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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철도파업 원칙 대처로 악순환 끊어야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철도노조의 파업이 어제로 한 달이 됐다. 23일 동안에 이르렀던 2013년 12월의 기록을 넘는 사상 최장 파업이다. 열차 운행률이 평시의 82.8%에 머물며 국민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화물열차는 45.5%로, 화물운송 차질이 이만저만 아니다. 코레일은 피해액을 403억원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화물운송 차질로 인한 산업계 피해까지 감안하면 경제적 손실은 훨씬 불어날 것이다.

물적 피해도 피해지만 안전사고의 우려는 더 심각하다. 지난 22일 분당선 열차가 왕십리역 근처에서 동력장치 고장으로 멈춰 서는 바람에 승객 150여명이 80분간이나 갇히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크고 작은 고장과 사고가 잇따랐다. 파업 노조원을 대신한 대체인력은 비상시 대처능력이 아무래도 떨어진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피로도 쌓이고 있다. 안전사고 위험성이 크다는 얘기다.

코레일은 국민 편의를 위해 KTX와 통근열차는 100%, 수도권 전철은 85% 등의 운행수준을 유지할 방침이다. 생각은 좋지만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운행률을 조금 줄이더라도 대체인력에 쉴 만한 여유를 줘야 한다. 운행 감축으로 인한 불편은 국민도 이해할 것이다.

철도노조의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 파업은 불법이다. 게다가 코레일 평균연봉은 6700만원에, 특히 기관사는 75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구조조정으로 실업대란이 걱정스러운 상황에서 고임금의 공기업 노조가 불법 파업을 벌이는 것은 ‘철밥통’을 지키려는 이기주의로 보일 뿐이다. 코레일도 그동안 미지근한 대응으로 사태를 키운 잘못이 없지 않다. 이번에는 원칙대로 대처해 불법 파업의 악순환을 끊기 바란다.

2. 박근혜 대통령이 자초한 국정공백 참담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요 연설문이 최순실씨에게 수시로 넘겨져 고쳐졌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국정이 순식간에 마비상태에 빠져들었다. 박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 표명에 나섰지만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들의 분노와 허탈감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가뜩이나 최씨의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의혹과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에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사퇴 압력까지 이어지던 터에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이라는 치명타가 터진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하야 권고 등 극단적인 논란까지 산발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어제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긴급의총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탄핵 문제를 거론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 기록물’을 유출함으로써 스스로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게 그 근거다. 그동안 최씨 의혹을 감싸고돌던 새누리당에서조차 청와대 수석 참모진과 내각의 대폭적인 인적쇄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대로라면 내년 대선에서 참패를 당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국정이 거의 중지상태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다. 박 대통령이 1년 4개월의 임기를 남겨놓은 시점에서 국정 수행능력을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미 국정 지지도가 25%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레임덕 절벽에 갇혀 버린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24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임기 내 개헌 방침을 공언함으로써 정국 주도권을 되찾으려던 시도도 이미 저만큼 물 건너간 마당이다.

민심이 들끓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박 대통령이 국정 최고 자도자로서의 금도(禁度)와 개인적인 친분을 구분하지 못한 데 있다. 최씨에 대해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이라고 해명했지만 국민적 공분을 해소하기에는 너무 미흡하다. 그동안 쏟아지던 온갖 의혹에 대해 남의 일처럼 모른 체하다가 연설문 유출 의혹이 제기되고서야 마지못해 최씨의 이름을 처음으로 거명한 것이다. 오히려 국민의 분노를 부채질할 뿐이다.

현재 박 대통령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당장이라도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거국 내각을 구성하는 것뿐이다. 지금처럼 국정 동력을 상실한 상태에서는 집권 여당이라는 기능이 전혀 발휘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여소야대 국면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설사 청와대가 인적쇄신 작업을 주도하더라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청문회로 꾸물거릴 시간적 여유도 없다.

무엇보다 최씨에 대해 이어지는 의혹을 규명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은 물론 개인적인 재산 치부 과정과 독일에 설립했다는 회사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최씨와 딸 유라씨가 잠적한 상태라고 하지만 이들을 조속히 불러들여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도 박 대통령의 책임이다.

[서울신문]

3. “가습기 피해자 잊지 않겠다” 그리 어려웠나

서울중앙지법 형사 합의 28부 심리로 그제 열린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재판에서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옥시레킷벤키저·현 PB코리아) 대표는 검찰의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잘못을 사과했다. 사프달 대표는 이날 재판부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계획을 묻자 “피해자들의 슬픔과 고통을 자금 출연이나 금전적 보상으로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면서 “아이를 잃은 희생자에게는 최대 10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평생 치료를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피해자들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피해자 중 한 명이 나에게 나이 든 분들이 죽으면 땅에 묻지만 아이가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을 한 것을 평생 잊지 않겠다”면서 “이와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잘못을 시인했다.

사프달 대표의 사과는 피해자들에게 어느 정도 위로가 될 수도 있지만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산모들이 미확인 바이러스 폐질환에 의해 사망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간 시점이 2011년 5월이었다. 3개월 후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일 수 있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옥시를 비롯한 해당 업체는 은폐와 축소에 급급했다. 그 누구도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 사과다운 사과를 하는 데 5년이 걸린 셈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국내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유해화학물질 피해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기업의 빗나간 상혼과 소비자들의 건강 염려증, 무능한 국가가 만들어 낸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 검찰도 기업의 눈치를 보느라 진상 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1, 2, 3차에 걸쳐 피해를 접수한 결과 피해자만 1287명, 사망자는 227명에 이른다. 이 중 확인된 것만 695명에 사망자가 195명이다. 현재 4차 피해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 모두 4893건의 사례가 접수됐으며, 사망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사례만 1012건이다.

그동안 피해자들이 억울하게 겪어야 했던 고통을 사과와 보상만으로 갚을 수는 없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지금까지 피해 구제는 1, 2단계 피해자에 제한돼 있었지만 천식과 비염 등 3, 4단계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성의 있는 구제책을 내놓아야 한다. 기업과 정부는 피해자들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는 한편 후진적인 유해화학물질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4​. 靑 비서진 총사퇴하고 최순실 특검 서둘러야

의혹으로 떠돌던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이 어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로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시인한 연설문 일부에 대한 조언뿐만 아니라 국정 전반에 최씨가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조사가 본격화하면 얼마나 더 충격적인 사실들이 나올지 겁이 날 정도다. 최씨의 의혹에 대해 ‘근거 없는 비방과 폭로’라던 대통령을 믿었던 국민은 패닉에 빠졌다. 대통령 탄핵과 하야란 말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리스트를 종일 차지할 정도로 민심이 격앙된 상태다.

국민의 분노가 지금처럼 들끓는 상황에서 심각한 국정 공백 사태가 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대통령에 대한 신뢰와 권위가 땅에 떨어진 상황이라 그렇다. 우리는 지금 경제와 안보 등 전방위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최씨의 국정 농단 사태에만 매달려 시간을 허비할 수 없는 처지다. 국정 농단 실체를 낱낱이 밝히되 국정 공백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과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먼저 이번 사태에 책임이 큰 청와대 비서진의 전면 사퇴가 필요하다. 그래야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특히 최씨의 국정 개입을 감시·차단하지 못한 우병우 민정수석의 책임이 크다. 최씨에게 중요 문서를 전달한 의혹을 받는 정호성 부속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도 마찬가지다. 이원종 비서실장은 불과 며칠 전 최씨 의혹에 대해 “봉건시대에나 있을 법한 얘기”라고 했다가 지금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어제 여당의 국정쇄신 요구에 “심사숙고하겠다”고 답했다. 즉시 비서진 개편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사태 수습도 빨라진다.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것도 시급하다. 그래야만 잃었던 국정 동력을 조금이나마 되찾아 위기 극복에 나설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국정 농단 실체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 하나 검찰은 이미 수사 의지와 능력에서 한계를 보여 줬다. 서울지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수사팀’은 어제 최씨 등 수사 대상자의 자택과 두 재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고발이 이뤄진 지 25일 만이다.

두 재단은 이미 해산되고 컴퓨터 등 증거가 될 만한 자료들은 사라졌다. 대형 사건에서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 자료를 확보한 뒤 관련자를 소환했던 관행은 무시됐다. 이미 기자들이 훑고 지나간 자리를 검찰이 수색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그나마 계속 미적거리다가 지난 20일 대통령의 ‘엄중 처벌’ 언급 이후에야 수사에 속도를 냈다.

지금의 수사팀엔 더이상 기대할 게 없다. 국회는 즉시 특별검사 임명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여당이 어제 야당의 특검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한 만큼 조금도 미적거릴 이유가 없다. 특검이 나서야만 최씨의 국정 농단 전모와 두 재단 사유화 의혹을 공정하게 규명할 수 있다. 의혹이 살아 있는 한 국민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국정 혼란 수습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동아일보]

5. 경제마저 0%대 성장…유일호 부총리는 일어나라

‘최순실 블랙홀’에 국정이 마비상태에 빠질 조짐이다. 어제 처음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는 여야를 막론하고 비선(秘線) 실세 최 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따지느라 예산 심의는 제대로 논의조차 못했다.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7%로 네 분기 연속 0%대다. 추가경정예산과 반짝 부동산 경기가 없었다면 더 추락했을 것이다. 제조업 성장률, 설비투자 증가율,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일제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연간 성장률도 2%대 중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저성장 고착화, 장기화가 우려된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세미나에서 지적된 대로 구조개혁마저 지체되면 한국 경제는 위기와 반짝 반등이 반복되는 남미형 경제로 추락한다. 성장률 0%대의 ‘성장 절벽’이 임박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 3%는 성장해야 20만 개의 일자리가 생기는데 제로성장 시대엔 신규 취업이 사실상 중단된다. ‘일자리 패닉’에다 가계부채 급증, 소비 위축의 악순환이 이어지면 청년층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극단주의나 포퓰리즘 정치인들이 발호할 위험성도 높아진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절실한 시점에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으로 리더십과 권위에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 그렇다면 유일호 경제부총리라도 무게감이 있어야 할 텐데 현실은 딴판이다. 그가 주재한 19일 경제장관회의에 참석 대상 장관 17명 중 14명이 불참한 것은 정부 안에서조차 얼마나 영(令)이 서지 않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대로 주저앉을 순 없다. 유 부총리는 경제장관회의 멤버 장관들을 모두 소집해 긴급회의라도 열어 국민과 시장(市場)의 불안을 불식시켜야 한다. 야당도 최순실 의혹에 대해 추궁할 것은 추궁하되, 정략과 이념에 얽매여 경제 회복을 가로막아선 안 된다. 기업과 노동계까지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으로 책임감 있게 대처하지 못하면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크나큰 국가적, 국민적 비극을 다시 맞을 수도 있다.

6. ‘대통령의 위기’ 靑과 여당은 아직도 실감 못하나

새누리당이 어제 ‘비선(秘線)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청와대 수석 참모진과 내각의 대폭 쇄신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심사숙고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결사반대했던 새누리당이, 더구나 “나도 연설문 작성 때 친구에게 물어본다”며 무작정 대통령 보호에 앞장섰던 이 대표가 무슨 염치로 쇄신을 요구하고 사태 수습을 자임하는가.

25일 박 대통령의 대(對)국민 사과가 끝나기 무섭게 최 씨의 전방위 국정 개입 의혹이 또 터져 나와 나라 전체가 거의 패닉 상태다. 새누리당이 어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국정 쇄신 요구를 도출했다고는 하나 지도부야말로 친박(친박근혜)계가 대부분이다. 국민은 대통령의 진정성 없는 사과에 더 분노하는데 지도부는 그 사과를 받아들이면서 당 안팎의 지도부 사퇴 요구는 거부했다. 폐쇄적 국정 운영이 초래한 박 대통령의 ‘국기(國基) 문란’ 사태에 책임을 통감해야 할 친박계가 자신들만 살겠다고 청와대와 내각의 쇄신을 요구하는 형국이다.

청와대 참모진도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이 어제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국민에게 많은 아픔도 주셨지만 그에 못지않게 피해를 입고 마음 아픈 분이 대통령”이라고 말한 것은 황당하다. 그는 “어떻게 보면 좀 더 섬세하게 잘하시려고 하신 일인데 그 상대방에게 준 신뢰를 그 사람이 잘못 썼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별 잘못이 없다는 투다. 사안의 심각성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통령을 보좌한다며 국록을 먹고 있으니 대통령이 공사(公私) 구별을 못 하고 국기 문란 사태를 초래해도 막지 못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무엇을 심사숙고하는지, 또 최 씨의 ‘첨삭’을 기다리는지는 알 수 없어도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대통령 자신이 책임을 질 수 없는 것이 대통령제의 ‘한계’인 만큼 이 비서실장부터 우병우 민정수석,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그리고 최 씨와 오랜 연관이 있는 대통령비서실의 ‘문고리 3인방’부터 해임하는 것으로 국민 앞에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청와대 개편을 시작으로 최 씨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던 경제 관련 부처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을 중심으로 과감한 인적 쇄신을 서둘러 단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민심을 수습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하야와 탄핵 소리가 나오는 등 대통령을 향한 비판 여론이 갈수록 들끓고 있다. 야당에선 내각 총사퇴와 거국내각까지 요구하고 있지만 국정 공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있는 만큼 다시 한번 국민 앞에 나서서 진정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나부터 수사하라’는 각오도 밝혀야 한다. 박 대통령이 적시에, 그리고 과감한 수습책을 내지 못하면 성난 민심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대통령의 실패는 나라의 불행이다. 국가 리더십에 공백이 생기는 최악의 사태는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중앙일보]

7. 뒷북 수사로 조롱받는 검찰, 누구 위해 존재하는가

미르와 K스포츠재단 등을 상대로 한 검찰의 뒤늦은 압수수색에 많은 국민은 조롱과 비아냥으로 대꾸했다. 국가 최고의 사정기관이 국민적 신뢰를 받기는커녕 불신과 멸시의 대상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은 기사 댓글을 통해 “증거 확보가 아닌 증거 인멸 시도” “빈집털이”라고 묘사했다. 어쩌다 검찰이 바닥을 알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졌는지 참담할 뿐이다.

검찰의 뒷북 수사는 어제 이뤄진 9곳의 압수수색 장소 중 한 곳인 최순실씨와 고영태씨의 비밀 사무실 현장이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펜싱 선수 출신인 고씨는 최씨의 측근 인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관들이 문을 따고 들어간 사무실에는 집기와 문서는 하나도 없고 쓰레기만 잔뜩 쌓여 있었다고 한다.

건물 관계자는 “이삿짐센터를 불러 물건을 싹 빼간 지가 언제인데 사무실 안에 뭐가 있겠는가. 검찰이 가져갈 것은 일반 생활쓰레기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러니 “검찰이 빈집 청소를 해 준 셈”이라는 말을 듣는 것 아닌가. 최씨의 청와대 문건 유출 사실을 고발하는 언론보도가 없었다면 검찰이 이처럼 허겁지겁 수사에 나섰을까.

이런데도 자기 변명에만 급급하는 검찰의 태도는 무능함을 넘어 뻔뻔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는 압수수색 대상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청와대 인사 누구를 말씀하는 거냐”며 빠져나갔다. 뒤늦은 압수수색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하려면 영장을 청구하고 범죄사실을 소명해야 한다”며 “(법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비판만 하는 것에 서운한 감정이 있다”고 했다.

이러니 검찰의 존재 이유에 대한 회의와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 아닌가. 국회가 이 사건에 대한 특검법을 발의하고 특검을 발족하려면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검찰은 그동안만이라도 철저히 수사해 관련 자료 일체를 특검에 건네줘야 할 것이다. 검찰이 국민들에게 쓸모 없는 존재로 비춰지는 것은 국민들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검찰인가라는 국민들의 탄식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매일경제]

8. 이런 때 경제 흔들리면 한국호는 벼랑으로 간다

최순실 국기 문란 사건은 하나의 거대한 블랙홀이다. 우리 사회의 에너지가 모두 이 사건 속으로만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폭풍 정국에 휩쓸린 정치인들은 30년 된 헌법의 낡은 틀을 바꾸는 작업에도 손을 놓고, 400조원에 이르는 내년 나라 살림을 심의하는 데도 건성으로 임하고 있다. 밤낮 없이 민생을 챙겨야 할 관료들은 정권 말기 정국 소용돌이에 넋을 놓고, 최악의 취업난에 허덕이는 대학가에는 다시 시국 대자보가 나붙고 있다. 그러나 정작 가장 시급한 경제 현안들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그사이 한국 경제는 엔진도 방향타도 망가진 배와 같은 꼴이 되고 있다. 위기 조짐은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수출 부문은 성장률을 되레 0.6%포인트 끌어내렸다. 건설투자의 기여(0.6%포인트)를 빼고 나면 성장률은 언제든 마이너스로 추락할 수 있다.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9.5%로 9월 기준으로는 외환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에 이르렀다. 한국 대표 기업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마저 흔들리는 가운데 좀비기업 구조조정은 리더십과 전략 부재로 표류하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내년 한국 경제는 최악의 위기에 빠져들 것으로 염려되던 터였다. 여기에다 최순실 정국의 폭발력이 더해지면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사실 한국 경제는 1960년대 경제개발이 시작된 후 세 차례 큰 위기를 겪었지만 그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정치적 격변기인 1980년(성장률 -1.7%)과 외환위기 때인 1998년(-5.5%),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0.7%)에 잠시 성장 박동이 멈췄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다를 것이다. 한국 경제는 1인당 소득 3만달러에도 이르기 전에 이미 노쇠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프랑스와 독일보다 부유했던 아르헨티나가 한 세기 동안 줄곧 퇴보한 걸 결코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다.

이런 때 경제가 무너지면 모든 게 잘못된다. 반세기 동안 성장 가도를 달렸던 한국호는 벼랑에 몰리게 된다. 그럴수록 경제 살리기는 초당적인 의제가 돼야 한다. 대선을 앞둔 여야가 아무리 사생결단을 하더라도 경제 현안만은 제대로 챙겨야 한다. 최순실 사건이 경제 위기를 넘을 구조조정과 제도 개혁, 성장 정책을 뒷전으로 미루는 빌미가 될 수는 없다.

9. 국가운영 시스템 국무위원 중심으로 정상화하라

최순실 국정 개입 파문과 관련해 새누리당에서조차 청와대 수석 비서진과 내각의 대폭적인 쇄신에 대한 요구가 나왔다. 당내 비주류 쪽에서 이런 주장이 쏟아지자 어제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모았고 청와대에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야당 쪽에서는 그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발표 직후부터 비선 실세와 연결돼 국정을 농단한 청와대 참모진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고 대대적인 공세를 시작했다. 우병우 민정수석과 이른바 문고리 3인방 비서관을 함께 거명하며 즉각 물러나게 하라고 촉구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한목소리로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 교체 등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상황이니 박 대통령의 조속한 결단이 불가피해졌다.

민간인 최순실의 국정 개입은 단순한 연설문이나 홍보물 수정을 넘어 대통령의 복장 선택, 남북관계 기밀, 인사 문제 등 미치지 않은 부문이 없는 수준이다. 박 대통령의 사과문 설명과 달리 청와대 보좌진이 구축된 이후에도 최씨가 활개 치고 다닌 흔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의 표현대로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국민의 분노를 씻어내기 힘들다.

박 대통령은 차제에 이른바 비선 실세를 깨끗이 정리해야 한다. 공식 보좌진을 제쳐 놓고 뒤에 숨겨 놓은 특정인과 이들을 연결하는 문고리 비서관들에게 일을 맡긴다면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대통령이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비아냥을 들어서야 될 일인가. 모든 정책의 수립과 집행 그리고 사후 관리를 각 부 장관들 위주로 꾸려가야 한다. 그것이 대통령이 취임 후 지금까지 줄곧 강조해온 '비정상의 정상화'다. 현재 상황은 청와대 비서진이 업무를 챙길 수 있는 상황도 안 되는 데다 그렇게 해서는 정책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기도 힘들다.

청와대 비서진은 어디까지나 참모로만 활용하고 장관들이 책임지고 국정을 펼쳐가야 한다. 부처 장관들 간 업무 조정은 경제부총리, 사회부총리, 더 나아가 국무총리가 하면 된다. 그동안 박 대통령이 자주 갖지 않았던 국무위원들의 대면보고도 적극적으로 늘려 격의 없는 토론과 소통을 해야 한다. 헌법에는 정부의 중요한 정책을 심의하는 국무회의와 국무총리 및 장관들로 구성된 국무위원의 역할이 명문화돼 있다. 박 대통령은 헌법에 명기된 대로 국무위원을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해 국가 운영 시스템을 정상화하기 바란다.

[매일신문]

10. 새마을운동 세계화, 굶주림 구할 녹색혁명 씨앗될 수 있다

경상북도 세네갈 새마을 방문단이 김관용 도지사를 단장으로 지난 25일 새마을운동 세계화 현장 활동을 벌이기 위해 아프리카로 떠났다. 오는 31일까지 계속될 이번 방문은 아프리카 세네갈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이는 지난해 경북도가 현지에 조성한 영농 시범단지 쌀 생산량 급증에 따라 세네갈 대통령이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함이다. 말하자면 보은의 초청인 셈이다. 경북도가 추진 중인 새마을운동 세계화의 성과이자 희망이 아닐 수 없다.

경북도가 지난해 조성한 시범단지의 올 쌀 생산량은 종전 2.5t 규모에서 6.5t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1년 동안 경북도가 농업전문가 파견과 함께 농업기술 전수, 농기계와 농자재 지원, 현지 적합 벼농사 기술 개발 등 종합적인 노력이 거둔 결실이다. 또 놀던 땅을 논으로 조성해 120t의 쌀 생산 기반도 갖췄다. 시범농장 운영 등 새마을운동 지원을 위한 사업을 시작한 지 비록 1년의 짧은 기간에 거둔 성과지만 무척 고무적인 출발이다.

사실 경북도의 새마을운동 세계화 노력은 2005년부터 시작됐으니 벌써 10년을 넘었다. 그동안 베트남을 비롯해 아프리카 등 전 세계 여러 나라에 새마을 정신을 전파하고 있다. 10년 세월 동안 이들 나라에 보낸 새마을 봉사단원만 모두 2천410명에 이른다. 이들이 파견국에 뿌린 새마을의 씨앗은 바로 ‘따뜻한 대한민국’과 함께 ‘따뜻한 경북’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귀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이번 세네갈 시범농장 쌀 생산량의 획기적 증가에서 나타난 것처럼 새마을운동은 식량난과 굶주림에서의 해방을 위한 ‘녹색농업혁명’의 토대가 될 수도 있다. 이는 기아에 허덕이는 나라는 물론 인류에 보탬이 되는, 고귀한 박애와 홍익(弘益) 이념의 구현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과 경북도의 해외 시장 확대 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새마을운동의 세계 전파 노력이 지속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요 신문칼럼

1. [매일신문][데스크 칼럼] 마마보이 대신 사나이

초등학교 때부터 다른 학생들에 비해 탁월한 성적표를 만들어내며 부모의 기대를 한 번도 저버리지 않았던 A씨.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보다 더 어렵다는 특목고에 들어갔고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미국 대학에까지 진학한 그는 학부를 마친 뒤 석사는 물론 박사 학위까지 남들이 놀랄 만큼의 최단기간 내에 따냈다.

학위 논문 통과가 확실시된 어느 날. A씨는 기쁨에 넘치는 목소리를 담아 한국에 있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체력 좋은 미국인들도 힘들다는 박사 학위까지 따낸 아들이 너무나 대견스러운 엄마에게 박사님 아들이 수화기 너머로 건넨 첫마디. “엄마, 이제 나 뭐해야 돼?”

“엄마가 하라고 했거든요” “엄마가 뭐라고 하시거든요” “엄마가…엄마가…”라며 엄마를 벗어나지 못하는 요즘 일부 젊은 세대들을 풍자하는 우스갯소리다. 마마보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대구경북을 비롯한 대한민국 지방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서다. 엄마가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고, 다른 생각은 할 수 없는 마마보이. 그것이 바로 지금의 지방이다.

무서운 엄마 노릇을 멈추지 않는 중앙정부는 곳간부터 움켜쥐고 있다. 국가 세원의 80%를 중앙정부가 가졌다. 지방은 20%만 세원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지방의 힘으로는 재원을 마련할 수 없다. 일만 생기면 엄마에게 달려가는 아이처럼 지방정부 공무원들은 규모가 조금만 큰 사업이면 중앙정부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

집안 살림이 이 모양이다 보니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그래서 많이 하는 것이 축제다. 지방이 축제를 많이 하는 것은 중앙정부가 곳간 열쇠를 움켜쥔 채 다른 것은 못하게 하면서 축제할 만큼의 돈 쓰기만 허용하는 탓이다.

축제하느라 돈을 펑펑 쓴다고 중앙은 지방을 툭하면 나무란다. 엄마한테 돈을 타 쓰는 마마보이들은 돈을 아낄 필요는 물론 모아둘 생각도 갖기 어렵다. 다 쓰고 엄마한테 떼쓰면 또 주기 때문이다.

2014년 4월. 많은 국민들은 진도 인근 바다에서 침몰해간 세월호를 보면서 중앙정부의 일방통행식 대한민국 국가통치시스템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를 깨우쳤다. 아직 제대로 꽃도 피워보지 못한 고교생을 비롯해 수백 명에 이르는 국민의 생명이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빠져들었건만 통치 권력은 이를 지켜내지 못했다.

근대적 민주주의의 사상적 기초를 만든 17세기 영국의 정치철학자 토머스 홉스 이래 통치권이란 국민이 통치자와의 사회적 계약을 통해 통치자에게 양도한 것으로 정의돼왔다. 이 쌍방계약을 통해 통치자의 지배, 국민의 복종이 이뤄지는 국가가 성립했다. 국민이 통치자에게 통치권을 양도하는 대신 국가는 국민의 안전보장 등을 책임지는 계약, 사회계약설(說)이다.

하지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통치자와의 사회계약은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 국민은 복종의 의무라는 사회적 계약을 이행해왔지만 대한민국의 통치권은 무능했고 결국 통치자는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다.

능력도 모자라면서 대한민국 지방 구석구석을 모두 통제하고 간섭하는 중앙정부의 권력 독점 폐해가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낸다. 세월호 참사 때 해양수산부·교육부·해양경찰청 등이 각각 별도의 사고대책본부를 꾸리는 등 중앙정부 각 부처의 대응은 무능 그 자체였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 중앙정부를 지휘하는 청와대로의 과도한 권력 집중은 ‘비선 실세’까지 기생하게 만들었고 국정이 특정인에 의해 농락당하는 참극이 만들어졌다.

개헌 논의가 나왔다. 헌법에 지방분권 국가임을 명확히 규정, 재원과 사람, 권한을 지방과 중앙이 나누는 국가 대개조의 기회가 왔다. 지방이 중앙정부의 마마보이가 아닌 사나이다움을 회복할 때가 된 것이다.

독일·스위스 등 우리가 선진적 발전모델로 삼고 있는 나라는 중앙정부를 최소화하고 지방에 권한을 부여했다. 사나이다운 지방을 동력 삼아 권력형 부패가 드문 부강한 나라가 됐다. 우리는 왜 못한단 말인가?


2. [이데일리][목멱칼럼] '기대와 허무' 그 종이 한 장 차이

가수 아이유는 작년 이맘 때 새 앨범을 내놓고 팬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챗셔’(chat-shire)라는 제목의 미니 앨범에는 모두 7곡이 수록돼 있는데 곡 전체가 소아성애증(페도필리아)을 콘셉트로 했다. 특히 ‘제제’(Zeze) 라는 곡의 가사와 ‘스물셋’이란 곡의 뮤직비디오에 이런 분위기가 역력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악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이유 팬들은 그녀의 사과를 원했고 결국 아이유가 공식 사과를 했지만 일부는 만족할 만한 사과가 아니라며 음원 폐기청원까지 진행했다.

나름대로 기호학을 전공하거나 기호학적 토대 위에 대중문화평론을 하는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과다한 해석이라고 지적했지만 팬들의 악플은 그치지 않았다. 결국 아이유가 악플러에 대한 고소를 진행하자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이 사건은 광신(狂信)이 어떻게 혐오로 돌변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아이유는 데뷔 앨범을 통해 ‘국민여동생’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그녀는 언제까지 ‘여동생’으로만 존재할 수 없어 ‘싱어송라이터’ 혹은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하고 싶었다. 결국 그녀는 2집 제목을 ‘라스트 판타지’(Last Fantasy)라고 정하고 그녀에 대한 대중들의이미지와의 결별을 준비했다.


그러나 다수 팬들은 아이유가 여전히 국민여동생이라고 확신했다. 여동생 이미지를 벗어난 실질적인 첫 앨범 ‘모던 타임즈’가 나왔지만 일부 팬들은 성인을 선언한 그녀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이 믿고 있는 아이유가 중요했지 성장하는 아이유는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광신은 현실 공간에서 ‘아이유-장기하’의 공개 연애와 과감한 성적 이미지를 표현한 앨범 ‘챗셔’를 통해 거대한 도전을 받게 된다. 아이유는 팬들에게 ‘스물셋’이란 노래로 자기 나이를 인지시켰고 ‘제제’, ‘푸르던’, ‘안경’ 등을 통해 그녀가 더 이상 국민여동생이 아님을 보여줬다. 하지만 일부 팬들은 그녀의 자아선언을 인정하는 대신 자신 믿음을 깨뜨리고 환상을 부정해버린 그녀에게 배신당했다고 주장한다. 이들 팬들은 그녀가 국민여동생으로 남기를 거부했기에 더 이상 풋풋한 소녀가 아니라고 여긴다. 그러다보니 그녀에 대한 혐오는 어쩌면 귀결일지도 모른다.

세상이 ‘최순실 게이트’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아이유가 떠오른 것은 일종의 ‘데자뷰’라고 할 수 있겠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은 굴곡진 인생 여정을 걸어왔다.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은 세계사에 빛나는 경제기적을 일궈낸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딸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느끼고 싶었다. 이들에게는 자신이 알고 있는 박대통령이 그만큼 중요했다.

문제는 기대가 사라진 자리를 채운 허무함이다. 허무함은 강력한 힘이 있다. 단기간 내 사람들을 뭉치게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안은 결코 만들어 낼 수 없는 소모적인 감정에 지나지 않는다.

최순실 게이트로 국민과 정치권은 격랑에 휩싸였다.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국가 정책 방향을 담고 있는 대통령 연설문 등이 외부 특정인에게 전달됐다는 사실은 사실 국가 기틀을 흔들 수 있는 사안임에는 틀림없다. 박 대통령이 대(對)국민 사과를 했지만 해명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심지어 ‘탄핵’, ‘청원’ 등 섬뜩한 단어가 등장할 정도이지만 정치권은 책임 넘기기로 요동치고 있다.


무엇보다 박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해온 이들이 지금 느끼고 있는 충격과 허무함은 과연 어떻게 달래야 할 것인가.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존중해야 하는 힘은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게 하는 ‘합리적 사고’다. 대안과 비전을 탄생시키는 것은 언제나 상식이란 따뜻한 그릇 안에 담긴 차가운 이성이었으니 말이다.


3.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검은 고양이의 날

10월 27일은 영국 동물학대방지협회(RSCPA)와 90년 전통의 영국 고양이 보호단체인 ‘캣츠 프로텍션 Cats Protection’등이 정한 ‘검은 고양이의 날 Black Cats Day’이다. 고양이 중에서도 가장 푸대접 받는 게 검은 고양이이고, 그 차별을 극복하자는 게 기념일의 취지다. “진짜 아름다움은 털가죽 아래에 있다(The Beauty is more than fur deep)”는 게 이 날의 모토지만, 털가죽 속을 들여다볼 것도 없이 검은 빛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고 여기는 이들도 물론 적지는 않을 것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고양이 중에서도 검은 고양이가 특히 신성시됐다는 설이 있다. 이집트의 다산과 풍요의 신 바스테트(Bastet)의 얼굴이 검은 고양이다. 북유럽 켈트 신화에서도 검은 고양이는 특별히 존중 받았다. 그들은 요정이 주로 검은 고양이의 형상으로 현현한다고 믿어 검은 고양이가 집이나 마을에 나타나면 행운의 징후로 반겼다.

옛 신화의 인식이 뒤집힌 것은 기독교 문화와 관련 있다. 한 마디로 이교 신앙에 대한 철저한 배격. 빛의 예수와 반대편에 선 어둠의 존재들, 곧 마녀나 악마가 검은 색으로 상징되면서 까마귀나 검은 고양이는 악마의 전령으로 지목 당했다. 중세에는 검은 고양이를 기르는 것 자체가 일종의 모험이었고, 사람과 고양이가 함께 해를 입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를 악마의 화신이라 여기는 이는 이제야 없겠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불길하게 혹은 탐탁찮게 여긴다고 한다. ‘캣츠 프로텍션’조사에 따르면 검은 고양이의 경우 입양되지 못하고 보호시설에 머무는 기간이 다른 고양이보다 13% 길다. RSPCA는 2015년 현재 보호시설에 수용된 고양이의 70%가 검은 고양이이거나 검은색 바탕에 다른 색이 조금 섞인 고양이라고 밝혔다.

이날은 검은 고양이와 함께 사는 이들이 SNS 등을 통해 자기 고양이의 특별한 매력을 한껏 자랑하는 날이고, 고양이와 함께 지내지 못하는 이들이 보호단체에 기부하는 날이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최소한 검은 고양이에 대한 편견이라도 조금 눅여 보자는 날이다.


4. [서울신문][문화마당] 어떤 사부곡/정재왈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

올해도 예외는 없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분위기로 돌아가는 이맘때, 그 초대장은 어김없이 나에게도 도착했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 우체국 소인이 찍힌 초대장을 보낸 이는 ‘김상열연극사랑회’였다. 예술계에는 명망 있는 예술가의 이름을 앞세운 각종 상이 많고 사연도 제각각이다. 김상열연극사랑회가 주는 상도 그중 하나인데, 그럼에도 이 상은 좀 유별난 데가 있다.

엊그제 ‘김상열연극사랑의집’에서 열린 ‘김상열연극상’ 시상식에서는 극작·연출가 윤한솔이 18번째 주인공이 됐다. 어감은 별로지만 장기 있는 노래를 뜻하는 ‘18번’을 염두에 둔다면 영광스런 차례라 생각했다. 우선 역대 수상자 이력의 공통점을 꼽자면 극작과 연출을 겸한 인물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 대목에서 주목해야 할 사람, 호명된 상의 주인공인 김상열이다.

1998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김상열은 극작과 연출로 대단한 명성을 이룬 현대 연극의 대가였다. 예순도 안 된 나이(57세), 요즘 100세 시대를 염두에 두면 안타까운 요절이었다. 연극에 관한 같은 이상을 가진 사람들이 집단을 이뤄 활동하던 ‘동인제극단’ 시절 극단 가교에서 출발해 극단 현대극장과 극단 신시로 이어지는 30여년 동안 170여편의 희곡을 쓰고 연출했다.

그의 다작(多作)은 한국 연극의 높은 개방성과 놀이성을 상징하는 성과로 평가받는다. 연극평론가 서연호는 특히 “셰익스피어와 브레히트의 정신과 방법을 우리 토박이 말과 몸짓으로 수용”한 점을 높이 인정한다. 그의 연극관은 1988년 극단 신시 창단으로 정점을 이루었고, 일찍이 극단 안에 뮤지컬컴퍼니를 병설로 두어 오늘날 뮤지컬 발전의 토대를 다졌다.

이런 과거의 김상열을 끊임없이 오늘에 되살리는 일을 누군가가 하고 있다. 그 증표가 김상열연극상이요, 구심점이 김상열연극사랑회다. 18년이 지난 지금도 죽은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잊지 못해 부르는 미망인의 사부곡(思夫曲), 그게 김상열연극상이다. 연극적인 업적과 공헌도를 볼 때, 마땅히 나라에서도 치하해야 할 일을 혼자 하고 있는 사람은 고인의 부인 한보경이다.

두 사람은 1981년 극단 현대극장의 연구생과 연출가로 처음 만났다. 마흔 노총각은 잔심부름을 거들던 스물셋 배우 지망생에게 금세 빠져 5년 뒤 결혼했다. 극적인 만남과 사랑이었다. 그러나 남편과의 사별로 결혼 생활은 길지 못했고, 그에 대한 존경과 애틋함을 표현하고자 한씨는 남편을 기리는 일에 평생 매진하기로 결심했다. 이를 실천에 옮긴 지 어언 18년이 흘렀다. 여전히 주변에선 “무슨 돈이 있어서 그러느냐”며 비아냥거리지만 한씨는 개의치 않고 한길을 묵묵히 걷고 있다.

김상열연극상 운영은 만든 계기만큼 정말 소박하다. 김상열연극사랑회를 이끄는 연극인들이 그해 활약이 두드러진 극작·연출가 한 명을 뽑아 시상하는데, 상금은 매년 한씨가 사재를 털어 마련하는 410만원이다. 상금액은 김상열이 태어난 해인 1941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기념하는 희곡집 출간과 시상식 준비 등 수월찮게 드는 경비도 자급자족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부끄럽지 않은 정도는 되니까. 30년대에 태어나셨으면 어쩔 뻔 했나. 상금에 10만원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도 재밌고.” 김상열의 애제자였던 배우 김갑수의 너스레다. 6년 전부터는 김씨 모교인 중앙대 연극학과 학생에게 연극장학금(100만원)도 주고 있다. 문화융성이라는 거창한 구호가 부끄러운 요즘 신념의 진실을 실천하는 어떤 갸륵한 사부곡을 전한다.


5. [동아일보][횡설수설/고미석] 의지할 사람 있나요?

지구촌에서 가장 너그러운 나라는? 세계 최빈국 그룹에 속하는 미얀마가 3년 연속 1위다. 미국과 호주는 그 뒤를 이어 2, 3위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가장 인색한 나라는?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이 불명예를 차지했다.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이 25일(현지 시간) 발표한 세계기부지수(World Giving Index) 보고서에 따르면 미얀마의 기부지수는 70%, 중국은 11%였다.


2008년부터 CAF는 기부금, 자원봉사, 낯선 사람을 돕는 비율 등을 조사해 기부지수를 산출한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통념과 달리 주요 20개국(G20) 중 기부지수 20위권에 든 나라는 5개국에 불과하다. 반면 미얀마는 나라는 가난해도 국민의 91%가 기부를 실천했다. 없이 사는 서러움을 겪는 사람들이 같은 처지의 사람들 마음을 더 잘 헤아린 것일까. 내전으로 고통받는 이라크가 2년 연속 친절한 나라 1위에 꼽힌 것도 눈길을 끈다. 응답자의 81%가 “모르는 사람을 도와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의 기부지수는 33%, 75위다. 순위가 올라도 시원찮은데 지난해 64위보다 11계단이나 추락했다. 자원봉사 비율 18%, 자선단체 기부 경험 35%, ‘낯선 이를 도운 적이 있다’는 응답은 46%다. 부자나라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회신뢰도 조사에서도 한국은 ‘남을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설문에 26.6%만이 그렇다고 답해 23위였다. 사회 네트워크 수준도 최하위권이다. ‘필요할 때 의지할 사람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35개국 중 꼴찌에서 두 번째다. 

어제 대한상의는 한국의 사회신뢰도가 덴마크 같은 북유럽 수준(69.9%)으로 올라가면 4%대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나눔의 사회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온기가 도는 행복한 나라로 가는 길이자 경제 발전의 길인 셈이다. 지난달 성인(聖人)에 추대된 테레사 수녀는 가난과 굶주림이 존재한다는 사실보다 그들에 대한 무관심을 더 가슴 아프게 여겼다. “사랑의 결핍은 커다란 죄악”이란 말씀, 새삼 가슴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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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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