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지하철 무임승차 노인 연령 올릴 때 됐다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노인 연령 기준을 70세로 올리는 작업이 추진 중이라고 한다. 현행 65세에서 다섯 살을 더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연령이 70세에 이른 경우에도 100% 전액 무료가 아니라 사용자가 승차비의 50%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변경·추진키로
했다는 것이다. 일단 서울 지하철을 대상으로 이런 방안을 시행한 다음 전국 지하철로 확대한다는 것이 전국도시철도협의회의 계획이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더 검토가 필요하겠으나 노인 무임승차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방안에 있어서는 일단 찬성이다. 노인 인구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무임승차 비율은 매년 평균 10% 넘게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며, 이러한 추세에 따라 지하철 당국의 부담도 그만큼 확대되는 상황이다. 지하철 서비스라는 것이 단순히 빈 좌석을 제공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노인 무임승차 제도가 처음 도입된 시절과는 상황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1980년 70세 이상 고령자에게 요금의 50%를 할인해 주면서 시작된 이 제도는 1984년부터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정착됐다. 그때로부터 벌써 30년 넘게 지나가면서 사회적인 여건이 크게 변했다. 평균수명 연장으로 노인층이 크게 늘어나면서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현재 13.5%에 이른다.
당사자 격인 대한노인회도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높이자는 견해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아예 노인 연령 기준을 70세로 올려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가
불거진 2010년 당시에는 이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공개적으로 동조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노인복지 비용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혜택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니, 대승적인 결단이라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정치권의 후속 조치다. 전국도시철도협의회가 이런 방안을 중앙정부에 공동 건의한다는 계획이지만 결국은 노인복지법의 경로우대 조항을
고쳐야만 한다. 노인 빈곤을 포함해 전반적인 복지 문제 안에서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쉬운 결정은 아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표가 깎이는 결정에 서로 앞장서려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바꿔야만 한다. 빠를수록 좋다.
2. 미르재단의 정체가 정말 궁금하다
대기업들로부터
수백억원을 걷어 설립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직원들이 고액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미르재단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9212만원, K스포츠재단은 6942만원이다. 지난해 국내 임금 근로자들의 평균 연봉(3281만원)에 비하면
2~3배 수준이다. 설립 배경도, 하는 일도 불명확한 의혹투성이 재단 직원들이 이처럼 고액 연봉을 받아야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다. 대기업에서 뜯어내 자기들끼리 돈 잔치하는 ‘신의 재단’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고액 연봉 논란
말고도 이들 두 재단과 관련된 의혹은 눈덩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 퇴임 대비용으로
재단 설립에 관여했으며, 고위층이 전경련에 모금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설립 절차나 기업들이 순식간에
800억원도 넘게 출연한 과정을 보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치부하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의 발목을 비틀어 돈을 모았다”는 박병원 경총회장의 발언이 아니라도 이들 재단을 바라보는 의혹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정치 공세”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여당은 최씨와 차은택씨 등
미르재단 의혹 관련자의 국감 증인 채택을 결사 반대하고 있다. 되레 느닷없이 정세균 국회의장 부인의 과소비 운운하며 현대백화점
사장의 증인 채택을 주장하는 등 어깃장만 놓고 있다. ‘청와대 거수기’로서 대통령을 향한 여당의 막무가내 충정이 보기 안쓰럽다.
새누리당이 억지를 부릴수록 ‘권력형 비리’라는 심증만 더 커질 뿐이다.
청와대가 나서야 한다. 자고나면 터져 나오는
의혹을 “정권을 흔들려는 의도”라며 무조건 일축할 일이 아니다. 의혹은 이미 적당히 덮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자칫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을 상황으로 치닫기 전에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끔 진상을 소상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여당도 의혹을
회피하면서 무조건 감싸고도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하길 바란다. 검찰은 신속한 수사를 통해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함은 물론이다.
[매일신문]
3. 너무나 가벼운 문재인의 ‘한강 투신’ 발언
“(내년 대선에서) 못 이기면 제가 제일 먼저 (한강에) 빠져야 할지 모른다”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한강 투신’ 발언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압축해 보여줬다. 정치를 경쟁 속에서 조화를 추구하는 ‘삶의 게임’이 아니라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죽음의 게임’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돈과 지식과 인품 등 자신의 모든 자산을 걸어도 승리가 보장되지 않는 게 선거임을 감안하면 그런 결기는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내면의 다짐으로 머물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는 피가 튀고 살이 찢기는 권력 쟁취의 검투장으로 타락한다.
그런
점에서 문 전 대표는 한국 정치의 후진적 프레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가 정치를 보는 눈이 이
정도라면 다음 대선이 어떤 양상을 띨지는 보나마나다. 그야말로 죽기 아니면 살기의 살벌한 투쟁이 될 것이다. 그런 싸움에서 진
패자는 다음 선거에서 똑같이 죽기 살기로 달려들 것이다.
두 번이나 정권 탈환에 실패한 더민주로서는 차기 대선 승리는
절박한 과제다. 패배하면 당의 해체까지 각오해야 한다. 그렇다고 ‘한강 투신’ 발언을 용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소리는
“나를 찍어주지 않으면 죽어 버릴 거야”라는 협박으로 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 반드시 정권을 탈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순화’해서 들으면 된다. 그러나 이는 국민의 몫이다. 하지만
적어도 국가 지도자를 꿈꾸는 대권 주자라면 대선 승리가 아무리 절박해도 그런 극단적인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람들은 누구나 남들에겐 중요하지 않게 보여도 자신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문 전
대표가 목숨을 걸겠다고 했으니 나도 그렇게 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즉 문 전 대표처럼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사의 행동을
따라하는 ‘모방 효과’가 확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 전 대표는 이런 부정적 파급 효과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도
‘한강 투신’ 발언은 너무 가볍다.
4. ‘품질 제일’의 중요성 일깨운 삼성 ‘갤노트7’의 단종 사태
배터리
발화 문제로 갤럭시노트7의 교환`환불 절차를 진행해 온 삼성전자가 11일 결국 갤노트7 생산 및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판매를
시작한 지 불과 54일 만이다. 기대를 한몸에 모았던 갤노트7 단종 결정은 삼성의 브랜드 신뢰도와 실적 하락, 협력업체와
주식시장에 미치는 파장 등 악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국내 소비자에게도 적지 않은 충격이다.
‘최고의 역작’이라는
찬사를 받은 갤노트7의 단종 조치는 무엇보다 품질만큼은 자부심을 가져온 삼성전자의 입장에서 큰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명품’을
기대해 온 소비자에게도 실망감을 안겼다. 이번 사태는 기술력과 품질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제품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명성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는 말이다.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발돋움한 삼성전자에서 이 같은 불미스러운 사태가
일어났다는 점에서 철저한 원인 분석 등 한 치의 빈틈없는 수습책이 뒤따라야 한다.
당장 11일 삼성전자 주가가
8.04%나 떨어지면서 시가총액이 19조원가량 줄었다. 그만큼 이번 사태가 몰고 온 충격이 크다는 방증이다. 증권업계는 이번 단종
조치로 삼성전자가 입을 손실이 3조원 이상이라고 추정한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규모의 손실을 보더라도 소비자 안전과 브랜드 신뢰도
등 가치를 우선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다행한 일이다.
문제는 뒷수습이다. 갤노트7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조금의 피해가
가지 않도록 환불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또 부품 공급사와 이동통신사, 대리점 등 모든 협력업체의 손실이 커지지 않도록 면밀한
수습책을 내놓아야 한다. 제품 결함 차원을 떠나 얼마만큼 정확하고 철저히 마무리를 잘하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신뢰와 기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기술혁신, 품질경영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한다. 시장
선점에 급급해 의사 결정을 서두르는 등 무리하고 조급한 경영 환경이나 조직 내 다른 구조적 문제점은 없는지도 해부하듯 짚어봐야
한다. 이런 과정을 제대로 밟아 문제점을 개선한다면 갤노트7 단종 사태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의 기술기업으로 거듭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5. 기업`부동산업자가 국가산단을 땅 투기하도록 부추기는 나라
국가산업단지가
기업 혹은 부동산업자의 땅 투기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국가산단 조성에 국비`지방비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만큼, 땅
투기는 일종의 세금 편취 행위다. 그런데도, 용지를 불법으로 매매`양도한 기업이 솜방망이 처벌만 받고 나면 엄청난 매매 차익을
챙길 수 있다니 더욱 황당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산업단지 용지 불법 매매로 모두 77건이 적발됐으며, 이들 기업이 챙긴 시세 차익이 무려 2천519억원이라고 밝혔다. 불법 매매가
가장 많이 이뤄진 곳은 군산 2산단(30건)이었고, 구미산단(24건), 광주첨단산단(6건) 순이었다.
관련 법에
따르면 국가산단 입주 기업은 5년 이내 매매 및 50% 이상 지분 양도를 제한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돼 있다. 위반한 77건 가운데 징역형은 3건에 불과하고 기소유예 5건, 나머지 상당수는 벌금형에
그쳤다. 이들의 벌금 총액이 3억6천만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하니,
이들은
고스란히 수천억원의 시세 차익을 남긴 것이다. 구미의 한 업체는 2014년에 17억2천만원에 용지를 분양받아 71억원에 불법
매매했다. 53억6천만원의 시세 차익을 남겼지만, 벌금은 고작 1천500만원이었다니 땅장사치고는 그저 그만이었다.
법을
위반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만 받는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땅 투기 유혹을 느끼는 것이 당연할지 모른다. 법규와 처벌이 물렁하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몇 배의 시세 차익을 노리고 용지 매매에 뛰어드는 사례도 다수 있었다. 일부 부동산업자들이 용지를 분양받은 뒤
비제조업자에게 팔아넘겨 공단 기능을 훼손하는데도, 이를 막지 못하고 있다.
국가산단은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전략적
차원에서 국비`지방비 등을 투입해 싼값으로 용지를 분양하는 곳인데도, 투기의 장이 되고 있다니 개탄스럽다. 하루빨리 관련 법규를
정비해 투기꾼이 발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법률이 정비되기 전이라도 검찰`법원이 의지를 갖고 투기꾼을 엄벌해야만 법의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사라질 것이다.
[서울신문]
6. 대학 내 갈등, 실력행사 자제하고 대화로 풀길
최근
들어 대학가 곳곳에서 학교와 학생의 충돌이 잦다. 77일째 본관 농성이 계속되는 이화여대에 이어 서울대에서도 그제 학생들이
‘시흥캠퍼스 사업’의 철회를 촉구하며 본관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동국대와 한국외대에서도 한때 점거 농성이 있었다.
대학생들의 집단행동은 대체로 대학의 정책 및 경영과 직결돼 있다. 학생 개개인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등록금 인상 반대와는
양상이 다소 다르다. 특히 갈등과 마찰의 주원인에는 안타깝게도 소통의 부재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대 학생들의 본관
점거는 2011년 5월 법인화 거부 농성 이후 5년 만이다. 학생들은 2013년 시흥캠퍼스안이 처음 공론화됐을 때부터 협약 철회를
요구했지만 대학 측이 불통으로 일관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배곧신도시에 들어설 서울대 시흥캠퍼스안은 글로벌 복합연구단지 조성을
목표로 2007년 첫 논의가 시작됐다.
관악캠퍼스의
공간 제약 때문에 힘들었던 조선, 드론 등의 분야를 집중 육성하기 위해서다. 서울대는 지난 8월 시흥시와 실시협약까지 맺었다.
대학 측은 실시협약 전에 학생들의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은 이유는 그동안 수차례 논의했던 내용과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평생교육 단과대 설립 문제로 촉발된 이른바 이화여대 사태 역시 불통이 화근으로 지적되는 상황이다.
최경희 총장이 미래라이프대 신설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의욕만 앞세워 추진한 데다 본관을 점거한 학생들에 맞서 성급하게 경찰력을
투입한 탓에 ‘이화의 난()’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최 총장은 계획 철회를 밝혔지만 학생들은 총장 사퇴와 함께 이사회에 총장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동국대 학생들은 평생교육 단과대 설치를 반대하며 본관 출입문을 폐쇄하고 농성을 벌인 바 있다.
대학의
주인은 재단만도, 교수만도, 학생만도 아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축인 만큼 서로 인정하며 함께 가야 하는 구성원인 것이다.
까닭에 학교 측은 기존 질서에 큰 변화를 주는 중요한 정책의 경우 구성원들과 합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더 힘쓸 필요가
있다. 일방통행식이던 권위적인 틀을 깨고 나와야 하는 것이다. 학생들도 눈앞의 편익에 얽매여 대화보다 점거나 단식 등의 실력행사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행태를 지양해야 한다. 대학 경쟁력의 제고와 함께 신뢰 회복의 길이 멀리 있지 않다.
7. 탈북자 급증 조짐, 관리 시스템 점검해야
탈북자가 다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얼마 전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태영호 공사 일가족이 북한을 이탈한 후 한동안 뜸했던 탈북 대열이 이어지면서다. 최근 러시아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북한 노동자 10명이 단체로 우리 대사관에 망명을 요청했다는 소식이다. 엊그제는 지난해 탈북한 북한의 권력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의 국장급 인사가 국내에 들어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더욱이
생활고를 못 이긴 탈북자가 대종을 이루던 종전과 달리 당·정·군 간부 등 북한 체제의 기득권층까지 남한행을 감행하는 추세도
주목된다. 머잖아 대규모 ‘탈북 러시’를 예고하는 조짐일 수도 있는 까닭이다. 그런 징후가 실제 상황이 된다면 김정은 정권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심각한 사태인 만큼 탈북자 수용·관리 시스템 전반을 치밀하게 점검할 때다.
통일부 통계를 보자.
2011년 말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감소세였던 국내 입국 탈북민 수는 올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 9월까지
1036명이 입국한 추세라면 11월 중순에는 탈북민 3만명 시대가 열릴 참이다. 이를 김정은 정권의 붕괴 조짐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평양의 핵심 계층을 포함한 ‘이민형 탈북’이 늘어나는 배경이 뭐겠나.
북·중
접경 지대 주민들의 먹고살기 위한 ‘생계형 탈북’과 달리 이들은 더 나은 삶을 찾아 남한행을 결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 이면에는
폭압적인 김정은 정권의 미래에 대한 짙은 회의가 깔려 있다는 점에서 ‘탈북 도미노’ 사태의 전조로도 읽힌다. 외교관 탈북에
분노한 김정은이 궁석웅 외교부 부상을 숙청했다는 소문까지 도는 상황이라면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제 탈북민을
“먼저 온 통일”에 비유하며 관계 부처에 수용·정착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엘리트층이 김정은 체제에 등을 돌리고 있는 데다 핵
도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로 인해 생계형 탈북자도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조치일 게다. 여기에는 북 세습
정권이 도탄에 빠진 북한 주민을 살리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는 인식이 깔려 있을 법하다. 그렇다면 탈북자 수용시설을 증설하는
미봉책으로만은 부족하고 탈북자들이 남한의 시장경제 체제에 잘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
탈북민들이 우리 사회에서
안착하도록 자활·자립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개발해야 한다. 탈북자 성향에 따라 도시와 농촌에서 맞춤형 직업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단기 대책과 함께 긴 눈으로 입체적 탈북자 관리 대책을 완비해 둘 필요성도 절실하다. 독일 통일 직전 사회주의
체제인 동독을 탈출하는 주민들이 한 해 30여만명에 이를 정도로 폭증한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아마겟돈 상태로 빠져들지 않고
난민을 흡수했던 서독 정부의 저력을 되짚어 보면서 경제력과 복지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내실을 미리 다져 놓아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
8. 친박 3인방에게 공천개입 면죄부 준 ‘정치 검찰’
4·13총선을
앞두고 김성회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대통령 뜻’을 거론하며 지역구 변경을 요구한 새누리당 최경환, 윤상현 의원과 현기환 전
대통령정무수석에게 어제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전화 녹취록에서 드러난 이들 ‘친박(친박근혜) 핵심
3인방’의 지역구 변경 요구에 이익 제공 또는 협박 등이 특정되지 않았고, 김 전 의원도 협박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이성규) 측의 설명이다.
공직선거법은 당내 경선과 관련해 경선 후보자나 선출자를 폭행,
협박하거나 위계 등의 부정한 방법으로 당내 경선의 자유를 방해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 윤 의원이 김 전 의원에게 ‘인접 지역구 공천을 주겠다’고 했는데도 검찰이 “통화 녹음을 분석한 결과, 친분이 있는
상태에서 인접 지역구에 출마하면 도와주겠다는 취지로 확인됐다”며 “이것만으로는 선거법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이 경선 후보자를 협박, 유인하면 처벌하도록 규정한 선거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교묘하게 법 논리를 개발했다는
인상이 짙다.
최, 윤 의원과 현 전 수석은 친박의 핵심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던 사람들이다. 김 전
의원으로서는 정권의 실세인 그들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더구나 이들 3인은 당시 새누리당의 공천에 공식적으로 간여할
아무런 권한도 없었고, 현 전 수석은 명색이 선거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직자 신분이었다.
그런
사람들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면서 검찰이 최 의원과 현 전 수석에 대해 서면조사만 한 것도 ‘법 앞에 평등’과 맞지
않는다. 수사하는 척 적당히 시간을 끌다 13일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 만료에 맞춰 짜 맞추기식 면죄부를 줬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의 4·13총선 참패는 친박의 공천 전횡 탓이 컸다. 현 전 수석은 당시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과 비밀리에 만나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샀다. 하지만 검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이들은 총선을 망친 정치적 책임은
물론이고 법적 책임도 지지 않게 됐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에 대해서는 허위 사실 공표라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으니 야당에서 편파 수사라고 반발할 수밖에 없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친박 공천 파동을 아무런 일도 아닌 양 뭉개버린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 앞에 무릎 꿇었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세계일보]
9. 마약에 취한 화물차… 도로 위 폭탄 대책 시급하다
마약을
투여했던 화물차 운전기사 7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마약을 판매했던 화물운송영업소장도 입건됐다. 이들은 졸음운전을 피하기 위해
평균 50여회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한다. 졸리지 않을 것이라는 말에 현혹돼 상습적으로 투약한 것이다. 환각상태의
대형트럭들이 고속도로를 질주했다고 하니 아찔하다.
지난해 9월 부산에서 교통사고를 낸 남녀가 마약에 취한 채
운전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이들은 대구에서 마약을 투여한 뒤 차를 몰고 100㎞ 운전해 부산의 한 터널에서
대형 트레일러와 추돌했다. 환각 운전의 위험성을 보여준 것이다.
화물차 운전자들이 환각상태에서 운전을 하면 ‘도로위
폭탄’이나 다름없다. 자신뿐 아니라 일반 차량 운전자까지 위험에 몰아넣게 된다. 화물차 운전자들의 운전습관을 조사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절반가량이 일주일 내에 졸음운전을 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교통안전공단 통계에 따르면 화물차 운전자 졸음운전
사고의 치사율은 22.4%이다.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 2.3%의 10배에 달한다. 지난 8월 전남 여수 마래터널 안에서 25t 대형 트레일러가 10중 연쇄추돌 사고를
일으켜 한 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운전자는 “깜빡 졸았다”고 말했다. 그 한 달 전에는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입구에서
졸면서 운전하던 관광버스의 추돌 사고로 4명이 죽고 37명이 다치기도 했다.
정부는 봉평터널 사고 직후 버스·트럭 등
대형차량 운전자가 4시간 연속 운전하면 30분간 의무적으로 쉬도록 하는 ‘교통안전 강화대책’을 마련했다. 버스와 화물차에 부착된
운행기록을 점검해 4시간마다 휴식하지 않을 경우 사업정지와 감차, 과태료 부과 등을 경고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속도제한 장치를 의무적으로 부착토록 했지만 꺼두는 운전자가 많다고 한다.
화물트럭이 각종 불법을 저지르는 이유는
비용 절감 때문이다. 야간(오후 9시∼오전 6시)에는 고속도로 통행료가 반값이다. 서울∼부산을 밤시간 운전하면 연간 200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44만여대의 화물차가 졸음과 사투를 벌이며 밤에 질주하고 있다. 마약투여라는 불법도 서슴지
않는 것이다. 화물차량과 마약투여 운전자들에 대한 엄격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매일경제]
10. 서해안 폭력저항 이은 중국의 적반하장 어이없다
해경
고속단정이 지난 7일 중국 어선 불법 조업을 단속하던 중 그들의 공격을 받아 침몰한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함포 사용을 비롯한
강력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그런데 정작 해경 대원들이나 서해5도 어민들은 엄포에 그칠 것이라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책임을
통감해야 할 중국 정부는 오히려 우리 정부에 냉정하고 이성적인 처리를 강조하며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가 외교
마찰을 우려해 소극적 대응책으로 일관해온 탓인데 이제는 그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우리 정부는 9일 주한 중국대사관
총영사를 불러 유감을 표시했고, 11일에야 뒤늦게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항의했다. 물러터진 우리 정부의 외교적
대응에 중국 정부는 시종일관 냉정한 대응만 강조하고 있으니 어이없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아예 궤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우연한
충돌로 보이는데 한국 언론이 중국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있다고 주장하거나 '중국 어민들이 두려움 때문에 반항할 수 있으니 한국
해경이 난폭한 법 집행을 삼가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해경 고속단정을 중국 어선이 뒤에서 의도적으로 들이받고
이미 전복된 후에도 공격한 장면은 영상으로도 확보돼 있다. 우리 정부는 이런 자료를 적극 공개해 중국이 더 이상 억지 주장이나
궤변을 늘어놓지 못하도록 해야 마땅하다.
우리 해경이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공용화기(함포)로 대응하지 못한 데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자 11일 정부는 '중국 어선 단속 강화 대책'을 내놓았다. 필요하면 함포 사격과 선체 충격으로 제압하고
도주하면 공해까지 추적해 검거하겠다는 내용인데 말잔치로 끝나선 안 된다.
해양경비법에는
함포를 사용할 수 있는 근거가 있음에도 그동안 대형 인명 피해 가능성과 그로 인한 외교적 파장을 우려해 해경은 함포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단속 강화 대책을 내놓아도 해경 대원이나 서해5도 어민들마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니 과연 중국 어선들이
두려워 할지 의문이다.
우리 정부가 구체적이고 명확한 사용 지침을 하달하고 실제로 이행하는 사례를 보여줘야 중국
어선들이 비로소 겁을 먹고 우리 바다로 넘어오지 못할 것이다. 또 정부가 주권 행사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보여줘야 중국 정부도
자국 어선에 대한 지도와 단속을 강화하게 될 것이다.
주요 신문칼럼
1. [매일신문][야고부] 제사와 놀이와 한글
‘제사를 놀이로 익히고 배운다. 그것도 한글로 말이다.’
일제강점기
때 경북 경산의 유학자 정기연(1877~1952)의 생각이다. 그는 유학이 결코 시대에 뒤떨어진 학문이 아님을 역설했다.
1910년 나라가 망하자 “죽을 때까지 우리 것을 지키겠다”는 신념을 굳혔다. 고향 경산에서 그는 죽을 때까지 지킬 ‘우리 것’의
하나로 집집마다 치르는 제사를 들었다. 그러나 제사는 절차가 까다롭고 용어도 어려워 보다 쉽게 익히고 배울 방법이 필요했다.
제사를
지키려면 뭔가 달라져야 했고 어릴 때부터 쉽게 익히고 배우도록 하는 일이 절실했다. 제사를 놀이처럼 익히고 배울 수 있도록 그가
고안한 ‘습례국’(習禮局)이 탄생한 배경이다. 유교 의례의 창조적 변신이다. 변신은 이어졌다. 바로 한글 사용이다. 그는 놀이
설명과 놀이 도구를 한글로 풀이했다.
네모난 나무판에 22칸을 그린 ‘습례국’은 ‘례 익키는 판’이라 했다.
제례(祭禮)를 익히는 판이란 뜻이다. 놀이를 위해 그는 ‘굴리는 것’이라는, 0~3까지 숫자가 새겨진 육각형의 ‘전자’(轉子)를
만들었다. 또 제사상에 올리는 22가지 음식 이름이 한글과 한자로 적힌 ‘베푸는 것’이라는 네모난 작은 22개씩의
‘설자’(設子)도 푸른색과 붉은색으로 고안했다.
놀이는 윷놀이처럼 꾸몄다. ‘전자’를 주사위처럼 굴려 나오는 숫자에
따라 22가지 음식이 적힌 ‘설자’를 습례국 위 22칸에 옮기면 된다. 즉 전자는 윷가락, 설자는 윷말의 역할이다. 윷놀이처럼
습례국 또한 한 명씩 또는 여러 명씩 조를 짜서 편을 갈라 놀이를 할 수 있게 했다. 어느 편이든 22가지 제사 음식을 먼저
차리면 이기도록 했다.
습례국 칸은 실제 제사상과 같아 자연스레 놀면서 제사 음식과 이름, 놓는 자리까지 익히고
배우는 셈이다. 게다가 전자에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0’을 두어 후퇴는 없지만 제자리에 머물거나 한 칸 더 가는 상벌이 있는
만큼 긴장감과 재미는 당연하다. 결과에 따라 진 쪽이 이긴 쪽에 음식 등을 대접하는 규칙까지 있으니 기대 효과는 충분했던 셈이다.
한글은 조선 유학에서는 푸대접을 받았다. 지금도 정체불명의 말과 글자로 한글은 서럽지만, 경산의 한 유학자에게
한글은 ‘우리 것’인 제사를 어릴 때부터 익히고 배우게 하는 데 더없이 좋은 문자였다. 지금도 그의 놀이법 연구가 시작되고 있고
박물관 등에서 잊지 않고 활용한다는 소식이다. 그의 창의적 발상이 그립고 또 다른 한글의 변신이 그립다.
2. [서울신문][말빛 발견] 올려라 올려라 우리말샘/이경우 어문팀장
연못은
물을 모아 놓은 곳이다.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진다. 샘은 물이 나오는 곳이다. 자연이 만든다. 샘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 솟는다.
고여 있지 않으니 같은 물이 아니라 항상 새 물이다. 그래서 샘은 새롭고 끊임없이 살아 있다는 의미를 전한다.
말도 그렇다. 사람 사이에서 끝없이 생겨난다. 그런 점에서 사람 사이는 또 다른 자연이다. 기존의 말들도 상황에 따라 뜻이 변하며 의미를 덧붙여 간다. 시간과 공간이 달라질 때 뜻빛깔을 달리하기도 한다.
지난주
‘우리말샘’이라는 국어사전이 선을 보였다. ‘사전’이라 하지 않고 ‘샘’이라 했다. ‘말샘’인 셈이다. 시대의 변화, 말의
변화, 말이 생겨나는 환경의 변화 같은 여러 사정을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결과를 내놓았지만 진행 중인 사전이기도 하다.
끝없이 잇고 기워 나가는 편찬 방식을 택했다. 사전 전문가들만 참여하지 않는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자는
식이다. 종이사전이 아니라 웹사전이다. 누구나 ‘우리말샘’의 ‘집필 참여하기’에 들어가서 어휘를 등록하고 뜻풀이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뒤에 감수를 하게 된다.
‘우리말샘’은 국가가 만들어 가는 국어사전이다. 양도 만만치 않다. 약 100만
개의 어휘를 담아 출발했다. 어휘 수가 많은 건 반길 일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품질이다. 더 좋은 사전에 대한 대중의 간절함이
깊고 크다. 더 쉽고 선명하고 정확하고 풍부하길 바란다. 국어사전을 찾는 이들의 희망이다. 모두의 힘이 있어야겠지만, 제대로 된
관리는 더욱 필요하다.
3.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국제 실패의 날
실패를 겁내지 말고 실패에 굴복하지도 말라는 말은 사실 공허하다. 겁내지 않고 굴복하지 않으려면 의지와 기량 외에도 필요한 게 많다. 나를 떨어뜨린 말 등에 다시 올라타려면 우선 부러지지 않은 다리가 필요하다. 실패에는 대가가 따르고, 도전에는 당연히 비용이 든다.
주눅들지
말라는 건 조금은 낭만적이다. 주눅들어 있다고 달라질 건 없으니까. 실패는 다른 실패를 모면하게 해주는 지침이 될 수 있고,
성공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실패는 그러므로 공공재다. 어떤 실패, 예컨대 오븐에 구운 빵이 돌멩이 같은 쿠키가 돼버린 것 같은
실패는 악의 없는 웃음의 소재가 될 수도 있다.
핀란드 헬싱키의 학자와 학생, 벤처 투자자들이 2011년 10월 13일을 ‘국가 실패의 날(National Failure Day)’로
선포한 것은 조금은 절박한 이유에서였다. 노키아 외에는 뚜렷한 제조업이 없는 데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노키아의 미래 역시
불투명해졌고 인구 구성은 점점 노령화하는 현실. 그들은 핀란드가 지금처럼 근사한 복지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 20만 개의
좋은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걸 정부나 대기업에만 맡겨둬서는 답이 없겠다고 판단했고, 그 돌파구를 벤처 창업 같은
새로운 도전에서 찾고자 했다. 그들 ‘알토스(Aaltoes) 팀’은 이런저런 행사를 통해 실패의 긍정적 의미를 일삼아 홍보했다.
핀란드 로비오(Rovio) 엔터테인먼트가 게임 ‘앵그리버드’로 성공하기까지 무려 52개의 게임을 출시했다가 망해 파산 직전까지 갔던 이야기, 18세의 호주 여성 니키 더킨(Nikki Durkin)이 옷장에 옷은 가득한데 정작 입을 옷은 없는 현실에서 착안해 중고 의류를 사고파는 무한 옷장 ‘99 Dresses’를
창업했다가 좌절한 사연 등, 조앤 롤링과 빌게이츠의 실패담 등. 그들의 캠페인에 정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힘을 보탰고,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자들과 기업가들이 가세하면서 범유럽ㆍ범세계의 운동이 됐다. 그렇게 오늘이 ‘국제 실패의 날’이 됐다.
시작을 시민이 했듯이, 확산시킨 것도 엄밀히 말하면 네티즌들이었다. 그들은 저 ‘실패’를 사업가들만 가지게 하지 않고, 자잘한 일상의 에피소드로 확산시켰다. 오늘 트위터 해시태그‘#dayforfailure’나 유튜브‘fail’등을 검색하면 싱싱하고 다양한 실패의 사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4. [동아일보][이광표의 근대를 걷는다]충무로 인쇄골목과 노가리 골뱅이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자주 접하는 건 무얼까. 누군가에겐 스마트폰일 것이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늘 만나는 것이 있다. 치킨이나 피자
배달 전단지, 우편물 봉투, 택배 상자와 거기 붙이는 스티커, 행사 포스터, 명함…. 모두 인쇄물이다.
인쇄물을 가장 많이 쏟아내는 곳이 있다. 서울 충무로 인쇄골목. 충무로 을지로 인현동 필동 일대다. 인쇄 관련 업체 5000여 곳에서 1만50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서울지역 인쇄업의 67%, 전국의 30%를 차지한다.
근대적
인쇄는 일제강점기 때 시작되었다. 1910년대 경성고등연예관, 경성극장, 중앙관 등의 영화관이 을지로에 등장하면서 영화 전단지를
찍기 위한 인쇄소들이 생겨났다. 6·25전쟁 이후∼1960년대엔 충무로로 확산되어 인쇄골목의 모습을 갖춰나갔다. 1980년대,
근처 장교동의 인쇄업체 500여 곳이 충무로로 옮겨오면서 인쇄업은 성황을 이뤘다.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중반은 충무로의
전성기였다. 특히 1987년 민주화 이후 각종 선거가 급증하면서 선거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충무로에서는 단순히 종이인쇄만 하는 게
아니다. 디자인, 편집은 물론이고 코팅, 금박, 스티커, 제본 등 인쇄의 전 과정이 동시에 이뤄진다.
좁은
인쇄골목은 늘 분주하다. 종이와 인쇄물을 실은 오토바이, 지게차, 삼발이가 열심히 오가고 오래된 건물 안에서는 인쇄 기계가
부지런히 돌아간다. 저녁이 되면 이곳 사람들은 삼겹살을 구우며 종이 가루와 잉크 냄새에 지친 목을 달랜다. 노가리와 골뱅이를 안주
삼아 피로를 풀기도 한다. 인근 노가리골목과 골뱅이골목은 인쇄골목과 동고동락해왔다.
그러나 인쇄골목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임대료는 올라가고 미관상 좋지 않다며 재개발 얘기도 나온다. 경기 파주시나 서울 성수동 등지로 빠져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10년, 20년 뒤 이곳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재개발로 인쇄골목이 모두 사라지는 건 아닐까. 수백 년을 이어온
서울 청진동과 피맛길을 흔적도 없이 없애버리고 고층빌딩을 세운 것을 보면, 이런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기획전 ‘세상을 찍어내는 인쇄골목, 인현동’이 열리고 있다. 전시 문구처럼 충무로는 “수십 년간 우리 삶을 인쇄해온 골목”이다.
이 골목이 청진동, 피맛길과 같은 운명에 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인쇄골목 100년 역사에 대한 예의다.
5. [중앙일보][취재일기] 인천공항 가는 버스 타보셨나요
서울과
인천공항을 오가는 공항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기자는 버스 요금이 적정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같은 기종의 28인승 버스를
비교해봤다. 서울과 인천공항을 잇는 공항버스의 ㎞당 요금은 우등고속버스나 시외버스의 3배였다. 이런 사실이 기사화되자 공항버스
요금이 비싸다는 데 공감을 표시하는 네티즌이 많았다. 공항버스 면허를 내준 서울시가 나서서 요금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공항버스가 승객을 몇 명 안 태운 채 운행하는 경우가 많아 버스 사업자의 수익성을 고려할 때 지금의 요금은 적정하다는 반론도
있었다.
실제로 텅텅 비어 운행하는 공항버스를 만석으로 운행하는 고속버스나 시외버스와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일 수
있다. 그렇다면 서울지역 공항버스 1위 사업자가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자료를 보자.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20%이며, 이는 고속버스
1위 사업자인 금호고속의 영업이익률(12%)보다 훨씬 높고 국내 1위 회사인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13%)을 웃돈다. 이
버스회사는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3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요금이 빈자리의 손해를 채우고도 남는다고
추정해도 무리는 아니라고 본다.
이런 요금은 서울시가 보장해준 것이다. 서울시는 공항버스 사업자에게 한정면허를 부여해 요금을 사업자가 정하도록 허용했다. 한정면허란 교통 수요가 불규칙해 일반 노선버스 운행이 어려운 곳의 운송사업자에게 발급하는 면허를 말한다.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운영하는 사업자가 받아야 하는 일반면허와는 다르다.
인천공항이
개항된 2001년만 하더라도 교통수요 예측이 쉽지 않았다는 점에서 서울시가 공항버스 사업자에게 한정면허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해마다 인천공항 이용객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그런데도 서울시 담당자들은 “당장
요금인하를 권고할 계획이 없다”고도 했다.
경기도만 하더라도 사정은 다르다. 남경필 도지사는 최근 경기연구원이 시행한
‘공항버스 노선별 원가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달 중에 공항버스 사업자들에게 요금 자율인하를 권고하거나 개선명령을 할 계획이다.
또 도지사가 앞장서 도가 직접 공항버스를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경기 지역과 인천공항을 잇는 공항버스의 요금은 ㎞당 130~160원으로 서울~인천공항 노선보다 가격이 싼데도 요금 문제에 적극적으로 매달린다. 서울시도 서울 시민이 필요 이상의 많은 돈을 내고 공항버스를 이용하는 건 아닌지 들여다봐야 한다. 공항버스의 수익성이 어느 정도 검증된 만큼 한정면허를 일반면허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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