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분산개최 걷어찬 평창올림픽 부끄럽다

2020년으로 예정된 도쿄올림픽의 조정·카누 경기를 한국에서 분산 개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모양이다. 도쿄도가 경기장을 새로 짓겠다는 당초 계획과 달리 기존 시설을 활용하려 하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차선책으로 충북 충주시의 탄금호 조정경기장을 권유하고 있다는 것이 일본 언론들의 보도 내용이다.

이러한 얘기가 나온 까닭은 막대한 비용 부담 때문이다. 당초 도쿄도는 IOC로부터 도쿄만에 수상 경기장을 새로 짓겠다는 계획을 승인받았다. 하지만 건설비가 500억엔(약 5400억원)에 이른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자 지난달 경기장 건설을 중단하기로 했다. 예상보다 엄청난 건설비를 감당하는 대신 미야기현의 나가누마 보트장을 활용하기로 방침을 바꾼 것이다.

도쿄도의 비용절감 노력은 2018년 평창올림픽에 시사하는 바 크다. 평창올림픽은 유치 당시 예산이 8조 8000억원이었지만 벌써 13조 8000억원으로 늘어나 있다. 앞으로 1조 2000억원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돈 먹는 하마’가 따로 없다. 분산 개최하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데도 IOC의 썰매 종목 해외 분산개최 권고를 묵살한 탓이 크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와 강원도는 일부 경기장의 국내 분산방안마저 외면했다. 그러고도 성공적인 대회 준비를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드러났다. 사업 예산으로 책정된 2조 2000억원으로는 대회를 치를 수 없다며 6000억원 이상 증액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것이 바로 얼마 전의 일이다. ‘경제적 올림픽’을 치를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입장에서 참으로 염치없는 행태다.

올림픽 개최 후도 문제다. 시설 유지비만 해도 한 해 20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조직위와 강원도가 이러한 부담을 떠안을 자신이 없다면 마땅한 방도를 마련해야 한다. IOC가 제시한 분산개최 결정 시한은 지나갔다. 대회가 1년 4개월 밖에 남지 않아 시간적으로도 촉박하다. 하지만 특별한 상황에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분산 개최를 적극 검토해보기 바란다. 그대로 추진할 것이라면 이희범 위원장과 집행부 책임자들이 연명으로 보증 각서라도 써야 할 것이다.

2. 롯데그룹 수사 '경영 피해' 누가 책임지나

검찰이 4개월여에 걸친 롯데그룹 수사를 모두 마무리 짓고 어제 결과를 발표했다. 롯데 경영의 최고책임자인 신동빈 회장을 175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도 불구속 기소됐다. 이로써 롯데그룹 총수 일가 3부자가 나란히 법정에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게 됐다. 형제간의 경영 다툼에 의한 업보다.

그러나 수사 결과로서는 실망스럽기만 하다. 그룹사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으로 수사에 돌입할 때만 해도 롯데그룹을 완전 해부할 듯이 기세등등하던 검찰로선 바람만 잡은 꼴이다. 총수 일가가 실제로 경영에 관여하지도 않으면서 과도한 금액을 급여 명목으로 지급받고 있으며, 지배구조의 핵심 지분을 불법 이전하는 방법으로 경영권 승계까지 노렸다는 것이지만 그 자체가 새로울 것이 없는 공공연한 비밀일 뿐이다. 신 총괄회장 셋째 부인인 서미경씨의 거액 탈세혐의를 밝혀낸 정도가 새로운 수확이다.

결국 수사팀의 의욕이 처음부터 지나쳤던 것이라고 간주할 수밖에 없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집중적으로 매달렸던 비자금 조성 의혹이 슬그머니 사라져 버린 것이 그것이다. 롯데홈쇼핑, 롯데케미칼 등 계열사 대표들에 대해 비자금 조성 정황이 포착됐다며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줄줄이 기각되고 말았다. 경영비리의 핵심으로 지목됐던 신 회장에 대한 영장도 한 차례 기각됐다.

검찰이 롯데그룹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대상에서 제외시켜 놓은 것부터가 한계였다. 롯데그룹은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소문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다. 제2롯데월드가 국방 당국의 반발로 진척을 보지 못하다가 성남비행장 항로를 틀어가면서까지 성사시킨 인·허가 과정 자체가 의문이다. 롯데그룹이 주류사업에 새로 진출한 것이나 부산롯데월드 부지 용도변경 과정 등도 마찬가지다.

수사를 받으면서 롯데그룹 경영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졌다는 사실도 되짚어봐야 한다. 호텔롯데 상장 계획이 철회됐으며, 미국 액시올 인수 방침도 중도 무산됐다. 수사 과정에서 부풀려진 부정적 이미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비리 척결을 위한 수사는 필요하지만 기업 경영에 찬물을 끼얹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사건이 법정으로 넘어간 만큼 법원 심리도 조속히 진행될 필요가 있다.

[서울신문]

3. 과열된 부동산, 대응책 머뭇대다간 화 키운다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치솟으면서 정부의 추가 대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어제 “특정 지역에서 부분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니 모니터링을 하고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만들어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해 경제를 부양하겠다는 기존 정책이 가계부채 급증과 부동산 시장 양극화라는 부작용에 직면하면서 정부가 과열 억제로 돌아선 것이다. 어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부동산 대책은 빠졌지만 조만간 발표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더라도 부동산 정책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본다. 현 정부는 저성장, 침체 국면에서 지속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해 침체된 경제를 살리는 촉매제로 삼는 정책을 폈다. 이런 맥락에서 분양권 거래제한 강화나 청약제도 개선 등 최소한의 수요 억제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다. 부동산 시장 양극화와 가계대출 폭등이라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우려도 크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이미 3.3㎡당 4000만원을 넘어섰다. 그 열기가 강남 지역을 넘어 강북 등 서울 시내는 물론 수도권 전역으로 번지고 있는 중이다. 9월 마지막 주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 값 상승률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1%대 초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몰린 탓이다. 서울 수도권 지역은 아파트 청약 공고가 나가면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보이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의 중소도시는 ‘청약 한파’에 직면한 상황에서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속출할 정도로 양극화 현상은 심각하다.

정부가 부동산 경착륙을 우려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우리 경제의 양축인 수출과 내수 모두가 내리막길인 상황에서 그나마 온기가 남아 있는 부동산 경기마저 얼어붙을 가능성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양극화와 과잉 공급으로 인한 미분양 사태, 임계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폭발할 경우를 대비하지 않으면 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강남 집값의 ‘나 홀로 급등’을 잡지 못하면 지역·계층 간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으면 반드시 혼선이 생긴다. 소극적인 ‘8·25 대책’이 바로 이런 경우다. 정부는 규제 완화 대신 수요 억제, 금융 완화 대신 돈줄 죄기로 정책의 변화를 명확하게 알려 줘야 한다. 보금자리론이나 아파트 중도금 대출 규제같이 변죽만 울리는 대책은 애꿎은 실수요자와 서민들의 피해만 늘린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과감하고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 투기 세력을 잡기 위해서는 투기 과열지구 지정을 포함해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대출 규제 등 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4. ‘떡상자 재판’ 희화화로 김영란법 희석 안 돼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첫 사례가 나왔다. 경찰관에게 떡상자를 보낸 고소인에 대한 과태료 부과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이다. 법 규정이 모호해 혼란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첫 재판 결과에 국민의 이목이 쏠린다. 다만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인터넷을 중심으로 재판을 희화화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법 취지를 희석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대법원에 따르면 춘천지법은 그제 춘천경찰서로부터 민원인 조모씨의 김영란법 위반 혐의 사건을 접수했다. 조씨가 지난달 28일 자신의 고소 사건을 맡은 수사관에게 4만 5000원 상당의 떡상자를 보낸 행위가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법원에 과태료 부과 여부 및 액수를 판단해 달라고 의뢰한 것이다. 청탁금지법 제23조에 따르면 법 위반 행위가 발생한 공공기관의 장은 과태료 부과 대상 위반 행위에 대해 관할 법원에 통보해야 한다. 재판은 당사자 출석 없이 약식으로 진행될 수 있지만, 당사자가 약식재판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정식 재판에 회부된다.

이번 재판은 ‘김영란법 1호 재판’이라는 상징성에다 첫 판례를 남긴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다만 첫 대상자가 공직자가 아닌 일반인이고, 금품 가액이 낮아 재판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선이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이런 거 잡으라고 만든 법이냐’, ‘진짜 떡값 돌리는 사람들부터 잡아라’는 등 부정적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김영란법 관련 기사에 대해 대부분 ‘원칙대로 예외 없이 시행하라’, ‘물타기하지 마라’는 등 엄정 집행을 강조해 온 것과 대비된다.

김영란법 시행 후 언론에는 학생이 교수에게 캔커피를 줬다는 신고가 들어왔다거나, 교사에게 꽃 한 송이도 달아 주면 안 된다는 등의 기사가 넘쳐났다. 한 초등학교에선 교사가 조각 케이크를 학부모들로부터 받아 학생들과 나눠 먹었다가 교육청 조사를 받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대부분 김영란법의 부작용을 부각시키는 보도였다.

법 적용 범위가 너무 넓고 기준이 불명확해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는 그동안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다만 일상적인 접대나 선물 수수가 광범위하게 이뤄지다 보니 일반인들의 행위가 먼저 눈에 띄는 측면도 있다. 공직자들의 부패 관행 또한 이런 과정을 거쳐 개선될 것으로 본다. 수사기관이나 공공기관은 법 적용에 더 엄격할 필요가 있다. 명백하게 위반 혐의가 있는 경우만 재판에 넘김으로써 법의 권위가 조롱받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5. 檢 특감단보다 비리척결 진정성부터 보여야

검찰이 특별감찰단을 만들어 상시 운영하겠다고 한다. 경륜 있는 선임 검사를 단장으로 부장검사급 이상 검찰 간부의 비위를 지속적으로 자체 감찰하는 방식이다. 잇따른 현직 검사들의 뇌물 스캔들로 낯을 못 드는 검찰로서는 외통수에 몰린 현실이다. 넥슨 주식 뇌물 사건의 진경준 전 검사장과 스폰서 청탁 비리의 김형준 부장검사 구속에 김수남 검찰총장은 몇 달 사이 두 번이나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자존심 추스르기에 앞뒤 따질 게 없는 검찰의 처지다.

그런 화급한 상황에서 검찰이 “극약처방”이라며 내놓은 것이 특별감찰단 신설이다. 딱하지만 첫눈에도 신통찮아 보인다. 그제 대책을 발표하자마자 회의론이 높다. 검찰은 굵직한 내부 비위 사건이 터지면 늘 자체 개혁안을 들고나왔다. 국민 눈총이 쏠릴 때마다 뼈를 깎는 고통 운운하며 자정을 약속했다.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이 터지자 내부 비리를 별도 수사하겠다며 특임검사제까지 도입했다. 그래 놓고 별무소득이었다.

김형준 비리 의혹만 해도 그렇다. 김 부장검사의 비위를 포착하고도 내부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서울서부지검 수사팀은 역시나 솜방망이 처분에 그쳤다. 이러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을 차단하려고 검찰이 발 빠르게 꼼수를 부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직 불리기에다 면피성 대책이라는 의심을 충분히 살 만하다.

콩으로 메주를 쒀 보겠다는데도 의심부터 산다면 그것은 신뢰 관리에 실패한 결과다. 심각한 것은 지금의 검찰 신뢰 위기는 단지 내부 비리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명운을 건다는 식언을 연발하면서도 매일이다시피 정치적 편파 수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검찰이다. 우병우 민정수석 의혹 수사를 우 수석에게 수시 보고했다는 국정감사 내용은 믿기조차 어렵다. 국민적 의혹인 미르·K스포츠재단 고발 사건은 시간만 질질 끌고, 넉 달이나 요란했던 롯데그룹 수사는 빈손이 부끄럽다.

검찰이 뜨거운 박수를 받은 적도 없었다. 그렇지만 불신과 무능에 안팎으로 참담했던 적도 드물다. 검찰 청사에는 거울이 하나도 안 걸렸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제 할 일은 못 하면서 장비만 나무라서야 신뢰 회복의 길이 없다. 특별감찰단을 백번 만들기보다 본연의 소임을 다하려는 노력이 더 급하다. 국민 상식을 거스르지 않는 중립 수사와 내부 비리 척결 의지를 행동으로 먼저 옮기라.

[동아일보]

6. 판결을 입법권과 혼동한 ‘양심적 병역거부’ 항소심 무죄

광주지법 형사합의3부(재판장 김영식 부장판사)는 그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김모 씨 등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입영을 거부한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례는 2004년 이후 12차례나 되지만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것은 처음이다.

헌법재판소는 1988년 설립 이래 4차례나 종교적 신념에 따른 입영 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에 대해 합헌을 결정했다. 그럼에도 법관이 해당 병역법 조항이 위헌이어서 처벌할 수 없다고 여긴다면 선고 전에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야 한다. 실제 2011년 마지막 헌재 결정 이후 6개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해 다시 헌재 결정을 앞두고 있다. 광주지법 재판부는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든가 아니면 법률에 따라 유죄를 선고했어야지, 무죄를 선고한 것은 법관의 본분을 넘어 법체계를 흔드는 일이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로 돼 있다. 이 조항에서 언급한 양심은 법관의 개인적 양심이 아니라 법관이 개인적 가치관을 배제하고 공평무사하게 내리는 결론이다. 누가 봐도 똑같은 사안으로 재판을 받는데 어떤 법관을 만나느냐에 따라 유무죄가 갈리는 재판은 공의(公義)롭지 않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우리나라도 국제적으로 인권 선진국에 진입한 만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서는 대체복무를 인정해 떳떳하게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관은 입법기관이 아니라 법률의 해석과 적용자일 뿐이다. 법관이 입법론을 거론하며 재판하는 것은 권력분립 원칙의 훼손이다. 북한과 대치하느라 헌법으로 병역의 의무를 정한 우리나라에서 대체복무를 인정하려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통과한 법률에 따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7. 이대총장 사퇴까지 부른 ‘최순실 의혹’ 국정조사로 밝혀야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가 쥐락펴락했다는 K스포츠재단의 정동구 초대 이사장은 본보 인터뷰에서 “나는 안 나와도 그만인 인물, 즉 꼭두각시 이사장이었다”라고 말했다. 2대 이사장인 정동춘 씨는 최 씨가 단골로 다니던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스포츠마사지센터를 운영했던 사람이다.

한 체육계 인사는 올 초 K스포츠 주요 보직에 응모했지만 청와대 인사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만으로도 재단 설립 신청 하루 만에 승인이 나고 대기업이 240억 원 넘게 투자해 만든 K스포츠는 국가권력이 개입해 만든 ‘최순실 재단’이라는 의혹을 풍긴다.

최 씨는 올 1월 K스포츠가 설립되기 하루 전 스포츠매니지먼트업체 ㈜더블루케이를 세웠다. 이 업체 회장으로 불린 그는 한 달 뒤 독일에 자신이 유일한 주주인 더블루케이(The Blue K)를 차렸다. K스포츠 직원 2명은 ㈜더블루케이를 드나들며 일을 거들었고 최 씨 딸의 독일 현지 승마 훈련 뒷바라지도 했다는 것이 언론 보도다. 최 씨를 중심으로 K스포츠와 두 개의 더블루케이가 한 몸처럼 움직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올 1월 K스포츠 핵심 관계자가 국내 4대 그룹 중 한 곳을 찾아가 2020년 도쿄 올림픽에 출전할 비인기 종목 유망주를 후원하는 사업에 80억 원을 지원해 달라면서 사업은 비덱스포츠가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비덱은 작년 7월 최 씨와 그의 딸이 함께 독일에 세운 스포츠 마케팅 업체다. 작년 9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장애인 실업팀 창단 요청을 받은 외국인 전용 카지노 운영업체 GKL이 더블루케이를 소개받아 업무를 맡겼다는 국정감사 지적도 있었다. K스포츠와 심지어 정부 부처가 페이퍼 컴퍼니 같은 최 씨의 개인 회사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는 것은 최 씨 뒤에 보이지 않는 권력의 그림자가 어른거렸기 때문일 것이다.

K스포츠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체육을 통한 국위 선양’ 등을 목적으로 내세워 설립한 것으로 청와대 연루설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재단을 최 씨가 딸의 독일 현지 훈련과 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돕는 후원단체처럼 부렸다면 결국 권력의 사유화(私有化)나 마찬가지다. 투명성, 공정성과는 한참 거리가 먼 K스포츠의 설립과 운영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었는지 국민은 의아하고 허탈하다.

최 씨 딸의 이화여대 입학과 학사관리 특혜 논란 등으로 퇴진 압박을 받던 최경희 총장이 어제 사임했다. 7월 평생교육단과대 설립 추진으로 불거진 학내 갈등에 최 씨 딸의 특혜 의혹이 더해지면서 사태가 악화되자 결국 물러난 것이다. 최 총장은 사임하면서도 최 씨 딸과 관련해 특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최 씨 관련 의혹은 확인되지 않았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무시하고 있다. 그러나 의혹은 막을수록 점점 커지는 법이다. 서울중앙지검이 맡은 고발 사건과는 별개로 국회가 국정조사로 진실을 가려야 한다.

[세계일보]

8. 북한인권재단 표류 국제사회에 부끄러운 일

북한인권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넘도록 북한인권재단이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북한인권재단 이사 10명 중 새누리당(5명)과 국민의당(1명)은 추천 명단을 국회 의사국에 제출했지만 더불어민주당(4명)은 제출하지 않았다. 이사진 구성이 늦어지면서 재단 운영은 올스톱 상태다. 직원 선발은 물론이고 사업비 83억원도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인권재단은 북한 인권에 대한 연구, 정책 개발, 관련 단체 지원 등의 역할을 하는 통일부 산하 기구다.

여야는 재단 표류의 책임을 상대에 떠넘기기에 바쁘다. 더민주는 “당초 이사장은 여당, 상임이사는 야당이 각각 추천하기로 합의해놓고도 새누리당이 딴소리를 하고 있다”며 여당에 화살을 돌렸다. 새누리당의 주장은 좀 다르다. 이사장과 상임이사를 여야가 나눠 맡기로 합의한 적이 없고, 관련 규정에 따라 이사들이 호선하면 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다.

참으로 한심한 행태다. 북한인권법이 어떤 법인가.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5년 처음 발의된 이래 11년 만인 올해 3월 국회 처리를 거쳐 지난달 뒤늦게 발효됐다. 미국은 우리보다 12년이나 앞선 2004년에 북한인권법을 제정해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유엔 역시 2005년부터 매년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해오고 있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그간 늑장처리로 국제사회의 망신을 샀던 한국이 재단 출범마저 미루는 것은 국제 망신극의 2막을 자초하는 짓이나 다름없다.

지금 북한의 인권상황은 사상 최악이다. 인권 유린과 식량난에 견디다 못해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주민들이 줄을 잇는다. 근자에는 해외 대사관 고위층과 김정은 정권의 핵심 엘리트층까지 탈북 행렬에 가세한다. 이런 참상에 눈을 감는 일은 인권을 강조하는 우리가 취할 행동이 아니다.

북한인권법은 제1조에서 선언했듯이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법의 취지대로 이들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부와 국회, 국민,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도 어려울 판이다. 그런 마당에 10년 넘게 입법에 발목을 잡았던 정치권이 볼썽사나운 감투싸움을 벌이고 있으니 북한 주민과 국제사회에 부끄러운 일이다. 안타깝고 참담할 뿐이다.

[매일경제]

9. `명예의 전당` 기업인 되새길 드라마나 뮤지컬 만들면 어떨까

한국을 전쟁의 폐허에서 60년 만에 세계 경제강국으로 변모시킨 기업 7개와 기업인 7명이 '대한민국 기업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매일경제 창간 50주년과 한국경영학회 창립 60주년을 맞아 18일 이뤄진 일인데 이들 기업과 기업인의 빛나는 발자취에서 도전과 혁신의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명예의 전당에 오른 기업인은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자, 고 박태준 포스코 회장,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 등 7명이다. 고 남덕우 전 총리는 공직자 부문으로 선정돼 명예의 전당에 함께 헌액됐다. 한결같이 불굴의 정신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기술·제품을 개발하며 한국 경제를 이끈 걸출한 경영인들이다.

"임자 해봤어"라는 고 정주영 회장 말에서는 도전정신이 꿈틀대고,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이건희 회장의 다그침에서는 혁신과 품질경영의 정신이 묻어난다. '철은 곧 국가'라며 제철보국을 외친 고 박태준 회장, 인재 양성을 강조한 고 최종현 회장,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하자던 고 구인회 회장이 남긴 교훈도 참으로 크고 깊다. 이런 발자취를 딛고서도 최근 한국 경제는 기업가정신 쇠퇴와 갈팡질팡하는 경제정책 속에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경제 영웅들은 존경할 대상으로 삼기보다 정경유착과 같은 부분적 과오에 집착해 비난하기 바쁘다. 사농공상이라는 구시대적인 잣대로 폄하하기도 한다.

명예의 전당에 오른 기업인들의 삶은 그 자체로 영화에 비유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드라마틱하다. 명예의 전당 헌액식과 더불어 18일 이들의 기업가정신을 되새기는 기념 세미나가 있었지만 이들의 교훈을 바탕으로 젊은이들에게 혁신·도전 정신을 심는 보다 다양한 행사가 앞으로도 이어져야 한다. 경제 영웅들의 발언과 발자취를 수집·공유하고 드라마·뮤지컬·영화와 같은 친숙한 형태로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50여 년간 재계를 대표해온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런저런 논란에 휘말리더니 해체론까지 직면해 있다. 한국 경제 영웅들에 관한 학술·문화 행사에 그들이 발벗고 나선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 경제에 새로운 희망을 주는 일이 되지 않겠는가.

10. 발빠른 구조조정으로 단기간에 정상 찾은 日기업 보라

세계 최고에서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진 뒤 구조조정에 나섰던 일본 제조업체들이 속속 정상 궤도로 복귀하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 기업들에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을 보면 샤프가 내년 3월 말 결산에서 연결기준 400억엔의 영업이익을 내며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라고 한다.

샤프는 90년 이어온 본사 건물까지 매각하며 버티다 끝내 대만 훙하이그룹에 지분의 66%를 넘긴 뒤 직원의 10%를 넘는 3500여 명을 잘라내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경쟁력 떨어지는 사업을 정리하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한 덕분이겠지만 단기에 흑자전환을 이뤄내 놀랍다. 회계부정 스캔들로 궁지에 몰렸던 도시바도 빠른 구조조정 덕분에 올해 상반기(4~9월) 700억엔의 영업흑자를 올렸다고 한다. 지난해 상반기 904억엔 적자와 비교하면 괄목상대할 변화다. 영상센서를 소니에, 의료기기는 캐논에, 백색가전은 중국 메이디에 매각하고 대신 자체 경쟁력을 지난 D램 등을 위주로 사업을 발 빠르게 재편한 결과다.

샤프와 도시바의 구조조정 작업에는 일본 정부와 기업이 공동 설립한 산업혁신기구의 숨은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감안한 전략을 세워 제시하는가 하면 빠른 의사결정은 물론 필요한 경우 금융지원까지 하면서 기업 구조개혁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샤프와 도시바가 각각 떠안고 있던 대표적인 적자사업인 백색가전 부문을 떼내 배드컴퍼니를 만든 후 여기에 산업혁신기구가 출자하려다 결국 시장에 맡겼지만 기업의 골칫거리를 해결해주는데 팔을 걷어부치고 나서기도했다.

아베 신조 정부는 2009년 설립된 산업혁신펀드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산업경쟁력강화법을 새로 제정하고 주무 부처인 경제산업성과 각 기업의 주거래은행 공동으로 전략을 짜게 해 실행에 옮겨 성과를 이뤄냈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단순 출자나 금융 지원을 하는 방식을 뛰어넘어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감안한 분사와 통합 등 큰 그림을 그리며 진행한 것이다.

일본 기업들의 발 빠르고 효과적인 구조조정 작업은 이미 진행 중인 우리의 조선·해운 업종 구조조정 작업과 비교된다. 선제적으로 나섰다지만 지지부진한 철강, 유화 등 다른 제조업 부문도 마찬가지다. 발 빠른 구조조정으로 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면 그에 따른 투자와 고용 확대가 경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음을 당사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아시아경제][事와 史] 번역으로 역사변혁의 스타게이트를 열자

'노예' 하면 우리는 백인들이 흑인 노예들을 착취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나 7세기부터 수백 년 동안 지중해 연안의 수많은 백인 남녀들이 북아프리카 원주민에게 납치돼 노예로 살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슬람교는 622년을 기원 원년으로 삼는다. 그 후 이슬람 세력은 파죽지세로 세력을 팽창했다. 북아프리카를 휩쓴 후 8세기에는 이베리아반도까지 진출했다. 지중해 제해권도 그들의 것이었다. 이슬람 해적이 기독교 세계를 처음 습격한 것은 652년이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를 출발한 이슬람 선박이 시칠리아 섬을 약탈하고 800명이나 되는 백인 남녀를 납치해 알렉산드리아 노예 시장에서 팔아버렸다.

에스파냐 동해안, 남프랑스, 이탈리아 남부와 시칠리아, 코르시카와 사르데냐가 이슬람 선박들의 공격 대상이었다. 북아프리카에서 출항한 이슬람 선박들은 바다 건너 유럽에 바람처럼 쳐들어와 약탈하고 납치하고, 또 바람처럼 바다 저편으로 사라졌다. 말이 해적이지 상황에 따라 즉각 이슬람제국 정규 해군으로 편성되었다. 그 결과 이탈리아 반도 주민들에게 이슬람 해적에 대한 공포는 부모에서 자식으로 전달되는 세습의 감정이 되었다. 마치 조선조 백성들 사이에 호랑이에 대한 두려움, 즉 호환(虎患)이 세습된 것처럼.

지중해에 면한 유럽 해안지방 주민들이 취할 수 있는 자위수단은 바다를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지점을 골라 망루를 세우고 이슬람 해적선을 한시라도 빨리 발견해 달아날 시간을 조금이라도 확보하는 것뿐이었다. 이탈리아어로 '토레 사라체노'(사라센의 탑)라고 부르는 이 망루는 지금도 지중해 바닷가 곳곳에 관광 유적으로 남아 있다.

납치되어 북아프리카에서 노예가 된 백인들을 구출하기 위한 단체가 설립되었다. 1197년 설립된 '구출수도회'와 1218년 설립된 '구출기사단'이다. 둘 다 국경을 초월한 조직으로, 교황의 후원을 받았다. 후원금을 모금해 몸값을 치르고 백인들을 구출했다. 요즘으로 치면 '국경 없는 의사회' 또는 '적십자'와 같은 단체다. 두 단체가 존속한 500년 동안 구출된 사람의 수는 모두 1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구출되지 못한 사람까지 모두 합치면 백인 노예는 수백만 명에 달했을 것이다.

지중해 제해권을 장악한 이슬람문명은 군사력뿐만 아니라 학문과 사상에서도 기독교 유럽을 압도했다. 이슬람문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과 자연과학, 유클리드의 수학,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문학과 광학, 아르키메데스의 공학,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노스의 의학 등 귀중한 그리스 고전 학문을 아랍어로 번역해 받아들였고, 여기에 그들 자신의 독창적 성과물을 덧붙여 발전시켰다.

11세기 팔레스타인에 출현한 기독교 십자군을 아랍인이 미개한 침입자로 간주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학문과 사상에서 크게 뒤져 있던 서유럽은 이슬람권에서 이룩된 학문적 성취를 접하고 경탄을 금치 못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아이들'의 저자 리처드 루빈스타인은 중세 유럽인에게 이슬람의 학문은 마치 '스타 게이트'(행성 간의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문으로 들어가는 입구)와도 같은 것이었다고 말한다. 미개한 서유럽이 선진 이슬람문명을 스승으로 모시고 열정적으로 배운 결과 새로운 역사 단계로 진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유럽이 스타 게이트를 연 열쇠는 '번역'이었다. 유럽인은 미친 듯이 아랍어로 번역된 그리스 고전들을 라틴어로 번역했다. 중세 수도원 사서들에게는 '아랍어 해독능력'이 필수였다. 그리스어에서 직역할 능력이 없었기에 아랍어에서 라틴어로 중역(重譯)한 것이다. 역사학자들은 이 대대적인 번역 캠페인을 '12세기의 르네상스'라고 부른다.

어마어마한 열정으로 수많은 고전들을 라틴어로 번역했고, 그 노력이 축적된 결과 수백 년 뒤 근대가 밝아오자 이슬람과 기독교 진영의 우열은 역전되고 만다. 나중 된 자가 먼저 되고 먼저 된 자가 나중 된 셈이다. 그때 이래 지금까지 서유럽 문명은 줄곧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번역을 통해 후발 문명이 선진 문명을 추월한 대표 사례다.

얼마 전 한글날이 지났다. 한글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뽐내는가 하면, 잘못된 한글 표현을 쓰지 말자는 캠페인도 있었다. 하지만 대대적인 콘텐츠 확충을 통해 한글로 전 세계의 고급 지식과 정보를 읽을 수 있도록 하자는 '번역 캠페인'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번역을 통해 '스타 게이트'를 통과해, 변방에서 세계사의 주류로 등극한 서유럽의 역사적 사례는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일까.

2. [머니투데이] 중국의 실리콘밸리, 선강퉁

중국의 심천 거래소와 홍콩 거래소의 교차 매매를 허용하는 선강퉁 시행을 앞두고 있다. 2014년 상해 거래소와 홍콩 거래소 간 교차 매매인 후강퉁을 실시한뒤 2016년 8월 중국 당국은 선강퉁을 공식 승인하고 11월 말 시행 예정이다.

선강퉁이 시행되면 기관, 개인 별 차이는 있지만 국내 투자자들도 국내 증권회사를 통해 중국 심천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약 870개 주식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이 기준으로는 심천성분지수 구성 종목 중 시가총액 60억 위안 이상인 종목, 심천중소창신지수 구성 종목 중 시가총액 60억 위안 이상인 종목, 홍콩 거래소와 동시에 상장된 종목이다. 총 투자 한도는 제한이 없으며 일일 거래한도는 130억 위안, 원화로 약 2조 2천억원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신흥 산업도시인 심천지역은 하드웨어의 실리콘밸리로 불리고 있기 때문에 선강퉁에 주목해야 한다. 이른바 ‘신경제’ 주식으로 대변되는 IT, 바이오, 의료기기 및 서비스 업종이 주를 이루고 있다. 4대 은행을 포함한 대형 국유기업, 민영 대기업이 상장되어 있는 상해 거래소와 차이가 있다.

심천 지역은 세계 1위 드론기업인 DJI, 세그웨이를 인수한 나인봇 등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하드웨어 스타트업 기업이 생긴 곳이다. 또한 심천은 다양한 창업 자원들이 분업화, 전문화, 협업화되어 있는 창업 생태계로 하드웨어 스타트업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심천시는 ICT, 헬스케어, 신에너지 분야를 중점 육성 3대 산업으로 선정하고 이를 위해 정책 및 법률 체계를 정비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하며 이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

심천 거래소는 상해 거래소와는 달리 메인보드 시장과 중소기업부문(중소판), 벤처기업부문(창업판)으로 구분되어 있다.

창업판의 약 40%는 IT 관련 기업들이며 중국의 IT관련 혁신 기업들에 투자할 수 있는 시장으로 미국의 나스닥과 같은 성격의 시장이다. 중국 최대 동영상 제공업체인 러스왕, 금융 관련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경제금융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동방재부, 중국의 대표적인 로봇기업인 신송로봇 등 중국의 향후 10년을 이끌어갈 대표적인 IT 관련주들이 상장되어 있다.

또한 중소판은 성장성이 강한 IT, 바이오 기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표적인 전기차 기업인 BYD, 중국의 최대 가전유통기업으로 이탈리아 축구 명문인 인터밀란을 인수하며 화제가 된 쑤닝그룹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업들의 주식이 거래되고 있다.

중국의 신경제를 대변하며 미래를 이끌어갈 대표적 혁신 기업들이 상장되어 있는 심천시장, 선강퉁을 기대하는 이유다.

3. [매일신문][야고부] 상과 벌

상 받을 사람이 수상을 거부하거나 묵묵부답이면 당혹스러운 일이다. 남들이 알아주는 권위 있는 상이라면 더욱 그렇다. 상금은 둘째치고 명예마저 차버리는 사람의 심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상과는 거리가 먼 보통사람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Fields Medal) 수상자로 뽑힌 인물 가운데 그레고리 페렐만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페렐만은 이 상을 거부한 러시아 수학자다. 클레이 수학연구소가 7개의 수학적 난제를 푼 사람에게 내건 100만달러의 ‘밀레니엄 프라이즈 프로블럼’ 상금도 본체만체했다. 그는 2003년 7개 난제 중 하나인 ‘포앙카레 추측’을 풀어 인터넷에 공개했고 3년 뒤 그의 해법이 검증됐다. 7개 난제 중 유일하게 풀린 문제다.

그 공로로 필즈상 수상자가 됐지만 그는 탐탁지 않게 여겼다. 필즈상 운영위원회가 시상식이 열리는 2006년 국제수학자회의(ICM)를 앞두고 직접 찾아갔지만 설득에 실패했다. 나중에 “내 논문을 올바르게 심사할 수 있는 학자가 없다”고 밝힌 그의 말에서 거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밥 딜런도 비슷한 경우다. 수상자로 선정된 지 1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그는 공연을 계속하면서도 노벨상을 일절 언급하지 않고 침묵했다. ‘왜 지금 나를 바꾸려 해’(Why try to change me now)라는 노래를 부르자 수상 거부에 관한 추측도 나왔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와 연락이 안 돼 지금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 궁금증을 더한다.

해외에서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런 스토리가 화제다. 하지만 우리 사정은 정반대다. 상이 아니라 뒤가 켕겨 연락 끊고 잠적한 인물에 온통 시선이 쏠려 있어서다. 소위 ‘비선 실세’라는 한 여자와 그의 딸을 둘러싼 온갖 의혹을 여당은 죽기 살기로 덮으려 하고 그 틈에 그들은 꼬리를 감추었다. 국민 관심이 ‘#그런데 최순실은’ 해시태그처럼 번지며 들끓는데도 ‘친박’이 하는 꼴은 영락없이 ‘옹최’(擁崔), ‘옹박’(壅朴) 결사대다.

한 일간지는 문제의 최순실 모녀가 몸을 숨겼음 직한 독일의 승마장 등을 추적했지만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 재벌 주머니를 털어 모은 수백억원의 공익재단 기금이 개인 쌈짓돈이 되고 있다는 보도만 무성하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과 대표성을 가당찮게도 위세와 특혜로 낭비하면서 자초한 비극이다.


4. [매일신문][매일춘추] 배터리를 재충전하자

갑자기 기온이 떨어져서인지 차가 노후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아침에 출근하려는데 차 배터리가 방전되어 있었다. 짜증보다는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내 나이는 올해로 지천명(知天命), 오십이다. 하늘의 뜻을 알기는커녕 아직도 사소한 일에 화를 내고 감정 정리를 못하는 철부지인데, 얼마 전부터 눈에 노안도 오고 체력도 예전 같지 않다.

동료들도 다 비슷한 상황인 듯한데, 딱히 서로 고민을 공유할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옛날 같으면 인생을 돌아보며 마무리 준비를 했던 50대 중년들이 지금은 사회의 허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느끼고 있다.

얼마 전 ‘100세 인생’이란 노래가 유행했다. 그만큼 평균수명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주변을 봐도 70세 고희(古稀)는 아직 청년(?)이다. 이들은 한국전쟁 후 짧은 기간 동안 정치, 경제, 문화 등에서 놀라운 성장을 견인한 세대지만, 젊은 시절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살아왔기에 정작 지금은 뭘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는지 모르고 있다.

그렇다고 젊은 세대라고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들은 취직, 연애, 결혼을 포기하는 ‘삼포세대’로 불리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 중년들은 두 세대(성장 견인 세대와 젊은 세대) 사이에 끼어 더 불쌍한 것 같다.

얼마 전 선배 한 분이 들려준 이야기다. 오랜만에 다 큰 외동아들과 치맥(치킨과 맥주)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눌 심산으로 퇴근 후 집으로 급히 들어갔다. 거실에 음식을 펼쳐 놓고 아들을 불렀는데, 아들이 하는 말 “아빠 치킨 몇 조각 드실 거예요?”였다. 선배는 얼떨결에 “어, 한두 조각 먹지”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말이 끝나자마자 아들은 치킨 두 조각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자기 방으로 들고 가더라는 얘기였다.

또 요즘 집집마다 자녀가 하나인 경우가 많다 보니, 자녀의 대학 교육 및 취업 준비는 기본이고 결혼부터 손주 양육까지 모두 부모들이 신경 써야 할 판이다. 이 와중에 우리 중년들은 점점 행복한 노후를 사는 방법을 잃어가고 있다. 그 결과는 우울증이나 허무감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내가 행복할 수 있는 활력 거리를 찾아야 한다. “열심히 일한 그대, 떠나라” 라는 어느 광고 카피처럼, “힘내라 중년! 그동안 고생했다”고 외칠 필요가 있다. 나는 얼마 전부터 직장인밴드를 하고 있다. 연습하는 날인 토요일이 얼마나 기다려지는지 모른다. 한 주의 스트레스가 수다도 떨고 합주도 하다 보면 날아가고, 몸과 마음 모두 젊어지는 것을 느낀다.

남들과 비교할 필요도 없다. 돈이 많이 드는 것을 찾을 필요도 없다. 즐거운 일을 위해 다시 한 번 배터리를 충전하여 열심히 달려보자.


5.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폴 디랙

다수 비전공자에게 양자역학의 세계란, 적어도 심리적으론, 안드로메다보다 먼 세계일지 모른다. 가장 질량이 작은 수소 원자의 핵을 농구공만 하다고 가정해 서울 도심 어디에 둘 경우 수소 전자는 잠실쯤에 있고 그 사이는 텅 비어 있다는 이야기, 인간의 몸도 사물도 우주도 형태적으로는 그렇게 비어 있다는 이야기(팟캐스트 ‘과학 같은 소리하네’ 10회 부산대 김상욱 교수편)는 허블 망원경이 보내오는 외계은하 풍경보다 생경하다.

1920년대 저 양자의 세계를 열어젖힌 대표적 학자로 불확정성의 원리의 하이젠베르크와 ‘슈뢰딩거의 고양이’로 유명한 에르빈 슈뢰딩거, 그리고 반입자의 존재를 수학적으로 예견한 폴 디랙(Paul Dirac)이 있다.

아인슈타인 이래 가장 큰 업적을 남겼다지만 가장 덜 알려진 디랙은, 사실 읽어도 아득한 그의 이론보다는 사적인 일화들로 그나마 영 낯설진 않은 인물이다. 경상대 이강영 교수도 최근 낸 책 ‘불멸의 원자’(사이언스북스)에서 “과학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은 유일한 챕터로 ‘모든 여성을 두려워한 천재’ 디랙의 연애 이야기를 소개할 정도였다.

그는 유명해지는 게 싫어 노벨상을 거부하려다, 안 받으면 더 유명해질 거라는 러더퍼드의 충고를 듣고서야 상을 받았다고 한다. 낯가림이 심하고 워낙 말이 없어 그의 과학자 친구들이 ‘디랙 단위’란 걸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1디랙’은 한 시간에 한 마디를 하는 거였다.

맨해튼 프로젝트를 주도했지만 수소폭탄 제조에 반대하다가 공직에서 쫓겨난 오펜하이머는 여러모로 디랙과 대조적인 과학자였다. 그는 사교적이었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그 관심을 충족시킬 수 있을 만큼 부유했다. 요트 항해술, 마술(馬術), 와인, 문학 등. 삶 자체가 수학이고 물리학이었다는 디랙으로서는 그런 오펜하이머가 신기했던 모양이다. 어느 날 그는 오펜하이머에게 어떻게 과학과 문학을 함께 하냐며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과학은 아무도 모르는 사실을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전달하는 게 목적이지만, 시는 모두가 아는 걸 아무도 못 알아듣는 말로 표현하는 것 아니냐.”

오펜하이머의 대답이 뭐였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하지만 디랙도 답은 알고 있었던 듯하다. 중력을 설명하며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지구에서 꽃 한 송이를 꺾으면 가장 먼 우주의 별이 움직인다.” 그는 1984년 10월 20일 별세했다.

반응형
LIST
Posted by 늙은최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