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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한겨레]

1. 청와대, 언제까지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우길 텐가

‘재단법인 미르’와 ‘재단법인 케이(K)스포츠’는 누가 봐도 5공의 일해재단을 연상시킨다. 일사천리로 진행된 정부의 설립 허가 과정이나 각 기업이 울며 겨자 먹기로 거액을 출연한 정황 등이 판박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비정상’으로 점철된 재단 설립은 ‘청와대’라는 거대한 권력을 빼놓고는 도무지 설명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권력의 비선 실세로 소문난 최순실씨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설립 당시 경제수석) 등 박근혜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이름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두 재단과 청와대의 연관 관계를 설명해줄 중요한 사실이 하나 밝혀졌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미르와 케이스포츠 기금 마련 과정의 비위 문제로 지난 7월 안종범 수석을 내사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안 수석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기업체들에 출연 압력을 넣었다는 첩보가 입수돼 관련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금 출연 이유와 과정 등을 조사했다는 것이다. 조사 내용은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이유를 묻는 말에 기업 관계자들이 대답을 못 하고 먼 산만 바라봤다고 한다. 겉으로는 자발적 출연이지만 실제 내용은 ‘강제모금’이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런 사실은 청와대가 왜 그토록 이 특별감찰관에 대해 반감을 표시하고 있는지도 잘 설명해준다. 청와대는 이 감찰관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감찰 과정에서 언론사 기자와 통화한 것을 두고 “국기 문란”이라며 노발대발했다. 사안에 비해 너무나 과도한 감정 표출이었는데 그 이유가 있었다. 이 특별감찰관이 두 재단의 설립 과정을 내사한 것은 말 그대로 박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린 행위였던 셈이다. 이 특별감찰관이 수사기밀 의혹에 휘말려 사표를 내는 바람에 내사가 중단되지만 않았다면 청와대의 개입 의혹이 소상히 밝혀질 수도 있었다.

최순실씨를 둘러싼 의혹도 더욱 증폭되고 있다. 최씨가 단골로 다니던 스포츠마사지센터 원장이 케이스포츠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에 이어, 최씨의 의뢰로 박 대통령의 취임식 한복을 만든 디자이너가 미르 재단 이사를 맡고 있는 사실도 밝혀졌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두 재단이 지난 5월과 6월 박 대통령의 국외순방 때 동행해 현지 행사까지 연 것도 청와대의 각별한 배려를 빼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런데도 청와대는 “언급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말을 계속할 것인가. 청와대는 이 사태에 침묵하고 외면할 권한이 없다. 안 수석을 비롯해 청와대 관계자들이 재단 설립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전두환 정권이 일해재단 설립 과정에 대해 그토록 거짓말을 했으나 결국 들통이 나고 만 사실을 청와대는 잊지 말아야 한다. 청와대가 미르와 케이스포츠 재단 문제를 어물쩍 숨기고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이데일리]

2. 학비 1000만원 넘는 사립 초등학교들

일부 사립 초등학교 학비가 1000만원을 넘는 등 대학 등록금보다 훨씬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제 전국 사립 초등학교 68곳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9개 학교의 학비가 연간 1000만원을 넘었다고 한다. 상위 10곳 평균이 1058만원에 달했다. 180개에 이르는 전국 4년제 대학의 연평균 등록금 667만원보다 월등 많은 금액이다. 국공립대의 410만원에 비하면 2.5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초등학교에서 도대체 무엇을 가르치기에 이처럼 거액의 학비가 드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사립 초등학교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사립 유치원 원비도 대학 등록금 뺨칠 정도로 비싸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유아 대상 전국 영어유치원의 월 평균 수강료는 57만원으로, 1년 원비가 684만원이다. 역시 대학 등록금 평균을 웃돈다. 6~7세 대상 종일반의 경우 월 203만원, 연간으로 2436만원에 달하는 곳도 있었다. 이처럼 연간 1000만원 원비가 넘는 사립 유치원이 전국적으로 20개 안팎에 이른다.

부자를 위한 ‘귀족학교’가 늘어나게 되면 기회 균등의 공교육 정신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공교육 기능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이다. 취약계층이나 저소득 가정 자녀에 있어서는 소득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렇게 교육 격차가 심화될 경우 사회적 갈등의 뿌리가 되고, 장기적으로는 계층 상승의 기회를 박탈해 부의 세습화를 고착시키는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사회 구조적으로 소득 양극화가 갈수록 깊어지는 상황에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가 오늘날 ‘세계 속의 대한민국’으로 발전한 배경에는 교육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그 바탕에는 누구나 값싸고 질 좋은 교육을 받도록 하겠다는 보편적 공교육 정신이 깔려 있다. 공교육이 붕괴되면 희망의 사다리가 무너지는 셈이다. 대학의 ‘반값 등록금’ 문제에만 관심을 쏟을 일이 아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때부터 굳이 비싼 사립학교를 찾지 않아도 되도록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정상적인 사립학교 학비의 책정체계도 함께 따져봐야 함은 물론이다.


3. 전국이 특별재난지역 위기의식 가져야

이번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경북 경주 지역이 어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가운데 다시 규모 3.5의 강력한 여진이 발생했다. 지난 12일 역대 최강급인 규모 5.8의 본진이 일어난 이래 규모 3.0 이상의 여진이 일어난 것도 벌써 2번째다. 모두 경주시를 중심으로 10㎞ 안팎의 가까운 위치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공포심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복구작업이 지체돼서는 안 된다. 더욱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만큼 복구 활동에 속도를 내야 한다. 무엇보다 지진 이후의 2차 피해를 방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경북도와 경주시가 이미 피해시설의 80% 가까이 응급조치를 끝냈다고 하지만 복구작업은 아직 미흡하다. 기왓장이 우르르 깨져 버린 지붕을 비닐로 덮어놓은 옹색한 모습에서 드러나는 사실이다. 비가 쏟아질 경우 새지 않도록 하려는 임시 조치일 것이다.

지금 단계에서 복구작업과 함께 중요한 것은 추가 지진이 일어날 경우의 대피 요령을 주민들에게 조속히 숙지시키는 일이다. 어제도 여진 발생으로 땅바닥이 흔들리자 경주 지역 일부 학교에서는 급식실을 벗어나 운동장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웃지 못할 촌극마저 빚어졌다. 지진 가능성이 현실화하면서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는 얘기다. 비상 식량을 비축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는 소식이다.

일대 지역의 도로나 교량, 터널에 대한 안전진단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당장 정밀진단이 어렵다면 담당 공무원들이 현장을 돌아보며 육안으로나마 문제점이 없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주민들도 문제점이 발견되면 즉각 신고를 통해 대형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자발적인 협력이 요구된다. 원전과 방폐장 시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잠재적인 피해 요소를 줄이면서 복구작업을 병행해야 하므로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지금의 지진 위기는 비단 경주 지역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식으로 여진이 이어지다가 서서히 끝나기를 바라지만 또 다른 식으로 공포가 닥쳐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실생활에서 재해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모든 측면을 꼼꼼히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주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더 문제라는 위기의식을 가져야만 한다.


[매일신문]

4. 사드 배치도 합의 못하면서 무슨 ‘북핵 규탄 결의안’인가

여야는 21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북한의 제5차 핵실험 규탄 및 핵 폐기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북한에 대해서는 “핵무기, 핵물질 및 핵시설을 포함한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폐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고, 정부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공조해 기존의 제재 조치에 더하여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 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문했다.

북한의 핵 도발에 여야가 한목소리로 규탄했다는 점에서 일단 그 의의는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북한의 핵 보유는 이미 기정사실이 된 상황임을 감안하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소리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운반용 신형 엔진시험까지 마쳤다. 이런 마당에 여야가 목청을 돋워 규탄한들 북한은 간지럼도 안 탈 것이다. 지금 긴급하고 절실한 과제는 규탄이 아니라 북한의 핵 공격에 맞설 수 있는 실질적 대응 수단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치권 특히 야당의 감각은 너무나 무디다. 사드 배치 반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드를 ‘군사적 무용지물’이라고까지 했다. 북한 핵에 대한 실질적 대응 수단에서 사드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사드가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드가 없으면 북한 핵미사일은 100% 막을 수 없다.

최근 야당은 사드 반대론에서 슬슬 발을 빼려 하고 있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민심이 사드 찬성으로 기운 데 따른 얄팍한 정치적 계산이다. 하지만 여론의 눈치만 보고 있을 뿐 여전히 사드 배치에 찬성한다는 소리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규탄 결의안은 언어의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 실행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규탄만 하면 북한이 무서워서 핵을 포기라도 하나?

결의안의 내용이 공허하고 추상적인 것은 그래서 필연적이다. 결의안은 ‘정부에 더욱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 방안을 마련`실행하라’고 했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적시하지 않았다. 그런 소리는 필부(匹夫)도 할 수 있다. 북한의 핵 능력은 첨단화로 질주하고 있는데 하나 마나 한 소리만 하는 국회의 한가함이 놀랍다.



5. 가정용 전기료 폭탄 현실화, 정부 누진제 개편 왜 뭉그적대나

지난달 주택용 전기요금이 사상 처음 1조원을 돌파하게 됐다. 8월 전기요금이 전달인 7월보다 50% 이상 늘어난 가구가 871만 가구로 전 가구의 4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달보다 전기요금을 두 배 이상 물게 된 가구도 291만 가구에 달한다. 8월분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든 집집마다 탄식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여름, 전기료 누진제 탓에 가정에선 에어컨도 제대로 못 켠다는 비난이 고조되자 정부가 전기요금 누진제를 임시로 찔끔 완화했던 탓이다. 전기요금 인하 기대감에 에어컨을 가동했던 대부분 가정이 몇천원 전기료 할인을 받고자 수만~수십만원 상당의 전기를 더 쓴 셈이 됐다. 정부의 사탕발림으로 결국 한전 배만 불렸다.

그런데도 정부는 전기료 누진제 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최고 11.7배에 이르는 우리나라만의 과도한 전기료 누진제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정부가 전기요금 체계 전반을 손질하겠다며 TF를 꾸린 것이 지난달 18일이다. 그러나 TF는 팀을 꾸린 지 한 달이 넘도록 단 두 차례 회의를 가졌을 뿐 아무런 결론도 내놓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선진국에 비해 결코 싸지 않다. 원자력발전으로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선진국에 비해 저렴하다는 한전의 설명과 다르다. 미국 가정은 한 달 평균 909㎾h의 전기를 사용하고 110달러(12만2천원) 정도 요금을 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같은 전기를 쓰면 36만원 이상의 전기료를 내야 한다. 11.7배에 이르는 터무니없는 누진제 때문이다. 한전은 원전 건설 이유로 싼 전력 공급을 이유로 들지만 우리보다 면적이 훨씬 큰 미국에 비해서 전기료가 비싼 이유조차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한전은 지난해 11조원의 순이익을 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만 6조3천억원에 달한다. 한전은 그럼에도 총괄원가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공기업 한전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것은 독점으로 전기를 공급하며 터무니없는 누진제를 적용한 결과물이다. 정부는 누진제 단계 축소, 누진 배율 완화, 산업용과 가정용 전기료 차이 해소 방안 등을 내놓아야 한다. 뭉그적거릴수록 소비자인 국민 불만만 커질 뿐이다.



[서울신문]

6. 北 “핵실험 대가 치를 것”이란 오바마의 경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마지막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핵실험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경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은 핵실험을 거듭 실시해 우리 모두를 위험하게 하고 있다. 기본적인 합의를 깨는 어떤 나라든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2009년 ‘핵무기 없는 세계’를 천명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그가 임기 중에 북한의 핵 능력이 실전배치가 임박할 정도로 고도화한 현 상황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임기를 4개월 남긴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대가’는 지난 9일 5차 핵실험에 대해 유엔 안보리 차원의 제재와 미국의 독자적인 대북 추가 제재로 요약될 수 있다.



사상 최강의 제재로 평가받는 안보리 결의(2270호)보다 더욱 강력한 제재와 관련해 중국의 대북한 원유 수출 금지나 북한의 석탄·철·철광석 등에 대한 수출 규제 등 다양한 제안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한·미·일 3국 외교장관들이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도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한 신규 안보리 결의 채택을 위한 포석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의도하는 대북 제재가 실효를 거두려면 결국 거부권을 가진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국을 동참시키고 기존 제재의 구멍을 차단하는 데 긴밀하게 공조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다행히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대결 양상을 보이던 미·중 관계가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계기로 협력구도로 전환되고 있다. 최근 오바마·리커창 회담을 통해 미·중 양국은 북한의 핵 개발 포기를 위한 협조를 다짐했고 북한의 핵 프로그램 개발 관련 물자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중국 훙샹(鴻祥)그룹이 중국 정부의 조사를 받고 중징계를 받을 전망이다. 훙샹그룹은 대북 교역의 핵심 기업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거듭된 핵실험에 대한 중국의 강력한 경고가 담겨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주장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에 중국이 협조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될 정도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자국만이 아닌 제3국까지 적용하기 때문에 북한에 효율적인 압박 수단이라는 점에서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 북한을 향해 ‘추가 도발은 곧 자멸’이라는 경고를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우리가 국제사회의 공조를 이끌어야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주변국들의 변화도 예민하게 살펴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인 ‘전략적 인내’가 실패했다는 평가 속에 최근 미국 외교협회는 장기적으로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등의 포괄적 논의를 제안했고 케리 국무장관도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미·중 패권 구도 속에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중국 역시 제재와 대화라는 투트랙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 속에서 우리 역시 외교·안보 전략을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7. 성과연봉제 거부하는 파업 명분 없다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공공·금융 부문 노조원들이 오늘부터 29일까지 대규모 집회를 갖는 등 연쇄 파업에 돌입한다. 노조의 권리이기도 한 파업을 두고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안팎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신의 직장’ 노조의 이기적 파업이 공감대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노총 소속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은 오늘 서울역 앞에서 1만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다고 한다. 이어 23일에는 금융노조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많게는 10만명이 집결한 가운데 집회를 갖기로 해 은행 업무에 차질이 예상된다. 27일에는 철도노조와 지하철노조가 22년 만에 처음으로 공동파업에 들어가는 것을 비롯, 건강보험· 국민연금 ·서울대병원 노조원들이 파업에 들어간다. 28일에도 경희의료원 등 사립대학병원과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이 예정돼 있다.



특히 29일에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여의도 광장에서 대규모 총파업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부는 노조의 총파업 참가자를 출장 등 편법처리하거나 불법파업이 있을 경우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혀 물리적 충돌도 우려된다.

노동계는 파업의 최우선 목표를 성과연봉제 도입 저지에 두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공공·금융분야 성과연봉제 도입은 부작용보다는 도입해야 할 당위성이 훨씬 더 크다. 경쟁이 사라지고 온정주의가 만연한 조직에서 창의성과 생산성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성과연봉제는 도입도 어렵지만 무사안일에 안주해온 조직에서 이 제도를 정착시키는 것도 어렵다. 공무원들이 성과급을 재분배하는 행위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전교조는 지난해 교원 평가에 따라 차등지급된 성과급을 재분배하는 데 참가한 교사가 7만 5000여명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아예 성과연봉제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전교조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 저지가 국민 여론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예외 없이 모든 직종에 일률적인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큰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정부는 쉬운 해고를 우려하는 노조의 주장에는 귀를 기울이면서도 성과연봉제를 무력화하는 그 어떤 행위에 대해서는 엄하게 대처해야 한다. 아울러 노조는 불법·폭력시위의 구태를 벗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집회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8. 불길 속에서 살신성인 실천한 의인 안치범씨

한 젊은이의 의로운 죽음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서울 마포에 사는 안치범(28)씨는 최근 자신이 사는 원룸 건물에서 불이 나자 잠자는 이웃 주민을 일일이 다 깨워 목숨을 구하고 정작 자신은 유독 가스에 질식돼 끝내 하늘나라로 갔다. 자신을 보호할 어떤 장비도 갖추지 않은 채 어떻게 그 뜨거운 불길 속에 뛰어들 생각을 했는지 그의 살신성인(殺身成仁)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그의 죽음을 접하고 가슴 한쪽이 시리면서도 따뜻해짐을 느낀다는 이들이 많은 것은 아무도 흉내 내지 못할 의로운 행동 때문이다. 그는 누구보다 먼저 화재 현장에서 탈출했다. 119 신고로 할 일 다했다고 해도 뭐라 할 이가 없지만 그는 다시 연기가 가득 찬 건물로 뛰어들어가 방마다 초인종을 눌러 이웃들을 대피시켰다고 한다. 그 덕분에 단 한 명의 사상자가 나오지 않았다. 그의 희생과 헌신이 없었다면 끔찍한 참사로 이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 젊은이의 용기 있는 행동을 보면서 이 세상을 바꾸는 이들은 정치인이나 기업인이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말없이 자기 몫을 다하는 평범한 이웃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요란하게 사회 정의를 외치고, 다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이들은 오히려 온갖 비리와 ‘갑질’로 국민을 멍들게 했다. 하지만 아직 취직도 못하고 성우의 꿈을 키웠던 한 청년은 곤경에 처한 이웃을 결코 외면하지 않았다. 높은 지위와 부를 누리면서 사회적 책무는 저버리는 사회지도층들이 득실대는 우리 사회에 울린 경종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요즘이 어떤 세상인가. 길 가다가 아무런 이유 없이 살인까지 저지르는 무서운 세상이다. 나만의 행복과 성공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냉혹한 세상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회공동체에 대한 가치가 무너진 지 오래다. 그렇기에 안씨 같은 의인(義人)이 있어 우리 사회는 아직 살아갈 만하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고위 공직자 출신인 안씨의 아버지는 “처음에는 불길 속에 뛰어든 아들이 원망스러웠지만 지금은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피 끓는 심정을 생각한다면 흔치 않은 반응이다. 이제 사회가 답할 차례다. 그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하지 않고, 나아가 유가족에게 “자식을 잘 키웠다”고 감사와 애도의 마음을 전하려면 안씨를 ‘의사자’로 예우해줘야 한다.



[중앙일보]

9. 혁신도 모자랄 판에 총파업 하겠다는 금융노조

내일 금융노조 총파업은 어떻게든 철회돼야 한다. 금융노조가 어제 총파업을 선언하면서 “전국 1만여 은행 영업점이 일시에 마비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여진이 끊임없는 경주 지진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연봉 상위 1%에 속해 귀족노조로 불리는 금융노조가 고객을 볼모로 파업에 나서겠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예정대로 총파업이 강행되면 내일 전국 은행은 대혼란을 피할 수 없다. 금융노조 추산으로는 10만 명이 참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규모의 은행원이 파업에 참여하면 한국 경제는 초유의 ‘파업 테러’라고 할 만한 위력의 충격을 받게 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어제 7개 시중은행장을 불러 모아 비상대책을 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의 허브 역할을 하는 은행 영업이 마비되면 미처 대금결제를 하지 못한 중소 상인은 부도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인터넷뱅킹과 자동화기기 이용자가 많지만 만기자금을 찾거나 결제대금을 대출받으려면 창구를 직접 찾아야 해서다. 은행 창구에서 일을 보지 못한 고객의 항의도 빗발칠 전망이다.

금융노조가 총파업에 나서는 것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철회시키기 위해서다. 은행권은 내년부터 성과에 따라 동일 직급에 최대 40% 연봉 격차를 두기로 했다. 그동안 은행권은 가계대출로 예대마진을 챙기는 방식으로 쉽게 돈을 벌었다. 하지만 13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가 시한폭탄이 되면서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영업은 한계에 직면했다.

이미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2014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금융권 임금 비율이 한국은 2.03으로 미국 1.01, 일본 1.46, 영국 1.83에 비해 매우 높다. 더구나 올 연말 인터넷은행이 출범하고, 비트코인처럼 세계적으로 이용자가 늘고 있는 전자화폐 사용이 계속 확대되면 은행의 수익 전망은 더욱 어두워지게 된다. 은행이 생존을 위해 생산성을 높이려면 조직을 성과에 따라 보상을 받는 체제로 바꿀 수밖에 없다. 이는 인력 구조조정을 피하고 고용안정성을 오히려 높일 수 있는 상생의 길이다.

생존을 위한 변화와 혁신에 맞서면 자멸밖에 없다. 국내 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 직전에도 혁신을 회피하다 대형 5대 은행이 모두 문을 닫았고, 지금도 개혁이 지지부진해 세계금융포럼이 발표한 금융업 경쟁력이 아프리카 가나와 말라위보다 떨어지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지경에 빠졌다.

무엇보다 은행권은 지금 배 부른 소리를 할 때가 아니다. 지난달 국내 노동시장에서 6개월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실업자는 8월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절반 가까운 기업이 지난해보다 신규채용을 줄이기로 했다. 국내 경제가 장기침체의 여파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시그널이다. 이런 마당에 경제 마비 위기를 불러올 총파업이나 벌이는 것은 제 밥그릇만 챙기겠다는 행위다. 파업 계획을 거두고 제자리로 돌아가 고객 맞이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세계일보]

10. 1999년 이후 최대 장기실업자, 일자리 만들기 헛말이었나

6개월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실업자가 지난달 18만2000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8월 이후 17년 만에 최대 규모다.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6만2000명 늘어났다. 증가폭은 구직 기준을 1주일에서 4주일로 늘린 1999년 6월 이후 가장 크다. 전체 실업자 중 장기실업자의 비중은 18.27%로, 10명 중 약 2명꼴로 반년 이상 백수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고용시장을 놓고 봐도, 전체 경제를 놓고 봐도 최악의 적색 신호다. 장기실업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그만큼 경기침체 수렁이 깊다는 뜻이다. 최악의 장기 침체, 디플레이션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분석은 그래서 나온다. 금리를 내리고 추경을 풀어 마이너스 성장을 겨우 면하고 있지만 실물경제는 파탄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조선, 해운, 철강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기업마다 감원 바람이 부니 장기실업 사태는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적색 통계는 또 있다.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5∼2014년 10년간 창업한 개인사업자 967만5760명의 사업 생존율은 17.4%에 지나지 않았다. 10명 중 8명 이상이 가게 문을 닫은 것이다. 경기가 지난해부터 더 얼어붙은 만큼 폐업을 하는 자영업자가 더 많아졌을 것은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실제 동네마다 가게 문을 닫는 이는 속출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직장을 잃거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작은 가게라도 열어 가족의 생계를 꾸리고자 한 사람들이다.

정부는 입만 열면 일자리 창출을 외쳤다. 하지만 상황이 이런 지경에 이르렀으니 일자리 창출 구호는 헛말이었는지를 묻게 된다. 경제 부처마다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묘안을 짜내고 있다. 공공기관 청년인턴 채용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통계 놀음에 가깝다. 인턴을 채용한 공공기관은 전체 321개 중 245개로, 인턴을 50% 이상 정규직으로 전환한 곳은 45개에 지나지 않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IBK기업은행, LH, 한국농어촌공사 등 대형 공공기관은 지난해 단 한 명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았다고 한다. 막무가내 인턴을 뽑게 해 고용률 통계 수치나 높이려 한 결과는 이토록 참담하다.

일자리는 꼼수로 만들어질 수 없다. 일자리는 경제를 살릴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 정부는 이제라도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깊이 성찰해 경제정책을 정상으로 되돌려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아시아경제][오후 한詩]골목의 다짐/이은규

우리는 한 골목 입구에 도착했다 처음엔 나란히 옆모습을 보며 걸었다 골목은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사람이 한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걸었다 담쟁이 넝쿨의 웃음소리 골목은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벽을 등지고 서로를 마주보며 걸었다 골목은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문득 한 사람은 뒤돌아 골목을 빠져나갔고 한 사람은 남았다

기억 담쟁이 넝쿨만 무럭무럭, 세상의 모든 골목은 조금씩 어두워지고 구불구불하지만 그건 마치 황무지의 나무들이 바람의 방향 쪽으로 기운 것처럼 보이는 이치, 이제 골목의 무수한 벽들을 깨 버리거나 훌쩍 뛰어넘거나 사실은 벽이 아니라고 믿거나 통과해 버리는 등의 묘기를 부리지 않겠다고 적는다 골목 끝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나아가기로

골목의 다짐, 남은 한 사람은 가만히 벽을 따라 옆으로 옆으로 걸으며 기나긴 문장들을 쓰기로 한다 아무렇지 않은 듯 천천히 나아가며 벽을 따라 걷는 슬픔으로 가득 차기로 파멸과 극복을 반복하는 영웅전집이나 경들을 타인의 일기장을 지우고, 그들을 구원하는 일을 멈추기로 한다 타오르는 문장들, 이제 일용할 양식은 매일 조금씩 갱신되는 슬픔

이 시는 시를 쓰는 어떤 자세에 관한 시처럼 보인다. 이런 시를 두고 메타시라고 부른다. 범박하게 말하자면 시인은 지금 이렇게 적고 있는 셈이다: 나는 남겨진 자로서 앞으로 그 슬픔에 대해 정직하게 쓰겠다. 그런데 궁금하지 않은가. 왜 시인들은 시 쓰기에 대한 시를 쓰는 걸까?



무척 낭만적으로 들리겠지만, 이때 쓰기의 대상인 시란 일생을 두고 다다르고자 하나 결코 이르지 못할 그 무엇인 셈이다. 그것은 영원히 완성될 수 없는 완전한 단 한 권의 책과도 같다. 따라서 시 그것 자체는 쓰기의 대상일 수가 없다. 그러니 쓰기의 대상은 이제 시가 아니라, 시를 쓰는 사람 자신의 쓰는 행위 그리고 그 행위의 밀도와 진실함이 된다. 마치 도공이 단 하나의 그릇을 만들기 위해 며칠이고 밤낮을 새워 다하는 그 정성스런 절실함처럼 말이다.



물론 그 절실함이 문득 맺혀 세상을 놀라게 할 그릇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그 또한 여전히 오롯하지는 않은 것이다. 우리의 생 또한 그렇지 않겠는가. 완벽한 생이란 이 세상에 없다. '완벽(完璧)'이란 본래 '흠 하나 없는 구슬'을 뜻하는 말이다. 다만 우리가 이룰 수 있는 것은 생을 온전하게 완성하고자 하는 어떤 절절한 태도다. 그때 당신의 생은 '매일 조금씩 갱신되며 타오를' 것이다.



2. [연합뉴스]<윤고은의 참새방앗간> 남녀상열지사가 흥행하려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커플 중 하나인 브란젤리나 커플이 파경을 맞았다는 소식이 지난 21일 하루를 온전히 달궜다.

팬들은 지난 12년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잉꼬부부였던 브래드 피트-앤젤리나 졸리 커플이 파경을 맞은 이유를 찾기 위해 분주했다. 이 커플의 화려했던 지난 세월을 돌아보기 위해 부지런히 웹서핑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개진했으며, 나름대로 논리와 추론을 내세워 파경의 맥락을 분석하기 바빴다.

브란젤리나 커플은 여러 모로 흥행요소를 갖췄다.

최고의 선남선녀이자 배우로서의 경쟁력과 화려한 연애 경력을 갖췄고 세계를 무대로 인도주의도 실천했으며 가족의 전통적인 의미도 해체시켰다. 아름다움과 부, 명예에 인류애도 갖춘 이들의 사생활은 자연히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을 모았고 매번 '흥행'에 성공했다.

멜로 드라마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장르이자, 세계인을 사로잡은 한류드라마의 대표 코드다. 장르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드라마가 '기승전 멜로'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시청자가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 바로 남녀상열지사임은 분명하다.

지난 겨울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궜던 '응답하라 1988'이 이런저런 미덕과 의미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여주인공의 남편으로 누가 적합한가에 대한 갑론을박에 치인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바로 그 갑론을박이 이 드라마의 흥행을 이끈 일등공신이었다. '덕선이의 남편은 누구이어야 하는가'가 그 어떤 사회적 쟁점보다 사람들을 뜨겁게 만들었다.

브란젤리나 커플의 이혼 청구에 대해 졸리 측은 "가족의 건강을 위한 결정"이라고 전했고, 졸리는 소장에서 이혼 사유를 '해소할 수 없는 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파경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고 이들이 왜 헤어지는지 알고 싶어하는 궁금증이 인터넷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 두 스타에게는 사생활이지만, 작품으로 따지면 이만한 흥행요소가 또 없다.

남녀상열지사가 흥행에 성공하려면 사람들의 시선을 붙들고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뚜렷하고 극적인 사랑(혹은 이별)의 맥락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선남선녀가 등장한다고, 자극적인 불륜만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사실 사랑에 무슨 그리 거창한 맥락이 있을까.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대사를 유행시킨 영화 '봄날은 간다'가 15년 전에 말했다. 사랑은 원래 변하는 거라고. 하지만 그냥 이렇게 그렸다가는 흥행하기 힘들다.

멜로는 대중문화의 영원한 테마이고 한류의 주요 수출 품목이다. 멜로를 쉽게 생각하다가는 '시대착오적', '천편일률적'이라는 비난을 곧바로 뒤집어쓴다. 쏟아지는 그렇고 그런 멜로 드라마를 보며 '채널 낭비'를 느끼는 경우가 많은 요즘이다.

브란젤리나 커플의 현실 러브스토리가 웬만한 드라마를 압도한다. 자극받아야 하는 사람 여럿이다.


3. [이데일리][목멱칼럼] '해킹 만능시대'에 IoT가 성공하려면

정보통신(IT)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올해에도 다양하고 새로운 제품과 기술이 나오면서 일반인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사물에 센서와 통신기능을 추가해 사물끼리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이나 환경을 뜻하는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열풍이 거세다.

IT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IoT로 새롭게 창출되는 시장 규모가 2020년이 되면 1조2000억 달러(약 1338조원)를 웃돌 전망이다. IoT는 웨어러블 밴드부터 스마트 홈 기기, 공장 제어 장치, 스마트 시티, 의료용 기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된다. IoT가 적용되는 분야가 많아진다는 것은 이를 통해 생겨나는 정보의 양도 늘어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오는 2020년까지 창출되는 전세계 디지털 정보량은 무려 90 제타바이트(zetabyte)에 달할 전망이다. 1제타바이트는 1조1000억 기가바이트(GB)에 해당된다. 이는 3MB 안팎의 MP3 곡(曲)을 281조5000억 곡을 저장할 수 있는 엄청난 용량이다.

IoT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만 IoT 기기에 적용해야 할 보안에는 해킹 공격을 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쉽게 설명하면 인터넷으로 조작할 수 있는 개별 기기에는 낮은 보안 수준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전체를 제어하는 시스템이 해킹 당할 경우에 예상되는 파장은 엄청날 수 밖에 없다.

결국 IoT 기기의 보완 기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측면의 보안 계층을 구축하고 다양한 분야에 걸쳐 비용과 보안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보안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기기, 통신, 소프트웨어 수명주기라는 3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기기 측면에서 안정적인 보안을 구축하려면 격리 기술을 통해 신뢰할 수 없는 소프트웨어 공격을 방어하고 복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악의적인 코드가 기기 보안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한다. 또한 해커들이 데이터에 접근하거나 복사하지 못하도록 하드웨어 보안 기능을 통해 펌웨어를 보호해야 한다. 아울러 조작 방지 기술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기기의 가치에 따라 적용되는 수준이 다르며 공격을 당하고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강구해 공격을 무력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로 안전한 보안을 갖춘 통신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기가 표준 인터넷 프로토콜을 활용한 암호화된 링크를 통해 클라우드에 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 잘 알려진 예로는 온라인 뱅킹을 할 때 나타나는 자물쇠 모양의 기호를 떠올리면 된다. 이러한 보안 연결은 기기와 클라우드 간의 암호화된 링크를 제공하기 때문에 암호통신을 도청하는 해커가 네트워크에 침입해 데이터를 훔쳐보거나 악의적인 목적으로 조작하는 공격을 방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기가 악의적인 소프트웨어 공격에 대한 보안을 갖추기 위해 기기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또한 제품 수명주기의 모든 과정에서 인증 받아야 한다. 소프트웨어는 시스템에 설치되기 전 부팅 프로세스 내에서 인증을 받아야 하며 펌웨어 업데이트를 할 때도 신뢰할 수 있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IoT가 성공하려면 기업은 보안을 회사 전체 핵심 과제로 정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차세대 커넥티드 기기에 대한 보안을 갖추기 위해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구성 요소를 만들어야 한다.


4. [매일경제][이지형의 식탁情談] 쫄깃한 걸 사랑하세요?

세상에 순응하는듯 무지 부드러우면서도 씹다보면 질기기도 한 그 이중적 매력에 푹~


"김 형, 꿈틀거리는 것을 사랑하십니까?"라고 김승옥 소설 '서울, 1964년 겨울'에서 대학원생 안(安)은 묻는다. 질문을 받은 '김 형'은 "사랑한다"면서 시내버스 좌석에 앉은 여성의 아랫배를 꿈틀거림의 예로 든다. 그게 과연 꿈틀거리는 건지, 단순히 오르락내리락하는 건지에 대해 쓸데없는 논쟁도 한다. 그런 논쟁은 정말 쓸데없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나에게 누군가 이런 질문을 던져주면 훨씬 영양가 있는 논의가 될 텐데….

"이 형, 쫄깃한 것을 사랑하십니까?"

사랑한다. 아주 많이 사랑한다. 심하게 사랑한다. 떡볶이, 쫄면, 순대, 어묵, 데친 오징어, 칼국수, 잡채, 수제비, 족발, 아귀찜…. 모두 다 사랑한다.

물론 그 밖에도 쫄깃한 것들은 수두룩하다. 비싸지 않은 입맛이다 보니 나열할 게 저 정도인 게 유감스러울 뿐이다. 내가 모르는 세상의 쫄깃한 것들을 다 만나고 오면 좋겠다.

하나 그건 몸 있는 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해결될 일이고 그보다 놀라운 게 있다. 내가 써낸 '쫄깃 리스트'가 대부분 학교 앞 분식점 메뉴 그리고, 배달을 주로 하는 야식 메뉴와 겹친다는 것이다. 쫄깃한 것을 나만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방증이다. 분식과 야식의 시장 규모를 들여다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체감만으로도 우리는 분식과 야식의 위력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쫄깃'에 대한 탐구는 내 개인 취향을 넘어 국내 요식업계 판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 아닐까. 아니겠지만 그래도 쫄깃한 것에 대해 한 번쯤 제대로 생각을 해보고는 싶다.

쫄깃하다는 것은 '맛'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 감칠맛 그 어느 것에도 어울리지만 그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는다. 굳이 범주를 구분하자면 식감(食感) 정도가 될 것이다. 무언가를 먹을 때 입 안에서 느끼는 감촉…. 너무 막연한 감(感)이 있지만 그게 식감이다.

그런데 식감은 맛이 아니면서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강력한 유혹이다. TV만 틀면 나오는 맛집 탐방 프로그램들을 떠올려 보라. 막 무언가를 먹고 나서 황홀한 얼굴로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 대부분이 "아, 일단 식감이 너무 좋고요!"라고 운을 뗀다. 식감은 많은 경우에 맛에 앞서는 음식 선택의 기준이다.

그렇게 중요한 식감의 대표 주자로 꼽힐 '쫄깃'은 대체 어떤 속성일까. 어떤 특성을 갖기에 전국의 분식점과 야식 배달점과 내 입맛을 한꺼번에 사로잡을까. 나는 '쫄깃'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장시간 고민하고 여기저기 찾아본 뒤에 결론을 내렸다.

―연하면서 질긴….


'쫄깃'의 치명적인 매력은 바로 저 이중성이다. 서로 상반되는 것의 절묘한 결합…. 쫄깃하기 위해서는 먼저 연해야 한다. 처음 씹을 때 '아, 이거 무지 부드럽네!'란 느낌이 와야 한다. 그러나 직후 입 안에서는 갑자기 탄성(彈性)이 느껴진다. 자신에 가해진 힘을 이겨내고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 입 안에서 안간힘을 쓰는 떡볶이와 쫄면과 순대와 족발을 생각해보라. 그 질긴 투혼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세상에 순응하는 듯 연하면서도 세상에 절대 지지 않을 기세로 질기기도 한 이중성 때문에 우리는 세상의 모든 쫄깃한 것들을 사랑하는 게 아닐까. 아니겠지.


5. [서울신문][말빛 발견] 가지런하고 곱다는 말 ‘함초롬하다’

‘가을 물은 소 발자국에 고인 물도 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가을에는 물이 아주 깨끗하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가을이라는 계절은 그런가 보다. 평소 더럽게 여기는 소의 발자국에 고인 물조차 먹을 수 있다고 비유한다. 더위가 물러가고 정말 살 것 같아서 그러지 않았을까.


맑고 서늘한 기운이 퍼져서 무엇을 해도 좋은 계절이다. 뿐만 아니라 물빛도 햇빛도 달빛도 더욱 곱게 다가온다. 꽃이나 풀잎들도 색다른 분위기를 낸다. 이럴 때 밋밋한 말이 나올 리 없다. ‘함초롬한 꽃’이라거나 ‘풀잎이 이슬에 함초롬하게 젖어 있다’고 표현하곤 한다.

‘함초롬하다’는 일상에서 자주 입에 올리는 말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곱고 예쁜 느낌을 주지만 말뜻이 선명하게 읽히진 않는다. 글자체 가운데도 ‘함초롬바탕’이나 ‘함초롬돋움’ 같은 것들이 있다. 그저 그런 글자체 이름이 아니었다. ‘함초롬하다’는 ‘젖거나 서려 있는 모습이 가지런하고 곱다’는 말이다. 어감도 뜻도 곱고 예쁘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시인 정지용도 ‘향수’에서 ‘함초롬하다’를 썼다.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에서 보인다. 여기서 ‘함추름’은 ‘함초롬’의 방언이고 부사 형태다. 시인은 ‘함추름’이라는 말을 써서 차분하면서도 곱고 아늑한 풍경을 그렸다.

‘함초롬하다’가 주는 느낌은 가지런하다, 차분하다, 촉촉하다, 곱다 같은 것들이다. 비가 갠 뒤 사물이 그래 보일 때, 어여쁜 상대가 있을 때 쓸 만하다. 세상 풍경이 그럴 때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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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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