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봉건시대보다 못한 청와대 문건 유출
국민
대부분은 지금 “도대체 최순실이 누구이기에…”라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을
제안한 그제 최씨 컴퓨터에서 대통령 연설문과 국무회의 및 수석비서관회의 자료들이 담긴 파일 44개가 발견됐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경악과 분노를 넘어 망연자실에 빠진 것이다. 청와대 비서진 인사를 비롯한 기밀사항이 대거 포함된 이들 파일은 박 대통령
최측근이 작성했으며, 실제 발표보다 이르게는 사흘 전에도 최씨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게다가 최씨가 단순히 자료의
사전 열람에 그치지 않고 직접 고치기까지 한 정황이 드러났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일례로 ‘통일 대박론’으로 널리 알려진
2014년 3월 드레스덴 연설은 30여 군데가 빨간 글씨로 표시됐고, 실제 박 대통령의 연설에선 이 중 20여 군데가 수정됐다.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주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게 최씨 취미”라는 최씨 측근의 발언에 대해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개탄했으나 이제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퍼즐이 거의 맞춰진 셈이다.
야권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난 것은 물론이고 여당 내부에서조차 “사실이라면 심각한 국정 농단”이라는 신랄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이 소모적
정쟁을 넘어 국민적 의혹으로 비화했음을 의미한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직접 소명하고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인터폴 공조로 최씨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른 중진들도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당초 박 대통령의 기습적
개헌 제안이 최씨와 관련한 연쇄 의혹과 우병우 민정수석 사퇴 압력 물타기용으로 거론됐으나 외려 ‘최순실 게이트’가 정계의
블랙홀이라는 개헌마저 뒤덮는 형국이다.
언론사에 의해 확보된 문제의 파일들은 최씨가 급히 폐기하려던 컴퓨터에서 나온
것으로 2012년 대선 때부터 2014년 상반기 사이에 작성됐다. 2014년 하반기 이후의 상황을 밝혀 줄 다른 컴퓨터의 존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자초지종을 떠나 그야말로 국기문란 사태다. 지금도 계속 불거지는 최씨 관련 의혹을 감안하면
역대 정권의 지지 기반을 흔들었던 ‘소통령’이나 ‘홍삼 트리오’, ‘봉하대군’, ‘영일대군’ 등 비선 실세들의 국정농단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대되면서 박 대통령이 어제 연설문과 발언자료 등이 유출됐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쉽게 가라앉을 분위기가 아니다. 사과로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대한민국의 존엄에 커다란
흠집을 남긴 유례없는 사태임을 직시하고 대통령으로서의 모든 권위를 건다는 각오로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최씨를 즉각
국내로 불러들여 의혹 조사에 응하도록 하는 것이 그 시발점이다.
2. 유커에 올인하는 관광정책 위태롭다
중국
정부가 한국을 방문하는 유커(遊客) 규모를 지난해보다 20% 이상 줄이라는 지침을 일선 여행사에 시달했다고 한다.
상하이(上海)를 비롯한 지방 당국이 최근 관할 여행사에 이런 내용의 구두 통지문을 전달했다는 게 현지 여행업계에서 들려오는
소식이다. 여러 지방정부에서 동시에 비슷한 조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중앙정부 차원의 방침임을 짐작하게 된다.
이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방침이 결정됐을 때부터 우려돼 오던 문제다. 논란이 확대되면서 한류 연예인들의 현지 출연 계획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으로는 ‘싸구려 관광’으로 야기되는 폐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지만 어느 쪽이든 국내 관광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유커에 의존하다시피 한 현행 여행업 구조의 치명적인 한계다.
중국
정부가 대만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요하며 여행객 축소 방법으로 압박하는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 지난 5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취임한 이래 중국 방문객이 30% 이상 줄어들면서 대만 경제를 크게 위협하는 중이다. 여행업계 종사자들이
시위를 벌이며 정부에 대해 지원 대책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이
기회에 유커 일변도의 관광 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안이하게 판단하고 계란을 한 상자에 넣었다가는 자칫 한순간에 위기에
봉착하기 마련이다. 정책 전환에 따른 충격을 감수하겠다는 서로의 마음가짐이 요구된다. 지금 눈앞에 이어지는 유커 행렬에 정신을
팔다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된통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서울신문]
3. 롯데, 지배구조 개선 통한 ‘탈일본’ 서둘러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각종 불법행위로 지난 4개월간 수사를 받은 데 대해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신 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지난해
8월 형제간 경영권 다툼으로 물의를 빚고 사과한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신 회장은 사과와 함께 앞으로 국민 눈높이와 사회
가치에 부응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며 쇄신 의지를 밝혔다. 5년간 40조원을 투자하고, 7만명을 고용하겠다는 경영 청사진도 내놓았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신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이후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특히 돈은
한국에서 벌지만 지배구조상 일본 기업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여론이 악화됐다. 검찰이 롯데에 대해 전방위적인 수사에 나선 것도 이런
여론 악화가 원인이 됐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룹의 키맨인 이인원 부회장의 자살 등 악재가 겹치면서 수사는 여러 차례 고비를
맞았고, 결국 용두사미로 끝났다. 비자금 조성 의혹 규명에 실패했고, 신 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 등을 탈세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다.
그렇다고 이번 수사 결과가 롯데 총수 일가에 면죄부를 줬다고
보기엔 이르다. 그룹 내 범죄 금액이 3755억원에 이르고, 총수 일가의 이득액만 1462억원에 달하는 등 불법으로 얼룩진 총수
일가의 민낯이 드러났다.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증거나 혐의가 추가될 경우 구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신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사과의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신 회장이 내놓은 쇄신안은 향후 투자 및 고용
계획과 함께 기업 지배구조 개선, 실적 위주가 아닌 질적 성장목표 설정, 정책본부 축소와 계열사 책임 및 권한 강화 등을 담고
있다. 준법경영위원회를 설치해 준법경영 체계를 정착시키겠다고 했다.
이 가운데 국민 눈높이에 가장 부합하는 방안은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이라고 본다. 국민 불신의 가장 큰 원인인 ‘일본 기업’ 논란을 잠재워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 지분의 99%는 사실상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호텔롯데가 국내 증시에 상장되면 일본계 지분율이 50~65% 수준까지 떨어진다. 일본 기업 꼬리표를 떼어 낼 때 비로소 국민의 신뢰도 살아난다는 것을 롯데 측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4. 이런 ‘소걸음 수사’로 최씨 의혹 밝히겠나
국정
개입을 넘어 국기 문란에 이른 증거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는 최순실씨 사건에 관한 한 대한민국 검찰은 사실상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되고 있다. 권력 핵심과 관련된 수사에 현실적인 한계가 없지 않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과거 정치적 수사에서는
그나마 시늉이라도 해서 땅에 떨어지는 체면을 복구하곤 했다. 하지만 최씨 사건에서 검찰은 아예 자신의 존재를 국민이 잊어 주기를
간청하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지금 “최씨 사건 수사는 검찰이 아니라 언론이 하고 있는 것”이라는 불만이 비등하고 있음을 검찰도
아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검찰의 최씨 사건 수사는 그야말로 소걸음으로 일관하고 있다. 시민단체가 고발 이후에도
눈치만 보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수사 지시를 내린 뒤에야 간신히 수사팀의 모양새를 갖춘 것이
고작이다. 당시에도 시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만큼 수사 대상자들의 증거 인멸 움직임은 분주했다. 최씨가 설립했다는
법인 ‘더 블루K’는 이미 지난달 사무실을 폐쇄했고, 이후에도 관련 서류를 폐기하는 움직임은 계속됐다. 그럼에도 압수수색조차
없었으니 “증거 인멸을 방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에도 할 말은 없을 것이다.
그제 한 종합편성채널의 최씨 사건
관련 보도는 검찰의 직무유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이 방송사는 ‘최씨의 컴퓨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비롯한 청와대 자료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방송사는 ‘최순실 파일’의 입수 경위를 두고 “최씨가 사무실을 정리하고 두고 간 짐들
가운데 바로 처분되거나 유실될 수 있는 것들을 살펴보던 중 PC를
발견했고, 그 안에서 자료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벌였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보도 이후 “검찰이 자료를
먼저 입수했다고 하더라고 과연 공개할 수 있었을까”라는 불신이 퍼져 가고 있다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제는
야당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에서조차 “지금의 검찰로는 최씨 사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할 수 없다”며 특별검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검찰은 국가의 질서를 유지하는 마지막 보루라는 자부심을 지키기 바란다. 지금이라도 조직의 명운을 걸고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의혹을 해소하는 데 나서야 한다. 검찰이 이 사건의 진상을 밝혀낼 능력은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믿는다.
독일로 출국한 뒤 소재 파악이 되지 않고 있는 최씨와 딸 정유라씨도 귀국시켜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
5. 연설문 유출 의혹, 국민 앞에 사과한 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 실세 의심을 받는 최순실씨에게 대통령 연설문과 국무회의 발언 자료 등이 유출된 것과 관련,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어제 오후 직접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부터 청와대 보좌 체제가 완비되기 전까지 최씨에게 연설 및 홍보 분야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며 연설문 유출 등을 시인했다. 박
대통령은 “좀더 꼼꼼하게 챙겨 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면서도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의혹이 제기된 이후 박 대통령이 최씨와의 관계 및 최씨에게 도움을
받은 사실 등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최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 등을 발표에 앞서 미리 청와대에서 전달받고, 수정까지 했다는
구체적 정황이 드러난 데다 이 같은 최씨의 국정 농단, 국기 문란 행태에 대해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조차 박 대통령의 해명과
대국민 사과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에서 더 침묵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국민으로서는 어떤 공식적인 직책을 갖고 있지
않은 최씨가 최고 국정 행위에 깊숙이 개입한 것도 기가 막히지만 고개를 숙이고 대국민 사과를 하는 박 대통령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착잡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이번 일은 결코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철저한 규명을 통해
다시는 이 같은 국정 농단, 국기 문란 행태가 우리 헌정사에서 벌어지지 않게 하는 중요한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의 해명 또한 검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청와대 수석 등 비서진도 마땅히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및 보좌 체제가 완비된 이후에는 최씨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고 했지만 2014년 초까지도 최씨에게 연설문 등이
건네진 것으로 드러났다. ‘최순실팀’이 최근까지도 활동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대통령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데도
진언은커녕 낌새도 못 챈 대통령 보좌진의 무능 또한 문제다.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정감사에서 박 대통령 연설문 수정 의혹에
대해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일축한 바 있다. 청와대 참모진의 수장인 비서실장조차 국정 농단 행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측근 비리를 감시해 사전에 제동을 걸어야 할 의무가 있는 우병우 민정수석에게는 직무유기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최씨와의 관계에 대해 ‘과거 어려울 때 도와준 인연’이라고 설명했다. 부친 서거 이후 큰 고난을
겪던 시기에도 곁을 지켜 줘 누구보다 믿었던 인물이었다 해도 공과 사는 구분했어야 한다. 그런 마음의 빚이 결국 최씨에게 국정
농단 만용의 빌미를 준 것 아니겠는가. 이번 일을 큰 교훈으로 삼아 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 1년 4개월을 오로지 국가를 위해 모든
힘을 쏟길 바란다.
[동아일보]
6. 中 시진핑 ‘1인 체제’가 동북아에 몰고 올 외교안보 격랑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1기 5년을 결산하는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8기 6중전회)가 24일 개막했다.
5년 주기 공산당대회를 1년 앞두고 열린 6중전회는 시진핑의 집권 2기 구상을 알아볼 수 있는 창(窓)이다. 이번 회의에선
36년 만에 ‘당내 정치활동에 관한 준칙’을 정비해 공산당의 현 권력 구조인 7인 집단지도 체제를 시진핑 1인 체제로 수정할
것으로 보여 중국 내외에 일대 파장이 예상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24일자 1면 ‘공산당의
리더십이 중국 성공의 핵심’이라는 장문의 평론에서 “새 준칙으로 보다 강하고 힘 있는 ‘핵심 지도자’가 중국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63세인 시 주석이 공산당의 관례였던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
규정을 바꾸면 퇴임 예정이던 2022년 이후까지 최고지도자로 장기집권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취임 이후
반(反)부패 개혁을 명분으로 정치적 반대자를 제거하고 권력을 집중시켜 왔던 시 주석이 ‘황제’를 방불케 하는 막강한 권력구조
개편을 마치면 미국과의 패권 경쟁이나 주변국과의 외교도 차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1인 체제의 강한 리더십일수록 독단적 결정이
쉬워 주변국과의 분쟁 위기가 높아진다는 것은 국제정치학의 상식이다. 중국 공산당은 경제성장에서 집권의 정당성을 찾았지만 성장
둔화, 극심한 빈부격차로 인민의 불만이 높아지면 주변국과 마찰을 빚어 애국심과 민족주의, 국수주의를 자극할 공산이 크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놓고 우리 국가원수에게 원색적 비난을 퍼붓고 자국 어선들이 남의 바다를 유린했는데도 사과 한마디 없는 게 중국이다.
북한 핵 국면에서도 시진핑 정부는 여전히 북한 김정은 정권을 비호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의 리더십 체제 변화가 한반도의 외교안보
지형에 미칠 영향에 대해 외교라인은 치밀한 대비를 해야 한다.
[매일경제]
7. 7년만에 비상경영 돌입한 현대차서 한국 제조업위기를 본다
현대차그룹이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7년 만에 비상경영에 들어간 것은 한국 제조업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차는
철강·조선·화학 등 한국 주력 제조업이 줄줄이 위기 대열에 합류하는 상황에서도 그나마 현상 유지를 해왔던 기업이다. 이번
비상경영은 '이제 자동차마저…' 하는 묵직한 위기감으로 다가온다.
올 들어 9월까지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자동차
판매는 전년 대비 1.8% 줄어든 562만1910대에 그쳤다. 지금 추세라면 올해 판매 목표 813만대는 물건너갔고, 지난해
수준(801만대)을 맞추기도 어려워 보인다. 현대차의 마이너스 성장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자 2000년 그룹 출범 이후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현대차 부진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저유가 영향으로 미국 시장에서 아반떼 등 중형 이하
차량 판매가 급감했고 러시아·브라질 등 신흥시장 경기는 여전히 침체돼 있다. 여기에 노조 파업이 3조원어치 생산 차질을
야기하면서 내수 판매와 수출 감소를 불러왔다.
그렇다면 신흥국 경기와 파업 등 몇몇 현상적 요인이 개선되면 현대차 판매 부진은 자동 해소될까. 상황은 그렇게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많은 전문가가 현대차 위기를 한국 제조업의 구조적 위기와 겹쳐서 바라보고 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국 제조업은 중국과 일본·독일이라는 '넛크래커'에 낀 '호두' 같은 신세다. 달라진 게 있다면 10년 전 가격
경쟁력이 유일한 비교우위였던 중국이 지금은 한국과 엇비슷한 수준의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중국 차를 '목숨 걸고 타는 차'로
비웃던 때가 엊그제인데 지금은 글로벌 메이커와의 차별점을 시트 박음질 상태에서 찾아야 할 만큼 기본 품질이 올라왔다. 2012년
10.5%에 달했던 현대·기아차 중국 시장 점유율은 올해 8.1%로 떨어졌다.
한편 일본과 독일은 기존의 품질 우위에
엔화와 유로화 평가절하로 생겨난 가격 경쟁력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습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 제조업이 중국과 일본·독일 사이에서
운신할 공간의 폭은 갈수록 협소해지고 있다. 한국 대기업 중에서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기업은 단언컨대 단 한 곳도 없다.
현대차의 비상경영이 다른 기업으로, 또한 비상한 돌파구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8. 그래도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개헌은 필요하다
최순실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지난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제안된 개헌 논의가 추진 동력을 잃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최순실 사태가 블랙홀이 돼 개헌 논의가 흐지부지되면 결과적으로 국민과 국가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제 기자회견을 갖고 "선결돼야 할 것은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과 민생 예산안 처리이고 개헌은
그다음"이라며 개헌 논의에 선을 그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은 개헌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
(최순실 씨 의혹의) 진상을 소상하게 밝히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는데 최순실은 최순실이고, 개헌은 개헌이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까지 한 만큼 최씨 의혹과 관련해서는 모든 진상을 명백하게 밝혀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개헌 논의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 개헌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됐고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30년간 민주주의 정착과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지만 시대와 사회 환경이 바뀌면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책임정치라는 취지는 약해지고, 승자독식 구조라는 취약점으로 극심한 정쟁을 되풀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거의 모든 정책이 단절되면서 엄청난 비효율과 낭비를 초래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그러다 보니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의 길로 나가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국력은 약해지고, 국민의 삶도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뿐만 아니라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원 등 수많은 정치 지도자들이 반드시 개헌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각계 전문가들이 여기에
동조하는 것도 현행 헌법의 한계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10명 중 7명이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하니 개헌은 더 이상 미룰 사안이 아니다.
최순실 사태로 당분간 극심한 혼란이 예상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개헌 논의는 계속 이어가야 한다. 국회를 중심으로 활발한 세미나와 토론회를 통해 국민과 국익을 위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야 모두 정략적 이해득실이나 정치적 입장이 아닌 한국의 100년 미래를 결정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개헌 논의에 나서야 할 것이다.
9. 심각한 경제 위기 상황에도 마냥 손 놓고 있는 정부
지난
7∼9월 3분기 한국 경제가 2분기와 비교해 0.7% 성장하는 데 그쳤다. 말이 성장이지 3분기 추경 집행 효과와
건설투자(3.9%), 폭염에 따른 전기가스수도사업(6.9% 증가)을 빼면 거의 성장 절벽에 직면했다. 지난해 3분기(1.2%)
이후 4분기 연속해 0%대 성장이라는 늪에 빠지면서 우리 경제의 위기 강도와 깊이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관련
통계를 보면 이 같은 한국 경제의 위기 상황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수출 급감, 국내 돌발 악재들이 쏟아지면서 나타난 결과다.
삼성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에다 현대자동차 파업 등의 영향으로 제조업이 7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1.0%)을
기록했다. 소비와 생산 모두 추락하면서 한마디로 앞뒤가 꽉 막힌 형편인 무인지경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대로라면
4분기 국내총생산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3.3%(4분기) 이후 최악의
위기에 내몰리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위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올해 연간 성장률은 2.3%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내세운 올해 성장률 목표인 2.8%와는 한참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대목은 이런 위기
국면에서도 청와대와 정부의 리더십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제 체력이 거의 고갈되어가고 있는데도 정부의 위기 인식과
태도는 한마디로 무념 그 자체다. 정부가 경제 대책에 손 놓은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매주 열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장관들이 거의 참석을 않고 있는 것만 봐도 과연 위기의식이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과의
면담 시간을 잡지 못해 아직 상황을 보고하지 못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면 말 다한 것 아닌가.
지금은 청와대와
정부, 여야 정치권 가릴 것 없이 한국 경제를 위기에서 건져낼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힘을 모으고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때다.
성장 절벽에서 한 발짝이라도 더 밀리면 끝장이라는 각오로 위기 타개책 마련에 총력전으로 나서야 한다.
10. 대구 공직자 비위 되풀이, 단체장의 의지 부족 탓이다
대구시와
8개 구`군청에서 각종 비위로 징계를 받은 공무원 상당수의 징계가 관련 규칙과 기준에 미달하거나 아예 가장 낮은 수준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시민단체인 대구경북정보공개센터가 최근 3년간 대구시와 8개 구`군 공무원 징계 건수와 내용, 결과를
분석함으로써 밝혀졌다. 이번 분석으로 대구 행정기관의 처벌 규정이나 기준은 그냥 기준일 뿐, 실제로는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아도 어쩔 수 없다.
이번에 시민단체가 행정정보공개라는 절차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시민들은 대구시와 구`군의 징계 행정이 어떠한지를 잘 알게 됐다. 지난 3년간 모두 220건의 비위가
적발됐다. 기관별로는 대구시 본청이 94건으로 가장 많다. 비위 유형은 음주운전을 비롯한 성희롱과 성추행, 사기, 금품수수,
근무지 이탈 등 다양했다. 그러나 비위 징계로는 가장 높은 단계인 파면과 해임, 강등 조치는 단 4건뿐이었다. 나머지 대부분은
견책과 감봉, 정직 등이다. 그야말로 물렁한 징계 행정의 민낯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음주운전에 대한 징계는
실망스럽다. 대부분 가벼운 징계로 끝난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대구시의 경우 전체 비위 적발 94건 가운데 무려 42건이
음주운전(44.6%)이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징계 결과는 징계 규칙에 모자라거나 최저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법당국이 갈수록 처벌을 강화하는 사회적인 분위기와는 거꾸로 가는 징계를 한 꼴이다. 해마다 음주운전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자칫 이런 솜방망이 징계가 오히려 음주운전을 방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공개된 대구의
비위 징계 행정의 실태는 대구 단체장들의 비위 근절 의지 부족과 흉내에 그친 징계 사실을 확인하게 했다. 특히 대구시가 그렇다.
2013년 74건에서 이듬해 63건으로 줄다 지난해 83건으로 늘어난 연도별 적발 비위 건수와 대구시 본청의 비위가 가장 많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제 식구 감싸기식 솜방망이 징계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비위 근절은 단체장이 확고한 의지를 밝히고
실천하는 일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주요 신문칼럼
1. [연합뉴스]<김성용의 저울달기> 판사와 인공지능
대법원은
지난 18일 '4차 산업혁명의 도전과 응전: 사법의 미래'를 주제로 2016 국제법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서초동 대법원 청사
4층 401호 대회의실에서 온종일 열렸다. 4차 산업혁명과 사법 문제를 다룬 사법부 최초의 국제회의다. 2009년 시작된 대법원
국제법률 심포지엄은 그동안 전통적인 사법 분야를 다뤄왔는데 올해는 다소 색다른 느낌이다. 법률은 물론 과학기술, 미래학, 경영학
전문가들이 많이 모였다.
미래의 법률가와 사법의 모습을 예측하고 실현 가능성을 타진해 보자는 취지다. 4차 산업혁명이 사법 분야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가 주요 화두였는데 4차 산업혁명 체계의 근간인 인공지능(AI)이 판사까지 대체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올해 1월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창한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이 심포지엄과 특별대담 등에 참석했다. 슈바프는 "4차 산업혁명으로 직업 개념이 달라지고 법조인 같은 직업은 향후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등이 결합한 산업 시스템을 뜻한다. 1780년대 증기기관을 활용한 기계적 혁신을 담은 1차 산업혁명, 1870년대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 체제로 접어든 2차 산업혁명, IT와
인터넷에 의한 컴퓨터 자동화 시스템이 주도하는 3차 산업혁명에 뒤이은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정보통신기술에 기반한다.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광범위한 자료와 데이터를 분석해 인간의 행동까지 예측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인간 행동 양태에 대한 예측 결과를 토대로 맞춤형 상품을 생산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요체다.
인공지능이 판사를 대신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전망이 엇갈리는데 일선 판사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견해를
보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별 사건의 복잡다기한 사실관계를 놓고 옳고 그름을 세밀하게 재단해 가며 법률적 결론에 이르는 일을
인공지능이 감당할 수 있을지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없지 않다. 다만 인공지능 판사의 등장이 어쩌면 기술적 진보 수준에 달려 있을 수
있다.
지난
3월 서울에서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세기의 바둑 대결을 펼쳤다. 최고의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인간 최고수의 대국에서
알파고는 4대 1로 승리했다. 알파고는 1~3국을 내리 불계승했다. 이세돌은 4국에서 '신의 한 수'의 평가받은 78수로 승리를
챙겼으나 5국에선 또 졌다. 한판이나마 이긴 게 위안이다. 대국을 앞두고 알파고가 이런 승리를 거두리란 걸 자신 있게 예상한
사람이 있었을까 새삼 궁금하다. 그리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세돌의 패배가 충격이었는데 알파고의 능력이 이 정도라면 앞으로
하지 못할 일이 없지 않겠나 싶기도 하다.
인공지능 판사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높이는 데 사법부에 대한 불신
문제가 변수로 작용하게 될지 모른다. 우리 사법부는 신뢰의 위기에 처했다. 올해 들어 부쩍 '비리 판사' 스토리가 언론을 많이
탔다. '정운호 사건'에 휘말려 전·현직 부장판사가 잇따라 영어의 신세로 전락했고 지난달에는 사법부 사상 3번째로 대법원장의
참담한 고뇌가 담긴 공식 사과문이 나왔다.
지난해 공개된 OECD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도(2013년 기준)는 27%로 거의 밑바닥 수준이다. 조사 대상 42개국 중 뒤에서 4번째다. OECD 회원국 평균 신뢰도는 54%다. 우리보다 신뢰도가 낮은 국가는 콜롬비아와 칠레, 우크라이나 뿐이다. 인공지능이 판사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면 전관예우나 금품 로비 같은 비리 는 최소한 사라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질 수 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 속에서 사법부가 감수성과 통찰력을 갖춘 균형자 역할을 해야 하며 AI에 맡길 수 없는 고유의 분야가 무엇인지 거듭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AI가
사법 분야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법률시장에는 이미 인공지능 서비스가
개발 또는 활용되는 추세다. 판례를 포함한 법률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프로그램, 이를 통해 판결을 예측하는 시스템, 로봇을
이용한 법률 자문 프로그램 등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된 사법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있다. 인공지능 법조인의 탄생은 시간 문제로 다가온
듯하다.
2. [이데일리][특파원의 눈] 100미터 달리기하듯 지구 100바퀴
“지금은 평화를 위해 싸울 때입니다.”
안토니우 구테헤스(67) 전(前) 포르투갈 총리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후임으로 선출된 후 한 말이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과돼 사실상 차기 사무총장으로 내정됐을 때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구테헤스 차기 총장은 지난 2005년부터 10년간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로 활동한 난민 문제 전문가다. 그동안 그가 걸어온 길도 또한 앞으로 하겠다는 목표도 비교적 선명하다.
반기문 사무총장이 처음 취임했던 2006년의 분위기는 무척 다르다. 당시 반 총장은 취임 연설문에서 △유엔 사무국에 자신감을 불어넣고 △유엔에 윤리기준을 제정하며 △역동적이고 도전적인 사무국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모두는 투명하고 유연하며 정직하게 일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하나 버릴 게 없는 단어와 문장인데 하나의 주제로 요약하기 쉽지 않다. 굳이 정리하자면 ‘열심히 일하겠다’ 정도인 셈이다.
반 총장은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객관적인 숫자가 그걸 말해준다. 그는 매일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1년의 3분의 1 이상을 객지에서 보냈다. 한 해 평균 45개국, 43만여km를 돌아다녔다. 지구를 10바퀴를 도는 강행군이다. 10년 임기 동안 지구 100바퀴다. 역대 어떤 사무총장도 반 총장처럼 열심히 일한 사람은 없다. 스스로 “100m 달라기 하듯 왔다”고 자평할 정도다.
그런데도 욕을 먹는다. 외교 분야에 권위 있는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반 총장을 두고 “어디에도 없는 자”(nowhere man)라고 대놓고 비아냥거렸다.
“지금
세계는 기후변화, 국제테러, 국제금융위기 등 수많은 현안에 직면해 있다. 그럼에도 반 총장이 하는 일이라곤 명예박사학위나
수집하러 다니고 기억도 안나는 성명이나 내며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조차 허비하고 있다”는 게 포린폴리시의 지적이다. 그나마 반
총장 임기 내에 파리기후변화 협약을 체결한 게 성과라면 성과다.
유엔 사무총장은 영어로 ‘secretary-general’이다. 유엔 안보리 눈치를 봐야 하는 비서(secretary)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독자적으로 의제를 안보리에 상장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장군(general)인 자리다.
그래서 유엔 사무총장은 비서처럼 왔다가 장군처럼 가는 자리라고 한다. 초임 땐 비서 역할에 충실하다 재선 이후에는 장군 역할이 강해지는 경향을 두고 하는 말이다. 눈치를 볼 이유가 사라지면서 자신의 목소리가 커지기 때문이다.
반 총장 전임이었던 코피 아난 총장은 확실히 이 말에 어울렸다. 애초부터 장군형 기질이 다분했던 아난 총장은 재임 기간 때 미국 부시 정부의 이라크 전쟁을 두고 “불법적”이라고 비판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자기
목소리가 컸던 코피 아난 총장과 달리 사람 좋고 갈등 회피적 성향의 반 총장은 안보리 이사국들과 임기 10년 동안 큰 갈등이
없었다. 반 총장 재임 기간에도 테러와 내전으로 국제적 갈등이 많았지만 그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데 신중에 신중을 더했다.
반 총장은 확실히 장군보단 비서 역할에 가까웠다. 그것도 100m 달리기하듯 지구 100바퀴를 돌았던 비서 말이다. 안 가본 곳 없이 열심히 다녔지만 오래 머문 곳 역시 없었다.
3. [매일신문][기고] 러일전쟁과 독도
지난주
일본 국제정치학회에 다녀왔다. 한일병합에 관련(1904~1910년)된 조약들에 대한 합법성과 불법성을 둘러싼 논쟁은 해묵은
논란거리가 되어 있다. 이번 회의도 그 연장선상이었으나, 종래의 학설에 변경을 가해야 한다는 중요한 논의가 있었다. 러일전쟁
연구에 명성을 가진 메이조(名城) 대학의 이나바 치하루 교수의 주장이다.
종래에는 러일전쟁을 만주를 점령한 러시아가
한국을 침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한국이 러시아의 지배하에 들어가면 일본의 안전이 위협을 받기 때문에 일본이 선택한 불가피한
조치로 규정했다. 일본으로서는 ‘조국방위전쟁’으로 미화되었으며, 한국을 지키기 위한 전쟁으로 치부되기도 했다고 한다. 일본이
아니었다면 한국은 러시아의 식민지가 되었을 것이라는 황당 가설도 여기에서 나온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 러시아는
전쟁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에 세력을 확대할 의사가 없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러일전쟁은 일본이 의도한 준비된 침략전쟁으로 봐야
한다는 설이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다. 러일전쟁 발발을 전후한 일본의 군사적 움직임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에서 얻은 결론이다.
일본은
러일전쟁 기간 중에 수만 명의 군대를 한국에 주둔시키고 군율(軍律)을 이용하여 실질적인 군정을 실시했으며(일본 육군성편
‘명치37,8년 戰役陸軍政史’ 제2권), 전쟁이 끝난 후에도 일본의 군사적 지배는 계속되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일본의 한국 지배는
러일전쟁부터이며, 그것도 의도된 군사점령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체제하에서 한반도에서의 실질적 최고 권력자는 고종황제가 아니고 전시 비상대권을 가진 일본군 사령관이 된다. 따라서 러일전쟁 발발
이후 한일 간에 체결된 조약들은 일본의 군사적 강제성이 개입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정당성 내지는 합법성을 가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독도 문제 역시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했다. 1905년 2월 22일 일본은 시마네현 고시를 통해
독도를 자국의 영토로 편입했다. 시마네현 고시 제40호는 주인이 없는(無主地) ‘도서를 다케시마라 칭하고 앞으로 시마네현의
소관(所管)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2005년부터 일본은 이날을 다케시마의 날로 정해 놓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은 1900년
10월 25일 고종황제가 반포한 대한제국 칙령 제41호를 내세워 반박한다. 한국이 일본보다 5년 앞서 칙령을 통해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선언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인이 없는 독도를 자국의 영토로 한다는 시마네현의 고시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은
칙령에 명기되어 있는 ‘석도’가 독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또 시마네현 고시에 대해 한국이 왜 대항을 하지 않았느냐고
주장한다. 석도가 독도라는 사실은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 석도는 돌섬이며, ‘돌’의 사투리가 ‘독’이기 때문에 석도→돌섬→독섬이
되고, 독섬의 한자식 음차(音借)가 독도인 것이다. 왜 대항하지 않았느냐는 데 대해서는 일본이 고시 내용을 알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위에서 말한 것처럼 군사 점령하의 대한제국은 대항을 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대항을 해도 실효성이 없었을 것이라는 현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당시의 한일관계를 대등한 주권국가 간의 관계로 상정해서 이해해 왔다.
대한제국의 자율성을 존중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에 입각해서 패러다임을 바꿔 재해석을 하면 보다 쉽게 문제가 풀릴 수
있다. 전시와 같은 군정체제하에서 체결된 한일 간의 조약들이 합법성을 가지기 어렵듯이, 같은 시기에 취한 일본의 독도 편입 조치는
정당하지도 않고 합법적이지도 않다.
4.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문어 '파울'
2010 남아공 월드컵 독일 조별 리그전서부터 결승전까지 8경기 승패를 100% ‘예측’해서 유명해진 문어 ‘파울(Paul)’이
2010년 10월 26일 자연사했다. 독일 오베르하우젠 수족관 파울을 화장, 그 재를 섞어 만든 비석 모양의 조형물을 수족관
뜰에 세웠다. 조형물에는 “8번 월드컵 경기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했으며, 8만842마리의 새끼를 남겼다”는 파울의 2년여의 이력과
“Loved By All( Except the Dutch)”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네덜란드는 ‘파울’의 예측대로 2010 월드컵 결승에서 스페인에 0대1로 패했다.
잉글랜드산
왜문어 파울이 축구 경기 예측을 공식적으로 시작한 것은 유로 2008 조별리그 독일경기부터였다. 파울은 4강전까지 5개 경기 중
4번의 승패를 맞췄지만 독일-스페인 결승 예측에는 실패했다. 예측 방식은 대전국 국기가 그려진 두 수족관 안에 문어의 먹이인
홍합을 넣어두고 파울이 어느 쪽 홍합을 선택하는지 가리는 식이었다.
파울의 높은 예측 적중률(두 대회 통산
85.7%)은 물론 우연일 테지만, 문어의 습성과 시력이 특정 국기에 감응했다는 설부터 수족관 측이 훈련시킨 결과라는 설까지
분분했다. 어쨌건 파울은 월드컵 열기만큼이나 큰 인기를 끌어 러시아의 한 도박회사가 거액에 스카우트를 제의하기도 했다.
문어의
시력과 지능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돼왔다. 문어는 지구에 등장한 최초의 지능 생물로 포유동물보다 2억3,000년이나 이른 4억 년
전부터 진화를 시작했고, 인간보다 약 1만 개 많은 유전자를 지녔다고 한다. 60%의 뉴런이 다리에 분포해 피부로도 사물을 볼 수
있다. 미로를 찾고, 간단한 퍼즐을 풀고, 아이들이 열지 못하게 만들어놓은 병 뚜껑을 돌려 열기도 한다. 지난 4월 뉴질랜드
네이피어 국립수족관에 있던 문어 ‘잉키 Inky’는 열린 뚜껑을 통해 수조를 나와 약 3m 플로어를 지나 50m의 배수관을 통해 북섬 동부해안으로 탈출하기도 했다.
두족류 전문가인 영국 동물학자 마틴 웰스(H.G 웰스의 손자)는 최근 가디언 인터뷰에서 “문어(Ozymandias라는 특정 문어지만)와 눈을 맞추고 있으면 인간의 지능활동과 유사한 기운- 예컨대 scrutiny(정밀한 탐구)-을 감지하게 되는데, 그건 개나 그 어떤 가축에게서도 본 적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5. [서울신문][이호준 시간여행] 땜장이가 있던 풍경
일주일에
한 번,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날은 일부러 찾아가 기웃거린다. 그곳에 이 시대의 ‘증언’들이 고스란히 있기 때문이다. 한쪽에 서서
지켜보고 있으면 인간이 만들어 낸 온갖 물건이 쏟아져 나온다. 폐지나 플라스틱 제품, 각종 유리병 등은 그러려니 하지만 책이나
멀쩡한 가재도구가 나올 때는 괜히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어느 땐 그릇이나 냄비, 프라이팬 등 주방기구가 잔뜩 버려진다. 찌그러진 데
하나 없이 멀쩡한 것들이다. 그때마다 무엇 하나 쉽사리 버리지 못하던 시절의 풍경이 저절로 떠오른다. 불과 수십 년 전이었다.
지금이야
적당히 쓰고 버리는 걸 당연한 줄 알지만, 뚫어지고 찌그러지고 깨져도 모양만 남아 있으면 깁고 때우고 묶어 쓰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니 ‘재생’을 전문으로 하는 땜장이는 가뭄 끝 단비처럼 반가운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솥이나 냄비 때워요~ 뚫어진 그릇
때워요~.” 땜장이의 목소리가 고샅을 달려 나가면 동네 전체가 술렁거리기 마련이었다. 땜장이는 그렇게 자신이 왔다는 것을 알린
다음 마을 중간 느티나무 아래 공터에 자리를 폈다. 땜장이가 때우지 못하는 것은 없었다. 솥이나 냄비는 물론이고 화로, 그릇,
아이들 도시락까지 구멍 뚫린 것은 무엇이든 때웠다.
솥이나 냄비에 난 작은 구멍은 알루미늄이나 납 재질의 납작머리
리벳을 대고 망치질 몇 번으로 메웠다. 그보다 큰 구멍은 조금 복잡한 수술이 필요했다. 맨 먼저 납을 녹이는데, 숯이 담긴 조그만
화로에 작은 도가니를 얹고 그 안에 납 조각을 몇 개 넣는다. 그리고 숯에 불을 붙이고 풍구를 돌리면 납이 서서히 녹는다. 이제
본격적인 땜질을 할 차례. 손잡이를 구멍 한쪽에 대고 납물을 떠서 부은 뒤 다른 손잡이로 꾹 눌러 준다. 그러면 감쪽같이 구멍이
메워진다. 작은 망치로 톡톡 두드려 고르게 편 뒤 물을 부어서 새는지 확인만 하면 끝이다.
땜장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고무신 땜장이였다. 그 시절에는 구멍 난 신발도 그냥 버리는 법이 없었다. 몇 번씩 깁고 때워 쓴 뒤 정말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이 난 뒤에야 엿가락이나 빨랫비누로 바뀌었다. 고무신 땜장이는 동네마다 돌아다니지 않고 장을 따라 돌았다.
고무신
땜은 솥을 때우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먼저 구멍보다 조금 크게 고무를 오려 놓고, 고무신의 구멍 난 주변을 양철솔이나 사포로
문지른다. 솔질은 찌든 때를 벗겨 주기도 하지만 고무에 미세한 흠집을 만들어 접착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다음으로 구멍 주변과
덧댈 고무에 고무풀을 바르고 양면을 붙여 꾹꾹 눌러 준다. 마지막으로 기름틀과 비슷한 모양의 기계가 쓰인다. 먼저 여러 개의
바닥쇠틀 중에 맞을 만한 것을 골라 때운 부분을 고정시킨다. 그 위에 쇠틀을 올려놓고 축을 돌려 압착시킨다. 이때 누름쇠를 뜨겁게
달궈서 고무가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이런 과정을 마치면 물이 새던 고무신도 단단하게 때워지게 된다.
땜장이들이
세월의 뒤안길로 걸어 들어간 지 오래다. 누구도 구멍 난 물건을 때워 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든 게 풍부하고 편리해진
지금, 세상살이는 왜 이렇게 팍팍해졌을까? 혹시 땜장이들이 냄비나 고무신뿐 아니라 구멍 난 세상을 몰래 때우며 돌아다녔던 건
아닐까? 재활용품 수거 현장의 멀쩡한 물건들과 놀이터에 함부로 ‘버려진’ 아이들의 신발을 볼 때마다 자꾸 고개를 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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