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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 비상시국일수록 버팀목 돼야 할 공직사회

공직사회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고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따른 혼란상이 밖에서도 그대로 감지될 정도다. 설상가상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거부한 채 민심과 전면전에 들어간 위기 상황이다. 국가 행정수반의 기능이 멈췄는데 공무(公務)인들 온전히 굴러갈 리 없다. 더 큰 문제는 관가의 이런 무기력증이 하루 이틀 안에 수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리적 붕괴로 공직의 정상 시스템이 마비되다시피 한 데다 고장 난 톱니바퀴를 당장 제대로 돌릴 수 있는 기제를 찾기도 어렵다.

공직자들의 충격은 국민적 분노 이상일 수 있다. 공직 이력조차 한 줄 없는 일개 민간인의 농간에 공무 조직이 몇 년째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놀아났다. 밤을 새워 했던 일이 과연 누구의 지시였으며, 누구를 위한 작업이었는지 자괴감이 들 것이다. 일선 공무원들은 중심을 잡으려야 잡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내각이 굴러가는 모양새만 봐도 딱하기 짝이 없다. 바퀴가 빠지지 않고 이만큼이라도 굴러가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사전 예고도 없이 해임 통보를 받은 국무총리는 이임식을 하려다가 다시 눌러앉았다. 경제 회생에 촌각을 다퉈야 하는데, 정책 수장인 경제부총리는 두 명이나 어정쩡하게 두 집 살림을 하는 꼴이다. 이럴 때일수록 부처의 수장이 책임행정의 소신을 갖고 업무를 추진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렇건만 비선 농단 의혹과 이런저런 고리로 엮여 영(令)을 세울 수 없는 장관은 어디 또 한둘인가. 재벌 기업 면세점 사업 특혜 의혹으로 어제는 급기야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지금의 공직사회를 정상적인 조직으로 인정하고 신뢰하는 국민은 사실상 거의 없다. 엘리트 중의 엘리트로 꼽힌 조원동 전 경제수석이 CJ그룹에 이미경 부회장 퇴진을 겁박한 믿기지 않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마당이다. 국정을 누구보다 엄중히 수행해야 할 최고의 관료가 뒷골목 폭력배들이나 일삼을 비행(非行)에 들러리를 섰다. 장관, 청와대 참모 무용론이 시민사회와 공직사회에서 동시다발로 터져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현실은 암담하고 당장은 앞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언제까지나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국정 마비가 풀려 국민 신뢰가 회복될 때를 마냥 기다려서는 답이 없다. 절망과 자존감의 상처가 아무리 깊더라도 공직사회가 국민보다 먼저 힘을 내고 묵묵히 일어서 줘야 한다. 정권은 시한부이지만 국가와 정부, 국민은 영속돼야 하는 관계다. 그 중심에 행정 일선의 공직자들이 흔들림 없이 버티고 서야 한다.

어수선한 정국을 탓하며 정권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복지부동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에 빚진 마음이 있다면 공직의 사명감을 추슬러 분발하는 것으로 갚길 바란다. 국민 신뢰를 다시 쌓는 단 하나의 길이다.

2. 박 대통령, ‘방어막’ 2인 사표 뜻 엄중히 인식해야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이 동시에 사의를 표명했다. 표면적으론 박근혜 대통령이 피의자로 전락한 데 대한 ‘도의적 책임’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더이상 대통령을 방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정치권 및 법조계의 시각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청와대 내부에선 이들이 도의적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데다 대안이 마땅치 않은 만큼 사표 반려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보다는 사정 라인의 책임자들조차 더는 대통령과 함께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본다. 더구나 검찰은 박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직접 조사하겠다며 시한(29일)까지 통보했다. 벌써 세 번째다. 박 대통령이 계속 조사를 거부할 경우에 대비해 강제 조사를 위한 명분을 쌓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또한 검찰은 최근 삼성과 롯데에 수사를 집중하면서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 추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이 계열사 합병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이 지배권을 강화하는 것을 국민연금이 도와주도록 대통령이 압력을 넣었는지 밝히는 게 수사의 핵심이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했고, 최순실씨의 딸에게 35억원을 지원했다. 만약 압력 행사 증거가 나온다면 대통령은 뇌물죄를 피하기 어렵다. 국민의 노후를 담보로 재벌과 거래한 데 대한 전국민적 분노에 직면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둥지인 새누리당 내 기류도 급변하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가 대통령의 헌법 훼손을 내세우며 탄핵의 깃발을 들었다. 이미 비박계에서 40명 이상의 의원이 탄핵을 위한 연판장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박 대통령을 위한 방어막이 됐던 친박계 의원들도 탄핵안이 압도적으로 통과되면 전열이 급격하게 흐트러질 수 있다. 당·정·청 전체적으로 박 대통령의 기반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대통령은 직시해야 한다.

내일 열리는 5차 촛불집회에는 전국적으로 200만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촛불의 규모는 민심의 바로미터다. 그동안 정치권은 물론 검찰까지도 촛불 민심에 따라 최순실 게이트 기조를 정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와대와 대통령만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더이상의 사태 악화와 국정 마비를 막기 위해 마음을 비워야 한다. 늦었지만 검찰 수사에 응하고, 어떠한 형태로든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할 것이다.

[이데일리]

3. 황교안 총리가 흔들림없이 국정 챙겨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야권의 탄핵 움직임이 가속화하면서 국정 공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검찰 수사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확대되면서부터 예상되던 결과다. 더욱이 김현웅 법무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 사실이 전해짐에 따라 공직사회가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이러다간 자칫 정부 기능이 전면 멈춰서는 사태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황교안 국무총리마저 내각 장악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게 문제다. 박 대통령이 정국 타개를 위해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책임총리로 내정했으나 야권의 반발로 국회 인사청문회조차 열리지 못한 채 엉거주춤해진 탓이다.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 유일호 부총리와 임종룡 내정자 사이의 역할이 모호한 상태다.

유 부총리가 그제 모처럼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기획재정부가 자괴감에 빠지거나 자기 비하를 해서는 결코 안 된다”며 분위기 쇄신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 그런 배경이다. 대내외 상황이 엄중한 시기에 한 치의 빈틈이 없도록 경제와 민생을 잘 보살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그러나 유 부총리가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것이 후임자 내정 이후 무려 37일 만의 일이라는 점에서 정책 공백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중요한 사실은 현재 황 총리와 유 부총리가 각각 헌법과 정부조직법에 따른 소관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 다음의 위기관리 책임자이기도 하다. 지금 상태라면 후임 내정자가 자리를 이어받기도 어려운 처지가 돼버렸다. 결국 국정 공백의 심화를 막으려면 두 사람이 주어진 권한 안에서 최대한의 통솔력을 발휘해야 한다. 조만간 후임자에게 자리를 내주는 입장이 된다고 해도 지금 역할을 포기해서는 곤란하다.

더군다나 앞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특검 수사가 예정돼 있는데다 탄핵 발의도 추진되는 중이다. 박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황 총리에 대해 야권의 거부감이 적지 않은 것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팔짱만 끼고 있어서는 안 된다. 탄핵 추진으로 4~5개월 뒤의 상황이 불분명한 단계에서 황 총리에게 내각 통할 책임이 부여돼 있음을 직시하기 바란다.

[조선일보]

4. 이 희생 치르고도 기형적 권력 구조 못 바꾸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3일 한 강연에서 "이번 (최순실) 사태를 두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이라는 분도 있는데 헌법에 무슨 죄가 있느냐"고 했다.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는 논리로 개헌에 반대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21일엔 "개헌이 필요하지만 다음 정권에서 해야 한다"고 했었다. 평소에도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최순실 사태로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말을 바꾸는 것 같다. 심지어 민주당이 개헌 논의를 막기 위해 대통령 탄핵을 서두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문 전 대표가 '정권을 잡을 바엔 지금 헌법으로 패권을 휘둘러보겠다'는 생각이라면 이승만부터 박근혜까지 모든 대통령이 단 한 명 예외 없이 말년에 비참한 몰골이 된 전례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그들 모두가 '나는 다르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전원이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최순실은 대통령의 무소불위 권력 뒤에서 호가호위한 것이다. 역대 대통령 친·인척 비리도 전부 그랬다. 대통령 권력을 분산하지 않으면 이런 사태는 끝없이 반복된다. 여야 간의 무한 정쟁(政爭)과 국정 표류도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할 것이다.

20대 국회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에는 196명이 가입해 있다. 4명을 더하면 개헌안 의결 정족수를 채운다. 그런데도 문 전 대표와 민주당 때문에 막혀 있다. 우리 현행 권력 구조의 문제는 거의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것이다. 그래서 개헌 필요성을 얘기하다가 자신이 대통령 될 가능성이 생기면 그때부터 개헌에 반대한다. 선거에 변수가 생기는 것도 싫고 권력도 온전하게 휘두르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개헌에 소극적이다.

두 사람 모두 탄핵 정국이 개헌으로 희석돼 선거에 유리한 점이 사라질까 봐 걱정한다고 한다. 탄핵과 개헌은 별개 문제다. 내달 초 탄핵이 발의되면 탄핵은 그것대로 진행되고 그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때가 개헌을 논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 합의가 되면 새 헌법으로 대선을 치르고, 합의가 되지 않으면 각 대선 후보들이 다음 정권에서 개헌을 완수하겠다는 공약을 하면 된다.

개헌은 대선에서 누구에게 유리하지도 불리하지도 않다. 그럴 까닭이 없다. 그래도 문 전 대표가 끝까지 막아선다면 다음 정부에서 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여러 대통령이 개헌을 국민에게 공약한 뒤에 당선되면 말을 바꿨다. 이번엔 그럴 수 없도록 번복이 불가능한 수준의 약속과 합의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런 희생을 치르고도 기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못 바꾼다면 나라에 미래가 없다.

 

5. 야당이 법인세 인상 일방 처리할 때인가

'최순실 게이트' 혼란 와중에 야당들이 법인세 인상안을 다음 달 2일 국회 본회의에 올려 처리하겠다고 한다. 더민주는 과세표준 500억원 초과 기업의 세율을 22%에서 25%로, 국민의당은 200억원 초과 기업 1030곳의 세율을 22%에서 24%로 올리는 법안을 제출해놓았다. 야당이 국회 과반수여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법인세는 인상할 수 있다. 그러나 세금 문제는 충분한 검토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구심점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기업들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아무런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세금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 기업들은 경기 침체 속에서 트럼프 당선과 최순실 사태 여파까지 삼중고(三重苦)를 겪고 있다. 기업 활동을 북돋워도 모자랄 때에 세금까지 올리겠다고 한다.


야당은 법인세율을 올리면 세수(稅收)가 는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경제연구원은 법인세를 올리면 기업 활동이 위축돼 도리어 세수가 연간 2조원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설사 야당의 주장을 100% 인정한다 해도 세수 증대 효과는 연 2조~4조원 정도여서 재정 적자를 메우는 데 큰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야당의 법인세 인상은 대선을 앞두고 대중(大衆)에게 보여주는 '세금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 세계 주요국은 법인세 낮추기 경쟁 중이다. 트럼프 당선인도 미국의 최고 법인세율을 35%에서 15%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법인세를 인상한다고 해도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중앙일보]

6. 도저히 봐줄 수 없는 추미애 대표의 언행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언행이 시간이 흐를수록 가관이다. 정권 교체를 목전에 뒀다는 수권정당, 제1야당의 대표로 도저히 봐줄 수 없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23일 광주 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미용을 위해 국민 혈세 2000억원 이상을 썼다는 새로운 사실이 오늘 드러났다”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폈는데 당일 저녁 민주당은 “청와대가 지난 2년간 2026만원어치 주사제를 구입한 걸 착각해 발언한 것 같다”고 정정했다.

치매 환자나 의식 미약 상태의 노인도 아니고 판사 출신에 5선 의원인 그가 2000만원과 2000억원을 구분하지 못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당 대표자의 문제적 행동을 여러 번 접하면서 추 대표가 국민을 무시하고 우습게 여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추 대표의 이런 행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여름 취임 직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뒤 당내·외 비난이 잇따르자 하루도 안 돼 이를 철회하는가 하면 최근 국정 농단 사건에선 느닷없이 박근혜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한다고 선언한 지 11시간 만에 취소하는 소동을 벌였다. 경솔함과 무책임, 말 뒤집기가 이렇게 지나쳐서야 무슨 정치를 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추 대표는 지난주 광화문 시민집회를 앞두고 “박 대통령이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밑도 끝도 없는 주장을 폈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살수가 아니라 식수를 끊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식의 얘기는 폭력적이고 유치하다. 탄핵에 앞장서겠다는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에 대해선 “부역자 집단의 당 대표를 지낸 분” “우리는 탄핵표를 구걸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제3자가 듣기에도 모욕적이다. 추 대표의 언행은 정치를 혐오스럽게 만들 뿐 아니라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가장 중요한 제1야당의 신뢰와 책임성을 스스로 깎아먹는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추 대표는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자격론 시비에 휩싸일 것이다.

[매일신문]

7. 이용객 급증하는 대구공항, 셔틀버스 운행은 왜 미루나

대구국제공항 이용객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10월 이용객이 25만3천75명으로 개항 이래 한 달 기준 가장 많았다. 올해는 연간 250만 명을 훌쩍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하루 평균 8천여 명이 대구공항을 이용하고 있다. 승객은 크게 늘고 있으나 공항을 오가는 대중교통 수단은 그대로다. 이용객 수 증가에 비례해 불편 또한 늘어나는 셈이다.

그런데도 대구시는 대구국제공항의 대중교통 접근성을 높여줄 셔틀버스 도입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대구시는 대구공항 이용객이 급증하자 지난해 말 도시철도 1호선 아양교역과 KTX동대구역 등을 연결하는 셔틀버스를 올해부터 운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약속은 올 한 해가 다 가도록 지켜지지 않고 있다. 셔틀버스 운행은 감감무소식이다. 대구시가 셔틀버스 운행을 주저하는 것은 택시업계의 반발을 의식한 탓으로 풀이된다.

공항이 활성화되려면 각종 대중교통시설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운행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연간 이용객이 250만 명에 이르는 대구공항엔 시내버스 6개 노선이 운행하는 것이 고작이다. 도시철도 1`2`3호선 어느 노선도 대구공항을 거치지 않는다. 손수 차를 몰거나 택시를 이용하지 않으면 이용할 대중교통 수단이 마땅치 않다.

이런 불편함은 이용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대구경북연구원과 대구시가 진행한 ‘대구공항버스 도입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공항 이용객 1천507명을 대상으로 한 면접 조사 결과 91.4%가 공항버스 이용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셔틀버스 노선을 어찌 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셔틀버스를 운행할 경우 적어도 하루 300명 이상이 이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구시는 더 이상 셔틀버스 운행을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관광객 250만 명 돌파는 이용객의 불편을 딛고 선 결과다. 접근성 증가로 이용객 불편을 해소해 주는 것이 대중교통 불편에도 불구하고 공항을 찾은 사람들에 대한 보답이자, 추가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택시업계의 우려가 있다 하나, 대중교통 불편으로 인해 생기는 자가용 송영객 수요를 감안하면 피장파장이다.8. 국정교과서 비공개 불법’과 학교의 채택 거부를 직시하라.

[서울경제]

8. 日 서비스업이 구직자보다 더 많은 일자리 만들었다

일본 대학 졸업 예정자 10명 중 7명이 이미 일자리를 마련했다는 소식이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내년 3월 졸업하는 대학생 중 취업 희망자들의 ‘취업 내정(內定) 비율’을 조사해보니 지난달 1일 현재 71.2%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7%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취업 내정 비율이 10월 기준 70%를 넘어선 것은 1997년 이후 19년 만의 일이라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취업 희망 대졸자의 최종 취업률은 올 4월 수준(97.3%)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주목할 점은 단순한 수치상 증가가 아니다. 일자리가 은행·제조업에서 비제조업, 특히 서비스업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제조업은 주춤해진 반면 비제조업에서 일자리가 쏟아지고 있다”고 전할 정도다. 그러지 않아도 일본은 일자리가 넘쳐나고 있다. 후생성이 발표한 9월 유효구인배율(구직자 한 명당 일자리 수)은 1.38배에 이른다.

구직자 한 명당 1.38개의 일자리가 있다는 의미다. 청년 취업난이 날로 심해지고 있는 우리 처지와는 딴판이다.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일본 정부의 서비스업 육성 의지다. 전통적으로 취업시장을 책임져온 제조업이 흔들리자 서비스업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내년 연구개발(R&D) 감세안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 분야를 포함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제조업 중심이던 R&D 감세 대상을 AI·빅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 분야로 확대하겠다는 포석이다. 일본은 이처럼 뛰고 있는데 우리는 걷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서비스업발전방안을 수도 없이 내놓았지만 가시적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정쟁 탓에 국회 통과가 요원하다. 세계 교역 규모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서비스 산업 활성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일본 등 다른 나라의 행보를 마냥 쳐다보고만 있을 시간이 없다.

9. 핀테크 제 역할하려면 인터넷은행 지분 50%는 돼야

국회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규제와 관련해 본격 심의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현재 4%로 제한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의결권 지분을 늘리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논의 중인데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연내 처리 여부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과 ICT를 결합해 금융시장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기존 은행권을 두고 굳이 KT나 카카오 같은 ICT 기업에 면허를 내준 것도 시장에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메기’ 역할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ICT 기업이 최소한 50%를 넘는 안정적 지배구조를 확보함으로써 대규모 투자를 주도하는 등 책임경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려면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관건임은 물론이다. 그런데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현행법으로도 인터넷전문은행 영업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의 낡은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야당은 지분규제 완화가 대기업의 사금고화로 이어질까 반대한다지만 대주주 심사를 비롯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면 이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계열사에 대한 대주주의 신용공여를 전면 봉쇄하고 사후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그런데도 한사코 은산분리라는 도그마에 사로잡혀 있다면 금융산업의 신성장동력인 핀테크 산업의 발목만 잡는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세계 각국은 핀테크 시대의 글로벌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블록체인이나 가상화폐처럼 다양한 신기술이 하루가 멀다 하고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핀테크 산업은 이미 금융 서비스 차원을 넘어 실물경제 활성화를 촉발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다. 정치권이 낡은 패러다임을 고집한다면 우리 금융산업이 핀테크 후진국으로 밀려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미 그렇게 가고 있다.

[한국경제]

10. 셰일오일 첫 수입…트럼프 에너지정책 기회로 만들어야

GS칼텍스가 엊그제 미국산 원유 100만배럴을 수입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도입한 원유는 미국 텍사스주 이글포드 광구에서 생산된 셰일오일(shale oil)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본토산 원유 수출금지 조치가 40년 만에 해제된 이후 첫 수입 사례다. 특히 미국이 최근 전략 수출품목으로 밀고 있는 셰일오일이 도입된 것도 처음이다. GS칼텍스는 수입처 다변화 차원의 결정이지만, 한국으로서는 본격화하는 미국의 에너지산업 재편에 초기부터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갖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것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2년 연두교서에서 “우리는 100년을 쓰고도 남을 새로운 가스를 발견했다”고 밝히면서다. 본격적인 개발붐이 일었고 이는 에너지 원가 구조를 혁신했다. 소위 ‘셰일 혁명’이다. 미국이 중동에서 벗어나 세계 정책의 중심을 태평양으로 옮기고 있는 것은 그 결과다.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대상국들은 셰일의 수송루트로 해석해도 좋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전략적 판단 미스로 TPP에 끼지 못해 걱정하던 터였다. 이런 점에서 미국이 셰일오일 수출을 본격화하는 초기에 민간업체 간 계약으로 셰일오일을 수입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한국은 일본 중국과 아시아 셰일 허브를 놓고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이다. 트럼프는 유세 때마다 정유·화학 등 전통 에너지산업의 규제를 풀고 셰일오일 등 화석연료 생산을 늘리겠다고 공언해 왔다. 또 화력발전 규제에 반대하며 석탄산업을 부활시키겠다고도 강조했다. “개발되지 않은 셰일오일과 천연가스 자원이 50조달러에 이른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더구나 트럼프는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감축에 매우 부정적이다. 지난 5월 공개 연설에서는 기후변화가 인간 책임이라는 견해를 ‘헛소리’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미국이 새로 판을 짜는 세계 에너지 헤게모니 재편 과정이 시작되고 있다. GS칼텍스가 이번에 셰일오일을 수입했고, 이보다 앞서 롯데케미칼이 지난 6월 미국 루이지애나에 셰일가스에서 나오는 에탄올을 분해하는 ECC 합작공장을 기공했다. 에너지 재편 과정에서 한국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주요 신문칼럼

1. [매일신문][매일춘추] 몸

가장 정직한 것이 내 몸이라는 생각을 한다. 코흘리개 시절 어머니께서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 “몸 아끼는 인간하고는 상종하면 안 돼”라는 말의 뜻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하게 됐다. 어머니가 사람을 평가할 때 가장 큰 기준이었던 것이, 나이가 들수록 나의 기준도 돼 가는 것이 참 신기하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하신 말의 뜻은 뭘까?

요즘 내가 부쩍 감사하는 것은 무용계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무용가야말로 자기 몸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예술가 아닌가? 어머니 말처럼 제 몸 안 아끼고 사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 주변을 보면, 이 복잡하고 험난한 세상을 어찌 헤쳐나갈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단순하고 담백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당연히 금전적으로 넉넉한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또 사회적으로 명성을 얻고, 지위를 누리는 사람도 많지 않다. 물론 그중에는 몸도 부지런하지만, 머리도 바빠서 금전적으로 넉넉하고 명성도 누리는 사람이 있기는 하다.

어쨌든 오직 자신의 작품세계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버럭 화는 낼지언정 뒤끝이 없고, 미사여구로 사람을 휘어잡지는 못할지언정 온몸으로 나를 감동시킨다. 지난달에 있었던 일이다. 젊은 시절부터 봐 온 한 후배가 마음에 쌓아뒀던 회한들을 쏟아낸다. 나이가 들고 보니 좀 더 돈 많고 능력 있는 남자를 고를 수도 있었는데 무용하느라 그 계산을 못하고 살았다는 넋두리다. 내가 봐도 그렇다. 이 후배는 얼굴은 물론이고, 무용으로 다져진 몸매 또한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마음씨조차 반듯해서 내가 늘 마음에 담아두는 후배다.

이 후배는 아이들에게 부모로서 물려줄 것이 없는 게 너무 아쉽다고 했다. 이런 후배에게 내가 해준 말은 딱 한마디였다. “네가 요새 몸을 좀 덜 놀려서 그렇다”는 말이었다. 이 말에 후배는 조금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그랬던 후배가 며칠 전 찾아와 “그 말이 정답”이라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나는 하루에 10시간은 서서 재단을 하고 옷감 손질을 한다. 고되다. 하지만 자부하는 것이 있다. 누구보다도 스트레스 없이 산다는 것이다. 이 일 말고도 다른 세상살이 속에서 찾아오는 스트레스들은 내 몸을 부지런히 놀릴 때 ‘싹’ 가시는 것을 늘 체험한다. 정신이 몸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고 몸이 정신을 다스리는 순간순간을 절감하며 산다.

나는 확신한다. 모든 작업은 내 몸을 움직인 만큼 성과가 난다고. 요즘 한창 복잡하고 혼미스럽기까지 한 정치판 동네 사람들에게도 이 초겨울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로 몸을 움직이면서 정답을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2. [매일신문][기고] 한 맺힌 피의 현장, 코발트 광산!

경산시 평산동 코발트 광산은 일제강점기인 1936년 6월부터 수많은 사람들의 강제노역으로 전쟁무기 제작에 필요한 코발트를 채광했던 일제의 만행 현장이다. 이후 한국전쟁 전후 국민보도연맹에 가입된 양민과 대구형무소 수감자들이 재판도 없이 무자비하게 처형된 너무나 비참하고 한 맺힌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캄캄한 갱내에는 3천여 구의 유해와 유품이 그대로 남아 있어 그날의 참상을 말없이 전해주었다.

필자가 태어난 지 1년 6개월 되던 1950년 7월, 아버님께서 총칼로 무장한 군경에 의해 강제 연행된 후 영영 돌아오지 못하셨다. 아버님이 가시고 2년 후 어머님마저 세상을 떠나셨다. 이후 필자를 포함한 코발트 광산 피해 유족들은 너무나 힘든 삶을 견뎌야 했다. 지난 66년 동안 연좌제와 주위의 차가운 시선 등으로 늘 머리 숙이고 무시당하며 살아왔다. 대체 무슨 잘못이 있는지 밝혀지지도 않은 채 말이다.

그동안 이 광산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실을 드러내어 혼령들의 원혼을 달래주고 후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유족과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이 추모사업 등을 통해 서서히 빛을 보고 있는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5월 한국전쟁 희생자 추모공원 조성을 위해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유치 신청을 받았다. 국비 총 518억원으로 조성할 추모공원은 주민친화적인 생태평화공원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경산 코발트 광산 일대에 역사평화추모공원이 들어서면 평산동 폐코발트 광산에서 수습해 현재 충북대학교에 임시 안치된 유해와 향후 갱내에서 발굴할 유해를 화장한 후 봉안하고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경산시는 공문이 온 것조차 제때 확인하지 못했고, 평산동과 점촌동 개발위원 10여 명의 의견을 묻고 그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를 들어 공모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 행자부와 선정위원회에서 유력한 후보지인 경산시가 유치 신청을 하지 않자 2차 공모를 했지만 경산시는 결국 공모 신청을 포기했다.

이 과정에서 경산시장이나 경산시의회 의장 등은 역사평화추모공원 조성사업에 대한 인식과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을 드러냈다. 신청 자체를 포기한 것은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론을 통해 결정해야 할 사안임에도 몇몇 사람들의 의견에 따라 공모 신청을 포기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었다.

이미 제주 4`3사건 역사평화공원을 비롯해 거창사건 추모공원, 산청 함양사건 추모공원, 영동 노근리 평화공원 등이 조성돼 있다. 외국의 아우슈비츠, 킬링필드, 히로시마 등의 경우처럼 역사적 비극이 발생했던 곳을 찾아서 다시는 이 같은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짐하고 교훈을 얻는 다크 투어리즘이 일반화된 지 오래다. 게다가 이 같은 다크 투어리즘을 통해 도시는 홍보 효과와 함께 경제적인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대전광역시 동구 산내지구는 시 공무원과 의회 의원, 유족회, 주민들이 힘을 모아 역사평화추모공원 조성사업 유치에 성공했다. 하지만 유해와 유품이 발굴돼 잘 보존되어 있고 접근성이 뛰어난 경산시는 공모 신청조차 하지 않아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기회를 영영 놓치게 돼 너무나 안타깝고 분통이 터진다.

올해도 11월 25일 경산시 평산동 코발트 광산 집단학살 사건 위령탑 제막식과 위령제가 열린다. 두 번이나 굴러들어온 복을 차버린 경산시로 인해 아직도 갱내에 남아 있는 3천여 구의 유해와 구천을 떠돌고 있는 영령들께 고개를 들 수 없게 됐다. 부디 이 못난 후손들을 용서하소서.

3.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오렌지 더 월드

11월 25일은 국제 여성폭력 근절의 날(International Day for the Elimination of Violence Against Women)’이다. 강간과 가정 폭력을 비롯한 각종 젠더 폭력 실태를 고발하고 근절하자는 취지로 유엔이 정했다. 이 날을 기점으로 국제인권의 날인 12월 10일까지 16일간을 성폭력 추방기간이라 하기도 한다.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송년- 신년으로 이어지는 축복의 시간을 저 날들의 성취를 통해 더욱 값지게 하자는 뜻도 담겨 있다.

1960년 11월 25일 도미니카공화국 살세도(Salcedo)의 미라발 자매(Mirabal Sisters), 페트리아, 미네르바, 마리아 테레사가 악질 독재자 라파엘 트루히요(Rafael Trujillo, 1930~61년 집권)에 의해 학살 당한 날이다. 독재자는 둘째 미네르바가 자신의 성 요구를 거부한 데 앙심을 품고 가족의 재산을 몰수하고, 자매의 남편들을 구금하는 등 야비한 짓을 서슴지 않았다. 자매들은 59년 비밀 저항조직을 결성해 시위를 주도했고, 그 끝에 트루히요가 보낸 괴한들에게 납치돼 갖은 고문을 당한 뒤 피살됐다. 트루히요는 61년 암살 당했다.

라틴아메리카의 여성 인권운동가들이 그들을 기려 81년 저 날을 정했고, 91년 미국 뉴저지에서 열린 ‘여성, 폭력, 인권’ 세미나에서 성폭력 추방기간을 지정, 세계적으로 확산시켰다. 유엔 총회가 저 날을 정한 것은 1999년이다.

유엔여성기구(UN Women)에 따르면 세계 여성 35%는 사는 동안 한 차례 이상 젠더 폭력을 경험한다. EU 28개국 여성 43%가 정신적 폭력을 경험했다. 세계에는 18세 미만 결혼 여성이 7억 명이 넘고, 15세 미만도 2억 5,000만 명에 이른다. 조혼은 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안전한 성생활에도 취약해 광의의 성폭력에 포함된다. 여성성기절제(FGM/C) 피해자도 최소 30여 개국 2억 명. 근년에는 사이버 학대도 심각해지는 추세다.

유엔은 2014년 여성폭력 추방 캠페인의 상징색으로 오렌지색을 선정해 ‘Orange the World’캠페인을 시작했다. 오렌지색 옷을 입고 깃발을 들고 리본을 달아 오렌지색처럼 “밝고 긍정적인”세상, 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운동이다.

4. [서울신문][길섶에서] 피아노 계단/박홍기 논설위원

한 발을 딛자 “도”, 다시 밟자 “레”, 멈칫한다. 그러더니 다시 오른다. “미, 파, 솔.” 그제야 알았다는 듯 몇 칸을 내려오는 듯싶더니 재빨리 올라간다. 리듬을 탄다. 밟을 때마다 건반이 그려진 계단엔 불이 켜진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지하보도에 있는 피아노 계단의 풍경이다. 엄마·아빠와 나들이 나온 꼬맹이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신기해한다. ‘떴다 떴다 비행기’ 정도의 간단한 연주도 가능하다.

간혹 무심코 계단을 오르다 음계 소리에 깜짝 놀라는 이들도 있다. 평소 계단 오르기를 내켜 하지 않는 어르신들의 표정도 밝다. 피아노 건반을 치고 올라온 것 같단다. 계단에서 사진을 찍는 이들도 종종 눈에 띈다. 단순한 계단의 변신 효과다. 작은 변화로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게 제대로 된 ‘서비스 행정’이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준 선물이다.

피아노 계단을 올라가면 액자에서 당장이라도 튀어 나올 듯한 이순신 장군의 입체 그림이 있다. 트릭아트다. 장군의 팔에 매달릴 수도, 칼을 잡을 수도 있다. 퇴근길에 트릭 아트에서 포즈를 취해 보는 젊은 연인들을 지나쳐 피아노 계단을 내려간다. 경쾌하다.

5. [조선일보][일사일언] 영화는 살아있다

'잉글리쉬 페이션트'가 다시 영화관을 찾는다. 1997년 봄에 개봉한 후 20년 만이다. 대학생이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처음으로 극장에서 본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가 함께 나이를 먹고 있었다. 스무 살의 기억이 그렇듯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지금은 멀티플렉스가 된 시내의 한 극장 앞 풍경이 눈에 선하고 키스신을 담은 포스터도 친숙하다. 어딜 가나 커다란 영화 포스터로 벽면을 장식하던 시절이었다. 20년 전 같이 영화를 봤던 친구와 다시 보고 싶은데 아직 어린 두 아이의 엄마라 영화관 나들이는 할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다 알려진 이야기, 한 번쯤 봤거나 DVD 등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는 영화들인데도 재개봉작이 사랑받는 것은 흥미롭다. 개봉 10주년 기념으로 다시 관객들을 만난 '이터널 선샤인'은 첫 개봉 때보다 두 배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쯤 되면 단지 복고가 유행이라서, '추억팔이'에 편승해 호응을 얻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소비자가 만원을 주고 본 영화를 또 볼 때는 그 작품에서 새롭게 얻어갈 무언가가 있다는 얘기다. 같은 책이라도 10대에 읽을 때와 30대에 읽을 때의 감상이 많이 다른 것처럼, 영화도 볼 때마다 조금씩 다른 부분에 마음이 기울고 새로운 느낌을 갖게 되는 것. 이런 경험이야말로 재관람의 즐거움이 아닐까. 살아 움직이는 영화의 생명력을 발견하는 것 말이다.

작년 고화질 감독판으로 재개봉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볼 때 그랬다. 20대 중반에 봤을 때는 발레하는 소녀와 그녀를 훔쳐보는 소년의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는데 작년에는 이민자들의 삶이라든가 피하고 싶은 진실, 잔인한 숙명 같은 주제에 강하게 끌렸다. 아편굴에 들어간 로버트 드니로의 얼굴에서 훨씬 다양한 감정을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은 세월이 가져다준 큰 수확이다. 올겨울, '잉글리쉬 페이션트'는 또 어떤 영화로 남게 될지 궁금하다. 좋은 영화의 수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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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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