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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6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지속될지 의문이다

정부가 새로 만든 국가브랜드라며 ‘CREATiVE KOREA(창의 한국)’를 선보였다. 대(對)국민 공모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대한민국의 핵심 가치로 도출된 ‘창의’, ‘열정’, ‘화합’ 가운데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미래가치로 ‘창의’를 선택했다는 게 문화체육관광부의 설명이다.

문체부는 새 국가브랜드가 만들어진 만큼 앞으로 국내외에서 이를 적극 홍보할 방침이라고 한다. 내달 열리는 리우올림픽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등 국제행사에서도 활용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KBS 인기연속극 ‘태양의 후예’의 주인공인 송중기·송혜교와 바둑기사 이세돌, 피아니스트 조성진, 남성 5인조 빅뱅 등이 출연하는 홍보 영상을 CNN이나 BBC 등 외국 매체에서 방영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하 지만 세간의 반응은 영 신통찮다. 무엇보다 전혀 창의적이지 않다는 게 문제다. 문체부가 내세우는 ‘한국다움’의 근거를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이런 뜬구름 잡기 식의 추상적 구호로 세계에서 과연 통하겠느냐는 힐난이 쏟아진다. 얼마 전 ‘I. Seoul. You.’라는 해괴망측한 구호로 국내외에서 두루 망신당한 서울시를 본받으려고 작정이라도 했단 말인가. ‘CREATiVE’에서 ‘i’는 영어 소문자가 아니라 천지인(天地人)의 ‘인’이란 대목에선 지나가는 소도 웃을 노릇이다.

지 속성도 의문이다. 전임 정부가 심혈을 기울였고, 국내외에서 가시적 성과도 꽤 있었던 ‘녹색 성장’을 휴지조각으로 만든 현 정부가 임기를 1년 반 남짓 남겨 놓고 내놓은 구호를 다음 정부에서 이어받으리라고 기대한다면 어리석거나 오만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국가브랜드가 국정기조인 ‘창조경제’와 혼동된다는 지적에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천연덕스럽게 응수했지만 이번 새 국가브랜드도 미래창조과학부나 창조경제처럼 박근혜정부의 임기 종료와 함께 용도 폐기될 공산이 크다.

사족(蛇足) 같지만 어문정책의 주무 부처인 문체부가 ‘한국다움’을 내세우는 자리에서조차 ‘크리에이티브’, ‘브랜드’, ‘이미지’, ‘로고’, ‘키워드’, ‘슬로건’ 등의 외래어를 마구 쏟아내는 것도 몹시 마뜩잖다. 무책임 행정의 표본이나 다름없다. 국어 사랑이 국민에게만 강조할 덕목은 아닐 게다.

2. 공정위 SK·CJ 합병 불허 온당했는가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 로비전에 대한 인수·합병(M&A)을 끝내 불허했다. M&A가 성사될 경우 불공정 행위 등 각종 폐해가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를 들어 주식취득 및 합병금지 명령을 내린 것이다. 두 회사의 합병이 이뤄지면 방송권역 대부분에서 1위를 차지하게 됨으로써 독과점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여겨진다.

그러나 시장경제에 부응하는 결정이라고 간주하기는 어렵다. 공정위가 시장을 너무 엄격한 기준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불평이 나올 법도 하다. “이런 식이라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냐”는 푸념도 들려온다. 심사에 무려 7개월을 끌고도 불허로 방침을 굳힌 것은 무책임한 처사이기도 하다. 두 회사가 그동안 M&A 건으로 거의 업무공백 상태에 이르렀던 것을 자업자득이라고만 돌리기에는 너무 야박하다.

시 장 공정성이 침해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우려가 틀렸다는 얘기가 아니다. 두 회사가 결합하게 되면 이로 인한 시장 재편 속도와 폭은 상상 범위를 넘어설 게 틀림없다. 결국 급격한 쏠림 현상으로 방송통신 생태계가 위협받을 수도 없지 않다. 경쟁사인 KTLG유플러스 측이 두 회사의 합병에 극구 반대하고 있는 것도 그런 논리였다. 그러나 문제가 생기면 적극 보완해가면 될 일이었다.

무 엇보다 지금의 통신방송 시장이 서로를 연계한 결합상품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업계 판도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해서 변화를 통한 성장동력의 싹을 자른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번 M&A를 통해 7조 5000억원의 생산효과와 4만 8000명의 고용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SK측의 주장을 전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도 그 일말의 기대조차 단숨에 날아가 버린 셈이다.

한 가지 주목되는 것은 현대원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여부다. 그가 서강대 신방과 교수로서 KT 사외이사를 맡아 이번 M&A에 부정적인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미디어 전문가로서 현 수석의 개인 견해를 존중하지만 이번 심사에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를 바란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 꼴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신문]

3. OECD 3위 세비, ‘눈먼’ 특수활동비 다 줄여야

정 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그제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회의원 세비(歲費·월급)를 절반으로 줄이자”고 제안했다. 20대 국회 초반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일환이었다. 우리는 현실성 여부를 떠나 다수 국민이 그의 제안에 공감할 것으로 본다. 노 원내대표의 지적처럼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의원 세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 중 3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의원들이 당리당략을 떠나 오로지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헌신해 국민의 마음속에 희망의 싹을 틔웠다면 세비가 논란거리가 됐겠나. 국민이 세비 유지에 싸늘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의원들이 민생을 외면하고 특권 유지에 연연했던 업보일 것이다.

그제 노 원내대표가 본회의장에서 ‘반값 세비’나 특수활동비 폐지 등을 거론했을 때 여야 의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었던 모양이다. 어쩌면 노 의원 본인도 내심 자신의 제안이 전폭 수용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그의 제안을 때만 되면 나오는 인기영합성 발언으로 치부하기도 어렵다. 20대 의원의 세비가 연 1억 4000만원으로, OECD 회원국 중 1인당 국민소득에 견줘 미국·일본 다음이라는 통계를 보라. 임기 중 겸직 금지를 고려하더라도 항공기와 KTX 무료 이용에다 연 2회 이상 해외 시찰, 그리고 정책개발비 지원 등 온갖 혜택을 고려하면 미·일에 비해서도 결코 낮지 않다. 굳이 “세비를 반으로 줄여도 근로자 평균임금의 세 배”라는 노 의원의 지적을 들먹일 필요도 없을 정도다.

이처럼 우리나라 세비는 의원 1명을 유지하는 데 드는 전체 국고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그런데도 국민은 ‘반값 국회’도 아닌, ‘반값 세비’가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까닭이 뭐겠나. 진영 논리에 갇혀 무한 대치를 일삼는 여야가 세비 인상 등 의원 기득권 지키기에는 늘 한통속이었음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야당 의원이 지난달 13일 개원한 20대 국회에서 첫달치 세비 880만원을 받고 너무 적다고 푸념하는 판이 아닌가. 혹여 ‘반값 세비’에 냉소적인 의원들이 있다면 얼마 전 외신을 통해 전해진 미국 메인주 지사 부인의 사례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해산물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가계를 돌보면서 불과 연봉 7만 달러(약 7900만원)를 받는 주지사 남편을 내조한다니 말이다.

박봉에도 민주주의를 꽃피우고 있는 선진국 의회에 비춰 우리 국회의 자화상은 노 의원의 말처럼 부끄럽다 못해 처절하다. 그런 측면에서 세비의 다과보다 더 큰 문제가 의원들이 국고를 불투명하게 축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19대 국회에서 특수활동비를 유용해 물의를 빚은 사례가 어디 한둘이었나. 한 여당 상임위원장은 부인 생활비로, 다른 야당 위원장은 자식 해외 유학비로 특수활동비를 탕진한 게 한국적 특수성이 아닌가. 그러고도 문제점을 고친다더니 그때뿐이었다. 여야는 차제에 세비나 특수활동비를 다만 얼마라도 줄이고 투명하게 사용함으로써 20대 국회에서는 떳떳한 의정 활동을 하기 위한 자계(自戒)의 징표로 삼기 바란다.

4. 구청 없애 시·동 체계로 주민 편하게 한 부천시

경 기도 부천시가 주목할 만한 ‘행정개혁’을 해냈다. 부천에서는 그제부터 원미·소사·오정 등 3개 구청이 사라졌다. 구청을 둔 지 28년 만이며 구청을 없앤 것은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이다. 관료 사회의 속성상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행정 조직을 만들기는 쉬워도 일단 만들어진 조직을 없애기는 어렵다. 조직을 만들어 놓으면 인력과 예산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작은 조직 하나 없애려고 해도 반발이 만만찮은 게 현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부천시가 3개의 구청을 없애는 ‘용단’을 내린 것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다른 지자체들도 배워야 한다.

부천시의 이번 조치가 의미 있는 것은 단순히 구청을 없애는 차원이 아니라 행정의 통합을 통해 주민 편의를 위한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부천시는 기존의 시·구·동 3단계의 행정 체계에서 구를 없애 2단계로 한 단계 줄이는 대신 10개의 행정복지센터를 뒀다. 이 센터는 몇 개 동을 묶어서 책임동(洞) 역할을 맡는다. 동사무소의 역할뿐만 아니라 시·구청의 업무도 함께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과거 서류를 하나 떼려고 해도 동사무소에 들른 뒤 구청, 시청에 가야 일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청소, 도로 보수 등 생활민원은 이 센터에서 즉시 처리가 가능하다. 구청에서 하던 간단한 인허가 등록이나 신고 업무 등도 이 센터에서 한 번에 할 수 있게 됐다. 이 센터가 작은 구청인 셈이다.

그뿐이 아니다. 행정 기능에 복지 기능도 강화됐다. 보건소를 따로 찾지 않아도 이곳의 ‘100세 건강실’에서 치매· 우울증·콜레스테롤 등 건강 검진과 상담도 할 수 있다. 구인·구직 상담도 가능하다. 이런 주민 밀착형 서비스를 가능케 하려면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만 부천시는 별도로 공무원을 늘리지 않았다. 없앤 구청에서 일하던 인력 300명을 행정복지센터 등으로 재배치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구청사를 도서관이나 공동육아센터 등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3000억원의 예산절감 효과도 거둔다 하니 주민들이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경기도 수원·성남 등 6개 도시는 행정자치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으로 조정교부금을 다른 이웃 도시에 나눠 줘야 할 상황이 되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부천시는 ‘예산타령’ 없이 발상의 전환만으로도 주민들을 위한 생활행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줬다.

5. 뇌물, 갑질에 성매매까지, 미래부 왜 이러나

미 래창조과학부 소속 서기관이 성을 매수하다 현장에서 적발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지난 3월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소에서 술을 마신 뒤 일행과 함께 성매수를 하려고 인근 호텔로 이동했다가 첩보를 입수하고 현장에서 잠복근무 중이던 경찰에 성매매처벌법 위반 현행범으로 체포됐다는 것이다. 성 상납 의혹까지 제기되는 만큼 엄정하게 수사해야만 한다. 행정고시 출신의 간부급 공무원이 버젓이 성 매수를 한 것도 놀랍지만 거리낌 없이 유흥업소를 출입했다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다. 미래부의 기강해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미래부 간부급 공무원의 ‘탈선’은 너무도 빈번하다.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롯데홈쇼핑 전·현직 대표가 미래부 간부급 공무원 3명에게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라고 한다. 홈쇼핑 채널 재승인 과정의 금품 로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이들의 금융거래 내역을 추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3명에 대해서는 이미 감사원도 재승인 심사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요청한 바 있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간부급 공무원들이 업체와 유착해 ‘짬짜미’했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미래부는 별것 아니라는 태도다. 의혹의 당사자를 민간근무휴직 대상자로 추천해 중견기업의 임원으로 일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징계를 앞둔 상황에서 어떻게 기업에 파견 근무를 시킬 생각을 할 수 있었는지 미래부의 도덕불감증이 놀랍기만 하다. 앞서 지난달에는 미래부 소속 한 사무관이 프랑스 출장 중 산하기관 직원에게 아들의 영어 작문 숙제를 시켜 ‘갑질’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들이 과연 어떤 공직관, 국가관을 갖고 근무해 왔는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이 정도면 미래부가 아니라 비리부라고 할 만하다”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미래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창조경제의 기반을 닦기 위해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신설한 정부 부처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한다는 취지가 부처 이름에 담겨 있다. 하지만 소속 공무원들의 심각한 기강해이를 보면서 미래부에 과연 미래를 맡길 수 있는지 솔직히 걱정스럽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14년 7월 최양희 장관 취임 후 총 38명의 미래부 공무원에 대한 징계 의결 요구가 있었다고 한다. 금품과 향응을 받은 사례만도 10건이나 된다. 흐트러진 기강을 즉각 다잡지 않는다면 미래부에 미래는 없다.

[중앙일보]

6. 경제·복지엔 여야가 없음을 보여준 의원 이념조사

중 앙일보와 한국정치학회가 20대 국회의원 2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책·이념조사 결과 새누리당 의원의 55%가 법인세 인상에 찬성한다고 답변했다. 야당의 전유물이었던 법인세 인상론에 여당 의원 과반수가 동조한 것이다. 특히 김무성 전 대표, 서청원 의원 등 당을 이끌어온 원로·중진까지 ‘점진적’이란 전제를 달긴 했지만 법인세 인상에 찬성한 건 눈여겨볼 대목이다.

고용·복 지에서도 여야 간 수렴현상은 두드러졌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해 보호조치를 확대하고 소득수준에 따라 무상보육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새누리당 의원이 10명 중 8~9명에 달했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해 온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사드) 체계 도입 같은 민감한 사안을 제외하면 중도로의 수렴현상이 드러났다. 북한의 도발이 끊이지 않는 와중임에도 새누리당 의원의 72.8%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늘려 북한을 개방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응답한 게 대표적이다.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서도 새누리당 의원들 상당수가 ‘지나친 조치’라며 야당과 같이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사회·치안 분야도 마찬가지였다. 수사기관의 도청이나 학교 체벌에 대해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의원들 대부분이 “반대한다”고 답변했다.

이렇게 여당이 야당과 동조화 경향을 보이면서 의원들의 전반적인 이념지수도 4년 전보다 진보 경향성이 강해졌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보다 진보 성향인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다. 이 같은 의원들의 의식 변화는 이들을 20대 국회에 입성시켜 준 민심의 변화에 따른 결과일 것이다. 유권자들은 4·13 총선을 통해 성장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복지·인권도 챙기라는 분명한 시그널을 보냈다. 이런 민심의 요구에 부응하려면 당파를 초월한 대타협 외엔 길이 없다는 것이 이번 조사 결과 드러났다. 민생엔 여야가 없다는 상식이 재확인된 셈이다. 사회 정의에 대해서도 여야 의원들 간의 인식 격차가 줄어든 게 확인된 점도 의미 있다. 치안을 빙자해 마구잡이 도청을 자행하거나 ‘사랑의 매’란 미명 아래 학생들에게 가하는 체벌은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허용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당파를 초월해 의원들 인식에 반영된 것이다.

정치인과 유권자의 정책 선호를 통해 이념을 파악하는 이념지수는 2002년 중앙일보와 정당학회가 한국 언론 사상 처음으로 개발했고, 이후 지역과 인물 중심의 낡은 정치 패러다임을 정책과 이념 중심으로 전환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됐다. 여야는 이번 조사 결과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 민생만큼은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또 입법 과정에서 인권·법치 등 사회의 상식이 된 가치가 훼손되지 않게끔 하는 데도 손을 맞잡아야 할 것이다.

이번 조사를 보면 상당수 의원들이 당론에서 벗어난 유연하고 현실적인 인식을 갖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여야 지도부는 의원들에게 당론을 따르라고 강요만 할 게 아니라 소신에 따라 교차투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 민의를 충실히 반영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7.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만 내놓는다고 저절로 되나

정 부가 어제 ‘서비스 경제 발전 전략’을 내놓았다. 굵직한 것만 따져도 이 정부 들어서만 7번째다. ‘서비스산업 정책 추진 방향 및 대책’ ‘고부가가치 사회 서비스 일자리 창출 방안’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 활성화 대책’ 등 경제부총리가 누구냐에 따라 이름만 조금 바뀌었을 뿐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보건·의료, 관광, 콘텐트, 교육, 금융, 소프트웨어, 물류 7대 유망 산업도 똑같다. 규제를 풀고 진입 장벽을 낮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겠다는 골자도 그대로다.

서비스산업에 정부가 목을 매는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일자리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중심축이었던 제조업과 수출은 더 이상 양질의 일자리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은 경쟁력을 급속히 잃고 있고 수출도 세계 경기 침체로 맥을 못 추고 있다. 1990년 이후 20여 년간 제조업 일자리는 90만 개가 줄었지만 서비스업 일자리는 800만 개 넘게 늘었다.

글로벌 경제도 제조업 위주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산업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게다가 최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로 글로벌 경제엔 보호주의와 신고립주의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맞서는 데도 서비스업이 필수다. 이제 서비스업 활성화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됐다는 얘기다.

대책만 놓고 보면 정부의 청사진은 별로 나무랄 데가 없다. 문제는 실천이다. 매번 이해집단의 반발과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한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이번에도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국 회부터 달라져야 한다. 6년째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부터 이번 20대 국회가 통과시켜야 한다. 입법 지원 없이 정부 혼자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더 노력해야 한다. 산업 현장의 풀뿌리 규제를 앞장서 풀고 산업 간, 기업 간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시행령을 고쳐서라도 일이 되도록 하는 등 정부가 할 일부터 제대로 한 뒤 국회 탓을 해도 해야 할 것이다.

8. 대통령·유승민 오찬, 국정운영 전환점이 돼야

박 근혜 대통령이 모레 새누리당 의원 전원과 오찬 간담회를 갖는다. 3주일 전 복당한 유승민 의원도 참석한다. 여소야대 국회가 출범해 여권엔 위기감이 큰 상황이다. 국회 권력을 쥔 거대 야권은 각종 청문회 요구 등으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총선 패배 후 계파 갈등이 오히려 커진 새누리당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전당대회, 유승민 의원 복당 문제로 내홍 중이다. 그런 만큼 오찬 간담회에 쏠리는 관심과 기대는 각별하다. 1년 전 ‘배신의 정치’ 발언으로 촉발된 당내 계파 갈등과 공천 파동, 총선 참패의 후유증을 털어내고 소통 정치, 화합 정치로 전환하는 장(場)이 되길 바라는 것이다.

그러려면 대통령이 친박 계파 해체를 선언하고 유승민 복당을 받아들여야 한다. 또 청와대 거수기에 불과했던 집권당의 위상도 재정립해야 한다. 친박 패권주의 공천과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을 심판한 게 지난 총선의 민의였다. 수직적 당청 관계를 포함한 대통령의 상황 인식, 국정운영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라는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충격적 패배에도 대통령은 국민 앞에 “잘못했다”는 사과 한마디 없고 새누리당은 ‘도로 친박당’ 조짐이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할 친박계에선 ‘최경환 안 나오면 당대표는 서청원’이란 추대론까지 확산된다고 한다. 친박 공천이나 친박 마케팅에 대해 대통령은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잘라 버렸다.

현 정부에서 여당 의원 전원이 청와대로 초청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선 두 번의 오찬 간담회는 대통령이 주문하고 압박하는 분위기였다. 이번에도 대통령이 ‘협조’만 되뇌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그 러나 이번엔 확 달라진 대통령의 리더십을 기대한다. 남 탓을 하는 건 국정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할 대통령의 몫이 아니다. 같은 이유로 다음 달로 예정된 국회의장단·상임위원장단 회동 역시 과거처럼 갈등만 키운 만남으로 끝나면 곤란하다. ‘국회 심판론’에 매달렸던 그동안의 인식에서 벗어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세계일보]

9. 서해 불법조업, 중국정부 발 빼면 실력행사 나서야

서해는 불법조업하는 중국 어선으로 인해 무법천지로 변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은 어제 제9차 어업문제협력회의를 열었다. 우리 정부는 가시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을 중국에 촉구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접 수역에서의 불법조업을 막기 위해 중국의 단속선을 상시 배치해 어획물 운반선을 차단하고, 중국어민 교육과 계도를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불법조업 실상을 담은 영상과 통계자료도 자세히 보여줬다고 한다. 중국 쪽에서는 이렇다 할 실질적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서해의 불법조업은 탁상공론만 주고받을 수 없는 심각한 상태다. 해양수산부의 조사 결과 서해 NLL 주변 해역에서는 지난해 월 평균 4300∼8700여척이 불법조업을 했다. 서해 NLL 주변이 중국 어선에 점령당한 것에 진배없다. 북한이 조업권을 중국에 팔아넘긴 뒤 불법조업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한강하구 NLL을 떼를 지어 넘어오는 판이다. 서해 모든 해역에서 불법조업하는 중국 어선은 수만척에 이를 것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불 법조업은 재앙으로 변하고 있다. 촘촘한 그물망으로 치어까지 싹쓸이하니 어족자원이 남아날 리 만무하다. 올해 봄어기 꽃게 어획량이 70% 이상 줄어든 것도 어족자원 고갈의 실상을 잘 말해 준다. 풍어를 기대하던 우리 어민의 가슴에는 절망만 가득하다.

중 국정부는 실질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수만척에 이르는 어선을 단속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말이나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중국정부가 불법조업을 방치하는 것은 서해 중국쪽 해역의 어족자원이 고갈되다시피 하면서 어려워진 어민의 처지를 배려한 측면이 크다. 그렇다고 이웃나라의 어족자원 도둑질을 용인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의 범죄행위다.

중국정부가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 정부가 불법을 뿌리 뽑아야 한다. 정부는 중국 어선의 저인망식 조업을 막기 위해 서해 NLL 주변 해역에 80여개의 인공어초를 설치하기로 했다. 인공어초 설치만으로 광활한 바다에서 저지르는 불법조업을 막을 수는 없다. 실질적인 해결책은 강력한 단속이다. 우리의 공권력을 무시하고 이루어지는 불법조업을 실력행사로써 대응해야 한다. 정선 명령에 응하지 않는 중국 어선에 대해서는 발포를 허용해야 한다. 무법천지로 변하는 우리의 바다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

10. 친환경시대 열 신재생에너지 성공 관건은 지속성

정부가 에너지신산업에 42조원을 투자한다는 굵직한 대책을 내놨다.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1300만kW 규모의 발전소를 확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삼성전자와 같이 대규모 사업장에 태양광발전소로 생산한 전력을 판매하는 기업형 프로슈머 사업자가 탄생하고, 자가용 태양광이 생산한 전력은 무제한으로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어제 에너지 미래전략위원회 출범식에서 발표한 ‘에너지신산업 성과 확산과 규제개혁 종합대책’의 내용이다.

새 정책이 시행되면 신재생 발전 비율은 2029년까지 20.6%로 높아져 발전 용량이 석탄화력발전의 절반에 이른다고 한다. 에너지신산업 수출도 지난해 49억달러에서 2020년 207억달러로 4배 이상 늘어난다. 신재생 분야에서만 2020년까지 내수 12조원, 고용 3만명 창출이 기대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그야말로 장밋빛 친환경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정부가 향후 산업 육성의 방향을 에너지신산업으로 잡은 것은 바람직하다. 우리나라의 공기질이 세계 최하위권으로 추락한 현실에서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은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인도·중동 등 신흥국, 글로벌 기업도 에너지신산업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최근 미세먼지 파동으로 음식점 영업까지 규제 대상으로 거론되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문제는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실천이다. 공기 질은 한두 해 반짝 투자한다고 갑자기 좋아지지 않는다. 기후변화 정책은 연속성이 중요하고 최소 10년 단위의 장기전략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교체될 때마다 정책의 골간이 송두리째 바뀌기 일쑤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명박정부가 추진했던 녹색성장이다. 이 정책은 전임 정부 시절에 유엔 산하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 등을 국내에 유치할 정도로 상당한 성과를 냈지만 박근혜정부가 들어서자 종적을 감췄다.

좋 은 정책도 정권의 구미에 맞춰 단기 성과에 집착하면 용두사미가 되기 십상이다. 어제 발표된 신재생 정책 역시 짧게는 2020년, 길게는 2029년에 이르는 장기 비전을 담고 있다. 만약 다음 정부에서 또다시 권력자의 입맛에 따라 변질된다면 정책은 소기의 성과를 내기 어렵다. 기후변화대책은 범국가적 차원에서 백년대계로 추진돼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이데일리][특파원의 눈] 뻥튀기, 그리고 한식의 재발견

올해도 전 세계 2550개 식품업체가 참여해 18만개의 새로운 식품을 선보였다. 단 사흘동안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남미의 식당 관계자와 식품 유통업자 5만여명이 전시장을 찾았다.

이탈리아관 옆에 큼지막하게 자리를 잡은 한국 식품관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건 다름 아닌 쌀과자다. 이른바 ‘뻥튀기’.


한국인에게 뻥튀기는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음식이지만 난생처음 맛을 본 외국인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뻥튀기를 극찬했다.

뉴욕의 유명 레스토랑 세프이자 뉴욕 요리전문학교 ‘내추럴 구오메이 인스티튜트’ 교수 제이 와인스타인은 뻥튀기 맛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풍미가 있으면서도 바삭한 느낌이 나지만 어느새 입안에서 녹아 사라진다. 결코 포만감을 주지 않는 환상적인 맛이다.”

미국 대형 식재료 유통업체 KeHE 디스트리뷰션의 구매담당 에이전트 존 발렉은 유통업자답게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랐다.

“2주 전에 처음으로 뻥튀기를 접했는데 단번에 제 시선을 사로잡았어요. 이건 언제 어디나 들고 다니며 먹을 수 있을 만큼 간편하고 맛도 훌륭한데다 다이어트에 좋은 식품이잖아요. 제가 지금껏 찾던 바로 그 식품이에요.”

요즘 미국의 스낵 트랜드가 기름에 튀기지 않은 구운 스낵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는데 한국의 쌀과자가 그 흐름에 딱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 10년째 쌀과자 사업을 해온 한국 중소기업 델리스의 김형섭 대표도 “올해부터 사업이 성과를 낼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사실 뻥튀기뿐만이 아니다. 한식 전체가 미국에서 재평가를 받으며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베트남의 한 허름한 식당에서 쌀국수를 먹는 장면이 공개돼 유명해진 미국인 셰프 앤서니 부르댕은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에서 가장 대중화되고 있는 음식으로 ‘한식’을 꼽았다.

그는 “한식은 매우 맛있고 흥미진진하다”면서 “한식은 모든 이들이 원하고 갈구하는 음식이다. 맵고 파격적이며 발효된 모든 맛이 다 있어 잘 나가는 아이들(cool kids)이 원하는 바로 그 음식”이라고 말했다.

뉴욕 맨해튼의 유명 한식당 ‘단지’를 이끄는 후니 김 세프도 한식의 위상이 달라졌다고 했다. ‘단지’는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레스토랑 평가서 ‘미슐랭가이드’로부터 최초로 별 등급을 받은 한식당이다.

“불 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매운맛이나 마늘맛 같은 걸 뉴욕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정말 달라졌습니다. 서양 사람들 입맛에 맞게 변형한 한식이 아니라 된장찌개 같은 정통 한국의 맛을 찾는 분위기에요.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실감합니다.”

이런 분위기는 숫자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올 들어 5월까지 한국의 미국 수출액은 작년보다 3.2% 감소했지만 유독 농식품의 미국 수출은 13% 늘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신현곤 뉴욕지사장은 “한국 음식에 대한 미국인 인지도가 높아졌고 무엇보다 미국 유명 쉐프들이 올해 주목하는 음식으로 한결같이 한국 음식을 꼽고 있다”면서 “한국 농식품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한식은 어느새 세계적인 ‘상품’으로 우뚝섰다.


2. [서울신문][이호준 시간여행] 소금꽃이 피기까지

물 을 흠뻑 머금은 초목이 활기차게 생명을 노래한다. 비구름이 잠시 물러난 사이 잘 벼린 창날 같은 햇살이 길 위로 연신 곤두박질친다. 저만치 푸른 바다가 포식한 짐승처럼 게으르게 누워 있다. 남도로 가던 길, 전북 부안의 곰소 염전에 들른 참이다. 소금이 익어 가는 모습을 보러, 저녁노을이 아름다워서 가끔 찾는 곳이다.

목이 마른 뭇 생명에게는 천금 같은 비지만, 이곳에서는 햇볕 한 줌이 더 귀한 대우를 받는다. 염전이라고 사시사철 소금을 만드는 건 아니다. 보통 4월 중순에 시작해 9월 말까지 바닷물을 졸인다. 그러니 한여름에 쏟아지는 뙤약볕이 소중할 수밖에 없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염전 길을 걷는다. 결정지에도 소금꽃은 피지 않았다. 비가 내린 탓이다.

여기서는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길게 뻗은 수로들이 바다가 부풀어 오르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염분 듬뿍 머금은 바닷물을 데려올 것이다. 누구는 바닷물을 가두기만 하면 소금이 생기는 줄 알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다. 복잡한 과정을 거치고 땀방울이 섞여야 소금 몇 말을 얻을 수 있다.

저장지로 끌어들인 바닷물은 1차 증발지에서 어느 정도 졸인 다음 2차 증발지로 보낸다. 이곳에서 염도가 정점에 오른 소금물을 마지막으로 보내는 곳은 결정지. 맑은 날 새벽 결정지에 도착한 소금물은 하루 종일 졸여져 저녁 무렵이면 하얗게 엉기기 시작한다. 이런 상태를 두고 소금꽃이 핀다고 한다.

소금꽃은 저절로 피어나는 게 아니다. 햇볕은 물론 적당한 바람과 사람의 땀을 품어야 피는 꽃이다. 염전에서는 바닷물뿐 아니라 시간도 함께 졸인다. ‘시간의 뼈’가 순백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소금은 계절, 햇볕, 바람은 물론 만들어지는 시간에 따라 굵기와 맛이 달라진다. 북서풍이 부는 날 엉긴 소금은 단단하고 굵으며, 동풍이 부는 날 거둔 소금은 밀가루처럼 곱다고 한다. 환경에 따라 맛이 쓴 소금도 생산되고, 짜기만 한 소금이 있는가 하면 짜면서 향기로운 소금도 나온다.

소금을 만드는 이들의 일상은 고단하다. 그들의 몸이 태양 아래 까맣게 탈수록 하얗고 맛좋은 소금이 태어난다. 느닷없이 비라도 내리면 마음까지 까맣게 탄다. 애써 조린 소금물에 빗물이 섞이면 모두 헛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노심초사해도 바닷물 열 말을 졸여야 겨우 한 되의 소금을 얻는다고 한다. 한여름 볕이 좋을 때는 사나흘 만에 거두기도 하지만 봄가을은 보통 열흘에서 스무 날까지 걸린다. 결국 찔레꽃처럼 하얀 소금을 빚어내는 것은 땀과 시간이다.

요즘은 바닷가에 가도 염전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재래식 염전이 사라진 것은 오래전이다. 활차 대신 양수기가 바닷물을 퍼 올리고 비닐장판이나 타일 위에서 졸여진 소금을 거둔다. 그렇게 해도 중국산 저가 소금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다. 어느 염전은 세파에 떠밀려 새우 양식장으로 변했고, 어느 곳은 생태공원으로 바뀌었다. 소금의 질이 좋기로 소문난 이곳 곰소 염전도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근래에는 몇몇 천일염전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게라도 보존돼서 후세에게 소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 줬으면 좋겠다. 바닷물이 기다림을 거쳐 하얗게 꽃을 피우는 그 경이로운 과정은 세월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는 가르침이 될 테니.


3. [동아일보][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가르쳐야할 때 혼내면 미움만 남아요

초 등학교 1학년 재현이가 알림장을 또 적어 오지 않았다. 학기 초에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러 번 말했음에도 실수가 계속 반복되자, 엄마는 좀 화가 났다. 아이를 앉혀 놓고 무섭게 말했다. “앞으로 딱 세 번만 봐 줄 거야. 세 번이 넘으면 ‘자’로 한 대씩 맞는 거야.” 그렇게 엄포를 놓았건만, 아이는 금세 그 세 번을 넘어버렸다. 엄마는 30cm 자를 들고, “자, 손 대! 엄마가 잘 적어 오라고 했어? 안 했어?”라고 했다.

아 이들에게 부모의 행동 중 가장 싫은 것을 물으면 ‘혼내고 야단치는 것’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다. 그 부모들을 불러 “왜 아이를 혼내세요?”라고 물으면, “아니, 아이가 잘못하는데 가만둡니까? 잘 가르쳐야지요”라고 한다. 내가 “아, 가르친 거네요. 그럼, 가르쳐야지 왜 혼내세요?” 하면 대부분 당황한다. 재현이도 지금의 상황을 알림장을 안 써 와서 ‘혼나는 것’이라고 느낄 것이다. 이에 반해 엄마는 알림장을 잘 써와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 부모들은 뭔가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혼내고 야단치는 것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뭔가를 가르칠 목적이라면 혼내고 야단쳐서는 안 된다.

가르친다 는 것은, 아이 입장에서는 뭔가를 새롭게 배우는 것이다. 배운다는 것은 뇌에 새로운 정보를 저장하는 일이다. 뇌에 정보가 저장되려면, 같은 정보가 여러 번 반복되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보가 응축되는 과정에서의 감정 경험이다. 그 경험이 좋아야 정보가 잘 저장된다. 뇌의 기억·학습을 담당하는 부위와 감정·정서를 담당하는 부위는 매우 가까워서 서로 많은 영향을 주는데, 공포나 두려움, 싫음, 불안 등 부정적인 정서가 너무 강하면 지식이나 정보가 잘 저장되지 않는다. 그래서 뭔가를 배울 때 계속 혼이 나면 제대로 배워지지 않는다.

혼내면서 가르치면, 정보 저장이 잘되지 않을 뿐 아니라 부모 자녀 관계에도 치명적이다. 아이는 기분이 나빠지고 서러운 마음에 눈물까지 난다. 그런데 부모는 가르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아이 모습이 마음에 안 든다. “넌 내가 이렇게 좋은 얘기를 해주는데, 왜 울고 그래?”라고 하면서 버럭 화까지 낸다. 아이는 더 서러워진다. 너무 자주 혼나거나 어쩌다 한 번이지만 너무 심하게 혼났다고 생각되면,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한다. 부모의 행동이 ‘미움’으로 각인된다. 그때 어떤 이유로 혼났는지 잘 기억나지 않아도 아이 마음속에는 부모가 준 ‘미움’은 새겨진다.

아 이의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고 뭔가를 가르쳐줄 목적이라면, 방식도 가르치는 형태여야 한다. 가르친다는 것은 정확한 핵심을 얘기해주고, 뭐가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것이다. 감정적으로 격분하고 화를 낼 필요가 없다. 아니, 부모가 감정적으로 안정되지 않을 때는 뭔가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잘못하면 가르침은 고사하고 아이를 공격할 수도 있다. 아이의 행동을 진정으로 교정하고 싶다면, 뭔가를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면, 정말 친절히 아주 여러 번에 걸쳐서 가르쳐줘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바뀌고 배울 수 있다.

어떤 부모는 반문한다. 아무리 친절히 가르쳐주어도 아이의 행동이 계속 바뀌지 않더라고. 역시 매를 들어야 효과가 빠르더라고. 아이가 빨리 행동을 바꾼 것은 그저 아프기 때문이다. 아프니까 무서우니까 잠깐 그렇게 행동한 것뿐이다. 부모의 가르침이 내재화되어서 ‘아, 이것이 옳지 않구나’라는 것을 배워서가 아니다. 아무리 잘 가르쳐줘도 아이가 행동을 교정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부모들은 종종 말한다. “딱 세 번은 참을 거야. 그 다음부터는 혼날 줄 알아.” 나는 이런 부모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당신의 미숙함을 딱 세 번 만에 고칠 수 있습니까?” 어른도 못 할 일이다. 그런데 어린아이에게는 세 번 만에 안 고치면 가만두지 않겠다니, 이런 억지가 어디 있는가.

아이가 알림장을 안 써 오면 “너 다음에도 안 써 오면 혼나!”가 아니라 그렇게 해서 발생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가르쳐준다. “알림장을 안 써 올 수도 있어. 그런데 지금 내일 준비물을 모르는데 어떻게 할까?”라고 물은 뒤, 아이의 답을 듣는다. 같은 반 친구나 담임 선생님한테 물어본다고 할 수 있다. 아이의 답에 따라, 스스로 해결해 보게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아이는 ‘아, 알림장은 꼭 적어 와야 하겠구나’를 배운다. 아이가 어떤 실수를 하거나 미숙함을 보일 때는, 혼내고 야단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잘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왜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되는지 구체적으로 가르쳐주면 된다.


4. [동아일보][@뉴스룸/민동용]스토리가 필요해

11 년 전 영화를 담당할 때다. 함께 점심을 먹으며 배우 품평을 하던 영화기획사 대표가 말했다. “좋은 배우의 얼굴에는 드라마가 있어요.” 깎은 듯, 아니면 깎아서 잘생기고 예쁜 배우는 많다. 그러나 좋은 배우라면 얼굴에 삶의 희로애락과 기승전결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알아들었다. 얼굴에서 이야기가 배어나올 때 비로소 진짜 배우가 된다는 얘기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속된 말로 배우처럼 얼굴을 뜯어먹고 살지는 않지만 좋은 정치인이 되려면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건 정치권의 불문율이다. 하물며 대권에 도전한다면 더욱 그렇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는 민주화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타파와 동일시됐고,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는 청계천 복원이 따라다녔다. 그렇다면 야권의 대선 유력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에게는 지금 어떤 스토리가 있는 것일까.

솔직히 두 정치인이 갖고 있는 이야기보따리는 거의 비어 있다.

비 명에 떠난 노 전 대통령의 운명(殞命)을 차분히 발표하고 듬직하게 빈소를 지키며, 영결식장에서 모 의원의 ‘무례’에 대해 당시 이 대통령에게 정중히 사과하던 문 전 대표. 2012년 대선에 나온 그에게는 노 전 대통령의 ‘부활’이라는 이야기가 녹아 있었다.

2011 년 지지율이 자신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박원순 씨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 안 전 대표는 곧바로 ‘안철수 현상’을 불러일으켰다. 이듬해 대선에 나온 그를 두고 ‘메시아가 나타나 우리를 구원할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나오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대선 패배로 자신의 스토리를 소진했고, 안 전 대표는 2014년 민주당(현 더민주당)과의 통합으로 사실상 ‘현상’의 지위를 잃어버렸다. 이후 두 사람이 새로 쓰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엿보인다.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이다. 방법은 강경함과 단호함이다.

문 전 대표는 자신을 흔들어대는 비노(비노무현) 진영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끝내 당 밖으로 몰아냈다고 봐도 무방하다. 김종인 더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삼고초려해 총선 승리를 이뤄냈지만 김 대표에게 당을 더 오래 맡길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안 전 대표는 혁신이라는 화두를 내걸고 문 전 대표와 건곤일척의 쟁투를 벌였다. 새로운 당을 만들고, 김한길 전 의원의 야권통합 시도는 단칼에 잘라냈다. 총선 리베이트 의혹 사건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을 내놓는 강수를 던졌다. ‘또 철수’라는 평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강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4·13총선의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밑바닥에서 끓어오르며 거대하게 움직이는 민심이 어떤 이야기를 바라는지 더 고민해야 한다. 기존의 정치 작법(作法)으로는 이 스토리의 한 문장도 써내려가지 못한다.


5. [머니투데이][우보세] 도둑맞은 레시피와 소작료 전쟁

15세기 무렵 베니스 항구에 한 청년이 외딴 하숙집을 얻어 문을 안으로 걸어잠그곤 매일 요리를 했다. 하숙집 주인은 처음 맡아보는 기막힌 음식냄새에 이끌려서 열쇠구멍으로 방안을 훔쳐봤다.

좀 더 많은 향료를 구하러 홀연히 동양행 선박을 타고 사라졌던 청년은 3년 후 베니스항을 다시 밟고 깜짝 놀란다. 그만의 레시피가 이미 베니스 시내 전체에 퍼져 곳곳에서 같은 향을 내고 있었던 것. 범인은 하숙집 주인이다. 마카로니 그라탱의 유래다.

베 니스는 근대적 의미의 특허권이 처음 정립된 지역을 알려진다. 15세기 후반 무렵 이미 베니스에선 특허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권리를 부여하는 분위기가 정착됐다. 창의적인 장치를 고안하면 베니스공화국에 보고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확산된 특허 제도는 500년 이상 다듬어졌다. 하지만 자본주의 역사가 40년이 채 안되는 중국은 불과 10여년 만에 글로벌 IT 특허시장의 신예로 부상했다.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걸자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을 "세계의 공장에서 글로벌 특허기지로 재탄생하고 있다"고 재평가 하기도 했다.

물 론 화웨이의 특허 공세엔 마케팅 효과를 염두에 둔 여러가지 셈법이 깔려있다. 기술적인 우위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퀄컴을 제친 지난해 특허출원수(3898건)나 애플을 넘어서는 R&D 투자규모(연간 92억달러) 등 밖으로 드러난 숫자는 시사하는 바는 크다. 미래에 우리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에게 이용료를 내고 기술을 얻어쓰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글로벌 IT기업들에게 특허는 공정거래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 가장 배타적이면서도 혁신적인 무기로 통한다. 특허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IT 스타트업들에 무조건 많은 특허를 확보하라고 조언한다. 일단 기술 방어적인 측면에서 초기 스타트업에겐 특허 출원이 필수적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애플과 삼성전자 사이의 세기의 특허 전쟁이 무승부 형국이 된 데는 삼성전자의 수적으로도 '충분한' 통신기술 특허가 작용했다. 애플에겐 없는 삼성만의 통신기술 특허로 애플의 UI(사용자 인터페이스) 특허에 맞선 것.

그 렇다고 무조건 특허 출원만 많이 하는게 답일까. 특허출원 숫자를 늘리는게 경쟁사의 공격에 맞서는 방어전이라면 '길목을 지키는 특허'를 확보하는 것은 보다 적극적 특허 전략이다. 글로벌 B2B(기업 간 거래) 기업의 사업모델은 이 같이 핵심 길목을 지키는 특허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퀄컴 등은 특허와 R&D 조직 간 협업을 통해 지적재산권 만으로 상당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구축해놓고 있다. 농사만 짓지 않고 목 좋은 땅을 선점해 소작료도 챙기는 셈이다. 특허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같은 IT인프라 강국에선 IT서비스에 승부를 걸기보다 원천기술 특허를 확보하는게 최적의 사업모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 변호사는 "우리가 갖고 있지 못해 어려울 따름이지 지식재산 강국으로 가기 위해선 우리도 특허 라이센스사업을 시도해야 한다"며 "길목을 지키는 기술을 개발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혜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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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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