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20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SK·CJ 인수합병 불허 최선이었나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 노력이 끝내 무위로 그치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양사의 합병 신청에 대해 최종 불허 결정을 내린 것이다. 결합이 이뤄질 경우 전국 케이블TV 권역별로 시장지배적 지위가 강화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동통신 시장에서도 가격·서비스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있는데다 KT나 LG유플러스 등 경쟁사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불허 결정 이유다.
공정위의 판단에 대해 일리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우려 또한 감출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케이블TV 업계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번 M&A 실패에 따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율적인 구조조정의 돌파구가 막혀 버린 셈이다. 이번 합병 무산으로 가입자 확보를 위한 내부 경쟁이 심화되면서 과도한 마케팅 비용의 증가를 초래할 개연성이 커진 것이다.
이번 결정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시대적 흐름에도 어긋난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은 현재 영역의 장벽을 뛰어넘어 ‘국경없는 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번 심사 결과를 통해서도 유료방송 업계의 미래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했다. 국내 미디어 기업들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M&A까지 포함한 여러 사항을 감안해 장기적인 사업 전략을 짜야 하지만 관련 규제가 아직 모호하다는 얘기다.
앞으로 유료방송 업계에서의 M&A는 시장 경쟁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중소업체끼리의 결합만이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중소업체들은 M&A를 시도할 만한 자본의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M&A를 통한 업계의 성장동력 마련은 거의 어려워진 상황이다. 콘텐츠 투자 등 방송업계의 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 처지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 신청이 접수되고 공정위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최대 120일로 정해진 심사기간이 7개월 이상 이어졌다는 사실도 되짚어야 할 문제다. 늑장 결론으로 인해 방송·통신 업계에 혼란만 가중시켰다. 해당 업체에 미친 영향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공정위가 외부 눈치를 살피느라 심사를 끌고 있다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심사기간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2. 인적 쇄신으로 공직기강 다잡아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전면 개각을 촉구하고 나섰다. 저마다 불미스러운 일로 궁지에 몰린 두 야당이 국면 전환용 역(逆)공세로 펼치는 성격이 짙기는 하나 작금의 총체적 국정 난맥상을 감안하면 일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 잇따라 터져나온 대형 사건 중에서도 검찰 역사상 첫 현직 검사장 구속 사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진경준 검사장은 120억원대 ‘주식 대박’과 재벌 탈세 내사 무마 등의 혐의로 구속됐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도 처가와 넥슨의 수상한 부동산 거래 연루 의혹에 휘말려 있다. 진 검사장과 우 수석이 이미 구속된 홍만표 전 검사장과 밀접한 ‘3각 친분’이라는 대목에서는 의혹의 심증이 더해진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혼란은 현 정부의 국정 운영이 여전히 아마추어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 준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근거 없는 괴담이 마구 퍼져 민심을 들쑤시고 국력을 탕진시키곤 한다. 광우병과 메르스, 세월호 사태를 보면 가히 ‘괴담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사드 괴담’이 퍼지고 있다. 부분적으로는 안이한 정책 탓이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
윤병세 외교장관은 사드배치 발표 시점에 백화점 쇼핑이나 하고 교육부 간부는 “민중은 개, 돼지”라는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미세먼지를 고등어 탓으로 돌린 환경부나 국가브랜드 표절 논란을 불러일으킨 문화체육관광부,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에 앉혔다가 나라 망신을 자초한 기획재정부 등 어느 한 곳 믿을 데가 없다.
일국의 장관이라면 국가적 도전에 대처하는 예지와 난국을 타개하는 추진력은 기본 덕목으로 갖춰야 하나 실상은 영 딴판이다.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흐리멍덩한 눈매로 부하들이 써 준 자료나 읽다가 의원들의 질문 공세에 쩔쩔매는 장관이 한둘이 아니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도 “장차관 모두 복지부동을 넘어 행동과 언행을 이해하지 못할 게 많다”고 쏴붙였지만 장관이든 수석이든 비리 연루자나 함량 미달자는 과감히 물갈이해야 한다. 정권 말기로 접어드는 지금이야말로 인적 쇄신으로 공직 기강을 다잡을 적기다.
[서울신문]
3. 우병우 부동산 거래 의혹 수사로 진위 가려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처가와 넥슨 사이의 1300억원대 부동산 거래를 둘러싼 의혹이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확산되고 있다. 우 수석은 사정 총괄, 인사 검증 등을 맡은 현 정부의 실세이고, 넥슨은 뇌물 혐의로 구속된 진경준 검사장에게 126억원의 주식 대박을 안겨 준 김정주 NXC 회장이 운영하는 기업인 까닭에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의혹은 친구인 진 검사장의 소개로 넥슨 창업주 김 회장이 5년 전 우 수석 처가의 부동산을 1326억원에 구입한 사실에서 비롯됐다. 우 수석은 “정상적 거래 절차를 통해”라며 ‘삼각 커넥션’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의혹 수준이지만 거래 과정에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잖은 탓에 수사로 명백하게 진위를 가리지 않고 우 수석의 해명만을 믿고 넘길 수는 없다. 우 수석은 변호사 때 ‘몰래 변론’한 의혹까지 사고 있다.
우 수석과 관련된 의혹은 먼저 넥슨이 2011년 3월 부동산 불황인 데다 상속세 근저당권까지 설정된 우 수석 처가의 서울 강남 부동산을 제값에 샀어야만 했느냐는 것이다. 넥슨은 1년 4개월 뒤 되팔아 겉으로는 79억원가량 차익을 남겼지만 취·등록세와 이자 등을 포함하면 오히려 15억~27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한다. 또 넥슨이 강남 신사옥을 세우기 위해 굳이 이면도로 부지를 선택한 점도, 직원들조차 모르게 추진했다는 사실도 개운찮다. 넥슨은 당시 판교에 신사옥을 짓고 있었던 때다. 더욱이 3055억원의 현금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넥슨 재팬을 통해 일본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잔금을 치르기까지 했다. 이런 정황 때문에 진 검사장의 부탁을 받은 넥슨이 상속세 납부 문제로 고심하던 우 수석에게 부동산 매입이라는 호의를 베푼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우 수석은 ‘정상 매매’라는 해명과 달리 구청에 중개인 없이 ‘당사자 거래’라고 허위로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시민단체로부터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된 우 수석을 수사하지 않을 수 없다. 석연찮은 부동산 거래가 우선 조사 대상이다. 호의적 거래가 ‘뇌물’의 성격이었는지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진 검사장이 지난해 2월 검사장 승진 인사 검증 때 신고한 88억원어치의 넥슨 주식을 문제 삼지 않은 우 수석의 판단 경위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는 수사 선 긋기로 비칠 수 있는 “사실 확인이 안 된 의혹 부풀리기”라는 식의 대응을 자제하는 편이 옳다. 우 수석을 둘러싼 의혹 수사는 국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4. 남남갈등 부추기는 북한 미사일 도발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쉬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우리 내부의 가장 큰 적은 ‘남남 갈등’이다. 우리는 정치권이 대북 정책의 큰 방향을 놓고 벌이는 정책 토론까지 남남 갈등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부가 사드 배치를 수용하기로 한 것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도발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어 수단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로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직 북한만 이롭게 할 뿐이다.
북한은 어제 새벽에도 남한 전 지역을 사정거리에 둔 스커드C 미사일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3기를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의 노림수는 자명하다. 지난 11일 포병국 중대 경고를 통해 사드 배치가 확정되는 시각부터 물리적 대응 조치가 실행될 것이라고 위협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미사일이 발사된 황해북도 황주와 사드 배치 예정지인 경북 성주는 380㎞ 정도 떨어져 있다. 성주군 일대가 사정권에 있다는 것을 과시하고,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어 남남 갈등을 증폭시키고자 하는 속셈이다. 우리는 북한의 이러한 노림수에 말려들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그런데도 갈등 해소를 위한 공론의 장이 돼야 할 국회는 정치 공세의 장으로 변질돼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어제 국회에서 열린 사드 배치와 관련된 긴급 현안 질문에서 국민의당은 배치 연기, 취소, 재검토의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며 배치 철회를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 대한 배신의 정치를 했다거나 한반도를 군비경쟁의 늪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등 자극적인 발언을 이어 갔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배치 지역 결정의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국방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정부의 답변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국회 비준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등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국회를 찾아 속 시원한 답변을 듣고 싶어 했던 성주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한·미 군 당국이 괌에 설치된 미군 사드 기지를 언론에 공개했지만 전자파 유해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고, 주민들은 21일 상경 투쟁을 벌일 예정이라고 한다.
성주 주민들이 정부를 신뢰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려면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하다. 사드 괴담으로 참외 농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한다. 정치권은 물론 국민이 자발적으로 나서 성주 참외 사주기 운동을 벌였으면 한다. 작은 실천이지만 의미 있는 소통의 통로가 되지 않을까. 국회는 정치 공세를 중단하고, 공론화를 통해 사드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는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에 철저히 대비하는 한편 사드 배치에 따른 득실과 전자파 유해성 여부를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5. 전기요금 거리병산제 검토할 만하다
전기 생산 시설이 집중된 지방자치단체들이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공론화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그제 한 회견에서 전기요금 거리병산제를 제기했다. 그는 “서해안을 오염시키면서 생산된 전기의 60%가 수도권으로 가고 이 과정에서 송전탑 문제도 발생한다”면서 지역별 요금 차등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내 고장에 혐오시설이 자리잡는 것을 꺼리는, 이른바 ‘님비 현상’이 만연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거리병산제는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대안이라고 본다.
보령과 당진, 태안, 서천 등 충남 4개 시·군은 지난주 국회에서 회견을 갖고 석탄화력발전소 추가 건설 철회 등을 요구했다. 이를 딱히 지역이기주의로 몰아붙이기도 어렵다. 이들 지역에는 국민 건강을 해치는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인의 하나인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총 53기) 중 약 절반인 26기가 가동 중이다. 생산한 전력의 일부만 자체 소비하고 나머지는 수도권으로 보내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조사를 보면 화력발전소가 밀집된 충남 상공의 2차 미세먼지는 서울의 2배 이상이다.
충남도는 인천·부산시와 9, 10월쯤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 공청회를 열고 정부에 관련법 제정도 건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공감이 가는 행보다. 발전소가 있는 지자체들이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 사회적 갈등만 떠안고 있다면 그렇다. 미국과 영국, 호주 등이 거리병산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는 정부가 갈수록 심화될 님비 현상을 해소하고 에너지 수급 정책을 합리적으로 재편하는 차원에서 지역별 차등 요금제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기를 권한다. 석탄화력발전소가 입지한 충남 지역뿐만 아니라 원전이 밀집된 경북·부산 지역 주민들에게도 전기료 감면 혜택을 줘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할 때 혐오 시설이 있는 지역에도 주민들이 선호하는 시설도 들어서 지역균형 개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기 과다 사용국인 우리 현실에서 국민이 전기를 아끼도록 유인하기 위해서도 차등 요금제는 가야 할 길임을 거듭 강조한다.
[중앙일보]
6. 최경환·윤상현 공천 개입 불법성 규명해야
새누리당 최경환·윤상현 의원이 지난 총선 때 지역구를 옮기라고 특정 예비후보를 협박·회유하는 목소리가 녹음으로 공개됐다. 최 의원은 “동료 정치인으로서 강제성 없는 권유”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 뜻’을 내세운 데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서청원 의원 지역구에 도전한 김성회 전 의원으로 알려져 파문이 커지고 있다.
녹음 파일에 따르면 윤 의원은 김 전 의원에게 “뒤에 대통령이 있다. 까불면 안 된다. 내가 별의별 것 다 갖고 있다”고 협박성 언급을 했다. 지역구를 옮기는 게 대통령의 뜻인지 묻는 김 전 의원에게 최경환 의원은 “그럼, 그럼”이라며 “옆에 보내려는 건 우리가 그렇게 도와주겠다는 것”이라고 약속했다. 최 의원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선 “총선 기간 저는 최고위원은커녕 공관위 구성과 공천 절차에 아무런 관여도 할 수 없었던 평의원 신분이었다”고 공천 개입을 부인했다.
물론 공식·공개 석상에서의 발언이 아닌 데다 전체 맥락이 드러나지 않은 일방적 녹취란 걸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당내 경선과 관련해 후보자를 협박·유인하거나 공사(公私)의 직을 제공·약속하는 건 명백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새누리당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넘어 사법 당국이 나서 불법 여부를 규명해야 할 일이다. 나아가 박 대통령은 최·윤 두 의원이 “대통령 뜻”이라고 앞세운 것과 관련, 과연 자신의 뜻이었는지 해명할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주말 총선 참패의 원인을 분석한 국민 백서를 공개했다. 4·13 총선이 끝난 지 3개월여 만이다. 하지만 291쪽에 달하는 백서 어디에도 참패의 명확한 책임을 지우는 내용이 없어 친박 눈치를 본 ‘맹탕 백서’란 평가를 받았다. 친박의 오만에서 비롯된 막장 공천극과 진박 마케팅, 윤상현 막말이 선거 패인이란 건 친박세력만이 외면하는 사실이다. 박 대통령의 뜻과 관계없이 최·윤 두 의원이 대통령을 팔아 호가호위한 일이었다면 박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두 의원을 엄정하게 조치해야 결백이 입증된다.
[매일경제]
7. 8·15 사면, 국민통합과 경제살리기 계기 만들어야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9일 대법원에 재상고 취하서를 제출했다. "이 회장의 건강이 극도로 악화돼 신체적·정신적으로 재판을 더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CJ 측이 밝힌 이유이지만 8·15 특별사면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이 회장은 샤르코 마리 투스(CMT)라는 신경근육계 유전병과 신장이식 후유증 등으로 치명적인 고비를 여러 차례 넘겼다고 한다.
지난 11일 박근혜 대통령이 8·15 특별사면 방침을 공식화한 이후 재계에 사면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직접 "경제 어려움과 재기의 기회"를 언급한 때문인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구자원 LIG 명예회장 등 특별사면 대상자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분위기다.
기업인 사면에 대한 국민여론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국민 일반의 법 의식은 이번 특별사면 대상에 음주운전자를 포함시키는 것조차 부정적으로 볼 만큼 고양된 상태다. 횡령·배임·조세포탈 등 중죄를 저지른 기업인들이 매번 경제위기를 빌미로 면죄부를 받는 모습이 쉽게 용납될 리 없다. 대주주와 경영자의 중대범죄에 대한 사면권 제한을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던 박 대통령에게도 사면은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이다. 박 대통령이 집권 후 단 두 차례, 기업인과 정치인을 가급적 배제하고 사면을 단행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현재의 경제위기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이다. 조선·해운·철강·석유화학·건설 등 제조업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미래 먹거리는 앞이 보이지 않고 수출, 투자, 고용, 소비할 것 없이 꽉 막혔다. 그 어느 때보다 위기 돌파의 선봉에 설 기업과 기업인이 절실하다. 특히 총수가 앞장서 진두지휘해야 투자든 일자리 창출이든 신산업 육성이든 일이 이뤄지는 게 한국적 기업 현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기업인 사면은 악화 일로인 경제흐름을 선순환으로 바꾸는 카드가 될 수 있다. 가석방·사면 요건을 갖췄거나 형 집행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사면을 통해 다른 방식으로 국가에 기여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 기업인들 역시 사면·복권의 기회가 주어질 경우 국민 기대를 넘어서는 과감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성과로 보답해야 할 것이다.
8. 새누리당 친박 행태, 더는 눈뜨고 못볼 지경이다
새누리당이 '8·9 전당대회'를 앞둔 가운데 친박(친박근혜)계의 민낯과 그로 인한 계파 갈등이 또다시 노출됐다. 친박 주축인 최경환·윤상현 의원이 4·13 총선 공천에 부적절하게 개입한 내용을 담은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총선 참패 후 3개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친박계가 새누리당 내 갈등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 19일 서청원 의원이 당권 불출마를 선언했으나 계파갈등이 수그러들 것 같지도 않다.
이번에 공개된 녹취록을 보면 최경환·윤상현 의원은 4·13 총선에서 서청원 의원 지역구에 출마하려던 김성회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다른 지역구로 옮기라고 회유했다. 그 과정에서 윤 의원은 "내가 대통령 뜻이 어디 있는지 알잖아"라거나 "안 하면 사달 난다니까. 내가 별의별 것 다 갖고 있다니까"라며 아예 협박으로 들릴 만한 발언을 했다. 선거법 위반 여부를 따져봐야 할 수준이다. 공직선거법 237조는 당내 경선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을 협박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뜻' 운운하며 친박계가 막장 공천파동을 주도한 명분은 국정 운영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영남권 신공항이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지역을 결정할 때 친박계가 보여준 행태는 그야말로 생떼 정치라 할 만하다. 사드 배치 지역을 경북 성주로 발표했을 때 대구·경북 지역 국회의원 21명이 단체로 정부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는데 그들 대부분이 친박계였다. 공천파동에서 곤욕을 치른 비박계 유승민 의원과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성명에 불참한 것과 대비된다.
공천받을 때와 당권 경쟁할 때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내세우고 지역 표심이 걸린 문제를 만나면 제 살길만 찾는 행태다. 공천 개입 녹취록이 공개된 뒤에도 친박계 측은 전당대회를 겨냥한 '불순한 의도' 운운하며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에 급급하다. 이들이 여당 핵심 세력이라니 국정이 걱정이다.
9. 北, 美공화당 노예국가 압박 보고도 계속 도발인가
미국 공화당이 18일 공개한 새 정강에 북한을 김정은 일가의 노예국가라고 규정하면서 집권할 경우 강한 압박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올 11월 치를 대선 후보를 확정하기 위해 열린 전당대회에서 채택한 대북정책인데 인권 문제와 핵 개발에 초점을 맞춰 북한을 몰아붙였다.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완벽하고 검증 가능한 비가역적 해체를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도 적시했다. 특히 김정은 정권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중국에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후보로 뽑힌 도널드 트럼프는 그동안 유세에서 북한 김정은과도 대화할 수 있다는 유화적인 발언을 했는데 이번 정강에서 보면 집권 후 북한을 옥죄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천명한 것이다.
미국 민주당도 정강정책 초안에서 북한을 가학적인 독재자가 다스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억압적인 체제라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압박 조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하는 장거리 마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능력을 개발하려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데 진력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양대 정당의 정강에 담긴 대북정책을 보면 김정은 독재를 위해 주민 인권을 유린하고 핵과 미사일로 위협하는 북한을 강하게 압박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도록 하겠다는 기조에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북한은 국제사회의 압박에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도발을 멈추지 않는다. 지난 8일 한·미 양국이 한반도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하자 9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쐈고, 19일에는 탄도미사일 3발을 쏴 맞불을 놓았다. 사거리가 500㎞이니 내년 말 사드를 배치할 경북 성주포대를 겨냥할 기술을 가졌음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거듭된 도발은 국제사회의 제재만 두껍게 만들 뿐이다. 북한의 핵·경제 병진 노선은 수용되기 어렵다. 과거 6자회담에서 합의한 것처럼 핵 동결을 비롯한 최소한의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 태도 변화만이 살길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매일신문]
10. 경북체육중·고 학생 인권 침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경북체육중학교의 여학생이 지난 6일 기숙사에서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으려다 친구에게 발견됐다. 여학생은 유서에서 평소 운동부 지도교사로부터 외모에 대한 모욕적인 말을 지속적으로 들었다고 썼다.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여학생이 목숨까지 버리려는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도 학생만 전학조치했다. 교사를 내버려둔 학교나 교육 당국의 학생 인권에 대한 무관심과 소홀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자살 기도 여학생이 다니던 경북체육중`고교는 경북 엘리트 체육 교육의 산실이다. 기량을 가진 학생을 발굴해 유망 스포츠선수로 키우는 학교다. 따라서 전문교육과 함께 엄격한 규율을 필요로 하고 성적을 중요시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일반학교처럼 학생 전인교육 역할도 맡는 엄연한 대한민국 교육기관이다. 학생을 아끼고 인격과 인권을 존중하며 미래 인재로 키우는데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동안 일어난 여러 일을 보면 학교 사정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번 여중생의 자살 기도뿐만 아니라 지도교사의 폭언으로 지난달에도 한 여고생이 자해를 시도했다. 지난해에는 기숙사 생활 남학생끼리 게임 과정에서 음란 행위를 강요한 것이 드러났다. 동급생끼리의 폭력 사건, 불법 찬조금 모금 같은 나쁜 일도 일어났다. 지금까지 드러난 일만으로도 재학생은 물론 학부모를 불안하게 하고도 남는다.
운동과 면학 분위기를 해치는 일이 이어져도 교육 당국은 태평이다. 여중생 자살 기도와 관련해 관할 경산교육청은 문제교사의 수업 배제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인권이 침해된 학생에 대한 배려는 전학뿐이었다. 경북도교육청은 아예 몰랐다. 도교육청은 앞서 지적한 다른 문제를 감사했으나 솜방망이 처벌로 끝냈다.
학생 인권에 대한 학교나 교육 당국의 처사는 한심하고 실망스럽다. 학생을 보호하고 미래 엘리트 체육인으로 키우는 본연의 의무를 잊고 있다. 자녀를 맡긴 학부모 심정은 헤아릴 생각조차 없는 듯하다. 불미스러운 일의 재발 방지 의지는 기대조차 접어야 할 상황이다. 학생 인권 존중 교육의 필요성이 나오는 까닭이다. 학교와 교육 당국의 학생 인권에 대한 배려와 깨인 의식이 절실한 때다.
주요 신문칼럼
1. [서울신문][공희정 컬처 살롱] 엄마와 딸
“착한 내 딸이 왜 이렇게 됐을까.”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이 세상 모든 여자는 ‘누구나’ 딸이고 ‘대부분’ 엄마로 살아간다. 서로에게 기쁨이면서 희망이고, 때로는 슬픔이면서 아픔인 엄마와 딸의 관계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마음을 흔들었다. 다시 태어나면 엄마의 딸로 때어나고 싶다고, 삶이 수백 번 바뀌어도 너의 엄마로 또 살아가겠다고 서로에 대한 의리를 힘주어 말하지만 모녀지간의 일상은 맹세와 달리 치열한 갈등의 연속이었다.
같이 볼까 하는 마음에 거실에서 TV 보고 계신 엄마에게 말을 걸었다. “뭐하세요?” “테레비 본다.” 코고는 소리가 낮게 울린 듯해서 “주무시지 않았어요?” “안 잔다니까. 연속극 보고 있다고.” 엄마는 졸다 들킨 아이처럼 괜히 목소리를 높이셨고, 그 바람에 나는 심통이 나 같이 보자는 말도 하지 않은 채 방으로 돌아갔다.
세월의 옷을 입은 엄마를 보는 건 가슴 아픈 일이다. 건강마저 엄마에게 허락되지 않는다면 그건 슬프기까지 하다.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맛난 음식과 예쁜 옷을 만들어 주셨다.
때로는 아빠보다 힘센 모습으로 집안일을 하셨고, 어떤 때는 대범한 용기로 가족을 지켜 내셨다. 애지중지하는 흰색 양산 쓰고 한여름 거리를 사뿐사뿐 걷는 ‘젊은’ 엄마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하지만 두서없이 부딪치는 모녀의 일상을 몇 장의 아름다운 추억들이 해결해 주진 못한다.
엄마는 딸을 위해 그렇게 했다고 한다. 어떤 엄마가 배 아파 낳은 딸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겠느냐며 엄마 말대로만 하면 잘될 것이라고 한다. 딸들은 엄마에게 원한다. 엄마의 길이 아니라 나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힘이 들어도 해볼 터이니 지켜봐 달라고.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삼십대 딸은 그렇게 말한다. 고생하는 엄마를 보며 엄마가 원하는 착한 딸로 살아왔지만 그것이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아냐고. 이제는 좀 놓아 달라고. 그건 엄마의 삶이지 나의 삶이 아니라고.
도움이 필요할 땐 돌아서 있었고, 독립이 필요할 땐 과도하게 간섭했다. 격려가 필요할 땐 야단쳤고, 따끔한 일침이 필요할 땐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했다. 엄마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 것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딸에게 엄마는 항상 아쉬운 존재였다. 엄마도 한때는 딸이었다. 자신은 엄마 말을 어긴 적이 없다고 하시지만, 외할머니의 말씀은 달랐다. 세상 안에서 자유롭고 싶었고, 세상 밖으로 도전해 보고 싶어 하며 할머니 마음을 아프게 했다고 한다. 무엇이 엄마로 하여금 청춘의 꿈을 잊고 잔소리 쟁이가 되게 했을까.
엄마와 괜한 신경전을 치르다 세수 한번 하고 거울을 보니 보이는 것은 나인데 그 안엔 엄마가 있었다. 오십의 딸이 아직도 걱정인 엄마도 문득 딸에게서 오래전 잊었던 젊은 시절의 자신을 발견하지 않을까. 생각과 감정이 대물림되는 모녀지간, 자신의 과거와 미래는 서로의 모습 안에 들어 있었다. 마치 오래전 잘려 나간 탯줄이 다시 이어진 듯 엄마와 딸은 하나였다.
딸들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착하고, 엄마는 딸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엄마의 엄마가 그러했고, 딸의 딸이 그러할 것처럼.
2. [중앙일보] [차이나 인사이트] 나이 스물에 사장이 못 되면 대장부가 아니라는 중국
한국에선 많은 젊은이가 좋은 직장 취직을 꿈꾼다. 중국에선? 너도나도 창업해 ‘라오반(老板·사장)’이 되려 한다. 남이 장군이 ‘남아 스물에 나라를 평정하지 못하면 훗날 그 누가 대장부라 일컬으리오’라고 읊은 반면 요즘 중국의 청춘 사이에선 ‘나이 스물에 사장이 되지 못하면 그 누가 대장부라 부를까’라는 말이 유행 중이다. 그만큼 창업 열기가 뜨겁다. 창업의 밑천으론 모두 다 혁신을 외친다. 어떤 힘이 중국을 창업 국가로 만들고 있나.
왕양(汪洋·61)은 중국 부총리다. 내년 가을 열릴 제19차 당대회에서 중국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 진입이 유력하다. 그러나 중국 청년 사이에서 주목받는 왕양(汪洋)은 따로 있다. 1990년생 왕양이다. 그는 체중계 제조업체 ‘윈마이(雲麥)’의 창업주다. 지난해 스마트 체중계 50만 대를 팔아 샤오미(小米) 체중계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90년생 왕양은 중학 시절 게임에 빠져 20만 회원의 게임 커뮤니티를 운영했지만 학교로부터는 자퇴를 권고받았다. 부모의 설득으로 다시 학업에 매진한 그는 대학생이 돼선 PC용 소프트웨어 상점을 차려 재미를 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인생 세 번째 창업에 나선 건 24세 때인 2014년.
창업 아이템으론 집집마다 하나씩 있는 체중계를 택했다. 전통산업에 인터넷을 접목하자는 ‘인터넷 플러스’ 열풍을 타고 체중계를 가족 건강을 챙기는 ‘스마트 매개체’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성공하려면 혁신이 필요한 법. 그의 체중계는 중국 최초로 중국인이 무게를 잴 때 익숙한 근(斤·1근=500g)을 기준 단위로 채택했다.
또 스마트폰 앱과 연동시켰다. 비만 상태를 알려주는 신체질량지수(BMI)와 골격량, 신체 나이 등 8가지 데이터가 스마트폰 앱에 표시되며 식단 조절과 운동법까지 알려준다. 놀라운 건 가격. 프리미엄 모델인 ‘윈마이 하오칭(好輕)’이 199위안(약 3만5000원)이고 79위안짜리 체중계도 출시했다.
그런 윈마이에 중국 벤처업계는 지난해 4000만 위안을 투자했다. 향후 10조 위안을 웃돌 중국 헬스케어 시장에서 윈마이가 체중계의 성공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건강 생태계를 구축할 경우 현재 1억2500만 위안인 기업 가치가 얼마로 뛸지는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엔 90년생 왕양처럼 창업을 꿈꾸는 수많은 청춘이 넘실댄다. 대륙에 창업 열풍의 불을 지핀 건 리커창(李克强) 총리다. 지난해 봄 중국의 연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인대, 정협회의) 때 ‘대중창업 만인혁신(大衆創業 萬衆創新)’을 외치면서다. 혁신과 함께하는 창업이 중국의 성장동력임을 강조한 것으로 제2, 제3의 ABT(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가 나와야 중국 경제가 살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후 중국의 창업 열기는 수치가 보여준다. 중국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에 따르면 2015년 중국의 신설 법인은 443만9000개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5년 전 94만 개에 비해 4배 이상 늘었다. 하루 평균 1만2000개 이상의 창업이 발생한 셈이다. 우리 전체 벤처기업 총수의 약 150배 가까운 숫자다.
중국을 창업의 나라로 만드는 힘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중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이다. 세 방면에서의 도움이 두드러진다. 먼저 창업을 잘할 수 있게끔 탄탄한 인프라를 구축한다. 중국 청년 창업의 상징과도 같은 곳인 베이징(北京)의 중관춘(中關村)을 비롯해 성(省)마다 혁신 산업단지를 만들고 있는 게 바로 그것이다.
중관춘엔 40여 개 대학과 200여 개의 국가 과학연구소, 122개의 국가지정 연구센터가 밀집해 중국 전체 창업 투자의 3분의 1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곳에 창업과 관련한 기금 마련, 해외 진출 지원, 혁신거리 조성, 창업 지원 서비스 플랫폼 구축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 중국 정부는 광둥(廣東)성 선전(深?)이나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등과 같은 2선 도시에 소프트웨어 파크나 하이테크 파크 등으로 불리는 산업단지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산업단지는 창업(創業)과 창신(創新·혁신)의 쌍창(雙創)기지로 일컬어지며 2018년까지 중국 전역에 28개가 만들어져 정보통신(IT) 중심의 창업을 적극 지원하게 된다. 중관춘이 소프트웨어 중심이라면 선전은 하드웨어 스타트업(창업)이 가장 주목하는 곳이다.
중국 정부의 두 번째 지원은 인재에 대한 투자다. 이미 2011년부터 우수 유학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천인(千人)계획’을 마련했다. 천인계획 대상자로 선정되면 창업 초기 자본금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 이르는 모든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연구 착수자금으로 200만~400만 위안이 지급되고 중국의 톱9 대학과 동급의 연봉이 주어진다. 천인계획은 더 나은 배움을 위해 중국을 떠났던 인재들이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고 싶도록 만드는 물질적·정서적 지원책이기도 하다.
세 번째 지원은 투자자가 마음 놓고 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투자가의 창업 투자에 대한 실패를 정부가 보상하는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상하이(上海) 시정부가 지난 2월부터 에인절투자 활성화를 위한 보상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게 대표적 예다. 이에 따르면 에인절투자가가 벤처기업에 투자했다가 실패해 투자액을 회수하지 못하게 될 경우 최대 600만 위안의 보상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중국 창업의 힘은 민간 영역에 의해 뒷받침되는 측면도 크다. 현재의 창업 열풍이 비록 정부 주도로 펼쳐지고 있긴 하지만 알리바바나 바이두, 텐센트 같은 민간기업이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적극적 투자를 진행해 창업 열기를 달구고 있다.
한 예로 알리바바의 자회사 알리윈은 다른 30여 개 투자회사와 공동으로 ‘촹커(創客)’ 계획을 발표하고 100억 위안 규모의 창업자금 지원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텐센트와 레노버 등도 창업센터 개소, 기금 조성 등을 통해 신생 벤처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미 대기업으로 발돋움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유망 스타트업을 상대로 대대적인 투자를 하는 선순환적 창업 문화가 형성된 셈이다.
중국 정부가 중국의 청년 세대를 창업의 길로 이끌기 위해 국력을 쏟아붓는 이유는 무얼까. 중국은 30년 가까운 고도 성장기를 마치고 이제는 ‘신창타이(新常態·중국판 뉴노멀)’라 불리는 중속 성장의 시대에 진입해 있다. 중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혁신을 무기로 하는 창업이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취업난 해소 목적도 크다. 중국엔 매년 750여 만 명의 신규 인력이 발생한다. 현재 중국 대졸 인력의 절반가량인 300여 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2014년 10.5%에서 지난해엔 15%를 넘어섰다. 방치할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중국 청년은 또 단순히 일자리 자체가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에 대해 강한 욕구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 대졸자 취업 연간 보고서(2014)’에 따르면 ‘현재 연봉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56%에 달했다. 이처럼 불만족스러운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로서 창업이 선호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 일고 있는 창업 열기는 결코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다. 중국에서 사상 최대의 창업 붐이 조성되는 건 한국 신생 벤처기업에도 좋은 기회다. 중국 ICT 기업의 성공 사례를 이어 가려는 창업 열기가 향후 5~6년은 지속될 전망으로 중국 창업 생태계를 활용해 더 큰 시장을 상대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중이기 때문이다.
한 예로 청두시에는 7만㎡ 규모의 ‘중·한 혁신창업보육파크’가 지난 6월 문을 열었다. 이 보육파크는 지난해 10월 말 서울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리커창 총리의 발언이 시발점이 됐다. 당시 리 총리는 “중국의 ‘대중창업 만인혁신’ 전략과 한국의 ‘창조경제’ 전략은 모두 청년의 창의력을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중국 진출 시 고려 사항이 있다. 중국은 한국보다 경쟁이 치열하고 통신환경과 사용자 습관이 다른 시장이기에 선행 조사가 필요하다. 또 중국 시장은 물론 중국 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도 요구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전략이 나온다.
3. [동아일보][횡설수설/고미석]섹시한 퍼스트레이디 후보 멜라니아
대통령 부인을 뜻하는 ‘퍼스트레이디’는 미국에서 유래됐다. 12대 대통령인 재커리 테일러가 1849년 4대 대통령의 부인 돌리 매디슨 여사 장례식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전한다. 18일 클리블랜드에서 개막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대선 후보가 마지막 날 등장하는 관례를 깼다. 연단에 오른 트럼프는 슬로베니아(옛 유고 연방) 출신의 전직 모델인 부인 멜라니아(46)를 ‘미국의 차기 퍼스트레이디’라고 직접 소개했다.
유세 때 언론 노출을 자제한 멜라니아는 흰색 원피스를 입고 나와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동유럽의 억양이 강한 영어로 “미국을 위해 싸울 적임자”라며 남편에 대한 지지를 호소해 박수를 받았다. 한데 연설 중 두 대목이 2008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있었던 미셸 오바마의 연설과 판박이여서 구설에 올랐다. 연설 전 “원고를 직접 썼다”는 말이나 안 했으면 좋았을걸.
‘가장 섹시한 퍼스트레이디 후보’로 평가받는 멜라니아는 트럼프의 세 번째 아내다. 트럼프의 첫 아내, 두 번째 아내도 모델 출신이다. 1996년 미국에 온 멜라니아는 28세 때 뉴욕 나이트클럽에서 24세 연상 트럼프와 만나 2005년 결혼했다. 둘이 사귀던 2000년 남성잡지 GQ에 멜라니아의 요염한 세미누드 화보가 실렸다. 상대 후보가 이 사진을 선거운동에 이용한 탓에 ‘완벽한 몸매’는 더 유명해졌다.
멜라니아는 머리도 비상해 ‘트럼프의 비밀병기’로 불린다. 대학에서 건축과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슬로베니아어 영어 프랑스어 세르보크로아트어 독일어에 능통하다. 한 지인은 “그는 좋은 퍼스트레이디가 되겠지만 그 남편이 걱정”이라고 했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후보인 남편 탓인지 멜라니아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역대 최악의 비호감 후보 부인으로 나타났다. 무급에 공식직함도 아니지만 퍼스트레이디는 ‘대통령의 귀’로 통한다. 언제든 대화를 나누고 직언할 수 있어서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최초의 동유럽 공산권 태생 퍼스트레이디에 오를 그는 사진기자들을 바쁘게 할 것 같다.
4. [동아일보][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아이와의 약속에 함정이 있다
형택이(만 4세)는 뭔가 마음에 안 들면 사람을 미는 버릇이 있다. 엄마는 오늘도 키즈카페에 가기 전,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너 오늘은 절대로 친구 밀면 안 돼.” 아이는 알았다고 했다. 말로만 하는 것은 마음이 안 놓여 “약속해!” 하면서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로 도장을 찍고, 손바닥으로 복사까지 했다. 그런데 아이는 카페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친구를 밀고 말았다. 놀란 엄마는 부리나케 아이에게 달려가 말했다. “너 엄마랑 약속했지?” 아이는 바닥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약속 안 지키면 어떤 사람이야?” 아이는 입을 삐죽거리며 “나쁜 사람요”라고 대답했다. “나쁜 사람한테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주셔? 안 주셔?” 엄마는 내친 김에 크리스마스 선물까지 이야기했다. 아이의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은우(만 5세)는 오늘이 엄마가 장난감을 사주기로 약속한 날이다. 옷을 챙겨 입고 막 장난감을 사러 나가려는데, 엄마가 말한다. “아까 가지고 논 장난감들 치워. 장난감 정리 잘 안 하면 새 장난감은 안 사기로 약속했지?” 아이는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에 허둥지둥 장난감을 치운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다. 아이는 “갔다 와서 치우면 안 돼요?”라고 말한다. 엄마는 “무슨 소리야? 네가 약속 안 지키면 엄마도 약속 안 지켜.” 아이는 훌쩍이면서 장난감을 치운다.
나는 종종 “그놈의 약속”이라는 말을 한다. 약속은 지켜야 하고 아이한테 가르쳐야 하는 가치이기는 하나, 아이에게는 너무 어렵고 무거운 개념이다. 그런데 부모들은 자주 ‘약속의 힘’을 악용하여, 아이를 마음대로 다루고 통제하려는 면이 없지 않은 것 같다. 동생을 때렸어도, 장난감을 사 달라고 해도, 정리를 잘 안 해도, TV를 많이 봐도, 편식을 해도, 친구와 싸워도, 선생님 말씀을 잘 안 들어도, 숙제를 제때 안 해도 부모들은 “너 약속했잖아”를 들이댄다. 그러면 아이는 할 말이 없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너무 대전제이고 상위 가치이기 때문에 대항할 방법이 없다. 일순간 아이는 대역 죄인이 돼서 부모가 풀어놓는 비난을 다 들어야 하고, 무슨 벌이든 달게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육아 상황에서 아이와의 ‘약속’은 뭔가를 가르치기 위해서 하게 된다. 위의 형택이 엄마도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을 밀어서는 안 된다’를 가르치려고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약속을 강조할 게 아니라 “화가 나도 누구를 밀면 안 되는 거야. 기분이 나쁘면 그 친구한테 말로 해”다. 이것 하나만 가르쳐서 다시 들여보내면 된다. 아이가 계속 그 행동을 반복하면 “오늘은 더 이상 놀기 어렵겠다. 다음에 또 오자”며 집으로 오면 된다. 그래야 아이가 ‘다른 아이를 밀면 안 되는구나’를 배운다.
은우 엄마도 ‘자기가 가지고 논 장난감은 자기가 정리해야 한다’를 가르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때는 아이의 마음을 먼저 보고 약간의 유연성을 발휘해도 된다. “네가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은 네가 치워야 하는 것은 맞는데, 갔다 와서 꼭 치우자”고 하면 된다. 약속을 위해 약속을 한 것이 아니므로 그 순서는 좀 달라져도 된다. 그 순서를 꼭 엄마 마음대로 정할 필요는 없다. 아이가 약속을 어겼을 때는 약속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원래 가르치려고 했던 그것을 가르치면 된다.
사실 아이들은 부모의 무언의 압력으로 억지로 약속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꼭 지켜야겠다는 동기가 있어서, 지킬 자신이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논리적인 생각을 갖기에는 아이는 아직 너무나 어리다. 그저 약속을 하지 않으면 혼날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혹은 약속을 하면 부모가 그 상황만은 칭찬을 해주기 때문에 ‘멋모르고’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키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데 부모는 그렇게 얼렁뚱땅 한 약속을 어겼다고, 아이를 비난하고 협박하고 죄책감까지 준다. 그리고 당당히 아이를 통제한다. 약속을 못 지켰다는 것을 전제로 자꾸 타율로 가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아이의 자율성, 책임감, 자기 효능감, 자존감 등은 모두 떨어지게 된다. 벌이 두려워서 싫지만 억지로 지키게 될 때도 아이의 자율성, 책임감, 자존감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이때는 욕구 불만이 생기고 무력해지기까지 한다.
아이와의 약속은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인 기준으로 최소한만 정하되, 그것도 아이와 충분히 합의가 되어야 한다. 부모의 일방적인 지시가 ‘약속’의 형태가 되면 안 된다. 어겼을 때도 융통성을 좀 발휘해 줘야 한다. 약속은 부모가 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에게 뭔가를 가르치기 위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5. [주간경향][백가흠의 눈]소설, 비즈니스 클래스 탑승기
소설가 S는 처음으로 비즈니스 클래스를 탔다.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아테네가 최종 목적지였다. 항공 마일리지라는 것이 막상 사용해 보니 제법 쏠쏠했다. 잊고 부었던 적금 만기 같았다. 소설가라는 직업이 원래 놀아도 일인지라 여행의 목적은 말로는 항상 거창했다. 그는 조금 들떠 있었는데, 말로만 들었던 비즈니스 클래스를 경험해볼 참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글을 흘깃거리거나 주변인들이 말하는 것을 듣고 기대감은 점점 커졌다. 그는 자신이 타고 가는 비행기 가격을 알고 깜짝 놀랐다. 자중하려던 기대감은 그리하여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올랐다.
그는 시간에 쫓기면서도 공항 비즈니스라운지에 들러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생맥주도 한 잔 하면서 여유를 만끽했다. 모든 시설이 공짜라는 말에 집에서 나오며 샤워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비행기 타기 전에 씻고 싶다는 이상한 생각까지 들었다. 그는 내심 더 일찍 집에서 나올 것을 하고 후회했다. 라운지에서 시간을 보내느라 막상 탑승시간에 쫓겨 그는 정신없이 발을 떼었다. 비행기는 2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그게 참 신기했다. 그는 갑자기 모든 게 생소해서 긴장되었다. 비행기를 제주도 갈 때도 타 보고 부산 갈 때도 타 보고 외국에도 몇 번 다녀온 적이 있어서 익숙했지만, 2층 좌석의 비즈니스 클래스는 참 낯설었다. 개인좌석이 넓은 것도 그렇고 널찍한 공간에 사람들이 몇 명 없는데 승무원들이 많은 것도 그랬다. 그는 좀 부자연스러웠고, 뭔가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어려운 자리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그저 자격지심이겠거니 스스로를 다독였다. 곧 승무원이 와서 무릎을 꿇고 친절하게 인사를 했다.
그녀의 미소는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그런데 승무원이 무릎을 꿇고 인사하고 식사 주문을 받는 그 시간이 그는 아주 길고 어렵게 느껴졌다. 괜히 옆 사람을 흘깃거리며 당황한 자신이 좀 촌스러운 건가 조바심마저 일었다. 통로를 사이에 두고 앉은 남자는 샴페인을 마시며 여유롭게 승무원에게 이것저것을 계속 주문했는데, 그게 그렇게 부럽거나 편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자신이 불편함을 겪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기대했던 식사시간이 되었을 때 그는 처음으로 비즈니스 클래스에 탄 것을 후회했다. 음식이야 평소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것보다도 훌륭했으나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근사한 유리잔에 음료를 담아 마시고 식기에 서빙을 받아 나이프나 포크를 두 개씩 사용하며 음식을 먹는 일이 그리 우아하게 느껴지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꾸 뭔가 신경 쓰이고 불편했다. 솔직히 그 풍경은 좀 우스꽝스러웠다.
그가 유일하게 승무원에게 말을 건 순간은 누군가 사용한 잔에 음료를 따라줘서 바꿔달라고 한 것이었다. 그것도 누군가 알아서 승무원이 난처해질까 그는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다. 동행도 없는 아래층의 이코노미 클래스가 괜스레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한잠 자는 사이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비행기는 내렸고, 그는 아테네로 향하는 비행기로 환승했다. 독일 국적 항공이었고 역시 비즈니스 클래스였는데, 한국 항공사에 비해 서비스는 초라했다. 승무원은 말할 때마다 무릎도 꿇지 않았고 유리로 된 근사한 와인잔이나 식기를 사용하지도 않았다. 비즈니스석에 사람이 적으니 승무원 한 명이 모두를 서브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는 마음이 한결 편안했다. 그 편안함의 정체에 대해 그는 아테네 도시의 야경이 눈에 들어올 때까지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곰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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