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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중앙일보]

1.나라 망신시킨 방사청장의 방위비분담금 인상 발언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이 방위비분담금에 관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장 청장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방사청 공동 후원으로 열린 ‘한·미 국방획득정책과 국제안보환경’ 국제회의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차기 미 정부가 한국에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요구한다면 한국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 청장의 느닷없는 발언에 대해 “미국 정부가 아직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지도 않는데 미리부터 우리의 입지를 좁히는 ‘자해성 발언’”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국방부 문상균 대변인도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라 지적했다. 방위비분담금은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위를 위해 한국에 주둔하는 데 따른 현지 발생 비용의 일부를 한국이 분담하는 것이다.

장 청장의 발언이 부적절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대선 과정에서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이 분담금을 적게 낸다는 취지의 언급은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요구가 없는 상태라는 점이다. 그런데도 미리부터 한국 정부의 고위관계자가 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상식 이하의 행동이다.

더구나 장 청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서강대 전자공학과 동기로 실험실 파트너이자 도시락 친구였다. 따라서 그의 발언은 미국에 잘못된 기대감만 키워 줄 수 있다. 둘째는 장 청장은 방위비분담금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위치에 있다. 그가 미국을 방문한 것은 방산기술협력이 목적이었다. 그런 장 청장이 분담금 인상을 운운하는 것은 자신의 입지를 몰라도 한참 모른 게 아닌가.

올해 9441억원을 내고 있는 분담금은 2018년부터 새로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재로선 트럼프 당선인의 입장 등을 볼 때 분담금 인상이 불가피한 분위기다. 그렇지만 분담금 인상까지는 여러 과정이 남아 있다. 미국이 분담금 인상 요구를 해 오더라도 일단 평가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 뒤에 분담금 인상에 따른 상응한 대가를 요구하면서 협상에 들어가도 늦지 않다.

2. 박 대통령, 세 번째 대면조사 요구도 무시할건가

검찰이 피의자 신분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29일까지 대면조사에 응해달라고 어제 다시 요청했다. 이번이 세 번째다. 검찰의 설명은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 날짜를 정하는 게 급선무여서 수사 상황을 고려해 일정을 잡았다는 것이다. 검찰의 입장에선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통해 이번 사건을 어느 정도 마무리 지은 뒤 수사기록 일체를 특검에 넘겼으면 하는 것이다. 특별수사본부가 청와대와 삼성의 미래전략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인 것도 박 대통령을 둘러싼 혐의를 확정 짓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조사 기록을 바탕으로 특검이 수사를 벌일 경우 사건의 파악이 그만큼 용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박 대통령이 지난 20일 특수본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 이후 “일절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대응이다. 자신의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시위가 잇따르자 대국민담화를 통해 “검찰은 물론 특검 조사까지 받겠다”며 눈물을 글썽이며 다짐하지 않았던가.

박 대통령이 국가 최고 사정기관의 정당한 법적 요구를 무시한 채 차라리 특검 조사를 받겠다고 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모순이다. 아직도 권위주의적 통치 방법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미 국민적 분노로 역사의 수레바퀴가 서울광장을 지나 청와대 앞까지 다가가고 있다.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대통령은 법률적으로 고립무원의 상태에 접어들었다. 법률가 출신인 참모들이 오죽했으면 자신의 곁을 떠나려고 하는지 대통령은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검찰의 조사 요구에 응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했으면 한다.

진정 무엇이 국가를 위하는 길인지 청와대 참모들과 함께 밤을 새워서라도 토론을 벌이는 것은 어떨까. 박 대통령이 이번에도 검찰 요구를 무시할 경우 국민들의 비판은 그만큼 더해 갈 것이다. 향후 특검에서의 조사도 박 대통령의 뜻과는 달리 고난의 연속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았으면 한다.

[매일경제]

3. 약촌오거리 누명사건 판검사 명단 공개하라

2000년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으로 누명을 쓰고 10년 동안 옥살이를 했던 최 모씨가 17일 재심에서 억울함을 풀었다. 1999년 '삼례 나라슈퍼 3인조' 사건에서 살인범으로 몰렸던 사람들이 지난달 28일 무죄로 밝혀진 데 이어 연달아 드러난 누명사건이다. 경찰·검찰·법원이 무고한 시민을 보호하기는커녕 범인으로 몰아간 과정은 충격적이다.

지적장애인 또는 소외계층 청소년을 희생양으로 삼은 대목에서는 분노를 느낀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다. 사법체계에 대한 신뢰를 뿌리째 흔드는 이런 일을 법원과 검찰이 어물쩍 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

전북 익산시에서 벌어진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에서 현장을 목격한 16세 소년은 경찰에 신고했다가 강압 수사를 당한 후 살인범으로 몰렸다. '범인이 따로 있다'는 신고가 3년 후 경찰서에 접수됐고 체포된 용의자는 진범만이 알 수 있는 내용까지 진술했다. 그런데도 검찰·법원은 새로운 용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수차례 기각하고 증거를 찾기 위한 압수수색 영장도 기각했다. 전북 완주군에서 벌어진 삼례 나라슈퍼 사건도 비슷하다.

1년 후 진범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지만 검찰은 사건을 바로잡지 않았고 16년이 흐른 뒤에야 무죄를 밝히게 됐다. 이들 외에 누명을 쓴 피해자들이 얼마나 더 많을지 알 수 없으니 재심을 신청하는 기준이나 절차를 완화해야 할 일이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사람들이 국가에서 받을 수 있는 형사보상 상한액도 최저임금의 5배까지로 제한돼 있다니 이것도 조정을 검토할 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검찰은 사건 담당 검사들이 이미 은퇴해서 징계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감찰에 나서지 않고 있다. 대법원도 판결에 관해선 법관을 징계할 수 없다며 팔짱을 끼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판사·검사 재직 중에 발생한 일로는 변호사 징계를 할 수 없다며 손놓고 있다. 그사이 이들 사건 담당 판사·검사들은 법원·검찰 요직을 거쳐 지금 유명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다. 사법정의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법원과 검찰은 즉각 진상조사에 나서 사건백서를 만들고 책임 있는 판사·검사 명단을 일반인들도 알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

4. 김무성 불출마선언, 보수 자정의 신호탄 되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23일 내년 대선 불출마 선언과 더불어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겠다고 나선 것은 총체적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현 정국에서 나름 의미 있는 결단이라고 평가한다. 우선 김 전 대표가 탄핵의 구심역을 자임하면서 정국의 가시성이 좀 더 명료해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 정계는 대통령 탄핵, 거국총리 추천 등을 놓고 여권과 야권의 입장이 다르고 제1야당과 제2야당이 충돌하는가 하면 여당 내에선 친박과 비박이 치고받는 가운데 아직 상당수 의원들이 탄핵과 관련한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모두 탄핵을 당론으로 확정하긴 했으나 여권의 탄핵 찬성표가 얼마나 될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섣불리 행동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다.

검찰 수사로 대통령의 실정법 위반 혐의가 특정돼 국회 탄핵 발의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라면 가급적 빨리 가부간 결론을 내는 것이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본다. 여당 비주류의 리더 격인 김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 탄핵표 결집에 나선다면 여당 내 탄핵파와 비탄핵파 간 전선이 보다 명확히 구획되면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야당의 불안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김 전 대표가 대선 불출마 선언을 병행한 것은 자신의 행보를 대권과 결부해 바라보는 시선을 불식하기 위함일 텐데 상황을 제대로 본 것이다. 지금 야권은 난국 수습보다는 유력 대권주자들의 개인적 셈법에 따라 행보가 오락가락하고 있다. 김 전 대표가 사심 없이 원칙을 갖고 목소리를 낸다면 야권 또한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이날 "보수의 썩은 환부를 도려내고 합리적인 보수 재탄생의 밀알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순실 사태 전개과정에서 집권세력, 특히 친박그룹의 행태를 보며 국민들은 도덕과 교양, 양심, 절제 등으로 요약될 보수의 가치가 땅에 패대기쳐진 듯한 참담함을 느끼고 있다. 민주주의와 법을 신뢰하며 성실히 살아온 중산층이 느끼는 분노가 특히 크다. 여권은 상처 입은 보수층의 마음을 위무할 보수 자정과 쇄신의 길에 나서야 한다. 이날 김 전 대표의 선언이 그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한다.

5. 지금이 법인세 올릴 때인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야당 의원 7명이 낸 법인세 인상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현행 법인세율은 10%(과세표준 2억원 이하), 20%(200억원 이하), 22%(200억원 초과)로 나뉘는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은 대개 과표가 200억원 또는 500억원을 넘으면 25%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인상안을 냈다. 새누리당은 반대하지만 수적으로 밀린다. 국회의장이 법인세 인상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하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법인세 인상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하지만 야당이 진정으로 나라 경제를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법인세 인상안을 물리는 게 맞는다. 아무리 따져봐도 지금은 법인세를 올릴 때가 아니다. 지금 서민들이 가장 간절히 바라는 건 일자리다.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기업들이 가뜩이나 움츠러들고 있는 마당에 세 부담까지 늘면 투자는 더욱 위축되리라는 걸 야당도 모르지 않을 터다.

당장 법인 세수를 늘려 복지 재원으로 쓰겠다는 요량이라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단기적으로 손쉽게 법인세를 더 걷으려 하면 투자가 위축되고 고용과 소득도 따라 줄면서 결국 세수 기반이 약화되는 동태적인 효과를 따져봐야 한다.

미국에서는 35%인 법인세율을 15%로 내리겠다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일본은 2008년 이후 국세와 지방세분 법인세율을 9.6%포인트나 내린 것을 야당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법인세율을 내린 나라는 18개국에 이른다. 올린 나라는 6개국인데 하나같이 세율이 워낙 낮았거나 재정위기를 겪는 나라다. 한국처럼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의 경우 투자, 고용, 법인소득이 세율에 따라 탄력적으로 변동하기 때문에 세율 조정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올해 법인 세수가 사상 처음으로 50조원을 넘을 정도로 호조를 보이는 건 주로 불황형 흑자와 실효세율 인상 노력에 따른 것이다. 2012년 16%까지 떨어졌던 법인세 실효세율은 지난해 16.6%로 반등했으며 기업 규모가 클수록 반등 폭이 컸다. 최저한세율 인상과 비과세·감면 축소 같은 실효세율 인상 효과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터에 명목세율까지 올리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지금은 무작정 세율을 높일 게 아니라 '낮은 세율 넓은 세원' 원칙에 충실해야 할 때다.

[이데일리]

6. 미·일·중은 뛰는데 한국 경제는 뒷걸음질

미국 증시의 3대 지수가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트럼프 랠리’를 이어갔다.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는 그제 1만 9023.87로 전일 대비 0.35% 상승했다. 나스닥과 S&P500도 각각 0.33%, 0.22% 상승했다. 여기에 10월의 주택판매건수가 전월 대비 2.0% 증가한 560만채로 집계돼 시장 예상치인 543만채를 웃돌았다. 미국 경제에 훈풍이 부는 모양새다.

미국만이 아니다. 일본도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2%로 전문가 예상(0.9%)을 크게 넘어서 2013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성장했다. 수출도 전분기 대비 2% 오르고 민간 주택건설도 2.3% 늘어났다. 임금과 고용개선으로 앞으로도 당분간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중국 역시 경착륙 우려와 달리 3개 분기 연속 성장률 6.7%를 기록하며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 결과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3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하는 등 과감한 감세 방침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 친기업 정책 공약이 투자 심리를 움직이고 있다. 일본도 투자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35.6%이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올해 32.1%로 내렸다. 중국 역시 25%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올 초 첨단기업에 대해 15%로 인하했다. 기업 활력이 살아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국회를 장악한 야당은 재벌 개혁을 주장하며 현행 22%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4~25%로 인상할 움직임이다. 공정거래법 등 대기업 규제관련 법안들 처리도 벼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대기업 총수들이 검찰 조사에 이어 국회 청문회장에 줄줄이 불려나갈 판이다. 대외 신인도는 추락하고 내년 사업 전략은 고사하고 일상적인 경영활동마저 위축되는 상황이다.

더구나 경제 사령탑마저 사실상 공백 상태다. 밖으로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 정책 등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나라 안팎이 온통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는 악재뿐이다. 이런 마당에 기업에 투자와 고용을 늘리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7. 전격 사의를 표명한 김현웅 법무장관

야권의 탄핵추진 움직임이 빨라지는 가운데 김현웅 법무장관이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 검찰 및 특검 수사를 받게 된 일련의 사태에 대해 검찰조직 지휘권자로서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공범관계’로 규정하면서 피의자로 입건했고 청와대 측은 이에 대해 ‘사상누각’이라고 비난하는 상황에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최재경 민정수석도 함께 사표를 제출했다는 사실이다. 법무장관과 민정수석이 내각과 청와대 내에서 대통령의 권력 유지를 위한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동시 사의 표명은 지금의 ‘탄핵추진 정국’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하게 됐다. 더구나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김무성 전 대표가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까지 탄핵 추진을 주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김 장관과 최 수석의 사의 표명이 검찰의 기존 입장에 어떠한 파급 효과를 초래할 것인지가 관심 사항이다. 청와대 측이 유영하 변호인을 내세워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에 맞대응하면서 박 대통령과 검찰 사이에 긴장과 갈등이 극도로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직 검찰 간부가 박 대통령이 조사를 계속 거부한다면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를 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할 만큼 격앙된 분위기다.

이들의 사의 표명으로 인해 박근혜 정부 내부의 균열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전모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공직에 대한 무력감이 갈수록 팽배해지는 조짐이다. 특히 각 부처 장관의 경우 그동안 박 대통령에게 대면보고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은 채 ‘문고리 비서관’들에게 휘둘려 온 것으로 드러났다. 아직 사표만 제출하지 않았을 뿐이지 심리적으로는 내각이 이미 공황상태에 처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는 과연 박 대통령이 이들의 사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두 사람이 고심한 끝에 소신으로 사의를 표명한 만큼 즉각 수리하는 게 온당하다. 박 대통령이 검찰 및 특검 수사를 앞두고 방어막을 치는 상황에서 이 두 사람의 적극적인 보좌를 받기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지금 처지에서는 박 대통령이 정당성을 주장하기보다 모든 의혹에 대해 사실 그대로 국민 앞에 직접 소명하는 것이 최선이다.

[서울신문]

8. 철도파업 두 달, 이젠 노사공생의 해법 찾기를

도 파업이 정부와 야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다. 벌써 58일째로 역대 최장이라는 기록까지 세운 상태다.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움직임이 빨라지고 국민의 촛불이 전국 곳곳에서 타오르는 엄중한 시국과도 별개다. 지난 9월 27일 파업이 시작된 이후 코레일과 전국철도노조는 최대 쟁점 사항인 성과연봉제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철도노조가 성과연봉제를 결정한 코레일 이사회의 결정 효력을 정지시키는 가처분 소송 카드를 들고 나오자 코레일은 파업 주동자의 내부 징계절차를 밟기로 했다. 한 치의 양보도 타협도 없는 형국이다. 철도 노사 양측의 힘겨루기가 장기화됨에 따라 국민의 불편은 물론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철도 파업의 피해는 승객뿐만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도 심각하다. 코레일에 따르면 어제 전체 열차운행률은 81.5%로 2349대만 투입됐다. KTX와 통근열차는 평상시와 같이 100% 운행되고 있지만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는 50~60%에 머물고 있다.

수도권 전철의 경우, 운행률이 86.7%에 불과한 탓에 전철이 제시간을 맞추지 못해 연쇄적으로 지연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출퇴근 시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화물열차는 108대로 운행률이 43.9%에 그치고 있다. 화물열차를 주요 운송수단으로 사용하던 시멘트 업계는 공급 차질 현상이 가시화됐다. 파업에 대비해 재고량을 늘려놨던 아파트 건설 공사 현장마저도 시멘트가 바닥이 나 공사 기간을 늦추거나 공사를 중단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철도 파업은 더 지속돼서는 안 된다. 그 때문에 파업을 해결하기 위한 더불어민주당 등 야 3당의 공동제안은 나름 의미가 있었다. 공동제안에는 불법 파업으로 규정한 고용노동부의 책임 추궁을 비롯,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 행위 조사 등까지 민감한 현안을 망라한 까닭에서다.

그런데도 노조는 파업 강행을 결의했다. 노조의 부담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노조의 결단이 필요하다. 현재 투입된 기관사, 통제관 등의 군 대체인력들의 피로도 쌓여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국민은 언제 또 사고가 발생할지 불안해하고 있다.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노사 양측은 당장 무책임한 행태를 접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앞서 철도 운행이 정상화돼야 함은 당연하다.

9. 예산안·법안처리 ‘게이트’에 매몰돼선 안 돼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나라 전체가 벌집을 건드려 놓은 듯하지만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는 큰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법인세 인상안 등 예산 부수법안과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전운이 감돌고 있다.

400조 7000억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의 핵심은 청년과 노인 일자리 창출과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 노동과 보건·복지 관련 예산만 130조원에 달할 정도여서 국회 예산 심의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각 상임위 예산 심의는 감액보다는 증액 일색이어서 실망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증액한 항목만 4000여건에 예산 규모는 40조원이나 됐다고 한다. 최순실 게이트에 매몰돼 상임위의 예산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통상적으로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정부 예산안의 1%인 4조원가량을 삭감하거나 증액하는 것이 관례다. 상임위에서 칼을 댄 예산 가운데 10%가량만 예결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최순실 예산’에 대해서도 진위를 가리는 중이다. 예산조정소위에서 이른바 최순실 예산 4000억원가량을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예산 처리 시한인 12월 2일이 다가오면서 예산 부수법안 등 변수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그제 법인세 인상안과 소득세 인상안을 이번 정기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당기순이익 500억원 초과기업에 대해 법인세 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인상하고, 5억원 이상 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38%에서 41%로 인상하는 소득세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 법안은 여당이 반대하고 있어 야 3당이 강행 처리할 경우 충돌이 불가피하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법인세인상안을 세입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하면 예산안에 앞서 처리하게 된다.

따라서 여당이 이 법안을 막을 방법은 예산안 합의를 거부하거나, 야당이 예산안을 부결하도록 해 법안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일시적인 데다 정부와 여당이 예산안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법인세 인상을 거부하고 미르 재단 설립자금을 거둬 들였느냐는 비판적인 여론도 부담이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누리예산 역시 뜨거운 감자다. 이 밖에도 노동개혁법과 서비스산업활성화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법안,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등 정부 예산안 회기 내 처리에 걸림돌이 되는 쟁점 법안들이 즐비하다. 12월 5일부터 시작되는 최순실 국정조사도 예산안 처리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여소야대 예산 국회에서는 국회선진화법도 무용지물이다. 정부 원안대로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돼도 야 3당이 부결시키면 그만이다. 여야가 협치의 길을 모색하는 것 외에는 길이 없다. 나라가 총체적인 위기에 빠진 만큼 국회라도 예산안의 기한 내 처리로 제 역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10. 김기춘 농심 고문직, 27년 전 ‘공업용 牛脂 수사’ 관련인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올 9월 ㈜농심의 비상근 법률고문으로 옮겨 월 1000만 원 정도의 보수를 받는다고 한다. 인사혁신처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에서 공직자윤리법의 취업허가제한 요건에 저촉되지 않아 취업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청와대에서 물러난 김 전 실장의 농심행(行)은 친분이 있는 신춘호 농심 회장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왕실장’으로 불렸던 고위 공직자가 기업 고문으로 옮긴 것이 적절한 처신인지는 의문이다.


더욱 간과해선 안 될 문제는 1989년 11월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삼양식품 우지(牛脂) 라면’에 대한 검찰 수사 당시 김 전 실장이 검찰총장이었고, 결과적으로 혜택을 본 기업이 우지를 쓰지 않은 농심이라는 사실이다. 검찰은 “삼양식품공업이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없는 공업용 쇠기름을 각종 라면을 튀기는 데 사용했다”며 삼양식품 등 5개사 대표 10명을 구속했다. 삼양식품은 8년간의 법정 투쟁 끝에 1997년 검찰이 밝혔던 모든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이미 소비자의 신뢰는 무너진 뒤였다.

1963년 국내 최초로 라면을 내놓았던 삼양식품이 사용한 우지는 농심이 사용한 팜유와 포화지방 비율이 별 차이가 없고 인체에도 무해(無害)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당시 검찰이 “공업용 우지는 제조 과정에서 각종 불순물이 섞이거나 도살장에서 나오는 부산물 등을 첨가한다”고 발표하는 바람에 삼양식품은 악덕 기업으로 매도돼 한때 존폐 위기에까지 몰렸다. 한국 기업사(史)에서 검찰의 과잉 수사가 기업을 얼마나 치명적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다.

1988년 12월부터 2년간 검찰총장으로 재직한 김 전 실장은 과잉부실 수사에 최종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2008∼2013년에 이어 또 농심의 법률고문을 맡았다. 농심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순수한 전문가 영입 차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업용 우지 파동 수사 당시 검찰총장이 다른 기업도 아니고 그 수사의 최대 수혜 기업 고문을 맡은 것은 ‘보은(報恩)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설령 신 회장이 고문 영입을 제안했더라도 김 전 실장은 거절했어야 맞다. 김 전 실장은 농심 고문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이데일리][목멱칼럼] 아버지의 시간

저녁은 이 땅의 남자들이 아버지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저녁이면 바쁜 사람도, 굳센 사람도, 바람 같던 사람도 일제히 집에 돌아가 아버지가 된다. 넥타이를 풀고 양복도 제복도 벗어버린 사내들은 아버지로 돌아가 어린 것들을 위해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다. 시인 김현승의 ‘아버지의 마음’이 그리고 있는 정경이다.

어릴 적 나의 추억에서도 아버지는 저녁과 함께 돌아오셨다. 나의 아버지는 가부장적 유교문화가 익숙한 경상도 분이시다. 한때 교편을 잡으셨는데 술을 잘 즐기시지 않아 퇴근하면 곧장 집에 돌아오시곤 하셨다. 저녁 무렵 아버지 인기척이 들리면 오빠와 나, 내 동생은 조르르 현관문으로 달려가 마중했다. “안녕히 다녀오셨어요” 하고 절하면 아버지는 삼남매 머리를 하나하나 쓰다듬으시며 흐뭇해 하셨다. 교육자이신 아버지는 예절을 가르칠 때는 엄했지만 우리를 어루만지는 손길은 따뜻했다.

예전 아버지들은 비슷한 습관을 갖고 있었나 보다. 시인 박목월의 아들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의 글을 읽다가 반가운 미소를 지은 적이 있다. ‘아버지 박목월’도 아이들 머리를 쓰다듬는 것을 좋아했다. 식사자리에 가족이 둘러앉으면 언제나 “다 왔니” 하며 다섯 아이 머리를 일일이 쓰다듬은 뒤에야 수저를 들었다고 한다. 박동규 교수의 추억 속에서도 아버지의 손은 엄하면서도 따뜻했을 것이다.

어렵던 시절의 아버지들은 어린 것들을 쓰다듬으며 가장으로서의 마음 자세를 다잡았다. 아이들도 또한 엄하고도 따뜻한 그 손길에서 ‘아버지 마음’을 느끼며 올곧게 자라났다. 저녁 시간 아이와 체온을 나누는 아버지 손길 아래서 가정의 행복은 빚어진다.

그런데 이 소박한 저녁 풍경이 이제는 점점 기대하기 힘든 세상이 돼 가고 있다. 요즘 직장인들의 최대 소망이 ‘저녁이 있는 삶’이라고 한다. 저녁이 돼도 이 땅의 많은 아버지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현대사회는 ‘아버지 없는 사회’(Fatherless Society)라고 한다. 독일 심리학자 알렉산더 미체를리히의 말대로 아버지들의 권위와 지위는 예전 같지 않다. ‘아버지의 부재’는 아이들에게도 익숙한 풍경이 돼 버렸다. 문제가 생기면 아빠와 의논하겠다는 청소년이 고작 4%에 불과하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 고교생의 22%는 아빠와 하루 1분도 대화하지 않는다는 통계도 있었다.

문제는 아버지의 위기는 아버지만의 위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버지의 위기는 곧 사회 위기로 이어진다. 현대사회 문제들은 대부분 가정에서 비롯되며 가정 문제의 상당 부분은 아버지에게서 출발한다. 현대인들이 앓는 심각한 질병 중 하나는 ‘아버지 결핍증’이라는 말도 있다. 비행 청소년들은 대개 ‘아버지 부재’라는 공통의 질병을 앓고 있기도 하다.

아버지들이 제자리를 찾아야 가정이 평안해지고 사회가 건강해진다. 서초구에서 전국 자치단체 최초로 ‘아버지센터’를 만든 이유다. 지난 9월 1일 문을 연 아버지센터는 지친 이 시대 아버지들이 열정과 자긍심을 되찾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마디로 아버지들의 ‘행복에너지 충전소’라고 할 수 있다. ‘아침편지‘로 잘 알려져 있는 고도원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아침편지문화재단에서 운영을 맡았는데 신청자가 몰려 조기 마감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아버지 부재’ 시대에 제 위치를 찾으려 노력하는 아버지들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다.

서초구에서는 최근 ‘어진 할아버지학교’도 열었는데 영유아 손자손녀를 돌보는 할아버지들에게 최신 육아법을 가르쳐준다. ‘할빠(할아버지와 아빠의 합침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버지 결핍증’이 심각한 이 시대는 새로운 대응법을 요구한다. ‘어진 할아버지학교’는 그 중 하나라고 하겠다.

해는 짧아지고 그림자는 길어진 겨울 초입이다. 하루로 치면 땅거미가 내리는 저녁 무렵인 셈이다. 지친 걸음으로 긴 그림자 끌고 가는 이 시대 아버지들에게 ‘아버지센터’가 행복으로 향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행복은 아이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의 손끝에서 빚어진다.


2. [매일신문][기고] AI, 차단 방역만이 최선

지난달 말과 이달 초, 2014년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던 충남 천안 풍세, 전북 익산 만경강 유역의 야생조류 분변에서 또다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분리됐다. 이달 22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국 5개 도에서 13건의 AI가 발생했다. 충북 음성 5건`청주 1건, 충남 천안`아산 1건씩, 전남 해남`무안 1건씩, 전북 김제`익산 1건씩, 경기 양주 1건이다.

전북, 충북, 경기 등 주로 서해안 권역으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자 전국 가금류 사육농가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감염 증상도 강력하다. 일반적으로 닭이 감염되면 산란계는 산란율이 차츰 떨어지면서 폐사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번에는 산란율이 감소할 틈도 없이 곧바로 폐사했다. 이는 확진된 AI 모두 국내에서 처음으로 분리된 H5N6 고병원성 AI였기 때문이다.

AI는 전파가 빠르고 병원성이 다양하다. 닭, 칠면조, 야생조류 등 여러 종류의 조류에 감염된다. 주로 닭과 칠면조에 피해를 주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오리는 감염되더라도 특별한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이름도 다양한데 두 종류의 단백질(HA, NA)에 의해 분류된다. 현재까지 HA는 16종류, NA는 9종류가 보고되어 있어 혈청형에 따라 144종류로 분류(H1∼H16, N1∼N9)한다.

소비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계란, 닭고기, 오리고기의 안전성 여부이다. AI가 발생한 농장에서는 계란을 생산하지 않는다. 발생 위험성이 높은 지역 내(3㎞ 이내)에서 사육하는 닭, 오리뿐만 아니라 종란과 식용란까지도 이동이 엄격하게 통제된 상태에서 살처분 매몰, 폐기하기 때문에 시중에 유통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AI에 걸린 닭은 털이 빠지지 않고 검붉게 굳어지며 죽기 때문에 시장 출하가 불가능하다.

만에 하나 유통되더라도 열에 약한 AI 바이러스는 70℃에서 30분, 75도에서 5분간 열처리하면 바이러스가 모두 사멸된다. 끓여 먹으면 절대 안전하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닭, 오리고기나 계란 등은 안전하므로 마음 놓고 소비해도 된다.

현재 고병원성 AI 발생은 철새 도래지나 서식지 주변 가금농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역학조사로는 농장 간 지리적`역학적 상관성이 희박한 것으로 파악돼, 철새에 의한 발생으로 조심스럽게 추정한다. 겨울 철새가 도래하는 이 시기에 닭, 오리를 키우는 농가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를 바라보며 걱정이 태산이다. 그렇다고 철새만 탓하며, 하늘을 원망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경상북도는 지난달 1일부터 내년 5월 31일까지를 특별방역대책기간으로 설정했다. 이 기간에 농장 및 출입차량 소독을 강화하고, 축산농가는 관련 모임이나 행사 참여를 자제하는 등 농장별 차단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도내 전체 가금류 사육농가에 전담 공무원을 지정해 농가별 예찰 및 임상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전통시장이나 소규모 사육농가, 가든형 식당처럼 방역이 취약한 곳은 공동방제단이 매주 방문해 소독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아울러 사전에 AI를 색출해 내려고 종오리나 육용오리 사육농가를 전수조사하고 예찰하기로 했다. 또한 중점방역관리지구 33개소를 지정해 지역 내 가금류 일제 검사를 실시 중이다.

2년 전 축산 종사자의 잘못으로 AI 발생지역 가금이 경북으로 유입돼, 경주에서 닭 54만 마리가 매몰됐다. 이러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가금 사육농가는 철저한 소독 등 자체 차단방역활동에 한층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사육 중인 가금에서 AI 증상이 의심되면 방역기관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3.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공덕귀

윤보선(1897~1990)은 가장 존재감 없는 대통령 중 한 명으로 꼽히지만, 빼어난 행정가였고, 주요 갈림길마다 크게 그르지 않은 선택을 했던 정치인이었고, 또 독립운동가였다. 4ㆍ19 직후 민주당 신ㆍ구파가 대통령으로 공동 추대했을 만큼 인품도 그리 유난스럽지 않았다고 한다. 1948년 서울시장으로 6개월 남짓 재임하는 동안 그가 역점을 두고 시행한 신생활운동- 방역ㆍ소독 활성화, 쓰레기 수거 독려, 수세식 변기 보급, 허례허식 타파 등-과 투명 시정(행정 공시) 등은, 훗날 스스로도 관직 생활 중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고 회고했듯이, 수도 서울을 단시일 내에 혁신하는 큰 계기였다.

조선신학교 여자신학부 전임강사 공덕귀(1911~1997)가 그를 만난 게 그 무렵이었다. 가족을 비롯해 주변 여러 목사들의 권유도 있었겠지만, 30대 중반의 공덕귀에게 50대 초반의 행정가 윤보선은 프린스턴대 유학을 포기해도 좋을 만큼 매력적이었던 듯하다. 둘은 이듬 해 윤보선이 상공부 장관이 된 49년 결혼했다. 윤보선의 대통령 취임과 5ㆍ16 쿠데타, 군사 독재와 유신의 긴 세월 동안, 부부는 각자의 영역에서 민주화와 반독재 투쟁에 헌신했다. 윤보선의 무대가 주로 제도 정치권 안이었다면, 공덕귀의 무대는 더 험한 재야였다.

경남 통영의 가난한 집 7남매 중 둘째 딸로 태어나 어렵사리 학교를 다니며 일본서 신학을 공부한 공덕귀는 총독부의 창씨개명과 신사참배를 고초를 겪으면서도 거부한 이였다. 목회와 교육에 전념하던 그의 삶이 반독재 민주화운동으로 전환하게 된 것도 윤보선과의 인연이 결정적인 계기였을 것이다. 그는 다양한 교회 여성단체 리더로서 여성ㆍ노동자 인권 및 생존권투쟁에 헌신했고, 79년 YH사태 때도 대책위원의 한 명으로 활동하다 연행되기도 했다.

80대의 윤보선이 전두환 군사정권의 국정자문회원으로 참여해 의전용으로 제공된 승용차를 타고 다닐 때, 70대의 공덕귀는 재야ㆍ종교 인사들과 더불어 신군부 광주학살 규탄 서한을 작성해 미 대사관에 전달했다. 그 무렵 부부는 꽤 다투기도 했다지만, 또 남편을 통해 인혁당 관련자 사면ㆍ감형 등을 적극 도모하기도 했다고 알려져 있다. 남편과 달리 공덕귀는 흠 없이 살다가 1997년 11월 24일 별세했다. 향년 86세.


4. [조선비즈][비즈 발언대] 선물의 경제학

선물은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선물을 위한 상품 판매는 주로 명절과 관련이 있다.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 기간에 유통업이 가장 활황이다.


요즘 한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면세점 판매도 대부분이 선물용이다. 면세점의 화장품은 10~15개씩 묶음 판매를 한다. 유커들은 이를 선물용으로 수십 개씩 사간다. 그리고 주류·건강식품이나 일부 전자제품은 선물용이 자가 소비보다 더 중요하다.


상품권 판매도 선물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2014년 상품권 발행액은 10조원을 넘었다. 한국에선 백화점 상품권, 문화 상품권, 재래시장 상품권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미국에선 각 브랜드별로 수십 가지의 상품권을 모아서 마트에서 진열 판매하고 있다. 모바일상에서도 상품권 수수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추석 때 배송기한을 놓친 고객들이 발품 대신 ‘손가락품’을 팔아서 추석선물로 모바일 기프티콘을 보냈다.


꼭 따라야만 하는 격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선물에 관한 이론은 많다. 특히 문화인류학과 심리학에서 연구한 결과들을 기업이 잘 활용한다면 더 좋은 판매전략을 세울 수 있다.


우선 선물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는 자가 소비를 위한 소비자 심리와 많이 다르다. 선물에선 가격이 내릴수록 수요가 증가한다는 경제학 이론이 맞지 않는다.


실제로 일본의 한 주류회사가 고급 위스키 값을 내린 후에 판매가 줄었다. 고급 위스키는 자가 소비용이 아닌 선물용이 대부분인데 가격 하락으로 동급 위스키 중 가장 저렴한 것이 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선물을 고를 때는 자가 소비 때보다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적어진다. 기업은 가격을 낮추는 것보다 사은품을 주는 형식으로 판매를 촉진하는 것이 유리하다.


선물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관계도 중요하다. 관계가 좋을 경우 선물을 받는 사람은 가격과 상관없이 고마움을 느낀다. 관계가 불편할 경우는 어떠한 선물도 서로에게 부담을 주게 된다. 만일 관계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중립적이라면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는 선물을 하는 것이 좋다. 물론 여기서 최소한의 성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각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문제를 어렵게 만든다.


선물을 받는 사람이 가장 눈 여겨 보는 것은 주는 사람의 ‘희생’이다. 희생은 금전지출·노력· 위험부담을 합한 것이다. 그러므로 선물 가격이 다소 저렴하더라도 포장을 정성스럽게 하고 친필로 쓴 감사편지를 곁들인다면 받는 사람은 고마워할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선 백화점 포장이 돼 있는 선물을 선호한다.


상품권은 자유롭게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다는 면에서는 좋다. 그러나 주는 이가 상품을 고르는 수고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마이너스다. 받는 자의 기호를 파악해 일반적으로 하기 어려운 선물을 준다면 위험부담은 있겠지만 받는 사람은 더 감동할 것이다.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우리 문화에 중요한 부분이다. 모든 선물 수수가 금지된다면 삭막한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값비싼 선물을 주고받으면 의사결정을 왜곡하거나 부당한 청탁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일본인과 비즈니스를 해 본 사람은 회사를 방문할 때 반드시 작은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이때 선물은 커피 한잔을 권하는 것과 같은 작은 정성이다. 일본인들로부터 필자가 가장 많이 받은 선물은 플라스틱 볼펜이다. 가치로 보면 수 천원밖에 안 된다. 그러나 서로의 관계를 튼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모든 선물은 항상 유쾌한 것만은 아니다. 문화인류학에서 선물과 관련해 호혜성 원칙이 있는데 이는 선물은 받은 만큼 갚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물을 받는다는 것은 빚을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 마음이 편하기 위해서는 그 빚을 갚아야 하므로 좋은 선물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부담을 안게 된다는 것이다.


5. [서울신문][말빛 발견]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을 덧붙이는 ‘강-’

술은 좋아해도 안주는 싫어하는 술꾼들도 있다. 저녁 시간이어도 이 술꾼들은 술이면 족하지 밥이나 안주에는 관심이 없다. 추측해 보건대 그들이 안주를 먹지 않는 이유는 온전히 술맛을 느끼는 게 좋아서일 수 있다.


아니면 안주가 주는 텁텁함 같은 게 싫어서일 수도 있겠다. 그러고 보면 막걸리를 마실 때보다 소주를 마실 때 안주를 먹지 않는 이들이 더 있었던 것 같다. 소주는 막걸리보다 쓰고 독해서 더 안주를 찾게 되는데, 그들은 안주보다 술에 관심을 더 둔다. 이렇게 ‘깡소주’를 마시는 이들은 뭔가 괜히 독해 보이기도 한다.

안주 없이 마시는 소주를 더 강하게 표현하고 싶어서였을까. 독해 보인다는 의미를 세게 담아내고 싶어서였을까. 본래 ‘강소주’였던 말인데, 지금은 대부분 ‘깡소주’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현재도 규범에 맞는 표기는 ‘강소주’다. 이때 ‘강-’은 ‘강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것만으로 된’,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이라는 뜻이다. 순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니, ‘강한’ 것과 통할 수도 있겠다. 이 ‘강-’이 붙었으니 ‘강소주’는 ‘안주 없이 먹는 소주’를 가리키는 말이 됐다.

‘강추위’의 ‘강-’도 ‘강소주’의 ‘강-’과 같은 의미를 덧붙인다. 이때의 ‘강추위’는 바로 짐작되는 ‘추위’가 아니다. ‘눈이 오고 매운바람이 부는 심한 추위’를 뜻하지 않는다. ‘눈도 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으면서 몹시 매운 추위’를 가리킨다. 요즘이야 눈이나 바람이 있다는 ‘강(强)추위’가 주로 쓰이지만, 예전에는 ‘순수한’ 추위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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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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