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탈북민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이 탈북민 정착에 필요한 제도를 보완하도록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어제 국무회의에서 “이들이 우리 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은 그 개인과 가족의 행복을 실현시키는 의미와 더불어 폭정에 신음하는 북한 주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자유와 인권을 찾아 내려오는 북한 주민들을 수용할 수 있는 체계와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주문이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핵개발에 매달리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직접 겨냥한 것임은 물론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도 북한 주민을 향해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란다”며 탈북을
공개 촉구한 바 있다. 어제 출국한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방한 기간 중 탈북자 출신인 북한 인권단체 대표와 만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주문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면서도 일말의 의구심을 감추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현재 우리 사회적 여건이 탈북민을 충분히 받아들일 여유와 태세가 갖춰져 있는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 주민들의 탈북
행렬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지도부를 몰락시킨다는 구상이나 야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선전포고’ 논란과도 또 다른 근본적인 차원의
문제다.
이미 남한에는 3만명에 가까운 탈북민이 입국해 거주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동화된 경우는 매우 드물다. 심지어
남한 생활에 만족하지 못해 북한으로 되돌아가려고 시도했던 경우도 없지 않다. 탈북민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편견과
고정관념이 뿌리 깊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표현대로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인 동시에 통일의 시험장”인 것이
틀림없지만 그에 앞서 사회적인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탈북자 가운데 점차 늘어나는 북한 정권의 고위급 인사나
교원·연구원·의사 등 전문직 출신자들에게 적절한 대우와 직책을 마련해 줄 수 있느냐 하는 현실적인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 최근
의사 출신의 탈북자가 인천의 어느 빌딩에서 유리창을 닦다가 추락해 숨진 사고가 하나의 사례다. 탈북민이 15만명이 넘으면 우리
경제에 재앙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견해도 없지 않다. 탈북민을 수용하는 데도 면밀한 사전 계획이 요구된다.
2. ‘학생부 무용론’ 나오도록 교육부는 뭐 했나
학교생활기록부의
공정성이 의심받는 지경에 이른 것은 공교육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드는 심각한 사태다. 학생부가 대학입학전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학생부 조작이 횡행한다면 공정 경쟁에 의한 우수 학생 선발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렵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고교 학생부에 기재된 내용을 고친 건수는 28만
1548건으로 연말까지 30만건을 훌쩍 넘길 게 확실시된다. 고교 학생부 정정은 2013년 25만 1495건, 2014년 27만
8985건, 2015년 29만 6170건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며칠 전 안 의원이 교육청 감사에서
최근 4년간 전국 371개 고교에서 조작·오류에 의한 학생부 정정 419건이 적발됐다고 폭로하자 대번에 ‘빙산의 일각’이란 반응이
쏟아지더니 이번 자료로 그러한 개연성이 한층 높아진 셈이다. 대구의 한 학교에서 동아리 지도교사가 학생 30명의 기록을 멋대로
바꾼 사례에서 보듯이 1건에 수십명씩 연루된 사례가 적지 않아 교육청 감사 결과만으로도 수천, 수만명의 학생부에 조작·오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4년제 대학의 수시 비중은 사상 처음 70%를 넘어섰고, 그중 85%는 학생부 위주로
전형한다. 내년에는 학생부에 기록되는 동아리, 봉사, 교내 활동 등을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서울대의 경우 약 80%로 올라가는
등 전국 대학에서 비중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 이젠 대학입시의 대세로 자리 잡은 학생부가 자식이나 제자의 명문대 진학에 목을 맨
부모와 교사들의 탐욕으로 얼룩진대서야 ‘공교육 무용론’이 만연해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
가진 것이라고는 잘 키워낸
인재밖에 없는 대한민국에서 공교육마저 무너져선 안 된다. 무엇보다 학생부 조작은 매우 중대한 범죄라는 인식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 교육 당국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제도적 개선에 즉시 나설 필요가 있다. 아울러 미국처럼 담당 교사의
추천서 하나가 다른 상장이나 자격증보다 더 권위를 인정받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학교와 학부모, 교사, 학생이 혼연일체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국일보]
3. 문화융성 무색하게 하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정부가 주의ㆍ경계해야 할 문화예술인 명단을 만들어 보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 숫자가 무려 9,473명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가 한편으로는 문화융성을 외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문화예술계를 적대시해 온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명단을
아무 이유 없이 만들지는 않았을 테니 결국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불이익을 주려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국일보 취재 결과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청와대가 만들어 문화체육관광부로 내려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에 서명한
문화인, 세월호 시국선언에 참여한 문학인,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 예술인, 서울시장 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 지지 선언 참여자
등으로 분류돼 있다. 정치적 잣대가 적용된 게 틀림없다.
블랙리스트의 존재는 도종환 의원이 앞서 10일 폭로했다. 도
의원이 공개한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권영빈 당시 위원장이 “지원해 줄 수 없도록 판단되는 ‘리스트’가 있다”고
했는데 이는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확인해 준 발언이다. 권 위원장은 또 “심의를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책임 심의위원을
선정하면 해당기관에서 그들의 신상을 파악해 ‘된다,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해 심사위원 선정 또한 정부 입김 아래 있음을
시사했다.
연출가 이윤택이 지난 대선에서 고교 동창인 문재인 후보 지지 연설을 해 그의 작품 ‘꽃을 바치는
시간’이 문화예술위원회 지원 대상에서 탈락했고 연출가 박근형이 이전 작품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부정적으로 다룬
바람에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가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고도 포기 종용을 받았다는 등의 소문은 진작부터 나돌았다.
정부가
입맛에 맞지 않은 문화예술인을 따로 분류하는 것은 정치적 잣대로 편을 가르는 옹졸한 처사이자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문화예술에서 비유와 풍자, 비판이 중요하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다. 명작 치고 현실 비판과 성찰을 담지 않은 게 거의 없다는
사실쯤은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문화예술인들이 사회 현실에 적극적 목소리를 내는 것도 보편적인 현상이다.
이런 현실도
모르면서 내 편, 네 편을 갈라 왔다니 참으로 기가 막힌다. 정부는 우선 블랙리스트의 내용을 공개하고,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또
어떤 의도로 그런 명단을 작성했는지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문화융성이나 문화창조는 말로 되는 게 아니라 창의와 자유를 구가할
사회적 토양을 조성해야만 달성 가능한 목표임을 정부가 지금이라도 깨닫기 바란다.
[서울신문]
4. ‘쪽지예산’ 김영란법 적용하는 게 맞다
‘쪽지예산’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국회의원이 공익을 위해 지역구 사업 등을 쪽지예산 형태로 요청하는 행위는 부정청탁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유권 해석을 내렸지만 기획재정부가 최근 권익위 해석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기재부는 예산과
관련한 모든 요구는 국회 상임위나 예결위 등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쪽지예산을 부정청탁으로 간주해 2회 이상
반복되면 김영란법 위반으로 기관장에게 신고하기로 했다. ‘특정 개인이나 단체에 예산이 배정되도록 개입하는 것’을 부정청탁으로
규정한 김영란법을 적용하겠다는 의지다.
쪽지예산은 의원들이 지역구 민원성 예산을 정상적인 심의를 거치지 않고 막판
흥정을 통해 계수조정소위에 슬쩍 끼워 넣는 것으로 국회법 규정조차 위반하는 행위다. 국회법에는 ‘각 항의 금액을 증가시킬 때는
소관 상임위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분명하게 규정해 놓고 있다. 김영란법이 예외로 인정한 ‘선출직 공직자가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와도 분명히 다르다.
해당 조항은 국민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헌법적 권리인 청원권과 의사전달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만 쪽지예산 자체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치중돼 있고 대부분 지역 주민보다 특수·이익집단에 유리하도록 배분돼 왔다. 기재부 역시 공식 절차가 아닌, 비공식적으로
관련 예산을 요구하는 것을 부정청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쪽지예산으로 정부 예산을 받아 건네주고, 이익집단은 집단 정치후원금
등으로 보답하는 은밀한 거래에도 악용돼 온 정황도 적지 않다.
쪽지예산을 김영란법과 연관 짓지 않아도 위헌적 요소는
많다. 헌법 46조는 국회의원에게 ‘청렴의 의무’와 ‘국가이익을 우선해 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지위를 남용해 누군가의
재산상 이익이나 직위의 취득을 알선할 수 없다’고 명시함으로써 알선 금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헌법 제57조는 ‘정부 동의 없이
항목의 금액을 늘리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못 박고도 있다. 한마디로 쪽지예산은 여의도 정치권의 이익을 위해 눈감아 온
구태 정치의 대명사다.
의원들 스스로 정치 개혁 차원에서 쪽지 예산과 결별할 필요가 있다. 김영란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을 수용해 이번 기회에 국민 혈세 낭비는 물론 예산 편성권까지 왜곡하는 쪽지예산을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5. 불법조업 中어선 ‘해적’ 규정해 강력 단속해야
우리
해양경찰을 마구잡이로 공격하는 중국 어선들을 이대로는 놔둘 수 없다는 여론이 뜨겁다. 중국 어선의 횡포가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꽃게 철마다 극성을 부렸지만 이제는 그 행태가 위험 수위를 넘어 국민적 공분을 부르는 지경이다. 지난 7일 서해에서 중국
어선이 우리 해경 선박을 고의로 들이받아 침몰시키고 달아난 사건은 용납할 수 없는 명백한 만행이다. 물불 가리지 않은 횡포에
우리 해경 대원들은 뻔히 눈 뜨고 목숨을 잃을 뻔했다.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우려가 시간이 가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어제 정부가 중국 어선 단속강화 대책을 발표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정부는 불법조업 어선에 함포 사격으로
대응하고 도주하면 공해상까지 추적해 검거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런 대응책은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 행태는 나날이 흉포 일로를 달렸다. 단속을 피해 도주하는 것은 그나마 동정의 여지라도 있다. 해경 대원의 승선을
방해하려고 어선 곳곳에 쇠창살을 꽂아 놓고, 단속에 나선 해경들한테는 쇠파이프나 도끼를 휘두르는 막가파 공격을 일삼았다.
그쯤
되면 단순한 방어나 위협이 아니라 해경의 목숨까지 노린 간 큰 공격 행위다. 실제로 그런 극렬한 저항에 해경 대원 2명이 목숨을
잃은 적도 있다. 외교적 마찰을 걱정해 한눈 감아 주고 있자니 이제는 상투를 잡고 흔드는 꼴이다.
정부는 일과성
대책 발표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당장 이번 사건을 대하는 우리와 중국 당국의 온도 차부터 너무 커 보인다. 해경 단정을 들이받은
중국 어선이 중국으로 도주한 상황인데도 중국의 대응은 뜨뜻미지근하다.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이 양자 관계와 지역 안정의
대국적 측면에서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처리하길 바란다”는 애매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러니 우리 정부의 수세적 대응에
여론은 비판을 쏟아 낸다. 태극기를 단 단정이 침몰당하고도 나흘 만에야 외교부 차관보 선에서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한 수준이다.
“우리
영해의 물고기도 못 지키면서 독도는 어떻게 지키겠나”라는 자탄이 들린다. 현장에서 사투하는 해경들도 “놓쳐도 문제, 잡아도
과잉진압 논란”이라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한숨 쉰다고 한다. 일사불란한 명령 체계가 없어 책임지는 윗선도 없고, 인력이나
장비도 태부족인 탓이다.
정치권에서는 모처럼 여야 없이 중국 어선에 강력히 대응하자는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해경이
단속 현장에서 정당한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줘야 한다. 불법 중국 어선을 ‘해적’으로 규정해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진압한다는 의지를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주권국가의 국격과 공권력이 훼손되고 국민 자존심이 공격받는 일은 다시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외교적 계산법이 복잡하더라도 그 앞에 놓일 가치는 아무것도 없다.
6. 美 저질 대선 토론이 우리에게 울리는 경종
다음달 미국 대선을 앞두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선거전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9일 열린 2차 TV 토론은 최악의 저질 코미디를 연상케 했다. 힐러리는 ‘여성의 동의 없이 키스하거나 몸을 더듬었다’는 등 트럼프의 적나라한 음담패설 녹음 파일을 폭로했고, 트럼프는 이에 맞서 힐러리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 추문을 들춰냈다. 클린턴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3명을 데리고 나오기까지 했다.
토론이라기보다는 마치 성 추문 까발리기 경쟁을 보는 듯했다. 이미 미국 대선전에서 정책 논쟁은 사라지고 인신공격만 난무하는 상황이다.
선거전을 진흙탕 싸움으로 이끈 이는 누가 뭐라 해도 트럼프다. 그는 앞서 여성 비하와 인종차별적 막말을 끊임없이 쏟아내면서 미국 정치를 오염시켰다. 2차 TV 토론에서 힐러리가 이를 문제 삼자 트럼프는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을 거론하며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감옥에 보냈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는
지금까지 직설적인 막말로 대중을 선동하는 ‘막말 마케팅’을 무기로 삼아 왔다. 기존 주류 정치에 반감을 가진 백인 중하위층을
중심으로 이 같은 방식이 먹히면서 상당한 지지율을 얻었다. 그 때문에 트럼프는 미국 정치의 품격이 떨어지든 말든, 대외적 이미지가
추락하든 말든 자신의 정치적 욕심만 채우면 그만이라는 자세로 일관했다. 그러나 이번에 과거 음담패설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큰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아직은 그의 파시즘적 공약에 현혹된 지지층이 남아 있지만, 지지율은 가파르게 내림세를 타고 있다.
정치인들이
막말로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행태는 남의 일이 아니다. 고함과 욕설, 막말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모습은 외려 우리 정계에서 더
익숙하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몇 달 전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는 도의원과 ‘쓰레기’ 공방을 벌여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세월호 및 백남기씨 유족들의 가슴을 후벼 파는 막말로 비난을 샀다. 그는 19대 국회에서 막말로 윤리위에
4건이나 회부됐다.
우리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다. 선명성을 높이려는 대선 주자들의 막말·저질 공방이 오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현혹되지 않는 것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우리에겐 트럼프가 반면교사다.
[동아일보]
7. 스승의 날 카네이션도 안 된다는 김영란法 해석
그제
국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것조차 법 위반이라면 대체 뭘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교수님한테 캔커피 드리는 것은 어디에 근거해서 위반이냐”고 따졌다.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이 카네이션조차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위반된다고 유권 해석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시행 2주에 접어든 김영란법이
권익위의 과도한 해석으로 곳곳에서 혼란을 일으켜 정작 법을 만든 의원들조차 불만을 터뜨리는 상황이 됐다.
19대
국회 정무위 간사로 이 법을 앞장서 처리한 김 의원은 스승에게 카네이션도 달아주지 못하게 한 근거인 ‘직접적 직무 관련’ 개념은
당시 국회에서 논의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당초 이 법을 제안한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도 “직무 관련성은 내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사실 이것이 들어가면서 법이 복잡해졌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성 위원장이 “직무 관련성에 따라 캔커피는 법 위반이지만 극히
경미해 처벌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상식에 비춰’ 적용 여부를 판단하라고 한 것은 무책임하다. 권익위 사람들의 상식만 상식이란
말인가.
김영란법을 통해 한국이 부패 없는 깨끗한 사회가 되기를 원치 않는 국민은 없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관행처럼 이뤄졌던 ‘가벼운 부정청탁’이 사라진 것도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권익위 사례집의 Q&A에 기획재정부
장관의 3만 원 이하 식사 접대는 허용하고, 예산을 담당하는 차관 이하 공무원의 3만 원 이하 식사는 금지하는데 그 기준이 뭐냐는
질의에 성 위원장은 답하지 못했다. 법이 발효되기까지 1년 6개월 동안 국민의 궁금증에 답할 인력 충원도 못 하고, 분명한
해석도 마련하지 못한 권익위는 혼란을 방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부정청탁금지법은
건전한 활동과 교류 등을 규제하자는 것은 아니라며 부작용을 최소화하라고 지시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김영란법을 핑계로
공무원이 몸을 사리는 일도 없어야겠지만 권익위는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8. “정계 은퇴” 食言한 문재인, 대권이 떼어놓은 당상 같은가
정치는
말(言)이다. 정치인의 말은 천금같이 무거워야 한다. 그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요즘 여론조사를 하면 국민의 60%가
정권 교체를 해달라고 한다. 우리가 (대선에서) 지면 어떻게 되겠나. 다 같이 한강에 빠져야지, 낯을 들고 다닐 수 없다”고
말하자 문재인 전 대표가 “못 이기면 아마 제가 제일 먼저 빠져야 할지 모른다”고 맞장구를 쳤다. 명색이 제1야당 전·현직 대표의
발언이 너무 가볍고도 오만하다.
두 사람의 ‘한강 투신’ 운운은 반드시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는 각오의 표현일
것이다. 그럼에도 야권 유력 주자가 입에 올릴 말은 아니다. 발기인으로 참여한 교수가 500명이 넘는 매머드 싱크탱크
‘국민성장’을 발족해 ‘문재인 대세론’을 밀어붙이고 나니 대선 승리가 ‘떼어놓은 당상’으로 보이는가.
지난달
26일 보도된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년 대선에서 야권으로 정권이 교체돼야 한다’는 응답이 53.1%였다.
하지만 더민주당이나 문 전 대표가 잘해서 정권 교체 목소리가 커진 게 아니라는 것쯤은 문 전 대표 자신이 너무나 잘 알 것이다.
더민주당에서도 비문(비문재인) 의원 10여 명이 문재인 대세론만으론 정권 교체가 어렵다며 대안 모색에 나설 정도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한강에 빠져’ 운운은 지키지도 못할 것”이라며 “정치인은 말조심을 해야 한다”고 어제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문 전 대표는 4·13총선 전에 “호남이 지지를 거둔다면 정치에서 은퇴하고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총선 결과 광주 8곳에서 전패(全敗)하고 호남 전체 28개 지역구 중 3곳만 건졌음에도 문 전 대표는 은퇴하지
않았다. 그러고도 기세 좋게 대선 세몰이 중이다.
더민주당이 진정 대선에서 이기고 싶다면 수권 능력부터 보여야 한다. 북핵·미사일이 초래한 미증유(未曾有)의 안보위기에 문 전 대표는 북한에 쌀 지원을 해야 한다며 국제적 대북제재의 김을 빼더니 9일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잠정 중단’을 주장해 현 정부 내 사드 배치 무력화 의도를 드러냈다.
대선 싱크탱크 창립 준비 심포지엄에서 ‘경제 교체’를 주장했지만 문 전 대표가 대표 시절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구조개혁에 번번이 발목을 잡아 경제위기를 심화시킨 책임도 크다. 무엇보다 대선에 진다면 승복해야지, 한강에 빠진다는 둥 죽기 살기 식으로 달려드니 선거 불복의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중앙일보]
9. 한국이 유라시아 협력의 촉진자 역할 맡아야
유럽과
아시아를 포괄하는 유라시아는 지구촌 면적의 36%를 차지하고, 세계 인구의 70%가 거주하는 세계 최대의 대륙이다. 미국의
전략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유라시아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말했다. 유럽과 아시아의 협력 여부에 세계의 운명이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가 과연 유라시아 협력의 촉진자 역할을 할 것인가.
‘21세기 유라시아 전략과 비전’을 주제로 그제 서울에서 열린 J글로벌·채텀하우스·여시재 포럼은 아시아와 유럽 간 연결성(connectivity)의
의미를 짚어보고, 유라시아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동북아 핵심 3국인 한국·중국·일본은 물론이고
영국·프랑스·러시아 등 유럽에서 온 정치인과 학자, 고위 관료들은 한목소리로 유라시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과 러시아의 신(新)동방정책,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을 결합하고 기후변화에 따라 새롭게 열릴 북극
항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섬처럼 고립된 북한의 핵 문제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서 확인된 신고립주의와 포퓰리즘이 유라시아 협력의 양대 장애라는 것이 참석자들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북한 핵 문제의
심각성과 해결의 시급성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하면서도 대응책과 해법에서는 각자 생각이 달랐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버티면 제재와 고립 때문에 결국 김정은 정권이 붕괴되고 말 것이므로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는
자칭궈(賈慶國) 중국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의 주장이 눈길을 끌었지만 인내심을 발휘한 결과가 바로 작금의 상황이라는 반박에 바로
직면했다. 신고립주의나 포퓰리즘이 미국이나 영국만의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각국의 정치적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데 대해서는 아무도
이견이 없었다.
비록 유라시아 협력의 구체적 방안에 대한 합의가 도출되진 않았지만 그 중요성과 더불어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대국이 아닌 한국이 그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점은 이번 포럼의 소중한 성과 다.
[매일신문]
10. 투명하고 공개적인 원전 운영이 국민 신뢰 얻는 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핵연료를 몰래 옮기고, 유해 물질을 바다에 무단 방류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폭로됐다. 잇단 지진으로 원전 안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때에 한수원이 수시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이런 위험천만한 행위가 공공연하게 자행됐다는 점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악몽이 연상될 정도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박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988년부터
2010년까지 23년 동안 울진 한울원전, 부산 고리원전 등에서 7차례에 걸쳐 손상된 핵연료봉 309개가 대전 한수원연구원으로
옮겨졌다고 밝혔다. 손상된 핵연료봉은 30년 넘은 노후 용기에 담겨 이동됐다는 점에서 방사능 유출 가능성도 있었다고 한다.
원자력
관련 법률이나 한수원 내부 규정에는 손상된 연료는 운반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는데도, 한수원이 이를 알면서도 어겼다고 하니
도덕적 해이의 전형일 수밖에 없다. 지난 5월 고리원전이 손상된 핵연료봉을 고리 2호기에서 신고리 2호기로 옮겼다가 300만원의
과태료를 받았다.
한수원과 발전 5사는 1만t 이상의 디메틸폴리실록산 함유 소포제(거품 제거제)를 바다에 무단 방류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철우(새누리당)`이찬열(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화력발전소`원전 등에서 2010년부터 올 6월까지 소포제
1만679t을 바다로 내보냈다고 했다. 소포제는 발전소에서 냉각수를 배출할 때 바닷물과의 온도 차이로 인해 생기는 거품을 제거할 때
쓰이는데, 인체에 노출될 경우 호흡기 손상과 태아의 생식 능력을 해치는 유해 물질이다. 법에 규정된 해양투기 금지 물질이며 위반
시 형사처벌 대상이다.
지진으로 원전 폐쇄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한수원이 실정법을 위반하면서 원전 운영을 해왔다니
정말 걱정스럽다. 투명하고 공개적인 원전 운영을 하더라도, 국민 동의를 얻기 어려운 마당에 불법까지 자행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도덕적 해이는 물론이고 환경 의식조차 없는 한수원이 과연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한수원이 조직 분위기를
혁신하지 않으면 신뢰 추락은 물론이고, 원전 폐쇄론이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이데일리][특파원의 눈] 도서관에서 떠들기를 허(許)하라
“여기서
책 읽어주시면 안 됩니다.” 도서관 사서가 와서 말했다. 몇 년 전 일이다. 당시 기자는 서울도서관에서 5살 쌍둥이 딸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우리 가족은 서둘러 서울도서관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뉴욕특파원으로 발령난 후 미국 도서관을 방문한 기자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점은 도서관에서 사람들이 ‘떠든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거나 뛰어다닌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 무례에 대해선 분명하게 주의를 준다. 하지만 자연스런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에겐 아무도 뭐라는 사람이 없다.
도서관의 정숙을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인 사서부터 일단 떠든다. 동네 사람들과 어떻게 지내느냐며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고 자기들끼리 농담도 주고받는다. 부모가 도서관에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건 금지가 아닌 권장사항이다.
처음엔 이게 매우 어색했다. 우리가 누구인가. 초등학교 때부터 칠판 한구석에 쉬는 시간에 떠드는 친구 이름을 고지식하게 썼던 한국인 아닌가. 신성한 도서관에서 떠든다는 건 상식 밖의 일이다.
한국
도서관 벽에 붙어 있는 ‘정숙’(靜肅)이란 단어는 조용하고 엄숙하다는 뜻이다. 조용하고 엄숙하게 앉아 있는 게 사실 재미있는
일은 아니다. 아이들은 정숙을 요구하는 도서관을 좋아하지 않는다. 도서관보다 게임이 천만배는 더 재미있다.
미국
도서관에선 아이들이 부동자세로 책상에만 앉아 있지 않다. 자연스럽게 책을 찾아보고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래서 그런지 학교
끝나면 도서관으로 직행하는 아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기자의 쌍둥이 딸들도 도서관에 가자고 하면 놀이터 놀러가는 아이처럼 신나서
따라온다. 그만큼 도서관은 아이들에게 친숙하고 재미있는 곳이다.
미국 도서관의 장점은 또 있다. 규모가 다르다.
기자가 사는 곳인 뉴저지주(州) 버겐카운티의 인구는 90만명 정도인데 이곳에 들어선 지역 도서관이 무려 76개에 달한다. 도서관 한
곳당 인구가 1만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한국은 도서관 한 곳당 인구수가 6만명이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은 도서관이
6배나 많다.
또 미국 도서관은 책을 한 명당 50권까지 대출해준다. 대출 연장도 여러 번 된다. 서울도서관에서
최대 3권씩 2주간 대출해주는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이 지역 76개 도서관은 거대한 하나의 도서관으로 운영된다. 이
구역 내 어떤 책이든 빌릴 수 있고 신청하면 집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으로 책을 보내주기도 한다. 같은 지역 내에 있다면
A도서관에서 빌렸다가 B도서관에 반납해도 된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4년 생활시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책 읽는 시간은 6분이었다. ‘책을 10분 이상 본다’는 사람도 전체의 10%에 불과했다. 지난해 국내 성인
독서율은 65%였다.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10명 중 3~4명이 된다는 뜻이다. 책을 읽지 않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국민들이 책을 얼마나 읽느냐에 따라 미래 성장률과 글로벌 경쟁력이 달라진다는 연구도 있다.
한국이
당장 미국과 같은 인프라를 갖추기는 어렵다. 하지만 도서관을 편안하고 친근한 곳으로 만드는 노력은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도서관은 입시생들을 위한 독서실이 아니다. 도서관은 책과 사람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곳이다. 도서관에서 떠들기부터 허(許)할
일이다.
2. [머니투데이][우보세]'독자 댓글 시대'… 언론사의 역할은?
경험이란
참 무섭다. 댓글, 답글, 덧글 등으로 혼용될 만큼 말도 생소하던 그 시절, 기사에 달린 첫 댓글들이 지금도 생생하다. 기사
평인지 기자 평인지 평정심을 잃은 이후 몇 년 동안은 무시, 외면, 그리고 침묵했다. 자연스레 다른 기사 댓글도 보지 않게 됐다.
칭찬까지는 아니더라고 익명의 누군가로부터 욕을 먹고 싶진 않았다. 글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은 한번쯤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최근
인터넷 뉴스의 발달은 상호작용성 기제인 댓글의 양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이는 이용자들의 활발한 의견개진을 통한 역할 변화는 물론
사람들과 쉽게 교류할 수 있는 통로가 됐다. 이로써 댓글은 여론공간으로서의 영향력뿐만 아니라 이용자 역할의 중요성까지 논의되고
있다. 시대가 바뀌었다. 동영상과 함께 '대화형 저널리즘'이 화두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기사
댓글을 관리하고 이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코럴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6월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에서 열린 23회
세계편집인포럼에선 '코럴 프로젝트'의 두 번째 프로젝트 '애스크'가 시연됐다. '묻다'라는 뜻의 '애스크'(ASK)는
말 그대로 뉴스 콘텐츠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에게 의견을 묻고, 독자가 기여하는 콘텐츠를 활용해 기사에 덧붙일 수 있도록 돕는다.
단순히 기사에 의견을 표명하는 수준인 '댓글'을 넘어 독자가 뉴스 콘텐츠와 관련된 '기여' 콘텐츠를 좀더 적극적으로 만들고
활용할 수 있다.
단지 댓글 서비스를 새롭게 만드는 차원이 아니라 디지털뉴스룸과 독자의 소통을 저널리즘 차원에서
고민한다는 점이 이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이유다. 워싱턴포스트의 그레그 바버 디지털뉴스 담당국장도 코럴 프로젝트의 탄생배경을
"독자와의 신뢰 재설정이 디지털 뉴스룸의 가장 큰 과제"라고 밝혔을 정도다.
지난 9월 열린 제1회 한국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도 김은미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요즘 20~30대는 디지털환경에서 기사를 볼 때 '제목-본문-댓글' 순이 아니라
'제목-댓글-본문'이나 아예 '제목-댓글'만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뉴스 자체를 궁금해 하기보다 뉴스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알기 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뉴스를 보는 새로운 시각으로 '댓글의 중요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사실상 독자들의 댓글을 방치해온 국내 언론사 입장에선 곱씹어 새겨들어야 할 내용들이다. 지금이라도 언론사가 반응하고 대응하면, 가치있는 댓글과 그렇지 않은 댓글들이 분리될 것이고 전반적인 댓글문화도 향상되지 않을까.
다만 창의력 번뜩이는 '베스트 댓글'과 익명성에 기댄 '악플' 사이에서 성숙한 인터넷과 저널리즘을 만들어가야 하는 것은 언론사의 과제다.
그러고보니 왜 '댓글'인 줄 알겠다. 기사에 대해 독자가 '대'(對)답하는 '글'이었던 것을…. 이제야 댓글이 다시 보인다.
3.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매킨토시의 레인코트
찰스 매킨토시(1766~1843)가 1823년 오늘(10월 12일)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레인코트를 발매했다. 화학자이기도 했던 그는 방수 원단을 최초로 발명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아버지는 꽤 창의적인 옷감 염색업자였다고 한다. 매킨토시가 화학자가 된 것도 새로운 염료와 염색 기법을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표백 분말을 만든 찰스 테넌트(Charles Tennant) 등과 함께 큰 돈을 벌었고 이스트 공장을 운영하다 망하기도 했지만, 독자적인 염료 개발 연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글래스고의 석탄 가스 공장에서 나오는 타르 찌꺼기와 암모니아 등을 이용, 커드베어(Cudbear)라는 보라색 염료 분말을 만들기도 했다. 우연히 용해성 탄성고무(india rubber)를
발견한 것은 1818년 무렵이었다. 그가 가공이 용이한 고무의 성질을 옷감에 응용하기로 한 것은, 아무래도 그가 화학자이기
이전에 염색업자이고, 또 옷감을 주로 다뤄왔기 때문일 것이다. 또 고무의 여러 성질 가운데 방수성에 착안한 것은, 그가 살던
스코틀랜드의 잦은 비 때문일 것이다.
매킨토시는 옷감과 옷감 사이에 얇은 고무 피막을 샌드위치처럼 펼쳐 압착하는
방식으로 방수 원단을 제작, 1823년 특허를 얻었다. 그의 초기 레인코트는 여러 모로 불편했다. 기온이 내려가면 옷이 너무
뻣뻣해졌고, 투습성이 없어 기온이 올라가면 너무 덥고 땀으로 옷이 달라붙곤 했다. 하지만 우산을 “여자들이나 쓰는 물건”으로
여기던 당시 영국의 부르주아들은 그의 옷을 ‘신사’의 상징으로 여겼다. 타이어브랜드로 유명한 찰스 굿이어가 고무에 유황을 섞어
가공한 진전된 방수원단을 출시한 건 1839년이었다. 레인코트는 영국 군대에 납품되면서 대중화했다.
방수 원단의 제조 기법의 성장으로 방수 방풍 투습성 신소재 ‘고어텍스(Gore-Tex)’가 나오고, 고어텍스의 원료인 과불화화합물(PFC)이
환경 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다양한 친환경 대체 원단이 나오고 있지만, ‘매킨토시’ 혹은 줄여서 ‘맥 코트’라는 명칭은
지금도 레인코트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그의 의류회사 매킨토시 역시 지금도, 개량된 방식이긴 하지만 200년 전 원단과 공법에
바탕을 두고 레인코트를 만들고 있다.
4. [동아일보][조경란의 사물 이야기] 비닐우산
태풍
피해 복구가 한창인 제주에서 며칠 머물게 되었다. 평생교육원에서 일을 마친 당일 저녁만 제외하고 거의 온종일 비가 오고 세차게
바람이 불었다. 늘 가방에 챙겨 갖고 다니는 삼단 우산으로는 턱도 없어 커다란 박쥐우산 같은 것을 하나 사야 하지 않을까 망설일
때는 또 잠깐씩 비가 그치고.
어머니가 하루 제주시로 내려왔다. 어딜 가나 인근 사찰을 찾는 것을 즐거움으로 아는
분이라 떠나는 날 아침에 서둘러 관음사에 다녀오기로 했다. 변변한 우산도 없는데 택시가 한라산 북쪽 기슭으로 접어들자 그쳐 있던
비가 폭우같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머니와 나를 절 입구에 내려준 나이 지긋한 택시 기사가 그 비를 맞곤 트렁크 쪽으로 뛰어가더니
우산 두 개를 꺼내 우리에게 내밀었다. 빌려줄 테니 어서어서 다녀오라고.
튼튼해 보이는 파란 우산은 어머니께 드리고 나는 투명 비닐우산을 쓰고 돌길을 걸어 대웅전으로 올라가는데 아만다 생각이 났다.
5년
전 이맘때 상하이 작가협회 초대를 받아 상하이에 체류하고 있었다. 문학 행사가 없는 날이면 단짝이 된 그리스 작가 아만다와
상하이 곳곳을 걸어 다니고는 했다. 비가 오는 날 아만다는 투명 비닐우산을 하나 샀다. 그저 흔한, 천 원짜리 비닐우산이었는데
그걸 몹시 마음에 들어 했고 그 후로는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소품처럼 들고 다녔다. 그리스에는 없는 것이며 비는 막아 주면서도
세상은 볼 수 있어 신기하다고. 아만다가 먼저 떠나게 되었다. 짐을 꾸리면서 그녀는 낡은 트렁크 안에 접을 수도 없는 비닐우산을
넣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보다 못해 내가 이렇게 말했다. 아쉽겠지만 그걸 들고 네 나라로 가진 못할 것 같아. 두고 가면 너만큼
내가 유용하게 잘 쓸게.
몇 개월 전부터 아만다는 유방암 때문에 항암치료를 받으러 다닌다. 스스로 기분을 좀 낫게
만들기 위해서 병원에 갈 때는 ‘옷을 잘 차려입고 화장도 하고 하이힐을 신고’. 새 소설을 못 쓰고 있는 게 가장 힘들다고
아만다는 메일에 썼다. 그 편지를 읽는데 눈물이 나버렸다. 그때 어떻게든 그 비닐우산을 트렁크에 넣어줬다면 좋았을 텐데.
나도
남몰래 갖고 싶은 비닐우산이 있다. 1970년대, 내 몫의 우산 하나가 없어서 초등학교 때 자주 쓸 수밖에 없었던 하늘색 대나무
비닐우산. 손잡이 끝은 빨간색 비닐로 감겨 있었던가. 구멍이 뚫려 있어서 받쳐 든 우산을 자주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살과 우산대가 대나무라는 건 어린 마음에도 꽤나 운치가 있다고 느껴졌다. 그래서인가 요즘도, 이제는 박물관이나 시대극의
소품으로밖에는 볼 수 없는 그런 추억의 우산이 하나 갖고 싶어지는 것이다.
때때로 맑은 날에도 우산을 펼 때가 있다. 우울해지거나 좋지 않은 일이 쏟아지려고 할 때, 나쁜 감정들이 둘러싸려고 할 때 머리 위로 마음의 우산을 하나 쫙 펴곤 한다.
5. [서울신문][씨줄날줄] 한복 그래피티/최광숙 논설위원
얼굴 없는 아티스트로 불리는 영국의 뱅크시. 요즘 최고로 뜨거운 예술가 중 한 명이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그에 대한 정보라곤 1974년 영국 브리스톨 태생이라는 것밖에 없다. 그는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몰래 숨어들어 가 자신의 그림을 전시하기도 한다. 때론 뉴욕과 파리의 뒷골목에도 불쑥 나타나 숨바꼭질하듯이 거리의 벽에 그림을 그려 놓고 사라지기도 한다.
그가 그린 거리의 그림들이 바로 그래피티(graffiti)다. 그래피티는 ‘긁다, 긁어서 새기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그라포토’(graffoto)에서 유래한 말이다. 1960년대 말 뉴욕의 브롱크스 거리에서 흑인 등이 화려한 색채의 페인트를 이용해 독창적인 문자들을 건물 벽에 그리면서 등장했다. 과거 거리의 낙서로 취급받다가 이제는 어엿한 현대 아트로 대접받고 있다.
뱅크스가
2014년 정부의 감시 체제를 비꼬기 위해 영국 첼트넘에 있는 한 주택에 바바리코트를 입은 첩보원 3명을 그린 ‘스파이
부스’라는 제목의 벽화가 얼마 전 완전히 훼손돼 논란이 됐다. 담벼락에 그린 그의 벽화 가치가 무려 15억여원이니 이를 보존하자는
주민들의 항의가 뒤따를 만하다.
그가 그린 ‘소풍’이라는 작품은 요즘 이혼소송으로 시끄러운 미국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와 앤절리나 졸리가 21억원에 구입했다. 집안의 뒷간에 놓여 있는 변기를 마르셀 뒤샹이 현대 예술의 파격으로 화려하게 승격시킨
것처럼 그래피티의 달라진 위상이 실감 난다.
그래피티의 변신은 장 미셸 바스키아, 키스 해링이 단순한 낙서가 아닌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그림을 그려 내면서부터다. 약자들의 저항 의식, 사회에 대한 풍자와 조롱, 에이즈 퇴치, 인종차별 반대 등을
예리하게 꼬집는 그래피티를 더 이상 홀대하기 어렵게 만든 이들이다. 그래피티는 래퍼, DJ, 비보이와 함께 힙합의 4대 요소 중 하나로까지 자리 잡으면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되기도 했다.
얼마 전 LG전자는 마케팅 차원에서 미국 그래피티 아티스트 존 원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휴대용 스피커와 노트북 등에 그의 그림을 그려 놓기도 했다. 자유로운 정신의 힙합 문화와 최첨단 정보기술(IT) 기기의 유쾌한 만남이 신선하다.
한국 청년 심찬양(28)씨가 최근 89일 동안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등 미국 4개 도시를 돌면서 그린 그래피티가 인기라고 한다. 그가 LA의
한 대형 벽면에 그린 그림에는 흑인 여성이 한복을 입고, 그 옆에 한국의 소박한 꽃들과 한글을 함께 그려 놓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색동저고리를 입은 흑인 소녀와 한글을 그렸다. 요즘 문화 한류를 위한 어떤 재단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굳이
큰돈 안 들이고도 이렇게 토종 그래피티로 한국 문화의 멋을 알린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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