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2. [동아일보][윤세영의 따뜻한 동행]전쟁과 소년
참 특별한 여행이었다. 우리 부부가 사진평론가 김승곤 선생에게 전북 고창 여행을 제안할 때는 아주 단순한 생각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4년을 그곳에서 보냈지만 떠난 이후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내 남편의 고향이기도 한 그곳으로 추억여행을 가자고 했다. 그러나 고창에 도착한 날 밤, 그분은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6·25전쟁의 기억을 꺼내놓았다.
“읍내를 흐르는 천(川) 있지? 그 다리 아래서 인민재판이 열리는 걸 보았어. 그리고 효수된 머리를 들고 행진하는 사람들을 보기도 했지. 집집마다 보초 설 남자를 한 명씩 차출하는 바람에 어린 내가 죽창을 들고 밤에 보초를 서기도 했어. 우리 집에는 누님만 있어서 나갈 사람이 없었거든. 무섭고 끔찍했지. 평생 트라우마가 되었어.”
전쟁이 한 소년의 기억을 그렇게 잿빛으로 만들었다. 그분보다 한참 어린 남편은 바로 그 다리 아래에서 송사리를 잡고 겨울이면 얼음을 지치며 놀던 신나는 추억뿐인데, 같은 공간을 두고 어쩌면 이리도 다른 기억을 가질 수 있을까.
1950년 당시 열한 살 소년의 눈에 비친 세상은 참혹했다. 교장 발령을 받은 아버지를 따라와 살던 고창에서 전쟁의 참상과 맞닥뜨렸던 소년은 두려움과 그리움이 뒤섞인 그곳을 60여 년이 흐르도록 다시 가지 못했다. 그곳에서 오래된 상처와 대면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름답게 변한 풍경과 따듯하게 대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한결 밝아진 그분은 점차 어두운 기억 뒤에 가려진 그리움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저기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네, 우리가 살던 교장 관사가 헐리고 큰길이 났구나.” 추억의 봇물이 터진 듯 나중에는 “실은 박○○라는 아주 예쁜 여학생이 있었는데 그 애를 보려고 주일학교에도 나갔어”라는 고백까지 나왔다.
내친김에 우리는 그분의 아버지가 근무하셨다는 고창중학교까지 찾아갔다. 그리고 교장실에서 마침내 보았다. 역대 교장선생님의 사진 중에 맨 앞에 걸려 있는 초대 김용환 교장선생님. 70대 중반인 자신보다 더 젊은 아버지의 사진을 올려다보며 감격하는 모습에서 비로소 그분의 깊은 상처가 치유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그가 우리에게 말했다.
“정말 고마워. 어두운 기억을 아름다운 색으로 덧칠하게 해줘서.”
그 한마디로 특별한 추억 여행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었다.
3. [중앙일보][새미 라샤드의 비정상의 눈] 한국서 맞는 라마단, 정이 있어 행복하다
드디어 찾아왔다. 무슬림이면 누구나 반가워하는 손님, 잘 맞이하기 위해 1년 가까이 준비하는 손님, 떠나면 많이 섭섭해하면서 있는 동안 제대로 잘 해주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는 손님이다. 이 손님은 사람이 아니라 라마단이라는 기간이다. 한국인에겐 다소 생소하겠지만 무슬림(이슬람 신자)들은 라마단을 이렇게 생각한다.
라마단은 이슬람달력(음력)으로 9월이다. 무슬림들은 그 기간 중 의무적으로 단식해야 한다. 이슬람에서 단식이란 해가 뜨기 전부터 해가 질 때까지, 즉 낮 시간에는 음식 섭취와 부부관계 등 욕구를 자제하는 것을 말한다. 기독교나 유대교 등 다른 종교에도 여러 형태의 단식이 있다. 따라서 단식은 이슬람만의 전통은 아니다.
단식의 목표는 욕구를 자제하면서 동물적 충동을 억누르고 인간적 품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배고픔과 갈증 속에서 힘들고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생각한다. 그러면 베푸는 마음이 강해지고 거만함이나 강한 자존심을 억제할 수 있게 된다.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들과 화해할 기회도 된다. 해가 진 뒤 가족끼리 함께 식사하며 사이가 더욱 돈독해질 수 있다. 빈말이나 화를 억제하고 선행을 많이 하면서 성격을 개선할 기회를 얻기도 한다.
이번이 한국에서 맞는 네 번째 라마단이다. 매년 한국인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 2013년 여름 첫 라마단 땐 주변에서 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드물어 만나는 사람들에게 매번 설명해야 했다. 하지만 올해는 변화를 실감한다. 주변에서 “라마단이 언제냐”고 묻는 것은 물론 “그 기간 동안 건강을 잘 챙겨라”는 인사말까지 한다. 심지어 “해가 지면 함께 밥 먹자”는 말까지 들었다. 한국 사람들은 정이 들면 같이 식사하는데 라마단에 맞춰 해 진 뒤에 함께 하자고 제의한 것이다. 평생 기억에 남을 말이다.
같이 운동하는 사람 중 몇몇은 더운 날씨에 물도 마시지 않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는지 “아무도 안 볼 테니 숨어서 한 모금이라도 물을 마셔라” “세수하는 척하고 입에 물을 대라”는 말도 해준다. 처음엔 단식에 임하는 내 진심을 몰라준다는 생각에 섭섭하기도 했지만 이젠 익숙해졌다. 정이 많은 한국에서 살고 있으니 듣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라마단을 고국인 이집트에서 보내지 못하면 가족도 그립고 분위기가 안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라마단도 나름대로 분위기와 특색이 있다. 이젠 한국에서 라마단을 보내지 않으면 뭔가 허전할 것 같다.
4. [중앙일보][분수대]사이코패스, 내 안의 악마
소설가 한강이 지난달 중순 맨부커상을 받자 서점가에선 농담 아닌 농담이 흘렀다. “정유정이 최대 희생양이 될지도 몰라.” 『채식주의자』 등 한강의 작품이 일진광풍을 일으키자 한창 기대를 모았던 정유정의 신작 『종의 기원』이 묻혀버릴 수 있다는 예견에서였다. 우려는 기우로 끝났다. 『채식주의자』와 『종의 기원』은 종합 베스트셀러 1, 2위를 달리고 있다. 교보문고에 물어보니 한국 소설이 베스트셀러 최상위를 휩쓴 것은 8년 만이다. 2008년 11월 가수 타블로의 소설집 『당신의 조각들』이 1위, 황석영의 자전소설 『개밥바라기별』이 2위에 올랐었다.
한강과 정유정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이후 동력을 잃었던 한국 소설 시장을 쌍끌이 하고 있다. 시대의 공기를 대변하는 베스트셀러. 두 작품은 이란성 쌍생아 비슷하다. 가정과 사회의 폭력이란 문학의 영원한 숙제를 파고든다는 점에서 닮은 듯 다르다. 『채식주의자』의 주부 영혜가 가족이란 굴레에서 벗어나는 방편으로 스스로를 식물 상태로 몰고 간다면 『종의 기원』의 스물여섯 청년 유진은 엄마·이모로 상징되는 기성 체제에 존속살해라는 칼을 꺼내 든다.
『종의 기원』은 진화론의 태두 다윈의 고전에서 제목을 빌려왔다. 소설 후반부, 거취를 고민하던 사이코패스의 독백 “다윈의 가르침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죽거나, 적응하거나”가 뼈대를 이룬다. 소설은 그 적응의 문제를 극단으로 밀어붙인다. 연쇄·토막·무차별 살인 등 최근 우리를 경악하게 했던 사건 보고서를 읽는 듯하다. 피가 거꾸로 돌 만큼 장면 장면이 섬뜩하다. 웬만한 스릴러 영화는 “아이고, 형님” 하며 내뺄 정도다. 정신병리학·뇌과학·범죄생리학 등을 천착한 작가의 공력 덕분이다.
정유정은 냉정하다. “살인은 진화적 성공”이라는 진화심리학 이론을 인용하며 도덕 개념이 거세된 순수악인이 “나의 분신일 수 있다”고 조심스레 말한다. “예방주사를 맞는 기분으로 즐겨달라”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몸서리가 쳐진다. 차별과 구속이 빚은 시대의 살풍경과 마주한 것 같다. 우리가 기댈 곳은 없는 걸까.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교수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인류는 지금 가장 평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고 했다. 도덕 ‘천사’가 복수심 ‘악마’를 제압해 왔다고 주장했다. 경계할 건 사이코패스가 무한경쟁의 부산물이라는 점. 정유정도 “1990년대 중반부터 국내에도 사이코패스가 대두됐다”고 전했다. 점점 굳어지는 불평등 구조, 예방주사의 표적이 분명해진다.
5. [동아일보][2030세상/우지희]자식에게 미안해하는 부모의 마음
얼마 전 ‘성시경의 축가’라는 공연 예매 포스터를 보고서 엄마 생각이 대뜸 났다. 엄마는 성시경의 대단한 팬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큰 체격이 주는 든든함과 감미롭고 달콤한 목소리가 좋다며 곧잘 그의 노래를 듣곤 했다. 새 앨범을 한창 들을 때는 몇 곡조를 흥얼거렸고 나와 함께 드라이브를 하며 그의 히트곡들을 목청껏 따라 부르기도 했다.
그러다 내가 결혼을 하고서는 그럴 여유가 잘 나지 않아 영 아쉬웠던 차에, 이번 공연을 기회로 모처럼 모녀 데이트 겸 라이브 음악 감상의 시간을 가지면 딱이겠다 싶었다. 그런데 엄마는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이셨다. “아이고 그 콘서트가 얼마나 비싼데, 뭐 하러 그런 데 돈을 쓰냐”며 탐탁지 않아 하시는 게 아닌가. 하지만 어르신들의 거절은 때로 거절이 아닐 수 있음을 배웠기에, 과감하게 예매를 해버리곤 엄마에게 통보했다. “몰라, 그날 시간 비워둬. 벌써 표 샀단 말이야.”
엄마는 못 이기는 척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이내 도착한 엄마의 문자메시지에 한참을 웃을 수밖에 없었다. ‘딸, 성시경 CD 좀 보내줄래? 콘서트 가기 전에 예습하려고. 나 너무 설렌다∼.’ 마다할 때는 언제고 소녀처럼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미리 듣고 있을 엄마의 모습을 상상하니 기분이 좋았다. 봄날 야외 공연장에서 엄마와 함께 보낼 시간을 떠올리며 들뜬 마음으로 공연 날을 손꼽았다.
하지만 공연 당일에 갑작스레 폭우가 쏟아졌다. 내일모레 환갑 나이의 엄마는 몇 시간 동안 그 빗속에서 공연을 감상했다. 행여나 엄마가 서울까지 와서 감기라도 걸려 편찮으실까 내내 마음을 졸였는데, 다행히 우리는 무사히 공연을 끝까지 관람했다. 엄마는 힘들어하시기는커녕 재밌었다고 말해 주셨다. 집으로 돌아와 곤히 주무시는 엄마를 보며 이렇게 좋아하실 줄 알았으면 진작 좀 모시고 다닐 걸 하는 생각도 했다.
그 다음 날이었다. 출근 후 정신없이 오전을 보내고 나니 휴대전화에 엄마의 부재중 전화 한 통이 남아 있었다. 발신 버튼을 눌렀는데 수화기 너머에서 엄마가 숨이 넘어갈 듯 엉엉 울고 있었다. 심장이 덜컥 발등에 떨어지는 기분으로 다급히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아니다, 별일 아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재차 묻자, 그제야 엄마는 꺼이꺼이 목을 놓던 울음 사이에 겨우 한마디를 뱉었다.
“희야, 고맙대이.”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엄마는 딸이 힘들고 어렵게 돈을 버는구나 싶어 내내 마음이 쓰이셨다고 했다. 그렇게 고생해서 번 돈으로 매진된 비싼 공연 표를 어렵게 구해 엄마를 모시고 간 것이 너무 고맙고 미안해 눈물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지난 어버이날 아빠가 사려고 벼르던 모자를 선물한 것도 참 고맙다고 덧붙이셨다. “아빠도 니한테 고맙단다. 돈도 돈이고 니가 마음을 이렇게 써준다는 게 참말 고맙대이.”
그 말에 순간 나도 울컥했다. 남들이 보기에 특별한 말이 아닐지 모르지만 경상도 토박이로 60년을 넘게 살아온 아빠가 처음으로 딸에게 한 고맙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엄마의 말이 백미였다. “내하고 느그 아빠 잘 살았제. 딸 키워가 이래 호강도 누리고.”
그만 울라는 뜻으로 아무렇지 않은 듯 전화를 끊었지만 그 이후로 마음이 계속 이상했다.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며 “잘 살았제” 하던 엄마의 목소리가 마음에 탁 맺혔다. 사실 그동안 내가 받은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도 안 되는 것에 감동하는 부모님이라니. 전날 저녁 공연에서 흠뻑 비를 맞고 몸살 기운이 돌아 아프던 머리가 두 배로 멍해졌다.
처음에 공연을 안 보려고 하시던 것, 공연을 기다리며 설레어 하시던 것, 폭우를 맞으면서도 즐거워하시던 것, 그리고 고맙다며 울음을 터뜨리시는 엄마의 모습을 차례로 떠올리며 나는 숙연해졌다. 시작부터 끝까지 자신보다 자식을 더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고, 또한 그러면서도 자신의 행복을 숨기지 못했던 소녀 같은 엄마의 마음도 느껴졌기 때문이다. 부모로 산다는 것은, 하고 싶은 일들을 애써 마다하고 정작 그것을 누리게 되더라도 마음 한구석으로는 미안해하고 마는 것일까. 그렇다면 자식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참 여운이 많이 남는 비 오는 봄날의 음악 감상이었다.
'뉴스스크랩'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6년 6월 13일 신문 브리핑 (0) | 2016.06.13 |
---|---|
2016년 6월 10일 신문 브리핑 (0) | 2016.06.10 |
2016년 6월 9일 신문 브리핑 (0) | 2016.06.09 |
2016년 6월 8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0) | 2016.06.08 |
2016년 6월 8일 신문 브리핑 (0) | 2016.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