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동아일보]

1. 박 대통령, 국정마비 상태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秘線)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이 드러난 이후 사실상 국정 마비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내부 기밀이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자체 조사조차 하지 않는 상황이다. 민정수석실에서 나서야 하지만 우병우 민정수석비서관부터 조사를 지휘할 처지가 못 된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어제 임시 국무위원 간담회를 열었으나 “공직자는 일거수일투족에 신중하고 자중해야 한다”는 하나 마나 한 얘기에 그쳤다. 내년 예산을 심사해야 할 국회는 연일 최순실 의혹을 지적할 뿐 특검 도입에 합의하지 못했다. 대학가에선 교수와 학생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주말에는 촛불시위까지 벌어질 조짐이다.

‘최순실의 난(亂)’으로 불릴 만한 국정 농단으로 대통령의 자격론까지 나온다. ‘박근혜 정부’였는지, ‘최순실 정부’였는지 모른다는 말까지 돌면서 정부의 정통성까지 흔들리는 판이다. 헌법상 대통령책임제인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다. 국정 농단의 전모는 그것대로 밝히되 이런 때일수록 냉철한 수습방안을 내놓는 것이 시급하다.

야권의 대선 주자들은 연일 ‘거국(擧國)내각을 구성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통령의 권한을 최소화하고 여야 합의로 새로 임명한 총리가 국정을 수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당 일각에서도 동조하는 소리가 나온다. 거국내각이란 야당이 내각에 참여해 국정을 함께 운영하고 야당이 용인하는 국무총리가 사실상의 행정부 수반을 맡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임기가 1년 4개월 남은 대통령을 ‘식물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은 원칙적으로 현행 헌법체계와 맞지 않다. 총리와 대통령의 갈등, 내각 내 여야 각료의 반목으로 국정이 어디로 굴러갈지 모른다. 이 때문에 과거 정부에서도 말은 숱하게 나왔어도 헌정 사상 단 한 번도 구현된 적이 없다.

정확한 진상 규명 없이는 어떤 거국내각이 들어서도 민심을 수습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야당이 주장하는 거국내각 자체가 정국 수습을 더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다. 신뢰를 잃은 대통령이지만 그래도 박 대통령이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먼저 진실을 숨김없이 밝히는 수밖에 없다. 최 씨의 국정 농단과 관련된 인사들이 수두룩한 청와대부터 전면 개편하고, 정국 수습용 개각을 단행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 국민이 수긍하고,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는 인사를 발탁해 권한을 강화하는 헌법상의 ‘책임총리제’를 구현해 국정 운영의 상당 부분을 맡기는 것이 현 국면에서는 오히려 ‘비정상의 정상화’다.

책임총리제는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그제 새누리당의 청와대·내각 전면 쇄신 요구에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했다. 또다시 실기(失期)해서는 안 된다. 정치는 타이밍이다.

2.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한 최순실의 수상한 인터뷰

도피 중인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대통령 연설문 유출을 제외한 모든 국정 농단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독일의 한 호텔에서 가진 27일자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2012년 대선 전후 (박근혜 대통령의) 마음을 잘 아니까 심경 표현에 대해선 도움을 줬다”고 연설문 수정을 시인하면서도 국정과 인사 개입,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 유용 의혹에 대해서는 “말이 안 된다” “기억이 없다”며 빠져나갔다. 박 대통령이 25일 대(對)국민 사과에서 밝힌 ‘범위’만큼만 잘못을 인정하는 치밀한 발언이다.

지금까지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진 내용까지 부인한 최 씨의 발뺌 인터뷰에 국민의 분노는 더욱 끓어오르는 분위기다. JTBC에서 수정된 대통령 연설문 44건이 들어 있는 것으로 보도된 태블릿PC에 대해 최 씨는 “나는 태블릿PC를 쓸 줄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최 씨의 대통령 연설문 수정 사실을 세상에 알렸던 고영태 더블루케이 이사가 “최 씨가 평소 태블릿PC를 들고 다니며 연설문이 담긴 파일을 수정했다”고 말한 것과 어긋나는 내용이다.

최 씨의 발언 속에는 의미심장한 ‘신호’도 엿보인다. 태블릿PC가 자기 것이 아니라면서도 “유출 경위를 검찰이 확인해봐야 한다”고 주장한 점은 2014년 말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논란이 불거졌을 때 박 대통령이 ‘문건 유출은 국기(國基) 문란 사건’이라고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던 것과 유사하다.

최 씨는 안종범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 대해 “그들도 나를 알지 못할 것”, 정호성 비서관에 대해서는 “청와대에 들어간 뒤에는 만난 적이 없다”고 말해 향후 수사에 대비한 ‘답변 지침’을 주는 듯했다. 그의 사무실로 대통령 보고자료를 들고 왔다고 폭로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에 대해선 ‘5억 원을 달라고 협박한 미친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그러고도 최 씨는 “신경쇠약에 걸려 (한국에) 돌아갈 상황이 아니다”며 사실상 귀국 거부 의사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최 씨를 즉각 귀국시켜 어제 발족한 특별수사본부의 조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선 실세를 보호하려다 국민과 등진 대통령이 될지 모른다.

[이데일리]

3. 삼성의 ‘이재용 시대’ 개막에 기대한다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이 어제 열린 삼성전자 임시주총에서 등기이사로 정식 선임됐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2008년 퇴진한 이후 8년여 만에 오너 일가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경영을 본격화하려는 행보다. 그동안 후계자의 신분이었던 데서 그룹 경영을 이끄는 최고 사령탑의 위치에 올랐다는 의미를 지닌다.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그룹에 ‘이재용 시대’가 열렸다는 뜻이다.

이 부회장이 이날부터 경영 전면에 나섰지만 헤쳐 나가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일단 그룹의 대외협력을 강화하고 그동안 쌓아온 국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인수·합병(M&A)과 신규사업에 나선다는 것이지만 그러한 정도로는 부족하다. 그룹 경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미래 먹거리’까지 챙겨야 하는 부담까지 떠안고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길 바란다.

당장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로 표면화된 삼성전자의 위기 사태를 돌파해야 한다는 과제부터가 만만치 않다. 발화 원인을 규명하고 리콜에 이어진 후속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어제 3분기 매출 및 영업이익 확정실적을 각각 47조 8200억원, 5조 2000억원으로 공시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29.7% 줄어들었다고 밝힌 현실이 이 부회장의 새로운 출발선이나 다름없다.

더 나아가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중장기적인 노력이 따라야 한다. 내부의 수직적인 업무관행과 조직체계의 혁신 과제도 주어져 있다. 무엇보다 이병철·이건희 회장의 경영 노선을 이어받으면서도 한 단계 발전시킨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 이날 주총에서 그의 등기이사 선임에 찬성한 주주들의 박수소리를 무거운 책임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4. 그렇다고 나라를 결딴낼 수는 없다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對)국민 사과에 이어 최씨도 그제 독일 현지에서 가진 국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정개입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그래도 의혹은 여전하다. 최씨가 연설문 수정 등 특정 분야에서 정권 초기까지만 관여했다는 해명이 거짓이라는 증언과 증거가 속출하면서 오히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최씨는 대통령 연설문과 군사·외교 비밀, 청와대·내각 인사 등의 대외비 문건을 미리 받아 고쳤을 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부동산 개발 정보와 교육부의 체육특기자 입학요강 문건도 열람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례없이 광범위한 국정 농단의 와중에 사리사욕 챙기기에도 손길을 뻗쳤다는 얘기다. “신의로 했을 뿐 국가기밀인 줄 몰랐다”는 군색한 변명에 넘어갈 국민은 거의 없다. 전국이 벌집 쑤신 듯 들고일어나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야권이 박 대통령의 탈법을 정조준하자 위기를 직감한 여당은 재빨리 특검을 수용했고, 대학가에서는 교수와 학생들이 진상 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촉구하는 시국 선언에 돌입했다.

나라가 결딴나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려면 박 대통령의 결자해지 의지가 필요하다. 우선 모든 것을 털고 가겠다는 환골탈태의 자세로 ‘성역 없는 특검’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번 같은 ‘꼬리 자르기’ 해명과 ‘찔끔 사죄’로는 무기력한 대통령으로서 남은 임기 16개월 내내 온갖 수모가 기다릴 뿐이다. 최씨를 당장 소환해 법정에 세워야 하는 것은 물론 자기 자신도 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최소한의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과 우병우 민정수석,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등 이번 사태에 연루된 참모들을 비롯한 비서진도 물갈이해야 한다.

차제에 전면 개각을 단행하고 국정운영 방식도 비선 조직 의존에서 국무위원 중심의 공조직 활용으로 전환해야 한다. ‘소통령’, ‘홍삼 트리오’, ‘봉하대군’, ‘영일대군’ 같은 비선 실세의 국기 문란이 정권마다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사태를 원천 봉쇄하려면 대통령 개인의 감상적 호소와 반성보다는 제도적 개선과 시민의식 고취에 주력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친박(親朴) 진영의 해체로 여당 내분을 즉시 끝장내는 것도 요긴하다. 거국내각이냐, 중립내각이냐 하는 것은 그다음 문제다.

야권도 박 대통령이 잘못을 참회하고 국기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대국적 견지에서 협조를 아끼지 않는 발상의 전환이 바람직하다. 국정 붕괴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는 기본적인 명제까지 잊어선 안 된다. 지금이 정국을 계속 흔들어댈 절호의 기회라는 당리당략 차원의 접근은 곤란하다. 정권이 밉다고 나라까지 거덜낼 수는 없다.

[서울신문]

5. 참담해도 공직사회는 흔들려선 안 돼

공직사회가 최순실씨 국정 농단 사건으로 공황 상태에 빠졌다.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한 것만 해도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충격적이다. 그런데 최씨가 인사와 외교 문제에까지 관여했다는 것은 정상적인 국가라면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제는 최순실씨가 연설문을 고치는 수준을 벗어나 대북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1월 대북 확성기를 통한 심리전 재개와 2월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도 청와대나 해당 부처의 정식 절차를 거쳤다기보다는 비선에서 결정됐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대통령이 2014년 새해 기자회견에서 제시한 ‘통일 대박’도 정부 유관 부처가 아니라 최씨 등 비선의 의견이었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하나가 부정되면서 모든 게 부정되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모든 정부 정책이 부정돼 국정이 마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정 마비라는 불행한 사태는 결코 발생해서는 안 된다.

중앙정부는 공직자에 의해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의견을 수렴과 정책 결정도 매뉴얼에 따라 이뤄진다. 많은 공직자가 밤을 새워 만든 정책 보고서가 대통령이 아닌 최순실씨에게 보고된 것이 사실이라면 국정 농단도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공직자로서 자괴감과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따르는 것은 공직자의 기본 자세다.

그런데 공직자들에게 전달된 지시 사항이 최씨의 얘기였다고 의심하는 순간 영이 설 수가 없다. 장관은 왜 있으며, 청와대 참모들이 왜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공직 기강이 바로 설 수가 없다. 지난 4·13 총선 이후 공직사회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얘기가 많았다. 이제는 손을 놓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우리 앞에는 해결해야 할 수많은 과제가 놓여 있다. 경제 활성화와 양극화 해소, 산업 재편 및 구조조정, 가계부채 해소, 부동산 대책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여기에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 북핵 문제도 지난한 과제다. 이러한 과제는 지방정부가 아닌 중앙정부의 몫이다. 행정부의 마지막 보루는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아닌 공직자들이다. 공직자들이 본분을 지키면 국정 마비 사태는 막을 수 있다. 모든 공직자들이 흔들리지 않고 국정을 이끌고 간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 한다.

6. 최순실, 국민 우롱하지 말고 즉시 귀국하라

연일 국민은 패닉 상태다. 최순실이라는 이름 석자 만 들어도 뒷목을 잡게 되는 지경이다. 백번 접어 비선 실세들의 전횡은 역대 어느 정권에도 없지 않았다. 그래도 이 정도의 막장극은 아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미리 받아 일일이 고치고 외교안보 등 국가 기밀 자료까지 앉아서 주물렀다. 국정 농단의 장본인은 조직 생활 한번 제대로 해 본 적 없는 민간인이다.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씨가 정책과 정부 인사마저 마음대로 기획했던 정황이 시시각각 ‘다채롭게’ 확인되고 있다. 이런 수준의 나라에 살고 있었는지 국민은 분노를 넘어 자괴감을 느낀다. 초등학생들조차 최순실 때문에 나라가 망할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참담할 따름이다.

이런 와중에 어제는 독일에 잠적했다는 최씨의 인터뷰 보도가 나왔다. 세계일보와의 현지 인터뷰에서 그는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한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국가 기밀로서 문제 될 줄은 몰랐다”고 변명했다. 연설문 부분만 겨우 인정했을 뿐 나머지 쏟아지는 의혹은 전부 부인했다.

국민 반응이 어땠는지 청와대와 검찰은 살폈는지 묻는다. 분노와 탄식에는 기름이 더 부어졌다. 변명과 부인으로 일관된 인터뷰 내용이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문과 거의 일치한다는 의혹이 되레 꼬리를 문다. 오죽했으면 청와대와 사전에 입을 맞춘 ‘기획 인터뷰’라는 의심이 파다할까. 명백한 증거가 확보된 의혹들까지 부인하며 귀국을 거부하는 최씨는 스스로 화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면 청와대도 움직여야 한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최씨에게 조기 귀국을 설득하고 종용해야 할 것이다.

어제 검찰은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했다. 구멍가게 수사팀으로 시늉만 하려다 여론에 떠밀려 규모를 키웠다. 대체 이 지경에 무슨 눈치를 더 보고 있는지 한심하다. 고발 접수 한 달 만에 압수수색을 하고, 언론이 확보한 자료나 건네받는 검찰은 쥐구멍을 찾아야 한다. 기자도 찾는 최씨의 행방을 확인하지 못한다고 했다. 소도 웃었다.

특검과 별개로 늦었더라도 검찰은 제대로 된 수사를 보여 주길 바란다. 작정하고 도피한 최씨를 소환하는 작업은 사실상 복잡해졌다. 영장을 발부해 범죄 혐의자를 인도받는 데도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국제사법 공조를 서두르고 하루빨리 국내 자산을 동결해 백방으로 최씨를 압박해야 한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지금 만회하지 못하면 국민은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다.

[세계일보]

7. 청탁금지법 시행 한 달, 시행착오 조기 수습을

부정과 비리가 싹트는 접대문화 개선 기치를 내걸고 지난달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1개월이 됐다. 접대가 줄어들면서 사회가 건강해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민간소비가 위축되는 등 사회 분위기가 냉랭해지고 있다. 이른바 3·5·10만원 규정 때문이다. 법 제정 취지를 살리고 부작용 개선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

일 평균 법인카드 이용을 분석한 결과 2차 문화가 점차 줄어들고 접대문화가 요식업종을 중심으로 간소화하는 추세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골프접대가 줄면서 주말·휴일 여가 문화에 변화 조짐도 뚜렷해지고 있다. 관가 주변 한정식 또는 고급식당이 문을 닫거나 업종전환을 하고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3건의 위반 사건이 재판에 회부됐다.

1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아 재판에 간 사례는 없다. 공직사회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어서 반갑다. 청탁을 하지도 말고 받지도 말자는 청탁금지법이 사회에 미친 긍정적 영향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부작용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회를 맑고 깨끗하게 하는 법의 조기 정착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러나 혼란도 없지 않다. 대학의 조기취업생 학점 부여와 취업 추천이 불법이 돼서 학생들이 아우성이다. 자동차 제조업체 BMW가 내달 5시리즈 신형을 소개하는 유럽행사에 한국 기자들만 초청 대상에서 빼놓은 것도 청탁금지법 때문이라고 한다. 대관업무를 하는 기업체 임직원들은 손발이 묶였다며 신사업 추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공무원들은 아예 민원인들을 만나지 않고 조기 퇴근해 버리고 있다. 공직자들이 본보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 복지부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를 위축시키고 기업활동을 억제하자고 만든 법이 아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조사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조직적이고 은밀한 공직자들의 부정부패 고리를 자르자고 만든 게 청탁금지법이다. 순기능은 반갑지만 역기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시행착오를 조기에 수습하는 것이 법 정착을 앞당기는 지름길이다.


​[매일경제]

8. 김수남 총장, 검찰 명예걸고 우병우 넘는 결기 보여라

민간인 최순실 씨의 국정 개입 파문을 파헤칠 검찰의 특별수사본부가 어제 구성됐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수사의 중요성이나 대규모 인력 동원 필요성 등을 감안해 고심 끝에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지휘를 맡겼다는데 상황 전개를 감안하면 한시가 급하다. 이 지검장은 "성역 없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실체를 규명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아무리 큰소리를 쳐본들 국민의 시선은 따갑다.

언론에서 관련 의혹을 한 달여 전부터 제기하고 몇몇 당사자는 고발까지 됐지만 미적대다가 지난 26일에야 최순실 씨의 집 등 9곳 압수수색에 나설 만큼 소걸음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에 사건을 배당하고도 압수수색에 나서기까지 21일을 날린 후였다. 그사이에 핵심 관련자들이 해외로 도피하고 증거를 인멸하는 걸 검찰이 방조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직무유기를 넘어 공범 아니냐는 지탄까지 나왔을 정도다.

급속히 악화되는 시중 여론과 검찰의 더딘 행보에 새누리당이 먼저 특별검사에게 수사를 맡기자고 나섰고 더불어민주당도 동의하면서 여야가 어제 특검 출범을 위한 세부협상에 착수했으니 검찰의 수사는 어차피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새누리는 상설특검을, 더민주는 별도특검을 각각 주장하며 맞서는 데다 국민의당이 아직 특검 자체에 이견을 보이지만 대세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수사는 중요하다. 검찰의 특별수사본부가 특검 출범 전까지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검찰 수사가 특검의 기초가 되고 특검이 검찰에서 못 밝힌 사실을 밝혀낼 경우 대한민국 검찰의 명예가 바닥까지 추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진상 규명 요구가 큰 만큼 사명감을 갖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전방위적으로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아직도 검찰 수사에 관여할 수 있는 자리에 남아 있지만 검찰이 수사에 우 수석의 눈치를 보거나 정치적 저울질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최순실 수사는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로 벌여야 하는 진검승부다. 검찰은 지금 상황이 얼마나 위중한지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김수남 검찰총장과 특별수사본부 소속 검사들은 이번 수사에 조직의 명운을 걸고 나서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고 검찰의 신뢰를 회복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국민 앞에 검찰의 결기를 보여줘라.

[중앙일보]

9. 국무회의, 국토부 자료 유출 ··· 어디까지 놀아난 건가

최순실씨를 둘러싼 의혹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엔 최씨가 청와대를 통해 국무회의 ‘말씀자료’부터 대학 입시 정보, 부동산 개발 관련 자료까지 온갖 문건들을 전달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체 청와대가 얼마나 최씨의 손아귀에서 놀아났다는 얘기인가.

JTBC가 입수한 최씨의 태블릿 PC에는 2013년 7월 박근혜 대통령의 ‘제32회 국무회의 말씀자료’라는 문서 파일이 있었다. 국무회의 3시간 전에 최씨 측에 전달된 이 문서에는 “체육계 비리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대통령 발언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당시 승마선수인 최씨 딸 정유라씨 쪽에서 심판 관련 민원을 제기한 상황이었다. 또 TV조선에 따르면 최씨 사무실에서 확보한 문건 중에는 2014년 나온 체육특기자 대입 관련 대책 자료가 있었다고 한다. 정유라씨는 당시 고교 3학년으로 같은 해 말 이화여대에 체육특기생으로 합격했다. 또 최씨는 자신이 소유 중이던 상가 주변의 개발 정보와 관련된 국토교통부의 청와대 보고 문건을 보관하고 있었다.

박 대통령이 지난 25일 시인한 연설문뿐 아니라 광범위한 문건들이 청와대에서 유출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최씨가 해당 문건들을 딸의 대학 진학이나 재산 관리 등 개인적 목적에 활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등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되는 청와대 자료 시스템으로 볼 때 문건 유출이 청와대 내부의 한 개인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주목할 것은 국무회의 말씀자료 등 상당수 문건의 파일 최종 저장자로 기록된 아이디(narelo)가 정호성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것이란 사실이다.

청와대는 이 민감한 문건들이 왜 최씨에게 전달됐는지 그 경위를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할 것이다. 검찰도 청와대 압수수색에 대해 “수사 상황에 따라 판단할 것”(이영렬 특별수사본부장)이란 원론적 언급에 그치지 말고 성역 없는 수사 의지를 보여야 한다. 중요 정부 정책을 관장하는 청와대 문건들이 민간인 사무실이나 PC를 통해 돌아다녀서야 어떻게 국가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매일신문]

10. 아파트 특별공급 받아 부동산 투기 열 올린 중앙 공무원들

세종시로 이주한다며 특별공급 받은 아파트를 되팔아 시세 차익만 챙긴 중앙 부처 공무원 2천85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 가운데 55명은 법으로 정한 4년 전매 제한 기간까지 어겨가며 불법 전매한 사실도 드러났다. 행정중심복합도시로서의 세종시를 살리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공무원 대상 아파트 특별 공급이 부동산 투기만 부추긴 꼴이다.

정부는 세종시로 옮긴 중앙 부처 공무원들의 조기 정착을 돕는다며 분양 물량의 70% 정도를 일반 분양 경쟁 없이 특별공급했다. 2010년 10월부터 2013년 말까지 이렇게 공급한 아파트가 9천900여 가구에 이른다. 그런데 이 가운데 수천 명이 실제 입주도 하지 않은 채 분양권 전매를 통해 시세 차익만 거둔 것이다. 이들은 분양 초기에 비해 2012년부터 아파트값이 폭등하자 대거 분양권 전매에 나섰다.

이번 사례는 공무원들의 법적, 도덕적 해이의 극치다. 현행 주택법은 주택공급질서 교란 행위를 금지하고 전매 행위도 제한하고 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공무원들이 특별공급 받은 분양권 전매를 통해 시세 차익만 챙긴 것은 엄벌해 마땅하다. 더욱이 적발된 공무원 중에는 부동산 투기를 감시해야 할 국세청과 국토교통부 소속 공무원도 포함돼 있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검찰은 이들 공무원들에 대한 수사 결과를 각 기관에 통보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관계 기관은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기관의 자체 징계는 늘 그래 왔듯 제 식구 감싸기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절대 안 될 일이다. 인원이 많다고 해서 징계가 소홀해지면 공직 기강을 바로잡을 수 없다. 집 없는 서민들은 내 집 마련에 허리가 휠 지경인데 공무원들이 공직을 이용해 손쉽게 시세 차익을 얻도록 내버려두는 사회는 정의롭지 않다.


주요 신문칼럼

1. [동아일보][광화문에서/김상훈]‘혼족’ 전성시대

“조조 영화를 봤어. 그 다음엔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고. 그렇게 혼자 보내는 휴가도 나쁘지 않더라.”

얼마 전 친구가 이틀짜리 휴가를 쓴 다음에 한 말이다. 아내는 약속이 있다고 나가 버리고, 아들은 학교에 가버리니 혼자 할 게 없더란다. 시간이 아까워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영화관이며 카페를 돌아다녔다. 친구는 “40대 후반에 혼자 놀기란 걸 해보니 의외로 괜찮던데…”라며 웃었다.

혼자 삶을 즐기는, 이른바 ‘혼족’ 문화가 많이 정착된 듯하다. 과거에 젊은층에서만 유행하던 것이 지금은 중장년층까지 꽤 확산됐다. 혼자 밥을 먹으면 혼밥, 혼자 술을 마시면 혼술, 혼자 여행 가면 혼행, 혼자 놀면 혼놀…. 혼족 문화와 관련된 신조어들은 이미 누구에게나 익숙한 보통명사가 됐다. 인터넷에는 혼밥족 레벨 테스트까지 돌아다닌다. 20, 30대는 오래전에 접했을지도 모르겠지만 40대 이후 세대에겐 낯설 수 있으니 한번 테스트해 보시라.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나 라면을 혼자 먹을 수 있다면 1레벨은 통과다. 푸드코트, 패스트푸드점, 분식집, 중국집 같은 일반음식점이 2∼5레벨이다. 여기까지는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그 다음부터는 망설이는 사람들이 나올 것 같다. 6레벨이 전문요리점, 7레벨이 패밀리레스토랑, 8레벨이 2인분이 기본인 음식점이다. 마지막 9레벨은 바로 술집이다. 술집에서 당당히 혼술을 할 수 있으면 최고의 경지에 오른 셈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술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이 있으면 나도 모르게 힐끔힐끔 쳐다봤었다. 그 사람의 등짝만 봐도 외로움이 느껴지는 듯했다. 요즘에는 ‘혼자=외로움’이란 등식이 사라졌다. 혼족은 외롭지도,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도 않는다. 대인관계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도 없다. 혼족 문화는 자발적으로 편안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부정청탁금지법 때문에 혼족 문화가 확산된다는 해석도 나온다. 법 시행 이후에 빨리 귀가해 집에서 혼자 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편의점이나 온라인쇼핑몰에서 술이나 안주, 술잔 같은 것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 반면 숙취해소 음료 판매는 줄었다. 접대가 줄어드니 폭음이 줄어 숙취해소 음료를 덜 찾는다고 한다.

지난주 어느 날 저녁에 10년 넘게 이어져온 친목모임에 갔다. 1년에 서너 번 모여 안부를 묻고 술을 마신다. 나이가 한두 살이라도 많은 형이 1차 술값을 내면 기분 내키는 사람이 2차를 내는 식이었다. 이번 모임에 술값을 내지 않은 사람은 다음 모임에 술값을 냈다. 이랬던 ‘우리들의 문화’는 이번에 깨졌다. 얼마씩 내야 하느냐, 계산기를 두드려 봐라…. 이 모임에는 기자, 공무원이 들어있다. 모두 청탁금지법의 적용 대상. 술값은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나눠 내야 했다.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 “영 맘에 안 드네. 다음부터는 각자 집에서 먹자.”

청탁금지법이 오늘로 시행 한 달을 맞았다. ‘각자내기’만 하면 법을 위반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사람을 만날 수 있다지만 뒷맛은 개운하지 않다. 업무 연관성이 없는데도 직종과 신분 때문에 ‘호의’가 ‘부정청탁’으로 둔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태를 피하기 위해 만남을 줄이게 된다.

물론 부정청탁을 없애려는 법의 취지에는 동의한다. 다만 정서적으로 낯선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질까. 나는 자발적으로 혼족이 될 생각이 없다. 하지만 어울림을 피하다 의도치 않게 혼족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생각이 기우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2. [동아일보][열린시선/이경혜]‘고지방’ 다이어트의 불편한 진실

체중 감량을 위한 식사 조절, 다이어트는 오랜 세월 꾸준히 관심을 받아왔다. 최근엔 방송 매체를 통해 소개된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선풍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탄수화물 섭취 비율을 줄이고 지방 섭취를 늘리는 식사법을 뜻한다.

하지만 ‘탄수화물은 체중 감소의 적이며 제한할수록 좋은 것이고 대신 지방 섭취로 채우면 된다’는 의미로 잘못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탄수화물과 지방의 섭취 비율은 식사를 통해 섭취하는 총 에너지 중 탄수화물과 지방이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지를 말한다. 따라서 단기적인 효과보다는 장기적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비만인 두 집단을 대상으로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사와 ‘저지방 고탄수화물’ 식사를 권유했을 때 첫 번째 집단에서 단기간(6개월 이내)에 체중 감량 효과가 더 빠르게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다.

반면 평소 식사와 달리 탄수화물, 지방 또는 단백질 중 하나의 영양소에 에너지의 급원이 편중된 체중 감량 다이어트의 기간이 길어지면 식사 내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구성에 상관없이 체중 감소 정도는 비슷하며 다이어트 시작 6개월 이후부터는 오히려 조금씩 체중이 증가하기도 한다. 평소 식사와 달리 영양소가 한쪽으로 치우친 식사를 하는 것은 장기간 실천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초반의 효과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정 암 발생에 미치는 고지방 식사의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서양인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장암과 유방암 발병률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고지방 식사, 특히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함량이 높은 식품 섭취와 상관도가 높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육류와 유제품을 많이 섭취하는 서양인의 식생활에서 나온 식사 형태로, 예부터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의 식사와 상당히 다르다.

한국인과 서양인의 유전적 차이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서양 사람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이 지질 대사에 취약한 유전자형을 지니고 있음이 보고된 만큼 고지방 식사에 대해 다시 한 번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서양 사람에 비해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지방 대사에 취약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과거보다 동맥경화증 및 당뇨병의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건강 체중 유지에는 평상시 식생활 습관이 큰 영향을 미친다. 일시적으로 유행하는 다이어트를 무분별하게 무작정 따라하기보다는 영양의 균형을 이루며 꾸준하게 실천할 수 있는 ‘내게 맞는’ 건강 식생활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3. [매일신문][소리와 울림]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는데

몇 해 전에 구글의 수학자를 워크숍에 초청했다. 발표 동영상을 찍지 말아 달라고 하더니 발표 파일도 남기지 못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럴 수밖에 없으려니 했다. 그 나름 폐쇄적인 숙명을 가지고 있는 회사니까. 시대를 앞서가는 연구를 하고 자율주행 자동차 등에서 치고 나가는 구글에, 그 과실의 사업화를 위한 기업 비밀 유지가 왜 중요하지 않겠는가.

그런 구글이 작년 11월에 기계학습 소프트웨어인 텐서플로를 누구나 수정까지 할 수 있게 공개하자 인공지능에 한발 걸친 사람들은 환호했다. 보통 사람들은 기계학습이니 딥러닝이니 하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던 때였다. 올봄에 알파고 충격이 우리나라를 강타한 뒤에는 초등학생에게도 생소하지 않은 말이 됐으니 상전벽해다.

알파고로 화들짝 놀란 우리 사회에 열띤 후속 논의가 이루어졌다. 인공지능의 주요 알고리즘은 공개되어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발전할 것이니, 부족한 데이터를 쌓는 게 시급하다는 의견이 대세다. 구글이 알고리즘은 공개해도 데이터는 공개 안 한다고도 한다.

어디서 이런 착시와 오해가 생겼을까. 구글이나 테슬라가 자율주행 자동차의 상세 작동 알고리즘을 공개할 거라는 건 환상이다. 집단지성으로 기술을 다 같이 발전시키는 게 합리적이지만, 지금은 보편적(generic) 수준의 개방을 크게 넘지 못한다. 알파고 기술이 공개됐다는 것도 오해다. 알파고의 요소 알고리즘과 전체적인 작동 방식은 네이처 논문의 형식으로 공개됐지만, 타사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 알파고의 정확도를 재현하고 있나? 상세 알고리즘이 있으면, 공개된 기보 데이터를 수집해서 학습한 뒤에, 끊임없이 다른 프로그램과 두어보면서 방대한 추가 데이터를 만들고 축적해서 학습할 수 있다. ‘하면서 배우는’(learning by doing) 것이다.

결국 타 기업이 못 따라가는 이유는, 데이터의 부족이 아니라, 몬테카를로 서치를 어느 정도의 규모로 하는지, 딥러닝의 히든레이어 수는 어떻게 정하는지 등의 기술적 내용이 철저하게 비밀로 유지되는 탓이다. 알파고를 만들어낸 영국 회사 딥마인드는 그 상세 알고리즘을 모기업인 구글에도 비밀로 한다고 알려져 있다.

예전 인공지능의 대세였던 규칙 기반 방식에 비해서 지금의 기계학습은 데이터를 학습하며 의미를 읽어낸다. 의료에서 질병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 환자의 신체 측정치가 예전 환자들의 측정치와 흡사한지를 계산하는 데서 보듯이, 그 핵심은 수학의 최적화 이론 활용이다.

축적된 데이터는 물론 중요하다. 의료 데이터를 축적해야 정확한 진단을 하는 닥터 알파고가 나올 수 있고, 자율주행 데이터를 축적해야 스스로 운전하는 차들이 길거리에 나다닐 수 있다. 하지만 그 데이터로부터 의미를 찾아내고 인간에게 유익한 최종 제품으로 만들어 내는 핵심은 수학적 알고리즘이다.

먼저 기술을 개발하는 선진국이 다 공개할 것이니 우리는 그런 건 걱정 안 해도 된다니. 아예 지금부터 영원토록 따라잡기만 하자는 말과 뭐가 다른가. 안드로이드라는 공개 운영체제를 믿고 하드웨어에 일로매진한 우리 기업들이, 이제 구글의 고급형 스마트폰인 픽셀이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맞게 됐다. 구글의 스마트폰 사업이 폐쇄형 기업 애플을 닮아간다는 말도 나온다.

애플도, 페이스북도, 구글도, 테슬라도, 우버도, 중국 기업 바이두도 모두 강력한 자체 인공지능 알고리즘 연구팀을 운영한다. 이 분야 우수 연구자들을 휩쓸어가는 바람에, 대학과 연구소들은 인재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이 인재들이 열심히 데이터만 모으고 있나.

결국, 기초 연구가 중요하다. 데이터를 모을 뿐 아니라, 그 데이터로부터 의미를 읽어내는 알고리즘 연구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남이 만든 것 가져다 쓰면 된다는 시각은 분명 무모하다. 이 분야 국내 연구자가 충분치 않지만, 인접 분야의 연구자들에게 적절한 훈련과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새로운 지적 자극을 경험하게 한다면 돌파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4. [머니투데이][기자수첩]교도소에서의 하룻밤

교도소 안은 고요했다. 이틀간 진행된 교도소 생활 체험. 이곳 사람들은 바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정해진 시간에 잠을 자고 밥을 먹는다. 이들을 세상과 이어주는 창구는 지정된 시간에만 볼 수 있는 채널이 하나뿐인 조그만 TV다. 일과를 마치고 잠잘 준비를 하던 중 TV에서 뉴스가 나왔다.

"최순실씨는 지난 대선 때 연설이나 홍보 분야에서 선거운동이 국민들께 어떻게 전달되는지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마음 아프게 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 설마했던 일을 대통령이 인정했다. 대통령은 '순수한' 마음으로 '조언'을 받았다고 했지만, 드러나는 정황은 최씨가 '순수한 조언'을 넘어 청와대 인사부터 정책까지 개입했다는 의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의혹만으로도 적용가능한 죄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청와대 문건 유출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과 '공무상비밀 누설' 혐의가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경우 자금세탁, 탈세 의혹부터 외환거래법 위반 혐의가 의심된다.

뉴스가 나오는 중에도 주변은 고요했다. 들리는 것은 TV소리 뿐. 모두 같은 뉴스를 봤을 터다. 죗값을 치르기 위해 자유를 저당 잡힌 이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누구라도 잘못을 저질렀다면 적합한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힘이 있다는 이유로 피해 갈 수 있다면 내가 힘이 없어 이곳에 왔으니 억울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최씨는 의혹들에 대해 "소설같은 이야기"라고 부인했다.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얼마나 억울할까. 그렇다면 기자 앞에서 호소할 게 아니라 전 국민이 기다리는 한국으로 돌아와 사실을 밝혀야 한다. 수사기관은 제대로 수사를 하고 의혹이 있다면 밝혀야 한다. 물론 억울한 점이 있다면 역시 제대로 밝힐 일이다. 그게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인 '법치'고, 대통령이 강조해온 '법치국가'에서 할 일이다.

5. [중앙일보][마음산책] 우리가 외로운 이유

사람은 왜 외로움을 느끼는 것일까?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외로움을 느낀다. 같이 살고 있는 부모나 배우자·아이들이 있고,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사람이라 해도 매일 보는 직장 동료도 있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문자로 대화를 주고받는 친구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 속에 살아도 외로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돈이나 권력, 유명세가 있어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그런 것들이 있으면 있을수록 사람을 더 의심하고 더 외로워하는 것 같다. 마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한 시인의 표현처럼 우리는 사람이 옆에 있어도 외로움을 느낀다. 왜 그럴까?

인간 중심 치료 상담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우리가 외로운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줬을 때 상대가 수용해 주지 않을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마음의 문을 열고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만 만약 그랬을 때 상대가 나를 따뜻하게 지지해 주는 게 아니라 내 연약하고 부족한 부분을 평가하고 상처 내고 심지어는 모르는 사람에게 떠벌리고 다닐 수도 있기 때문에 섣불리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상대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가면을 쓰고 사람을 대한다. 진짜 자기 모습을 감춘 채 사회적 시각에서 봤을 때 비난받지 않을 수준에서 안전하고 피상적인 만남만을 가진다. 그런 만남은 깊은 유대감이나 연결감을 느끼게 하지 못하고 누굴 만나도 마음은 공허하고 외로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이 하나 생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을 믿지 못해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남도 아닌 가족한테까지 솔직한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고 고립돼 외로워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왜 부모·자식 사이나 부부 사이, 형제자매 간에도 심리적인 벽이 생기는 것일까?

칼 로저스에 따르면 부모가 자녀에게 안전한 분위기에서 긍정적 지지와 조건 없는 사랑을 주지 못한 경우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부모도 자신의 부모로부터 존중받아 본 경험이 없는 경우 본인도 모르게 자기 아이의 생각이나 결정을 마음대로 평가하고 컨트롤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부모가 원하는 대로 아이가 행동해 줬을 때만 인정해 주면 아이는 언제부터인가 자기 스스로의 느낌이나 결정을 신뢰하기보다는 부모의 바람이나 결정을 더 살피게 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란 아이는 자기감정을 부모 앞에서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고 억누르는 게 일상화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자기감정을 숨기고 모든 것이 문제가 없는 듯 가면을 쓰게 된다.

부부 사이나 형제자매 간에도 비슷하다. 가까운 사이이니 예의를 지킬 필요가 없다는 생각과 이미 다 안다는 생각에 서로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일방적인 이야기만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솔직한 민낯의 모습을 보여 줬을 때 배우자나 형제자매가 내 편이 돼 내 마음을 알아주고 푸근하게 나를 수용해 주길 바라지만 그렇게 해 주지 않는다. 더군다나 직장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보다도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어지고 긴밀하게 소통하지 못하니 서로에 대해 점점 잘 모르게 된다. 그래서 오히려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가까운 주변 친구와 속마음을 나누고 더 친밀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런데 만약 부모나 형제, 가까운 친구가 내 모습을 자기 기준으로 재단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존중해 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칼 로저스에 따르면 만약 그런 사람이 우리 곁에 있다면 우리의 감정이나 생각들을 가면 뒤에 숨길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을 만한 것이구나, 소중한 것이구나 하는 자각이 들면서 자존감이 높아진다고 한다. 더불어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고 배려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기 존중을 받아 본 사람만이 다른 이도 존중할 줄 알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런 존중받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가 성장하면 아이는 자기가 갖고 있는 모든 가능성을 마음껏 발휘해 인생의 꽃을 피우려 한다는 점이다. 자기의 선택을 긍정하며 다른 이들의 의견에 끌려다니지 않고, 실패를 해도 책임지려 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곧 회복한다. 만약 자라면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존중해 주는 부모나 형제를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그런 사람을 찾아 만나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좋은 인생 선배나 자비한 친구, 아니면 숙련된 심리상담 선생님도 좋으니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수용하고 이해해 줄 사람을 만나 보길 권한다. 훨씬 마음이 편안해지고 심리적 부담감도 줄어들 것이다.

사람은 외로운 존재다. 특히 자기의 진실된 속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 이 가을에 혹시라도 친한 이가 자기 마음의 문을 열고 이야기를 한다면 내 기준으로 섣불리 재단하지 말고 따뜻하게 경청해 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이야기한다면 상대도 역시 자기 속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좀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반응형
LIST
Posted by 늙은최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