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끝내 수사 대상에 오른 ‘군대 영창’ 발언
검찰이
방송인 김제동씨의 ‘군대 영창‘ 발언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시민단체가 김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함에 따라 이 사건을
수사팀에 정식 배당했다는 것이다. 핵심은 “단기사병 근무 시절 행사에서 사회를 보던 중 군사령관의 부인을 ‘아주머니’라고
호칭했다가 13일간 영창에 수감됐다”는 발언 내용의 사실 여부다. 이로 인해 현역·예비역의 명예가 실추됐는지도 가릴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는
김씨가 영창에 갔던 기록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영창에 간 게 사실인데도 기록이 없는 것인지, 허위로 꾸며서 얘기한
것인지는 구분하기 어렵다. 당사자인 김씨의 해명도 다소 혼란스럽다. “웃자고 한 얘기를 죽자고 달려들면 답이 없다”며 여지를
남기면서도 “15일 이하 군기교육대나 영창에 가면 기록에 남지 않는다”며 사실에 입각한 얘기였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군 내부와 국방 문제에 관련한 농담조의 얘기는 가급적 신중할 필요가 있다. 불쑥 내뱉는 공개적인 한마디로 인해
장병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백승주 의원은 “평소 김씨가 군을 조롱하는 발언으로 군의 신뢰를
손상시킨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며 배경을 밝히고 있다. 국방부 차관으로 재직하던 지난해부터 제기한 문제라고 한다.
하지만
장병들의 복무와 관련해 군 내부의 부조리가 심각한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지휘관 당번병이 커피를 끓이고 군화를 닦거나 상관
자녀들의 과외공부를 맡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자질구레한 집안일까지 거들어야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나마도 연병장에서 고되게
훈련해야 하는 다른 병사들보다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점에서 부러움을 사는 자리다. 김씨가 복무 시절 겪은 부조리를 추가로
폭로하려는 기색인 것도 그래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러한 폐습들이 모두 사라져야 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명확한
업무 지침을 만들어 시행함으로써 뒷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청춘을 바쳐 성스러운 국방의무를 수행하는 우리 젊은이들
얘기가 시시껄렁한 웃음거리 소재로 등장하는 여건이 돼서는 곤란하다. 김씨의 발언에 대해서도 조속히 사실 여부가 가려지길 기대한다.
2. 권익위 과욕으로 김영란법 좌초할라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을 둘러싼 혼선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28일 시행에 들어간 이후 계속 쏟아지는
문의로 진땀 빼는 국민권익위원회나 법 저촉 여부를 몰라 쩔쩔매는 국민이나 우왕좌왕하긴 매한가지다. 심지어 집권당 대표가 한
간담회에서 받은 초콜릿 기념품을 퀵서비스로 부랴부랴 반송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이런 혼란은 권익위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학생이 선생님에게 캔커피나 카네이션을 주거나 직장 상사에게 조의금을 보내는 등의 극히 일상적인 사안을 놓고도 해석이
오락가락하니 국민이 어찌 헷갈리지 않겠는가. 권익위는 직종별 매뉴얼과 사례집을 배포하고 강연회와 설명회를 여는 등 나름대로
준비한다고는 했으나 실제 상황 대처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이 와중에 권익위는 이른바 ‘쪽지
예산’과 ‘낙하산 인사’도 법 적용 대상이라고 밝혀 혼란을 더 키웠다. 쪽지 예산이나 낙하산 인사가 잘못됐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다고 김영란법 하나로 세상의 모든 비리와 불법을 바로잡으려는 과욕은 금물이다. 어디까지 ‘제3자 고충 해소를 위한
공익적 민원’이고, 어디까지 낙하산 인사인지를 콕 집어내기가 매우 어려운데도 권익위가 무턱대고 뛰어들었다간 법의 안정성만 해칠
뿐이다. 김영란법이 만능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이 ‘캔커피법’, ‘카네이션법’으로 희화화된 것도 따지고 보면
권익위의 의욕 과잉 탓이다. 아무리 좋은 뜻이라도 정당한 사회 상규나 통념까지 얽어매려 해선 역풍을 맞기 마련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과잉 반응으로 법의 취지가 퇴색되고 부작용만 부각돼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놓고 국회와 대법원이 권익위의
과잉 유권해석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부패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씻어내자는 국민적
여망 속에 어렵사리 탄생한 김영란법 덕분에 요즈음 관가 주변에서 공짜 점심과 악성 민원이 사라지는 긍정적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고
한다. 제대로 정착되기도 전에 권익위의 무리수 남발로 좌초해선 안 된다. 권익위는 겨우 열명 남짓한 인원으로 ‘혁명적 과업’을
수행하려는 무모함부터 시정하고 대내외 모의실험과 토론회 등을 통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게 급선무다.
[서울신문]
3. 대한민국 주권 위협하는 中 적반하장 억지
날로
흉포화되고 있는 중국 어선 불법 조업에 대한 정부 당국의 강력한 대응 방침을 놓고 중국 정부가 터무니없는 주장을 펴고 있다.
우리 해경 고속단정의 단속 중 침몰 사건을 계기로 우리 정부가 내놓은 함포 사격을 포함한 강경 대응을 빌미로 중국 정부는 사실을
왜곡하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단속 과정에서 대한민국 해경은
2명이 사망했고 7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우리 정부가 강경 대응으로 선회한 배경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가 국제법에
따라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강력히 단속하는 것은 국권 수호 차원에서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그제 “한국은 법 집행 과정 중 자제를 유지하고 집행 권력을 남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술 더 떠
중국 측은 “사건 발생 지점은 한·중 어업협정에 따라 어업 활동이 허용된 곳”이라며 “이 협정에 따라 한국 해경은 이 해역에서 법
집행을 하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항변했다. 참으로 적반하장 격인 주장이다. 중국 어선이 불법 조업을 한 곳은 우리측 수역이고
불법 조업 어선 추적권은 국제법상 보장된 권리다. 한국 해경의 고속단정 침몰 지점(북위 37도 23분, 동경 123도 58분
56초)이 한국 수역 밖에서 일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국제법에 따른 정당한 조치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중국측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2001년 발효된 한·중 어업협정 이후에도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 어선의 불법 조업으로 한국과 갈등을 빚을 때마다 어민들에 대한 지도 강화를 다짐했건만 되레
상황은 악화일로에 있다. 이번 사건도 한국 정부가 범죄를 저지른 어선을 특정해 통보한 만큼 즉시 체포해 처벌해야 하는 것이
국제법을 존중하는 태도다.
중국
형법 119조(교통공구 파괴죄)는 기차·항공기·선박 등을 파괴하는 행위에 대해 10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최고 사형까지
선고하도록 명시한 만큼 중국 정부는 국내법에 따라 관련자들을 엄격하게 처벌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중국
정부는 국제법에 따라 불법 조업을 막을 일차적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한·중 관계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수교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양국 정부는 끊임없는 소통과 협력으로 사태를 더 악화시켜선 안 될
것이다.
4. 신속·공정한 재판으로 총선 후유증 줄여야
지난
4·13 총선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가 있는 선거사범에 대한 공소시효가 어젯밤으로 끝났다. 검찰 수사망에서 벗어난
국회의원들이야 족쇄를 벗었지만 기소된 이들은 배지를 떼냐 마냐의 기로에 섰다. 여야 간 공방도 거세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추미애
대표와 윤호중 정책위 의장 등 당 지도부를 포함해 의원들이 줄줄이 기소되자 ‘노골적인 야당 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여야 간
대치 정국이 더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
더민주는 이번 검찰의 기소를 놓고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검찰 및
청와대와 전면전을 벌일 태세다. 추 대표는 “최순실·우병우 사건을 덮기 위한 물타기, 치졸한 정치공작, 보복성 야당 탄압”이라고
말했다. 선거사범에 대해 법에 따라 엄정 대처하는 것은 당연하다. 야당 대표라고 예외일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여당이건
야당이건 선거 비리로 기소됐다면 우선 반성과 사과부터 하는 것이 도리다. 개인적으로 억울한 측면이 있더라도 수억원의 공천 헌금을
받고 수천만원을 유권자들에게 뿌린 이들마저 정치 희생양으로 호도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야당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공천 전횡 의혹이 담긴 통화록 녹취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최경환·윤상현·현기환 등 정권의 실세들은 무혐의 처리해 준
반면 야당 의원들은 무더기로 기소한 것은 다분히 편파 수사로 비칠 수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친박 무죄, 비박 유죄’,
‘검찰이 형평성을 잃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니 야당에서 정치보복 운운하는 것을 단순히 정치 공세로 보기만도 어려워졌다.
정당별로
기소된 의원들을 봐도 어제 오후 현재 야당(20명)이 여당(11명)의 거의 2배나 된다. 게다가 여권에 미운털이 박힌 더민주
출신의 정세균 국회의장 주변까지 검찰의 칼끝이 향한 대목도 석연치 않아 보인다. 특히 허위사실을 공포한 혐의로 제1야당 대표를
기소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정치적 오해의 소지가 있다.
법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집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적용하는 법의 잣대 역시 같아야 한다. 정권과 가까운 이들에게는 무딘 칼날을, 야당에는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댄다면 그것은
검찰 자신이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고 있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신속하고도 공정한 수사와 판결로 불필요한 정쟁을 빨리 끝내야
한다.
5. 4차 산업혁명이 우리의 미래를 좌우한다
어제 ‘서울미래컨퍼런스’ 개최 실직 대책도 서둘러 마련해야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어쩌다 빚어진 해프닝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4차 산업혁명을 머리로만 예견하고 입으로만 준비하던 우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새 패러다임은 막연히 불가능하리라 믿고 있던 일들을 눈앞에서 실현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물론이고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로봇공학, 무인자동차 등 4차 산업혁명의 산물들은 이미 일상 곳곳에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사회
변혁이나 다름없는 4차 산업혁명의 격랑이 한꺼번에 몰아친다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여전히 많은 부분이 혼란스럽다.
두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다. 변혁을 감당할 준비를 더 미뤄서는 미래 산업의 낙오자가 된다는 것과 고민할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이다.
어제 서울신문은 ‘2016 서울미래컨퍼런스’를 열어 그 해법을 모색했다. 지능과 정보기술(IT)이 융합된 새로운 산업혁명의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책을 찾는 자리에는 국내외 명망가들이 참여했다. 이론과 실무의 전문성을 두루 겸비한 이들의 지적은 우리에게 긴장과 기대감을 함께 안겼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AI
전문가로 기조연설을 한 제리 캐플런 스탠퍼드대 교수는 “기계가 바둑에서 사람을 이긴 이야기는 새로운 게 아니다. 이미 기계는
새보다 더 잘 날고 물고기보다 다이빙을 더 잘하고 있다”고 인공지능의 현주소를 짚었다. 그러고는 “우리의 부(富)를 증대시킬
잠재력이 큰 인공지능이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게 길을 찾는 일은 인간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이
국가의 미래 성장을 좌우하고 경제·사회 시스템과 노동시장을 통째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이 변화의 헤게모니를
쥐기 위해 세계 각국은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는 현실이다. 그런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준비 수준은 걸음마쯤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기술·인프라 수준 등을 따진 최근 해외 유력 기관의 평가에서 한국은 준비 성적이 세계 25위였다. 일본(12위)에는 한참
뒤지며 중국(28위)과도 어금버금하다.
앞으로의 변혁은 산업 전반과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을 재편할 것이다. 지난
1월 다보스 포럼도 2020년까지 현재의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지고 200만개가 새로 창출되리라고 예견했다. 어제 컨퍼런스에서도
미래 일자리는 핵심 논제였다. AI가 산업현장을 주도하면 실직이 사회문제가 될 것은 불가피하다. 그런 만큼 정부가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 두드러졌다. 직업 재훈련 체계를 갖추고 실직자 기초생활 지원책 마련 등 정책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이런 주문을 던진 면면은 책상물림 이론가들이 아니다. 키바 시스템 공동창업자이자 드론 혁신가인 라파엘로 안드레아 등 4차 산업혁명을 현장에서 주도하고 있는 이들이다. 제언들을 곱씹어 봐야 하는 까닭이다.
[세계일보]
6. 공직사회 ‘황제 대출’ 만연, 금융당국 전면 조사 나서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초저금리 대출 논란으로 ‘황제 대출’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김 장관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시절인
2014년 농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는데, 올해 8월 기준으로 대출 잔액이 3억2000만원에 금리가 연 1.42%다.
농협은행 전체 담보대출자 80만여명 가운데 6번째로 낮은 금리다. 이런 황제대출이 공직사회에서 드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은행의 특혜대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어제 국회 농림축산식품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농협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 은행에서 연 1%대 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은 100명 가운데 90명이
공무원이다. 105만여명에 달하는 농협은행 신용대출자 가운데 0.009% 이내인 상위 100위 저리 대출자의 90%가 공무원이라는
것이다.
공기업
인사도 4명이 들어 있다. 저신용자 지원 대출 4명을 제외하면 일반인 대출은 2명뿐이다. 상위 100위 저리 대출은 금리가 연
1.04∼1.94%로 평균은 연 1.84%다. 상위 100위 저리 대출 취급점 현황이 가관이다. 정부과천청사지점이 65명으로 가장
많다. 평균 금리가 가장 낮은 5개 취급점 모두가 정부·공공기관 소재지에 있다. 공직자에 대한 특혜대출 의혹의 실상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농협은행은 공무원에게 초저금리 대출상품을 무더기 판매한 것에 대해 “우량 고객 선점을 위한 영업전략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 금리는 대출자의 소득과 신용도로 결정되는데 어떤 이유로든 수긍하기 어렵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1.25%인데 1%대 금리 대출은 엄청난 혜택이다. 대부분 연 3% 이상의 이자를 무는 일반 국민에겐 1%대 금리가 꿈의 금리다.
이런 상황에서 공직자가 초저금리로 돈을 빌리는 관행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민에게 또 한 번 좌절감을 안겨준다.
1%대
금리 대출자가 다른 사람에 비해 특별한 취급을 받았는지를 금융당국이 확인해야 한다. 공직자가 그 지위를 이용해 특혜 대출을
받았다면 엄중한 제재가 따라야 한다. 농협은행에 국한된 현상은 아닐 것이다. 다른 은행에서도 공직자에 대한 특혜 대출이 있는지
금융당국이 전면 조사에 나서야 한다. 초저금리 대출이 공무원에 대한 로비로 악용된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러니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만들어진 것 아니겠는가.
[매일경제]
7. 도시경쟁력에 대한 한국과 외국의 시각차 이정도로 큰가
사람을 끄는 거대한 자석, '피플 마그넷(people magnet)'과 '다양성'이 '승리하는 도시'의 요건이라는 주장은 갈수록 활력을 잃어가는 우리나라 도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17회
세계지식포럼에서 모리 히로오 모리그룹 부사장은 일본 도쿄 롯폰기힐스를 수직개발해 콤팩트 도시를 건설한 사례를 소개하며 "도시의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공간'과 '광장'이 도시 설계에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언 토머스 토머스컨설턴트 회장은 "도시는 승자와
패자가 있다"며 "미국 자동차 메카 디트로이트는 산업 발전 변화에 발맞추지 못해 패자가 됐다"면서 도시의 역동성을 강조했다.
반면
이날 토론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과 남경필 경기지사의 답변은 본질과 동떨어진 손에 잡히는 않는 해법들이었다. 과연 도시
생존전략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박 시장은 도시의 미래에 대한 질문에 "사회 이동의 불평등을 없앨 것"이라는 답을
내놨고, 남 지사는 "민관 공유 제4의 길"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도시 정책이라기보다는 평소 자신의 정치 철학만 나열한 것
같다. 다소 엉뚱하고 모호하다.
이들의 답변에서는 한국 도시가 어떻게 '피플 마그넷'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비전도, 고민도 찾기 어려웠다. 도시가 활력을 갖기 위해서는 리더의 강력한 의지와 확실한 정책, 뚜렷한 청사진이 필수인데 실로 답답한 노릇이다. PwC가
최근 전 세계 주요 30개 도시경쟁력을 조사한 결과 서울시는 11위를 차지했다. 2년 전보다 3계단 상승했지만 싱가포르(2위),
홍콩(9위)에 턱없이 밀린다. 서울은 사실상 박 시장 취임 후 한강르네상스 사업 백지화, 용산 개발 좌초, 7성급 호텔 무산 등
각종 개발 개획이 중단되면서 새로운 동력으로 꼽을 만한 게 별로 없는 상태다.
세계 각국은 인구 감소와 저성장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 도시개발을 새로운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수출의존형 성장 전략에서 도시화를 기반으로 한
내수주도형 성장으로 방향을 조정했다. 선진국들은 기존 인프라스트럭처에 첨단 기술을 입혀 스마트 도시로의 대변신을 꾀하고 있다.
도시는 국가의 성장 엔진이자 경제 운명을 쥐고 있는 터전이다. 인구가 몰리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규제를 풀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한국이 이렇게 손놓고 있어서야 세계 각국의 메가시티들과 글로벌 도시 경쟁에서 과연 이길 수
있겠는가.
8. 현대차 노조에 대한 노동운동가 출신 야당 의원의 일침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1980~1990년대 대우자동차 노조 핵심 인사였고 지금은 3선 의원으로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런 그가 현대자동차 노조에 일침을 가했다. 홍 위원장은 그저께 언론 인터뷰에서 장기 파업 중인 현대차 노조를 두고 "이런 파업에 대해 납득하는 국민이 얼마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노조 측 얘기도 수차례 들어봤는데 아무리 납득하려 해도 할 수 없었다"며 "이미 소득 수준이 높은 현대차 노조가 또 임금 인상
관련 쟁점으로 파업에 들어갔는데 이는 결국 나라 전체로 보면 노동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했다.
옳은
말이다. 현대차 노조는 오죽하면 노동운동을 하던 야당 중진 의원까지 이런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을까 깊이 반성해보고 참으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청년실업은 사상 최고로 치솟고, 간판기업들은 내우외환으로 벼랑에 몰리고 있는데 대기업 귀족노조가
배부른 파업을 해마다 되풀이한다면 어떤 국민이 동의할 수 있겠는가.
홍 위원장 말마따나 현대차 노동자들은 잔업과
특근수당, 성과급을 고려하면 국내 생산직 노동자 가운데 최상위권에 든다. 그런데도 현대차 노조는 임금 인상 폭이 작다며 7월 이후
24차례나 파업을 벌였고, 12년 만에 전면 파업도 감행했다. 그저께서야 가까스로 노사 2차 잠정안을 도출했지만 이미 14만대
넘는 생산 차질과 3조원 이상 매출 손실이 발생한 다음이었다.
그러잖아도
현대차는 엔진 결함 논란과 글로벌 경기 부진 탓에 안팎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터다. 현대차 협력업체들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 고통은 그 몇 배에 이를 것이다. 노사가 똘똘 뭉쳐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노동시장 전체를 보며 양극화 문제도 풀어가야 할
텐데 거꾸로 가고 있으니 큰일이다.
현대차 한 대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노동시간으로 가늠한 생산성은 국내 공장이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절반에 불과하다. 생산성에서 밀리고 파업이 되풀이되자 현대차는 20년째 국내에 공장을 짓지 않고 있다.
현대차의 글로벌 생산에서 국내 공장 비중은 이미 30%대로 떨어졌다. 현대차의 내우외환은 노조의 일대 각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국내 일자리는 갈수록 말라가고, 노조는 존립 기반마저 잃을 수 있음을 더 늦기 전에 깨달아야 한다.
9. 확산되는 전경련 해체론, 허창수 회장은 왜 말이 없나
서울시
출연기관인 세종문화회관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탈퇴 공문을 보내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열린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도 줄줄이 전경련 탈퇴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전력공사, 서부발전, 석유공사, 가스공사, 에너지공단, 석유관리원, 산업단지공단 등 7개 공공기관도 탈퇴 실랑이를 벌이다
줄다리기 끝에 처리됐다. 공공기관 가운데 아직 12곳이 전경련 회원사로 남아 있지만 속속 탈퇴에 합류할 조짐이어서 확산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그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해 "수사 중인 사안이라 말할 수 없다"며 답변을 피해 의원들의 비난을 샀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 부회장의 행태를 질타하며 전경련 해체 주장으로 몰고 갔는데 보수단체 어버이연합에 대한 자금 지원과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등 잇단 정치적 논란의 핵심에 전경련이 자리하고 있으니 어떤 식으로든 변화와 개혁이 불가피하게 됐다.
전경련은
1961년 한국경제인협회로 출범한 후 1968년 전국경제인연합회로 간판을 바꾸면서 한국 경제 산업화에 발맞춰 자리를 잡아왔다.
법정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나 중소기업중앙회와 달리 대기업 위주 오너들이 모여 결성한 민간 임의단체라는 점에서 결정적 차이가 있다.
이병철·정주영·김우중·최종현·조석래 등 대한민국 재계 1세대 오너들이 회장을 맡아 이끌었고 중간에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현재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에게 바통이 이어져 있다. 정치권력과의 유착 시비로 야당에서 해체 요구가 거세지고 공공기관들의 탈퇴가 가시화하고 있는 만큼 전경련은 분명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하지만
단체 수장인 허창수 회장은 현안에 대해 단 한번도 입장을 밝히지 않을 뿐 아니라 난국을 헤쳐나갈 장악력도 보여주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 차제에 대기업 오너 클럽으로서 성격을 명확하게 천명하고 조직을 재정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자유시장경제 수호에 적극
나서면서 포퓰리즘에 휩쓸린 경제 법안에 제동을 거는 등 친기업 정책 환경 조성에 역량을 집중할 기회로 삼아보라. 허창수 회장을
필두로 한 회장단이 전면에 나서 위기를 돌파할 결연한 태도를 보여보기 바란다.
[매일신문]
10. 담뱃값 인상에 숨은 꼼수, 정부는 왜곡 구조를 바꿔라
지난해
담뱃값 인상으로 전체 담배소비세는 늘었지만 지방교육세는 줄면서 결국 총지방세는 감소했다. 전체 담뱃세 징수는 더 불어도 지자체
몫인 지방세는 되레 뒷걸음치며 속 빈 강정이 되는 이상한 일이 빚어진 셈이다. 정부가 담배에 물리는 각종 세금과 부담금을 교묘히
조정한 결과다.
새누리당 강석호 국회의원의 12일 행정자치부 국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담배소비세는
3조350억원이다. 2014년의 2조9천528억원보다 2.8%(822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지방교육세는
1조3천351억원으로 전년 1조4천764억원보다 9.6%(1천413억원) 줄었다. 결국 지난해 두 세금을 합친 총지방세는
4조3천701억원으로 전년 4조4천292억원에 비해 1.3%(591억원) 감소했다. 담뱃값 인상에도 지방세수는 뒷걸음친 것이다.
원인은
정부다. 담배에 물리는 5가지 세금`부담금의 비율을 고친 탓이다. 담배에는 제조원가와 유통 이익에 4가지 세금과 1개 부담금이
붙는다. 지난해는 지방세인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에다 국세인 부가세에 개별소비세를 신설했다. 대신 폐기물부담금을 없애고
국민건강증진기금은 그대로 두었다. 전체 항목은 같지만 배분 비율을 고쳐 지방세 몫 비율을 2014년 62%에서 지난해 43.7%로
낮췄다. 대신 국세인 부가세와 개별소비세 몫은 늘렸다.
말하자면 담뱃값을 더 올려도 지방세는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세에 유리한 분배 구조로 바꾼 숫자놀음 때문이다. 정부가 당초 국민 건강을 위해 흡연율을 낮추고 지방세를 늘린다는
담뱃값 인상 명분은 허울뿐이었다. 사실상의 국세 증세 효과를 꾀한 노림수와 다름없다. 이는 국민과 흡연자를 속이는 일이다. 부족한
세수를 채우기 위한 꼼수로, 세수가 줄어든 지방정부를 정부가 교부금을 앞세워 옥죄는 지방 길들이기라는 정치권의 비판이 나올 만도
하다.
가뜩이나 지방정부는 열악한 재정으로 힘든 살림살이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하루빨리 국세 늘리기에 유리한 이
같은 왜곡된 현행 담뱃세 배분 구조를 바꿔야 한다. 지방세 부분을 늘리는 쪽으로 말이다. 앞장은 이를 막지 못한 행자부 몫이다.
지방정부도 힘을 보태야 함은 물론이다.
주요 신문칼럼
1. [매일신문][매일춘추] 죽여주는 여자, 죽여주고 싶은 여자
배우
윤여정이 주연한 신작 영화다. 가난하고 외로운 할아버지들을 상대로 매춘을 하며 살아가는 한 할머니의 삶과 죽음을 다루는 영화다.
아직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대배우 윤여정의 50년 내공으로도 분명 '죽여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영화 제목은 '죽여주는
여자', 다소 적나라해 보이지만 이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30년 이상 사랑을 하면서 살았다고 자처하는 나는 내가
지금 만들고 있는 옷으로 상대를 한 번이라도 '죽여준' 적이 있었던가. 예술을 논할 땐 '상업예술일 뿐이야'라며 자신을 위로하고,
반대로 계산을 해야 할 땐 '이건 예술이야'라며 도망 다니기만 한 나를 전신 거울에 한번 들이대 본다.
“당신과
같은 도시에 살고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라거나, "내가 춤을 사랑할 수 있을 때까지 나를 사랑하고 도와줄 수 있도록
건강하시라”고 했던 인사가 내가 받은 최고의 찬사였던 것 같다. 그런데 아무도 엄지를 추켜세우며 “죽여준다”고는 하지 않았다.
그래, 죽여주지 못했다는 거지.
내 사랑은 이렇다. 시한부로 평균 두 달만 지속되는 내 사랑의 상대는 90%가
여자다. 능력이 없어 세 다리 이상은 걸치지 못해도, 동시상영(?)까지는 한다. 길게는 수십 년 적게는 수개월의 시간 동안
'썸'을 타기도 하고 심지어 '밀당'까지도 한다. 수백 건의 사랑 중에 고백하건대 내가 먼저 당신과 사랑하고 싶다며 손을 내민
적은 두세 번 정도밖에 없었던 걸로 봐서 나는 타고난 바람둥이는 아닐 것이다.
지난해에
사랑을 했든 지난달에 사랑을 했든 간에, 지금의 내 컨디션이 어떤지 간을 보는 것은 상대의 몫이다. 귀한 자식을 얻기 위한
유전자가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지를, 때로는 산파로서 당신의 순산을 도와줄 수 있을지를, 이전에 내가 사랑했던 길을 추적하고
화대를 지불할 가치가 있는지를 타진한다.
그런 다음 본격적인 사랑을 위한 작업은 시작된다. 사랑의 주제는 미래에 대한
희망 전개일 때도 있고, 살았던 인생에 대한 반추일 때도 있으며, 지난 시절의 영웅을 떠올리는 것일 때도 있다. 사랑의 결실을
얻기 위해 진지한 논의가 시작되고 때로는 서로 생각이 달라 다투기도 한다. 아무튼 끝을 알고 시작한 우리의 사랑은 '공연'이라는
결실을 향해 나아간다.
무대 세팅부터 리허설까지 순산을 위한 작업이 끝나고 나면 나의 파트너는 최선을 다했노라는
표정을 짓거나 아직도 미진함을 지우지 못한 표정일지라도 깨끗하게 옷을 갈아입고 손님을 맞는다. 그리고 마침내 공연이라는 사랑의
대장정을 무사히 마치고 나면 우리는 뜨거운 포옹을 하며 모든 말들을 생략한다. 사랑했던 만큼 탈진했으므로.
그리고 나는 여운을 남기며 언제나처럼 부끄럽게 도망친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능력이 부족해 죽여주지 못해서, “죽여주고 싶었는데”라며….
2. [한국일보][36.5]나는야 흙수저 타자병
‘금수저는 타자치고 흙수저는 삽질’(본보 9월 22일자 12면) 기사와 ‘김제동 영창 발언 논란’이 군 생활의 기억을 깨웠다. 1994년 이른바 마지막 방위로 소집된 나는 흙수저지만 타자를 쳤다.
신병 훈련 후 OO기무부대
전속을 명 받았다. 일단 원산폭격을 시킨 고참들은 기무부대가 얼마나 편하고 힘이 센 곳인지 일장연설을 했다. 다음날 신고식,
부대장은 대뜸 “누구 빽이냐”는 취지로 물었다. 신병 6인은 노동자 농민 영세업자 기껏해야 회사원의 아들이었다. 빽이 없는 우리는
곧바로 엄동설한 군용트럭에 실려 사단 사령부로 쫓겨났다. 저 기사로 미뤄 그 빈자리를 국회의원 부장판사 장군 등 고위직의 아들과
손자가 메웠다니 뒤늦게나마 감읍하다.
각 잡고 대기하는데 누군가가 타자 실력을 물었다. “30타지 말입니다.”
한달 뒤 300타를 칠 자신이 있으면 따라오라고 했다. 무조건 갔다. 좀체 늘지 않는 타수 탓에 매일 대가리(라고 해야 맛나다)를
두들겨 맞았다. “화장실 다녀오겠지 말입니다”라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울음이 터지기도 했다. 한달 뒤 300타를 쳤다. 이어
장타 450타, 단타 700타라는 경지에 올랐다. 군은 위대하다.
겨레의 늠름한 아들로 다시 태어난 나는 사단 신병교육대 현역 훈련병 신상을 전산 등록하고, 군번을 부여하고, 인성검사(KMPI)를
하고, 종국에 각 부대로 배치하는 신병 전속 임무를 맡았다. 당시 육군본부는 인사 청탁을 봉쇄하기 위해 ‘신병 전속프로그램 버전
3.0’을 배포했다. 장교 1명, 훈련병 대표 3명(요즘엔 부모도 참여하나 보다)이 2개씩 원하는 숫자를 넣으면 자동으로 배치가
완료되는 식이다. 최신 기술을 배우기 위해 방위병 주제에 육본 출장을 가는 영예도 누렸다.
“누구 좀 편한 부대로
보내달라”는 별들(본인 또는 지인)의 청탁은 끊이지 않았다. 첨단 시스템을 들먹이면 “안 되면 되게 하라”고 명령했다. ‘이러다
영창 가지’ 싶었다.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의 “그냥 해” 한마디에 깜도 안 되는 인사를 채용했다고 법정에서 고백(?)한
중소기업진흥공단 사장의 심정을 십분 이해한다.
그 ‘누구’들의 신상을 꼼꼼히 살펴보니 한결같이 애초 전투경찰이나
특공대 등 불편한 부대 전속 기준(군사기밀인 걸로 기억하므로 밝히지 않는다)에 미달했다. 굳이 청탁을 안 해도 됐다는 얘기다.
이후 그 사실을 숨긴 채 “무슨 수를 써서라도 편한 부대로 보내주겠다”고 확답했다. 결국 잔꾀 덕에 난 위기를 모면하고, 상대는
청탁이 성공했다고 여겼을 테니 방위 좋고 장군 좋았다.
묘하게 내 소집 기간 동안 청탁대상 중 단 한 명도 해당
기준에 들어맞지 않았다. 감사할 일이다. 만약 있었다면 병적 대장을 조작해야 한다는 유혹에 굴복했을지도 모른다. 신병 자대 배치 후
벌어졌을 2차 청탁(보직 부여)은 앞서 밝힌 기무부대 해프닝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아들 사례로 짐작하기 바란다. ‘코너링’
실력은 확인 못했으나 원조 우 수석의 아들들은 내가 근무한 사단 사령부에도 서식했다. 그러니 시스템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돌아간다고
문제가 없다는 국방부의 해명은 현장을 모르거나 모른 체 하는 소리다.
20년 전 일이라고 눙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방산 비리, 병역 비리, 인권 유린, 성폭행 등으로 얼룩진 군을 믿지 못하는 오랜 믿음은 대개 사실로 확인되는 게 씁쓸한
현실이고 저간의 사정이다. 세월이 흘러도 군은 그대로라니 더럽게 반갑다.
소집 해제 한 달 뒤쯤 부대에서 밤늦게
전화가 왔다. “아무리 해도 전속 프로그램이 안 돌아간다”고. 다음날 찢어진 청바지 차림의 민간인 신분으로 위병소를 당당히 지나
사령부 깊숙이 들어가 임무를 완수했다. 당시 막노동으로 벌던 일당 3만2,000원은 국방을 위해 포기했다.
참, “1994년 3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31사단 신병교육대를 나온 여러분(적어도 3,000명)은 금수저든, 흙수저든 훈련 이후 부대 배치만큼은 공정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단결!”
3.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시몬 페레스
지난 달 별세한 시몬 페레스(Shimon Peres) 전 이스라엘 대통령이 이츠하크 라빈 당시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과 더불어 1994년 10월 14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중동 평화의 상징적 제단에서 그가 나머지 두 수반과 나란히, 어쩌면 더 돋보이는 자리를 차지한 까닭은 그의 특별한 이력과 신념 때문이었다.
페레스는
1923년 폴란드에서 태어나 10대 때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했다. 그는 60년대 말까지 맹렬한 시오니스트였고, 자주국방과 유대인
정착지 확산을 당연시하던 강경파였다. 43년 청년시오니즘 노동자당 서기가 됐고, 48년 독립전쟁 직후 해군 참모총장으로 전쟁을
이끌었고, 국방장관으로서 이스라엘 군비 증강을 주도했다.
하지만 그는 전쟁과 테러를 겪으며 군사적 해법으로는 중동 평화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노동당 집권기 외무장관으로서 91년 마드리드 중동평화 국제회의 이후 PLO와의 비밀 협상을 주도했다. 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시작된 일련의 ‘걸프전’에서 PLO가 이라크를 지원함으로써 사우디 등의 지원이 끊겨 궁지에 몰린 점이 평화협상의 호재였다.
93년
9월의 오슬로 협정(정식 명칭은 ‘잠정 자치정부 구성에 관한 원칙 선언’)은 사실상 그의 작품이었다.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이스라엘군 철수,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팔레스타인 자치권 인정. 세계는 비로소 중동 평화의 물꼬가 열렸다고 환호했고, 주역 세
사람은 이듬해 노벨평화상을 탔다. 하지만 양측 강경파의 반발로 그 기대는 무너졌다. 하마스는 더욱 급진화했고, 이스라엘은 라빈
피살 이후 우파 정권으로 권력이 이양됐다.
이후에도 총리(95~96년) 총리와 대통령(2007~2014)을 지낸
페레스가 중동 평화의 상징일 수만은 없다. 하지만 그는 인류 역사상 가장 배타적인 종교민족주의 정치이념이라 할 만한 시오니즘의
성채 안에서 평화ㆍ화합의 이상을 포기하지 않았고, 은퇴 후에도 자신이 설립한 ‘페레스 평화센터’를 운영하며 이해와 공존을
추구했다.
9월 30일 텔아비브에서 열린 그의 장례식장에서 네타 나휴 총리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이 악수를 나누며 의례적인 인사를 나눴다가 자국 강경파들에게 호된 비난을 받았다는 소식을 최근 전했다.
4. [서울신문][기고] 아동학대, 이웃이 나서야 한다/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아이가 말을 안 들어 훈육하려고 때렸다.’
최근
잇따른 아동학대 사건의 공통점이다. 정신의학회는 자녀를 소유물로 여기는 심리에서 아동학대가 비롯된다고 진단한다. 지난해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자녀를 소유물로 여기는 부모가 14.8%에 이른다고 한다. 자녀를 올바로 키우려면 체벌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여전하다. 훈육을 가장한 학대가 이뤄지고, 이웃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방관한다.
반면 아동학대에
선진적으로 대처하는 다른 나라는 체벌을 비롯해 아동에게 고통을 주는 모든 행위를 학대로 규정하고 엄중히 처벌하고 있다. 미국은
12세 미만 아이를 혼자 두는 것도 ‘방임 학대’로 본다. 어린 자녀 앞에서 부모가 고성을 지르며 싸워도 아동학대로 처벌받는다.
호주에서는 자녀를 가게 밖에 세워 놓고 손등으로 툭툭 친 부모가 학대행위로 처벌받았으며, 영국에서는 아동에게 폭언하며 정서적으로
학대하는 행위에도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게 했다. 아동을 인격 주체로 인식하고 이를 저해하는 모든 행위를 학대로
간주해 이웃과 시민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
선진국 수준의 아동학대 방지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우리도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정부도 정책 패러다임을 과감하게 바꾸고 있다.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과 피해아동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2014년에는 아동학대 처벌법을 제정했고, 지난해부터는 각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을 국가 책임하에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좀더 진전된 내용을 담은 ‘아동학대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학대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고자 생애주기에 걸쳐 맞춤형 부모
교육을 시행하는 등 교육과 인식 개선에 중점을 뒀다. 이와 함께 ‘남의 집 가정사’란 이유로 드러나지 않았던 학대를 국가 차원에서
조기에 발굴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하기로 했다.
전국적인 학대 방지 노력에 힘입어 아동학대 신고가 지난해 상반기
8256건에서 올해 상반기 1만 2666건으로 53.4%나 증가했다. 겉으로 드러난 폭력뿐만 아니라 방임 의심 정황에 대한 신고도
늘었다. 시민 의식이 개선되면서 숨겨져 있던 학대 사건이 수면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앞으로는 사전 예방과 조기
발굴 시스템 체계화를 위해 더 노력하기로 했다. 최근 정부는 앞서 발표한 아동학대 방지 대책을 보완하고, 모든 영유아 부모가
올바른 자녀 양육법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부모 교육을 내실화하기로 했다.
아동학대 위험 가구를 빅데이터로
예측해 발굴하는 정보 시스템도 내년에 본격 가동한다. 교직원, 의료기관 종사자 등 신고 의무자의 아동학대 신고도 더 독려하고 학대
예방을 위해 이웃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안내하기로 했다.
그러나 부모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시스템만으로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자식은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하며 이를 저해하는 모든 행위는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제지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모든
어른이 노력해야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5. [중앙일보][노트북을 열며] 청춘을 홀리는 게임의 법칙
#1. “마음껏 실패해도 좋을 자유를 가져 봅시다. 실패해도 멈추지 말고 다시 도전해 봅시다. 성장하는 짜릿함을 배워 봅시다. 이기는 즐거움을 알아 갑시다.”
듣기만 해도 힘이 솟는 격려이자 선동이 TV에서 흘러나왔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실수는 있어도 실패는 없는 이곳은 너와 나 우리 모두를 위한 플레이 그라운드….” 차분한 여성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말은 절망한 청춘을 다시 일으켜 세울 만큼 믿음직스러웠다. 도대체 무슨 CF길래…. 정체를 확인하자마자 심장이 철렁했다. 평소 관심 밖이었던(엄밀하게는 한심하게 생각한) 게임회사 광고였다. 죽이고, 벗기고, 폭발하는 현란한 기존 CF와 달리 게임의 가치와 본질,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도전과
실패, 승리의 주인공은 앵그리버드와 레이싱카 등 게임 캐릭터이자 동시에 그들을 조종하는 초·중·고등학생을 포함하는 수백만 유저인
셈이다. 게임에서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배운다고 하니 게임하겠다는 아이들을 무슨 수로 막을 것인가.
마지막
문장이 정신을 차리게 해 주지 않았다면 자칫 ‘게임 전도사’가 될 뻔했다. ‘즐거움을 멈추지 마세요. 플레이를 멈추지 마세요.
즐거움을 플레이하세요.’ 게임 매출을 올리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광고 문구대로 멈추지 않는 아이들은 스마트폰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
#2. 2년여 전 비슷한 충격을 받은 광고가 있었다. ‘강남스타일’로 월드스타가 된 싸이가 나오는 놀이공원 CF였다.
“놀아본 아이가 크게 자란다~ 안 놀면 지는 거다~” 에드워드 엘가의 교향곡 ‘위풍당당 행진곡’의 선율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 싸이가 노래하고 춤췄다.
그에게는
딱 떨어지는 광고 카피였다. 강남 압구정동과 청담동에서 단련된 그만의 놀이를 댄스 음악으로 승화시키고, 세계적인 히트곡으로
만들지 않았던가. 그런데 노는 아이는 모두 싸이처럼 자라나. ‘크게 자랄’ 확률엔 형평의 원칙이 적용되진 않는다.
#3. 재기발랄한 광고 카피에 죽자고 덤벼드는 게 아니다. 두 CF가 떠오른 것은 12일 뉴스로 전해진 어이없는 폭주 사건 때문이었다.
수입
스포츠카를 타고 고속도로 터널 안에서 시속 200㎞로 레이싱을 했다. 안전을 위해 차로 변경까지 금지되는 곳에서 말이다. 적발된
20, 30대 폭주족 42명 중 한 명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기면 승리한 쾌감, 지면 짜증나는 거죠”라고 말했다.
이기는 즐거움을 알고, 놀아본 아이로서의 자신감이 넘치는 인터뷰였다. 광고 속 ‘게임의 법칙’의 안 좋은 예들이 모인 결과다.
나의
게임이 다른 사람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염려가 없었다. 어떤 실수는 공동체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려도 없었다. 그들에게 분노하면서도 과연 나는 플레이를 멈출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게임의 룰을 배웠는지 새삼 궁금해졌다. 나 또한
또 다른 세계의 폭주족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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