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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26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 여야 당권 경쟁, 계파 초월 리더십 보여주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당권 경쟁 열기가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한여름 무더위가 무색할 정도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원내 제1, 2당인 양당은 각각 다음달 9일과 27일 치러지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를 비롯한 차기 지도부를 선출한다. 두 당의 새 지도부는 총선 이후 흐트러진 당 조직을 재정비하는 것 이상의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된다. 특히 차기 당 대표는 내년 대선을 주재해야 하기 때문에 ‘미래 권력’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두 당의 당권 주자들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계파 이익에 매몰돼 당권 경쟁을 벌이는 이유일 것이다.

친박계 좌장과 핵심인 서청원 의원과 최경환 의원이 출마하지 않기로 한 새누리당에서는 현재까지 이주영·정병국·주호영·한선교·김용태·이정현 의원 6명이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여기에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친박계 주류인 홍문종 의원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이 출마한다면 “당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친박계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질적인 계파 정치로의 복귀 움직임도 감지된다. 서 의원은 27일 친박계 의원 중심의 대규모 만찬 회동을 주재한다. 비주류인 김무성 전 대표는 비박계 후보 지지를 공언했다.

추미애·송영길 의원과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 등 더민주 당권 주자 3인의 ‘문심(文心·문재인 전 대표의 마음) 바라기’도 볼썽사납기는 마찬가지다. 송 의원과 김 전 위원장은 그제 출마 선언을 한 뒤 곧바로 경남 김해로 갔다. 김해을 지역 대의원 개편 대회가 열린 김경수 의원 사무실을 추 의원까지 당권 주자 3인이 모두 방문했다. 문 전 대표를 염두에 둔 행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인의 후보 모두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면담했거나 예방할 예정이다. 추 의원은 친문 후보를 자임하기까지 했다. 친노·친문 당이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전당대회를 통해 뽑힌 공당(公黨)의 대표는 당내 정치, 계파 정치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특히 집권 여당이나 수권 정당의 대표라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책과 국가 비전을 제시하는 등 독자적이면서도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 줘야 한다. 특정 계파의 표심에 기대 당선된 당 대표가 계파의 목소리에 휘둘리고, 계파 이익에 앞장설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하지 않겠는가. 그런 점에서 원내 제1, 2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당권 경쟁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당권 주자들은 이제라도 계파를 초월한 리더십 경쟁을 보여 주길 바란다. 양당 주류 계파 또한 자중해야 한다.

2. 中 ‘사드 중단’ 아니라 ‘북핵 중단’ 압박해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사드의 주한 미군 배치 결정에 정색을 하고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제 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한국 측의 행위는 양국 상호 신뢰의 기초에 해를 끼쳤다”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교적 수사를 최대한 걷어 낸 이례적으로 직설적인 표현이다. 그러면서 “한국 측이 어떤 실질적 행동을 취할지에 대해 들어 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뜯어 보면 ‘이렇게 강력하게 요구하는데도 사드 배치를 강행하려 하느냐”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본다. 어느 때보다 강력한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편치 않은 심정을 아주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지만, 실제로 외교 무대에서 몽니를 부리고 나섰다니 유감스러운 것은 오히려 우리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은 선후 관계에 혼돈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사드는 북한이 핵무기와 이 가공할 무기를 실어 나를 미사일을 개발하고 우리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데 따른 자위권적 조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럼에도 중국은 원인 제공자인 북한에는 강력한 제재를 말로만 강조할 뿐 미지근하게 대응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여기에 왕이 부장은 ARF 참석차 라오스로 가는 길에 보란 듯이 베이징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같은 비행기를 탔다고 한다. 비엔티안에서도 두 사람은 같은 호텔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이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수도 있음을 암시하려는 의도겠지만, 중국이 추구하는 대국적 외교 행보와는 거리가 멀다.

중국은 북한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만큼 모든 분야에서 북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높다. 중국이 대북 제재라는 국제사회의 대의(大義)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북한은 더더욱 관영매체와 대외선전매체를 총동원해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한 단체가 엊그제 내놓았다는 ‘성주에 사드가 배치되면 군 주민의 절반 이상이 밀집돼 있는 읍지구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 안전과 생계에 엄중한 위험이 조성된다’는 내용의 성명은 기가 막힐 뿐이다. 북한의 관변 단체에 핵·미사일과 사드 배치의 선후 관계를 되물을 이유는 물론 없다. 하지만 중국이 외교 채널로 북한 관변단체 수준의 억지 논리를 국제무대에서 내세우는 것은 안쓰럽다.

ARF에는 어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기사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합류했다. 연초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6자회담 당사국 외교 수장이 모인 것은 처음이다. 생산적인 자리가 되려면 중국은 물론 러시아도 문제의 본질인 북핵을 외면하고 사드라는 변죽만 울려서는 안 될 것이다. ARF는 사드 배치가 아닌 북한에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게 만드는 자리가 돼야 한다. 누구라도 우리 국민의 생존이 달린 사드 문제를 21세기 신냉전의 도화선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3. ‘보호무역 강화’ 대비 필요한 美 대선 이후

어제부터 나흘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리고 있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다. 지난주엔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선출됐다. 이제 관심은 두 후보의 경제 공약이 우리나라와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에 모아진다. 두 후보 모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보호무역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는 강한 보호무역 색채를 드러내 왔다. 그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많은 나라와의 끔찍한 무역협정(FTA)을 완전히 재협상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특히 한·미 FTA에 대해 “클린턴이 일자리를 죽이는 한국과의 무역협정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지지했다”고 비난했다. 그제는 NBC에 출연해 “세계무역기구(WTO)를 탈퇴하겠다”는 ‘폭탄발언’을 했다. “미국 기업이 국외로 공장을 옮겨 생산한 제품을 미국에 팔 때 고율의 세금을 물리겠다”는 그에게 방송 진행자가 “WTO에 제소당할 것”이라고 지적하자 내놓은 답변이다.

심각한 것은 본선 승리 가능성이 높은 클린턴까지 보호무역 기조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클린턴은 개방론자였지만 대선 출마 후 보호무역주의자로 급선회하고 있다. 그는 이미 지난해 말 “자유무역협정이 시장 접근성이나 수출 증대 차원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TPP에 반대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재협상을 주장한다. 환율조작국에 대한 응징을 다짐하기도 했다.

미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하면 중국이나 멕시코 등이 보복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무역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 브렉시트발 반(反)세계화 움직임까지 겹쳐 세계 경제가 급격히 가라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총생산(GDP) 중 수출 비중이 50%가 넘는 한국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당장 한·미 FTA 재협상 요구 시 대응책 마련이 급하게 됐다. 또한 지금부터라도 경제 정책의 기조를 내수산업 개발 및 확장에 둠으로써 대외 의존도를 줄여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

4. 규제투성이 의원입법 방치해 경제 성장판 닫을 건가

20대 국회가 개원한 뒤 이달 15일까지 의원들이 발의한 경제 및 사회 관련 규제 법안이 259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안 한 건당 여러 건의 규제가 포함되는 점을 감안하면 의원입법 규제의 총수는 700건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올 상반기 675개의 규제를 개선 또는 폐지하기로 했는데 정치권은 두 달도 채 안 돼 정부가 없애려는 것보다 많은 규제를 신설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규제 법안들이 동시다발로 쏟아지게 되면 규제 폭포 같은 상황이 되지 않을지 기업들이 많이 걱정한다”고 전한 경제계의 우려를 소홀히 들어서는 안 된다.

야당 의원 발의 법안 중에는 기업 경쟁력에 타격을 주고 글로벌 기준에도 맞지 않는 과잉·졸속 규제가 수두룩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이 매년 정원의 3∼5%씩 청년 미취업자를 의무 고용하도록 하는 청년고용 촉진 특별법 개정안은 기업 인사권의 본질과 채용의 수요공급 원칙을 뿌리째 흔들 소지가 크다. 모회사 주식 1% 이상을 가진 주주가 자회사나 손자회사 경영권에 간섭할 수 있도록 한 상법 개정안은 해외 투기자본의 국내 기업 경영권 공략에 악용될 우려를 낳고 있다. 1985년 도입했다가 통상마찰 우려 때문에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폐지한 중소기업 고유 업종 지정제도를 사실상 부활하자는 시대착오적인 법안까지 발의했다.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처럼 일부 기업의 불법, 탈법 행위는 엄벌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이 국민의 반(反)재벌 정서에 영합하거나 이를 부추기며 기업을 옥죄는 규제 포퓰리즘 법안을 쏟아내면 경제의 성장판을 닫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의원입법 규제를 정부가 반대해도 입법 권력을 거야(巨野)가 장악한 여소야대 국회에서 이런 법안이 다수 통과되면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를 추락시켜 일자리를 줄이는 악순환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규제 영향 분석, 부처의 자체 심사,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같은 다단계 절차를 거치는 정부입법과 달리 의원입법은 객관적인 타당성 검토를 거치지 않아 부작용이 많은 법안이 양산될 위험이 훨씬 높다. 규제를 신설 또는 강화하는 의원입법은 타당성과 부작용에 대한 사전 검증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조속히 국회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5. 친박도 사퇴 압박한 우병우, 이젠 대통령 부담 덜어줄 때다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친박(친박근혜) 이정현 의원은 어제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거취에 대해 “서민 처지에서 1300억 원이 넘는 거래에 부정이 있었든 없었든, 상상할 수 없는 액수에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당황한다”며 “문제점이 있다면 어떻게 버틸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그만둬야죠”라고 했다. 친박 원로 서청원 의원의 핵심 측근 이우현 의원도 “우 수석이 공직생활을 하면서 문제점이 있으면 대통령께 부담을 주지 말고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가세했다. ‘문제점이 있다면’이라는 단서는 달았지만 친박에서 나온 ‘우병우 사퇴론’은 박근혜 정부 레임덕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본란에서 여러 번 지적한 대로 우 수석 사퇴의 당위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현직 검사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한 진경준 검사장 부실 검증과 비호 의혹만으로도 물러나기에 충분한 사유다. 줄줄이 드러난 처가 부동산 거래 및 부인의 경기 화성시 농지매입 투기·대리경작 의혹, 처제의 위조여권 사용 국적 이탈과 가족 소유 회사의 횡령·배임 의혹, 변호사 시절 변론한 회사에 대한 검찰의 공판 관리 부실까지 공직자 검증을 통과할 수 없는 사안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민정수석 자신이 ‘의혹 백화점’으로 검증 자격을 잃은 터에 향후 개각에서 검증의 칼을 휘두른다면 누가 납득할 수 있을까.

역대 정권에서 보듯, 대통령의 레임덕은 여당이 반기(反旗)를 들면서 봇물 터지듯 분출된다. 박 대통령은 비박계에 이어 친박에서 ‘우병우 사퇴론’이 터져 나온 것을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이번 주 휴가를 끝낸 뒤 ‘휴가 구상’에 따라 개각을 비롯한 정국 수습을 해나가려 해도 인사의 핵심 걸림돌인 우 수석을 놔두곤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대통령이 민심에 맞서 우 수석을 계속 끼고 가려다간 여당에서 탈당 요구까지 나와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치달을 수도 있다.

우 수석은 박 대통령이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가기 바란다”고 말한 데 고무됐을지 모르나 청와대는 ‘우 수석 얘기가 아니다’라고 바로 다음 날 선을 그은 바 있다. 그가 자리에 연연해 레임덕을 가중시킨다면 중책을 맡기고 누구보다 신임해온 대통령에 대한 도리도 아닐 것이다.

[이데일리]

6. 정부 R&D 사업 30~40년은 내다봐야

지난해 연구개발(R&D)에 투입된 정부 예산이 모두 18조 87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 부처와 출연연구소, 대학부설 연구소 및 중소기업 등이 수행한 5만 4400여개 국책 과제에 집행된 예산이다. 2014년(17조 6400억원)보다 7.0% 증가한 규모라고 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어제 발표한 ‘2015년 국가연구개발사업 보고서’의 내용이다.

전체 예산이 늘기도 했지만 세부 항목별로도 전년보다 개선된 점이 돋보인다. 연구 책임자는 3만 4145명으로 3.8% 늘었으며, 책임자 1인당 연구비도 3.4% 증가한 평균 4억 4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신진연구자의 경우에도 1인당 1억 6100만원의 연구비가 배당된 것으로 조사됐다. R&D 투자에 대한 정부의 의지만큼은 충분히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의지에 비해 실적이 초라하다는 게 문제다. 공공부문의 연구 성과가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되기에는 아직도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R&D를 수행하는 정부 출연연구소나 대학, 기업 간의 장벽이 높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들 연구기관 사이에 인적 교류가 이뤄지기 어렵고 결국 자기들만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히게 됨으로써 초래되는 결과다. R&D에 헛돈만 들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우리 R&D 체제에 국제적 네트워크가 미흡하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국내에서 수행된 R&D 사업 가운데 외국 자금지원을 받은 사업은 0.7%에 불과했다. 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임은 물론이다. 이런 사정이니 국제 공동저술 및 공동특허 실적도 저조할 수밖에 없다. R&D 투자가 산업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에서 실력을 발휘하는데 목적이 있다면 지금 체제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R&D 정책이 수시로 바뀐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R&D 사업의 우선순위가 바뀌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식이어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특히 기초연구 분야에 매달리려면 5~10년으로도 부족하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도 지난 주말 대한상의 주최 제주포럼에서 비슷한 우려를 표명했다. “30~40년 뒤에 결과가 나올 만한 R&D 시업은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이냐” 하는 걱정이다.

[매일경제]

7. 하나은행 `연공서열 파괴` 금융경쟁력에 청신호되길

KEB하나은행이 지난달 옛 외환은행과 전산통합을 완료한 데 이어 24일에는 창사 이래 최대인 1000여 명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통합은행 사기 진작을 위해 전체 직원 6.6%를 승진시킨 과감한 인사만큼이나 주목되는 것은 성과주의 인사 방식이다. 직원별 영업실적을 따지는 데 그치지 않고 손님에게 높은 수익률을 올려준 직원을 발탁해 승진시켰는데 이런 승진 기준은 하나은행이 처음 도입했다. 우리 금융권에 성과주의 문화를 정착시키는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함영주 하나은행장은 지난해 9월 통합은행 출범 당시 현장중시, 영업제일주의, 성과주의 정착을 약속했는데 이번 인사는 그 약속 이행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옛 외환은행에서 2003년 고졸 계약직 텔러로 입행했던 어느 직원은 2012년 정규직으로 전환한 지 1년5개월 만에 탁월한 영업성과로 이번 인사에서 대리로 특별승진했다. 국내 금융산업은 아직 90% 이상 호봉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런 임금체계에서는 저성과자를 가리기도 힘들고 동기 부여도 되지 않는다. 합병 후 10여 년이 흘러도 여전히 출신 성분을 따지며 티격태격하는 과거 은행 합병 사례에서 보듯 보신주의와 파벌싸움을 부를 뿐이다.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출신 은행이 어디든 가리지 않고 실적과 능력만을 기준으로 승진시키는 하나은행 인사는 통합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위해 필수적인 디딤돌이라 할 만하다.

하나은행은 지난 1월에도 뛰어난 영업성과를 거둔 행원급 직원 6명에게 마케팅 영웅이라는 칭호를 부여하며 특별승진시켜 금융권에 새바람을 불러왔다. 신한·우리·기업은행 등이 잇따라 성과가 우수한 직원을 특별승진시키거나 유사한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갈 길은 아직 멀다. 우리 금융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성과중심 인사체계에 이어 호봉제를 뛰어넘는 성과연봉제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막겠다며 오는 9월 총파업까지 예고해놓고 있는데 지금의 임금·호봉 체계로는 은행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금융노조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일단 반대부터 외치기보다는 새로운 성과주의 시도에 적응부터 해야 할 것이다.

8. 환경부 `에어컨 항균필터` 인체 위해성 빨리 밝혀라

일부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항균필터에서 독성물질인 옥틸이소티아졸론(OIT)이 공기 중으로 방출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OIT는 가습기 살균제 독성물질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유사한 물질이다. 가습기 살균제 파동을 겪은 소비자들에게 여름철 필수품인 가정용·차량용 에어컨과 공기청정기에서 유독물질이 뿜어지고 있었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환경부가 OIT 항균필터가 위해 염려가 있다며 회수 권고 조치를 내렸고, 제조업체들이 교체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22일 환경부가 홈페이지에 올린 'OIT 함유 항균필터가 사용된 기기명' 글의 조회 수는 어제까지 17만건을 넘어섰고 일부 소비자는 정부도, 업체도 못 믿겠다며 아예 에어컨을 쓰지 않겠다고 할 정도다. 

항균필터가 사용된 제품이 공개되는 과정에서도 환경부의 미숙한 대응으로 한바탕 혼란을 초래했다. 지난 20일 필터 모델명만 공개해 원성을 사더니 이틀 후 제품 모델명 공개에서도 오류가 발생해 소비자와 제조사 간에 마찰이 빚어졌다. 

이 같은 사태가 터진 것은 환경부가 2014년 OIT를 유독물질로 지정해 놓고도 이물질이 사용된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항균필터를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이 제품은 전기 콘센트를 꽂는 전기용품이어서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으로 여겼고, 산업부는 항균필터는 관리 대상이 아니라고 떠넘기면서 관리에서 쏙 빠진 것이다. 차량용 에어컨과 공기청정기에 사용된 항균필터에서 유독물질이 함유됐다는 지난달 언론 보도 이후에야 위해성 평가를 벌였으니 황당할 따름이다. 문제의 항균필터는 모두 3M에서 제조했다. 코팅을 잘하면 OIT가 방출되지 않는다는 3M 측 말만 믿고 실험 없이 시장에 공급하도록 했다니 이에 대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이 불안해 하는 것은 환경부가 항균필터가 위해 염려가 크다고만 설명하고, 인체 위해성 정도를 밝히지 않아서다. 환경부는 OIT의 실제 인체 흡입량 등에 관해 전문가들과 추가로 논의할 예정이라는데 이른 시일 내에 공개해야 한다.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질질 끌다가 참사를 초래한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교훈 삼아 서둘러야 한다.

[중앙일보]

9. 미국의 한국제품 때리기, 위험수위다

미국이 한국 제품에 줄줄이 반덤핑 관세를 물리겠다고 나섰다. 미 상무부는 지난 22일 한국산 내연강판에 고율(38~65%)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이에 앞서 미 무역위원회(ITC)는 21일 한국 철강제품에 많게는 48%의 반덤핑관세를 매겼다. 20일에는 중국에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한 삼성·LG 세탁기에도 50~111%의 반덤핑 예비관세를 부과했다. 한국의 직접 수출은 물론 중국을 통한 우회 수출까지 가로막는 전방위 관세 장벽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크게 보면 미국의 한국 때리기는 미·중 통상전쟁의 전초전 성격이 짙다. 한국산 세탁기의 대미 수출은 지난해 5400만 달러로 미미하다. 그런데도 한국산 세탁기를 물고 늘어지는 건 중국산 세탁기와의 본격 전쟁에 앞서 한국산을 먼저 손보겠다는 의도로 봐야 한다. 한국산 철강에 물린 관세도 중국산에 미국이 사상 최대(451~522%)의 관세를 물린 것을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많다.

문제는 미·중 싸움에 한국만 피곤하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의 통상 압력은 갈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대선 레이스를 앞두고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물론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까지 경쟁하듯 보호주의 공약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로 중국의 경제 보복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럴수록 정부와 산업계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우선 국제 공조를 통해 보호주의 기조 완화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엊그제 중국 청두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는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를 배격한다’는 공동성명을 냈다. 이런 목소리를 더 크고 분명하게 내도록 한국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 산업계는 장기적으로 중국 생산기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워싱턴 정가에 안테나를 더 깊고 넓게 꽂아야 한다. 사전 조율과 설득이 먼저지만 부당한 권리침해에는 국제기구 제소 등을 통해 당당히 맞서야 함은 물론이다.

10. 초당적 ‘비정규직 차별개선’은 시대정신이다

국회가 비정규직 차별 개선을 위해 포럼을 만들기로 했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최근 국회에서 ‘비정규직 차별개선 포럼’을 출범시키겠다고 밝히면서 탄력이 붙고 있다. 김 의원은 “비정규직 확산이 저출산을 가속화하는 근본 원인 중의 하나”라며 포럼 출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포럼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할 만큼 중대한 의미를 갖고 있다. 주로 대기업과 경영자 편에서 입법 활동을 해 온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 나서 차별 해소에 앞장서는 것부터 이례적이다. 더구나 이 포럼에는 김무성·유승민·나경원 같은 여당 중진은 물론이고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 같은 야당 국회의원까지 50여 명이 참여한다. 대립과 갈등의 아이콘처럼 된 국회의원이 초당적 자세로 뜻을 모으기로 했다는 얘기다. 이는 국회가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이념과 정파를 초월한 시대정신이자 국가적 공동 과제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각에서는 특정 국회의원의 세 불리기 시각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진정성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이미 여야 주요 3당 대표는 20대 국회 원내교섭단체 연설에서 중향(中向) 평준화나 포용적 성장이란 용어로 양극화 해소의 필요성을 공감했다. 비정규직 차별 개선 포럼은 이제 구체적인 실천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보면 된다.

이제 심각성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외환위기 이후 고착화된 비정규직은 소득 양극화의 근원으로 꼽힌다. 현재 비정규직은 670만 명으로 1930만 임금근로자의 32.5%에 이른다. 그간 정부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상황은 그대로다. 2007년 7월 비정규직 보호법(‘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시행해 비정규직 고용 남발을 억제하고 나섰지만 정규직과의 이중구조를 개선하지 못했다. 문제는 임금·근로기간 같은 고용 차별은 개인의 불이익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취업난 끝에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면 저임금을 받고 2년마다 다시 비정규직을 전전하다 보면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 결혼이 늦어지고, 이는 다시 저출산·저성장으로 이어진다. 최근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임금은 대기업 정규직의 35%에 그친다. 이러니 초혼 연령이 최근 20년 사이 5세나 높아지고, 출산율은 1.24로 일본의 1.46보다 낮다. 이는 성장 동력의 저하를 의미한다. ‘3포’ ‘7포’와 함께 헬조선과 흙수저 얘기가 계속 나와선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

신자유주의를 주창하던 미국·영국도 경쟁적으로 양극화 해소에 나서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을 대통령 후보로 선출한 미 민주당은 정강에 “민주당원은 요즘 소득과 부의 극단적인 불평등이 미국 국민과 우리의 경제에 나쁘다고 본다”고 적시했다.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역시 양극화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작용했다. 국회는 비정규직 차별개선 포럼을 통해 현실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양극화가 촉발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한국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주기 바란다.

주요 신문칼럼

1. [연합뉴스]<이희용의 글로벌시대> 영친왕 정략결혼 100년 잔혹사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6년 8월 3일 아침. 일본 육군사관학교 생도이던 조선의 왕세제 영친왕(英親王) 이은(李垠, 1897∼1970)은 휴가지 별장에서 도쿄아사히(東京朝日)신문을 집어 들었다가 자신의 약혼 보도를 보고 깜짝 놀란다. 상대는 일본 황족 나시모토노미야(梨本宮)의 딸 마사코(方子, 1901∼1989)였다. 이 보도는 조선총독부가 발행하는 매일신보(每日申報)에도 같은 날 똑같이 실렸다. 이방자 여사(마사코)도 훗날 자서전에서 "신문을 보고 내 약혼 사실을 알았다"고 술회했다. 매일신보가 도쿄발로 보도한 것을 보면 고종(1852∼1919)과 순종(1874∼1926)도 영친왕의 약혼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고종은 3남 4녀를 두었다. 이 가운데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아남은 자녀는 순종, 의친왕(義親王) 강(堈)(1877∼1955), 영친왕 은, 덕혜옹주(1912∼1989) 3남 1녀였다. 순종은 명성황후 민씨, 의친왕은 상궁 장씨, 영친왕은 후궁 엄씨, 덕혜옹주는 궁녀 양귀인에게서 태어났다. 적통인 순종은 슬하에 자녀가 없어 1907년 8월 황제로 즉위할 때 이은을 황태제로 책봉했다. 20살이나 많은 이강을 제치고 이은이 뒤를 잇게 된 것은 정비 명성황후가 세상을 뜬 상황에서 이은의 생모가 최고 서열인 데다 수완이 뛰어났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이강의 생모 장상궁도 이미 죽고 없었다. 그러나 영친왕은 황제가 될 수 없었다. 1910년 한일강제병합과 함께 조선 황실이 몰락했기 때문이다. 황태제이던 이은은 왕세제로, 고종 태황제와 순종 황제도 각각 이태왕(李太王)과 이왕(李王)으로 격하됐다. 영친왕은 그에 앞서 황태제로 책봉된 지 넉 달 만에 10살의 나이로 조선 통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손에 이끌려 일본으로 건너갔다. 영친왕이 귀족학교 가쿠슈인(學習院) 중등과를 거쳐 육사에 입학, 철저한 일본식 교육을 받고 황족의 딸과 정략결혼을 하게 된 것은 일제 식민통치 정책의 일환이었다. 

당시 고종은 명성황후를 시해하고 대한제국을 멸망시킨 일본의 황녀를 며느리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경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도쿄의 영친왕 저택에는 연일 투서와 협박 전화가 날아들었다.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발행된 독립신문은 영친왕에게 '구녀(仇女·원수의 여자)를 취한 금수(禽獸)'라고 질타했다. 4년 뒤인 1920년 4월 28일 열린 결혼식에서는 비록 불발에 그쳤지만 도쿄 유학생이 신부가 탄 마차에 사제폭탄을 던지기도 했다. 영친왕과 이방자 부부는 이듬해 아들 진(晉)을 낳았다가 1922년 첫 방한 때 '독살 의혹' 속에 생후 9개월 된 아들을 잃는다. 그로부터 10년 뒤 아들 구(玖, 1931∼2005)를 얻는다. 영친왕과 이방자 여사도 정략결혼의 희생양이었지만 이 둘의 결혼을 쓸쓸히 지켜보는 비운의 여인이 또 한 명 있었다. 1907년 황태제비로 간택돼 결혼할 날만 기다리고 있던 민갑완(1897∼1968)이었다. 그는 영친왕과 이방자의 결혼이 결정되자 1918년 초 금반지를 비롯한 패물을 도로 빼앗기고 파혼을 당했다. 그의 부친인 민영돈은 그해 안으로 딸을 출가시키겠다는 서약서까지 써야 했으나, 민갑완은 황태제의 정혼녀라는 자존심을 지킨 채 숱한 청혼을 뿌리치고 죽는 날까지 홀로 살았다.


조선 황실의 비극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고종의 늦둥이로 태어난 영친왕의 이복동생 덕혜옹주도 재한 일본인이 다니던 일출소학교를 졸업하고 13살이던 1925년 3월 일본으로 건너가 가쿠슈인에 입학했다. 한일 양국의 따가운 눈길을 피하고자 공부에만 전념했던 영친왕과 달리 덕혜옹주는 이복오빠 순종과 생모 양귀인의 잇따른 죽음, 일본인들의 핍박 속에 신경쇠약 증세를 보인다. 덕혜옹주 역시 일제의 명령에 따라 쓰시마(對馬)의 백작 소 다케유키(宗武志)와 1931년 5월 8일 결혼했다. 당시 신랑의 얼굴을 삭제한 채 실은 조선일보의 결혼식 사진이 분노한 식민지 백성의 민심을 잘 말해준다. 덕혜옹주는 이듬해 딸 정혜를 낳았으나 죽는 날까지 조현병에 시달렸다. 1955년 남편에게 이혼당하고 이듬해 딸이 유서를 써놓고 실종되는 아픔도 겪었다. 덕혜옹주의 비극적 삶은 연극·TV드라마·소설로 선보였으며, 영화로도 꾸며져 영친왕의 약혼 발표가 신문에 실린 지 꼬박 100년 뒤인 오는 8월 3일 개봉된다.

일의대수(一衣帶水)란 비유가 낯설지 않을 만큼 한국과 일본은 선사시대부터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삼국유사에도 연오랑세오녀의 전설이 수록돼 있고, 가야인과 백제인은 일본의 고대문화를 꽃피웠다. 백제 왕실과 일본 천황가가 혈연으로 연결됐다는 사실은 일본 아키히토(明仁) 천황도 언급한 적이 있다. 그러나 국권을 빼앗긴 상태에서 강제로 이뤄진 조선과 일본 황실의 결혼은 당사자들의 불행에만 그치지 않았다. 거의 모든 식민지 백성이 모멸감과 열패감에 치를 떨었고, 한일융화(韓日融和)라는 미명과 내선일체(內鮮一體)라는 허울 아래 수탈과 착취에 시달려야 했다.

1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는 전제군주도 없고 귀족도 없어 예전과 같은 정략적 국제결혼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경의 장벽 완화와 교류의 증가 속에 국제결혼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추세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사가 남긴 교훈을 망각한다면 또다시 강대국의 의도에 따라 민족의 장래가 결정되고 국민의 운명이 손안의 공깃돌 신세가 된다는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2. [머니투데이]낙하산 타고 온 그들 때문에 엄마는 셋째를 낳을 수 없다

“아버지, 어머니를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그리고 어머니, 셋째를 꼭 낳아주세요. 저는 전혀 배고프지 않습니다. 저는 먹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울다 지쳐 잠든 동생을 업은 채 아홉 살의 장남은 그렇게 외쳤다. 수년 간의 기근을 견디다 못해 먹는 입 하나 줄일 요량으로 뱃속의 아기와 연못에 뛰어들었다 겨우 살아난 어미였다. 세찬 북풍이 부는 연못가에서 아비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영화 ‘철도원’의 원작자이자 타고난 이야기꾼인 일본 작가 아사다 지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그의 역작 ‘칼에 지다’는 1860년대 한 시골의 말단 사무라이와 그 가족의 기구한 일생을 그리고 있다. 말이야 번지르르한 사무라이지, 한 달에 쌀 두 말 정도 월급으로 받는, 지금으로 치자면 ‘비정규직 알바’정도쯤 됐을까. 흉년이라도 들라치면 네 식구가 입에 풀칠도 못하기 일쑤였다. 

아내가 제 목숨을 끊으려 했던 다음날, 이 사무라이는 자신이 모셨던 주인과 고향을 등지고 큰 도시로 떠난다.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윗사람들이 떠드는 대의 따위는 없었다. 제 식구를 먹여 살리고, 나아가 백성을 잘 살게 하는 것, 그것이 그가 가진 유일한 일생의 대의이자 명분이었다.

그는 문무를 겸비한, 올곧은 사내였지만 시대를 잘못 타고 났다. 당시 신분제에 얽혀 능력과 인품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저 벼슬아치들의 ‘사석(捨石)’일 뿐이었다. 말 그대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먹는’ 시절의 희생양이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생각해보면 별반 달라진 게 없지 않은가. 사람들 사이에‘수저 계급론’은 대유행이고, 공직자 입에서‘99% 개돼지’라는 X소리마저 튀어 나왔다. 전관예우나 ‘정피아’, ‘관피아’라는 말도 지겨울 정도로 낯이 익다. 

최근 대우건설 사장 자리에 ‘낙하산 인사’ 설이 돌고 있다. 유력 정치인이 누구를 밀고 있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이 뜻을 받들어 장고에 들어갔네 어쩌네 하는 내용이다.

실상 우리나라에서 낙하산의 역사는 길고 깊다. 조선시대 대표적 낙하산 인사는 임진왜란을 전후해 수군 요직에 번갈아 앉은 원균이다. 1591년 전라좌수사에 임명됐다가 성과가 없어 탄핵됐던 원균은 단 1년만에 경상우수사에 임명됐다. 개인 역량이 아닌, 간신 정치의 힘이었다. 나라를 망하게 하려면 뭔들 뭣하랴.

낙하산 인사의 도도한 흐름은 군부독재 시절 꽃을 피우더니 지금까지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낙하산에도 일정한 공식이 있는데 어떤 자리는 정권 창출 기여자, 의원 선거 낙선자, 공천 낙마자 등이 가는 자리, 즉 ‘정피아’의 몫이다. 또 어떤 자리들은 고위 공직자들이 가 있는 ‘관피아’의 차지로 아예 정해져 있기도 하다. 정치권에 줄을 댄 자거나 유력 정치인의 친인척, 말하자면 ‘빽’좋은 자들이 가는 자리도 마련돼 있다.

지난 4월 전 경찰청장과 전 국회의원은 한국전력 감사위원으로 선임돼 논란이 됐다. 이어 5월엔 대통령 경호실 출신이 금융 공기업에 사뿐히 내려가 앉았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자리에 낙하산으로 가 있던 전 산업은행 회장이란 사람은 6개월 만에 중도하차해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낙하산 부대들이 지난 16년간 방만 경영을 하면서 부실 덩어리가 돼 버렸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별다른 역할도 없이 억대 연봉과 차량을 지원받은 자문역 및 고문이 60명에 달한단다. 이루 열거하기도 힘든 낙하산들이 위 아래 할 것 없이 각계 각층에서 펼쳐진다. 이러니 낙하산 금지법을 만들자는 여론마저 나오고 있다. 

낙하산의 폐해 또한 일일이 나열하기 힘든데, 정작 능력 있는 인재에게 돌아갈 기회가 박탈된다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생각해보라. 밤늦도록 일하는 우리 시대 가장들이 그 낙하산들로 인해 여전히 비정규직을 맴돌고 있고, 승진을 물먹으며, 몸 담던 직장이 망해 더 이상 월급봉투를 가져올 수 없다는 사실을. 

이 마당에 우리 어머니들이 셋째를, 아니 둘째, 첫째를 낳을 수 있겠는가.


3. [동아일보][김상욱 교수의 과학 에세이]덥다는 것의 의미

요즘 너무 덥다. 매년 되풀이되는 일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쉽사리 적응되는 것도 아니다. 분명 내년 이맘때에도 더울 거다. 덥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 비가 오면 더위가 한풀 꺾이는 것으로부터 햇빛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겨울에도 해가 뜬다. 햇빛은 지금 이 순간 지구의 여러 곳에 도달한다. 내가 오늘 아침 보는 태양은 남반구의 호주에서도 보인다. 하지만 그곳은 지금 겨울이다. 결국 더위는 햇빛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빛을 받은 물질에서 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지표면이 햇빛을 흡수하여 더워졌다는 뜻이다. 뙤약볕 아래 10분만 있으면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다. 

지구에 내리꽂히는 햇빛은 거의 평행하다. 하지만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위도에 따라 지표가 햇빛을 받는 각도가 다르다. 이 때문에 적도는 덥고 극지방은 춥다. 우리가 사는 중위도 지역은 햇빛을 받는 각도가 계절에 따라 다르다. 여름에 지구가 태양에 가까워진다는 사람도 있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지구의 공전궤도가 타원 모양이지만 거의 원에 가까운 타원이다. 더구나 태양과 지구의 거리만으로 계절이 정해진다면 북반구가 여름일 때 남반구도 여름이어야 한다.

여름에는 적도에 이웃한 북쪽지역이 뜨거워진다. 냄비에 물을 넣고 끓이면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기포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물의 대류만으로 열을 전달하기 힘들어지면 기포라는 특급우편으로 온도차를 해소하는 거다. 뜨거운 적도 근방과 차가운 극지방 사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을 태풍이라 부른다. 따라서 태풍은 여름이 끝나갈 때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지표가 흡수한 햇빛의 양과 관련된다.

햇빛을 흡수하면 왜 뜨거워질까. 우리는 이제 열의 본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맞닥뜨린 거다. 18세기 과학자들은 ‘칼로릭’이라는 입자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입자가 많으면 뜨겁고 없으면 차가워진다. 그럴듯한 이론이다. 그럼 햇빛을 흡수하면 칼로릭이 생긴다는 말일까? 물체를 문지르면 열이 발생한다. 마찰열이다. 그렇다면 물체를 계속 문지르면 칼로릭이 무한히 생산된다는 말인데, 뭔가 이상하다. 그래서 럼퍼드 백작은 열의 본질이 운동이라는 제안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다. 열이 운동이라면 그 주체는 누구인가?

과학에서는 연이어 몇 번 질문을 하면 대개 미궁에 빠진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다. 운동의 주체는 ‘원자’다. 원자의 존재가 입증된 것이 20세기 와서니까 당시 과학자들이 답하기는 쉽지 않았을 거다. 모든 것은 원자로 되어 있다. 돌멩이도 예외는 아니다. 돌멩이를 낙하시키면 돌멩이를 이루는 원자가 모두 한꺼번에 움직인다. 열이 원자들의 운동이라면 낙하하는 돌멩이는 뜨거워지는 걸까? 그렇다면 KTX에 탄 사람도 뜨거워져야 한다. 그 사람의 몸을 이루는 원자들이 함께 운동하고 있으니까. 물론, 경험적으로 볼 때 이건 말도 안 된다.

뜨거운 물체의 경우 그 물체를 이루는 원자들이 더 격렬하게 운동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온도에 기여하는 운동은 ‘무작위적인’ 운동이다. 이건 또 무슨 말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연봉을 조사하여 분포를 구하면 평균과 표준편차를 알 수 있다. 표준편차는 분포의 폭과 관련된다. 이것은 자료가 평균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즉 얼마나 무작위인지를 나타낸다. 다시KTX에 탄 사람을 생각해보자. 그 사람의 몸을 이루는 모든 원자의 속도는 빨라진다. 이것은 원자 속도분포의 평균값이 커지는 것과 같다. 하지만 온도를 결정하는 것은 평균이 아니라 표준편차다. 평균이 크다고 표준편차도 큰 것은 아니다.

혹자는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과학기술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이 물질적 풍요는 분명 과학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하지만 부를 분배하는 것, 즉 분포의 표준편차를 줄이는 것은 또 다른 이슈다. 온도는 표준편차가 결정한다. 우리가 아무리 부의 평균을 높이더라도 표준편차를 줄이지 못하면 사회는 뜨거워진다는 말이다.


4. [중앙일보][삶의 향기] 진솔하기에 아름다운 이야기들

우리 사회에서 ‘순박’ ‘정직’ ‘진솔’이란 낱말이 왠지 사치스러운 어휘로 멀어져 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런 상황에서 빌리 브란트(1913~92) 서독 총리가 남긴 일화가 생각난다.

1970년 12월 7일 서독 총리가 폴란드를 국빈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바르샤바에 있는 게토 봉기(Ghetto 蜂起·1943) 희생자를 추모하는 기념비를 찾아가 헌화를 마친 브란트 총리가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이른바 ‘바르샤바의 무릎 꿇기(Kniefall vonWarschau)’라는 역사적 사건이다.

그런데 추모 행사를 마치고 다음 행선지로 가기 위해 브란트 총리와 같은 차를 타고 이동하던 폴란드 동승자가 갑자기 브란트의 목을 감싸 안고는 울음을 터뜨렸다는 비화가 전해 온다. 사과의 진정성이 그만큼 감동적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리라.

이후 왜 무릎을 꿇었느냐는 사람들의 질문이 잇따르자 브란트 총리는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이 말로써 표현할 수 없을 때 할 수 있는 행동을 했을 뿐입니다.” 바로 다른 나라도 아닌 독일의 오랜 숙적이자 큰 피해를 입은 폴란드가 자국의 수도에 빌리 브란트 광장을 조성해 그의 진솔하고 용감한 행동을 기리는 이유다. 한 정치가의 진솔함이 두 나라 사이의 오랜 원망과 갈등을 화해의 장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95년 4월 말 필자가 독일 베를린에 머물 때였다. 투숙한 호텔방의 TV를 켜자 때마침 독일연방국회의사당에서 거행하는 종전 50주년 기념행사를 중계하고 있었다. 5월 8일이 제2차 세계대전 종식일인데, 그보다 며칠 앞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리타 쥐스무트 독일연방공화국 국회의장이 첫 연사로 등단해 개회사를 겸한 연설을 했다. 그는 나치 독일이 일으킨 2차대전으로 많은 무고한 희생자가 생겨났음을 참회하는 내용으로 운을 띄우고는 바르토셰프스키(W. Bartoszewski) 폴란드 외교장관을 그 자리의 특별 연사로 초청한 이유를 언급했다.

요컨대 나치 독일이 이웃 나라 폴란드 국경을 침략함으로써 대전의 비극이 시작되었고, 바르토셰프스키 장관이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증인이기 때문이라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국회의장은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의 과제와 의무는 바로 젊은 세대에게 한 시대의 기억을 계속 전하면서 한때는 반대자이고 적이었더라도 파트너와 친구가 되어 유럽의 통일과 발전 기회로 삼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독일인은 전쟁의 원인과 결과를 결코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속죄의 발걸음 속에서도 화합을 추구하는 독일의 전향적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뒤이어 연단에 오른 폴란드 외교장관은 “1939년 9월 1일 독일 제3제국이 폴란드를 침략하면서 유럽 역사상 가장 잔악한 전쟁이 시작되었고 45년 5월 8일 독일의 무조건 항복으로 종지부를 찍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년8개월8일 동안 계속된 전쟁 당시 폴란드가 주권을 되찾기 위해 연합군과 함께 육지와 하늘과 바다에서 피를 흘리며 싸웠음을 부각시켰다(폴란드 국민 60만 명이 정규군으로 참전하고 10만 명이 지하 저항 운동에 가담했다).

아울러 폴란드 외교장관은 전쟁으로 인한 피해도 낱낱이 고발했다(나치 독일 점령 아래 수백만 명의 유대인과 폴란드인이 회생되고 강제 이주와 강제 노동을 했으며 영토의 5분의 1이 축소됐다). 그러고는 “과거를 청산한다는 것은 많은 경우 용감한 행위”라고 말하며 브란트 총리가 70년 12월 바르샤바의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은 것은 “경외스럽고 역사적인 용기의 표현”이라고 하며 울먹였다.

한 진솔한 사죄가 얼마나 긴 생명력을 지니는지 보여주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정직’ ‘순박’ ‘진솔’이란 낱말의 진정성이 사라져 가는 오늘날의 우리 사회에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5. [중앙일보][분수대] 쉑쉑버거와 ‘느림의 미학’

28년 기자생활 동안 인상적인 일 중 하나가 미국 맥도날드 연구소 취재였다. 이 회사 초청으로 시카고 부근 연구소를 찾은 건 8년 전. 연구소에 도착하니 입구에 아무 표시도 없었다. “기밀 유지를 위해 간판을 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피식 웃음이 났다. “뭐 그리 대단한 비밀이 있다고.”

하지만 내부를 둘러본 뒤 하찮게 여긴 자신이 부끄러웠다. 신제품 및 조리기구 개발에 상상 이상의 자금과 노력이 투여되고 있음을 본 탓이었다. 연구소의 최대 관심은 조리시간 단축이었다. 한 연구원이 새 조리기구를 소개하며 “감자튀김에 소금 뿌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맥도날드의 성공 비결은 ‘맛’이 아닌 ‘신속함’에 있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 맥도날드에는 ‘90초 룰’이 존재했다. 90초 내에 주문을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이었다. 그랬던 게 5~6년 전부터는 60초로 줄었다. 컴퓨터 단말기 보급으로 처리 시간을 확 단축할 수 있었다. 결국 맥도날드 못지않게 맛난 업체는 적지 않지만 여기만큼 균질한 햄버거를, 1분도 안 돼 내놓는 경쟁자는 없었던 거다.

그렇다면 패스트푸드에서는 신속함만이 절대선인가. 꼭 그런 건 아닐 거다. 지난 22일 한국 1호점을 연 ‘쉐이크쉑 버거(일명 쉑쉑버거)’의 흥행몰이는 속도가 전부가 아님을 보여준다. 햄버거 하나 먹자고 1500명이 뙤약볕에서 3시간 이상 기다린 사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2002년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시작해 단시간에 성공한 쉑쉑버거의 인기 비결을 두고 미 언론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항생제를 먹이지 않는 쇠고기, 독특한 소스 사용 등 여러 분석이 나왔지만 ‘길게 늘어선 줄’도 주요 이유로 꼽혔다. 2~3시간씩 기다리는 상황이 인기 이유라는 얘기다.

적잖은 소비자들은 톡특한 상품을 위해 기다림으로써 만족을 얻는다고 한다. “줄을 서서 기다리게 되면 자신이 특별한 취향의 소유자임을 남에게 과시하는 동시에 자신에게 자기암시도 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아울러 쉑쉑버거 현상은 신속함 이상으로는 삶의 질을 중시하는 ‘느리게 살기’의 가치에 사람들이 눈뜨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속도만을 맹신한 나머지 필요한 절차마저 생략했다간 졸속이 될 수밖에 없다. 졸속 논란을 빚고 있는 사드의 성주 배치, 추경 편성 모두 신속함만을 중시해 온 잘못된 습관의 결과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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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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