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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8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아시아경제]

1. 한국경제 미래, 구조조정 성패에 달렸다

조선과 해운 등 한계기업의 구조조정 재원 마련을 위해 총 1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가 조성된다.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는 등 관련산업의 고용지원방안도 추진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대해서도 고강도 쇄신안이 적용된다. 정부는 장관급 구조조정협의체인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신설, 오늘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주재로 1차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대형 부실기업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돛이 오른 셈이다. 


구조조정 사령탑을 맡을 관계장관회의를 신설한 것은 개별 기업의 구조조정과 산업 전체 구조개편을 위해 정부가 공적 기구를 통해 총괄조정하면서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과거 대기업 구조조정은 그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채 밀실회의에서 결정되곤 했다. 이번에 신설한 관계장관회의는 모든 구조조정 관련 정책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 국민적 공감 속에서 산업 개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정부 출자와 한은의 펀드 간접출자를 병행키로 한 것은 중앙은행 발권력 동원에 반발한 한은과 비판적 여론을 반영한 절충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발권력을 동원하지 않고도 그에 맞먹는 효과를 거두면서 구조조정 또한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책은행 자본확충은 구조조정을 위한 실탄을 마련했다는 의미다. 다음 단계로 구조조정을 실행에 옮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마침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자구안이 주채권은행에 의해 받아들여졌고 대우조선해양 자구안도 승인을 앞두고 있다. 자구안 내용은 규모는 달라도 공히 자산 매각과 사업 구조조정, 수천 명의 인력감축이 그 핵심이다. 유일호 부총리는 "해운 조선업 구조조정은 철저한 자구이행과 엄정한 손실분담 원칙하에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다짐했다. 구조조정을 위한 컨트롤 타워,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 자구안이 마련됐으니 조선 3사의 구조조정은 일단 속도를 낼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 셈이다. 


구조조정의 속도 못지않게 파생될 부작용의 최소화도 중요하다. 정부는 수년간 4조5000억원을 STX조선에 투입했지만 회사는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뼈아픈 실패를 범했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사실상의 국민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정확한 판단 아래 면밀한 추진계획을 짜야 한다. 실업대책,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을 세워 구조조정의 충격을 완화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번 구조조정의 성패는 조선과 해운의 차원을 넘어서 한국경제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점을 정부 당국자와 국책은행, 해당기업은 명심해야 한다.

[이데일리]

2. 박근혜 대통령의 잦은 '순방 과로' 문제 있다

아프리카 3국과 프랑스 순방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이 체력 고갈로 사실상의 휴무에 들어갔다.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곤 이번 주 일정을 취소 또는 연기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실제로 귀국 이튿날인 그제 현충일 행사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꽤 피곤해 보였다. 링거까지 맞는 12일간의 악전고투 끝에 거둔 외교·안보·경제·문화 등 여러 분야의 성과를 치하하며 박 대통령이 하루속히 건강한 모습을 되찾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이제 ‘강행군 외교’는 박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로 간주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작년 3월 유럽 순방 때는 몸살기로 네덜란드 국왕 주최 만찬에 불참해야 했고, 다시 6개월 뒤 캐나다 국빈 방문 당시에는 하루에 2~3시간만 자는 살인적 일정을 소화했다. 또 작년 4월 중남미 순방에서는 위경련과 인두염을 앓느라 귀국 일주일 뒤에야 공식 일정을 재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순방 과로’가 너무 잦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링거 투혼’은 청와대 공식 발표만 해도 벌써 세 번이나 된다. 안에서나 밖에서나 불철주야로 국민과 국가에 봉사하려는 충정이야 십분 이해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대통령이 과로로 정상 집무가 어려운 상황이 번번이 되풀이된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늘 최상의 건강상태에서 국사를 돌보고 절체절명의 국가 위기에서는 용의주도한 판단력을 발휘해야 하는 게 바로 대통령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참모진은 박 대통령의 체력 탓이든, 아니면 과중한 일정 탓이든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 대책을 세워야 한다. 외교 쪽이든, 의무 쪽이든, 경호 쪽이든 책임소재가 드러나면 분명히 문책도 해야 한다. 행여나 ‘몸을 혹사해 가며 나랏일을 돌보는 대통령’이라는 동정적 여론을 기대할 만큼 아둔하지는 않겠지만 박 대통령의 건강 문제로 국민을 불안에 몰아넣는 일이 더 이상 재연돼선 곤란하다.


어느 나라나 국가원수의 건강은 안보와 직결되는 중대 사안으로 관리하는 게 관행이다. 청와대 스스로 박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2급 비밀’로 분류하고 있다면서도 툭하면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것도 한심하긴 매한가지다. 차제에 박 대통령 자신도 외치(外治)에 못지않게 내치(內治)에도 열정을 쏟을 필요가 있다는 항간의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3. 연평도 꽃게잡이 중국어선 대책 없는가

어제 하루만 해도 연평도 인근 해역에 침범해 꽃게를 잡아간 중국어선이 200척 가까이 이르렀다. 백령도 해상까지 합치면 300척이 넘었다고 한다. 연평도 소속 우리 민간 어선이 지난 5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불법 조업하던 중국어선 2척을 직접 나포했는데도 전혀 아랑곳없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나포에 성공한 다음날 하루 정도만 잠시 줄었다가 다시 늘어난 모양새다.


마치 해볼 테면 해보라는 기세다. 아마 비슷한 경우에 대비해 단단히 무장 태세도 갖췄을 것이다. 우리 해군 경비정이 사이렌을 울리며 출동하더라도 흉기를 휘두르며 완강히 대항하는 그들의 평소 대응 태도로 미뤄 고분고분 물러설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우리 어선들이 다시 나포를 시도한다면 예기치 못한 유혈사태를 겪을지도 모른다. 지난번의 나포 성공은 저들로서도 얼떨결에 당한 결과일 것이다. 


이 해역이 NLL과 불과 2.5㎞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북한군 해안포에 노출된 특수한 사정이라고 해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과거 두 차례의 연평해전을 치러가면서도 굳게 지키고 있는 곳이 아닌가. 최근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북한군과 첨예하게 대치하는 상황을 들어 단속활동의 어려움을 얘기하는 것도 나약한 태도다. 이런 약점을 노려 중국어선들이 출몰하기 시작한 것도 벌써 10년이 넘는다.


연평도 꽃게 어장이 중국어선들에 의해 황폐화되고 있다는 게 더욱 심각하다. 꽃게 어획량이 5년 전에 비해 이미 절반으로 줄었다는 어민들의 하소연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중국어선들이 바다 밑바닥을 헤집다시피 꽃게 새끼에 먹잇감인 조개들까지 닥치는 대로 훑어가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오죽하면 우리 어선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나포에 나섰을까 싶다.


청와대나 외교부 고위 당국자들이 중국 측과 뻔질나게 회담을 하면서도 우리 한뼘의 바다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중국어선들의 우리 영해 침범은 엄연한 약탈 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로서는 정말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것인지 묻고자 한다. 앞으로도 연평도 어선들이 목숨을 걸고 나포작전에 나서야 하는 것인지 속 시원한 답변을 듣고 싶다.

[서울신문]

4. 오지 여교사 몹쓸 짓 당하도록 당국은 뭘 했나

천인공노할 사건이 또 발생했다. 전남 신안의 한 섬에서 발생한 여교사 성폭행 사건은 상대가 새내기 여교사이고 학부모와 섬 주민이 가담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아무리 막돼먹은 세상이지만 자신의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를 상대로 입에 담기조차 싫은 몹쓸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 같은 인간으로서 부끄러울 뿐이다.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의 범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수사 결과 가해자들은 사전에 공모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가해자 3명이 미리 짜고 차례대로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이들은 경찰 조사에 앞서 혐의를 벗으려고 입을 맞추는 모임까지 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고립된 지역에서 힘없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행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여성인권 침해 사건이자 교권침해 사건이다. 서울 강남역 인근 술집 화장실에서 발생한 여성 살인 사건과 본질이 다르지 않다. 30년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고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이 더 있을지 모른다. 섬마을 근무를 경험한 여교사들은 늘 범죄의 표적이 되는 불안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 지경이 되도록 교사들의 관사 주변에 그 흔한 CCTV 하나 설치하지 않은 교육 당국의 무능은 놀랍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사건이 공론화되고 사회 문제가 되고 나서야 대책을 내놓느라 법석을 떠는 당국이 차라리 안쓰럽다. 전형적인 뒷북행정이 아닐 수 없다. 교육 당국은 여교사를 도서 벽지에 발령 내지 않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 교사들의 성비를 고려하지 않은 이런 즉흥적인 대책이 미덥지 못한 것도 당연하다. 치안이 부실한 벽지와 오지에서 이런 범죄의 위험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비단 교사만은 아닐 것이다. 당국은 연약한 여성들이 안심하고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유사한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하기 바란다.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짓밟았다는 점에서 가해자들에게는 법정 최고형을 받게 해 일벌백계하는 게 마땅하다.


이 마당에 일부 주민들이 가해자들을 두둔했다는 후문은 더 엽기적이다. 자신의 딸이 당했다고 생각해 보라. 걱정스러운 것은 외상후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피해 교사의 앞날이다. 충분한 치료를 받게 하고 교직에 복귀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5. 포퓰리즘 복지 마다한 스위스 국민과 정치권

스위스 국민은 그끄저께 국민투표에서 성인 누구에게나 매달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원)씩 기본 생활비를 보장토록 하는 법안을 부결시켰다. 유권자의 77%가 반대표를 던지면서다. 스위스 국민들이 ‘묻지마 공짜 현금 복지’가 오래가긴커녕 기왕의 복지 시스템까지 망가뜨릴 위험성을 자각한 결과다. 노조를 포함한 스위스인들의 높은 의식 수준도 평가할 만하지만, 스위스 정치권이 국민투표 과정에서 인기에 영합해 포퓰리즘 복지를 부추기지 않았다니 놀랍다. 왜 스위스가 진정한 선진국인지를 실감하게 하는 생생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덮어 놓고 ‘전면 무상 시리즈 공약’을 내놓는 우리 정치권과 지자체들이 지속 가능한 복지 정책을 고민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스위스기본소득(BIS)이라는 민간단체가 국민투표를 요구한 현금복지 법안의 취지는 나름의 설득력이 없지 않다. 각자에게 기본 소득을 지급해 생계를 위한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 인간적 품위를 지킬 수만 있다면 누가 마다하겠는가. 더군다나 사무 자동화와 인공지능(AI)이 초래할 ‘고용 없는 성장’ 시대를 맞아 현금을 미리 풀어 내수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자는 제안도 솔깃한 대안일 수 있다. 그러나 스위스 정부도, 국민들도 이를 부작용이 많은 ‘당의정(糖衣錠) 법안’으로 보고 현혹되지 않았다. 미성년자에게 지급할 월 78만원씩을 포함해 이를 실행하는 데 연간 2080억프랑(약 250조원)의 엄청난 재원이 소요될 판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세금을 대폭 올리고 기존의 복지를 줄여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스위스 정부가 처음부터 반대한 건 그렇다 치자. 스위스노동조합연맹(SBG)조차 “그럴 돈이 있으면 사회보장 시스템 강화에 사용하는 것이 낫다”며 정부 입장에 동조했다고 하지 않나. 분별력 있는 스위스인들이 달콤해 보이는 몰약을 덥석 삼켰다가 더 큰 속병을 앓게 된다는 걸 인식한 셈이다.


사실 아무 일을 안 해도 기본 생계를 보장받을 수만 있다면 지상낙원도 멀지 않을 게다. 하지만 철학자 칼 포퍼는 “지상에서 천국을 건설하려는 시도가 늘 지옥을 만든다”고 했다. 국가가 뭐든지 다 해 준다는 약속은 애당초 가능하지 않은, 전체주의적 사술에 불과함을 지적한 것이다. 국가에 의한 100% 무상 복지로 일할 수 있는 계층마저 근로 의욕을 잃고 재정까지 고갈된다면 그 결과가 뭐겠나. 성장은 멈추고 그나마 있는 복지 전달 체계마저 마비될 위험성이 농후하다. 1년 일하면 13개월치 월급을 주는 식의 선심 정책에 환호하던 아르헨티나인들이 경제가 무너지면서 익숙했던 복지와도 끝내 결별해야 하지 않았나.


바야흐로 지구촌은 문명사적 전환기다. 청년 실업은 늘어나고 인구 고령화에 사회적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다. 까닭에 스위스에서 물꼬가 트인 기본 소득 지급이라는 전면적 복지 논의가 세계적으로 번질 조짐도 있다. 다만 복지가 미래세대에 재앙이 안 되려면 그 시혜를 청년 실업자나 생계가 어려운 노령층 등 사회적 약자부터 시작해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게 합리적이다. 이번에 스위스인들도 복지를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여야 정치권과 지자체장들이 유념했으면 한다.

6. 당리당략적 원 구성 중단하고 국회법 따르라

20대 국회가 여야 간 기싸움으로 법정 시한을 넘기면서 국정 공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헌법과 국회법에 따라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는 국회가 조직 구성을 마치지 못함에 따라 국회 기능이 전면적으로 정지된 상황이다. 정치권은 여소야대를 만들어 준 민의를 받들어 소통과 협치의 정치를 다짐했건만 국회의장과 주요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공허한 네 탓 공방에만 몰두하고 있다.


여야 3당 원내 지도부가 원 구성의 법정 시한을 맞추고자 주말 연휴에 이어 어제까지 막후 협상을 벌였지만 이해득실을 따지면서 한 치 양보 없는 평행선 대립을 지속했다. 여당은 4·13 총선 참패로 원내 122석의 제2당이 되면서 국회의장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가 정권 후반기의 국정 과제 추진을 위해 집권당이 국회의장직을 맡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청와대의 지시로 입장을 바꿨다는 비판이 비등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더민주는 원내 제1당으로서 국회의장을 가져오는 대신 법사위원장을 새누리당에 내주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가 어제 의원총회를 통해 국회의장 자유투표를 주장하는 국민의당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국회의장 선출은 여야 합의로 본회의에서 표결해야 한다”며 ‘자유투표 수용 불가’ 입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임기 개시 후 7일 이내에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을 선출하도록 한 조항은 14대 국회 때인 1994년 도입됐지만 이후 단 한 번도 지켜지지 않았다. 원 구성이 국회 임기 개시 때마다 늦어지면서 국정 운영에 혼란을 주고 있는 잘못된 관행이 이번에도 재연된 것이다. 법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거세지만 새누리와 더민주, 국민의당 등 여야 3당은 상식적인 협상과 협치에 주력하지 않고 상대방을 비난할 구실만 찾고 있다. 여야가 유리한 정치 지형을 확보하기 위해 기싸움을 벌이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국민의 눈으로 보면 노른자위를 차지하려는 얄팍한 밥그릇 싸움 이상 이하도 아니다.


북핵을 둘러싼 국제 정세는 미·중 갈등의 증폭으로 안갯속에 휩싸여 있고 국가 경쟁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국회가 조정 기능을 상실했다면 국회법 15조 규정대로 의장과 부의장은 국회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출하면 된다. 법치국가의 원칙을 입법부가 스스로 허무는 20대 국회에 국민들의 실망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동아일보]

7. 삼성SDS 분할, 주주이익 존중하고 투명하게 진행해야

삼성SDS가 어제 이사회에 “글로벌 물류 경쟁력 강화 및 경영역량 집중을 위해 물류사업 분할을 검토하겠다”고 보고했다. 공시(公示)를 통해 “물류 외 정보통신서비스 등 나머지 사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도 찾겠다”고 밝혀 추가 사업 분할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삼성그룹이 한때 내부적으로 검토했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중단하고 비(非)금융 계열사를 중심으로 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삼성이 부인하지만 재계에서는 물류산업 분할이 마무리되면 삼성SDS의 양대 사업 중 정보통신서비스는 삼성전자로, 물류사업은 삼성물산으로 합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이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과 시너지 창출을 위해 선제적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2014년 말 삼성과 한화의 4개 계열사 빅딜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핵심 역량을 집중시킨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 작년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한 데 이어 국내 대표적인 시스템통합(SI)업체인 삼성SDS가 알짜사업인 물류를 떼어내 삼성물산과 합병 또는 제휴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삼성의 실질적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 9.2%를 합병 후 삼성물산 주식으로 전환하면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도 강화된다.


문제는 삼성의 당당하지 못한 태도다. 물류사업 분할설이 증권가에 나돈 2일 삼성SDS는 ‘사실무근’이라며 펄쩍 뛰었다가 몇 시간 뒤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말을 바꿨다. 다음 날 공시를 통해 “사업부문별 회사 분할을 고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회사와 합병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고는 일주일도 안 돼 물류사업 분할을 공식화했다. 하이투자증권이 어제 ‘주주는 인질이 아니다’라는 리포트에서 ‘분할이 됐든 합병이 됐든 그 사실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소통 방식이 잘못됐다’고 꼬집었을 정도다. 최근 3거래일 동안 주가가 20%가량 폭락해 삼성SDS의 일부 소액주주들은 어제 회사 본사 항의 방문에 이어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반발했다. 


지난해 9월 주주들의 ‘애국심’에 힘입어 출범한 통합 삼성물산은 “주주와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을 대표하는 만큼 삼성은 기업지배구조와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에서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일등 기업을 넘어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려면 국민과 시장의 불신을 키워선 안 될 것이다.

[매일경제]

8. 美·中 갈등 불구 `북핵 불용` 합의한 전략대화

미국과 중국이 제8회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북한 핵문제 해법, 남중국해 영유권 등을 놓고 수시로 갈등을 표출했지만 '북핵 불용' 원칙에는 이견이 없었다.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은 7일 전략경제대화 폐막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점에 미국과 중국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을 전면적으로 이행한다는 점에서도 양국이 의견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케리 장관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중국은 "대화·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시각 차를 드러냈다. 미국이 1일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중국 화웨이의 대북 수출 내역을 조사하고 나선 데 대해서도 중국은 우려를 표시했다. 이 밖에도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확대에 대해 미국은 '일방적 행동'이라고 비판했고, 중국은 "영토주권을 결연히 수호해 나갈 것"이라며 대립했다. 철강 덤핑과 관련해서도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의 과잉생산이 세계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비판했고, 가오후청 중국 상무부 장관은 "세계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수요 부족의 결과"라며 맞섰다. 


미국이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여러 분야에서 대립이 심화되고 있지만 '북핵 불용'이라는 원칙만큼은 변함이 없었다. 북한은 올해 1월 4차 핵실험을 감행한 데 이어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도발을 지속해 왔고 국제사회도 그에 맞춰 제재를 강화해 왔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안은 강력한 제재라는 사실을 오랜 경험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스위스 폴란드 등이 최근 잇따라 독자적인 대북 제재 조치를 내놓고 있는 것도 그런 공감대를 반영한다. 


북한은 이달 1일 리수용 노동당 정무국 부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을 때에도 핵·경제 병진 노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미국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일시적으로 압박을 강화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중국도 남중국해 영유권이나 철강·환율 문제 등과 연계해 북핵 문제를 저울질하려 해서는 안 된다. 북핵 문제의 유일한 해법은 완전한 폐기뿐이다.

9. 경유차 혜택 폐지하고 공회전 대책도 세워야

정부가 뒤늦게나마 미세먼지의 주범 가운데 하나인 경유차에 대한 혜택을 없애기로 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폭스바겐 사태로 '클린 디젤'이 허위로 드러난 만큼 그 근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저공해 또는 친환경 차량 혜택과 관련된 시행규칙을 개정해 이르면 9월부터 경유차에 대한 수도권 공영주차장 사용료 반값 할인과 혼잡통행료 50% 감면을 폐지하기로 했다. 지난주 발표한 미세먼지 종합대책에 포함된 저공해 차량 기준 강화 방안의 후속 조치다.


문제는 기존 경유차에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경유차 지원을 근거로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고 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국내 경유차 등록대수가 883만대가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규 등록 차량 규제만으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다소 부작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경유차에 대한 혜택을 전면 폐지해야 미세먼지를 줄일 근본 대책이 될 수 있다. 경유차는 노후할수록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이 급속히 증가해 조기 폐차가 매우 중요하다. 현재 10년이 넘는 경유차는 400만대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클린 디젤' 정책 폐기와 더불어 꼭 필요한 대책이 자동차 공회전을 줄이는 일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약 20분간 공회전했을 때 버스는 미세먼지의 원인인 질소산화물을 17.3%, 택시는 5.6%, 택배트럭은 4.1% 더 많이 발생시킨다. 이처럼 공회전이 대기오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단속 등 규제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회전 차량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근거해 과태료 5만원을 부과하게 돼 있다. 하지만 지자체의 단속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공회전에 걸려도 과태료를 물리지 않고 경고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운전자들도 차량 내 냉난방을 위해 아무 죄책감 없이 주차 중에 시동을 켜놓기 일쑤다. 관광버스나 경찰버스 등이 30분 이상 공회전하며 한 곳에 대기하는 모습을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공회전을 줄이기 위해서는 더욱 철저한 단속과 함께 공회전 제한 장치 보급을 확대하는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

[세계일보]

10. 클린턴 대 트럼프 대결이 몰고올 한반도 리스크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어제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수인 ‘매직 넘버’를 확보해 사실상 후보로 확정됐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클린턴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공식 후보 지명절차를 밟으면 주요 정당의 첫 여성 대통령 후보가 된다. 11월 8일 열리는 제45대 미 대통령 선거는 민주당의 클린턴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간 치열한 접전이 될 전망이다.


클린턴은 남편인 빌 클린턴 정부 시절 국정에 깊숙이 개입했고 버락 오바마 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을 역임한 만큼 정치 경험이 없는 트럼프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민주당 정통 정책 노선을 계승하는 그는 ‘미국 고립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와 달리 미국의 적극적 개입과 동맹·협력 관계의 강화를 지향한다. 클린턴은 이달 초 외교정책 연설에서 “미국은 오랜 동맹국들의 곁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한반도 안보, 북핵 위기 해소를 위해 미국 정부의 협력, 정책 공조가 필요한 우리로서는 타당한 접근이라 하겠다.


미 정가와 외교가에서 클린턴은 ‘매파’로 불린다. 뉴욕타임스는 그를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마지막 남은 진정한 매파”라고 평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 클린턴은 ‘엄격한 제재’를 강조한다. 클린턴의 외교 책사로 불리는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은 지난달 한 싱크탱크 토론회에서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오게 하려면 북한이 가까운 장래에 붕괴나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제재 수준이 혹독해야 한다”고 했다. 대북 압박 기조를 지속하겠다는 메시지다. 그러면서 미사일 방어시스템 구축을 우선 과제로 내세운다. 최근 오바마 정부가 압박 수위를 높이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동맹 가치보다 미 국익을 우선시하는 트럼프에 열광하는 미 유권자들은 대선 결과가 어떻든 한반도 및 동북아 외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내부 싸움이 치열할수록 바깥 공동의 적에 대한 공격 수위는 높아진다. 중국, 북한 김정은 정권 등이 핵심 타깃이다. 미 정부 교체기에 우리 정부의 면밀한 외교전략이 필요한 때다. 사드, 북핵과 같은 핵심 안보 이슈가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느냐는 외교안보 라인의 역량에 달려 있다. 미·중의 힘겨루기와 일본의 우경화로 동북아 안보 지형이 불안한 마당에 ‘매파’인 클린턴, ‘독불장군’ 트럼프의 맞대결이 우리 외교력을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주요 신문칼럼

1. [주간경향][유창선의 눈]우리는 아직 더 슬퍼해야 한다

영국 화가 윌리엄 터너의 <노예선>은 화물로 취급당하며 바다에 버려진 인간들의 처참한 모습을 그린 작품인데, 1783년에 있었던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 400명을 싣고 자메이카를 향해 가던 영국 노예선 종(Zong) 호는 위기에 봉착한다. 오랜 항해 과정에서 질병 등으로 50여명의 노예와 선원들이 사망한 상태였고, 식수도 여유가 없었다. 이에 선원들은 노예들을 바다에 던져 학살하기로 했다. 보험금 때문이었다. 당시 보험사와의 계약조건은 노예가 배에서 사망하면 선주의 책임이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게 되어 있었지만, ‘화물’이 바다에 빠져 없어질 경우에는 보험금이 지급되도록 되어 있었다. 그래서 보험금을 노예 한 명분으로 환산하면 1인당 30파운드였다. 선원들은 이 보험금을 위해 노예들을 한 명씩 바다에 던져버리는 학살을 했던 것이다. 돈에 대한 탐욕 앞에서 인간은 이처럼 짐짝만도 못하게 다루어져 왔다. 불과 150여년 전의 일이었다.


구의역에서 참변을 당한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 또한 인간의 생명보다 돈을 우선하는 사회의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본질은 다르지 않다. 업체들은 위험한 일은 외주에 맡기고, 사정이 열악한 하청업체는 경비 절감을 위해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을 시킨다. 가방에 넣고 다니는 컵라면 먹을 시간조차 없이 목숨을 걸고 일해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이 사회가 곧 노예선인 셈이다.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조차 가로막는 정치가 그대로 있는데,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는 교훈이 망각의 영역으로 사라져버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위험을 예방하자는 취지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철로 정비 등 생명·안전업무 종사자를 정규직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19대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에 의해 발의되었지만, 정부의 부정적 의견 때문에 폐기되었다고 한다. 그때 정부가 내세웠던 이유가 그렇게 하면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일할 기회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비정규직의 유지를 통해 위험을 아래로 떠넘기는 목숨의 하청 고리는 이어져 왔던 것이다.


구의역에서 있었던 청년의 죽음 앞에서 안전에 대한 근본대책이 필요하다고 너도나도 말한다. 사실은 세월호 때도 그랬다. 하지만 이런 사고들, 이런 비통한 죽음들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돈과 효율의 가치를 우선하는 거대한 질서가 바뀌지 않는 한 약자들이 우선적으로 희생되는 일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역사는 언제나 그러했다.


그렇다면 이 엄연한 시대적 한계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나마 마음껏 슬퍼하는 일일 게다. “안전장치도 하나 없는 환경에서 끼니를 굶어가며 일했다”며 “솔직히 얘기했다면 부모로서 당장 그만두라고 했을 것”이라던 어머니의 슬픔을 충분히 공감한 이후에야 우리는 지금 살고 있는 사회가 얼마나 야만적인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철학자 푸코가 말했던 ‘살게 하거나 죽도록 내버려두는 통치술’에 따라 선택받은 자는 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자들은 죽어야 하는 시대의 잔혹함을 말이다.


슬퍼해야 분노도 생기고, 비통하게 죽어가는 사람이 줄어들도록 그래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구의역 승강장의 추모 포스트잇과 국화꽃들은 이 정글과도 같은 사회 속에서 우리를 연결시켜주는 마지막 끈 같은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우리 아직 더 슬퍼하도록 하자.

2. [매일경제]피어나지 못한 청춘 일기 - 영화 ‘동주’, ‘리틀 애쉬’

29세, 다 피어보지도 못하고 별이 되어버린 청춘을 그린 영화 ‘동주’. 예의 교과서를 통해 보아온 시인 윤동주와 우리에게는 조금 낯설었던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생애를 다룬 전기 영화 ‘동주’는 단출한 화면으로 긴 여운을 남겼다. 


동주와 몽규의 청춘일기는 불안하고 아름다운 젊은 날의 일상을 진솔하게 기록한다. 어두운 시대상황을 수묵화로 그린 듯 110분의 러닝타임 동안 살풍경한 흑백 화면은 여러 번 가슴을 치고 지나간다.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삶에 가장 깊숙이 들어갈 수 있던 학창시절, 한 지붕 아래 사는 사촌지간 동주와 몽규는 늘 비교대상이기도 했다. 신춘문예 당선이라는 몽규의 낭보에 동주는 기뻐하면서도 왠지 모를 침울함을 앓기도 한다. 그렇게 동주는 가슴 한 켠에 자신보다 늘 한발 앞서가는 듯한 몽규에 대한 열등감을 품게 되는데,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받는 시인에게도 이러한 열등감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몽규와 동주는 같은 연희전문학교에 진학하고, 하숙집에서 동기생 처중을 만나며 셋의 우정은 깊어진다. 동주와 몽규, 처중이 문예지를 만들며 문학이라는 예술적 매개로 교우하는 모습에서 살바도르 달리의 청춘을 그린 영화 ‘리틀 애쉬’가 오버랩 된다. 스페인 마드리드 대학에서 예술적인 천재성으로 영감을 주고받던 청춘들 로르카, 브뉘엘, 달리는 이후 문학, 영화 미술 분야에서 한 시대를 일신하는 거장으로 성장하게 되지만, 나라를 잃은 청춘에게 빛나는 미래는 한낱 신기루 같은 꿈이었다. 


동주의 시에는 청춘에 대한, 혹은 시대에 대한 맑은 희망이 묻어나지만, 시대의 공기는 시인이 되고자 했던 청년의 꿈을 옥죄고 좌초시키고 만다. 혼란한 나라를 떠나 일본에서 공부를 이어가지만, 동주는 독립운동에 매진하게 된 몽규와 함께 끌려가 옥살이를 하게 된다. 생체실험으로 의심되는 주사를 맞으며 고통의 나날을 보내면서 동주는 읊조린다. 


“이런 시대에 태어나서 시를 쓰겠다고, 시인이 되고 싶었다고 원했던 내가 부끄럽습니다.”


달리와 로르카, 브뉘엘의 열병 같은 순수함이 종내 무르익어 결실을 맺게 되었듯, 이들 역시 시대를 풍미하는 거장으로 성장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더 좋은 작품을 발표하고, 사랑도 해보고, 결혼도 하며 남들 하는 일 다 겪어볼 수 있었던 어린 청년들이었다. 시대의 비극으로 차가운 옥중에서 외로운 생을 마감하면서조차 동주는 부끄러워했다. 나라를 원망하는 대신 시를 쓰는 자신에게 화살을 돌렸다. 일제 치하에 비견할 수는 없겠지만, 오늘날에도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탓하기보다 어려운 상황을 자기 탓으로 돌리며 어깨를 움츠리는 청춘이 눈에 밟혀 더욱 가슴 언저리를 아프게 한다. 

청춘의 어느 날, 달리는 로르카 앞에서 작품을 완성하였고 이를 지켜본 로르카는 작품의 제목을 지어준다. ‘Little Ashes’. 우리는 언젠가 재가 되어 흩어진다. 허공을 부유하는 초현실주의적인 형체들이 우리 모두에게 남겨진 필연적인 순간을 예고하는 것 같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기에,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소멸하여 별이 된 청년. 한낮의 빛이 사위고 별이 떠오르기 시작하면 순수했던 문학 소년은 별을 헤며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이름을 불러보았고, 이제 그 소년은 그들처럼 역사를 풍미한 별이 되었다. 혼란한 시대 탓으로 그가 저당 잡힌 시간에 대한 약간의 빚이 우리에게도 있다면, 부끄럽지 않은 세상을 만드는 일이 아닐는지. 그가 시를 쓴 것은 부끄럽지 않은 일이었음을, 시 한 편 쓰는 자유조차 허락하지 못했던 세상이 당신께 부끄러워해야 할 일임을 말이다. 


19세의 나이로 재가 되어버린 지하철 노동자의 죽음에 추모의 발길이 이어진다. 구조적인 문제로 고통 받고, 평범한 시간조차 누리지 못하고 떠나버린 젊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는 길은 나은 세상을 위한 꽃밭을 함께 고민하고 가꾸어 나가는 것일 게다. 


미완의 젊음이 남긴 짧은 기별이, 재가 되어버린 꿈이 훈풍에 실려 훨훨 날아 우리 가슴에 가라앉길, 그리고 꽃이 피어나길.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 윤동주 <서시> 중에서

3. [머니투데이][우리가 보는 세상] 다시 청춘, 좀 다른 청춘

언뜻 보고는 실내 전시용으로 붉은 벽돌에 박아놓은 전위적 목공예 작품인 줄 알았다. 그런데 살아 있었다. 바닥과 벽 사이 간신히 난 틈에서 자라난 나무는 벽돌을 하나하나 쥐고 구불구불 창틀 위까지 올라 양철 지붕으로 뚫린 구멍으로 나가더니 잎사귀들을 무성하게 뻗쳤다. 아이 얼굴만치 큰 잎들. 오동나무였다. 지붕 위 푸른 잎들은 그 아래 줄기와 뿌리가 처한 열악한 환경에 아랑곳없이 바람이 불자 햇빛을 튕겨내며 까불거렸다.


지난 5일 '동인천건축탐험대'가 들어간 곳은 인천 참외전로 172-41번지의 전시공간 ‘잇다스페이스’였다. 80여년 전엔 소금창고였고 일제시대엔 여자한증막, 15년 전까진 골목 서점이었던 이곳은 지난해 2월까지 폐허였다. 


정희석 잇다스페이스 대표는 자신의 목공예품을 쌓을 창고를 찾아 인천 골목을 헤매다 지쳐 담벼락에 잠깐 등을 기댔다가 이 곳 나무와 인연을 맺었다. 담배 피다 슬쩍 열어본 창고 안엔 지붕까지 침대, 찬장 따위 온 동네 쓰레기가 쌓여 있었고 어두운 실내를 더듬어 들어가자 가냘픈 새 잎 하나가 난데없이 마른 줄기에서 돋아 있었다고 했다. 정 대표는 그걸 보고 “아, 여기다” 했다. 


그는 밖에 ‘엄마나무’가 따로 있다며 일행을 옆집과 함께 쓰는 담장으로 이끌었다. 시멘트 바닥 위로 여자팔로 한 아름은 됨직한 그루터기가 솟았고, 그 위에 날 선 도끼가 놓여 있었다. 땅 위로 드러난 뿌리마다 도끼질 자국이 선명했다. 지금도 도끼질을 해줘야 한단다. 옆집 민원 때문이다. 오래전 베인 나무에서 뿌리가 계속 자라 옆집 구들장을 계속 들어 올린단다. 그 힘으로 나무는 시멘트로 뒤덮인 땅 아래를 뿌리로 더듬다가 깨진 지붕 사이로 떨어지는 햇빛과 빗물을 찾아내고 줄기를 뻗었을 것이다. 그 좁은 지붕이 뿌리에 다시 잎사귀를 올릴 기회, 다시 청춘을 줬다. 


다시 청춘을 찾아 사회적 경제 영역에 들어오는 베이비부머들이 꽤 많다. 어떤 청년들은 스펙 쌓기와 무한경쟁의 논리를 피해 청춘을 다르게 싶다는 생각으로 들어온다. 더러는 실망하고 더러는 상처 받는다.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도 기존의 경제 생태계 안에서 활동하는 조직 중 한 형태다. 한국 경제 생태계가 안은 한계에서 완전히 벗어나긴 어렵다. 한국의 사회적 경제는 잇다스페이스의 오동나무와 닮았다. 삶을 발현할 기회를 잃은 이들이 찾아낸 작은 기회, 작은 틈새다. 


사회적 경제에서 다시 청춘 혹은 다른 청춘을 찾고자 한다면, 필요한 건 아직 못 다 피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조금 다른 관계 혹은 조금 다른 관점이다. 동인천탐방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의중 대표는 서울 북촌에서 사회적기업을 준비하다 인천 송학동 한옥, 신흥동 대저택에 남아 있는 품격을 보고는 계획을 바꿨다. 뿌리를 옮긴 것이다. 


1920년대 얼음창고로 쓰였던 벽돌건물을 재생해 아내와 카페를 연 그는 인천막걸리 ‘소성주’ 회장집이던 한옥에서 살고 있다. 그는 뜻 맞는 건축가를 모아 30년은 더 건축재생에 몰입하고 싶단다. 100년 된 건물을 무너뜨리고 새로 지으면 20살짜리 그냥 건물이 되지만 재생해 다시 쓰면 120년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고 말했다. 건축물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4. [서울신문][이호준 시간여행] 완행열차와 함께 떠난 것들

해마다 6월이면 기차 여행을 떠난다. 녹음이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계절, 산천은 스스로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른다. 들판을 열어젖히며 달리는 기차의 창을 스치는 풍경은 얼마나 가슴 설레게 하는지. 이 무렵에는 자동차보다 기차를 타고 가는 여행이 훨씬 행복하다.


산들은 금방 머리를 감고 나온 새댁처럼 싱그럽고 강물은 노래하며 완보(緩步)로 흐른다. 강둑에는 미루나무 여린 잎들이 바람 따라 깔깔거리며 몸을 뒤챈다. 낮은 언덕에는 예배당 종탑이 우뚝 서 있다. 가슴을 활짝 열어젖히면 뎅뎅 푸른 종소리가 들판을 달려와 안길 것 같다. 간이역에서 내려 가르마처럼 뻗은 논길을 걸어가면 산 아래 낮게 엎드린 집에서 허리 굽은 어머니가 마중 나올 것 같다.


기차가 시골 역에 들어서면 사람 사는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주름이 깊어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노인 하나가 누군가 기다리고 있다. 열차가 서고 젊은 여인과 서너 살 정도 먹어 보이는 아이가 내린다. 노인의 얼굴에 순식간에 환한 꽃이 피어오른다. 고단으로 찌든 삶 어디에 저런 미소가 숨어 있을까. 시집간 딸과 손자가 다니러 온 모양이다. 할머니를 발견한 아이가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달려간다. 노인도 마주 달려간다. 걸음이 둔할수록 상봉의 감동은 웅숭깊다.


만남이 있는 곳에는 헤어짐도 있기 마련. 아빠와 엄마, 그리고 꼬마 형제가 기차에 오른 뒤 플랫폼에는 노인만 남았다. 노인은 떠나는 자식들을 향해 연신 손을 흔든다. 화살처럼 내리꽂히는 뙤약볕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손짓마다 이별의 아쉬움이 진하게 배어 있다. 하지만 얼굴 가득 피어난 미소는 끝내 지워지지 않는다.


6월의 여행은 가능하면 천천히 달리는 기차를 타고 간다. 역마다 서는 기차라야 제맛이 난다. 검은 연기를 내뿜던 증기기관차는 퇴역한 지 오래고 완행열차 자체가 시간의 뒷전으로 밀려났지만, 그 이름에 담긴 그리움은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시골 풍경 속을 지나다 보면 완행열차가 누비던 날들이 더욱 그리워진다. 그때의 기차는 민초들의 기쁨과 아픔까지 싣고 오갔다. 돈벌이를 찾아 도시로 가는 처녀도, 푸른 꿈을 품고 서울로 가는 청년도 기차를 타고 고향을 떠났다.


그 시절의 완행열차는 요즘의 기차처럼 안락하지 않았다. 자리 하나에 여럿이 끼어 앉기도 하고 통로에 아무렇게나 주저앉으면 그게 내 자리였다. 시큼한 땀 냄새와 억센 사투리도 함께 길을 떠났다. 손수건에 싸 온 삶은 달걀을 나눠 먹고 사이다 하나로 여럿이 갈증을 달래기도 했다. 그런 풍경 역시 옛날이야기가 됐다. 속도 경쟁에서 밀려 소박한 삶을 실어 나르던 열차도, 정겹던 풍경도 우리 곁을 떠났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빠르게 달리는 세상이 어지럽다. 분침과 초침에 쫓기는 삶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은 얼마나 많은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달려야 하는 일상 속에서는 나 자신조차 들여다볼 기회가 없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톱니바퀴 속의 부품으로 전락한 채 한세상을 쫓기다 갈 뿐이다. 천천히 가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각박한 세상살이에서 한발 비껴나 본래의 나를 찾고 싶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완행열차다. 그 열차 어딘가에는 오래전에 잃어버린 꿈이 길게 누워 있을 것 같다. 6월이면 느리게 달리는 기차를 타는 이유다.

5. [동아일보][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잘못된, 혹은 위험한 훈육법

동생의 팔을 주먹으로 때린 아이, 엄마는 “너, 동생 때리지 말라고 했지? 어디 너도 한번 맞아 봐. 동생이 얼마나 아플지 느껴 봐” 하며 아이의 팔을 주먹으로 때렸다.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는 동생의 아픔을 공감했을까? 그리고 다시는 때리지 말아야겠다며 깊이 뉘우쳤을까?


게임을 하루 30분만 하겠다는 아이가 오늘은 50분을 했다. 아빠는 한 달 동안 게임을 금지했다. 아빠는 아이와 미리 약속했기 때문에 정당한 벌이라고 생각했다. 아울러 이렇게 해야 한 달 뒤 다시 게임을 하게 되었을 때 이전보다 약속을 잘 지킬 것이라고 믿었다. 과연 아이는 다음에는 좀 더 잘 조절하게 되었을까? 


아이가 잘 놀다가 떼를 부리기 시작했다. 엄마는 무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너, 당장 네 방 ‘생각의 의자’에 가서 앉아!” 아이는 “싫어! 싫어! 안 가! 안 간다고!” 발을 쾅쾅 구르며 악을 썼다. 엄마는 발버둥치는 아이를 질질 끌다시피 하여 ‘생각의 의자’로 데려갔다. 아이는 의자 앞에서도 앉지 않으려고 두 다리를 뻗댔다. 엄마는 “어디!” 하며 억지로 의자에 앉힌 뒤 문을 쾅 닫았다. 그러고 꾸욱∼ 잠금장치를 눌렀다. “네가 뭘 잘못했는지, 잘 생각해 봐.” 아이는 “엄마, 열어! 열어!” 하면서 문을 주먹으로 치고, 발로 차면서 울부짖었다. 잠시 뒤 조용해졌다. 아이는 지금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중일까?


우리가 흔히 쓰는 훈육 방법 중에는 잘못된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대표적인 것이 앞의 세 가지이다. 우선, 폭력을 쓴 아이에게 폭력으로 되갚아 주는 ‘너도 똑같이 당해 봐’ 식의 훈육이다. 이런 방법은 훈육이라기보다는 폭력 교육이다. 아이가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을 오히려 약간 강화된 형태로 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나쁜 행동을 안 하기는커녕 훈육자의 공격성을 다시 모델링하여 더 폭력적이 될 수 있다. 절대 쓰지 말아야 하는 방법이다. 


다음은 ‘약속 어겼으니, 너 이제 못할 줄 알아’ 식의 훈육이다. 보통 게임이나 TV 시청 시간, 스마트폰, 용돈 등에 많이 쓰는 방법인데, 사실 적절히 제한만 하면 나쁜 방법은 아니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이 ‘적절히’를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 그 기간이 일주일, 한 달 정도로 너무 길다. 어린아이일수록 너무 길게 제한하면 못 견딘다.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몰라 몰라 약속하든지 말든지. 그냥 실컷 하고 혼나고 말지’가 된다. ‘적절히’란 하루, 이틀 정도이다. 어린아이일수록 제한은 짧게 두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아이에게 어떤 제한 설정을 할 때는 늘 조절이나 한계를 가르치기 위함이지, 기회를 박탈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는 요즘 인기 있는 ‘타임아웃’ 식의 훈육이다. 가정에서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도 ‘생각의 의자’ ‘생각의 방’이 등장하면서 이 방법을 정말 많이 쓴다. 타임아웃은 잘 쓰면 굉장히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좀 어려움이 있다. 예전 한 실험에서 동양 사람들과 서양 사람들에게 각각 넓은 운동장에서 자유롭게 서 있어 보라고 했다. 서양 사람들은 드문드문 섰다. 하지만 동양 사람들은 공간이 그리 넓은데도 다닥다닥 붙어 섰다. 우리 정서와 문화도 서로 밀착되고 붙어 있어야 안정감을 느낀다. 부모 자녀 관계에서도 부모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울고불고 매달리는 아이들이 많다. 이 때문에 타임아웃을 조금만 잘못해도 아이는 부모 혹은 교사가 자신을 거부한다고 느낄 수 있다. ‘생각의 방’에 안 간다고 우는 아이가 많은 것도, 어쩌면 이 때문이다. 벽을 보고 서 있으라는 벌도 아이는 타임아웃과 비슷하게 느낀다. 


더군다나 ‘생각의 의자’에 가서 앉으라고 말할 때, 우리 부모들은 너무 무섭다. 잘 적용하려면 감정은 빼고 약간 사무적으로 단호하게만 하면 된다. 타임아웃은 안정된 너의 공간에서 너 스스로를 진정시켜 보라는 것이다. 겁을 주거나 협박할 필요가 없다. 외국의 아이들은 타임아웃으로 가게 되는 장소를 ‘자신을 안정시킬 수 있는 공간’이라고 여기지만, 우리나라 아이들은 ‘벌을 받는 독방’이라고 느낀다. 우리의 문화와 정서를 고려해볼 때, 나는 타임아웃이 필요한 순간이라면 부모가 아이와 마주 앉아 가만히 지켜보면서 진정할 시간을 주는 것이 훨씬 더 적당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훈육은 아이 성질이 나빠서 혼내고, 아이 잘못을 벌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 꼭 알아야 하는 옳고 그름을 가르치고, 조절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훈육은 부모의 권리가 아니라 의무이며, 아이에 대한 더 큰 사랑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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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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