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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25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누가 검찰 권력에 재갈 물릴 것인가

검사장 출신인 홍만표 변호사와 진경준 검사장이 비리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을 전면 개혁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홍 전 검사장은 전관예우를 이용해 수임료 소득을 올리고 탈세까지 했다. 진 검사장은 넥슨으로부터 받은 4억여원으로 비상장 주식을 사고팔아 120억원을 챙겼다. 일반인들은 넘볼 수 없는 특혜성 범죄다. 우 수석도 1300억원대 처가의 강남 땅 매각 성사, 의경 아들 ‘꽃보직’ 배정 등 온갖 추문에 휘말려 있다.

김현웅 법무장관과 김수남 검찰총장은 현직 검사장이 구속되자 “부끄럽고 참담할 따름”이라며 국민에게 사과했다. 인사검증 및 감찰활동 강화, 비리 제보 시스템 활성화 등 내부 자정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춘 개혁안도 내놨다. 하지만 미덥지 못하다. 2010년 ‘스폰서 검사’와 ‘벤츠 검사’ 논란, 2012년 부장검사 뇌물사건이 터졌을 때도 검찰은 환골탈태를 다짐하고 강력한 감찰체계 구축 등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근본 개혁에 대한 고민 없이 파장 축소와 소나기 피하는 데만 급급했던 탓이다.

검찰 스스로의 자정 노력은 한계를 드러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검찰 조직 전반에 고질적인 부패와 비리의 사슬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철저하고 투명하게 검증해야 할 때다. 그러나 정치권의 눈치나 보는 고위 간부에, 상명하달식 문화에 젖은 수직적 구조에서 대증요법 차원을 넘어 환부를 제대로 도려낼 수술 의지나 능력이 발현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더 늦어지기 전에 인사검증과 감찰을 독립기관에 맡기는 등 외부로부터의 개혁에 나설 필요가 있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검찰 조직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별도 기구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논의하는 중이다. 상설특검이나 특별감찰관 제도가 있는 상황에서 중복이라는 비판도 있고 검찰의 기소독점주의가 허물어진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하지만 내부 자정 기능에 한계를 드러낸 검찰의 자업자득이다. 어떤 방안이 됐든, 부패 고리를 끊어낼 특단의 검찰 개혁방안이 마련되기 바란다. 검찰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빠를수록 좋다.

2. 유일호 부총리도 우려 표명한 김영란법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는 9월 시행을 앞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해 “정말 걱정이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더욱이 그 영향력이 농·축·수산업 등 특정 산업에 집중된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책 운용의 책임을 맡은 입장에서 일반 경제활동을 광범위하게 제약하는 초유의 법률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영란법의 당위성 자체를 부인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릇된 기업 접대문화를 바로 잡으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만 해도 기업들이 법인카드로 결제한 접대비가 10조원으로, 최근 8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서 지출된 금액도 1조원을 넘었다고 한다. 국세청이 집계한 규모가 이렇다면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흥청망청 뿌리는 접대비로 경제가 굴러간다면 올바른 행태는 아니다.

이 법이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식사접대의 상한액을 3만원으로 설정한 것이 그런 취지다.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까지로 제한돼 있다. 국민권익위도 최근 이러한 내용의 시행령안을 원안대로 확정했다. 관련업계에서 반발하는 한우와 화훼 등 특정 품목에도 예외를 두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를 거쳐 국무회의 의결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 법이 민간 영역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공직자들의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입법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논의 과정에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빠져 버렸고 언론과 교육 영역이 공공성을 지닌다는 이유로 규제 대상에 포함되기에 이르렀다. 변호사나 의사, 회계사 등 공공성이 큰 다른 민간 분야가 제외된 것과도 형평성이 어긋난다.

최근 공직사회의 비리 의혹이 연달아 드러나고 있듯이 갈수록 은밀해지는 공직부패를 근절해야 한다는 점에는 대체적인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형평성 문제나 후유증에 대해서도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 결국 마지막 남은 관문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여부다. 조만간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는 헌재 결정에 기대를 걸고자 한다.

[서울신문]

3. 위기 때 의지할 곳 없는 외로운 한국인

한국인의 삶이 팍팍하고 외롭다는 통계가 나왔다. 한국인들은 “곤경에 처했을 때 도움을 청하거나 의지할 가족과 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한 사람의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로 나타났다. 국회입법처가OECD의 ‘사회통합지표’에 관한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사회적 관계’ 부문에서 10점 만점 중 0.2점을 받았다. 사회적 관계는 그 사회 구성원들의 상호 지지 정도를 나타내는 정도다.

사회적 관계에서 우리나라가 스위스, 덴마크 등 복지 선진국보다 낮은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터키, 칠레, 멕시코 등 우리보다 못살고 정치적으로도 불안한 나라보다 낮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회적 관계는 개인의 삶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공동체적 연대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번 통계를 소홀히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사회구성원 간 느슨한 연결고리는 세대갈등을 일으키고, 나아가 사회통합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OECD가 최근 발표한 올해 ‘더 나은 삶 지수’에서도 우리나라는 34개국 회원국을 포함한 조사대상 38개국 가운데 하위권인 28위에 그쳤다. 소득, 건강, 삶의 만족 등 삶의 질을 나타내는 지수에서도 우리는 낙제점을 받은 것이다. 더 문제는 우리의 순위가 해마다 떨어지는 추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어디 이뿐인가. 한국인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 기록까지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3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해 전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다. 그런데 왜 한국인들의 삶의 질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가. 아무리 나라가 부유해도 국민 개개인의 삶이 피팍하다면 우리의 미래가 밝을 수 없다. 국가의 경쟁력도 국민의 건강한 삶, 만족하는 삶에서 시작된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나만 잘살면 된다는 성공 강박증에 사로잡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등한시했다. 장애인, 여성, 비정규직 등에 대해 따뜻한 관심은커녕 보이지 않는 차별이 사회 곳곳에 깔려 있다. 고위 공직자의 입에서 ‘99% 개·돼지’ 발언이 나올 정도로 우리 사회의 양극화, 소득불평등이 심각하다. 그러니 국민의 상대적 외로움과 박탈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어려워도 손 내밀 곳이 없다면 우리 사회는 작은 바람에도 무너지는 ‘모래성’이 될 수 있다. 사회 연대를 높이는 등 사회통합을 위한 전향적인 정책이 시급한 때다.

4. 사드·북핵 창조적 해법 발휘해야 할 ARF 외교

어제부터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역내 다자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노골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중국과 핵과 탄도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북한, 아시아에서 힘의 우위를 유지하려는 미국 등 6자회담국 외교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치열한 외교전에 돌입했다. 우리 정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북핵·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을 촉구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최근 폐막된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의 모멘텀을 이어 간다는 구상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출국에 앞서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문제, 남중국해 문제, 테러 문제 같은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이 논의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드와 남중국해 문제로 더 복잡해진 정세와 이번 ARF 의장국이 북한과 중국에 가까운 라오스라는 점에서 녹록한 상황은 아니다. 윤 장관은 아세안 각국을 포함해 25일 한·미, 한·일 회담을 갖지만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사드 배치와 관련, 양국의 불편한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북한은 사드 배치를 통해 다소 소원해진 한·중 관계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려는 갖은 책략에 골몰할 것이다. 핵보유국 지위 확보를 위해 이런 외교·안보적 지형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한·미 대 중·러, 또는 한·중 간 갈등 구도로 몰아갈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한국 외교는 사드 배치와 남중국해 분쟁, 북핵 문제가 중첩적으로 얽히면서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다.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여 북한을 압박함으로써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한다는 외교·안보 전략이 심각한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군사 주권과 자위권 차원에서 결정한 사드 배치는 중국과 러시아의 격한 반발은 물론 고립된 북한의 입지만 강화시키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심혈을 기울여 구축한 유엔 대북 제재망이 허물어질 위기에 처해 있고 냉랭했던 북·중 관계에 복원의 에너지를 불어넣은 꼴이 된 것이다. 우리는 이번 외교무대를 통해 북핵 저지와 함께 사드 배치가 북핵을 겨냥한 전략적 조치임을 중국에 이해시키면서 지속적인 한·중 협력을 추진해 나가도록 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한반도에 서서히 닥쳐오는 신냉전 구도가 정착되지 않고 우리가 주도적으로 국익을 창출할 수 있는 창조적 외교 해법을 이번 ARF 외교 무대에서 도출해야 한다.

[동아일보]

5. 넥슨 김정주는 왜 검찰 뒤를 봐줘야 했나

22일 2차로 소환돼 검찰 조사를 받은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대표가 창업 이후 연루된 검찰 고소 건이 30여 건에 이르고 수사 결과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002년 연구비 업무상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당했을 때 무혐의 처분을 내린 수사검사는 진경준 검사장의 대학 동기였다. 2006년 ‘바다 이야기’ 수사 때 넥슨은 프로그램을 만든 회사에 수억 원을 투자했지만 아예 수사도 받지 않았다. 2010년 게임업체 엔도어즈를 인수할 때는 회사 주식을 1만분의 1로 줄이는 과정에서 손해 본 주주들이 김 대표를 고발했고 이듬해 메이플스토리 회원 1320만 명의 정보가 유출됐을 때도 수사를 받았지만 역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기간에 진 검사장은 법무부와 대검찰청에서 근무했다. 

김 대표는 최근까지 진 검사장 본인과 가족은 물론 지인들과 함께 간 해외여행 비용까지 부담한 의혹도 받고 있다. 김 대표가 진 검사장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 이유와 어떤 대가가 오갔는지 검찰은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 사행성이 강한 게임업계 특성상 넥슨이 다른 검찰 간부에게도 보험을 들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처가의 부동산 거래에 대한 의혹도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잔금 지급을 1년여 미뤄주면서 소유권 분쟁이 있던 땅을 구입하기로 계약한 이유와 9개월 만에 30억 원가량 손해까지 보면서 매각한 정황이 여전히 석연치 않다. 넥슨 측은 매입대금(1326억 원)이 한 해 매출의 10%를 넘는 엄청난 액수였는데도 오너인 김 대표가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한다. 애초 김 대표는 “개인거래여서 아는 게 없다”(3월) 했다가 “돈을 빌려줬다가 다 받았다”(6월) “공짜로 줬지만 대가는 없었다”(7월)는 식으로 진 검사장에 대해서도 계속 말을 바꿨다. 기업 뒤에 숨어 발뺌하는 행태는 악덕 기업주를 뺨친다. 

매출 2조 원에 걸맞지 않게 넥슨은 1인 경영체제를 여전히 고수한다. 지주회사 NXC는 특수관계인 지분이 90%를 넘는다. 일본 넥슨과 복잡하게 얽힌 소유구조도 불투명해 김 대표 등 극소수만 회사의 경영을 알 수 있는 구조다. 검찰은 김 대표의 탈법경영에 대해서도 메스를 들이대 벤처 신화에 숨은 기업 비리를 엄정하게 다스려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6. 이제 항균필터에도 독성물질…국민은 불안하다

‘가습기 살균제’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국민의 가슴을 덜컹 내려앉게 하는 일이 또 벌어졌다.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에 장착된 항균필터가 독성물질인 옥틸이소티아졸론(OIT)을 내뿜는다는 것이다. OIT는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물질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유사한 물질이다. 피부나 눈의 손상을 일으켜 선진국에서는 사용을 엄격히 규제한다.

하지만 환경부는 2014년 OIT를 유독물질로 지정하고도 이 물질이 함유된 필터의 유해성을 조사하지 않았다. 국정조사 중인 가습기 살균제 파문에 이어 미세먼지를 엉뚱하게 고등어 탓으로 돌리는 등 환경부의 총체적인 행정난맥이 꼬리를 물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22일 ‘OIT필터’가 장착된 국내 판매 가정용 에어컨 33개와 공기청정기 51개의 모델명을 공개했다. 이틀 전OIT가 함유된 항균필터명을 밝혔다가 영어 용어가 난수표 같다는 비난이 빗발치자 이틀 만에 허겁지겁 제품명을 공개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환경부는 국내에 유통되지 않은 필터 모델까지 밝혔다가 정정하는 소동을 벌였다. 자동차용 에어컨 항균필터를 놓고도 혼선을 빚었다. 처음엔 OIT가 들어간 모델이 3개라고 발표했다가 이틀 만에 12개로 바꿨다. 충분한 검증·분석도 없이 소나기만 피하려 허둥대는 졸속행정이 부른 참화다.

독성이 든 문제의 항균필터는 모두 한국쓰리엠(3M) 제품이다. 삼성·LG·쿠쿠·위니아·청호나이스·프렉코 등 6개 업체 제품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가정·사무실·학교·군대까지 광범위하게 공급된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이 국민 건강을 잡는 흉기가 됐지만 환경부는 ‘깜깜이’였던 것이다. 환경부는 업체에 자진 수거 조치를 하겠다고 했지만 찜통더위에 국민의 불안감은 계속 커지고 있다.

특히 3M 측이 한국에서만 OIT 항균필터를 생산·판매한 것에 대한 공분이 거세다. 배기가스 조작사기를 친 폴크스바겐처럼 한국 소비자들을 ‘봉’으로 여긴 게 아니냐는 비난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쏟아지고 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집단 피해 소송과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제2의 옥시 사태’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려면 정부의 신뢰회복이 중요하다. 항균필터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피해신고센터를 가동하고, 조기에 모든 제품을 회수토록 강력한 행정조치를 해야 한다. 3M이 우리나라에만 필터를 공급하게 된 경위와 과정, 유해성 검증 결과도 국민에게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법령 정비도 시급하다.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항균필터에 대한 규정과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생활화학물질에 대한 종합 관리·감독 대책 을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 무능 ·무사안일의 극치가 드러난 윤성규 환경부 장관부터 경질하고 조직의 기강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이대로 두면 환경부는 국민의 건강을 지킬 수 없다.

7. 테러와 광기 뒤섞인 뮌헨 총기 난사 사건

‘정치적·종교적 신념을 과시하거나 실현할 목적으로 폭력을 사용해 다중을 위협하거나 공포에 빠뜨리는 행위’가 테러의 사전적 정의다. 이슬람 과격 무장단체인 알카에다나 시리아와 이라크의 급진 수니파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가 각지에서 저지르고 있는 무차별 살상 행위가 전형적인 테러다. 지난 주말 독일 뮌헨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은 이 점에서 전통적인 테러와는 구별된다.

뮌헨 도심에서 총기를 난사해 9명을 숨지게 하고, 20여 명을 다치게 한 이 사건은 우울증 병력을 지닌 18세 이란계 독일인 학생의 단독범행으로 밝혀졌다. 범인은 5년 전 노르웨이를 충격에 빠뜨렸던 신(新)나치주의자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의 대량 총기 학살 사건에 심취했다고 한다. 이런 유의 사이코패스형 범죄는 테러와 유사한 형태를 띠면서도 범행 동기는 지극히 개인적이어서 예방과 단속은 테러보다 오히려 어려울 수 있다. 테러를 모방한 개인의 광란적 일탈 범죄는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 전통적 테러와 개인의 광기가 뒤섞이면서 안전지대 없는 세상이 됐다.

지난 14일 프랑스 남부의 해변도시 니스에서 일어난 트럭 테러도 IS와는 무관한 사건으로 드러났다. 튀니지계 프랑스인의 소행이란 점에서 종교적, 인종적 배경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은 되지만 배후가 있는 조직적인 테러는 아니었다. 지난 18일 독일 바이에른주 통근열차에서 아프가니스탄계 17세 난민 소년이 도끼를 휘둘러 5명을 부상케 한 사건도 일반적 의미의 테러와는 거리가 있다.

최근 유럽에서 일어난 일련의 테러 사건은 개인의 정신적 일탈이 다중을 향한 극단적 폭력으로 표출됐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가정과 학교, 조직에서 소외된 젊은이들의 좌절과 분노가 개인적 광기와 결합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특히 우려스럽다. 갈수록 심화되는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 경제적 격차에 대한 젊은이들의 좌절감을 보듬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분노 조절 장애로 생기는 ‘묻지마 폭력’ 사건이 그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문제다.

8. 부산·울산, 원인 모를 가스 냄새보다 두려운 괴담 확산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현상은 불안감을 낳는다. 여기에 당국의 안이하고 무능한 대응은 불필요한 공포와 괴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21일 부산 지역 해안가와 23일 울산 남구 지역에 악취를 풍기는 가스 냄새가 퍼진 후 확산되는 괴담은 전형적으로 이 같은 양상을 보여준다. 당국은 첫 사건이 발발한 지 닷새째이지만 여전히 원인의 단서조차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괴담이 확산되고 있다. 지진의 전조 현상이라거나 최근 논란을 빚은 주한미군의 ‘주피터 프로젝트(생화학 무기 방어시스템)’로 인한 냄새라는 소문이 가장 광범위한 축에 든다. 여기에 북한이 바이러스를 유포했다는 식의 믿거나 말거나식 루머도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양산되고 있다. 또 부산과 울산 지역의 석유화학 공장들과 인근 해안의 선박들이 비가 온다는 예보에 따라 미리 화학오염물질을 방류했다가 비가 오지 않아 냄새가 퍼졌다는 식의 확인되지 않는 소문까지 퍼지고 있다.

가스 냄새는 진정됐지만 괴담은 진정되지 않는다. 이는 당국의 대처능력에 대한 불신감 때문일 수 있다. 부산시는 가스 냄새 신고접수 후 비슷한 시각에 광안대교를 통과한 화학물질 탱크로리 4대를 쫓아가 조사하는가 하면 광안대교 도색작업 중 페인트 냄새가 날린 것이라는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벌어진 일을 놓고 지엽적 원인 분석에 매달렸다. 또 부산시는 상황이 종료된 21일 오후 10시30분에야 가스 냄새를 파악하고 있다는 문자를 시민들에게 보내 늑장대응에 대한 질타를 받았다. 울산도 소방차를 출동시켜 가스 농도를 측정하는 등 법석을 떨었지만 정작 원인에는 접근하지 못했다.

5년 전 남양주에서도 알 수 없는 굉음이 들려 ‘북한이 땅굴을 파고 있다’는 등의 괴담이 돌았다. 정밀조사를 통해 한 빌라의 보일러 문제 때문으로 밝혀내고 이를 고쳐 굉음이 사라진 후에야 괴담이 수그러들었다. 요즘처럼 민심이 흉흉한 때에 괴담은 더욱 민심을 이반시킬 수 있다. 괴담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부산·울산시 등 당국은 과학적이고 신빙성 있는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매일경제]

9. 소비자 안전 외면 이케아 엄격한 잣대로 조사하라

정부가 국내에서 판매되는 서랍장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미국에서 6명의 유아 사망 사고를 일으킨 이케아 '말름 서랍장'이 국내에서는 리콜되지 않고 팔리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와 비난 목소리가 거세지자 뒤늦게 행동에 나선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어제 "국내 유통 중인 수입·국산 서랍장의 안전성 조사를 신속히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전형적인 뒷북 행정이지만 이왕 하기로 했으니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이케아 서랍장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안전성 문제가 확인되면 법에 따라 전량 수거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2014년 12월 광명점을 오픈하며 국내에 진출한 이케아는 가구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연간 3000억원이 넘는 매출에 방문객 수도 700만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에 대한 태도는 낙제 수준이다. 서랍장 사건만 하더라도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3600만개를 즉시 리콜하기로 했고, 중국에서도 소비자들이 반발하자 170만개의 서랍장에 대한 리콜 결정을 내렸다. 반면 한국에서는 10만개 정도가 팔렸는데 원하는 고객에게만 환불해주는 것에 그쳤다. 그나마도 소극적으로 대응해 적지 않은 소비자들은 여전히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케아는 이미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배송과 설치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항의를 받는가 하면 동일 제품을 국내에서만 비싸게 판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국 소비자를 무시하는 외국계 기업은 이케아뿐만이 아니다. 가습기 살균제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옥시를 비롯해 배출가스를 조작한 폭스바겐, 최근엔 독성물질인 옥틸이소티아졸론(OIT) 항균필터로 논란이 되고 있는 3M도 한국 소비자에 대해서만 유독 안하무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렇게 된 원인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너무 약한 소비자 보호 규정과 정부의 안이한 대응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는 외국기업에 대해서는 일벌백계로 다스리고, 소비자 보호 관련 법과 규정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10. 민노총 총파업·각종 시위로 얼룩진 주말 서울 도심

주말 서울 도심이 대규모 집회와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도심 곳곳이 차단되면서 퇴근길 시민들은 극심한 교통 혼잡을 겪은 것은 물론이다. 지난 22일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서울 여의도와 강남,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일방적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는 총파업 투쟁대회를 개최했다. 현대·기아차 노조를 주축으로 한 완성차 업계 노조원 1만여 명을 비롯해 8만2000여 명(경찰 추산)이 도심을 점령하다시피 했다. 23일에는 사드배치반대전국대책회의, 전국학생연합 등이 재벌 책임 강화와 사드 배치 반대를 내걸고 시가행진·연좌농성 등을 벌였다. 국민소득 3만달러를 내다보는 시대에 아직도 집회·시위·농성처럼 다수 시민들에게 불편과 불안을 주는 퇴행적 행태가 반복되니 답답하고 딱하다. 

최근 한국 제조업을 덮친 먹구름은 대기업노조가 파업과 시위로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조선·해운뿐만 아니라 화학·철강 등 어느 업종이나 당면한 운명이고 헤쳐나가야 할 파고다. 경영진과 노조가 머리를 맞대고 고통을 감내하며 해법을 찾지 않으면 공멸뿐이다. 대기업 노조는 지난 20여 년간 제조업 호황 속에서 일반 노동자들의 2~3배에 달하는 고임금과 최고 수준의 복지를 누렸다. 2009년 쌍용자동차 옥쇄파업 사태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적자 기업에서 노사대립과 파업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는 불문가지(不問可知)다. 한 해 5조원 적자에 7조원 공적자금을 투입받고도 파업에 나선 대우조선해양 노조에 대해 정성립 사장이 "파업을 하면 빨리 회사 문을 닫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는데 맞는 말이다. 기업 없이는 노조도, 일자리도 없다. 안보와 경제 동시 위기 상황에서 자기만 손해를 보지 않겠다고 발버둥치는 것은 국민 다수의 동의를 얻기는커녕 상황을 더욱 위태롭게 할 뿐이다. 어떻게 하면 기업도 살고 노동자도 살고 나라 경제도 살릴지, 대기업 노조가 먼저 해법을 제시하고 솔선수범해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동아일보][특파원 칼럼/서영아]‘인간 아키히토’에 대한 단상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생전 퇴위’ 뜻을 비쳤다는 소식으로 일본 열도는 지난주 내내 들썩였다. 1989년 즉위한 아키히토 일왕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좋은 기억이 있다. 2004년 가을 일본 연수 중에 보게 된 뉴스의 한 장면 때문이다. 왕실이 매년 봄가을 주최하는 원유회(가든파티)에서 도쿄도교육위원인 요네나가 구니오(米長邦雄) 씨가 “일본 전국 학교에서 국기를 게양하고 국가를 제창하게 하는 게 제 임무”라고 자랑스레 말하자 일왕은 “강제로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다. 당황한 요네나가 씨는 “그럼요, 훌륭한 말씀 감사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일본 국가 ‘기미가요’는 ‘천황의 시대가 영원할 것’을 기리는 내용이다.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교육 현장에서는 사실상 금기시되다 1999년 국기국가법이 제정된 후 국가 제창을 강요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도쿄도교육위원회는 2003년 국가를 부를 때 기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직원을 징계 처분하는 등 우경화의 선봉에 섰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강제로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일왕의 발언은 당시 일본 내에서 미묘한 파장을 낳았다. 우경화 흐름에 반(反)하는 발언이요, 정치에 관여하지 않아온 전후(戰後)의 전통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진보적인 논조로 알려진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정치적인 화제를 끄집어낸 요네나가 씨가 문제”라며 “천황이 그 자리에서 그저 ‘수고 많다’는 인사로 대화를 끝냈다면 우파에서는 천황의 승인을 얻었다고 주장할 테니 이를 막기 위한 발언이었다”고 썼다.

일왕은 아사히신문 애독자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어느 모로 보나 최근 일본의 보수우경화의 흐름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운신 폭이 크지 않지만 그의 메시지에는 전쟁에 대한 반성과 평화를 지향하는 노력이 담겨 있다.

지난해 전후 70년을 맞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모호한’ 사죄 담화를 내놓은 것에 비해 그는 ‘깊은 반성’을 언급했다. 사이판, 팔라우, 필리핀 등 태평양전쟁 피해지를 노구(老軀)를 이끌고 찾아다니며 전몰자 위령의 행보를 이어왔다. 올해 구마모토 지진 피해지를 방문할 때 보도된 것처럼 이재민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손을 맞잡는 모습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역사연구가인 한도 가즈토시(半藤一利)는 “‘천황은 국민통합의 상징’이라는 헌법 1조와 ‘전쟁 포기’를 규정한 9조를 동시에 구현하기 위해 평생 애써 왔다”고 말했다.

생전 퇴위 의향이 보도된 후 일본에서는 그의 의중에 대해 백가쟁명(百家爭鳴)식 해석이 나온다. 그가 일본의 국왕이 어떤 존재인지 재점검하길 원한다는 해석이 많은 반면, 상징적 존재에 불과한 일왕이 왕실전범(왕실 제도와 구성 등을 정한 전범) 개정이 필요한 퇴위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호헌파인 천황이 헌법 개정 논의를 막기 위해 왕실전범 개정 논의를 끄집어냈다’는 말까지 들린다. 실제로 일본 사회의 관심사는 개헌에서 왕실로 급격히 옮아갔고, 헌법 개정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던 가을 국회 헌법심사회에서 왕실전범 개정 문제도 함께 다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어느 경우든 한계 속에서도 자신에게 부여된 소명을 다하기 위해 애쓰는 ‘인간 아키히토’의 진정성은 제대로 알아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일왕은 한국 방문을 원했고 한국에 대해 여러 차례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하지만 역사의 응어리가 워낙 큰 한일관계에서 그런 날이 쉽게 다가올 것 같지는 않다. 그가 퇴위를 거론했다는 소식에 가장 먼저 그 아쉬움이 떠올랐다.


2. [중앙일보][강찬수의 에코 사이언스] 뜨끈뜨끈한 생수 한 컵

서울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19일 오후.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옥외 주차장 아스팔트 노면 위에 온도계를 올려놓았더니 금방 50도까지 눈금이 올라갔다. 아스팔트 위에 놓아 뒀던 2L짜리 페트병 속의 생수는 온도가 41도였다. 물을 손등에 부었더니 뜨끈뜨끈했다.

요즘 동네 마트나 편의점 앞, 가판대 앞에서는 생수병을 수북이 쌓아놓은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뜨거운 콘크리트 바닥 위에 햇빛도 가리지 않고 쌓아놓은 경우도 적지 않다. 직사광선에 노출된 생수는 온도가 30~40도까지 올라간다. 마시는 데 문제는 없을까.

만일 생수가 세균에 오염됐다면 세균이 번식할 수도 있다. 세균이 자라기 딱 좋은 온도이기 때문이다. 먹던 생수를 뜨거운 자동차 안에 뒀다가 마시는 건 금물이다.

2014년 미국 플로리다대 연구팀은 페트병에 든 생수로 실험을 했다. 일주일간 4도에 보관한 결과 물 1L 속의 비스페놀A 양은 0.26~18.7ng(나노그램, 1ng=10억 분의 1g)이었다. 반면 25도에서는 0.62~22.6ng, 70도에서는 2.89~38.9ng이 검출됐다.

안티몬(Sb)은 4도에서 1.88~8.32ng, 25도에서는 2.1~18.4ng, 70도에서는 20.3~2604ng으로 측정됐다. 생수를 높은 온도에 오래 보관하면 페트병에서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유해물질이 녹아 나온다는 것이 플로리다대 연구팀 논문의 결론이다.


비스페놀A는 플라스틱을 말랑말랑하게 해 모양을 만들기 쉽게 해주는 가소제로 사용된다. 간이나 뇌 기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201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유아용 젖병이나 아동용 컵에는 사용을 금지했다. 안티몬은 백색 광택이 나는 금속인데 세계보건기구(WHO)가 발암성 물질로 분류했다.

생수병을 햇빛에 노출시켰다고 유해물질이 당장 몸에 해로운 수준까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그런 생수를 한두 번 마신다고 문제가 될 것도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가울 리 없다. 최근 얼음정수기에서 중금속인 니켈이 검출됐다는 사실에, 공기청정기 필터에서 유해물질인 옥틸이소티아졸론(OTI)이 방출되고 있다는 것에 분노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더 깨끗한 것을 원해 돈을 들였는데, 오히려 유해물질에 노출됐다는 데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다.

뜨끈한 생수가 사라지도록 하는 건 어렵지 않다. 역지사지(易地思之)다. 내가 마실 물이라면 길바닥에 그렇게 내놓겠느냐 하고 스스로 물어보면 된다.


3. [뉴시스][리뷰]넬라판타지아 '영롱한 목소리' 폭염도 녹였다

"아~, 아~, 아~." 웅장함이 인상적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테마곡 '더 팬텀 오브 디 오페라'의 하이라이트. 

영국 출신 팝페라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56)이 한 단계씩 음을 높이며 절정으로 나아가자 24일 저녁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내 열기는 바깥 폭염보다 뜨거워졌다. 3000여 관객은 단숨에 환호성을 터트렸고, 일부 관객은 공연이 끝나기도 전에 기립 박수를 보냈다. 

3년 만에 다섯 번째 내한공연한 브라이트만은 어느새 5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에도 영롱한 목소리를 뽐냈다. 아시아 투어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부른 글로벌 히트넘버 '넬라 판타지아'로 시작한 이날 무대는 몽환과 환상이 점철된 공연이었다. 

70년대 전성기를 구가한 록 그룹 '캔사스(Kansas)'의 대표곡으로 잔잔한 기타와 세상을 달관한 듯한 뉘앙스가 인상적인 '더스트 인 더 윈드(Dust In The Wind)'도 그녀의 목소리를 입으면 꿈결 같은 서정성이 더해졌다. 

60인조 프라임필 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사라 브라이트만의 밴드가 함께 들려준 연주는 브라이트만의 목소리에 웅장함을 제대로 입혔다. 

오페라, 뮤지컬 넘버, 팝을 넘나드는 팝페라 가수들이 성악가와 특히 다른 점은 음향증폭장치인 마이크를 쓴다는 점이다. 브라이트만의 목소리를 듣는 내내 마이크 없이 그녀의 노래를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음향증폭장치가 세밀하게 담지 못하는 그녀의 청아한 목소리의 여운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1부 마지막에 들려준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중 '네순 도르마'에서는 성악가 못지 않은 성량을 자랑한 동시에 부드러움도 뽐냈다. 브라이트만이 보첼리와 불러 유명한 '타임 투 세이 굿바이'를 2부 마지막에 들려줬는데, 팬들의 환호에 진심으로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 만큼 2시간여동안 팬들을 사로잡은 그녀다. 

앙코르 첫곡으로 들려준 '바르샤바 협주곡'에서는 마이크 대신 지휘봉을 들고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이벤트도 선보였다. 이날 메인 테너로 나선 마리오 프랑골리스 등 게스트 가수들과 함께 부른 앙코르 두 번째 곡 '러닝'의 격렬함과 웅장함은 화룡점정이었다. 관객들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브라이트만을 연호했다. 

브라이트만은 26일 대구 엑스코·27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조경기장으로 투어를 이어간다.


4. [머니투데이][기자수첩]하인리히 법칙과 '역전세난'이 주는 경고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발생하고 있다.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대출을 받아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기도 한다.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이 있지만 그간 정부가 쏟아낸 부동산시장 활성화 정책의 후유증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입주 물량 급증으로 역전세난이 발생한 2004년, 2008년과 비교하기도 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송파구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달 대비 0.05% 하락했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전셋값이 유일하게 하락한 지역이다. 실제 송파구 소재 A아파트 전용면적 82㎡ 전셋값은 올초 3억8000만원에서 6월 현재 3억6750만원으로 떨어졌다.

역전세난은 다양한 이유로 발생한다. 우선 많은 아파트가 일시에 공급돼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면서 발생한다. 경기 침체도 이유로 꼽힌다. 경기가 전반적으로 악화되면서 주거지 이동 수요가 감소, 전세 수요가 줄어든다는 것. 

연말부터 전국적으로 입주물량이 쏟아질 예정인 데다 경기 불확실성도 확대될 수 있어 역전세난은 서울 강남권에만 머물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역전세난이 발생,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시세가 하락할 경우 집주인들은 은행 대출이나 매매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급매 물량이 늘어나면 집값 하락 우려도 커진다. 

반면 세입자의 경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새 아파트 입주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입주율이 저조한 불 꺼진 아파트가 속출할 수도 있다. 결국 공급 과잉이 부메랑이 돼 집주인, 세입자 모두가 피해를 보는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

정부는 올 초까지 공급 과잉 문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섣부른 대응이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지금은 입장을 바꿨다. 공급에 인위적으로 개입하기보다 건설업계 스스로 판단해 물량을 조절하기 바란다고 선을 긋긴 했지만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주택분양이 계속 이뤄진다면 2~3년 이후에는 공급과잉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앞서 수많은 작은 징후들이 발생한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은 어떤 상황에서든 오류 등을 신속히 발견·대처해야 한다는 의미와 함께 초기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하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 지금의 역전세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정부가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 때다.


5. [서울신문][자치광장] ‘6000년 선사 마을’ 품은 서울/이해식 서울 강동구청장

최근 ‘마을로 돌아가자’는 운동이 일고 있다. 서울의 마을은 언제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마을의 흔적이 생생한 서울 암사동 유적에 주목해야 한다. 1925년 을축년 대홍수 때 처음 드러난 암사동 유적은 여러 차례 발굴조사 결과 선사시대부터 약 40기의 집터가 발견되었다. 현재까지 발굴된 가장 큰 규모이다. 주요 유물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빗살무늬토기’가 있다.


빗살무늬토기는 전체를 삼등분하여 각기 다른 문양을 그려 넣었는데 손톱무늬, 무지개무늬, 문살무늬, 생선뼈무늬 등 정교하고 아름다운 모양을 뽐내고 있다. 토기 외에도 수렵과 어로 활동을 짐작하게 하는 그물추와 갈판, 갈돌, 돌화살촉, 돌도끼, 긁개, 탄화된 도토리 등도 있다.

신석기 시대인의 생활상을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약탈과 전쟁의 도구들 없이 오로지 생활도구들만이 발굴됐다는 사실에서 그 시대가 얼마나 평화로웠을까를 짐작해볼 수 있다.

올해 4월 문화재청과 서울시의 지원으로 재개된 암사동 유적 발굴조사에서는 신석기시대 유구뿐 아니라 옥으로 만든 장신구가 처음으로 출토되었다. 매우 질이 좋은 연옥에다 형태도 정교해서 당시의 미적 수준이 우리의 일반적 인식을 훌쩍 뛰어넘는다.

양양 오산리 유적을 세계 고고학 사전에 올리고 암사동 유적 발굴에도 참여한 바 있는 세라 넬슨은 2002년 ‘영혼의 새’라는 장편소설을 썼다. 한국의 신석기 유적이 배경인 이 소설은 당시 사회가 모계 사회의 종교 공동체였음을 가정하고 있는데, 다양한 생활도구들이 제사의식에 쓰였고 미적인 도구들이 동원되었음을 표현하고 있다. 암사동 유적에서 옥 장신구가 발견된 것은 이 대목에 비추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적에서 발굴된 유구와 유물들로 우리가 신석기 시대인의 생활상을 모두 알 수는 없다. 좀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 추가적인 발굴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우리의 과제는 상상력을 좀더 발휘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닐까. 강동구는 암사동 유적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고고학적 성과를 바탕으로 더 흥미로운 문화·예술적인 성과를 축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해 10월 어김없이 선사문화축제가 암사동 유적지에서 열린다. 특별히 ‘서울 암사동 유적’의 학술적인 가치 조명을 위한 국제학술회의도 열린다. 고령임에도 넬슨도 온다고 한다. 광대한 상상력의 원천이 잠재된 축제와 학술회의에 많은 분의 참석을 기대한다.

이런 노력으로 서울을 600년 도시에서 한성백제의 2000년을, 더 나아가 선사유적의 6000년을 품은 도시로 부를 수 있는 날을 함께 만들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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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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